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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빙그레
    202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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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매일 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작/ 할아버지의 오동나무-김은수

    할아버지의 슬레이트 집은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산마루에있었다.금모래가 질펀한 강변을 따라 녹푸른 물이 쉬지 않고 흐르는 강에서는 늘 잔잔한 바람이 불어왔다. 헌 장판을 씌워 만든 평상에서 강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집 안팎으로 빼곡이 들어찬 어린 오동나무들을 손질하는 것이 할아버지의 낙인 것만 같았다.뒷산 꼭대기엔 장송들이 우람하게 서 있고 주위는 온통 솔 향이 넘실대건만 할아버지는 오동나무를 심어 기르면서 집 둘레에 있던 소나무를 모조리 베어 버리셨다. “소낭구는 햇빛 욕심이 많아서 안돼.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린 묘목들이 제대로 자랄 수가 없어.”사실 오동나무가 우뚝 자라려면 창이가 할아버지의 큰아드님만큼 나이를 먹어야 할까? 창이는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어렴풋하게 시간을 재고 있었다.하지만 할아버지는 지극정성으로 오동나무를 돌보셨다.그런 까닭에 줄기마다 통통하니 물살이 오르고 오동잎은 사뭇 푸르렀다. 촉촉한 바람이 할아버지의 흰 머리칼을 헝클고 지나갔다. “할아부지,우리 공기놀이하자.”창이는 점을 치려고 두 손을 비틀어 모아 눈가에 갖다 대었다. “가새,바위,보재기.”할아버지가 나무 껍질 같은 손을 천천히 내민다. “히히...내가 먼저여.”할아버지는 히죽 히죽 웃으며 조약돌을 풀어 던졌다. 창이는 할아버지와 공기놀이를 할 때면 여간 신이 나질 않았다.할아버지가 너무 늙으셔서 오래 못하는 섭섭함이 따르긴하지만.그럴 때면 창이는 더 하자고 조르지도 않았다.할아버지는 한 번 뱉은 말은 두말이 필요 없는 고집쟁이니까. 할아버지에게 야속한 마음이 먹어질 땐 창이는 혼자 중얼거리곤 했다. “고집쟁이 할아방구 같으니라구.”언제인가 뒤뜰 오동나무 응달엔 하얀 꽃이 피어났다.가냘픈줄기 마저 백짓장처럼 하얀 그 꽃은 언제나 고개를 땅으로숙이고 있었다.꽃잎에 이슬이라도 맺히면 창이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낙엽들이 흩어져 쌓인 곳에,가을 날 어머니를 하늘 나라로 보낸 그 슬픔이 남모르게 하얀 수정초로 피어난 것만 같았다.오두마니 그 곳에 앉아 하얀 꽃을 보고 있노라면 창이는 자꾸만 어머니가 보고 싶어졌다.그래서 마당으로 뛰쳐나와 한없이 강을 바라보았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늘 한결 같았다.샛바람이든 하늬바람이 불든 강물은 새처럼 활짝 펼쳐 올린 날개 선으로 상 하류를 엇갈려 흐르고 있었다. “시간은 유수 같거늘….윗물과 아랫물이 구분이 없으니…. 예전과 지금이 함께 있는 듯하구나.”할아버지가 혼자소리로 하던 어려운 말이 어슴푸레 강바람에 섞여 불어왔다. 할아버지는 아득한 시절을 꿈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럴 때면 할아버지는 을씨년스러이 굳게 닫힌 작은 방으로들어가셨다.창이는 감히 가까이도 못 가보고 방안에서 새나오는 가야금 소리를 훔쳐 들어야 했다.할아버지의 가야금 소리는 늘 생가지 같은 다리를 길게 모은 두루미가 날개 짓도못해보곤 사라지듯 뚝 그쳤다.소리는 그렇게 끝났는데 할아버지는 방 안에서 감감 나오지를 않으셨다. ‘어두운 방안에서 할아버지는 무엇을 하고 계신 거지?’어느 날 창이는 그렇게 궁금할 수가 없었다.그래서 살금살금 다가가 문 창호지에 귀를 대고 들었다. 아무 소리도 없었다. ‘방에서 잠이 드셨나?’창이는 검지에 침을 묻혀 창호지 위를 살살 문질렀다.콩알만하게 구멍이 뚫리자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거무룩한 방 안에서 할아버지는 가야금을 끌어안고 고개를숙이고 계셨다.어두움을 삼키는 듯 할아버지의 야윈 어깨는가늘게 떨었다.할아버지도 뒤뜰에 핀 하얀 꽃 같은 아픔을지니고 사시는 가 보았다. 창이는 서럽게 핀 수정초를 쳐다보다간 냉큼 회 벽을 보고돌아앉았다. 돌 틈에서 까만 돌을 주워 들고 창이는 회 벽에 아기 새를그렸다.언제인가 눈 먼 아기 새처럼 울고 있을 때 처음 보는 할아버지는 창이를 따듯한 품에 보듬어 주셨다.그렇게 안긴 인연으로 할아버지는 창이를 양자로 들이시고 큰아드님의집에서 나와,수십 년 전에 살던 시골에서 창이와 함께 지내는 터였다.창이는 아기 새 옆에 키 작은 오동나무를 그리고그 다음,가야금을 드리운 할아버지를 그렸다.얼핏 보면 동그라미와 작대기가 얽혀 있는 낙서 같지만 창이는 제 마음을담뿍 담아냈다. 신작로까지 내려가는 샛길 귀퉁이는 창이네 마당과 이어져있었다.샛길 가에 서 있는 버드나무 그늘에서 쉬었다 오는길인지 중노인 한 분이 버들잎새를 입 끝에 물고 마당을 기웃거렸다. “계슈우?”중노인에게서 날아온 버들잎이 뱅그르르 돌다간 댓돌,할아버지 신발 위에 살포시 앉았다.할아버지는 방문을 활짝 열고내다보았다. “아이구 이 사람아...”중노인은 할아버지를 보더니 입 언저리에 곰살궂은 웃음을걸고 두 팔을 번쩍 치켜올렸다.그리곤 단풍잎같이 손바닥을펼치곤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처럼 사뿐사뿐 춤을 추었다. 그러자 할아버지도 중노인의 춤 장단에 맞추어 살랑살랑 고개를 흔들며 버선발로 걸어나오셨다. “기별도 없이 우짠 일이여어?”할아버지는 노랫가락을 붙여 물으셨다. “부평초 같은 이내몸 바람 따라 와았소.”“그려.그려.잘 왔네.”안부를 노래로 물으며 할아버지와 중노인은 얼싸 안고 춤사위를 벌렸다. 창이는 뒤뜰에서 쪼르르 달려 나와 희한한 광경에 입을 벌리고 웃었다. “창이야.어여 절 드려라.할아버지 친동생이나 진배없어.”창이는 중노인을 향해 땅바닥에 털썩 앉듯 서투르게 절을 했다. “네가 바로 갸 구나.”할아버지는 윗도리 속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오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창이에게 내미셨다. “얼른 아래께에 내려가서 소주 두어 병만 사오너라.”그러자 중노인이 배죽배죽 웃으며 안 저고리에서 술병을 꺼내 들고 찰랑찰랑 흔들어 보였다. “으이구….도깨비 같은 눔.”할아버지의 술판은 점점 여물어만 갔다.한바탕 술판이 무르익지니 강 저편에는 노을이 풀리고 있었다. “성님,가얏고를 다시 만들어보오.”할아버지는 맥없는 한숨을 뚝 떨구었다. “예끼….가당치도 않지.그게 언제 적 일인데….”“성님이 가얏고를 좀 잘 지었소? 형수님이 그렇게 가시지만 않았어도….”고개를 젓는 중노인의 이마엔 금방 움푹한 주름이 패였다. 할아버지는 엷은 노을처럼 눈시울을 붉혔다. 창이는 오동나무까지 휘휘 울리다 그쳤던 할아버지의 가야금 소리를 떠올렸다. 그 옛날 할아버지는 이 곳 강가에서 가야금을 만들며 사셨다고 한다.할아버지의 소원은 영영 시들지 않는 소리 꽃을 피우는 가야금을 만드는 거였다.할머니 또한 가야금 타는 솜씨가 빼어나 두 분은 가난했지만참 행복하게 사셨다고 한다. 하지만 지독한 가난으로 할머니가 세상을 뜨신 이래 할아버지는 두 아드님을 데리고 도시로 나가셨다고 했다.그 후에도 할아버지는 이곳으로 돌아올 날만을 꿈꾸며 사셨다고 했다. “다시 가얏고를 지을 수만 있다면 오죽 좋겠는가.허나 이젠 늦었네.가슴은 그대로라고 친들 손이 너무 굳어먹어서…쯔쯔.”“그래도 그 솜씨가 어디 갔겠소? 다시 만들어 보오.나두 성님이 만든 가얏고 소리가 그리워서 그러오.”중노인은 할아버지의 손을 덥석 잡았다. “가얏고 임자는 제가 다리를 놓아 드리지요.”할아버지는 눈을 감고“꿈이라도 꾸어봄세….”그러더니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머뭇머뭇 말을 이었다. “여보게,실은 말일세.내가 그 분을 만난 적이 있다네.”“누구요?”할아버지는 중노인에 귓속말을 했다.그러자 중노인이 눈을크게 떴다. “우륵님을?”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었다. “에이….성님도….연세가 드니깐 별 농을 다 치네.허허허….”중노인은 할아버지를 힐끔 흘겨주더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어느 초겨울,찬바람이 문밖에서 잠을 깨우는 이슥한 새벽이었다. 창호지에 뿌리는 달빛처럼 아득하게 가야금 소리가 들려왔다.창이는 잠결에,씨익 미소짓다간 눈을 떴다. 할아버지가 두루마기를 두르고 방문을 열고 나가는 게 보였다. 창이는 이상한 생각에 조용히 일어나 할아버지를 뒤따라 나갔다.여느 때와는 다른 걸음걸이로 할아버지는 마당을 가로질러 샛길로 성큼성큼 사라졌다.창이도 얼른 샛길 쪽으로 달려갔다.할아버지는 어느새 산비탈로 옷자락을 날리며 오르고 있었다.바람에 날아가 듯한 뒷모습이었다. “할아버지.할아버지.”아무리 불러도 할아버지는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꼬부랑길을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찬바람이 낙엽을 휘날리고 발목은 가시가 할퀴는데 얼마나쫓아 왔을까? 창이는 언제인가 할아버지가 들려준 산도깨비가 떠올라 할아버지를 죽자고 따라 올라갔다.고개 하나를 넘자 장다리 장송들이 하늘을 우러르다 잠이 든 까뭇한 벼랑이 나왔다.거기를 벗어나니 강바람이 불어왔다. 쏴아…. 달빛은 밝기만 한데 할아버지는 큰 바위로 올라가 겨울,강바람을 온전히 맞고 서 계셨다.할아버지의 머리칼과 두루마기자락이 마구 휘날렸다.그 때,창이가 꿈결에서 들었던 가야금 소리가 은은히 스쳐갔다. 할아버지는 바위에서 넙죽 절을 하였다.그리고 강을 바라보았다.그러자 바위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던 가야금의 소리 꽃이 하늘로 강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동녘이 밝아왔다.창이는 할아버지가 되돌아간 길을 따라 집으로 향해 걸었다.내내 얼떨떨하였다. 마당에 들어서니 벌써 할아버지는 두루마기를 벗고 키 작은오동나무 숲을 돌아보고 계셨다.짚 옷이 입혀진 어린 나무줄기 마다 할아버지는 따듯하게 어루만졌다. “새벽부터 어딜 갔다 오는 겨?”할아버지는 천연덕스레 물으셨다.할아버지의 입김이 소로로오동나무 사이로 말려 들어갔다. “똥 누러.”차마 할아버지를 뒤쫓아 갔다오는 길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창이를 꼭 끌어안으셨다. “내게 가장 큰 바람은 우리 창이가 우람한 오동나무처럼 잘 자라는 거여.”할아버지는 유유히 남한강을 바라보고 계셨다. 창이는 회 벽에 여우비가 내리면강 모래밭에 드리우곤 하던 무지개를 더 그려 넣었다.
  • [김삼웅 칼럼] 해학과 여유있는 정치를 위하여

    한국의 민족성과 문화와 관련하여 크게 잘못 인식돼온 것은 우리가 한(恨)의 민족이고 문화가 한의 문화란 주장이다. 거듭되는 환난과 지배층의 억압으로 한이 맺히고 한의 문화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어느 측면 한많은 민족이고 한맺힌 민중임에 틀림이 없다. 고구려 멸망 이래 늘 강폭한 외세침략과 지배를 받으며 약소국가의 설움을 겪고 짜먹힘을 당해왔다. 문학과 예술,노랫말에 한을 정조(情調)로 삼는 것이 많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렇지만 우리 민족성이나 문화의 본질이 한이라는 주장은‘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이 아닐까. 오히려 민족성과 문화의 바탕은 해학과 여유랄 수 있다. 해학과 여유를 통해 고난과 고통을 극복하면서 정체성을 지켜왔다. 거듭되는 환난과 압제로 켜켜이 쌓이고 맺힌 한과 원(怨)마저 해학과 여유로 녹이고 이를 신명으로 바꾸었다. 얼음을 얼음으로 녹이지 못하고 불을 불로 끌 수 없듯이한은 한으로 풀리지 않는다. 오로지 해학과 여유로만 풀릴수 있다. 춘향전이나 심청전 등 대표적 고전문학이 이를 말해준다. 우리말의재치·골계·넉살·풍자 등 이른바 해학은 서양의 유머나 조크와는 품격과 질(質)이 다르다. 우리처럼 해학이 넘치는 민족도 드물다. 다만 왜정과 미군정,전쟁과 군사독재를 겪으면서 살벌한 군사용어와 족보 없는 외래어가 판치면서 여유와 해학을 잃게 되었다. 민족문화의 본질을 회복하지 못한 문화·예술인들의 책임도 적지않다. 요셉 보이스는 예술이 정치·사회·경제·학문 등의인류문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주 미국을 방문 중이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과격단체의 자살폭탄테러로 이스라엘 민간인 2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는 보고를 받고 “인구비례로 따지면 미국인이 2,000여명이나 살해당한 것과 같다”고 촌평하여 미국인들의 동정을 샀다. 그무렵 부시 미국대통령은 9·11테러를 본 순간 무슨 생각을 했느냐는 초등학생의 질문을 받고“뭐 저런 엉터리 조종사가 있나 하고 말했다”고 답변했다.진솔한 답변이다. 신승남 검찰총장의 국회 탄핵안 처리와 관련 정당들의‘야바위집단’ ‘무덤속의 마른 뼈다귀’ ‘몰염치' 등 논평을보면 살벌하고 끔찍하기 그지없다. 우리 정치인들은 여유와해학이 없다. 정제된 용어사용과 촌철살인식 코멘트를 모른다. 조상들은 고초와 간난 속에서도 여유롭고 멋스럽고 신명나고 호쾌한 언어를 통해 감정과 이해를 조절할 줄 알았다. 민족문화와 예술은 이런 토양에서 자라났다. 양반과 서민의갈등을 풍자한 하회탈놀이,흥부전이나 배비장전 등 포복절도할 해학,서산 마애삼존불의 넉넉한 미소,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 속에 나타난 여유,중모리·중중모리로 이어지면서 경쾌하고 다채로운 선율의 해학성을 보여주는 판소리 진양조…. 우리 전통문화는 한결같이 해학과 여유가 넘치고웃음이 담겼다. 조상들은 곤경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우리처럼 웃음과 관련한 풍부한 형용사를 가진 나라도 드물 것이다. 눈웃음·코웃음·비웃음·쓴웃음·헛웃음·너스레웃음·너털웃음·껄껄웃음·빙그레웃음,허허·히히·훗훗·헛헛·헤헤·하하·호호·흐흐·킥킥 등 색조와 음조가 다양하다. 조선 중기,최대 정적 사이인 노론의 영수 송시열이 중병에걸려 남인의거두 허목에게 화제(和劑)를 내어주길 청했다. 양쪽 측근들이 ‘비상을 넣을지도’,‘누명을 쓸지도’모른다며 만류했지만 허목은 약제를 내어주고 송시열은 그약제를 먹고 회복되었다. 싸우면서도 여유와 신뢰를 잃지않았다. 일제 말기,어느날 월남 이상재 선생이 종로 YMCA의 연설장에 들어섰다. 좌중을 둘러보더니 “엄동설한에 때아닌 개나리가 만발했구나!” 한마디로 눙쳤다. 총독부의 순사와 헌병·밀정들을 타매하는 촌철살인이었다. 유신초기, 유진산과 정일형이 신민당 당권투쟁에 나섰다. 온건론자인 진산(珍山)과 강경론자인 정박(鄭博:정일형)의대결이었다. 정박의 공격에 진산 왈 “당나귀(鄭)는 버드나무(柳)에 묶여야 안전한 법이야!”라고 좌중을 웃겼다. 오늘, 해학과 여유있는 정치는 불가능한가. 김삼웅 주필 kimsu@
  • [대한광장] 정치를 넘어 문화로

    에든버러 시내에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기리는 유명한 인물들의 조상(彫像)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이들을 훑어보면,월터 스콧에서 존 윌슨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19세기 영국문화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이다.이들 조각은 ‘스코틀랜드 계몽운동’을 주도한 문화계 인사와 지식인들을기념한 것이다.이상하게도 정치인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처음부터 정치보다 문화를 더중시한 것은 아니다.이들 조각은 잉글랜드에 예속된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그들의 민족적 자긍심을 문화 속에서 찾으려했던 열망을 반영한다. 실제로 스코틀랜드 지식인이 빅토리아기 영국 문화에 이바지한 정도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아마도 그들은 현실정치에서 잉글랜드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조국의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 초극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들은 현실정치를 넘어서 그들의 전통과 문예 속에서 그들의 자의식을 발현하려고 노력했으며 그런 노력이 영국의 새로운 문화전통으로 자리잡기를 열망하였다.에든버러에 가득한 문화적 향기는 사실 스코틀랜드의 역사적 상황의 산물이다.그럼에도 나는 그 인물 조상들을 연상할 때마다 부러운감정에 젖는다.전통문화와 그 전통에 이바지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소중히 여기는 풍토가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것이다. 남의 나라 사례를 빗대는 것이 어색하지만,우리 사회도 정치 과잉의 시대를 이제 그만 벗어났으면 싶다.지난 30여 년간 세 김(金)씨와 그 주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이 사회를 짓눌러왔다.그 잔흔들은 사라질 줄 모르고 끊임없이스스로를 재생산한다.3김 이후라고 해서 달라질 게 있는가. 신문과 방송,주간지와 월간지,모든 매체들이 3김뿐만 아니라 그 후속세대에 관해서 열변을 토한다.어디서나 이야기꾼의 공연은 대성황을 이룬다. 이런 현상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정치가 그만큼 우리의 삶에서 중요하기 때문이 아닌가.정치인들에 대한 비난이 많지만,따지고 보면 그들만큼 부지런하고낙천적이며 희망을 가진 사람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낙선한 후에도 다음 차례를 기대하면서 분투 노력하는 그들의움직임을 보라.더욱이 정치인의 일거수 일투족이 일반인의관심을 끌기 때문에 언론과 방송이 다투어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겠는가.이제 정치의 계절이 다가왔으니 공연이 좀 더 시끄럽더라도 용인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그렇더라도 나는 이런 이야기꾼의 공연에서 벗어나고 싶다.정치인의 끝없는 변신과 교언(巧言)은 오랫동안 보고들은것만으로 족하다.불투명하면서도 변화무쌍한 정계의 풍경화는 이제 눈을 감아도 뚜렷하게 떠오를 정도다.사람들 모두가 정치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뉴스거리는 호기심을 뒤쫓기보다는 억지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뿐이다.오히려 정치 과잉의 분위기가 정치 불신과 정치 혐오로 이어지는 것 같다. 사실 이 다원주의 시대에 정치는 우리 삶의 중요한 영역이기는 하지만,그러면서도 그 삶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정치는 우리 삶 가운데 오직 일부 문제만을 해결해줄 수 있을뿐이다. 우리 주위에서 성황을 이루는 이야기꾼의 공연이 정치를넘어 문화로,삶의 다른 영역으로,정계만이 아니라 다른 생활세계에서 살아가는 좀더 다양한 사람들의 말과 몸짓으로이어졌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대화에서 3김씨와 정치인들에 관한 이야기보다는,삶의 세계와 그 세계에 깃든 다양한 문화적 체험이 녹아흘렀으면 한다.갑자기 추워진 겨울날 오후에 나는 이런 ‘고상한’ 생각에 잠기며 빙그레 웃는다. 이영석 광주대교수·서양사
  • MBC 라디오 ‘여성시대’ 창사특집 2일 방송

    MBC 라디오 ‘여성시대’가 ‘세계속의 한국여성-베트남편’을 베트남 현지에서 제작해 창사 40주년 기념일인 2일 오전 9시 10분부터 110분간 방송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여성들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사회주의국가인 베트남에서 일하는 교민과 상사주재원의 활약을 소개한다. 한·베트남 수교 10년을 맞은 현재 베트남에는 9,000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상사주재원,제조업 종사자,자영업자가 주를 이룬다. 노동집약적인 사업인 봉제,완구,신발 등의 제조업이 IMF를 거치며 노동력이 싼 베트남으로 옮겨왔다.인건비도 월7,8만원으로 매우 싼 편이다. 처음에는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도 많았다.한국인들은 윗사람 앞에서 팔짱을 끼고 빙그레 웃음짓는 베트남인들을 버릇없다고 여겼다.그러나 윗사람 앞에서 팔짱을끼는 것은 존경의 표시이다.지난 10년동안 베트남에 정착한 한국인들은 이런 문화와 융화하면서 나름의 세계를 형성했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인들은 98년부터 호치민시 외곽에 한국학교를 운영하고 있다.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269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고 13명의 학국인 교사를 포함,33명의 교사가 근무하고 있다. 또 한국인들은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인들과 현지 여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라이 따이한’들을 위해 휴먼기술학교를 설립했다.봉제,목재기술 등을 가르치며 베트남 현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1,400명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 이송하기자
  • [데스크칼럼] 막가는 정치와 민심

    정치팀장이랍시고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접하는 질문이 있다.‘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 것 같습니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이후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정치상황이 궁금증을 더하는 것 같다.여기에는 ‘정치 9단’인김 대통령이 아무런 수읽기도 없이 총재직을 덜렁 내놓았겠느냐는 의문도 깔려 있다.‘정계개편 의도’로 몰아붙이는야당의 부채질도 한몫하고 있다.그럴 때마다 ‘궁금하긴 마찬가지’라는 표정으로 빙그레 웃고 만다.사실 한국 정치의장래는 역술인이 아니고는 예단하기 어려운 고난도의 문제다.지난 대선 때마다 몇몇 역술가들이 세인들의 관심을 끌면서 일약 ‘역술계의 거성’으로 등장한 것도 이러한 불가측성의 결과일 것이다. 10·26 재·보선 이후 정국을 들여다보자.한달 안 되는 사이의 정치상황은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그대로 보여주고있다.민주당 개혁·소장파의 국정쇄신 요구에 이은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와 박지원(朴智元)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의 퇴진,뒤이어 이른바 ‘3대 게이트’가 재점화되면서 야당의 ‘국정원장과 검찰총장 사퇴 요구’에 이르기까지 격랑의 연속이다.일련의 굵직한 흐름은 여권 주자간 세력판도의 미묘한 변화를 가져왔고,야당의 대선전략 수정을 불러와 난이도는 가히 10차 방정식을 능가한다.여기에 김종필(金鍾泌)자민련 총재가 한나라당보다 더 세게 비판의 선봉장을 자임하고 나서,도무지 그 속내의 끝을 알 길이 없다.국가의 근간인 정보·사정기관의 장을 야당이 ‘언제까지 안 나가면 탄핵’이라고 인사권의 금도를 넘는 초유의 사태마저 목격하고있는 터다. ‘한국의 장삼이사(張三李四)는 모두 정치 전문가’라고 하나 역술인이 아니라면 이쯤에서 입을 다무는 게 상책이다.상시개혁도,경제회생도 더 이상 정치권에 비빌 언덕이 사라진현실에서 자칫 아는 체했다가는 망신살이 뻗치기 십상이다. 50%가 넘는 국민들이 현재의 민주·한나라 양자구도 아래대선이 치러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꼼수’와 갈등과 음모로 점철된 한국 정치의 역사성을 알고 있어서일까.아니면 의혹과 폭로정치에 식상한 나머지 새로운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는 탓인가. 정치가 아무리 요동치고 꼼수가 통한다 해도 민심과 떨어져 있을 수는 없다.그래서 민심이 곧 천심이라고 했는지 모르겠다.10·26 재·보선때의 일화다.서울 구로을에 출마한 한유력 후보의 아내가 출산한 지 얼마되지 않은 몸으로 남편의 선거운동을 도왔다.‘남편의 당선을 위해 몸도 돌보지 않고’라고 해야 상식이다.그런데 지역여론은 ‘당선 때문에 아내 몸조리도 시키지 않고서’로 되레 역풍(逆風)이 불었다고 한다.이게 낙선의 가장 큰 이유는 아니겠으나,민심의 흐름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정치의 질을 낮추는 의혹·폭로정치도 결국은 민심을 잡기위한 책략이다.정치에 정책경쟁이 없다고들 하나 이것으로는 단기간에 폭넓은 민심을 얻지 못해 효과면에서 폭로보다 하책(下策)으로 통한다.우리 정치에 아직도 정책대결이 요원한 이유다. 우리 스스로 마음의 눈금을 높이면 역술가의 말에 솔깃하거나 정치부 기자에게 ‘다음에 누가 될 것 같으냐’고 묻지않아도 된다. 양승현 정치팀장 yangbak@
  • [상장사 CEO에 듣는다] 빙그레 정수용 사장

    빙그레가 매출액 5,000억원을 돌파했다. 정수용(鄭秀溶) 사장은 31일 “9월말 현재 매출액이 5,150억원,영업이익이 280억원 났다”고 밝혔다.지난해에 비해매출액은 12.5%,영업이익은 34.6% 각각 신장했다. “취임 1년간 성적표치곤 양호하지 않느냐”며 웃는 정 사장은 2005년에는 매출액 1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장담했다. 수년동안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빙그레가 ‘5,000억원’의 벽을 단숨에 넘은 것은 그의 과감한 구조조정과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다. 지난해 10월 취임하자마자 서울 압구정동 사옥과 베이커리사업을 매각했다. 라면사업도 궁극적으로는 정리할 계획이다.정 사장은 “마땅한 원매자가 없어 현재로서는 매각이여의치가 않다”면서 “당분간 ‘매운콩라면’ 등 주력 상품을 리뉴얼해 틈새시장을 공략해나가겠다”고 밝혔다.대신유가공 전문으로 방향을 확실하게 잡았다. 12월초에 ‘투게더 클래스’를 출시하는 것을 계기로 프리미엄급 아이스크림 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직원들이 붙여준 별명은 ‘발가벗은 사장님’.일선부서의산행이나 체육대회에 빠짐없이 쫓아다니면서 함께 소주잔도 기울이고 목욕탕도 같이 가는 데서 연유했다.결재라인의단순화, 영업부서 판촉비용의 현실화 등은 이같은 뒷풀이자리에서 나온 대표적 개선사례들이다. 정 사장은 최신 히트작 ‘5N캡슐우유’와 ‘메타콘’의 돌풍을 계속 지켜나가 내년에는 영업이익률을 7%로 끌어올리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안미현기자 hyun@
  • 김호연 빙그레 회장 父子 해비타트 집짓기 자원봉사

    재벌총수가 두 아들과 함께 무주택 영세민을 위한 집짓기운동에 동참한다. 빙그레 김호연(金昊淵·46)회장은 오는 5일부터 강원도 태백시 장성동에서 진행될 ‘지미 카터 특별 건축사업 2001’행사에 맞춰 5박6일간의 여름휴가를 내 자원봉사자로 참가한다. 특별 건축사업 2001은 국제 자원봉사단체인 ‘해비타트’가 무주택 영세민을 위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 맞춰 진행하는 집짓기 행사다.국내외 자원봉사자들이 참가,태백과 전북 군산 등 전국 6개 지역에서 동시 진행된다. 김회장은 이번 행사에 동환(18)·동만(14) 두 아들도 참가시켜 더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안미현기자 hyun@
  • [클린 사이버 2001] (12)오염된 통신언어

    “술먹어서 그런지…눈은 게슴치레 촛점은 엄꾸.가끔은 헛구역질을 하더군여.우우우욱…-_-말짱한 정신이면 정말 괜차는 아가씨 여씀다…” PC통신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뒤 영화로도 만들어진 ‘엽기적인 그녀’의 시작 부분이다. 통신언어의 특징인 소리나는 대로 적기,음절 줄이기,이어적기,의도적 단어변형,이모티콘(emoticon·감정을 표현하는기호)등은 이 통신소설의 인기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아이,졸라 짱나(짜증나)” 요즘 10대들이 가장 많이 쓰는 비속어가 섞인 줄임말이다. 북서울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이경옥 교사(39)는 이런말을 들을 때마다 욕설을 쓰지말라고 타이르지만 아이들은“재밌잖아요”라고 대꾸하며 눈을 동그랗게 뜰 뿐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한글이 파괴되고 있다.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통신 환경의 제약을 극복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는 이용자들의 욕구에 의해 일상 언어와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통신언어의 현황 및 특징=타수를 줄여 빠르고 편리하게 글자를 적으려는 절약경제적 동기는 소리나는 대로 적기,줄여쓰기 등을 만들어냈다.예를 들어 ‘좋아’가 ‘조아’로,‘많아서’가 ‘마나서’,‘축하’는 ‘추카’로 적는 것이다. ‘게임방’은 ‘겜방’,‘메일’은 ‘멜’,‘그렇군’은 ‘글쿤’등으로 인터넷에서는 한글의 줄여쓰기가 통용되고 있다. 일상어와 달리 형태를 바꾸어 통신 분위기를 재미있고 편하게 만들어 친밀감을 나누려는 표현적 동기는 ‘알지’가 ‘알쥐’로,‘안녕’이 ‘안뇽’으로,‘해요’가 ‘해여’등으로 변형된 바꾸어 적기를 만들어냈다.이는 현실 공간의 언어 사용에서 벗어나 사이버 공간에서 자유로움과 새로움을 경험하려는 사회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또 ‘뭔일?’‘방가^^’등 서술어없이 한두 단어로 대화를나누는 완결되지 못한 문장,‘번개해봤음?’‘인사안해줘서삐짐’등 종결어미의 변용 등도 통신언어의 특징이다.어휘면에서도 ‘여자친구’를 뜻하는 ‘깔’,‘무시당하다’를의미하는 ‘씹혔다’등의 비속어,은어 등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지난 12월 펴낸‘바람직한 통신언어 확립을위한 기초연구’ 보고서에서 통신언어 사용실태를 세대별로조사한 결과 대화방에서 비속어 사용 비율은 10대 48.8%,20대 16.3%,30·40대 각각 17.5%로 나타났다.이는 컴퓨터 통신망,인터넷 등에서 A4용지 약 1,000매 분량의 자료를 분석,수집한 결과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의 김주환 회장(39)은 “학생들이 통신 어투를 쓰지않으면 또래 집단에서 따돌림당한다”면서 “언어는 습관이므로 표피적·형식적인데다 상대를 비하하는 언어생활이 내면화되지 않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또 인터넷 상에서 쓰이는 언어가 의사 소통의 불완전성,상호이질화,다른 사람에 대한 불쾌감 등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경옥 국어 교사는 “학생들이 국어 맞춤법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채팅 언어를 쓰다보니 통신언어 사용이 그대로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또 대화의 진지함이 없고 욕설,비속어를 쓰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욕이섞이지 않으면 아이들끼리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평소 자주 쓰는말을 10개씩 쓰라는 숙제를 내준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단어가 ‘열라’‘졸라’등 비속어나 욕으로 드러나 선생님은 물론 학생들도 민망스러워 한 일이 있었다. ●통신언어 사전등록?=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인터넷과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쓸 때 애용되는 축약어를 실은 사전을 지난 12일 발간했다.‘B4(Before·전에)’‘HAND(Have ANice Day·좋은 하루가 되길)’‘TX(Thanks·고맙습니다)’등이 영어로 인정받았다.기쁘다는 뜻의 :-),우울하다는 뜻의 :-(,놀랍다는 뜻의 :-O 등의 이모티콘도 사전에 올랐다. 이에 반해 국립국어연구원의 김문호 학예연구사(37)는 “일부 젊은층에서 개성발휘를 위해 사용하는 통신언어를 사전에 등록하는 것은 일시적 유행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국어를 바르게 쓰도록 계도해야지 경박하고 품위없는 언어사용을 사전에 반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의 이봉원 회장(34)은 “영어순화운동이 치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영국과 잘못된 단어가 국어사전에 버젓이 등록되어 있는 우리는 실정이 다르다”면서 “무조건 통신언어를 쓰지말라고 할 수 없지만 우리말을 바로잡는 것부터 먼저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른 국어사용을 위한 대책=문화관광부 국어정책과는 8월말부터 EBS에서 국어환경 개선을 위한 올바른 우리말을 가르치는 강좌를 방송할 예정이다.또한 통신상에서 사용되는 비속어,줄여쓰기 등 각종 잘못된 용어와 신조어 등을 등록한사전도 펴낼 계획이다. 자살사이트가 사회문제화되면서 지난 2월 교육인적자원부는 정보통신윤리교육을 강화했지만,일선 학교에서는 교실 뒤게시판에 반사회적 사이트 접촉 예방지도대책을 붙여 놓는‘탁상행정’으로 끝나고 말았다.또 이 윤리교육에서도 바른 언어사용에 대한 항목은 없었다. 이정복 대구대 국문과 교수는 “그냥 내버려두면 무분별한통신언어 사용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교육을 통해 적절하게 이끌어주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 ■ “영어 철자 관심만큼 우리말에도 애정을”. “영어의 철자를 실수하면 비웃으면서 우리나라말은 일부러 철자를무시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모임으로 발족한 ‘한글문화연대’(www.urimal.org)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그맨 정재환씨(40)는인터넷 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법,국어 파괴 현상에 아연실색했다. “수천년동안 쌓아놓은 문법이 마구 무너지고 있는데 너무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문법과 철자를 파괴하는 것은 쉽지만 제대로 된 문법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 수백년이 걸립니다” 지난해 성균관대 인문학부에 진학한 그의 우리말 사랑은 각별한다.학교내에도 ‘성균관 한글문화연대’를 만들었다.매주 금요일 모여서 회의를 하고,교내 승강기에 ‘우리말 더듬이’라는 판을 만들어 잘못된 말을 바로잡아 올린다. “될 수 있으면 줄인말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한글문화연대’를 ‘한문연’이라고 하면 한글이 아니라 한문(韓文)연구하는 곳 같죠? ‘성균관한글문화연대’도 ‘성한연’(성한년)이라고 하면 이상하잖아요.” 정재환씨의 또박또박한 말투와 깔끔한 외모가 마치 한국어처럼 단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학적인 글자라고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지키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문법과 철자를 마구 파괴하면서도 뜻만 통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최근 ‘우리말은 우리의 밥이다’라는 책을 냈다.이것이 처음은 아니다.‘자장면이 맞아요,잠봉은?’이라는 책도몇 년전 펴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에서 ‘우리말사랑’을 주제로 강연도 하고 있다.25일에는 충남 공주에서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저보다 학식있는 분들이 강연이 듣고 나서 감동받았다고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정재환씨는 머쓱한 듯 빙그레 웃는다. “‘우리나라 말 사랑하세요?’하면 열이면 10명 모두 그렇다고 대답합니다.그런데 ‘그 사랑을 어떻게 실천하세요?’그러면 어른들은 대답을 못해요.오히려 아이들은 ‘바르게쓰면 돼요”라고 정답을 말하지요”이송하기자 songha@
  • 동방아그로등 4개종목 장마후 상승 유망할듯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여름철 주식투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국투자신탁증권은 19일 이달 말에 주목할 여름 계절주로 동방아그로,롯데칠성,센추리,경농 등을 꼽았다.이들은 최근 5년간 장마소멸 이후 주가상승률이 높은 계절주들이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해 영업이익도 좋다. 한투증권의 황규원(黃圭元) 애널리스트는 “95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7∼8월 평균기온과 계절주 주가의 관계를 분석해 보니 장마전선 소멸 이후 2주동안 계절주 주가는 평균 10.0% 올랐다”고 말했다.그는 7∼8월에 여름 계절주들의 주가 상승률이 높은 것은 장마가 끝난 후 기온이 급등하면서 살충제와 살균제,청량 및 빙과류,냉방기기에 대한수요가 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장마후 2주간 주가 상승률은 동방아그로가 34.4%로 가장 높다.다음으로 롯데삼강 12.3%,롯데칠성 10.3%,센추리 9.9%,경농 8.0%,동부한농화학 7.9%,롯데제과와 빙그레가 6.8% 등의 순이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만루포 홍수… 팬 갈증 ‘싹’

    올 시즌 만루홈런이 폭죽처럼 터져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23일 잠실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두산-SK의 경기에서 무명의 송원국(22·두산)이 6-6으로 팽팽히 맞선 9회 2사만루에서강봉규의 대타로 나서 끝내기 만루포를 뿜어냈다. 광주일고를 거쳐 98년 두산에 입단한 고졸 4년차 송원국은줄곧 2군에서 뛰다 1군 경기 첫 타석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송원국은 이번 만루포로 신기록 2개를 보유하게 됐다.데뷔타석 첫 만루홈런과 대타 끝내기 만루홈런이다.데뷔 타석 홈런은 98년 4월11일 롯데-삼성전에서 조경환(롯데)이 기록했지만 만루포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관중들의 감흥을 절정으로 이끄는 끝내기 만루포는 지난12일 대구 삼성-LG전에서 강동우(삼성)가 연장 10회 터뜨린데 이어 올시즌 2번째이며 통산 9번째다. 역대 끝내기 만루포는 82년 이종도(전 MBC),83년 김진우(전삼미),84년 오대석(전 삼성),92년 김영직(전 LG),93년 최훈재(현 두산),95년 이동수(현 해태),98년 조경환(롯데) 등이만들어냈다. 또 이날 해태-한화전에서는 이동수(해태)가 6회만루포를그려냈고 루이스 산토스도 7회 만루홈런을 뽑아냈다.이날 만루포 3개가 폭발함으로써 역대 하루 최다 만루포 타이를 이뤘다. 하루 만루포 3발은 92년 6월5일 한대화(당시 해태),강석천,김용선(이상 빙그레),95년 6월28일 임수혁(롯데),장종훈(한화),김성현(삼성)이 뿜어낸 데 이어 통산 3번째다. 개인 최다 만루포는 김기태(삼성)가 8개로 가장 많고 다음은 신동주(해태)와 박재홍(현대)이 각 6개로 뒤를 잇고 있다. 82년과 86년에는 불과 5개의 만루포가 나와 역대 최소였다. 그러나 확연한 ‘타고투저’ 현상 속에 올시즌 현재 만루포는 무려 21개나 쏟아져 99년 31개가 터진 한시즌 최다 만루포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김민수기자 kimms@
  • “무더위가 좋다”

    올들어 상장기업 가운데 여름성수품 제조업체의 주가상승률이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6일 증권거래소가 발표한 ‘여름 성수품 제조회사의 하절기 주가추이’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5일까지 빙과류,음료,주류,에어컨,농약,비료 등 여름성수품 제조업체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26.34%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14.73%보다 11.61%포인트높다. 업종별로는 롯데칠성·범양식품 등 음료생산업체의 주가상승률이 34.13%로 가장 높았다.이어 에어컨(32.64%),비료(24.95%),빙과류(24.86%),주류생산업체(22.56%)등의 순이었다. 업체중에서는 빙과류 생산업체인 빙그레와 롯데삼강의 주가상승률이 각각 84.23%와 64.04%로 높았다. 에어컨 생산업체인 센추리(39.55%),음료업체인 범양식품(38.92%),LG전자(37.19%),비료생산업체인 남해화학(36.99%),농약업체인 동부한농화학(35.38%) 등도 호조를 보였다. 한편 여름성수품 생산업체의 하절기 주가상승률은 기상과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름에 비가 많고 기온이 낮았던 99년의 경우 성수품 제조업체들의 6월 주가상승률은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에 비해 1.28%포인트 높았다.반면 날씨가 무더웠던 지난해에는 이들 업체의 6월 주가상승률이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3.74%포인트 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육철수기자 ycs@
  • 대기업 상반기 게릴라식 공채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들이 인력을 채용한다.그러나 규모도적고 취업 사이트 등을 통한 ‘반짝 공고’여서 주의와 관심이 요구된다. ■‘게릴라식’ 공채 당초 예정에 없다가 급하게 채용계획이 잡히는 바람에 속전속결로 진행된다.온라인 채용사이트 등을 통해 공고를 낸 뒤 짧은 기간동안 채용접수를 받는다.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들이 취업난을 해소하려는 정부의권고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계열사별 공채 봇물 삼성·LG·SK·한화 등 대기업 계열사는 물론,애경산업·빙그레·신도리코 등도 다음주까지 원서접수를 마감한다.모집인원은 대부분 00명(10명 이상)으로,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와 삼성전기·삼성중공업 등이 사원을 모집한다.LG는 LG전자·LG캐피탈·LG정보통신·LG화학·LG상사 등에서 신입 및 경력사원을 뽑는다. SK는 그룹 및 SK글로벌에서 사원을 모집하며,한화그룹은 ㈜한화·한화종합화학·한화증권·한화유통 등에서 관련전공신입 및 경력사원을 채용한다.이밖에 외환카드·농심·동부생명·쌍용정보통신 등도 신입사원을 뽑는다. ■외국업체도 가세 한국휴렛팩커드(25일 마감)와 한국IBM(20일 마감)·소니코리아(18일 마감) 등도 마케팅·영업 및 프로그래머 등 분야에서 신입·경력사원을 모집한다. ■정보력이 관건 잡코리아(www.jobkorea.co.kr)·인크루트(www.incruit.com) 등은 대기업 공채를 비롯,수시·상시 채용관련 정보를 모아 실시간 제공한다. 김미경기자
  • 라면값 8.7% 오른다

    라면값이 최고 14%오른다. 국내 라면시장의 67%를 차지하고 있는 (주)농심은 오는 21일부터 '신라면' '안성탕면'등 6개 주력상품의 가격을 평균 8.7% 인상한다고 16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경쟁업체인 삼양식품·오뚜기·빙그레·한국아쿠르트 등도 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라면값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수도요금(0.41%)보다 높은 0.44%이다. 농심은 환율상승 여파로 소맥분·전분 등 주요원·부자재 가격이 오르고 국제시장에서 주요자재의 단가상승이 지속돼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개당 450원인 신라면은 30원(6.7%) 오른 480원, 안성탕면은 50원(14.3%) 오른 400원, 큰사발면과 생생우동은 각각 50원·100원(7.7%) 오른 700원·1,400원으로 조정된다. 안미현기자
  • 유통 단신/ 발효유업계 “위를 위하여”

    “이제는 위(胃)를 생각합시다” 어떻게 하면 장(腸)에 살아서 도달할까를 연구하던 발효유업계가 눈높이를 올렸다. 술잔을 아무렇지 않게 돌리고 큰 찌개그릇에 너도나도 숟가락을 풍덩풍덩 넣어 떠먹는 식습관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은 유난히 위질환이 많다. 위 질환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균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이 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기능성 위 발효유시장이 1,000억원대 시장으로 급성장한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국야쿠르트의 ‘윌’과 남양유업의 위력’이 대표적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한 쪽은 한국야쿠르트.지난해 9월 ‘윌’을 내놓아 출시 한달만에 하루 30만병 출고 신기록을 세웠다.지금도 밀려드는 주문량을 대지 못하고 있다.임상실험결과 숙취 해소및 해열작용은 물론 위질환 치료에도 효과가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뒤이어 가세한 남양유업 ‘위력’의 추격도 매섭다.헬리코박터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파라카제이균 사용에 성공,특허출원을 내놓았다.손상된 위벽의 재생을 돕는 글로카민(아미노산)도 함유돼 있어 반응이 좋다.방문판매(윌)와 매장판매(위력)라는 두 회사의 차별화된판매전략도 주목된다. 서울우유·빙그레·매일유업도 관련제품 출시를 준비중에있다. 안미현기자
  • 이승엽 8호포.. 홈런 공동선두

    이승엽(삼성)이 이틀 연속 홈런포를 가동, 홈런 공동 선두에 나섰다. 이승엽은 4일 대구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현대와의 경기에서 2-4로 뒤진 5회 1사1루에서 상대 선발 박장희의 8구째 직구를 통타, 우중월 장외(135m) 2점포를 뿜어냈다. 이로써 이승엽은 8호 홈런을 기록, 장종훈(한화)과 홈런 공동 1위에 올랐다. 이승엽이 홈런 선두에 나선 것은 지난달 5일 개막전 '축포'이후 처음이다. 이승엽은 시즌 최다홈런(54개)의 신화를 창조한 99년 이날 현재 보다 1개가 많아 시즌 최다홈런 경신의 꿈을 부풀렸다. 그러나 삼성은 현대에 5-8로 졌다. 현대는 4연승의 무서운 상승세로 삼성·한화와 공동 2위를 이루며 선두 두산에 1.5게임차로 다가섰다. 9회 등판한 위재영은 4경기 연속 세이브로 8세이브포인트째를 마크, 구원 선두 벤 리베라(삼성)를 1포인트차로 압박했다. 두산은 잠실에서 장단 11안타를 집중시켜 서울 맞수 LG를 11-4로 제치고 선두를 질주했다. 김인식 감독은 김응용(삼성)·김성근(LG코치)·김영덕(전 빙그레)·강병철(SK)감독에 이어 5번째로통산 500승 고지에 올랐다. 두산은 3-4로 뒤진 6회말 4안타3볼넷을 묶어 대거 5득점, 승부를 갈랐다. 7위 롯데는 대전에서 손민한의 호투와 조경환의 2점포 2발로 한화를 9-1로 대파했다. 한화전 4연승, 대전구장 8연승. 손민한은 6과 3분의 1이닝동안 삼진5개를 곁들이며 7안타3볼넷1실점으로 막아 4승째. SK는 인천에서 김원형의 역투로 해태를 8-2로 누르고 3연패를 끊었다. 김원형은 7이닝동안 삼진 9개를 솎아내며 5안타 2실점으로 막아 3승째. 김민수기자
  • [대한광장] 초여름날의 수학여행

    고단한 생활에 지쳐 있다가도 문득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머금을 때가 있다.장년의 나이에 이를수록 유년의 기억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그것은 메마른 일상을 적셔주는 한줄기 시원한 청량음료와 같다. 지난 겨울에 나만의 내밀한 추억을 되새기며 섬진강 상류의 옥정호 주변을 찾았다.그 호수는 내가 처음으로 수학여행을 갔던 곳이다.지난 60년대에 궁벽한 산촌에서 학교를다닌 사람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겠지만,그때 우리는 ‘수학여행’이란 단지 도회지 아이들에게나 해당되는 일로만 여겼다. 6학년 초에 아마 담임선생님이 처음 수학여행 이야기를 꺼내셨던 것 같다.오십명 남짓 되던 우리들 모두는 다같이 좋아서 날뛰었고,그 다음날부터 학교생활 자체가 여행계획을중심으로 짜여졌다.방과후에 뒷산에 올라 싸리나무를 베던일,그 나무들을 한데 묶어 빗자루를 만들던 일,그리고 인근면소재지의 장이 열리면 교대로 나가서 내다팔던 일이 기억에 새롭다. 드디어 6월 어느날 이른 아침에,우리는 그동안 모은 돈을밑천삼아수학여행을 떠났다.말이 수학여행이지 그건 하루종일 산길을 걷는 도보여행이었다. 몇 봉우리의 산을 넘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어쨌든 저녁무렵에 칠보 수력발전소에 이르렀으니 무척 많이 걸었던 모양이다.그 다음날 버스를 타고 넓은 호수를 구경했다.마침이전 댐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큰 새로운 댐을 건설하고 있었다.공사감독의 배려로 현장에서 사용하는 케이블카를 타는행운도 누렸다.원래 계획으로는 그날 버스편으로 돌아와야했다.그러나 때마침 쏟아진 장맛비로 도로가 막히면서 공사판을 떠날 수 없었다. 우리는 공사판 근처의 허름한 음식점에서 함께 기숙했다. 그렇게 사흘을 머물렀다.식사 때마다 우동과 자장면을 번갈아 시켜먹는 것이 무척 신이 나기도 했다.식사가 끝나면 빗발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널따란 방에서 끼리끼리화투를 치며 놀았다.비가 그친 후에 마을로 돌아오기는 했지만,예상치 못한 비용 때문에 우리는 얼마씩 돈을 더 거두어야 했다. 일부는 담임선생님이 부담하셨다고 들었다.이것은 가난하고 고달팠던 한 세대 전의이야기다.나는 졸업 후에 곧바로고향을 떠났으므로,그 선생님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나는 지금도 삶이 고달플 때,또 요즘처럼 주위를 둘러보아도 답답한 일들만 가득차 있을 때,가끔 그 수학여행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는다.그러나 그 웃음 속에는 눈물이 깃들어있다.눈물을 글썽이는 순간 사람은 순수해진다고 한다.그순수한 마음으로 그 시절의 교육을 생각한다.그 당시에도도회지 학교에 비해 ‘뒤처진’교육을 받았겠지만,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내게는 황금기였던 모양이다.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 선생님을 생각한다.아무래도교육자로서 나의 자질은 그 분보다 뒤떨어지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 분은 자신의 삶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에게무언가를 가르쳐주시지 않았나 싶다.그 시절에는 그런 분위기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가난한 농투성이 아이들에게 진솔한 사랑을 베풀어주시던 모습이 눈물과 함께 어른거리곤 한다. 하나,느리게 살아가던 학교생활과 농군 복장을 하고 틈만나면 막걸리를 마시던 선생님의 모습과 그리고 모두 가난하기 때문에 서로 친근했던 친구들이 요즘 들어 더욱더 선연한 기억으로 다가오는 것은 잃어버린 시절에 대한 아련한향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도대체 교육이란 무엇인가.삶 자체를 배우는 것 말고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교육의 황폐화와 교실붕괴를 개탄하는기획기사들이 신문지면에 가득한 지금 다시 한번 되묻고 싶다.도대체 교육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영석 광주대교수
  • 日교과서 왜곡 특별교육 첫날 학생들 표정

    “우리가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을 지적하는 것은 진정한 평화관계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경복고 1학년 1반 교실.남학생 40여명이 현명철(玄明喆·41·국사) 교사가 진행하는 ‘일본 교과서 왜곡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특강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조금전까지의 장난스러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여기가 우리나라,혼슈(本州),그리고 홋카이도(北海道)…” 현 교사가 임진왜란 이후의 한·일 관계를 설명하며 칠판에 한국과 중국,일본의 지도를 그리자 한 학생이 “선생님,독도가 빠졌어요”라며 날카롭게 지적했다.다른 학생들도“맞아요,독도도 그려요”라고 호응했다. 현 교사는 학생들의 지적에 빙그레 웃으며 울릉도와 독도를 표시한 뒤 다시 수업을 이어갔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德川)막부가 조선정부에 ‘임진왜란은 잘못된 전쟁’임을 인정하고 통신사를 청했다는 대목에 이르자 학생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현 교사는 “‘봐라,조선이 외교사절을 보낼 만큼 우리 도쿠가와 가문은인정을 받고 있다’고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전쟁으로 피폐해진 국토를 재건하기위해 일본과 평화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던 조선은 일본이 잘못을 인정하자 통신사를 파견,교린(交隣)외교로 평화 관계를 복원하는 계기로 삼았다”고 덧붙였다.학생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막부가 힘을 잃고 일본에서 근대국가를 세우려는 기운이 번지면서 이런 ‘잘못 인정’에 기반한 평화 관계는 깨지고 다시 우리나라를 침략했어요.그게 언제쯤이죠?” “메이지(明治)유신 때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수업을 듣던 한 학생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현 교사는 “현재 일본에서 번지고 있는 군국주의적인 기운은 동아시아에 긴장을 조성할 수밖에 없다”면서 “일본이 역사의 교훈을 잊었을 때 평화가 깨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수업을 마친 뒤 이호연군(16)은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이 왜 심각한지를 비로소 깨달았다”고 말했다.하태윤(河泰允·16)군도 “앞으로 학교에서 우리 역사를 좀더 자세히 가르쳐줬으면 좋겠다”고 맞장구를쳤다. 내년부터 7차 교육과정이 시작되면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선택과목이 된다는 말에 이정욱(李政郁·16)군은 “우리의 역사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일본의 역사 왜곡에대응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95년 일본 홋카이도대에서 ‘막부 말기 대마번(對馬藩) 정치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현 교사는 “자라는학생들에게는 근·현대사의 교육이 가장 중요한데 정작 교과과정에서는 한국전쟁 이후의 현대사는 간결하게 처리돼있다”면서 “그나마 내년부터 학생들이 근·현대사를 접할 기회가 더욱 줄어들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내년부터 고교 1학년 과정의 국사과목은 정치·경제·사회·문화사로 나누어진다.정치·경제사는 고대∼현대,사회·문화사는 개요를 다루는 데 그칠 전망이다.2∼3학년 과정에서는 근·현대사는 정치·경제,세계사 등과 함께 선택과목으로 바뀐다. 서울대 국사학과 권태억(權泰億) 교수는 “세계화라는 구호와 함께 우리 역사에 대한 무관심도 확산되고 있다”면서 “일본 교과서 왜곡만 탓할게 아니라 우리 근·현대사를보다 자세하게 알려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영우 이송하기자 anselmus@
  • 빙과업계 ‘아이스크림콘’전쟁

    봄철임에도 빙과업계의 전쟁이 불을 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빙그레 롯데 해태 등 3사가 1,100억원 규모의 여름철 아이스크림콘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광고전을 치열하게펼치고 있다.예년에는 더위가 몰려올 즈음 빙과업계의 시장다툼이 시작됐으나 올해는 봄이 따뜻해 일찌감치 불길이 당겨졌다. 먼저 공세에 나선 곳은 빙그레.빙그레는 최근 신제품 ‘메타콘’을 선보였다.빙그레의 관계자는 “메타콘이 요즘 하루 24만개 가량 팔리고 있어 연말쯤 매출이 250억원에 이를것으로 보인다”면서 “광고비로 20억원정도를 투입해 소비자의 관심을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빙그레의 이같은 선공에 해태와 롯데는 기존 제품의 광고모델을 바꾸거나 광고시간을 대폭 늘리는 등 맞불을 놓고있다. 롯데는 지난해 329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업계에서 일등을차지한 ‘월드콘’의 모델을 톱스타 차태현으로 교체하는등 월드콘 광고에 20억원을 쏟아붓는다.한 관계자는 “신제품이 아예 시장에서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국내 최장수 브랜드인 ‘부라보콘’를 갖고 있는 해태는 한층 공격적인 태도이다.연간 매출이 200억원이 넘는부라보콘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해태에게 최대의 ‘효자’제품이다.따라서 해태는 부라보콘의 아성을 지키기 위해 인기그룹 GOD에게 6억원이나 주고 1년간 전속모델 계약을 맺는 초강수를 두었다.또한 아이스크림 전체 광고비 45억원가운데 13억원을 부라보콘에 투입한다. 빙과업계의 한 관계자는 “빙과시장은 이미 성숙단계여서신규시장 창출이 어렵다”면서 “따라서 시장을 지키고 빼앗으려는 업체간 경쟁은 무서울 정도”라고 전했다. 윤창수기자 geo@
  • ‘상공의 날’ 174명에 훈·포장

    제28회 ‘상공의 날’ 행사가 21일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고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 등 각계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행사에서 박영주(朴英珠) 이건산업 회장과 신중규(申仲奎) 피스코리아 대표가 각각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김호연(金昊淵) 빙그레 회장 등 9명이 산업훈장을,이규홍(李揆洪) 풍산 부사장 등 5명이 산업포장을,정연철(鄭然徹) 풍국기업 대표 등 9명이 대통령 표창을 받는 등 모두 174명의 상공인이 훈·포장을 받았다.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의 아들 재국(宰國·시공사 대표)씨도 산업자원부장관 표창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박용성(朴容晟) 상의회장은 기념사에서 “최근 미국,일본 등 선진국 경기침체로 세계경제에 동시불황의 그림자가드리워져 있는 만큼 기업들이 핵심역량 강화와 기술개발을 통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행사에는 신국환(辛國煥) 산자부 장관,김각중(金珏中) 전경련 회장,김재철(金在哲) 무역협회 회장,김영수(金榮洙)기협중앙회 회장 등 경제 4단체장과모범상공인,재외동포상공인 등 1,100여명이 참석했다. 다음은 포상자 명단. ◆산업훈장(9명) ▲금탑 朴英珠(이건산업 회장) 申仲奎(피스코리아 대표이사) ▲은탑 金昊淵(빙그레 회장) 方丁基(LG화학 부사장) ▲동탑 姜貞求(에프와이디 대표이사) 韓炯錫(마니커 대표이사) ▲철탑 徐相圭(영기합섬 대표이사)朴冠會(대선제분 대표이사) ▲석탑 崔伯奎(조흥전기산업대표이사) ◆산업포장(5명) 李揆洪(풍산 부사장) 朴龍海(동양산업 대표이사) 曺永模(롯데상사 상무이사) 李勉官(Qing Yin 인터내셔널 대표이사) 플로리안슈프너(한독상공회의소 대표) ◆대통령표창(9명) 鄭然徹(풍국기업 회장) 申達錫(동명통산 대표이사) 權晳珍(영진프라스틱공업 대표)梁正武(랭스필드 대표이사) 成映穆(삼성물산 상무이사) 尹學柱(한국야쿠르트 공장장) 白道哲(한국단자공업 상무이사) 安萬吾(PT.Bumi TekindoDam Par jaya 대표이사) 태미 오버비(주한미국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 ◆국무총리표창(13명) 柳麟奎(정화흥산 대표이사) 鄭津澤(한국몰렉스 대표이사) 洪性潤(고려자연식품 대표이사) 金正虎(한독정밀공업대표이사) 全鍾仁(우수기계공업 대표이사) 金相準(한화 이사) 金永植(영창산업 이사) 羅采萬(대우전자 과장) 河善植(성우실업유한공사 대표이사) 辛台永(Al-Mutawa SamYong대표이사) 히라타 요시오(한국도카이카본 부사장) 타카하시 사카에(한국에바라정밀기계 공장장) 피터 리차드슨(한국스카파테이프 대표이사) ◆산업자원부 장관표창(101명)金承泰 세계산업 대표 외 100명
  • 오염물질 배출 무더기 적발

    일부 공기업과 대기업이 허용기준을 초과한 오염물질을 배출하다 무더기로 적발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한달동안 전국의 1만2,286개 오염물질 배출업소를 단속한 결과 농협중앙회 목우촌과 여수화력발전처,경상대,롯데햄·롯데우유,빙그레광주공장 등 1,270개소(10.3%)를 적발,의법조치했다고 8일 밝혔다. 이 가운데 환경오염 방지시설을 가동하지 않은 채 오염물질을 배출하거나허가없이 시설을 운영한 목우촌 음성계육가공공장,신영축산,삼광제지공업 등 433개 업소는 조업정지 등 행정처분과 함께 사직당국에 고발됐다. 또 대기업인 롯데햄,롯데제과와 빙그레,공기업인 한국전력여수화력발전처,경상대학교 등은 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을초과해 개선명령을 받았다. 목우촌 음성계육가공공장의 경우 파손된 배관을 방치,폐수24㎥ 가량을 인근 하천으로 유출해 2,250만원의 과징금과 함께 고발조치됐다. 대구 달성군의 롯데햄·롯데우유는 기준치(200㎎/S㎥)의 2배에 가까운 397㎎/S㎥의 먼지를 배출했으며,경기도 광주군의 빙그레 공장은 총인(TP) 배출농도가기준치(4ppm)의 2배가 넘는 10.02ppm을 기록했다. 이밖에 전남 여수의 한국전력 여수화력발전처와 경남 진주의 경상대학교는 각각 253.324ppm의 질소산화물(기준치 250ppm)과 93.4㎎/S㎥의 먼지(기준치 50㎎/S㎥)를 배출하다 적발됐다. 이도운기자 da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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