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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빙그레
    202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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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관의 심정으로 야구 역사 씁니다”

    야구는 ‘기록의 경기’라고 한다. 경기를 보지 않아도 기록지만으로 상황을 거의 완벽하게 재구성하기 때문이다. 기록원들은 안타 홈런 실책 도루는 물론 야구에서 나올 수 있는 사소한 모든 상황까지 빠짐없이 ‘사초’(史草)인 기록지에 남긴다. 김재권(46) 한국야구위원회(KBO) 기록위원이 지난 13일 대전구장의 한화-롯데전에서 통산 2000경기 기록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국내 프로야구 출범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김 위원은 “한순간도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에 경기를 쭉 지켜봐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소변이 마려워도 참아야 했고 배탈이 나 경기가 끝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간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김 위원이 프로야구 기록과 인연을 맺은 건 1986년. 덕수상고를 출신인 그는 재학 시절 하루에 고교야구 5경기를 내리 볼 정도로 ‘야구광’이었다. 졸업 후 건설회사에 잠시 몸을 담았지만 친구의 권유로 KBO에서 주최한 기록강습회에 참석하면서 기록원의 인생을 걸었다. 그는 1987년 4월9일 청보-빙그레 전에서 기록지를 작성한 것을 시작으로 20년 만에 2000경기 기록 출장의 주인공이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1997년 5월23일 대전 한화-OB(현 두산)전. 당시 한화 선발 정민철은 8회 1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벌였으나 심정수(현재 삼성) 타석 때 포수 강인권이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출루시켜 국내 첫 퍼펙트게임을 기록으로 남길 기회를 놓쳤다. 김 위원은 구장마다 기록실이 달라 경기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대전과 광주 등 지방 구장은 기록실 위치가 좋지 않아 타자가 심판이나 포수에 가려 기록에 어려움이 많다.”며 “간혹 시야가 가려 상대 수비수 실책을 기록하면 안타로 기록을 바꿔달라고 항의하는 타자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프로야구 역사의 현장을 지키는 사관의 심정으로 앞으로 정확하고 공정한 기록에 더 힘을 쏟겠다.”고 각오를 다졌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주말탐구] 아이스크림

    [주말탐구] 아이스크림

    “비 비 꼬였네 들쑥날쑥해∼”(롯데제과 스크류바 광고음악 중) 1980년대 이후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이 음악이 귓가에 맴돌면 ‘이제 여름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는다. 뜨거운 태양아래 아이스크림을 한 입 물었을 때의 짜릿한 시림도 함께 떠오른다. 업계는 여름시장 아이스크림의 하루 판매량이 평소의 두 배 이상 는다고 본다.‘여름 승부’를 준비 중인 아이스크림 업체의 생산 현장을 둘러봤다. ■ 아이스크림의 역사를 아시나요 “수은주야 올라라. 월드컵 열풍은 뜨겁게 불어라.” 수은주가 수직 상승하면서 전통의 여름철 주력 군것질인 아이스크림과 빙과제품을 찾는 이가 많이 늘었다. 아이스크림 업계에는 여름성수기 장사를 빗댄 ‘4·19’와 ‘8·15’란 말이 있다. 장덕현 해태제과 부라보콘 SPU장은 “4월19일부터 8월15일까지가 한 해 아이스크림 시장을 주도한다.”며 업체마다 본격적인 아이스크림 냉전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실제로 아이스크림 생산라인은 지난달부터 풀가동에 들어갔다. 월드컵 특수에다가 예년보다 무더운 여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롯데제과 김유택 부장은 “예년의 경우 6월부터 풀가동이지만 올해에는 두 달가량 일찍 공장을 완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제품은 현재 창고에 차곡차곡 쌓인다. 날씨에 따라 주요 제품의 매출은 달라진다. 업계에는 “날씨가 영업 상무”라거나 “빙과는 하늘과 손잡고 하는 장사”라는 말이 전해 온다. 기온이 25∼30도일 경우 콘 아이스크림이 잘 팔린다. 하지만 30도를 웃돌 경우 빙과 제품인 펜슬(튜브) 형태의 제품이 잘 팔린다. 더울 땐 청량감을 얻기 위해 빙과를 사고, 덜 더울땐 맛 위주로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독일월드컵으로 인한 아이스크림 특수도 기대되고 있다. 월드컵 개최국이 유럽이라는 사실에 착안, 유럽풍의 제품도 나오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층이 메인 타깃으로 삼았다. 월드콘은 지난 3월부터 ‘월드콘 먹고 독일가자’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이벤트 당첨자에게 독일월드컵 응원 여행권 등의 경품을 내놓았다.‘돼지바’는 월드컵 경기를 패러디한 광고로 화제를 모은다. 하겐다즈는 와인과 홍차 등 유럽풍의 식재료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내놓고 있다. 건강을 겨냥한 웰빙제품도 지속적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초콜릿·석류·녹차 등이 들어간 빙과류도 나오고 있다. 석류미인바·초코마·설렘 녹차 등의 제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이스크림 업계는 벌써 한여름이다.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의 기원설은 여러가지다. 고대 중국인들은 기원전 3000년쯤부터 눈이나 얼음에 꿀과 과일즙을 섞어 먹었고, 춘추전국시대에는 설빙고를 이용해 얼음을 보관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아이스크림의 원조격이다. 우리나라 아이스크림 역사는 신라시대로 거슬러간다. 신라 노례왕(24∼57)때 이미 경북 청도에 최초의 얼음 창고를 지었으며, 겨울 강가에 얼어붙었던 얼음을 보관했다가 더운 여름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와 삼국사기 등에 전한다. 서양의 경우 기원전 4세기쯤 눈을 이용한 기록이 보인다. 그리스 알렉산더 대왕이 이집트로 원정을 갔을 때 알프스의 겨울 눈을 보관했다가 과실이나 과즙을 차게 해서 병사들에게 먹였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로마의 네로 황제는 알프스의 눈을 운반하는 군인에게 “로마에 도착하기 전에 눈이 녹으면 사형에 처한다.”는 명령을 내렸다는 설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아아스크림 기원설 가운데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 마르코폴로가 1292년 중국을 다녀와 쓴 ‘동방견문록’에는 당시 베이징에서 즐겨먹고 있던 얼린 우유 만드는 법을 베니스로 가져가 북부 이탈리아에 전했다는 기록이 이를 뒤받침한다. 즉,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먹고있던 아이스 제품이 마르코폴로에 의해 서양으로 전해진 것이다. 마르코폴로 이후 아이스크림 제조기술은 이탈리아에서 꽃피웠다.16세기 플로렌스의 공주 카트린 드 메디치가 프랑스 왕가로 시집가면서 이이스크림 제조기법이 프랑스에도 전해졌다. 당시의 아이스크림 제조기법은 당시 왕실 요리사들에게만 전수된 특급 비밀이었다. 평민은 맛보기 어려웠던 아이스크림은 1686년 이탈리아인 프로코피오가 프랑스 파리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면서 상업화되기 시작했다. 오렌지나 레몬 등에 단맛을 첨가한 주스를 만들어 얼린 아이스캔디 형태였다. 요즘과 같은 아이스크림이 나온 것은 1774년 프랑스 루이왕가의 요리장이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전한다. 이 때는 ‘크림아이스’라 불렀으나 이후 ‘아이스크림’이라 이름이 바뀌었다. 국내에는 빙과 제품을 돈을 주고 사먹기 시작한 것으로 1950년대로 알려져 있다.62년 삼강산업이 바 라인을 도입, 최초로 하드를 생산하면서 대량 양산 체제에 들어갔다. 이전에는 팥 앙금 등으로 집에서 만든 빙과류가 고작이었다.70년 해태제과가 국내 처음으로 덴마크에서 최신 설비와 기술을 도입, 현대적인 아이스크림인 ‘부라보콘’ 등을 개발했다. 서구식 아이스크림은 90년 하겐다즈가 상륙하면서부터. 아이스크림은 차를 마시듯 먹는 것이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롯데제과 개발실 찾아가 보니 #1. 뚝 딱,‘15m 15분’ 집에서 아이스크림 만들어 본 적 있나요? 설탕에 우유 등을 적당히 섞은 다음 냉동실에 넣고 살살 녹는 아이스크림이 되길 기대했겠죠. 결과는 물론 실패였을 것입니다. 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거든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공장에서 나오는 저의 탄생 비결을 공개하죠. 제 이름은 ‘스크류바’ 입니다. 첫 출발은 탱크에서 합니다. 처음에는 원료를 섞은 뜨거운 용액에 불과해요. 살균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온도가 무려 90도가 넘어요. 탱크에서 열은 5도까지 떨어집니다. 사실 ‘부드러운 맛’의 비결은 여기 있어요. 탱크 안 프로펠러 모양의 ‘손’이 계속해 저를 저어요. 이 때 점도를 높여주는 ‘증점제’라는 성분이 몸 속으로 들어오죠. 아무리 꽁꽁 얼어도 입안에서 살살 녹는 이유는 이 ‘끈적함’ 때문입니다. 본격적인 ‘몸 만들기’는 15m정도 되는 벨트 위에서 이뤄집니다. 빨대같은 튜브가 물총을 쏘듯 ‘사과맛’ 용액 상태인 저를 틀에 담습니다. 주변에는 영하 35도 정도의 냉각수가 흘러요. 겉이 살짝 얼면 빨대처럼 생긴 튜브가 제 안 부분을 쏙 뽑아낸 다음 그 자리에 ‘딸기맛’을 채워요. 몸통은 다 만들어진 셈이죠. 가장 어려운 과정은 ‘다리 붙이기’에요. 속이 채워지면 제 다리인 ‘막대’를 꽂습니다. 몸이 단단하게 얼면 기계는 막대를 잡고 제 몸을 틀에서 분리합니다. 이 때 다리가 몸통에서 떨어져 나가면 불량품 신세가 됩니다. 15m 벨트를 통과해 포장지로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5분. 이걸로 끝은 아니죠. 포장후 무려 영하 40도인 시베리아 같은 냉동고로 옮겨집니다. 여기서 최소 이틀은 기다려야 해요. 오염된 건 아닌지 미생물 검사를 하는데 최소 48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별로 없어요. 포장된 저를 상자에 담는 정도죠. 그렇지만 제가 탄생한 것은 기계가 아닌 손으로 저를 개발한 ‘어머니’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지금도 끝없이 제 후배들을 만들고 있죠. #2. 설사는 곧 ‘산고’? “세상에 나온 아이스크림은 거의 다 먹어봤을 걸요.”20년간 아이스크림 개발에 매달린 조경수 롯데제과 마케팅 실장은 “지금까지 몇 개의 아이스크림을 먹어봤냐.”는 질문에 “온 종일 아이스크림 먹기 때문에 이루 셀 수 없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아이스크림 개발실 사람들에게 저는 밥보다 더 중요한 주식이지요. 그들은 오전 9시에 모여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어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온 세계의 아이스크림이 그들의 식탁에 오르죠. 맛을 보고 ‘영감’을 떠올린 이들은 각자 자리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맛 개발에 들어갑니다. 향료와 각종 식재료를 배합해 즉석에서 얼리죠. 실패작의 경우 한 입 물어본 뒤 뱉어내지만 ‘이거다’ 싶을 때는 몇 개라도 먹어본대요.“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 설사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죠. 그래도 비만인 연구원이 별로 없는 것을 보면 신기하죠.” 유기돈 연구원은 “특히 과음한 다음날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할 때는 괴로울 때도 있다.”면서 “점심은 주로 찌개나 얼큰한 국을 먹는다.”며 웃음 짓습니다. 최근 들어 아이스크림의 맛 개발에 있어 그들의 입맛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으로 떠오른 것은 소비자들의 아이디어래요. 조 실장은 “‘꼬치처럼 빼먹게 해달라.’,‘최신 유행하는 석류맛을 만들어 달라.’는 등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아이스크림에 얽힌 진기록들 ●진기록의 연속, 부라보콘 1970년 4월 출시 이후 36년 된 국내 최장수 아이스크림이다. 지난 해까지 33억개,8000억원어치가 팔렸다. 길이로 환산하면 55만 2000㎞로 지구를 14바퀴 돌 수 있다. 한국능률협회가 실시한 ‘한국산업의 브랜드 파워’조사에서 지난 2000년 이후 6년 연속 1위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출시 당시 인기가 폭발했다. 전국에서 상경한 도매상들 때문에 공장 출입문을 봉쇄했을 정도다.“12시에 만나요∼부라보콘”이란 CM송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리던 판문점에서 우리측이 북측의 대표단에 부라보콘을 제공하자 북측은 “미제 아이스크림이냐.”고 물었고, 남측 관계자들은 “해태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에 의구심을 품자 상표와 회사 주소까지 확인시켰다는 일화도 전한다. ●‘커플 아이스크림’의 원조, 쌍쌍바 1979년 둘이 나눠 먹을 수 있는 아이스바로 국내 최초로 출시됐다가 곧 사라졌다. 그러나 지난 99년 ‘커플 마케팅’ 바람을 타고 다시 출시된 커플 아이스크림의 효시이다. ●추억의 바밤바 “첫번째 그맛∼”으로 시작하는 CM송으로 여전히 인기다.76년 출시된 바밤바에는 밤맛의 크림속에 달콤한 시럽이 들어있다. 월 평균 3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고 매출의 월드콘 1986년 3월 출시, 만 스무살이 된 월드콘은 그동안 17억개가 팔렸다. 국민 한 사람당 35개 이상 먹을 수 있는 분량. 길이로는 38만 3000㎞로 지구를 약 10바퀴 돌 수 있다. 지난해 연 460억원의 경이적인 매출 기록을 달성했다.98년 빙과시장 최초로 단일 품목 연매출 300억원을 돌파했다.88년 부라보콘의 아성을 무너뜨린 이후 아이스크림 시장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블루오션, 설레임 2003년 출시된 ‘설레임’은 월드콘과 함께 연매출 460억원대 오른 제품이다.3년의 단기간에 쌓은 매출 치고는 놀라운 기록이다. 지난해 7월 월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아이스케이크’의 후예 스크류 바 꽈배기 ‘아이스케이크’로 잘 알려져 있다.85년 6월 출시 이후 3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30억개가 팔렸다.60만㎞로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1.5배에 해당하는 길이다. ●정통 아이스크림 투게더 1974년 탄생한 투게더는 국내 최초의 정통 아이스크림이다. 우유의 신선함과 맛이 살아있는 제품이다. 지난해 24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름엔 역시 더위사냥 1989년 출시 이후 지난해 연 매출 340억원을 기록한 빙그레 아이스크림 부문 매출 1위, 펜슬바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 더위 사냥은 이름과 포장 그리고 맛에서 확실한 차별점을 보이며 지난 20년간 빙과 지존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식품안전 기여 동백장 수상

    빙그레 김호연 회장은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회 식품안전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했다.김 회장은 유가공 업계 최초로 모든 공장의 ISO 9001 품질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식품 안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 하얗게 하얗게… 우유업계 ‘백색 경쟁’

    하얗게 하얗게… 우유업계 ‘백색 경쟁’

    우유 제품에 전통의 ‘하얀 바람’이 불고 있다. 우유는 초기에 흰색 우유가 대세를 이루다, 이후 콩우유·바나나맛우유·현미우유·딸기우유·초코우유 등 과즙과 곡물 등을 섞은 가공 우유가 주류로 오랫동안 고객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의 경우 흰우유 소비량이 전년에 비해 0.1%인 1497t이 늘어난 반면 가공 우유는 14.8%인 6만t 가량 줄었다. 지난해 6월 한국소비자보호원이 “가공 우유가 너무 달다.”는 지적과 함께 몸에 좋은 우유는 기본적으로 흰 우유라는 웰빙 트렌드가 흰 우유 확대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공 첨가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또한 흰 우유 광풍으로 연결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보조급식 가격의 상향 조정, 저소득층 우유 무료 급식을 중학생까지 확대하는 등 우유 소비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학교 급식의 활성화도 주요 이유다. 국내에서의 부가가치가 높은 기능성 우유는 초기 남양유업의 DHA 성분이 함유된 아인슈타인 우유와 매일유업의 뼈로 가는 칼슘우유를 시작으로 잡을 수 있다. 건강 지향적인 소비자 수요층을 확보했다. 최근의 흰 우유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것은 남양유업의 ‘맛있는 우유 GT’. 우유의 잡냄새와 잡맛을 제거하고 질소로 충전하는 신공법을 개발하는 등 최신 기술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하루 180만개가 팔려 우유 대박상품에 올랐다. 남양유업은 또 뼈의 성장을 돕는 조골 세포를 늘리고 골밀도를 높이는 초유 성분 ‘GP-C’가 든 우유 ‘뼈건강 연구소 206’을 출시했다. 제품에는 칼슘 흡수를 촉진시키는 폴리감마글루탐산과 비타민D까지 들어있어 하루 한 컵 반이면 칼슘 하루 권장 섭취량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자랑이다. ‘서울우유 MBP’는 우유 단백질인 CPP와 비타민D를 첨가했으며 뼈세포 활도에 좋은 폴리칸을 함유하는 등 뼈 건강을 위한 최고의 성분을 담았다고 서울우유측은 설명했다.MBP는 우유에서 추출된 단백질이란 뜻이다. 또 ‘목장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우유’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유 가운데 최고 등급인 1등급A 원유만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생산 환경의 최적화를 위해 생산 설비를 외부와 차단시킨데다 우유의 다른 냄새를 제거하는 HEPA공법, 새로운 충전 방식인 비접촉 CLEAN 충전 공법으로 생산하고 있다. 매일유업의 ‘맛있는 비타우유’는 우유 속 불필요한 산소를 제거해 우유의 잡맛을 없애고, 항산화 비타민A·E가 들어있고, 우유 본래의 산뜻한 맛과 영양을 살린 기능성 프리미엄 우유이다. 이인기 매일유업 마케팅1팀장은 “살균전 우유의 다른 냄새 원인 중 하나인 산소를 제거하는 공법인 LDO 기법으로 제조했다.”고 말했다. 또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우유를 마시면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은 사람들 위해 우유속 유당을 완전히 제거한 우유이다. 파스퇴르는 ‘수험생을 위한 마더스 밀크’로 흰 우유의 차별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포스파티딜세린, 나이아신, 엽산 등을 첨가한 것이다.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테아닌, 체력증진에 효과적인 카르니틴과 멀티비타민 등이 함유돼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또 ‘내곁에 목장 유기농 우유’로 우유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제품은 3년 동안 농약 및 화학 비료 등을 쓰지 않고 재배한 유기농 원료로 만든 유기농사료를 3개월 이상 젖소에게 먹여 품질이 뛰어난 ‘유기농 원유’가 생산될 수 있도록 1년 동안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정부가 인정한 전문 인증기관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했다. 한국야쿠르트가 출시한 ‘하루우유’는 칼슘과 DHA가 강화된 프리미엄 우유로,100㎖당 칼슘이 250㎎,DHA가 10㎎이 들어 있다. 강화우유 중 칼슘과 DHA 함량이 가장 높다.180㎖ ‘하루우유’ 한 병으로 칼슘 일일 권장량의 64% 정도를 섭취할 수 있다.‘하루우유’라는 브랜드명은 야쿠르트 아줌마가 매일 사랑과 정성으로 직접 배달, 건강을 지켜주는 신선한 우유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밖에 빙그레의 ‘참 맛좋은 우유’는 신선한 1등급 원유를 사용했으며, 우유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진공상태에서 질소를 충전한 것이 특징이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진흥고 정영일, 한경기 최다 탈삼진

    한 경기,13과 3분의2이닝 동안 242개의 공을 던져 23탈삼진. 고교야구에 ‘괴물투수’가 탄생했다. 광주 진흥고의 오른손 특급 정영일(18)은 18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대통령기 고교야구대회 경기고전에서 13과 3분의2이닝 동안 무려 23개의 삼진을 솎아내 국내야구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12안타와 사사구 11개를 내주며 6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탈삼진 23개는 1928년 휘문고보의 한기준과 1975년 철도고의 이진우가 기록했던 22개를 뛰어넘은 것. 이밖에 91년 대통령배 대전고전에서 임선동(현대),2001년 청룡기대회 경기고전에서 유제국(시카고 컵스)이 각각 20탈삼진을 뽑아낸 바 있다. 프로에선 선동열 삼성 감독이 91년 6월19일 빙그레전에서 13이닝 동안 기록한 18탈삼진이 최고 기록. 전날 경기고와의 개막전에 선발로 나선 정영일은 7회 1사까지 8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5안타 5실점으로 버텼다. 이 경기는 6-6에서 연장 12회 서스펜디드게임이 되는 바람에 18일로 넘어갔다. 아침 8시30분부터 재개된 경기에 또다시 마운드에 오른 정영일은 연장 16회 1사1루에서 성의준에게 뼈아픈 끝내기 안타를 맞아 6-7의 패전투수가 됐다. 전형적인 파워피처인 정영일은 두둑한 배짱과 함께 최고 148㎞의 강속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지녀 일찌감치 유망주로 꼽혀 왔으며, 올해 연고팀 KIA로부터 1차 지명이 유력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알뜰살뜰 정보]

    수산물 초특가 감사세일 수산물전문쇼핑몰 바다마켓(www.badamarket.com)은 창립 3주년을 맞아 사은 행사로 ‘수산물 초특가 감사세일’ 행사를 22일까지 진행한다. 행사기간에 국내산 제주순살고등어 중(3㎏)은 1만 7000원, 특대(3㎏)는 2만 2000원, 노르웨이산 웰빙순살고등어 특대(3㎏)는 2만 6000원이다. 순살간삼치 특대(3㎏)는 2만 2000원에 선보였다. 홈페이지나 전화로 주문하면 무료로 배송해 준다.(02)2201-2534. 서울·부산서 어린이그림잔치 빙그레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오는 30일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과 부산 용두산공원에서 ‘어린이 그림잔치’를 연다. 유치부와 초등부로 나눠 크레파스화와 수채화 작품을 심사한다. 참가 자격은 미취학 어린이와 초등학생이며, 신청비는 무료.26일까지 전화 및 홈페이지(www.bing.co.kr)에서 접수를 받는다. 마술 쇼, 태권도 시범공연이 함께 펼쳐지며, 모두 550여명을 뽑아 장학금과 부상을 준다. 전화 접수는 3445-9581∼2. 서울랜드 자유이용권 선물 남양몰은 30일까지 자사 홈페이지(www.namyangmall.com)에서 15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에게 서울랜드 자유이용권 1장씩을 선물한다.15만원마다 연속식으로 준다. 또 회원 가입시 추첨을 통해 29명에게 300만원 상당의 여행상품권 등을 경품으로 지급한다.
  • [신상품]

    ●일동후디스는 임산부를 위해 종합 균형영양식 ‘아기를 위한 엄마의 산양분유’를 선보였다. 국내 최초로 뉴질랜드에서 사계절 100% 자연 방목한 산양 원유에 철분·염산·칼슘 및 비타민 11종과 미네랄 9종,DHA 등 임신·수유부와 아기에게 필요한 성분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스틱형 300g에 1만 8800원,2포(1일 섭취량)는 1880원.●녹십자는 유럽의 칼슘시장 점유율 1위인 덴마크 나이코메드사에서 수입 판매하는 ‘키비드’를 시판하고 있다. 대리석, 석회석 등에서 추출한 천연 탄산칼슘을 원료로 삼아 칼슘 함유량이 높으며 소화 흡수율이 좋다. 위장 장애와 같은 부작용도 적고, 체내 유지율도 높다.1정에 500㎎의 칼슘을 함유하고 있어 하루 2정 복용으로 적정량의 칼슘을 공급받을 수 있다.(080)260-0033.●홈파워는 와인 컬러를 채용한 ‘홈파워 스팀청소기 펄와인’을 최근 내놓았다. 와인 컬러여서 인테리어와 잘 어울린다.‘헨디형살균봉’을 사용하면 침대나 소파 등의 청소가 편리하고 특수한 3개 입체 타입의 바닥면적 설계로 살균소독은 물론 묵은 때를 없애준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8만 5900원.●디비코㈜는 조작 버튼이 부착된 초소형 디지털 주크박스 ‘티빅스 mini C-2000U 라이트’를 판매하고 있다. 제품은 인코딩된 동영상과 DVD, 디지털사진, 음악 파일 등을 USB 포트를 통해 제품의 2.5인치 하드디스크에 저장하고 이를 A/V 케이블로 TV에 연결해 재생하는 초소형 디지털 주크박스다. 손바닥만한 제품이면서도 리모컨뿐만 아니라 제품에 부착돼 있는 7개의 동작 버튼으로 모든 동작을 제어할 수 있다.13만 8000원.●일렉트로룩스코리아는 세련된 블랙 컬러와 유러피안 디자인이 겸비된 고급형 주방가전 ‘브렉퍼스트’ 라인을 출시했다. 브렉퍼스트 라인은 팝업 토스터(ETS3000)와 커피메이커(ECM3000)로 구성, 주방의 인테리어를 한 단계 올려주는 세련된 유러피안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 팝업 토스터 5만 8000원, 커피메이커 6만 2000원.1566-1238.   ●대상의 장류 전문 브랜드 청정원은 나트륨 함유량을 일반 소금의 절반으로 줄였지만 짠맛은 같은 수준인 ‘나트륨 1/2 솔트’를 출시했다. 남극해 소금을 기본 재료로 나트륨 성분은 줄인 대신 칼륨을 강화해 만들었다고 대상측은 설명했다. 지퍼백 포장이어서 보관, 사용이 간편하다.200g에 2500원.●한국코닥은 동영상 기능이 한층 향상된 슬림형 디지털카메라 ‘이지쉐어 V603’을 선보였다.600만 화소,3배 광학 줌에 전문가급의 슈나이더 렌즈를 탑재해 뛰어난 색감과 자연스러운 영상을 자랑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30만원 중반대.●애경의 치약 브랜드 ‘2080’에서 ‘2080 후레시 업’과 ‘2080 비타케어’ 등 2종을 새로 내놓았다.‘후레시 업’은 양치 후 상쾌함과 개운함을,‘비타케어’는 잇몸질환 예방효과를 강화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120g에 1650원선,145g은 1950원선.●빙그레는 과일빙수를 아이스바 모양으로 만든 ‘샤빙수’를 출시했다. 부드러운 밀크 쉐이크 속에 밀감, 파인애플 등 천연 과육과 팥이 함께 들어 있는 과일맛과 달콤한 수박 아이스 속에 얼음과 수박 과육이 들어있는 수박맛 2가지다.70㎖에 500원.●CJ뉴트라는 커피, 녹차 맛을 내면서 다이어트 기능을 갖춘 티백 ‘디팻 다이어티’를 출시했다.“체지방 분해 성분인 가르시니아 캄보지아추출물과 식이섬유가 들어 있다.”고 CJ뉴트라는 말했다. 분말 유형의 스틱 포장으로 섭취 및 휴대가 간편하다. 할인점 기준 14포에 7000원,30포에 1만 5000원이다.●풀무원은 ‘풀무원 유기농 로하스 유정란’을 출시했다. 풀무원은 병아리 때부터 유기농 사료만을 먹고 자란 닭이 낳은 친환경 달걀이라고 소개했다.6알 4200원.
  • 儒林(570)-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6)

    儒林(570)-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6)

    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6) 눈치가 빠른 정철로서는 절묘한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었다. 율곡이 파락호의 가랑이 사이를 개처럼 기어간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었고, 그렇다고 유생의 기세도 녹록지 않아 쉽사리 물러설 태세가 아니었으므로 유건을 벗어 유발을 보여주는 것으로써 상호 원만하게 마무리하자는 타협안을 제시한 것이었다. 그러나 자존심이 강한 율곡이 그렇다고 제 손으로 유건을 벗을 수는 없는 노릇. 더구나 검은 유건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발부(身體髮膚)중에서 가장 중요한 머리칼을 가리는 유일한 보호막이 아닐 것인가.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정철은 율곡에게 다가가 손을 올려 율곡의 유건을 슬며시 벗기려 하였다. 율곡이 물러서며 반발하려 하자 정철은 빙그레 웃으며 눈을 끔쩍끔쩍하였다. 정철의 눈짓은 자존심이 상해도 잠깐만 그대로 있어달라는 무언의 신호였다. “보시게나.” 율곡의 유건을 벗기자 큰 상투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 무렵 율곡은 머리를 깎지 않고 그대로 길러 선 채로 머리를 빗을 만큼 기르고 있었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전해오는 야사에 의하면 율곡에게 글을 가르쳤던 어숙권(魚叔權)은 율곡이 금강산에서 하산한 이튿날 찾아와 문안인사를 올리자 무엇보다 율곡이 삭발을 하였는지의 여부를 알고자 억지로 관을 벗겨 머리카락을 확인하였다고 전해오고 있다. 관을 벗기자 길게 늘어진 머리가 몇 척이나 되어 어숙권이 손뼉을 치며 크게 기뻐하였다는 사실이 같이 글을 배운 동문 이붕상(李鵬祥)의 목격담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 무렵 율곡은 결혼을 한 성인이었으므로 머리털을 끌어올려 잡아맨 전형적인 상투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네가 율곡이 한때 머리를 깎고 석씨의 문중에 빠져 중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보다시피 유발하고 어른 주먹만한 상투가 있지 않은가. 그러니 성인들의 신위가 모셔진 문묘에 드나든다 한들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정철은 호방하게 웃으며 다시 한번 율곡을 향해 눈을 끔쩍끔쩍하였다. 정철은 16세에 당시 거유였던 김인후(金麟厚)에게 학문을 배우고, 뒤에는 고봉(高峰) 기대승(奇大升)에게도 글을 배워 도학에도 조예가 깊었으나 술을 좋아하고 여자를 가까이하던 천부의 풍류기질 때문에 평생 반목의 대상으로 파란만장한 일생을 보낸다. 그러할 때마다 율곡은 직접 나서서 정철을 변호해 주었고, 정철 역시 율곡을 아끼는 친구로서의 의리를 잊지 않았는데, 이러한 사실은 율곡이 정철에게 보낸 몇 편의 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정철이 호남의 외직으로 떠나려 하자 율곡은 ‘가엾기도 해라. 오늘 밤의 저 달이 서로 헤어져 먼 곳으로 떠나게 하니(隣今夜月 相送到天涯)’라고 이별을 슬퍼하였고, 정철의 집을 방문하여 함께 술을 마시다가 ‘시선을 마주치니 맑은 생각 엉키고(擊目凝淸思)’란 오언율시를 지은 것으로 보아도 두 사람의 우정은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청사(淸思)를 꿰뚫어 볼 수 있을 만큼 각별하였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 [새광고] 키스처럼 ‘산뜻한’ 아이스크림

    ●빙그레 ‘끌레도르’ 에피소드를 통해 아이스크림의 ‘산뜻한 맛’을 강조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남자 손님이 들어와 아이스크림을 집는다.“끌레도르? 이거 어떤 맛이에요?”하고 묻자 판매원인 임수정이 갑자기 남자의 볼에 “쪽!”하고 키스 세례를 한다.“이 산뜻한 맛이 말로 되니?”라는 그녀의 마음 속 독백. 이어 남자는 블루베리 끌레도르를 들고 와 “이건 어떤 맛이에요?”하고 능청스럽게 물어본다.
  • [공직초대석] 국립공원관리공단 산사나이 4인

    [공직초대석] 국립공원관리공단 산사나이 4인

    일년 열두달 가운데 열달을 산중에서 보내는 사나이들이 있다. 이들에게 산은 일터이자 놀이터이기도 한, 삶의 터전이다. 산에 살고 산에 죽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을 듯싶다. 노고단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지리산 종주 능선 한 가운데쯤 자리잡은 해발 1340m 벽소령 대피소. 국립공원관리공단 소속 우동제(44) 대피소장과 허성(32), 이성우(31), 박종규(27)씨가 근무하고 있다. 마침 산불예방을 위한 통제기간(3월1일∼5월15일)이어서 탐방객의 발길은 끊어진 상태다. 휘이∼잉 불어오는 거센 바람소리만 그득할 뿐이다. 고적감 그 자체. 우 소장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근무한 지 20년이 지났다. 한때 가족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가 북한산 국립공원에서도 잠깐 근무했지만 지리산 품으로 되돌아왔다.“드넓은 지리산이 그리워서…”라고 했다. 이성우씨도 비슷하다. 서울 강남의 조경회사에서 근무하다 “산이 좋아서” 이곳 오지생활을 택했다. 허성씨는 산중 생활 2년째, 그리고 막내 박종규씨는 이제 막 보름이 지난 신출내기다. 할 일은 많다. 입산이 통제된 요즘엔 성수기에 대비해 시설물을 보수·점검하는 일에 매달린다. 나무로 지어진 대피소 건물이 비바람에 훼손되지 않도록 화창한 날을 골라 외벽에 기름칠하는 것도 큰 일이다. 탐방객이 쓰는 이불을 빠는 것도 이 즈음이다. 수백채의 이불을 꾸러미로 만들어 놓으면 헬기로 날라 산아래에서 세탁한다. 등산로를 돌며 바람에 날려온 비닐봉투나 담배꽁초 같은 쓰레기 청소 역시 빠지지 않는 일과다. 그래도 요즘엔 쓰레기가 한결 줄었단다. 우 소장은 “탐방문화가 참 많이 좋아졌다.10여년 전만 해도 쓰레기를 줍느라 종일 땅만 보고 걸었을 정도”라고 했다. 성수기엔 몸도 마음도 덩달아 바빠진다. 탐방객 이부자리 정리부터 시작해 실내 청소를 하는 데만 꼬박 3시간 넘게 걸린다. 오후는 고달픈 시간의 연속이다. 밀려드는 탐방객에게 숙소를 배정해 주고, 간이매점에서 이런저런 물품을 팔거나 때때로 벌어지는 탐방객들 사이의 다툼을 중재하기도 한다. 산이 좋아서 선택한 근무지지만 속에서 부글부글 화가 치밀 때도 있다. 과음으로 술 주정을 부리는 탐방객 탓이다. 허성씨 말처럼 “술 마시고 잠도 못자게 하면서 행패를 부릴 때면 멱살이라도 잡고 싶을 정도”지만 그래도 참고 지낼 도리밖엔 없다. 가장 중요한 업무는 조난당한 탐방객을 구조하는 일이다. 구조요청은 해질녘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데, 사유도 갖가지다. 발목을 접질렸거나, 하산길에 힘에 부쳐 탈진하는 사례가 많다. 탐방로가 좁아 여럿이 달라붙을 수 있는 들것 사용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몇 시간동안 업은 채로 험한 산길을 내려 갈 수밖에 없다. 무릎이 저리고 땀이 쏙 빠지는 일이지만 보람은 크다. 조난객과 인연을 쌓아가기도 한다. 미혼인 허성씨는 “지난해 구해준 여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연락이 온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맥빠지는 ‘구조요청’도 있다.“랜턴이 없다.”거나 “건전지가 다 떨어졌다.”는 사람들이다. 할 수없이 장비를 갖춰 출동하지만,“기본장비도 갖추지 않고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허탈할 뿐”이다. 우 소장은 “매표소에서 되돌려보내기는 하지만 아무런 장비없이 굽높은 구두를 신고 오는 여성들도 있다.”면서 “지리산은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몰라 전문 산악인도 안심할 수 없는 곳”이라며 철저한 사전준비를 당부했다. 이들이 산아래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날은 열흘에 이삼일이 고작. 나머지는 고스란히 산에 바쳐진다.“외롭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하나같이 빙그레 웃음만 되돌려보낼 뿐이다. 글 사진 지리산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얼굴은 푸짐 행동은 느릿 ‘소시민의 표상’ 이·두·일

    얼굴은 푸짐 행동은 느릿 ‘소시민의 표상’ 이·두·일

    “무능력하고 소시민적인 가장 역할만 주어진다고 해도 우리 시대를 대변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연기해요.” 요즘 생활은 정말 ‘월화수목금금금’이다. 중견 연기자 이두일이 그렇다. 만 20년에 접어든 연기 인생에서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MBC 일일연속극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에, 주말엔 KBS2 ‘인생이여 고마워요’에 나온다. 게다가 KBS2 어린이드라마 ‘641가족’(월∼목)에도 출연하고 있다. 일주일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시청자와 만나는 셈이다. 쉬는 날이 없을 정도로 스케줄이 고되다. 지난해 수술 받았던 무릎이 버거울 정도다. 어쩌다 보니 드라마 3개가 겹치게 됐으나 “무리한 스케줄이 절대 자랑은 아니에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1986년 연우무대 아동극 ‘꿈꾸러기’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초연 멤버로 활약하기도 했으나 방송과 영화로 주무대를 옮긴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주로 조역이나 단역 신세였다. 당당한 주연으로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도 다른 캐릭터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주변에서 있는 듯 없는 듯 메인 캐릭터를 도우며 작품을 풍성하게 만드는 게 천성이라고 말한다.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형사 역이, 영화 ‘무사’에서 지산 스님 역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연이은 작은 역에 속상했던 것도 사실이다. 마흔 살이 됐을 때 (전업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려 했는데 그때 너무 바빠서 까먹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게을러서 그런지 그냥 하게 됐네요.”라고 던지는 말에 삶에 대한 무던함이 묻어났다. 푸짐하고 둥글둥글한 인상에다가 느릿느릿하고 나지막한 목소리 때문일까. 그가 주로 맡고 있는 캐릭터는 소심하나 마음만은 따뜻한 소시민적 가장이다. 능력으로 따지면 ‘루저’(loser), 즉 낙오자다. 그래서 극중에서 구박도 많이 받는다. 우리시대 중년 남성들의 또 하나의 ‘내모습’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IMF 때는 부도가 나서 처가살이하는 가장 역할만 연달아 3번이나 했어요.”라는 그는 “개인적으로는 소시민적 연기가 재미없다.”고 고백한다. 국내 방송이 확인된 캐릭터만 계속 주어지는 풍토라 아쉽다. 하지만 소시민적 캐릭터가 우리 사회에 실제로 존재하고, 자신을 통해서 어떤 식으로든 대변된다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외모 때문인지 극중에서 웃겨야 하는 역할이 많이 들어오는데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연기할 수 있는 게 소시민적 가장이라고 빙그레 웃는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친 김에 무능력한 소시민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파헤쳐보고 싶다고도 했다. 연기와 실제 모습과 닮았느냐고 물었더니,“외향적이지 않은 것, 속으로 삭이는 것은 비슷하지만 드라마처럼 심하지는 않아요. 무난한 편이에요.‘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최상급’으로 무능력한 것 같아요. 허허허.”라고 답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정말 행복한 거죠.”라는 이두일은 96년 중반 MBC 예능 프로그램 ‘환상여행’에 고정적으로 출연하며 악독하고 야비한 극단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던 시절이 다소 그립다고 한다. 그는 “표현 수위가 자유로워지거나 소재가 다양해지면 배우 영역이 커질 텐데 하는 생각도 있어요.”라면서 “사람도, 세상도 달라지니까 언젠가 다른 역할의 기회가 있겠죠?”라고 변신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신상품]

    ●해태음료는 아미노산을 함유한 음료 ‘아미노업’ 브랜드에서 칼로리가 없는 ‘아미노업 칼로리 제로’를 출시했다. 일본에서 다이어트 기능성 성분으로 활용되는 ‘L-카르니틴’을 추가하고 칼로리를 0으로 떨어뜨렸다고 업체측은 말했다.240㎖ 캔은 700원,350ℓ 페트병은 1000원.●웅진식품은 ‘제주 한라녹차’를 출시했다. 제주 한라산 해발 500㎙의 청정지역에서 자라 품질이 좋은 녹차 잎을 우려냈다. 씁쓸하지 않고 깔끔한 뒷맛이 강점.330㎖들이 페트병 가격은 1000원.●농심은 쌀로 면을 만들어 깔끔한 맛이 나고 소고기와 야채로 국물을 내서 담백하고 시원한 ‘쌀 국수 포들면’을 내놓았다. 숙주, 양파, 파, 청양고추 등 건더기도 푸짐하게 들어있다고 농심은 소개했다. 봉지면은 106g에 1500원이고 용기면은 85g에 1700원이다.●동원F&B에서 황다랑어를 사용한 ‘참치 살코기 장조림’과 돼지고기 안심으로 만든 ‘손으로 만든 장조림’을 내놓았다. 메추리알, 꽈리고추, 가평산 잣을 넣었다. 중량 115g, 가격은 2100원이다.●한국P&G에서 ‘녹차성분 함유 페브리즈’를 새롭게 선보였다. 섬유 속 냄새ㆍ세균 제거해주고 녹차 특유의 향으로 상쾌한 느낌을 준다. 업체측은 한국화학시험연구원으로부터 안전인증(항균분야)을 획득해 아이들 이불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370㎖ 5000원선.●빙그레는 칼로리를 낮춘 ‘바나나맛우유 라이트’를 출시했다. 지방의 함량을 1.5%로 낮췄다. 용기는 기존 바나나맛 우유와 같은 항아리 모양으로 만들었다.240㎖,900원.   ●LG생활건강은 모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고급 샴푸와 린스 ‘엘라스틴 플래티넘’을 시장에 내놓았다. 제품은 모근-모발-모끝의 3중케어 시스템을 채택한 것이 특징. 비타민B 유도체 등이 모근을 튼튼하게 하고, 식물성 콜라겐 성분이 모발조직을 보호하며, 키토산 성분이 모끝의 갈라짐을 방지한다고 회사측이 설명했다. 모근 케어·염색 손상용·민감성 샴푸와 린스는 각 600g에 9500원.(080)023-7007●남양유업은 국내 최초로 초유 단백질 우유인 ‘뼈건강 연구소 206’을 내놓았다. 제품은 초유 단백질 성분인 GP-C를 사용, 조골 세포를 증가하게 하고 골밀도를 높인다. 뼈의 신진대사를 돕도록 칼슘 흡수를 촉진시키는 폴리감마글루탐산과 비타민D도 보강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가격은 600∼2250원.(02)2010-6575●한국리복은 신발 내 공기압을 단계별로 조절 가능한 최첨단 패션 러닝화 ‘펌프 로뮬러스(Pump Romulus)’를 내놓았다. 제품은 신발 뒤쪽의 스마트 밸브를 이용, 공기가 주입되지 않는 0단계부터 신발이 발에 가장 잘 맞는 7단계까지 착용자가 원하는 공기압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천천히 걷는 운동부터 빠른 속도로 달리거나 격렬한 댄스 등 착용자의 활동에 적합한 공기압을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14만 9000원.(080)3443-7321●뉴발란스는 혁신적인 충격 흡수 소재인 아부조 이엑스가 사용된 ‘W891WC’ 러닝화 시리즈를 내놓았다. 제품은 충격을 완화시켜 척추와 무릎 부상을 예방해 휘트니스 클럽이나 공원에서 달리기를 시작하려는 초보 러너에게 적합하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오렌지색과 노란색 러닝화는 러닝복과 외출복에 감각적으로 코디할 수도 있다. 남성용은 하늘색과 검정색 2개. 가격은 10만 9000원.●농심켈로그는 국내 최초로 장 건강에 좋은 ‘프리바이오틱이 들어간 콘 푸로스트 바이오 장’을 출시했다. 제품은 쌀·통밀·옥수수 등 몸에 좋은 통곡식에 하루에 필요한 9개 비타민과 미네랄, 유산균을 증식시켜 준다. 프리바이오틱은 유산균과 같이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돼 장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성분이다.380g(4500원),580g(5650원).
  • [오늘의 눈] ‘웃음바이러스 전도사’ 가는 길에/김미경 문화부 기자

    1980∼90년대를 주름잡던 코미디언들이 언제부터인가 TV에서 사라졌다. 세대교체뿐 아니라, 코미디풍이 빠른 템포의 공개개그 형식으로 바뀌어 중년 코미디언들이 설 자리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11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풍자개그의 대부 김형곤도 그랬다. 80년대 ‘공포의 삼겹살’로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그.‘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등 히트작을 통해 시사개그를 선보였지만 그에게 TV는 제약이 많았다. 그래서 ‘할 말을 하기 위해’ 연극판으로 눈을 돌린 지 올해로 꼭 20년이 됐다.98년에는 ‘여부가 있겠습니까?’를 시작으로 국내 최초로 스탠딩코미디의 장을 열었다. 중년층도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본격 성인코미디에 도전한 것이다. 지난해 말 스탠딩코미디 제4탄 ‘엔돌핀코드’ 공연에 앞서 그는 같은 제목의 책을 펴냈다. 그동안 금기시됐던 정치와 성(性) 등에 대한 풍자뿐 아니라 ‘웃음이 경쟁력이다.’라는 모토 아래 국민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묘안을 담았다.‘웃음 조기교육’‘웃음의 날 제정’‘대통령 유머특보제’‘웃음경영과 유머구역’ 등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은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인터뷰때 만난 그는 “전국민이 동참하는 ‘빙그레 방그레 벙그레’운동을 펼치고자 한다.”면서 “이렇게 할 일이 생겨 운동도 열심히 해 몸무게를 30㎏이나 뺐다.”며 중년의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런 그가 꿈을 채 펼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이 더 크다.‘엔돌핀코드’ 공연장에서 그는 2시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웃음과 인생을 나눴다. 공연수입금은 백혈병 어린이 돕기에 내놨고,‘범국민웃기운동본부’ 설립을 위한 서명도 받았다. 서울공연 직후 지방에도 웃음 바이러스를 퍼뜨리러 간다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성인조크의 대중화, 스탠딩코미디 도입, 돈 안 쓰는 선거를 위한 무소속의원 출마, 트랜스젠더쇼의 관광상품화 등 용감함으로 무장한 그의 선구자적 활동이 떠올랐다. 온 나라에 웃음 바이러스를 전파하겠다는 그의 뜻을 앞으로 잘 이어가는 것만이,13일 가톨릭의대에 시신을 기증한 그가 웃으며 눈을 감을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미경 문화부 기자 chaplin7@seoul.co.kr
  • [열린세상] 안창호 선생 추도와 눈물/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님은 왜 오지 않으시나요.´ 아무리 참으려 해도 어찌할 수 없었다. 눈물이 주르르 흘렀기 때문이다. 도산선생에 대한 추모의 노랫말이 서정적이기도 하고, 비창과 같은 곡조 탓도 있지만, 도산의 삶에 대한 연민과 오늘의 참담한 현실이 기가 막혔던 까닭이다. 지난 3월10일 선생의 서거 68주년을 기념해 도산묘소 앞에 가득 늘어선 대통령, 총리를 비롯한 각계 지도자들의 조화가 당신께 어떤 위로가 되겠는가. 위로는커녕 이 한심한 나라의 상태를 보고 ‘어리석은 지도층과 백성을 어찌할꼬’하며 개탄을 하였을 것이다. 살아 생전에 밥을 먹어도 대한의 독립과 조국의 혁명을 위해 싸웠던 도산에게 독립운동진영의 일부는 평안도 촌놈이라고 깔보고, 진보를 자처하던 세력들은 당신의 종합적인 운동방략을 준비론이요, 민족개량주의라고 매도했다. 또 이승만파는 공산주의자라고 모함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당신은 모든 것을 참고 속으로 삭였다.‘대한의 독립과 조선의 혁명’을 위해서 난징과 베이징, 만주벌판으로 그들을 찾아가 함께 손잡고 통일해야 무장독립운동도, 외교전도, 교육도, 국내공작도 가능하다고 설득하고 그들을 언제나 앞세웠다. 그러니, 그 속이 어찌 썩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일제의 마수에 사로잡혀 옥고를 치를 때 도산은 이미 일곱 가지 병에 걸려 있었다. 그런 몸으로 당신이 온몸과 온맘을 던져 사랑했던 한반도와 겨레 곁을 떠날 때는 어떠했던가? 일제의 철저한 통제로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하고 겨우 몇 사람만이 참석해 경찰과 헌병의 감시 하에 망우리 묘소에 묘비와 묘비명 하나 없이 쓸쓸히 묻히셨다. 당신이 돌아가신 뒤 일제치하에서 무실역행과 충의용감의 정신으로 인격혁명을 다짐했던 당신의 제자들은 일제에 굴복해 당신의 묘소 앞에 엎드리지 못하고, 남산의 신궁에 참배했으니 어찌 편히 눈을 감으실 수 있었을까? ‘낙심하지 마오, 일제는 힘에 부치는 싸움을 벌였으니 반드시 망할 것’이라고 예언하신 바대로 몇 년 뒤 꿈에 그리던 ‘잃어버렸던 옛나라’를 되찾았다. 그러나 국토가 두 동강이로 쪼개지고 동족끼리 살육전을 펼치는 증오의 시절을 보냈으니, 이 또한 당신께서 염원한 새로운 복된 나라, 빙그레 웃는 훈훈한 사회와는 너무도 먼 세상이었다. 그래도 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강의 기적도, 독재와 싸워서 민주화의 기적도 가까스로 만들어 세계15위의 경제력을 키웠으나, 주도면밀하셨던 당신의 눈으로 보면, 오늘 이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가슴이 답답하실 것이다. 나라의 중심이 없고, 선거철마다 망국적인 지역정서를 선동하고, 달콤한 교언영색으로 국민의 환심을 사서 집권한 이후에는 권력의 단맛에 취해 국민의 눈물을 잊어버리기 일쑤가 아닌가. 민주화운동을 한 당신의 후예들이 정권을 잡으면 세상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 냉엄한 국내외정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우리 실정은 어떤가. 나라의 지도층이 정신적으로 썩고 문드러졌으니 나라꼴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네탓 남탓만 하고 스스로를 반성하지 않으니 국민들이 마음을 둘 데가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당신은 대한의 독립을 위해 몸 바쳐 일할 인물을 키워 그들이 신성단결해야 새로운 복된 나라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지 않았던가. 나의 눈물은 도산이 서거하신 지 68년이나 지난 오늘까지 당신이 꿈꾸었던 새로운 복된 나라는커녕 두 동강이 난 국토조차 통일하지 못하고 있고, 당신이 만드신 흥사단이 100여년이 다 돼 가는데도 조국과 겨레의 중심에 서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였다. 우리의 다짐이 헛되었다는 말인가. 우리는 무엇을 해왔단 말인가. 가까스로 눈물을 추스르고 ‘선생이시여! 고이 눈을 감으소서. 우리들이 분투노력하겠나이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추도식장을 나왔다.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 구대성 컴백 5년만에 친정 한화복귀

    ‘좌완 특급’ 구대성(37·뉴욕 메츠)이 5년 만에 친정팀 한화로 복귀했다. 프로야구 한화는 1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으로 아시아 라운드에 참가중인 구대성과 올시즌 1년간 연봉 55만달러(5억 3400만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화는 메츠와 합의에 따라 이적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로써 구대성은 지난 2001년 오릭스 블루웨이브(현재 오릭스 버펄로스) 유니폼을 입고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이후 미국프로야구 뉴욕 메츠를 거쳐 5년 만에 국내 팬들 앞에 다시 선다. 1993년 빙그레(현 한화)에 입단한 구대성은 7년간 통산 61승58패,151세이브, 방어율 2.79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특히 96년에는 18승3패 24세이브, 방어율 1.88로 맹활약, 다승 구원 방어율 등 투수 3관왕에 오르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는 3∼4위전에서 일본의 ‘괴물 투수’ 마쓰자카와 선발 맞장에서 완투승으로 한국에 첫 동메달 안겼었다.2000년 시즌 후 오릭스에 입단한 구대성은 데뷔 첫 해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7승9패,10세이브를 올렸지만 부상에 발목을 잡혀 2002년 5승,2003년 6승에 그쳤다. 일본 4년간 통산 성적은 24승34패, 방어율 3.88. 지난해 메츠에 입단, 빅리거의 꿈을 이룬 구대성은 한·미·일 프로야구 마운드를 모두 밟았지만 33경기에서 승패없이 방어율 3.91에 그친 뒤 방출 대기조치 통보를 받았다. 한화는 전천후 등판이 가능한 구대성의 가세로 ‘어게인 1999’를 재현할 태세다. 불방망이가 자랑이지만 그동안 마운드가 불안해 약체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베테랑 송진우 정민철, 신인 특급 유원상과 유현진, 부상에서 회복한 권준헌 송창식 등이 구축한 마운드는 돌풍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지금 전남에선] 영광군 김춘호씨의 서울대 자식농사記

    [지금 전남에선] 영광군 김춘호씨의 서울대 자식농사記

    아파트 공사장 인부생활 6개월째인 김춘호(53)씨. 농사를 짓다가 지난 여름부터 아들 학비를 벌려고 발을 들여놨다. 고향인 전남 영광군 군남면 장고마을에 있는 아내 이연순(47)씨와 큰 아들 지수(20·고3), 둘째 문수(19·고2)가 눈에 밟힌다. 고향 농사는 논·밭 합쳐서 1800평 남짓. 지난해 논 750평에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를 지었다. 빚을 내 들인 돈은 5000만원. 수확을 앞두고 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렸으나 한상자에 3000∼4000원으로 값이 떨어져 잠이 안온다고 아내가 말한다. 지난 2일. 그가 처음 세상에 태어나 보람을 느낀 날이다. 오후 울먹이는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지수 아빠, 지수가 서울대에 합격했어.” 지수가 서울대 특기자전형에 떨어졌으나 이번에 농어촌특별전형에 붙었다. 아들이 보고 싶었다. 부랴부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영광읍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택시비를 아끼려 10㎞쯤 떨어진 마을까지 걸었다. 마을에 들어서자 그는 감짝 놀랐다.“장고마을 김춘호·이연순의 자, 지수군 서울대 합격, 축”이란 플래카드가 내걸린 것이다.20m 사이를 두고 6개나 더 있었다. 자꾸 쏟아지는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 평생 일벌레처럼 땅만 파며 살아온 밑바닥 인생의 과거지사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집앞 비밀하우스에 들어서자 아내는 엎드린채 웃자란 토마토 줄기를 따고 있었다.“고생했어, 지수 엄마.”라며 등을 토닥였다. 아내 눈가에 이슬이 맺히더니 금세 어깨가 들먹였다. 그렇잖아도 작은 키가 더 작아 보였다. 하우스 안쪽에서 일손을 돕던 아들에게 “장하다. 지수야.”면서 힘껏 껴안았다. 품안에 다 들어오지 않을 만큼 자란 아들. 쳐다볼 만큼 키도 훌쩍 자라 있었다. 친구이자 이장으로 동네에서 가장 젊은 고인주(53)씨가 찾아와 “동네잔치라도 해야 한다.”고 북돋웠다.60여 가구가 사는 동네가 생긴 이래 가장 좋은 일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그는 읍내에 나가 큰 맘 먹고 쇠고기 두근을 사왔다. 좋아하는 소주도 2병이나 샀다.“야, 한잔 해라.” 첫잔을 고맙다는 뜻으로 아들에게 부었다. 대작을 하면서 아들이 그렇게 커보일 수가 없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곁에 있던 아내도 고마웠다. 오른 손으로 아들, 왼손으로 아내 손을 잡자 모두가 빙그레 웃었다. 아들은 꿈이 수학교수라고 했다. 그는 변변하게 부모 노릇을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아들이 30명도 안되는 시골 초·중학교를 다닐 때도 참고서 한권을 못사줬다. 명문인 장성고에 특별장학생으로 갈 때도 그냥 보냈다. 그런데도 아들이 서울대 자연대(수리과학부)에 당당히 합격한 것이다. 서른 한살에 결혼해 3년 만에 본 아들이었다.“건강하고 착하게 자라준 것 만으로도 고마운데…” 그는 산더미처럼 일감이나 많았으면 하며 오늘을 산다. 영광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아침을 먹자] 7남매의 가장 언니께 작은 보답

    구혜진(31·여) 저는 칠남매의 막내둥이입니다. 제일 큰언니와 나이 차이가 열 다섯살이 나지요. 언니는 엄마와 같은 존재였어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엄마는 늘 바쁘셨거든요. 엄마를 대신해 밥을 챙겨주고 집안 일을 도맡아 했습니다. 제게 언니는 참 무서운 존재였어요. “너 한번만 더 칭얼거리면 밥 안 줄거다.” 엄마는 이런 말을 가끔 하시면서 아이들을 토닥이셨어요. 하지만 언니는 칭얼거리는 순간부터 밥공기를 사정없이 가져가 버리곤 했지요. 저는 ‘큰언니가 얼른 시집을 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니는 결국 동생들을 위해 공부도 포기한 채 공장으로 취직을 해 서울로 떠났습니다. 당시엔 언니가 왜 어디로 갔는지 몰라 마냥 즐거워만 했어요. 게다가 언니가 간 뒤로 우리 집은 하루가 다르게 윤택해졌어요. 까까머리 오빠의 삭아빠진 양은 도시락이 로봇무늬 새 도시락으로 바뀌고, 코흘리개인 내 밥공기에 더많은 더운밥이 올랐죠. 넷째언니의 헌 몽당연필은 새연필로 금방 바뀌었습니다. 몇 년 뒤 언니는 강원도 강릉에서 형부와 결혼을 했습니다. 언니의 안정과 행복감도 잠시뿐이었어요. 형부가 실직을 해 강원도 평창의 목장으로 떠나야 했어요. 언니는 어린 두 조카들을 데리고 그 오지 산골에서 소를 돌봤습니다. 키도 크고 누구보다 하얀 피부를 가졌던 언니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졌어요. 하얀 이만 보일 정도로 피부가 새까맣게 탔습니다. 하루는 제가 직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언니가 두 조카와 찾아와 빙그레 웃고 있었습니다. 전 주위시선을 먼저 살폈습니다. 시커멓고 초라한 옷차림 때문이었죠.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누구란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언니와 두조카의 실망한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왜 그때 “우리 언니와 조카들이에요.” 하면서 안아주지 못했나 하는 후회를 이제야 합니다.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하고 키워준 동생인데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지금은 다행히 언니가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이제 저는 가장 다정한 친구로서 언니곁에서 그 빚을 갚고 싶어요. 아침밥 한끼로 언니의 사랑에 보답하지는 못하겠지만 조금이나마 언니에게 제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김춘호(48·여) 22일이 팔순이 다 되어가는 부모님의 결혼 기념일입니다. 두 분만 사시는데 몸이 편찮으십니다. 식사를 제대로 챙겨 드시지 못하는데 생업에 매달리느라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합니다.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결혼 기념일 아침에 깜짝 파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맛있는 도시락을 가지고 가서 부모님이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서해경(43·여) 시댁 어른들과 합친 뒤 제가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시어머님은 퇴근이 늦는 며느리를 위해 정성들여 상을 차려 놓으신답니다. 힘드시니까 그러시지 말라고 말씀드려도 어머님은 “내 자식이 못나 고생하는데 이 정도 못하겠냐.”며 절 눈물나게 하십니다. 아침에도 제가 일어나서 밥을 챙기면 어느 새 나오셔서 절 방안으로 들이미십니다. 어머님을 위한 아침을 챙겨 드리고 싶습니다.
  • [길섶에서] 배춧국집/이목희 논설위원

    서울 무교동 뒷골목에 가면 조그마한 배춧국집이 있다. 서너평 식당이 소박하기 그지없다. 주방도 따로 없다. 동그란 간이의자에 불편하게 앉아 벽을 보고 식사해야 한다. 일흔을 넘긴 아주머니가 내놓는 식단은 한가지. 강원도 무공해 배춧국에 절음식 같은 나물반찬과 김구이. 밥을 된장에 비벼먹느냐, 그냥 먹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래도 꽤나 이름을 날렸던 집이다. 여러 신문·잡지·TV가 맛집으로 소개했다. 점심시간이면 한참 줄을 서야 식사차례가 돌아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든 듯했다. 인근의 북어국집, 된장찌개집, 추어탕집이 리모델링을 하고부터였다. 나이 지긋한 분들에게는 허름한 것이 정겹다. 젊은이들은 다른 모양이다. 옛 정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새로 단장된 식당을 찾는 게 인지상정인가. “내부수리를 한번 하시지요.” 합장하며 맞는 아주머니에게 안타까움을 전했다.“우린 변하지 않는 게 좋다우.” 빙그레 웃는 아주머니 대신 아저씨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때 어디선가 전화가 걸려왔다.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오겠다는 내용인 것 같았다.“무교동 ○○○빌딩 맞은 편으로 건너와….” 찾아오는 길을 설명하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아직은 호기롭게 들렸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儒林(530)-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20)

    儒林(530)-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20)

    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20) 그러나 율곡은 노승이 갈긴 한 방망이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으면서 크게 할(喝)하여 말하였다. “이미 말에 표현이 있으면 그것이 곧 대상의 경계가 되거늘 그것이 어찌 본체라 하겠습니까.” 율곡은 노승이 말하였던 ‘색도 아니고 공도 아닌 것이 진여(眞如)의 본체라오.’라는 말을 붙들고 늘어진 것이었다. 즉 색이니 공이니 진여니 하는 것의 말의 표현은 결국 공허한 말장난의 경계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 율곡의 반격이었다. 그러고 나서 율곡은 직격탄을 날린다. “…만약 그렇다면 유가의 묘한 것은 말로써 전해질 수 없는데, 불가의 도는 문자의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자 안에 있다는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율곡의 직격탄은 부처가 남긴 말에서 비롯된다. 어느날 부처는 영산에 앉아서 설법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허공에서 꽃잎이 눈처럼 흩어져 내렸다. 허공에서 흩어져 내린 꽃은 연꽃. 설법도중에 부처는 갑자기 말을 끊고 한 송이 꽃을 주워 들고 가만히 여러 대중들에게 그 꽃을 보일 뿐이었다. 이 장면은 ‘영산회상거염화(靈山會上擧拈花)’라고 하여 이를 흔히 불가에서는 선의 시원점으로 삼고 있다. 그 자리에 모였던 수천의 대중들은 갑작스러운 부처의 침묵과 허공에서 떨어져 내린 꽃 한 송이를 들어올린 부처의 뜻을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해 있었는데, 유독 가섭존자만이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가섭존자의 ‘파안미소(破顔微笑)’를 본 순간 부처는 자신의 가르침이 문자나 교리로가 아닌 마음에서 마음으로 제자에게 전해졌음을 깨닫게 되었으며,8만의 설법으로도 표현해 낼 수 없는 진리, 즉 부처의 마음을 가섭존자가 그대로 이어받았음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이 통한다.’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고사성어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말. 이때 부처는 다음과 같은 수수께끼의 말을 남기는 것이다. “나에게는 더할 수 없는 바른 진리의 가르침 ‘정법안장(正法眼藏)’과 끝없는 진리의 자유로운 경계 ‘열반묘심(涅槃妙心)’, 모든 것이 있으면서도 또한 모든 것이 없는 불변의 진리인 ‘실상무상(實相無相)’과 오묘한 불법으로 들어가는 깊고 묘한 길 ‘미묘법문(微妙法門)’, 그리고 문자나 경전의 가르침과 같은 글자로 표현될 수 없이 오직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지는 오묘한 진리인 ‘불립문자 교외별전(不立文字 敎外別傳)’이 있다. 이를 바로 마하가섭에게 전한다.” 부처의 이 말에서 부처의 가르침 이외에 심법(心法)이 따로 전해지게 되었으며, 이를 최초로 전해받은 사람이 바로 마하가섭. 그러므로 불가에서는 마하가섭을 불조법맥(佛祖法脈)의 제1조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율곡은 바로 이러한 부처의 수수께끼의 말을 인용하여 노승을 향해 결정타를 날린 것이었다.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칩거 끝내고 다시 풍수 연구 나선 최창조 前서울대 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칩거 끝내고 다시 풍수 연구 나선 최창조 前서울대 교수

    “올해는 ‘호랑이 똥침’을 꼭 줘야 합니다.” 한 풍수의 대가가 간절하게 내뱉는 말이다. 웅비하는 한반도를 소망하는 마음이 담겼다. 그렇다면 ‘똥침’의 위치는 어디일까? 원래 ‘풍수가’는 지관(地官) 또는 지사(地師)라고 하며 하늘과 땅의 이치를 통달한 사람을 뜻한다. 따라서 예부터 나라의 도읍을 정하는 일이나 집안 가족의 묏자리와 집터를 정할 때 유명한 풍수가의 자문을 자연스럽게 여겼다.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 정치 또는 사업에 야망을 둔 사람들은 풍수이론에 근거해 조상의 묏자리를 옮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관계인사들 또한 진급을 앞두고 이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수맥이 밑으로 흐르는 곳에 거처하면 온갖 병이 생긴다는 이론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명산이나 좋은 묘터, 명당으로 소문난 터는 여전히 높은 값에 거래된다. 이처럼 풍수는 첨단문명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우리 일상과 상당히 밀접해 있다. 삶이란 논리보다는 이해와 느낌으로 살아간다는 이치에서다. 최창조(56) 전 서울대교수. 풍수학자이면서 우리나라의 풍수대가로 잘 알려져 있다.‘한국의 풍수지리’ 등 관련 단행본만 10여권 냈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때 ‘천도불가론 아홉가지 이유’를 발표, 주목을 받았다.1992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시절 “풍수도 학문이라고 가르치냐.”라는 비아냥이 나오자 타고난 결백성으로 그냥 문을 박차고 홀가분하게 나와버렸다. 이후 칩거하다시피 지내다 얼마전 ‘풍수잡설’‘닭이 봉황되다’라는 책을 발간하는 등 풍수연구에 다시 나섰다. 한 단계 더 득도한 스님처럼. 설날 직전, 서울 신도림역 인근에 위치한 최씨 자택(아파트)을 찾았다. 근황도 궁금했고 또 풍수학적으로 우리나라는 올해 어떤 형국인지 묻고 싶어서였다. 최씨는 아파트단지 입구까지 마중나와 해맑은 소년처럼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선생님, 언제 이사 오셨죠?” “봉천동에서 살다 온 지 꼭 2년 됐습니다. 처음에는 경기도 과천을 생각했으나 가격을 맞추다 보니 여길 선택했지요.” “그렇다면 풍수 고수가 정한 자리여서 당연히 명당이겠네요?” “명당은 마음속에 있지요. 수맥만 아니라면, 사랑해주면 자연 명당이 됩니다. 조용하고 아주 살기 좋아요.” 바로 옆에 대형 할인점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최씨는 “저것 덕분에 아파트값이 올라가 주민들이 좋아하니 아마 명당자리인 것 같아요.”라고 하면서 빙그레 웃는다. “아파트에도 풍수가 있나요?” “묘터나 집터잡기에는 (풍수가)일상사가 됐지요. 상식선을 벗어나지 않으면 됩니다. 수맥을 제외한 사랑과 믿음이 가는 곳이면 되지요.” 또한 남향이면서 햇볕이 들고 주위에 산이 있으면 아파트로서는 좋은 곳이라고 했다. 아울러 모든 풍수가 현장 위주여야 하듯 집을 살 때에도 직접 발품을 팔아 주위를 꼼꼼하게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귀띔해 준다. “풍수지리학적으로 올해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 국토는 호랑이가 잔뜩 웅크리고만 있어요. 이놈을 깨워야 합니다. 똥침을 주어 깜짝 놀라게 해야지요. 그래야 웅비합니다.” “똥침의 위치는 어딘가요?” “영일만쪽이지요. 그 일대에서 남쪽까지는 풍수학적으로 금계포란(金鷄包卵)형입니다.” “알을 품은 금닭인가요?“ “예, 맞습니다. 그 아래로 바다건너 제주도가 바로 금란(金卵), 즉 금닭의 알이지요.” 최씨의 이론을 해석하면 그동안 영남일대에 여러 인물들이 나왔지만 이치에 맞는 똥침을 제대로 주지 못해 아직까지 웅크린 형국이라는 것. 따라서 올해 한반도가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제주도는 비록 똥침과는 거리가 멀지만 ‘금닭의 알’로서 가치가 무궁무진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씨는 “제주도는 정말 살기좋은 자연의 혜택을 받았지요. 특별자치도가 되면 타도 사람들은 아마 입도료를 내야 할 걸요.”하면서 웃는다. 화제를 돌렸다. 정재계 인사들과 흥미로운 일화에 대해 슬쩍 물었다. 정계쪽에는 별로 관심없지만 일부 재계 인사와 인연을 맺은 적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다음은 최씨가 들려주는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과의 일화. 92년 여름 최씨가 서울대 교수직을 그만둔 직후였다. 최 회장 측근에서 한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최씨는 ‘산소 자리나 봐달라는 것이겠지.’ 하면서 거절했다. 며칠 후 손길승 SK그룹 경영기획실장실 사장과 김수길 부사장이 서울 봉천동 집으로 불쑥 찾아왔다.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이루어졌다. 최씨가 술 몇잔을 들고 나서 “최 회장이 왜 나를 보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손 사장은 “우리는 사업하는 사람으로 물건을 파는 입장이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사람은 키도 작고 영어도 잘 못한다. 때문에 우리의 우수한 것을 돕겠다는 게 최 회장의 뜻이다.”고 대답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최씨가 “그렇다면 명분을 주시오.”라고 했다. 손 사장은 이에 “좋은 생각이 있다. 한달에 한번 사장단 회의가 있으니 그때 강연을 하면 되지 않겠소.”라며 거듭 제안했다. 결국 최씨는 얼마후 SK그룹 사장단 회의장에서 ‘풍수일반론’을 강의했고 최 회장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나는 풍수를 안 믿는다. 하지만 그냥 순수하게 돕고 싶다.”는 말로 최씨를 설득했다. 그래서 한달 300만원을 받기로 하고 1년 동안 연구계획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후 충북 보은 등 지방에 칩거허면서 풍수관련 연구를 하게 된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와도 인연이 있다. 하루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불러 청와대에 들어갔다. 관계자는 북악산 요새와 청와대 경내의 오래된 정자를 치워도 되느냐고 물었다. 최씨는 “풍수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문화적 가치는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대답했다. 이어 침식된 산, 양쪽으로 노출된 암반, 파인 계곡 등의 지세(地勢)를 보아 청와대는 원래 사람이 살던 땅은 아니었다고 귀띔했다. 이로부터 얼마후 경내의 일본식 건물이 철거되고 요새화 작업으로 파인 곳곳을 깨끗이 메웠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최씨는 또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집터와 관련된 소문에 휘말리기도 했다. 서울대 교수직을 그만둔 직후였다. 대통령 관저가 북악산의 기맥을 압박하고 있어 좋지 않다는 주장을 해온 최씨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은 풍수학상 좋지만 노 대통령의 자택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 괘씸죄로 서울대 교수직에서 잘렸다는 것. 이에 대해 최씨는 “그런 얘기를 한 기억이 없는데 일본인 노자키 미쓰히코(오사카시립대 교수)가 쓴 ‘한국의 풍수사들’(94년 출간)이란 책에서 우연히 접해 알게 됐을 뿐”이라고 했다. 최씨는 평소 북악산이 주산(主山)이 아니기 때문에 독불장군형이라고 주장해 왔다. 좌로 인왕산, 우로 둔덕이 둘러치고 전방으로만 확 트여 있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대통령으로서는 자연스럽게 독선과 자만감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아울러 2004년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풍수학적으로 불가한 여덟가지 이유를 내놓는 등 중대 사안 때마다 이래저래 자의반 타의반 엮여져 왔다. 서울 출생인 그가 풍수와 인연을 맺은 것은 경기고 재학 시절. 우연히 망우리 공동묘지에 찾아가면서였다. 시인도 있고 독립투사도 있으며 정치범으로 사형당한 사람의 무덤이 있는 그곳에 가면 왠지 평등을 느꼈고 평정심을 얻었다. 이때 한 중년 사내를 만나 풍수를 배우면서 최면처럼 빠져들었다. 그래서 서울대 지리학과에 진학했고 교수시절에도 항상 현장 위주의 풍수학을 강조해 왔다. 요즘 건강을 다시 찾은 덕분에 관악산 등 주변 산을 찾아 땅과의 대화를 나누는 재미를 만끽한다. “이제는 땅을 보면 사람처럼 여겨집니다. 전에는 경험과 이론을 동원해 땅을 해석하려 했지만 지금은 만나는 순간 어떤 느낌을 갖지요. 땅을 사랑하려면 정을 주어야 합니다.” 주말매거진WE팀장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50년 서울 출생 ▲68년 경기고 졸업 ▲73년 서울대 지리학과 졸업, 동대학 석사(91년) ▲77년 경북대 지리학 강사 ▲79년 전남대 지리교육과 강사, 국토개발연구원 주임연구원 ▲81∼88년 전북대 지리교육과 교수 ▲88∼91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92년 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 삼성생명 자문위원 ▲주요 저서 풍수에 대한 지리학적 해석(78년), 한국의 풍수사상(84년), 풍수사상에서 본 통일한반도의 수도입지선정(89년), 터잡기의 예술(92년), 한국의 풍수지리(93년), 땅의 눈물 땅의 희망(2000년), 풍수잡설(2005년) 등 1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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