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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계천 새물길 열렸다] 황병기교수의 산책기

    [청계천 새물길 열렸다] 황병기교수의 산책기

    나는 1936년 서울 북촌의 가회동에서 태어나 그 동네에서만 살다가 74년 비로소 서대문 밖의 북아현동 꼭대기로 이사 온 후 지금도 그 곳에서 살고 있다. 이렇게 서울에서만 살아온 토박이여서 지난 94년 서울 정도 600주년 때는 자랑스러운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 뽑히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의 하나가 삼청동 계곡의 시냇물에서 바위 뒤에 숨어 있는 가재를 잡아다가 집에서 놋대야를 놓고 기르던 일이다. 맑은 수돗물에서 사는 것을 가재가 싫어하기 때문에 흙과 돌까지 퍼 와서 대야의 물을 가급적 시냇물과 흡사하게 만드느라 고생했다. 이 삼청동의 맑은 물줄기를 따라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면 경복궁 동편으로 해서 중학동을 지나 결국 청계천이 되어 서울 중심부를 동쪽으로 흘러갔다. 그 당시도 개울물이 그다지 맑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 아낙네들이 빨래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빨래할 정도의 물은 되는가 보다고 생각했다. 하기는 이름이 ‘청계천’이니 옛날에는 오죽 맑은 물이었을까 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그 후 청계천에 대하여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50년대에 박태원의 장편 소설 ‘천변풍경’을 읽으면서이다. 이 소설은 청계천 부근에서 사는 서민들의 삶을 다룬 단편소설집인데, 이 단편들을 계속해서 읽으면 하나의 일관된 장편소설이 되는 이른바 옴니버스식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은 후 청계천은 단순한 냇물이 아니라 서울 사람들의 애환이 서려 있고, 서울의 혼이 담겨 있는 정다운 물로 느껴지게 되었다. 그러나 60년대부터 서울 인구의 폭증과 산업화의 급류 속에서 청계천은 차츰 악취가 풍기는 구정물처럼 변하고 인근은 다닥다닥 붙은 판잣집 촌의 모습이어서 서울의 치부처럼 느껴졌다. 사실 외국에서 손님이라도 오면 보이는 것이 창피할 정도였다. 그래서 60년대 말에 복개공사가 이루어져 이 치부가 말끔히 사라지자 시민들이 박수를 치기도 했다.70년대에는 청계고가도로가 건설되자 그 위를 차로 달릴 때 바라보이는 빌딩들이 한국 산업화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세월은 흘러 21세기에 들어왔다. 그동안 서울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강남시대를 맞이했지만, 나는 여전히 강북에서 그리고 청계천 북쪽의 북아현동 꼭대기를 지키고 있다. 그동안 어언 정년퇴임을 하고 이문동의 옛 중앙정보부 자리에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문화원에 출강을 하게 되었는데 그 때마다 청계고가도로를 이용했다. 그런데, 어느 날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청계천을 다시 복원한다는 뉴스를 듣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엉뚱하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한 뉴스였다. 처음에는 시민들로부터 온갖 걱정과 염려를 사고 진통을 겪었지만 차츰 청계천 복원이 일종의 희망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불과 2년여 만에 이것이 먼 장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목전의 현실로 다가오고 인터넷상에 복원된 청계천의 환상적인 가상사진이 뜨기 시작했다. 60년대의 청계천 복개가 문자 그대로 부정적인 옛 것을 덮어서 없애버린 것인데, 오늘의 청계천 복원은 그 옛 것에 대하여 오히려 자부심을 가지고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되살려 낸 것이니 가히 청계천의 기적이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 9월29일 나도 꿈의 청계천 복원현장을 아내(한말숙·소설가)와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둘러 보았다. 처음에 청계천 광장을 지나 산책로로 내려가자 상전벽해라기보다도 천지개벽이 이것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과연 서울은 위대하고 대한민국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선을 다하여 복원한 흔적이 역력한 광통교를 흥미롭게 살피고, 풀밭사이의 산책로를 걸으면서 징검다리도 건너보고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192m 길이의 도자벽화 정조반차도도 흥미롭게 보았다. 더구나 이 반차도는 옛 군악대인 취타수들의 연주모습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국악사적으로 중요한 자료여서 더욱 반가웠다. 그러나 한참 걸어가다 보니 차츰 지루해지고 허전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왜 그럴까하는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청계천 복원도 문명의 힘으로 밀어붙인 인공물의 한계성을 극복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복원된 청계천이 앞으로 오랜 시간을 두고 잘 가꾸어지면서 연륜과 역사가 더해지고 서울 시민들의 삶과 자연스럽게 한 살이 되기 위하여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입계단으로 올라와 한동안 청계로 위의 난간 쪽 보도로 걸었다. 그런데 이 보도의 폭이 두 사람도 함께 걸을 수 없이 좁아서 휠체어는 물론 유모차조차 다닐 수 없는 길 아닌 길이라는 것은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우리는 자연과 문화와 역사에 대하여 좀 더 겸허하고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제부터 꾸준히 청계천을 가꾸어가야 할 것이다.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교수)
  • [청계천 새물길 열렸다] 복원 산파역 노수홍 연세대교수

    [청계천 새물길 열렸다] 복원 산파역 노수홍 연세대교수

    한 때 아낙들의 빨래터였고,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곳. 이런 청계천이 어두컴컴한 콘크리트 더미에서 벗어난 것은 어린 시절 청계천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한 학자의 소박한 꿈에서 비롯됐다. 사람들의 삶에 녹아드는 하천을 만들 수는 없을까하는 소망에서다. 주인공은 연세대 원주캠퍼스 환경공학과 노수홍 교수다. 1991년 동료인 이희덕 교수(사학과)가 서울·원주를 오가는 통근버스에서 “청계천에 물이 흐르게 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노 교수는 “현재 물처리 기술로 깨끗한 물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그렇게 대화를 나눈 게 전부였다. 노 교수는 청계천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기는 했지만 거의 전무했다. 복개된 청계천 위로는 청계고가가 있어 이미 청계천은 ‘하천’이 아니라 ‘도로’로 여겨지고 있을 때였다. 그러다가 1996년부터 1997년까지 캐나다 오타와대에 교환교수로 가게 되면서 청계천 복원에 대한 가능성을 다시 떠올렸다. “오타와는 도심 중앙부에 ‘리도 운하’가 뻗어 있어 점심시간이면 샌드위치 하나를 들고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서 청계천을 떠올렸죠. 폭도 10m 안팎으로 청계천과 비슷했죠.” 노 교수는 청계천이 복원된다면 서울에서도 이처럼 여유롭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도 만나는 사람들마다 청계천복원에 대한 얘기를 끄집어냈다. 그러나 이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대부분 비슷했다. 우선 ▲교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상인·노점상 대책은 어떻게 세울 것인가 ▲물은 깨끗할까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등이었다. 청계천 복원 공사는 여러 분야의 복합적인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각종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다니기로 했다. 처음 만난 사람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황기연 교통연구부장. 삼일빌딩∼동대문 구간 등 몇몇 교통을 통제한 사례를 들면서 교통에 문제가 없다는 대답을 얻어냈다. 이후 서울·원주를 오가며 공학·법률·환경·상업 등의 전문가들을 만나며 청계천 복원에 대한 궁금증들을 풀었다. “마침 1998년 봄 학교 옆 토지문화관의 박경리 선생과 같은 차를 타고 지방에 갈 일이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생태·환경주의자인 박경리 선생에게 청계천 복원은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니 사람들의 마음을 바꿔달라는 부탁을 했고, 박경리 선생도 흔쾌히 응했습니다.” 그래서 2000년 토지문화관에서 드디어 ‘제1회 청계천 되살리기 심포지엄’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청계천 살리기 연구회’를 조직해 해마다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이후 심포지엄 자료집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2001년에는 서울시장 선거 캠프에서도 연락이 오곤 했습니다. 청계천 복원에 관심이 컸던 이명박 시장이 당선된 게 기폭제가 됐다고 할 수 있겠죠.” 이명박 시장이 당선된 뒤 노 교수는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노 교수는 이번에 완공된 청계천에 대해 ‘60점’을 줬다. “50점은 이미 공사가 마쳤기 때문이고,10점은 청계천 하류 부분이 환경친화적으로 조성됐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40점은 앞으로 청계천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에 달려 있겠죠.”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금순이’ 새 가족상 선보이며 피날레

    “시련 속에서도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금순이를 사랑해 주신 시청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7개월여 동안 MBC 드라마의 효녀 노릇을 톡톡히 했던 ‘굳세어라 금순아’(연출 이대영 극본 이정선)가 30일 막을 내린다.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는 마지막 방영을 앞둔 ‘굳세어라…’의 성공을 축하하는 종방연이 열렸다. 지난 2월14일 첫 방송부터 시청률 30%를 넘나들며 꾸준한 인기를 모았고, 최근에는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이기도 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다시 태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금순이’ 한혜진(24)은 종방연 자리에서 “시청자들이 이번 드라마를 통해 따뜻한 가족애를 느꼈으리라 생각한다.”면서 “최선을 다하지 못한 부분도 있어 못내 아쉽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재희 역의 강지환(26)도 “시청자들의 격려 속에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멋진 작품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굳세어라…’가 인기를 끌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가족간의 훈훈한 사랑을 보여줬다는 것. 여기에는 금순이라는 캐릭터도 한몫했다. 아이가 있는 젊은 과부로 세상이 던져주는 시련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능동적이고 변화하는 여성상을 그려냈다. 또 금순이의 재혼을 놓고 아들 휘성에 대한 양육권 때문에 빚어진 시댁과의 갈등을 통해 호주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가족애로 극복하며 새로운 가족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해피엔딩의 결혼식장 모습은 이러한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금순이의 부모 자리에는 친할머니와 함께 시부모인 노 소장 부부가 앉았다. 재혼하는 며느리는 어느 새 자식이 됐고, 전 시댁과 새로운 시댁 모두 함께 가족이 된 것. 이정선 작가는 “20∼50대는 물론 할머니 세대까지 다양한 어머니상을 그리는 데 주력했다.”고 돌이켰다. 새달 3일부터는 ‘굳세어라…’의 후속으로 ‘맨발의 청춘’(연출 권이상, 최도훈·극본 조소혜)이 방송된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사업 위해선 회장님도 셋방살이…”

    “사업 위해선 회장님도 셋방살이…”

    ‘회장님도 셋방살이’ 주요그룹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사옥을 팔고 세들어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옥을 매각하는 것은 자칫 자금난으로 비쳐져 증시나 직원들의 사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금기사항’으로 여겨져 왔지만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SK가 최근 인천정유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린동 사옥을 메릴린치에 4500억원에 매각키로 한 것은 사옥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그만큼 달라졌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서린동 사옥은 최태원 회장의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이 생전에 의욕적으로 추진한 건물.1999년 완공이후 주력계열사인 SK㈜와 SK텔레콤이 둥지를 틀면서 ‘SK 전성시대’를 함께 열었다.SK텔레콤이 을지로로 옮겨간 이후에도 34층에 최 회장 집무실이 있고 35층에는 최종건 1대 회장과 최종현 2대 회장의 흉상이 설치돼 있어 SK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SK는 사옥 매각 이후에도 현 빌딩을 5년간 임대할 예정이며 최태원 회장 집무실도 남을 계획이다. 최 회장은 용산구 청암동 자택도 전셋집이어서 집과 사무실이 모두 전세인 이색 경력을 갖게 됐다. SK 관계자는 “사옥을 매각하면 재무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데 굳이 부채를 늘릴 필요가 있느냐.”면서 “선대회장이 ‘땅 좁은 나라에서 부동산에 욕심내면 안 된다.’고 말할 정도로 부동산에 대한 집착이 덜한 그룹 전통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2010년 10대그룹 진입을 천명하며 부활을 꿈꾸고 있는 현대그룹 역시 ‘셋방살이’신세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이 갖고 있던 계동사옥의 대부분을 현대자동차에 매각한 이후 그룹사옥을 마련하지 못했다. 고 정몽헌 회장 시절에는 계동사옥을 빌려 썼고 현정은 회장은 동숭동 현대엘리베이터 빌딩에 집무실을 차렸다가 KCC와의 경영권 분쟁이 완료된 지난해 초 현 적선동 현대상선 빌딩으로 옮겨왔다. 하지만 현대상선 빌딩은 2001년 프랑스계 투자회사에 팔린 터여서 현대그룹을 상징하는 건물로 보기 어렵다. 지난해 LG그룹에서 분리된 LS그룹도 아직 사옥을 마련하지 못했다.LS그룹은 현재 삼성동 아셈타워 5개층에 LS전선,E1,LS니꼬동제련이 입주해 있고 LS산전은 서울역 연세빌딩에, 극동도시가스는 답십리에, 가온전선은 마포 LG빌딩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등 ‘이산가족’ 신세다. 구태회·평회·두회 명예회장과 구자홍 회장 집무실도 아셈타워에 세들어 있다. 올초 그룹 CI를 발표하며 새 출발을 알린 LS그룹은 그룹사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안양공장 맞은편 정보통신연구소 부지에 신사옥 설립을 검토중이지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외국계 펀드 탈세 어떻게

    외국계 펀드 탈세 어떻게

    국세청은 29일 관심이 집중됐던 론스타 등 5개 외국계 펀드에 대해 모두 2148억원의 세금을 추징하는 내용의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추징액수는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다. 국세청은 일부 펀드 관계자들의 경우 ‘사기·기타 부정한 행위’에 의한 조세포탈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고 검찰에 고발까지 할 방침이다. 국세청이 초강수(超强手)를 두는 것처럼 보이는 데 대해, 외국계 펀드 조사를 지휘했던 윤종훈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실질과세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에도 외국계 펀드에 대한 조사는 있었으나 이번처럼 심층적인 조사는 처음”이라면서 “적절한 시점에 조사할 필요가 있으면 (다른 펀드에 대한 조사도)하겠다.”고 설명했다. ●조세피난처에 실제로 영업하지 않는 회사 세워 탈세 미국계인 론스타가 이용한 수법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론스타가 벨기에에 설립한 ‘스타홀딩스’는 100% 출자를 통해 국내에 스타타워(론스타코리아)를 설립했다. 론스타코리아는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을 6200억원에 사들여 싱가포르 투자청에 주식거래 형태로 9000억원에 매각, 막대한 양도차익을 냈다.‘주식거래에 대해선 과세하지 못한다.’는 한국과 벨기에간 조세협약을 내세워 세금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국세청은 벨기에에 있는 회사는 실제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회사이며, 매각의 실제 주체는 론스타 미국 본사로 보고 과세했다.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법인의 경우 보유 주식을 50% 이상 처분할 때에는 부동산 매각처럼 소득세를 물릴 수 있다는 한·미간 조세협약과 의정서에 따른 것이다. ●이전가격 이용한 탈세 국내에서 생긴 소득을 본국으로 넘겨 탈세한 경우다.A국의 ○○펀드는 한국에서 지급하는 이자에 대한 소득세가 면제되는 B국에 △△△사를 설립했다.○○펀드는 국내 자회사가 필요한 자금을 국내은행에서 싼 이자로 빌릴 수 있었지만, 투자자금을 조기에 회수도 하고 세금부담도 줄이려고 △△△사를 통해 고리로 돈을 빌렸다. 자회사의 소득은 이렇게 부당하게 해외로 빼돌려졌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정상이자율과 국내 자회사가 부담한 고리의 이자율 차이에 대해 과세했다. 통상 이러한 방법으로 재산을 빼돌릴 경우는 보통 정상이자율보다 1.5∼2배 정도 높은 이자율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훈 청장은 “정상적인 이자가 8% 수준이라면 이러한 경우는 10%가 훨씬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추징세금 쉽게낼지 불투명 문제는 외국계 펀드가 국세청의 추징방침을 수용하느냐다. 특히 가장 많은 세금이 부과된 론스타는 세무조사를 받을 때부터 조사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져 추징세액을 쉽게 낼지는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법리공방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론스타의 한국대표가 지난 28일 사표를 낸 것도 세무조사 발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론스타 벨기에 법인이 한국과 벨기에간 조세협약이 적용되는 실제 매각 주체인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 론스타가 만약 검찰고발 등 조세범에 준하는 처벌을 받게 되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게 제대로 된 것인지를 놓고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곽태헌기자 tiger@seoul.co.kr
  • “잠실 제2롯데·상암동 DMC 강남·북 상징 초고층건물로”

    “잠실 제2롯데·상암동 DMC 강남·북 상징 초고층건물로”

    서울 강남·북의 랜드마크(상징건물)가 될 잠실 제2롯데월드와 상암동 DMC(디지털미디어시티) 빌딩이 내년 상반기 이전에 착공될 전망이다. 세종문화회관 3층이 어른 요금의 20% 수준만 받는 청소년 전용공간으로 바뀌고, 서울시내 모든 공연장의 야간 개방이 추진된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29일 청계천 복원 준공식(10월1일)을 앞두고 서울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시장은 “과거를 복원하는 것도 좋지만 서울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해 현대적인 기념물은 많지 않다.”면서 “제2롯데월드와 DMC내 국제비즈니스센터 빌딩을 임기(2006년 6월)내에 허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측은 당초 제2롯데월드를 200층의 초고층으로 추진했으나 건축허가 등의 어려움으로 현재는 112층으로 건축허가 신청을 한 상태다. 하지만 서울시가 초고층화를 추진, 현재 150층 정도로 설계를 다시 하고 있다. DMC내 국제비즈니스센터는 130층으로 건축을 추진중이다. 그는 또 “청계천 완공을 기념해 응봉동과 서울숲을 잇는 폭 4m, 길이 165m의 응봉교를 설계 중이며 내년 상반기쯤 걸어서 왕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특히 오는 10월 이후 시청사 재건립과 관련, 주변 일대를 연계해 문화벨트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곤 송한수기자 sunggone@seoul.co.kr
  • [서울이야기(23)] 도심의 열린 문화쉼터

    [서울이야기(23)] 도심의 열린 문화쉼터

    올 여름도 무더운 날의 연속이었다. 간혹 소나기가 더위를 식혀 주기도 했지만, 비가 그치자마자 무더위는 계속되었다.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에 개장한 ‘서울숲’을 최근 방문했다. 햇살이 따가운 한낮의 공원에 의외로 놀이동산처럼 많은 시민들이 있었다. 언뜻 생각하기에 놀이동산과 공원이 비슷하게 인식되지만, 놀이동산에서는 각종 프로그램 및 놀이기구로 분주하게 순회하는 것이 상례이고, 공원에서는 자연 속에서 거닐거나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자연환경을 즐긴다. 한낮의 더운 날씨 탓이기도 하지만, 서울숲은 넓고 다양한 경관을 가지고 있어 자전거로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 공원을 선회하다보니 바닥분수에서 물을 즐기는 어린이들, 스케이트 보드로 묘기를 부리는 청소년들, 자연체험학습을 하고 있는 단체, 시냇물처럼 조성된 곳에서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 공연준비로 분주한 사람들 등 예전의 도심공원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었다.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노래방, 빨래방, 놀이방,PC방,DVD방, 찜질방,…. 또 아파트, 빌딩, 상가건물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도시는 수많은 방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온라인 방까지 가세, 한국은 말 그대로 방의 도시다.” 2004년 제 9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한국관은 ‘방의 도시’(City of bAng)라는 작품으로 참가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방’을 영어의 ‘room’과 차별시하여 한국의 고유명사로 정의하고 있다. 즉, 다양한 이름의 방들, 방들을 담고 있는 건축물이 일상에서 생겨나고 퍼지는 것을 특유한 한국적 상황으로 설명한 것이다. 한국전시를 총괄한 정기용씨도 “한국의 방을 모르면 한국 도시의 미래를 알 수 없다.”고 단언하였다. 오늘날, 이런 방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발견되며,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지라도 이미 친숙한 공간이다. 노래방, 빨래방, 놀이방 등 복합어의 명칭으로도 알 수 있듯이 각각의 방들은 고유한 기능을 가진 공간이다. 이들 공간은 개별적이며, 외부공간과 무관하게 기능변화, 수평적, 수직적 조합이 무한히 가능하다. 작품처럼 방의 무한한 변용 및 조합, 디지털문화의 가능성으로 역동적인 한국 도시의 현주소와 미래를 전망할 수 있지만, 여전히 그 익명성과 폐쇄성에 대한 질문이 남아 있다. 유럽도시의 매력을 언급한다면, 역사적 기념비, 고풍스러운 건물, 미감이 있는 가로시설물 등 물리적 환경 이외에도 시민들의 생활상을 빼놓을 수 없다. 거리의 작은 카페에서 담화하는 사람들, 광장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음악연주를 하는 사람들 등 도시 곳곳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도시를 한층 더 아름답게 한다. 혹자는 이러한 외부경관이 기후적 조건으로, 생활방식의 차이로 동양도시에서 발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설명하지만, 사실은 기능위주의 현대도시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상실된 것이다. 일본건축을 세계화하는 데 큰 공헌을 한 기쇼 구로카와(黑川記章)는 서양과 구별되는 동양적 공간을 ‘마루’와 같은 건물외부와 내부 간의 중간영역으로 여기고, 자연환경에 열린 전통공간의 가치를 지적하면서 도시에서 인간과 자연간의 공생관계를 회복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에 의하면, 동양도시는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자연과의 유대감을 상실했다. 동양도시는 본질적으로 주변의 자연환경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사상적으로 인간과 일원론적인 자연관을 지니고 있기에, 풍수지리설과 같은 자연과 합일된 구성을 도시이론으로 가지고 있다. 서울의 자연경관이 수려한 것도 이런 자연관과 도시이론에 기인하며, 시민들의 자연친화적인 생활은 당연한 귀결이다. 동양의 산수화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이 붓으로 일획을 긋는 듯한 기법의 신비함에도 그 이유가 있지만, 서양화처럼 투시도적 구도화가 아닌 자연에 자신의 감정을 인입하는 상상화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다시 말해 화가의 정신과 삶이 깃들어진 자연과의 대화가 작품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서울이 새로이 변모하고 있다. 아니, 서울이 제 모습을 찾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남산이 자신의 모습을 찾고, 청계천에 물이 다시 흐른다. 또한, 세운상가는 종묘에서 남산을 잇는 새로운 녹지축으로 바뀔 예정이고, 복개하천의 복원사업이 곳곳에서 추진 중에 있다. 서울의 생태성이 회복되고,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며, 도심에서의 생태관광이 언급된다. 한강시민공원, 선유도 공원, 월드컵 공원, 서울숲, 서울광장은 Hi Seoul Festival, 강변 물 축제, 좋은 영화 감상회 등의 각종 문화행사와 더불어 이미 시민들의 휴식처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시민 휴식처로서의 자연은 도시위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인 행위를 유발한다. 이제 도시는 자연환경에 적극적으로 열린 시민공간을 제공하고자 변화할 것이다. 원활한 교통을 위해 주거지와 한강과의 관계를 절단했던 도로체계는 시민들의 용이한 접근을 위해 개편되고, 개인적인 조망에 중점을 두었던 아파트 개발은 강에서 바라보는 공공의 도시경관 측면으로 수정되려 한다. 도심광장은 권위주의적, 관료주의적 상징이 아닌 시민들의 쉼터가 되고 즐거움이 되면서 ‘문화서울가꾸기’에 동참한다. 비단 서울의 대표적인 공간이 아닐지라도 하천을 따라 조성된 산책길, 자전거길, 산과 습지대에서의 생태공원 등 생활주변의 자연환경이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시민들을 위해 열린다. 도시의 공간구조뿐만 아니라, 주5일 근무제 실시로 도시생활이 변화하고 있다. 매주 짧은 휴가를 맞이하게 된 격이라 자극적인 ‘밤의 문화’보다는 자연환경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는 ‘낮의 문화’가 선호될 것이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가 간만에 갖게 된 짧은 휴식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자극적이고 일탈적이기 쉽다. 주5일 근무제 이전에 야간유흥업소가 더욱 성행했음을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휴식은 순간적인 쾌락보다는 지속적인 음미가 요구되고,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가족과 공유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공공장소에서 다양한 여가활동이 활성화된다. 이젠 주말에 가족이 있는 사람에게 예기치 않은 전화를 하는 것조차 ‘센스’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서울이 산업도시에서 벗어나 문화도시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산업도시의 단계에서는 인원수에 시간을 곱하면 성과물이 양적으로 산출되지만, 문화도시에서는 물리적 측정이 불가능하다. 성과물의 양보다 질이 중시되고, 질은 문화의 성숙도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화가 성숙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문화적 체험이 선행되어야 한다. 문화체험이란 이례적인 일탈이 아니라, 일종의 여가활동처럼 일상의 연속이며, 일상생활 속에 배어난다.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노력만으로 부족하다.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자연스러운 참여가 요구된다. 서울시는 문화도시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시민들은 ‘도시만들기’의 주체가 된다. 개인의 이익으로 인해 공공에 대하여 폐쇄적인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공익이 개인의 이익이 될 수 있는 공동체의식과 방안이 필요하다. 문화도시의 성패는 개인의 능력으로 평가되기보다 총체적인 평가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파리 센 강변의 카페가 개인의 명칭으로서가 아니라, 그 장소가 지니고 있는 분위기에 의미를 부여받고 있음을 상기할 수 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것에 대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명품을 이식하고 늘 새롭게 단장하기보다는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웃과 공유하면서 가치를 키워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 한창 진행중인 서울시의 문화행사들은 문화도시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할 전제조건이 된다. 문화도시를 완성시키는 것은 시민의 몫이다. ●쉼터 나들이 파란 하늘, 짙은 녹음, 쾌적한 날씨, 어느덧 무더운 여름은 지나가고 완연한 가을이다. 멀리서 이색성을 찾기보다 주변에 있는 자연환경을 다시 둘러보고 계절을 만끽해보자. 가을정취를 느끼기에 한강시민공원의 코스모스 단지(이촌지구)나 메밀꽃 단지(양화지구)도 괜찮을 듯하다. 자전거를 타고 생태기행을 해도 좋다. 자전거 도로는 한강변뿐만 아니라 자연생태하천으로 복원된 안양천, 철새로 이름난 중랑천 등의 지천에도 연결돼 있다. 어린 자녀가 있다면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길동 자연생태공원에서 생태체험학습을 하거나, 올림픽공원 내의 몽촌토성, 아차산 생태공원에서 자연과 역사문화를 동시에 체험하기를 권한다. 작물재배를 직접 체험하고자 한다면, 서울외곽 곳곳에 있는 주말농장에서 ‘텃밭 가꾸기’를 할 수 있다. 도시의 가치가 물리적, 경제적으로 설명되기 전에 자연과 개인적인 관계를 지니는 산수화처럼 자신과의 교감으로 이해될 때, 어느덧 문화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백승만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계획설계부 부연구위원
  • “재산세 내리고 싶어도…”

    재산세 납세거부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서울과 수도권 자치단체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탄력세율을 추가로 내리면 지자체 세수가 줄어들고, 적당히 내리면 대형 주택 보유자만 혜택을 보게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고지서를 받은 주민들은 지난해보다 크게 오른 재산세 부담 때문에 탄력세율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구청도 할 말 있다 서울 강남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없는 이유를 적극 해명했다. 탄력세율을 적용, 오른 세금의 50% 한도내에서 세금을 깎아주려 해도 정작 혜택은 대형주택 보유자만 보기 때문이다.실제로 시뮬레이션 결과 탄력세율 적용,30%를 인하할 경우 45평형이하의 중형 및 소형 아파트 보유자가 혜택을 보지 못하는 대신 도곡동 타워팰리스나 아크로비스타, 삼성동 아이파크 등의 대형아파트 보유자들만 혜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은 세금이 오히려 내리고, 아파트 등만 세금이 오른 상태에서 자칫 탄력세율을 적용하면,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줬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재산세 상한제 적용돼 실효 없어 게다가 실효성도 없다. 정부는 재산세 산정시기를 지난해 6월에서 올해부터 5월로 앞당기면서 2년치 세금이 한꺼번에 나와 조세저항이 우려되자 ‘재산세 상한제’를 도입, 재산세가 얼마나 오르더라도 전년대비 50% 이상을 받을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탄력세율을 적용, 세금을 깎아줘봐야 재산세 상한제에 따른 세금인하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없다. 강남·송파·동작구 등 10개 구청은 이런 이유로 탄력세율을 적용하지 않았다.●세수도 많이 줄었다 세수감소도 지자체의 고민 가운데 하나다. 송파구의 경우 아파트 세금은 크게 올랐지만 업무용 빌딩 등의 세금은 크게 내려서 세수감소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마냥 주택분 세금을 깎아줄 수도 없다.실례로 일반 업무용 빌딩의 재산세가 지난해 176억원에서 69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올해 세수도 지난해(824억원)에 10억원 못 미칠 전망이다. 관계자는 “업무용 재산세가 줄어든 상태에서 세금을 무조건 깎아주기도 어렵고, 또 깎아주더라도 정작 중소형 주택은 혜택을 보지 못한다.”면서 “진퇴양난”이라고 말했다. 강북지역의 구청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주택의 재산세가 내려 탄력세율을 적용하기 어려운데다, 세수가 부족해 세금을 내리주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청계천 ‘베를린 광장’ 개방

    독일 베를린시가 청계천2가 삼일교 남단 한화빌딩 앞에 조성한 ‘베를린 광장’이 27일 개방됐다. 30여평의 광장에는 베를린 장벽, 베를린 ‘곰(熊)상’ 등이 설치됐다. 베를린 장벽은 1989년 허물어진 것으로, 높이 3.5m, 폭 1.2m, 두께 0.4m의 콘크리트 덩어리 세 개를 원형 그대로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옮겨왔다.베를린시의 상징 동물인 ‘곰상’ 몸통 좌우에는 남대문과 브란덴부르크문을 그려 넣었다.100여년 전부터 베를린시 마르찬 휴양 공원에 설치돼 있던 조명등과 의자 등도 옮겨졌다. 서울시는 “독일 베를린시 측에서 조성 비용 6000여만원을 모두 부담하고 재료도 직접 가져와 조성했다.”면서 “두 도시간 우호의 상징이자 통일을 기원하는 만남의 장소로 애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한국전산원 법률자문비 물쓰듯”

    정보통신진흥기금(옛 정보화촉진기금)은 아직도 ‘눈먼 돈’인가. 한국전산원이 법률자문 비용을 방만하게 운용, 국정 감사의 도마에 올랐다. 비용의 용도가 IT분야의 새로운 지침이나 표준 제정이 아니라 일반행정에 대한 법률 검토 및 자문 비용이 많아 진흥기금으로 운영되는 한국전산원이 많은 곳에서 방만한 운용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한국전산원은 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기관으로, 국가정보화 등 전산화 관련 연구 정책을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석준 의원은 27일 한국전산원 국정감사에서 “최근 3년간 한국전산원의 일반 법률자문 비용이 2억 4217만원으로 IT분야를 총괄하는 정통부의 8000만원보다 3배나 많다.”고 질책했다. 이 날 국감을 받은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은 같은 기간 동안 1580만원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전산원의 추가 1시간당 법률자문 비용이 17만∼34만원으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의 5만원보다 3∼7배 높았다. 그러나 정통부를 비롯한 이외 산하 기관은 추가 시간에 대한 비용이 없었다. 김 의원은 다른 일반행정분야에서의 법률 비용도 상대적으로 방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 중구 무교청사 과밀부담금 관련 자문료로 533만원을, 무교청사 중과세 관련 자문료 224만원,2003년 세종로 대우빌딩 임대차 관련 자문료로 23만원을 지급했다. 또 2002년 총무부 이전시 중과세 여부에 관한 법률 검토로 369만원, 부동산 매매계약서 검토 자문료 28만원, 후임 원장 선임절차 자문으로 212만원을 지출했다. 김 의원은 “한국전산원이 매달 일반 자문료로 55만원씩을 지출하고 있음에도 불구, 정통부 5개 산하기관 중 유독 고유업무와 관련없는 곳의 자문료가 많았다.”고 밝혀 국민세금의 운용에 철저한 감시가 필요함을 지적했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청계천, 휴일 차없는 거리 추진

    청계천 주변이 휴일이면 ‘자동차 없는 거리’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물품을 싣고 내리는 작업이 많은 상인들의 반발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서울시 김병일 대변인은 27일 “복원이 마무리된 뒤 교통량이 많은 청계천 시점부 청계광장∼삼일교 구간을 공휴일 등 휴일에는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보행의 거리로 지정할 것을 경찰측에 협조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계획이 확정되면 일요일과 국경일에는 청계광장∼삼일교 약 3㎞구간 양방향으로는 차량통행이 금지된다. 시는 또 청계천이 개통되면 시민과 관광객 등이 몰릴 것으로 보고 청계천복원 준공 대비 교통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일부터 청계천문화관∼시점부 구간을 오가는 순환버스 노선(01번)을 새로 투입했다. 또 청계천 도보권 지하철 역사 24곳에 청계천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안내도와 방향유도 표지판 등을 설치, 편리하게 청계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청계천로 5.3㎞ 구간 양쪽의 상습 불법 주·정차 구간에 고성능 무인단속 카메라 34대를 들여놓을 방침이다. 단속요원을 증원 배치해 초기에는 계도 위주로 하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청계천 주변에서의 불법 주·정차를 근절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청계천 주변 공·사설 유료 주차장 116곳(1만 2000여대분)에 대한 안내에도 힘쓰기로 했다. 반면 관광버스는 별도의 정차장과 주차장을 마련해 청계천로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중구 태평로 서울신문사옥 앞이나 건너편 코리아나호텔 앞, 다동 동아빌딩 앞 등의 임시정차장에서 승객들을 내려준 뒤 서울역사박물관이나 주한 미국대사관 부지, 장충동 자유센터 등 주차장에 주차해야 한다. 시는 서울교통관리센터(TOPIS)상황실을 통해 청계천 주변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30일 완공되는 하정로 중앙버스전용차로 연장 공사를 끝으로 대학로 일방·차등 차로제, 삼일로 도로구조 개선 등 교통망 정비도 마무리짓는다. 한편 청계천 개통을 기념하는 ‘청계천 새물맞이’ 축제와 관련한 준비작업을 위해 다음달 3일까지 시청 앞, 청계천로, 태평로, 무교동길 등에 대해 구간별로 임시 교통통제를 실시한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김우중씨 돈 450억 국내 유입 삼일빌딩·SKT株매입에 사용

    김우중 전 대우회장이 ㈜대우의 국제금융 조직인 BFC를 통해 해외로 유출한 자금 450억원이 국내에 다시 유입돼 SK텔레콤 주식과 삼일빌딩 매입에 사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2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우중 전 회장과 재미교포 조풍언씨가 국내로 유입한 자금이 450억원으로 추정되며, 이는 검찰 수사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금감원이 2000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조사 때에는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BFC는 1999년 6월 서인도 제도의 ‘글렌데일 리미티드’라는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의 회사)로 송금했고, 이 회사는 이 돈을 조씨가 인수한 홍콩의 페이퍼 컴퍼니 KMC에 송금했다. 이 돈은 다시 외환은행 계좌를 통해 국내에 유입돼 조씨의 삼일빌딩 인수자금과 대우통신의 자회사인 통신네트워크가 보유한 SK텔레콤 주식을 매입하는 데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권 의원이 조사한 자료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검토하고 필요한 부분은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씨줄날줄] 닭장차/육철수 논설위원

    민주항쟁이 막바지에 이른 1987년 6월26일 오후 6시쯤. 당시 김영삼(YS) 통일민주당 총재는 서울 무교동 평창빌딩의 민추협 사무실에서 ‘대행진식’을 가졌다. 이어 민주당 국회의원과 당원 200여명은 사복경찰 100여명의 저지선을 뚫고 서울시청 앞 광장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대형 태극기와 ‘민주헌법쟁취’ 플래카드를 앞세운 YS 일행은 50여m를 거침없이 나아갔다. 경찰은 YS의 부상이 염려돼 최루탄을 함부로 쏠 수 없었다. 그러다가 기습적으로 행진대열의 후미에 최루가스를 뿌려 선두그룹을 격리시킨 뒤 순식간에 YS를 경찰버스(일명 닭장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워낙 전광석화처럼 벌어진 일이라 당간부 K씨만 YS와 함께 닭장차에 갇혔다.YS를 태운 닭장차는 1시간동안 김포 등지를 배회하다가 상도동 자택에서 그를 풀어 주었다. 시위를 벌이다 닭장차를 경험한 전직 대통령은 아마 YS가 유일할 것이다. 엄혹했던 유신독재 시절,“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외쳤던 YS가 닭장차에 강제로 갇히던 날, 그 날의 빛바랜 현장 사진에서는 민주화의 역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과거 민주인사나 각종 시위에 참여했던 대학생과 노동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닭장차에 태워져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과 인권유린의 현장을 체험했을 터이다. 그래서 70∼80년대 대학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요즘도 닭장차를 보면 굴욕적인 추억에 시달린다고 한다. 전투경찰 기동대 버스는 시위대로부터 돌이나 화염병 공격을 막으려고 유리창에 철망을 두르는데, 이게 닭장과 닮았다고 해서 비꼬는 투의 닭장차란 별명이 붙었다. 닭장차는 ‘최루탄’ ‘백골단(헬멧과 청바지를 착용한 전투경찰)’과 함께 험난했던 시절의 3대 키워드였다고나 할까. 최루탄과 백골단은 이미 오래 전에 없어졌고, 이제 닭장차마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모양이다. 경찰은 과격 시위가 급감했기 때문에 기동대 버스 1131대의 철망을 모두 걷어내고, 대신 친근한 색깔을 입혀 국민에게 다가가겠다고 한다. 국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도심의 흉물처럼 비쳐졌던 닭장차의 퇴장과 함께 우리의 시위문화도 한층 더 점잖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저소득층 8만명 울린 ‘맹물접종’

    그 해 감기에는 효과가 없는 해지난 독감예방 백신을 의사 처방 없이 놓아주고 돈을 챙긴 전직 간호사 등이 붙잡혔다. 당장 밝혀진 것은 2700건 가량이지만 경찰은 이들이 5년간 무려 8만여명에게 백신을 주사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건물 청소원 등 저소득층을 상대로 시중보다 싼 값을 미끼로 불량백신을 접종해 왔다.●시중보다 싼값 미끼 청소원등에 접종 서울 수서경찰서는 26일 독감백신을 의사 처방 없이 접종한 전직 간호사 송모(48)씨에 대해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송씨에게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약품을 공급한 D약품 업체 대표 홍모(45)씨 등 8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송씨 등은 지난 2일 서울 삼성동의 오피스빌딩 용역업체 사무실에서 유통기한이 3일밖에 남지 않은 독감백신을 심모(54)씨 등 32명에게 놓아주는 등 2001년 10월부터 최근까지 2663명에게 효과없는 백신을 접종했다. 독감예방 주사는 그해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전년도에 만들어진 백신은 예방효과가 없다.●아파트단지 등에 병·의원 예방접종처럼 속여이들은 1인 접종분량의 백신을 4000∼4500원씩에 사서 7000원씩 받고 접종, 모두 1500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송씨 등은 서울시내 및 수도권 일대 기업체, 아파트 단지 등에 버젓이 병·의원 부설 검진기관에서 예방접종을 하는 것처럼 안내문을 보냈다. 주로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된 건물 용역업체 직원, 저소득층이 대상이었다.병원 접종료 1만 5000∼2만 5000원보다 싸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송씨를 찾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는 9월 말부터 그해 맞는 백신이 공급되기 시작하므로 이때부터 11월 사이에 정식 의료기관을 찾아 접종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또다른 불법접종 포착 추적 경찰이 이들로부터 확보한 2001년 이후 접종일지에 따르면 송씨 등은 경기도 화성의 자동차 공장과 성남시 분당의 교회 등에서도 7만 8420명에게 예방주사를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접종 받은 약품에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것뿐만 아니라 유통기한이 지난 것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고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현재 이들 외에 또다른 불법 접종행위를 포착하고 추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일반 의약품의 경우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마약류처럼 폐기를 보고해야 할 의무는 없다. 도매업자 등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유통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식약청 관계자는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국내에 유통되는 3만여종의 약품을 하나하나 추적·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서울이야기] (22) 한옥마을 북촌

    [서울이야기] (22) 한옥마을 북촌

    서울은 지금 문화도시를 꿈꾸고 있다. 문화가 돈이 되고, 문화가 힘이 되는 시대에 서울의 경쟁력을 ‘문화’로 키우겠다는 바람이다. 그런데, 문화도시란 어떤 도시를 말하는가. 문화도시란 우선 기본이 탄탄히 갖추어진 도시를 말한다. 무엇보다 생존 가능한 도시, 안전한 도시여야 한다. 재해로부터, 사고로부터, 그리고 범죄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지켜져야 한다. 문화도시란 지속가능한 도시여야 한다. 차보다는 사람을 중히 여기는, 걷고 싶은 도시여야 하고 약자들도 불편 없이 더불어 살 수 있는 도시여야 한다. 이처럼 시민의 편안한 삶을 담아주는 기초적 어메니티(amenity)를 갖추는 것이 문화도시의 첫 번째 요건이다. 또한 문화도시는 품격 있는 도시, 정체성이 있는 도시를 말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도시도 제각기 개성이 있고, 품격이 다르다. 다른 도시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멋과 매력, 다시 말해 자기만의 정체성(identity)을 가진 도시여야 문화도시라 부를 수 있다. 서울은 아주 매력 있는 도시다. 내사산(內四山)과 외사산(外四山)의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고, 구릉과 평지가 어울려 다채로운 경관을 연출한다. 또한 웅장한 규모의 한강과 지천들이 도시를 굽이쳐 흐르는 빼어난 자연을 가진 도시다. 여기에 더해 서울은 600년의 역사를 보유한 역사 도시다. 그래서 농익은 술이나 그윽하게 우러난 차와 같은 서울만의 정취와 냄새, 빛깔을 가지고 있다. 문화도시의 꿈은 그러나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본을 갖추고 정체성을 지키려는 주민과 시민의 의지가 있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시정부의 정책과 실천이 요구된다. 지금 서울에는 문화도시를 꿈꾸는 다채로운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다. 그 중, 역사도시 서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역사문화공간을 지키고 가꾸려는 실험이 한창인 곳이 있다. 북촌이 바로 그 곳이다. ●도심속 900여채 옹기종기 지하철3호선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오면 그곳이 바로 북촌이다. 북쪽으로 길을 걸어 올라오면 헌법재판소와 재동초등학교를 지난다. 가회로를 따라 계속 걷다가 가회동 천주교회 바로 못 미쳐 돈미약국 골목으로 꺾어 들어오면 100채 이상의 한옥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가회동 31번지에 이른다. 회화나무집을 지나 31번지 골목길에 들어서면 마치 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기와를 맞대고 늘어선 한옥들과 골목길이 고층빌딩과 광로(廣路)에 익숙해진 우리의 눈을 말갛게 씻어준다. 놀랍다. 현대화된 거대도시 서울의 한복판에 한옥마을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니. 그것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정겨운 동네가 아직 있다니…. 서울시민들 중에서도 아직 북촌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안다고 해도 직접 가서 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북촌은 아직도 숨겨진 동네다. 1000채 가까운 한옥이 남아 있는 북촌은 서울의 대표적 한옥마을이다. 물론 인사동을 비롯해 서울의 도심 일부지역에 한옥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긴 하다. 그러나 주거기능을 유지한 채 군락을 이루며 한옥들이 집단적으로 남아 있는 곳은 북촌이 유일하다. 북촌의 한옥은 대규모 양반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1930년대 이후에 집단적으로 조성되었다. 따라서 북촌의 한옥은 한 채 한 채가 문화재와 같은 가치를 지니지는 않았지만, 범상한 도시형 한옥들이 모여 이루는 골목길과 기와지붕들이 처마를 맞대며 펼치는 마을경관이 더욱 가치가 있다. 또한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근대화 이전의 옛 주거형태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는 점에서도 북촌의 가치는 매우 크다. ●북촌의 새로운 실험, 북촌 가꾸기 북촌에서는 지금 새로운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이다.‘북촌 가꾸기’로 불리는 이것은 주민들이 스스로 한옥과 마을을 지키고 가꾼다는 ‘마을 만들기’의 실험이면서,600년 역사도시 서울의 정취를 지닌 도심속 한옥마을을 가장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고자 하는 서울시의 야심찬 역사보전 실험이기도 하다. 이 같은 새로운 실험이 시작되기까지 북촌은 그동안 적지 않은 몸살을 겪었다. 1960년대 이후 서울 도심부 여러 지역들이 재개발사업으로 크게 변모하는 와중에도 북촌은 한옥마을로서의 원래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의 강남개발과 학교 이전은 북촌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학교가 옮겨간 자리에 대형건물들이 세워지면서 북촌의 한옥과 전통경관의 보전 필요성이 크게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1970년대 후반부터 고도지구, 미관지구 지정과 같은 한옥보존 정책과 규제가 본격화되었으나, 규제 일변도의 동결식 한옥보전방식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1990년대 이후에는 규제가 크게 완화되었다. 이로 인해 한옥을 철거하고 다가구주택을 건설하는 사례가 급증하였고, 한옥마을 북촌의 경관과 분위기 또한 크게 훼손되기에 이른다.1990년대 후반의 IMF사태도 북촌의 바람직한 미래상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1999년 9월에 북촌의 주민단체 대표들이 서울시장을 만났다. 과거에 한옥보전에 반대하기 위해 결성되었던 이들 단체 대표로부터 북촌 가꾸기를 요구받은 서울시는 새로운 정책 개발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의뢰하였고, 연구원은 주민과 전문가를 비롯해 서울시의 관련부서 공무원들과 함께 북촌 가꾸기 정책을 입안하여 서울시에 제안하였다. 새로운 정책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전과 같은 행정 주도의 경직된 규제 대신에 주민의 자율의사를 존중하는 ‘한옥등록제’를 도입하여 북촌 한옥을 보전하고 되살린다. 한옥등록제는 주민들이 한옥을 서울시에 등록하면 서울시가 한옥의 수선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둘째, 서울시가 직접 일부 한옥을 매입하여 개·보수한 뒤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 소규모 박물관, 한옥 게스트하우스, 전통공방 등으로 활용한다. 셋째, 북촌을 살기 좋은 마을로 가꾸기 위한 ‘북촌 환경정비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에 옮긴다. 또한 북촌 곳곳에 산재해 있는 역사문화자원을 정비하고 활용한다. ● 북촌 가꾸기 4년의 성과 북촌 가꾸기는 2001년 상반기의 준비과정을 거쳐 2001년 7월부터 한옥 등록제의 시행을 계기로 본격화되었으니, 이제 만 4년이 경과한 셈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새롭게 시작된 북촌 가꾸기는 이제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 상태이고 시행초기이긴 하지만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한옥 등록제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북촌 한옥 924동의 3분의1 이상이 주민들의 자율의사에 따라 등록되었고, 이 가운데 200채 이상의 한옥이 개·보수를 완료하였다. 한옥 매입 및 활용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2000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시는 한옥 19채와 비한옥 6채 등 총 25채를 140억원을 들여 매입하였고, 이 가운데 12채의 한옥이 새롭게 고쳐져 북촌문화센터, 게스트하우스, 전통공방, 박물관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환경정비사업 또한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북촌에서도 한옥이 가장 온전하게 집중적으로 보존되어 있는 가회동 31번지와 가회동 11번지의 골목길 정비사업이 2003년에 완료되어 골목길에 어지럽게 세워져 있던 전신주들이 땅속으로 묻혔으며, 콘크리트 도로포장도 황토색을 띤 전통소재의 포장재로 바뀌었다. 골목길 정비사업은 현재 북촌길과 계동길, 화동길과 풍문여고길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북촌의 변화에 따라 많은 국내외 방문객들이 북촌을 찾고 있다. 우리의 옛 주거형태와 문화에 대한 체험을 갈망하는 많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북촌을 찾고 있고, 한국 특유의 문화와 정취를 찾는 외국인들이 북촌방문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외 언론들도 북촌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긍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국내 언론들은 주로 새롭게 고쳐진 한옥에서의 편리하고 정취 있는 삶을 소개하고 있고, 영국의 BBC-TV와 일본의 NHK-TV도 뉴스와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북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놀라운 변화를 흥미롭게 소개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주민의 신뢰회복과 활발한 주민참여다. 북촌 가꾸기가 시작되기 전 북촌 주민들의 행정에 대한 불신은 아주 심각한 정도였다. 그러나 서울시의 시가 수준의 한옥 매입과 한옥등록제 시행을 통한 개·보수 비용지원이 약속대로 이루어지면서 주민들의 신뢰는 점차 회복되었다. 주민단체와 시민단체의 참여와 활동이 활발해진 것도 주목할 일이다. 주민단체인 한사모(한옥을 사랑하는 주민들의 모임)와 시민단체인 도시연대(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가 함께 주최하는 북촌 문화의 날 행사가 해마다 열리고 있고, 북촌문화포럼을 비롯한 민간단체의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문화도시 서울 바람직한 미래모색 시행 4년째를 맞는 북촌 가꾸기는 서울의 바람직한 미래를 모색하는 중요한 실험이다. 역사 도시의 옛 모습을 간직한 동네를 지키고 살리는 역사보전의 실험이면서, 문화도시 서울의 성패를 가름하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주민이 스스로의 의지로 동네를 지키고 가꾸는 마을 만들기의 실험이기도 한 북촌 가꾸기에는 문화도시 서울의 꿈과 그 가능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북촌에서 벌어지는 실험의 성패는 아마도 두 손에 달려있는 것 같다. 주민의 손, 그리고 시민의 손에. 북촌에 살면서 동네를 지켜온 북촌사람들의 역할이야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겠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시민의 몫이다. 서울의 옛 모습을 간직한 마지막 동네, 북촌은 비단 주민들만의 고향이 아니기에. 옛 동네의 추억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시민 모두의 것이기에…. 정석 서울시정개발 연구원 동북아도시연구센터장
  • [수도권IN] 황병권 강동구 의장

    [수도권IN] 황병권 강동구 의장

    추석 연휴를 갓 넘긴 22일 서울 강동구의회 황병권(55) 의장은 고향인 전북 김제평야의 너른 들판을 얘기의 첫머리로 삼았다. “예부터 곡창으로 이름난 김제평야에서 난 쌀을 동료 의원들과 주민 등 이웃에게 나눠주려고 했는데 선거법에 걸려 고민”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풀뿌리 민주주의를 외치며 주민들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들자는 것은 이웃끼리 정감 넘치는 곳으로 가꾼다는 뜻도 담겼다고 봐야 하는데 점점 메마른 곳으로 변질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임대·소형아파트 신축, 절반 배당 안될 말 녹지율이 50%에 가까워 서울시내에서 가장 높은 자치구로 꼽히는 강동구를 제대로 개발하기 위한 정책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는 만큼 집행부와 손을 맞잡고 의회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겠다는 다짐도 빼놓지 않았다. “임대·소형아파트 신축 문제만 해도 그래요. 백번을 양보해 자치구마다 골고루 짓는다 쳐도 4%뿐입니다. 그런데 물량의 절반이나 배당되다니요.” 황 의장은 자연적 여건이 빼어난 천혜의 장점을 살려 동부의 관문을 살리는 방향으로 꼼꼼하게 지역개발 방안을 살펴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임대아파트가 아니라 품격이 높은 주택단지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야만 서울시가 표방하는 지역 균형개발도 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재건축은 지역 특성 반영해야 규격화 방지 관내의 활발한 재건축에 대해서도 할 말은 있다고 했다. 한강변이라는 자연조건에 맞추려면 기존 아파트단지처럼 ‘시루떡 자르듯’ 하는 식의 주택가 그림은 안 된다는 설명이다. 단지마다 높낮이나 구조를 특화해야 한다는 것. 구의원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서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재건축이 되도록 뛰겠다고 했다. “구세(區勢)가 빌딩으로 대변되는 것은 아니지만 고도제한도 무턱대고 적용할 게 아니라 실정에 맞게 고쳐 특성 있는 개발이 돼야지요.” 황 의장은 그러지 않으면 그린벨트를 풀어가면서까지 개발하는 실익이 없어진다는 말도 곁들였다. 낮은 건물이 있는가 하면 드높은 탑상형 건물도 끼어야 특색을 갖춘다는 생각이다.“주민들의 의견은 아랑곳없이 서울시나 건설교통부가 하라는 대로만 한다면 무슨 지방자치냐.”며 맞받아치기도 했다. “법이라는 것은 상식의 집합입니다. 실정 법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 뜻이 앞서야지요. 행정이든 정치든 주민들 편에서 ‘내것’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해결됩니다.”그는 현재 서울 구의회의장협의회 사무총장도 겸하고 있다.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한 ‘지방의회에 대한 중선거구, 정당공천제’에 맞서 곧 구의원 전원 일괄사퇴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당공천제는 분란 부추기는 제도 국회의 이같은 발상은 ‘밑바닥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못을 박았다. 정당 복수추천이 가능해지면, 쉽게 말해 같은 당원끼리 싸움을 벌이게 되기 때문에 ‘분란의 마당’을 넓혀 놓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풀뿌리 자치의회 실현을 위한 일꾼으로서는 분야별로 전문가다운 식견보다는 ‘동네를 위해 빗자루를 한번이라도 더 들 수 있는 사람’을 들었다. 고향 김제평야의 쌀을 나눠주려다 고민만 떠안게 됐다는 황 의장은 다시 주민 화합으로 얘기를 돌렸다. “자랑처럼 비쳐질지 모르지만 한나라당과 다른 정당의 비율이 12대 8인 상황에서 만장일치로 의장이 됐습니다. 기초의회 취지가 그런 것처럼 의장이란 자리는 벼슬이 아니라 주민들의 뜻을 모으는 데 힘쓰자는 목소리지요.”“선거 때도 당적이 다른 낙선자들이 당선 축하 현수막을 내거는 등 보기 드물게 온정이 살아 움직이는 전통을 깨뜨려서는 안되겠지요.” 글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순환버스 타고 청계천 나들이 갈까

    순환버스 타고 청계천 나들이 갈까

    ‘청계천 구경은 순환버스로….’ 서울시는 최근 01번 시내버스가 다음달 1일 청계천완공을 앞두고 이 구간을 10분 간격으로 운행하기 시작했다고 19일 밝혔다. 01번 버스는 복원 구간의 하류인 고산자교 부근 청계천 문화관을 출발해 청계8가∼2가∼종로2가∼종각역∼파이낸스빌딩 앞을 거쳐 다시 청계천 문화관으로 돌아간다. 원래 이 버스는 동대문운동장∼서울역 노선을 운행했다. 청계천 순환버스는 시민과 상인들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청계천 주변으로 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청계천 전 노선을 다니는 버스가 없어 동대문시장 인근에서 상습 정체가 벌어지곤 했다. 또한 기존 노선의 이용 승객이 대당 하루 평균 250∼300명 정도에 불과해 적자를 내고 있다. 새로 만들어진 청계천순환버스 노선에는 5대의 버스가 투입되며 요금은 800원(카드이용시)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순환버스는 인근 지하철역과도 연계돼 접근성이 좋은 편”이라며 “청계천 주변 상인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은 물론, 청계천에 시민들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접근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 노선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인천 가정오거리 29만평 개발

    인천의 구도심인 서구 가정오거리 일대 29만평이 100층짜리 빌딩이 들어서는 등 첨단 미래도시로 거듭난다. 인천시는 15일 가정오거리 일대를 중심으로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구간과 서곶로를 지하화하고, 신교통시스템을 도입해 다기능의 업무·상업·문화·주거시설 등을 갖춘 21세기형 친환경 입체복합도시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인천시와 대한주택공사는 가정오거리 도시재생사업 공동시행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개발사업의 계획 수립과 구역 지정 등 행정업무는 인천시가, 예산 마련과 집행은 주공이 각각 담당하기로 했다. 새로 조성될 첨단도시에는 100층짜리 쌍둥이 빌딩이 건립되고 40층 이상의 대형 상가 및 오피스텔, 아파트 등이 들어서게 된다. 또 영화를 제작하는 스튜디오와 방송국, 쇼핑몰, 테마파크, 공원도 설치된다. 도시 지하에는 2008년 8월까지 직선화 사업이 완료되는 경인고속도로 구간(6.7㎞)과 간선급행버스가 투입될 서곶로(1.7㎞)가 통과하며, 경량전철(LRT) 및 환승역, 주차장도 마련된다. 오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1조 590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2만명의 고용유발 효과와 922억원의 지방재정 수입이 예상된다. 이 사업이 추진되면 그동안 도시의 양적 팽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침체돼 왔던 기존 시가지의 재개발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디비디와 家家好好

    올핸 유난히 추석이 급하게 찾아오는 듯하다. 깊고 투명한 하늘은 완연한 가을빛이지만 아직 낮은 여름날씨다. 게다가 예년에 비해 연휴가 짧아 고향을 찾기도 녹록지 않고 어느 때보다 얄팍한 상여금 봉투 때문인지 영 명절 흥도 나질 않는다. 이렇다 보니 짧은 3일간의 연휴를 적은 돈으로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게 된다. 초만원 사태의 놀이공원이나 연일 매진인 극장이 아니라도, 맛깔 나는 명절 음식과 DVD 리스트만 있으면 짱짱한 명절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DVD칼럼니스트·mlue@naver.com ■ 명절엔 역시 무술영화죠 ● 쿵푸 허슬(2004년작) 주성치·원화·원추 주연 올해 명절 TV 편성표에서 성룡의 영화들이 쏙 빠졌다. 이제 노쇠한 그의 아크로배틱 액션에도 물릴 대로 물렸다는 증거 아닐까.‘쿵푸허슬’은 주성치식 코믹 액션의 정점을 보여 준다.‘쿵푸허슬’은 할리우드의 자본력이 어우러진 ‘블록버스터 쿵후 액션’의 새로운 유형과 스케일을 제시한다. 가난하고 갈 곳 없는 돼지촌의 하층민 사람들과 그들을 공격하는 암흑가 조직 도끼파의 대결은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그리고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던 어설픈 건달 주성치가 막강한 내공을 지닌 정의로운 무술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 신정무문(1991년작)등 주성치컬렉션 주성치·종진도·오맹달 주연 1990년대 출연작인 ‘당백호 점추향’‘신정무문’‘구품지마관’‘산사초’를 모은 컬렉션이다. 감독 주성치보다는 배우 주성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그의 연기 패턴은 웃지 않으면서 남을 웃기는 것이지만 예전의 주성치는 말이 많고 가벼운 캐릭터로 자주 등장했다. 물론 결정적인 순간에 날리는 무표정이 웃음의 포인트였던 것은 지금과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 전작보다 재미난 속편들 ● 스파이더 맨(2004년작) 토미 맥과이어·커스틴 던스트 주연 속편이 전편을 능가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전편의 명성을 기반으로 제작되다 보니 새로운 이야기도 없고 한껏 부푼 기대를 만족시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스파이더 맨 2’는 전편을 압도한다는 호평을 받은 이례적인 경우다. 내용은 한층 더 옹골차고 이야기엔 긴장감 있는 탄성이 붙었으며 영웅이 보여 줄 수 있는 극도의 시각적 쾌감이 펼쳐진다. 전편에서 악당인 친구 아버지와 격돌했던 스파이더 맨 피터 파커는 이번엔 친구와 존경했던 스승과 대결한다. 여기에 수월치 않은 로맨스와 인간적인 고뇌까지 더해져 입체적인 영웅 캐릭터를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 이 DVD는 홈 시어터가 필요한 이유를 명백하게 입증한다. 뉴욕의 빌딩 사이를 고공 행진하는 아찔한 액션과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아찔한 결투 장면, 역동적인 카메라 앵글이 화면을 압도한다. 영상에 어울리는 사운드가 영상을 뒷받침하는 입체적이고 박력 넘치는 사운드를 선사한다. ● 킬빌 2(2004년작) 우마서먼·데이빗 캐러딘 주연 ‘킬빌’은 원래 한 편으로 기획되었지만 내용이 길어지면서 2편으로 나누어 개봉한 경우다.1편이 쿵후와 사무라이 액션을 무기로 전대미문의 잔혹한 액션을 보여줬다면,2편은 서부극의 분위기로 한때 연인이었던 브라이드와 빌의 숨겨진 이야기를 끄집어낸다.2편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고전영화들을 오마주한 도입부다. 브라이드와 빌의 운명적인 재회를 긴장감 있게 잡아낸 흑백의 화면 구성이 압권이다. 암전을 해야 할 만큼의 잔인한 장면이나 액션 대신, 죽은 줄만 알았던 아이가 부각되면서 모성으로서의 브라이드가 부각된다. 부가영상에 수록된 삭제 장면에서는 빌과 시정잡배들의 장면이 들어 있다. 아마도 포커스를 철저히 브라이드에게 맞추기 위해 잘라낸 듯하지만,‘쿵후’의 히어로 데이빗 캐러딘의 카리스마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스플래시’의 청순한 인어 대릴 한나가 안대를 쓴 애꾸 악당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년작) 사이몬페그·케이트 애쉬필드 주연 조지 로메로는 일찍이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이라는 걸출한 좀비영화를 내놓았다. 이후 그는 획일화되고 물신화된 현대문명을 아귀 같은 먹성을 지닌 좀비를 통해 비판하면서 ‘시체들의 새벽’‘시체들의 낮’의 시체 3부작을 완성했다.‘새벽의 황당한 저주’는 ‘시체들의 새벽’을 리메이크한 ‘새벽의 저주’에 대한 또 한번의 리메이크이자 패러디다. 놀라운 것은 이 영화를 ‘러브 액추얼리’‘브리짓 존스의 일기’‘노팅힐’ 같이 말랑한 영화를 만든 워킹타이틀이 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호러 마니아들의 찬사를 받으면서 본연의 로맨틱 코미디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것이다. 사랑을 지키기 위한 전자제품 대리점 판매원 숀의 활약은 눈물겹다. 의욕 없이 살았던 그가 여자친구를 지켜야 한다는 명백한 목표를 향해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는 과정은 기막힌 유머와 해학의 연속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유쾌하며 의미심장한 좀비 영화인 건 확실하다.
  • [M&A시장의 ‘큰손’들 (3)] 우정사업본부

    [M&A시장의 ‘큰손’들 (3)] 우정사업본부

    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가 기업·금융 투자업계에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군인·교원공제회 등의 재빠른 수익 추구에 자극을 받아 57조원이나 되는 ‘무거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정사업본부가 부동산 투자, 주식형 펀드, 부동산개발 대출(PF) 등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인수·합병(M&A) 등의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큰 손 가운데 왕손 ‘우체국 금융’이 한해 57조원을 굴리는 ‘왕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다. 정부가 운용하는 공적 기금으로는 국민연금(자산액 120조원)에 이어 두번째 큰 규모다. 신한은행의 총 수신고(13일 기준 58조 5117억원)에 버금가는 거액이다. 우체국 금융은 전국 2800여개 우체국 점포에서 판매된 예금과 보험을 통해 마련된다. 예금 수신고는 36조 9133억원, 보험 총자산은 20조 5567억원으로 자산운용금은 모두 57조 4700억원이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예금 9조 2919억원, 보험 5조 9628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8년 사이 3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환란 이후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금융회사 파산시 예금보험공사가 보장해 주는 예금이 최고 5000만원으로 한정되자, 시중자금이 안전한 우체국 예금으로 몰렸다. ●안전 제일주의 투자 하지만 우체국 금융은 정부가 관리하는 서민대상 자금이어서, 자산액의 49%인 28조 2200억원을 은행에 고스란히 맡겨두었다. 또 재정경제부 공공자금관리기금에 10조 4900억원이 편입되고 국공채 매입금도 11조 2500억원에 이른다. 실제 리스크(위험)를 감수하면서 수익성을 늘릴 만한 자금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규정상 예금은 주식투자 비중이 보유자산의 5%를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험도 주식투자 한도가 20%로 묶여 있다. 주식투자도 자산운용사에 맡기는 펀드 형태의 간접투자이고, 채권투자만 우정사업본부 금융사업단에서 직접 집행한다. 펀드는 삼성투신, 템플턴 등 국내외 30여개 자산운용사에 분산돼 배당성향이 높은, 강한 우량주에 집중 투자된다.‘위험대비 적정목표 수익률’을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수익률은 낮은 편이지만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지난해에는 예금에서 2102억원, 보험에서 712억원 등 2814억원의 순이익을 냈을 뿐이다. 자금운용 규모에 비해 초라한 실적이다. 특히 지난 2월 행담도 개발사업 채권 642억원어치를 사들였다가 문제가 생긴 뒤 투자성향은 더욱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공무원이 거액을 주물러서 그런지, 국정감사 등 시선도 많고, 오해를 받는 일도 생겨 기금 내역을 공개하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외국자본에 맞서 자금력 발휘 실무 공무원들의 폐쇄성에 일침을 가하고 우체국 금융에 변화를 준 사람은 양준철 금융사업단장. 그는 “외국자본은 국내 빌딩투자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면서 “우체국도 부동산개발에 57조원의 자금을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4급 서기관을 팀장으로 하는 자금운용팀을 별도로 만들었다. 팀원은 금융사업단에서 가장 많은 23명을 배치했다. 행담도 사건에서 법률·회계 전문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를 구하고 있다. 금융총괄과장을 의장으로 하는 자금운용협의회도 구성했다. 부동산개발투자나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를 결정할 때 1차로 협의회에서 논의하고 2차로 자금운용팀에서 결정하도록 2중 장치를 만든 것이다.1조원을 중소기업 상품화 자금으로 대출할 방침이다. 양 단장은 “일본에선 우체국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이르지만 국내는 우체국 예금이 6%, 보험이 9%에 불과하기 때문에 관치금융 성격에서 벗어나 충분히 순기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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