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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화장실 전망/임창용 논설위원

    기사를 쓰다가 흐름이 막히거나 생각이 꼬이면 화장실에 간다. 배설을 해야 생각이 풀려서가 아니다. 사무실이 있는 10층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 화장실이다. 널찍한 화장실 통창 앞에 서면 길 건너 정면에 고풍스러운 벽돌 건물인 성공회 성당이 아늑함을 선사한다. 그 왼쪽으로는 덕수궁이 한눈에 들어온다. ‘명품 전망’이 따로 없다. 고궁의 나무들 덕분에 계절을 가장 빠르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덕수궁 뒤로는 높은 건물도 많지 않아 해질녘 노을이 황홀할 정도다. 컴퓨터 모니터에 눈을 고정하느라 피곤해진 눈과 머릿속이 호강하는 순간이다. 화장실은 예전에 집 뒤나 마당 귀퉁이가 제자리였다. ‘뒷간’이나 ‘측간’으로 불린 것도 그 때문이다. 통풍을 고려했겠지만, 건물을 지을 때 소외받은 것도 사실이다. 수세식으로 바뀌면서 지금은 방으로까지 들어오는 대접을 받지만, 위치는 여전히 창이 없는 구석자리다. 오피스 빌딩에서도 전망 좋은 방은 고위 간부들이 차지하기 마련이다. 수년 전 이곳에 화장실이 생겼을 때는 공간이 아깝다고 여겼다. 지금은 ‘참 넉넉한 배치’란 생각이 든다. 10층의 모든 근무자들이 명품 전망을 공유할 수 있어서다. 사무실을 배치하다 우연히 이렇게 됐겠지만, 누군가의 배려심도 깃들어 있기를 기대해 본다. sdragon@seoul.co.kr
  • 장애물에 가까이 가자 자동으로 멈춰 “AEB 정상”

    장애물에 가까이 가자 자동으로 멈춰 “AEB 정상”

    AEB 등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 점검 본선·SUV·디자인 등 5개 부문 12대 각축 점검조건 벗어나면 제동 실패 아직 미완 “가혹한 환경서도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2022년까지 케이시티 310억 추가 투자운전대를 놓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다. 충격완화(완충) 장애물이라고 들었는데도 차와 가까워지자 본능적으로 브레이크가 밟혔다. “자동긴급제동(AEB) 장치 점검 중 브레이크는 안 됩니다. 다시요.”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재시도에서 차량의 AEB는 정상 작동했다. 장애물이 가까워지자 ‘삐삐’ 신호음이 들렸고, 차량은 자동으로 멈췄다. 지난 18일 경기 화성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자율주행 실험도시 ‘케이시티’(K-City)에선 한국자동차기자협회의 ‘2019 올해의 차’ 시승 평가와 함께 평가 항목 중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점검이 있었다. ADAS와 함께 주행능력, 가속력, 제동력, 내부 디자인, 브랜드 신뢰도 등이 평가 항목이다. 본선 부문을 비롯해 스포츠유틸리티차·디자인·퍼포먼스·그린카 등 5개 부문에서 각축을 벌이는 12대의 차량은 시승할 때마다 저마다의 강점을 드러냈다. 시상식은 오는 30일 열린다. AEB 장치 점검이 진행된 케이시티는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해 정부가 125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해 12월 10일 연 가상도시다. 여의도 면적의 8분의1에 달하는 36만㎡(약 11만평) 규모로 세계 최초 자율주행차 실험도시인 미국 ‘엠시티’(M-City)보다 약 2.7배 더 넓다. 가상의 자동차전용도로, 도심부, 스쿨존, 주차장, 톨게이트, 교차로, 건널목, 철도 건널목, 터널 등 모두 14개 실험 구간이 들어서 있다. 터널 구간에서는 진입할 때와 나갈 때 흡수되는 빛의 양 변화에 자율주행차가 얼마나 잘 대응하는지를, 고속도로 구간에선 시속 100~120㎞ 고속 진출입이 가능한지 실험할 수 있다. AEB 점검 중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던 것처럼 운전 전 과정을 제어하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운전자의 개입이 중단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형태의 주차·도로 환경을 구현해 보는 것이다.이날 AEB 점검 중엔 시속 30㎞ 이상으로 달리거나 운전대에서 손을 빠르거나 늦게 뗐을 때, 즉 운전자가 점검 조건에서 일부 벗어난 경우 차량이 긴급제동에 실패하고 장애물과 충돌하는 일도 벌어졌다. 자율주행 관련 기술이 아직 완숙 단계가 아님을 방증한 것인데, 케이시티는 실패를 반복·축적해 가며 해결 방안을 찾는 실험장이다. 고한검 케이시티 과장은 “차선이 확 줄어들거나 늘어나고, 하이패스와 같은 전파 요인이 있고, 지붕 때문에 위성항법장치(GPS)가 잠깐 꺼지는 톨게이트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도 자율주행이 되도록 기술을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22년까지 케이시티에 총 310억원의 예산을 더 투자하기로 했다. 악천후 상황, 통신 사각지대, 빌딩숲 등 자율주행차를 실험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시험도로 주변에 각종 통신 기기들을 장착, 자율주행 차량과 송수신 기능이 원활한지 파악하는 것 역시 케이시티의 임무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개고기 잔혹 영상’으로 안락사 정당성 외친 박소연

    ‘개고기 잔혹 영상’으로 안락사 정당성 외친 박소연

    “정부와 싸울 유일한 단체” 사퇴 거부 동물자유연대 “반성없이 공분 키워”구조 동물 수백마리를 안락사한 사실이 드러난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인도적 안락사였다”고 주장해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일부 동물단체들은 박 대표가 안락사 여부를 속여 온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개 번식 산업을 방치한 정부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해 동물 안락사를 둘러싼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케어 회원과 활동가, 동물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안락사로 개들의 고통을 줄이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동물 보호였다”면서 “케어는 국내에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단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연대는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건 인도적 안락사가 아니다”며 “내부 직원에게조차 안락사 사실을 은폐하고, 이제 와서 안락사의 사회적 공론화를 주장하는 건 면피 행위”라고 반발했다. 직원연대에 따르면 다음달 예정된 케어 총회에서 박 대표 사퇴가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박 대표는 20일 개고기가 생산되기까지 과정을 담은 잔혹한 동영상을 온라인상에 올리기도 했다. 안락사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새다. 박 대표는 기자회견에서도 “한국에는 안락사마저도 사치인 동물이 많다”며 “케어는 도살당할 뻔한 개를 구조해 80%를 살리고, 20%를 고통 없이 보내줬다”고 말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은 “10년간 구조 활동에 몸을 던진 케어 대표를 ‘불법 도살자’라는 악의적인 프레임으로 가두지 말라”며 박 대표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반면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저 역시 구조 현장에서 동물이 고통받는 모습에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동물을 구조하고 실제로 안락사시키는 건 전혀 다른 행위”라면서 “단체 내부에서 상의하거나 기준을 만들지도 않고 독단적으로 한 행동에 대해 반성이 없으니 공분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동물단체를 중심으로 “동물 안락사에 대한 책임은 박 대표뿐 아니라 그동안 무분별하게 개 ‘생산’을 방치한 정부에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 위한 마지막희망(LCA)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가 커진 건 무법 지대에서 개들을 마음껏 번식, 판매, 도살하는 업자들과 그들을 수십년간 방치한 정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방미 마치고 귀국길 오른 김영철…결과 묻자 ‘노코멘트’

    방미 마치고 귀국길 오른 김영철…결과 묻자 ‘노코멘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9일(현지시간) 2박 3일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김 부위원장은 철통 경호 속에 취재진을 따돌리며 베이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방미 성과에 대해서는 철저히 입을 함구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49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가는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CA) 818편을 타고 출국했다. 김 부위원장은 베이징을 거쳐 북한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낮 12시 40분 숙소인 워싱턴DC 듀폰서클 호텔을 나선 김 부위원장은 비행기 출발 예정시각보다 2시간여 이른 오후 1시 10분께 공항에 도착했다. 김 부위원장은 공항 1층 중앙에 마련된 귀빈 전용 출국 수속대를 통해 곧바로 통제구역 안으로 들어갔다. 김 부위원장은 숀 롤러 국무부 의전장과 마크 내퍼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을 비롯한 국무부 측 환송 인사와 보안요원들의 안내를 받아 이동했다.김 부위원장이 17일 입국할 때에 이어 귀국길 공항에도 국무부 의전장이 나온 것은 미국측이 그에 대한 예우에 특별한 신경을 쓴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VIP 통로로 이동하던 중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백악관 면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고위급 회담 등에 대한 결과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공항에 같이 들어선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도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함께 이동하던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은 2층 출국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방미 결과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노코멘트”라고만 짧게 답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2박 3일간 방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90분간 면담하고 2차 북미정상회담과 비핵화 의제에 관해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 면담은 지난해 6월 1일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김 부위원장은 백악관 예방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백악관을 방문한 김 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직접 전달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백악관은 친서가 전달됐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김 부위원장 면담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과 90분간 비핵화와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했다”며 “2차 정상회담은 2월 말쯤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담 장소는 추후에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에 앞서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회담 후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김 부위원장과 (지난해 6월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들에 대한 진전을 이루는 노력들에 대해 좋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의 이번 방미는 ‘로우키 행보’였다. 지난해 5월 뉴욕을 방문해 비교적 과감하게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과 대조적이었다. 당시 김 부위원장은 뉴욕 도착 당일 폼페이오 장관과 만찬을 했다. 만찬장은 맨해튼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38번가의 초고층 빌딩에 마련됐고, 폼페이오 장관이 창밖의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김 부위원장에게 설명하는 모습은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당시는 미국이 6·12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경제적 번영 모델을 보여주면서 비핵화를 설득하려는 취지였다면, 이번에는 ‘스웨덴 실무협상’과 맞물려 북미 간 민감한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측 실무협상 대표인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을 방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2차 정상회담을 위한 북미간 실무협상에 들어갔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베이징에서 출발한 유나이티드항공(UA808) 직항편을 타고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북한 고위 관리가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을 통해 입국한 것은 김 부위원장이 처음이다. 수행원을 포함한 북측 일행은 1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소연 케어 대표 “인도적 안락사였다”…대표직 사퇴 거부

    박소연 케어 대표 “인도적 안락사였다”…대표직 사퇴 거부

    구조한 동물을 여러 차례 안락사시킨 사실을 고의로 은폐해 논란을 초래한 박소연 ‘케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급기야 “결국은 우리가 보호하는 동물들, 보호하지 않는 동물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이 사태의 원인을 전직 케어 직원의 폭로 탓으로 돌리기까지 했다.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되레 제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는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분별한 안락사 및 안락사 수치 조작 시도 등의 논란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논란으로 충격을 받은 회원과 활동가, 이사들, 동물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 “모든 책임은 대표인 저에게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표는 회견 내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케어가 구조한 동물이 있던 곳은 개 도살장이었다. 구하지 않으면 도살당했을 것”이라면서 “그동안 케어가 해온 안락사는 대량 살처분과 다른 인도적 안락사였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80%를 살리고 20%를 고통 없이 보내는 것은 동물권 단체이니 할 수 있다. 이 나라 현실에서 (안락사는) 최선의 동물보호 활동이었다”고 항변했다. 또 “대한민국에는 안락사마저도 사치인 동물들이 많다. 고통을 직시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외면하는 것이 동물권 운동이 돼서는 안 된다”고 안락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그동안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언론 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밖으로 알리지 않았던 동물 안락사 사실을 공개하고 ‘안락사는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력을 벗어난 무리한 구조, 반복된 안락사, 그리고 안락사 사실을 일부러 은폐한 것이 문제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는 거듭 ‘안락사는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박 대표는 되레 제보자를 공격했다. 과거 케어에서 일했던 제보자는 지난 11일 한겨레, 진실탐사그룹 ‘셜록’,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 SBS 등이 보도한 인터뷰를 통해 케어가 보호소에서 구조한 동물 수백마리를 몰래 안락사시켰다고 폭로했다. 이 제보자에 따르면 케어에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동물 250마리가 무분별하게 안락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최초 언론 보도 이후) 내부 고발자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안락사가 가슴아파서 이 문제를 폭로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정말로 안락사가 마음 아팠다면 즉각 멈출 수 있는 방법도 있었다”면서 “안락사로 마음이 아픈 사람이 1년이나 증거를 모았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로 내용이 너무나 많이 알려지면서 결국은 우리가 보호하는 동물들, 보호하지 않는 동물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고 제보자를 탓했다. 제보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케어를 떠났다가 재입사한 것은 박 대표의 권유 때문이었다”면서 자신이 안락사에 대한 증거를 모으기 위해 입사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박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나도 안락사를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분별한 안락사는 어떤 일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박 대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락사와 관련해 내게도 책임이 있다. 잘못이 있는 사람은 케어를 떠나고 케어가 새롭게 출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비글구조네트워크’ 등 동물보호단체들은 전날 박 대표를 동물보호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단체들은 안락사 사실을 후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후원금을 받은 행위는 사기이고, 동물구조 활동으로 쓰여야 할 후원금을 안락사 부대비용 등으로 사용한 것은 횡령에 해당한다고 보고 고발장을 제출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박소연 ‘케어’ 대표 “구조 동물 안락사, 동물권 단체니까 할 수 있어”

    박소연 ‘케어’ 대표 “구조 동물 안락사, 동물권 단체니까 할 수 있어”

    구조한 동물을 몰래 안락사시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박소연 ‘케어’ 대표가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면서도 안락사가 “이 나라 현실에서 최선의 동물보호 활동이었다”고 주장하는 등 여전히 ‘안락사는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대표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다고 못박았다. 박 대표는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논란으로 충격을 받은 회원과 활동가, 이사들, 동물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 “모든 책임은 대표인 저에게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표는 무분별한 안락사 및 안락사 수치 조작 시도 등의 논란에 대해 “케어는 그동안 가장 심각한 위기 상태의 동물을 구조한 단체이고, 가장 많은 수의 동물을 구조했다”면서 “케어가 구조한 동물이 있던 곳은 개 도살장이었다. 구하지 않으면 도살당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케어가 해온 안락사는 대량 살처분과 다른 인도적 안락사였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어 “80%를 살리고 20%를 고통 없이 보내는 것은 동물권 단체이니 할 수 있다”면서 “이 나라 현실에서 최선의 동물보호 활동이었다”고 맞섰다. 또 안락사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로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큰 논란이 될 것이 두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물단체들 사이에서는 박 대표가 여력을 벗어난 무리한 구조를 해서 동물들에게 무책임한 행동을 했고, 박 대표가 자행한 안락사는 단체 운영을 위한 살처분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동물권단체 ‘카라’는 지난 12일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언론에 보도된 케어의 ‘안락사’는 본연의 의미로 안락사라고 할 수 없다”면서 “동물의 고통 경감과 무관한 죽음에는 생명의 존엄성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락사 대상 선정 기준과 절차의 부적절함을 은폐하고자 박 대표가 시도한 여러 행위는 동물단체의 기본적 의무를 망각한 것”이라면서 “시민과 후원회원들에 대한 철저한 기만행위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과거 케어에서 일했던 제보자는 지난 11일 한겨레, 진실탐사그룹 ‘셜록’,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 SBS 등이 보도한 인터뷰를 통해 케어가 보호소에서 구조한 동물 수백마리를 몰래 안락사시켰다고 폭로했다. 이 제보자에 따르면 케어에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동물 250마리가 무분별하게 안락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언론 보도를 예상하고 보도 직전에 케어 홈페이지에 안락사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안락사는 불가피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후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연대’는 “케어의 ‘안락사 없는 보호소’는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 많은 결정이 박소연 대표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이뤄졌다”면서 박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등 동물보호단체들은 전날 박 대표를 동물보호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 고발대리인을 맡은 권유림 변호사는 “박 대표는 그동안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해왔고 만약 안락사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후원자들이 기부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후원금을 받은 행위 자체가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또 “동물구조 활동으로 목적이 특정된 후원금을 안락사 부대비용(약품 구입비 등)과 사체처리 비용으로 사용한 것은 횡령에 해당한다”면서 “2017년 박 대표는 변호사 비용이 필요하다며 3300만원을 후원금에서 받아서 사용하기도 했다. 단체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개인 법률상담을 위한 것이면 이 역시 횡령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이날 “고발인 조사에 성실히 응해 의혹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세 개로 접힌 하나의 도시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세 개로 접힌 하나의 도시

    새벽 다섯시는 이 도시가 가장 북적이는 시간이다. 이제 막 일을 끝낸 사람들이 노점에서 정신없이 식사를 하는 사이, 쓰레기 처리장 직원 라오다오는 무언가에 쫓기듯 다급히 움직인다. 왜 이곳의 사람들은 해도 뜨기 전부터 이렇게 분주할까. 이유가 궁금해질 무렵, 갑자기 도시는 문자 그대로 ‘접히기’ 시작한다. 공간 전환이다. 빌딩들이 정육면체로 합쳐지고 접혀들자 지면 아래 숨어 있던 또 다른 도시의 공간이 뒤집혀 겉으로 드러난다. 하오징팡의 ‘접는 도시’는 인구가 극도로 밀집한 베이징을 배경으로, 하나의 도시를 세 개의 공간으로 분리해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시간을 나누어 쓰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언뜻 한 도시에서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제1공간과 제3공간의 주민들에게는 허용된 하루의 시간마저 다르다. 계급 불평등의 모습을 시공간의 개념으로 구체화한 ‘접는 도시’는 2016년 휴고상 중편소설 부문 수상작이기도 하다. 중국 SF 작가로는 두 번째 휴고상 수상을 기록하며 화제가 되었다. ‘고독 깊은 곳’은 하오징팡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발표한 10편의 중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외계인과 클론, 뇌-기계 인터페이스와 같은 과학소설의 소재들이 다채롭게 등장하면서 동시에 서정적이고 아름답게 읽힌다. 인류를 지배하는 외계인에 맞서 거대한 현의 공명으로 달을 파괴하고자 하는 시도를 담은 ‘현의 노래’는 시종 음악이 흐르는 듯한 감각적인 단편이다. 같은 세계관의 데칼코마니와 같은 단편 ‘화려한 한가운데’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세계의 진실을 밝히는 한편 자신의 곡이 연주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한 작곡가의 갈망과 고뇌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작가는 ‘고독 깊은 곳’이라는 제목이 그가 SF소설에 대해 갖는 감상과도 관련이 있다고 부연한다. 바로 탄생과 소외, 고독이라는 감각이다. 세계의 끝에서 탄생한 하오징팡의 인물들은 외롭고 고독하며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떠돈다. ‘삶과 죽음’에서처럼 낯설고 황폐한 도시에 갑자기 내던져지거나, 추적자에게 쫓겨 죽음 끝에 내몰리는 ‘마지막 남은 용감한 사람’이 된다. 그들은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를 계속해서 묻고, 질문 끝에는 마침내 각각의 세계가 그런 방식으로 존재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결국 진실을 마주한 인물들은 여전히 각자의 이유로 고독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마지막 선택은 아름답다. 거대한 세계에 맞서는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그들이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 눈부시거나 황홀하거나… 빛나는 부산

    눈부시거나 황홀하거나… 빛나는 부산

    눈이 거의 오지 않는 부산은 비교적 온화한 겨울을 즐길 수 있는 휴양도시다. ‘제2의 도시’다운 화려함과 오랫동안 지켜온 역사가 공존한다. 15개 자치구와 1개 자치군을 두고 있는 큰 도시에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넘친다. 바다 위를 오가는 케이블카, 해변을 환하게 밝히는 마천루의 조명에 부산의 바다는 더 특별해진다. 해수온천에 몸을 담갔다 옛날 시장을 구경하고 구석구석 특색 있는 골목을 하나씩 거닐다 보면 몇날 며칠도 짧다. 서울역에서 출발한 KTX가 2시간 40분 만에 부산역에 도착했다. 한반도의 동남쪽 끝에 자리한 도시를 머릿속에 그리면 꽤 멀게 느껴지는데 기차에서 딴짓을 좀 하다 보면 금방이다. 커다란 역사를 빠져나오니 북적한 도시 한복판이다. 도시의 소음 사이로 바람을 타고 온 짭짤한 바다냄새가 뒤섞인다. 광장의 팔각 비둘기집이 과거의 시간 한 토막을 떼어놓은 것 같다. 이곳에서 부산 여행을 시작했다.부산의 바다를 발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2017년 6월 문을 연 송도해상케이블카는 ‘국내 제1호 근대 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 옆에 자리하고 있다. 1913년 7월 문을 연 송도해수욕장은 처음에는 부산에 거주하던 일본인을 위한 휴양시설로 개발됐다. 오랫동안 부산을 대표하는 해수욕장이었지만 해운대, 광안리 등의 부상으로 한동안 옛 명성을 잃었다. 1964년 건설됐던 해상케이블카가 1988년 운행을 중단한 것은 시설 노후와 이용객 감소 때문이었다. 29년 만에 재개장한 해상케이블카는 송도해수욕장 부활의 상징이다. 바다를 가로질러 암남공원까지 1.62㎞를 운행한다. 옛 케이블카보다 운행거리가 4배 가까이 늘었다.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크루즈’에 오른다. 불투명 바닥의 ‘에어크루즈’도 있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출발한 케이블카는 이내 거북섬 위를 지나 바다 위로 나아간다. 등 뒤로 송도해수욕장의 백사장, 남항대교, 영도 풍경이 펼쳐진다. 바닥창 밑으로는 에메랄드빛 물결이 넘실댄다. 부산 바다가 이렇게 맑았나 싶다. 8분 30초간 위로 오른 케이블카는 암남공원 내 전망대에 멈춘다. 맑은 날이면 일본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 돌아오는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송림공원 앞에 내린다. 바로 앞바다 거북섬은 2016년 5월 해수욕장에서부터 이어지는 구름산책로로 연결됐다. 바다 위 고래조각상 등을 감상하면서 구불구불 난 산책로를 걸으면 작은 암초인 거북섬에 이른다. 바다로 삐죽 솟은 산책로 끝까지 가면 알록달록 방파제 위로 갈매기 떼가 새하얗게 모여 앉은 모습도 보인다. 과자를 꺼내 공중에 손을 휘휘 저으면 시력 좋은 갈매기들이 냉큼 날아와 먹이를 입에 문다. 한창 변신 중인 해수욕장 뒤로는 호텔 등 신축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부산의 바다 하면 해운대를 빼놓을 수 없다. 상전벽해의 아이콘이 된 해운대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붐빈다. 주변 아파트 단지에서 산책 나온 사람들, 부산에 놀러온 여행객들로 겨울바다가 조금도 쓸쓸하지 않다. 한편에는 빼곡한 고층빌딩이 화려한 대도시의 면모를 자랑하지만 해변 모래사장에 서서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면 한가로운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지금도 급변하고 있는 해운대에는 공사 중인 인근 새 아파트를 홍보하는 아주머니가 “모델하우스를 보고 가라”며 이른 아침부터 전단지를 돌린다. 홍콩을 닮아가는 해운대 야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해수욕장을 조금 벗어나는 것이 좋다. 달맞이언덕 아래 자리잡은 ‘미포끝집’은 유명인들의 사인이 빼곡한 이름난 횟집이다. 야경을 감상하면서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도 몰린다. 식당에 들어가지 않아도 마린시티 쪽 형형색색의 빌딩 조명과 밝게 빛을 내는 광안대교가 만드는 장관을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바다 전망을 실컷 즐겼다면 바닷속 여행을 떠나 봐도 좋다. 해운대해수욕장 바로 뒤에 위치한 ‘씨라이프 부산아쿠아리움’에는 상어, 바다거북, 가오리 등 250종 1만여 마리 해양생물이 살고 있다. 열대우림, 심해, 체험존 등 테마별로 꾸며진 아쿠아리움을 구경하면서 신기한 해양생물을 보다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자카스펭귄, 작은발톱수달 등 귀여운 동물들 앞에서는 아이들이 떠날 줄 모른다. 3000t 메인수조에 투명보트를 타고 들어가 상어를 좀더 가까이에서 볼 수도 있다. 해운대는 해수온천으로도 유명하다. 많은 온천이 영업 중인데 그중 원조는 1935년 문을 연 ‘할매탕’이다. 류머티즘·관절염·신경통 등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할머니들이 유독 많이 찾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름만 들으면 낡고 허름한 시설일 것 같지만 2016년 최신 시설로 재개장했다. 특히 독립된 온천탕인 가족탕이 있어 인기다. 영업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온천을 즐기고 싶다면 할매탕 바로 옆 ‘해운대온천센터’를 이용하면 된다. 나날이 변화하고 있는 해운대지만 해운대시장에서는 여전히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좁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은 시장 골목 안에 ‘친구 아이가’, ‘뭐라카노’ 등 구수한 부산 사투리가 머리 위로 빛을 밝힌다. ‘해운대라꼬 빛축제’ 일환이다. 곰장어, 돼지국밥 등 식사부터 어묵, 튀김 등 간식까지 먹거리들이 즐비한 시장을 그냥 지나치긴 힘들다. 설움이 뒤엉킨 미로…단단히 박제된 추억바다를 마음껏 즐겼다면 이제 부산 골목의 매력을 느껴볼 차례다. 국제시장에서 보수산 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면 책방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는 보수동책방골목이 나온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고 부산이 임시수도가 됐을 때 이북에서 피란 온 손정린씨 부부가 현재 중구 보수동사거리 입구에 ‘보문서점’을 연 것이 시초다. 손씨 부부는 미군부대에서 나온 헌잡지, 고물상에서 수집한 각종 헌책을 팔기 시작했다. 그 시절 천막교실로 향하던 많은 학생들의 통학로가 된 이곳에 다른 피란민들도 하나씩 비슷한 서점을 열면서 책방골목으로 거듭났다. 골목 중간 지점에는 책을 한아름 품에 안은 사람의 동상이 서 있다. 1970년대 70여 점포가 성행했던 골목의 상징이다. 전성기 때만큼 붐비지는 않지만 여전히 천천히 책방들을 둘러보면서 헌책을 고르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부산의 명소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어 타지에서 온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골목 한편에 자리잡은 ‘우진스낵’은 4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이어 온 분식집이다. 지금도 처음 문을 연 사장님이 온종일 고로케와 도넛을 튀겨낸다. 부담 없는 가격에 사먹는 ‘추억의 맛’은 빛바랜 사진 같은 책방골목 분위기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책방골목 사이로 난 더 좁은 골목의 오르막 계단을 따라 산 쪽으로 올라가 본다. 수십 계단을 올라도 다시 그만큼의 계단이 남아 있다. 낮고 작은 계단이지만 개수 때문에 만만찮다. 계단을 다 오르면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다시 계단이 나온다. 겨울이지만 햇살이 따뜻한 낮이라 계단과 오르막길을 반복하다 보니 땀까지 맺힌다. 서두를 것 없이 천천히 걸어야 한다. 행정구역상 대청동인 비탈진 동네에는 주차장을 머리에 이고 있는 집들이 많다. 지형을 이용한 공간 활용이 눈길을 끈다. 알록달록한 공영주차장 건물 옆으로 난 60여 계단을 또 오르니 전망대다. 용두산공원 부산타워 너머 남항대교, 부산항 뒤 부산항대교 등이 내려다보인다. 여행자들이 찾아도 좋을 전망대지만 동네 할머니들의 사랑방으로 더 인기인 것 같다. 전망대 벤치에 둥그렇게 앉은 할머니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공영주차장 전망대에서 영주동 방향으로 난 산동네 주택가 골목에는 예쁜20여점이 자칫 우울할 수 있는 골목 곳곳에 산뜻한 색을 더한다. 고래, 사슴, 호랑이가 뛰놀고 꽃이 만발한 골목 사이로 동네 고양이가 햇볕을 쬐며 한가롭게 뒹군다. 주택가 아담한 카페에서 잠시 쉬어 가도 좋다. 길 중간쯤엔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다. 관광용 모노레일이 아니라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 힘든 지역 주민들에게 에스컬레이터 역할을 하는 시설이다. 무작정 부산의 골목을 누비는 것도 좋지만 부산의 역사를 알고 나면 그냥 지나칠 사소한 것도 재미로 느껴질 수 있다. 보수동책방골목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는 부산근대역사관이 있다. 1929년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으로 건설된 건물은 그 자체가 역사적 건축물이다. 6·25 때는 미국대사관으로 쓰였고 전쟁 후엔 미국 해외공보처 부산문화원으로 활용됐다. 1999년 한국 정부에 반환됐고 이후 부산시가 인수해 근대역사관으로 조성했다. 1876년 근대 개항부터 시작된 일제 수탈의 역사를 중심으로 부산의 근대사가 사진, 지도, 책자 등과 함께 흥미롭게 전시돼 있다. 옛 개항장 시가지의 가구점, 과자점, 미곡취인소 등 일본식 건물도 재현돼 있다. 관람은 무료다.부산역 앞 초량차이나타운(상해거리)과 텍사스거리도 이색적인 풍경을 더해 주는 골목이다. 텍사스거리는 이름으로 짐작할 수 있듯 과거 미군들을 상대로 한 유흥가였다. 한때는 청소년 출입이 제한되기도 했고 호황을 누렸지만 현재는 쇠락한 모습이 뚜렷하다. 1990년대부터 교역을 위해 온 러시아인들의 방문과 거주가 늘었고 지금은 텍사스거리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러시아어 간판이 빼곡하다. 이런 변화는 이어진 차이나타운에서도 발견된다. 300m 거리 양옆으로 홍등이 쭉 매달려 있는 거리는 빨갛게 빛을 내는 등불과 노란색 불빛 간판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낸다. 항우와 우희 동상이 입구에서 방문객을 맞고 삼국지 벽화가 길게 이어져 있다. 중국 상점·음식점 사이사이로 러시아어 간판들도 보인다. 러시아어로 빨갛고 노랗게 칠해져 있는 게 재미있다. 중국인들이 아침으로 먹는 콩국과 밀가루반죽튀김 등으로 유명한 오래된 중국집들 사이로 러시아의 보르시(수프), 샤슬릭(꼬치), 빵과 케이크 등을 파는 음식점들이 들어서 국제적인 거리의 느낌을 준다.최근 부산의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는 골목으로는 서면 옆 동네인 전포동의 전포카페거리가 있다. 예전에 철공소 등이 밀집돼 있던 동네에 개성 있는 카페가 하나둘 들어서면서 10년 전쯤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일대에 300곳가량의 카페가 있다고 한다. 부산지하철 2호선 전포역 7번 출구 부근에는 지난해 6월 ‘부산커피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김동규(41)씨가 7년 전부터 모은 커피 관련 골동품 420여점이 전시돼 있다. 1850년에 포르투갈에서 만들어진 대형 커피분쇄기를 비롯해 각국의 분쇄기, 드립머신, 주전자와 커피잔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입장료가 없고 커피 판매도 하지 않는다. 김 관장은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거리가 상업화되고 있다”며 “전포카페거리의 특색을 지키고 싶어 박물관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떠들썩한 분위기를 피하고 싶다면 기존 카페거리에서 북쪽으로 조금 더 떨어진 ‘전리단길’을 추천한다. 부산진소방서 뒤로 난 골목들에는 전포카페거리가 처음 생길 때의 분위기가 새롭게 피어오르고 있다. 페인트 냄새가 나고 철을 깎는 쇳소리가 울리는 골목에는 예쁜 카페, 디저트 가게 등이 다소곳이 자리잡았다. 그 사이로 들어선 인문학 서점과 사진관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고 작은 가죽공방, 목공소, 은세공 가게에서는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온다. 글 사진 부산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여행수첩 →잘 곳 :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부산’이 지난달 해운대에 문을 열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셀렉트 서비스 브랜드로 지난해 4월 서울 영등포에 이은 두 번째 오픈이다. 지하 2층, 지상 22층 건물에 총 225개 객실이 있다. 23㎡ 크기의 스탠다드룸으로 구성됐다. 10만원 이하의 가격대로 가성비가 뛰어나다. 풀서비스 대신 필요한 서비스에 집중했다. 작지만 알찬 피트니스센터, 코인세탁실 등이 구비돼 있다. 2호선 해운대역에서 도보 10분 거리, 바닷가에서 3분 거리로 주변 관광지를 걸어다닐 수 있는 입지가 최대 장점이다.
  •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권력의 공간을 국민에게 주는 것”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권력의 공간을 국민에게 주는 것”

    광화문광장~경복궁~靑 본관~북악산 시민에게 개방하면 새 시대 느끼게 돼 대통령 집무실 이전 핵심은 국민과 소통 장기적으로 격에 맞는 리모델링 필요“경복궁 앞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광화문광장~경복궁~청와대 본관~북악산으로 이어지는 권력의 공간을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작업의 첫발입니다.” 국가 건축정책을 자문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인 승효상(67) 이로재 건축가사무소 대표는 16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해 이같이 정의했다. 초대 서울시 총괄 건축가로 일했던 그는 예전부터 광화문광장을 시작으로 경복궁과 청와대 본관을 거쳐 북악산 기슭까지 이어지는 권력의 축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금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기본계획에 대한 국제설계 공모 심사를 맡아 사업의 토대를 다지고 있다. 오는 21일 최종 수상작을 발표한다. 승 대표는 “현재 세종문화회관과 교보문고 빌딩 사이에 거대한 중앙분리대처럼 조성된 광장은 재구조화 작업 이후 세종문화회관과 광장 사이 차도까지 상시 광장으로 흡수된다”면서 “이렇게 접근성이 좋아지는 광장에서 출발해 경복궁을 거쳐 청와대 본관을 지나 북악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일대를 시민에게 개방할 경우 새 시대를 모두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1호 공약인 청와대의 광화문 이전 무산과 관련해선 “일부에서 대통령 집무실이 광화문으로 나오느냐 여부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광화문 이전의 핵심은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고 지금 소통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이전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집무실 및 관저와 떨어져 있는 본관의 경우 지금도 의전용으로만 쓰이는 데다 청와대도 공개 의사를 밝힌 바 있는 만큼 광화문광장~경복궁~청와대 본관~북악산을 잇는 권력의 축을 시민의 공간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 대표는 “대통령 관저마저 옮겨내면 광화문에서 북악산으로 가기가 더 쉬워진다”면서 “대통령 관저는 환기, 채광 등 여러 면에서 좋지 않으니 미래 대통령들의 건강과 안녕을 생각할 때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무실은 여러 가지 여건상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많이 초라한 모습이어서 격에 맞게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승 대표는 2014년부터 2년간 서울시 1호 총괄 건축가로 있으면서 개발이 아닌 도시 재생을 내세우며 서울역 고가도로를 활용한 ‘서울로 7017’, 종로구 세운상가 리모델링 등 프로젝트의 밑그림을 그렸다. 국가건축정책위원장으로서 뚜렷한 목표도 갖고 있다. 승 대표는 “도시나 국가의 건축이 전체적인 계획이나 비전 없이 산발적·단발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부동산 광풍과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 시절 만들어졌으나 이후 두 명의 대통령을 거치며 기능을 잃은 국가건축정책위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2년 임기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저지르고 떠나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환기체계·날씨 분석… 美냉난방시장 공략

    환기체계·날씨 분석… 美냉난방시장 공략

    삼성, 용량 2배 늘린 무풍에어컨 출품 외부·실내공기 온도 맞춰 전기료 절감 LG, 멀티브이 등 주택·빌딩용 제품 전시 영하 30도 혹한서도 난방 가동하게 특화삼성과 LG가 북미 지역에 특화된 맞춤형 전략으로 미국 냉난방 시스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14일(현지시간) 개막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공조 전시회인 ‘AHR 엑스포 2019’에 나란히 참석해 최신 공조 기술과 제품을 전시해 호평을 받았다고 15일 밝혔다. 엑스포는 전 세계 2000여개 기업이 참여해 최신 기술과 제품을 공개하는 전시회로 16일까지 열린다. 국내 업체들은 현지 상황에 맞춘 ‘맞춤형 냉난방 시스템’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전시회에서 냉방 용량이 기존 대비 2배 확대된 벽걸이형 무풍에어컨을 선보였다. 지난해 가정용부터 상업용 무풍에어컨을 공개한 삼성은 올해부터 미국 가정용 에어컨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시스템 에어컨과 결합해 외부 공기를 실내 공기와 비슷한 온·습도로 바꾼 뒤 실내로 공급해 주는 외기 전담 공조 시스템, 오염원 유입을 방지하면서 실온을 일정하게 유지해 냉난방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전열교환기 등 북미 시장에 특화된 환기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다. 이번 행사에서 지난해 첫선을 보인 천장형 실내기인 ‘무풍 4웨이(Way) 카세트’가 냉방 부문 ‘혁신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와이파이 기술을 적용해 다른 스마트 기기와의 연결성을 강화한 시스템 에어컨, 에어컨을 ‘패밀리허브’ 냉장고의 음성인식 기능으로 제어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 사용 편의성과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솔루션도 대거 선보였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이재환 상무는 “쾌적한 환경 조성, 에너지 효율에 탁월한 제품과 기술을 통해 미국 공조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LG전자는 미국의 날씨에 특화된 냉난방 시스템으로 현지 주택과 빌딩 등을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시스템 에어컨 대표 제품인 ‘멀티브이’를 비롯해 북미 지역의 대형 단독주택을 공략하는 ‘멀티에프 맥스’와 빌딩 관리 시스템인 ‘멀티사이트’ 등을 전시했다. ‘멀티브이’는 한랭지에 특화된 제품으로 바깥 기온이 영하 30도인 혹한에서도 난방 운전이 가능해 겨울철에 기온이 낮아지는 미국 북부와 캐나다 등에서 인기가 높으며, 지난해 미국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 중심부에 있는 말튼 호텔 등에 공급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단독주택에서 확장성이 좋은 ‘멀티에프 맥스’는 미국 환경청으로부터 고효율 제품에 부여하는 ‘에너지 스타’ 인증을 받았다, 이와 함께 부품솔루션 전시관에서는 가정용 스크롤 컴프레서와 로터리 컴프레서, 상업용 대용량 스크롤 컴프레서, 중저온용 스크롤 컴프레서 등 공조 제품에 탑재되는 핵심 부품도 선보였다. LG전자 H&A사업본부장 송대현 사장은 “북미 공조시장에서 최근 3년간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현지에 최적화된 토털 솔루션을 기반으로 북미 공조시장에서 ‘수익 기반 성장’의 토대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카카오 카풀 불만” 60대 택시기사 분신 시도

    “카카오 카풀 불만” 60대 택시기사 분신 시도

    9일 오후 서울 광화문역 KT빌딩 앞 도로에 정차 중이던 택시에서 카풀 서비스를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진 60대 택시기사의 분신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출동한 소방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3분쯤 둔탁한 폭발음 뒤에 ‘경기’ 차량 번호판을 단 은색 K5 택시에 불이 났고, 택시기사 몸에도 불이 붙었다. 소방대원에 의해 불은 약 6분 만에 진화됐다. 화상을 입은 택시기사 임모(65)씨는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다. 임씨는 전신에 2도 화상을 입었으며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목격자 박모(21)씨는 “운전석에서 불이 시작되더니 택시기사 몸에 옮겨붙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운전자가 자기 몸에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자연합회 회장은 이날 오후 9시쯤 한강성심병원을 찾아 “유서 내용엔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불만 등이 수록돼 있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10일 카풀 서비스 시행에 반대해 항의하던 택시기사 최모(57)씨가 여의도 국회 앞에 몰고 온 자신의 택시 안에서 분신자살한 바 있다. 글 사진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광화문 한복판에서 택시 화재

    광화문 한복판에서 택시 화재

    9일 오후 6시 3분쯤 서울 광화문역 KT빌딩 앞 도로에서 택시에 화재가 발생했다.목격자와 출동한 소방관에 따르면 둔탁한 폭발음 뒤에 K5 승용차에 불이 났고, 택시기사 몸에도 불이 붙었다. 출동한 소방대원의 화재 진화로 불은 약 6분 만에 완전히 꺼졌다. 화상을 입은 택시기사 A씨는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다. 목격자 박모(21)씨는 “둔탁한 폭발음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주변의 여성분들이 도망가고 있었다”며 “택시기사 몸에 불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119로 신고했다”고 전했다. 사고를 목격한 시민들이 ‘택시기사가 분신을 시도했다’고 말하면서 경찰과 소방당국은 분신 시도 가능성을 확인 중이다. 글·사진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사기 치고, 100억 빼돌려도…법은 ‘핏줄’을 용서했다

    사기 치고, 100억 빼돌려도…법은 ‘핏줄’을 용서했다

    손자가 88세 조부 치매 판정받게 유도 인감 훔쳐 건물 지분 절반 가로채 대출 법 악용 사례 많은데 가해자 엄벌 못해 배우 신동욱도 조부가 ‘효도사기’ 고발영화배우 신동욱(36)의 ‘효도 사기’ 논란이 일면서 가족과 친족 간 사기에 대한 처벌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높다. 이런 가운데 30대 손자가 친부모처럼 키워 준 80대 친할아버지의 100억원대 재산을 가로채 경찰에 고소됐으나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가 적용돼 엄벌에 처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친족상도례는 8촌 이내 혈족이나 4촌 이내 인척, 배우자 사이에 일어난 사기·횡령·배임 등의 재산범죄에 대해 형벌을 면제하는 것을 말한다.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고대 로마법 정신에 연원을 둔 조항이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일본 형법을 모방하면서 유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3일 인천삼산경찰서에 따르면 수백억원대 재산을 모은 A(88)씨가 지난해 말 친손자 B(37)씨 부부를 처벌해 달라며 고소장을 냈다. A씨는 2남 1녀를 뒀다. 장남이 재혼하자 A씨는 계모 손에 자라는 장손 B씨를 안타깝게 여겨 6세 무렵부터 친부모처럼 돌봐 주며 대학을 졸업시켰다. 별다른 직업이 없는 B씨에게 아파트를 사 주는 등 경제적인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해줬다고 한다. A씨는 키운 정이 있어 B씨에게 의지했다. 몇 년 전에는 부천의 6층 건물 지분 절반을 B씨에게 주고 예금통장·인감도장·상가임대차계약서·등기권리증 등 재산관리를 맡겼다. 이후 B씨의 태도가 돌변했다. A씨에게 치매판정을 받아야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며 문답훈련을 시켜 지난해 6월 4등급 판정을 받게 했다. 요양보호사가 오자 할아버지 모시기를 소홀히 했다. 이상한 생각이 든 A씨는 인감도장을 돌려 달라고 했지만 듣지 않았고, 새로 만든 인감도장까지 훔쳐갔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자식들이 재산 받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 큰 충격을 받고 입원까지 했다. 생일날 자식들이 요양보호사에게 “얼마 살지도 못할 텐데 (공진단과 산삼을) 왜 주느냐”는 험한 말을 했다고 한다. 절망한 A씨는 퇴원하자마자 부동산을 처분하려고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의뢰했다가 깜짝 놀랐다. 또 다른 빌딩 지분 절반이 B씨 명의로 이전됐고, 건물을 짓겠다고 10억원 가까운 대출을 받은 인천 중심지 토지는 빈터로 있었다. 매월 3000만원 이상 임대료가 들어오는 예금통장 잔고는 1000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B씨와 그의 아내가 증여계약서 등을 위조한 사실도 확인했다. A씨는 “돈이 천륜을 끊어 놓은 것 같아 후회스럽다. 모두 내 탓”이라며 뒤늦게 눈물을 쏟았다. 그러나 법조계는 B씨에게 엄한 처벌을 내리기 어렵다고 한다. 법무법인 영진 이정석 변호사는 “친족상도례를 적용하면 횡령 및 절도는 면책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문서 위조와 행사,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행사, 공문서 부정행사 등만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거액을 훔치거나 사기를 저질러도 범인만 법의 보호를 받아 호의호식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며 “가족의 화평을 위해 내부적으로 해결하도록 한 일종의 특혜가 더는 시대에 맞지 않고 재산권 보호와 행복추구권을 명문화한 헌법에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사기 치고, 100여억 빼돌려도… 법은 ‘핏줄’을 용서했다

    사기 치고, 100여억 빼돌려도… 법은 ‘핏줄’을 용서했다

    친족 간 범죄 면책 ‘친족상도례’ 논란손자가 88세 조부 치매 판정받게 유도 인감 훔쳐 건물 지분 절반 가로채 대출 법 악용 사례 많은데 가해자 처벌 못해 배우 신동욱도 조부가 ‘효도사기’ 고발영화배우 신동욱(36)의 ‘효도 사기’ 논란이 일면서 가족과 친족 간 사기에 대한 처벌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높다. 이런 가운데 30대 손자가 친부모처럼 키워 준 80대 친할아버지의 100억원대 재산을 가로채 경찰에 고소됐으나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가 적용돼 엄벌에 처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친족상도례는 8촌 이내 혈족이나 4촌 이내 인척, 배우자 사이에 일어난 사기·횡령·배임 등의 재산범죄에 대해 형벌을 면제하는 것을 말한다.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고대 로마법 정신에 연원을 둔 조항이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일본 형법을 모방하면서 유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3일 인천삼산경찰서에 따르면 수백억원대 재산을 모은 A(88)씨가 지난해 말 친손자 B(37)씨 부부를 처벌해 달라며 고소장을 냈다. A씨는 2남 1녀를 뒀다. 장남이 재혼하자 A씨는 계모 손에 자라는 장손 B씨를 안타깝게 여겨 6세 무렵부터 친부모처럼 돌봐 주며 대학을 졸업시켰다. 별다른 직업이 없는 B씨에게 아파트를 사 주는 등 경제적인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해줬다고 한다. A씨는 키운 정이 있어 B씨에게 의지했다. 몇 년 전에는 부천의 6층 건물 지분 절반을 B씨에게 주고 예금통장·인감도장·상가임대차계약서·등기권리증 등 재산관리를 맡겼다. 이후 B씨의 태도가 돌변했다. A씨에게 치매판정을 받아야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며 문답훈련을 시켜 지난해 6월 4등급 판정을 받게 했다. 요양보호사가 오자 할아버지 모시기를 소홀히 했다. 이상한 생각이 든 A씨는 인감도장을 돌려 달라고 했지만 듣지 않았고, 새로 만든 인감도장까지 훔쳐갔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자식들이 재산 받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 큰 충격을 받고 입원까지 했다. 생일날 자식들이 요양보호사에게 “얼마 살지도 못할 텐데 (공진단과 산삼을) 왜 주느냐”는 험한 말을 했다고 한다. 절망한 A씨는 퇴원하자마자 부동산을 처분하려고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의뢰했다가 깜짝 놀랐다. 또 다른 빌딩 지분 절반이 B씨 명의로 이전됐고, 건물을 짓겠다고 10억원 가까운 대출을 받은 인천 중심지 토지는 빈터로 있었다. 매월 3000만원 이상 임대료가 들어오는 예금통장 잔고는 1000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B씨와 그의 아내가 증여계약서 등을 위조한 사실도 확인했다. A씨는 “돈이 천륜을 끊어 놓은 것 같아 후회스럽다. 모두 내 탓”이라며 뒤늦게 눈물을 쏟았다. 그러나 법조계는 B씨에게 엄한 처벌을 내리기 어렵다고 한다. 법무법인 영진 이정석 변호사는 “친족상도례를 적용하면 횡령 및 절도는 면책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문서 위조와 행사,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행사, 공문서 부정행사 등만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거액을 훔치거나 사기를 저질러도 범인만 법의 보호를 받아 호의호식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며 “가족의 화평을 위해 내부적으로 해결하도록 한 일종의 특혜가 더는 시대에 맞지 않고 재산권 보호와 행복추구권을 명문화한 헌법에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집배원들 안전 다짐 전기차 퍼레이드

    집배원들 안전 다짐 전기차 퍼레이드

    2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2019 희망배달 집배원 안전다짐 전기차 퍼레이드’에 앞서 우정사업본부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집배원 업무를 도와줄 소형 전기차 5000대를 도입한다. 연합뉴스
  • [신년사]김상돈 의왕시장, 지역 현안 개발사업 조속한 추진에 역점

    [신년사]김상돈 의왕시장, 지역 현안 개발사업 조속한 추진에 역점

    김상돈 경기도 의왕시장이 2일 2019년 기해년 새해를 맞아 시정 운영계획과 구상을 밝혔다. 김 시장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청산하고, 시민 행복과 지역 발전을 위해 모든 열정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김 시장은 지역 현안사업의 차질없는 마무리와 조속한 추진을 주요 목표로 내세웠다. 백운지식문화밸리, 장안지구 개발사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고, 인덕원~동탄, 월곶~판교 간 복선전철사업을 조기 착수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조체계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시 중심부 내손동 예비군훈련장 이전을 앞당기고, 동안양변전소 옥내화도 조기 착수한다. 시민(주민)자치 실현을 위해 시민정책단·시민감시단·미래위원회를 활성화해 시민 의사를 시정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주민참여 예산제도 확대한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30억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소상공인 경영 컨설팅, 점포환경 개선 지원에 나선다. 올해 준공 예정인 의왕테크노파크에는 첨단유망기업을 유치하고, 도시개발사업에 자족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담팀도 신설한다. 시민 모두가 행복한 복지공동체를 위한 계획도 밝혔다. 경로당 주치의제를 운영하고 시립어린이집을 확충한다. 육아나눔터와 치매안심센터를 확대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모든 학교에 실내체육관을 확보하고, 부곡동 장안지구와 포일커뮤니센터에는 청소년 문화의 집을 설립하는 등 교육환경을 개선한다. 부족한 도시인프라를 확충해 시민 편의를 증진하기 위한 구상도 내놨다. 먼저 의왕역에 환승 주차빌딩을 세우고, 에스컬레이트를 설치한다. 모락산 둘레길을 보완하고 산과 하천, 호수를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도심속 산책로 조성에도 힘쓸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메카를 위한 사업으로 자연학습공원에 경기도 최대인 500㎾ 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한다. 이외에도 문화·체육 인프라 구축을 위해 2022년까지 고천행복타운에 문화공연장을 갖춘 시민회관을 건립하고, 왕곡동 일원에는 야구장을 만들 계획이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생활밀착형 사업 시스템화… ‘사람중심 명품종로’ 만들 것”

    “생활밀착형 사업 시스템화… ‘사람중심 명품종로’ 만들 것”

    “민선 5~6기를 거치면서 미세먼지 없애기, 도서관 늘리기, 운동공간 확보하기 등 생활밀착형 행정에 힘써왔는데 이런 사업들이 민선 7기에도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은 1일 서울신문과 가진 신년인터뷰에서 민선 7기 마스터플랜의 핵심은 기존 사업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틀을 갖추는 일이라고 말했다. 편안한 도시,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 매력있는 아름다운 도시 등 종로구가 지향하는 ‘사람중심 명품도시’로 계속 발전하기 위한 기본 틀을 시스템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다음은 일문일답. →2019년 신년 각오는. -업무가 시스템화된다면 어떤 직원이 와서 맡게 되더라도 흔들림 없이 이어 갈 수 있다. 사업이 단편적으로 끝나지 않도록 기존 사업의 시스템화에 힘쓰겠다. →3선 기간 계속 사업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그동안 건강도시를 표방하며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애썼다. 민선 5기 취임 이후인 2010년부터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도로 물청소, 옥상 청소 등을 실시한 게 대표적이다. 실내공기질 개선에도 힘썼다. 우리가 하루 일과 중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기 때문에 실내 공기질 관리도 중요하다. 실내공기질도 꾸준히 관리하다 보니 맨 처음 측정 대상의 25%가 문제 있는 것으로 나왔는데 3년 동안 꾸준히 실시한 결과 문제 지역이 4% 수준으로 줄었다. 관리의 힘이다. 어린이집은 430㎡ 이상 규모만 의무적으로 측정하도록 하는데 종로구에서는 규모와 관계없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설에 대해서는 실내공기질을 측정하고 관리한다. 영화관, 소극장, 경로당, 당구장, 스크린골프장 등이 모두 대상이다. 올해도 실내공기질 측정 관리를 받은 곳이 473곳에 달한다. 잘한 곳은 우수시설이라는 인증을 주는 식으로 계속 격려하고 있다. →종로구는 차가 많은 도심이어서 언뜻 공기질이 더 안 좋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최근 한 신문에서 수도권에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날(총 10일)을 기준으로 서울 25개 자치구의 초미세먼지 수치를 분석한 결과 종로구가 미세먼지가 가장 적은 구 3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종로구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당 60.44㎍으로 2위와 별 차이가 없다. 도심에 노후 경유차가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중구(61.94㎍)와 비교할 때 종로구가 도로 물청소를 열심히 하는 것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낮게 나오는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이외에도 자투리땅에 나무심기, 건물 옥상 청소, 공가 정비, 공터 치우기 등 청소에 신경을 많이 쓴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길거리 공터 170곳에서 치운 쓰레기가 1200t이 넘는다.→행정의 결과는 건축으로 남는다는데 건축사 출신인 김영종 구청장을 대표하는 건축이나 시설을 꼽는다면.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면서도 지역 경제도 살린 경우로 꼽자면 2016년 이뤄진 청진동 지하보행로 조성을 꼽을 수 있다. 민선 5기 취임 직후인 2010년 7월 당시 청진동 일대는 5개 도시환경정비사업을 별도로 진행 중이었다. 각 사업지구의 독자적인 개발로 건물 간 동선이 단절된 상황이었다. 청진구역 전체를 하나의 사업장으로 연계해 지하공간을 개발한다면 각 건물의 가치가 높아지고 편리성 증대로 유동인구가 늘어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사업자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했다. 협의체를 만들고 1년간 87번 회의를 거친 끝에 사업비 586억원 전액을 사업자들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연결 프로젝트를 이끌어 냈다. 이 사업으로 1호선 종각역~그랑서울~타워8~청진공원까지 350m 구간, D타워~KT~광화문역까지 240m 구간이 지하로 연결됐다. 국내 최초로 빌딩과 빌딩을 연결해 가치를 증대시켰다는 의미가 있다.→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심 속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높이면 주거지 확충, 부동산 가격 안정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는데. -우선 종로구의 쪽방촌을 대상으로 최소한의 주거복지 해결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인접한 곳에 쪽방촌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최소 1인당 14㎡ 규모의 원룸을 고층으로 건립해 준다면 쪽방촌 주민뿐 아니라 청년들도 들어와 살 수 있다. 특히 도심 아파트 값은 비싼 반면 빌라나 일반 주택 중에는 빈집도 많다. 이런 부분들을 도시재생으로 연결한다면 직장과 가까운 도심 속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도심 속 열악한 주거환경을 빨리 개선할 수 있도록 종로구 도시재생을 지원해 주길 바란다.→어떤 리더십을 표방하는가. -소통의 리더십이다. 직원들과 소통할 때 아이디어가 완성된다. 당장 종로구가 디자인 특허를 받은 도로 배수유도시설 아이디어가 완성된 게 대표적이다. 도로 옆으로 그때그때 콘크리트를 부어 만드는 빗물받이는 망가지는 일이 많아 직원들과의 오랜 이야기 끝에 공장에서 품질이 확보된 배수유도시설 제작 아이디어를 만들어 실행했다. 소통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고 직원들이 싫어할 수도 있지만(웃음) 좋은 행정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구청을 이끌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청렴이다. 스스로 청렴하지 못하다면 구정 운영 자체가 안 된다. 최선을 다해서 스스로 먼저 청렴을 모범으로 보이고 직원들에게 청렴을 강조한다. →3선 이후 국회의원 출마설이 있는데. -기회를 준다면 몰라도 그런 얘기는 못 들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행정이 적성에 맞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하는 일마다 다 잘 “돼지~” 기해년 해맞이

    하는 일마다 다 잘 “돼지~” 기해년 해맞이

    1일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선유교에서 시민들이 여의도 빌딩 너머로 떠오르는 2019년 새해 첫 해를 바라보고 있다. 첫 해돋이를 보러 70만여명이 몰린 강원도 동해안을 비롯한 전국 일출 명소와 고속도로 곳곳에서는 교통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해피 뉴 이어’ 불꽃·레이저쇼… ‘새드 뉴 이어’ 차량·흉기 테러

    ‘해피 뉴 이어’ 불꽃·레이저쇼… ‘새드 뉴 이어’ 차량·흉기 테러

    호주 폭우 몰아쳐도 150만명 불꽃쇼 관람 美 타임스스퀘어선 볼 드롭·공연 펼쳐져 日도쿄서 20대 남성 차량 돌진… 8명 부상 英맨체스터역서 ‘알라’ 외치며 흉기 난동지구촌이 불꽃놀이와 레이저쇼, 폭죽과 거리 콘서트 등 화려한 축제와 카운트다운 행사 속에서 들뜬 새해를 맞이했다. 교회와 성당, 사원 등을 찾아 차분히 기도를 올리거나 가족과 함께 새해 첫날을 보낸 사람들도 많았다. 차량 폭주 등 사건사고도 적지 않았다. 올해도 사모아와 키리바시 등 태평양 섬나라들이 새해 첫날을 가장 먼저 맞았다. 사모아 수도 아피아에서는 불꽃놀이로 새해를 시작했고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잠기고 있는 키리바시 수도 타라와 주민들은 교회에서 예배하는 등 조용한 새해 첫날을 맞았다. 호주 시드니는 가장 먼저 대규모 축제로 지구촌의 새해를 열었다. 시드니항에서는 8.5t의 폭죽과 10만번 이상의 특수효과를 활용한 역대 최대 규모의 불꽃놀이가 12분 동안 펼쳐졌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 속에서도 150만명 이상이 자리를 지키고 불꽃축제를 즐겼다. 세계적인 야경을 자랑하는 홍콩의 빅토리아항에서도 180만 달러(약 20억원) 규모의 불꽃놀이가 10분 동안 진행됐고, 주변 건물에서 레이저쇼와 음악 축제로 수십만 관광객들의 흥을 돋웠다.미국의 대표적인 명소인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서는 무게 6t의 대형 크리스털 볼을 떨어뜨리는 ‘볼 드롭’ 행사가 200만명의 인파들의 환호성을 자아냈고, 언론 자유 침해를 경고하기 위해 11명의 언론인이 크리스털 볼 낙하 버튼을 눌렀다. 타임스스퀘어에서는 볼 드롭 행사 전 스팅, 스눕독,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유명 가수들의 공연도 펼쳐졌다.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칼리파에서 열린 불꽃놀이에는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려 이를 지켜봤고, UAE 라스알카이마에서는 11.8㎞에 이르는 세계 최장 직선 불꽃놀이가 진행됐다.이집트 기자 피라미드에서도 새해맞이 제야의 심야 불꽃쇼가 펼쳐졌고, 영국 런던 시계탑 빅벤 타종과 템스 강변 불꽃놀이도 새해를 기념했다. 독일 베를린은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대형 콘서트와 불꽃·레이저쇼를 열어 새해를 자축했다. 프랑스 파리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박애’를 주제로 한 불꽃놀이와 레이저쇼가 펼쳐졌다. 음력 설을 쇠는 중국은 조용히 새해를 맞이했다. 베이징올림픽 메인경기장을 포함한 대도시 곳곳에서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가 열렸고, 타종 행사를 위해 불교 사찰을 찾는 시민들이 많았다. 2014년 새해맞이 행사 도중에 36명이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던 상하이에서는 주요 거리마다 경찰들의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이날 태어난 아기가 전 세계적으로 39만 5072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일본 도쿄에서는 새해 첫날 많은 사람들이 찾는 메이지 신사 부근 시부야구 다케시타거리에서 20대 남성이 승용차로 행인들을 들이받아 대학생 1명이 혼수상태에 빠지는 등 8명이 부상했다. 사고가 난 곳은 연말연시를 맞아 차량의 통행이 금지된 곳이다. 용의자는 “테러를 일으켰다”면서 “사형에 대한 보복으로 (범행)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도심 맨체스터역에서도 ‘알라´를 외친 남성이 흉기 난동을 벌여 경찰관 등 3명이 다쳤다. 필리핀에서는 태풍 오스만 여파로 71명이 숨지고 17명이 실종됐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해방구 佛조계지서 태동한 상하이 정부… 대한민국 국호 첫 명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해방구 佛조계지서 태동한 상하이 정부… 대한민국 국호 첫 명시

    1부 새 역사 임시정부의 형성 ② 중국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중국 상하이는 명나라 말기부터 성장해 1880년대에는 동북아시아의 최대 상업 도시가 됐다. 1910년 대한제국 국권을 빼앗긴 뒤로는 독립운동가들에게 주목받았다.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이 독자적 주권을 행사하는 ‘조계’(외국인 자치구역)를 설치해 일본을 비롯한 다른 제국주의 국가로부터 간섭을 피할 수 있었다. 특히 프랑스는 외국인에게도 건국이념인 자유·평등·박애 정신을 보장해 한국인에게는 말 그대로 ‘해방구’였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 민족의 두 번째 임시정부가 상하이에서 태동했다.●“첫 번째 ‘임정 터’ 못 찾아…대한민국의 숙제”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취재를 위해 지난달 중순 찾아간 상하이 최대 번화가 화이하이중루 일대. 사람과 차들로 거리가 넘쳐나고 전 세계 패션 브랜드가 건물마다 즐비했다. ‘자본주의 최전선’인 이곳이 정말 사회주의 국가의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기자와 동행한 이원규(72) 작가는 고층빌딩이 가득 찬 서금이로(옛 김신부로) 지역을 바라보며 “100년 전 이곳 어딘가에서 독립운동가들이 프랑스 정부의 도움을 받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선포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TV에서 보는 상하이 임정 기념관은 ‘보경리 청사’로 1926~1932년에 썼던 곳이다. 이 작가는 “최근 중국인 학자가 첫 번째 임정 터를 찾았다고 간략히 발표했지만 이에 대한 고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시원(始原)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이곳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1919년 3월 17일 러시아 고려인들이 프리모르스키(연해주)에서 대한국민의회(노령정부)를 선포했다는 소식이 퍼졌다. 때마침 서울에서도 임정 수립을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렸다. 상하이 독립운동가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같은 달 26일 프랑스 조계의 한 예배당에 모였다. “조선총독부에 맞서 서둘러 임시정부를 조직하자”는 의견과 “대표성을 갖기 위해서라도 국내 지도자들의 뜻을 들어 보고 정하자”는 반론이 맞섰다. 하지만 3·1운동 직후부터 중국과 러시아에서 거물급 인사들이 상하이로 모여들고 있어 정부 수립을 더는 늦추기 어려웠다. 앞선 노령정부에다가 서울에 임정(한성정부)이 또 생기면 독립운동의 주도권을 놓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퍼졌다. 4월 10일 이동녕(1869~1940)과 이광수(1892~1950), 여운형(1886~1947) 등은 우리 역사 최초의 의회인 임시의정원을 꾸리고 첫 번째 회의를 가졌다. 밤을 새워 토의하던 중 신석우(1894∼1953)가 “임시정부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고종 황제가 선포한 대한제국에서 ‘대한’을 따오고 공화제 국가인 중화민국에서 ‘민국’을 가져온 것이다. 여운형이 “이 나라가 ‘대한’이라는 이름으로 망했는데 또다시 ‘대한’을 쓸 필요가 있느냐”고 묻자 신석우는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다시 흥해 보자”고 재치 있게 응수했다. 의원 다수가 이에 공감해 상하이정부의 이름이 정해졌다. 다음날 이들은 국무총리에 이승만(1875~1965)을 추대하고 내무 안창호(1878~1938), 재무 최재형(1860~1920) 등 6부 총장(장관)을 임명했다. 우리가 국가기념일로 기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4월 11일)은 여기서 유래됐다.●왕 아닌 인민이 주인인 민주공화정 첫 공식화 그렇다면 두 번째 임정은 왜 상하이에 세워졌을까. 독립운동가 양우조(1897~1964)·최선화(1911~2003) 부부의 임정 기록을 외손녀 김현주씨가 정리한 ‘제시의 일기’(1999년)를 보면 여기가 왜 임정의 적지인지 잘 묘사돼 있다. “중일전쟁(1937~1945) 전 상하이는 서양 문물의 향기가 가득한 곳이었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자기 나라와 똑같이 살 수 있도록 조계지로 분할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조계지가 시설이 가장 좋았다. 프랑스는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답게 망명객들에게 호의적이었다. 조선에서 온 이들이 다른 조계지에 숨으면 곧 붙들려 갔지만 프랑스 조계지에서는 안전했다. 설사 끌려간다고 해도 프랑스 정부가 항의하면 다시 풀려나올 수 있었다.”(1946년 2월 21일) 상하이정부는 우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노령·한성정부와 달리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명시하고 한국사 최초로 민주공화정 국가 건설을 공식화한 것이다. 새 나라가 대한제국(조선)을 계승하면서도 국가의 주인은 왕이 아니라 인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3·1운동 전까지 이어져 오던 복벽주의(나라를 되찾아 왕을 다시 세우겠다는 주장)를 완전히 단절시킨 것이다. 다만 상하이정부가 추구한 ‘외교독립론’은 훗날 임정이 끊임없이 갈등과 내분에 빠지는 단초가 됐다. 외교적 방법론은 당시 우리 민족의 현실적 역량을 반영한 전략이기는 했다. 그럼에도 (이기든 지든) 일본과의 전쟁을 수행하지 않고는 나라를 되찾을 수 없다고 믿는 무장투쟁론자들을 설득하진 못했다.●쑨원의 부인 추모 능원에 신규식 등 만국공묘 상하이지하철 10호선 쑹위안루역 2번 출구로 나오니 말끔하게 정돈된 공원이 있었다. ‘중화민국의 아버지’ 쑨원(1866~1925)의 두 번째 부인이자 ‘중국의 국모’로 불리는 쑹칭링(1893~1981)을 추모하는 곳이다. 공원 한쪽에 외국인 묘지를 모아 놓은 ‘만국공묘’가 나타났다. 묘비를 하나씩 더듬다가 낯선 한국인 이름 하나를 찾아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을 기획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설계자’로 인정받는 신규식(1880~1922)이었다. 나라를 위해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을 만큼 불 같은 성격으로 유명했다. 특히 한쪽 눈을 가린 채 카이저 수염을 기른 외모는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하지만 그가 초기 임정을 상하이에 뿌리내리게 하는데 누구보다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충북 청원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신채호(1880~1936), 신석우와 함께 ‘산동삼재’(산동신씨 가문의 3대 수재)로 불렸다. 대한제국에서 군 장교로 활동하다가 1905년 11월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첫 번째 음독자살을 시도했다. 가족에게 발견돼 목숨은 건졌지만 오른눈 시력을 잃었다. 지인들이 ‘애꾸눈’이라고 놀리자 신규식은 스스로를 ‘예관’(睨觀·한쪽 눈으로 흘겨봄)으로 불렀다.●신해혁명 경험삼아 민주공화정 개념 전파 1910년 8월 경술국치 소식을 듣고 두 번째로 집에서 독을 마셨다. 때마침 대종교 종사 나철(1863~1916)의 눈에 띄어 다시 한 번 구조됐다. 마음을 다잡은 그는 이듬해 상하이로 망명했다. 중국의 공화주의 노력을 한반도에 적용하겠다는 생각에 쑨원과 천두슈(1879~1942), 천치메이(1878~1916) 등 혁명가 그룹과 친분을 맺었다. 쑨원이 이끄는 ‘중국동맹회’(1905~1912·중국 국민당의 전신)에 가입하고 청 왕조를 무너뜨린 신해혁명에도 직접 참여했다. 1912년 국내 독립운동 세력을 결집하고자 ‘동제사’를 조직했다. 총재 박은식(1859~1925)을 비롯해 김규식(1881~1950), 신채호, 조소앙(1887~1958) 등 동제사 출신은 후일 임정의 초창기 멤버로 활동했다. 이들은 1917년 7월 임시정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대동단결선언’을 발표했다.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2년 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을 촉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두 번째 임정이 상하이에 자리잡은 건 신규식의 노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김주용(53) 원광대 교수는 “1919년 4월 10일 임시의정원 회의에서 대한민국 국호를 제안한 신석우가 바로 신규식의 조카”라며 “신규식은 자신의 신해혁명 경험을 독립지사들에게 소개해 대한민국의 토대가 된 민주공화정 개념을 설파했다”고 설명했다. 1921년 11월 쑨원이 이끄는 중국국민당이 베이징 군벌정부에 대항해 광둥에 호법정부를 세웠다. 신규식은 국무총리·외무총장 자격으로 그를 찾아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정식 국가로 승인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쑨원은 혁명동지 신규식을 극진히 예우했다. 호법정부의 정치·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았음에도 그의 부탁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는 국제적으로 정식 주권기구로 인정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임정이 국민당의 후원을 받아 다소나마 활로를 찾는 계기가 됐다. ●해외서 문전박대 뒤 임정 외교독립론 도마에 1922년 대통령 이승만이 조선 독립의 당위성을 알리고자 워싱턴회의에 갔다가 개최국인 미국으로부터 문전박대 당해 쫓겨났다. 임정의 외교독립론이 논란이 됐다. 신규식은 이런 임정의 처지를 비관해 25일간 단식하다가 같은 해 9월 25일 세상을 떠났다. 일각에서는 그가 1921년 쑨원을 만났을 때 황제에게 예를 표하는 ‘만세’를 외친 것을 두고 사대적 자세를 지적한다. 하지만 대의명분을 누구보다 중시하던 신규식의 평소 성격에 비춰 볼 때 그런 굴욕을 참아내며 쑨원을 대한 건 오로지 조선 독립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으리라. 상하이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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