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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김포시가 딱입니다!” 김포시 유치 2차 PPT 첫번째 발표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김포시가 딱입니다!” 김포시 유치 2차 PPT 첫번째 발표

    2차 프레젠테이션(PPT) 발표 심사를 일주일 앞둔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부지선정에서 경기 김포시가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다. 대한축구협회는 서울 교보빌딩에서 오는 18일 개최되는 프레젠테이션에서 12개 지자체 중 김포시가 첫번째 발표자로 결정됐다고 12일 밝혔다. 이날 정하영 시장이 직접 나와 축구종합센터 김포유치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축구종합센터 유치를 위해 PPT에서 차별화된 내용으로 심사위원들을 설득할 예정”이라며 “축구종합센터 최종 후보지로 결정될 수 있게 시민들의 많은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포시 발표를 시작으로 이천시와 여주시·천안시·세종특별시 등 순으로 15분간 발표하고 15분간 질의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한축구협회는 심사를 거쳐 12개 도시 가운데 지자체 5곳 정도로 후보지를 압축한 뒤 오는 4월 초 현장 실사와 유치조건 등을 취합해 최종후보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포시와 시의회는 ‘김포유치 기원’ 에스엔에스(SNS) 챌린지를 시작했다. 지난 11일 오후 정하영 시장은 “입지조건 딱! 통일축구 딱!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는 김포시가 딱입니다!”라며 “김포시민의 염원을 담아 챌린지 캠페인 릴레이를 이어간다”고 출발을 알렸다. 이어 신명순 시의회 의장과 김종혁 부의장, 한종우, 배강민, 김옥균 위원장, 홍원길, 오강현, 김인수, 유영숙, 최명진, 박우식, 김계순 의원 등 12명에게 챌린지 바통을 넘겼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축구종합센터 부지선정을 위한 공모를 실시해 지난달 24일 김포시를 포함한 12개 지방정부를 1차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시론] 광화문 앞마당의 역사성/홍순민 명지대 기록정보과학대학원 교수

    [시론] 광화문 앞마당의 역사성/홍순민 명지대 기록정보과학대학원 교수

    사람이 사는 공간에는 시간이 고여 있고 역사가 스며들어 있다. 역사는 추상적인 관념 속이 아니라 구체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공간을 잘 가꾸고 사는 것은 역사를 잘 이어 가는 방편의 하나다.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 광화문 앞은 언필칭 국가의 상징 거리다. 하지만 지금 이 공간은 과연 본래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광화문 앞 이 공간은 지금 도로인가, 광장인가, 아니면 공원인가. 광화문 바로 앞은 사직로가 가로지른다. 광화문에서 남쪽으로는 세종대로가 뻗어 있다. 이렇게 보면 도로다. 그런데 세종대로 한가운데 광장이 들어 있다. 광장은 도로로 둘러싸여 있어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라는 반갑지 않은 별명을 얻고 있다. 광화문 앞 바로 동쪽은 의정부 터였는데, 시민공원이 됐다가 현재는 의정부 터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북쪽에는 소공원이 있다. 공간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하다 보니 관리 담당 관서도 나뉘어 있다. 광화문은 문화재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도로의 신호 및 운행과 관련한 업무는 경찰청에서 담당하고 있다. 도로 시설, 광장, 소공원 관리는 서울시청 몫이다. 이른바 ‘삼청시대’다. 세 관서가 각자 몫을 다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이 관서들을 상위에서 통합하고 조정하는 장치가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 공간은 끊기고 막혀 있다. 우선 동선이 끊겨 있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광화문을 바라보면서 곧바로 걸어갈 수가 없다. 이리저리 건널목을 찾아 건너야 한다. 시야도 막혀 있다.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이 정면을 가로막는다. 좌우에는 빌딩들이 늘어서 있다. 광화문과 그 너머 경복궁과 서울을 품고 있는 백악산과 인왕산, 그리고 더 뒤편에서 받쳐 주는 북한산을 볼 수가 없다. 그렇다 보니 공간에서 역사의 흐름이 감지되지 않는다. 중세 조선의 공간 경복궁은 현대 서울의 이 공간과 떨어져 있다.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이 그러한 사정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지금의 광화문은 불구다. 최근에 새로 지었지만 온전하지 못하다. 과거에는 궁궐이 높은 곳이듯 그 정문도 높았다. 지표면보다 높게 기단을 쌓고 그 위에 문을 지었다. 그 기단을 앞으로 넓게 내쌓았다. 이를 ‘월대’라 한다. 임금과 백성이 만나는 소통의 공간이자 각종 행사를 치르는 공적인 시설이었다. 그런데 지금 월대는 사라졌다. 월대 앞에 놓여 있어 궁궐 영역임을 표시해 임금을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말이나 가마 같은 탈것에서 내리라는 뜻을 전하던 ‘해태’는 제자리를 잃고 궁성 가까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상태 그대로 사는 데 별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광장을 조성한 지 10년 만에 또다시 공사를 벌이는 데 대해서 비판하고 반대하는 의견도 일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그 논리대로라면 이 공간이 국가 상징 거리라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대로 갈 수도 있지만, 문제가 있다면 고칠 수도 있다. 선택의 문제다. 역사성을 찾자는 말은 옛날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다.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왕조는 사라졌다. 그런 가운데 경복궁과 광화문은 불구로나마 남아서 중세 역사를 보여 주고 있다. 의정부 터가 땅 속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런 흔적들, 옛것은 보존할 의무가 있다. 불구가 된 부분은 가능하다면 온전한 모습을 찾아 줄 필요가 있다. 역사성을 찾자는 말은 과거의 흔적을 소중히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과 함께 이 공간에 담겨 있는 역사를 되새기고 현재의 역사를 만들어 가며 미래의 역사를 전망하도록 꾸미자는 말이다. 새로운 시설물을 들이고 공간을 꾸미고 도시를 가꾸어 나갈 때 역사의 흐름을 잇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마땅하다. 서울이 600년 수도 역사 도시요, 문화 도시라는 데 반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역사 도시 서울”이라는 구호가 공허한 표방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광화문 앞 공간을 다시 꾸미는 일이 서울을 역사 도시답게 가꾸는 진지한 시도가 됐으면 좋겠다. 광화문이라는 지점이 서울을 둘러보는 기점이 돼야 한다. 여기서 길들이 뻗어 나가 서울 한양도성 안을 두루두루 이어 주는 기능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서울 시민을 비롯해 온 국민의 마음이 모여들어서, 부딪치고 섞이고 버무려져서 하나가 되는 마당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 국방부 확인한 헬기사격 ‘오리발’… 전두환 ‘5·18 참회’ 없었다

    국방부 확인한 헬기사격 ‘오리발’… 전두환 ‘5·18 참회’ 없었다

    全씨측 “국가기관, 기총 확인한 적 없고 정권 바뀌면서 조사결과 바뀌었다” 주장 재판 관할 이전 신청서도 다시 제출해 재판장, 신원 확인에 “잘 안 들린다” 헤드셋 쓴 뒤엔 “맞습니다” 또박또박 재판 중 졸다 헬기 사격 언급에 눈 떠 방청석에선 “살인마 죽어라” 외침도11일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을 가득 메운 이들은 단 한 사람만 바라봤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밝힌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23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선 전두환(88) 전 대통령이었다.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참회의 기회, 과연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그의 입에 시선이 집중됐다. 그러나 1시간 15분 동안 이어진 재판에서 전씨는 사과는커녕 변호인을 통해 “헬기 사격은 없었다”며 역사를 뒤집었다.법원에 들어서며 “이거 왜 이래”라며 신경질을 냈던 전씨는 재판이 시작되자 느릿한 걸음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재판장인 장동혁(50·사법연수원 33기) 부장판사가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신원을 확인하자 “죄송합니다. 재판장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이후 전씨의 귀에는 헤드셋이 씌워졌고, 전씨는 재판장이 생년월일과 직업, 주소 등을 확인하자 “맞습니다”라고 또박또박 답했다. 방청석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작정한 듯 앞만 바라보는 전씨의 옆에는 부인 이순자씨가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함께했다. 검찰이 전씨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 때문에 23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서게 된 공소사실을 낭독하려고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띄우자 전씨는 잘 안 보인다며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검찰은 전씨의 내란수괴 등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과 1996년 12월 무기징역이 선고된 데 이어 다음해 4월 17일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을 통해서도 전씨가 5·18 당시 강경 진압을 지시했음이 인정됐으며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발표, 군 관계자들의 진술 등을 근거로 당시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씨 측 정주교 변호사는 ‘헬기 사격’ 대목부터 “증명이 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헬기 사격이 없었기 때문에 이를 목격했다는 조비오 신부의 증언 역시 사실이 아니며 전씨가 고의성을 갖고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정 변호사는 그러면서 “검찰이 관할권이 없는 법원에 기소해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광주지법에서 재판받는 것을 또 문제 삼았다. 이미 지난해 광주고법과 대법원에서 관할 이전 신청이 모두 기각됐지만, 정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관할 위반을 판결로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씨는 이따금씩 꾸벅꾸벅 졸다가 5·18 당시 헬기 사격에 대한 입장을 변호사가 밝히자 눈을 뜨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정 변호사는 “1995년 국방부와 검찰 공동수사 결과 발표에서 헬기 기총사실에 대한 조 신부의 진술을 사실로 인정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검찰이 근거로 든 국가기관의 조사 결과들을 뒤집는 발언들을 쏟아 냈다. 특히 조 신부가 밝힌 1980년 5월 21일 광주 불로교 상공에서의 헬기 사격에 대해 정 변호사는 “정권이 바뀌면서 조사 결과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7년 발표된) 국과수의 탄흔 발생 원인 추정이 과학적이지 않다”, “특조위가 직접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결정을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국과수 발표의 근거가 된 전일빌딩 탄흔도 “다양한 총격전으로 생긴 것”이라고 했다. 끝내 조 신부의 증언을 무시해 버린 것을 넘어 “국회도 진상규명에 나서고 있다”며 헬기 사격에 대한 정치 쟁점화를 시도했다. 재판 내내 옆자리를 지킨 부인 이씨는 재판이 끝날 무렵 재판장에게 편지 한 통을 건네기도 했다. 재판장이 “재판에 임하는 느낌과 당부사항으로 이해하면 되느냐”고 묻자 이씨는 “네”라고 답했다. 장 부장판사는 검찰이 이날 증거목록을 내지 않아 공판준비기일을 다음달 8일 한 차례 더 갖기로 했다. 전씨 측이 헬기 사격 자체를 부인하는 바람에 향후 재판에서는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를 두고 여러 기관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기초 사실조사 및 다양한 증거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재판이 끝나자 방청석에선 “전두환, 살인마 죽어라” 등의 꾹꾹 누르고 있던 외침들이 터져 나왔다. 전씨를 법정에 서도록 한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 측 김정호 변호사는 “진실을 바로잡고 사과하라는 것뿐인데, 전씨는 여전히 5·18 역사 전체를 왜곡하고 있다”면서 “헬기 사격 자체를 부인할 거라 생각 못했는데 앞으로 재판이 많이 길어질 것 같다”고 비판했다. 광주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계엄군 들어오기 전, 헬기가 전일빌딩 향해 사정없이 쏴 부렀어”

    “계엄군 들어오기 전, 헬기가 전일빌딩 향해 사정없이 쏴 부렀어”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해 11일 광주의 법정에 선 피고인 전두환은 “헬기 기총소사(항공기가 근거리에서 지상 표적이나 선박을 사격하는 것)는 얼토당토않은 얘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피로 물든 1980년의 광주를 지켰던 시민들은 “내가 헬기 사격의 목격자”라며 반박한다. 이들은 ‘전두환’이라는 이름 앞에 치를 떨면서도 폭력적 대응보다는 “진정 어린 사과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광주시민들의 목격담을 통해 그날의 진실과 이후 시민들이 감내해 온 울분에 대해 들어 봤다.“헬기 밑에서 불이 번쩍 나면서 전일빌딩을 향해 사정없이 쏴 부렀습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65)씨는 지난 10일 광주 금남로의 전일빌딩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빌딩에는 헬기 기총소사의 증거가 남아 있다. 박씨는 “그해 5월 27일 도청 정문 앞에서 시민군 병력배치를 하고 있었는데 총소리가 났다”며 “새벽 3시쯤 계엄군이 밀고 들어오기 전에 빌딩 옥상의 기관총을 향해 헬기에서 사격한 것을 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날 함께 만난 최운용(75·당시 민주헌정동지회 광주전남조직책임원)씨도 헬기 기총소사 목격자다. 5월 21일 오후 1시쯤 공수부대와 경찰들이 도청 방향에서 금남로의 시민들을 향해 총을 쐈다. 시민들은 물러섰고, 최씨는 관광호텔 쪽에서 쓰러진 청년을 인도 쪽으로 끌어낸 후 다시 이동했다. 10분 정도 더 걸어가 도착한 곳이 불로교였다. 최씨는 “오후 2시 30분쯤 불로교를 건너기 전 머리 위쪽으로 헬리콥터가 날아왔다”며 “헬리콥터가 불로교 위에서 총을 도청 방향으로 쏘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최씨의 목격은 고 조비오 신부의 증언과도 대체로 일치한다. 조 신부는 1995년 광주 5·18 특검에 출석해 21일 오후 1시 30분에서 3시 사이에 헬기가 도청에서 광주공원 방향으로 가면서 불로교 인근에서 사격하고 백운동 방향으로 날아갔다고 증언했었다. 당시 선교를 위해 광주에 머물렀던 아놀드 피터슨 목사도 특검에서 호남 신학대와 기독교병원 인근에서 오후 3시 15분부터 5시 사이에 기총소사를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전두환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헬기를 이용한 기총소사까지 감행했다는 등 차마 말로 하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한 이야기들이 더해져 전해지고 있다”며 “조비오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일 뿐”이라고 했다. 피터슨 목사에 대해서는 “목사가 아니라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비난했다. 박씨는 “조비오 신부님뿐만 아니라 저와 최운용 선생님도 직접 목격을 했다”며 “우리들의 존재와 증언이 증거다”고 반박했다. 2018년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는 육군이 1980년 5월 21일과 5월 27일 광주시민들에게 헬기 사격을 했으며, 공군이 무장 전투기를 대기시켰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전일빌딩 10층 외벽 등에서 발견된 탄흔을 호버링(hovering·항공기 등이 일정 고도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는 상태)하던 헬기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감정했다. 최씨는 “2016년 전일빌딩을 주차장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정말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면서 핏발을 세우고 싸웠다”며 “그때 건물을 보존하지 못했으면 헬기 기총소사의 증거가 사라질 뻔했다”고 말했다. ●전두환 초도순시 막아선 최운용 어머니 5·18 희생자들이 잠든 광주 북구 ‘5·18 구묘역’ 추모객들은 입구 땅속에 묻힌 비석을 발로 밟고 참배를 시작한다. 비석에는 ‘전두환’, ‘이순자’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전씨 부부가 1982년 3월 10일 전남 담양군 고서면 성산마을에서 숙박한 것을 기록한 민박기념비다. 이 비석을 구묘역에 가져다 둔 사람이 최씨와 광주전남 민주동우회 회원들이었다. 최씨는 “1989년 초 기념비석의 존재를 알고 ‘살인마가 어떻게 전남에서 자고 기념비까지 만들 수가 있느냐’고 분노했다”며 “오월 영령을 달래기 위해 거사를 해야겠다고 의견이 모였다”고 했다. 동우회원 30여명은 1989년 1월 13일 망치를 들고 전남 담양 성산마을에 갔다. 그런데 비석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정보가 샌 것이다. 이들은 비석을 세웠던 돌 공장을 찾아가 “어떻게 했느냐”며 주인을 다그쳤다. 주인은 “오늘 새벽 이장한테 장비를 가져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비석을 파서 논두렁에 두고 지푸라기로 덮어 놨다”고 고백했다. 최씨는 “비석을 망치로 다 두들겨 깬 후 일부를 5·18 묘 인근에 묻었다”며 “당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1981년 대통령 신분으로 광주에 초도순시(지역을 돌며 상황을 살피는 것)를 왔다고 한다. 전씨가 당당하게 광주에 입성한 것을 막아선 것은 박씨의 어머니다. 어머니가 플래카드를 들고 전씨 행렬에 뛰어들었다. 당시 박씨가 사형선고를 받았기에 어머니는 두려울 게 없었다. 박씨는 “그날 어머니는 아스팔트에서 경찰들에게 엄청나게 두들겨 맞고, 영장도 없이 5일간 구치소에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삼촌이 저를 통해 싸우신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일 광주 북구 용봉동 성당에서 저녁 미사를 마친 후 집무실에서 만난 조영대 주임 신부는 “(삼촌인) 조비오 신부님은 살아생전에 전두환과 5·18을 왜곡하려는 세력들과 쉼 없이 싸웠다”면서 “돌아가셔서도 5·18의 진상 규명을 위해서 싸우고 계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비오 신부가 전씨 회고록을 통해 명예훼손을 당하지 않았다면 재판정에 세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비오 신부는 5·18 당시 시민수습대책위원 16명과 함께 신군부의 도청 진압작전을 막기 위해 행진에 나섰다가 내란음모 핵심 동조자로 몰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4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조영대 신부 역시 5·18 당시 고교 1학년생으로 학살을 목격했다. 그는 삼촌을 대신해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인물이다. 조영대 신부는 성직자인 삼촌을 비방한 전씨를 향해 “조비오 신부님은 2008년 교황께서 고위 성직자 품위인 몬시뇰 명의를 수여한 분”이라면서 “광주 교구에서 사제가 몬시뇰에 임명된 것은 47년 만이었을 정도로 교구의 대표 성직자셨다”고 말했다. 조비오 신부는 5월만 되면 미사 중에 전두환과 군부세력들이 광주에 저질렀던 만행을 언급했다. 조영대 신부는 “조비오 신부님은 회개할 줄 모르는 전두환에게 분노하시고 마음 아파하시고 속상해하셨다”며 “한숨을 푹 내쉬며 진상 규명이 잘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전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전씨를 사면할 때는 “광주에 저질렀던 죄악이 얼마나 큰데 뉘우침도 없고 진상 규명도 안 된 상태에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분개했다고 한다. 아직도 광주시민들은 전두환씨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조영대 신부는 “(전씨를 단죄하라는 주장이) 단순히 보복이나 분노의 차원은 아니다”라면서 “민주화를 위한 밑거름인 광주정신을 되살려 가는 차원에서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광주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한화금융 라이프플러스 ‘벚꽃 피크닉’… 새달 13~14일 국내 뮤지션 한자리에

    한화금융 라이프플러스 ‘벚꽃 피크닉’… 새달 13~14일 국내 뮤지션 한자리에

    해마다 4만여명이 찾는 대표적인 봄 축제로 자리매김한 ‘벚꽃 피크닉 2019’ 콘서트의 윤곽이 공개됐다. 10일 한화금융 라이프플러스에 따르면 올해로 4회째인 이번 행사는 다음달 13~1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 한강공원에서 펼쳐진다. 특히 이번 콘서트에는 그동안 한자리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국내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해 팬들을 만난다. 우선 13일에는 자이언티와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 음악 예능 ‘더 팬’의 우승자로 유명한 카더가든 등이 무대에 오른다. 모던록 밴드 페퍼톤스와 4인조 혼성밴드 몽니도 포함됐다. 콘서트 관람 티켓은 YES24와 티몬을 통해 판매 중이며, 티켓 가격은 5만 5000원이다. 13일 밤에는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불꽃쇼도 열린다. 이어 14일 공연은 무료로 진행되기 때문에 관람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행사 기간에는 한강변을 따라 플리마켓이 운영되고 다양한 메뉴의 푸드트럭도 등장할 예정이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꼴찌서 정상… 흥국 ‘역전 드라마’

    꼴찌서 정상… 흥국 ‘역전 드라마’

    톰시아 영입 등 과감한 투자로 리빌딩 박미희 감독, 12년 만의 통합 챔프 겨냥두 시즌 만에 프로배구 여자부 정상에 복귀한 흥국생명이 12년 만의 통합우승 고지까지 바라본다. 흥국생명은 수원 원정에서 현대건설을 3-1로 제치며 매직넘버 ‘승점 1’을 가뿐하게 소멸시켜 2018~19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지난 9일 확정했다. 젊은 피와 베테랑들의 연대로 꼴찌에 머물렀던 지난 시즌 아픔도 단번에 씻어냈다. 이재영(23)이 공격과 수비에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고 노련한 리베로 김해란(35)의 거미손 디그로 상대의 스파이크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흥국생명은 과감한 투자로 팀 리빌딩에 성공했다. 트라이아웃에서 폴란드 국가대표 출신 베레니카 톰시아를 영입하고 자유계약선수(FA)로 미들블로커 김세영(38)과 윙스파이커 김미연(26)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이주아(19)를 지명해 전력을 보강했다. 아시아 코트를 처음 경험한 외국인 선수 베레니카 톰시아는 키 189㎝로 단신 축에 속하지만 오픈공격 2위, 후위공격 3위 등 공격뿐만 아니라 블로킹에서도 외국인 선수로 유일하게 부문 ‘톱10’(9위)에 올라 힘을 보탰다. 주전 못지않게 백업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김다솔(22)은 주전 세터 조송화(26)가 흔들릴 때마다 토스를 대신하고 신연경(25)도 레프트 공격수 김미연이 후위에 빠졌을 때 교체 투입, 리시브와 디그를 훌륭히 소화하며 팀의 빈틈을 메웠다. 흥국생명이 마지막으로 챔프전 정상에 선 건 10년 전 김연경(엑자시바시)이 뛰던 2008~09시즌이지만 통합우승은 그보다 두 시즌 앞선 2006~07시즌이었다. 여자 감독으로 유일하게 두 차례 우승을 만든 박미희 감독의 리더십과 신구의 조화가 어우러진 흥국생명은 이제 12년 만의 통합우승을 겨냥하고 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현대차 신사옥 GBC, 외부 투자자와 공동 개발한다

    현대차 신사옥 GBC, 외부 투자자와 공동 개발한다

    해외 연기금 등과 SPC 설립 유력 ‘뉴욕 허드슨 야드 개발’ 벤치마킹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에 숙원 사업으로 추진하는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조감도) 건립을 자체 개발이 아닌 외부 투자자와의 공동 개발로 전략을 수정했다. 지난해 경영 실적이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3조 7000억원에 이르는 GBC 건립 비용에 대한 주주와 시장의 우려를 가라앉히는 동시에 대규모 미래투자 계획의 재원을 확보하려는 차원이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연기금과 국부펀드, 글로벌 투자펀드, 국내 유수 기업 등 국내외 투자자들과 비공식적으로 접촉해 GBC 건립 공동 개발을 타진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GBC는 지상 105층 규모의 업무 빌딩과 호텔, 전시·컨벤션 시설, 공연장 등으로 구성된다. 2023년 완공이 목표다. 현대차그룹과 외부 투자자들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공동 개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IB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최대 개발사업으로 꼽히는 ‘뉴욕 허드슨 야드 개발사업’을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드슨 야드 개발사업은 허드슨강 유역을 따라 개발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글로벌 부동산 전문 투자사와 금융사들이 대거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뉴욕 허드슨 야드 개발사업처럼 글로벌 투자자들이 합류한다면 GBC 가치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GBC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세계적 부동산 개발 전문업체들도 프로젝트에 참여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현대차가 GBC 계획을 발표한 것은 2014년 한국전력의 삼성동 부지 7만 9342㎡(약 2만 4000평)를 사들인 이후다. 당시 감정가 4조원이던 부지를 현대차가 10조 5500억원에 매입하며 ‘무리한 투자’라는 논란에 시달렸다. 하지만 성공적인 GBC 완공 후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타워(555m)를 넘어선 국내 최고층 빌딩(569m)으로 건립될 GBC는 건설·운영에 따른 생산유발 효과만 27년간 264조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121만 5000개의 직간접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그동안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할 때처럼 계열사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계열사끼리 비율대로 돈을 내며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착공이 수년간 늦춰지면서 경영 환경의 변화 등에 따라 개발 계획도 수정됐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GBC 공동 개발’ 카드를 택한 것은 GBC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투자비 부담을 최소화해 미래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자본·투자 효율화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투자사들과의 공동 개발이라는 무형적 가치까지 더한 GBC가 완성차의 브랜드 가치를 올려 자동차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죽음, 두렵지요 하지만 ‘끝’은 선택하고 싶어요

    죽음, 두렵지요 하지만 ‘끝’은 선택하고 싶어요

    모두에게 죽음은 두렵다. 인간은 죽음이 피할 수 없는 것이란 걸 깨닫고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종교가 생기고 철학이 발달한 이유다. 의료기술 발달로 수명이 늘어나자 또 다른 두려움도 생겼다. 병상에 누워 주렁주렁 의료기기를 달고, 고통과 고독 속에서 죽음을 맞아야 하는 공포다. 억지로라도 생명을 늘리려다 보니 존엄하지 않은 마지막 삶을 강요받는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암 환자 3명을 만났다.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무엇이 가장 고통스럽고 두려운지를 물었다. 이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공포가 더 컸다. 그간 삶에서 숱한 선택을 스스로 해 왔듯이 죽음도 선택할 권리가 있는 게 아닌지 되물었다.■간암 투병 중인 73세 황정숙씨 2007년의 일이었다. 부엌에서 갈비탕을 끓이던 황정숙(73·여)씨는 갑자기 하혈을 하며 쓰러졌다. 동네 병원에선 “암인 것 같은데, 좀 애매하다고”만 했다. 대학병원에서 대장 기스트(GIST·희귀 암의 일종)라는 걸 알게 됐다. 영정사진을 찍으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났고, 건강을 회복한 듯했다.하지만 2015년 다시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됐다. 간을 3분의1이나 잘라 냈다. 또 암세포가 번질지 모르니 항암제를 먹어야 한다고 했다. 항암제를 먹었던 8개월 황씨는 죽는 게 낫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고통에 시달렸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얼굴이 퉁퉁 부었다. 손바닥은 갈라져 피가 났다. 하는 수 없이 장갑을 끼고 살았다. 급기야는 발바닥까지 망가져 걸을 수가 없었다. “설설 기어다녔어요…. 사는 게 아니었죠. 그런데 다른 환자가 그 약을 먹은 뒤에도 병이 심해져 결국 죽더군요. 그때 결심했죠. ‘먹지 말자’. 독한 약에 시달리며 지옥 같은 삶 살아서 뭐해요.” 황씨가 항암제를 끊은 지 벌써 3년이 됐다. 다행히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가끔 배가 아프긴 하다. 그래도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병원에 가라고 하는 게 싫기 때문이다. 황씨는 병이 심해지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더라도 항암제는 절대 먹지 않겠다고 했다. 진통제로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다 삶을 마칠 생각이다. “물론 저도 죽음이 두려워요. 하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끝’도 결국 제 삶의 일부예요. 가족들과 즐겁게 살았던 때를 생각하며…, 내가 갈 때를 알고 준비도 하면서…, 잘못한 일 있으면 회개도 하고….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는 게 약으로 연명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황씨는 얼마 전 14년간 키우던 개를 안락사시켰다. 자식 같이 키우던 개라 끝까지 돌보려 했지만 수의사가 안락사를 권했다. 수의사는 “개가 말기암 환자보다 고통이 심할 것”이라며 “안락사시키는 게 개를 위하는 길”이라고 했다. 황씨는 결국 펑펑 울며 승낙했다. “저도 주사 맞으며 자는 것처럼 편하게 가고 싶어요. 개도 안락사를 할 수 있는데 사람은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해요.” 황씨는 처음엔 가명 인터뷰를 원했다. 하지만 실명으로 이야기하는 게 더 진심을 전할 수 있다고 하자 흔쾌히 응했다. “꼭 가족 품에서 임종을 맞고 싶은 건 아닙니다. 혼자 있는 곳에서 가도 상관없어요. 다만 제 죽음만큼은 제가 관리하고 싶어요. 병원에서 (안락사를) 끝내 허용해 주지 않으면, 스스로라도…. 나라가 제 삶의 질을 책임질 거 아니면 마감을 선택할 권리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25년 암과 싸우는 66세 정판배씨 “젊을 때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눈앞에 닥치니 너무 두렵고 캄캄하더라고요. 몇 번이나 죽음의 문턱에 서 보니 죽음을 미리 준비하게 됐어요. 다음엔 좀더 의연하게 받아들일 겁니다. 임종 전 고통이 심한 환자에게는 안락사도 필요하다고 봐요.”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 관리사무소에서 만난 정판배(66)씨는 지난 25년간 암과의 전쟁을 치러 왔다. 1994년 마흔 한 살에 위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상상도 못했죠. 다들 죽는다고 했어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을 생각하니 세상이 무너지더라고요.” 당시 정씨는 육군 중령이었다. 정기 건강검진에서 암덩어리를 발견했다. 당시 위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에 해당하는 무서운 병이었다. 위 전체를 절제해 식도와 소장을 연결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암은 이후에도 정씨 곁을 맴돌았다. 수술 5년 뒤엔 만성골수성 백혈병이, 그 뒤엔 대장암이 생겼다. “수시로 팔다리에 마비와 경련이 와요. 마비가 오면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서 손을 집어넣어요. 그래야만 풀리거든요.” 정씨 얼굴은 지나치게 창백하고, 늘 부어 있다. 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피부와 뼈는 유리처럼 약해졌다. 뭔가와 스치기만 해도 상처가 나고 다친다. 언제 경련이 올지 몰라 응급처치를 위해 뿌리는 파스를 두 통씩 들고 다닌다. 10년 넘게 복용 중인 백혈병 치료제 부작용이다. 수술 후유증도 심각하다. 시시때때로 음식물과 담즙이 식도까지 올라오는 통에 정씨의 목은 항상 헐어 있다. 수술 후엔 한 번도 반듯하게 누워 본 적이 없다. “또다시 병이 찾아오면 치료를 하지 않고 편안한 임종을 맞을 겁니다. 항암 치료의 부작용과 고통 속에 사는 날을 하루하루 연장하는 건 이제 저에게 무의미해요. 어머니를 보내 드리며 결심이 더 확고해졌어요.” 지난해 어머니의 죽음은 정씨가 존엄한 죽음을 결심하는 큰 계기가 됐다. 당시 아흔 넷인 어머니는 노환으로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피부가 괴사했다. 다리가 썩어 들어갔지만 노모는 고통조차 제 입으로 표현하지 못했다. 매일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노모는 결국 고통 속에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정씨는 담즘 역류를 완화해 주는 수술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그만 발버둥 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결국 죽는 건 개인의 주관대로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봐요. 너무 고통스럽지 않게. 그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저 편안하게 눈을 감는 게 내가 꿈꾸는 마지막 소원입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기스트 고위험 앓는 40세 이지연씨 “일상이 갈등의 연속이에요. 다시 병이 안 나려면 적당히 해야 하는데, 몸이 조금씩 좋아지니까 더 일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또 이러다 병나겠네, 하면서 조심하게 되고…. 아프지 않으면 하지 않았을 고민들을 항상 하게 돼요.” 지난달 16일 만난 기스트(희귀성 암의 일종) 고위험 환자인 이지연(40·여)씨는 “병이 언제 재발할지 모르기에 늘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면서 “그게 건강한 사람과 아파 본 사람의 차이”라며 입을 뗐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이씨는 매일 아침 6시에 나와 운동하고 출근할 정도로 부지런했고, 주말에는 승마, 골프, 보드 등 취미 생활을 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젊고 건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병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2015년 초 갑작스레 쓰러져 실려 간 병원에서 기스트 진단을 받았다. 위에서 생긴 종양이 간으로 전이된 상태였다. 1년간 약물치료를 한 뒤 이듬해 위 전체와 간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극심한 고통은 정작 수술 이후 시작됐다. 1년 내내 구토와 설사가 반복됐다. 어지러워서 움직일 수도, 먹을 수도 없었다. “너무너무 아프니까 병원에 왜 창문이 없는지 알겠더라고요.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말을 이해했어요. 지켜보는 부모님이 안 계셨더라면 못 버텼을 거예요.” 1년여에 걸친 재활 끝에 건강을 다소 회복했지만 삶에 대한 생각은 크게 바뀌었다. 이씨는 “다음에 또 병이 재발하면 그땐 수술 대신 안락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미혼인 이씨가 걱정하는 건 단순히 돌봄이나 경제적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그는 “언젠가 가족이 없는 상태에서 제 의지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뜻에 따라 떠돌아다니고 싶지 않다”면서 “정신이 있을 때 제가 제 삶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락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락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고통이란 자체가 남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인데, 사회가 내 고통의 경중을 따지거나 판단한다는 게 좀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스위스행’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그는 같은 병을 앓는 지인에게 ‘스위스에선 외국인 안락사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서 외려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여러 가지가 있으면 좋겠어요. 전 여기 있으면 그냥 고통스럽게 죽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잖아요. 하지만 언제든 제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은 지금을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동기가 됩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전두환 ‘5·18 참회’ 마지막 기회

    전두환 ‘5·18 참회’ 마지막 기회

    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 유족 “5·18 폄훼 진상 밝히고 심판해야” 시민단체, 인간띠 잇기 등 처벌 촉구 시위 경찰 600명 배치… 법원은 내부촬영 금지전두환(88) 전 대통령이 11일 다시 법정에 선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관련, 39년 만에 처음으로 광주에서 재판을 받는다. 법정 출석을 하루 앞둔 10일 광주엔 긴장감이 흘렀다. 5월 단체는 재판 당일인 11일 오후 3시쯤 광주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이날 밝혔다. ‘5·18역사왜곡 처벌 광주운동본부’도 법원 주변에서 ‘인간띠 잇기’와 피켓시위를 통해 전씨에 대한 처벌을 촉구한다. 광주경찰청은 재판정 안팎에 600여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법원도 자체 경비인력을 총동원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법원은 법정 내부촬영을 금지했다. 전씨는 이번엔 2017년 회고록에서 5·18 당시 시민군을 겨냥한 육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1938~2016)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데 따른 법원 판단을 앞뒀다. 그는 1995년 12월 내란목적 살인죄 등으로 구속 기소돼 1996년 12월 항소심에서 사형선고,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판결을 받았다.5월 단체와 시민사회 등은 냉정하고도 차분하게 재판을 지켜보자는 모습이다. 법정에 출두하는 전씨에 대해 물리적으로 대응하거나 돌발상황을 연출할 경우 되레 5·18 진상규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씨 고발 당사자인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광주 용봉동성당 주임)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전두환씨의 광주법원 출두는 조비오 신부 개인의 명예훼손 여부 규명이라는 사적인 재판을 떠나 5·18 진상규명을 위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또 “지금까지의 행태로 봐 전씨가 이번에도 ‘잘못했다’며 죄를 뉘우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죄상을 밝히고 역사적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야당 국회의원을 비롯한 극우세력이 5·18을 늘 폄훼하고, 모독하는 것도 ‘5·18은 나와 무관하다’며 자기 책임을 부인해 온 전씨의 파렴치한 거짓말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전씨에 대한 고발엔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그를 좇는 일부 세력을 향한 경고 의미도 담겼다”고 덧붙였다. “만약, 전씨가 이번에 잘못을 뉘우치고 광주시민들에게 사죄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엔 “가톨릭 사제로서 이름을 걸고 그를 용서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전씨에 대한 고발도 개인에게 보복하거나 피해보상을 받겠다는 차원이 아니며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죄한다면 5·18이 숱한 왜곡과 폄훼로부터 벗어나고, 역사적 진실 규명을 위한 획기적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후식 5·18 부상자회장은 “사죄·참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역사와 국민 앞에 겸허한 자세로 재판에 임하라”고 강조했다. 양희승 5·18 구속부상자회장은 “국가 차원의 공식 조사에서 헬기 사격이 사실로 드러났고, 전일빌딩에서도 총탄 흔적이 발견됐는 데도 역사를 왜곡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전씨는 지난해 5월~지난 1월 세 차례 재판 연기와 관할지 이전을 요구하며 법정을 피했다. 이번 재판은 11일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201호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김석환 인터넷진흥원장 “스마트팩토리에 보안 없어…융합보안책 마련할 터“

    김석환 인터넷진흥원장 “스마트팩토리에 보안 없어…융합보안책 마련할 터“

    “정부가 스마트팩토리 3만개를 보급하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보안에 대한 언급이 없다. 세종과 부산에 구축할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계획에도 보안 개념이 들어있지 않다. 5월 말까지 융합보안 선도전략을 강구하고 대책을 강구하겠다” 김석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빌딩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우려를 나타내며 융합보안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융합보안은 자율차와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등의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T)이 융합되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보안 위협에 대응하는 기술이다. 그는 “2022년 국내 스마트공장이 3만개에 달하고 전 세계 사물인터넷(IoT) 기기가 260억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원장은 “기존에는 만들어진 설비 위에 사이버 보안 시스템을 얹으면 됐지만, 지금은 디자인과 설계 단계부터 보안을 내재화하지 않으면 심각한 비용 문제가 발생하고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장과 발전소, 댐, 항만, 철도 등이 IT와 융합하면서 사이버 공격의 피해 규모가 달라질 것”이라며 “단순한 정보 유출 뿐 아니라 물리적인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KISA는 올 5월까지 국민생활과 안전에 밀접한 자율주행차, 재난·안전, 디지털 헬스케어, 실감콘텐츠, 스마트팩토리, 스마트 교통·물류 등 6대 분야를 선정해 융합보안 선도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전략에는 세부적인 보안 방법과 산업 육성책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융합보안이 가진 의미와 배경, 해외 사례, 국내 로드맵, 역할분담 등을 망라해 한 테이블에 올린다는 의미”라며 “스마트팩토리,스마트시티 사업도 보안 개념을 갖고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5G, 클라우드 등 ICT 기술 발전으로 사이버 공격이 지능화, 대규모화하고 있다”며 “사이버 위협정보 수집건수가 2017년 1억 8000만건에서 2018년 3억 5000만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6억건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 기반 악성코드 분석시스템을 통해 하루 분석량을 작년 27건에서 2020년까지 1400건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빅데이터와 AI 등 기술을 활용해 침해대응 체계를 고도화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5세대(5G) 상용화에 발맞춰 통신망에 접근하는 비정상 공격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볼트 대란’에 빠진 일본…국제대회, 어린이집 등 줄줄이 타격 ‘비상’

    ‘볼트 대란’에 빠진 일본…국제대회, 어린이집 등 줄줄이 타격 ‘비상’

    아무리 단순한 부속이라고 해도 그것이 필요한 곳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전체는 결코 완성될 수가 없다. 일본에서 이런 ‘산소와 같은 존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상황이 건설업계에서 빚어지고 있다. 빌딩이나 교량 등 공사에 필요한 고장력 볼트 품귀 현상이다. 폭발적인 건설 붐 와중에 상당수 공사현장이 볼트가 없어 일손을 놓고 있다. 당국은 대응을 서두르고 있지만 상황은 밝지 않다. 1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고장력 볼트는 지난해 여름만 해도 주문에서 납품까지 1개월 반 정도가 걸렸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6개월 정도로 늘어났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지난해 가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건설업체의 83%가 볼트 부족으로 공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올 가을 럭비월드컵이 열릴 예정인 구마모토시 메인 스타디움의 개축도 늦어지고 있다. 공사에 필요한 2000개가량의 고장력 볼트를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구마모토시 관계자는 “경기장의 대형 스크린을 지난달 중순까지는 설치할 예정이었으나 볼트 부족으로 오는 8월까지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요미우리에 말했다. 다음달 문을 열 예정이었던 시가현의 한 어린이집은 볼트 부족으로 공사를 제때 못해 올 신학기에 맞춰 개원할 수가 없게 되자 아예 내년 4월로 1년을 늦춰 버렸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폭발적인 건설붐과 도심 재개발 러시가 나타나면서 고장력 볼트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생산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 탓이다.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 볼트 때문에 이 정도까지 상황이 악화된다는 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상황은 간단치 않다. 일본내 고장력 볼트 제조업체가 몇 군데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설비 노후 등으로 갑자기 생산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에서 수입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일본 내 부족분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현대중공업 노조 8일 서울서 대우조선 인수 반대 결의대회

    현대중공업 노조가 8일 서울에서 회사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한다.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이날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인수 본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와 대의원 등 간부 100명여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7시간 파업하고 서울 중구 계동 현대빌딩 앞으로 집결해 반대 집회를 개최한다. 현대빌딩 앞에선 오후 3시부터 ‘대우조선 인수 밀실 합의 중단저지 결의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날 파업과 집회에는 일반 조합원은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조업 차질은 없을 전망이다. 노조는 대우조선 인수가 구조조정을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노조 관계자는 “본계약이 체결된다고 해도 인수 반대가 노조 기본 입장”이라며 “투쟁 수위 등은 상황에 따라 조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노조는 앞서 지난달 20일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에서 파업 안을 51.58% 찬성으로 가결했다. 노조 간부 100여 명은 지난 6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해 2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회사는 합병 등 경영 판단과 관련한 노조 파업은 불법이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갯내음, 봄내음…묵향 맡아보고 샛별 찾아보고

    갯내음, 봄내음…묵향 맡아보고 샛별 찾아보고

    엄마 손잡고 놀러와 고사리 손으로 조개 캐보는 아이 옹이 진 손가락으로 종일 허리 굽혀 갯것 캐는 어민들 모두 ‘감태 매기’ 몰두하다 보면 노을지는 평온한 동네어촌은 두 가지 얼굴을 가졌습니다. 여행지로서의 어촌과 삶의 터전으로서의 어촌. 전자에 한갓진 풍경, 다양한 체험거리, 바구니 가득 바지락을 채운 여행자가 있다면, 후자에는 고된 노동, 마디마디가 옹이 진 손가락, 종일 허리 굽혀 갯것을 캐는 어민이 있습니다. 이맘때 충남 서산의 중리어촌체험마을은 어촌의 두 가지 얼굴을 보여주는 여행지입니다. 선택은 자유입니다. 감태 뜨기 체험을 하며 서산의 갯벌을 알아가도 좋고, 허리를 한껏 수그리고 감태 매는 어민을 보며 노동의 무게에 대해 사색해도 좋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여행의 끝자락에는 감태 한 장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수고로움을 생각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하나 더. 연초록 물이 든 감태가 입에 들어오면 봄이 시작되었음을 깨닫게 될 겁니다.충남 서산 시내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평온한 어촌이 있다. 세계 5대 청정 갯벌 중 하나인 가로림만에 자리한 중리어촌체험마을이다. 펄이 깨끗하니 마을에서 나는 바지락, 굴, 뻘낙지는 청정 수산물로 이름났다. 그뿐 아니다. 숱한 어촌체험마을 중 2016년도 어촌마을 전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을 만큼 운영 실력을 검증받았다. 바지락 캐기 체험, 감태 뜨기 체험, 쪽대 그물로 물고기 잡기 등 체험거리도 다양하다. 해마다 1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와 추억을 만들고 간다. 이맘때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갯벌에서 감태 매는 어민들이다. 감태 철인 겨울부터 초봄까지 마을의 하루 작업량은 150톳, 1만 5000장이나 되는 양이다. 갯벌을 뒤덮은 초록색 실오라기가 걷힐 때마다 봄이 딸려온다.●年10만 명 이상 관광객 찾아… 지금은 갯벌서 감태 매기 한창 발이 푹푹 빠지는 중리 갯벌 군데군데 초록빛 잔디가 깔려 있다. 긴 고무장화를 신은 할머니가 갯벌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잔디를 한 움큼씩 건져 올린다. 잔디의 정체는 감태, 한겨울부터 초봄까지 나는 녹조류 갈파래과다. 감태는 언뜻 보면 파래나 매생이와 비슷하지만 알고 보면 전혀 다르다. 감태 줄기는 파래보다 가늘고 매생이보다 굵다. 양식 방법도 다르다. 파래나 매생이는 주로 대나무 발에 포자를 붙여 양식하는 반면, 감태는 갯벌에 포자가 박힌 뒤 제 알아서 자란다. 상서로운 땅, 서산의 자연이 주는 귀한 식재료다. 감태는 채취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수온이 조금만 높아져도 연초록색이던 것이 갈색으로 변한다. 하늘하늘하던 것이 뻣뻣해져 맛도 없다. 깨끗한 갯벌에서만 자라는 데다가 양식도 불가능하다. 노동은 또 얼마나 고된가. 호미로 밭을 매듯 갯벌에 찰싹 달라붙어 손으로 뜯어야 하기에 감태는 ‘맨다’고들 한다. 매고, 씻고, 발에 뜨고, 말리는 모든 과정이 손으로 시작해 손으로 끝난다. 당연지사 김보다 훨씬 귀한 대접을 받는다. 중리어촌체험마을은 감태 뜨기 체험을 통해 감태가 식탁에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을 알려준다. 고층 빌딩에 둘러싸여 살고 편의점 음식에 길들여진 ‘도시 촌놈’이 서산의 갯벌, 자연의 맛을 느낄 기회다. 체험 후에는 건조한 감태를 집에 가져갈 수 있다. 감태 김은 한 톳(100장)당 3만 5000원 선. 어른은 25장, 어린이는 10장을 가져갈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장사다.●매고, 씻고, 뜨고, 말리는 전 과정이 손으로 시작해 손으로 끝나 체험은 감태를 씻는 것부터다. 감태 줄기 사이사이의 진흙이 빠져나가도록 몇 번씩 헹구는데, 마구잡이로 휘젓지 말고 시계 방향으로 둥글게 돌려가며 씻는 것이 포인트다. 다음 단계는 감태 뜨기. 헹군 감태를 감태 발과 틀을 이용해 물속에서 골고루 펴는 작업이다. 한곳에만 뭉치지 않도록 감태를 이리저리 움직여야 하니 체험자들은 이내 말을 잊고 집중한다. 한 올 한 올 흩날리던 감태가 체험자의 손에 이끌려 네모난 김처럼 모양새를 갖춰간다. 마지막 단계인 감태 건조까지 거치면 감태 뜨기 체험이 마무리된다. 체험까지 했는데 감태 맛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감태’(甘苔)를 풀면 단 이끼다. 이끼처럼 생겨서 단맛이 난다고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이 단맛이라는 게 참 묘하다. 처음엔 쓴맛이 지배적이다가 씹을수록 단맛이 천천히 번진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도 자리를 뜰 수 없는 영화처럼 단맛의 여운이 짙다. 감태 김 한 장에 수백 번의 허리 굽힘, 수십 번의 헹굼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곱씹게 되는 단맛이다. 이 쌉싸래한 달달함에 중독되면 김이나 파래는 성에 차지 않는다. 감태 김치, 감태 무침 등 감태를 먹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감태 김에 밥 한 숟갈 올려 양념장에 찍어 먹는 것이다. 마을의 다양한 즐길 거리 중 바지락 캐기 체험은 가족 방문객에게 언제나 인기다. “엄마, 나 게 잡았어!” 갯벌에서는 아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소란스러워진다. 바지락은 갯벌 표면 가까이에 살기 때문에 호미로 야트막한 곳을 공략하는 것이 좋다. 체험 후에는 중리의 너른 갯벌을 따라 마을을 산책할 시간이다. 이른 봄 햇살을 받은 갯벌은 별 가루를 뿌린 듯 반짝이고, 꽃무늬 작업복을 입은 할머니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갯것을 손질한다. 마을의 오늘은 어제와 다르지 않고 내일도 오늘과 같을 것이다. 단조로울 정도로 반복되는 일상의 어촌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중리 감태에는 연초록 물이 오른다. 봄이 오고 있다는 소리다.중리어촌체험마을 인근 볼거리 ●묵향 흐르는 문화예술공간, 서산창작예술촌 중리어촌체험마을 맞은편 언덕배기에 분홍색 옷을 입은 단층 건물이 있다. 2010년, 서산시가 폐교를 매입해 만든 서산창작예술촌이다. 서예, 미술, 도예 등의 다양한 전시가 두세 달에 한 번씩 교체되며 연중 열린다. 예술촌은 30분 남짓이면 둘러보기 충분하다. 초등학교 교실과 복도는 어엿한 갤러리가 된다. 마룻바닥이 삐거덕대는 소리와 스피커에서 흐르는 클래식 음악이 기분 좋은 화음을 이룬다. 예술촌 뒷문은 운동장으로 이어진다. 하늘로 힘차게 뻗은 솟대와 나룻배가 서산의 들녘을 배경으로 안온한 풍경을 연출한다. 서산창작예술촌이 특별한 것은 한국을 대표하는 서예가 중 한 명인 시몽 황석봉이 이곳의 관장이기 때문이다. 웅진식품 ‘아침햇살’ 음료수 병의 수묵화, 국순당 ‘백세주’의 글씨 모두 그의 작품이다. 서산 출신인 황 관장은 50여 년의 서울살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 허름한 폐교에 자신의 예술혼을 불어 넣었다. 크고 작은 작품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서예 아카데미까지 예술촌 구석구석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란 없다. 서예 아카데미에서는 서예의 대가에게 전통서예, 현대서예, 전각을 배울 수 있다. 수업료는 무료, 재료비는 별도다.●류방택 선생 업적 기리는 ‘서산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 ‘류방택’이라는 이름은 낯설어도 만 원권 지폐 뒷면의 별자리 그림은 익숙하다. 그림의 정체는 천상열차분야지도(국보 제228호). 서산 출신의 고려 말 천문학자, 금헌 류방택 선생이 제작한 것이다. 하늘을 그린 석각 천문도 중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둥근 원 안에 1467개의 별을 새겼는데, 별의 밝기에 따라 크기를 다르게 표현했다. 서산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은 류방택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관측실에서 천체를 관측할 수 있음에도 ‘천문대’라고 명명하지 않은 이유다. 1층의 류방택사료관에서 류방택 선생과 천상열차분야지도에 관한 전시를 둘러보아야 공간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 있다. 주 관측실은 현재 장비 수리 중으로 보조관측실만 이용할 수 있다. 보조관측실의 슬라이딩 돔 뚜껑이 열리고 굴절망원경으로 낮에는 태양의 흑점이나 홍염, 밤에는 달이나 별자리가 보일 때엔 모두가 탄성을 지른다. 주의할 점 하나. 해가 지고 별이 뜨기 전인 박명 시간(오후 5시 30분~7시 30분)에는 태양과 별 모두 관측할 수 없다. 이곳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접근성이다. 굽이진 길을 차로 몇 십 분 달려야 도착하는 두메산골 천문대가 아니다.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관측소를 표방해 훤한 대로변에 자리한다. 거대한 돔 뚜껑에 이끌린 곳에서 류방택 선생의 업적을 배우고 천체를 관측하게 된다면 꽤 뿌듯한 배움이겠다.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 사진 정철훈(사진작가) ■여행수첩(지역번호 041) →가는 길 : 서울에서 자동차로 갈 경우,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산IC에서 ‘서산, 태안’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서산톨게이트 통과 후 70번 지방도를 지나 중왕교차로에서 중왕리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왕산이로를 5㎞가량 달리다 어름들2길을 따라가면 중리어촌체험마을이다. →맛집 : 서산시청 앞에 있는 진국집(665-7091)은 오래된 게국지 집으로 이름났다. 젓갈을 듬뿍 넣은 게국지를 중심으로 나물 반찬, 달걀찜 등을 준다. 삼기꽃게장(665-5392)은 2대에 걸쳐 운영하는 간장게장 전문점이다. 어리굴젓을 숙성시킨 젓국을 써서 꽃게의 비린 맛을 잘 잡아낸다. 큰마을영양굴밥(662-2706)은 간월암 근처에 있는 굴 요리 전문점이다. 간월도 자연산 굴, 대추, 은행 등이 들어간 영양굴밥이 대표 메뉴. 김에 굴밥과 어리굴젓을 함께 싸먹는 맛이 일품이다. →잘 곳 : 서산버스터미널과 중앙호수공원 근처에 잘 곳이 모여 있다. 중앙호수공원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서산아리아호텔(668-7822)은 블랙 앤 화이트로 단장한 인테리어가 깔끔하다. 특실에는 의류 관리기인 스타일러를 비치했다. 계암고택(010-2376-8273)은 한옥의 전통미와 현대식 시설의 편안함이 조화를 이루는 고택이다. 19세기에 지은 사대부 한옥이지만 현대식 화장실, 부엌, 에어컨 등을 갖췄다.
  • 한화테크윈, ‘AI 안전모’ 공개

    한화테크윈은 아시아 최대 보안전시회로 꼽히는 ‘세계보안엑스포(SECON·세콘) 2019’에 참가해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선보였다고 7일 밝혔다. 한화테크윈은 이번 전시회에서 ‘고객 경험’에 중점을 두고 고객들이 AI 기술을 직접 만지고 경험할 수 있도록 전시공간을 꾸렸다. 부스는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리테일, 스마트빌딩·아파트 등을 주제로 마련됐다. 19회째를 맞은 올해 세콘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1100여개사가 부스를 차린 가운데 사흘 일정으로 전날 개막했다. 특히 스마트팩토리 존에서는 공장 및 산업시설에서 시설물의 안전을 모니터링하고 안전사고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폭과 열화상, 스테인리스, AI 안전모 솔루션 등을 출품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300℃ 견디는 소방 드론 개발…“화재현장서 1분간 비행 가능”

    300℃ 견디는 소방 드론 개발…“화재현장서 1분간 비행 가능”

    300℃까지 견딜 수 있어 화재 현장에서도 1분간 연속 비행하며 인명 구조를 도울 수 있는 무인항공기(이하 드론)가 일본에서 나왔다. 6일 NHK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일본 드론 제조업체 엔루트와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가 공동으로 내화성 드론(모델명 QC730FP)을 개발했다. 이날 도쿄 가스미가세키에 있는 NEDO 분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다키카와 마사야스 엔루트 사장은 “하늘을 나는 소방관의 동료를 지향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무게 6.5㎏의 이 드론은 기체를 티타늄과 마그네슘합금, 프로펠러 부분을 마그네슘합금으로 제작해 경량화를 구현했다. 거기에 내화성을 높인 특수 도료 지르코니아를 도장함으로써 300℃의 고온 환경에서도 1분간 연속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이 드론이 화재 현장을 자세히 조사하겠다는 목표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내화성을 300℃로 정한 이유는 소방관 방화복의 내화성 기준이 260℃인 점을 고려해 이보다 뛰어난 성능을 구현하려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드론은 발화원에서부터 상공 5m~10m까지 근접 비행할 수 있어 탑재된 고성능 카메라를 통해 드론을 운용하는 대원에게 선명하고 자세한 이미지를 전송한다. 사다리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좁은 도로나 주택 밀집 지역 외에도 공장이나 빌딩 안에 들어가 인명을 구조하는 경로를 파악하는 등의 임무에 쓰일 수 있다.또 야간 등의 상황에는 적외선 카메라를 더해 열원을 더욱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카메라 전면부 역시 단열성과 투과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석영 소재의 유리를 채택, 열원의 영향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런 기술을 채택함으로써, 화염 속을 연속해서 통과하는 시험에서도 기체에 손상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NEDO는 “온도가 300℃에 이르는 고온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 드론의 실용화는 이번이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엔루트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서울포토] 황교안 대표, 자유한국당 상임고문단과 오찬

    [서울포토] 황교안 대표, 자유한국당 상임고문단과 오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오전 여의도 63빌딩 한 음식점에서 상임고문단과의 오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 3. 7.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 ‘박근혜 탄핵 2년’ 주말 서울 도심 곳곳 대규모 ‘태극기 집회’

    ‘박근혜 탄핵 2년’ 주말 서울 도심 곳곳 대규모 ‘태극기 집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파면 선고를 받은 지 2년을 맞아 이번 주말 서울 도심 곳곳에서 보수단체의 집회가 잇따라 열린다. 7일 경찰에 따르면 토요일인 9일 오후 1시 박근혜대통령무죄석방1천만국민운동본부(석방운동본부)는 서울역에서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광화문 정부중앙청사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 집회에 50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는 같은 날 오후 2시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효자치안센터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대통령복권국민저항본부(대국본)과 자유대연합도 같은 날 오후 1시 각각 시민열린마당과 교보빌딩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7개 보수단체가 집회를 예고했다. 파면 선고가 이뤄진 지 정확하게 2년이 되는 10일에도 곳곳에서 보수 집회가 열린다. 석방운동본부는 9일에 이어 10일에도 오후 1시 30분 서울역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뒤 헌법재판소가 있는 안국역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같은 날 오후 1시에는 국본이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안국역 방향으로 행진한다.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과 자유대한호국단은 각각 오후 1시와 오후 6시 헌법재판소 안국역에서 집회를 연다. 박 전 대통령 파면이 결정됐던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벌어진 탄핵 반대 시위에서는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과격 시위를 주도했던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정광용 회장과 손상대 뉴스타운 대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5월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보수단체들은 파면 결정 이후 주말마다 도심에서 이른바 ‘태극기 집회’를 열었고, 때로는 과격 양상을 띠며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지난해 3월 1일 열린 집회에서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촛불 조형물을 불태우는 등 난동을 부렸다. 경찰은 조형물에 불을 붙이고 이를 저지하는 경찰관들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보수단체 회원 3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때로는 제19대 대선에 출마한 홍준표 후보와 조원진 후보를 지지하는 문제로 보수단체끼리 서로를 비난하다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는 태극기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문재인씨를 대통령으로 인정 못 한다”, “이런 미친 XX가 어디 있냐” 등의 발언으로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열린세상] 우주의 국가 안보/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우주의 국가 안보/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아베 일본 총리는 국가 안보의 새 영역으로 우주를 꼽았다. 머나먼 곳으로 생각되던 우주 공간이 미래의 국가 안보 영역이 되고 이곳에서 전쟁의 승패를 가늠하게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인데, 현재진행형이다, 우주 영역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면서 일본을 비롯한 우주 선진국들이 우주 공간에 첩보위성, 자체 위치정보시스템(GPS) 인공위성, 상대방 인공위성을 격파할 로켓, 상대방 미사일을 요격할 레이저 시스템 등을 배치함에 따라 국가 안보, 즉 전쟁의 패러다임이 확 바뀌게 된다. 그런 능력이 없는 한국은 잘못하다가는 속수무책의 나라가 될 것이다.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변하는 패러다임을 따라가지 못하는 나라는 나라를 뺏기게 되고 그 국민은 승자의 국가에 속박돼 버린다. 미래를 알려면 과거를 상기해 보아야 한다. 충분히 쉬게 하여 언제든지 최고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역참제도를 경영한 ‘징기즈칸의 기마 전술’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머나먼 동유럽 헝가리와 폴란드까지 쳐들어 가게 했다. 폴란드는 지금도 몽고군이 쳐들어올 때 높은 성채에서 불었던 나팔 소리를 관광객들에게 들려주는데, 기마전술의 속도전이라는 전쟁의 패러다임을 읽지 못했던 동유럽 국가들은 무방비로 공포스러운 몽고군의 습격을 받았던 것이다. 조선도 활과 창, 그리고 칼로 무장된 정예 군인이 있었으나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조총이란 신무기에 속수무책 무너졌다. 조총의 시대로 변한 역사의 패러다임을 읽지 못한 선조는 도성을 버리고 북쪽 땅끝으로 피난해야 했다. 2019년 현재 우리는 미사일의 시대에 살고 있고, 이지스함이든 첨단 전투기든 GPS의 도움 없이는 정확한 위치 파악이 어렵다. 민간용이라도 정확도가 중요한데, 하물며 미사일 등 군사용 무기는 한 치의 오차가 있어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한국은 자체 GPS가 없어 민간용이든 군사용이든 24개의 인공위성으로 연계된 미국의 GPS에 의존해 위치 정보를 얻고 있다. 민간용은 비교적 손쉽게 얻어 쓰고 있으나, 군사용은 미국이 판매한 무기체계에 한해 특정의 군사암호용 코드가 들어간 위치 정보를 획득해 쓰고 있다. 그런데 한국이 개발한 유도 미사일은 미국이 무한대로 허용해 준다는 보장이 없다. 한국이 개발한 무기 체계로 유사시에 자유롭고 정확하게 위치 추적을 할 수 있으려면 반드시 한국판 GPS가 있어야 목표를 정확히 찾아가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인도, 심지어 자위대의 일본마저도 자체 GPS가 있는데 한국만 자체 GPS가 없는 실정이다. 미국의 GPS에 의존해 살던 일본마저도 그동안 착실히 미래를 준비해 와 2018년 11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오차 범위가 6센티미터이니 오차 범위가 거의 없이 타깃을 추적한다는 말이다. 그동안 일본은 일본 열도와 호주 상공을 숫자 ‘8’ 형태로 순환하면서 산속이나 고층빌딩 사이에서 스마트폰이 잘 터지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본판 GPS, 즉 ‘준천정위성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대외적으로 홍보해 왔다. 4개의 위성으로 GPS의 기본이 완성되자마자 전투기와 군함, 잠수함, 헬리콥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무기 체계에 일본판 GPS 정보를 활용한다고 요미우리신문에 1월 16일자 1면 톱으로 공식 선언했다. 앞으로 3개의 인공위성이 더 올라가 7개의 인공위성으로 연계되면 오차범위가 1센티미터로 줄어든다고 하니 오차가 없다는 말이고, 일본 미사일의 공격 정확도는 가공할 능력을 갖게 된다. 한국은 2034년을 목표로 한국형 GPS, 즉 KPS를 구축한다고 계획을 세워 놓고 있지만, 예산이 없어 아직 시작도 못한 단계다. 심지어는 2038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돼 시간이 늦어도 너무 늦다는 생각이 든다. 계획대로 진행돼도 예산 문제와 기술상의 문제로 우주 개발이라는 것은 더 늦어지는 것이 우주 선진국들의 경험이다. 그러니 앞당겨 실행해도 2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20년의 시간대에 우주의 국가 안보 상황이 매우 빠르게 변하게 될 터인데, 후손의 미래와 우주의 국가 안보를 위해 시간을 하루라도 앞당겨 한국형 GPS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 SK이노 신노사문화 정착… 상견례와 동시 임금협상 합의

    SK이노 신노사문화 정착… 상견례와 동시 임금협상 합의

    작년 소비자물가 수준 인상 87.6% 찬성SK이노베이션 노사가 2019년 임금협상에 합의했다. 올해 정유업계 첫 임금협상 타결이다. 노사는 상견례 이후 30분 만에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5일 서울 종로구 SK빌딩에서 ‘임금교섭 조인식’을 열었다. 김준 총괄사장과 조경목 SK에너지 사장, 이정묵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앞서 노사는 지난달 18일 상견례 자리에서 30분 만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이는 교섭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이뤄진 합의인 것으로 알려졌다. 잠정합의안은 임금인상률을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인 1.5%로 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27일 전체 조합원 2476명 가운데 2170명(투표율 87.64%)이 참가한 찬반 투표에서 1901명(87.6%)이 찬성표를 던져 잠정합의안을 가결했다. 노사가 이처럼 빠른 타결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2017년 9월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임금인상률을 국가가 발표하는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 합의안은 조합원 73.57%라는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다. 이후 노사는 신뢰 관계를 유지하면서 약속을 지켰다. 지난해 임금협상에서도 임금인상률을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와 같은 1.9%에 합의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투쟁과 단결로 상징되는 소모적인 기존 노사 프레임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신노사문화’ 패러다임을 제시한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괄사장은 “노사 모두 상호 존중과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노사는 갈등과 대립 없이 한마음으로 임금인상률을 안정시켜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살아봐야지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살아봐야지

    4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광화문글판이 봄편으로 새롭게 단장된 가운데 관계자들이 셀카를 찍고 있다. 이번 문구는 정현종의 시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에서 발췌했다. 글판 봄편은 오는 5월까지 걸린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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