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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계비 2배’ ‘등록금 지원’...브라질, 선거 앞두고 곳간보다 표?

    ‘생계비 2배’ ‘등록금 지원’...브라질, 선거 앞두고 곳간보다 표?

    빈곤층 생계비 보조 대폭 확대…재정 부담 가중·경제 침체 우려브라질에서 내년 10월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이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빈곤층에 대한 생계비 보조를 대폭 확대하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내년 10월 브라질에서는 대통령-부통령과 주지사, 상·하원 의원, 주의원 등을 뽑는 선거가 실시된다. 15일(현지시간) 브라질 매체들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물론 전국 27개 주 정부들이 일제히 빈곤층을 겨냥한 고용 확대와 소득 분배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빈곤층을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이런 지원 프로그램은 내년 말까지를 시한으로 정하고 있어 선거를 의식한 ‘매표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방정부는 빈곤층 생계비 지원액을 월 190헤알에서 400헤알(약 8만4500원)로 배 이상 올리고 화물운임 인상과 경유 가격 안정 등을 요구하는 트럭 운전사 75만 명에게도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주 정부들은 가정용 가스 요금 보조, 중·고교생 등록금 지원, 코로나19 고아에 대한 금융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빈부격차가 심한 탓에 이 같은 포퓰리즘 조치가 빈곤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섞인 관측이 나온다. 브라질의 디지털 신문인 ‘포데르(Poder) 360’이 지난달 25∼27일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오차범위 ±2%포인트) 결과 대선 1차 투표 예상 득표율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 35%,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28%로 나왔다.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두 사람이 결선투표에서 만날 경우 52% 대 37%로 룰라 전 대통령의 승리가 예상됐다. 지난 9월 조사에서는 결선투표 예상 득표율이 룰라 56%·보우소나루 33%로 23%포인트 격차를 보였으나 이번엔 15%포인트로 줄었다. 이런 현상은 주지사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어 포퓰리즘이 당장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포퓰리즘 광풍이 재정 악화에 이어 경제를 다시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불황 속에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내년 경제가 ‘제로 성장’에 가깝거나 역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내년 대통령-부통령과 주지사 선거는 10월 2일 1차 투표가 치러진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득표율 1∼2위 후보가 같은 달 30일 결선투표로 최종 당선자를 가린다. 상·하원 의원과 주의원 선거에서는 단 한 표라도 많이 얻은 후보가 당선된다.
  • 이주여성은 불쌍하다는 생각, 차별은 그렇게 시작된다

    이주여성은 불쌍하다는 생각, 차별은 그렇게 시작된다

    재난도 불평등하게 찾아온다. 5차까지 지원된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대부분의 이주민들은 제외됐다. 영주권자와 결혼이주여성들만이 재난 지원 대상이었다. 클럽과 대형 스파에 나붙은 ‘외국인 입장 제한’ 공지는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를 공식화했다.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재부상) 속에서 ‘미투’ 물결에 적극 목소리를 냈던 이 땅의 이주여성들에게 코로나19는 어떤 의미였을까. 14년째 이주여성 인권 운동에 전념하고 있는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와 베트남 출신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인 남성과 결혼, 부산의 이주민통번역센터 ‘링크’를 이끄는 김나현 센터장을 만났다. 재난 속 차별이 심화되는 상황을 가장 가까이서 목도한 두 사람이다. -코로나19가 소수자들에게 더 가혹한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많죠. 이주여성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김나현(김) 처음에 저희가 소통할 수 있는 창이 없어서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뉴스에서 관련 소식들을 전하고, 질병관리본부에서 예방 수칙이 나오는데 모두 한국어로만 돼 있거나 많이 나오면 3개국어(한국어·영어·중국어) 수준이거든요. 다른 국가들에서 온 이주여성들은 정보를 알 수 없는 거죠. 저희 링크에서 15개 언어로 된 예방수칙 포스터를 손 빠르게 번역해서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서 배포했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 찜찜함이 있었어요. 이주여성들 가운데는 정보에 잘 접근하지 못해서 영원히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있으니까요. 한국에서 아직까지 이주민에 대한 정보 지원 체계 자체가 없어서 생긴 문제라는 생각이 들고요. ‘코로나는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는 얘기들을 하지만,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에서 상당수 이주민들이 제외됐는데요. 영주권자나 결혼이민자 이외 다른 이주여성들은 받지 못했으니까요.허오영숙(허오) 저희가 지난해부터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코로나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방역 물품을 나눠 드리고,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1700가구를 대상으로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기도 했어요. 서로 연결돼 있으면 정보를 듣고 생계비를 신청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정보를 못 얻는 분도 많아요. 한국은 한국어 단일 사용 사회이기 때문에 다른 언어에 대한 민감성이 별로 없는데, 코로나 같은 강력한 전염병을 맞이해서 모든 이주민들이 최대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여러 언어로 번역해서 민관이 협력해 홍보하는 노력들이 굉장히 중요해요. 또 하나, ‘돌봄공백’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은데요.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민끼리 구성된 가구에서도 보통 여성들이 아동에 대한 교육이나 보호를 하게 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갑자기 학교에 안 가고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이 되면 관련 정보를 이주여성들은 선주민 부모들만큼 빠르게 접할 수가 없죠.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는 기간 동안 아이들 학습 능력이 빈부에 따라서 격차가 날 거라는 얘기들을 하는데, 이주민들은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어요. -지난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는 이주여성의 폭력피해에 관한 판례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출신국에 근거한 차별, 언어 장벽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한국에서 이주여성을 향한 폭력은 왜 일어나며 그 양상은 어떠한가요. 허오 한국은 여성 폭력이 굉장히 용인되는 사회죠. 대형 강력 사건을 보면 대부분 여자를 죽인 사건들이에요. 특히나 저개발 국가에서 온 이주여성들에 대해 국가 간 빈부격차를 두고 개인에 대한 무시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같은 동포를 두고도 재미동포는 좋아하고, 재중동포는 싫어하듯이요. 기본적으로 천민자본주의적인 시각이 있고요. 그래서 폭력 가해자들이 굉장히 동물적인 감각으로 피해자의 약한 고리를 잘 찾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고, 미등록체류자니까 ‘어디 감히 신고하겠어’라는 생각, 이미 제도화돼 버린 중개업을 통한 국제 결혼을 보고 ‘함부로 해도 될 거야’라는 식의 생각이 맞물려서 (폭력이) 작동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김 가난한 나라에서 와서 더 만만해 보이는 거죠. 링크에서 이주민 대상 의료상담을 많이 하는데요. 한국인 남성이 전화해 태국 여성들의 지인이라면서, 의료상담을 해요.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사업을 이용하면 의료비 감면을 받을 수 있거든요. 같은 남성이 여러 명의 태국 여성들과 관련해서 상담해 오는 걸 보니까 일종의 (불법 취업을 알선하는) 브로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요. 허오 태국에서 한국에 90일 비자로 들어와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는 형태가 하나의 카테고리처럼 돼 있거든요. 작년에 태국에서 브로커를 통해서 한국에 입국한 여성이 미등록체류자가 되고, 알선업체에서 성매매를 강요받는 상황에서 경찰 단속을 피하려다 오피스텔에서 뛰어내린 여성이 있었거든요. 굉장히 크게 다쳤고요. 저희가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서도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이유는 이주여성들이 사증면제나 관광비자로 들어와서 일하는 게 불법이거든요. 그러니까 성매매 강요 같은 자신의 피해를 말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 단속이 되면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출입국사무소로 인계되는 거죠. 알선 브로커가 있는지, 인신매매적인 성격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전에 그런 과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례를 쌓을 수가 없어요. 예술인비자(E6)처럼 한국 정부가 내준 합법적인 체류 자격으로 왔다가 외국인 전용 클럽이나 성매매 업소로 넘어가는데 어떤 면에서는 국가가 그걸 용인하고 있는 거죠. 미등록체류자 입장에서 성폭력을 신고하려면 한국을 떠날 준비가 같이 되어 있어야 하는 상황이고요. 범죄 피해자인 경우 수사기관에서 출입국관리소에 신고 의무를 면제하는 제도가 생겨났지만 피해자를 옆에서 돕는 다른 이주 여성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단 말이죠. 그럼 누가 도와주겠어요. -2015년부터 한국에서 페미니즘 리부트가 시작됐습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이주여성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나요. 김 나라마다 젠더 감수성이라는 게 다른 거 같아요. 한국은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서 직접 말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시기라면 사실 베트남, 캄보디아 같은 경우는 같은 건에 대해서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면이 있어요. 예를 들면 캄보디아에서 온 농업 이주여성들은 나이 많은 사업주 남성이 살짝 터치한 부분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제3자가 봤을 때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인데도 감수성이나 인지하는 높낮이가 다른 거죠. 어렸을 때부터 받고 자란 국가의 교육 체계나 문화가 달라서 민감성이 달라요. 허오 제도가 조금 바뀐 거 같고요. 저희가 2018년에 이주 여성 ‘미투’를 진행하면서 제도적으로 주장한 것들이 있어요. 고용허가제 사업장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발생했을 때 사업장 변경을 쉽게 할 수 있다든지, 사업장 점검을 하거나 정부가 운영하는 이주노동자지원센터 등에 성폭력 전담 인력을 둔다든지 하는 제도적인 변화들은 있었어요. 개별 사건에서는 판결이 약간 전향적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강간죄의 구성 요건 가운데 ‘폭행·협박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 있잖아요. 근데 피해자가 순간 너무 얼어 가지고 폭행·협박이 없이도 강간 피해를 입어서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적이 있는데, 대외적으로 ‘미투’가 활발하던 2심 때는 유죄가 나왔어요.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지면 이주여성들한테까지는 천천히 오긴 하겠지만 그래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종, 젠더 같은 이주여성들이 놓인 교차적인 차별의 상황을 타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 차별금지법이 빨리 제정돼야 한다고 봐요. 이어서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도 바뀌어야 할 거 같아요. 소수자를 차별하는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요. 또 다문화 가정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원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조건들을 잘 살펴서 지원해야 한다고 봐요. 한국어 교육 같은 초기 정착을 위한 지원엔 반대하지 않지만 경제적 지원들에 있어서는 소득 같은 다른 능력들을 살펴서 해 주는 거죠. ‘이주민에게는 무조건적으로 지원한다’는 정책이 또 다른 편견을 키운다고 봐요. 허오 일단 결혼 이주 여성과 관련해서는 한국 남성들에게 기대어서 체류를 가능하게 한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혼이민비자(F6)로 이주여성의 체류자격을 나눠서 부부가 동거 중일 때(F6-1), 아이를 양육할 때(F6-2), 이혼이 자기 책임이 아닐 때(F6-3)로 개인 사생활로 나눠서 관리하는 것들이 강력한 가부장적인, 남성 혈통 중심적인 정책으로서 이주 여성들을 옥죄거든요. 한국의 일반적인 인식에서 이주 여성들에게 전통적인 여성상을 아웃소싱해도 되는 것처럼 보여지게끔 국가 정책이 되어 있다고 하는 건 굉장히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사회적으로 예를 들면 비닐하우스를 이주노동자들의 기숙사로 제공한다거나 하는 것도 선주민들한테는 안 할 거 같거든요. 지난해 제가 전남 여수에 갔을 때는 김 양식 등을 하는 가두리 양식을 하면서 바다 위에 지은 창고에 살게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대부분 남성들이었는데, 선주민이면 그렇게 대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정부와 정부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서 이주노동자를 데려오는 합법적인 시스템 안에서 그런 주거를 기숙사로 인정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저개발국가에서 온 노동력들은 이렇게 다뤄도 된다’라고 정부가 지침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한국이 세계 경제 10위권이고 선진국이 됐다고 자랑도 하는데, 비슷한 경제력을 가진 국가들 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있어요. 두 사람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 하나는 “이주여성들을 쉽게 소수자로 일반화시키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을 정책 시혜 대상으로만 여기거나,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피해자로만 짐작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주여성에 관한 폭력 문제를 얘기하면 이주여성 모두를 불쌍한 존재로 봐요. 선주민 여성들도 안전한 이별을 하지 못해 맞아 죽는 상황이지만, 이주여성들은 한꺼번에 폭력 피해자가 되고 한국인 여성들은 개별로 보는 거죠.”(허오 대표) seulgi@seoul.co.kr
  • “모순의 조화, 신선한 충격”… 美는 지금 ‘오징어 게임’ 앓이 중

    “모순의 조화, 신선한 충격”… 美는 지금 ‘오징어 게임’ 앓이 중

    미국에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열풍이다. 핼러윈을 맞은 거리의 노점상들은 드라마 속 초록·분홍색 유니폼을 팔았고, 한국관광공사가 뉴욕 맨해튼 일대에서 연 오징어 게임 체험 행사에는 80명 모집에 3115명이 몰렸다. 뉴욕 한국문화원이 기획한 ‘한국 영화배우 200인 사진전’도 예약이 폭주하면서 전시 기간을 올해 말까지 2개월 이상 연장했다. 필수 코스는 오징어 게임 출연 배우인 이정재나 이병헌의 사진과 추억을 남기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꼽은 오징어 게임의 인기 비결은 한국 콘텐츠의 독특함이었다. 민주주의·시장경제 등 자신들의 가치를 전파하는 미국의 소프트파워와 달리 극심한 빈부격차와 약육강식 등 사회의 단면을 날것으로 보여 주면서도 가족애를 놓지 않는 ‘모순의 조화’가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했다.“한마디로 신선하죠. 코미디와 비극의 조화, 가벼움과 어두움의 조합이 너무 독특합니다.” 배리 사바스(전 21세기 폭스 수석부사장) 미국 영화연구소 교수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줌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 열풍에 대해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미국 시장을 돌파하는 법을 알아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처음 감탄한 한국 영화가 ‘올드 보이’(박찬욱 감독)였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도 좋아한다”며 “2000년대 초반부터 쌓여 온 성과가 오징어 게임을 통해 TV 드라마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미국 현지에서 연령 불문이다. 달고나를 사기 위해 제과점에 줄을 서고, 달고나 조리법을 알려 주는 동영상은 셀 수 없이 많다. 최근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에서 진행한 ‘오징어 데이트 게임’에는 2000여명의 청춘남녀가 몰렸다. 얼굴을 보지 않고 3분씩 대화만 하는 만남을 반복해 가장 많은 호감을 얻은 이들이 총 5000달러(약 585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최근에는 가상화폐인 ‘오징어 게임 코인’까지 등장했다. 뉴욕의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오징어 게임으로 한류가 기원전(BC)과 기원후(AD)를 나눌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한국 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고, 한국이 얻을 미래의 관광수입 등을 감안하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다만 미 언론들은 콘텐츠 속 한국 사회의 슬픈 현실을 주로 조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징어 게임은 한국 콘텐츠산업의 큰 승리지만 전 세계에 한국의 어두운 면을 노출시켰다”며 “도박 중독인 주인공 성기훈이 어머니에게 2만원을 건네는 장면은 일본, 호주, 스페인보다 불평등이 더 심한 나라에서 가난한 이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와 마찬가지로 성기훈이 서울 쌍문동의 반지하에 사는 것에 대해 한국의 극심한 빈부격차가 만들어 낸 독특한 주거 문화라고 했다. 반면 한국 콘텐츠 속 소득불평등을 전 세계 시청자를 불러모은 비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바스 교수는 “한국 콘텐츠에는 소득불평등이라는 무거운 문제의식 속에 ‘가족’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어두움과 밝음의 조합은 한국 콘텐츠만의 독특함”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한국 콘텐츠가 소수의 스타 감독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짧은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미국 전문가들은 다르게 봤다. 스미스소니언 프리어 앤드 새클러 갤러리의 톰 빅 큐레이터는 지난달 29일 서울신문과의 줌 인터뷰에서 “그간 박찬욱, 김기덕, 홍상수, 봉준호 등 스타 감독들의 장편 영화로 한국 콘텐츠가 세계시장에 진출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를 통해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 전반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낙수효과를 만들었으니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사바스 교수는 “아직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은 재능 있는 한국 감독이 너무 많아 한국 콘텐츠의 유행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미국 영화를 보며 자란 세대가 한국 콘텐츠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했다. 다만 오징어 게임의 자막 문제는 향후 풀어야 할 숙제로 보는 경우가 있었다. ‘형·오빠’ 같은 호칭을 사람 이름으로 대체한 것,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을 옮긴 9화의 제목 ‘원 러키 데이’(One Lucky Day)의 의미 전달, ‘깐부’를 ‘gganbu’로 번역한 것 등을 감안할 때 한국적 특수성을 담기 위해서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한류문화 전문가인 시더바우 새지 부산대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자막 제작비를 더 투입해야 한다. 또 한국 드라마의 세계 진출로 관련 산업의 고용 창출이 늘고 있는데, 주연 외에 뒤에 있는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더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사바스 교수는 “번역상 부족함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한국 드라마의 아름다움이 전달되기 때문에 번역을 큰 문제로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5일 미국은 그간 미국적 가치와 생활양식을 소프트파워라는 이름으로 수출했지만 “부의 불평등을 다루는 한국의 콘텐츠들은 (한국 문화와 상품을 알리고 있지만) 고전적 의미에서 소프트파워와 거리가 멀다”며 독특한 위상을 설명했다. 넷플릭스 플랫폼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넷플릭스는 초기에 대형 투자를 하는 대신 추가 수익을 독점하는 식이다. 또 콘텐츠의 지적재산권을 넷플릭스가 모두 소유하기 때문에 한국 제작사가 콘텐츠 개발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가디언은 최근 “나는 부자가 아니다.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흥행으로) 내게 보너스를 주는 것도 아니다. 넷플릭스는 원래 계약에 따라 지불했다”는 황동혁 감독의 말을 전하고, ‘그건 불공평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오징어 게임의 제작비는 200억원 선이지만, 넷플리스는 1000배 이상의 수입을 거둘 수 있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반면 넷플릭스 역시 손익분기점을 넘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약을 하기 때문에 투자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한국의 대형 투자사들이 콘텐츠 제작에 직접 개입하거나 제작자의 권익을 보호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면, 넷플릭스는 안정적인 투자와 함께 제작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설명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국 콘텐츠의 지속적인 확산을 위해 ‘흥행작 따라 하기’는 삼가라고 조언했다. 새지 교수는 “한국 제작사들이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을 좋아하는 상상 속의 해외 관객들을 만족시키려고 지나치게 암담한 이야기에 치중할까 우려된다”며 “오징어 게임은 자극적인 ‘호러’가 아니라 완성도 높은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텔링, 그리고 연기력으로 성공했다”고 했다. 또 한국의 기업들이 구글이나 넷플릭스에 맞서는 독자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는 시장 및 자본 규모, 언어 등의 측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콘텐츠 제작자들이 창의적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만들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이 외 미술, 무용, 클래식 음악 등 순수예술 분야를 신한류로 육성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빅 큐레이터는 “중국과 일본 정부가 콘텐츠의 내수시장에 집중했다면 한국 정부는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수출 노력에 집중해 왔다”며 “이렇게 형성된 대중문화의 인기가 향후 해외에서 한국 순수예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신용회복위원회, 2년간 ESG 경영성과 2550억원 창출

    신용회복위원회, 2년간 ESG 경영성과 2550억원 창출

    신용회복위원회는 챗봇·전자문서 도입과 같은 디지털 혁신을 통해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등 2년간 2550억원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성과를 창출했다고 1일 밝혔다. 신복위는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비대면 상담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종이없는 창구를 운영하는 등 디지털 혁신을 추진해 왔다. 분야별로는 종이없는 업무, 전자결재 등으로 환경적인 측면에서 약 56억원의 경제적 효과, 약 18t의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있었다는 게 신복위의 설명이다. 여기에 신용상담 등 신복위의 고유업무가 지닌 사회적 가치를 포함하면 전체 ESG 경영성과는 2년간 6216억원이 발생했다고 신복위는 전했다. 신복위는 지난달 29일 ESG 위원회를 열고 향후 과제와 현재 신복위의 ESG 활동 등에 대해 논의했다. 신복위 ESG 위원들은 “국내 ESG 경영활동의 대부분이 환경 분야에만 집중되어있는 측면이 있지만, 코로나 19 이후 심해진 빈부격차, 불평등 해소 등을 위해 사회적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계문 신복위원장은 “지속적인 서비스 혁신으로 매년 10% 수준의 ESG 경영성과 향상을 통해 앞으로 5년간 2조원의 ESG 경영성과를 이루어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기생충은 ‘반지하’ 오징어게임은 ‘빈부격차’…日언론의 흠집내기

    기생충은 ‘반지하’ 오징어게임은 ‘빈부격차’…日언론의 흠집내기

    영화 ‘기생충’ 때도 반지하 주택만 그렇게 부각시키더니, 이번에도 일본 언론은 한국의 빈부격차를 강조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일본 TV아사히 교양프로그램 ‘와이드! 스크램블’ 역시 27일 오징어게임 특집 방송을 통해 한국의 빈곤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프로그램 측은 방송 전 공식트위터를 통해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소개한다. 이야기 배경에는 날로 심각해지는 한국의 빈곤 문제가 있다고 한다. 드라마가 시사하는 바를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방송 당일에는 예고대로 한국의 취업난과 가계 부채 등을 들여다보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방송의 초점은 오징어게임으로 드러난 한국의 빈부 격차를 부각시키는 데 맞춰졌다. 오징어게임 속 이야기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는 쪽으로 구성이 이뤄졌다. 대졸자 취업률과 임금 격차, 청년층 가계부채 규모를 나타내는 통계 자료를 상세히 다뤘다. 먼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3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 대졸초임은 4690만원인 반면, 5인 미만 사업체 정규직 대졸초임은 2599만 원으로 대기업의 55.4%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기업 수가 전체의 0.3%에 불과한데다, 신입보다 경력사원을 선호하는 채용 분위기 탓에 대기업 입사를 위한 대졸자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청년층 가계부채 문제도 꼬집었다. 9월 한국은행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바탕으로 나온 국내 언론 보도를 인용해, 한국의 2030세대 부채 규모가 485조79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높은 집값 때문에 부채 중 절반 이상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이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출 상환 능력이 없는 청년은 고시원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면 되는 2평짜리 좁은 방에서 공용화장실을 써야 하는 처지라고 했다. 고시원과 서울 동부이촌동 고급 주택가를 비교해 보여주며 한국의 극명한 빈부 격차를 강조했다.이 밖에 사채와 도박 문제가 심각하다는 내용도 인터뷰를 통해 전달했다. 방송은 ‘오징어게임’의 성과보다 한국의 ‘치부’를 드러내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오징어게임 성공을 이용해 오히려 국격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결은 다르지만 이번 오징어게임 특집 방송에 대한 비판은 일본 현지에서도 불거졌다. 한 일본인은 트위터를 통해 “일본 청년 빈곤도 심각한데 한국을 동정하고 있다. 최근 TV프로그램 상태가 최악”이라고 쏘아붙였다. 다른 이는 “오징어게임은 한국 현실과 비슷하다는 내용으로  긴 시간 동안 빈곤, 취업난, 도박중독 등 한국 사회 문제를 다뤘다. (TV아사히가) 한국 방송국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오징어게임 특집이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방송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었다. 한 일본인은 “선거 전 으레 하는 일상적인 한국 비판 방송인 것 같다”면서 “일본 선거 얘기나 더 다뤘으면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과거 ‘기생충’ 때도 비슷한 기획을 했던 것 같은데, 지겹지도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 TV아사히 모회사 아사히신문은 우리나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후 작품의 배경이 된 반지하 주택을 집중 조명했다. 반지하 주택의 유래와 함께, 영화에 등장한 서울 마포구 반지하 주택을 직접 찾아가 취재한 내용도 함께 지면에 실었다.한편 일본 언론은 다양한 방식으로 ‘오징어게임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얼마 전 순위 조작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이번엔 원조 논란을 일으켰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서울지국장 스즈키 쇼타로는 ‘오징어게임이 담고 있는 일본의 잔여’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드라마 속 게임이 모두 일본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어린이 전통 놀이는 그 뿌리가 일제강점기에 있으며,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했다. 쇼타로 지국장은 일본 ‘달마상이 넘어졌다’가 변형된 것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이며 딱지치기, 구슬치기, 달고나도 모두 일본이 원조라며 오징어게임 원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 [성미경의 원형교차로] ‘오징어’를 둘러싼 유쾌한 상상/한국콘텐츠진흥원 수석연구원

    [성미경의 원형교차로] ‘오징어’를 둘러싼 유쾌한 상상/한국콘텐츠진흥원 수석연구원

    9월 17일 이후 한국은 물론 세계 대다수 국가에서 ‘오징어 게임’을 이야기하니 여기서도 아니할 수는 없겠다. ‘오징어 게임’은 90여개국에서 시청 1위에 넷플릭스 역사상 기간 최다 시청을 기록한 작품으로 매일매일 신기록을 써 가니 할 말도, 생각할 거리도 많을 것이다. 매우 한국적인 소재와 감수성이 씨줄날줄처럼 엮인 이 콘텐츠를 보며 전 세계 시청자는 불편함과 재미를 동시에 느끼는 낯선 경험을 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456명의 데스 게임이 드러내는 현실세계의 잔인한 진실, 그리고 생경한 놀이와 소재에서 오는 신선함, 인간 본성에 대한 기대와 신파가 가미된 감동이 인류 보편의 정서를 자극하기도 했다.해외의 열풍은 BBC나 TF1 등 유수의 방송사 메인 뉴스에도 등장해 ‘오징어 게임’의 사회문화 현상과 경제적 가치(넷플릭스 수익 감소를 한 번에 만회한 최고의 투자 등과 같은 평가)에 대한 논평이 이어졌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패스 도입으로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이 회복되고 있는 프랑스에서도 ‘오징어 게임’ 체험관을 둘러싼 기나긴 줄은 놀라운 장면이었다. ‘달고나’는 프랑스 아이들이 먹어 보고 싶은 새로운 간식이 됐고, 쿠키 틀로 모양을 찍어 내며 신나 했다. 라디오 프랑스의 문화전문 채널 프랑스 컬처(france culture)는 ‘오징어 게임’이 ‘기생충’, ‘BTS’와 함께 한국의 “소프트 파워”라 규정하고 한국 콘텐츠만의 비법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유사한 한류 콘텐츠로 영화 ‘부산행’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을 포함한 한국 콘텐츠가 빛나는 첫 번째 이유로 이 시대에 적합한 주제 의식과 보편성을 들었다. 네크로자본주의에 대한 은유(데스 게임, 좀비 등), 세계화와 현대성에 대한 비판(해고와 실직, 금융시장의 민낯), 빈부격차와 계급 문제의 부상(VIP, 가진 자와 조종하는 자)과 같이 현대사회를 관통하는 문제를 한국의 드라마, 영화, 노래들이 미학적으로 표현해 깊은 공감을 얻었다고 보았다. 즉 동시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문제에 대한 성찰과 비판, 그것을 다양한 소재와 표현 방식으로 매우 효과적으로 재현해 내는 것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차별된 한국 콘텐츠의 독보적인 힘이라고 본 것이다. 또한 이들과 연결된 소셜네트워크 환경, 세제 혜택과 문화 예산 증가와 같은 정부의 지원, 한국의 독특한 정서인 한(恨)과 문화에 대한 자부심, 문화산업 경제 전략,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종학당을 통한 한국어의 보급이 이러한 소프트 파워를 더욱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재 측면에서 보면 ‘오징어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줄다리기’, ‘오징어’ 등 기성세대 어린 시절 놀이의 소환과 재발견이라는 재미를 부여한다. 이러한 레트로 감성은 몇 년간 계속돼 온 콘텐츠 기획과 제작 트렌드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시리즈, ‘시그널’과 같은 타임 슬립 드라마, ‘미스 트롯’과 장르 가요의 인기,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90년대 스트릿 패션의 유행 등 모두 지난 시절의 소재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범 내려온다’는 향유의 범위를 더욱 과거로 되돌리고, ‘갓’을 소환한 ‘킹덤’은 한국적인 호러 시대물도 세계인이 즐길 수 있음을 입증했다. 지난 기억과 과거 문화의 자양분에서 소재의 다양성과 참신함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한국 콘텐츠의 새로운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그 문화적 자양분이 켜켜이 쌓여 지금에 이르렀기에. 한국어의 세계적인 확산이 한국 콘텐츠의 확산을 더욱 견인할 것이라는 기분 좋은 전망과 함께 얼마 전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한류(Hallyu)와 관련된 단어 26개가 새로 실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K’가 한국 또는 그 문화와 관련된 명사를 형성하는 복합어로 ‘K드라마’(K-drama)도 실렸는데, 다음에는 ‘오징어’가 실릴 것이라는 유쾌한 상상을 해 본다. 국내 자체 제작 드라마임에도 넷플릭스에서 7위를 하여 놀라움을 주고 있는 ‘갯마을 차차차’(Hometown Cha Cha Cha)의 첫 회 에피소드 중 하나가 여주인공 혜진이 오징어를 손질하는 어촌 풍경이었으니 기대할 만하지 않을까.
  • 신부 목에 금팔찌 60개 주렁주렁 재력 과시…中 결혼식의 겉치레

    신부 목에 금팔찌 60개 주렁주렁 재력 과시…中 결혼식의 겉치레

    중국인의 유별난 금 사랑은 그들의 혼례 문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랑신부는 호화 금붙이를 두르고 양가의 재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지난달 중국 후베이성의 한 신부 역시 금팔찌를 주렁주렁 목에 걸고 결혼식장에 나타났다. 2일 현지 매체 신두각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화촉을 밝힌 신부 몸에는 금팔찌 수십 개가 매달려 있었다. 양쪽 손목에 4개를 차고도 모자라 목에까지 건 금팔찌 수만 60점에 달했다. 행복,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용과 봉황무늬가 휘황찬란했다. 어쩐지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랑신부보다 금팔찌가 더 빛나 보였다.보도된 영상에서 신부는 “금팔찌를 오래 매고 있었는데 목이 아프진 않으냐”는 농담 섞인 질문에 괜찮다고 답하며 웃어 보였다. 현지언론은 신부가 두른 금팔찌 무게는 하나당 100g으로 전체 무게는 6㎏에 달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금팔찌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중국판 아마존’ 징둥닷컴과 알리바바에서 찾은 비슷한 혼례용 순금 팔찌 개당 가격은 1만2000위안(약 220만원)~3만8000위안(약 700만원) 사이였다. 최소 72만 위안에서 많게는 228만 위안, 한화 약 1억3200만원에서 4억2000만원이 금팔찌에 들어갔단 얘기다.보도에 따르면 허베이성과 광둥성 등 중국 중남부 지역에서는 신부가 온몸에 금팔찌를 차는 것이 유행이 된 지 오래다. 중국인 통념상 순금은 부귀영화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악귀를 물리치고 평안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금팔찌는 보통 신부 측에서 준비한다. 신부의 가족과 친지, 친구가 축복의 의미로 신부에게 금팔찌를 챙겨준다. 하객 역시 격식을 갖춰야 하는 결혼식에 갈 때 신부에게 줄 금팔찌를 챙기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신부가 두른 금팔찌 개수가 어느새 재력의 바로미터가 된 이유다. 신부가 찬 금팔찌는 곧 그 가문의 재력을 상징한다. 하객은 신부의 금팔찌로 가문의 부와 주변 재력가 수준을 가늠한다. 겉치레다, 사치스럽다, 재력 과시라는 비난이 있지만 중국 호화 결혼식에는 ‘황금 신부’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황금 만능주의’에 빠진 중국 결혼 문화가 심화한 빈부격차를 부각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킨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 “세계의 진보 정권이 실패… 부패·무능·분파주의 때문”

    “세계의 진보 정권이 실패… 부패·무능·분파주의 때문”

    “전 세계 모든 진보 정권이 실패했습니다. 부패, 무능, 분파주의, 이 3가지를 극복하질 못 하면 진보가 보수가 되고, 사이비 진보도 되는 겁니다.” 문학평론가이자 2009년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했던 임헌영(80) 민족문제연구소장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13일 서울 서소문로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린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한길사) 출간 기자간담회 자리였다. ‘진보 지식인의 근대사’라 불러도 과하지 않은 임 소장에게 문재인 정권에 대한 평가를 요청하자, 그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진보를 내세웠던 운동권들에 대한 따끔한 충고를 건넸다. 그는 1966년 ‘현대문학’에서 평론가로 등단한 이후 줄곧 독재 시절과 맞서 왔다. 1974년 ‘문인 61인 개헌지지성명’에 서명한 뒤 1·8 긴급조치로 보안사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았다. 1979년에는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 사건에 연루돼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됐다. 특히 임 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빙고 보안사 분실터 기초석 발굴 사실을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두 차례 투옥 후 민주화운동을 알차게 추진하고자 역사문제연구소를 세운다. 이어 1987년 ‘역사비평’ 창간, 그리고 2009년에는 근현대사를 반성하는 기록인 ‘친일인명사전’을 출간했다. 이번 책은 임 소장 개인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도 그가 바라본 근대사, 정치사회사, 민주화와 통일운동사, 그리고 문학 이야기를 복합적으로 엮었다. 평론가인 유성호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가 13개월 동안 대담하고 이를 풀어냈다. 700여쪽의 책에서 거론하는 인물만 500명이 넘는다. 책 뒤편에 현대사 주요 사건들에 대한 별도 색인을 두었을 정도다.유 교수는 “자연인 임헌영의 자서전적인 생애를 씨줄로, 수많은 사건과 인물과 기억이 날줄로 노출되는 형식”이라며 “임 소장의 생애에 대한 책이기도 하고 한국 근대사에 대한 해석으로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근현대사를 다루지만 재밌는 개인사가 가득하고, 일인칭의 고백적 어투로 쓴 터라 읽을 맛도 있다”고 부연했다. 임 소장은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누구보다 젊은이들에게 가닿길 바랐다. 그는 “빈부격차만 큰 것이 아니라 역사의식에 대한 격차도 커졌는데, 그게 더 무서운 일”이라며 “모든 민주주의가 진보해야 한다. 보수가 진보하면 미래가 될 수도 있고, 진보도 썩거나 무능하고 편 가르기를 하면 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격차를 줄이는 데 올바른 정치를 선택할 줄 아는 국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번 책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 최저임금·고용영향 분석… 美 카드 등 노벨경제학상

    최저임금·고용영향 분석… 美 카드 등 노벨경제학상

    올해 노벨경제학상의 영예는 미국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카드 캘리포니아주립대(버클리), 조슈아 D 앵그리스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휘도 W 임번스 스탠퍼드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11일(현지시간) 이들 수상자가 노동시장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고 자연실험에서 인과관계에 대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카드 교수의 노동경제학에 대한 경험적 기여를 높이 평가했다. 앵그리스트와 임번스 교수에 대해서는 인과관계 분석에 대한 방법론적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카드, 소득불평등 연구도 중요 발견 엄상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카드 교수는 일찍부터 데이터를 활용하는 연구를 활발하게 했고, 최저임금 연구로 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소개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은 감소한다는 게 일반적인 이론이었지만, 카드 교수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꼭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면서 학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엄 위원은 “카드 교수가 소득불평등에 대한 연구에서도 중요한 발견을 많이 했다”며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 이에 대한 교육 확산 여부에 따라 빈부격차 정도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고 했다.●앵그리스트·임번스 경제효과 측정 기여 노벨위원회는 앵그리스트와 임번스 교수에 대해 “이들의 연구는 사회에서 중요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인류의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앵그리스트와 임번스 교수는 노동경제학 분야에서 통계학의 개념을 차용해 인과관계를 추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안상훈 KDI 국제개발협력센터소장은 “카드 교수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정말 고용이 줄어드는지 확인하는 등 경제적 인과관계를 비교 연구했고, 계량경제학자인 앵그리스트와 임번스 교수는 이러한 연구에 사용되는 분석 방법론을 다양하게 제시해 경제적 효과를 측정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의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의 뜻에 따라 인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인물에게 주어지는 노벨상은 이날 경제학상을 끝으로 올해의 수상자 선정을 마쳤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0만 크로나(약 13억 5000만원)가 주어진다.
  • MZ세대 빈부격차 확대

    MZ세대 빈부격차 확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에서도 자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0%의 자산이 하위 20%보다 35배 이상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성세대보다 사회활동 기간이 짧은 MZ세대의 자산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건 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주식 등 富 대물림… 불평등 심화 11일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0∼30대가 가구주인 가구의 평균 자산은 3억 1849만원으로 집계됐다. 자산 하위 20%(1분위)는 2473만원에 그친 반면 상위 20%(5분위)는 8억 7044만원이었다. 상위 20%를 하위 20%로 나눈 값인 ‘5분위 배율’은 35.2배나 됐다. 상위 20%의 재력은 바로 아래 단계인 4분위(상위 20~40%)에 비해서도 두드러졌다. 4분위 평균인 3억 6871만원보다 5억원 이상 많았다. 지난해 MZ세대의 자산 5분위 배율은 2019년(33.21배)보다 확대된 것이다. 5분위 배율이 높아졌다는 건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의미다. 하위 20%는 1년간 자산이 64만원(2.6%) 늘어난 데 그친 반면 상위 20%는 7031만원(8.8%)이나 불었다. 지난해 부동산과 주식 같은 자산가격이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소득 격차는 상위 20%,하위 20%의 3.2배 MZ세대 소득은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지난해 상위 20%는 9963만원으로 하위 20%(3046만원)에 비해 3.27배 많은 정도였다. 소득에 비해 자산 격차가 월등히 큰 건 부모 재력에 따라 출발점이 달랐다는 걸 시사한다. MZ세대 중에서도 사회활동 기간이 짧은 20대에서 자산 격차가 두드러졌다. 20대 상위 20%는 3억 2855만원의 자산을 소지한 반면 하위 20%는 844만원에 그쳤다. 격차가 38.92배였다. 지난해 20대 하위 20%의 자산은 2019년(959만원)보다 115만원(-11.9%) 쪼그라들었다.
  • ‘오징어게임’ 운동복 입고 미국 빈부격차 뉴스 전한 평론가

    ‘오징어게임’ 운동복 입고 미국 빈부격차 뉴스 전한 평론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 일으킨 가운데 미국 방송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가 작품에 등장한 녹색 운동복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그가 전한 뉴스는 미국의 빈부격차와 경제적 불평등 문제에 관한 것으로, 이 진행자는 “‘오징어게임’에 대한 오마주로서 이 운동복을 입었다”고 밝혔다. 미국 MSNBC 방송의 주말 프로 ‘더 비트’에 출연한 시사 평론가 제이슨 존슨 박사는 8일(현지시간) 오징어 게임 속 출연자들이 입고 있는 녹색 운동복과 비슷한 차림으로 뉴스 해설을 진행했다. 그는 운동복 안에는 평소처럼 흰 셔츨르 입고 넥타이까지 단정하게 맸지만, 겉옷으로 정장 대신 어깨선부터 소매까지 흰 줄이 그어진 녹색 운동복을 입고 나왔다. 존슨 박사 “치솟는 불평등에 ‘오징어 게임’에 끌리는 것”존슨 박사는 “오늘밤 제가 운동복을 입은 것은 ‘오징어 게임’에 대한 오마주”라고 소개한 뒤 미국의 빈부격차와 소득불균형 문제를 다뤘다. 존슨 박사는 이날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 심화 현상을 언급하면서 ‘오징어 게임’이 미국에서 인기를 얻는 것은 “미국인들이 치솟는 불평등 속에 빚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우화에 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슨 박사는 이날 3분 11초에 걸친 방송에서 오징어 게임 속 장면과 미국의 소득 불평등 자료를 번갈아 보여주며 뉴스 해설을 이어갔다. 자료화면으로는 ‘오징어 게임’에서 파키스탄 출신의 이주노동자 ‘알리 압둘’이 공장에서 산업재해를 당하고도 밀린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착취당하는 내용이 비중 있게 등장했다.또 지난 3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폭로한 각국 정치 지도자의 탈세와 불법 행위 등을 담은 ‘판도라 페이퍼스’를 거론하면서 빈부 격차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소외 계층과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고통이 심해지는 데 반해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등이 이끄는 미국 6대 IT 기업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점도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도 미치 맥코넬 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민주당 중도파인 조 맨친 상원의원 등이 교육과 의료에 관련된 사회복지 예산 확대에 반대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존슨 박사는 끝으로 “(이런 상황에서) 미국인들은 그들만의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려 할까요?”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방송을 마쳤다. 가디언 “끝없는 빚에 시달리는 현실, 살인게임만큼 끔찍”‘오징어 게임’은 빚더미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삶의 벼랑 끝에 선 낙오자들이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게임에 목숨을 내놓고 참가하는 내용이다. 작품 속에는 실직 후 거액의 빚 때문에 사채업자로부터 신체포기각서까지 강요받는 주인공부터 공장 고용주로부터 착취를 당하는 이주노동자,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빈곤층 노인 등 경제적으로 나락에 빠진 이들을 다양하게 그리고 있다. 일부 외신들은 ‘오징어 게임’이 현실의 경제적 불평등을 인물과 배경에 담아낸 점이 여타 ‘데스게임’ 장르 작품 사이에서 차별점을 얻어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작인 ‘기생충’을 언급하며 두 작품 모두 완전히 분리된 두 계층이 등장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작품 속 살인 게임이 끔찍하다고 해도, 끝없는 빚에 시달려온 이들의 상황보다 얼마나 더 나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등장인물의 과거를 다룬 에피소드는 모두가 불운 끝에 빚을 지게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고 평했다.
  • [서울광장] 시진핑의 중국 어디로 가는가/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시진핑의 중국 어디로 가는가/오일만 논설위원

    장기 집권의 시동을 건 시진핑 정권은 사면초가 상태다. 미중 패권전쟁 와중에 국제적 고립은 심화됐고, 내부적으로는 ‘헝다(恒大) 사태’가 상징하는 경제적 위기도 심상치 않다. 개혁개방 40여년 동안 뿌려진 빈부격차의 씨앗이 만개하면서 사회적 불안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올해로 창당 100주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은 위기를 자양분으로 살아남은 집단이다. 1921년 창당 이후 수차례나 당 소멸 직전까지 몰렸다가 기사회생한 사례가 적지 않다. 장제스 총통이 이끈 국민당과의 기나긴 국공내전 기간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대장정, 목숨줄을 쥔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과 핵전쟁 직전까지 치달았던 중소분쟁 등을 겪었다. 그리고 현재 중국의 미래조차 가늠할 수 없는 최강 미국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사면초가에 몰린 시진핑 주석이 묘수로 던진 것이 바로 ‘다 같이 잘살자’는 의미의 공동부유론(共同富裕論)이다. 시 주석은 지난 8월 17일 공산당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이며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강력한 추진을 선언했다. 공동부유론이 국정 운영의 핵심 키워드가 되면서 중국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빨라졌다. 본격화된 민간기업 옥죄기를 시작으로 사회 전반의 변화가 몰려왔다. ‘부를 움켜쥔 기득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시 주석의 말 한마디로 중국 대기업들이 줄을 이어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알리바바는 2025년까지 1000억 위안(약 18조원)을 약속했고,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는 500억 위안(약 9조원)을 내놓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알리바바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 상장 전격 취소를 시작으로 반(反)독점, 반부정경쟁, 금융 안정, 개인정보 보호, 국가 안보 등 다양한 명분을 앞세워 빅테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시진핑의 공동부유론은 마오쩌둥의 ‘공부론’(共富論)과 비슷하지만 그 맥은 다르다. 마오쩌둥 집권기 극심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덩샤오핑이 꺼내든 카드는 ‘선부론’(先富論)이었다. ‘먼저 먹을 것을 쌓아 놓은 다음 그 파이를 나눠 먹겠다’는 논리였다. 흑묘백묘론을 앞세운 그는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화두를 던지며 마오쩌둥의 평등론에 짓눌려 있던 중국 인민들의 사상을 해방시켰다. 선부론은 중국을 미국과 겨룰 수 있는 주요 2개국(G2)으로 키워 냈지만 그늘도 만만치 않았다. 세계 최악 수준인 빈부 격차, 사회적 불평등 국가로 변질된 것이다. 개혁개방 이후 40여년간 지속된 고도성장의 후유증은 컸다. 중국의 지니계수는 2000년 0.599에서 2020년 0.704로 확대됐다. 중국 가구당 총자산 분포를 보면 상위 10%의 평균 자산이 하위 20%의 36.5배다. 이런 배경에서 시 주석은 3연임 집권의 관문인 2022년 제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분배를 강조하는 공동부유를 정책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사교육 금지, 부자 증세, 연예인 탈세 단속 등 최근 민간 영역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고강도 규제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중국 제2의 부동산 그룹 헝다 위기를 보자. 헝다그룹 자체가 과도한 차입 경영과 문어발식 확장으로 부실을 자초한 측면이 크지만 공동부유론의 역풍도 컸다. 경제의 충격파를 줄이면서 헝다그룹 대부분을 국유기업으로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민영기업이 아무리 커져도 정치 권력을 넘어설 수 없다는 일종의 경고장이나 다름없다. 미중 무역전쟁 등 엄중한 상황을 명분으로 중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이다. “미국과의 싸움은 장기전이기 때문에 국유기업을 앞세워 ‘자립경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 당국이 들고나온 ‘쌍순환 전략’은 내수와 수출을 모두 늘린다는 뜻이지만, 사실상 국제적 고립에 대비해 내수로 성장을 이끌겠다는 의미가 크다. 이 역시 통제가 어려운 민간기업 대신 일사불란한 국유기업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의미다. 이른바 국진민퇴(國進民退·국유기업을 키우고 민간기업을 줄인다)다. 시진핑의 아킬레스건은 국유기업의 부실이다. 2019년 국유기업은 총 1조 5000억 위안(약 257조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이익률은 0.7%에 불과했다. 민간기업의 손을 묶은 상황에서 중국 경제의 기둥인 국유기업들의 잇따른 도산은 경제학적 관점에서 중국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공동부유론을 앞세워 대내외적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시진핑의 묘수’가 승부수가 될지 패착이 될지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 NYT “오징어게임 배경엔 집값 50% 폭등한 한국 경제 불평등이…”

    NYT “오징어게임 배경엔 집값 50% 폭등한 한국 경제 불평등이…”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 배경에는 심화한 한국의 경제 불평등이 있다고 6일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오징어게임을 “한국의 뿌리 깊은 불평등과 기회의 상실에 대한 절망감을 활용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은 가장 최신의 문화 수출품”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과 그 출발이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만큼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동시에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졌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국가별 소득불평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 개선율 순위에서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 머무르게 됐다고 부연했다.이런 불평등 속에 안정적 일자리마저 얻기 힘든 한국 청년은 오징어게임 참가자처럼 파이 한 조각을 둘러싼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집값 폭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거론했다. 뉴욕타임스는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서울 집값은 50% 이상 치솟았고 이는 정치 스캔들로 번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한국 청년은 일확천금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분 상승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소위 ‘흙수저’(dirty spoon) 세대는 가상화폐나 복권 등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는 방법에 사로잡혀 있다”고 밝혔다.한국의 저출산 문제도 들춰냈다. 뉴욕타임스는 팬데믹 직전인 2020년 1월 대학을 졸업한 청년의 말을 빌려 지나치게 낮은 한국의 출산율이 높은 집값과 비싼 양육비에서 기인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나선 청년은 “한국 부모는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길 원하는데, 그러려면 학군이 좋은 동네에 살아야 한다. 그런데 학군 좋은 동네 집값은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돈을 모으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계산조차 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안정적 일자리는 부족하고, 월급으로는 집을 살만한 돈을 저축할 수 없으며, 출산 및 양육에도 너무 많은 돈이 드는 한국 서민의 상황을 그대로 녹여낸 것이 오징어게임의 성공 요인이라는 게 뉴욕타임스 분석이다.
  • 환경오염·빈부격차의 온상? 도시는 죄가 없다

    환경오염·빈부격차의 온상? 도시는 죄가 없다

    ‘과밀도시’ 일컫는 서울, 세계 대도시와 비교1년간 기록한 가든테라스 아파트에서의 삶도시인들의 이야기 재조명해 편견에 반기영국의 도시학자 존 리더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인류의 잘못을 지적할 때 도시를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도시는 환경오염, 빈부격차, 끝없는 경쟁 등 수많은 사회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사실 도시는 죄가 없다. 도시를 어떻게 만들고, 유지할지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달렸다. 도시가 문제가 아니라 도시를 살기 어렵게 만드는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 EBS 다큐프라임 ‘도시 예찬’ 3부작은 도시의 긍정적 가치를 재조명하면서 더 나은 삶을 위한 도시의 조건이 무엇인지 모색한다. 도시가 얼마든지 쾌적할 수 있는 공간이고, 환경을 보호하며 약자들에게 따뜻한 공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 주면서 도시에 대한 각종 편견에 반기를 든다. 13일 밤 9시 50분에 방송하는 1부 ‘서울은 정말 과밀할까?’는 많은 사람들이 포화상태의 도시로 생각하는 서울의 실상에 대해 점검한다. 서울 어디를 가든 사람은 몰리고, 차는 넘쳐난다. 도심의 고층빌딩과 아파트를 보면서 과밀 도시를 떠올리지만 생각보다 서울은 듬성듬성한 곳이다. 서울의 평균 용적률은 145%로 파리, 런던 등 세계의 대도시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서울 건물의 평균 층수는 2.9층이며, 녹지율과 공원 비율 역시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수치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가 어디서 비롯하는지 살펴본다. 2부 ‘안녕, 가든테라스’(14일)에선 좋은 도시의 조건 중 하나인 ‘다양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도시 인구의 70%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비슷한 주거 환경에선 다양한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다. 도시에서 다른 주거, 다른 삶을 꿈꿀 수는 없을까. 대구의 ‘가든테라스’는 19가구가 작은 마을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는 아파트다. 아파트지만 단독주택처럼 집 앞에 넓은 마당이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을 설계한 건축가 고 김석철이 40년 전 새로운 주거 실험을 꿈꾸며 지은 집이다. 하지만 개발 물결 속에 그 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절제된 영상미로 1년간 촬영한 가든테라스 주민들과 건축가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공간의 다양성이 사람과 도시에 갖는 의미를 탐구한다. 도시는 어쩔 수 없이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과연 그럴까. 3부 ‘나는 도시인이다’(15일)는 낯선 도시에서 10년째 음악을 하는 최고은씨와 쪽방촌 주민 임수만씨 등 각자의 이유로 도시를 예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도시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살펴본다. 싱어송라이터 하림이 내레이션을 맡아 울림 있는 목소리로 도시 이야기를 전한다.
  •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유엔 글로벌 지속가능 리더 100인 선정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유엔 글로벌 지속가능 리더 100인 선정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이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유엔 SDGs 협회’의 글로벌 지속가능 리더 100인에 선정됐다. 협회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의 핵심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확산시키기 위해 기업과 국회, 정부기관에 지속가능경영을 컨설팅하고, ESG 금융 국제기준을 자문해 주는 기구다. 올해 3회째인 글로벌 지속가능 100인 선정은 유엔 총회가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올 8월까지 1년간 전 세계 주요 리더 2000명, 주요 글로벌 기업 3000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포브스 글로벌 2000, 타임 100, 월스트리트저널(WSJ) 지속가능 100, 국제상공회의소(ICC) 보고서, 각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이 바탕 자료가 됐다. 이 원장은 ESG 생태계 활성을 위한 리더십, 보편적 사회경제실현 여부, 지속가능한 금융 시스템 창출, 지속가능한 포용금융 플랫폼 구축, 서민·자영업·중소기업과의 상생 등에 기여한 점을 근거로 정책리더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협회는 “코로나19 위기와 경제 양극화 등에 대응하며 인류와 지구환경이 나아갈 실질적인 방향을 제시할 리더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리더 100인에는 이 원장과 함께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방탄소년단(BTS) 등이 선정됐다.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도 지난해 8월 2020 글로벌 지속가능 공공기관 부문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올 2월 열린 제59차 유엔 사회개발위원회에서는 두 기관의 ‘서민금융 지원 모델 의견서’가 채택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서금원과 신복위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 세계적으로 소득·자산 불균형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서민금융 상담 확대, 정책서민 금융상품, 채무조정 지원, 맞춤대출 서비스 등을 통해 소득 양극화와 빈부격차 완화에 기여해 왔다”며 “앞으로도 금융분야의 사회안전망으로 서민금융을 확대하고, 국제사회 선도 모델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김철환 경기도의원, 경기 농업·일산대교 문제 등 지적

    김철환 경기도의원, 경기 농업·일산대교 문제 등 지적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김철환(더불어민주당·김포3) 의원은 1일 열린 경기도의회 제35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도정질문을 통해 경기도의 농업, 청년, 영유아 친환경 급식 및 일산대교 통행료 등 도정 전반에 대해 질의했다. 김 의원은 “코로나19 위기로 빈부격차는 심해지고 가계부채가 1800조를 돌파해 평범한 국민의 삶이 힘들어졌다”며 “도민의 잃어버린 일상의 회복을 위해 경기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세대 주역인 청년을 위해 “청년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청년정책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며 고용 충격을 겪고 있는 청년을 위해 청년복지포인트 사업의 대폭 확대를 제안했다. 또 식량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농민을 위해 농민기본소득의 중요성과 올해 참여하는 6개 시군의 신청 기간이 다른 점을 지적하며 행정절차의 소요 기간과 예상 지급 시기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경기도 이용철 행정1부지사는 6개 시군 모두 10월부터 지급 예정이며, 내년부터 확대 지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코로나19로 친환경 농산물 납품 농가, 화훼 농가, 농촌체험마을 등 농업 전반에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며 “특히 농촌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데, 경기도와 시군이 협력해 농촌인력지원센터 설립 등 경기 농업을 위해 더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의원은 경기 북부와 서울을 연결하는 일산대교의 비싼 통행료로 인한 도민의 부담을 지적하면서 “일산대교는 한강 다리 27개 중 유일한 유료도로”라며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답 없는 건의가 아닌, 경기도와 시군이 힘을 모아 일산대교를 매입하자”고 제안했다.
  • [데스크 시각] 기후변화, 도시 그리고 폭염을 피하는 법/유용하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기후변화, 도시 그리고 폭염을 피하는 법/유용하 사회부 차장

    살면서 겪는 많은 일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벌어지곤 한다. 폭염과 열대야가 기세등등했던 지난 7월 말 거실 에어컨 실외기가 더이상 움직이는 것을 거부하고 멈춰 섰다. 고장에 대한 어떤 징조도 없던 탓에 더 당황스러웠다. 물론 15년 가까이 여름만 되면 밤낮으로 일했으니 이제 그만하겠다며 멈춰 선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왜 하필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AS센터에 연락을 했지만 폭염 탓에 고장 접수가 폭증해 보름이나 지나야 봐줄 수 있다는 답을 듣고 검색엔진을 열심히 돌려 가장 빨리 방문수리가 가능한 사설 업체를 섭외할 수 있었다. 부품 몇 개를 교체하고 나니 다시 쌩쌩 잘 돌아가 ‘이제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진 나흘 동안 의도치 않게 폭염 체험을 했다. 에어컨 대신 선풍기와 부채로 버티던 중에 문득 ‘예전에도 이렇게 더웠나’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기상청 기후통계 데이터를 찾아봤더니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여름이 지금처럼 덥지는 않았다. 그래서 신영복 선생이 ‘감옥에서의 사색’에서도 언급했듯 예전에는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는 겨울보다는 여름이 훨씬 낫다’는 말들을 했던 것 같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두꺼운 옷가지와 난방장치 등이 필요해 돈이 들 수밖에 없지만 수자원이 그리 부족하지 않은 나라에 사는 덕분에 여름에는 물로 더위를 손쉽게 물리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기후통계상 2000년대부터 이젠 여름도 없는 사람들이 지내기 힘들고 위험한 계절이 됐다. 지난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가 발표됐다. IPCC 발표 보고서 4개 중에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세계 각국은 이를 근거로 온난화 방지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게 된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 195개국 정상이 모여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방어선으로 합의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1.5도 상승에 도달하는 시점이 이전 예측보다 12년이나 빨라졌다. 2020년 기준으로 이미 1.09도나 오른 만큼 지금 같은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1.5도 도달 시기는 이번 예측보다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경제발전을 이유로 지금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할 경우 금세기 말이 되면 산업화 이전보다 최대 5.7도나 기온이 오른다고 한다. 과거 50년에 한 번 발생할 만한 폭염이 현재는 10년에 한 번꼴로 나타나고 있다. 산업화 이전 대비 4도가 오르면 매년 역대급 폭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도시는 폭염 강도나 빈도가 교외 지역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불과 일주일 만에 739명을 사망케 한 1995년 미국 시카고 대폭염을 분석한 에릭 클라이넨버그 뉴욕대 교수는 폭염이란 홍수, 태풍, 폭설 등과 달리 소리나 형체 없이 다가와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고립된 도시민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현상이라고 했다. 전체 인구의 92% 이상이 도시에 집중돼 있는 데다 1인가구 증가와 도시 빈부격차 심화라는 문제까지 안고 있는 한국에서 폭염의 일상화는 도시민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로 온난화로 인한 폭염, 혹한 같은 극한 기후의 영향을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여전히 많다. 어느 정치인의 말처럼 개인의 행복은 개인이 책임지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폭염을 피하는 방법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책임지는 것이 옳다.
  • [금요칼럼] 코로나 시대, 어디선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금요칼럼] 코로나 시대, 어디선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지난 주말 경기도에서 음식점을 하는 친구네 가게를 도와주자며 밥을 먹으러 갔다. 코로나 이후 매상이 줄어 홀에 사람조차 쓸 수 없게 됐다는 말은 들었는데 막상 가 보니 힘들게 일하고 있었다. 밥을 사 먹으면서도 왠지 모를 미안함과, 이제 4단계가 되면 어떻게 이 시기를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 일상이 극도로 축소되면서 본래 힘든 영역의 삶은 더 물질적·정신적 결핍을 경험해야만 했다. 통계청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순자산을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순자산으로 나눈 값인 순자산 5분위 배율도, 2019년 125.6에서 2020년 166.64배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빈부격차가 극심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예전부터 사회의 각 영역에서 참여의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던 취약계층은,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한 해 코로나 관련 10여건의 긴급성명을, 이례적으로 최영애 위원장 명의로 발표한 바 있다. 모두 소외계층을 돌아보지 못해 발생한 참담한 결과에 대한 것들이었다. 외국인 혐오를 통한 재난대처(2월 5일자 성명), 농인에 대한 코로나 정보접근권과 언어접근권 보장을 방해하는 중요 방송 제작(2월 28일자 성명), 의료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폐쇄병동과 장애인 시설에 대한 코호트 격리에 따른 집단감염(3월 3일자 성명), 코로나 해결에 있어서 국적에 따라 차별하는 정책(3월 10일자 성명), 동선 발표에서 사생활 침해를 고려하지 않아 드러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확산(5월 14일자 성명) 등에 대해 긴급하게 성명으로 호소해야만 했다. 코로나가 아니었더라도 드러날 모습이었겠지만, 국가 재난시기에 취약계층에 대한 위험은 더 커지고 깊어졌다. 안정적이고 충분한 수입을 얻지 못하던 사람들은 심각한 생계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소득감소로 노동자들은 이전보다 더욱 열악한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체감되는 실업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고용보조지표를 따르더라도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약 27%로 집계되기도 했는데 이 수치는 관련 지표 제공이 시작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역시 허술하다. 최근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서울대조차도 노동자의 안전, 업무와 무관한 요구를 해 와 학내 노동자 업무 강도와 근무환경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코로나 시기 급격히 증가한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전통적인 노동권 보장 역시 충분하지 못하다. 또한 지난 한 해 산업재해사고로 숨진 노동자 역시 전년 대비 증가해 882명으로 집계된 바 있고, 주된 원인이 추락과 부딪힘으로 나타나 그 고통을 감히 말하기도 두려운 수준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장 높은 수준인 4단계가 선언된 지금, 우리는 이미 구멍이 난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사람들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정책적 조치를 다해야 한다. 누구든지 가장 어려운 위치까지 내몰려 예상할 수 없는 절망을 경험할 수 있는 시기이다. 한계가 드러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조여 위험부담 및 불평등을 개인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이뤄낸 방역의 성과가 다시 시민의 이익으로 돌아가야 하며, 현장에서의 고통을 정확히 이해해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문제의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나, 전염병이 발발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지금까지 체계적인 대책 대신 여러 정책이 정파적으로 이용되는 점은 갑갑하다. 어디선가 숨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체념하지 않고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필요한 조치들이 제안돼야 한다.
  • 두 살 안된 딸 던진 남아공 엄마 “생판 모르는 이들을 믿을 수 밖에”

    두 살 안된 딸 던진 남아공 엄마 “생판 모르는 이들을 믿을 수 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생판 모르는 이들을 믿는 것 뿐이었다.”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폭동과 약탈이 이어지는 남아공 더반의 한 건물에서 화재로 연기가 피어오르자 다음달에야 두 살 생일을 맞는 딸 멜로쿨레를 던져 목숨을 구한 날레디 마뇨니는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당시 절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녀는 아래에서 딸을 안전하게 받아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LG전자와 삼성전자 공장이 폭도들에게 약탈을 당하는 동영상을 보며 안타까워 했던 우리 국민들로선 상당히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모녀의 동영상과 인터뷰다. 엄마가 감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약탈을 하려던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BBC 카메라맨 투투카 존디가 약탈꾼들로 북적이는 더반 시티센터 앞 거리에 서 있다가 이 긴박했던 순간을 담았다. 일층의 가게들을 약탈하던 이들이 불을 질렀고 건물 안에서는 이내 연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침 마뇨니는 동거남을 찾아와 16층에 머무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아 딸아이를 안은 채 계단으로 뛰어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파트 동의 아래로 내려왔지만 상가 쪽 입구가 차단돼 아래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어찌어찌해 그녀는 발코니를 통해 2층까지 내려올 수 있어서 그곳에서 아래 사람들에게 아기를 받아달라고 외치게 됐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사람들이 사다리를 갖다대줘 마뇨니를 비롯한 아파트 주민들이 내려와 목숨을 구하고 딸 멜로쿨레를 안은 뒤 20분쯤 흘렀을 때에야 소방차가 도착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남아공에서 몇년 만에 최악의 폭동과 약탈 사태가 빚어진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델타 변이가 주도하는 제3차 감염 파동의 한가운데 있다. 최근 일주일 확진자 수는 1만명 이상이며, 이번 소요의 양대 중심축 가운데 하나인 수도권 하우텡주에서 전체 신규 감염의 50% 이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주류판매 금지를 포함한 제4단계 봉쇄령이 지난달 말부터 2주간 내려진 데 이어 11일부터 2주 연장됐다. 남아공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봉쇄령의 하나인 록다운을 1년 4개월째 실시해왔다. 물론 중간중간 감염 파동이 잦아들면 규제도 완화하고 4단계 이전만 해도 대부분의 경제 활동이 허용됐으나 실업 보조기금(UIF) 지급은 지난 3월 이후 끊긴 상태다. 이 때문에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 11일 봉쇄령 강화에 영향받는 분야에 대한 UIF 지급을 재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8일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 수감을 계기로 그동안 억눌렸던 주민들의 반감이 터져나왔다. 공식통계에 따르면 폭동과 약탈 와중에 72명이 압사 등으로 사망하고 1200명 이상 체포됐다고 AFP 통신이 14일 전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32%가 넘는 높은 실업률과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한 빈곤층의 절망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남아공 최대 흑인 밀집지인 소웨토를 비롯해 최대도시인 요하네스버그 근교의 알렉산드라 등 흑인 타운십 여러 곳에서 쇼핑몰과 상가를 겨냥한 약탈이 횡행했다. 남아공 정부 쪽에서는 주마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범죄분자들을 부추겨 전국적 소요를 일으킨다는 음모론적 시각도 있다. 국가안보 담당 장관은 전직 대통령과 연루된 첩보 대원들이 SNS 등을 통해 폭력 사태를 조장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12명의 소요 선동자 명단을 추렸고 그중 한 명은 주마 전 대통령의 개인 스파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콰줄루나탈의 더반 한인회 관계자도 1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주마 전 대통령 아들이 배후에서 폭력 사태를 조종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주마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가 구금되면 나라를 통치불능 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프리토리아의 마멜로디 흑인 타운십에서 사역하는 한 한국 선교사는 14일 “원래 도둑질이 기승을 부리는 남아공에서 범죄집단이 혼란을 조장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가세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한 교민은 “평소에는 괜찮아 보이는 남아공의 민낯이 드러난 것 같다”고 개탄했다. 약탈 사태는 그동안 하우텡과 콰줄루나탈에서 주로 벌어졌지만 인근 지역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르면 이번 주말쯤 소요가 확산될지 진정될지 가늠할 수 있겠다는 전망이 나온다.
  • [특파원 칼럼] 중국 공산당 100주년과 애국주의/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중국 공산당 100주년과 애국주의/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우리나라는 일본 등 외세의 지배를 받았지만 특유의 끈기와 슬기로 이를 극복했다. ‘선진국이나 치를 수 있다’는 올림픽도 성공리에 마무리해 서구 국가들을 놀라게 했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민족이다. 해마다 노벨상을 휩쓰는 유대인보다 더욱 똑똑하다는 건 다른 나라도 인정한다.” “우리 경제는 인류 역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이 속도면 30~40년쯤 뒤 우리나라는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다.” ‘국뽕’(국수주의)에 잔뜩 절어 있는 이 내용은 언뜻 보면 중국 누리꾼들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서 쏟아내는 말 같다. 실은 기자가 초중고교를 다니던 1980~1990년대에 선생님들에게 귀가 따갑게 듣던 이야기다. 이때는 우리도 애국주의가 만연했다. TV와 신문에서 나오는 뉴스만 보면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기적의 나라’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를 때 1인당 소득이 4000달러(약 460만원)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상당수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이 모여 사는 나라이기에 앞으로 뭐든 다 잘될 것으로 믿었다. 그런 자부심은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를 맞기 전까지 사회 전반에 퍼져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의 중국은 30년 전 한국과 비슷하다. ‘경제성장률 세계 1위’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고, ‘넘사벽’(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상대)으로 여겨지던 선진국들을 하나 둘 제치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빈부격차나 부정부패 등 구조적 사회문제에 대한 불만을 덮고자 정치인들이 애국주의에 불을 지핀 것도 흡사하다. 중국의 애국주의 열풍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도움도 컸다. 그의 막무가내식 ‘중국 때리기’가 중국인들을 더욱 단결하게 했다. 중국 내 시진핑 국가주석 인기의 ‘일등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1일 중국에서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가 치러졌다. 시 주석이 미국 등 서구를 겨냥해 “중국을 압박하면 머리가 깨질 것”이라고 경고하자 관람객들의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는 창당 기념일에 맞춰 혼인 신고를 한 부부가 폭증했다. 이날 발매된 기념우표와 봉투를 사려고 도시마다 새벽부터 줄을 서는 상황도 생겨났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은 아니다. ‘중화민족의 부흥’에 감격한 이들이 스스로 한 행동이다. 서구세계는 중국의 애국주의가 독일의 나치즘이나 이탈리아의 파시즘처럼 걷잡을 수 없는 병리 상태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2021년 한국은 어떨까. ‘과잉 애국주의’가 종종 문제를 일으키지만 과거에 비해 훨씬 성숙해졌다. 이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회가 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 애국주의 열풍은 한 나라가 정체성을 자각하는 과정에서 한 번쯤 겪는 통과의례가 아닌가 한다. 중국의 ‘국뽕’ 열풍이 일부 서구 학자들이 우려하듯 극단적 위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중국은 아직 국가의 규모나 위상에 비해 ‘우리 자신의 말과 행동을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 지나친 애국주의가 성찰적 자세를 가로막고 있다. 중국이 진정 국제사회의 리더로 발돋움하고자 한다면 전 세계를 상대로 좀더 진지하고 솔직하게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 반중 정서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진정한 친구들’의 쓴소리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성찰을 통한 내적 성장’이야말로 창당 100주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의 새로운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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