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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대도의 추락/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도의 추락/이동구 논설위원

    ‘물방울 다이아’는 1980년대 지하 경제의 큰손이었던 장영자씨 덕에 유명해졌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고급 주택에 살고 있던 장씨는 81년 6월 어느 날 밤 3인조 도둑에게 보석과 현금 등 1억 2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털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가 쪽 인척이었던 장씨는 국회의원과 안기부 차장을 지낸 남편 이철희씨를 등에 업고 경찰에 은밀히 도난품을 찾아줄 것을 요구했다. 그때 장씨는 “다른 도난품은 찾지 못하더라도 한국에 하나밖에 없는 물방울처럼 생긴 다이아 반지는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고 명령 같은 당부를 했다고 한다. 이듬해 초 경찰이 3인조 강도를 잡아 세상에 알려진 물방울 다이아 반지는 서양의 배 모양을 한 3캐럿짜리였다. 이후 물방울 다이아는 부정과 비리의 대명사로 회자됐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의적(義賊)과 관련된 실화나 전설은 모두 갖고 있다. 우리에게 홍길동과 임꺽정이 있다면 일본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정권에 반발한 ‘이시카와 고에몬’이 있고 중국에는 ‘양산박’, 영국에는 ‘로빈 후드’가 있다. 프랑스에는 1800년 후반에 나타난 ‘아르센 뤼팽’이란 도둑이 유명하다. 그들은 졸부나 사회 지도층만을 대상으로 도둑질을 했으며 그들의 위선까지 폭로해 민중의 사랑을 받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재물을 탐내거나 제 욕심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훔친 재물을 가난한 백성에게 나눠 준다. 그리고 훔친 재물의 원래 주인들과 권력자들을 혼내 주는 등 정의를 대신 실천해 줬다. 부패한 권력이 민중을 괴롭히거나 극심한 빈부격차로 백성들이 굶주릴 때 주로 의적이 생겨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미화된 부분도 많을 것이다. 최근 절도 혐의 등으로 경찰에 붙잡힌 조세형(81)씨는 대도(大盜)로 통했다. 그는 1970년대 말부터 1980년 초까지 부유층과 유력 인사들의 집을 드라이버 하나로 뚫고 들어가 물방울 다이아 같은 귀중품을 털었던 것으로 유명세를 탓다. 훔친 금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한때 의적으로 미화되기도 했다. 빈부격차가 날로 심해져 강남부자들과 권력자들에 대한 반발감이 팽배하면서 일시적이나마 그를 의적으로 믿고 싶었던 것이다. 80대 노인이 된 조씨가 이번에 훔친 돈은 불과 몇 만원. 젊은 날 대도니 의적이니 불렸던 이름값에 비해 너무나 초라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새 삶을 살아 보기도 했다지만, 이후 수시로 경찰서와 교도소를 드나들었다. 사법처리 횟수만 이번이 16번째라고 한다. 경찰에서 “살기 어려워 훔쳤다”고 진술했다니 인간적인 연민 또한 없지는 않다. 더 안타까운 것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고치지 못한 그의 삶이다.
  • 강동 “대학 입시는 빈부격차 없어야”…19일 ‘원스톱 진로진학박람회’ 개최

    서울 강동구가 지역 학생들과 학부모가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급변하는 교육 환경에 대비할 수 있도록 공교육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구는 오는 19일 오후 2~6시 강동아트센터에서 ‘2020학년도 원스톱 진로진학 박람회’를 열어 학생들의 진로 결정에 도움을 줄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내년도 대입 전략 특강부터 1대1 맞춤형 진학·전공 상담까지 진로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구 관계자는 “박람회가 6월 모의고사 직후에 열리는 만큼 학생들의 진학 전략에 실질적인 조언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서는 중·고등학생과 학부모 800여명을 대상으로 ‘수박 먹고 대학 간다’ 저자이자 공교육 입시 전문가인 박권우씨가 구체적인 대입 전략을 강의한다. 주요 16개 대학 입학사정관과 함께하는 1대1 대학 상담, 20여명의 서울시진학협의회 진학 교사가 참여하는 1대1 진학 상담도 이뤄진다. 중학교 3학년생들은 동북고, 한영외고, 배재고, 서울컨벤션고 등 지역 고등학교 진학교사들에게 고교 유형별 맞춤 상담도 받을 수 있다. 1층 로비에서는 이정훈 강동구청장이 직접 멘토로 나서 대학생(26개 전공자)들과 함께 전공 상담을 진행한다. 이 구청장은 “입시에는 빈부격차가 없어야 한다”며 “이번 박람회를 통해 수험생들이 공교육 안에서 성공적으로 대입을 준비할 수 있게 하고 주민 간 교육정보 형평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기생충’ 개봉 7일째 450만명 돌파…독보적인 흥행 1위

    ‘기생충’ 개봉 7일째 450만명 돌파…독보적인 흥행 1위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이 관객수 450만을 돌파했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기생충’은 개봉 7일째인 5일 42만 5796명의 관객을 동원, 이날 역시 1위를 차지했다. 누적 관객수는 452만 3799명이다. ‘기생충’은 개봉 5일 만에 손익분기점 370만명을 뛰어넘었으며, 6일 째에는 4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칸영화제 수상작들이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한 점을 볼 때 ‘기생충’의 기세는 독보적이다.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인 ‘올드보이’(2004·박찬욱)가 327만명,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밀양’(2007·이창동)은 171만명,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쥐’(2009·박찬욱)는 224만명, 2010년 각본상을 받은 ‘시’(이창동)는 22만명이 관람했다. 관람객들의 반응도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잘 짜인 각본과 빈틈없는 연기, 연출이 인상적이라는 반응이다. 빈부격차와 계급갈등을 불편하지만 위트있고 날카롭게 다뤘다는 평이다. 코미디와 스릴러, 공포를 넘나드는 장르에 영화 속 다양한 은유를 이유로 여러 번 관람했다는 후기도 눈에 띈다. 봉준호, 송강호 두 사람이 함께한 ‘살인의 추억’(2003)은 525만명을 동원했고, ‘괴물’(2006)은 1300만명, ‘설국열차’(2013)는 935만명을 기록했다. 두 사람이 ‘기생충’으로 또 다시 쓰게 될 흥행성적에 기대가 쏠리고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기생충’ 작품성에 대중성도 잡았다…하루에 112만명 관람

    ‘기생충’ 작품성에 대중성도 잡았다…하루에 112만명 관람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이 하루에만 112만명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기생충’은 토요일인 전날 112만 7152명을 불러들이며 압도적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매출액 점유율은 68.8%, 누적 관객은 237만 2317명으로 늘었다. ‘기생충’은 개봉 첫날 56만 8000명, 이틀째 66만 7792명, 사흘째 110만명을 동원했다. 손익분기점은 약 370만명으로 2일 중 3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칸영화제 수상작들이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한 점을 볼 때 ‘기생충’의 기세는 독보적이다.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인 ‘올드보이’(2004·박찬욱)가 327만명,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밀양’(2007·이창동)은 171만명,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쥐’(2009·박찬욱)는 224만명, 2010년 각본상을 받은 ‘시’(이창동)는 22만명이 관람했다. 관람객들의 반응도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잘 짜인 각본과 빈틈없는 연기, 연출이 인상적이라는 반응이다. 빈부격차와 계급갈등을 불편하지만 위트있고 날카롭게 다뤘다는 평이다. 코미디와 스릴러, 공포를 넘나드는 장르에 영화 속 다양한 은유를 이유로 여러 번 관람했다는 후기도 눈에 띈다. 봉준호, 송강호 두 사람이 함께한 ‘살인의 추억’(2003)은 525만명을 동원했고, ‘괴물’(2006)은 1300만명, ‘설국열차’(2013)는 935만명을 기록했다. 두 사람이 ‘기생충’으로 또 다시 쓰게 될 흥행성적에 기대가 쏠리고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은수미 시장 직원들과 영화 ‘기생충’ 관람

    은수미 시장 직원들과 영화 ‘기생충’ 관람

    은수미 성남시장은 31일 저녁 야탑동 소재 영화관에서 직원 200여명과 함께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을 관람했다. 이날 행사는 업무와 비상근무 등으로 애쓰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극화와 빈부격차를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그린 ‘기생충’을 보며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 관람에 앞서 은수미 시장은 “취임하고 11개월간 함께 일하면서 다양한 업무 제안과 당부 등으로 힘든 점도 많았을 텐데, 직원들이 애써준 덕분에 시민을 위한 여러 정책들이 잘 추진되고 있다”면서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2700여명의 동료들이 자랑스럽다”고 격려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최저임금 ‘속도조절’ 하나…박준식 “인상 빨랐다는데 공감대”

    최저임금 ‘속도조절’ 하나…박준식 “인상 빨랐다는데 공감대”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신임 위원장은 30일 위원회 전원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절댓값을 볼 때 지난 2년 동안 우리 사회의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다소 빨랐던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속도 조절이라는 것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속도 자체에 대한 여러 이익집단의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고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또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보다는 이런 빨랐던 최저임금 인상 과정이 우리 사회의 경제, 사회,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각적 각도에서 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현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가 왜 최저임금 1만원까지 못 가겠는가. 도달할 수 있는 목표”라면서도 “산에 오를 때도 한걸음에 못 오르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높은 산에 오르려면 착실하게 준비하고 실력을 다져야 한다. 많은 이가 함께 산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최저임금 1만원 목표나 비전이라는 것은 희망을 담은 게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과거 최저임금이 상당히 낮았던 시기에는 최저임금 인상의 노동시장 영향이 크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며 “지금은 우리도 최저임금이 선진국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올라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저임금의 노동시장 영향에 대해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며 “이런 영향은 노동자뿐 아니라 고용주에게도 크기 때문에 공정하게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우려하는 소상공인들의 입장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자신을 ‘자영업자의 아들’이면서 ‘임금 근로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최저임금은) 우리 국민이 가족 단위로 보면 다 같이 고민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이날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최저임금위는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전원회의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하게 된다. 최저임금위는 다음 달 4일 생계비 전문위원회와 임금 수준 전문위원회를 열어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기초 자료를 심사하고 4차례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하기로 했다. 박 위원장은 강원 춘천 출신으로, 연세대 사회학과를 나와 미국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에는 대통령 자문 빈부격차 차별 시정위원회 민간위원을 지냈다. 현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인터뷰]“봉준호라는 거대한 산 있어 편하게 연기해”…기생충 주연 송강호

    [인터뷰]“봉준호라는 거대한 산 있어 편하게 연기해”…기생충 주연 송강호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의 주인공 기택을 맡은 송강호 배우는 “영화제에서 기생충을 호명하는 순간 말할 수 없는 벅찬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영화에 관해 “봉준호라는 ‘거대한 산’이 있어 편하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칸 영화제에 얽힌 비화와 봉 감독과의 우정 등을 29일 기자들에게 풀어놨다. 다음은 송강호와의 일문일답. -개봉 앞두고 기쁘기도 하고 부담도 될텐데 → 어제 영화를 국내에서 첫선을 보였다. 조마조마 하더라. 칸보다 중요한 자리여서 긴장을 많이 했다.(웃음) 저녁에 가족 시사를 했는데, 반응 너무 좋아 한 시름 놓았다. 내일 개봉하지만, 다소 안도하고 있다. -칸에서 무슨 상이건 받을 거라 알고 있었나 → 봉준호 감독이 심사위원장과 뒤풀이 자리 다녀왔는데, 이후 귓속말로 알려주시더라. 끝까지 감추려 했는데, 당시 칸에서 기자들에게 이야기 한 게 기사 검색으로 다 나왔다. 그래서 ‘아, 이 분이 술이 덜 깼나’ 이런 생각도 했다.(웃음) 봉 감독이 워낙 기뻐 그랬을 거다. -23일 배우들이 다 오기로 했는데 일정을 바꿨는데 → 원래 25일 시상식 당일 아침에 출발하려 했다. 그런데 비행기 시간을 보니 수상 결과를 10시간 뒤 한국에 도착한 뒤에나 알게 될 판이었다. 그래도 주연배우인데, 가장 늦게 안다는 게 말이 되나. 그리고 제가 요새 일정이 좀 없다(웃음). 일부러 하루 일찍 올 필요 있나 생각했다. 그래서 하루 늦췄다. -그래서 이를 두고 ‘심상치 않다’는 말이 나왔다 → 밀양 때도 박쥐 때도 폐막식까지 모두 참가했다. 그 때도 박찬욱, 이창동 감독과 끝까지 있었다. 이번에 자칫 봉 감독만 혼자 있게 되겠더라. 봉 감독 혼자서 얼마나 외롭겠나.(웃음) 그런 순수한 마음이었지, 황금종려상 받는다는 언질을 받았다든가, 아니면 ‘촉을 느꼈다’ 이런 거 없었다. 알다시피 칸은 시상식 끝날 때까지 수상작을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칸 수상요정’ 전통이 맞아들어간 거 같다 → 수상요정? 천만요정은 들어봤어도.(웃음) 제작 보고회 때 농반 진반으로 그런 전통 이어지면 좋겠다 했는데, 이번에는 전통이 이어지는 게 아니라 제대도 터졌다.(웃음) 그래서 기분이 아주 좋다. -시상식 때 봉 감독을 너무 세게 껴안던데 → 너무 벅찼다. 마지막 순서 오니까 우리구나 싶었는데, 실제로 우리 영화 이름을 호명하더라.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거다. 인지하고 있더라도 음성을 듣는 순간의 감동은 정말이지 놀라웠다. -시상식 때 봉 감독이 마이크 앞에 세워 줬는데 → 너무 고맙더라. 저도 봉 감독에 관한 고마움과 이런 표현을 하고 싶은데 평소에는 어렵잖나. 그래서 그 때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했다. 이후 트로피 주는 퍼포먼스도 사실 깜짝 놀랐다. 평소에는 그런 모습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놀랍고 고마웠다. -봉 감독과의 인연이 ‘모텔 선인장’ 이후 20년째다 → 봉 감독은 당시 연출부였다. 그 때 봉준호, 장준하 두 감독 모두 까까머리 시절이었다.(웃음) 내가 그 때 오디션을 보러 가서 처음 만나고 떨어진 뒤 다시 만났다고 알려졌는데, 잘못 알려진 거다. 나는 그 때 오디션을 보지 않았다. 연출부에서 ‘초록물고기’를 보고, ‘저 분은 누구신가’ 싶어 전화 했다 하더라. 그래서 볼 일 보며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 두 분이 ‘모텔 선인장’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고 ‘우리가 준비 중인 영화가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나는 그 때 한참 ‘넘버 쓰리’ 촬영 중이었다. 며칠 후에 삐삐로 연락이 왔다. 공중전화에서 봉 감독이 녹음한 메시지를 들었다. 봉 감독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웃음) ‘지금은 연이 안 되지만, 당신과는 언제간 좋은 기회 만나 영화 찍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 태도를 보고 ‘이 분은 뭐가 돼도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전화를 내려놨던 기억이 난다. -봉 감독만의 연출법이랄까 그런 게 있는지 → ‘봉테일’은 현상이고, 그의 본질은 세상에 관한 따뜻한 시선과 통찰력이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은 기능적이고 단편적인 표현의 하나일 뿐이다. 누구도 갖지 못한 통찰, 그리고 우리 살아가는 세상에 관한 비전이 그의 핵심 가치다. 거장 감독이 우리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랄까. -이번 영화에서는 봉 감독의 어떤 시선이 숨어 있나 → 계급의 문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문제 이런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인간에 대한 존엄이 핵심 아닐까 싶다. 영화에 나오는 ‘냄새’라든가, ‘선’ 이런 거는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다. 우리 스스로의 관념 속에 선이 있다 생각하고 냄새가 난다 생각한다. 이게 바로 선입견과 벽이 아닐까. 물질이란 오가는 것이기 때문에 가진 자 못 가진 자의 개념은 사실 부질없다. 그런 현상 이면에 가장 중요한 것, 인간에 대한 존엄을 통해 우리 스스로가 계급이나 계층을 만드는 건 아닐까에 관한 이야기다. -봉 감독이 ‘동지’라 부르는데, 감독 중에 본인과 가장 잘 맞다고 보나 → 봉 감독이 저하고 가장 잘 맞는다, 이런 말씀 드리기는 좀 힘들다. 다만 지난 역사가 이 사실을 증명한다 생각한다. 봉 감독과 저의 20년 역사를 보면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저는 봉감독의 기술적이고 테크닉적인 면 존중하지만, 예술가로서 가진 통찰력과 태도를 더 존경한다. 저보다 나이가 두 살 어리지만, 우러러 보게 만들고 존중하게 만드는 감독이다. -봉 감독과 서로를 부르는 애칭이 재밌던데(그는 봉 감독을 ‘뽕뽀로봉봉’이라 부른다) → 설국열차할 때 방송국 촬영인지도 모르고 했던 게 알려졌다. 사실 요즘도 가끔 그렇게 부른다. 봉 감독이 평소에는 정말 유머스럽다. 처음 보는 배우는 ‘봉준호’ 하면 현장에서 배우들 혼내고 디테일 때문에 수십 번이나 테이크를 가고, 천재 감독 특유의 광기 이런 거 연상한다. 그런데 아예 정반대라서 처음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좋아하더라. 촬영장에서 배우들 배꼽 잡게 하고 큰 소리 한 번 안 내고 배려 많이 하는 감독이다. -무능한 가장의 모습이 영화에 나온다 → 영화의 심리적인 클라이맥스에 어떤 장면이 나온다.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을 표현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칸에서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뭐였냐면, ‘기생충’이 한국사회의 직설적인 묘사, 표현을 한 거냐 묻더라. 그래서 ‘너희 나라도 그렇지 않느냐’고 되물었더니 다들 그렇다 하더라. 기생충은 한국적인 영화이긴 하지만, 전 세계 사람이 빈부격차 속에서 살아가가는 모습을 포착한다. 단순히 사회 체제, 사회 시스템에 관한 고발이 아니다.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모든 인류의 기본적인 이야기다. -이번에는 좀 가벼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 봉 감독에게 ‘이제 살 거 같다’고 했다.(웃음) 아무렇게 연기해도 봉 감독이 다 받아주고 조율해줄 거 같고 그랬다. 이번 영화에서는 10명의 배우들이 다 소외된 캐릭터 없이 자기 몫 다 있더라. 작업 하는 게 편하고, 앙상블도 재미 있었다. 시대적인 주제를 다루는 무게감, 진중함이 주연 배우로서 압박이었는데, 거대한 산이 그림자를 드리워주니 좋았다. -아내 역의 장혜진 배우는 어땠나 → 영화 ‘밀양’ 때 차 타고 면회갈 때 동네 아줌마로 나왔는데, 그 때 사실 잘 몰랐다. 이번에 봉 감독이 캐스팅 전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을 추천해서 영화를 봤는데 너무 잘 하더라. 기본기가 아주 훌륭한 배우였다. 독립영화도 많이 찍었고. 좋은 배우 뒤늦게 발견한 생각마저 들었다. 관객들도 이번 영화로 장혜진이라는 좋은 배우가 있다는 걸 알게 됐을 터다. -기택의 가족이 반지하에 살면서 벌이는 일들의 의미는 → 기택 가족이 벌이는 일들이 물리고 물리면서 사건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게 이 영화의 묘미다. 정확하게 선을 갈라 선과 악의 충돌을 표현하는 게 아니고, 동지도 아니고 적도 아니고 같이 살아가지만 왠지 다른 모습으로 서로 뒤엉켜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재미나게 표현했다. 그래서 ‘희비극’이라 하는 거 같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우리네 삶이랄까. -‘최근 영화사 20년을 압축하면 송강호가 있다’는 평가가 있다 → 과찬이다.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저 스스로 한국영화의 대표라는 틀에 갇히지 않으려 애쓴다. 대신 제가 후배들이 많이 쳐다볼 수밖에 없는 포지션에 있긴 하다. 후배들, 주변 팬들이 송강호가 작품을 선택했을 때는 상업적으로 중요하지만, 예술가로서 고민하고 각성하는 배우구나, 하는 느낌을 앞으로도 주고 싶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서울광장] 기생충 자본주의/이두걸 논설위원

    [서울광장] 기생충 자본주의/이두걸 논설위원

    부스스한 머리에 세파에 찌든 표정의 부부. 남루한 집구석 벽에 액자로 걸려 있는 사자성어가 눈에 들어온다. 안분지족(安分知足). ‘편안한 마음으로 자기 분수를 지키며 만족한다’는 뜻이다. 최근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의 기택(송강호)네 가정 가훈이다. ‘기생충’을 만든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은 한국적 배경이 짙게 깔려 있다. 서민 아파트 지하실(플란다스의 개)이나 군사독재 시절 도농 복합도시(살인의 추억) 등의 이해 없이 그의 영화를 온전히 즐기기는 쉽지 않다.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작품이라 해외 관객들에게 공감을 사기 어려울 것”이라고 봉 감독이 직접 밝힌 이유다. 하지만 빈부의 극단 대비라는 영화 속 구도는 영화제에 모인 각국 전문가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양극화 심화는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 공통의 문제라는 비극적인 현실을 웅변하는 까닭이다. 빈부격차의 확대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숙제다. 세계은행(WB) ‘빈곤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프랑스의 상위 1%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00년대 초반 10% 후반대를 기록하다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미국의 수치는 오름세로 반전해 2010년대에는 20% 언저리까지 치솟았다. 일본과 프랑스 역시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한국과 대만의 상위 1%의 전체 소득 비중은 1980년 각각 7%, 6% 수준이었다가 2010년 12%로 뛰어올랐다. 미국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도 1988년부터 2008년 전 세계 1인당 실질소득 증가액의 소득분위별 수취 비중 분석을 통해 세계의 상위 10%가 전체 소득 증가액의 68%를 가져갔다는 결론을 내린다. 최상위 2~5%는 25%, 1%는 19%를 쓸어 담았다. ‘임금 소득의 비중이 낮아지고 자본 소득 비중이 커지면서 상위 1%의 부를 소유한 부자들의 부가 1980년대 이후 급격히 높아졌다’는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의 분석과 일맥상통한다. 빈부격차 면에서 한국도 세계 최선두권이다. ‘세계불평등 데이터베이스’(WI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상위 10%는 전체 소득의 43.3%를 차지하고 있다. 47.0%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극심한 양극화는 중산층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위축된 중산층’ 보고서는 전 세계 주요국 중산층(중위소득의 75~200%)의 총소득이 1985년 부유층의 3.9배에서 2015년 2.8배로 크게 줄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OECD 회원국의 중산층 인구 비율은 같은 기간 64%에서 61%로 떨어졌다. 중산층의 붕괴는 글로벌 경제에 직격탄이 된다. 대규모 소비 여력을 지닌 중산층이 감소하면 소비 및 투자 위축과 소득 감소, 그에 따른 중산층의 추가 감소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OECD에 따르면 지니계수가 0.03포인트 악화되면 경제성장률도 0.35% 포인트씩 떨어진다. 불평등은 사회를 병들게도 한다.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 명예교수는 저서 ‘더 스피릿 레벨’(평등이 답이다)을 통해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기대수명이 낮아지고 우울증과 정신질환 유병률이 높아진다고 분석한다. 불평등지수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확산된 1980년대 이후 악화됐다. 개별 국가로서는 세계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점에서 대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 성장은 불평등 해소의 특효약이지만 1950~1970년의 예외적 시기를 지난 뒤에는 글로벌 성장률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불평등 완화를 위한 답을 알고 있다. OECD 등은 소득세 및 법인세 최고세율의 인상과 감세 폐지, 교육 및 복지정책 강화 등을 권고했다. 한국 등 재정 여건이 양호한 국가는 재정지출 확대도 필수적이다. 최고임금 제도도 고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모두 중산층 이하의 실질소득을 끌어올리는 조치다. 관건은 실천을 위한 의지다. 빈부격차 확대를 더이상 방치했다가는 우리의 미래가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이념도 성향도 관계없다. 파국적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혁명적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생충은 혐오의 대상이다. 숙주의 영양분을 빨아먹는 속성 때문이다. ‘기생충 같은 놈’이라는 욕설도 여기서 나왔다. 그러나 기생충의 대표적인 생물학적 특성은 공존이다. 숙주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채 몰래 기생을 해야 자신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온전히 뺏는 대신 나누는, 파멸 대신 공존을 선택하는 ‘기생충 자본주의’를 상상하자. douzirl@seoul.co.kr
  • 리투아니아, 경제학자 정치 신인에 미래를 걸다

    리투아니아, 경제학자 정치 신인에 미래를 걸다

    경제학자 출신의 정치 신인이 리투아니아 대권을 차지했다. 과연 그가 전문 분야를 살려 리투아니아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AP통신 등은 26일(현지시간) 경제학자 기타나스 나우세다 후보가 77% 개표가 진행된 현재 71%의 표를 얻어 대통령선거 결선 투표 승리를 확정지었다고 전했다. 경쟁자였던 인그리다 시모니테 전 재무장관은 28%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두 후보는 지난 12일 1차 투표에서 1∼2위를 차지했으나 과반 득표에 실패해 결선 투표에서 맞붙었다. 나우세다 후보는 “당장 지금부터 리투아니아 정치가 달라질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유주의 성향의 친(親)유럽연합(EU) 인사로 꼽힌다. 유세 과정에서는 ‘포퓰리즘’을 거부하고 EU의 민주적 가치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었다. 나우세다 후보는 또 EU 최고 수준인 빈부격차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현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를 ‘테러국’이라고 비난하며 적대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왔던 것과 달리 나우세다 후보는 대러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나우세다 후보는 “이전과 달리 외교적인 수사를 사용하고 싶다”면서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는 “우크라이나 사태 여하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평화 유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관계 회복도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韓 최초 황금종려상 ‘기생충’ 국내 관객도 사로잡을까... 예매율 1위 질주

    韓 최초 황금종려상 ‘기생충’ 국내 관객도 사로잡을까... 예매율 1위 질주

    프랑스 칸을 사로잡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오는 30일 국내 개봉을 앞둔 가운데 관객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영화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인 만큼 ‘칸 프리미엄’을 제대로 누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6일 국내에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영화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예매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기생충’은 오전 9시 30분 현재 예매율 42.4%, 예매 관객수 9만 1766명으로 1위를 달리는 중이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박사장(이선균)네 과외 교사 면접을 보러가면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다룬 블랙 코미디다. 서로 만날 일 없을 것 같던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의 만남을 통해 빈부격차 문제를 다룬다. 전세계가 공유하는 사회 문제를 한국적으로 표현한 점이 칸 영화제 심사위원단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봉준호 감독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영화 ‘기생충’ 줄거리는? [종합]

    봉준호 감독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영화 ‘기생충’ 줄거리는? [종합]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25일(현지시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된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의 ‘영 아메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페인 앤 글로리’, 셀린 시아마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 등 21개 작품 가운데 최고 작품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프랑스어 연설은 준비 못 했지만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았다”며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놀라운 모험이었다.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저와 함께해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배우들께 감사드린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어 “이 자리에 함께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저의 동반자 송강호의 소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한편, 영화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박사장네 고액 과외 선생이 되면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다루는 블랙 코미디다.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 현상인 빈부격차의 문제를 다룬다. 사진=뉴스1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봉준호 영화 ‘기생충’, 한국 최초 칸 황금종려상 수상 영예

    봉준호 영화 ‘기생충’, 한국 최초 칸 황금종려상 수상 영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봉 감독은 “이런 상황이 오리라고 상상도 못 했다”면서 “약간 쑥쓰럽고 너무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 두 가족을 통해 빈부격차라는 사회문제를 지적하는 블랙 코미디인 영화 ‘기생충’이 25일(현지시간)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네치아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기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후 7년 만이다.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시상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생충’에 대해 “재밌고 유머러스하며 따뜻한 영화”라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이어 수상작 선정에 대해 “우리는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로 수상작을 결정하지 않는다. 감독이 누구이고 어느 나라 영화인지도 중요하지 않다”면서 “영화 그 자체로만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칸 영화제는 지난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떤 가족’에 이어 올해 ‘기생충’에 황금종려상을 수여함으로써 2년 연속 아시아 영화에 최고상을 줬다. 황금종려상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봉 감독은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놀라운 모험이었다.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저와 함께해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무엇보다도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배우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함께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저의 동반자 송강호의 소감을 듣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우 송강호씨는 “인내심과 슬기로움,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들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고 말했다.봉 감독은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상을 예상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아뇨”라고 답한 뒤 “차례대로 발표하니 허들을 넘는 느낌이었다. 뒤로 갈수록 마음은 흥분되는데 현실감은 점점 없어졌다. 나중엔 송강호 선배와 ‘뭐야 우리만 남은 건가?’ 했다”고 회상했다. 또 “특히 기쁨의 순간을 지난 17년 간 같이 작업했던 송강호 선배와 함께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송씨는 “저희가 잘해서 받는다기보다는 한국 영화 팬들이 지금까지 한국영화를 응원하고 격려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면서 “한국 영화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은 마티 디옵(‘아틀란틱스’)에게 돌아갔으며, 심사위원상은 라즈 리(‘레 미제라블’), 클레버 멘돈사 필로(‘바쿠라우’)가 공동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안토니오 반데라스(‘페인 앤 글로리’), 여우주연상은 에밀리 비샴(‘리틀 조’), 감독상은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영 아메드’), 각본상은 셀린 시아마(‘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가 각각 받았다.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봉준호 한국인 최초 황금종려상, 72년 칸에 처음을 장식한 여감독

    봉준호 한국인 최초 황금종려상, 72년 칸에 처음을 장식한 여감독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영예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돌아가자 외신들도 한국 영화의 첫 황금종려상 수상에 의미를 부여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AP통신은 “‘기생충’의 수상은 한국영화로서는 첫 황금종려상 수상”이라고 전한 뒤 “여러 장르가 결합한 이 영화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거의 틀림없이 가장 호평받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일본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에 이어 아시아 감독이 2년 연속 같은 상을 수상한 것의 의미를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지난해 고레에다 감독에 이어 아시아 영화가 또다시 칸의 주목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dpa통신도 ‘봉준호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첫 한국 감독이 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현대 한국 사회의 계급 문제를 파헤친 영화라고 소개했다. AFP통신도 봉 감독이 72년 칸영화제 역사에 황금종려상을 가져간 첫 한국 감독이 됐다면서 ‘기생충’이 세계적 빈부격차 현상 심화에 따른 갈등을 효과적으로 다뤘다는 평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통신은 “열두 살 때부터 영화에 미쳐 있었다”는 봉 감독의 수상 소감을 함께 전하기도 했다. 영국 BBC는 영화 ‘레버넌트’를 연출한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 심사위원장이 봉 감독의 어깨를 두드리며 함께 환호하는 사진을 싣고 봉 감독이 2년 전 넷플릭스를 통해 먼저 개봉된 ‘옥자’로 칸영화제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이름을 알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넷플릭스가 제작한 경쟁작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출품되지 않았다는 점을 덧붙였다.방송은 한국인 첫 수상이란 역사를 쓴 봉 감독처럼 프랑스계 세네갈 감독인 마티 디옵이 최초의 흑인 여성 감독으로 72년 칸에 새 역사를 썼다고 전했다. 그의 작품 ‘애틀란틱스’는 젊은 이민자와 성 정치학을 스크린에 옮긴 세네갈 영화로 두 번째인 그랑프리 상을 받았다. 그는 앞서 자신의 작품이 아프리카계 여성으로는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시사됐다는 점에 약간의 슬픔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미국 감독 ?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인상적인 호평이 쏟아졌지만 빈손으로 영화제를 마쳤다. 또 영국과 미국 복수 국적의 에밀리 비첨이 향기로 행복을 퍼뜨리는 여성을 그린 심리 공상과학 영화 ‘리틀 조’로 여우주연상을, 중년을 맞아 창작의 위기를 겪는 영화 감독을 연기한 ‘고통과 영광’의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각본상은 젊은 여화가와 그녀의 모델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다룬 로맨스물 ‘불꽃 같은 여자의 자화상’을 집필한 셀린 시아마가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벨기에 형제 감독인 장피에르와 뤽 다르덴느는 차츰 과격화해 선생님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소년을 다룬 영화 ‘어린 아흐메드’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브라질 영화 ‘바쿠라우’는 심사위원상을 받았는데 오지 마을을 찾아 어두운 비밀을 파헤치는 영화 제작자 얘기를 다뤘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나루히토, 6개월간 왕위계승 행사… 국사·공무 수행

    나루히토, 6개월간 왕위계승 행사… 국사·공무 수행

    4일 국민 첫 만남… 10월 즉위례 정전의식 11월 가장 중요한 종교의식 ‘다이조사이’ 국내외 인사 2500명에 초청장 보낼 예정 새 일왕 자리잡기까지 3년 시간 필요할 듯나루히토(59) 일왕의 즉위로 ‘레이와’(令和·연호) 시대가 열린 일본에서는 앞으로 6개월여에 걸쳐 왕위계승 절차가 계속된다. 일본 국민들은 이 과정에서 ‘잃어버린 20년’, ‘동일본대지진’ 등으로 상징되는 ‘헤이세이’(平成)의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새로운 내일을 찾으려는 희망에 들떠 있다. 나루히토 일왕이 1일 오전 ‘삼종신기’라고 불리는 왕가의 상징물을 건네받는 행위를 통해 왕위에 올랐지만 즉위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되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오는 4일 일반 국민들과의 상견례격인 ‘잇판산가’ (一般參賀)가 예정돼 있다. 일왕 부부가 왕궁 발코니에 나와 광장에 모인 국민들의 축하인사를 받는 행사로, 일본 경시청은 15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위식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즉위례 정전의식’은 10월 22일 치러진다. 일본 정부는 195개 수교국 국가원수 등 국내외 인사 2500명에게 초청장을 보낼 예정이다. 일왕 부부가 오픈카를 타고 왕궁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카페레이드도 펼쳐진다. 이어 11월 14~15일에는 가장 중요한 종교의식인 ‘다이조사이’가 예정돼 있다. 앞으로 나루히토 일왕은 크게 ‘국사(國事) 행위’와 ‘공적 행위’의 2가지를 수행해야 한다. 국사 행위는 총리 임명과 국회 소집 등 헌법에 규정된 업무들이다. 공적 업무는 국내외 각종 행사 참석과 외국원수 접견 등이다. 이런 가운데 레이와 시대 개막에 맞춰 일본의 국가적 과제와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일본은 70대 이상이 인구의 5분의1을 차지하는 심각한 고령화 속에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빈부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특히 ‘평생직장’으로 대표되는 고용 안정성은 약해지고 비정규직 차별 문제가 사회 전면에 등장한 지 오래다. 그 이면에 최악의 ‘일손 부족’이라는 역설적 상황이 교차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에 의한 헌법 개정 추진과 안보법제 강화, 전쟁책임 회피와 교과서 왜곡 등 과거사 부정은 향후 일본의 행보를 우려스럽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나루히토 일왕이 전쟁을 경험한 세대로 경륜이나 연령에서 위엄을 갖췄던 아버지만큼의 카리스마를 아베 총리에게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새 일왕이 자리를 잡기까지 3년 정도 시간은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그가 “세계평화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힌 첫날 발언에 부합하는 모습을 얼마나 빠르게 구체화시킬지 관심을 모은다. 나루히토 일왕 즉위와 함께 왕실의 남성 부족에 따른 후계 논의도 가열될 전망이다. 현재 일본 왕실에서는 여성의 왕위 계승권이 인정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나루히토의 동생으로 왕세제인 아키시노노미야 후미히토(53·왕위계승 서열 1위)와 그의 아들인 히사히토(13·3위), 작은 아버지인 히타치노미야 마사히토(83·3위) 등 왕위계승권이 있는 성년 남자는 단 3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여성에게도 왕위 계승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번 즉위예식에 마사코 왕비를 포함한 여성의 참석이 철저히 배제된 데서 알 수 있듯이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아보이지 않는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유튜브 금지된 중국의 인기 유튜버

    유튜브 금지된 중국의 인기 유튜버

    유튜브가 금지된 중국에서 인기 유튜버가 탄생할 정도로 인터넷 생방송이 중국에서 돈과 명예를 얻으려는 젊은이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빠른 속도로 급성장 중인 중국의 인터넷 생방송 산업 규모는 2020년 1120억 위안(약 1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방송 사이트 가운데 하나인 YY는 지난해 순이익이 40억 위안에 이르며 사용자는 8800만명이다. 한 달에 수백 수천 위안을 벌어들이는 YY의 대표 인기 방송은 아이돌에 대한 순위 투표를 하는 것이다. 아이돌의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상위권에 올리기 위해 기꺼이 돈을 낸다. 인터넷 생방송을 하는 중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대체로 교육 수준이 높지 않으며 시골에서 도시로 온 이들이다. 이들은 이주노동자인 농민공과는 다르지만 살고 있는 도시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인터넷을 통해 연대감을 형성한다. 원래 인터넷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포럼으로 시작한 YY에서 인터넷 방송을 하는 이들은 주로 남성이다. 이들은 팬으로부터 돈을 버는데 YY의 대표적인 스타인 위리의 한 달 수입은 100만~150만 위안에 달한다. 위리의 방송을 시청하는 인구는 900만명 정도다. 인터넷 방송의 내용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실없는 농담을 하거나 가짜 코카인을 흡입하고, 온갖 못 먹는 것을 먹는 식이다. 인터넷 방송 진행자들이 먹은 것은 불타는 담배꽁초, 살아있는 금붕어, 전구 등이다. 유튜브가 금지된 중국에서 요리하고 강아지와 노는 잔잔한 일상을 공개해 유튜브 스타로 떠오른 중국 여성도 있다. 구독자 수 3만명이 넘는 리즈치는 쓰촨성 시골에서 할머니와 살며 나무에서 열매를 따서 요리하는 자연주의적 생활방식으로 전 세계 구독자를 모았다. 인터넷 방송에 관한 다큐멘터리 ‘욕망의 인민공화국’을 만든 하오우는 인터넷 매체 ‘제육성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사용자가 제작한 콘텐츠의 광고 비용은 싸고 웹카메라만 있으면 누구든 방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 방송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방송의 주된 시청자는 10대와 20대로 남성의 비율이 여성보다 높다. 소도시에서 대도시로 이주해 시간이 많이 남는 이주 남성 노동자들이 주로 인터넷 방송을 시청한다. 하오는 이어 “인터넷 방송은 중국의 늘어나는 빈부격차와 도시인의 고독을 보여준다”며 “중국 경제는 시골의 젊은이들에게 대도시로 이동할 기회를 제공했지만 실제로 도시에서 성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도시에서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지 못하고 좌절한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인터넷 생방송이 새로운 도피처가 됐다는 것이다. 인터넷 방송 진행자들은 영화배우와 같은 스타와 달리 팬들로부터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팬들은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꿈과 희망을 구현하기 위해 인터넷 스타들에게 돈을 쓴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이낙연 총리 “차량 2부제 안 지키는 공직자 인사 불이익”

    이낙연 총리 “차량 2부제 안 지키는 공직자 인사 불이익”

    이낙연 국무총리는 7일 “일부 공직자는 차량 2부제를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정부가 정한 대책도 따르지 않는 공직자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도록 제도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미세먼지 대응과 관련한 공공기관의 솔선수범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리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관용차량 운행 제한을 강화하든가 2부제를 적용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공직자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당부했음에도 일부 공직자들이 이를 지키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또 “환경부는 주무 부처로서 더욱 확실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일해야 한다”며 “환경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주무 부처는 주무 부처다워야 한다”며 환경부에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지시했다. 그는 “미세먼지를 완화하려면 정부와 국회의 비상한 노력과 함께 국민 여러분의 고통 분담도 불가피하다”며 “국민들께서 분담할 고통은 앞으로 더 커질 수도 있다. 그 점을 이해하고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국회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오늘부터 열린다”며 “민생과 개혁 관련 법안의 처리를 이제라도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13일이면 국회가 미뤄왔던 미세먼지 관련 법안을 처리한다.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야당도 과거 정부의 미세먼지 실태와 대처 경험을 생각하며 지혜를 내주는 등 함께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1349달러를 기록했고 실질 경제성장률도 2.7%였지만, 상당수 국민은 그것을 체감하지 못한다”며 “급속한 노령화와 노인 빈곤층의 급격한 증가 등에 따른 저소득층 확대와 빈부격차 심화가 특히 엄중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의 중장기적 흐름을 주시하며 효율적으로 대처하되, 당장 생활이 어려운 국민께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어제 민주노총 총파업은 (규모가) 예상보다 많이 축소됐다”며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자제하고 사회적 대화에 동참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공시지가 상승, 젠트리피케이션 확산 막아야

    전국 표준지 50만 필지의 공시지가가 지난해보다 9.42% 올랐다. 2008년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전국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 추세가 반영됐다. 시·도별로는 서울과 광주, 부산 등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서울 강남구와 중구, 영등포구 등은 20%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인 현실화율은 지난해 62.6%에서 올해 64.8%로 상승했다. ㎡당 2000만원 이상 고가 토지의 공시가격을 지난해 대비 최대 2배까지 끌어올린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보유세 등 조세·부담금과 건강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된다. 지난달 표준 단독주택에 이어 표준지의 공시지가도 11년 만에 최대폭으로 올라 토지·상가 보유자의 조세 부담도 예년보다 커지게 됐다. 그러나 이를 두고 ‘세금폭탄’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보유 자산의 가치가 증가하는 만큼 보유세 등을 더 내는 건 조세 정의에 부합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지 않고서는 부동산 가격 급등과 빈부격차 확대 추세를 막기 어렵다. 더구나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은 여전히 60%대에 머물고 있는 데다 보유세 실효세율은 0.2% 남짓에 그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 공시지가 인상에 대해 “공평과세가 어림없는 찔끔 인상”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다만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에 따라 명동·강남 등의 임대료가 인상되면서 이를 감당하기 힘든 상인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한다. 최근 경기 위축으로 상가 공실률이 높은 데다 임대 계약은 10년 단위로 이뤄지고 임대료 인상도 연 5%로 제한되지만, 향후 경기 회복기에 새로 임대차 계약을 맺는 상가의 임대료가 급등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오는 4월에 설치되는 상가 건물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영세 상인들이 안정적으로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건물주와 세입자가 적정 임대료 유지를 위해 상생협약을 맺는 사례의 전국적 확산을 유도할 필요도 있다. 또한 공시지가를 둘러싼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시지가 시세산정률 산정 근거 등을 공개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 커지는 ‘富의 불평등’

    커지는 ‘富의 불평등’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 보고서전 세계 억만장자의 재산은 하루 25억 달러(약 2조 8182억원)씩 늘어났으며, 이틀에 한 명꼴로 새로운 억만장자가 탄생했다. 반면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극빈층 38억명의 재산은 오히려 11% 줄었다. 지난 2017년 3월 18일부터 1년 동안의 변화다. 세계적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22∼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를 앞두고 21일 발표한 보고서(‘공익이냐 개인의 부냐’)에서 최상위 부유층과 빈곤층 간 빈부격차가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계 금융위기였던 2008년 1125명이던 전 세계 억만장자 숫자는 2018년 2208명으로 10년 사이 거의 두 배 늘었다. 특히 2017년 3월부터 1년 동안 억만장자는 165명 늘어 이틀에 한 명꼴로 새로운 억만장자가 탄생하는 등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같은 기간 증가한 억만장자들의 자산만도 9000억 달러나 됐다. 그러나 세계 인구 절반인 하위 50% 극빈층 38억명의 자산은 1조 5410억 달러에서 1조 3700억 달러로 11.1% 줄어, 지구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해졌다. 최상위 억만장자 26명이 이들 하위 50%의 자산을 모두 합친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전년의 43명보다 줄어든 것으로, 부의 집중도가 그만큼 깊어졌음을 뜻한다. 반면 부유한 개인이나 기업에 적용되는 세율은 오히려 수십년 전보다 떨어져, 빈부격차는 더 벌어졌다. 각국 정부의 잇단 감세정책 속에서 부유한 나라의 개인소득세 평균 최고세율은 1970년 62%에서 2013년 38%로 떨어졌다. 세계적으로 세수 1달러당 4센트(2015년 기준), 즉 4%만이 상속 또는 부동산 등에 부과되는 부유세에서 나왔다. 보고서는 전 세계 초부유층 1%의 재산에 세금 0.5%를 한 해 동안 추가로 부과한다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세계 2억 6200만명의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330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 제공에 드는 비용보다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촌에서 매일 약 1만명이 의료 서비스 미비로 죽어가고 있다. 빈부격차가 수명에도 영향을 미쳤다. 137개 개도국의 가난한 가정 어린이는 부유층 어린이보다 5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이 2배가량 높았다. 이와 함께 전 세계 남성의 재산은 여성보다 50% 많고 여성의 임금 수준은 남성보다 23% 낮았다. 여성의 무급 가사노동을 환산하면 최소 10조 달러로, 미국 정보통신기업 애플 연 매출액의 43배나 됐다.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의료와 교육 분야에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지 않아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니 비아니마 옥스팜 총재는 “기업과 ‘슈퍼리치’가 낮은 세금 고지서에 만족하는 사이 수백만명의 소녀들은 교육을 받지 못했고, 여성들은 출산 후 열악한 산후조리로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요즘 것들의 문화 답사기] 학생들 너도나도 ‘김밥말이 롱패딩’… 부모들엔 새 ‘등골 브레이커’

    [요즘 것들의 문화 답사기] 학생들 너도나도 ‘김밥말이 롱패딩’… 부모들엔 새 ‘등골 브레이커’

    겨울의 한복판으로 접어들면서 청소년들 사이에 ‘롱패딩’이 유행하고 있다. 거리에 무리지어 다니는 청소년들을 보면 하나같이 롱패딩을 걸쳤다. 그 모습이 마치 ‘김밥’을 연상케 해 ‘김밥말이’라는 별명도 생겨났다. 가격대는 브랜드에 따라 20만원 선에서 100만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유명 브랜드의 비싼 롱패딩을 입을수록 친구들에게 많은 부러움을 산다. 이 때문에 또래 사이에서는 누가 더 비싼 롱패딩을 입었는지가 화제가 되기도 한다. 빠듯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기를 세워주려고 롱패딩을 사줘야 하는 부모의 허리는 휠 수밖에 없다. 과거 ‘떡볶이’ 단추 모양의 코트와 ‘노스페이스’ 패딩에 이어 요즘에는 롱패딩이 ‘등골 브레이커’(부모의 허리를 휘게 하는 고가 제품)의 대를 이어오는 것이다.“너 오늘 엄마 잠바(점퍼) 입었니?” 고교생 김모(17)양은 날씨가 추워질 때쯤 예전에 입던 점퍼를 꺼내 입고 나갔다가 친구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친구가 농담처럼 한 말은 김양의 가슴에 비수로 꽂혔다. 주변을 살펴보니 친구들은 죄다 ‘롱패딩’을 입고 있었다. 자신이 유행에 뒤처져 있음을 알게 된 김양은 부모를 졸라 50만원대 롱패딩을 사 입었다.●동급생 패딩 빼앗아 3년간 입고 다니기도 청소년 사이에 롱패딩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학부모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고교생 자녀를 둔 이모(50)씨는 “내 눈엔 롱패딩이 침낭을 입고 다니는 것으로 보이고, 50만~60만원씩 하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다른 코트는 어떠냐고 했는데도 아이가 한사코 롱패딩만 고집했다”면서 “반에서 자기만 롱패딩이 없다고 해 친구들 사이에서 기죽을까 봐 사줬다”고 말했다.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의 공현 활동가는 “롱패딩을 비롯해 고가의 외투를 입는 것이 유독 청소년 사이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 불평등 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이 입는 패딩이 고가다 보니 학교폭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중학생이 추락사한 사건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서 빼앗은 패딩 점퍼를 입고 법원에 출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남의 한 고교 교사는 “몇 해 전 ‘일진’ 학생이 동급생 패딩을 빼앗아 3년 내내 입고 다닌 게 뒤늦게 알려져서 퇴학당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노스페이스 패딩’이 한창 유행하던 2012년에는 부산의 중학교 3학년생 5명이 친구들에게 폭행을 가해 120만원 상당의 패딩 네 벌을 빼앗아 입고 다니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겨울철에 중·고교생 사이에서 패딩이 학생 간 ‘계급화’를 가져오면서 패딩을 뺏기 위한 다툼이 일어난다”면서 “가해자는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성취물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청소년들은 롱패딩을 입는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다. 롱패딩을 입고 다니는 청소년 10명에게 “왜 롱패딩을 입었느냐”고 묻자 “따뜻하기 때문에”, “남들이 다 입고 다니니까”라는 대답이 ‘이구동성’이었다. 고교생 서형록(18)군은 “롱패딩이 유행인 것도 있지만 내가 가진 옷 중에 제일 따뜻하다”면서 “교복은 아무리 동복이어도 얇은데, 롱패딩은 발목을 빼고는 다 덮을 수 있어 따뜻하다. 자리에 앉으면 방석도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복을 입는 청소년들에게 롱패딩은 일종의 ‘생존템’(생존용 아이템)이었다. 사복을 입을 때에는 스웨터나 니트를 껴입을 수 있지만 교복은 보온성이 떨어져 체온을 유지하려면 롱패딩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교칙으로 교복 위 카디건이나 후드 등을 착용하지 못하게 하는 학교가 많다는 점도 롱패딩 착용을 확산시킨 요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학생 김모(15)양은 “등교할 때 교복 치마를 입으면 다리가 얼어버릴 것 같은데, 그렇다고 체육복을 입고 등교했다간 교문 복장 검사에 걸린다”면서 “교복 치마 속에 체육복을 입고 바지 끝을 걷고 나서 롱패딩을 입으면 체육복을 입은 것이 가려져 복장 검사를 피할 수 있다”고 했다. 학생들이 입는 롱패딩의 색깔은 십중팔구 검은색 혹은 남색 등 어두운 계열이다. 흰색, 분홍색, 줄무늬, 체크무늬를 입는 학생은 극소수다. 롱패딩 착용을 통해 친구들 사이에서 튀려고 하기보다 비슷한 색깔을 입으며 소속감을 느끼려는 청소년이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0대들이 주로 찾는 롱패딩 브랜드는 리복, 뉴발란스, 푸마 등 캐주얼 브랜드다. 아이더, 스파이더, 콜롬비아 등 아웃도어 브랜드는 실용성을 따지는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독특한 디자인을 찾는 학생들은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나 널디에 눈길을 돌린다고 한다.●롱패딩 판매량 전년보다 30~40% 늘어 롱패딩은 농구 선수를 비롯해 벤치 신세를 지는 운동선수들이 주로 입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벤치 파카’라고 불렸다. 연예인들이 야외 촬영장에서 체온을 유지하려고 입는 옷이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2월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평창 롱패딩’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세 방한복’으로 자리매김했다. 의류업계에 따르면 2017~2018년 겨울철 패딩 판매량의 약 30%인 300만점이 ‘롱패딩’이라고 한다. 지난해 10월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의 패딩 판매량은 전년보다 40% 증가했다. 의류업체 관계자는 “선판매를 제외하고 할인 프로모션 전략을 쓰지 않는 ‘노세일 브랜드’임을 고려하면 이 정도 수준의 판매량 증가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이더의 지난해 롱패딩 판매율도 전년과 비교해 30% 올랐다. 한 아웃도어 브랜드 관계자는 “2019년 롱패딩 유행 코드는 ‘김밥말이’ 스타일”이라면서 “전체적으로 라인이 없고 펑퍼짐해서 이불에 폭 싸인 듯한 느낌을 주는 게 포인트다. 길이는 발목과 정강이까지 덮을 정도로 길어야 하고, 모자도 머리 두 개는 들어갈 정도로 넉넉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더플코트’가 부의 상징이었다. 떡볶이 모양의 토글(단추 장식)이 달려 ‘떡볶이 코트’라고도 불린 이 코트는 당시 부유층 자녀만 주로 입었다. 2000년대에는 ‘골텍스’, ‘윈드스토퍼’ 등 방수·바람막이 점퍼가 큰 인기를 끌었다. 상체만 두툼하게 덮는 오리털 점퍼도 함께 유행했다. 2010년 이후에는 ‘노페’(노스페이스) 열풍이 불었다. 노스페이스 브랜드 자체가 학생들의 ‘교복’ 브랜드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실제 2012년 1월 미국 방송 CNN에는 ‘노스페이스 점퍼가 한국에서 뜻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산악인이나 운동선수를 위한 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페이스가 어떻게 한국에서 중·고교생의 ‘교복’이 됐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패딩의 색깔에 따라 학생 사이에선 계급이 형성됐고 ‘빨간색’ 패딩이 최고 계급으로 분류됐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미래유산 톡톡] 1960년대 도시 빈부격차의 냉혹함을 보여 준 영화

    [미래유산 톡톡] 1960년대 도시 빈부격차의 냉혹함을 보여 준 영화

    무형의 서울미래유산인 영화 ‘맨발의 청춘’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시기인 1964년에 제작됐다. 1964년은 외화수입 규제로 한국영화 관객 수가 외화를 앞질렀던 해이다. 영화에서 1960년대 서울의 거리 풍경을 흑백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영화에는 도시 공간 속에서 두수로 대변되는 도시빈민 젊은이들과 요안나로 대변되는 부의 공간이 극명하게 대립돼 있다. 두수의 공간은 트위스트가 흘러나오는 음악감상실과 다방, 담배연기가 자욱한 당구장, 레슬링 경기가 열리는 장충체육관이다. 요안나의 공간은 서양식 고급주택과 클래식 음악당, 명문여대이다. 데이트 비용을 마련하려고 공갈협박을 하다 유치장에 가는 두수에게서 당시 도시빈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영화는 서울의 이미지를 극적이고 대조적으로 담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 요안나는 서구식 화려한 대형 장례차에, 두수는 거적에 덮인 채 초라하게 달구지에 실려 가는 장례식 장면으로, 죽음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도시 빈부격차의 냉혹함을 보여 준다. 영화를 관람했던 대다수의 젊은 관객들은 극적인 대비를 보이는 요안나와 두수 같은 환상적 캐릭터보다 농촌으로 돌아가겠다고 오열하는 두수의 친구 아가리와 비슷한 처지였다. 비극적 결말의 영화 내용과는 달리 주인공이었던 신성일과 엄앵란은 실제로 결혼해 영화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쉬움을 달래 줬다.중구 명동길 35에 위치한 미래유산 ‘명동예술극장’은 옛 명동 국립극장 건물을 복원해 새롭게 문을 연 연극 전문 공연장이다. 1934년 ‘명치관’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서 1973년까지 영화관, 공연장, 예술극장 등 한국문화예술의 선구자 역할을 해 왔다. 중간에 ‘대한투자금융’의 명동지점으로 사용되다가 문화계의 ‘극장 되찾기 운동’을 통해 2009년 ‘명동예술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공간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활주체들의 삶의 궤적을 남기며 끊임없이 생성, 변천, 소멸된다. 이소영 해설자·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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