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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 “1인치 장벽 허물어져… 할리우드 진출? 다 계획이 있다”

    봉준호 “1인치 장벽 허물어져… 할리우드 진출? 다 계획이 있다”

    “칸에서 시작된 긴 여정 행복하게 마무리” 서울 도심·런던 배경 차기작 2편 준비 중 송강호 “20년 봉준호 리얼리즘의 완성작” 이선균 “오스카 선 넘어” 조여정 “최고 생일”“제가 1인치 장벽 얘기를 했지만, 때늦은 소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유튜브 스트리밍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이미 모두가 연결돼 있습니다. 이제는 외국어 영화가 이런 상을 받는 게 ‘사건’으로 취급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 인터뷰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날 거둔 쾌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어 LA 시내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 호텔에서 열린 한국 취재진 대상 간담회에서는 “당황스럽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며 “칸영화제에서 시작된 긴 여정이 행복하게 마무리된다고 생각한다”며 오스카 4관왕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봉 감독은 빈부격차, 계급갈등 등 한국의 사회상을 다룬 영화 ‘기생충이’ 보편성을 획득한 이유에 대해 “전작인 ‘옥자’는 한국과 미국 프로덕션이 합쳐진 것이었지만,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것들로 가득 차서 오히려 가장 넓게 전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었던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아카데미는 로컬 영화상”이라는 이전 발언에 대한 질문에는 “국제극영화상을 받을 때 수상 소감을 통해 간접적으로 밝혔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목이 바뀐 상을 처음 받아 영광이고, 오스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지지하고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기에 ‘기생충’도 이 시상식에 공헌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진출 계획을 묻자 ‘기생충’ 속 명대사 “계획이 있다”를 인용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일은 해야 하고 20년 동안 계속 일해 왔다”며 “오스카와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기 전에 계속 준비하던 게 있고, 그걸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봉 감독은 차기작으로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공포 상황에 대한 한국어 영화와 2016년 런던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어 영화 두 편을 준비 중이다. ‘봉준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 송강호는 이날 간담회에서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20년 봉준호 리얼리즘의 완성 지점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봉 감독의 영화에 다시 출연하는데 “다섯 번째는 확신을 못 하겠다. (기택 역을 하면서) 너무 힘들었다”며 “다음에는 박 사장 역(이선균 분)이라면 생각해 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선균은 “저희가 넘지 못할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보니 오스카가 선을 넘은 것 같다”고 기쁨을 전했다. 시상식 당일 생일을 맞은 조여정이 “배우로서 최고의 생일이었다. 몰래카메라 같이 믿어지지 않았다”며 환하게 웃자 송강호는 “저는 내일이 음력 생일”이라고 거들었다. 봉 감독과 함께 작품상을 수상한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1개 트로피만 받아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4개 부문을 받아서 한국 분위기가 어떨지 상상을 못 하겠다”면서 “투표해서 작품상을 받는다는 것은 전 세계 영화에 어떤 변화, 영향을 미치는 시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봉준호 “1인치 장벽 허물어져…할리우드 진출? 다 계획이 있다”

    봉준호 “1인치 장벽 허물어져…할리우드 진출? 다 계획이 있다”

    “제가 1인치 장벽 얘기를 했지만, 때늦은 소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유튜브 스트리밍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이미 모두가 연결돼 있습니다. 이제는 외국어 영화가 이런 상을 받는 게 ‘사건’으로 취급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 인터뷰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날 거둔 쾌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어 LA 시내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 호텔에서 열린 한국 취재진 대상 간담회에서는 “당황스럽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며 “칸영화제에서 시작된 긴 여정이 행복하게 마무리된다고 생각한다”며 오스카 4관왕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봉 감독은 빈부격차, 계급갈등 등 한국의 사회상을 다룬 영화 ‘기생충이’ 보편성을 획득한 이유에 대해 “전작인 ‘옥자’는 한국과 미국 프로덕션이 합쳐진 것이었지만,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것들로 가득 차서 오히려 가장 넓게 전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아카데미는 로컬 영화상”이라는 이전 발언에 대한 질문에는 “국제극영화상을 받을 때 수상 소감을 통해 간접적으로 밝혔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목이 바뀐 상을 처음 받아 영광이고, 오스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지지하고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기에 ‘기생충’도 이 시상식에 공헌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진출 계획을 묻자 ‘기생충’ 속 명대사 “계획이 있다”를 인용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일은 해야 하고 20년 동안 계속 일해 왔다”며 “오스카와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기 전에 계속 준비하던 게 있고, 그걸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봉 감독은 차기작으로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공포 상황에 대한 한국어 영화와 2016년 런던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어 영화 두 편을 준비 중이다. ‘봉준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 송강호는 이날 간담회에서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20년 봉준호 리얼리즘의 완성 지점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봉 감독의 영화에 다시 출연하는데 “다섯 번째는 확신을 못 하겠다. (기택 역을 하면서) 너무 힘들었다”며 “다음에는 박 사장 역(이선균 분)이라면 생각해 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선균은 “저희가 넘지 못할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보니 오스카가 선을 넘은 것 같다”고 기쁨을 전했다. 시상식 당일 생일을 맞은 조여정이 “배우로서 최고의 생일이었다. 몰래카메라 같이 믿어지지 않았다”며 환하게 웃자 송강호는 “저는 내일이 음력 생일”이라고 거들었다. 봉 감독과 함께 작품상을 수상한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1개 트로피만 받아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4개 부문을 받아서 한국 분위기가 어떨지 상상을 못 하겠다”면서 “투표해서 (우리가) 작품상을 받는다는 것은 전 세계 영화에 어떤 변화, 영향을 미치는 시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30년 전보다 소득 늘어도… 한국인 행복지수 그대로

    30년 전보다 소득 늘어도… 한국인 행복지수 그대로

    한국인의 행복 수준이 30년 전과 마찬가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1개국 중 23위에 머무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득 수준이 향상됐지만 양극화에 따른 소득 격차가 확대됐고, 건강은 좋아졌지만 안전에 관한 행복도는 크게 낮아졌다. 5일 한국경제학회 한국경제포럼에 실린 ‘행복지수를 활용한 한국인의 행복 연구’에 따르면 물질적·사회적 기반에 관한 행복지수는 1990년과 2017년 모두 OECD 31개국 가운데 23위였다. 한국의 소득 수준은 1990년 OECD 28위였으나 2017년 20위로 8계단 올라섰다. 당시 6516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9743달러로 크게 올랐다. 하지만 안전에 관한 지수는 1990년 15위로 중위권이었으나 2017년 30위로 떨어졌다. 한국인이 체감하는 심리적 안전 수준이 악화됐고 자살률도 올라갔기 때문이다. 소득 격차는 1990년 21위에서 2017년 27위로 6계단 내려왔다. 국민들의 전체적인 소득 수준이 높아졌지만 빈부 격차는 더 벌어지며 행복도를 끌어내린 것이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임정욱의 혁신경제] 글로벌 콘텐츠 강국이 될 기회

    [임정욱의 혁신경제] 글로벌 콘텐츠 강국이 될 기회

    CES 2020에 다녀왔다. 매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는 전 세계 약 4500개 기업과 17만명이 참관하는 거대한 종합기술전시회다.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국 기업의 참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말이 있어서 그런가 봤다. 중국의 참가 기업 수는 1300여곳으로 여전히 많다. 하지만 예전처럼 첨단 신기술 제품을 내놓으며 뽐내는 중국 회사의 호기나 위세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CES에서의 명맥을 이어 나가기 위해 건성으로 부스를 유지하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화웨이 전시관이 그랬다. 이렇게 중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측면도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중국 별거 아니었네” 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CES 이후 바로 중국 베이징 출장을 다녀왔다. 중국 최대급의 정보기술(IT)전자기업과 인공지능기업에 방문했다. 방문객을 위한 자사 홍보체험관에서 보여 주는 각종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과 첨단기기들이 CES에서 본 것에 못지않았다. 트럼프 때문에 중국이 잠시 몸을 움츠리고 있을 뿐이지 미국과 중국의 테크 패권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란 인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 공룡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의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 중국에서 일하는 한국인과 대화하다가 그 실마리 중 하나를 잡을 수 있었다. 바로 콘텐츠다. 나는 영어, 일본어에 이어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느끼는 애로사항이 하나 있다. 공부에 도움이 되는 재미있는 콘텐츠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중국어로 된 흡인력 있는 영화나 드라마 등 콘텐츠를 만나기가 어렵다. 영어를 공부할 때는 할리우드 영화나 미드 등 재미있는 콘텐츠가 널려 있다. 반복해서 보면 저절로 공부가 된다. 미드 ‘프렌즈’를 통해 영어회화를 익혔다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일본어도 마찬가지다. 나는 흥미진진한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대학 시절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익혔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등 흥미로운 소설콘텐츠도 널려 있다. 독학으로 일본어를 익힌 분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이런 콘텐츠를 통해 배웠다는 반응이 많다. 그런데 중국어로 된 좋은 콘텐츠는 만나기 어렵다. 나뿐이 아니라 중국어를 공부하는 분들 상당수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다. 중국 영화나 드라마가 있지만, 재미가 없어 계속 보기 어렵다. ‘의천도룡기’ 같은 인기드라마가 있지만, 예전 콘텐츠이고 사극이라 요즘 중국어 표현을 익히기는 어렵다. 요즘 흥행하는 중국 영화도 있지만 계몽성이 강하고 중국 중심이라 중국인이 아닌 경우에 공감하기 어렵다. 왜 이런가 물어보니 워낙 콘텐츠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검열과 제재가 강해서 그렇단다. 소설이나 영화 같은 창작물은 더욱 그렇다. 사회 부조리를 비꼬는 통렬한 풍자와 비유, 묘사 등이 있어야 하는데 중국에서는 당국의 규제를 받다 보면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선정적이나 폭력적인 장면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당국의 입맛에 맞지 않는 내용이 들어가면 검열한다.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상 수상까지 노리는 영화 ‘기생충’이 중국에서는 지난해 상영이 취소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제재를 받은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회 빈부격차를 다룬 내용이라 그럴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는 사극밖에 못 만든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나온다. 그런데 그 사극의 단골소재인 권력투쟁, 치정, 암투도 다루기 쉽지 않다. 반면 우리는 세계인의 감성에 맞는 케이팝, 영화, 드라마 등을 더 많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유튜브를 비롯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글로벌한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이 쏟아져 나오는 글로벌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한국이 콘텐츠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큰 기회다. 콘텐츠소비에 국경이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통한 케이팝의 글로벌한 성공이 그 방증이다. 중국의 IT대기업에서 일하는 한 한국인은 “재미있는 콘텐츠에 목말라하는 중국인들에게 한국 콘텐츠가 좋은 답”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중 관계가 해빙하는 지금이 중국에 들어갈 적기라는 것이다. 글로벌 미디어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지금이 한국이 글로벌 콘텐츠 강국으로 부상할 기회다.
  • GDP 훈풍 분 中… 최대 과제는 빈부격차 해소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처음으로 1만 달러를 돌파했다. 경기 침체 속에 미중 무역전쟁까지 격화하는 와중에도 지난해 6%대 경제성장률을 지켜냈다. 지난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9년 1인당 GDP는 7만 892위안(약 1만 314달러·약 1197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닝지쩌 국가통계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1인당 국내총생산이 사상 처음으로 1만 달러를 돌파한 것은 중국 경제의 발전이 질적으로 나아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2019년 중국의 GDP는 전년보다 6.1% 성장한 99조 865억 위안을 기록했다. 성장률은 2018년보다 0.5% 포인트 낮아졌다. 톈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 여파로 3.9% 성장에 그쳤던 1990년 이후 29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닝 국장은 “나라 안팎에서 위험과 도전이 커지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금융·무역·투자 등 국가경제 전반에서 안정적 발전을 이루며 주요 목표치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지난해 경제성장 목표치를 ‘6.0~6.5%’ 박스권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심각한 빈부 격차 해소가 중국 정부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2017년 중국의 지니계수는 0.467로 0.5에 가깝다. 불평등의 척도로 쓰이는 지니계수가 0.4를 넘으면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는 의미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심각한 빈부 격차는 공산당 일당 통치의 명분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의 2018년 1인당 가처분소득은 4000달러 수준으로 멕시코의 4분의1에 불과하다. 서민들이 버는 돈으로는 살인적인 부동산 가격 등을 부담할 수 없는 가운데 날로 빈부 격차가 심화돼 사회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하루 330원만 쓴 24세 중국 여대생, 결국 사망 ‘中 충격’

    하루 330원만 쓴 24세 중국 여대생, 결국 사망 ‘中 충격’

    5년 동안 남동생 치료비 보태려고 하루 330원만 쓴 24세 중국 여대생이 뒤늦은 도움의 손길에도 결국 목숨을 잃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 데일리메일 등은 지난 수년간 하루 2위안(약 335원)만으로 생활하다 영양실조로 병원에 입원한 사연으로 지난해 10월 주목받았던 중국 여대생 우화옌이 13일에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남동생은 베이징청년보와의 인터뷰에서 누나의 죽음을 알렸다. 우화옌 남매가 살아온 마을의 당국도 우화옌의 사망 사실을 현지 언론에 확인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우화옌은 할머니와 남동생을 돌보며 매우 어렵게 살아왔다. 그나마 삼촌이 매달 주는 300위안((약 4만 9650원)의 대부분도 정신병을 앓고 있는 남동생 치료비로 들어갔다. 우화옌은 약 5년간 쌀밥과 고추만 먹으며 연명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화옌의 딱한 사연이 중국 언론에 소개된 것은 지난해 10월이었다. 24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키 135㎝에 몸무게 20㎏의 왜소한 체구에 극도의 영양실조인 우화옌의 모습을 찍은 사진은 중국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던졌고, 극단적인 빈부격차에 대한 분노가 제기됐다. 그녀의 사연이 알려지자 구이저우성 퉁런(同仁)시 당국은 2만 위안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네티즌들도 성금에 참여해 약 80만 위안이 모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지원에도 불구하고 극빈생활로 인한 우화옌의 건강을 되살리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지 언론을 통해 우양의 사연이 알려지며 중국 사회는 깊은 충격에 빠졌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기자들 체감 언론 자유도 2009년 이후 최고

    기자들 체감 언론 자유도 2009년 이후 최고

    언론인들은 언론 자유도가 예전보다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언론인 1956명을 설문조사해 13일 발표한 ‘2019 언론인 조사’에 따르면, ‘언론 자유도’는 5점 만점에 3.31점을 기록했다. 언론 자유도는 2007년 3.35점이었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점차 떨어졌고 직전 조사인 2017년 2.85점으로 최하를 기록했다. 언론 자유를 직·간접적으로 제한하는 요인으로 ‘광고주’(68.4%)를 1순위로 꼽았다. 이어 ‘편집·보도국 간부’(52.7%), ‘사주·사장’(46.4%) 순이었다. 디지털 뉴스 유통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플랫폼은 ‘포털’(65.4%)이었다. 이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16.7%,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이 13.3%였다. 언론 보도 문제 가운데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5점 만점에 4.36점이었다. 이어 ‘낚시성 기사’(4.33점), ‘어뷰징 기사’(4.31점), ‘언론사의 오보’(4.27점) 순이었다. ‘광고성 기사’(3.96점)는 점수가 낮았다. 가짜뉴스 해결방안으로는 ‘언론사의 정확한 정보 제공’이 4.55점으로 가장 높았다. ‘플랫폼 사업자의 사회적 책무성 강화’(4.36점)나 ‘팩트 체킹·가짜뉴스 검증 시스템 등에 대한 지원’(4.27점) 등도 대응 방안이라 답했다. 직업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11점 만점에 6.19점으로, 지난 조사 5.99점 대비 소폭 상승했다. 보수, 승진 가능성 등 여덟 개 직업 환경요인별 만족도는 ‘업무 자율성’이 5점 만점에 3.59점으로 가장 높았고, ‘승진 가능성’(2.92점), ‘직업의 안정성’(2.91점) 등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직업의 성장 가능성’(2.62점), ‘노후 준비’(2.21점)의 점수가 가장 낮았다. 언론이 가장 비중 있게 다뤄야 하는 사회 현안(복수응답)에 관해서는 ‘빈부격차 해소’(45.0%)와 ‘부정부패 청산’(42.2%)을 들었다. 언론인 조사는 4년, 또는 2년마다 실시하며 올해로 14회째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정승민의 막론하고] ‘옳음’보다 ‘친절함’이 먼저다

    [정승민의 막론하고] ‘옳음’보다 ‘친절함’이 먼저다

    딱 1년 전 요맘때다.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고운 이빨을 보듯’ 하는 정초에 10대 두 명이 칼부림까지 벌이는 동영상이 날아왔다. 화면에는 가게 입구를 철통처럼 막아선 시민들의 모습이 생생했다. 문 앞에서 사람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와중이다. 온당한 대응이었다는 논란은 차치하고 유리문을 경계로 서 있는 자와 넘어진 자는 양극화된 사회의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 아무튼 아생연후(我生然後)다. 눈앞의 폭력이 마치 보이지 않는 것처럼 처신해야 심신을 보존하는 법이다. 하지만 우리의 안락한 저녁을 위해 누군가에게 빗장을 거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다. 금을 긋고 문을 닫는 것은 도움이 간절한 이들을 외면하고 추방하는 또 하나의 폭력이 아닌가.  실제로 근대국가는 땅에 그어진 국경선 내부의 사람들을 보호하고 책임지면서 성립됐다. ‘경계선과 정치’라는 짧은 글에서 정치학자 스기타 아쓰시는 경계 안쪽의 사람들, 즉 국민들의 희생이나 고생에 눈을 감지 않는 나라가 주권국가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사람과 재화가 자유롭게 옮겨 다니는 세계화가 찾아오면서다. 강자나 부자는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기회를 타고 양극화의 대하를 만들어냈다. 몇 년 전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세계의 억만장자 62명이 36억명의 부를 갖고 있다고 보고했다. ‘1대99’로 표상되는 초(超)불평등 사회는 약자나 빈자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간다.  이렇게 되면 국가는 안녕치 못하다. 선진국 프랑스부터 개도국 에콰도르까지 어디서나 치안은 악화되고 미래는 컴컴하다. 빈부격차를 그린 영화 ‘기생충’과 ‘조커’에 대한 세계인의 호응은 양극화가 글로벌 차원에서 구축됐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부나 힘의 ‘절대적 비대칭성’은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갈까.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는 각각 다른 두 국민’이라는 마르크시즘의 관점을 원용하면 통합체로서의 근대국가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작고한 ‘세계체제론’의 주창자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국가주권이 쪼개지고 지역적 위계가 형성되는 ‘신봉건주의’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암흑시대로 수식되는 중세와 같은 미래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게다가 지금 인류는 진화 이래 가장 중대한 분기점을 맞고 있다. 인공지능과 유전공학 등 제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로 새로운 종의 출현, 즉 빈자와 부자 간에 심각한 생물학적 분화가 생겨날 가능성이 짙다. 호모사피엔스를 뛰어넘는 새 인종과 기존의 인류를 주인과 노예의 도식에 대입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상만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으로서 응당한 대접을 못 받는다고 느낄 때 파멸을 자초하고서라도 항거하는 것이 인간의 특성이다. 스크린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진 살인들도 대부분 ‘나를 깔보았다’는 데서 시작된다. 따져보면 인류나 한국 사회에 대한 주된 위협은 신인류나 북핵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경계를 나눠서 소외와 차별을 강요하는 야만적 문화에서 나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저 편과 이 편, 재벌가와 노숙인을 아무리 떼어놓아도 근본적인 배제는 불가능하다.  그럴 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상투적으로 국가의 역할을 주문하지만 한층 시급한 것은 사람에 대한 배려다. 기원전에 쓰인 ‘시학’은 비극의 캐릭터들이 큰 잘못으로 불행에 빠진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악의 없는 실수나 결함(hamartia)이 참혹한 사태로 커져가는 것이 다반사다. 남의 마음을 살피지 않을수록 돌아오는 것은 야만이다. ‘남다른 외모’의 친구를 놓고 느낀 그대로를 거침없이 발산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가르침은 단호하다. ‘옳음과 친절함 중에 하나를 정해야 한다면 친절함을 선택하라.’(영화 ‘원더’에서)  그러니 새해에는 솔직함을 명분으로 누구에게든 날것 그대로의 생각을 터뜨리지 말자. 예의가 먼저다.
  • [정승민의 막론하고] ‘옳음’보다 ‘친절함’이 먼저다

    [정승민의 막론하고] ‘옳음’보다 ‘친절함’이 먼저다

    딱 1년 전 요맘때다.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고운 이빨을 보듯’ 하는 정초에 10대 두 명이 칼부림까지 벌이는 동영상이 날아왔다. 화면에는 가게 입구를 철통처럼 막아선 시민들의 모습이 생생했다. 문 앞에서 사람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와중이다. 온당한 대응이었다는 논란은 차치하고 유리문을 경계로 서 있는 자와 넘어진 자는 양극화된 사회의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 아무튼 아생연후(我生然後)다. 눈앞의 폭력이 마치 보이지 않는 것처럼 처신해야 심신을 보존하는 법이다. 하지만 우리의 안락한 저녁을 위해 누군가에게 빗장을 거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다. 금을 긋고 문을 닫는 것은 도움이 간절한 이들을 외면하고 추방하는 또 하나의 폭력이 아닌가.  실제로 근대국가는 땅에 그어진 국경선 내부의 사람들을 보호하고 책임지면서 성립됐다. ‘경계선과 정치’라는 짧은 글에서 정치학자 스기타 아쓰시는 경계 안쪽의 사람들, 즉 국민들의 희생이나 고생에 눈을 감지 않는 나라가 주권국가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사람과 재화가 자유롭게 옮겨 다니는 세계화가 찾아오면서다. 강자나 부자는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기회를 타고 양극화의 대하를 만들어냈다. 몇 년 전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세계의 억만장자 62명이 36억명의 부를 갖고 있다고 보고했다. ‘1대99’로 표상되는 초(超)불평등 사회는 약자나 빈자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간다.  이렇게 되면 국가는 안녕치 못하다. 선진국 프랑스부터 개도국 에콰도르까지 어디서나 치안은 악화되고 미래는 컴컴하다. 빈부격차를 그린 영화 ‘기생충’과 ‘조커’에 대한 세계인의 호응은 양극화가 글로벌 차원에서 구축됐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부나 힘의 ‘절대적 비대칭성’은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갈까.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는 각각 다른 두 국민’이라는 마르크시즘의 관점을 원용하면 통합체로서의 근대국가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작고한 ‘세계체제론’의 주창자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국가주권이 쪼개지고 지역적 위계가 형성되는 ‘신봉건주의’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암흑시대로 수식되는 중세와 같은 미래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게다가 지금 인류는 진화 이래 가장 중대한 분기점을 맞고 있다. 인공지능과 유전공학 등 제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로 새로운 종의 출현, 즉 빈자와 부자 간에 심각한 생물학적 분화가 생겨날 가능성이 짙다. 호모사피엔스를 뛰어넘는 새 인종과 기존의 인류를 주인과 노예의 도식에 대입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상만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으로서 응당한 대접을 못 받는다고 느낄 때 파멸을 자초하고서라도 항거하는 것이 인간의 특성이다. 스크린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진 살인들도 대부분 ‘나를 깔보았다’는 데서 시작된다. 따져보면 인류나 한국 사회에 대한 주된 위협은 신인류나 북핵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경계를 나눠서 소외와 차별을 강요하는 야만적 문화에서 나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저 편과 이 편, 재벌가와 노숙인을 아무리 떼어놓아도 근본적인 배제는 불가능하다.  그럴 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상투적으로 국가의 역할을 주문하지만 한층 시급한 것은 사람에 대한 배려다. 기원전에 쓰인 ‘시학’은 비극의 캐릭터들이 큰 잘못으로 불행에 빠진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악의 없는 실수나 결함(hamartia)이 참혹한 사태로 커져가는 것이 다반사다. 남의 마음을 살피지 않을수록 돌아오는 것은 야만이다. ‘남다른 외모’의 친구를 놓고 느낀 그대로를 거침없이 발산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가르침은 단호하다. ‘옳음과 친절함 중에 하나를 정해야 한다면 친절함을 선택하라.’(영화 ‘원더’에서)  그러니 새해에는 솔직함을 명분으로 누구에게든 날것 그대로의 생각을 터뜨리지 말자. 예의가 먼저다.
  • 각국 ‘민영화’ 몸살… 반정부 시위 도미노

    공공요금 인상·고용불안 등 우려 확산 빈부격차 커지자 세계 곳곳 민심 폭발 伊, 잦은 사고에 도로 등 공공재로 유지 佛 헌재, 마크롱 국제공항 민영화 제동 칠레는 연금·온두라스는 의료부문 반기 신자유주의를 타고 전 세계를 휩쓸었던 공공서비스 민영화 정책이 세계 곳곳에서 거센 벽에 부딪히고 있다. 공공서비스의 국민 혜택이 이를 운영하는 기업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는 공기업 부채 문제를 해소하려고 민영화에 나섰지만, 빈부격차의 임계점에 선 시민들은 공공서비스 이용료마저 쉼없이 오른다며 거리로 나섰다. 도로·가스시설 등의 안전관리 및 고용불안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위 ‘민영화 만능론’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패션그룹 베네통의 자회사인 아틀란티아가 보유한 고속도로 운영권을 회수하는 데 드는 보상금 액수를 220억 유로(약 28조원)에서 70억 유로(약 9조원)로 삭감하는 법령을 잠정 승인했다. 민간 기업의 운영권을 조기 회수할 때 계약금 위반에 따른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귀책 사유가 있는 회사일 경우 보상금을 삭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해당 업체는 이탈리아 고속도로의 절반인 약 3000㎞ 구간의 운영권을 2038년까지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모란디대교가 붕괴해 43명이 사망했고, 관리 소홀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운영권 회수 여론이 높아졌다. 해당 법안이 완전히 통과되면 운영권은 국영 도로관리 업체로 넘어간다. 국회 동의를 앞두고 우파 진영이 운영권 회수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 향후 큰 논란이 예상된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지난해 11월 대중교통을 민영화하는 방안에 대해 주민투표를 했지만 부결됐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멈춤 등의 사고가 빈번하지만 시민들은 공공재로 유지하는 편을 택한 셈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공기업 민영화 행보도 지난 5월 제동이 걸렸다. 파리국제공항인 ‘샤를드골’과 ‘오를리’의 민영화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야권의 주장을 수용했다. 지난해에는 공기업 민영화에 반대하는 프랑스 에너지노조가 마크롱 대통령의 집무실이자 관저인 엘리제궁에 대한 가스 공급을 차단했다. ‘먹을 게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냄비를 두드리는 남미의 최근 시위 역시 민영화 정책과 무관치 않다. 1980년대 연금 민영화를 시작한 칠레는 1990년대 미국, 캐나다, 한국 등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언급됐다. 하지만 연금 민영화는 사회복지 축소 및 소득분배 악화로 이어졌다. 온두라스에서도 지난 4월 보건·의료부문 민영화에 대한 반대 시위가 불거졌고,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대통령의 퇴진 시위로 이어졌다. ‘우리 자산을 산다면 화웨이도 좋다’며 연방정부 소유 공기업 130여개 중 12개를 제외하고 모두 민영화하겠다고 나선 브라질 역시 국민 10명 중 7명꼴로 민영화에 반대하고 있다. 반민영화 물결의 배경에는 공공요금 인상, 고용불안, 대기업 쏠림 현상 등이 깔려 있다. 다만 공공서비스 민영화를 모두 부정적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산유 부국 베네수엘라의 몰락이 대표적 사례다. 우고 차베스 정권이 포퓰리즘에 따라 무작정 자원을 퍼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석유·철강 등 국가 전략산업의 재국유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원고에 스며든 취준생 아픔 오롯이… 퀴어·페미니즘은 한 걸음 더

    원고에 스며든 취준생 아픔 오롯이… 퀴어·페미니즘은 한 걸음 더

    총 1607명 응모… 시 3002편 등 4248편 시 11명·소설 8편 본심에… 새달 1일 발표 단편소설·동화·평론 여성 이슈 두루 등장 시·시조 내면과 역사 담으려는 시도 활발 희곡 가족해체·노인·빈부격차 문제의식“구직·이직·실직 등 취업과 관련한 청년 세대들의 서사가 절반 이상이었어요. 동남아나 유럽 등 실제 젊은 세대들이 가 본 이국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여행 서사도 눈에 띄었습니다.”(김태용 작가) 지난 4일 마감한 2020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곳곳에서 문청(文靑)들의 원고가 날아들었다. 군복 차림의 장병이 수줍게 전하기도 했고 미국과 호주, 중국 등 멀리 해외에서, 교도소에서도 작품들이 날아들었다. 원고지에 육필로 눌러쓴 원고, 삽화를 곁들인 시에 꼼꼼한 자기소개까지 한 해를 꼬박 기다린 마음들이 살뜰했다. 올해 응모 인원은 1607명, 응모작은 총 4248편이었다. 분야별로는 시 3002편, 단편소설 483편, 동화 175편, 희곡 92편, 시조 481편, 평론 15편이다. 모든 분야에서 지원자가 작년보다 소폭 증가했다. 단편소설에서는 1인칭 화자를 중심으로 한 개인적인 이야기에 천착했다는 평이 많았다. 예심 심사를 맡은 편혜영 작가는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것 위주로, 이야기의 규모가 작아 중심 서사가 작은 게 큰 특징”이라며 “가족 구성원의 상실, 특히 아이 잃은 부부 얘기가 많은 것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붐이었던 SF 소설도 간혹 있었지만 로봇이 등장할 뿐 설득할 만한 근거를 내세우지 못했다는 평이 뒤를 이었다. 올해 문단을 휩쓴 퀴어·페미니즘 이슈는 소설, 동화 등에 두루 등장했다. 소설 예심 심사를 맡은 강경석 문학평론가는 “퀴어 당사자의 이야기를 넘어 퀴어 부모를 바라보는 자녀의 시선을 담은 작품 등 서사가 다양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동화에서도 여성을 조명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유영진 아동문학평론가는 “동화에서 서사의 추동력을 가진 인물이 주로 남성이었다는 반성이 많았는데, 사건을 끌고 가는 핵심 인물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도 여자아이가 다수였다”고 말했다. 평론에서도 문보영, 박민정, 강성은, 백수린, 박솔뫼, 최정화 등 여성 시인·소설가들에 대한 작가론이 많았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문학사에 천착하기보다 동시대의 첨예한 의제를 드러내는 작가, 작품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평했다. 조연정 평론가는 “문장의 가독성이나 글의 완결성 등 당선권 작품들이 작년보다 많았다”면서 “최근 문인들이 독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이들의 존재가 점차 확장되고 있는데, 이런 변화를 포착하는 글이 대거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시와 시조에서는 개인의 내면 풍경에 침잠하는 한편 지금 여기의 역사를 담으려는 시도가 활발했다. 시 예심을 맡은 오은 시인은 “기본적으로 이력서, 자소서 등을 제목으로 하는 청년 세대의 생활 밀착형 시가 많았다”면서도 “광화문광장이나 홍콩 민주화 사태, 시리아 난민 이슈 등 시의적인 것으로 현장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는 시도도 보였다”고 소개했다. 시조 심사를 맡은 이송희 시조시인은 “촛불집회, 위안부 소녀상 등 광장의 역사에 현대적 소재를 담아 재해석하려는 글들이 있었다”며 “자유시에서는 자주 등장했으나 시조에서는 드물었던 도치, 역설 같은 어법을 써서 언어의 묘미를 살리려는 실험정신이 엿보였다”고 분석했다. 희곡에서는 가족의 해체와 노인 문제, 빈부 격차에 관한 문제의식이 도드라졌다. 심사를 맡은 송한샘 뮤지컬 프로듀서는 “가족의 해체와 그 안에서 개개인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고독, 전통적인 가치관과 현실적 이해관계의 충돌이 빚는 현실을 그린 작품이 많았다”며 “사랑 그 자체를 다루는 작품은 보이지 않아 ‘사랑’이라는 감정을 말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해석했다. 함께 심사한 민준호 연출은 “기본적으로 희곡은 연극을 위한 매개이기 때문에 읽는 가치를 넘어 관객들과 면대면으로 만났을 때의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심사했다”고 평가 배경을 설명했다. 예심 결과 시는 11명의 작품이, 소설은 8편이 본심에 올랐다. 당선 결과는 이달 말까지 개별 통보하고 내년 1월 1일 자 서울신문 신년호에 심사평과 함께 발표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원혜영·백재현이 댕긴 민주 중진 용퇴론

    원혜영·백재현이 댕긴 민주 중진 용퇴론

    元, 총리 후보 거론엔 “내 결정 사안 아냐”더불어민주당 5선 원혜영(경기 부천시 오정구) 의원과 3선 백재현(경기 광명시갑) 의원이 11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전당대회 때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대표를 제외하고 중진급 중에서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초선 이철희, 표창원, 이용득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멈춘 당내 쇄신 작업이 재개될지 주목되고 있다. 원 의원과 백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적으로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풀무원 창업주이자 부천시장, 원내대표 등을 지냈고 차기 국회의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원 의원은 “이제 저는 저의 소임을 마치지만 그동안 뜻을 같이해온 여러 동료·후배 정치인들이 그 소임을 다해줄 것이라 믿고 기대한다”고 했다. 또 차기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선거는 내 결단이지만 그건 제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 정책위의장, 경기도당위원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을 지낸 백 의원은 “대한민국이 실질적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저출산 고령화와 빈부격차 해결, 혁신성장과 남북 관계 화해의 길, 후진적 정치시스템 개선 등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며 “남아 있는 숙제는 이제 후배 정치인들에게 부탁드리려 한다”고 했다. 두 의원은 불출마 선언이 당내 쇄신 곧 ‘물갈이’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선을 그었다. 원 의원은 “우리의 이런 정치 마무리가 물갈이론 재료로 쓰이는 분위기에 대해 사실 항상 저는 우려를 갖고 있다”며 “저는 물갈이를 통해 국회와 정치가 혁신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물갈이 이전에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국민 10명 중 9명 “진보·보수 갈등 심각”

    국민 10명 중 9명 “진보·보수 갈등 심각”

    63% “행복”… “통일 서두를 필요없다” 61%우리 사회가 겪는 집단 갈등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꼽혔다. 직전 조사에서 갈등이 경제 분야에서 도드라졌다면 이번엔 사회 분야 갈등이 심화한 모양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8월 27일부터 한 달 동안 전국 성인 남녀 5100명을 대상으로 개별 면접한 ‘2019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이 조사는 1996년 처음 시작해 5년마다 진행하다 2013년부터 3년에 한 번꼴로 하고 있다. 집단 갈등에 관한 질문에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크다’는 응답이 91.8%로 가장 높았다. 이념 갈등은 2016년 조사에서 5번째였지만, 3년 사이 무려 14.5% 포인트나 상승해 최고를 기록했다. 이어 ‘정규직-비정규직’ 갈등이 85.3%, ‘대기업-중소기업’이 81.1%, ‘부유층-서민층’이 78.9%였다. 세대 간 갈등은 68.0%로 이전 조사(68.7%)보다 다소 줄었지만, 남녀 갈등은 43.1%에서 54.9%로, 3년 만에 크게 상승했다.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를 묻는 말에는 ‘일자리’(31.3%)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이어 ‘저출산·고령화’(22.9%), ‘빈부격차(20.2%)’ 순이었다.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 행복한가?’란 질문에는 ‘행복하다’는 응답이 63.6%를 차지했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는가’라는 질문에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41.1%), ‘정치적으로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23.8%), ‘사회복지가 완비된 나라’(16.8%) 순으로 답했다. 북한에 대해선 ‘힘을 합쳐야 할 협력 대상’(42.0%), ‘우리가 도와주어야 할 대상’(8.8%) 등 우호적인 응답이 50.8%를 차지했다. 통일에 관해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61.1%로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부유세, 불평등 해법 될까… 美 이어 獨도 정치 이슈화

    부유세, 불평등 해법 될까… 美 이어 獨도 정치 이슈화

    26억여원 이상 자산에 1~2% 부과 추진 빌 게이츠, 美 워런 초부유세 공약에 우려독일 대연정을 이루는 사회민주당이 부유세 도입을 추진한다.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독일과 미국 등에서 부유세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독일 슈피겔은 8일(현지시간) 사민당이 전당대회에서 미혼자를 기준으로 200만 유로(약 26억 2000만원) 이상, 기혼자는 420만 유로 이상 순자산에 대해 세율 1~2%의 부유세를 부과하는 당론을 다수결로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과세 대상에서 사업체는 제외되며, 사민당은 향후 90억 유로 이상의 세원 확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민당은 이들 부유층의 전체 재산 가운데 80%가 상속재산임을 강조하며 부유세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노르베르트 발터 보르얀스 사민당 공동대표는 “부유세 도입은 정의”라고 말했다. 독일은 1990년대 연방헌법 판결로 부유세를 폐지했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 자산 등을 통한 부의 불균형이 다시 심각해졌다는 비판이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사민당은 기존 판결에 저촉되지 않는 형태로 부과 체계를 재설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유세가 정치권 이슈로 떠오른 건 독일만이 아니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의 유력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10억 달러(약 1조 1600억원) 이상 자산에 6%의 세금을 부과하는 초부유세 공약을 내놓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세계 최고 부호이자 대표적인 부유세 찬성론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1000억 달러를 더 내라고 하면 그때부터는 얼마나 남는지 봐야겠다”고 우려할 정도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7일 유대계 미국인 협의회를 찾은 자리에서 참석자 가운데 상당수가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했음을 언급하며 “여러분이 부유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내년 대선에서) 나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유세 도입 주장이 나오는 것은 빈부격차 문제가 세계적인 이슈가 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일부 국가에서는 부의 불균형 문제가 정권의 존립을 흔드는 시위로까지 이어지는 모습도 적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집권 후 부유세를 폐지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정부 자문기구 보고서가 최근 나오는 등 부유세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슈피겔은 “대형 자산에 대한 세금 부과는 단기에 가능하지 않아 긴 호흡이 필요하다”면서 사민당도 부유세를 단기가 아닌 장기 과제로 삼았다고 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국민 82% “한국, 살기 좋은 곳”…92% “진보·보수 갈등 심각”

    국민 82% “한국, 살기 좋은 곳”…92% “진보·보수 갈등 심각”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84%는 ‘한국 사람이어서 자랑스럽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 행복하다’고 여기는 비율도 64%였다. 9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2019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행복하다’는 응답이 63.6%를 차지했다.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는 1996년 처음 시작해 2016년에 이어 이번이 일곱번째다. 이번 조사는 문체부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27일까지 한 달간 전국 성인 남녀 5100명을 상대로 개별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자들은 지금 하는 일에 대해 68.3%가 ‘가치 있다’고 답했다. ‘삶에서의 자유로운 선택’에 대해서는 63.7%가 ‘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종종 특별한 이유 없이 우울할 때가 있다’는 응답은 24.4%였다. 이어 ‘종종 사소한 일에도 답답하거나 화가 난다’(23.9%), ‘종종 소외감을 느낀다’(18.8%), ‘종종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낀다’(16.3%)가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는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답변이 83.9%, ‘한국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답변은 83.3%였다.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81.9%였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유물, 정신문화, 대중음악(K팝)에 대해선 ‘우수하다’는 응답이 각각 93.3%, 85.3%, 92.8%로 과거 조사 때보다 높아졌다. 우리 사회의 갈등 양상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크다’는 응답이 91.8%로 눈에 띄게 높았다. 이는 2016년 조사 때보다 14.5% 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갈등 유형별로 보면 ‘정규직-비정규직’은 85.3%, ‘대기업-중소기업’ 81.1%, ‘부유층-서민층’ 78.9%, ‘기업가-근로자’ 77.7%가 크다고 답했다. 이어 ‘남성-여성’ 갈등은 54.9%, ‘한국인-외국인’ 갈등은 49.7%가 크다고 반응했다. 경제적 양극화에 대해서는 90.6%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를 묻자 ‘일자리’(31.3%), ‘저출산·고령화’(22.9%), ‘빈부격차(20.2%)’ 등의 순으로 나왔다. 일과 여가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여가보다는 ‘일에 더 중심’을 둔다는 응답이 48.4%였고, ‘비슷하다’는 34.6%, 일보다는 ‘여가에 더 중심’을 둔다는 17.1%였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떤 나라가 됐으면 좋겠냐는 질문에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41.1%), ‘정치적으로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23.8%), ‘사회복지가 완비된 나라’(16.8%) 순으로 답했다. 북한에 대해선 ‘힘을 합쳐야 할 협력 대상’(42.0%), ‘우리가 도와줘야 할 대상’(8.8%) 등 우호적인 응답이 50.8%를 차지했다. 이는 2013년 44.4%, 2016년 40.6%에 비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통일에 대해선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61.1%로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가급적 빨리해야 한다’ 응답은 11.1%에 그쳤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홍석경의 문화읽기] 우울한 사회의 정신건강

    [홍석경의 문화읽기] 우울한 사회의 정신건강

    기분이 가라앉고 자신감이 없으며, 그러다 보니 자기비판이 심하고 우유부단해진다. 주변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감소하거나 사라지고 모든 욕망이 낮아진다. 피곤하지만 잠이 오지 않고 급기야 몸도 아프고 건망증도 심해진다. 당연히 입맛도 잃는다. 가장 흔한 자각증세는 자고 일어나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 상태. 당신은 이 중 몇 가지에 해당하는가. 이것은 만성피로가 아니라 우울(depression)이고, 이 중 몇 가지를 지니고 있다면 우울증을 앓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한국은 성장이 빨랐던 만큼이나 사회의 갈등과 모순을 적절히 해소하지 못한 채 급하게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사람들도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이 선진국병의 세계로 들어왔을 것이다. 끝없는 경쟁, 빈부격차의 심화, 주택난, 출생률의 저하, 부모보다 악화한 사회환경 속에서 나에게 끝내 자리를 내어 줄 것 같지 않은, 나는 영원히 잉여일 것 같은 차갑고 경쟁적인 사회의 모습, 이 모두가 청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증발시키고 집단적인 우울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가장 연약한 고리인 아이돌들이 먼저 세상을 뜬다. 그중에서도 더욱 보호받지 못하고 들판에 나체로 혼자 서 있었던 여자 연예인들이 살아 보려고 몸부림치다 스러지고 있다. 이들의 죽음은 유명인이기에 가시적이고 상징적일 뿐, 이들도 수치로만 존재하는 한국의 높은 청년 자살률의 일부일 뿐이다.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대한민국은 새 생명이 태어나기도, 오래 살아가기도 힘들다. 한국의 20대 사망 원인의 50%가 자살이고 20대 자살 동기의 40%가 정신적 문제라고 한다. 다른 원인이 있다 할지라도 극단적 선택의 직접 원인은 정신적 문제인 경우가 많다. 여기엔 우울증뿐 아니라 다른 이름의 정신적 문제들이 포함될 수 있겠으나, 우리의 일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상태, 유전이나 가족력과 상관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우울증은 당장에 국가적 대응을 해야 할 정도로 긴박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우울증의 원인인 사회문제 해결을 기다릴 수도 없고, 자살수단을 통제한다는 일차원적 처방도 부족하다. 그러나 자살의 중요한 원인인 우울증은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정신과에 가지 않고도 일반의가 처방할 수 있는 약도 있고, 보험 대상이며 의료정보도 보호된다. 그런데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의사를 찾는 비율은 선진국의 4분의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국가는 우울증에 대한 국민의 태도 변화를 위해 당장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캠페인과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도 우울증을 겪었고 노래 가사에서 정신과에 다닌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래퍼의 열정을 이해받지 못하던 시절 빠져든 우울을 이겨 내기 위해 병원에 다녔던 과거에 대한 토로가 수많은 세계의 청년들의 공감을 얻어 냈다. 프랑스에서 사는 동안 필자 또한 우울증을 경험했다. 이대로 노력하며 살아도 상황이 나아지리란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회복되지 않는 피곤과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증상이 계속되자 가정의는 바로 가벼운 우울증약을 처방해 주었다. 그 후 3년이나 약을 복용하면서 힘든 인생의 에피소드를 무사히 지나칠 수 있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우울증약 소비가 제일 높은 나라이다. 과도한 의료보험지출에 불만인 공무원들은 프랑스 의사들이 너무 쉽게 우울증약을 처방하기 때문이라고 투덜대지만, 이처럼 우울증약을 예방적으로 처방하기에 프랑스가 더 심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옳다. 우울증약을 복용하면서도 프랑스인들은 열심히 사랑하고, 유럽 최고의 출산율을 기록하며, 최고의 노동생산성과 휴가를 즐긴다. 또한 프랑스인들은 인생의 어느 기간에 정신분석가나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장기간 만나면서 상담하는 일이 흔하다. 교육과 생활 수준이 높은 도시에 사는 중산층인 경우 그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파리지앵들의 대화에서 “누구와 상담 중”이란 말을 듣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한 평생의 배려이다. 이것은 신체의 건강을 위해 비타민을 먹고 조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울, 이제 감정적으로가 아니라 의학적으로 대처할 때다.
  • “일자리·복지 대책은요?” 文대통령에게 묻습니다

    “일자리·복지 대책은요?” 文대통령에게 묻습니다

    청년층 관심, 취업·주거·최저임금 노년층은 복지·노인 일자리 초점 “경제 질문 최다… 세대별 불만 요약 맞춤 대책·목소리 듣는 통로 마련을”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국민과의 대화를 갖는다.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이번 행사는 문 대통령이 국민들의 질문에 직접 답하며 소통하는 자리다. 서울신문은 서울 종로와 노량진 일대에서 20대와 60대 이상을 중심으로 청년과 노인층 20명을 만나 대통령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을 미리 들어봤다. 질문은 일자리, 경제, 집과 같은 먹고사는 문제로 귀결됐다. 특히 두 세대가 공통적으로 가장 빈번하게 언급한 단어는 ‘일자리’였다. 두 세대는 최근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국정 운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비율이 유독 높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 포인트)에서도 60대 이상, 20대, 50대는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섰다. ●“안정된 일자리· 청년 주거 가장 궁금” 20대가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일자리와 주거 대책이었다. 서울의 한 어학원에 다니는 김요선(29)씨는 2년간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결혼을 준비하기 전부터 걱정이 앞선다. 작은 피트니스센터에서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다 열악한 처우 때문에 이직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김씨는 “신혼집 준비가 가장 막막하다. 행복주택 등을 알아봤지만 경쟁률이 너무 치열하고 조건이 까다롭다”면서 “신혼부부와 청년을 위한 주거를 더 확대할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장준혁(23)씨는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아 아쉽다”며 “2년 후에는 취업해야 하는데 걱정이 크다”고 했다. 국내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할 것 같아 해외 취업을 목표로 일본어를 공부하는 그는 “안정적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대통령의 계획이 궁금하다”고 했다. 이직을 준비 중인 홍모(37)씨는 “채용 공고 자체가 줄어든 것을 느낀다. 일자리가 없으니 서민이 더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면서 “경제 문제를 잘 풀어야 사회 통합도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홍씨는 대통령에게 빈부격차와 사회 갈등을 줄여 나갈 방안이 무엇인지 물었다.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 일자리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어드는 현실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오모(25)씨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최저임금이 해를 거듭해 오르면서 사장님 눈치가 많이 보였다”며 “결국 가게가 어려워지며 그만두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영업자들은 물론 아르바이트생도 일자리가 없다고 호소하는데 이 딜레마를 풀 대책이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빈곤층 위한 복지, 경제 살릴 대책은?” 60대 이상 시민들도 주 관심사는 일자리 대책이었다. 박모(72)씨는 “56세에 은퇴했는데 나이가 드니 도저히 먹고살 게 없다”면서 “아직 건강해서 일을 할 수 있는데 일자리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경제를 어떻게 살릴지,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지 묻고 싶다”고 했다. 사업을 접은 후 실업급여로 생활하는 나모(73)씨는 “다른 복지 서비스도 많다고 하는데 겪어 본 적이 없다. 홍보도 잘 안 되는 것 같다”면서 “대통령이 나라 경제를 어떻게 살릴지 가장 궁금하다”고 했다. 자영업자 채남선(65)씨는 “이번 정부에서 경제가 나아지리라는 기대가 컸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며 “주 52시간제만 해도 직원 3~4명 쓰는 회사에서는 지키기가 어렵다. 경제의 중심인 중소기업을 살릴 정책 방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인 복지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원덕(75)씨는 “젊은 시절 건설 현장에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기초연금 20만원에 국민연금 18만원 받는 게 수입의 전부”라며 “복지 정책이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는 “‘성북동 네 모녀’도 행정이 조건만 따지다가 어려운 이웃이 불행하게 죽은 사건 아닌가. 낮은 자세에서 국민을 세심히 챙길 수 있는 대책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취합한 질문을 분석한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온 것은 각 세대가 처한 상황에서 나오는 피로감과 불만이 요약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한 만큼 다양한 목소리를 상시적으로 듣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2019 톨게이트 농성, 1979 김경숙의 눈물 보인다

    2019 톨게이트 농성, 1979 김경숙의 눈물 보인다

    YH무역 사장 회삿돈 빼돌리고 폐업 부당함 알리던 김경숙은 농성 중 숨져 40년 지났지만 노동 환경은 아직 열악 1970년대 노동운동 상징의 두 축 전태일·김경숙 열사 함께 기억되길“1970년대 노동운동은 전태일에서 시작해 김경숙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최순영(66) 전 YH무역 노동조합 지부장은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경기 부천의 한 카페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최 대표는 전태일기념관 추진위원장을 지냈으며, 김경숙 열사 기념사업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김 열사는 유신정권 붕괴의 도화선이 됐던 1979년 ‘YH무역 사건’ 때 신민당사에서 추락 사망한 여성 노동자다. 노동운동과 무관한 삶을 살던 최 대표는 가발업체인 YH무역에 입사한 뒤 노동조합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는 “1966년 자본금 100만원으로 시작한 YH무역은 급성장했지만 노동자 임금은 그대로였다”면서 “하지만 사장은 1973년 10억원을 빼돌릴 정도로 착취 구조가 이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YH무역 노동자들은 1979년 회사의 부당한 폐업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당시 신민당사를 점거했다. 최 대표는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언론을 통해 단 한 줄도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다”며 “‘노조 탓에 회사가 망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인 것처럼 퍼졌다. 억울함을 알리려고 농성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노조 조직차장이었던 김 열사가 숨진 것도 동료들은 뒤늦게 알았다. 최 대표는 “그 자리에 있었던 누구라도 희생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전태일과 김경숙은 가난했지만 주변 동료들의 어려움을 헤아리면서 살았다는 점에서 닮았다”며 “가 버린 사람의 뜻을 이어 가고 살려 내는 건 산 사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김 열사가 떠난 지 40여년이 흐른 지금도 국내 노동 현실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빈부격차는 더 커졌고 노노 갈등까지 생겼다”며 “가난이 대물림되고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하는 청년들은 희망마저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 노동자가 중심이 된 톨게이트 노조의 농성을 두고는 “1978년 2월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이 경찰 앞에서 속옷만 입고 맞선 지 40년이 지났지만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다”며 “쓸모없어지면 버린다는 태도는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김경숙 열사 기념사업회는 2014년부터 연말에 노동 현장에서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상대로 ‘김경숙상’을 시상하고 있다. 앞서 KTX 열차 승무지부 조합원들이 상을 받았다. 최 대표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기념관 건립도 추진하려 한다”며 “영화나 드라마 등 대중문화를 통해서도 김 열사의 정신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한중수교 설계자 덩샤오핑...김일성 두 번째 남침 야욕 꺾어

    한중수교 설계자 덩샤오핑...김일성 두 번째 남침 야욕 꺾어

    올해는 중화인민공화국(신중국) 건국 70주년과 한중 수교 27주년이다. 두 나라는 한국전쟁(1950~1953) 때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등 적대 관계를 유지하다가 1992년 수교한 뒤 세계 외교가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2016년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빙하기’를 맞았다. 중국을 둘러싼 한반도 주변 정세가 ‘역사적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이에 1970년대 미중 화해를 시작으로 20여년 뒤 한중수교가 이뤄지기까지 우리나라와 중국이 어떤 진통을 겪었는지 살펴보고 두 나라 관계의 미래도 함께 전망해보고자 한다. 전·현직 중국 주재 외교관·특파원 등이 만든 계간지 ‘한중저널’ 창간호(9월)의 내용을 중심으로 여러 문헌·자료를 요약 정리했다. ●“덩샤오핑 복귀 거대한 사건...한중 수교에도 큰 영향” 한중 수교의 산실이 되는 외교부 동북아2과는 1973년 신설됐다. 기존 동남아과 한 구석에서 별도의 출입문도 없이 셋방살이처럼 시작했다. 그럼에도 박정희 대통령은 중국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청와대로 중국의 정세와 지도자들에 대한 보고가 속속 올라갔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보고서는 덩샤오핑(1904~1997)의 복권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문화대혁명(1966~1976) 초기 베이징대에 반대 대자보가 붙자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각해 유배 생활을 했다. 그 때부터 줄기차게 마오쩌둥에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편지를 보내며 재기를 노렸다. “제 잘못을 인정하오니 부디 직접 만나뵙고 지시를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1967), “죽어라고 마오쩌둥 사상만 공부했다”(1969), “제 가장 큰 잘못은 마오쩌둥 사상이란 위대한 깃발을 높이 쳐들지 않은 것이다”(1972) 등 내용을 담았다. 결국 그는 고희(古稀)를 앞둔 1973년 2월 어렵사리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외교부 동북아2과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덩샤오핑의 복귀는 중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모르는 거대한 사건이다. 한중 수교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외교부의 전망은 꽤 정확했다고 볼 수 있다. 덩샤오핑이 중국 정치무대에 다시 등장한 1970년대만 해도 미국은 한중 교류를 권유하는 분위기였다. 지금이야 미국과 중국이 세계 패권을 두고 맞서는 라이벌 관계지만 그때만 해도 중국은 미국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다. 되레 미국은 중국의 국민소득을 높여 자연스레 서구화의 길을 택하도록 도우려고 했다. 중국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해 자유주의 진영을 위협할 대국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시각은 일본도 다르지 않았다. 이 시기 일본 정부개발원조(ODA)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은 국토가 너무 크고 지역간 편차도 심하다. 국가 전체가 균일하게 성장하기 어렵다”면서 “중국이 발전은 하겠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릴 것”으로 보고했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노선을 천명하지 않았다면 미일 두 나라의 예상은 맞아 떨어졌을 수도 있다.●덩샤오핑 “한국과 수교하면 해는 없고 이득만 두 가지” 중국이 긴 잠에서 깨어나 경제발전에 매진하던 1980년대만 해도 정치 상황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당 총서기였던 자오쯔양(1919~2005)과 후야오방(1915~1989)이 실각했고 개혁개방 방향을 둘러싼 논란도 컸다. 특히 경제성장이 본격화되면서 빈부격차가 커지자 덩샤오핑의 개방 노선을 두고 보수파 천윈(1905~1995)의 반대가 상당했다. 그가 혁명가 출신이다보니 덩샤오핑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덩샤오핑 당시 외교부장으로 한중 수교 때 중국 측 대표로 서명한 첸지천(1928~2017)은 회고록 ‘외교십기’에서 “수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온갖 반대파가 생겨났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중한수교에 대해 ‘무해양득’(손해는 하나도 없고 이득이 두 가지나 있다는 뜻)이라는 논리로 굽히지 않고 밀어 붙였다”고 적었다. 한국의 경제발전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고 한국과 대만의 외교 관계도 단절시킬 수 있어 1석2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덩샤오핑은 ‘한국과의 수교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식으로 페타콩플리(기정사실화)하며 반대파를 모두 설득했다. 덩샤오핑은 한중수교의 설계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中, 김일성 남침 지원 요청 거부...“北, 남한과 대화해야” 특히 그는 제 2의 한반도 전쟁을 막아내기도 했다. 미 우드로윌슨센터 북한국제문서연구사업(NKIDP) 프로젝트팀이 최근 발굴한 옛 공산권 국가의 비밀 외교전문에 따르면 1975년 4월 김일성 북한 국가주석은 급히 중국을 찾아갔다. 김 주석이 방중한 전후인 4월 17일과 30일에 캄보디아 프놈펜과 베트남 사이공이 공산반군에 함락됐다. 그는 인도차이나 공산혁명에 고무돼 남한에서 군사행동을 감행하고자 중국의 지원을 얻으려 했다. 앞에서는 남한과의 화해 분위기를 띄우는 듯 했지만 뒤로는 또 한 번 전쟁을 기획한 것 같다. 자칫 한반도에서 두 번째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베이징에 간 김 주석은 건강이 좋지 않았던 마오쩌둥(1893~1976) 주석과 저우언라이(1898~1976) 총리를 각각 한차례 면담했다. 자신이 원하던 답을 얻지 못한 그는 덩샤오핑 부주석과 19, 20, 21, 25일에 걸쳐 마라톤 담판을 벌였다. 덩 부주석은 “더 이상 한반도에서 군사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지원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되레 그는 김 주석의 도발 의지를 만류하며 1971년 7·4 남북공동성명 채택으로 시작된 대화 분위기를 이어갈 것을 강조했다. 중국은 1976년 8월 북한이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을 벌였을 때도 유보적 반응을 보이며 김 주석을 편들어 주지 않았다. 수교 이전부터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갑론을박 모병제’] 돈·안보·인구절벽·빈부격차 그리고 일자리

    [‘갑론을박 모병제’] 돈·안보·인구절벽·빈부격차 그리고 일자리

    민주연구원 모병제 전환 이슈 던지자 갑론을박안보 약화, 가난한 청년이 주로 군복무 ‘박탈감’7조원 예산에 표몰이용 반짝 공약에 피로감도반면 여성복무, 양심적 병역거부 등 사회논란 해소수십만 일자리 양성에 GDP 16조 이상 주장도헌법 상 징병제, 핵심 전투병과만 모병제 제언도민주연구원이 쏘아올린 모병제 전환 문제가 갑론을박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본래 민주연구원의 의도는 더불어민주당의 총선공약으로 모병제를 추천하려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민주당 안에서도 의견이 제각각이고 야당 역시 의견통일이 안 된다. 정리하자면 인구절벽으로 언젠가는 불가피하게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연기를 피우던 시점에, 민주연구원이 뜨거운 감자를 던진 셈이다. 문제는 막대한 예산 및 안보 약화, 가난한 이들이 주로 군복무를 하는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등이다. 반면 무엇보다 확실하게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게 장점이다. 최첨단 군으로 도약할 경우 안보가 외려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모병제를 당분간 공식적으로 논의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당내 이견이 너무 뜨겁게 표출되자 우선은 논의를 미루는 방향으로 식히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지난 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병제 전환이 시기상조라며 안보 약화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김 최고위원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며 “섣부른 모병제 전환은 안보 불안을 야기하고 최적의 전투력을 유지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병제로 경제적 약자가 주로 군 복무를 할 경우 계층 간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고도 했다. 반면 장경태 당 전국청년위원장은 “징집제 때문에 생기는 사회적 갈등이 많고, 모병제의 순기능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모병제 도입에 찬성했다. 박범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모병제는 필연적으로 인구 감소에 따른 병력 감소와 첨단과학군과 연결돼있어 검토할 때가 됐다”며 “특히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논의되는 중인 것도 참고할 만하다. 진지하게 논쟁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자유한국당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보수, 진보를 넘어선 초당파적 이슈”라며 모병제 논의를 환영했다. 그는 “지금의 징병제로는 숙련된 정예 강군을 만들 수 없어, 핵심 전투병과부터 직업군인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징집 자원이 줄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했다. 헌법에서 징병제를 명시한 것에 대해서는 핵심 전투병과 중심으로 모병제를 통한 직업군인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신중해야 할 병역에 관한 사항을 포퓰리즘 공약으로 던지고 있다”며 “결국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군에 가는 사람과 안 가는 사람이 결정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한다”고 비판했다.모병제의 배경은 인구절벽이다. 19~21세 남성은 100만 4000명에서 2023년 76만 8000명으로 23.5%가 급감한다. 2025년에는 징병제 유지 자체가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부도 이에 따라 2022년까지 50만명 수준으로 상비병력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부족한 인력은 여군과 중간간부(중·상사 및 대위)의 복무기간을 늘려 대응할 방침이다. 게다가 국방부는 징병제의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할 계획이다. 첨단 무기를 다루게 된다는 점에서 실제 능숙한 병력으로 근무하는 기간은 1년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연구원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징병제로 인해 학업·경력 단절과 같이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최대 15조 7000억원이다. 또 모병제로 사병 18만명을 감축하면 국내총생산(GDP)이 16조 5000억원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군 가산점 찬반 논란, 양심적 병역거부, 병역기피, 군 인권 학대 등 사회적 갈등도 줄어들 여지가 있다고 했다. 모병제로 수십만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란 의견도 내놓았다. 문제는 막대한 예산이다. 모병제 시행을 위한 예산은 7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또 최첨단 무기가 도입돼도 아직은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안보업무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빈부 격차로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군복무를 할 경우 사회통합에 저해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간 모병제는 총선 때면 나오는 단골 메뉴였다. 20대 남성을 위한 표몰이용 공약으로 반짝했다 없어지는 게 반복되면서 해당 이슈에 대한 피로감도 높은 게 사실이다. 즉, 현실성은 없는데 선심성 공약으로 남발되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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