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빈라덴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재활용품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고위험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선거관리위원회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심폐소생술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33
  • [빈라덴 사살 이후] ‘숨 가빴던 오바마 ‘그러나… ‘포커페이스’ 72시간

    [빈라덴 사살 이후] ‘숨 가빴던 오바마 ‘그러나… ‘포커페이스’ 72시간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 공습을 승인한 시점부터 그를 사살하면서 작전을 마무리짓기까지 72시간 동안 버락 오바마(얼굴) 미 대통령은 철저한 ‘포커페이스’로 주변의 눈을 따돌렸다. ●만찬서 ‘빈라덴’ 농담 듣고 껄껄 아내 미셸과 두 딸 샤샤, 말리아와 함께 지난달 29일 백악관을 떠난 오바마 대통령의 첫 방문지는 토네이도 최대 피해지역 가운데 한 곳인 앨라배마주였다. 뒤이어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우주왕복선 엔데버호의 발사를 참관하려던 오바마 대통령은 기계 결함으로 발사가 돌연 연기되자 미 항공우주국(NASA) 시설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틀었다. ●작전 당일에도 골프 ‘딴짓’ 심지어 작전 전날인 30일 워싱턴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서 빈라덴에 대한 농담이 나오자 오바마는 껄껄 웃어넘기는 태연함까지 보였다. TV 진행자 세스 마이어스는 이날 참석자들에게 “사람들은 빈라덴이 힌두쿠시 산맥을 숨어다닌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진행하는 CSPAN TV쇼에 그가 매일 오후 4~5시 출연하는 거 알고 있어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작전 당일인 1일에는 워싱턴DC 인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골프를 하기도 했다. 오바마가 9홀만 돌고 4시간 만에 골프를 끝낸 것을 두고 기자들은 비 오는 날씨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시각 그는 빈라덴 공습 작전을 마지막 검토하는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빈라덴 사살 이후] ‘빈라덴의 최후’ 오바마 백악관서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빈라덴 사살 이후] ‘빈라덴의 최후’ 오바마 백악관서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우리는 작전 개시 때부터 목표물 발견, 시신 이동까지 모든 작전 상황을 ‘실시간으로’으로 모니터할 수 있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0분에 걸친 오사마 빈라덴 공격작전을 백악관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봤다고 백악관 측이 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존 브레넌 백악관 테러담당 보좌관의 브리핑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상황실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 윌리엄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과 함께 작전을 최종 점검했다. 그리고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화면을 통해 작전 모습을 지켜봤다. 브레넌 보좌관은 “아마도 백악관 상황실에 모였던 사람들에게는 가장 초조하고 불안했던 시간이었을 것”이라면서 “몇분이 며칠 같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실시간 상황 점검은 현장 전투요원들이 헬멧에 착용한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암호화된 상태로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백악관 상황실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교전상황 생중계에 사용된 핵심 위성은 국방위성통신시스템(DSCS)3와 밀스타 시스템이다. 밀스타는 더 뒤에 개발된 위성으로 안정적인 통신을 가능케 하지만 DSCS3만큼 많은 신호 대역폭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이 시스템은 지상 기지나 정박 중인 선박, 또는 공격용 헬리콥터에 설치된 통신 단말기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브레넌 보좌관에 따르면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작전 상황을 지켜보다 마침내 특수부대원이 진입한 건물에서 오사마 빈라덴과 마주치자 상황실에는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고 한다. 특수부대가 습격한 은신처에 정말로 숨어 있는지 100% 확신하지 못했는데 화면을 통해 그를 발견하자 모두들 ‘작전 성공’이라는 느낌을 갖게 됐다. 곧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특수부대원들한테서 암호명 ‘제로니모 E-KIA’를 보고받고서야 작전을 무사히 마쳤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제로니모(1829~1909)는 아메리카 원주민 아파치족 추장으로 미군에 맞서 신출귀몰한 활약을 펼쳤던 것으로 유명하다. 1885년 전후로 미군이 제로니모를 붙잡기 위해 동원한 군인이 5000명이 넘었을 정도였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오사마 빈라덴에게 제로니모란 암호명을 붙인 것도 두 사람이 이미지가 상당히 겹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E-KIA’(Enemy Killed In Action)는 적이 사살됐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오바마 대통령이 전해 들은 ‘제로니모 E-KIA’는 임무 완수 신호였던 셈이다. 백악관은 어떤 기술, 어떤 경로로 현장상황을 실시간 전송받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화면을 지켜보는 사진을 공개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씨줄날줄] 수장(水葬)/이춘규 논설위원

    장례(葬禮)문화는 주로 자연과 종교의 영향을 받는다. 불교는 화장(火葬)을 확산시켰다. 고대유럽의 화장 풍습은 매장이 주류인 기독교 전파로 끊겼다. 유럽엔 방부처리 뒤 교회·궁전의 지하나 복도에 안치하는 실내 안치장이 많다. 사체에 화장을 시키고 방부처리, 보존하는 엠바밍은 미국·캐나다에 많다. 영국의 스톤헨지는 축제나 장례의식이 행해졌던 곳. 고대국가 출현 뒤 피라미드·진시황릉·장군총 등 거대한 통치자 무덤이 건설됐다. 네안데르탈인은 시신 매장 때 생전 사용했던 물건을 함께 묻었다. 신석기시대 무덤에선 시신 위에 꽃을 놓아둔 것이 발견됐다. 매장(埋葬)은 흔한 장례문화. 수장(水葬)은 방글라데시에 남아 있다. 풍장(風葬)은 시신을 그대로 혹은 관에 넣어 야산·동굴 등에 두어 풍화작용이 일어나도록 한다. 고대 이집트나 잉카제국 등에서는 미라장이 많았다. 고대 로마에는 카타콤베라 불리는 지하동굴장도 있었다. 과학의 발달은 냉동장·우주장을 출현시켰다. 성스러운 땅 티베트의 조장(鳥葬). 시신을 새들이 쪼아먹기 좋게 특별한 대에 안치해 두는 장례다. 새가 시신을 잘 먹을 수 있도록 뼈까지 잘게 썰어 두기도 한다. 영혼이 새와 함께 하늘로 날아간다는 내세관 때문이다. 천장(天葬)이라고도 한다. 바이킹족들은 시신을 통나무배와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히는 수장을 했다. 선장(船葬)이라고도 한다. 1958년 작 커크 더글러스 주연 영화 ‘바이킹’은 장엄한 바이킹식 수장 장면과 함께 끝난다. 경북 경주시 양북면 앞바다에 있는 신라 문무왕의 대왕암은 우리나라의 수장 사례다. 항해 중 사망자가 발생하면 선장이나 함대사령관의 직권으로 수장할 수 있게 법률로 규정된 나라가 많다. 우리 조상들은 땅에 시신을 묻어 봉분을 만드는 장례법이 일반적이었다. 풍장도 있다. 서민들이 명당에 조성된 권세가의 묘에 몰래 매장하던 투장(偸葬)은 최명희의 소설 ‘혼불’에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지금은 화장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미군에 의해 사살된 오사마 빈라덴의 시신이 수장됐다고 한다. 빈라덴의 종교인 이슬람식에 따르자면 그가 숨진 곳인 파키스탄에 토장(土葬)을 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측은 토장을 하게 되면 그곳이 이슬람 세력의 반미 운동 성지가 될 것을 우려해 수장을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정말 수장을 했는지, 했다면 어디에 했는지도 미궁이다. 그는 죽었지만 한동안 쑥덕공론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빈라덴 사살 이후] 항모서 시신 씻겨 가방에… 이슬람 장례후 추 매달아 水葬

    [빈라덴 사살 이후] 항모서 시신 씻겨 가방에… 이슬람 장례후 추 매달아 水葬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된 지 하루가 지나면서 구체적인 작전 당시 상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빈 라덴의 무장저항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백악관은 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빈 라덴이 현장을 급습한 미 해군 특수부대 요원들과 마주한 순간 무기를 지니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날 빈 라덴이 여성을 인간방패로 삼아 총을 쏘며 미군에 저항했다는 설명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백악관의 설명이 맞다면 비무장 상태인 빈 라덴을 굳이 사살한 이유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빈 라덴의 최후의 순간에 대한 설명이 뒤집힌 이유에 대해 백악관에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미 정부 당국은 미 해군 특수부대(네이비실) 요원 25명을 태운 블랙호크 헬기 4대가 파키스탄 시간으로 2일 새벽 1시 15분쯤 은신처를 급습하면서 작전은 시작됐다고 밝혔다. 빈라덴과 가족들은 3층짜리 맨션 건물 중 1~2층에 머물고 있었다. 빈라덴은 네이비실 요원들이 들이닥치자 같이 살던 한 여성을 인간 방패 삼아 AK47 자동소총을 쏘며 저항했다. 존 브레넌 백악관 테러담당 보좌관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이 여성이 빈라덴의 부인 중 한명이라고 했으나, 나중에 백악관 관계자는 “부인이 아니라 빈라덴이 비상상황에서 인간 방패로 이용하려고 데리고 있던 여성이었다.”고 정정했다고 CNN과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브레넌 보좌관은 “빈라덴은 (치졸하게도) 여성을 인간 방패로 삼는 인간이었다.”고 비난했다. 40여분의 작전 시간 중 마지막 10분 사이에 빈라덴은 머리와 가슴에 총을 한방씩 맞고 즉사했다. 인간 방패로 이용된 여성과 빈라덴의 아들 한명, 연락책 남성 두명도 네이비실의 총격에 숨졌다. 반면 빈라덴의 부인과 다른 여성 한명은 부상만 당했다. 네이비실 요원들은 절명한 빈라덴의 얼굴을 확인한 뒤 들것에 실어 헬기로 날랐다. 헬기는 시신을 아라비아해 북부에서 작전 중인 미 항공모함 칼빈슨함으로 옮겼다. 항모 위에서는 간략한 이슬람식 장례절차가 진행됐다. 미군 관계자가 주관했고 현지인을 통한 아랍어 통역이 이뤄졌다. 시신은 씻긴 뒤 하얀 천으로 덮어 관 대신 가방에 담아 바닷속으로 미끄러뜨리듯 빠뜨렸다. 시신이 물에 뜨지 않도록 가방에 추를 매달았다. 미 정부 관계자는 “사망한 지 9시간 만에 수장된 셈”이라면서 “빈라덴의 시신은 찾기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이 빈라덴 사살에서 수장까지의 과정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은 치밀한 준비 덕분이다. 네이비실은 빈라덴의 은신처와 닮은 모형 건물을 만들어 놓고 수차례 실전연습(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미국 측은 은신처를 발견한 뒤 습격하기까지 8개월 동안 한번도 빈라덴의 모습을 포착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 가지 정황증거를 통해 빈라덴이 살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작전 개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빈라덴이 아보타바드의 은신처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3년 전부터라고 CNN은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미군이 빈라덴의 시신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인도하려 했으나 거부당했다는 설도 나돈다. 이런 가운데 알카에다의 유력 이론가인 ‘아사드 알 지하드2’(온라인 필명)가 빈라덴의 사망 사실을 인정하고 복수를 다짐했다고 이슬람권 웹사이트 SITE가 밝혔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美 “알카에다 괴멸” 테러戰 2막

    미국 정부는 오사마 빈라덴 사살을 계기로 알카에다 조직을 완전히 괴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구심점을 잃어버린 알카에다 조직이 다른 이슬람 과격 테러 조직과 연대하거나 미국인들을 새로운 조직원으로 모집하는 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존 브레넌 백악관 테러담당 보좌관은 3일 NBC방송에 출연, “알카에다 조직은 지난 10년간 미국 주도로 진행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면서 “빈라덴의 사망을 계기로 나머지 조직도 타격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군 특수부대가 빈라덴 은신처를 급습, 사살 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컴퓨터 하드드라이버를 비롯해 DVD·문서 등 알카에다 조직과 관련된 핵심 정보를 다수 입수했으며, 중앙정보국(CIA)이 이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브레넌 보좌관은 이를 통해 “파키스탄 내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빈라덴을 지원했는지도 면밀히 조사 중”이라고 ABC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정부 당국자들은 현재 알카에다가 9·11테러 수준의 대형 테러를 저지를 역량은 갖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공격력은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빈라덴 은신처에 대한 습격작전의 윤곽이 잡혀 가던 지난 2월 “지속적인 미군의 공격으로 알카에다의 핵심 역량이 크게 약해졌다.”면서 “우리는 알카에다가 미국인을 새로운 조직원으로 모집하고 아라비아반도의 다른 테러 단체와 제휴하려는 움직임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인 파키스탄 서북부의 알카에다 세력권에 대한 미군 무인항공기의 지속적인 공습이 알카에다 전력 약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무인항공기 공습을 더욱 가속화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빈라덴 사살을 승인하기 직전인 지난달 27일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을 CIA 국장, 리언 패네타 CIA 국장을 새 국방장관에 지명함으로써 이 같은 기조를 뒷받침했다. 무인항공기를 통한 알카에다 공습은 2007년 5차례에서 지난해 120회로 급증했다. 한편 빈라덴 사망과 관련, 경찰은 주한 각국 대사관을 목표로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사관 주변 순찰을 강화했다. 경찰청 대테러센터는 3일 삼성 사옥과 주한 아랍국가 대사관을 폭파하겠다는 협박 이메일이 접수됨에 따라 수색 작업에 나섰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서울 백민경기자 carlos@seoul.co.kr
  • [빈라덴 사살 이후] 그라운드 제로 울릴 그의 승리 연설은?

    미국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9·11테러가 일어난 지 3일 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처참하게 잔해만 남은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점퍼 차림으로 찾았다. 사전에 알려지지 않은 방문이었다. 그는 휴대용 확성기를 마이크 삼은 간이연설을 통해 복수를 다짐했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흐른 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시 부시가 찾았던 그 곳,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한다. 댄 파이퍼 백악관 공보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의 방문 사실을 알렸다. 결과적으로 전임 대통령이 복수를 다짐한 곳에서 후임 대통령이 복수의 종결을 기념하는 그림이 펼쳐지게 됐다. 10년 전 부시는 어수선한 환경에서 격앙돼 있었지만, 오바마는 비교적 차분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그라운드 제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부시가 짤막한 즉석연설을 한 데 반해 오바마는 정제된 연설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 연설 내용은 지난 1일 밤 오사마 빈라덴 사살 직후 백악관에서 발표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빈라덴 사살은 정의의 구현이라는 것, 미국은 반드시 테러를 심판한다는 것, 테러리스트가 아닌 평범한 무슬림은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오바마의 방문은 연설 내용보다 그 그림이 주는 상징성이 의미를 던질 법하다. 10년 전 부시의 방문은 예고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시민들이 별로 운집하지 않았지만, 오바마의 방문은 널리 알려진 것이어서 수많은 인파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그 현장에서 미국 시민들은 한껏 애국주의를 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반기문 “대테러 전쟁의 중요 전환점”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서방세계는 빈라덴의 죽음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빈라덴의 죽음이 대(對)테러 전쟁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반 총장은 “빈라덴 사살은 이곳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모든 곳의 (테러)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나게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알카에다의 범죄 행위는 모든 대륙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으며 수천명의 희생이라는 비극을 초래했다.”면서 “유엔은 테러리즘에 대한 국제적 운동을 계속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 프랑스 정부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 지난 10년간 용기와 끈기를 갖고 알카에다의 지도자를 추적한 모든 사람들에게 축하를 보냈다.”면서 “양국 정상은 야만적인 테러와 이를 지원하는 세력들을 상대로 한 정의로운 전쟁을 지속할 것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미국민과 함께 기쁨을 나눈다.”면서 “미국의 작전 성공은 정의와 자유는 물론 테러와의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민주국가가 공유하고 있는 가치의 승리를 의미한다.”고 치켜세웠다. 중국과 타이완도 모처럼 한목소리로 “빈라덴 사살은 대테러 노력의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미국의 공식발표 12시간쯤 뒤인 3일 새벽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국제 반테러 투쟁의 중요 사건이자 적극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우둔이(吳敦義) 타이완 행정원장(총리)도 “타이완은 어떤 형식의 테러와 활동에도 반대한다.”면서 “테러 공격 수단을 사용하거나 테러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 조직은 모두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고 타이완 정부 대변인이 전했다. 멕시코, 칠레, 우루과이,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들도 대부분 빈라덴 사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반미의 선봉장 격인 베네수엘라는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美 우방 파키스탄 ‘이중생활’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로 활용된 파키스탄의 이중적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테러전 참여를 명분으로 미국의 군사지원금을 해마다 10억 달러 이상씩 받아왔지만, 뒤로는 빈라덴과 무장세력을 꾸준히 비호해 온 사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를 즉각 부인한 파키스탄 정부는 빈라덴이 퇴역 장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아보타바드 지역에 어떻게 방해받지 않고 거주할 수 있었는지 자체 내부조사에 나섰다고 AF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존 브레넌 백악관 테러담당 보좌관은 이날 ABC와의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이 정부나 군사정보국 내에 빈라덴을 지원한 사람이 있는지 자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브레넌 보좌관은 같은날 NBC와의 개별 인터뷰에서도 “분명히 (파키스탄 내에) 빈라덴과 그의 조직원들 사이의 접촉을 돕고 도움을 준 지원체계가 있다.”면서 파키스탄의 테러세력 지원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례적으로 공개 비난했다. 이어 “현재 파키스탄 정부 내에 그런 사람이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우리는 파키스탄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면서도, 파키스탄과의 대테러 협력은 공고히 유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입수한 미국 정부의 비밀문서에는 파키스탄 보안군이 빈라덴을 보호해 왔으며, 이 같은 사실을 미국 정부도 알고 있었다고 적혀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일(현지시간) 위키리크스로부터 입수한 미국 정부의 비밀문서를 인용, “파키스탄 보안군이 지난 10년간 빈라덴이 미군의 추격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보도했다. 빈라덴을 추격하던 미군이 번번이 허탕을 친 주요 원인은 미군이 포위망을 좁혀올 때마다 파키스탄 보안군이 빈라덴에게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밀문서에는 또 파키스탄 군사정보국이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이 체포되지 않도록 공항을 통해 파키스탄으로 몰래 입국시켰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번 빈라덴 사살 작전에서 미국 정부가 파키스탄을 배제한 점은 이 같은 비밀문서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궁지에 몰린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자신의 부인인 고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빈라덴에 의해 희생됐다며 보호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자르다리 대통령은 2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내게 빈라덴에 대한 정의 실현은 정치적인 것뿐 아니라 개인적인 것”이라면서 “알카에다가 우리의 위대한 리더이자 내 아이들의 어머니를 죽였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인민당 총재였던 부토 전 총리는 총선을 2주 앞둔 2007년 12월 알카에다의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했다. 로이터통신은 빈라덴의 사망이 미국과 파키스탄 관계에 가장 큰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빈라덴 사살 이후] 위키리크스, 하마터면…

    내부고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때문에 미국 정부가 오사마 빈라덴 제거작전 일정을 예정보다 급히 앞당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미국이 지난 2008년 빈라덴의 은신처에 대한 단서를 처음 입수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달 25일 이후 영국 텔레그래프와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미국이 관타나모 수감자 780명을 신문해 분석한 문건을 위키리크스에서 입수해 집중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관타나모 파일’로 불리는 이 문건의 2008년분에는 알카에다의 핵심 조직원 아부 알리비를 신문한 내용 가운데 은신처 ‘아보타바드’ 지명과 빈라덴의 연락책 이름이 모두 등장한다. 이번 작전에서 결정적 단서가 된 ‘연락책’에 대한 진술을 했다고 미 정부 소식통이 2일 밝힌 인물도 바로 알리비였다. 가디언은 관타나모 파일 공개로 미국이 은신처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되자, 미국이 작전이 실패할 것을 우려해 작전을 서둘렀을 것으로 분석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킬 빈라덴’ 영화 나온다

    영화보다 더 극적인 미국의 ‘빈라덴 제거작전’ 비화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작전은 할리우드 영화인들의 제작욕구를 크게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 정보기관의 2년여에 걸친 치밀한 추적과 40분간의 제거작전, ‘인간 방패’를 내세워 결사적으로 저항한 빈라덴의 최후 순간, 작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워싱턴 백악관에서 모니터를 통해 지켜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 등 모든 ‘그림’이 한편의 영화처럼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 빈라덴 사살 작전을 그린 할리우드 영화가 곧 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2회 아카데미상 6개 부문을 휩쓴 이라크 전쟁영화 ‘허트 로커’의 여성 감독 캐스린 비글로와 시나리오 작가 마크 보울이 손을 잡고 빈라덴 관련 액션스릴러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AP통신이 3일 보도했다. 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당초 미 정보기관의 빈라덴 추적과정을 그릴 예정이었고, 빈라덴이 실제로 사살됨에 따라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시의성을 갖게 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비글로 감독은 (영화제작 계획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그녀의 대변인은 밝혔다. 한편 독일의 DPA통신은 비글로 감독이 준비 중인 영화 제목이 ‘킬(Kill) 빈라덴’으로 정해졌으며 애초 미군에 의해 극비리에 진행된 빈라덴 체포 작전이 실패하는 과정을 그릴 예정이었지만 빈라덴 제거작전 성공으로 영화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영화 전문사이트 데드라인닷컴을 인용해 보도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빈라덴 사살 이후] 美 이젠 시신사진 공개 두고 ‘골머리’

    [빈라덴 사살 이후] 美 이젠 시신사진 공개 두고 ‘골머리’

    미국 정부가 오사마 빈라덴의 시신을 공개할까. 미 정부 당국은 빈라덴을 사살한 지 하루가 지난 2일(현지시간)까지도 이 물음에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고민에 빠져 있다.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 담당 보좌관은 브리핑에서 ‘무슬림 세계의 음모론을 피하기 위해 빈라덴의 사진을 공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는 “빈라덴이 죽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부인하는 근거를 갖지 못하도록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면서 “공개할 정보에 사진도 포함할지는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시신 사진을 공개하면 미국은 음모론이나 의구심을 불식시킬 수 있다. 반면 시신 사진 공개가 알카에다를 겨냥한 유사한 작전이나 정보원을 노출시킬 가능성도 있어 미국은 이를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는 머리와 안면에 총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빈라덴의 시신 사진을 공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도 있다는 후문이다. 미 의회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상원 국토안보위원장인 무소속 조 리버만 의원은 “백악관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미국 정부의 계략이라는 주장을 정리하기 위해 사진을 공개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도 “터무니없는 얘기를 만들어내는 이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사진이나 비디오, DNA 결과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원 정보위원장인 공화당 마이크 로저스 의원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방향으로 그가 죽었다는 점을 확신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네이비실 40분 만에 작전완료… “빈라덴 시신 바다에 수장”

    네이비실 40분 만에 작전완료… “빈라덴 시신 바다에 수장”

    2009년 1월 취임하기가 무섭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리언 패네타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은밀하게 백악관으로 호출했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거나 체포하는 일에 주력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에 미 정보 당국은 빈라덴에 대한 정보망을 더욱 열심히 돌렸고 마침내 석달 뒤인 그해 4월 심상찮은 단서가 포착된다. 빈라덴을 숨겨 주고 있는 남자의 소재를 통해 빈라덴의 은신처로 의심되는 곳이 파악된 것이다. 그곳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북쪽으로 100㎞ 떨어진 도시 아보타바드에 있었다. 은신처는 주변의 집들보다 8배나 크고 고급스러운 3층짜리 고급 아파트였다. CIA는 그 건물을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차츰 빈라덴의 은신처라는 심증을 굳히게 된다. CIA는 지난해 8월 오바마 대통령에게 빈라덴의 은신처로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고 정식으로 보고한다. 하지만 100%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더 확인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CIA는 8개월을 더 관찰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3월 빈라덴의 은신처라는 확신이 들면서 오바마 안보팀은 긴박하게 움직인다. 확인된 것만 3월 14일과 19일, 4월 12, 19, 28일 등 다섯 차례의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팀 회의가 열렸다. 물론 여기에는 극소수의 핵심 멤버만 참여했고 웬만한 고위 각료들도 정보에서 배제됐다. 그리고 마침내 금요일인 지난달 29일 아침 8시 20분 오바마 대통령은 토네이도 피해를 입은 앨라배마로 가기 직전 빈라덴에 대한 공격작전을 승인했다. 헬기에 소규모 네이비실(해군 특수부대) 요원들을 실어 은신처를 습격하는 것이 작전의 골자였다. CIA는 작전 D데이를 일요일인 1일로 잡았다. 아무래도 상대편이 긴장을 풀기 좋은 때로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1일 오후 1시 백악관에 오바마 대통령과 극소수의 참모들이 모여 공격을 위한 최종 점검을 했다. 3시 32분 오바마 대통령은 다시 작전에 대한 브리핑을 받는다. 3시 50분 대통령은 빈라덴이 현재 은신처 안에 있는 것이 확실하다는 보고를 받는다. 그리고 오후 4시 30분(파키스탄 시간으로는 2일 새벽 1시 15분)부터 30분 동안 은신처에 대한 공격이 헬리콥터를 통해 이뤄졌다. 이후 네이비실 요원 20~25명이 헬기를 통해 현장에 투입됐고 지상에서 약 40분간 임무를 수행했다. 헬기의 집중 공격으로 은신처는 화염에 휩싸였다. 상황을 목격한 현지 주민에 따르면 미군 헬기들이 빈라덴의 거처를 향해 접근하자 빈라덴 측 병사들은 지붕에서 로켓식 유탄 발사기를 발사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헬기 1대가 화염에 휩싸인 채 추락했다. 추락 헬기에 탄 네이비실 요원들은 헬기를 부수고 밖으로 나와 작전에 가담했다. 빈라덴은 그 후 양측 간 총격전의 와중에 최후를 맞았다. 사살 당시 상황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CNN은 이번 작전에 정통한 미 의회 소식통과 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 빈라덴이 머리에 총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시간으로 저녁 7시 1분 오바마 대통령은 빈라덴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보고를 받는다. 8시 30분 대통령은 빈라덴이 사망한 게 확실하다는 보고를 받는다. 그후 백악관 참모들은 의원들과 9·11테러 희생자 가족들에게 대통령이 곧 중대한 발표를 할 것임을 알린다. 밤 11시 35분 오바마 대통령이 카메라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빈라덴이 미군 특수부대의 작전으로 사살됐다고 확인하면서 “정의는 실현됐다.”고 말했다. 미 특수부대는 교전 직후 빈라덴의 시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곧바로 시신을 헬기로 옮긴 뒤 바다에 수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의 한 관계자도 이날 “빈라덴의 시신은 수장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수장된 곳이 어느 바다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도자를 잃은 알카에다 조직원들이나 추종세력이 어느 바다인지 알게 되면 빈라덴의 주검을 탈취할 수도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빈라덴 은신처는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는 당초 예상과 달리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아보타바드에 있었다. 날씨가 쾌적해 관광 명소로 꼽히며 주민들의 소득과 교육기관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여생을 이곳에서 보내는 퇴역 군인들이 적지 않은 곳이다. 3개 파키스탄 육군 연대가 자리 잡고 있어 군사시설과 군인 거주시설이 많았다. 빈라덴이 은신하던 맨션도 군사학교에서 불과 100m 정도, 경찰서에서 250m 정도 떨어져 있었다. 2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빈라덴의 은신처 크기는 주변 일반 가옥보다 8배나 컸고, 100만 달러 정도로 추정되는 3층짜리 최고급 맨션이었다. 2005년에 지어진 이 거처에는 철조망이 붙어 있는 5.5m짜리 외벽과 키 높은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내벽도 있었다. 3층 베란다도 밖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별도의 2m 높이 담으로 가려져 있었다. 주변 건물들과 따로 떨어져 비포장 도로 끝에 있는 데다 주택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2개의 문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쉽게 만들어져 있었다. 평소 경비원들이 서 있는 등 매우 삼엄한 경비가 이뤄져 왔다고 통신은 전했다. 쓰레기는 버리지 않고 안에서 태웠던 것으로 알려졌고, 전화도 인터넷도 사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되는 등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CIA는 빈라덴이 그곳에서 아들, 막내 부인을 포함해 여러 명의 가족과 기거해 왔다고 추정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국민에 대한 약속 지켰다”… 美전역 휴일밤 ‘승리의 환호’

    “국민에 대한 약속 지켰다”… 美전역 휴일밤 ‘승리의 환호’

    일요일 밤 잠자리에 들려던 미국 국민들은 뜻밖의 엄청난 뉴스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 지난 10년간 집요한 추적에도 불구하고 잡지 못했던 오사마 빈라덴을 미군이 사살했다는 소식이었다. TV에서 접한 뉴스 속보를 시민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으로 실어나르면서 순식간에 미국 전역이 환호의 도가니로 변했다. 동부 시간으로 밤 11시가 넘은 심야에 워싱턴 시민들은 백악관으로 몰려가 ‘USA’를 연호하고 미국 국가를 목청껏 부르며 기쁨을 만끽했다. 기념촬영을 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삽시간에 백악관 뒤편 라 파예트 광장은 시민들로 가득 찼고 시내 곳곳에서 자동차 경적 소리와 시민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9·11테러 현장인 뉴욕의 ‘그라운드제로’에도 시민들이 몰려 환호했다. 9·11 테러 당시 구출작업에 참여했다는 케네스 스페치는 CNN 인터뷰에서 “오늘 밤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미 국방부를 겨냥해 날아간 항공기에 타고 있다가 사망한 승무원의 여동생인 데브라 벌링게임은 “빈라덴이 미군 병사에 의해 사살됐다는 소식을 듣고 스릴을 느꼈다. 아주 만족한다.”고 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성명을 통해 “미국인들은 빈라덴을 사살할 것이라는 약속을 지켰다.”고 했다. 9·11테러를 당하고 알카에다에 대한 전쟁을 시작했던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빈라덴의 사망은 미국의 승리라고 말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소식을 전해들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이번 임무를 위해 목숨을 내건 미군과 정보기관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했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오늘 미국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든 정의는 실현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고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9·11테러로 숨진 희생자 가족은 물론 평화와 자유를 원하는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밤 CNN 등의 일부 기자는 집에서 자다가 불려나온 듯 급히 갖춰 입은 옷에 다소 멍한 표정으로 뉴스를 전하는 모습도 보였다. 보수성향의 폭스뉴스에서는 한 출연자가 손을 번쩍 들면서 환호성을 내지르기도 했으며, 진행자는 “역사적 순간”이라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에서 영어로 방송되는 아랍권의 알자지라 방송도 미국 언론과 큰 차이 없이 빈라덴 사망소식과 시민들이 환호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또 빈라덴 사망 이후 아랍권 정세에 대한 전문가 분석을 인터뷰 형식으로 방송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발표 직전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빈라덴 사망 소식을 통보했고, 조 바이든 부통령도 의회 지도부에 이번 작전을 브리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 정부는 빈라덴 사살로 인한 알카에다의 보복 테러에 대비해 재외공관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자국민에게 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국무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빈라덴의 사망 소식을 공식 발표한 직후 성명을 통해 미국인을 겨냥한 폭력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美 “빈라덴 사살” 테러戰 1막 끝났다

    美 “빈라덴 사살” 테러戰 1막 끝났다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키며 지난 10년 동안 지구촌을 아프간 전쟁 등 ‘테러와의 전쟁’ 속으로 밀어 넣은 장본인 오사마 빈라덴(54)이 마침내 사살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일 밤(워싱턴 현지시간) 미 특수부대가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를 급습, 교전을 벌인 끝에 그를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빈라덴은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아보타바드의 고급 맨션에 머물고 있었다. 미 특수부대의 기습은 파키스탄 시간으로 2일 새벽 이뤄졌다. 이날 작전으로 빈라덴의 아들 1명을 포함한 남자 3명과 여자 1명도 사살됐다고 AP통신이 미국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교전 중 미군 피해는 없었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밤 12시쯤 백악관에서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발표한 성명을 통해 빈라덴 사살 소식을 전한 뒤 “빈라덴의 사살은 (지난 10년간 미국이 벌여온)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중대한 성과 가운데 하나”라며 “이제 정의가 실현됐다.”고 말했다. 주요 서방 각국은 이날 빈라덴 사살 소식을 긴급 뉴스로 타전하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반미 노선 국가들은 빈라덴 사망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등 엇갈린 기류를 보였다. 그동안 전 세계에서 반미·반서방 테러를 주도해 온 빈라덴의 죽음으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도 전기를 맞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빈라덴의 사망으로 테러와의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면서 “빈라덴의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가 미국을 향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언 패네타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이날 “빈라덴을 잃은 테러리스트들은 거의 확실히 복수를 시도할 것”이라면서 “조금도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빈라덴 사살에 반발하는 반미 테러 세력들이 조만간 세계 각지에서 무장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해외 공관에 경계강화를 지시하는 한편 해외여행에 나서는 자국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심야 발표에서 “수년간 공들인 작업 끝에 지난해 8월 빈라덴에 대한 단서를 보고받았다.”며 “수개월간의 정보 확인 뒤 지난주 우리가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확보해 빈라덴을 잡아 법정에 세우기 위한 작전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금요일인 지난달 29일 공격작전을 승인했다고 AP 등이 전했다. 한편 빈라덴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전역은 환호의 도가니로 변했다. 워싱턴 DC의 백악관 앞에는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어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9·11테러 현장인 뉴욕 맨해튼의 그라운드제로에서는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carlos@seoul.co.kr
  • 사살소식 후 주가 껑충·달러 강세 “알카에다 예측불가… 반짝 호재”

    사살소식 후 주가 껑충·달러 강세 “알카에다 예측불가… 반짝 호재”

    오사마 빈라덴의 사살 소식에 세계 주가는 오르고 원자재값은 떨어지고 미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호재이긴 하지만 구심점을 잃은 알카에다의 행동이 예측 불가능이라는 점에서 반짝 호재에 그친다는 전망이 대세다. ●코스피 2228.96… 사상 최고치 2일 코스피 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36.60포인트(1.67%) 오른 2228.96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154.46포인트(1.57%) 상승한 1만 4.20에 마감됐다. 지난 3월 14일 이후 처음으로 1만선 돌파다. 장 초반부터 오름세를 기록하다가 빈라덴 사살 소식에 상승폭이 확대됐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6.15원 내린 1065.34원으로 급락했다. 2008년 8월 25일(1064.10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5%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고 금·면화 등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빈라덴 사살 소식이 세계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미국 소비 심리 개선과 소비 확대→미 경제 회복 가속화→세계 경제에 긍정적 영향 등의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 우선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의 ‘경고’까지 받았던 미 재정적자의 축소 가능성이다. 빈라덴 사살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접경지대에서 10년간 벌어지던 미국의 추격전은 끝날 전망이다. 홍순표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전쟁이 끝나 군비지출이 줄면서 재정 건전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미 경제와 증시의 신뢰감을 높여 준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직접 영향보다 美소비심리 개선 긍정” 지난달 말 발표된 4월 미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는 69.8로 전월보다 개선됐다. 빈라덴 소식 외에도 야외 활동이 많은 드라이빙 시즌에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빌미가 제공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미국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서서히 개선되고 있는 고용시장까지 가세하면 소비 심리 개선의 증폭 효과가 크다. 미국 소비의 증가는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 각국의 수출 증가로 이어진다. 돌발변수는 알카에다의 후속 대응이다. 김중관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알카에다가 점조직이라 부르기도 어려울 정도의 활동을 벌여 왔다는 점에서 빈라덴 사살이 알카에다의 무력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경하·오달란기자 lark3@seoul.co.kr
  • SNS 이번에도 20분 빨랐다

    오사마 빈라덴 사살 소식을 가장 먼저, 가장 멀리 퍼뜨린 것은 이번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발표하기 20여분 전에 트위터에 관련 소식이 처음 올라온 데 이어 엄청난 속도로 퍼져 나가면서 공식 발표 시점에 온라인에선 이미 ‘오사마 빈라덴 사망’이 기정 사실로 회자되고 있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45분 댄 파이퍼 백악관 공보국장은 백악관 기자단에 “오늘 밤 동부시간 10시 30분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한다.”고 공지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문을 손보고 있던 오후 10시 25분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의 보좌관을 지낸 케이스 어반이 “믿을 만한 사람에게서 빈라덴이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곧이어 “그것이 사실이길 빈다.”고 썼다. 비슷한 시간 CNN 기자가 “국가안보와 관련한 중대 발표가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다양한 경로로 빈라덴 사망 소식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에선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발빠르게 ‘오사마 빈라덴 사망’ 페이지가 등장했다. 이 페이지는 한 시간여 만에 20여만명이 ‘좋아요’를 눌러 공감을 표현했다. 한편 미군 특수부대의 빈라덴 제거 작전은 부근에 살던 33살의 정보기술(IT) 컨설턴트 소하이브 아타르에 의해 생중계됐다. 그는 트위터에 “지금 새벽 1시(파키스탄 시각)인데, 아보타바드 위로 헬리콥터가 날고 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창문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흔들리고 있다.”, “몇몇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헬리콥터 중 파키스탄의 것이 아닌 게 있다고 한다.”고 올렸다. 이어 1시간 뒤 “헬리콥터 또는 미확인비행물체(UFO)가 비랄 마을 지역에 격추됐고 불빛이 비쳤다. 택시 운전사에게서 들었는데, 군인이 추락 지점에 저지선을 치고 주위의 집집마다 다니며 수색하고 있다.”며 “추락한 헬리콥터는 외국의 코브라 헬리콥터라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그가 처음 트위터를 시작한 지 7시간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빈라덴 사살을 공식 발표했다. 아타르는 뒤에 “오우, 나는 그것이 빈라덴에 대한 공격인 줄 모르고 실시간 블로그에 생중계한 사람이 됐군요.”라고 썼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지구촌 반응

    오사마 빈라덴의 사망 소식에 서방과 중동 진영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이스라엘은 서방진영 가운데 가장 먼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명의로 성명을 내고 “빈라덴의 사망에 대한 미국 국민의 기쁨에 동참한다.”면서 “정의와 자유,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공통의 가치를 위해 싸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를 함께 축하한다.”고 환영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빈라덴의 죽음은 전 세계에 크나큰 안도감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기자들에게 “빈라덴의 죽음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길라드 총리는 “알카에다가 오늘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면서 “테러와의 전쟁은 계속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치담바람 인도 내무부 장관은 빈라덴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인근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파키스탄이 테러리스트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했다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인도네시아 최대 무슬림 조직인 나흐타둘 우라마의 아길 시라지 대표는 “빈라덴의 죽음이 이슬람 전체를 폭력집단으로 보는 시각을 순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방세계와 달리 중동지역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대다수 아랍인은 빈라덴의 사망을 ‘순교’로 받아들였다. 각종 아랍 언론과 관련 사이트에는 빈라덴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추모글과 사진이 속속 올랐다. 아랍권 위성 보도채널 알자지라의 아랍어 사이트 메인화면은 빈라덴의 사망을 알리는 기사로 도배됐다. 첫 보도 이후 몇 시간도 안 돼 이 기사를 60여명이 트위트해 갔고 230여명이 페이스북으로 퍼갔다. 또 500여명이 댓글을 달았다. 아무리 큰 이슈라도 평소 댓글과 트위트 규모가 10건 안팎에 머물던 것과 비교하면 빈라덴의 사망이 아랍 세계에 가져온 충격과 관심을 가늠케 한다. 댓글을 올린 20명 가운데 1명꼴로 빈라덴의 사망을 “잘된 일”로 받아들였다. ‘무함마드’라는 ID를 가진 네티즌은 “빈라덴 때문에 이라크에서 살해당한 수천명의 사람들이 보답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ID ‘아미리’는 “지구상의 악인 가운데 한 명이 죽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대다수 아랍인 네티즌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아바디’라는 이름의 요르단 네티즌은 “우리 형제가 무자헤딘으로 증명했다. 하나님께서 순교자와 함께 그것을 수용하실 것이다.”라고 말했다. 수단의 ‘빈라덴’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빈라덴은 살아 있다.”라는 댓글을 반복해서 남기며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아이만’이라는 아랍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신이여, 이슬람교의 승리를 위해 떠난 사람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댓글을 남겼다. 박찬구·김진아기자 ckpark@seoul.co.kr
  • 10년만의 개가… ‘이름값’한 美 정부 기관들

    9·11테러 주범인 오사마 빈라덴의 제거로, 그동안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네이비실(Navy SEAL)이 오랜만에 웃을 수 있게 됐다. 빈라덴의 목에 2500만 달러(약 266억원)의 현상금을 걸었던 미 행정부도 체면치레를 하게 됐다. ●CIA ‘전담팀’ 불구 9·11테러 못 막아 CIA는 지난 10년 가까이 신출귀몰한 빈라덴과 숨바꼭질을 벌였다. 때문에 이번 작전에서는 빈라덴의 은신처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서도 최종 확신을 갖기까지에는 신중을 거듭했다. 그 결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빈라덴의 은신처에 대한 정식 보고를 CIA로부터 받을 수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첫 보고를 받은 뒤 정보를 확인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고 밝혔다. CIA는 마지막 순간에 빛나는 정보력을 발휘했으나 9·11테러 이후 10년 동안 헛발질을 되풀이하며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알카에다가 1996년 필리핀을 방문한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CIA는 ‘빈라덴 전담팀’까지 만들었으나 결국 감시에 실패해 2001년 9월 11일 본토를 공격당했다. 또 미국은 빈라덴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접경지대인 토라보라 산악지대의 복잡한 동굴 연결망에 숨어 지내는 것으로 예상해 이곳을 여러 차례 폭격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산악 지역은 지형이 파키스탄 정보기관도 침투할 수 없을 만큼 산세가 험해 서방 정보조직 사이에서는 “진정한 블랙홀”로 통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였던 2008년 테러와의 전쟁이 ‘소득 없는 싸움’이라는 비아냥을 듣자 빈라덴 체포를 위해 정찰활동을 강화했다. 그러나 빈라덴이 안전 문제에 민감해 팩스나 전화기 등 추적 가능한 통신기기를 쓰지 않아 최고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CIA도 행방을 쫓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폭로 전문 위키리크스가 2001년 미국의 아프간전 개시 직후 빈라덴이 수도 카불 등 아프간 곳곳을 돌아다니며 추종자를 만나 공격 지령을 내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CIA의 정보력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기도 했다. ●해군특공대 6년전 실패 딛고 명예회복 미국의 엘리트 부대로 불리던 네이비실도 빈라덴 사살에 성공하면서 구겨졌던 자존심을 회복했다. 미 해군 특공대인 네이비실 부대원들은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맨션에 있던 빈라덴의 은신처를 급습해 40분 만에 작전을 완료했다. ABC방송은 이번 작전에 미군 헬기 2대가 동원됐고 이날 오전 1시 30분~2시에 20~25명의 네이비실 대원들이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전 당시 정보 수집과 군사시설 폭파 등의 임무를 수행하며 세계 최고의 특수부대로 군림해 온 네이비실은 미 육군 특수부대 델타포스와 더불어 미국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다. 총부대원은 2500여명으로 바다와 육지, 상공의 적 정보 분석 등으로 작전 수행을 지원하고 게릴라전과 대테러전, 특수 정찰 작전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에 투입된 부대원들은 1980년 창설된 테러 진압 특공대인 ‘SEAL팀6’ 소속으로 알려졌다. SEAL팀6는 현재 ‘데브그루’로 명칭이 바뀌었는데 고도의 체력단련 훈련을 통과한 정예 요원들로 구성돼 있으며 주로 대테러 훈련에만 집중한다. 최근 네이비실의 명성은 쇠락해 왔다. 2005년 네이비실은 아프간 동부 쿠나르 산악지대에서 알카에다 소탕 작전을 펴다 19명의 부대원을 잃었다. 2001년 이후 미군의 단일 작전으로는 최악의 실패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작전의 성공은 네이비실이 명예를 회복할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서린·유대근기자 rin@seoul.co.kr
  • 총감독 오바마, 재선 ‘파란불’

    총감독 오바마, 재선 ‘파란불’

    오사마 빈라덴 사살에 따른 정치적 수혜는 다른 누구보다 버락 오바마(얼굴) 대통령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군 통수권자로서 이번 사살작전을 총지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 밤(현지시간) 자신이 빈라덴 제거 작전 개시 명령을 내렸다고 밝힘으로써 이번 작전이 본인의 직접적 결단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7년 동안이나 추적했어도 잡지 못했던 빈라덴을 취임 2년여 만에 제거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유능한 군 통수권자의 이미지를 과시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보수세력으로부터 약점으로 공격받아 온 점들, 즉 안보에 무능하다거나, ‘후세인’이라는 중간 이름(middle name)으로 미뤄 무슬림이라거나, 미국 외 출생 의혹이 있는 등 애국심이 박약하다거나 하는 등의 의구심을 일거에 날려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 내용을 보면 본인의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빈라덴 제거에 각별한 공을 들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빈라덴을 잡기 위해 중앙정보국(CIA) 등과 긴밀한 작전을 가동했다.”는 비화를 공개했으며, 이 같은 노력의 결실로 임기를 시작한 지 불과 1년 7개월 만인 지난해 8월에 벌써 빈라덴의 행적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빈라덴 제거라는 뚜렷한 업적으로 내년 재선을 앞두고 결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남은 변수는 경제다. 아무리 다른 쪽에서 공을 세워도 민생이 팍팍하면 재선에 실패할 수 있다는 교훈은 누구보다 오바마 대통령이 잘 인식하고 있다. 그가 리비아 공습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서두르는 것도 전쟁에 쓸 돈을 민생에 투입하려는 계산이다. 반면 경제가 중요하긴 하지만 너무 엉망으로 하지만 않는다면 재선은 무난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미국 국민 입장에서 10년 만에 ‘나라의 원수’를 잡은 대통령을 선거에서 떨어뜨리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특히 9·11테러는 미국이 진주만 피습 이후 당한 가장 자존심 상하는 공격이었다는 점에서, 빈라덴 제거로 분출되는 애국주의는 고스란히 현직 대통령에게 투영될 공산이 크다. 1일 밤 워싱턴 시민들이 백악관으로 몰려가 기쁨을 분출한 것이 단적인 현상이다. 만일 빈라덴 사살에 대한 보복으로 알카에다가 다시 테러를 자행한다면 그것 역시 오바마 대통령 재선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사건이 될 것이다. 미국은 위기에 처할 수록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