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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 세대] 주택문제의 해결, 교통에서 답을 찾자/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2030 세대] 주택문제의 해결, 교통에서 답을 찾자/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19세기 말 유럽은 사회, 경제, 기술, 정치적으로 유례없이 번성했다 하여 벨 에포크 시대, 즉 ‘아름다운 시절’로 표현된다. 하지만 당시 일상을 살아가는 도심 노동자 가족의 삶은 참혹하기 짝이 없었다. 도시계획가 피터 홀의 ‘내일의 도시’에는 당시 영국 런던을 묘사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썩어서 악취가 나는 한 방에서 두 가족이 거주하며, 천연두를 비롯한 각종 전염병에 노출돼 살아가는 일반 시민들의 삶이 묘사된다. 전염병의 발생 원인을 찾는 역학조사가 그즈음 런던에서 시작됐으니, 예상 가능한 풍경이다. 당시 런던에서 이런 삶을 살아가는 빈곤층의 비율은 30~40%였으며, 이는 다른 유럽의 대도시, 그리고 뉴욕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런 고밀화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일자리 인근에 살며 걸어서 출퇴근할 수밖에 없었던 물리적 제약 때문이었다. 다행히 20세기 들어서 이러한 문제는 급격히 해결됐는데, 그 실마리는 교통이었다. 20세기 초반 철도와 도로 등 교통망이 급격히 발달해 도심 외곽에 살더라도 일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확장된 도시들의 예가 도쿄 23구, 파리 20구 등이다. 서울의 역사도 이와 유사하다. 조선시대 한양도성에 불과했던 서울의 면적은 20세기 중반 인접 5개 군 일부를 편입하며 약 5배에 가까운 면적 확장이 이루어졌다. 확장된 면적을 커버하기 위해 서울시는 강변도로와 한강다리를 짓기 시작했고, 지하철과 외곽순환도로 등을 만들며 교통혁신을 이끌어냈다.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서로 한양도성 내에서 살고자 분투했을 것이며, 주거의 질은 벨 에포크 시절 노동자 가족의 삶과 같이 참혹했을 것이다. 안타까운 부분은 그런 ‘20세기 교통의 혁신’이 현재 거의 자취를 감춰 가고 있다는 점이다. 강변도로, 남산터널, 지하철 건설, 한강교량 등 교통인프라는 대부분 20세기 중후반에 만들어지고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이렇다 할 신규 교통인프라가 존재하지 않는다. 있더라도 1969년 한남대교는 3년 만에 준공됐는데, 2020년 월드컵대교는 11년이 지나 준공될 예정이니, 오히려 퇴보하는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강남은 고인물과 같이 수십년째 가장 선호되는 주거지며, 주거지역의 층위는 딱히 변화될 여지가 안 보인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서 조금 더 창의적인 사고로 서울 및 수도권의 대중교통 인프라 구축을 고민해 봐야 한다. 간선급행버스체계(BRT)망 구축, 대중교통 복합환승센터 구축, 경전철망 확대다. 한국의 대도시는 여전히 더 많은 교통인프라가 필요하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차량대수규제(COE)나 혼잡통행료(ERP) 정책 등으로 대중교통망 구축 예산을 마련한 싱가포르의 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조금 더 혁신적인 생각으로 지속가능한 교통망을 만들며 확장해 나가는 우리나라 도시들이 더 많이 등장했으면 한다.
  • 고독사 걱정 없는 서대문… 이웃 사랑도 영상통화로

    고독사 걱정 없는 서대문… 이웃 사랑도 영상통화로

    서울 서대문구는 지난달부터 관내 북아현동주민센터와 서대문구장애인종합복지관이 협력해 고독사 방지를 위한 ‘비대면 주민관계망 형성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구는 올여름 북아현동 내 소득이 없는 중장년 200가구에 대한 비대면 전수조사를 하고, 이 가운데 고위험군 60가구를 사업 대상으로 정했다. 북아현동 주민 1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안부자석 붙이기 ▲줌(ZOOM) 영상 통화 ▲반찬 전달과 안부전화 사업을 하고 있다. 안부자석 붙이기는 거동 불편 장애인들이 제공받은 자석 스티커를 매주 월, 수, 금요일 자신의 집 출입문에 붙이면 자원봉사 주민들이 방문해 수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자석 스티커에는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문구 등이 담겨 있다. 대상자와 ‘이웃사촌’이 1대2로 매칭돼 있으며 2주 동안 6번 자석을 붙이면 소정의 생필품도 증정한다. 한 주민은 “집에서만 지내니 많이 우울했는데 내가 붙인 자석을 매번 떼어 가시는 이웃분들을 생각하니 내 안부를 잘 확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줌 영상 통화는 이웃사촌과 빈곤위기 중장년이 1대1로 매칭돼 이뤄진다. 반찬 배달은 서대문구의 ‘시장형 어르신일자리 사업’인 ‘야미야미’와 연계해 이뤄지고 있다. 배달 후에는 이웃사촌이 전화로 대상자의 안부를 묻고 필요한 사항 등을 파악한다. 또 다른 주민은 “반찬이 집 앞으로 배달돼 오고 안부까지 챙겨 주는 분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권헌육 북아현동장은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 고독사 위험 주민들과의 관계망 구축에 지속적으로 힘쓰겠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굶어죽겠다” 배고픈 나이지리아…정부창고 지붕 뜯고 식량 약탈 (영상)

    “굶어죽겠다” 배고픈 나이지리아…정부창고 지붕 뜯고 식량 약탈 (영상)

    밖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사상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 배출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나이지리아지만, 안으로는 엘리트 집권세력과 구조적 빈곤에 대한 불만으로 뒤숭숭하다. 특히 경찰 개혁을 요구하던 시위가 식량 약탈로 번지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는 벌써 수 주째 식량창고 약탈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의 가키 지역 식량창고 앞에도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시설 입구를 봉쇄한 군경과 맞선 이들은 먹을 것을 얻기 전까진 절대 돌아갈 수 없다고 완강히 버텼다. 시위대 한 명은 “모두 굶어 죽을 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자리를 잃었다. 비상식량이 필요하다”고 외쳤다.나이지리아 9개주 식량창고에 보관돼 있던 구호물자 수 톤은 벌써 동이 났다. 24일 중앙도시 조스 소재 정부창고에 난입한 시위대 수천 명은 건물 꼭대기로 기어 올라가 지붕을 뜯고 창고에 보관된 쌀과 파스타 자루를 약탈했다. 지역 주민들은 AFP통신에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이 굶어 죽었다. 지금쯤이면 정부가 식량 배급을 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정부가 식량을 사재기하고 있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사재기 논란에 대해 나이지리아 정부는 사실과 다르다며 난감해 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식량 수급에 애를 먹는 주민들에게 구호물자를 배급했고, 남은 분량은 취약계층을 위해 보관해두고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심은 여전하다. 26일 아부자 가키 지역 식량창고 앞에서 시위에 나선 주민은 “봉쇄 기간 정부에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다. 아마 자기들끼리 나눠 먹었을 것”이라고 말했다.미국의소리(VOA)에 의하면,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나이지리아 인구 40%에 해당하는 8300만 명이 식량난을 겪고 있다. 구조적 빈곤에 팬데믹 악재까지 겹치면서 국민 관심은 자연스레 식량 배급에 쏠렸다. 이번 식량창고 약탈로 국민들은 시쳇말로 ‘없어서 못 먹는’게 아니었다는 배신감에 사로잡혔다. 시민단체인 ‘나이지리아사회행동’ 측은 “창고에 보관된 구호물자 규모는 체계적 실패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단체 관계자는 “기아에 허덕이는 취약계층은 아랑곳하지 않고 식량을 쌓아만 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며, 상당히 비열하고 무감각한 행정”이라고 비난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현금다발 펄럭이며…‘코로나 디바이드’ 속 英 학생들의 철없는 돈자랑

    현금다발 펄럭이며…‘코로나 디바이드’ 속 英 학생들의 철없는 돈자랑

    영국의 한 사립학교 재학생들이 철없는 돈자랑으로 학교 명성에 먹칠을 했다. 27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돈과 사치품을 자랑한 학생들의 행동에 대해 학교가 대신 나서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사우스요크셔주 동커스터 소재 ‘힐하우스 스쿨’은 최근 재학생들이 촬영한 동영상 하나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재학생 10여 명은 이달 초 ‘틱톡’에 부를 과시하는 동영상을 찍어 올렸다. 최고급 시설을 자랑하는 학교 곳곳을 돌며 현금다발과 명품 옷, 명품 시계, 최신형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자랑했다.팝스타 제이지(Jay-Z)의 노래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Empire State of Mind)’를 개사한 학생들은 “우린 모두 부자다. 우리가 어떤 학교에 다니는지 아느냐. 상류층 교육기관에서 네가 과시하지 못할 건 없다”고 우쭐거렸다. 가사에는 “우린 아버지 돈으로 산다. 우리가 사지 못할 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보수당에 투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힐하우스 스쿨은 1912년 설립된 명문 사학재단으로, 유치원 및 초중고교를 모두 갖추고 있다. 연간학비가 1만4000파운드(약 2000만 원)에 달해 재학생 중 상류층 자제가 많다. 영상이 공개되자 철없는 학생들에 대한 지탄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영상을 버젓이 올려놨다. 너희들이 부자라는 사실에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고 꼬집었다. 다른 네티즌은 “가난도 모자라 팬데믹으로 더욱 고통받는 사람들 앞에서 부자라고 우쭐대며 사치품이나 자랑할 때는 아닌 것 같다. 무료급식에 의존하는 가난한 학생들이 많다. 분위기 파악 좀 하라”고 다그쳤다.논란이 일자 학교 측은 “학교 정서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해당 학생들이 동영상에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 잠재돼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모든 플랫폼에서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국가, 성별, 학력, 인종에 따라 빈부격차가 커졌다. 특히 여성과 유색인종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근로 및 사업 소득이 감소한 반면, 자산가의 재산소득은 늘어났다. 돈이 있고 없고에 따라 교육 접근성이 좌우되고 생사가 갈리는 ‘코로나 디바이드(격차)’가 확산했다. 영국에서는 차상위 계층의 결식아동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25일 왕립소아과전문의협회(RCPCH)는 영국 전체 빈곤층 아동은 400만 명 중 3분의 1이 학교에서 주는 무료 급식에 전적으로 끼니를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현지언론은 연간학비가 2000만 원에 달하는 사립학교에 재학 중인 상류층 자제들의 돈자랑이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법륜 스님, 日 니와노평화상 수상

    법륜 스님, 日 니와노평화상 수상

    ‘즉문즉설’로 유명한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님이 지난 26일 ‘아시아의 종교 노벨평화상‘으로 불리는 제37회 ‘니와노평화상’을 수상했다. 니와노평화상은 일본 니와노평화재단이 종교 간 협력에 기여한 종교 지도자들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한국인 수상은 2000년 고 강원용 목사에 이어 두 번째다. 세계 127개 나라, 600여명의 종교 지도자가 추천한 후보자 가운데 최종 선정된 법륜 스님은 지난 20년간 매진해 온 한반도 평화 정착과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법륜 스님은 상금(2000만엔)을 참여불교연대를 통해 동남아 빈곤 여성 및 코로나 방역 지원에 기부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코로나로 생계 어렵다면 퇴직연금 중도인출 허용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근로자가 퇴직연금을 중간 정산해 쓸 수 있게 된다. 직장이 휴업하거나 실질임금이 감소한 근로자가 이 제도를 활용하면 당장의 생계는 해결할 수 있겠지만 훗날 노후 빈곤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27일 국무회의에서 퇴직연금 중간 정산 허용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은 근로자가 퇴직연금을 중도에 인출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퇴직 후 받게 될 연금이 줄어 노후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법상 퇴직금을 중간에 정산할 수 있는 사유는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본인이나 가족이 병을 앓거나 다쳐 막대한 치료비가 들어가는 경우, 파산선고, 천재지변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등으로 국한돼 있다. 개정 시행령은 이 범위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상의 ‘사회적 재난’으로 확대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발생을 중간 정산 사유에 포함했다. 천재지변의 범위를 넓게 적용한 것이다. 사회 재난으로 피해를 봤거나 휴업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근로자가 퇴직연금을 중간 정산하는 대신 수급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또 퇴직연금 수급권 담보 대출을 받은 근로자가 원리금을 상환하기 위해 퇴직연금을 중간 정산하는 것도 허용된다. 고용부는 “퇴직급여 중도 인출 및 담보 제공의 구체적 사유와 요건을 정하는 관련 고시를 조속히 개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코로나 이후 끼니 거른 적 있는 아동 50%→64%로 늘었다

    코로나 이후 끼니 거른 적 있는 아동 50%→64%로 늘었다

    세 아이를 혼자 키우는 A(39)씨는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뿐이다. 미용실에서 하루 11시간씩 주6일 일하느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다. 아이들은 보호자 없이 집에서 종일 스마트폰 게임만 할 때가 많다. 학교 문이 닫히고 급식이 멈추면서 끼니 역시 아이들 스스로 챙겨 먹어야 한다. 엄마가 올 때까지 아이들은 끼니를 거르는 일이 잦아졌다. 코로나19 이후 결식아동의 숫자가 늘어나는 등 아동의 권리가 현저히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26일 나왔다. 국제구호개발 비영리단체(NGO) 굿네이버스는 코로나19 상황 속 아동권리 실태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만 4~18세 아동과 보호자 총 67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보호자가 아동을 제대로 양육하지 못해 결식과 빈곤 우려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끼니를 거른 적 있다고 답한 아동의 비율은 2018년 49.9%에서 2020년 64.1%로 늘었다. 아동 3명 중 2명은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아이들의 끼니를 챙겨 주던 학교 급식이 코로나19로 멈춘 데다 일부 가계는 소득까지 줄면서 부모가 제대로 아동을 돌보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코로나 이후 소득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가정은 전체의 36.1%에 달했다. 혼자 4살 딸을 키우는 B(39)씨는 올해 초 취업성공 패키지를 신청해 어렵게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정작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결국 교육을 포기해야 했다. 아이들의 행복감도 줄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의 행복감은 10점 만점에 7.9점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6.2점으로 떨어졌다. 초등학생 C(11)양은 혼자 집에서 휴대전화로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간이 급격히 늘면서 보호자와 갈등이 생겼다. 장희선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연구소 연구원은 “가정의 경제 위기는 교육, 놀이, 정서 등 아동의 생활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회복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정책과 함께 특히 저소득 취약 계층 아동 가정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여기는 인도] ‘7000원’에 팔려가는 아이들…아동 인신매매 성행

    [여기는 인도] ‘7000원’에 팔려가는 아이들…아동 인신매매 성행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두 번째로 많은 인도에서 아동 인신매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악의 범죄 중 하나인 아동 인신매매는 생계가 곤란해진 빈민층 사이에서 더욱 성행하고 있다. 미국 CNN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14세 소년은 모두가 잠든 시간 집에서 몰래 빠져나와 버스를 타고 자신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도시로 향했다. 당시 이 소년은 같은 마을에 사는 한 남성으로부터 여행비 명목으로 500루피(한화 약 7660원)를 받았고, 문제의 남성이 준비한 버스에 올라탄 상황이었다. 하지만 버스가 목적지인 라자스탄주 자이푸르에 도착했을 때, 소년과 친구들은 여행이 아닌 인신매매에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리 정보를 입수하고 기다리고 있던 경찰들은 문제의 남성과 공법을 현지 아동 인신매매법에 따라 체포했고, 현장에서 총 19명의 아이들을 구조했다. 자이푸르 경찰은 체포된 남성들이 아이들을 유인한 뒤 인근 팔찌 공장에 값싸게 팔아넘기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인도 현지법에 따르면 현지 어린이들은 14세부터 경제활동을 할 수 있지만 이는 가족이 참여하는 노동현장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국가 경제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뒤 일자리가 사라지자 아동의 노동력을 값싸게 이용하려는 인신매매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부모는 아이를 팔아 잠시나마 생계를 유지하고, 고용주는 싼값에 노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위험에 처한 아이들은 극심한 빈곤에 직면한 빈곤층이다. 유엔아동기금인 유니세프가 지난 7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인도 빈곤지역인 비하르주는 코로나19 봉쇄령이 내려진 3월 당시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소득 0원’을 기록했다. 아이들 스스로도 굶주린 가족을 위해 자신이 돈을 벌어야 한다고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하르주에 사는 한 15세 소년은 코로나19 봉쇄령 이후 부모님의 수입이 없어지자 스스로 집을 나섰다. 학교는 여전히 문을 닫았고, 장남으로서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 이 소년은 위 사례에 등장한 아이들처럼 인신매매범이 마련한 버스에 올라탔지만 역시 경찰에 적발돼 집으로 돌려 보내졌다.하지만 경찰의 구조 손길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결국 인신매매범에게 속아 공장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린다. CNN에 따르면 니샤드(가명)라는 이름의 한 10대 소년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창문이 없는 어두운 방에 가둬졌고, 하루 15시간 동안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가족에게 연락할 수도, 일을 멈출 수도 없었다. 니샤드와 아이들은 지난 8월 경찰이 문제의 공장에 급습하기 전까지 5개월 동안 노동 학대를 당했다. 현지 아동인권운동가들은 아동인신매매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다시 학교로 되돌려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니세프는 “학교에서 내몰린 아이들이 값싼 노동에 희생되거나 인신매매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펜 하나로 현실과 맞서다

    펜 하나로 현실과 맞서다

    1991년 한국에 번역 출간돼 지금은 절판된 잭 런던의 소설 ‘마틴 에덴’(1909)을 기억하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여러 육체노동을 전전하며 청년이 된 마틴 에덴이다. 어느 날 그는 두 가지 대상에 매혹된다. 하나는 사람, 다른 하나는 꿈이다. 둘 다 성취하기 쉽지 않다. 마틴이 반한 사람은 그와 처지가 상반된 상류 계급 여성이다. 그녀는 경제적 자산이 풍족하고 문화적 교양도 풍부하다. 두 사람의 조건이 꼭 맞아야 사랑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 사람의 조건이 너무 다르면 사랑을 이루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이것이 사람에게 매혹되었으므로 그가 해결해야 하는 첫 번째 과제다. 마틴이 품은 꿈은 그동안 그가 살았던 삶과는 전혀 관련 없는 낯선 직업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다름 아니라 그는 소설가가 되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힌다. 자기의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혼란스러운 감정을 세밀하게 언어화하는 기쁨을 알았기 때문이다.어휘가 빈곤하고 문법은 엉망이지만 마틴은 습작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소설가가 될 수 있을지, 된다고 해도 그 길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것이 꿈에 매혹되었으므로 그가 해결해야 하는 두 번째 과제다. 마틴이 두 개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는지, 결말은 무엇인지 여기에서 밝힐 수는 없다. 그래도 힌트 하나를 언급할 수는 있겠지. ‘마틴 에덴’이 잭 런던의 반(半)자전 소설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 과제의 결과는 이토록 명백하다. 이를 동명의 영화로 만든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은 원작의 19세기 후반 미국 배경을 20세기 중반 이탈리아로 옮겼다. 배경만 달라진 게 아니다. 전개와 결론도 바꿨다. 그는 원작을 그대로 번역하지 않고 세련되게 번안해, 소설과 비슷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영화로서의 독특성을 갖는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런 한에서 봉준호 감독이 공식 지면을 통해 영화 ‘마틴 에덴’을 극찬하고 마르첼로를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차세대 감독으로 선정한 이유도 납득이 된다. 또한 분명한 건 그가 본인만의 입지를 구축하려는 대담한 시도를 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마르첼로는 시에서 쓰이는 객관적 상관물(인물의 정서를 어떤 사물이나 사건에 빗대어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영화에 도입했다. 그는 ‘마틴 에덴’과는 관계없는 실제 과거 필름들의 장면을 편집해 넣어 인물의 심경을 드러내는 기법으로 활용한다. 예컨대 마틴이 누나와 대화를 나누며 옛날을 회상할 때, 소녀와 소년이 손을 맞잡고 흥겹게 춤을 추는 화면을 짧게 보여 주는 식이다. 그의 의식 흐름에 따라 관객은 현실과 허구가 겹쳐진 이중의 영화적 시간을 체험한다. 잭 런던 소설을 마르첼로는 영화 내용보다 형식으로 주제화했다. 참신한 스타일리얼리스트의 솜씨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 ‘反엘리트’로 번지는 나이지리아 경찰개혁 시위

    경찰개혁을 요구하는 나이지리아 시위의 사상자가 늘면서 엘리트 집권세력에 대한 개혁 요구마저 비등하고 있다. 악명 높던 특수경찰 해산 요구로 촉발된 젊은이들 시위가 구조적 빈곤에 대한 불만과 겹쳐 전국 시위로 번지는 양상이다. 모하메드 아다무 경찰청장은 24일(현지시간) “모든 경찰자원을 즉각 동원해 며칠간의 거리 폭력과 약탈을 종식시킬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앞서 최대 도시 라고스 등을 중심으로 지난 7일부터 시작된 데모는 경찰 부대인 ‘강도방지특수부대’(사스)의 민간인 학살 혐의가 알려지며 규모가 불어났다. 강력범죄 단속을 위해 1992년 창설된 사스는 불심검문과 강탈, 고문, 사법 외 살인 등으로 현지 주민들 사이에 원성이 자자했다. 이에 무함마두 부하리 대통령이 11일 사스 해체를 발표했지만, 시위대는 경찰개혁 실행안 및 용의자 처벌, 체포자 석방을 요구하며 계속 시위를 벌였다. 특히 젊은이들이 주도한 시위는 권위주의 통치방식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사스 해체’(#EndSARs), ‘살인경찰 해산하라’(#ENDPOLICEBRUTALITY) 같은 해시태그를 소셜미디어에 퍼뜨리며 집권세력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 21일엔 라고스에서 비무장 시위대를 향한 총격 학살까지 벌어졌지만 당국은 군경 책임은 회피하며 시위 종식만을 촉구했다. 변질된 일부 시위대 수백명은 23일 중앙 도시인 조스 근처 부쿠루에서 정부 식량창고를 약탈하기도 했다. 부하리 대통령은 이날 “시위 와중에 민간인 51명을 포함, 총 69명이 숨졌다”고 인정하면서도 “경찰 11명, 군인 7명도 폭도들에 의해 살해됐다. 진정성 있던 젊은층 시위가 오도된 것은 불행하다”며 무력개입을 부인하고 시위대를 탓했다. 1999년 민주화 이후 최대 규모인 나이지리아 시위는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까지 겹친 모습이다. 인구 2억명에 아프리카 최대 경제대국이지만 빈곤율이 40%에 이르고, 젊은이들은 좋은 교육과 일자리 기회를 얻기 어렵다고 BBC는 전했다. 행동주의 작가인 김바 카칸디는 “전례없는 운동을 정치계급이 젊은이들의 불장난처럼 인식, 더디게 반응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교황, 신협에 축복장… 서민 돕는 ‘포용금융’ 인정 받았다

    교황, 신협에 축복장… 서민 돕는 ‘포용금융’ 인정 받았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신협이 로마교황청으로부터 축복장을 받았다. 이 기관이 역점적으로 해온 포용금융 사업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22일 천주교 부산교구청에서 열린 수여식에서 손삼석 주교로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의 축복장을 전달받았다. 이날은 세계신협협의회(WOCCU)에서 정한 ‘국제신협의 날’이기도 했다. 축복장은 세계 각국에서 선교 활동하는 신부가 특별한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 등을 추천해 공적을 평가해 시상하는 것이다. 신협은 2018년부터 고령화, 저출산, 고용 위기 등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7대 포용금융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이런 서민 포용 금융이 널리 소개되면서 로마 교황청도 포용장을 주기로 결정했다. 부산에서 열린 교황의 축복장 수여가 더 의미 있는 건 신협이 1960년 5월 1일 부산 메리놀 수녀회병원에 처음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미국 출신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19 00~1993)의 지도로 27명이 뜻을 모아 설립한 성가신협이 국내 신협의 원조다. 창립 출자금은 메리놀병원 직원과 성분도병원, 가톨릭구제회 직원 등이 내놓은 3400환(약 10만원)이다. 성가신협은 사채금리가 월 10%를 넘던 당시 미국 신협과 동일한 월 1%의 대부이자만 받았다. 서민의 자활을 돕는다는 명분이었다. 가브리엘라 수녀는 ‘푼돈을 모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협 부흥을 이끌었다. 당시 낯설었던 선거를 통한 신협 운영 방식을 도입해 민간 주도형 협동조합 운동으로 퍼졌고 그해 6월 서울에서 장대익 신부의 주도로 중앙신협이 탄생했다. 1964년 신협 연합회가 들어서면서 신협은 전국으로 그 세를 키웠다. 신협은 60년 새 크게 성장해 현재 전국에 882개 조합을 두고 있다. 자산은 106조원이다. 이용자 수는 1300만명으로 세계 4위 수준이고 아시아에서만 보면 1위 금융협동조합이다. 축복장 수여식에 앞서 신협 임직원들은 신협 운동 발상지인 부산가톨릭센터를 찾아 헌화식을 하고 가브리엘라 수녀를 추모하는 행사를 열었다. 김 회장은 “포용 금융 프로젝트가 교황청으로부터 인정받아 축복장까지 받은 것은 큰 영광”이라며 “60년 전 한국 신협운동이 시작된 이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와 어두운 곳을 밝히는 따뜻한 금융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승자독식으로 단련된 이기적 욕망… 빈곤은 ‘구조’의 문제다

    승자독식으로 단련된 이기적 욕망… 빈곤은 ‘구조’의 문제다

    ‘풍요의 시대’라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 보면 가난한 이들이 너무 많다. 빈곤 해결을 위한 온갖 정책에도 사정은 별반 바뀌지 않는다. 미국만 하더라도 1964년 존슨 대통령이 ‘빈곤과의 전쟁’을 선언한 이래 꾸준히 예산을 투입했지만 여전히 전 국민의 17%인 5600만명 이상이 빈곤선 아래 살고 있다. 한국의 빈곤율은 17.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이고 노인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은 1위다. 빈곤 퇴치는 불가능한 걸까. 신명호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소장은 겉도는 정책 실패의 이유를 빈곤을 보는 시각에서 찾는다. 배고픔이나 헐벗음 같은 고정된 생활 상태로 볼 게 아니라 노동시장 취약계층을 끊임없이 빈곤으로 내모는 힘과 같은 동태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쉽게 말하면 경제 ‘규모’의 문제가 아닌 경제 ‘구조’의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은 1990년대 말 8.5%였던 빈곤율이 두 배가량 오를 동안 국내총생산(GDP)은 세 배가량 커졌다. 경제 성과가 불평등하게 분배되면서 상대적 빈곤이 커진 것이다. 그렇게 기울어진 경제구조가 사람들을 빈곤으로 미끄러지게 만든다. 저자는 빈곤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소득 문제가 아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과 장애를 봐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만 하더라도 임대료를 계좌로 송금받는 건물주들과 매일 손님을 맞아 장사를 해야 하는 식당 주인, 종업원들의 위험 노출 정도는 천양지차다. 기대수명과 질병 유병률도 빈부에 따라 달라진다. 저자는 빈곤의 의미 중 하나로 ‘내 편 돼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든다. 그래서 빈곤 문제 완화를 위해선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운 처지에 공감할 줄 아는 시민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제도 채택에는 반대 여론을 압도하는 다수의 동의와 지지가 필요하다”며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건 승자독식의 가치관으로 단련돼 온 우리 각자 안의 이기적 욕망이 아닌가”라고 묻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 그림, 경매서 무려 112억원에 낙찰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 그림, 경매서 무려 112억원에 낙찰

    세계적인 거리 예술가 뱅크시의 작품이 경매에 나와 우리 돈으로 무려 112억원이라는 거액에 낙찰됐다. 지난 2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뱅크시의 작품 ‘쇼 미 더 모네'(Show me the Monet)가 755만 파운드에 낙찰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5년 처음 공개된 뱅크시의 쇼 미 더 모네는 인상파 화가인 클로드 모네의 대표작 ‘수련’ 연작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원작에 그려진 목가적이고 아름다운 연못 대신 쇼핑카드와 교통용 원뿔 플라스틱 등 쓰레기가 둥둥 떠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 당초 뱅크시의 이 작품은 300~500만 파운드에 낙찰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5명의 치열한 경쟁 끝에 예상가를 훌쩍 뛰어넘었으며 낙찰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보도에 따르면 이번 쇼 미 더 모네는 뱅크시 작품 중 2번째 최고가 기록으로 1년 전 그의 초대형 유화 작품인 ‘위임된 의회'(Devolved Parliament)가 987만9500파운드(약 147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이 작품은 영국 하원에서 회의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데 의원들을 침팬지로 그려 무능한 정치인으로 비꼬았다. 소더비의 유럽 현대미술 책임자 알렉스 브랑식은 "사회 비판 목소리에 일가견이 있는 뱅크시가 소비지상주의와 환경을 무시하는 세태를 반영한 작품"이라면서 "지난 몇년 간 뱅크시의 작품이 경매에 나온 바 있지만 이 그림은 그의 상징적인 작품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한편 일명 ‘얼굴 없는 화가’로 전 세계에 알려진 뱅크시는 도시의 거리와 건물에 벽화를 그리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다. 그의 작품은 전쟁과 아동 빈곤, 환경 등을 풍자하는 내용이 대부분으로 그렸다 하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킬 만큼 영향력이 크다. 특히 유명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걸어두는 등의 파격적인 행보로도 유명하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10살 형이 지키려 했던 8살 동생” 끝내 사망…정치권 애도(종합)

    “10살 형이 지키려 했던 8살 동생” 끝내 사망…정치권 애도(종합)

    미추홀구 화재…인천 형제 화상 입어한 달 만에 상태 악화로 8살 동생 숨져장례식장 마련…기부금으로 비용 해결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화재로 중상을 입은 ‘인천 라면 형제’ 중 동생이 21일 끝내 숨진 데 대해 22일 정치권이 애도를 표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민주당 “돌봄 방치로 인한 희생 반복돼선 안 돼” 더불어민주당 남영희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화재 사고는 돌봄 공백과 아동보호 사각지대의 비극적인 결과”라며 “우리 사회 위기는 빈곤과 결핍 가정을 더 힘들게 하고 있음에 가슴이 아프다, 아동 학대와 돌봄 방치로 인한 희생은 더 이상 반복되어선 안 된다. 민주당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형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집에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국민의힘 “돌봄 사각지대 아픔 겪지 않도록 노력” 국민의힘 황규환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안타까운 죽음, 지켜주지 못한 죽음을 국민 모두와 함께 애도하며 하늘나라에서는 부디 아픔 없이 행복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또 황 부대변인은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지 않도록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아동학대에 대한 공동체 책임 강화”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도 “이러한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신호는 여러 곳에서 감지됐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제2의 ‘라면 형제’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아동학대에 대한 공동체의 사회 책임을 강화하고, 학대 가정의 원가정 보호주의 적용에 대한 모호한 법률을 개정해 다시는 우리 아이들이 불행한 일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장례식장 마련…기부금으로 비용 해결 앞서 지난달 14일 오전 11시10분쯤 인천시 미추홀구 한 4층짜리 빌라 2층 집에서 이들 형제가 라면을 끓이던 중 화재가 발생했다. 이들 형제는 불이 나자 119에 전화를 걸어 “살려주세요”라고 다급하게 외쳤다. 소방당국은 당시 휴대폰 위치를 추적, 불이 난 장소를 파악하고 출동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불은 형제의 집 10평(33㎡) 내부를 모두 태운 뒤 이날 오전 11시29분쯤 진화됐다. 화재로 인해 형 B군은 신체 40%에 3도 화상을 입었고, A군은 1도 화상에 그쳤으나 유독한 공기를 흡입해 자가 호흡이 힘든 상태였다. 두 사람 모두 서울 한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채 치료를 받았다. 형제는 기초생활 수급 자녀로, 평소 학교에서 급식을 통해 끼니를 해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학교가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급식을 먹을 수 없게 되자, 스스로 라면을 끓여 식사를 해결하려다 이 같은 변을 당했다. 화재 당시 형제의 어머니 C씨는 집을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C씨가 이들 형제를 방임 학대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지난 8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달 16일 밝힌 바 있다. 한편 A군의 장례식은 21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소재 적십자병원에서 치러졌다. 장례비용은 그동안 재단을 통해 모인 기부금으로 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아직도 부동산은 자신 있나요/백민경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아직도 부동산은 자신 있나요/백민경 산업부 차장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동산 문제는 정부에서 잡을 자신이 있다”고 장담했다. ‘집값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도 했다. 정부의 이런 ‘호언장담’을 믿고 곧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며 대기 상태에 머무른 이들이 주변에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집값은 역대 정권 그 어느 때보다 올랐고, 전셋값은 최근 1년 새 미친 듯이 뛰었다. 이 때문에 발생한 첫 번째 문제는 비슷한 월급, 비슷한 환경에서 출발했는데 수년 전 집을 샀는지 안 샀는지에 따라 수억원 혹은 그 이상 자산 규모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월급 모아 가며 그저 성실히 살았는데 순간의 선택으로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게 된 이들이 늘었다. 두 번째 문제는 스물세 차례나 부동산 정책을 쏟아낸 부작용으로 되레 주택 공급이 줄어든 탓에 집값이 너무 올라 기존에 사려던 집을 엄두도 못 내게 됐다는 점이다. 대출을 받아 적당한 가격의 집을 사고 오른 집값에 모은 돈을 보태 조금 더 큰 집으로 이동했던 서민과 중산층의 ‘내 집 마련의 꿈´과 ‘자산 증식의 사다리’가 무너졌단 얘기다. 세 번째 문제는 더 심각하다. 집값 상승에 따라 전셋값도 뛰는 마당에 새 임대차보호법으로 전세까지 건드리다 보니 이젠 들어갈 전셋집이 실종됐다. 대신 월세는 훨씬 빨리 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부동산은 안정돼 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3년간 집값이 14% 올랐을 뿐이라고, 언론이 선동하는 것일 뿐이라고 호소도 한다. 정말 그럴까. 본지가 부동산114와 공동으로 최근 우리 동네 집값이 2년 새 얼마나 올랐는지 파악하기 위해 서울 25개 자치구별 대장 아파트를 임의로 선정해 2018년 9월 대비 2020년 9월의 매매시세 변동률(전용 84㎡ 기준)을 분석했다. 서울 25개구 ‘대장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2년간 최대 40% 넘게 올랐다. 9억원 안팎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의 대장 아파트 집값 상승률은 강남 3구 두 배 수준이었다. 외곽까지 싹 다 올랐단 얘기다. 30평대 아파트들이 10억원을 돌파한 지는 이미 꽤 됐다. 3년으로 기준을 확대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가 대출을 조이고 세금을 올리는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정작 대출규제 확대와 집값 상승 공포에 따른 패닉바잉(공황 구매)만 심화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내 집 마련은 부모 찬스가 없으면 도전조차 어렵고, 청약 당첨은 3대가 공덕을 쌓아야 하며, 전셋집은 집주인이나 공인중개업소에 별도 ‘조공’이라도 바쳐야 구할 수 있는 지경”이란 말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정부만 모르는 듯하다. 지난 14일 열린 ‘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 자료를 보면 ‘기존 임차인의 주거안정 효과는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 ‘최근 주택시장 상황은 투기수요 근절과 실수요자 보호라는 정책목적이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란 표현이 나온다. 길거리만 나가서 물어봐도, 인터넷 부동산게시판만 10분 둘러봐도 부동산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드물다. 국민은 천정부지 집값에 평생 남의 집 살이를 할까 불안하다. 그런데 잠시 들어가 살 집조차도 찾기 버겁다. 이쯤 되면 지난 18일 홍남기 부총리가 비공개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전세 거래 실규모가 늘고 매매 시장은 안정세”라고 보고한 것은 정부의 ‘정신승리’(자책감에서 벗어나고자 자신은 지지 않았다고 정당화하는 것을 이르는 말)다. white@seoul.co.kr
  • ‘얼굴없는 화가’ 뱅크시, 英 건물에 ‘훌라후프 소녀’ 공개

    ‘얼굴없는 화가’ 뱅크시, 英 건물에 ‘훌라후프 소녀’ 공개

    세계적인 거리 예술가 뱅크시의 새로운 작품이 잉글랜드의 한 건물 외벽에 그려졌다. 최근 영국 BBC 등 해외언론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노팅엄 렌튼의 로스시 거리의 한 건물 외벽에 뱅크시의 새 작품이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시민들에 의해 처음 발견되자 마자 뱅크시의 새 작품으로 추측됐던 이 벽화는 지난 17일 뱅크시 본인이 인스타그램으로 확인해주면서 공식 인증됐다. 흑백으로 그려진 이 작품은 자전거 타이어로 훌라후프를 하는 소녀의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벽화 앞에는 뒷바퀴가 빠진 실제 자전거가 놓여있다. 보도에 따르면 뱅크시의 새 벽화라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시의회에서 플라스틱시트로 덮어 보호했으나 이미 몇몇이 찾아와 작품에 스프레이를 뿌리며 반달리즘 공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현지언론은 "뱅크시의 새 작품을 보기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거리가 북새통을 이뤘다"면서 "벽화가 그려진 건물은 가치가 급상승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일명 ‘얼굴 없는 화가’로 전 세계에 알려진 뱅크시는 도시의 거리와 건물에 벽화를 그리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다. 그의 작품은 전쟁과 아동 빈곤, 환경 등을 풍자하는 내용이 대부분으로 그렸다 하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킬 만큼 영향력이 크다. 특히 유명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걸어두는 등의 파격적인 행보로도 유명하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공감·배려·소통의 리더십… 재선 순항하는 뉴질랜드 40세 여성 총리

    공감·배려·소통의 리더십… 재선 순항하는 뉴질랜드 40세 여성 총리

    뉴질랜드 오클랜드시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저신다 아던(40) 총리가 지난 7일 두 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면서 뉴질랜드는 이전의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대중교통과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됐다. 식당과 술집도 북적인다. 지난 10일 크라이스트처치시에서 열린 음악축제에는 50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 11일 수도 웰링턴에서는 3만 관중이 호주와의 럭비 국가대표 대항전을 응원했다. 2차 유행 조짐이 뚜렷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도 방역 수준이 1단계로 내려가면서 경제활동과 실내외 활동에 대한 규제가 풀렸지만, 아직 이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재선 전망이 어두웠던 아던 총리.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면서 17일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이 승리할 것으로 보여 재선이 확실시된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세계는 여성 리더십에 주목했고, 그중 한 명이 아던 총리다. 뉴질랜드 정치분석가들과 학자, 언론은 국내외적으로 높은 지명도와 인기가 재선과 이후 국내 정치 성공으로 이어져 변화를 이끌어 낼지 눈여겨보고 있다. ●과반 의석 못 얻어도 20년 만의 진보연정 모색 뉴질랜드의 코로나19 현황판은 누적 환자 수 1505명, 사망자 25명이다. 9월 25일 이후 신규 환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의무 착용, 영업과 대규모 모임 제한 같은 규제는 풀렸지만 외국인의 입국은 여전히 제한돼 있다. 당초 9월 19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총선이 코로나19 때문에 4주 미뤄져 17일 실시된다. 뉴질랜드 총선은 아던 총리와 주디스 콜린스(61) 국민당 대표 간 싸움이다. 이달 초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국민당에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서고 있어 아던의 노동당이 이변이 없는 한 여유 있게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 선거’라 불릴 정도로 아던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향후 경제회복 대책에 대한 뉴질랜드 국민의 선택이다. 1996년부터 혼합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는 뉴질랜드 총선은 지역구 의원과 지지 정당에 대한 투표를 동시에 실시한다. 국회의원 임기는 3년이며 정원은 120명이다. 지금까지는 특정 정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 단독으로 내각을 구성한 적이 없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이 예상대로 압승을 거두면 군소 정당과 연정을 구성하지 않고 24년 만에 단독으로 내각을 꾸릴 수도 있다. 현재 연정에 참여한 보수 성향의 뉴질랜드우선당이 5% 득표에 실패해 의원을 1명도 내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한다. 따라서 노동당이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된다면 20년 만에 진보 정당만으로 연정이 구성되는 것이며, 경제와 기후변화 등에서 더 진보적인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공약 이행 미흡… 불만 있어도 리더십엔 엄지척 37세에 총리직에 오른 아던 총리 하면 활짝 웃는 모습과 약자와 피해자를 안고 슬픔을 나누는 모습이 떠오른다. 또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한치의 주저도 없이 강력한 총기 규제 대책과 경제봉쇄 결정을 내리는 단호한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기죽지 않고 맞받아치던 모습도 생각난다. 아던 총리의 리더십은 공감과 배려, 소통의 리더십으로 평가된다. 위기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2017년 11월 뉴질랜드의 최연소 총리로 취임한 뒤 단임에 그칠 수 있었던 그의 정치 인생을 돌려놓은 것은 세 차례의 위기였다. 첫 번째 위기는 2019년 3월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에서 일어난 백인 우월주의자에 의한 총격사건이었다. 51명이 희생됐다. 아던 총리는 사건 발생 이튿날 머리에 검은색 스카프를 하고 현장을 찾아 유족들을 안고 위로했다. 사건 발생 한 달도 안 돼 강력한 총기 규제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현직에서 엄마가 되고 6주간의 출산 휴가를 다녀오고, 갓난 딸을 데리고 유엔총회에 참석해 화제가 됐던 30대 여성 총리라는 이미지를 뛰어넘어 위기의 리더십을 보여 주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두 번째 위기는 2019년 12월 20명이 사망한 화이트섬 화산 폭발이다. 아던 총리는 이때도 한달음에 폭발 현장으로 달려가 피해자들을 보듬어 안았다. 세 번째 위기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초기에 선제적으로 국경을 폐쇄하고 강력한 경제봉쇄 조치와 방역으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 현지 정치전문가들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 국민은 아던 총리가 당초 약속했던 경제·사회 공약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불만이 있지만, 연이은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자신들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여기는 그의 리더십에 엄지를 치켜세운다. 아던 총리의 성공에는 이처럼 뛰어난 위기 대처 능력과 함께 야당의 리더십 부재도 한몫했다. 3년 전 노동당에 정권을 내주기 전까지 9년간 집권했던 보수 국민당은 제1야당이 된 뒤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지난 5월 이후 세 번째 당대표를 맞아 선거를 치르고 있다. ●“압승 때 중도파 영향 급진 정책 한계” 분석도 아던 총리의 향후 최대 과제는 역시 코로나19 위기 이후 경제회복이다. 팬데믹으로 더욱 골이 깊어진 소득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우려가 커지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도 내놓아야 한다. 뉴질랜드는 지난 2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12.2%였다. 호주보다 2배 가까이 큰 폭으로 경제가 위축됐다. 외국인 입국이 제한되면서 비중이 큰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회복 시기도 가늠하기 어렵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위기로 악화한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면서 국가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국채는 201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9%에서 2020년 43%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에는 GDP 대비 5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당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고 경기 회복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당은 국가 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부채를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지 대책을 제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어느 나라나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부진했던 주요 공약의 이행도 숙제다. 아던 총리는 3년 전 총선에서 무주택자를 위해 향후 10년간 양질의 주택 10만호를 지어 공급하고 어린이 빈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주택공급 목표는 지난해 9월 대폭 하향조정됐고, 올 7월 기준 공급한 주택물량은 600여호에 불과하다고 CNN은 보도했다. 어린이 빈곤 문제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혐오발언 규제 법안 및 양도소득세 인상도 연정에 참여했던 뉴질랜드우선당의 반대로 포기했다. 하지만 이번에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거나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노동당의 어젠다를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여건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주택 부족 문제와 어린이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상위 2%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는 아던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압승할 경우 오히려 급진적인 정책들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자신에게 표를 던진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던 총리가 위기의 리더십에 이어 설득의 리더십으로 또 한 번 성공의 기록을 써내려 갈지 주목된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자본주의는 가난을 먹고 자란 ‘식인 풍습’이다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자본주의는 가난을 먹고 자란 ‘식인 풍습’이다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장 지글러 지음/양영란 옮김/시공사/200쪽/1만 3000원 프란치스코 교황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정치개혁과 경제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교황은 신자유주의 주요 이론인 낙수효과와 파급효과에 관해 “신자유주의 신념의 도그마”일 뿐이라며 “사회 구조를 위협하는 새로운 유형의 폭력을 조장하는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으로 최초의 식량특별조사관을 지낸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는 전 세계를 잠식한 자본주의의 이면을 고발한다. 장 지글러는 세계 곳곳의 충격적인 기아 실태를 고발한 전작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로 잘 알려졌는데, 책은 그 연장선에 있다. 흔히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역사 이래 최대 풍요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비참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수는 셀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 셀럽들이 하룻밤에 수십억원을 들여 파티하는 사이, 백화점에서 명품 쇼핑에 혈안이 된 사이 지구 어디선가는 5초에 한 명씩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죽어 간다. 불평등의 현실이 더 명징해졌지만, 각국 정부는 불평등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물론 자본주의가 폐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백신 연구는 물론 기후변화 위기를 이겨 내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도 어떤 측면에서 보면 자본주의 덕에 가능하다. 하지만 장 지글러는 자본주의가 준 작은 편의가 전 세계에 가져온 폐단을 덮지는 못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는 제3세계의 고통과 빈곤을 먹고 풍요로워진다면서 이를 ‘식인 풍습’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가진 것이 많은 85명의 억만장자가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사람 35억명이 소유한 것을 모두 합친 것만큼의 부를 소유”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고 묻는다. 부자 나라가 가난한 나라를 돕는 일도 실상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부자 나라가 가난한 나라 발전 비용을 대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자가 가난한 나라에서 부자 나라로 간다. 거대한 부의 흐름, 즉 자본주의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향해 장 지글러는 ‘세계 시민’으로서 “부당하고 불평등한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말고 변화를 위한 행진에 합류할 것”을 촉구한다. ‘고작 나 하나가’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신 ‘들불처럼 일어나는 우리’가 되자는 것이다. 불평등 없는 세상은 쉬이 오지 않는다. 가장 시급한 일은 불평등이 만연하다는 현실을 우리가 모두 ‘함께’ 인식하는 일이다.
  • 보선이 되레 악재… 국민의힘 자중지란

    보선이 되레 악재… 국민의힘 자중지란

    김 위원장 임명 고위당직자 줄사퇴현장 당무감사 사무총장 없어 혼란김동연 서울시장 출마설도 나돌아여당 소속 단체장의 성추행 논란에서 비롯됐기에 국민의힘엔 호재로 여겨졌던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외려 ‘김종인 리더십’을 흔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대선까지 질주하겠다는 기대와 달리 후보 선정이 시작되기 전부터 돌발 변수가 터져 나오며 분열을 빚는 모양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5월 지휘봉을 잡으며 막강한 권한을 요구했다. 비대위원 구성을 원외·초선 중심으로 꾸렸을 뿐 아니라 핵심 당직인 사무총장과 여의도연구원장에 각각 김선동 전 의원, 지상욱 전 의원을 앉히는 등 비대위원장 중심의 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생겨나자 지도부 내부의 변화가 감지됐다. 서울 도봉을에서 재선하고 서울시당위원장까지 지낸 김 전 사무총장이 보궐선거 출마를 노린다는 소문이 돌았고, 실제 후보자 선정 룰을 정하는 경선준비위원회 참여 여부를 놓고 고민하다가 지난 14일 사무총장직을 던졌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친정체제 강화를 위해 발탁한 김 전 총장에게 발등을 찍힌 모양새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지 원장도 경준위원직을 내려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5일 “후보만 내면 이길 것 같았던 보궐선거가 김 위원장을 흔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낳고 있다”면서 “차라리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없었다면 무난하게 부산시장을 가져오며 비대위가 순항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사무총장의 돌발 사퇴는 당 혁신 작업에도 혼란을 일으켰다. 국민의힘은 이날 현장 당무감사를 시작했는데 감사를 진두지휘할 사무총장이 공석이 된 것이다. 한 관계자는 “후임 사무총장 인선을 이번 주 내에 하겠다는데 갑자기 내려온 사람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무엇보다 서울시장 후보로 여럿이 거론되지만 ‘풍요 속 빈곤’이다. 김 위원장이 뜸을 들이는 새 다수가 깃발을 들었지만 필승 카드는 보이지 않는다. 당에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제의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만난 적도, 연락한 적도 없다”며 “본인이 아무런 의사표시도 안 하는데 영입 얘기를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부인했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은 서울시장보다 대선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獨 정부, ‘코로나 위기’ 홀로코스트 생존자에 5억 유로 지원

    독일 정부가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은 전세계 빈곤층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에게 5억 6400만유로(약 7574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AP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련 단체인 ‘독일에 대한 유대인 보상 협의회’에 따르면 이번 지원금은 나치 독일의 박해를 받았던 전세계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에게 2년간 주어진다. 생존자 한 사람당 1200유로씩 두 차례에 걸쳐 지원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현재까지 살고 있는 생존자들은 고령의 나이에 젊은 시절 겪은 영양실조 등으로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 또 나치 치하에서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현재 홀로코스트 생존자 가운데 50%가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고 있는데, 대부분 빈곤층인 이들은 코로나19가 뉴욕에 확산됐을 때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독일 정부는 1952년부터 이 단체와 연례 협의를 벌여 홀로코스트 배상금 명목으로 8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지원해왔다. 독일은 보상 대상자를 확대하는데도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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