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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스크바선언 전문

    ◎한·소 관계발전이 아태평화에 기여/선린·신뢰·협력정신으로 유대 강화 대한민국의 노태우 대통령과 소비예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1990년 12월14일 모스크바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현황과 전망,그리고 광범위한 국제문제에 대하여 의견을 교환하고 양국간 전반적인 협력의 발전에 대하여 공동관심을 표명하면서 한반도의 평화가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한반도의 통일이 한국민의 염원임을 확인하면서 최근 남북한간의 총리회담을 포함한 남북 접촉의 확대를 환영하고 보다 더 공정하고 인본적이며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새로운 국제질서의 수립을 굳게 다짐하면서 다음의 원칙을 양국 관계의 기조로 삼을 것임을 선언한다. ▲주권평등·영토보전·정치적 독립을 상호존중하고 양국의 국내문제에 상호간섭치 않으며 세계 모든 국가가 자국의 정치 및 사회·경제적 발전의 방법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가 있음을 인정한다. ▲국제법의 규범을 준수하고 유엔헌장의 제반목적과원칙을 존중한다. ▲무력에 의한 위협이나 무력의 사용,타국의 희생하에 자국의 안보확보 또는 모든 관계당사국간의 합리적 동의에 입각한 정치적 합의 이외의 방법에 의한 국제적·지역적 분쟁의 해결을 인정치 아니한다. ▲화해와 상호이해의 심화를 위하여 여러 국가와 국민들간의 폭넓고 호혜적인 협력을 발전시킨다. ▲핵 및 재래식 군비경쟁의 완화와 인류가 직면한 환경재난의 방지,빈곤·기아·문명의 극복,그리고 여러 국가와 국민들간의 현저한 개발격차의 해소 등과 같은 범세계적인 문제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한다. ▲다가오는 2000년대에는 인류의 발전과 모든 국가,국민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안정되고 공평한 세계를 수립한다. 상기의 제 원칙에 입각하여 양국 관계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면서 대한민국과 소비예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은 상호 이익을 위하여 선린·신뢰·협력의 정신으로 제반관계를 구축할 것을 다짐한다. 이러한 목적에서 양국은 정치·경제·통상·문화·과학의 인도적인 분야 및 여러 분야에서 유대와 접촉을 강화하기 위하여 관련협정의 체결을 추진한다. 대한민국과 소비예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은 자국의 국내외 정책에 있어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제규범의 우선권을 인정하고 조약의무를 성실히 이행한다. 양국 대통령은 경제·통상·산업·수송분야에서 효율적이고 호혜적인 협력을 심화시키고 선진 과학기술을 교환하며 합작기업과 새로운 형태의 협력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양국 기업인을 각기 지원하고 호혜적인 사업의 개발과 투자를 환영한다. 양국은 아이디어와 정보 및 정신적·문화적 가치를 교환하고 문화·예술·과학·교육·체육·언론·관광분야에서의 인적 교류를 확대하며 양국 국민의 상호 여행을 권장한다. 양국은 환경보호와 국제테러,조직범죄 및 불법 마약거래의 통제를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며 이를 위하여 국제 및 지역기구에서 협력한다. 대한민국과 소비예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이익의 균형과 자결에 입각한 동등하고 호혜적인 관계를 수립하고 양자 및 다자간 협의의 과정을 통해 아시아·태평양을 평화와 건설적인 협력의 지역으로 만들기 위하여 노력한다. 양국 대통령은 한소 관계의 발전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평화와 안보의 강화에 기여하고 이 지역에서 진행중인 변화에 부응하는 것이며 아시아에서 대결적 사고방식과 냉전의 종식을 가속화하고 지역협력에 기여하며 남북한의 통일을 위한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촉진시킬 것임을 확신한다. 소비예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은 남북한간에 정치적·군사적 대결의 종식과 전 한국민의 의사에 따라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한국문제의 공정하고 공평한 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남북대화의 지속을 지지한다. 대한민국은 전세계가 보편적인 가치·자유·민주·정의에 입각하여 대결의 시대에서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음을 환영하고 소련의 개혁정책의 성공이 금후의 국제관계와 동북아시아 정세발전 및 양국 관계의 증진에 중요한 요인임을 확신한다. 양국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소비예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간의 교류와 접촉의 확대가 각자의 제3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주거나 각자의 다자또는 양자 조약이나 협정상의 의무수행에 장애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대한민국과 소비예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은 정상간의 정치적 대화를 추진하고 양국 관계심화와 관련있는 국제문제에 대한 협의를 위하여 여타 수준에서도 정기적으로 협의를 갖기로 합의하였다. 1990년 12월14일 노태우·미하일 고르바초프
  • 중고생 자살/올 1백4명

    올들어 11월말까지 전국 중·고등학생 1백4명이 자살한 것으로 집계됐다. 25일 문교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염세 비관으로 자살한 학생이 21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부모의 힐책 15명 ▲가정불화 13명 ▲부모의 과잉기대 및 결손가정 각 8명 ▲신체결함 및 신병비관 5명 ▲가정빈곤과 이성문제 고민 각 4명 ▲학업성적 불량 3명 ▲기타 23명 등이다.
  • 외언내언

    민주개혁의 바다 속에서 알바니아는 과연 얼마나 더 「스탈린주의의 고도」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지난 7일 정치적 망명을 요구하는 알바니아인들이 수도인 티라나 주재 외국대사관을 거쳐 서유럽으로 떠났을 때 남긴 의문이었다. 약 4천명의 망명희망자들이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서독(당시) 등의 대사관에 몰려든 「피난민 위기」는 흡사 지난해 동독인들이 이웃 동구로 대거 탈출,동독 공산정권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 「엑서더스」를 떠올리게 한다.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알바니아 최고의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가 말해준다. ◆알바니아의 자랑이며 올해 노벨문학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멕시코의 파스와 경합했던 그는 최근 프랑스로 망명한 뒤 『지난 봄 이후 민주화를 위한 작은 걸음이 있었다. 나는 알리아(알바니아 대통령)가 고르비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민주화를 하면 체제가 무너진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러나 만일 그들이 민주화를 향해 간다면 지속될 것이나 그렇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그는 그의 대표작 「꿈의 궁전」을 통해 인간성을 말살하고 있는 알바니아 공산주의를 고발하고 있다. ◆알바니아인 망명사건들이 정치적인 효과를 크게 나타내고 있는지 꼬집어 헤아리기 어려우나 제2,제3의 망명사태가 발생하면 공산주의는 끝내 붕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러한 관측을 의식해서인지 알바니아인민회의는 비밀투표와 후보 선택을 허용하는 민주적 선거법을 통과시켰고 정부는 인권과 종교의 자유 및 외부세계와의 접촉 확대 등 일련의 새로운 조치들을 시행하기 위한 헌법 개정의사를 밝혀 조심스런 개혁의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독립(북한의 주체사상과 흡사)을 앞세워 지독한 고립주의를 택하며 국민을 억눌러온 알바니아. 정치적ㆍ경제적으로 빈곤해 「동구의 병자」로 불리는 그 나라도 주변정세의 급변에는 어쩔 수 없는지 서서히 문을 연다. 알바니아와 함께 공산주의 고수로 고립을 끝까지 지탱해온 북한과 쿠바에는 언제쯤 「민주의 봄」이 찾아들까.
  • 절약운동은 도덕운동이다/미 상의가 참견할 일이 아니다(사설)

    주한 미 상의가 우리 정부에 고가 사치품 수입규제를 해제하고 과소비자제운동을 중단해달라고 정식으로 요구해왔다는 소식은 우리를 불쾌하고 섭섭하게 한다. 통상압력의 차원을 넘어서는 내정간섭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어느 민족에게나 그 민족이 지닌 독특한 정신적 규범이 있다. 풍요할 때 오히려 빈곤을 기억하고,검약으로 절도의 품격을 수련하는 것은 우리가 지녀온 고유한 덕목이고 미래에까지 이어가기를 바라는 정신적 가치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있어 절약운동은 도덕운동인 것이다. 외제사치품을 분별없이 수입하여 분수없는 과소비생활을 일삼는 풍조를 없애기 위한 이 운동은 사회를 부패시키는 타락한 물질주의와 함수관계가 있음을 인식해 건전사회를 되찾기 위한 우리의 순수한 내부적 합의사항이다. 그 운동을 몇 푼 안되는 자국의 상통이익에 저해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자제하도록 압력을 가한다는 것은 우선 우방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강대국의 금도에 먹칠을 하는 매우 실망스런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절차만으로 보아도 이 일은 온당치 못한 처사다.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는 한국에 진출해 있는 미국의 업자모임이다. 업자수준의 불평이나 사익에 관한 요구를 그 당사자들이 막바로 우리 정부에 한다는 것은 오만한 군림의 태도라고 할 수밖에 없다. 각기 자기 정부를 통해 외교적 수렴을 거쳐 주고 받는 것이 주권국가에 대한 예의다. 이 절차의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 정부측 관계자들에게도 허물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 상의가 이런 종류의 간담회를 갖는다면 그 카운터파트는 우리 상공회의소 수준이 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을 과잉대응하여 외무부 상공부 등의 고위급관리가 대거 참석했다는 것은 모양부터가 좋지 않았다. 게다가 위압적으로 어린아이 손목이라도 비틀 듯 우리의 건전한 사회운동까지를 시비하며 사소하고 부당한 간섭을 해온 것을 공식 접수하는 형국이 되게 한 것은 현명한 결과가 아니었다. 고조되는 반미감정의 우려를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양국 사이의 책임있는 사람들은 아주 섬세한 행동에서까지 조심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더욱이 지금은 우루과이라운드가 진행중인 시기다. 다자간 협상에 의해 시장개방협상이 진행중인 상태에 있다. 길어 보아야 1개월이면 끝난다. 그 결과를 기다려보고 나서 쌍무협정을 진행시키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도 그 도중에 뛰어들어 온당한 절차까지 무시해가며 요구하는 것은 저의가 따로 있음을 의심하게 만든다. 미국측은 UR협상에서 농산물 등의 시장개방을 위해 방금 막바지 공세를 가하는 중이다. 그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쌍무적 통상압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하고 있는 중이다. 미 상의 구성원들의 「과소비억제운동 중단 요청」은 쌍무적 통상압력을 즉물적으로 현시한 것이라고 보여서 더욱 입맛이 쓰다. 그밖에도 미 상의가 요청한 것은 많이 있다. 한국내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고 국내유통부문 중 소매업종을 개방하여 미국의 자동차며 전자업체들이 직영대리점을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고도 요구했다. 외국 보험업의 국내시장 접근의 전면자유화,원유와 수출용 원자재의 외상수입 허용 등 심지어 와인쿨러의 주세율 인상에까지 숱한 이의를 제기했다. 크고 굵은 것에서 미세한 것에 이르기까지 덩치 큰 부자나라가 할 수 있는 행동치고는 너무 잗다란 일들까지 시시콜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온갖 맹수들이 대문 앞까지 다가와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이 우리의 당면한 실정임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은 국제간에 부는 생존을 위한 무역태풍은 실로 냉혹하고 유보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럴수록 우리가 할 일은 건전하고 건강한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생존수련을 게을리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전자제품 중에서도 대형을 선호하는 풍조가 날로 늘어나고,양탄자며 모피 비디오게임용구 고급승용차와 가구에 이르기까지 온갖 고가품을 수입해 들여오는 부도덕한 상혼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국민적 각성을 촉구하는 절제운동이 필요하다. 사회안에 범죄가 창궐하고 부유층의 도박행위가 나라 안팎으로 성행하며 마약이 전계층을 무차별 공략하는 오늘과 같은 사회의 모습은 우리의 미래를 절망으로 몰아가는 무서운 병인들이다.이같은 병리현상은 당장 우리의 대문 밖에 몰려와 으르렁거리는 맹수들에게 만만하고 안일하게 보이는 빌미를 제공한다. 자성할 줄 모르는,참을성도 없고 부도덕한 국민이라고 판단되면 그들은 우리를 더 우습게 보고 함부로 요구하게 된다. 자구력을 가진 이웃에게는 경외를 보내며 조심을 하는 것이 사사로운 인간관계에서나 국제간에 다같이 통용되는 생각이다. 사치를 추방하고 절약하는 운동은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익숙하고 효과적인 운동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런 사상으로 자녀를 훈육했고 법도를 지켜왔다. 근면과 성실의 근원도 이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것은 관이 주도해서는 되지도 않는 운동이다. 방금 일고 있는 우리의 각성운동도 민간에서 자생한 자발적인 움직임이다. 이 움직임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성화시켜 부패를 방지하고 건전한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 우리가 이웃에게도 능력있고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다. 전통있는 우방이 서로 반일하는 나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의 노력을 도와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앞서가는 민주… 뒤쫓는 공화/1주 앞둔 미 중간선거 어찌돼가나

    ◎금융스캔들ㆍ경제악화 등 겹쳐 고전 공화/92년 대통령선거 겨냥,총력전 채비 민주 1주일 앞으로 다가선 미국 중간선거는 전국적으로 민주당의 승세가 뚜렷이 점쳐지는 가운데 막판 표다지기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부유층 과세문제를 둘러싸고 의회에서 벌어졌던 논쟁과 경기후퇴에 대한 항간의 불안심화는 공화당의 인기하락을 촉발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공화당 후보들은 민심이탈이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고 실토하면서 1982년의 중간선거 때처럼 이번에도 공화당 참패가 재현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치적 2년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도 띤 이번 선거에선 연방의회 상원 1백석중 34석,하원 4백35석 전원과 50개주 가운데 36개 주지사 그리고 46개 주의회의 6천이 넘는 의석을 개선한다. 현재 민주당은 공화당에 대해 주지사에서 29대 21,상원에서 55대 45,하원에서 2백62대 1백75의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개선될 36개 주지사는 민주 20대 공화 16으로 분포돼 있다. 민주당은 소속 상원의원의 전원 재선은 물론 현재보다 하원 12석,상원 1석,주지사 4석을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ㆍ공화 양당은 이번 선거에서 캘리포니아ㆍ텍사스ㆍ플로리다 등 이른바 빅 스리(Big Three)와 일리노이ㆍ오하이오 등 유력주의 주지사 장악이 내년의 국회의원 선거구 재조정과 92년 대통령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이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주지사 탈환 목표를 세워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지금 미국인들은 불만에 가득 차 있다. 10년전 이란의 미국인 인질 억류사태로 미 국민감정이 극도로 악화됐었을 때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 미국인은 22%에 불과했다. 워싱턴 포스트지와 ABC­TV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금 이 수치는 그때 보다도 못한 19%다. 이란사태 때 미 국민의 71%는 미국이 잘못 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72%가 그런 답변을 하고 있다. 올해가 만일 대통령선거의 해였다면 공화당 기수 조지 부시는 끝장났을 것이다. 취임후 줄곧 상승가도를 달려온 부시 대통령의 인기는 10월초부터 곤두박질하기 시작했다. 예산협상의 난항,급격한 경제 악화,실업률 상승,증권시세 하락,부시의 아들도 관련된 5천억달러 규모의 금융(S&L)스캔들 그리고 세금문제가 부시에 대한 지지도를 취임후 최저로 떨어뜨린 것이었다. 중동문제는 민주ㆍ공화 양당이 초당적으로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어 큰 쟁점으로 부상하지는 않았지만 공화당 후보들은 혹시 1958년 레바논 파병 직후의 선거때처럼 공화당 패배의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공화당은 부시 대통령의 세금신설반대 선거공약 포기가 공화당 지지자들의 사기를 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도 이번에 공화당 후보를 죽이는 건 민주당 후보의 높은 득표율이 아니라 공화당 지지자들의 낮은 투표율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시는 민주당의 중세 및 예산낭비 정책을 공격하면서 공화당 후보데 대한 지원유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세금문제를 둘러싸고 왔다 갔다했던 그의 태도와 공화당의 내분표출로 인해 부시의지원이 선거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의 철학빈곤,경제위기,부유층에만 혜택을 주려는 세금문제,금융스캔들,낙태 제한 등을 갖고 공화당을 공격중이다. 민주당은 특히 「부시의 문제점은 경제에 관한 메시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부시 행정부의 대안제시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월 스트리트 저널과 NBC 방송공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경제와 세금문제를 더 잘 다룰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많은 공화당 후보들은 세금문제와 관련,부시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미칠 화를 피하기 위해 공화당의 1988년 신세반대 공약을 옹호하고 나서거나 올해 민주당이 성사시킨 부유층 중과세정책에 한 다리 끼어드는 작전을 쓰고 있다. 일부 선거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 폭풍이 선거일(11월6일)을 강타,과거 어느때보다도 많은 현역 의원들을 탈락시킬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역의원에 대한 불신 분위기가 아무리 고조되더라도 하원의석의 10% 이상이나 상원의석의 20% 이상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많은 지역에서 선거구가 현역에게 유리하게 획정돼 있어 신인의 도전이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정치자금도 현역이 신인에 비해 10배는 더 모금할 수 있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재출마 하원의원 가운데 약 3백75명과 최소한 16명의 상원의원 그리고 주의원의 90%인 약 5천6백명은 이미 당선권에 들어가 이 지역의 선거전은 사실상 끝난 상태다. 또한 경쟁자가 없는 상원의원 4명(민주 공화 각2명)과 하원의원 81명(민주 46,공화 35)의 선거구에서는 선거전이 개시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하원의 경우 무투표당선 예상자가 이렇게 많기는 1950년 이래 처음이다. 재출마 하원의원중 낙선 위기에 처한 사람은 16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예상이 모두 적중하더라도 그건 낙선의원 숫자가 7명밖에 안됐던 2년전과 비교할 때 재선율이 98%에서 96%로 불과 2%포인트 떨어지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따라서 현역은 물리치기 어렵다는 일종의 정치적 체념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 중간선거 이후에도 「민주당 의회와 공화당 행정부」라는 미국정치의 역할 분담 도식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 위기의 고르비 12가지 과제/불지가 분석한 「흔들리는 소련」

    ◎민족분규 확산ㆍ군부 동요… 두뇌 유출도 늘어/빈부격차 심화속 범죄 급증… 사회불안 가중 「고르바초프는 과연 제2의 기적을 만들어 낼 것인가」. 최근 유럽에는 소련에 대한 비관론이 점증하고 있는 가운데 고르바초프가 과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고르바초프의 개혁을 지원하려는 EC등 서방측조차 소련내부의 구조적 취약과 예측할 수 없는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구체적 지원을 망설이고 있다.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허다한 문제에 직면한 고르바초프의 숙제는 무엇인가. 프랑스의 일요지 「디망시 주르날」이 그의 서구방문에 즈음해 정리한 「12과제」는 다음과 같다. ▲경제ㆍ사회적 불평등=기업의 자유,외환도입 등 시장경제화정책과 고질적인 물자부족 등이 어울려 소련내에 새로운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웬만한 가게의 경우 루블화와 외화사용 고객을 구분해 「차별대우」가 행해지고 있으며 신흥 부유층과 다수 빈곤층간의 간격이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장경제화의 혜택을 입은 신흥부유층은 세금 한푼 물지않고 축재하는 반면 시장경제화의 여파로 오히려 3천여만명의 빈곤층이 형성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족주의=1백10개 민족으로 구성된 소련은 현재 인종위기의 「폭발」상태에 있다. 이미 선포된 각 공화국의 독립선언외에 공화국 내부에서도 각 인종 지역간에 자결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레닌그라드 부근 치에르톨로보 지역의 경우 2만3천여 주민이 인접 주민과의 마찰을 이유로 독립을 선포하고 국가와 국기를 만들었을 정도이다. ▲경제질서 혼란=경제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소련내 공장의 30%가 가동중단상태에 있거나 가동된다 해도 별 쓸모가 없는 물자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경제화 추진에 따라 우선 수백만명에 달하는 공장ㆍ기업간부들이 새 교육을 받아야할 형편인데 이들 대부분은 현재 생산품의 가격을 어떻게 책정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 ▲군=동구로부터 복귀하는 군인들의 처우문제,91년중 현 병력의 4분의 1을 감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군인들의 장래불안이 대단하다. 일부 귀향병력은 숙소조차 없어 애를 먹고 있다. 군의 감축대상은 사병 뿐만 아니라 장성을 포함한 장교들에까지 미친다. 최근 나돈 쿠데타설은 군의 이같은 장래불안과도 관계가 있다. ▲당=아직 공산당이 제기능을 다하고 있는지 소련인들은 관심이 없다. 매달 20∼30만명의 당원이 줄고 있는 공산당은 각 공화국의 자립선언으로 존재기반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소련언론들도 고르바초프 뒤에 「대통령」칭호만 붙이지 「당서기장」 용어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또 정치국회의가 열렸는지도 전혀 일반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미묘하기는 하지만 고르바초프는 당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할 것이다. 이미 재기불능의 상태에 처한 공산당 서기장직을 포기해야할 것이다. ▲야당=모순적이기는 하지만 고르바초프로서는 하나 또는 몇개의 지속적인 야당이 결성되는게 바람직하다. 강력하고 구조가 건전하며 또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야당이 필요하다. 최근 민주러시아운동이란 단체가 결성됐으나 그 구조나 동기면에서 이같은 건전 야당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환경오염=소련의오염은 이미 위험수준을 넘어서 있다. 우랄산맥 공업지대를 비롯한 주요 산업지대에서 매년 수천명이 오염으로 사망하고 또 기형아 출산을 비롯한 허다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공업지대 뿐아니라 모스크바ㆍ레닌그라드 등 대도시의 「대기」도 이미 국제관련기구가 책정한 위험수위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 ▲범죄=모스크바ㆍ키에프ㆍ레닌그라드 등지에서는 호신용 소형폭탄이 1백50루블의 거금에 팔리고 있다. 지난 1년간 소련의 청소년 범죄는 40%나 증가했으며 각종 강도ㆍ약탈ㆍ절도행위도 증가일로에 있다. 이와 함께 마약ㆍ공갈ㆍ매춘과 관련된 조직범죄도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이들 범죄망이 「무장」화하고 있어 주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동기부여=소련인들에게 성취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회의와 소심ㆍ불안,그리고 쿠데타와 내란 등을 우려하는 소련인들은 각자 개인의 생존밖에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소련인들은 행정기관을 기피하며 고르바초프가 수만명의 전문가와 함께 경제를 재건한다면 이는 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두뇌유출=사업상 또는 학업상 해외에 나간 소련인들은 대부분 현지정착을 희망,시도한다. 잠재적인 경제적 망명가능자는 1천3백여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교회=교회문 앞에서는 소련인들의 「비관」에 편승,내년 봄에 새로운 혁명이 일어나고 새로운 그리스도가 재현할 것이라는 노스트 라다무스의 예언서가 팔리고 있다. 교회에서는 고해와 복종에 의해 소련을 구원하고 또 옛날의 참종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설교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후계문제=아직 현실적으로 거론되고 있지는 않지만 만약 국내정책 실패로 권좌에서 고르바초프가 물러날 경우 마땅한 후임자가 등장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고르바초프의 경우 아직 「젊고」 건강이 양호하기 때문에 지도층은 물론 일반인들도 후계자를 거론하는 것은 찾아보기 드물다.
  • 국회를 빨리 정상화하라(사설)

    우리 정치와 정치인들이 그동안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경색의 미로를 서서히 벗어나는 듯하다. 평민당의 김대중 총재와 일부 의원들이 단식을 중단했고 여야의 접촉이 시작됐다고 한다. 야당권에서 국회 등원조건으로 내세웠던 몇가지 요구 가운데 지방자치제 실시 등에 대한 논의가 진전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무언가 트여가는 듯한 인상이지만 아직도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9월초의 국회개회 아니 더 거슬러올라 그 여름 이래 빚어지고 있는 정국의 파행은 아직 복원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의 국회 공전이나 정치부재사태가 가져온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과 실망은 여간 큰 것이 아니어서 좀처럼 회복이 어려울 것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정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야 할 역량이 미흡하지 않은가 의심받게 됐다. 야당 역시 대안 없는 투쟁이나 공감받지 못하는 장외싸움으로 하여 신뢰받는 야당으로서의 모습에 또 다른 상처를 남기게 됐다. 여야 각기 아무런 소득 없이 허송세월했다면 그것으로서 비판받아 마땅한 것이다. 따라서 여야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지금 당장이라도 구차한 명분이나 이유를 떨어버리고 정치의 본궤도를 찾아 국회를 열고 국정을 논해야 한다.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지방자체제 문제도 그러하다. 엄밀히 살피면 지자제는 여야의 합의사항이고 그에 따랐다면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지자제 그 자체에 대한 논의의 여지는 있다. 야당의 주장과 여당의 입장에도 각각 귀기울일 만한 측면이 없지 않다. 다만 여기에 우리의 견해를 덧붙이고자 하는 것은 어차피 시행돼야 할 제도라면 여야 합의의 정신을 최대로 살리는 것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지자제가 민주주의의 발전적 훈련장이요 정치에 대한 국민적 욕구의 1차적 수렴과정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제도자체는 평가되어야 하는 것이다. 내각제 등의 개헌논의만 하더라도 이제는 헌법의 개정이 여야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의사나 당리당략만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현실인식만 갖는다면 구차스러운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민자당의 김영삼 대표는 야당측이 내각제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의사를 갖고 있음을 거듭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야당과 국민이 반대하면 어떤 내용의 개헌이든 할 수 없다는 여당의 현실인식이 배어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지자제 실시니 내각제 개헌거론 등으로 여야가 대결하고 장외ㆍ단식투쟁으로까지 갔다는 사실자체가 우리 정치의 빈곤과 정치인들의 역량부족을 입증하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평민당은 단식을 끝내면서도 즉각 등원은 아직 유보하고 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단식투쟁이 매우 강하고 의미있는 방법이요 결단이라면 단식을 중지한 것도 중대한 결단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가 반영됐다고 판단해서 단식을 풀었다면 그와 동시에 무조건 국회등원 의사도 결의했어야 했다. 그간 여야간 대립과 갈등의 과정에서 양측의 입장과 주장은 확연해졌다. 이제 그것을 토대로 여야는 협상하고 대화해야 한다.
  • 「범죄와의 전쟁」 이기는 길을 찾는다(질서있는 사회로:5)

    ◎전문가 대담/“행동철학이 제시된 새생활운동 펴라”/“방법론 없는 즉흥 발상”호응 못얻어/도시민의 공동체의식 형성이 과제/고립된 삶이 「범죄온상」구실… 합의정신이 바탕된 질서모델 계발을 범죄와 무질서,과소비 등을 추방하기 위해 노태우 대통령이 「새질서 새생활 실천운동」을 선언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새질서 새생활운동」이 국민운동으로 확산돼 질서있고 건전한 새로운 사회를 이룩할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운동의 방향과 방법 등을 두 교수의 대담으로 들어본다. ○통제가 무너진 사회 ▲김대환교수=이번 노태우 대통령이 선포한 새질서 새생활 실천운동은 새마을운동과 비견해 볼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72년 새마을운동이 시작될 당시만해도 일부의 비판과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잘살아보자는 국민적 합의 아래 실천적 운동으로 발전해 큰 반향을 얻었지만 지금의 시대적 상황은 그때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왜 지금 이런 운동이 제기되었는지의 문제부터 풀어가기로 합시다. ▲송복교수=새마을운동이 시작될 당시 농촌인구와도시인구는 반반이었지만 90년대에는 2,3차산업 인구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사회구조에 대한 새로운 진단이 필요합니다. 우리사회는 지난 10년동안 해마다 9백만명씩 모두 9천만명이 주거를 옮겨 인구의 9.7%만이 태어난 곳에서 살고 있는 등 국민의 대부분이 타향살이를 하는 부동사회(Floating society)가 됐습니다. 한곳에 머무르는 기간이 평균 3년에도 못미치다 보니 이웃 공동체가 형성되지 않고 사회통제 메커니즘이 와해돼 공중에 떠다니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김교수=그동안 정치ㆍ사회적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경제적인 축적이 이루어져 개인의 생활이 풍요해 졌으나 양적 팽창에 상응하는 질적 변화가 이어지지 못한데 따른 정신적 빈곤이 사회악의 증가와 사회질서의 파괴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성실성과 정직성이라는 농업사회의 생활방식이 공업사회로 바뀌면서 붕괴,내부적인 파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송교수=직업구조의 개편속도도 세계사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빠릅니다. 지난 74년에는 1천5백개의 직업이 있었으나 86년에는 1만2천6백개로 늘어났습니다. 현재 한 직업에 5년이하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 44%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10년 이상 종사하는 사람은 25% 정도로 지역공동체 뿐만 아니라 직업공동체도 형성되어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김교수=경제구조의 왜곡도 심각합니다. 제조업의 기반위에 3차산업이 형성돼야 하는데 80년대말까지만 해도 제조업이 성행,직업구조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는 상태였으나 지금은 서비스업이 지나치게 팽창했습니다. ▲송교수=그렇습니다. 경제구조면으로 보면 87년을 정점으로 제조업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의 제조업 비율이 전성기에 45%,지금도 36∼37%를 차지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37%를 고비로 현재는 31∼32%를 유지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제조업이 꽃을 피운 바탕위에 서비스업이 발전했다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하기 쉽고 돈을 벌기가 쉽기 때문에 서비스업이 번창하는 경제구조 왜곡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 고소득 납세자의 3위에서 5위까지가 부동산업자이고 1백위안에 든부동산업자의 수가 지난해 보다 3배나 늘어났습니다. ○경제구조 왜곡도 심화 ▲김교수=미국사회의 경우 제조업체에서 고학력자들이 일하려 들지 않고 컴퓨터ㆍ사무관리 등 고학력인력이 필요한 직종은 수요에 한계가 있어 원하는 일터는 없고 원하지 않는 일터는 많은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국민소득 5천달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의식의 세계는 일본을 앞질러야 한다는 허황된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송교수=90년대 우리의 사회인식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불로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70년대에는 제조업에 고용의 기회조차 없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기피하는 실정입니다. 15∼24세의 젊은이가 제조업에 취업한 숫자는 지난 87년 37만명이었던 것이 88년에는 34만명으로 지난해에는 20만명대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국민소득 5천달러는 세계에서 34∼35위의 수준이나 사고와 요구는 2만달러 이상입니다. 의시기의 허황됨이 큰 문제입니다. 이제 이 운동의 성공가능성에 대하여 이야기해 봅시다. ▲김교수=현재의 상황과 조건,운동의 주체,방법 등을 놓고 볼 때 일단 상당히 전개가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이런 문제가 있으면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다각적으로 검토해야만 합니다. 이번의 경우 어찌보면 즉흥주의와 편의주의의 인상이 짙습니다. 정부안에서 문제가 일단 제기되면 진지하게 토론하고 검토해 정보를 모아 운동의 성격과 방향이 도출되어야 하나 이번의 경우 총론만 나오고 각론이 나오지 않은 성급함이 보이고 있습니다. ▲송교수=국민들도 운동전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아직까지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교수=그렇습니다. 「전쟁선언」이라는 표현부터 조금은 거부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과거의 행태로 볼 때 정부 각 부처 행정관료들의 특성상 성과위주ㆍ전시위주로 경쟁 비슷하게 해나가는 가운데 국민들은 『어디 해볼테면 해봐라』하는 방관적 심정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철학과 이념이 필요합니다. 새마을운동의 저변에는 토착적인 농민들의 민족주의 이념이라는 철학이 밑바닥에 흘렀습니다. 임기응변으로 운동을 전개하려 하면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없고 설득력도 호소력도 잃게 됩니다. ○자발적인 지도자 필요 ▲송교수=70년대의 새마을운동과 90년대의 새질서운동을 비교해 보면 운동의 주체가 되는 사람도 크게 변했지만 운동을 이끄는 사람의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상 새마을운동의 이론을 제공하고새마을운동의 시작과 전개,체계화에 깊이 관계하신 김교수께서 지금과 비교해 말씀해 주십시오. ▲김교수=3공화국시절 새마을운동은 시대적 요청이 있었기에 나 스스로가 일부 지식인의 빈축을 사가며 참여했습니다. 누가 뭐라해도 학자나 지식인이 능동적으로 운동에 참여해야 성공한다는 생각에서 운동의 시발에서부터 참여한 것입니다. 그러나 새마을운동이 성공한 것은 지식인의 이론제공의 결과가 아닌 「운동의 리더」가 존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과거에는 김준씨 같은 농촌운동의 상징적 리더가 있어 박정희 대통령의 강력한 뒷받침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봅니다.또 자발적인 소단위의 리더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도시의 새마을지도자들은 「지식인은 할 일이 못된다」「정부에 빌붙는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희생적이었습니다. 결국 운동의 성패는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위에 자발적인 지도자의 유무에 달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송교수=새질서운동의 이념으로 2가지를 내세우고 싶습니다. 첫째는 공동체를 재건해 도시의 이웃공동체와 직장이나 직업공동체를 확립해야 합니다. 가장 어리석은 사회는 국가의 힘으로 유지되고 가장 현명한 사회는 공동체의 건설로 저절로 유지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웃이 함께 살면서 심층적,직접적,전체적 인간관계,익명적이 아닌 거명적 인간관계를 형성해 공동체에 낯선사람,이방인이 없는 사회가 돼 서로가 서로를 의식치 못한 가운데 감시,견제하는 사회가 되면 도덕성이 자연스럽게 형성돼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비행을 저지르는 사람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방인들 끼리 모여 있는 사회가 범죄의 온상이 됩니다. 공동체가 재건되면 질서의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입니다. ▲김교수=그러나 우리사회는 지금 너무 많이 파괴되어 버린 느낌입니다. ▲송교수=두번째 이념은 우리사회 특유의 질서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역사적으로 좋은 질서모델이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그것을 준거로 해서 행동이 이루어졌습니다. 그것은 효를 바탕으로 한 가족주의 모델입니다. 효의 근본은 공경입니다. 부모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자신을 수련했고 그 결과 어떤 사회적 지위를 얻는다는 것은 곧 사회의 발전이 되고 주위의 칭찬과 존경을 받는 것이 곧 사회통합을 이루어나갔던 것입니다. 공동체는 협동성과 정의에 기반을 두어 대립보다는 합의에 중점이 두어진 것입니다. 조선이 5백년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이밖에 합가치성에 기반을 둔 선비주의를 들 수 있습니다. 엘리트의 모든 행위가 이 때문에 공익적이었습니다. ▲김교수=그렇습니다. 조선시대 내내 관주도가 아닌 자발적인 구국운동이 있었습니다. ▲송교수=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가족주의가 족벌주의,이기주의,기득권주의로 모델이 거꾸로 부서져 버렸습니다. 또 공동체는 개인적인 정에 좌우되는 대립주의로 흘렀습니다. 선비주의는 목적달성에 수단방법을 안가리는,합가치성에서 합목적성으로 타락하는 등 역작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김교수=중종시대의 정치 사회적 내우외환과 선조때의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조광조와 율곡,퇴계 등에 의해 시작된 향약운동은 고종 말년까지 지속됐습니다. 이 운동은 향촌중심의 민간운동으로 북한이 천리마운동을 시작할 때 그 이념을 모델로 삼았다고 합니다. 새마을 운동도 향약에 기초를 둔 이념이 있었습니다. ○국민운동으로 승화를 ▲송교수=새질서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정이 복원되어야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든 잘못을 사회에 두지 자기가정에 책임을 돌리지 않습니다.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라는 부모상이 깨지고 쩔쩔매는 약한 아버지와 과잉서비스 과보호의 어머니가 있을 뿐입니다. 현재 강력범죄의 50% 이상이 10대가 저지르고 있습니다. ▲김교수=요즈음을 개인주의시대라고 하지만 과거의 규범인 수신제가도 남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자기 중심의 도덕ㆍ윤리였습니다. 지금은 「개인적인 사회」가 아닌 「무정부사회」라고까지 할 수도 있겠습니다. 과거의 전통을 복원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느냐 하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송교수=공동체건설을 위해서는 지금 24%에 이르는 지역간 이동성을 10% 선으로 줄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이동성이 줄어들면 마을마다 유수한 지식인들에 의해 우리마을의 질서는 우리가 지키자는 운동이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김교수=이번 운동은 정권적인 차원을 떠나서 추진되어야 합니다. 민족을 위한 운동이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부분에서 부터 다시 점검을 해야 할 것입니다. 원점에서 부터 다시 시작해보는 노력이 10년ㆍ20년 이어질 때 조금씩 조금씩 지금보다 좋은,인간적인 사회로 바꾸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운동의 목표를 오판해 정치적효과와 행정적업적을 겨냥하면 실패합니다. 국민전체가 참여하지 않는 부분적인 운동으로는 성과를 거둘 수 없으며 종합적ㆍ전체적인 운동으로 이어져 지도력이 발휘되면 국민들이 적극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 “교수까지 범죄가담”… 큰 충격/한성대 부정입학사건 안팎

    ◎완전범죄 노려 명단 모두 태워버려/문교부의 「겉핥기식감사」도 큰 문제 한성대의 부정입학사건은 지난해 총장ㆍ재단이사장까지 구속돼 파문을 일으켰던 동국대사건 이후에도 일부 사립대에서 입시부정이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갈수록 대규모화ㆍ지능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또한번 드러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검찰수사에서 밝혀진 부정입학자 94명은 그 규모만 갖고 따지더라도 올해 입학정원 7백26명의 13%나 되고 있다. 물론 94명 전부가 포함이 되겠지만 문교부 감사에서 드러난 34명과 대학측이 입학자료를 없애버려 확인되지 않고 있는 1백72명 등 모두 2백6명이 입학과정에 의혹을 사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성대의 입시는 부정투성이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문제의 심각성은 이같은 부정을 앞장서 막아야 할 교수들이 아무런 죄의식없이 재단측과 함께 부정입학자들을 개별적으로 추천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사학의 고질적인 현안인 재정빈곤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도 말이되지 않는다는게 교육계의 지적이다. 이러한 부도덕성 때문에 학생들도 동국대사태 때와는 달리 재단과 학교측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학원분규의 불씨가 되고 있다. 관련자 7명이 구속되는 어수선한 분위기로 사실상 학사업무가 마비되고 있는 상태여서 입시부정의 파장은 갈수록 증폭되어 학교존립 문제까지 거론될 만큼 관계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특히 입시부정 관련자들이 사건직후 부정입학자들의 명단을 태워버려 완전범죄를 노렸다는 몰염치성은 교육계의 지탄을 받고 학부모들의 엄청난 분노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드러난 입시부정진상만으로 국한시키더라도 94명이라는 수험생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이나 그 명단이 확인될 수 없는 점을 감안할 때 90학년도 입시에 탈락한 많은 수험생과 가족들이 학교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그 처리 또한 쉽게 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던 파렴치행위가 이같은 극한 상황을 부채질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이이사의 사주를 받고 부정입학대상자들을 일단 중하위권으로 합격시킨 뒤 컴퓨터를 조작해 대상 수험생들의 학력고사 점수를 수정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일종의 컴퓨터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이들은 대상수험생들이 작성한 답안을 채점하는 과정에서 틀린 답을 맞는 답으로 고치면서 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94명 가운데 2∼3명은 점수를 조작할 필요가 없었으나 성적이 가장 나쁜 대상수험생의 경우 40점이상 올려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상학생들을 포함해 상당수 답안지를 없애버려 발각됐을 경우에도 그 명단을 가릴 수 없게 해버렸다. 문교부가 지난 8월19일부터 9월1일까지 실시한 감사에서 그 가운데 일부인 34명만 찾아내는데 그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문교부가 감사능력의 한계로 부분적으로나마 비위사실을 밝혀냈다치더라도 그동안 쉬쉬해왔던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라는게 중론이다. 문교부의 주장대로 수사권이 없어 감사에 한계가 있는 점은 접어두더라도 비리척결의 의지조차 있었는지 의아심을 갖게하고 있다. 지난 8월20일 Y대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가 학교측이 자료제출을 거부하자 감사를 그만둔 사실마저 감안할때 문교부감사는 「고무줄감사」라는 의혹마저 사고 있는 실정이다. 문교부의 태도가 이번사태의 조기수습을 방해한 꼴이 됐다는 지적이 있듯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사제도의 혁신도 뒤따라야 할 것같다.
  • 일금 백만원어치의 주식을 사고…/송정숙 논설위원(서울칼럼)

    나는 최근에 주를 일금 백만원어치 샀다. 그것은 막노동을 하러 쿠웨이트에 진출했던 태국ㆍ필리핀 등의 아시아권 근로자들이 이라크 침공후 간신히 요르단 국경너머로 탈출은 했지만 돈도 떨어지고 귀국길도 막혀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는 중이라는 뉴스를 본 이튿날이었다. 태극마크가 선연한 전세비행기가 쿠웨이트를 빠져나와 한곳에서 보호받고 있는 우리의 근로자ㆍ상사사람ㆍ외교관 가족ㆍ교민들을 실어나르는 것을 본것은 그보다 며칠 앞선 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라라는 게 그 정도의 일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 뿐이었으므로 초연의 사지에서 탈출한 우리 혈육들이 가족에게 안기며 기쁨과 안도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다행스럽게만 생각했었다. 그중의 단 한사람도 『국가의 배려에 고마워 한다』는 따위 인사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런것을 의식도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사지에서 귀국할 길은 고사하고 당장 지탱할 길이 막연한 남의 나라 사람들이 우글우글하고 그것이 바로 우리와 이웃한 아시아나라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목격하고는「우리나라」에게 미안하고 무안스런 생각이 들었다. 그만하면 하느라고 하는데도 노상 비난만 받고 비하당하고 더러는 자학까지 당하기에 요즈음의 대한민국은 구박데기같은 신세다. 그런 일들이 노엽고 고달픈 나머지 『에라 나도 모르겠다!』하고 벌렁 누워버리는 것이나 아닐까 하는 노파심이 들 지경이다. 그런 생각이 불현듯이 고조되어 그날 나는 통장을 털어들고 증권회사로 찾아나선 것이다. 그러나 증권회사 직원은 이 물정모르고 찾은 고객을 반기기는 커녕 좀 의아한 별난 사람으로 보는것 같았다. 『…지금으로서는 아무 이익도 보장해 드릴 수 없습니다. 지금같은때 뭐한다고 주를 사려고 합니까. …당국 하는짓 보면 증권시장 소생시킬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봅니다.…』 거의 비웃듯이 바라보는 그 창구직원의 태도에서는 적대감마저 느껴질 지경이었다. 거기다 대고 『우리나라에 투자한다는 뜻으로 사려고 한다』는 말을 했을때 그는 노골적으로 냉소도 했다. 증권시장이 이렇게 빈사지경일때 『나는 당신을 신뢰합니다』라는 뜻을 표명해야할것 같아서 왔다는 말은 끝내 입밖에 내지 못했다. 『언제 증시가 무너질지 모릅니다. 그러면 우리는 책임져 드릴수 없습니다』하고 서슬이 퍼렇게 방어벽을 치는 그에게 기가 질렸기 때문이다. 주식값은 지금 바닥에 이르러 있으니 우리나라 경제가 손을 들지 않는한 언젠가 소생할 것이 아닌가,증권시장이 무너지는 상황에 이른다면 우리경제도 끝장이 나는 것을 뜻하지 않는가,그렇게 되면 이돈 백만원을 가지고 있으나 주식투자를 하나 끝장나긴 마찬가지 아니겠는가…,하는 말을 더듬더듬 하고 있는 이쪽을 그 젊은 창구직원은 참으로 시큰둥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런 경위를 지켜보던 안쪽의 간부급사람이 가로맡아주는 바람에 나의 「증권투자」는 간신히 성사될 수 있었다. 간부사원은 몇가지 변명도 했다. 증권이란 오르기만 하는 것으로 알고 고객서비스도 그런 조건에서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증권회사 사원을 출발한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그런 그들로서 지금과 같은 암담한 골짜기는 견디기 힘들 것이어서 이런 양상이 되었다는것이다. 그말에 힘입어 긴안목으로 먼장래를 생각하며 착실한 희망과 허황되지 않는 신념을 줄 수 있는 사원교육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반론을 했더니 그 간부사원은 공허하게 웃었다. 「나라」는 여기서도 한데 신세 같았다. 그곳을 나오는 뒤통수쪽에서 젊은 사원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날아왔다. 『그까짓 돈 백만원도 돈이라고… 그까짓 돈 백만원이라니. 원화 백만원이면 쿠웨이트에 묶여있는 오갈수 없는 아시아 근로자 한사람에게는 살길을 찾아나오기에 값할만한 돈이다. 소련이나 중국ㆍ유럽을 여행하느라면 「한국돈」에 추파를 던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지난 80년대 전반 동독을 여행한 적이 있었다. DDR건국기념행사가 사흘 나흘 이어지고 있는 도시의 뒷길에서 으레 눈이 반들반들한 동독인이 따라와 서독마르크의 암거래를 유혹했다. 공식으로는 동독 마르크와 서독 마르크는 1대1인데 그들이 제시하는 조건은 1대3. 3배로 쳐줄 터이니 바꾸자는 것이다. 일행중에는 다섯배로 바꿨다는 젊은이도 있었다. 서독마르크가 그렇게 탄탄했으므로오늘 독일통일의 위업을 주도할 수 있었다. 그때 이미 우리의 원화는 충분한 자부심으로 국제무대에서 우리를 지탱해주고 있었다. 지금돈 백만원이 옛날 우리의 유행가처럼 『만약에 백만원이 생긴다면』 팔자라도 고칠만한 크기는 못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돈이 그렇게 핑핑 콧방귀를 튕길만큼 적은 돈은 아니다. 특히 나에게는 쉽거나 하찮은 돈이 아니다. 이런 정도의 돈으로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는 가사가 쌓여있고 숙제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예산에도 없는 이 객기의 지출때문에 몇달동안은 웅색함을 겪게 될 것이다.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규모에 비하면 「그까짓 돈」일지 모르지만 노여워서 고달파하는 「우리나라」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위로와 신뢰의 표현으로서의 투자는 이 정도가 한껏 이었다. 독일점령시절의 파리에서도 프랑스 젊은이들은 프랑스를 위해 저축을 했다. 그들에게는 역사에 대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그것이 빈곤하다. 그래도 나는 우리의 자생력을 믿는다. 비웃음속에 묻어 놓고 온 일금 「백만원」을결코 휴지로 만들지는 않을 대한민국임을 믿는다. 슬프도록 냉소적이던 증권회사의 창구사원과 같은 태도를 지닌 많은 사람들도 마침내 이 신념에 동의할 것을 또한 믿는다.
  • 「인본」이 흔들리면사회가썩는다/김대환이화여대교수ㆍ사회학(서울시론)

    ◎물질만능ㆍ찰나주의가 「인면수심」 날뛰게 얼핏 생각하면 정치가 엉망이라는 것도 큰 문제 같고,경제가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채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도 예삿일이 아님은 분명하다.그러나 그 보다 몇백갑절 더 염려되는 문제는 바로 사람들이 못쓰게 될 지경까지 정신적으로 병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다. 왜냐하면 정치나 경제 할 것 없이 모든 것을 움직이는 것은 다름아니라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신이 병들어가는 사회 우선 매사에 그 중심이 되는 사람이 성실하고 정직하고 근면하고 진지해야만 할터인데 그렇지가 못할 때 정치가 제대로 될 까닭이 없고 경제가 제구실을 할 까닭 또한 없다. 그러기에 옛사람들은 사람 기르는 것을 가리켜 백년대계라 했었다. 그같은 성현의 말씀은 물론 지금도 여전히 유효타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예부터 전통적으로 인본사상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모든 것을 인간본위ㆍ인간중심으로 생각하고 다루는 한국적 인간주의가 곧 바로 그것이다. 그것은 치자가 백성을 다스리는 경우도 그랬고,윗사람이 아랫사람을,그리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대접하는 경우에도 그랬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사람을 돈으로 되바꾸어 생각하는 나머지 인권보다 물권을 앞세우는 세상이 됐다. 돈 때문에 철없는 아이를 유괴살해하고도 인간적인 고통의 그림자조차 엿보이지 않는 인면수심의 모습하며,죽어간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흥정하는 세정이 되고 말았다. 조석으로 대하는 끔찍끔찍한 사건으로 온 국민들은 흉악한 범죄앞에 노출되고 있다. 그렇듯 병든 징후는 어찌 범죄에 한한 것만일까? 모두가 성실함도 정직함도 책임감도 둔탁해지고 있다. 매사를 그저적당히 얼버무리면서 시간이나 때우고 눈가림이나 하는 등 그때 그 장소만 모면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젖어들고 있다. 그같은 것의 단적인 표출은 이번 물난리에서 익혀 보고 온바 그대로이다. 적지않은 사람들이 실세 아닌 허세나 부리면서 살아간다. 내일도 한달 후도 그리고 일년 뒤란 더더욱 생각지 않고 다만 그순간 순간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그같은 찰나주의적인 생각이나 태도는 분명 우리를 하루살이 인생으로만들어 가고 있다. 그곳에서 성실과 정직과 책임이 있을 수 없고 거기에선 신의가 발붙일 수도 없다. 어떤 경우엔 부자간에도 부부간에도 그 모양이 되어가고 있으니 정말 기막히는 노릇이라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요즈음 사람들은 모두가 일 하려 들지 않는다. 하나같이 모두가 편하기만 생각하고 쓰기만 좋아한다. 그렇듯 노동을 기피하고 경시한다. 사실 모든 생산도 생활도 노동없이는 하나도 이루어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맹탕 놀려고만 든다. 일하지 않는 곳에 돈이 생길 수 없다. 보는 것 듣는 것 그 모두가 하나같이 돈 없이는 뜻대로 되지않는 세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놀고 있자니 먹고 싶고,입고 싶고,하고 싶은 일은 더 많아지게 마련이다. 거기에 따른 잡념도 유혹도 매양 더 해질 수 밖에 없다. 노동도 하지 않고 거기다 머리까지 텅 비어있는 못난 젊은 남녀가 돈이 아쉽게 될때 선택을 유혹받는 길은 무엇일까? 남자는 폭력이고 여자는 정절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하루살이 인생에게 가장 손쉬운길이란 그길이 고작이라 생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으뜸가는 취학률에다 대학 진학률로는 세계 두번째의 고학력 사회,거기에다 즐비하다 할 예배당과 사찰 등이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이토록 사람다움을 잃어가고 있는지? 그동안 도시 위정자도 정치지도자도 지식인도 성직자도 정치 경제에 관해서는 이러쿵 저러쿵 말도 많았지만 정작 그 바탕이 될 인간상을 기르는데는 너무나 소홀했었다. 민주화다,산업화다 목청을 높여 외쳐대면서 그것만 이루어지면 당장에라도 만사가 형통될 것처럼 되뇌이곤 했었다. 그 발상 자체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을까? 세상사란 그렇게 단순치는 않을 터인데 말이다. 약간은 역설적일지 모르지만 지금 겪고 있는 정치에의 실망과 경제에의 좌절은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에겐 좋은 교훈이라 할 수 있다. 한국사람은 스스로 당해봐야 깨닫게 된다는 속설을 믿는 한에서 적어도 그렇다. 이를 시행착오로 치기엔 너무나 값비싼 대가이긴 하지만. 모든 것을 제쳐놓고 지금부터라도 참사람을 만드는 작업,즉 교육혁명부터 다시 함이 어떨까? 그동안 선생은 있었지만 스승은 없었다는 함축성있는 말에서부터 교육행정은 있었지만 교육철학이 빈곤했다는 일부 경세가들의 충고도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은 흘려보내기 일쑤 였다. 거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인간교육 부재의 맥락에서 보면 오늘의 인간사 세상사는 어찌보면 자업자득의 인상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절망이란 없다. 사람이 많다 보니 그중엔 별의별 사람이 다 있게 마련이지만 우리의 기둥과 뿌리는 아직도 썩지 않고 건전하다. 큰 웅덩이에서 피라미나 미꾸라지 등이 구정물을 일으키고 있는 것 처럼 얼핏 보기엔 잔고기만 물가에서 판을 치고 있는 듯 보일지 모르나 그렇지 않다. 큰 고기는 기척없이 깊은 물속에서 있는둥 마는둥 하지만 여전히 연못을 지키고 있다. 지금도 두메에서 땅을 파며 고장을 지키는 젊은이가 있고,공장에서 비지땀을 흘리면서 일손을 놓지 않는 근로자가 있다. 그런가하면 도서관에서 등화가친하며 독서삼매에 빠져드는 학생도 많다. ○민주화뒤엔 인간소외가… 얼마전 섬강버스 추락사고때 다섯살짜리 외아들을 구하려 스스로의 목숨을 내던진 어느 여교사의 애틋한 모성애하며,죽어간 아내와 자식을 생각다 못해 스스로 전신주에 목을 맨채 뒤따라 죽음을 택한 어느 남교사도 있었다. 이 풍진세파 속에서도 그토록 눈물겨운 인정비화가 바로 우리 주변에 있었다. 우리의 근본과 본질은 의구하다. 다만 몇 안되는 인간공해가 그토록 어질고도 착한 사람들을 하나 둘 찌들리게 하는 독버섯이 되어 있다. 위정자도 정치지도자도 이 안타까운 현실을 똑바로 보고 파악해야 할 것이다. 정권연장도 정권장악도 이젠 식상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성 발언은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거듭 말하거니와 민주화란 「수술」은 성공했지만 끝내 환자는 죽고 말았다는 식의 우를 제발 다시는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간절한 사연 어찌 필자만의 심정이라 할 수 있을까?
  • 「부자와 빈자의 정치」 큰 파문/김호준 워싱턴특파원(특파원수첩)

    ◎미 공화당 브레인 필립스의 저서/“부익부 빈익빈 레이건 재임시절 심화” 주장/일ㆍ서독 등에 국부 나눠준 무역정책도 비난/“90년대는 개혁시대” 예견… 중간선거 앞둔 민주당은 희색 미 보수진영의 탁월한 선거 전략가겸 평론가인 케빈 필립스의 신저 「부자와 빈자의 정치­레이건 이후의 부와 미국 유권자」란 책이 워싱턴 정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미 정치권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책에 대해 공화당의원들은 『평론가란 믿지 못할 사람들』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으나 민주당 진영에선 『왜 우리가 민주당원으로 있는지를 공화당원들에게 깨우쳐 주는 책』이라며 열렬한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 책은 1960년대 존슨 민주당정부의 「빈곤 퇴치 전쟁」 및 현대 미국의 복지제도에 큰 영향을 미쳤던 마이클 헤링턴의 저서 「다른 미국」 이후 가장 큰 충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 사람들의 얘기다. 「부자와 빈자의 정치」는 한마디로 말해 1980년대 레이건 공화당정부의 시책이 미 국민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유별나게심화시켰다는 주장의 전개다. 그리고 이에 대한 개혁주의자들의 반동이 19세기 말과 1920년대의 「황금기」 이후처럼 1990년대에 나타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필립스는 1980년대를 『부자들이 승리한 시기』라고 규정하며 레이건 행정부를 『자본가의 소생과 소수 엘리트의 부 축적을 주도한 고성능 기관차』로 비유했다. 그는 레이건의 정책이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비판하고 『미국의 부를 재분배하려는 다음 세대의 반체제파들에게 기분 나쁜 뉴스는 부의 큰 몫이 이미 일본 서독 등에 재분배됐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과거 미국에서 부자란 연수 5만달러 이상이나 10만달러 이상을 지칭했으나 80년대엔 백만장자도 흔해빠져 1989년의 경우 백만장자가 1백50만명을 헤아렸다. 문제는 부의 집중이 백만장자보다 훨씬 상층에 있는 천만장자ㆍ억만장자ㆍ5억장자ㆍ10억장자 층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미 국민의 1%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이 국민총소득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81년의 8.1%에서 86년엔 14.7%로 늘어났다. 81년과 89년 사이에미 4백대 부자의 재산은 3배가 커졌다. 동시에 그들과 다른 계층간의 간격은 엄청나게 벌어져 회사 시장과 공장 노동자간의 봉급차이는 1979년의 29대 1에서 1989년엔 93대 1로 확대됐다. 막대한 부가 월가에서 만들어졌고 실업계의 거물들이 저명인사가 되었다. 금융계 12대 소득자의 연간 수익은 81년의 5백만∼2천만달러에서 88년엔 증권시장 몰락에도 불구하고 5천만∼2억달러로 상승했다. 레이건 집권 8년간 미술품과 골동품 가격은 4배가 뛰어,20만∼30만명의 부유층 가족에게 큰 이익을 안겼다. 한편 해고된 철강 노동자로부터 농토를 잃은 농민에 이르기까지 사회 저변층은 고통을 받았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녀를 가진 30세 이하 세대주의 실질 수입은 73∼86년에 약 4분의 1이 감소됐다. 80년대엔 1백50만개의 중간관리직이 없어졌다. 그 희생자는 물론 중산층이었다. 필립스는 레이건의 경제정책을 「부유층으로의 소득 이전」으로 파악하고 있다. 레이건이 백악관에 들어갈 때 최고 70%에 달했던 부자들에 대한 소득세율은 레이건이 백악관을떠날 땐 28%로 떨어져 있었다. 반면 사회보장세와 소비세의 증가 때문에 전체적으로 빈자들의 납세액은 늘어났다. 미국의 세금정책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계급의 충성도에 따라 재편됐다고 필립스는 주장했다. 필립스는 1990년대는 「반월가시대」로 예견하고 있다. 과거처럼 90년대에도 호황기 뒤의 반동이 재현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80년대의 마감과 더불어 새로운 정치 경제철학이 요구되고 있고 또 미국의 부와 권력의 역사에서 90년대는 지난 80년대와 분명히 다른 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필립스는 강조한다. 그는 이런 변화의 무드가 미국뿐 아니라 영국 일본 캐나다 등에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나라에서도 80년대에 금융 부동산 붐으로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고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필립스의 주장은 새롭거나 놀랄만한 것은 아니다. 레이건 시대에 미국민의 소득과 부에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주장은 많은 사람들이 거론했던 얘기다. 그럼에도 필립스의 비판이 새삼스럽게 설득력을 발휘하는 것은 골수 공화당원으로서의 그의 신인도와 성가 때문이다. 필립스는 1968년 이래 6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 5차례나 승리를 끌어낸 공화당 핵심전략가의 한 사람이다. 11월초 중간선거를 목전에 두고 민주당측은 『필립스가 문제를 올바르게 지적했다』며 백만원군을 만난듯 떠들어대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측은 불균형이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레이건 집권전인 카터 민주당 정부때부터라고 주장하며 『아직도 많은 미국인들이 카터 시대보다 레이건 시대가 좋았다고 말하는 것을 무얼로 설명하겠느냐』고 반문한다.
  • “팔자”주춤… 주가 이틀째 보합/0.8P올라 「6백13」

    ◎거래량은 60만주 늘어 미약한대로 상승세가 이틀째 이어졌다. 11일 주식시장은 걱정스러운 집중호우로 주문 건수 자체가 전날의 70% 수준에 머무른 가운데 장세는 매도층의 관망화가 한층 심해지고 증안기금이 적극적으로 나서 플러스권을 유지했다. 종가는 전일장보다 0.86포인트 올라 종합지수 6백13.49를 기록했다. 지수 상승이 미미하다고 할 수 있으나 5일간의 속락세를 종료시킨 전날의 플러스 0.06포인트와 대조하면 반등력이 나름대로 터를 넓힌 것으로 보여진다. 주문건수는 줄었으나 거래량은 전날보다 오히려 60만주정도 늘어 5백28만주를 기록했다. 증안기금은 전날과 비슷하게 3백억원가량 주문을 냈으며 호가가 약간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증안기금의 뒷받침이 조금 커지긴 했으나 미납물량 청산과 관련해 증권사들이 한달간의 유예기간 중에 「반강제적」인 자율정리를 시행하기로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의 반등세 확대는 다소 의외이기도 하다. 관계자들은 「반대매매」를 악재로 보는 분위기가 크게 약화되었다고 분석하는 동시에 청산의 구체적인 상황 진전에 따라 현재의 매도 유예세력이 「팔자」로 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빈곤한 매수력이 이를 반증한다는 것이다. 이날 후장 한때 마이너스로 반락했지만 반등세가 주조를 이뤘고 등락폭이 2포인트에 지나지 않았다. 3백54개 종목이 상승(상한가 19개)했고 2백26개 종목이 하락(하한가 18개)했다.
  • 속락멎고 주가 보합/팔자 줄어… 「6백12」 유지

    주가 속락세가 6일만에 멎었다. 10일 주식시장은 전주 후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던 미납물량 정리우려 「팔자」가 확연하게 격감한 끝에 하락세를 떨쳐버렸다. 종가는 전일장보다 0.06포인트 올라 종합지수 6백12.63을 기록했다. 이로써 미수금 및 미상환융자금의 일괄 반대매매가 몰고온 속락국면은 5일째인 지난 주말장으로 일단 마감됐다. 그러나 이날 거래량이 4백70만주로 반일장 정도에 지나지 않아 매도량은 그런대로 격감했지만 「사자」세력이 한층 빈곤해져 투자심리 불안이 아직도 내재된 상태이다. 거래대금이 5백98억원이었고 증안기금은 전ㆍ후장 각각 1백50억원씩의 주문을 냈다. 개장지수가 마이너스 2로써 지수 6백10선이 위험해졌으나 40분후부터 10분간의 매매단위로 0.3포인트 정도의 반등력이 나타나 전장은 플러스로 끝났다. 후장중반에서 반락했지만 최대하락폭이 마이너스 1에 그쳤다. 결국 등락폭이 단 3.2포인트에 불과한 가운데 상승지수로 종료됐다. 매도세들은 지난주에 결정된 구체적인 미납물량 정리방침이 실제 진행되어가는 형편을 본 다음 태도를 결정하겠다는 생각들이고 매수세 역시 미납물량 정리로 장이 나빠질 염려가 상존한 만큼 추이를 살펴야겠다는 의사이다. 이날 일본 동경증시는 1천엔이상 폭등했으나 국내증시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3백23개 종목이 상승(상한가 9개)했고 2백61개 종목이 하락(하한가 33개)했다.
  • 출산율 떨어져 고민하는 서유럽(세계의 사회면)

    ◎가구당 1.58명… “2.1명돼야 현상유지”/노동력 달리고 10년 뒤면 총인구 감소/아기 낳으면 세금혜택ㆍ이민떠난 사람에 귀국 호소도 서구국가들이 출산율 감소로 고민하고 있다. 현재 EC(유럽공동체) 12개 회원국의 가구당 평균 출산율은 1.58명. 아일랜드를 제외한 11개국 모두가 인구의 현상유지에 필요한 자연교체율 수준인 2.1명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다자녀사회였던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1.3명 출산에서 맴돌고 있다. 89년 한햇동안 EC지역에서 태어난 아기숫자가 88년에 비해 4만1천명이나 줄어들었을 정도다. 프랑스는 1.8명인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출산에 따른 세금혜택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냉담한 반응을 얻고 있고 서구최저의 출산율을 「자랑」하는 이탈리아는 견디다 못해 남미로 떠난 자국인 출신 이민자들에게 귀국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이다보니 노동력 공급에 문제가 생기고 평균수명연장과 조화를 이뤄 급속히 노령화사회로 변화됨에 따라 사회복지예산이 증가되는 등 여러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3억2천7백만명의 EC총인구중 50세 이상이 30%인 1억명이나 되며 2000년대에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페인의 마드리드시에서는 65세이상의 노인수가 15세 이하의 어린이수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서구의 노동인구 절대다수가 90년대부터 감소되고 총인구 자체도 2000년대부터 줄어들 것이라는게 인구통계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젊은이들은 더 오랜기간 공부하고 싶어하고 장년층들의 조기은퇴를 희망하는 추세가 가속화됨에 따라 2020년쯤이면 비 노동인구가 총인구의 65∼75%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서구가 외국인 이민에 의존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예견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유럽인들이 외국인들의 이민을 혐오하고는 있지만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노동력의 유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서구이민은 60년대부터 시작돼 현재 12개국 총인구의 3% 수준인 1천2백만명이 이민 1,2세들이다. 프랑스가 4백50만명으로 가장 많고 영국 2백50만명,서독 1백80만명 등이다. 벨기에와 네덜란드에는 과거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및 아시아지역으로부터의 이민이 많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에는 최근들어 아랍계가 대거 진출했으며 동독까지도 베트남 및 쿠바인들을 공장노동 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70년대 중반 이후 이민유입을 제한하라는 정치적 압력이 증대되고 있으나 요즘도 밀입국자를 포함,연간 수만명씩 서구로 밀려들고 있다. 오는 93년 EC내 국경제거를 앞두고 회원국의 이민제한정책을 단일화하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으나 외국인유입은 꾸준히 늘어 2025년까지는 2천5백만∼6천5백만명이 새로 이민해올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루마니아 유고등 동구권이 국가의 시장경제체제에로의 전환으로 초래될 실업증가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이들 동구인들이 서구의 노동력부족을 메우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제3세계의 빈곤과 서구의 노동력수요가 부합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유럽이 관심을 기울여야할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민유입을 막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민 오는 외국인들을 동화시킬 수 있을까하는 것』이라고 EC에 근무하는 한 인구통계학자는 힘주어 말했다. □EC회원국 출산율(90년) 국 가 출산율(명) 아일랜드 2.11 영 국 1.85 프 랑 스 1.81 덴 마 크 1.62 벨 기 에 1.58 네덜란드 1.55 룩셈부르크 1.52 그 리 스 1.50 포르투갈 1.50 서 독 1.39 스 페 인 1.30 이탈리아 1.29 평 균 1.58
  • 한국정치 「대결구도」 벗어나야 한다/민주정치 정착을 위한 특별좌담

    ◎다원시대 맞춰 전향적 통일정책 펼때/“70% 넘는 중산층” 대변할 정당 나와야/세대교체돼야 개혁 가능… “물러가라”식은 곤란,여건 성숙 기다리는 슬기를(서울신문 광복 45주년 특집) 광복 45주년을 맞아 그동안 우리 정치가 걸어온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 오늘의 정국상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정치상을 원로,여야 정치인,학자 등 4자대담을 통해 진단·평가해본다. 지난 45년간 우리 정치에서의 명과 암은 각각 무엇이며 오늘날 우리가 서 있는 시점은 어떤 상황이며 또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습은 어떠한 것인지를 정리했다. □참석자〈가나다순〉 나종일〈경희대대학원장〉 송원영〈전 국회의원·5선〉 최기선〈국회의원·민자당〉 홍사덕〈민주당부총재〉 △나종일교수=우리가 일본통치에서 해방된 지 45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45년간 제약과 난관도 많았고 심지어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는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45년 당시 우리와 형편이 비슷했던 나라들의 발전상과 현재 우리의 발전된 모습을 비교해보면 나름대로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비교·평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송원영 전의원=정치가 정체됐다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해방후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암살같은 비인도적 행위는 사라졌다는 점에서 크게 나아졌다고 봅니다. 해방직후인 45년 12월 송진우선생에 이어 장덕수·여운형·김구선생 등이 백주에 권총으로 살해됐지요. 이승만박사도 두번이나 암살을 모면했습니다. 이제는 그런 일들은 정리된 듯해요. 또 이박사가 남조선 단독정부수립의 필요성을 47년도엔가 밝힌 것으로 생각되는데 당시 극도로 이데올로기의 대립상을 보였던 세계정세를 감안할 때 어쩔 수 없었던 선택같았습니다. 단독정부라도 세우지 않으면 어디로든지 빨려들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아직도 단독정부수립의 공과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나름대로 평가할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교수=해방후 좌우이념투쟁에 이어 전쟁도 겪었고 60년대이후에는 빠른 경제사회변혁이 있었습니다만 심한 부정선거양상이 사라졌다는 것도 한 특징이 되지 않겠습니까. △송 전의원=부정선거 양상이 근절됐다고 얘기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제헌국회의원 선거는 미 군정이 관할했었는데 상당히 공정하게 치러졌고 2대까지도 그 전통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3·4대에 이르러 환표등 부정행위가 노골화되었고 3·15 부정선거가 타락의 극치였다고 볼 수 있지요. 그 뒤 많이 좋아지긴 했으나 제헌선거에 비하면 나아졌다고 단정짓긴 어렵습니다. ○주권의식 확고해져 △최기선의원=해방당시 절대빈곤의 처지에 빠져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와 중국의 상황이 비슷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당시 수많은 농민이 굶어죽는 상황에서 대지주의 수탈이 계속됐고 이에따라 공산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를 택했지요. 지난해 중국에 가봤더니 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우리와는 굉장한 격차가 벌어져 있는 것같았습니다. 우리의 발전상을 실감할 수 있었으며 공산권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에 있어 지난 45년은 권위주의·봉건주의에서 탈피하는 시대였다고 봅니다. 지난 87년의 6·29 선언도 국민적 의지에 절대권력을 가진 정권이 손을 든 것으로 파악되며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란 인식이 확고해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민족자존및 자주의식이 고양되고 있는 것도 큰 변화입니다. 최근의 용산 미군기지 이전,한국 군작전권 이양 등이 그 실례이며 최근 미국의 우리에 대한 태도도 상당히 달라졌음을 느끼게 됩니다. 통일문제에 있어서도 과거의 무조건 반공주의에서 벗어나 남북화해등 전향적 통일추구 자세로 돌아선 것도 눈에 띕니다. 한마디로 현재 상황은 권위주의적·외세의존적 자세에서 벗어나는 대전환기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나교수=태평양전쟁이 끝나기 2년전쯤 미 국무부와 영 외무부가 공동으로 전후처리문제를 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영측 연구는 유명한 역사학자 토인비가 주도했는데 세계 각지에서 얻은 정보의 분석결과 한국은 근대국가의 경험이 없고 분파주의의 정치행태가 심하므로 당분간 신탁통치를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답니다. 토인비의 얘기가 얼마나 옳았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에게 근대국가 경험미숙,분파주의외에도 제약요인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우선 굉장히 가난했습니다. 47년인가 이승만박사가 하와이 동포에게 독립정부 준비자금 1만달러 지원을 요청한 사실도 있었습니다. 돈이 있어야 여유있는 정치를 할 수 있을텐데 그러지를 못했어요. 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유엔의 지지로 찾으려 했던 것처럼 외세의존도가 너무 높았고 이념대립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던 것도 발전의 큰 제약이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사회·경제분야 등에서 일부 소외계층도 생겼고 단독정부가 들어설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때 우리와 비슷했던 나라들이 겪어온 길을 보면 우리가 모두 나빴다고 말하기도 어렵지요. ○사회·경제보다 뒤져 △홍사덕부총재=민주주의는 산업사회에서 발전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볼때 해방이후 우리의 가장 큰 성공은 산업발전을 이룩했다는 것입니다. 해방 당시에는 5인이상 기업체가 1만여개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전체인구의 75%가 월급쟁이 혹은 월급쟁이가 부양하는 가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확고한 기초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우리 정치의 가장 큰 실패는 이들 월급쟁이가 자신의 정치이해를 표현하는 기회가 봉쇄돼 있다는 것이지요. 호남출신 월급쟁이와 영남출신 월급쟁이가 서로 하나라는 인식을 갖지 못하게끔 지방주의·분파주의가 제도화 됐다든지 이데올로기에 착색되어 자신들의 이해표출을 올바르게 하지 못하게 됐다든지 하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앞으로 진정한 정치근대화를 위해서는 이들 월급쟁이가 정치적으로 뭉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교수=산업화의 성공을 통해 국가영역과는 다른 사회영역이 상당히 확장되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겠지요. 이전보다 정부통제영역이 상당히 축소되어가고 있으며 6·29 선언도 이런 사회적 배경을 깔고 나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정치분야에서의 성취가 사회·경제분야보다 못하다는 얘기가 많아요. △송 전의원=정치의 정체 내지 후퇴의 근본요인은 집권자가 법을 안지킨 때문이라고 봐요. 이박사나 박정희씨가 무리하게 정권연장을 하려한 데 대한 반작용이 야당의 의원직 사퇴등 후진적 정치행태를 계속 이어가게 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65년 한일협정 체결에 반대,야당의원들이 총사퇴했다가 일부는 번의하기도 했는데 현재 야당의원들의 사퇴서 제출사태도 그때와 비슷한 듯해요. 이것은 결국 정치가 정체되어 있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의원직 사퇴라는 일이 외국에서는 절대 없습니다. 우리도 사퇴서를 내면서 진짜로 사퇴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의원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사퇴서를 낸다는 것 자체가 옳지 않은 일인데다 정부·여당도 그것을 수리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홍부총재=저는 송선생님과 견해를 조금 달리 합니다. 사퇴서 제출은 다른 방법이 없는데서 나온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종전에 단순한 제스처로 사퇴했던 분들은 어쨌는지 모르지만 이번에는 원래 뜻이 관철되지 않는 한 번복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또 그것을 기대합니다. △최의원=해방이후 우리 정치는 독재냐 민주화냐 하는 대결논리에서 정권타도 투쟁이 그 핵심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다양하고 복잡다기해진 사회에서의정치는 투쟁만으로는 되질 않습니다. 각계각층의 이익이 상충되는 상황에서 절대악도 절대선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에서 반독재투쟁시대는 지나갔다고 보며 건전한 정책대결로 국리민복을 추구해야 될 시점이라 봅니다. 미소가 적대·대결관계를 청산하고 탈이데올로기의 기치아래 화해·협력하고 있는 마당에 좁은 국내에서 투쟁·대결구도를 마냥 지속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의원직 사퇴서제출은 신중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선택해준 신분이기 때문에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하기 싫다고 그만두는 자리가 아닙니다. 또 이 상황의 의원직까지 던질 상황인가에 대해서는 제자신 여당에 몸담기전 상당한 야당생활을 했음에도 도저히 납득이 안갑니다. ○힘센 편이 더 큰 책임 △나교수=양측에서 보면 서로 할 말이 있을 것입니다. 여권에서 보면 역시 날치기통과를 할 수밖에 없게끔 야당이 상황을 유도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판단할 때 힘센 사람이 책임도 더 느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형제간에 싸움이 일어나더라도 형에게 더 많은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송 전의원=앞서 정치발전이 안되고 있다는 지적을 한 것도 이런 것을 두고 말한 것입니다. 65년 한일협정때 의원직 사퇴서제출 파동을 언급했습니다만 당시 지구당에 사퇴서를 내면 자동적으로 의원직 사퇴가 이뤄지는 데도 지구당에서는 사퇴서를 접수만 한 뒤 사퇴서를 떼어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사퇴서를 낸 의원들은 자신을 속이고 지역구 선거주민들을 속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또 다시 벌어지고 있는데 뭔가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사퇴서 제출과 같은 의회투쟁방식은 절대 지양되어야 합니다. 또 지난 임시국회때 여야가 좀더 사려깊게 지자제법안문제등을 다뤘다면 오늘날과 같은 대립양상은 피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느껴집니다. △나교수=그럼 이제 앞으로 우리 정치에 대한 전망을 좀 해 주시죠. 우리 정치가 제 모습을 갖고 주어진 여러과제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떻게 모색될 수 있을지 말씀해 주십시오. 항간에 제기되고 있는 개헌문제,세대교체문제,통일문제 등과 연계해 풀어나가 볼까 합니다. ○「길드정당」 벗어나야 △홍부총재=우리 정치가 본래의 모습을 갖추려면 우선 정당정치가 당연히 지녀야 할 모습을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당은 수공업시대의 기술자와 직공관계와 같은 길드(Guild)정당과 부당하게 만들어진 권력을 지키기 위한 정당,2가지 뿐이었습니다. 전체 국민의 75%를 차지하는 셀러리맨들의 이익을 진정으로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이 시간까지 존재하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정치가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바람직한 모습의 정당이 나타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갖추어지고 정치길드 속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물러나는,즉 인적청산이 이뤄지면 우리의 정치문화도 한단계 높게 발전할 것입니다. 또 그래야만 사회내부의 점진적 개혁도 가능하고 그 바탕위에서 진정한 평화통일문제등도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의원=지금 시점은 세계적인변혁의 시대로서 국내적으로도 급변하는 상황속에 있습니다. 현정국상황등과 관련해 3당합당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지만 앞으로 국가보안법·안기부법 등 안보관련법안에 대한 과감한 개폐와 지자제법안 처리등을 통해 여권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시킬 것입니다. 야당도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반독재투쟁의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다양화시대에 맞는 정책대안을 제시하는등 국민들에게 수권능력을 갖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할 것입니다. 민주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국회나 법정등에 나서 증언을 하느냐 하는 등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도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소외계층에게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느끼게 하고 풍요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제 여야가 한발짝씩 물러서서 타협의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정치적 투쟁과 대결의 시대가 마감되는 상황변화가 이뤄졌는 데도 투쟁과 대결구도를 계속 지속해나가길 원하는 인물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다양화되고 평화의 시대를 담당할 세대가 나와야 할 때라고 봅니다. ○세대교체론 신중을 △송 전의원=세대교체문제가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새로운 정치를 지향한다고 주장하려면 당연히 3김씨의 퇴진이 전제가 돼야 합니다. 그러나 세대교체문제는 현재 우리의 정치적 어려움이나 국내외여건등을 고려,신중하게 거론돼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나교수=정치인이 물러난다,물러나지 않는다 하는 문제는 주변의 명분만으로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정치인을 하나 길러내는 데도 오랜 시간과 경륜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영국사람들은 정치인 한명이 나오려면 3세대가 걸린다고들 합니다. 오랫동안 정치를 했고 시대에 맞지 않으니 이제 그만두라는 식의 발상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역시 여건이 성숙되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홍부총재=4반세기 전부터 대권쟁패를 해온 사람들이 세대교체주장을 무산시키기 위해 무한 방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측에서는 무한공격을 할 경우 나라가 어지러워질 것이기 때문에 지난 대통령선거이후에도 무한공격을 삼가해온 것입니다. 따라서 언제까지 무한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3당통합도 무한방어의 한 편린이라고 생각합니다. △송 전의원=최근 개헌문제도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습니다만 이 문제는 총선때 묻는 것이 원칙이라고 봅니다. 3당통합으로 의석수를 인위적으로 개헌선인 3분의2를 확보한 뒤 개헌을 강행한다는 것은 일반 상식으로도 용인될 수 없습니다. 개헌의지가 있다면 총선이후에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정리=최태환·이목희기자〉
  • “평화의 사도” 권위 되찾은 유엔

    ◎“합병 무효” 근래에 없던 만장일치/미ㆍ소 공동보조… 분쟁 해결력 복원 유엔안보리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해 즉각 이를 규탄하고 엄격한 경제제재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하는등 거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유엔이 창설 당시에 의도했던 본래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엔은 지난 2일 이라크가 선전포고도 없이 쿠웨이트를 침공,점령한 뒤 몇시간도 안돼 15개국의 안보리를 소집하여 이라크의 침공을 규탄하고 조건없는 철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예멘만 기권하는 가운데 채택했으며 9일에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합병이 법적인 타당성이 없으므로 무효』라고 만장일치로 선언하는등 「한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유엔이 회원국에 대해 유엔헌장 조항을 발동하여 제재조치를 취한 것은 45년의 유엔 역사상 이번이 세번째로 이에앞서 지난 66년 로디지아(현 짐바브웨) 백인정권에 대한 경제제재조치와 77년 남아공에 대한 무기금수조치가 있었다. 또한 소련이 9일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를 제재하기 위해 미국이 제안한 다국적군의 참여는 거부했으나 유엔의 이름으로 조직되는 군사조직에 동참하는 것은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힘으로써 유엔 위상의 격상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세계적인 분쟁해결에 유엔군이 본격적으로 참전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으며 이미 지난 50년의 한국전(6ㆍ25) 때는 미국을 비롯한 16개국의 유엔군이 파견된 전력이 있다. 이처럼 미 소 등 초강대국을 포함한 동서 양진영이 대이라크 문제에 단결을 보이고 있는 것은 탈냉전과 신데탕트의 바람이 일고 있는 현국제정세로는 당연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미ㆍ소ㆍ중ㆍ영ㆍ불 등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이념과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부분의 중요한 안건마다 거부권을 행사,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었다. 지난 86년 5월 남아공에 대한 경제제재 요구 결의안이 미국과 영국의 반대로 부결된 것은 유엔이 갖는 취약점의 한 예에 불과하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등장이후 본격화된 동서화해로 유엔은 지난 88년에는 아프간의 소련군철수,이란­이라크의 8년전쟁,나미비아문제의 해결에 일조를 했으며 유엔평화유지군은 그해에 지난 40년동안 15차례나 구성돼 세계의 분쟁지역에서 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유엔은 제2차대전 직후인 지난 45년 10월 전승국들이 평화유지를위해 계속 힘을 합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51개국의 창설회원국으로 탄생했다. 유엔은 헌장 규정상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집단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유엔의 6개 주요기관중 핵심인 안보리는 유엔의 최대목적인 평화와 안전유지에 1차적인 책임을 지고 있으며 이를위해 신속하고 유효한 행동을 취할 임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지적한 것처럼 상임이사국들의 자국이해에 얽힌 거부권 행사로 유엔은 그동안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유엔이 평화유지뿐 아니라 환경ㆍ마약ㆍ제3세계의 빈곤 등 앞으로 세계적인 관심사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사건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헌정사의 산 증인” 이재형 전 국회의장(안녕하십니까)

    ◎“통일,「바람잡는 식」으론 안돼요”/국민의 합의도출 꾸준히 추진해야/헌법 “고무줄 해석” 곤란… 총선은 무리/“힘센 사람이 좌지우지할 땐 지나… 참정 확대엔 내각제가 바람직” 【대담:권기진정치부장】 남북한관계가 급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안으로는 여야대치 정국이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는 때에 우리 헌정사의 산 증인이랄 수 있는 운경 이재형 전국회의장을 서울 사직동 그의 자택에서 만나보았다. 고풍이 감도는 한옥 자택을 들어서는 순간 깔끔하게 정돈된 정원에서 운경의 정갈하고 깐깐한 성품이 물씬 느껴졌다. 제헌의원으로 출발,7선의 경력을 쌓으면서 상공장관·정당대표·국회의장 등 여야를 오가며 당정의 요직을 두루 거친 이 전의장. 고희를 훨씬 넘긴 나이(76세)임에도 얼굴에 홍조를 띤 건강한 모습이었으며 『바둑에 있어서도 훈수꾼이 8수를 더 본다는데…』라고 말했으나 『훈수 잘 한다고 그 사람을 직접 대국에 세우면 잘못하는 경우가 많아요』라면서 대답 하나하나에 신중한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건강해 보이십니다. 근황은 어떠십니까. 『오래 살아야지. 올해 백내장 수술을 했어요. 안경을 쓰고 신문을 봐야되는 데 피로가 쉬 와서 주로 라디오를 많이 들어요. 듣는 것이 보는 것보다 진도가 빨라 좋더구먼』(이 전의장은 남북 접촉관계를 비롯,시사성 있는 뉴스를 시간대별로 알고 있어 88년 국회의장을 마지막으로 정계를 은퇴한 뒤에도 시국에 대한 관심이 대단함을 보여줬다) ○우리 자신이 주체돼야 ­최근 남북한 관계에 대한 국민 일반의 관심이 대단한 듯 합니다. 특히 실향민들의 관심이 지대한 것 같습니다. 남북한 관계의 전망을 어찌 보십니까. 『기대를 가지는 것이 어찌 실향민뿐이겠습니까. 모두가 잘 됐으면 하고 바라고 있지요. 되풀이되는 경험으로 보아 아무 것도 안될거라고 예단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될 거라고 미리부터 기대에 부풀 것도 없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속초 오색약수터나 이탈리아 로마의 분수 등에 동전을 집어 던져 넣으면 아들낳는다,재수좋다는 얘기가 있지 않습니까. 무얼 소망하는 사람들은 하염없이 그걸 시도하게 되는 것이지요』 ­일각에서는 마치 통일이 다 된 듯이 얘기들을 하기도 하고 너도 나도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통일을 진정 이룩하려면 들떠서 바람을 일으켜선 안됩니다. 항상 변치않는 집념과 의지를 갖고 언동을 절제해야 합니다. 우리의 분단역사를 볼 때 우리 의사와 요만큼도 관계없이 분단이 이루어졌어요. 지난 60년대 당시 아데나워 서독수상이 유엔에 갔을 때 유엔이 독일의 분단을 애처롭게 생각해서 동서독 통합을 논의하는 것을 독일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역정을 낸 적이 있지요. 분단은 너희들이 다 만들어 놓은 건데 거기서 무슨 통합을 운위하느냐는 얘기지요. 통일의 그날이 오도록 자나깨나 노력하는 주체는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괜히 마음만 싱숭생숭하지 말고 우리가 반드시 한다는 의지를 다져야 해요. 그런데 우리가 이제까지 할 일을 다해오지 못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정치 단일민족으로 수천년을 이어온 우리의 의지를 실현하고 민주적 정치제도로의 점진적 성숙을 이뤄나가야 합니다. 남북한을 통틀어 경제적빈곤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요. 이런 것들은 독일수준에 안가더라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예멘이 통일된 예도 있지 않습니까』 ­정부가 요즘 혁신적이랄 수 있는 대북조치들을 잇따라 발표했습니다. 정부의 이런 조치가 남북관계에 얼마나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일단 현행법은 지켜야 『모든 문제가 그렇지만 남북문제는 특히 상대가 안받을 경우에 대해서도 완벽한 대비가 있었으면 해요. 노태우대통령이 남북 대교류에 대한 담화를 발표할 때 이미 북한측이 안 받으리란 예상이 있었지 않았습니까. 일각에서는 김일성이 거절할 것을 뻔히 알면서 이런 조치들을 발표했다는 얘기도 나와서 참 서운했습니다. 가령 판문점에 세관설치를 제의했다 저쪽이 안 받으면 또 어떻게 하겠다는 식으로 문제를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남북관계가 아무리 변화되더라도 일단 현행법은 지키겠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남북 교류특별법도 제정됐고 대통령은 내우외환죄 이외에는 처벌을 안받게 되어 있긴 하지만 기존법이 엄연히 있는 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처벌 유무가 판정되어선 곤란하다고 봅니다. 국회도 문제입니다. 김일성을 만나고 돌아온 서경원의원 처리를 법원에 맡기고 자기들의 손에는 피를 안 묻히려드니 한심합니다. 분노를 느꼈으면 그에 따른 응분의 처리를 해야될 것 아닙니까. 3당이 합당해서 원내에서 3분의2 이상이란 숫자는 뭐하라고 만들었습니까. 능력을 구비했으면 할 것은 하고 하지않을 것은 하지 말아야지요』(이 전의장은 이 대목에서 최근 여야정치인의 행태에 대한 분노까지 새삼 일어나는 듯 「너절한」 「내시 상투치레」 등의 용어를 쓰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12대때 의장으로 계시면서도 국회운영과 관련해 어려움을 많이 겪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야당측이 지난 임시국회에서 소위 날치기 통과를 이유로 들어 의원직사퇴서를 제출하는등 정국이 경색일변도로 흐르고 있습니다. 밖에서 이를 지켜보신 소회가 어떠신지요. 『광섬유가 발명되어 머리카락만한 전선으로 세계 어디하고나 다량의 통화가 가능하다는 데 이번 임시국회에서의 법안처리 속도도 그에 못지 않았어요. 놀라운 능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재광부의장이 역할을 했던 모양인데 마음이 아플거요. 60년대 한일 회담반대당시 야당이 통합해 만든 민중당의원중 7∼8명이 탈당했는데 초선의 소장의원으로 김재광의원이 끼였어요. 그때는 무소속제도가 없어 정당을 탈당하면 자동적으로 국회의원의 자격이 상실됐어요. 이처럼 상당히 직언도 잘하고 목소리도 큰 사람이었는데 안됐어요』 ­민자당이 합당후 아무것도 이뤄낸 게 없다는 비난여론에 초조해진 김영삼대표최고위원이 김재광부의장에게 통사정을 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야당측이 제출한 사퇴서는 어떻게 처리될 것으로 보십니까. 『사퇴서야 수리되지 않겠지. 구 공화당정권 시절 김영삼대표가 제명됐을 때인가 공화당이 주도하는 국회에서 야당의원이 제출했던 의원직사퇴서를 선별 처리하려 한 적이 있었어요. 김대표는 그때 당하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엔 이런 경우가 생겼으니 세월이 성능 나쁜 자동차처럼 한없이 느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세월이 느린 것같아 ­제헌이래 정치인들의 행태가 조금도 안달라졌다는 얘기도 많습니다. 『제헌선거가 훨씬 도덕률이 잘 지켜졌고 그때 사람들이 국가를 생각하는 근본신념에 있어 지금보다 나았어요. 초대 제헌의원이 모두 2백6명인데 지난 17일 제헌절행사에 가보니 생존자가 20명이예요. 그중 3명은 병석에 누워있어 행사에도 불참했어요』 ­야당측은 현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여당은 이를 일축하고 있는데 이에대한 견해는 어떠십니까. 『여야가 얘기하는 것이 모두 정확하게 보도되고 있지 않는 것 같아요. 12대때는 개헌특위를 만들어 헌법을 개정함으로써 의원임기를 근1년 단축시켰어요. 마찬가지로 헌법을 고치지 않으면 총선을 앞당겨서 할 수 없는 것이지요. 헌법을 고치려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므로 국민의 동의까지 얻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따라서 야당은 헌법을 고치는데 여당이 동의해달라 하고,여당은 그것을 못하겠다고 하는 것이 양측 입장을 올바르게 표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야당은 헌법 개정없이도 모든 의원이 사퇴하면 전국적 보궐선거가 실시돼 실질적으로 총선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여당사람들이야 자기들을 또 뽑아준다는 보장이 없는 한 사표를 내겠어요. 형법같은 것은 그 시행에 있어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지만 그래도 해석은 협의로 하는 것이 기본원칙입니다. 그렇지만 헌법은 글자 그대로 해석해야지 늘리고 줄여선 안됩니다. 여당까지 전부 사표냈다고 해도 개헌이란 절차를 밟지 않으면 결국 보궐선거밖에 안되고 1년8개월후 14대 총선은 다시 치러야돼요. 14대 총선은 하든지 말든지 이번에 총선을 하자는 것은 당당한 설명을 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봅니다. 정치가지고 갈비뼈다귀에 침칠하듯 하는 행위는 이제 그만하라 그래요』 ­야권은 지자제실시등과 함께 내각제 포기를 여권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내각제에 대한 소신은 어떠하신지요. 『한마디로 내각제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4천2백만 국민이 모두 참여해 국가를 경영해야지 힘센 사람 혼자 좌지우지해선 안됩니다. 그 구체적 방법이 의원내각제라고 보며 지방자치제도 해야겠지요. 세종같은 성군이 나타난다면 왕도정치도 좋고 대통령중심제도 좋으나 정치는 평균적 가능성에 입각한 제도에 의한 것이라 볼 때 내각제가 바람직하며 대통령중심제는 지나간 제도라고 생각됩니다. 일부에서 내각제를 정권연장 음모라고 주장하는 데 그렇게 해선 얘기가 진전되지 않습니다』 ○정치는,평균적 가능성 ­여야관계가 결국 정상화되리라고 보십니까. 『장내로 들어와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요. 그것이 빠르건 늦건 제 궤도로 가는 길입니다』 ­평민·민주당 등 야권도 통합작업을 활발히 진행시키고 있습니다.우리 정치에서 양당제도의 확립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국민의 기대가 양당정치를 지향한다면 모르되 법률적으로 양당에만 우선권을 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무소속을 출마할 때 돈도 더 내고 자유강연도 못하게 한다면 기본민권에 대한 차별이 생길 수도 있으며 너무 편의주의로 흐른다는 비난을 받을 우려도 있습니다』 이 전의장은 끝으로 의원폭력사태등 최근의 정치세태에 대한 질문에 『그사람들이 제발로 걸어 의사당에 왔나. 밀어줘서 온 것 아니냐』면서 『다음 선거에서는 국민들이 입을 꽉 다물고 정신차려 찍으라고 말좀 해주시오』라고 재삼 당부하며 말을 맺었다.〈정리=이목희기자〉
  • 다시 대중집회,장외투쟁인가(사설)

    지난번 임시국회에서 빚어진 여야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끝내 해소되지 못한 채 결국 야권이 장외투쟁에 나서는 단계에 이르렀다. 평민·민주당과 재야세력이 대규모 집회를 가진 것은 정치의 원내수렴이라는 측면은 물론 지난날 정치적 구태의 재연이라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정치적 집단의 집회는 항용있는 것이고 그것이 때로는 효율적인 대중접촉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 야권집회의 성격과 내용은 국민적인 공감을 얻기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다. 야권이 거대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저항하는 정치행태면에서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극렬한 대여성토는 물론 그 내용이 국회해산이나 총선거 촉구에 이르고 보면 투쟁의 전술로서는 유용할지 모르나 국내외적 정세에 비추어 적합한가 하는 점을 헤아렸어야 했다. 우리는 먼저 야권의 성급한 장외투쟁이나 대규모 집회가 지금 시기에 비추어 명분을 갖추지 못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특히 파행국회이후 여당과의 대화시도마저 외면하고 강행했다는 점에서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이른바 거대여당도 그러하다. 원내에서 비롯된 야당과의 대립과 갈등을 주도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고 야당으로 하여금 장외로 나가도록 한 여당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오늘날 정국의 위기상황과 관련하여 우리가 거듭 지적코자 하는 것은 우리 정치권이 보여주고 있는 민주의정 운영의 미숙성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정치력의 빈곤이랄 수 있다. 작금에 걸쳐 급속히 변전하는 국내외 정세의 풍향과 진운에 한순간만이라도 주목한다면 이같은 정치적 파행은 정치권 스스로 막아낼 수 있다고 본다. 지금 때가 어느 때이고 국내외 정세 추세가 어떠한데 의정단상이 그 지경에 이르렀고 급기야는 장외투쟁이다,국회해산이다 하는 정치적 구태를 드러내고 있는가. 우리가 알기로는 지난번 난장판과 다름없는 임시국회가 끝난 뒤 여야는 문제해결을 위한 단한번의 공식접촉이나 막후대화를 갖지 않았다. 제각기 자기들 소속집단의 정비에만 바빴고 정치의 상대성을 외면했으며 이기적인 당리당략에만 급급했다. 오늘날 우리 정치의 위기상황은 여기서비롯된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에도 문제는 있다. 적어도 그들이 합당할 당시에는 정국의 안정과 정치발전을 깊이 의식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결과는 다르다. 여당으로서의 국회운영도 미숙했고,사태이후의 수습노력에도 소홀했다. 장외로 나가겠다는 야권에 대해서도 거의 속수무책이었다. 임시국회 폐회이후 평민·민주당의 행태에 대해서는 물론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 매우 따갑다는 사실에 여야는 주목해야 한다. 지금 야권은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몇가지 조건이 있다. 국민적 대표성을 갖는가 지역주의와 특정계층에 편중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게다가 장외투쟁과 야권통합을 연계시켜 정치적 바람을 일으키려 한다면 그 또한 바람직한 정치발전에 역행하는 행태임을 알아야 한다. 여야는 밖으로 나간 정치를 원내로 수렴하고 위기국면을 되돌리기 위해 지금 곧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 할 것이다.
  • 「7ㆍ20 남북자유왕래 선언」의 뜻(긴급대담)

    ◎“이념보다 민족 우선”… 가장 현실적 통일 접근/중국­대만간의 「협약없는 교류」 배울만/4강엔 「한반도 데탕트」 지원 유도 계기/북측 강온싸움 가속화 예상…보안법 철폐등 내세워 시간벌기 펼칠지도 「민족대교류」를 제의한 노태우대통령의 특별발표는 우리정부가 북한의 주장을 전향적으로 수용,민족교류를 통해 통일을 앞당기자는 획기적인 선언으로 북한의 대응여하에 따라서는 분단극복을 위한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인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흐름과 북한의 변화를 예의주시해온 최평길교수(연세대)와 도흥렬교수(충북대)의 대담을 통해 이번 특별발표의 의의와 배경 그리고 이 발표 앞으로 남북관계에 미칠 장단기적인 영향 등을 들어본다. □참석자 ▲최평길교수 연세대 ▲도흥렬교수 충북대 사회=이동화 편집부국장 ­노태우대통령의 특별발표는 일차적으로 선언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만 앞으로 이를 어떻게 구체화하느냐에 따라서 남북분단의 벽을 허물수도 있으며 남북간의 교류를 촉진시키는 중대한 계기가 되리라고 봅니다. 노대통령의 특별발표의 전반적인 의미와 그 배경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요. ▲최평길교수=노태우대통령의 제의는 분단이후 4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사회가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의 모든 제의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성숙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원한다면 모든 왕래와 교류를 허용하겠다는 이번 제의는 분단이후 민족사에 일대 획을 긋는 쾌거인 동시에 세계사적인 흐름으로 볼때 「당연한」조치라고 봅니다. 다만 70년대에 7ㆍ4남북공동성명이 있었다면 오늘의 이같은 제의는 88년 서울올림픽 이전에 나왔어야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번 특별발표는 전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북한이 실질적인 통합의 길로 나아가는데 있어 진일보한 조치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는 한편 간접적으로는 미ㆍ일ㆍ중ㆍ소 등 주변 4대강국에 대해 남북한의 실질적인 통일을 위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분위기를 조성할수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경제교류부터 시작 이번 제의가 구체적인 결실을 거둘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우리측이 어떤 후속조치를 취하느냐와 북한이 과연 이를 수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도흥렬교수=특별발표의 의미나 배경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우선 우리 정부가 우리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가시적이고 구체적으로 표명했으며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남북교류의 실체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김일성의 올 신년사에 대응,북한이 제의하고 있는 통일정책을 전향적이고 포괄적으로 수용하면서 이를 실천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언으로 볼 수 있으며 세번째는 독일통일에 크게 고무받아 우리도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선언은 한ㆍ소 정상회담의 성사에 이은 양국간의 관계진전,7ㆍ7선언이후 계속된 우리측의 각종 대북제의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것으로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혁명적인 거보가 될 것으로 봅니다. ­이번 제의가 갖는 의미를 여러 면에서 지적하셨는데 이 제의를 앞으로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판문점공동경비구역내 북측지역의 개방선언,8ㆍ15범민족대회,남북고위급회담 등과 관련해 이번 제의가 남북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말씀해 주십시요. ▲최=북한의 정치ㆍ경제ㆍ사회적인 여건을 종합해 볼 때 우리가 추진하는 방향으로 보조를 같이 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가령 북한은 소련으로부터는 정치ㆍ경제적인 개방압력을,중국으로부터는 단계적인 경제적 개혁이나 대외경제적 개방을 종용받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실정입니다. 동구식의 개혁ㆍ개방정책을 추진할 경우 북한체제의 근저를 뒤흔들 것이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현재 북한내부에서는 개방과 개혁을 추구하는 경제ㆍ행정관료 중심의 진보파와 혁명1세대라는 수구파 사이에 정책적 갈등이 노출되고 있고 이에 따라 대내적 정책방향은 물론 대남정책에 있어서도 뚜렷한 방침이 정립돼 있지 못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따라서 북한은 고위급회담등 정치선언적 의미가 큰 남북회담에는 응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대화는 기피하면서 여러가지 조건을 붙여 한국정부에 그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당분간 견지하리라고 봅니다. 또한 남북고위급회담도 범민족대회의 진행을 지켜보면서 거부하든지 아니면 7ㆍ4공동성명당시 서명자인 김영주대신 박성철이 나왔듯이 연형묵총리를 내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전총리등 실세가 아닌 제3자를 내세울 가능성도 높습니다. ▲도=북한이 보일 반응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봅니다.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우리의 이번 제의를 받아들일만한 준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현재 북한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입장에 처해있습니다. 북한경제를 연구하는 소련학자들에 따르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4백달러를 넘지 않으며 더 놀라운 일은 공장ㆍ기업소의 가동률이 40∼50%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72년 남북적십자회담이 서울과 평양에서 열린후 85년 남북고향방문단이 다시 남과 북을 오가는데는 13년이 걸렸습니다. 즉 남북간의 비교열세를 확인했던북한이 평양시가지를 대대적으로 정비,자신있게 공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까지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계획적이고 치밀한 판단이 서야만 북한사회를 공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북한의 권력층이 그들의 체제열세를 대내외에 노출시킬 수밖에 없는 자유왕래를 허용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또한 북한은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창조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식을 모색하는 과도기의 단계에 있고 김정일 후계체제의 구축에도 많은 걸림돌을 안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이 과연 우리의 의도대로 따라오겠느냐는 것은 역시 의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직접적인 거부가 아니라 국가보안법의 철폐라든가 임수경ㆍ문익환목사의 석방,미군철수 등 여러가지 전제조건의 해결을 강력히 주장하면서 나름대로의 대응방식을 찾기까지 시간벌기작전을 펼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제의가 남북한에 미칠 장기적인 영향이나 파급효과 등은 어떻습니까. ▲최=직접적으로는 우리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며 더 나아가 우리의 통일정책을 미ㆍ일ㆍ중ㆍ소 4대강국은 물론 세계에 알리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간접적이고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북한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북한의 권력 핵심부에 큰 영향을 미쳐 개혁성향을 가진 계층과 세습체제를 고수하려는 수구계층과의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북한의 권력핵심부를 어느 쪽이 차지하느냐에 달렸는데 이번 제의는 개혁파의 세력부상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북한은 김일성의 연령(78)등을 고려,오는 92년이나 가까운 시일내에 정권교체의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데 이번 제의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요. ▲정=그렇습니다. 북한에서의 이념투쟁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에는 저도 동감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선동적 통일전선차원의 각종 제안을 내놓았으나 이번에 우리정부가 북한의 제안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앞으로는 섣부른 선동이나 선전적인 제안을 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중ㆍ소서도 교류지원 ­민족교류가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고 할 수 있겠는데 민족교류에서 통일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한지,또한 동서독과 중국ㆍ대만등 외국의 경우와 비교,어떻게 민족교류를 전개해야할지 말씀해 주십시오. ▲최=북한의 수용여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주변 4대강국의 지지여부도 중요합니다. 남북한을 포함한 6자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은 동서독과 비슷한 경제교류입니다. 경제교류는 중국과 소련도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에 사회주의경제의 최대 약점인 생산관리기법이나 기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군비축소와 관련된 실질적인 결실이 있어야 하며 북한도 이를 진심으로 원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우리측은 선 군비축소통제,후 신뢰구축을 주장하는 북한의 제의를 전향적으로 수용,이를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도=남북관계에서 우리는 대화와 접촉ㆍ교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을,북한은 선 군비축소주장을 펴왔습니다만 앞으로는 전제조건이 없어야 하며 이점에서 대만의 방식을 참고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만의 행정원은 지난 87년 10월 대만인들이 대륙의 가족을 방문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만인들은 가족방문을 시작했고 이어 관광ㆍ비즈니스방문 등으로 대륙방문을 확대해오고 있습니다. 이렇듯 중국과 대만간에는 거창한 공식적 협약도 없이 왕래가 이뤄지고 이를 통해 동질성과 전통성을 회복,신뢰구축을 이루어 나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대만식의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북한도 제한된 기간이지만 조건없는 왕래를 허용함으로써 오해와 불신을 조금씩 씻어내야할 것입니다. ▲최=독일은 동서독분단이후 즉시 매년 4백∼5백여명씩 크리스마스가 되면 서로를 방문할 수 있었고 점차 그 수를 늘려나갔습니다. 우리는 6ㆍ25전쟁으로 이것마저 없었는데 이번 제의를 계기로 이제부터라도 제한된 수,제한된 기간이나마 서로 오가는 일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북한은 지난 60년대는 조총련을 통해,80년대는 재미교포를 통해 경제적인 도움을 추구했는데 90년대에는 북한출신 한국기업인들을 불러들여 부분적인 경제적 도움을 이끌어내는 방안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또 순수한 관광객유치를 통해 제한적이나마 북한을 개방한다고 과시하면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정부가 통일을 이루기위해 앞으로 취해야할 조치들을 말씀해 주십시요. ▲도=대만의 예처럼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며 관계법에 따른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조속히 구성,활동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선언앞서 제도 마련” 또한 북한의 입장을 고려,정책추진의 완급을 조정해야하며 냉전적 사고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일부 국민들의 반응도 생각해 현실과 동떨어진 급진적인 조치는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의 분배구조를 개혁,7.7%에 이르는 3백30만명의 절대빈곤계층의 불만을 해소하는 것도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입니다. ▲최=첫째 정치적 선언에 앞서 법적 제도적 조치를 먼저 취해야합니다. 국가보안법 개정을 서둘러야 하고 냉전시대의 법규ㆍ정책을 과감히 정비해야 합니다. 둘째 통일과 민족교류의 문제를 정권적 차원에서 이용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정부는 내부결속을 위해 야당 및 재야 등 각계각층과 충분한 협의과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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