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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아나키즘-이호룡 지음/ 지식산업사

    학문이 엄밀해질수록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다.국내 학계의 한국 근현대 사상에 대한 상상력은 빈곤하다.으레 ‘백(白) 아니면 적(赤)’ 혹은 ‘민족주의와 공산주의’가 있을 뿐이다.그만큼 사상사 조명이 불구였다는 말이다.빈 자리 가운데 하나가 ‘제3의 사상’이라 불리는 아나키즘(무정부주의)이다.그 역할이 작지 않았지만 간헐적 조명에 그쳤다. 이호룡 박사가 내놓은 ‘한국의 아나키즘’(지식산업사)은 이런 틈새를 메우려는 노력의 결실이다.박사논문도 ‘한국인의 아나키즘 수용과 전개’를 쓴 그는 사상의 다양성을 강조하며 아나키즘 연구를 한층 깊게 했다. 지은이는 먼저 1910년대의 역동성에 주목한다.이제까지의 연구가 민족주의에만 집중한 한계를 보는 데서 그의 연구는 출발한다.이 한계는 사회주의 수용 시기와 동기,공산주의 수용의 배경에 대한 기존 연구자들의 시야를 좁게 만들어 20년대의 사상 분화에 대한 오해를 낳았다고 이 박사는 보고 있다.이는 현재까지 이어져 근대 사상계의 흐름을좌우의 대립으로만 파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이런 문제의식에 바탕하여 저자는 한국인 아나키스트들의 사상을 생생하게 복원시킨다.19세기말에서 해방이후 분단정부의 수립까지 한국 중국 일본의 아나키즘을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공산주의가 부각하는 20년대초까지 한국 사회주의의 주류는 아나키즘이었다.이후 아나키스트들은 민족주의,공산주의와의 두 싸움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사상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그 원인으로 테러활동에 대한 탄압과 극단적 좌우대립을든 뒤 지은이는 내적 요인도 중요하다고 꼽는다.“개인의자율성과 창조성 강조,직접민주주의 제와 지방자치 제 등을 특성으로 하는 아나키즘이 통일 후 우리 민족의 새 사상을 정립하는 데 실마리를 준다”는 지은이의 지적도 시사적이다.1만9,000원. 이종수기자
  • [사라지는 것을 찾아] 또 다른 식솔 ‘이’

    빈곤했던 시절을 함께 보낸 또 다른 식솔이 있었다.인체에 기생해 연명했지만 누구와도 기꺼이 체온을 나누는 이흡혈충을 사람들은 이라고 불렀다. 그 시절,어렵사리 살던 서민들은 짧은 해가 떨어지기 무섭게 아랫목 구들장의 땟국 전 무명이불 속으로 모여 들었다.군불 지핀 구들장에 엎드려 보리알같이 살이 오른 이를 양쪽 엄지손톱이 벌겋도록 압살하며,온몸 뒤틀리게 스물거리던 흡혈충에게 통쾌한 설욕을 해댔다.이는 그렇게 온몸을 바쳐 동지섯달 긴 밤의 초입을 심심치않게 해준 동무였다. 꼬마들은 엄마가 건네준 어미 이 ‘퉁니’를 방바닥에 놓고 달리기 경주에 신명이 났다.피를 빨아대 배가 응애처럼 불거진 이는 뒤뚱댈뿐 들기름 먹인 방바닥에서 달리기에는 젬병이었다.그래도 ‘쌔까리’라 불린 새끼 이는 날렵해 제법 잰걸음으로 숨을 곳을 찾아들기도 했다. 그런 이도 혈통만은 확실해 몸니는 허여 멀겋고 덩치가큰 반면 머릿니는 까맣고 작아 한눈에도 종(種)을 식별할수가 있었다. 육족지충(六足之蟲) 발이 달린 놈이 어딘들 못가랴.모처럼사돈댁과 같이 한 자리에서 눈치없게 지랄발광을 해 점잖은 샌님 어줍잖게 등판이며 샅으로 손을 디밀게 하거나고운 누이의 단발머리에 하얗게 서캐를 슬어 참빗질에 해떨어지는 줄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군대간 장정들은 훈련소에서 이잡이로 ‘입영신고’를 해야 했다.속곳차림으로 도열한 신참병들의 겨드랑이며 사타구니에는 어김없이 하얀 DDT가 살포돼 앞으로 보내야 할‘혹독한 3년’의 군기를 실감해야 했다. 그러나 뭐라해도 이 때문에 가장 곤욕을 치른 이는 갓시집 온 새댁.신랑과 시부모,올케 눈치를 살피느라 내놓고이잡이를 할 수도 없어 무시로 새끼를 치는 이를 감당하기가 만만찮았던 것.이런 새댁에게는 산어름으로 갈비 긁으러 가는 날이 묵은 과제를 해결할 절호의 기회였다.다북솔밭에 숨어 앉아 속곳 까뒤집고 이를 털어내는 일이야말로이들에겐 시집살이의 체증을 씻는 또다른 희열이었다. 사시장철 줄기차게 알까고 새끼를 쳐대 “죽었다 깨어나도 이밭”이라며 진저리를 치던 그 이도 세상이 바뀌면서벼룩·빈대 등과 함께 하나,둘 자취를감춰갔다. 진저리치던 ‘이판’을 바꾼 것은 바로 새마을운동.‘산림보호’와 ‘부엌개량’은 연탄보급을 늘렸고 독한 연탄가스에 “베트콩보다도 독하다”던 이도 마침내 절멸해 갔다.여기에 거무튀튀한 ‘똥비누’ 대신 나온 신식 화학비누,합성세제도 이에게는 견딜 수 없는 수난의 독극물.요새는 게으른 꼬맹이들 머리에서나 ‘어머나,이게 다 뭐야’라는 말에서 엿보듯 근근이 연명해 백과사전이나 동물도감에서 찾는게 더 손쉬운,가난했던 시절의 또 다른 벗이었다. 어렵던 시절에 이 징그런 미물이 목숨걸고 날라다 준 인정과 우애의 교감조차도 지금은 온몸을 활보하던 스물거림의 추억과 함께 잊혀져가고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
  • 김대통령·고르비 오찬 “일관된 햇볕정책에 경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9일 낮 방한중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오찬을 함께하며 테러근절 문제 등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방한은 이번이 네번째다. 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과 러시아는 지난 90년 수교 이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이념과 상호 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기초로 지속적인 관계발전을 이뤄왔다”고 평가한 뒤 “양국간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대북한 관계와 러시아수역내 조업문제 등 상호 관심사가 원만히 추진돼 나가기를바란다”고 말했다. 또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는 인류 평화를 위한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었다”면서 “앞으로 세계평화를 위해 빈곤문제 해결과 문명간,종교간 대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미 테러사태에 대해서도 언급,“한국 정부는국제사회가 취하고 있는 조치들을 적극 지지하며 테러근절을 위한 국제연대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김 대통령의 일관된 햇볕정책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남북한의화해협력은 아·태지역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풍연기자
  • 지구촌서 2,400만 일자리 잃는다

    [런던 연합] 세계경기 침체로 내년말까지 미국 텍사스주또는 호주 전체 인구보다 많은 2,4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고 영국 BBC방송이 1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이같이 전망했다며 이 수치는 기존의 일자리 뿐만 아니라 새로 생길 일자리까지 포함한 것이라고 말했다. ILO는 9·11테러 이후 ‘공포와 불안’으로 가속된 이같은 추세를 뒤집기 위해서는 아시아와 개도국의 경제성장이되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ILO는 항공산업의 경우는 9·11테러 이후 400만명에 달하는 전세계 근로자 가운데 20만명 이상이 실직했다며 이를회복하는데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ILO는 앞으로 10년간 새로운 구직자의 97%는 개도국에서나올 것이며 이들중 65%는 아시아에서 출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선진국들의 경우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노동인구가 감소할것으로 ILO는 예상했다. 전세계적으로 실업률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것이나 빈곤 근로자수는 늘어날 것이라고 ILO는 말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하루 1달러 미만의 임금으로 사는 사람이 10억명 이상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 구속피고인 모두 국선변호 보장

    구속피고인 전원에 대해 국선변호인 선임권을 주고 피의자들의 수사 단계에서의 변호인 조력권을 보장하는 내용 등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마련됐다. 법무부는 31일 “피의자들의 인권과 변호사로부터 조력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이같은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법무부는 다음달 공청회를 거쳐 국회에 정식 제출할 방침이어서 이르면 내년 중반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형사소송법 33조와 283조는 피고인이 경제적 빈곤 등의이유로 변호사를 선임치 못하거나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에 해당하는 ‘필요적 변호’ 사건 등에 대해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지정토록 하고 있다.개정안은 이 범위를 전체 구속피고인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선변호인 선임 범위를 기소전 모든 피의자에게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장기 연구과제로 돌렸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또 변호인이 피의자 신문 단계에서 피의자의 진술을도와줄 수 있도록 했다.그러나 초동수사 단계나 수사상 긴급을요하는 경우,수사에 방해되는경우 등에 대해서는 변호인의 퇴거를 요구할 수 있는 조항도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조항들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에 대해 일부에서는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민변 소속 변호사는 “아직 정확한개정안이 없는 이상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수사 초기단계가피의자 인권보호에 가장 중요한 부분임에도 퇴거요구 조항을 자의적으로 적용한다면 법개정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도 있다”고지적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
  • [월세대란] (1)무주택자 ‘겹설움’

    ***‘셋방 서민들’ 등휜다. 올 들어 서울 등 수도권의 전용면적 18평 이하 소형 아파트의 85% 이상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면서 무주택 서민들이 월소득의 30%를 넘는 주거비 부담 때문에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올봄 이사철부터 불어닥친 ‘월세대란’은 집주인에게는 정기예금 금리(연 4%대)보다 2배 이상 높은 월세 수익(연 11∼14%)을 안겨준 대신 집없는 서민들은 예상치 못한 부담으로 등뼈가 휘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승오씨(37·중소 장난감업체 근무)는 세식구가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17평형에서 전세보증금 3,600만원에 살다 지난 6월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2동으로 쫓겨나듯 이사했다.지난해 9월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리는 대신 월세25만원을 추가로 요구,울며겨자먹기식으로 수용했다가 10개월 동안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 250만원만 까먹은 뒤 이삿짐을 싼 것이다. 이사비용과 부동산중개수수료 등을 빼고 남은 3,300만원으로 지금의 14평짜리 새 보금자리에 둥지를 튼 김씨는 “봉급 150만원으로는 월세 25만원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고 탄식했다. 신곡2동에서 10년째 구멍가게를 해온 강부상씨(50)는 “주민 대부분이 창동 등 서울 외곽지역의 소형아파트나 연립주택에서 이사온 사람들”이라면서 “이곳에서도 월세 부담을 견디지 못해 다시 경기도 양주군 백석면,주내면, 덕계리 등으로 옮겨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보증금 1,900만원에 월세 6만원을 내고 서울 중랑구 상봉2동 주상복합다가구주택에 세들어 사는 장영달씨(46·노동)는 한달전 주택임대업자인 집주인으로부터 ‘월세 40만원을 내든지 아니면 방을 비워 달라’는 통첩을 받고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장씨는 “집사람이 파출부 일을 해서 벌어오는 50만원을 몽땅 월세로 빼앗아 가겠다는 심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올봄 이사철부터 시작된 월세대란의 후유증은 서울 등 수도권의 ’엑소더스’를 촉발하면서 서민층의 생활양태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올 상반기중 275만여명이 신용카드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것도 돈을 빌려월세를 내야 하는 서민들의 생활고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2·4분기중 서울 거주자 4만3,000명이 경기도 등으로 전출한 반면 경기도의 인구는 133만4,000명이나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부천, 의정부에 사는 월소득 180만원 이하인 전·월세 세입자 331가구의 4분의 1가량이 전·월세값의 상승과 소득감소 등으로 인해 내집 마련의 꿈을 접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젊은층이 빈곤의 상징처럼 여겨져온 공공임대주택을 얻기 위해 앞다퉈 청약에 가입한다든지,월세 부담 때문에 주부들이 경쟁적으로 파출부 등 부업전선에 뛰어드는 것도 월세대란이 낳은 새로운 풍속도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자가주택보유율이 54%,공공임대주택 보급 비율이 5.9%에 불과한 상황에서 소형아파트의 재고물량은 절대 부족해 앞으로 최소 3년 동안은 월세대란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주석기자 joo@. ■무주택 서민 실태/ 15→9→7평 “쫓겨나는 삶”. “‘살인적인’ 집세 때문에계속 쫓겨 다녔습니다.” 지난 99년 대학원을 마치고 시민단체에서 상근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모씨(31·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3년4개월동안 15평에서 9평으로,다시 7평짜리 월세집으로 계속 주거 규모를 줄여 나가고 있다. 지난 98년 6월 관악구 봉천동에 전세금 2,000만원을 내고 15평짜리 집을 마련했을 때만 해도 그런대로 버틸 만했던 박씨는 다음해에는 전세금이 2,500만원인 9평짜리 집으로 쫓겨가듯 옮겨갔다. 계약기간이 끝난 지난 7월에는 인근 지역뿐 아니라 마포·도봉·노원구까지 샅샅이 훑었지만 허탕쳤다. 박씨는 결국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20만원인 지금의 7평짜리 집으로 옮겼지만 80만원에 불과한 자신의 월급봉투를 생각하면 허탈하기만 하다. 두달째 배우던 웹디자인 과정을 그만두고 저축액도 줄여야 했던 박씨는 “집없는 설움이 미혼이라고 해서 비켜가지는 않았다”며 쓴 웃음을 지은 뒤 “내년 봄 예정된 결혼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강동구 길동의 25평짜리 연립주택에 사는 주부 윤성희씨(가명·44)는 매월 40만원씩 내야 하는 월세 부담을견디지 못하고 6개월만에 다시 전세집을 구하고 있다. 지난 4월 계약만료 한달을 앞두고 집주인이 5,500만원인 전세집을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40만원으로 바꾸겠다고 통보했을 때만 해도 어떻게든 전세를 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선뜻 받아들였다. 전세집이 없어 쫓겨 나겠느냐는 희망섞인 기대를 하면서 집을 찾아 나섰던 윤씨는 2주만에 집주인에게 월세라도 살겠다고 사정하는 처지로 전락하고말았다. 전세금이 상대적으로 싼 송파구 마천동, 거여동 등 인근지역부터 상계동 일대에 이르기까지 샅샅히 뒤졌지만 전세로 나온 집은 아예 없었다. 어쩌다 나온 전세도 20∼30명씩 대기자가 밀려 있어 윤씨는 허탈감만 안은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집주인이 내민 월세 조건으로 1년 계약을 한 윤씨는 전기설비기사인 남편(46) 수입의 3분의 1을 월세로 날리면서 새롭게 맞닥뜨린 생계고에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었다. 월세 생활 두달만에 더이상 초등학생 자녀를 영어학원과 피아노학원에 보낼 수 없게됐다.그동안 이를 악물고 매월50만원씩 부었던 주택청약부금도 절반으로 줄였다. 석달째에는 아이들이 받아보던 학습지도 끊어야 했다. 대한공인중개사협회 송파구 지회장 오만섭씨는 “수십만원이나 되는 월세 부담을 못이겨 불과 몇달만에 쫓겨가는 세입자들이 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대학 교직원인 김모씨(35)는 지난 5월 재계약 때 전세 6,000만원인 24평 아파트에 대해 주인이 2,000만원을 더 올리겠다고 하자 오히려 안도의 숨을 내돌렸다.김씨는 “주인이 월세로 바꾸지 않는 대신 전세보증금을 올리겠다고 해 두말없이 원하는 대로 해줬다“면서 “집을 살 때까지는 어떻게든 전세로 버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2000년 및 2001년 전월세 주택시장 조사’에 따르면 월소득대비 월세 부담비율이 30%를 초과하는 가구는 중·상위 계층에서는 다소 줄어든 반면 저소득층에서는 35.9%로 전년보다 7.7%포인트나 높아졌다.또 소득이 낮을수록 주택 규모를 줄이거나 거주지를 직장에서 먼 곳으로 이동하는 등 삶의 질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동환기자 sunstory@. ■세입자 하소연 할 곳이 없다. ‘집없는 설움은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나.’ 집주인으로부터 터무니없이 높은 월세 전환 요구를 당해도,부동산중개업소에서 전세물량이 없다는 매몰찬 답변과 함께 수수료를 많이 내는 세입자에게 경매하듯 셋집을 배당하는 횡포를 당해도 세입자들은 누구를 붙잡고 한탄도 못한 채 속앓이만 할뿐이다. 초저금리시대를 맞아 보다 높은 수익을 찾으려는 집주인들의 ‘월세 재테크’와 주택경기 활성화대책에 따른 각종 세제혜택을 누리면서 월세대란을 주도하고 있는 주택임대사업자 사이에 끼인 세입자들을 구제해줄 수단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임대차 분쟁은 세입자들이 집주인을 상대로 임대차보호법 준수를 요구하던 양태에서 벗어나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집을 비워달라는 주택명도소송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전용면적 18평 이하인 소형주택의 의무건설 비율을 폐지 3년9개월만에 부활하고 전·월세 보증금의 70%까지 대출해주는 보호대책을 내놓았지만 ‘사후약방문’이다.당장 갈 곳이 없는 서민들에게 소형주택이 언제 공급될지 기약할 수 없는데다,까다로운 보증조건 때문에 금융기관대출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현행 임대차보호법은 확정일자와 임대차기간 등 전세 거주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망을 제공하고 있으나 월세 전환이라는 집주인들의 ‘합법적인 횡포’앞에는 속수무책이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장순옥 간사는 “올들어 서울 등 수도권지역에서 아파트 세입자의 85% 이상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등 월세대란이 일어났는데도 관련 상담문의는 이상하리만큼 드물다”면서 “구제수단이 없어 자포자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이정우 교수는 “서민들의 주거불안은 소형아파트 건설의무화 폐지,공공임대주택 공급물량 부족,택지개발 소홀 등에서 비롯됐다”며 정부의 정책 혼선과 수요예측 잘못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노주석기자 joo@
  • [네티즌 칼럼] 이번엔 서세원 죽이기?

    한국인들은 좀체 누가 잘 되는 걸 못 봐 준다.숫제 좀 뜬다싶으면 밟기에 여념이 없다. 가수 서태지가 뜬다니까 평론가란 사람들이 ‘서태지 죽이기’에 골몰하더니 결국 뜻을이뤘다. 김용옥이 뜨니까 ‘김대중 죽이기’를 쓴 강준만이 나선다. 이번에는 서세원이 ‘조폭 마누라’로 대박을 터뜨렸다니까“조폭 영화가 문제다”라면서 온통 비판이다.누가 고생 끝에 뭘 좀 이루려고 하면 핀잔 주고 괴롭히고 내쫓는 일만하는 게 이 나라 지식인들의 주업무다. 지식인들은 있는 것을 없앨 수는 있어도 없는 것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특히 평론가들은 대중을 현혹하는 데는 선수다.감성보다는 냉정한 이성을 잣대로 내세우지만 실은 남을비판하지 않고서는 안되기 때문에 무조건 욕부터 하고 보는게 그들이다. 재주 있고 소신을 지키며 자신의 영역에서 일관된 철학과비전을 보여준 사람을 홀대하는 문화는 정말 없어져야 한다.영웅을 만들어 내지는 못할망정 마구 죽이기를 해서야 되겠는가? 우리 시대의 영웅 부재는 곧 이 나라의 희망과 비전의 빈곤을 뜻한다.서로격려하고 칭찬하고 부추겨도 될까 말까 한데 하루가 멀다하고 정쟁에 물든 정치권이나,대중이 좋아하는 스타에 대해 맹폭을 가하는 죽이기 꾼들은 되는 일도 망쳐 놓기 일쑤였다. 결국은 장준하 같은 멀쩡한 사람을 죽이지를 않나,절름발이를 만들어 놓고도 저희들끼리 자화자찬하고 있다.그게 김대중 죽이기이고 김용옥 죽이기이고 서세원 죽이기의 서글픈모습이다. 이처럼 죽이기가 횡행하는 것은 그만큼 ‘기 살리기’의 문화가 부재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일일 터이다.죽이기 하나때문에 빛나는 우리 시대의 스타들을 잃었고,세계적 지도자의 위신도 헌신짝처럼 버렸다.한심한 일이다.제발 기 살려주는 일부터 하고 욕하는 일은 그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김동렬 심플렉스 인터넷 고문 drkim@simplexi.com
  • [대한광장] 빈곤의 추억과 풍요의 그늘

    지난 추석에 시골집에 내려갔다가 나는 헛간 구석에 밀쳐놓은 낡은 재봉틀을 보았다.어머니는 당신이 사용하던 물건은 쓸모없게 된 다음에도 버리지 않고 한곳에 모아두신다.그 분의 손때가 묻은 그 재봉틀도 이제는 녹슬고 고장난 폐품에 지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재봉틀이 없었다.어머니는 옷가지 재봉질이 필요할 때면 근처 큰댁에 들러서 일을 하셨다. 큰댁에 재봉일을 하러 갈 때마다 한숨을 내쉬거나 속상해하시는 것 같았다.당신의 재봉틀을 마련하는 것이 그분의소원이었다.큰어머니가 애용하던 그 손재봉틀은 돌아가는소리가 나직하고 부드러워서 무척 듣기 좋았던 기억이 난다.어린 나도 심심하면 큰댁에 들러 휘파람을 불면서 큰어머니며 사촌 누나가 손재봉틀을 돌리는 모습을 재미있게바라보곤 했다.아니 그것이 내 중요한 일과였던 것 같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우리 집에 처음 그 재봉틀을들여놓던 장면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선연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방과후에 집에 돌아왔을 때 낯선 사람들이발재봉틀을 방안에 들여놓고 있었다.어머니는 들뜬 표정으로 재봉틀을 샀다고 말씀하셨다. 그 다음날부터 어머니와 나의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어머니는 그 재봉틀을 몹시도 애지중지하셨다.늘 몸통을 닦고기름칠하며 매만지셨다.원래 손장난이 심했던 나는 기계돌아가는 소리와 작동 원리에 매료되었기 때문에,틈만 나면 어머니의 눈을 피해 재봉틀을 만졌다.이따금 어머니에게 들켜 눈물이 나도록 혼이 나곤 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언제부턴가 어머니는 더 이상 재봉틀을 만지지 않으셨다.사실 기성복이 범람하는 오늘날재봉틀은 장식품이라면 모를까 집안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다.혼숫감 목록에서 재봉틀이 사라진 것도 상당히 오래 전의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어머니가 재봉틀을 멀리하게 된 것은 이런 시대적추세의 영향을 받은 탓이 아니다. 그분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 시대의 추세와는 담을 쌓고 살아오셨다. 그 기계가안방에서 골방으로 사라진 것은 순전히 그분의 기력이 쇠잔하고 눈마저 침침해졌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하지 않은 모든 것은 결국 산산이 부서진다.그재봉틀은 곧바로 고장이 났고 골방 구석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었다.그러다가 마침내 허름한 헛간 한 구석으로 밀려난 것이다. 어머니의 재봉틀에는 어렵던 시절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 그 추억과 함께 그분의 쇠잔한 모습과 우리 가족의 역사가무수한 잔영을 만들며 스쳐 지나간다.그 녹슨 재봉틀은 아무래도 이 풍요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어찌 재봉틀 뿐인가. 쇠잔한 어머니의 모습도 더 이상 이 시대와 조화를이루지 못한다. 어머니의 배웅을 받고 고향집을 떠나오면서 나는 오랫동안 상념에 잠겨 있었다.사실 나는 그 재봉틀의 존재를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그러니까 그 동안 어려운 시절의 삶의흔적들을 기억 속에서 지워버렸던 셈이다. 나보다 더 나이어린 세대는 고단함으로 단련된 그런 삶의 분위기를 아예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우리는 풍요의 시대에 너무 친숙해있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 이 시대에도 때로는 어려운 시절의 기억과 생활을 되새겨볼 일이다.어렵고고단해도 그것을 참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한다.사실 21세기의 사회가 장밋빛 미래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이미 수년전에 겪었듯이,우리의 경제와 삶의 터전이 예고 없이 추락할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도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미래를 위하여 어린 세대에게 참고 살아가는 법을 깨닫게하는 일은 아마 우리 세대의 몫이 아닐까 싶다. ▲이영석 광주대 교수
  • 배를 타고 아바나를 떠날때- 이성형 지음 / 창작과 비평사

    미국 테러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우리는 이슬람과 테러에 대해 눈길을 두지 않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바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의식·무의식을 지배하는 주요 언어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정치학자 이성형박사가 미국 중심의 세태를 비판하고 나섰다.그의 비판을 실은 배는 ‘배를 타로 아바나를 떠나며’(창작과 비평사)이고 항해지는 쿠바 페루 칠레 멕시코 등 라틴아메리카 4개국이다. 이 책을 읽는 묘미는 탄탄한 사회과학 지식과 이국적인 라틴문화의 찰떡같은 궁합이다.‘라틴아메리카 자본주의 논쟁사’‘IMF시대의 멕시코,1982-1997’등 라틴아메리카 연구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쌓아온 저자의 전문성은 이 책이 그저 주관적인 감상이나 여행안내 책자에 머무르지 않게한다. 닭한마리로 4일을 먹는 쿠바만의 닭고기 요리법을 보자.그냥 스쳐가는 눈길이었다면 희한하다거나 경제적이다 정도로 그쳤을 것이다.그러나 저자의 객관적 독법은 그 요리 뒤에 숨은 미국의 경제봉쇄라는 쿠바의 아픔을 읽는다.배고픔을 견디기위해 첫날은 수프로다음날들은 고기로 뼈채로 먹는 ‘궁핍한 시대의 지혜’를 발견한다.그리고 ‘가두기 정책’이 깊어져 빈곤은 심화돼도 의료보험과 교육정책은 유지하는 그들만의 장점을 짚어낸다.그렇다고 기행문이 경제 정치 타령으로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주된 묘사는 ‘문화의힘’에 놓인다.해박한 지식으로 쿠바음악을 분석하면서 아프리카 아랍 유럽의 세가지 요소가 혼효된 ‘세계 음악으로서의 쿠바 음악’을 주장하기도 하고 ‘재즈의 미국’이 있기까지 쿠바의 역할에 주목한다. 이런 관점으로 ‘문화 원형질’로서의 라틴을 보듬는다.후지모리의 독재가 남긴 상처와 잉카문명의 정수가 함께 숨쉬는 페루,혁명과 반혁명이 교차한 칠레 등을 아우르면서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선사한다.1만3,000원.
  • [대한포럼] 애물단지 공무원성과금제

    그동안 경제부처중엔 옛 재정경제원,기획예산처,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위원회,국세청을 일선 기자로 출입했다.1997년 말의 외환위기를 전후해서 당시 재경원에는 밤 12시가 넘어 퇴근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았다.새벽에 퇴근해 속옷만 갈아입고 다시 출근하는 공무원도 있었다.재경원이외환위기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했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격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당시 담당 직원들은 과로에시달렸다. 외환위기 직후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이 한창이던 1998∼99년 금감위의 공무원들도 밤을 낮 삼아 일하기는 마찬가지였다.매년 예산철만 되면 예산처 예산실 직원들은 6월부터약 100일간은 밤 12시 이전에 퇴근하는 게 그리 쉽지 않다.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제대로 갈 수도 없다. 이른바 엘리트가 많은 부처로 꼽히는 경제부처의 공무원들은 이렇게 나름대로 열심히 일해왔다.공무원들의 잘못된결정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았지만 기자가 출입했던 부처의 공무원들에게는 괜찮은 점수를 주고 싶다.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을 직접 만날 수 없었던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공무원의 인상은 그리 좋지는 않은 것 같다.국민들에게 공무원은 ‘철밥통’,‘무사안일’,‘복지부동’의대명사로 통한다.특별한 잘못이 없으면 대부분 보장되는정년에다 실적에 따른 평가가 사기업보다 뒤져서 그런 것은 아닐까. 이런 점에서 정부가 올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교사를 대상으로 근무성적이 좋은 경우 인센티브를주는 성과상여금 제도를 도입한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공직사회에도 경쟁시스템이 마련돼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 보다 나은 대우를 받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사기업 직원들은 실적이 좋으면 수억원의 보너스도 챙기는 현실에 비춰보면 성과금 제도 도입은 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좋은 취지와는 달리 지난 2월 각 기관별로 성과금을 지급할 때부터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평가를 제대로 하는 게 쉽지않고 반발도 예상되자 아예 공개적으로 연공서열 위주로 등급을 매긴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최근까지도232개 기초 지자체중 65개는 반발이 두려운 탓인지 아직도지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성과금에반발이 가장 심한 곳은 교육현장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은 성과금 제도에 반발해 장외(場外)투쟁까지 하면서 성과금을 반납하고 있다. 성과금 제도는 도입 때부터 나눠먹기식으로 변질됐다. 당초 성적이 좋은 상위 50%에게 월 기본급의 50∼200%를 지급하려 했으나 특히 성과금을 받지 못할 절반의 반발을 두려워해 대상을 70%로 넓히고 성과금은 기본급의 50∼150%로 차등폭을 줄였다. 무슨 제도든 하루 아침에 정착될 수야 없지만 성과금제도첫해의 실적은 실망스럽다. 내년에는 성과금을 받는 대상을 90%로 더 확대하는 방안까지 검토중이라고 하니 기가막힐 노릇이다.성과금 취지대로 한다면 대상자를 줄여야하는데 거꾸로 늘리겠다는 발상까지 나오니 성과금제도를 하자는 것인지,말자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공무원 성과금 제도가 나눠먹기식으로 변질돼 실제는 변칙적인 임금인상과 별 차이가 없게 되고 실적에 바탕을 둔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 교사 등 대상자의 반발이 계속된다면 성과금 제도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반감은 거세질 수 있다.그러지 않아도 외환위기 이후 돈이없어 국채를 발행해 나라살림을 꾸려가는 어려운 상황에서성과금에 들어가는 예산만 매년 5,000억원이 넘는다. 성과금 제도가 제대로 운영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아예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잠시 보류하는 것도 최선책은 아니지만 하나의 방법일 지 모르겠다.성과금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특히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에는 성과금의재원을 실업자와 빈곤층을 비롯한 소외계층에 사용하는 게훨씬 유익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지 않을까. 곽태헌 논설위원 tiger@
  • 집중취재/ ‘건강보험 사각’ 차상위계층 실태

    15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았던 이종희씨(가명·59)는 최근 암이 재발하자 치료를 포기하고 경기도 포천의 한 기도원으로 들어가 버렸다. 1남3녀를 둔 이씨는 자녀들이 모두 부양을 외면해 혼자살고 있다.이씨는 아들이 지난해 자신의 명의로 차량을 구입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서의 의료보호 혜택을 받을 수없는데다 체납된 건강보험료가 13만1,300원이나 돼 병원에 갈 생각도 포기했다. 신해균씨(가명·52)는 올초 의료보호 대상자 자격을 상실한 후 지역보험에 가입됐지만 5개월째 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다.지난해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일하다가 허리를 다친 뒤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자로 분류돼 지원금으로 생계를 꾸려왔지만 재활용품 수집일을 시작하면서 자격을 상실했기 때문이다.초기에는 월 60만∼70만원의 수입을 올렸지만 최근 허리 디스크가 재발하면서 월수입은 1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전세 300만원짜리 단칸방마저 비워야할 형편이어서 연체된 보험료를 갚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 당산동의 노숙자 쉼터인 희망사랑방에는 지난 5월부터 매월 5∼6장의 건강보험료 체납고지서와 독촉장이 날아들고 있다. 이곳에 입소한 노숙자 20명 중 10여명이 많게는 60만원에서 적게는 30만원의 연체고지서를 받았다.쉼터에서 자취를감춰버린 노숙자의 경우에는 주인을 찾지 못한 고지서만쌓여가고 있었다.건강보험료 체납은 크고 작은 노숙자 쉼터에서 새로운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노숙자와 쪽방거주자 보호를 위해 발표한 ‘기초생활보장 특별대책’의 경우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노숙자 대부분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의료보호대상자에서 제외돼 있는형편이다. 희망사랑방의 경우 지난 8월 이후 노숙자 20명 중 의료보호대상자는 1명도 없다.보험료를 제때 내지 못한 노숙자들은 몸이 아파도 쉼터의 진료의뢰서가 없으면 기본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한다. 문혜은(48·여·전도사)실장은 “비교적 규모가 큰 쉼터인 ‘자유의 집’에도 매월 300여장의 고지서와 독촉장이날아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재활의지가 강한 노숙자들은 사회 재편입을 위해 연체료를 갚아나가고 있지만대부분의 노숙자들은 갚을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자포자기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지난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시행하면서 차상위계층이 자활할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실시하는 등 각종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공공근로 예산을 줄이는 등 사실상 방치해 왔다”면서 “차상위계층이 절대빈곤층으로 전락하는것을 막으려면 빈곤과 질병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게 해줘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차상위계층이 건강보험의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은 최하 5,800원(지역)∼9,800원(직장)인 건강보험료도 부담이 될 정도로 소득수준이 낮기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저소득으로 인한 보험료 체납 여부는 실태 파악이 안돼 알 수 없다”면서 “정부로서는 건강보험 재정위기 극복이 시급한 과제인 만큼 1조2,000억원에 이르는 미납액 징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보험료체납으로 보험급여 지급이 중단됐음에도 병·의원을 이용했다가 건강보험공단이 진료비 부담금을 강제 환수하면서이에 대한 원성도불거져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극심한 봄가뭄을 겪었던 경북의 한 농민회에서는공단측이 농민들의 양수기까지 압류조치해 집단으로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지난해 4∼8월 5개월 동안 보험료를체납했던 은호정씨(가명·36·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지난6월 그동안 연체된 체납료를 모두 납부했다.하지만 한달뒤 200여만원의 진료비 환수통지서를 받고 한숨만 내쉬고있다.암으로 숨진 아내의 치료를 위해 보험료가 체납된 뒤에도 계속 건강보험증을 사용한 탓에 공단측이 부당이득으로 간주,소급 적용했기 때문이다.은씨는 “급여 압류 조치가 내려진다는 공단측의 통보에 어떻게 돈을 마련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취직해 직장보험가입자가 된 송광호씨(가명·29)는 최근 날아든 급여 압류통지서에 깜짝 놀랐다.지역의료보험 가입자인 송씨의 아버지가 사업부도로 95년부터 체납한 76개월분 보험료 500여만원을 대신 납부할 것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송씨는 “그동안 가족 모두가 병원 이용을자제하고 버텨왔는데 부양자라는 이유만으로 나더러 체납된 보험료를 모두 납부하라니 말이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 조창호(趙昌鎬)정책기획실장은 “건강보험 재정파탄의 해결방안으로 재산압류와 공매를 강행하면서 민심이반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5차례나 수가인상을 단행한 결과 전체 의료비는 5조9,263억원으로 늘어났지만 의료계의 배만 불리게 하는 결과를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체납자에 대한 보험급여 중지는 건강보험증 대여라는 편법도 낳고 있다. 지난해 70건에 불과하던 대여 적발건수는 올 7월말 현재456건,연말까지 800여건 대여에 따른 부당이용 진료비는 1억3,000여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칭)가난한 이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연대기구’발족을 준비중인 건강연대 조경애(趙慶愛)사무국장은 “제도권 밖 소외계층으로 전락한 차상위계층에 대해 기존의의료급여특례제도를 확대하거나 의료부조제도를 도입해야한다”면서 “차상위계층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대거편입될 경우 사회적 비용부담은 더욱 커져 재정적자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사망전 1년간 진료비 1인당 평균 618만원.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망전 1년 동안 진료비로 평균 618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가입자중 사망으로 장제비를 지급한 사람은 총 19만3,985명으로 이들은 사망전 1년 동안 진료비(건강보험공단 부담금+본인부담금)로1인당 평균 618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중 40∼50대 남자 가입자는 모두 2만7,395명으로같은 연령층 여성 가입자 9,832명에 비해 2.8배에 달했다. 또 전체 사망자중 남자는 10만7,540명으로 여자 8만6,445명의 1.2배였다. 사망자들중 88.3%가 사망 1년전에 한차례 이상 의료기관을 이용했으며 59.4%는 입원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의료기관을 전혀 이용하지 않았던 사람도 11.7%에 달했다. 김용수기자 dragon@. ■차상위 계층.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차상위계층에 대한 조사안내서’를 전국 시·군·구에 내려 보내면서 차상위계층에 대해 처음으로 개념정의를 내렸다. 지난해 10월 도입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혜자의 ‘바로 위’에 속하는 특정계층을 지칭하던 학술용어가 비로소정책용어화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차상위계층이란 기초생활대상 수급자가 아닌 자로서 실제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00분의 120 미만인 자로 규정돼 있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의 4인가족 기준 최저생계비가 월 96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19만원이 많은 115만원 미만의 소득을가진 자가 해당된다. 또 지난해 5월 이후 기초생활보장 급여신청자중 부적합판정을 받았거나 생계곤란 등의 사유로 노인복지법 등에 의해 지원을 받고 있지만 115만원 미만의 소득자 등도 대상자로 규정됐다.복지부는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있으나 보건사회연구원은 차상위계층을 440만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주석기자. ■전문가 제언- “”포괄수가로 재정늘려 구제를””. “중산층과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사이에 끼여 의료보호와건강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차상위계층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합니다.우리 사회의 빈곤층을 제대로 보호하지못하고 있는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허점을 하루 속히보완하지 않으면 사회적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계층을 사회밖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중앙대 김연명(金淵明·사회복지학과)교수는 17일 차상위계층을 의료보호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의료보험료는 면제해 주는 대신 본인부담금은 일부 부담시키는의료부조제 혹은 의료보호 제3종 지정 등 정책적 구제가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의료보호대상자 150만명과 지정 병원중 상당수가 과잉진료와 보험료 부당청구 등 도덕적 해이에 빠져있다”면서 “2조원에 이르는 의료보호예산중 이같은 낭비요인을 샅샅이 찾아낸다면 재정효율화를 통해 차상위계층을 사회안전망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부당청구 병원에 대한 심사평가원의 심사와 조사를 대폭 강화하고 오갈 데가 없어 병원에장기입원중인 사람을 수용,진료하는 장기 요양보호시설을확충하는 방안도 보완대책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실직자,노숙자 등이 대부분인 차상위계층을 사회보장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재정 확보가 가장시급한 만큼 현행 의료보호제도의 수가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병원이 환자를 진료한 뒤 심사평가원에 의료비를 신청하는 행위별 수가제가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으므로 이를 진료 및 수술별액수를 정해 지급하는 포괄 수가제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병원과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 차단과 수가시스템 개편 등을 통해 낭비요인을 차단,개선한 뒤 차상위계층을 의료보호 3종으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주석기자 joo@
  • 집중취재/ 저소득 440만 건강보험 사각지대 ‘신음’

    전 국민의 10%에 해당하는 440여만명이 정책의 사각지대에놓여 최극빈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기초생활보호제도가 시행되면서 기초생활보호 수급 대상자인 150만명보다 한 단계 높은 ‘차상위(次上位) 계층’에 속한다. 차상위계층이란 한마디로 가난하지만 근로능력은 있는 계층이다.차상위계층 중 상당수는 건강보험료 체납에 따른급여·재산 압류 등 강제환수 조치에 대한 부담으로 병원이용을 기피,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건강연대에 따르면 최근 서울 광진·구로구 등 5개구를 대상으로 저소득층의 건강보험료 장기체납 실태를 조사한 결과 광진구의 경우 조사대상인 177가구 중 48.6%인86가구가 체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중 83.7%는 생계비 부족을 체납 이유로 들었다.또 체납 가구의 14%는 가족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참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료를 체납했더라도 건강보험증만 있으면 병·의원을이용할 수 있지만 병원 이용 진료비는 부당이득으로 간주돼 강제환수 조치를 당하기 때문에 체납자들은 중병이 아닌 한 병원 이용을 기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저소득층인 차상위계층은 체납 보험료를 내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체납 연체이자율은 3개월 이상 5%,6개월 이상10%,9개월 이상 15%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따라서 체납액은 고스란히 생계부담으로 이어진다. 서울대 의대 김용익 교수(의료관리학교실)는 “차상위계층이 가난과 질병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절대빈곤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실태조사와 지원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보험 체납액은직장건강보험 대상자를 포함해 모두 1조2,639억원으로 185만9,266가구가 3개월 이상 보험료를 체납해 보험급여가 중단된 상태다.13개월 이상 장기 체납자도 89만6,658가구에이른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보험료를 체납한 상태에서 병·의원을 이용했다가 부당이득으로 간주돼 강제환수 조치된 진료비 건수는 245만여건에 달한다. 국회 보건복지위 민주당 김성순(金聖順·서울송파을)의원은 “상습·고액 체납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징수대책을 펴야겠지만 납부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실태 조사를 통해 등급별 탕감조치를 취하고 의료보장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이 붕괴하면서 차상위계층으로 떨어지는 가구가 크게 늘어나고,차상위계층 중 상당수가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아야 하는 절대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악순환이 꼬리를 물고 있으나 관계 당국은 재정 형편 때문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아랍 극단주의 배경 “빈곤과 좌절”

    [파리 연합] 테러와 같은 극단주의의 배경에는 빈곤과 좌절이 자리하고 있으며 테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치·사회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15일보도했다. 신문은 카이로발 분석기사에서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대 테러 전쟁은 어느 측면에서는 이집트와 사우디의 슬럼가에서 배양된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전쟁과도 같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테러와 전쟁을 벌여 승리하려면 아랍권에서 미국의최고 우방으로 꼽혀온 이 국가들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집트를 아랍과 이스라엘 간의 분쟁에서 사태를 온건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완충세력으로,사우디는 석유자원을 쥐고 있는 걸프지역의 안정화 세력으로 활용,대 아랍정책의 양 축으로 삼았다.그러나 신문에 따르면 실업률이 계속 올라가고 경제는 정체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의 대 중동 정책에 불만을 품은 반미주의 분위기가 팽배,사정은 예전 같지 않다. 아랍권 최대 인구 대국이자 범아랍민족주의의 산실인 이집트의 경제 사정은 어렵다.특히 대학졸업자 등 전체 인구의절반을 넘는 젊은층의 실업률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노동인구의 3분의 1이 공무원 등 공공 부문에서 일하지만한달 월급은 71달러 수준으로 대부분 부업을 2∼3개 가져야그럭저럭 살 수 있다. 모하메드 자레아라는 인권 운동가는 이 신문에 “부업을 몇 개씩 가지고 일해도 삶다운 삶을 살지 못한다.결국에는 사회와 정부 탓으로 여기며 불만을 품게 된다”고 말했다. 신문은 전체 인구의 60% 정도가 25세 미만인 사우디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면서 80년대 영원히 줄어들지 않을 것 같았던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도 이제는 젊은 층에 그들의 부모세대가 누린 것과 같은 복지 혜택을 제공해 주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이런 사회·경제적 실망과 좌절이 젊은이들이 종교에 몰두,위안을 찾게 하고 자신들의 정부에 불만을 표출하기보다는 세상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진 나라 ‘미국’을 비난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 [사설] 심각한 저소득층 월세 부담

    서민들이 높아진 월세 부담으로 허덕인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빠듯한 소득에서 과중한 임대료를 내고나면 저축과 재산형성 재원이 부족할 것이다.따라서 내집마련의 꿈을 접고 ‘셋집 살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서민들의 좌절감과 상실감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임대료를 빼면생계를 위한 소득마저 감소해 빈곤의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저소득층의 거주비 과다 문제를 단순히 주택정책으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 국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월소득 152만원 이하의 저소득층 가운데 소득의 30% 이상을 임대료로 내는 가구 비율이지난 8월말 35.9%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지난해 11월보다7.7% 포인트 증가한 것이다.같은 기간에 중간층이나 상위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저소득층의 임대료 증가는 무엇보다 지난 수년간 소형주택을 덜 지은 탓에 올들어 셋집이 부족했기 때문이다.여기에다 초저금리 시대에 집 주인들의 재테크도 한몫했다.목돈을받아 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은 전세보다 은행 정기예금금리의 2배 남짓하는 월세를 요구,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킨 것이다.월세가 셋집의 40% 선으로 증가한 것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경기침체로 초저금리 추세가 지속되면 집 주인의 월세 선호는 오래 이어질지도 모른다. 따라서 공금리 이상의 높은 월세를 요구하는 집주인의 관행과 셋집 부족 현상이 개선되지 않는 한 서민들의 거주비 부담이 만성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뒤늦게나마 다음달부터 신규분양주택가운데 20% 정도는 반드시 소형주택을 짓도록 하는 의무화비율을 부활,시행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정부가 그동안발표했던 임대주택 공급정책도 중단없이 추진돼야 한다. 소득이 뭉텅뭉텅 집세로 나가고 생계는 어려운데 집을 살 길은 멀어질 경우 국가와 사회에 어떤 감정을 가질 것인가.저소득층 주택 문제를 획일적인 시장원리보다 복지증대 차원에서 풀어야 하는 이유다.@
  • 노벨평화상 공동수상 아난/ 유엔 개혁한 국제분쟁 해결사

    21세기 첫해이자 제정 100주년이 되는 올 노벨평화상의 영광은 유엔과 코피 아난 사무총장에게 돌아갔다. 노벨위원회는 “냉전 종식후 유엔은 세계질서와 평화유지라는 본연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왔으며 아난 총장은 유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번 수상은 유엔이 탈냉전시대에 날로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데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 도구’임을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특히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모든 행동이 유엔 내에서 조율돼야 한다는 점을 미국에상기시키는 측면도 강하다. 1945년 출범한 유엔은 회원국 189개국의 거대 조직으로,미국 뉴욕 본부에만 5만2,1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30개 산하기구를 두고 있다.출범 초기 21개국 135만명이 ‘유엔군’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전에 참전했으며,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끈질긴 경제봉쇄를 단행해 인종차별을 철폐시켰다.콩고,나미비아,동티모르 등 식민지 국가의 독립을 도왔다. 1997년부터 유엔의 살림을 맡은 아난 총장은 빈곤과 문맹,에이즈퇴치와 인권신장을 위해 힘써왔다.‘춤추는 외교관들의 모임’이라고 지탄받던 유엔을 개혁하고 평화유지활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역대 총장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에이즈와 빈곤 퇴치를 위한 그의 노력은 올해 풍성한 결실을 맺었다.에이즈 발견 20주년을 맞아 지난 6월 열린특별총회에서 에이즈 퇴치를 지구촌 첫 공동목표로 설정,선진국들로부터 3억5,000만달러(약 4,550억원)의 재정지원을이끌어냈다.또 최빈국들의 부채탕감과 이들 국가 상품의 무관세·무할당 시장개방 등을 골자로 한 10년 행동계획을 채택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동안 산하기구가 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유엔이 받기는처음이다. 박상숙기자 alex@
  • 올 노벨평화상 코피 아난·유엔

    유엔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63)이 제정 100년째를 맞는 2001년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르웨이의 노벨위원회는 12일 “평생을 유엔과 함께 하며 유엔이 거듭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아난 총장과 냉전종식 이후 창립 이념에 걸맞은 역할을 찾게 된 유엔이 세계평화를 위해 쏟은 노력을 인정한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97년 사무총장에 선임된 뒤 지난 6월 재선에 성공한 아난총장은 전세계의 빈곤과 인권침해,인종갈등,에이즈 퇴치 등을 위해 노력해왔다.1945년 출범한 유엔은 세계 평화와 안전은 물론 국제사회가 당면한 경제·사회·환경적 도전에대처해왔다.유엔과 현직 사무총장이 노벨평화상을 받기는처음이다. 류길상기자 ukelvin@
  • 독자의 소리/ 노령사회 안전망 구축 시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우리사회의 노령화속도가매우 빠르다고 지적한 데 이어 통계청 ‘2000 인구주택총조사’에서도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반면, 유소년인구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따라 장래 노동인력 감소 및 부양비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목소리가 높다. 속히 노령인구 노동시장 진입을 촉진하는한편,이들이 빈곤이나 질병에 시달리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정착시켜야 한다.사회안전망의 중추는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제도라 할 수 있다.국민의 대다수가 가입해있고 보호하려는 위험 역시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건강보험이 재정난을 겪고 있는 데다,국민연금 가입자 중적지 않은 수가 납부예외 상태에 있고 보험료 체납액 또한증가 추세에 있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급속히 진행되는 노령화는 불가피하더라도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중지를 모아야겠다. 황재광 [서울 송파구 문정동]
  • 노벨상 수상 5명 ‘反戰 성명’

    역대 노벨 평화상과 문학상 수상자 5명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테러 보복 전쟁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평화상 수상자인 남아공의 데스몬드 투투 주교와 오스카아리아스 산체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문학상 수상자인독일의 귄터 그라스,남아공 소설가 나딘 고디머,이탈리아극작가 다리오 포 등은 27일 독일 공영 방송 ARD와 자매잡지 모니터에 성명을 발표,미국의 보복 공격은 폭력의 악순환을 초래할 뿐이라면서 평화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투투 주교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로 유혈 투쟁을 거듭해온 남아공 흑인과 백인의 화해를 예로 들고 “보복은 복수만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지식인 사회 여론 형성에 이바지해온 그라스는 “전쟁을 위한 모티브로서 ‘보복’을 설정한 것은 합당하지않다”고 말하고 보복 행동 이전에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등을 차분히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무한한 연대’를 표명한 독일 정부에 대해서도그는 진정한 우정은 친구가 잘못된 길을 가려할 때 이를바로잡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체스 전 대통령은 “서구 산업국가들이 빈곤 저개발 국가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도와주려 노력하는 것이 테러를없애는 근본 처방”이라고 강조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 [美 테러의 뿌리] (2)도전받는 팍스 아메리카나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역사학자 폴 케네디는 그의 저서 ‘21세기의 준비’에서 “미국이 빠른 속도로 변하는 외부 환경의 변화를 간파하지 못하고 미국내 현상유지에 만족할 경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 11일 뉴욕과 워싱턴에서의 대참사를 예상이라도 한듯그는 “모두가 ‘인식’할 만한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받은뒤 미국은 진지한 개혁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네디 교수가 테러공격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니지만‘팍스 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해 지배되는 평화)’의 미래에대해 역사학자들 사이에선 오래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일었다. 미국은 2차세계 대전과 냉전의 승리자인 동시에 세계 경찰국가로서 어느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힘’을 지녔다.91년 걸프전 당시 50만명의 병력을 단숨에 동원하고첨단장비로 이라크를 완전히 제압,현대 전쟁사에서 전례가없는 승전고를 울렸다. 지난해 초부터 내리막길에 들어섰지만 90년대 미국은 신경제의 붐을 타고 50년대의 고도성장기와 맞먹는 연 3%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국제사회에서 러시아를 제치고 ‘새로운 강자’로 중국이 떠올랐으나 ‘유일 강대국’ 미국에는필적하지 못한다. 미국은 분명,과거 대영제국의 전성기에 비교되는 군사력과경제력을 갖췄다. 영국은 섬나라에 불과했지만 미국은 막대한 영토와 자원을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힘’을 행사하고있다.국익을 앞세워 지구촌 곳곳에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해도 어느 나라가 맞서지 못한다. 그러나 화려한 ‘팍스 아메리카나’는 미국 내부에선 적용되지 않는다.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빈부의 격차는‘풍요속의 빈곤’을 불렀고 문맹률은 성인의 20%에 달한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는 화학적으로 융합되지 못하고 인스턴트식 대중문화의 단순성만 요구한다. 1세기 ‘팍스 로마나’ 시대처럼 외부의 적이 사라지자 미국 사회는 응집력을 잃었다.도덕적 해이감이 팽배한 가운데개인의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부의 경쟁’에만 열중한다.60∼70년대 인권운동이나 80년대 러시아와의 군사경쟁,90년대의 일본과의 경제전쟁이 미국 성장의밑거름이 됐음에도 먼 과거로만 치부한다. 부시 행정부 또한 이같은 사회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다.기존의 국제조약과 외교상 관례를 무시,유엔 기후협약과 생물화학 협정을 거부했고 냉전시대 데탕트의 출발점이 된 러시아와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도 미사일 방어(MD) 계획을 앞세워 구시대의 유물로만 몰아세웠다. 미국의 이같은 ‘신 고립정책’은 우방의 반발까지 사 인권옹호국을 자처해 온 미국이 국제인권위원회 위원국에서탈락하고 국제마약통제위원회 부위원장 연임에도 실패했다. 특히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드는 중동정책은 유엔 인종차별철폐회의에서 미국 철수라는 파행을 몰고왔으며 아랍뿐아니라 전 세계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미국은 힘의 외교를 주창하면서도 대상을 명확히 설정짓지못했다.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분쟁들이 한반도를 제외하곤인종과 종교문제에 연관됐지만 미국은 국가단위의 위협에만관심을 쏟았다.21세기가 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둔 국가간 대립이 아니라 인종과 종교를 기반으로 한 문화적 갈등이 예고됐음에도미국은 이같은 변화를 간과했다. 테러공격으로 미국의 안보·정보수집·내부통제 등 국가운영 시스템은 허술한 면모를 드러냈다.군사·경제적 최강국인 것은 분명하지만 사회·문화적 모범국으로 보기에는 어설픈 점이 많다.일각에서는 이번 테러를 미국의 독주를 마감하는 시발점으로 규정한다. 미국이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을 선포,구겨진 자존심 회복에 나섰으나 ‘팍스 아메리카나’가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mip@
  • 폴 크루그먼 MIT교수 뉴욕타임스 기고/ “美國이 테러 자초했다”

    ◆세계적 경제학자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이번 세계무역센터 테러 참사에 대해 미국 스스로 안보 불감증 때문에 화(禍)를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6일자 뉴욕 타임스에 실린 그의 기고문 '대가를 치루며'를 요약한다. 지금 미국은 테러범의 응징에만 초점을 맞춘 채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이번 참사는 사실 미국 스스로가 허술한 보안의식 때문에 화를 자초한 면이 있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외부의 적을 응징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그러나 지난 이번 참사는 우리 스스로 화를 부른 것이다. 왜 우리는 미리 대비를 못하고 우리 자신을 그렇게 취약한 상태로 노출시켜야 했는가?▲‘인색한 정책'의 결과. 이번 재앙은 극악무도한 테러공격 뿐 아니라 미국의 ‘인색한 정책’의 결과이기도 하다.테러리즘 외에 우리 정치철학의 빈곤과도 관계가 있는 것이다.미국이라는 나라는 공공의 안전을 위한 투자를 꺼리는 나라다. 이번 참사로 여실히 드러난 항공의 안전 확보에 대한 태만은 우리를 몸서리치게 했다.오래 전부터전문가들은 미국이 테러의 주대상이며 특히 테러범들이 민간항공기를 테러 목표로 삼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시간당 6달러의 박봉을 받는 안전요원들에게 우리의 생명을 전담시켰을 뿐이다.이들은 단지 몇시간의 직업훈련을 받았으며 이들중 90%는 휴대품 검색업무를 한지 6개월이 채 안됐다. 유럽의 안전요원들이 받는 시간당 임금은 미국의 2.5배나 되는 15달러다.정부가 안전요원들을 책임지고 고용하며 이들은 법집행 권한을 부여받아 업무에 임한다.그러나 미국은 이 업무를 항공사에 넘겼고 사기업인 그들은 당연히 적게 투자하려 했다. ▲항공안전 공공기관서 맡아야. 지난 수년간 항공 안전업무를 공공기관이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1997년 로버트 크랜달 아메리카 에어라인(AA) 대표는 국가의 비영리 단체가 공항의 안전을 담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국가자문단은 항공 안전의 향상을 위해 매년 10억달러를 지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예산적자를 이유로 이를 거절했고 정부는 자신의 역할을 축소시키려고만 했다. 미국은 분명히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을 무책임하게 민간에게 맡겼기 때문에,‘커다란 정부’를 막기에만 분주했던 정치인들은 공공기관에 충분한 재원을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나는 테러 공격을 감행한 적들이 정의의 심판을 받기를 희망한다.그러나 동시에 지난주의 공포를 통해 미국인들이 한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기를 희망한다.그것은 바로 정부가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만약 이 교훈을 무시하고 또다시 공공 서비스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게 군다면 그것은 우리를죽음으로 모는 것일 뿐이다. 정리 이동미기자 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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