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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PD수첩 '가난 대물림’ 고발

    ‘대한민국 부촌 1번지’인 서울 강남 한복판에 판자촌이 있고,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대대로 가난을 대물림하고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10일 오후 11시5분에 방송되는 MBC ‘PD수첩’은 우리나라 최고 부자들이 모여 사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바로 앞에 있는 판자촌을 심층 취재,빈곤의 고착화·세습화 현상을 고발한다. 한 평에 수천만원씩 하는 아파트가 줄지어 늘어선 곳.우리나라 외제차의 50%가 굴러 다니고 소위 ‘돈 많고 빽있는’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런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 밤에도 불이 켜지지 않는 동네가 있다.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자활근로대 마을.70년대 말∼80년대 초 거리부랑아와 극빈층을 자활시키고 근로의욕을 고취하겠다며 정부가 반강제적으로 조성했다. 주민들은 양재천 너머로 마주보고 있는 타워팰리스 등 부자 아파트 단지의 재활용품을 수거하며 힘겹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주민 가운데 4년제 대학을 나온 사람은 단 한 사람에 불과하고,30대 이상의 주민 대부분이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거나 초등학교만 졸업했다.20대 이하의 젊은 층도 대부분 중졸·고졸의 학력이다.주민 75%가 빚에 쪼들리고 있으며,10명 중 4명은 직업이 없다. 아이들은 사교육의 전시장인 강남에서 과외는커녕 학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한다.한 여중생은 “학원이 달나라만큼 가고 싶다.”고 말한다.촌지를 줄 돈이 없어 선생님에게 이유 없는 구박을 받고,거지마을을 구경한다며 같은 반 남학생이 뒤쫓아오는 바람에 동네 어귀를 한참 배회한 뒤에야 집에 돌아와야 했던 여중생,박물관을 가지 못해 견학 숙제를 할 수 없는 초등학생의 모습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제작진은 “최고 부자동네 한복판에서 부모의 가난이 고스란히 자식에게 대물림 되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부조리를 짚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노망을 빙자한 한마디/박완서 소설가

    열흘가량 여행을 다녀왔다.여러 번 갔던 나라를 또 가니까 이왕이면 안 가본 나라를 가지 뭣 하러 가본 데를 자꾸 가냐고,식구들도 친지들도 의아해했다.하긴 그랬다.호기심 없이 떠나는 여행은 설레지 않는다.그건 여행의 기쁨의 절반쯤은 미리 잃고 떠나는 셈이니 굉장한 손해다.아무데나 여기 아닌 딴 곳에서 멍청하게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던 차에 마침 나에게 적당한 일정과 편안한 일행을 만나게 되었으니 행선지는 어디라도 상관 없었나 보다.그러나 막상 집을 떠나보면 쉬고 싶어 어디를 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알게 된다.이 세상에 내 집처럼 편한 쉼터가 어디 있겠는가.늙어갈수록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고 적당히 따습고 적당히 딱딱한 내 집 잠자리에 다리 뻗고 눕는 것만큼 완벽한 휴식은 없다.현지의 일기는 불순했고 일행에게 노익장을 과시하고 싶은 객기까지 가세해 나에게는 고단한 여행이었다.겉으로는 재미있어하는 척하면서도 밤이면 친척집에 맡겨진 어린애처럼 우리 집에 갈 날이 몇 밤 남았나,손가락을 꼽아가며 헤아려 보곤 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아무리 즐거운 곳에서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내 집밖에 없다는 진부한 감회와 안도감을 만끽하기도 전에 뭣 하러 텔레비전은 틀었던지.몸에 밴 습관 때문이었을 것이다.마침 뉴스시간이었다.뉴스시간에 제일 먼저 등장해 지지고 볶고 고함치고 삿대질하는 정치하는 사람들과 정치적인 사람들을 보면서 그동안 저 사람들을 안 보는 게 얼마나 달콤한 휴식이었던가를 비로소 깨달았다.다만 며칠이라도 저 사람들을 안 볼 수 있었으니 여행은 역시 좋은 거였다.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었다.아니 달라진 게 있을 수도 있었다.돌을 던지던 사람이 돌을 맞는 사람이 돼 있을 수도,돌을 맞던 사람이 기사회생 돌을 던지는 사람이 돼 있는지도 모른다.내가 눈이 침침하여 그것을 분간 못할 뿐.나는 이제 눈 어둡고 정신도 예전만큼 명징치 못해 누가 옳은 사람이고 누가 옳지 못한 사람인지,누가 거짓말쟁이고 누가 정직한 사람인지,누가 믿을 만한 사람이고 누가 못 믿을 사람인지 분간하지 못한다.그들 스스로는 알까.워낙 서로 진흙탕을 많이 처발라서 내가 누군지 상대방이 누군지도 분간 못하는 게 아닐까.‘저 꼴 보기 싫어 못살겠다.’라고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게 그들의 이전투구는 정말이지 넌더리가 났다. 이나이까지 통과해온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회상해보면 빈곤도 빈곤이지만 정치판도 지금보다 훨씬 더 개판인 적도 많았다.오죽해야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선거구호가 만백성에게 회자되었을까.그러나 못살겠으면 갈아보면 된다고 믿을 수 있었던 때는 행복한 시대였다.갈아치운다는 건 요샛말로 하면 개혁이 아니었을까.개혁정부가 들어서고 개혁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국민의 표까지 조작하고 도둑질하던 더러운 시대에도 국민들은 선거에 의해 부패한 정권을 갈아보려는 착하고 정결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매번 좌절하고도 꿈을 버리지 않았고 다음 선거를 기다리곤 했다.정치가들이 저렇게 이합집산과 서로 흠집 내기에 열중하는 걸 보면 선거철이 가깝긴 가까운 것 같은데 저들을 갈아 치우고 새로 맞이하고 싶은 새얼굴이 도대체 떠오르지 않으니 어떡하나. 나처럼 희망을 잃거나 분별력이 시원찮은 사람이 선거에 불참하거나 표를 잘못 찍을까봐 염려해서 누구는 좋은 사람이고 누구는 나쁜 사람이라는 걸 가려주겠다는 친절한 단체까지 생겨나고 있다.고마운 노릇이지만 하도 정치가 혐오스럽다 보니 누가 단체를 만든다고 하면 정치적이 될까봐 경계하는 마음부터 갖게 된다.정치하고는 하등 상관없어 보이는 모임도 어느 정도의 영향력만 생겼다 하면 정해진 수순처럼 정치적으로 변질하고,기어코 진흙탕까지 묻히고 마는 걸 어디 한 두 번 보았나. 그러고 보니 이 난을 맡으면서도 정치얘기는 하지 말자 작심하고 시작했는데 나도 모르게 하고 말았다.아무리 더러워도 피할 수 없는 그 놈의 정치라는 것,그건 이 시대의 질병인가 악몽인가.산뜻하게 깨어날 수 있는 주문 어디 없을까. 소설가˝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노망을 빙자한 한마디/박완서 소설가

    열흘가량 여행을 다녀왔다.여러 번 갔던 나라를 또 가니까 이왕이면 안 가본 나라를 가지 뭣 하러 가본 데를 자꾸 가냐고,식구들도 친지들도 의아해했다.하긴 그랬다.호기심 없이 떠나는 여행은 설레지 않는다.그건 여행의 기쁨의 절반쯤은 미리 잃고 떠나는 셈이니 굉장한 손해다.아무데나 여기 아닌 딴 곳에서 멍청하게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던 차에 마침 나에게 적당한 일정과 편안한 일행을 만나게 되었으니 행선지는 어디라도 상관 없었나 보다.그러나 막상 집을 떠나보면 쉬고 싶어 어디를 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알게 된다.이 세상에 내 집처럼 편한 쉼터가 어디 있겠는가.늙어갈수록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고 적당히 따습고 적당히 딱딱한 내 집 잠자리에 다리 뻗고 눕는 것만큼 완벽한 휴식은 없다.현지의 일기는 불순했고 일행에게 노익장을 과시하고 싶은 객기까지 가세해 나에게는 고단한 여행이었다.겉으로는 재미있어하는 척하면서도 밤이면 친척집에 맡겨진 어린애처럼 우리 집에 갈 날이 몇 밤 남았나,손가락을 꼽아가며 헤아려 보곤 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아무리 즐거운 곳에서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내 집밖에 없다는 진부한 감회와 안도감을 만끽하기도 전에 뭣 하러 텔레비전은 틀었던지.몸에 밴 습관 때문이었을 것이다.마침 뉴스시간이었다.뉴스시간에 제일 먼저 등장해 지지고 볶고 고함치고 삿대질하는 정치하는 사람들과 정치적인 사람들을 보면서 그동안 저 사람들을 안 보는 게 얼마나 달콤한 휴식이었던가를 비로소 깨달았다.다만 며칠이라도 저 사람들을 안 볼 수 있었으니 여행은 역시 좋은 거였다.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었다.아니 달라진 게 있을 수도 있었다.돌을 던지던 사람이 돌을 맞는 사람이 돼 있을 수도,돌을 맞던 사람이 기사회생 돌을 던지는 사람이 돼 있는지도 모른다.내가 눈이 침침하여 그것을 분간 못할 뿐.나는 이제 눈 어둡고 정신도 예전만큼 명징치 못해 누가 옳은 사람이고 누가 옳지 못한 사람인지,누가 거짓말쟁이고 누가 정직한 사람인지,누가 믿을 만한 사람이고 누가 못 믿을 사람인지 분간하지 못한다.그들 스스로는 알까.워낙 서로 진흙탕을 많이 처발라서 내가 누군지 상대방이 누군지도 분간 못하는 게 아닐까.‘저 꼴 보기 싫어 못살겠다.’라고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게 그들의 이전투구는 정말이지 넌더리가 났다. 이나이까지 통과해온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회상해보면 빈곤도 빈곤이지만 정치판도 지금보다 훨씬 더 개판인 적도 많았다.오죽해야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선거구호가 만백성에게 회자되었을까.그러나 못살겠으면 갈아보면 된다고 믿을 수 있었던 때는 행복한 시대였다.갈아치운다는 건 요샛말로 하면 개혁이 아니었을까.개혁정부가 들어서고 개혁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국민의 표까지 조작하고 도둑질하던 더러운 시대에도 국민들은 선거에 의해 부패한 정권을 갈아보려는 착하고 정결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매번 좌절하고도 꿈을 버리지 않았고 다음 선거를 기다리곤 했다.정치가들이 저렇게 이합집산과 서로 흠집 내기에 열중하는 걸 보면 선거철이 가깝긴 가까운 것 같은데 저들을 갈아 치우고 새로 맞이하고 싶은 새얼굴이 도대체 떠오르지 않으니 어떡하나. 나처럼 희망을 잃거나 분별력이 시원찮은 사람이 선거에 불참하거나 표를 잘못 찍을까봐 염려해서 누구는 좋은 사람이고 누구는 나쁜 사람이라는 걸 가려주겠다는 친절한 단체까지 생겨나고 있다.고마운 노릇이지만 하도 정치가 혐오스럽다 보니 누가 단체를 만든다고 하면 정치적이 될까봐 경계하는 마음부터 갖게 된다.정치하고는 하등 상관없어 보이는 모임도 어느 정도의 영향력만 생겼다 하면 정해진 수순처럼 정치적으로 변질하고,기어코 진흙탕까지 묻히고 마는 걸 어디 한 두 번 보았나. 그러고 보니 이 난을 맡으면서도 정치얘기는 하지 말자 작심하고 시작했는데 나도 모르게 하고 말았다.아무리 더러워도 피할 수 없는 그 놈의 정치라는 것,그건 이 시대의 질병인가 악몽인가.산뜻하게 깨어날 수 있는 주문 어디 없을까. 소설가
  • [일요영화]

    ●오발탄(EBS 오후 11시) 60년대 대표적 감독인 유현목 감독의 대표작이자 한국영화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작품. 김진규·최무룡·문정숙 주연.한국 전쟁 직후 1950년대의 불안한 시대상을 탁월한 리얼리즘의 시각으로 조명한 문제작.상영 한달만에 반사회적이고 내용이 어둡다는 이유로 1년 이상 상영이 중지됐다. 가난한 계리사로 한 집안의 가장인 철호는 정신착란증을 앓고 있는 노모를 모시고 산다.양쪽에 난 사랑니로 치통을 앓는 그는 충치 뽑을 여유도 없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간다.그의 아내는 만삭의 몸으로 생활의 고단함에 찌들려 산다.전쟁에서 부상당한 남동생 영호는 상이 군인들과 어울리며 울분을 삭인다.그의 여동생은 밤마다 몸을 팔기 위해 거리로 나가며,막내는 빈곤을 견디지 못해 신문팔이로 나선다. 절망에 빠진 영호는 권총을 구해 은행을 털다 경찰에 붙잡히고 철호의 아내는 출산 중에 사망한다.치통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철호는 치과에서 앓던 이를 뽑고 택시에 몸을 싣지만 막상 갈 곳이 없다.그는 완전히 방향감각을 잃은 오발탄이다. 이영표기자 tomcat@ ●보일러 룸(KBS1 오후 11시25분) 미국 월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사기 투자 수법으로 막대한 이익을 남기는 사기 브로커 조직에 들어간 젊은이를 그렸다.‘보일러 룸’은 사기 브로커 조직을 가리키는 은어.불법 카지노를 운영하는 19살 세스.어느날 카지노 고객의 소개로 주식 중개 회사인 제이티 말린사에 취업하게 된다.제이티 말린사는 ‘보일러 룸’.전화로 고객을 구워삶는 데 소질을 보인 세스는 한번 주식중개에 성공하자 맹렬히 실력을 발휘하고 큰 돈을 만지기 시작한다.동시에 보일러 룸의 어두운 면을 알아가는데…. ●투캅스3(SBS 오후11시55분) 김보성,권민중 주연.어느덧 고참이 돼 새로운 파트너를 맞게된 이형사.신참 최형사는 이형사처럼 경찰학교를 수석 졸업한 여형사다.이형사는 최형사가 여자라며 험한 일에서 빼주려 하지만 최형사는 고참의 배려를 무시하고 현장으로 뛰어든다.이형사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최형사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최형사는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을 푸대접하는 이형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그러던 중 그들에게 범인 검거를 위해 잠복근무를 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 [씨줄날줄] 빌 게이츠 유산

    ‘지구의 자원은 모든 사람의 필요를 위해서는 충분하지만 소수의 탐욕을 위해서는 부족하다.’ 간디는 물질적 풍요가 넘쳐나고 있는 현대에도 많은 민중을 빈곤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는 부의 편중 문제를 이렇게 표현했다.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자본주의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원리 자체의 효율성과 함께 그의 모순을 메워 주는 민주주의적 장치들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세계 최고의 부호 빌 게이츠의 유산 상속 발언은 이런 장치를 재삼 되돌아 보게 만든다. 빌 게이츠는 한 인터뷰에서 세 자녀에게 1000만달러만 물려주고 나머지 재산은 자선사업에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1000만달러는 그의 전 재산 460억 달러의 0.02%에 불과하다.그는 이미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한 상태.그는 “아이들의 인생과 잠재력은 출생과 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이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자기 자녀에 대해 자수성가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과 세상의 다른 아이들에게도 기회 균등의 환경을 마련해 주겠다는 것이다.그는“재산을 모은 이들은 불평등 해소를 위해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발견하길 바란다.”며 구체적으로 교육을 통한 사회 불평등 해소에 자신의 재산을 투입할 뜻을 분명히 했다. 빌 게이츠의 아버지 빌 게이츠 1세는 일찍이 상속세 폐지 반대운동을 통해 부의 사회환원 정신을 알린 바 있다.그는 “아들에게 큰돈을 물려줬다면 오늘의 빌 게이츠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운동에 앞장섰다.이제 아들 빌 게이츠는 부의 사회환원과 함께 어린이를 위한 교육 기회 확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부의 세습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핵심적 장치인 사회환원과 교육기회 확대를 모두 실천해 보이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학교 연구팀이 내놓은 서울대 입학생 학부모의 소득 및 교육 정도 분석자료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 현상 해소에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인데도 어떻게 된 건지 돌아가는 논의는 소외 계층의 배제 논리에 가깝다.빌 게이츠의 유산 발언을 보면서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되는 또 다른 이유이다.함께 사는 철학을 갖춘성숙한 자본주의는 우리 사회에는 시기상조인 것일까. 신연숙 논설위원
  • 경기, 빈곤층 식료품비 지원

    경기도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도내 차상위 계층 가정에 가구당 매월 최저 14만원의 식료품비를 최대 6개월동안 지원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도는 현재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월평균 소득으로 사실상 빈곤층에 해당하지만 부양의무자의 재산기준 초과,승용차 보유 등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가정이 모두 4200여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이에 따라 도는 이들 가정의 생활안정을 돕고,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한시적으로 식료품비 수준의 생계비를 지원키로 했다. 지원액은 1인 가구의 경우 월 14만 9800원,2인 가구 24만 8200원,5인 가구 48만 8200원,6인 가구 55만 900원 등이다.7인 가구 이상은 가구원이 1명 늘어날 때마다 6만 2700원씩 추가 지원한다. 지원 기간은 3개월이지만,1차례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대 6개월까지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다.일선 시·군이 관내 주민을 대상으로 생활실태를 조사한 뒤 지원자를 선정한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
  • “정치개혁·일자리 창출 총력”정동영 우리당의장… 盧대통령 입당땐 주례회동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15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가진 내·외신 합동 기자회견에서 정치개혁과 일자리 창출에 진력할 것임을 선언했다.“민생과 경제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한 노무현 대통령의 전날 연두 기자회견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향후 당·청 관계가 더욱 긴밀해질 전망이다. 그는 “노 대통령이 입당하면 주례회동을 갖고 그 자리에서 과감히 정책적 건의사항과 쓴 소리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도 “대통령에 대한 쓴 소리는 여당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는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정 의장과 김혁규 지명직 상임위원을 포함한 6명의 상임중앙위원들은 18일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만찬을 하며 당·정 관계 조율에 나선다. 정 의장은 이날 정치개혁과 관련한 구체적 대안도 제시했다. 지난 11일 자신이 제안한 1대1 TV 토론을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거부한 데 대해 “4당이 참여하는 1대3 토론도 가능하다.”며 토론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선거관계법 협상과 관련해서는 “지역구 의원정수 문제는 뒤로 돌리더라도 나머지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 안을 패키지로 몽땅 받을 것을 최 대표에게 제안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깎아내리는 발언도 했다.“우리당과의 정체성 경쟁에서 탈락했다.”면서 “민주당은 정치개혁법 협상 과정에서 개악으로 몰아간 한·민·자 동맹을 즉각 탈퇴하고 우리당과 공조하자.”고 꼬집었다. 민생회복을 위한 ‘경제정당’을 표방한 그는 실업해소 의지도 강하게 보였다. 이를 위해 경총,전경련,민노총,한국노총,대학총장,여야 4당 대표,시민사회 대표,경제부처 각료 등이 참석하는 ‘범국민적 실업극복을 위한 대책기구’ 발족을 제안했다.또 “현재 정부의 ‘청년 인턴 및 연수제도’를 2003년 5만명 900억원 수준에서 올해는 10만명 2000억원 수준으로 2배 이상 확대하고 이공계 청년층 채용을 확대하는 고용창출 우수기업에 대한 정부의 조세지원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투자기관과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이공계 중심의 신규채용을 늘리는 방안도 제시했다.당 차원에서는 전(全) 당원 ‘1일 민생봉사’나 ‘빈곤층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한편 김근태 원내대표와 정세균 정책위의장,남궁석 의원 등은 정 의장의 기자회견 직후 ‘청년 실업해소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교육·노동부 등과 갖고 구체적인 대안마련에 나섰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열린세상] 성찰적인 헤어짐의 제도

    지난해 12월 말,2002년 한국 사회의 총 결혼 건수에 대한 이혼 건수의 비율이 47.4%이며,이는 세계 3위 수준이라는 내용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게다가 보건복지부와 관련된 이 보고서는 조만간에 세계 최고의 ‘이혼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 통계 수치는 매우 ‘심각한 것’임을 지적했다고 한다. 이 통계나 순위가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없지 않지만,최근 이혼 비율의 급증을 강조하려는 취지라는 점을 감안해서 받아들인다 해도,나로서는 이 ‘심각하다’는 표현은 좀처럼 공감하기가 어렵다. 도대체 무엇이 심각하다는 것일까? 이혼율이 세계 1위라는 것이 부끄럽다는 뜻인가.방송이나 신문 기사들을 검색해 보니 그런 투로 해석한 경우가 적지 않은 듯하다.또 네티즌의 반응 가운데는 그런 이해가 꽤 많았다. 이혼율 급증은 보고서도 암시하고 있듯이 최근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인한 ‘신빈곤화’의 특징적인 양상의 하나다.실제로 저소득계층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복지 관련 활동가의 증언에 따르면,이곳에서의 가족해체는 상당히진척되었음을 보여준다.또 극빈층은 아니더라도 경제적 위기가 부부관계에 부정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양상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세계화의 구조적 변동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증명해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편 지난해 5월에 있었던 이혼에 관한 한 여론 조사를 보면 이혼에 관한 여성과 남성의 태도에 있어서 여성이 훨씬 적극적이었다.이것은 더 이상 여성이 ‘참는 존재’로,가족을 위해 ‘희생당하는 존재’로 남아 있으려 하지 않는,즉 여성이 자신을 주체로 인식하는 태도와 이혼율의 상승이 서로 비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요컨대 이러한 사실들은 최근 이혼율의 급증은 결코 개개인의 선택의 문제만은 아닌,사회적 변동과 밀접히 관련된 사안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데 이혼율이 세계 1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는 태도는 이러한 배후 과정을 간과하게 한다.그보다는 개인의 ‘섣부른 선택’이 가족의 해체를 가져온다는 점을 은연중 강조한다. 이 보고서가 제출되기 한 달쯤 전,보건복지부는 이른바 ‘충동 이혼’을 억제하기 위해 민법 혹은 건전가정육성기본법을 개정하여 ‘이혼 숙려기간’ 도입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그리고 각종 여론 조사는 예외 없이 이 방안이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혼율 급증을 막는 것이 ‘삶의 질’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와 국민 대다수의 공감대라는 얘기다.즉 개인의 섣부른 선택에 따른 이혼이 가족 해체를 가져오는 주된 이유이고,이것이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이 우리 사회의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물론 이는 이혼율 증가의 원인보다는 이혼 자체가 문제라는 선험적 판단을 전제한다. 한데 위에서 말한 것처럼,최근의 구조의 변동과 사회적 주체화 양상의 변화 과정에서 한국의 가족은 더 이상 전통적인 인간관계의 붕괴 추세의 안전구역이 아니다. 이러한 이혼의 광범위한 증가는 한국 사회의 가족 시스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그것은 이혼을 억제하여 가족 해체를 막아보려는 시도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보다 삶의질의 문제는 성찰적인 만남만큼이나 ‘성찰적인 헤어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제도 속에 반영할 때 진정 모색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우리 사회에서 부부가 헤어지면 남만 못하다고 하는 통설이 있다.그것은 우리 사회의 헤어짐의 제도가 그만큼 성찰적이지 못하다는 증거다. 재산분할 문제,자녀 문제,이혼 여·남의 취업 및 기타 사회적 관계 문제 등등,끊임없이 헤어진 상대방을 원망하고 증오하게 하는 요소들이 우리 주위에 널려 있다.그렇다면 보건복지부가 삶의 질을 위해 이혼율 급증을 우려한다면,국민의 일상화된 편견을 거슬러서 성숙한 헤어짐의 제도화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진호 목사 당대비평 주간
  • [씨줄날줄] 사회협약

    새해 들어 경제분야에서 가장 빈번하게 인용되는 화두는 ‘고용없는 성장’이다.세계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우리 경제도 모처럼 기지개를 켜겠지만 취업시장에는 한파가 여전할 것이라는 뜻이다.5가구 중 1가구의 가장이 실직상태이고,청년 4명 중 1명이 백수인 점을 감안하면 실로 섬뜩한 전망이 아닐 수 없다. 외환위기 때에는 그래도 ‘나홀로 불행’이 아니라는 자기변명이라도 있었지만 남들은 풍악을 울리는데 홀로 끼니 걱정을 해야 한다면 상대적인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흔히 농담삼아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배아픈 것은 못 참는다.’고 말하지만 실직자나 빈곤층에 올 한해는 배도 고프고 배도 아픈 최악의 해가 될 것 같다. 이를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듯 ‘지난해 일자리가 4만개나 줄었다.’는 한국은행의 보고서가 연초 분위기를 우울하게 만들더니,경제성장률 대비 취업자 증가율을 나타내는 고용탄성치도 외환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또 생산액 10억원당 일자리 수가 10년 사이에 절반으로 줄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동자들은 악착같이 일자리 지키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나라 정규직 노동자들의 철밥통 강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가운데 6번째라지만 노동자들의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우리의 전투적 노사관계도 이러한 토양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용시장이 가장 유연하다는 미국에서도 실직한 뒤 재취업하면 평균임금이 70% 수준으로 떨어진다는데 사회안전망이 극히 부실한 우리의 경우에는 ‘사회적 사망선고’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들고 나온 것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 협약 추진이다.네덜란드나 아일랜드처럼 노동계는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고용 유연화를 받아들이는 대신 기업은 고용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신사협정을 맺자는 것이다.하지만 신뢰와 협약 문화가 없는 상태에서 남에게서 빌려온 아이디어가 뿌리를 내리게 될지 의문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허울뿐인 협약에 집착하기보다는 기왕에 있는 규정이나마 제대로 지키는 ‘법과 원칙’의 일관된고수가 더 시급한 게 아닐까. 우득정 논설위원
  • [열린세상] 북핵, 한국의 선택

    새해가 되었지만,핵문제를 둘러싼 정세는 희망과 거리가 있다.어쩌면 2004년은 분단 이후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다.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북한과 미국의 핵문제를 바로 보는 엇갈린 시각에 대한 판단 때문이다.미국 민간 대표단이 북한 핵 시설을 보고 왔다.이후의 사태 전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매번 반복되고 있지만,2002년 10월 켈리 특사가 방북을 한 이후 벌어졌던 상황이 재연될 것이다. 북한은 핵 억지력의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에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그렇지만 미국은 북한의 협상의지를 읽을 생각이 없다.북한 정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재확인할 뿐이다.일부 사람들은 북한의 핵 능력 실체가 미국으로 하여금 협상을 수용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오히려 정반대가 될 수 있다. 북한이 대면하고 있는 미국은 과거와 다르다.부시 행정부에서 협상을 통해서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소수다.국무부의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봉쇄정책이나 군사적 압력의 동원이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는최선이라고 생각한다.리비아의 무장해제나 이란의 외교적 해결 역시 이들은 ‘협상의 과정’을 주목 하기보다 ‘강경정책의 효과’에 만족한다.동북아 정세를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부시행정부는 중국의 역할을 기대한다.무역현안과 대만문제를 양보하고,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중국에 주문하고 있다.중국은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과연 미국과 북한이라는 양자택일의 상황이 되면 어떤 선택을 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북핵 해결의 길은 미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결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동결,검증,폐기의 과정은 상호신뢰를 전제로 한다.설령 미국이 동결 단계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2차 6자회담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대북 불신을 고려하면,이후 협상의 발전과정을 장담하기 어렵다. 교착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이제 한국이 선택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우리는 지난 1년간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관리해 왔다.그렇지만 남북경제협력은 이제 준비단계에서 실행단계로 전환되고 있다.다양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고,경의선 연결 공사도 완공 시점에 와 있다.개성공단의 착공도 눈앞에 있다.준비단계는 교착 국면에서도 병행 가능하지만,실행 단계는 그렇지 못하다.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은 지난 1년간 부시행정부의 호의적 태도 변화에 모든 것을 걸어 왔다.성과는 없고,한국의 발언권은 시간이 지날수록 축소되고 있다.앞으로도 제대로 된 협상의 기회를 만들지 못한 채,귀중한 시간을 소진할 것인가? 이제 미국 내에서 협상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1998년 북한의 대포동 발사로 조성된 위기가 페리 프로세스로 전환된 것은 무엇 때문인가? 미국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한국의 적극적인 외교가 있었다.한국이 움직이지 않으면,미국의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정책의 빈곤상황에서 ‘외교적 상상력’을 발휘하라는 것은 과도한 주문이지만,미국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제 한국이 무엇인가를 해야 할 때가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남북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그동안 장관급 회담에서 지속적인 북한의 변화를 촉구해 왔지만,그 수준으로 안 된다.북한 최고위층의 핵 포기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회담이 필요하며,핵 포기의 대가로 새로운 발전 전략의 전환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 한국의 보장 방안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탈냉전이후 남북한과 미국의 삼각관계에서 한국의 움직임이 북·미 교착을 돌파하는 중요한 계기였다.이제 한국이 나서야 할 때가 왔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硏
  • [열린세상] 나라를 망치는 ‘4가지 病’

    후한(後漢) 말의 석학 순열(荀悅)은 그의 저서 신감(申鑑)에서 당시 자기 나라에는 4가지의 병이 깊어졌다고 개탄했다.그 4가지의 병이란 僞·私·放·奢라는 사환(四患)이다.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병이 현재 우리나라의 온 천지에 창궐하고 있다는 것이다.지금의 우리가 걸려있는 사환의 증상을 살펴보자. 첫째,우리의 정치는 거짓이 가득한 위(僞)라는 중병을 앓고 있다.선거를 보면 그것은 거짓의 결정체로 응어리진 종기 자국과도 같다.정치가는 어제 한 발표를 하루사이에 번복하면서도 이제는 거짓으로라도 그 이유조차 말하지 않는다.함부로 내건 공약 때문에 엄청난 국력을 낭비하게 해놓고는 ‘뭐 그런 거지’하면서 오히려 국민을 힐난하고 있다. 둘째,국가와 사회라는 공동체는 잊어버리고 내 몫만 챙기려는 사(私)라는 병도 골이 깊다.도자기를 구우려면 가마를 구워야 하는데,가마는 깨면서 내 도자기만 챙기려 하고 있다.조직의 존폐를 염두에 두지 않는 노동운동,자기 주머니만 챙기는 경영자,기관의 안일만 고집하는 공무원이 늘어나고 있다.주민의협동심과 연대감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빚어내고 있는 도시도 하나 없다. 셋째,방(放)이라는 병균도 이미 깊게 퍼져있다.민주주의라는 이름에 편승하여 법제도와 원칙을 무시하고 ‘떼법’을 앞세우는 무법방종이 난무하고 있다.무례한 행동을 용기로 착각하고,정직을 가장하여 남의 아픈 곳만 들추어내는 사람도 늘고 있다.의무는 외면하고 권리만 주장하는 조직구성원,극한 대립을 앞세우는 시민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넷째,사(奢)병 또한 온 나라를 삼킬 것만 같다.분수에 넘치는 소비로 400만이 넘는 국민이 신용불량자가 되었다.외상값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인구가 이처럼 많기는 처음이다.그러나 더욱 문제는 상실된 자신의 정체성을 패션이나 상품의 소비로 표현하려고 하는 삶의 모습이다.이처럼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위기의 근원은 정신적 빈곤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정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를 둘러싼 세계 정세는 급격히 변하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그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가.공자는 자신에게 나라(衛)를 맡겨 다스리게 한다면 우선 먼저 “이름부터 바로잡겠다.”고 했다.당시 아버지는 아버지답지 못하고 자식은 자식답지 못하여 서로가 남 탓만 하고 있는 위나라를 구제하는 길이 왜 이름부터 바로잡는 것이었을까.이름을 바로잡겠다는 말은 개념과 역할을 분명히 하여 각자의 근본 소임을 다하도록 하겠다는 말이었다. 공자는 문제의 근원은 ‘잘못된 개념’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했다.말과 실제가 서로 맞지 않으면 하려는 일을 이룰 수가 없다는 것이다.공자의 시대만이 아니라 오늘날 인간사회나 정치의 세계가 점점 더 험악해지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 모두가 ‘잘 산다’는 개념과 역할의 혼동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닐까. 근본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좋은 정치와 국민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정치를 구경거리로만 보고 있다가 남의 일처럼 비난만 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내 간판만 잘 보이면 된다며 살고 있는 ‘나뿐인 사람’의 도시에서 ‘나쁜 사람’이 되어 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도리(理)는 접어두고 권리(利)의 발톱만 세운 결과 붕괴하는 경제의 실상도 보아야 한다.방종은 오히려 여유 속에서 자행된다는 점에서 작은 여유도 감당하지 못하는 자신의 작음을 보아야 한다.자신의 문화가 없는 사람일수록 돈으로 물질을 사서 허전함을 메우려는 행동이 사치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을 아는 한 더 이상 비탄에 빠질 필요는 없다.새로운 시대의 탄생에는 아픔이 따른다.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역사의 고개를 넘는 길을 잘못 선택한다면 우리가 아무리 아픔을 감내한다고 해도 절망의 계곡으로 빠진다.본체가 넘어져 있는데 그 부속품만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제의 근본을 다스려야 한다. 강형기 충북대 교수 한국지방자치학 회장
  • [사설] 빈곤층 복지 대책 보완해야

    빈곤층에 대한 복지 정책이 성장정책에 우선하느냐 뒤지느냐는 논란은 이제 부질없어 보인다.국내 5가구중 1가구는 돈버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백수가정’이며 가장이 실직한 가구중 3분의1은 소득이 최저 생계비(4인 가족 92만원선)에 못 미치는 절대 빈곤층이란 한국개발연구원(KDI)보고서를 볼 때 복지 정책은 이제 한국 사회의 ‘필수과제’로 삼아 추진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KDI보고서는 2000년과 이전 상황을 비교 분석한 것으로 그후 경기침체와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빈곤 문제가 한층 심화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복지 정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실 아직도 가난의 책임을 개인에게 물어야 한다는 논지를 펴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국가가 이들을 ‘나 몰라라’할 수는 없다.늘어나는 빈곤층은 사회 불안 요소가 되며 결국 사회의 부담이 되는 점에서 미리 손쓰는 ‘예방적인’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해처럼 올해에도 경제는 성장하나 일자리가 늘지 않는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복지 정책은 성장정책과 별도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다만 현재의 한정된 재원을 고려할 때 무작정 복지 예산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다.무엇보다 실업자로 전락하면서 빈곤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는 정책이 요구된다.정부는 실업수당을 늘리는 것과 함께 빈곤층이 일자리를 통해 가난을 극복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과 교대 근무제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추진해 봄직하다.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무허가 시설에 거주해 주민등록이 불가능한 주민 또는 장성한 자녀가 주민등록에 올라있는 부모 등이 복지혜택에서 제외되는 문제점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복지 예산이 과연 제대로 집행되고 있으며 새는 부분은 없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 ‘실직 가구’ 37% 절대빈곤층

    가장(家長)이 실직한 집 가운데 3곳 중 1곳은 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절대 빈곤층인 것으로 드러났다.‘나홀로 가구’의 절대빈곤층 비중도 일반 가구에 비해 매우 높았다.실업률 급증과 고령화·핵가족화 진전에 따른 결과다.따라서 정부가 ‘성장이냐 분배냐’의 소모적 논쟁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유경준 연구위원은 6일 ‘소득분배의 국제비교를 통한 복지정책의 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고실업·고령화·핵가족화가 주요인 가장이 무직인 가구 가운데 절대빈곤층 비중은 1996년 28%에서 2000년 37%로 껑충 뛰었다.10가구중 3.7가구는 가처분소득(일반소득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 부담금과 세금을 뺀 소득)이 최저생계비(4인 가족 기준 92만 8398원)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일반가구는 10가구당 1곳(11.5%)이 절대빈곤층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경기침체에 따른 실업률 증가가 절대빈곤층양산에 직격탄을 쐈다는 의미다.사회보장 제도가 열악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나홀로 가구’의 절대빈곤층 비중도 22.9%로 4인 가족(7.2%)의 3배를 넘었다. 유 연구위원은 “절대빈곤층이 외환위기 이후 2배 가까이 늘었는데 특히 실직 가장 가구,나홀로 가구의 절대빈곤층 급증이 두드러진다.”면서 고(高)실업,고령화,핵가족화가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선진 외국에 비해 소득 재분배 기능이 떨어지는 우리나라 조세제도와 2008년께나 본궤도에 오르는 사회복지 제도도 한몫했다. ●“정부,先성장-先분배 소모적 논쟁 탈피해야” 유 연구위원은 “386세대들이 대거 포진했던 참여정부 초기의 시행착오는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성장이 먼저냐,분배가 먼저냐의 불필요한 논쟁에 매달린 것”이라면서 “정부가 뒤늦게나마 일자리 창출로 방향을 튼 것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성장이든 분배든 출발점은 ‘탈(脫) 빈곤’이라는 것이다.그는 그러나 “인턴사원 제도 등 효과가 의심스러운 실업해소 단골정책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좀 더실질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으로 삼고있는 서비스업 육성도 제조업과의 병행 없이는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미현기자 hyun@
  • 저소득층 일반기업 인턴 확대 일당 2만5000원 정부서 지급

    올 1월부터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이 일반 기업체나 이·미용실 등에서 인턴 직원으로 근무하면 정부가 일당 2만 5000원을 대신 지급한다. 보건복지부는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올해 종합자활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차상위계층 1만명을 자활사업 대상자로 추가해 자활사업 참여 인원을 5만명으로 늘리는 게 골자다. 자활사업에 참여해 발생한 수익금중 12분의 1을 매달 적립,창업 자금으로 활용토록 하는 자립준비적립금제도 도입한다. 자활근로사업 유형을 현재의 취로형 및 업그레이드형의 2단계에서 근로유지형,사회적 일자리형,인턴형,시장 진입형 등으로 다양화하고 일당 2만∼2만 8000원을 지급키로 했다. 특히 복지부는 빈곤층의 근로활동 참여 유도를 위해 근로소득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국고에서 그 부족분을 일부 지원하되 근로참여도가 높을 경우 지원액을 확대하는 미국식 EITC(근로소득보전세제) 제도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오는 4월까지 자활사업 대상자에 대한 전면 실태조사를 실시,근로유인 강화를위한 보충급여체계 도입,자활사업 참여 대상자 확대 및 관리 강화 등 자활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김성수기자 sskim@
  • 김상태 ‘사랑의‘ 홍보대사

    ‘노통장’으로 인기를 끈 개그맨 김상태(사진)가 ‘사랑의 책가방 보내기’운동의 홍보대사로 위촉된다. ‘청소년 1% 희망클럽’과 CBS 가 공동 기획한 ‘사랑의…’는 빈곤 가정 청소년들의 교육을 돕는 운동.어려운 환경에 있는 청소년 100명에게 수업료와 생활비를 지원한다. 내년 1월6일 위촉장을 받는 김상태는 “가난으로 배움을 포기하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고,이들을 위한 나눔운동을 확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 “희망이 안보여…”/하루16시간 노동 40대도… 100만원 못갚아… 생계형자살 올 676건

    지난 27일 저녁 서울 상계동의 40대 가장이 집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은 사실이 29일 뒤늦게 밝혀졌다.유서는 없었다. 부인에게 “희망이 없고 막막하다.죽고 싶다.”는 말을 남긴 게 전부였다. 숨진 최영찬(40·가명)씨는 ‘투잡스족’이었다.새벽엔 신문배달원,낮에는 전자제품 출장기사로 쉴 틈 없이 일했다. ●어느 40대 투잡스족의 죽음 동료들은 그에게 “돈 독이 올랐다.”고 놀렸다.하지만 최씨에게 두 개의 직업은 ‘선택’이 아닌 ‘강요’였다.하루 16시간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150여만원의 월급은 고스란히 은행빚을 갚는 데 들어갔다. 그는 6년전까지 서울에서 작은 전자제품 상점을 운영하던 ‘사장님’이었다.간호사로 일하는 부인의 수입까지 더하면 단란한 네 식구 살림을 꾸려가기엔 부족함이 없었다.하지만 지난 97년 찾아온 외환위기로 가게가 넘어갔다.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13평 반지하 방으로 옮겼다.어떻게든 빚은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투잡스족’이 됐다.하지만 은행빚 5500만원은 끝내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다.영안실에서만난 부인 김모(38)씨는 “3년만 더 노력하면 빚도 갚고 재출발할 수 있다더니…”라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빈곤의 덫…탈출구가 없다 빈곤을 비관한 ‘생계형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생계비관형 자살은 676건.지난해 1년 동안 집계된 600건을 훨씬 넘어섰다. 29일 오전에는 대리운전사 한모(27)씨가 빚독촉을 견디다 못해 서울 중구 소공동 원구단 공원에 있는 나뭇가지에 목을 맸다.한씨가 남긴 유서에는 “빚 100만원을 빨리 갚으라는 사채업자의 전화 때문에 정상적 생활이 힘들다.”고 적혀 있었다. 앞서 지난달 9일에는 카드빚 독촉에 시달리던 실직자 김모(46)씨가 여의도 대로변 승용차 안에서 극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었다.3개월전 직장을 잃은 김씨는 카드빚 1200만원을 갚을 길이 없어 고민해오다 자살을 선택했다. ●“절망과 분노가 자살 부른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악화된 빈부격차와 이에 따른 빈곤층의 박탈감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한다.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외환위기 당시만 해도 모두가 고통을 겪었고,처음이니까 차차 나아질 것이란 희망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위기극복의 열매가 소수의 상류층에만 집중되고 나머지 계층은 경제사정이 오히려 악화되면서 박탈감과 절망감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근로자의 소득불균등 정도를 나타내는 ‘임금소득 지니계수’도 계층간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달 발표된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올해 6∼8월 평균 임금소득에 대한 지니계수는 0.329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0.319보다 크게 높아졌다.이는 지난 99년 통계청이 임금소득에 대한 지니계수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지니계수는 값이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낮다는 것을 뜻한다. 가톨릭대 심리학과 정남운 교수는 “생계형 자살은 개인이 느끼는 좌절감과 분노를 표출하는 사회적 행위”라면서 “사회 내부적으로 갈등의 요소를 증가시키고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하는 등 파괴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세영 유지혜기자 sylee@
  • [CEO 칼럼] ‘나눔의 美學’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TV 모니터 한 쪽에는 불우이웃돕기 모금을 알리는 자막이 흐른다.특히 올해는 대구지하철 참사와 태풍 매미 등 각종 재난으로 모금행사가 유난히 자주 열렸던 것 같다. 최근 들어 모금방식이 전화 ARS로 바뀌어 번거로움이 많이 줄긴 했지만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적잖은 아쉬움이 남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때보다 더 얼어붙은 경기 탓에 올해 불우이웃은 더 늘어난 반면 베풀고 나누는 자선의 손길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400만명에 가까운 신용불량자와 체임근로자,실직가장과 그 가족,급증하는 청년 실업자들은 우리 모두가 보듬어야 할 이웃들이다.특히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소득에 생계를 의존하는 절대빈곤층이 도시 가구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나마 세밑 자선 시즌이 지나면 소년소녀가장과 무의탁노인 등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남겨질 쓸쓸함이 더욱 필자의 가슴을 무겁게 한다.우리는 지금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여러 묘안을 짜내고 있지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나눔은 너무나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그래서인지 며칠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묵묵히 나눔을 실천해 온 한 여성의 미담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다.지난 12년 동안 서울 난곡동 철거지역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며 60여명의 결식 아동들에게 내 아이라는 생각으로 공부방과 따뜻한 식사를 제공했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렇다.나눔의 미학이란 거창한 기부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능력을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베푸는 작은 배려에서 비롯된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처럼 나눔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다.나눔은 우리를 낳아 준 사회에 대한 신성한 의무를 다하는 것일 뿐이다. 매년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기업들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고 국민들도 형편껏 성금을 낸다.사회단체 역시 성금을 모으고 자선활동을 주도하지만,어려운 이웃들을 챙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더욱이 기부문화가 정착된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시민의기부 참여율이 90%인 데 반해 우리는 10%를 채 넘지 못한다고 하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처럼 무슨 재난이나 사건이 있을 때만 반짝 모금운동을 펼칠 것이 아니라 민·관이 힘을 합쳐 상시적인 ‘도네이션’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면 뜻있는 많은 이들의 자발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아름다운 재단’이나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비롯해 각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자원봉사 프로그램들은 기부자와 자원봉사자들의 참여와 보람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뜻깊다. 어려울 때일수록 다함께 힘을 합쳐 국난을 슬기롭게 헤쳐왔던 우리 조상들의 상부상조의 아름다운 전통을 되살려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대가를 바라지 않는 참여와 아낌없이 나누어 줄 수 있는 진정한 봉사로 추운 올겨울에 모든 이들의 가슴에 훈훈한 ‘화롯불’이 지펴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 태 용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사장
  • [사설] 신임 부총리, 교육현실 직시하라

    교육개혁을 국정 10대 과제로 제시했던 참여정부가 두번째 교육 부총리를 임명했다.전임 부총리가 임기를 함께하겠다던 대통령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9개월 만에 물러난 것은 그동안 교육개혁 작업이 낙제점이었기 때문일 것이다.교육의 문제가 워낙 복잡하기도 하지만 교육 수장의 교육현실에 대한 깊은 인식이 부족했다.한국 교육을 어떻게 이끌어가겠다는 비전도 빈곤해 보였다.결국 오늘날의 교육 문제에도 불구하고 교육정책을 독과점하고 있는 ‘교육 권력’의 벽을 뚫지 못했다. 신임 교육 부총리는 먼저 교육 현실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신임 부총리 임명에 때맞춰 교육부가 발표한 ‘2002년 학업성취도’를 보면 전국 고교 1년생의 10%는 기초학력 미달자다.정부가 전면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읍·면지역은 25%의 학생이 뭐가 뭔지를 모르고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한다.한국 교육이 싫어 조국을 떠나는 교육이민이 꼬리를 물더니 해외 유학생이 15만 9903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한해 사교육비가 16조 6000억원으로 교육예산의 54.8%에 이른다. 신임 부총리는 교육을 치유할 처방을 내놔야 한다.학생들에게 기초학력조차 길러주지 못하는 학교 수업을 정상화시킬 특단의 방안이 있어야 한다.수업 시간이 학생들이 잠자는 시간이 아니라 교사와 공부하는 시간으로 바뀌어야 한다.도탄에 빠진 공교육을 하루빨리 정상화시켜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 주어야 한다.해외로 떠나는 교육 이민도 말려야 한다.무엇보다도 ‘교육 권력’의 달콤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불거진 교육문제는 예외적인 사안이라는 감언이설을 알아 차려야 한다.앞으로 교육정책은 ‘안정속의 개혁’이 아니라 ‘개혁속의 안정’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한다.
  • 올해만 27명 어린목숨이…자식을 죽이는 사회

    어린 생명들이 다른 사람도 아닌 부모의 손에 목숨을 뺏기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주로 빚에 찌들린 부모들이 ‘아이의 불행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일을 저지르고 있다.전문가들은 자녀를 소유물이나 분신으로 생각하는 부모의 왜곡된 가족관,예방·보호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이같은 현상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상담창구조차 없는 사회 자녀 살해 사건의 이면에는 사회에서 버림받거나 신용불량자로 몰린 ‘신빈곤’의 문제가 있다.카드 빚과 사채가 계속 불어나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면 최후의 극단적 선택을 한다.일을 저지르기까지 개인과 가족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고민을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는 상담 창구조차 없다는 데 심각성이 크다.개인파산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빚에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 지난 19일 발생한 ‘남매 한강투기’ 사건에 앞서 7월에는 인천에서 30대 주부가 카드빚에 시달리다 세 자녀와 함께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고,9월에는 전주에서 생활고를 비관한 가장이 아내,세 자녀와 함께 차에 불을 질러 5명 모두 숨졌다.지난 3일에는 70대 할머니가 아들의 생활고를 덜어주겠다며 손녀를 살해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올해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거나 동반 자살한 사건은 모두 20건으로 27명의 어린이가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귀한 생명을 잃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49) 교수는 “제대로 돼있지 않은 정부의 복지체계가 생계비와 양육비 부담을 부르고,자녀 살해라는 극단의 결과까지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올해 27명 어린 목숨 부모 손에 사라져 부모의 자녀 살해는 미래에 대한 극단적인 비관이 부르는 일종의 ‘정신파괴’다.서울대 사회학과 서이종(42) 교수는 “미래가 없고 원칙이 뒤집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 합의된 룰을 가지고 정진하기보다는 심리적으로 좌절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부모’라는 역할을 성숙하게 해낼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중앙대 의대 필동병원 정신과 기백석(51) 교수는 “남매를한강에 투기한 사건에서 보듯 정신지체가 100% 사고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면서 “자녀를 양육할 준비가 되지 않은 미성숙한 가치관이 화를 불렀다.”고 말했다. ●비정한 아버지 구속 서울 용산경찰서는 21일 카드빚에 쪼들려 두 자녀를 한강에 던져 숨지게 한 이모(24)씨를 살인혐의로 구속했다.이씨는 이날 오전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받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동작대교 위에서 계획적으로 벌인 짓을 모두 인정한다.”면서 “순간적인 판단 잘못으로 아이들을 숨지게 한 것을 무척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20일 오전부터 동작대교 일대 물밑을 수색해 이씨가 두 자녀를 던진 지점에서 하류 쪽으로 20여m 떨어진 물속에서 시신을 모두 찾아냈다.모두 티셔츠 차림으로 두 팔을 조금 굽혀 앞으로 내민 채 몸이 얼어 있었다. 이영표 이유종기자 tomcat@
  • “북한 건설적으로 포용을”동아시아포럼 참석 마하티르 前 말聯총리

    아시아의 ‘쓴소리’ 모하마드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16일 한국 기자들과 만나 미국 등 서구 강대국 주도의 안보 정책과 시장개방 정책에 대해 예의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동아시아포럼(EAF) 창립총회 참석차 방한한 마하티르 총리는 “건설적인 포용정책으로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말했다.마하티르 총리는 또 “일률적인 세계화는 공평한 개방이 아니며 빈곤 국가도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세계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시아적 가치’의 수호자로 불리고 있는데. -‘아시아적 가치’는 2차대전 후 아시아의 경제성장과 산업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97∼98년 이 지역 금융 위기는 ‘아시아적 가치’로 생긴 게 아니라 ‘탐욕’이라는 서구적 가치 때문이다. 서구적 가치는 생산 자체보다 외환 매매를 통한 시세차익을 통해 이득을 추구하는 것이다.외환조작을 통한 돈벌이다.돈 자체가 목적이다.하지만 ‘아시아적 가치’는 건전한 생산활동과 무역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정직한 시스템이다. 아시아 지도자로서 북한과의 협력방안에 대한 견해를 밝혀 달라. -북한을 우선 건설적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이를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과의 접촉 포인트를 설정하고 북한을 이해해야 하고 문제의 근원과 해결책을 포용정책을 통해 찾아가야 한다.말레이시아는 미얀마에 대해서도 그런 정책을 취한다.북한을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의에 초청하고 싶은데,다른 나라 생각은 모르겠다. 선제공격 정책 등 미국을 비롯한 초강대국의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는데. -초강대국이 예방적 조치,즉 선제 공격을 한다면 우리는 독립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우리 같은 약소국은 늘 공포에 떨어야 할 것이다.선제공격 정책은 또 다른 이름의 침공이다.미국의 이라크 침공도 한 예다. 반(反) 세계화 및 반 신자유주의,반 신제국주의 대변인으로 불리는데 -나는 절대 반 세계화론자가 아니다. 반대하는 것은 강력한 부자 국가들이 이해하고 해석하는 세계화다.각 국가는 모든 면에서 능력의 차이가 있다.일률적인 세계화는 공평한 개방이 아니고,착취로 이어질 수 있다. 빈곤국가도 이득을 얻는 세계화라야 한다.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것으로 안다.민주주의와 개발독재는 상충되지 않는가. -민주주의는 실천도 어렵고 한계도 많다.무정부 상태와 구분이 힘들 때가 있다.영국은 너무 많은 자유가 산업 쇠퇴를 불러왔다.서구 국가를 따라잡아야 한다.민주주의는 국민이 정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경제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선거를 통해 22년간 총리로 재임했다.만약 여러분들이 나를 독재자라고 생각한다면,정부내 자리 하나도 맡지 않고 자발적으로 퇴임한 최초의 독재자란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을 경제발전의 모델로 삼는 ‘룩 이스트(look east)정책’을 취했는데. -모델의 부정적인 측면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예컨대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우리와 달리 IMF 방식을 따랐다.그로 인해 향후 한국이 경제발전의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한국의 재벌문제도 부정적인 요소다.반면 시장경제를 채택하되 정치는 개방하지 않는 중국의 경우 경제발전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할수 있다고 본다. 김수정기자 crys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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