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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직 여성가장의 고단한 삶] 최소40만명… 먹고살기 급급

    ‘낮은 소리’는 사회의 그늘진 곳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다수의 큰 목소리에 가려,외면되고 있는 소외층의 목소리를 드러내 보이려는 것입니다.방치할 경우 사회의 대형 갈등요인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을 미리 공론화함으로써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것입니다.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제보를 기다립니다.서울신문 편집국 사회교육부(02)2000-9173,www.seoul.co.kr 또는 www.kdaily.com으로 연락 주십시오. 장기간 경기침체로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실직 여성가장들의 수도 늘고 있다.여성부의 지난해 여성통계연보에 따르면 140만명에 달하는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들 가운데 절반 정도가 여성가장인 것으로 나타났다.이 가운데 실직 여성가장들은 생계를 위해 당장 돈벌이에 나서야 하지만 여러가지 제약조건 때문에 허드렛일조차 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정부의 지원대책 역시 형식에 그치고 있다.가족을 위해 돈벌이에 나서야만 하는 실직 여성가장들의 실태와 대책 등을 알아본다. ●여성가장들 영원한 비정규직? 취업 전선에 나선 여성가장들은 이혼은 물론 남편의 사고나 실직 등으로 졸지에 힘든 멍에를 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특히 생계조차 꾸려가기 어려운 취약계층의 여성가장들은 취업이 절실하지만 사회에서는 이들을 받아줄 곳이 없다.일자리를 찾아보기 위해 발품을 팔아보지만 요즘은 막일할 곳조차 구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여성가장인 김모(45·서울 구로구)씨는 3년째 일일직업소개소를 통해 음식점에서 하고 있다.그나마 나이가 들고 외모가 좋지 않다고, 주방에서 설거지만 하고 있다.비교적 손쉬운 손님안내와 음식 나르는 일은 언제나 젊은 아가씨들 몫이라고 푸념했다. 여성가장들은 일용직이나 임시직 등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무엇보다 젊은층의 일자리도 없는 마당에 실직 여성가장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가구주는 292만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데도 실직상태인 여성가장 수는 12만명 정도로 추산된다.그러나 이는 정부의 추정치일 뿐 전문가들은 최소 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실직 여성가장들을 위한 각종 취업훈련과 자금융자 등을 해주는 창구가 마련돼 있지만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취업훈련을 통해 자격증을 얻더라도 마땅히 일할 자리가 없는 데다 창업지원 융자도 먹고 살기 힘든 여성가장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부 취업프로그램 활용도 낮아 정부에서 마련한 취업프로그램이 실효성보다는 숫자 채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노동부는 지난해 실직 여성가장 2823명에게 취업·창업이 용이한 직종의 취업훈련을 실시,536명이 취업하고 32명이 창업했으며 534명이 자격을 취득하는 등의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하지만 훈련기관이나 프로그램 참가자들에 따르면 중도 포기자가 속출하고 훈련을 마치더라도 일자리 얻기가 힘든 형편이다. 지난해 취업프로그램 참석자인 이모(38·서울 마포구 아현동)씨는 “취업훈련 담당 기관의 적극적인 인력관리가 아쉽다.”면서 “일회성으로 그치는 취업훈련은 예산낭비일 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경리사무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여성가장 유모(44·서울 동작구 상도동)씨.여상을 졸업하고 사무실에서 근무한 경력도 살릴 겸 3개월간 ‘경리사무원 취업프로그램’에 참여했다.하지만 교육기간이 끝나고 취업을 알선받은 곳마다 ‘퇴짜’를 놓아 결국 음식점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정부대책 마련 어떻게 노동부는 올해에도 31억원을 투입해서 실직 여성가장들의 취업훈련을 실시할 방침이다.우선 상반기에 1500명의 실직 여성가장들에게 창업과 취업훈련을 한다.여성부도 올해 30억원의 예산을 편성,실직가장 여성들의 취업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한다. 여성부는 실직 여성가장 창업지원 외에 여성기술인력창업 지원금으로 100억원과 여성재취업 지원 등에 5억여원 등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밖에 한국여성경제인협회와 근로복지공단,금융기관 등에서도 실직 여성가장들에게 창업자금을 융자해 주고 있다. 한국여성개발원 박영란 박사는 “여성가장이 날로 늘고 있고 여성이 남성보다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빈곤계층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여성가장,특히 실직 여성가장에게 보다 유연한 취업정책과 자금지원 대책 운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진상기자 jsr@˝
  • [‘참여정부 1년’ 국제세미나] 세계 석학들 ‘한국경제’에 쓴소리

    세계적 석학들과 국내외 정치·경제계 거물들이 참석한 ‘참여정부 1년 국제세미나’의 예고된 하이라이트는 ‘원탁회의였다.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런스 클라인 교수가 사회를 본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무엇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원탁회의 토론자로 나섰기 때문이다.대통령이 국제세미나의 토론자로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호크 자국입장 교묘히 대변 원탁회의에서 밥 호크 전 호주 총리는 미국 주도의 세계화가 가져오는 빈곤과 불평등,이로 인한 테러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세계적 빈부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농업개방을 들었다.이면에는 세계적인 농업수출국으로서 농산물 개방압력의 선두에 서 있는 호주 정부의 입장이 깔려 있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농업개방 문제는 별개 문제”라면서 “농업개방이 세계화로 인한 세계적 빈부격차 문제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거나 핵심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조심스럽게 반박했다.호주 입장을 교묘하게 대변한 호크 전 총리에게 제동을 건 것이다.참석자들은 “호크 전 총리의 얘기가 중요한 화두인 것은 사실이지만 참여정부 세미나인지,세계화 세미나인지 헷갈린다.”며 한마디씩 꼬집기도 했다. ●노사관계 개선 “믿어달라” “불안하다” 참석자들은 한국이 외국인투자를 좀 더 유치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이를 의식해 노 대통령은 “불법 분규를 올해부터 매년 절반씩 줄여 나가겠다.”고 공언한 뒤 “파업의 합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도 좀 더 엄격히 끌어 올려 국제수준으로 맞추겠다.”고 밝혔다.참여정부의 친노(親勞)성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한 시선을 완화시키기 위한 발언이었지만,참석자들은 쉽게 믿지 않는 눈치였다. ●“한국정부,시장개입 줄여야”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토머스 쉴러 북아시아 대표는 “한국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면 외국인투자자들이 두려워하는 도덕적 해이 등 위험이 늘어난다.”면서 “정부의 개입을 줄이는 대신 시장 참여자들의 견제와 균형 원리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같은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도 “부동산 가격 급등이 일부 지역에 국한되고,소득대비 주택가격도 외환위기 이전수준을 회복한 것에 불과했는데도 한국정부가 토지공개념까지 언급할 정도로 강력한 개입을 했다.”고 꼬집었다.그 대책의 일환으로 주택금융공사가 설립된 것은 금융부문의 공공 비중을 높여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크린쿼터·환율정책도 도마위에 권태신(權泰信) 재정경제부 대외차관보는 ‘경제선진화 방향과 정책과제’ 분과세미나에 참석해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선 상황에서 150일 이상 국산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해야 한다는 스크린쿼터제는 의미가 없다.”면서 폐지 방침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문화계의 반발이 아직은 거센 상태여서 적지 않은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하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총리 특별자문관은 한국정부의 환율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진단했다.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한국정부가 적극적으로 환율방어에 나서고 있지만,이로 인해 수입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세계적인 부동산개발업체인 스탠리 게일 미국 게일사 회장은 “한국이 치안상태가 좋고 교육열도 높아 중국보다 물류 중심지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싱겁게 끝난 원탁회의 노 대통령과 호크 전 총리의 가벼운 설전을 제외하고는 원탁회의는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는 주최측의 예고와 달리 이렇다할 성과물이 없었다.참석자간 격론도 없었고,그나마 토론 내용도 ‘참여정부 비전과 전략’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안미현기자 hyun@˝
  • 인도음식 제대로 즐기기

    직장이나 가정에서 줄곧 먹어온 그렇고 그런 먹거리에 적잖이 물려 “뭐 좀 색다른 아이템 없나.”싶을 때 찾아가 정중하고 깔끔하게,그러면서도 가격 부담없이 인도의 향기에 취할 수 있는 곳.서울 명동성당 앞 YWCA빌딩 1층의 정통 인도요리 전문점 타지(Taj)가 그런 곳이다. 산이 좋아 인도,네팔 등을 벗삼아 지내온 산악인 오송호(52)씨가 지난 2000년 작정하고 차렸다.인도 기행문 등을 읽고 인도 하면 ‘미개’나 ‘빈곤’을 떠올리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우주선을 쏘아 올리면서도 마이크가 고장나 총리가 연설을 포기해야 하는 인도’의 깊이를 느끼며 편견을 바로 잡으시라. 타지는 160평이 넘는 홀에 단체모임이 가능한 룸 등 150석의 좌석을 갖추고 있으며,인도풍의 널찍한 실내 분위기는 웬만한 호텔 레스토랑 못지 않다.그뿐이 아니다.이곳은 주방장을 비롯,조리를 맡은 6명이 모두 인도인이며,모든 원재료도 주인이 직접 인도에서 조달,인도보다 더 인도스러운 음식을 제공한다. 퓨전을 빙자한 무국적 음식 대신 오리지널 인도식을 고집하는 이곳에서는 9000원이면 달군 화덕에서 익혀내는 인도빵 ‘난’과 새우,양파,시금치를 갈아 넣어 독특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2종의 카레소스를 점심메뉴로 맛볼 수 있다.여기에 직접 만든 인도식 요구르트와 부드러운 토마토 수프를 곁들이면 ‘제법 괜찮은 오찬’으로 손색이 없다. 점심과 달리 저녁에 제공되는 세트메뉴에는 노린내가 전혀 없고 부드러운 양고기 요리가 포함돼 있다.인도 현지의 풍습에 따라 점심,저녁의 모든 식사 메뉴는 채식주의자용과 비채식주의자용으로 구분돼 있다.언제 가도 번잡스러움을 느끼지 않으며,눈치보지 않고 오랫동안 담소를 나눌 수 있다는 점도 매력.소설가 박완서씨와 이경자씨,가야금의 대가 황병기씨와 탤런트 감우성과 가수패닉, 인접한 명동성당 관계자들이 즐겨 찾는다. 심재억기자 jeshim@ ˝
  • 박근혜 대세론 vs 홍사덕 대안론…포스트崔?

    한나라당이 다음 달 18일 ‘제2창당’을 위한 전당대회 일정을 확정함에 따라 차기 대표를 노리는 ‘용들의 전쟁’이 가시화될 움직임이다. 새 대표는 총선 결과에 따라 정치적 운명을 달리할 것으로 보여 더욱 관심을 모은다.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밖에 없는 ‘2개월짜리 대표’로 전락하겠지만,이긴다면 당권 장악과 함께 대선 후보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대표로는 홍사덕·박근혜·김문수·남경필·오세훈 의원과 이명박 서울시장,손학규 경기지사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그러나 오 의원과 이 시장,손 지사의 출마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현재로서는 박근혜 의원이 가장 앞서가는 듯하다.강재섭·강창희·전용원 의원 등 당내 중진들이 지지 의사를 밝힌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전국적인 지지세력과 개혁적 이미지를 갖춘 것도 강점이다. 특히 박 의원의 ‘합당대가 수수 의혹’이 제기돼 당권가도에 타격이 예상됐지만 하루 만에 큰 문제가 없는 쪽으로 정리되면서 ‘대세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후광을 업고 정계에 진출했다는 점과,지금까지 이렇다할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한 초선 의원은 “‘총선용 대표’라면 몰라도 총선 이후까지 생각한다면 왠지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의 약점이 부각되면서 최근에는 ‘홍사덕 대안론’이 급속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국적인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박 의원과 달리 고도의 정치력을 검증받은 몇 안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도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선 득표력뿐 아니라 총선 후 대여관계를 감안할 때 당내에선 홍 총무만한 카드가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문수 의원의 출마 여부도 관심이다.최병렬 대표는 지난 22일 ‘전대 후 사퇴’를 발표하면서 수차례에 걸쳐 “이번 전대는 총선에 출마할 후보들을 중심으로 치러져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이를 두고 “최심(崔心)이 김 의원에게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그러나 공천 파문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공천심사위원장이 총선 직전 대표 경선에 나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론도 만만찮다. 소장파의 리더격인 남경필 의원의 행보도 관심이다.미래연대 대표를 지낸 남 의원은 ‘최 대표 퇴진’을 이끌어낸 주역으로 당내 개혁파의 핵심으로 떠올랐다.그러나 당내 지지세력이 워낙 빈약한데다 대표 퇴진과정에서 갈팡질팡하는 등 정치력의 빈곤을 드러냈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이밖에 박세일 서울대 교수,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심재륜 변호사 등 외부 인사를 공동대표로 영입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실현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전광삼기자 hisam@˝
  • ILO “세계화가 빈부격차 키워”

    ‘세계화의 진로를 바꿔라.그렇지 않으면 세계의 안보 불안과 각국간 분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다.’ 유엔 산하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가 24일 세계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2001년 ILO가 결성한 ‘세계화의 사회적 측면에 관한 세계위원회’는 ‘공정한 세계화:모두를 위한 기회 창출’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를 통해 “세계화가 막대한 혜택을 낳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혜택은 일부 부국,또는 한 국가내 최상위층에만 돌아가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국가간 또는 국가 내에서 부유층과 빈곤층간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세계화가 자리잡으려면 세계화의 혜택이 공정하게 분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나 실제로는 극소수만이 혜택을 입을 뿐 대다수는 세계화에 대해 불만을 자아낼 뿐이라면서 이것이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을 테러리스트로 키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경고했다.따라서 세계화가 공정한 결과를 낳는 방향으로 진로를 바꾸지 않는 한 세계화는 정정 불안과 갖가지 분쟁 등 국제안보의 불안을 부르는 기본 원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불평등이 심화되는 근거로 1962년부터 2002년까지 40년간 최빈국 20개국과 최부국 20개국간의 소득 증가를 제시했다.이 기간 1인당 국민소득은 최빈 20개국의 경우 212달러에서 267달러로 바뀌었지만 최부국 20개국은 1만 1417달러에서 3만 2339달러로 늘었다.62년 53배이던 소득격차가 2002년에는 120배가 넘어선 것이다. 보고서는 이같은 불평등이 부국들의 자국이기주의와 정당화할 수 없는 일방주의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면서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했다. ILO는 오는 6월 정기총회에서 이같은 보고서의 권고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세계 최대 부국 미국이 자국의 사정에 맞춘 정책을 고집하는 한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세진기자 yujin@˝
  • [사설] 빈부격차 심화 방치 안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도시 근로자 가계수지 동향을 보면 우리 사회의 소득 양극화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500만 도시 근로자 가구 중 최하위 계층 10%의 월 평균소득이 전년보다 6%나 감소했다.최하위 계층의 소득이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반면 최상위 계층 10%의 월 평균소득은 1.68% 증가했다.그 결과 최상위 10%의 평균소득을 최하위 1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소득 10분위 배율’은 지난해 8.93으로 전년의 8.25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서민의 정부임을 표방한 참여정부 첫해에 빈부의 격차가 더욱 확대됐다는 사실은 ‘분배 중시 정책’이 공염불에 그쳤다는 것을 입증한다.더구나 최하위 계층 20%는 벌어들인 소득보다 지출이 많아 빚내어 생계를 꾸렸다지 않은가.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하위 계층에서 가족 단위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것도 어찌 보면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지난해 나온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절대 빈곤율은 1995년 5.5%에서 2000년에는 10.1%로 두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또 올초 발표한 통계청 자료에서도 국민의 80%가 빈부격차의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성장의 과실이 극빈층에도 고루 돌아가게 해야 하는 것이다.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정부 주도로 이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어야 한다.특히 극빈층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빈부격차 심화는 사회의 통합을 저해할 뿐 아니라 사회 불안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가진 자들이 도움과 지원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네이더, 美대선 무소속출마 선언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소비자 보호운동가인 랠프 네이더(70)가 21일(현지시간) 무소속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했다.2000년 대선 당시 녹색당 후보로 출마,민주당 표를 잠식하면서 부시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다는 평을 받은 그가 재출마할 경우 민주당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출마의 변 네이더는 이날 NBC ‘언론과의 만남’에 출연,“미국 정치의 ‘양당-복점(複占)’ 체제에 도전하고 싶다.”며 “민주·공화 양당은 돈줄인 기업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백악관에 가려고 사나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4번째로 대권에 도전하는 네이더는 “민주당이 약탈자인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며 “주요 정당들이 무시하는 건강과 빈곤,환경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다급해진 민주당 수차례 네이더를 만나 출마하지 말 것을 권유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테리 매컬리프 의장은 부시 대통령의 8년 집권을 돕는 ‘불행한 결정’이라고 말했다.네이더는 2000년 대선에서 전국 유효표의 2.7%,재검표 논란을 벌인 플로리다에서 10만표를 얻어 앨 고어의 패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비난을 민주당으로부터 들었다. 민주당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녹색당이나 그의 친구들조차 지지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의 출마는 허영심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하원의 유일한 무소속 의원이자 네이더의 오랜 친구인 버나드 샌더스(버몬트)도 재고할 것을 권유하며 “모든 진보주의자들은 부시 대통령을 패배시키기 위해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나 네이더는 사퇴 종용에 “민주주의와 자유,다양한 목소리에 반하는 경멸적인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mip@˝
  • ‘노무현정부 1년’ 10점만점에 5.85점

    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의 평가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행정개혁시민연합(행개련),여성연합,한국경제학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참여정부 1년을 평가하는 토론회를 잇따라 개최,지난 1년의 개혁정책에 대한 평가를 쏟아냈다. 이 단체들은 공통적으로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탈(脫) 권위주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국정혼란과 갈등·위기관리 등에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지난 19일 경실련 주최로 서울 동숭동 경실련 회관에서 열린 ‘노무현 정부 출범 1년 국정운영평가와 향후방향’ 토론회에서는 참가자들의 혹독한 비판이 쏟아졌다. 권해수 경실련 정부개혁위원장(한성대 교수)은 “탈권위주의와 권력기관 독립 등의 부분적인 성과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국정 혼란이 계속 야기됐다.”면서 “노 대통령의 리더십이 부족하며 총선 승리를 위해 국정을 희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홍종학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은 “직접적 인권 유린 방지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 빈곤으로 발생하는 자살과 범죄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 해소해나가는 것이 개혁정부의 참모습”이라고 충고했다. 행정전문 시민단체인 행개련은 참여 정부의 지난 1년간 주요 정책은 10점 만점에 5.85점이라는 ‘성적표’를 공개했다. 행개련은 지난 18일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노무현정부 1년평가 토론회’에서 국회의원과 기업인,시민단체 인사,학자 등 각계 전문가 3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행개련에 따르면 행정개혁·지방분권이 6.16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여성정책과 부동산 대책,노동정책,재벌정책,이라크파병 등이 5.0 이상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반면 환경정책이 3.34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으며 교육정책과 실업정책,통상정책,대미외교정책,신행정수도 건설 등은 5.0 이하로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 관련 전문가들의 모임인 한국경제학회는 지난 12일 열린 ‘참여정부 1년의 경제정책 평가’에서 “지난 1년 동안 정부가 시행착오를 거듭해 부동산 대책을 제외하곤 당초 예상한 효과를 거둔 경제 정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경기 안정을 위한 단기정책은 물론 동북아 경제중심,국가균형발전 등 중장기 비전과 추진 전략에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결여돼 있어 정책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여성연합은 23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1층 교육장에서 ‘노무현정부 여성정책 1년 평가 및 정책 제언을 위한 토론회’를 갖고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양성평등한 가족정책과 호주제 폐지,보육의 공공성,모성보호,여성인권 등의 내실있는 추진을 촉구했다. 조현석기자 hyun68@˝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14)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법(하)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14)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법(하)

    혜소 스님은 금산사의 진표,화엄사의 연기 스님처럼 옛 백제 땅이 고향이다. 전주에서 최씨(崔氏) 가문의 자식으로 태어났는데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출가하였다.진표나 연기 스님 같이 백제 유민들의 뿌리 깊은 슬픔과 분노의 그림자를 밟으며 성장했기 때문에 그의 중생 구원 소망은 목숨을 건 구도행위로 실천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통의 바다에서 처절하게 몸부림쳐 본 자만이 그곳을 건너는 법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혜소 스님의 짚신삼기는 곧 그의 독특한 수행법이 되었다.저녁만 되면 염불을 외우면서 짚신을 삼았다.한밤중이 되면 앉은 채로 잠깐 눈을 붙이고 새벽부터 다시 일을 계속 했다.밤을 새워 삼은 짚신을 짊어지고 길거리로 나간다. 사람들의 통행이 빈번한 삼거리나 장터 들머리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을 살폈다. 맨발이거나 짚신이 닳아서 너덜거리는 사람을 불러 세우고는 새 짚신을 신겨주었다.뜻밖에 짚신을 얻어 신게 된 사람들은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혜소 스님은 도리어 자신에게 수행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깨우쳐 주어서 고맙다며 절을 했다.짚신을 삼아 맨발로 다니는 사람에게 신겨주는 수행이 계속되자 이를 헐뜯는 사람도 생겼지만 격려하며 고마워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함께 짚신을 삼아서 길거리로 나와 신발 보시를 하는 이들도 있었고,다른 일로 스님을 도와주는 승려도 있었다. ●“수행 깨우쳐 줘 고맙다.” 되레 행인에 인사 큰 비가 오거나 눈보라 때문에 행인이 없는 날을 빼고는 거의 쉬는 날 없이 항상 그 자리에 앉아서 짚신을 신겨주는 스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는 평상심의 기쁨과 힘을 보다 선명하게 깨달아 갔다.평상심이 민중의 마음이며 부처의 마음임을 알아갔다. 기껏해야 짚신 몇 짝 삼아서 발 벗은 이에게 신겨주었다는 것이 아니라 발 벗고 사는 민중이 출가 승려를 가르치고 일깨워주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꾸밈없는 평상심이야말로 부처가 되는 길이며 민중은 평상심의 바다라는 것을 덤으로 얻었으니 수지맞은 것은 민중이 아니라 자신이라고 믿었다.참으로 신통한 수행법이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혜소 스님은 840년에 지금의 쌍계사 터에다 옥천사(玉泉寺)를 짓고 그만의 특유한 수행법을 다시 시작했다.그곳은 이미 의상의 제자인 삼법(三法)이 당나라에서 선종 불교를 이끌었던 혜능의 머리뼈를 가져다 묻은 터였다. 옥천사는 뒤에 정강왕이 쌍계사라고 바꿔 부르도록 했다.아무튼 혜소 스님의 수행처는 항상 민중들이 많이 모여서 사는 곳이었다.이는 마치 원효가 절이라는 곳에서 세속 한가운데로 수행처를 옮긴 것과도 유사했다. 소박하고 조촐한 성품이어서 언제나 대중 속에서 수행하는 것을 기쁨으로 삼았는데,이것 또한 원효가 근엄하고 조용한 절에서 지내는 것보다는 생로병사가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세속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글자를 모르는 이들에게 ‘나무아미타불’이라는 간단한 염불을 가르쳐 함께 소리치며 노래했던 모습을 닮아 있었다. 혜소는 쌍계사를 처소로 삼은 뒤부터 새로운 수행법으로 민중들을 만나기 시작했다.그가 새로 개발한 것은 범패라는 음악을 통하여 민중들의 고통을 덜어주자는 것이었다. 범패(梵唄)는 불교의 의식 음악이다.범음(梵音),어산(魚山),인도소리라고도 한다. 절에서 주로 재(齋)를 올릴 때 부르는 소리인데,가곡,판소리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3대 성악곡의 하나로 꼽힌다. 범패는 신라풍인 향풍(鄕風),중국의 당풍(唐風),당나라 이전 신라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고풍(古風:일본풍) 세 종류가 있는데,불교의식에 수반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설 내용을 표현하지 않는다.심산유곡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같아서 은은한 파도소리를 그리듯이 들린다.의젓하고 그윽한 맛이 있는가 하면 유장하고 심오한 맛도 느껴지는 소리다.사설이나 가사 내용보다는 몸 안에서 울려나오는 소리 그 자체를 더 중시하기 때문에,소리하는 사람의 심정이나 환경에 따라 다양하고 특이한 맛을 내게 된다.혜소는 가사 내용이 전혀 없는 범패를 흥얼거리면서 저잣거리를 거닐었다. 대개의 민중들은 가난의 고통에 빠져 신음했다. 한 번 가난에 빠지면 평생토록 좀체 그 늪을 빠져나오기 어려웠다.혜소는 그 민중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야만 진정한 수행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저자를 돌아다니면서 보고,듣고,느끼는 것 대부분이 민중들의 빈곤한 삶에서 찢겨나오는 고통에 짓눌린 신음소리와 세상을 향한 울분과 불평,원망과 저주가 서린 악담,신세타령,자학으로 뒤엉킨 비탄이었다. ●“욕설·원망대신 소리질러라.” 범패소리 전파 혜소는 그 신음소리가 사라지도록 발원했다.민중들의 깊고 무거운 가난과 차별의 슬픔과 병고의 두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토지를 넉넉히 장만해 주어서 가난을 벗어나도록 해줄 수도 없었다.집을 지어 주고,약을 짓고 치료를 도와 병마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도 없었다. 불안과 불만,원한과 저주에 찬 가슴 가슴들을 모두 씻어내기도 불가능한 일이었다.가난은 나라도 구제할 수 없는 인간 그 자체의 문제였다. 혜소는 범패 소리를 이용하여 마음의 번뇌를 가라앉히고,맑고 큰 우주 기운을 받아들여 정신세계를 비우는 불교 수행 방법을 세속인들에게 응용해보기로 했다.범패가 사설이나 가사 내용을 표현하는 노래가 아니라는 데 착안한 것이다.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온갖 움직임과 감정을 호흡으로 내뿜고 빨아들이는 운동을 통하여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임을 이용해보자는 것이었다. 혜소는 민중들에게 범패를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었다.범패 형식을 빌려서 마음 속의 온갖 감정들을 쏟아내고,녹여내고,태워서 자신의 감정에 짓눌리고 억압되어 고통받지 않게 해주자는 것이었다. 그러자면 우선 마음껏 큰소리를 외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민중들은 슬퍼도 큰소리로 울지 못했고,기쁜 일이 있어서 큰소리내어 웃기도 쉽지 않았다. 세상이 온통 억압 구조로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농사짓는 민중의 입에서는 곧잘 세상을 향한 저주와 신세타령이 터져 나온다.농사일을 하다가 허리를 펴면서도 세상을 원망하고 저주했다.논이며 밭이랑에서는 물론 땔감을 장만하거나 길을 걸으면서도 입에서는 욕설과 원망이 떨어지지 않는다.길쌈하는 자리거나 빨래터 아낙들도 다르지 않았다. 혜소는 그런 민중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욕설과 원망 대신 크게 소리를 지르도록 가르쳤다.큰소리,작은 소리 가리지 말고 내키는 대로 소리를 질러보라고 시켰다.내 소중한 육신 수고롭게 움직여서 먹이 장만하고,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뿐인데 왜 남을 욕하고 원망하며 저주하느냐고 타일렀다. 욕설과 원망과 저주는 결국 나 자신의 정신을 병들게 하고,업장이 되며,삶을 추악하게 만드는 어리석음일 뿐이라며 쓸어 안고 울며 함께 소리를 질렀다.욕하는 대신 염불하고,노동의 고통 때문에 신음소리를 내기보다는 그냥 아무렇게나 소리를 내지르면 고통이 훨씬 가벼워지고 정신이 맑아진다는 것을 느껴보도록 이끌었다.농민들은 혜소의 말이 맞다는 것을 금방 느꼈다.실제로 욕설을 지껄이거나 신음소리로 끙끙 앓기보다는 큰소리 몇 번 내지르고 나니까 훨씬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느꼈다.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제 몸뚱아리 수고롭게 움직여서 일하는 것도 억울한데,남 원망하고 저주하여 마음에 병 만들어 시달리면 나 자신만 손해라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처럼 보이는 이 새로운 존재방식이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 것이다. 그때부터 농민들의 입에서는 욕설과 원망 대신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다소 기이하고 높고 낮은 소리,길고 짧은 소리들이 울려나오기 시작했다. 한 사람 입에서 시작된 그 소리는 한 집을 즐겁게 하고,한 집안의 소리는 이웃과 동네의 기쁨으로 커져갔다. ●쌍계사서 찻잎으로 약 만드는 법도 가르쳐 참으로 끝없는 사랑이었다.아무런 가사나 내용도 없이 앉고,일어서고,허리를 굽히고 펼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터져나오는 기이한 소리,노래도 아니고 울음도 아니면서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움직이는 신이한 소리였다. 그런 다음 혜소는 쌍계사 주위에다 차나무를 심어 가꾸면서 찻잎으로 차약(茶藥)을 만들어 먹는 법을 가르쳤다.병들어도 약 한 첩 먹을 수 없는 민중들에게 차나무를 심어 그 잎으로 약을 만들어 먹는 법을 가르친 것이다.그래서 하동 쌍계사가 우리나라 차문화의 고향이 된 것이다. 이렇듯 민중에게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법을 가르치던 혜소스님은 850년 76세로 입적했다.헌강왕이 진감(眞鑑)이라 시호를 내리고,그 뒤를 이은 진성여왕이 대공탑을 준공하였다.아,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법은 고통받는 이와 함께 사는 것임을 온몸으로 실천해 보인 혜소 진감선사여.
  • [Doctor&Disease] 비만 전문의 닉 파이너 교수

    “비만은 좀 불편한 신체상태가 아니라 질환입니다.” 영국 왕립의과대학 심사관이자 세계적인 비만 전문가인 케임브리지대 아덴부르크병원의 닉 파이너(53) 교수는 “최근들어 비만이 외모 문제와 결부되면서 질환으로서의 본질이 왜곡되는 가치혼란과 편견이 심각하다.”며 이렇게 강조한다. 그는 최근 대한비만학회 초청으로 방한했다.전문의들을 상대로 워크숍을 갖는 등 바쁜 일정에 쫓기는 그를 서울에서 만났다.그는 웰빙 붐에 힘입어 한층 높아진 ‘한국인의 비만 인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한국 등 아시아권의 경우 복부비만도가 서구인보다 낮아도 문제는 더 심각할 수 있다.”며 “태아기나 유아기에 빈곤으로 인한 영양 결핍상태에 있다가 갑자기 고열량식에 노출되면 상대적으로 비만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만이 질환이라는 근거는. -15년 전쯤에는 의사들조차 비만의 심각성을 잘 깨닫지 못했다.그러다 질환이라는 증거가 속속 제시되면서 비만을 ‘대사장애증후군’,즉 질환의 일종으로 정의하게 됐다.비만은 사람의 활동을 제한하고 수명을 단축시킨다.또 단순히 뚱뚱하다는 문제를 넘어 체내 지방세포는 건강을 위협하는 수십가지의 물질을 생성한다. ●지방세포 생성물이 건강 위협 지방세포에서 생성되는 물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대표적인 것이 렙틴이라는 호르몬이다.세포의 비만 정보를 대뇌에 전달하는 메신저 기능을 하는데,이 호르몬이 돌연변이의 영향을 받을 경우 무엇을 먹어도 비만해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또 염증 유발 단백질,혈전과 혈류장애도 지방세포의 악영향이다. 사실,비만은 자체로도 부담스러운 질환이지만 사회적 편견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일부 학교에서 비만 학생이 집단따돌림당하는 사례가 이런 의식의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다.파이너 교수는 이를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영국에서 6세 어린이들에게 팔이 없는 아이,눈이 없는 아이,살찐 아이를 제시하며 누구와 친구를 하겠느냐고 물었는데,살찐 사람과는 아무도 친구가 되려고 하지 않았다.이는 명백한 가치혼란이자 편견이다.” ●한국 국민의 28%가 비만 아시아권,특히 한국의 문제는 어떤가. -2006년까지 아시아권에서 1억 6000만명의 당뇨병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으며,주요 원인은 비만이다.한국도 예외는 아니다.한국 여자의 17%,남자의 11%가 비만이라는 자료를 봤다.국민의 28%가 비만이라면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비만 상태를 보이는 나라가 미국인데,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2020년 무렵에는 한국도 지금의 미국처럼 될 것이다. 사태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원인은 다양하지만 중요한 것은 식습관 등 생활습관이다.미국의 비만전문가인 조지 브레이는 ‘비만은 총,유전적 소인은 총알이며,그걸 발사하는 것은 생활습관’이라고 지적했다.유전적 소인도 중요하지만 생활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비만은 발현되지 않는다.예컨대 기아상태에서는 비만의 소지를 가졌어도 비만해지지 않는다. 생활습관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지방과 탄수화물 과다섭취가 문제다.기름에 튀긴 감자에 버터나 크림을 발라 먹는 일이 일상화됐다.전통적으로 채소와 생선을 많이 먹어온 한국도 최근 상황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잠깐 거리를 둘러 봤는데,곳곳에 위험한 푸드코트(식당가)가 늘어서 있더라.(그는 서울 체류 중 코엑스 등 강남 일대를 주로 산책했다.)아시아권에서 팜유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말레이 평원의 고무나무가 모두 베어지고 그 자리에 야자수가 심어졌다.엄청난 양의 육류가 소비되고 있으며 곳곳의 자판기에서는 아무런 규제없이 건강음료라는 이름으로 설탕물이 팔리고 있다.헬스클럽에서 운동을 마친 뒤 설탕이 든 스포츠음료를 마셔 결국 500㎈쯤 열량을 늘려가는 일이 한국에서는 벌어지지 않는가? ●유전적 요인보단 식습관이 좌우 그러면서 그는 “영국에서는 지방 함유량 36%의 식품이 저지방식품으로 팔리고 있다.그들이 적용하는 지방 함유 기준이 40%이기 때문에 그런 어이없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이는 정부의 몫이다.”며 각국의 비만에 대한 무대책을 비판했다. 비만 문제는 그렇다 쳐도 서구인과 한국인에게 똑같은 비만 판정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문제가 있다.비만은 ‘체지방이 지나쳐 건강에 영향을 초래하는 상태’를 말하는데,이를 가늠하는 체질량지수(BMI)를 백인에게 적용할 경우 25 이상은 과체중,30을 넘으면 비만으로 본다.그러나 체형이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인의 경우에는 23 이상을 과체중,25 이상을 비만으로 판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간단하게는 허리 둘레가 남자 90㎝,여자 80㎝를 넘으면 비만으로 봐도 된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중요한 것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점검해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야 하며,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옳다.운동은 비만의 진행을 막는 방법이지 쉽게,효율적으로 살을 빼주지는 못한다. 또 지방흡입술도 비만을 미용적 관점에서만 보려는 왜곡된 인식의 결과로, 결코 적절한 치료법이 아니다.이런 점에서 리덕틸 같은 전문약제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여겨진다.내 경험으로는 약물이 포함되지 않은 비만프로그램은 실효성이 없었다. ●정부 차원의 국민비만대책 필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할텐데. -당연하지만,한국 정부의 역할을 내가 말할 수는 없다.단,어린이를 위한 정책에 대해서는 한마디 하겠다.학교에 콜라나 인스턴트 커피 자판기가 놓인 환경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또 서울처럼 차가 많아 어린이의 야외활동을 제약하는 도시는 도시계획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 ■ 닉 파이너 -전 영국 비만학회장 -전 영국 가이스 앤드 세인트 토머스의대 명예 수석교수 -현 케임브리지대학교 아덴부르크병원 비만의학 선임연구원 및 고문 전문의 겸 루턴대학교 방문교수 -영국 왕립의과대학 평의원˝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14)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법(하)

    혜소 스님은 금산사의 진표,화엄사의 연기 스님처럼 옛 백제 땅이 고향이다. 전주에서 최씨(崔氏) 가문의 자식으로 태어났는데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출가하였다.진표나 연기 스님 같이 백제 유민들의 뿌리 깊은 슬픔과 분노의 그림자를 밟으며 성장했기 때문에 그의 중생 구원 소망은 목숨을 건 구도행위로 실천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통의 바다에서 처절하게 몸부림쳐 본 자만이 그곳을 건너는 법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혜소 스님의 짚신삼기는 곧 그의 독특한 수행법이 되었다.저녁만 되면 염불을 외우면서 짚신을 삼았다.한밤중이 되면 앉은 채로 잠깐 눈을 붙이고 새벽부터 다시 일을 계속 했다.밤을 새워 삼은 짚신을 짊어지고 길거리로 나간다. 사람들의 통행이 빈번한 삼거리나 장터 들머리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을 살폈다. 맨발이거나 짚신이 닳아서 너덜거리는 사람을 불러 세우고는 새 짚신을 신겨주었다.뜻밖에 짚신을 얻어 신게 된 사람들은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혜소 스님은 도리어 자신에게 수행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깨우쳐 주어서 고맙다며 절을 했다.짚신을 삼아 맨발로 다니는 사람에게 신겨주는 수행이 계속되자 이를 헐뜯는 사람도 생겼지만 격려하며 고마워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함께 짚신을 삼아서 길거리로 나와 신발 보시를 하는 이들도 있었고,다른 일로 스님을 도와주는 승려도 있었다. ●“수행 깨우쳐 줘 고맙다.” 되레 행인에 인사 큰 비가 오거나 눈보라 때문에 행인이 없는 날을 빼고는 거의 쉬는 날 없이 항상 그 자리에 앉아서 짚신을 신겨주는 스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는 평상심의 기쁨과 힘을 보다 선명하게 깨달아 갔다.평상심이 민중의 마음이며 부처의 마음임을 알아갔다. 기껏해야 짚신 몇 짝 삼아서 발 벗은 이에게 신겨주었다는 것이 아니라 발 벗고 사는 민중이 출가 승려를 가르치고 일깨워주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꾸밈없는 평상심이야말로 부처가 되는 길이며 민중은 평상심의 바다라는 것을 덤으로 얻었으니 수지맞은 것은 민중이 아니라 자신이라고 믿었다.참으로 신통한 수행법이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혜소 스님은 840년에 지금의 쌍계사 터에다 옥천사(玉泉寺)를 짓고 그만의 특유한 수행법을 다시 시작했다.그곳은 이미 의상의 제자인 삼법(三法)이 당나라에서 선종 불교를 이끌었던 혜능의 머리뼈를 가져다 묻은 터였다. 옥천사는 뒤에 정강왕이 쌍계사라고 바꿔 부르도록 했다.아무튼 혜소 스님의 수행처는 항상 민중들이 많이 모여서 사는 곳이었다.이는 마치 원효가 절이라는 곳에서 세속 한가운데로 수행처를 옮긴 것과도 유사했다. 소박하고 조촐한 성품이어서 언제나 대중 속에서 수행하는 것을 기쁨으로 삼았는데,이것 또한 원효가 근엄하고 조용한 절에서 지내는 것보다는 생로병사가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세속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글자를 모르는 이들에게 ‘나무아미타불’이라는 간단한 염불을 가르쳐 함께 소리치며 노래했던 모습을 닮아 있었다. 혜소는 쌍계사를 처소로 삼은 뒤부터 새로운 수행법으로 민중들을 만나기 시작했다.그가 새로 개발한 것은 범패라는 음악을 통하여 민중들의 고통을 덜어주자는 것이었다. 범패(梵唄)는 불교의 의식 음악이다.범음(梵音),어산(魚山),인도소리라고도 한다. 절에서 주로 재(齋)를 올릴 때 부르는 소리인데,가곡,판소리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3대 성악곡의 하나로 꼽힌다. 범패는 신라풍인 향풍(鄕風),중국의 당풍(唐風),당나라 이전 신라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고풍(古風:일본풍) 세 종류가 있는데,불교의식에 수반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설 내용을 표현하지 않는다.심산유곡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같아서 은은한 파도소리를 그리듯이 들린다.의젓하고 그윽한 맛이 있는가 하면 유장하고 심오한 맛도 느껴지는 소리다.사설이나 가사 내용보다는 몸 안에서 울려나오는 소리 그 자체를 더 중시하기 때문에,소리하는 사람의 심정이나 환경에 따라 다양하고 특이한 맛을 내게 된다.혜소는 가사 내용이 전혀 없는 범패를 흥얼거리면서 저잣거리를 거닐었다. 대개의 민중들은 가난의 고통에 빠져 신음했다. 한 번 가난에 빠지면 평생토록 좀체 그 늪을 빠져나오기 어려웠다.혜소는 그 민중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야만 진정한 수행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저자를 돌아다니면서 보고,듣고,느끼는 것 대부분이 민중들의 빈곤한 삶에서 찢겨나오는 고통에 짓눌린 신음소리와 세상을 향한 울분과 불평,원망과 저주가 서린 악담,신세타령,자학으로 뒤엉킨 비탄이었다. ●“욕설·원망대신 소리질러라.” 범패소리 전파 혜소는 그 신음소리가 사라지도록 발원했다.민중들의 깊고 무거운 가난과 차별의 슬픔과 병고의 두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토지를 넉넉히 장만해 주어서 가난을 벗어나도록 해줄 수도 없었다.집을 지어 주고,약을 짓고 치료를 도와 병마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도 없었다. 불안과 불만,원한과 저주에 찬 가슴 가슴들을 모두 씻어내기도 불가능한 일이었다.가난은 나라도 구제할 수 없는 인간 그 자체의 문제였다. 혜소는 범패 소리를 이용하여 마음의 번뇌를 가라앉히고,맑고 큰 우주 기운을 받아들여 정신세계를 비우는 불교 수행 방법을 세속인들에게 응용해보기로 했다.범패가 사설이나 가사 내용을 표현하는 노래가 아니라는 데 착안한 것이다.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온갖 움직임과 감정을 호흡으로 내뿜고 빨아들이는 운동을 통하여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임을 이용해보자는 것이었다. 혜소는 민중들에게 범패를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었다.범패 형식을 빌려서 마음 속의 온갖 감정들을 쏟아내고,녹여내고,태워서 자신의 감정에 짓눌리고 억압되어 고통받지 않게 해주자는 것이었다. 그러자면 우선 마음껏 큰소리를 외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민중들은 슬퍼도 큰소리로 울지 못했고,기쁜 일이 있어서 큰소리내어 웃기도 쉽지 않았다. 세상이 온통 억압 구조로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농사짓는 민중의 입에서는 곧잘 세상을 향한 저주와 신세타령이 터져 나온다.농사일을 하다가 허리를 펴면서도 세상을 원망하고 저주했다.논이며 밭이랑에서는 물론 땔감을 장만하거나 길을 걸으면서도 입에서는 욕설과 원망이 떨어지지 않는다.길쌈하는 자리거나 빨래터 아낙들도 다르지 않았다. 혜소는 그런 민중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욕설과 원망 대신 크게 소리를 지르도록 가르쳤다.큰소리,작은 소리 가리지 말고 내키는 대로 소리를 질러보라고 시켰다.내 소중한 육신 수고롭게 움직여서 먹이 장만하고,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뿐인데 왜 남을 욕하고 원망하며 저주하느냐고 타일렀다. 욕설과 원망과 저주는 결국 나 자신의 정신을 병들게 하고,업장이 되며,삶을 추악하게 만드는 어리석음일 뿐이라며 쓸어 안고 울며 함께 소리를 질렀다.욕하는 대신 염불하고,노동의 고통 때문에 신음소리를 내기보다는 그냥 아무렇게나 소리를 내지르면 고통이 훨씬 가벼워지고 정신이 맑아진다는 것을 느껴보도록 이끌었다.농민들은 혜소의 말이 맞다는 것을 금방 느꼈다.실제로 욕설을 지껄이거나 신음소리로 끙끙 앓기보다는 큰소리 몇 번 내지르고 나니까 훨씬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느꼈다.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제 몸뚱아리 수고롭게 움직여서 일하는 것도 억울한데,남 원망하고 저주하여 마음에 병 만들어 시달리면 나 자신만 손해라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처럼 보이는 이 새로운 존재방식이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 것이다. 그때부터 농민들의 입에서는 욕설과 원망 대신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다소 기이하고 높고 낮은 소리,길고 짧은 소리들이 울려나오기 시작했다. 한 사람 입에서 시작된 그 소리는 한 집을 즐겁게 하고,한 집안의 소리는 이웃과 동네의 기쁨으로 커져갔다. ●쌍계사서 찻잎으로 약 만드는 법도 가르쳐 참으로 끝없는 사랑이었다.아무런 가사나 내용도 없이 앉고,일어서고,허리를 굽히고 펼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터져나오는 기이한 소리,노래도 아니고 울음도 아니면서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움직이는 신이한 소리였다. 그런 다음 혜소는 쌍계사 주위에다 차나무를 심어 가꾸면서 찻잎으로 차약(茶藥)을 만들어 먹는 법을 가르쳤다.병들어도 약 한 첩 먹을 수 없는 민중들에게 차나무를 심어 그 잎으로 약을 만들어 먹는 법을 가르친 것이다.그래서 하동 쌍계사가 우리나라 차문화의 고향이 된 것이다. 이렇듯 민중에게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법을 가르치던 혜소스님은 850년 76세로 입적했다.헌강왕이 진감(眞鑑)이라 시호를 내리고,그 뒤를 이은 진성여왕이 대공탑을 준공하였다.아,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법은 고통받는 이와 함께 사는 것임을 온몸으로 실천해 보인 혜소 진감선사여.˝
  • [열린세상] 화합과 개혁의 순리/서영훈 (사)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 상임대표

    역사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무엇보다도 국리민복을 해치는 사당 파쟁을 중지하고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과제는 국민화합과 정치·사회의 개혁이다.얼마전 청와대에서는 우리 사회의 ‘원로’라 불리는 각계 인사 20여명이 초청되어 대통령과 함께 나랏일을 걱정하는 모임이 있었다.그 자리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고 강조된 것 역시 국민화합의 중요성과 변화와 개혁의 당위성이었다.발전을 가로막는 분열과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 당리당략에 집착한 정쟁을 중지하고 국민화합을 이루어야 하며,사회 전반에 만연된 부정 부패와 각종 사회악을 뿌리뽑기 위해서 제도의 개혁,의식과 문화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화합과 개혁의 두 가지 공안(公案)적 과제를 동시에 추진함에 있어서 그 선후(先後)와 순역(順逆)이 맞지 않아 갈등이 생기고 대립,반목이 야기된다는 데에 있다.바로 이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두 과제를 조화롭게 병진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필수 과제요,절박한 과제이다. 그때 모인 자리에서 있었던 발언 내용을 요약해 보면 대개 이러했다.국민화합과 정치개혁을 올바르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정운영과 정당,사회활동에 있어서 지나친 편 가르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개혁은 이념과 도덕성을 준거로 삼을 수밖에 없는데 이 중 이념에 잘못 치중하다 보면 보수와 진보를 따지게 되고 상호 불상용과 양극 대결로 치달아 결국은 민주질서 자체를 파괴할 위험성마저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편 가르기로 점철된 부끄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조선조나 개화기의 당파 싸움은 접어두고라도,나라를 잃고 종살이를 하던 시기에도 독립운동 세력이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파벌 분쟁으로 외모(外侮)를 자초하였고 광복 후의 건국과정과 건국 후의 국정 운영에서도 얼마나 한심한 파벌싸움을 지속해 왔던가. 남북 분단의 비극도 꼭 미·소(美·蘇)에 의한 외인(外因)적 원인에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동족상잔의 전란을 치른 지 반세기가 넘도록 남북화해와 민족 공동체의 복원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민주주의의 정상적 발전과 사회문화의 건전한 발전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어찌 남의 탓이라고만 할 수 있겠는가. 광복 정국의 혼란 속에 어렵게 터를 닦아 세우고 역경과 시련을 겪으며 오늘의 발전을 이룩하는 고비고비에서 얼마나 많은 수난과 인고의 역정(歷程)을 지나 왔던가.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강권 통치하의 근대화 과정에서 꺼져가던 민주주의를 회생(回生)시키고 기적 같은 경제성장을 통해 민생 복지의 기반을 닦아 오는데 얼마나 많은 피땀을 흘리며 고난 극복의 행진을 지속해 왔던가. 그런데 오늘날 바로 그 역사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무엇보다도 국리민복을 해치는 사당 파쟁을 중지하고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또한 우리의 발전을 가로막았던 정치적,사회적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제도의 민주주의를 전제로 한다.하지만 국민의 각성된 의식과 실천이 이를 뒷받침하지 않으면 그 제도가 보장하고 우리가 기대하는 성과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따라서 국민 각자도 스스로 의식을 개혁하고 민주적 참여와 합리성,공정성의 원칙을 준수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지구촌 시대,세계화의 시대이다.날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국제 질서와 새로운 역사의 도전 앞에 뜻과 지혜를 모아 대응하고 분발 협력할 때다.안으로 민생안정을 이루는 가운데 진정한 민주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며,밖으로 보편적 가치 실현과 평화공존의 새 질서 건설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어찌 편 가르기 이해관계나 해묵은 원한 감정에 집착하고 사로잡혀서야 되겠는가.우리는 마땅히 그리고 반드시 이 잘못되고 부끄러운 과거의 기반과 구속에서 벗어나 밝고 영광스러운 새 역사 창조를 위해 미래지향적으로 화합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와 개혁에 동참 협력해야 할 것이다. 서영훈 (사)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 상임대표˝
  • MBC PD수첩 '가난 대물림’ 고발

    ‘대한민국 부촌 1번지’인 서울 강남 한복판에 판자촌이 있고,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대대로 가난을 대물림하고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10일 오후 11시5분에 방송되는 MBC ‘PD수첩’은 우리나라 최고 부자들이 모여 사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바로 앞에 있는 판자촌을 심층 취재,빈곤의 고착화·세습화 현상을 고발한다. 한 평에 수천만원씩 하는 아파트가 줄지어 늘어선 곳.우리나라 외제차의 50%가 굴러 다니고 소위 ‘돈 많고 빽있는’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런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 밤에도 불이 켜지지 않는 동네가 있다.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자활근로대 마을.70년대 말∼80년대 초 거리부랑아와 극빈층을 자활시키고 근로의욕을 고취하겠다며 정부가 반강제적으로 조성했다. 주민들은 양재천 너머로 마주보고 있는 타워팰리스 등 부자 아파트 단지의 재활용품을 수거하며 힘겹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주민 가운데 4년제 대학을 나온 사람은 단 한 사람에 불과하고,30대 이상의 주민 대부분이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거나 초등학교만 졸업했다.20대 이하의 젊은 층도 대부분 중졸·고졸의 학력이다.주민 75%가 빚에 쪼들리고 있으며,10명 중 4명은 직업이 없다. 아이들은 사교육의 전시장인 강남에서 과외는커녕 학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한다.한 여중생은 “학원이 달나라만큼 가고 싶다.”고 말한다.촌지를 줄 돈이 없어 선생님에게 이유 없는 구박을 받고,거지마을을 구경한다며 같은 반 남학생이 뒤쫓아오는 바람에 동네 어귀를 한참 배회한 뒤에야 집에 돌아와야 했던 여중생,박물관을 가지 못해 견학 숙제를 할 수 없는 초등학생의 모습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제작진은 “최고 부자동네 한복판에서 부모의 가난이 고스란히 자식에게 대물림 되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부조리를 짚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노망을 빙자한 한마디/박완서 소설가

    열흘가량 여행을 다녀왔다.여러 번 갔던 나라를 또 가니까 이왕이면 안 가본 나라를 가지 뭣 하러 가본 데를 자꾸 가냐고,식구들도 친지들도 의아해했다.하긴 그랬다.호기심 없이 떠나는 여행은 설레지 않는다.그건 여행의 기쁨의 절반쯤은 미리 잃고 떠나는 셈이니 굉장한 손해다.아무데나 여기 아닌 딴 곳에서 멍청하게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던 차에 마침 나에게 적당한 일정과 편안한 일행을 만나게 되었으니 행선지는 어디라도 상관 없었나 보다.그러나 막상 집을 떠나보면 쉬고 싶어 어디를 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알게 된다.이 세상에 내 집처럼 편한 쉼터가 어디 있겠는가.늙어갈수록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고 적당히 따습고 적당히 딱딱한 내 집 잠자리에 다리 뻗고 눕는 것만큼 완벽한 휴식은 없다.현지의 일기는 불순했고 일행에게 노익장을 과시하고 싶은 객기까지 가세해 나에게는 고단한 여행이었다.겉으로는 재미있어하는 척하면서도 밤이면 친척집에 맡겨진 어린애처럼 우리 집에 갈 날이 몇 밤 남았나,손가락을 꼽아가며 헤아려 보곤 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아무리 즐거운 곳에서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내 집밖에 없다는 진부한 감회와 안도감을 만끽하기도 전에 뭣 하러 텔레비전은 틀었던지.몸에 밴 습관 때문이었을 것이다.마침 뉴스시간이었다.뉴스시간에 제일 먼저 등장해 지지고 볶고 고함치고 삿대질하는 정치하는 사람들과 정치적인 사람들을 보면서 그동안 저 사람들을 안 보는 게 얼마나 달콤한 휴식이었던가를 비로소 깨달았다.다만 며칠이라도 저 사람들을 안 볼 수 있었으니 여행은 역시 좋은 거였다.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었다.아니 달라진 게 있을 수도 있었다.돌을 던지던 사람이 돌을 맞는 사람이 돼 있을 수도,돌을 맞던 사람이 기사회생 돌을 던지는 사람이 돼 있는지도 모른다.내가 눈이 침침하여 그것을 분간 못할 뿐.나는 이제 눈 어둡고 정신도 예전만큼 명징치 못해 누가 옳은 사람이고 누가 옳지 못한 사람인지,누가 거짓말쟁이고 누가 정직한 사람인지,누가 믿을 만한 사람이고 누가 못 믿을 사람인지 분간하지 못한다.그들 스스로는 알까.워낙 서로 진흙탕을 많이 처발라서 내가 누군지 상대방이 누군지도 분간 못하는 게 아닐까.‘저 꼴 보기 싫어 못살겠다.’라고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게 그들의 이전투구는 정말이지 넌더리가 났다. 이나이까지 통과해온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회상해보면 빈곤도 빈곤이지만 정치판도 지금보다 훨씬 더 개판인 적도 많았다.오죽해야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선거구호가 만백성에게 회자되었을까.그러나 못살겠으면 갈아보면 된다고 믿을 수 있었던 때는 행복한 시대였다.갈아치운다는 건 요샛말로 하면 개혁이 아니었을까.개혁정부가 들어서고 개혁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국민의 표까지 조작하고 도둑질하던 더러운 시대에도 국민들은 선거에 의해 부패한 정권을 갈아보려는 착하고 정결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매번 좌절하고도 꿈을 버리지 않았고 다음 선거를 기다리곤 했다.정치가들이 저렇게 이합집산과 서로 흠집 내기에 열중하는 걸 보면 선거철이 가깝긴 가까운 것 같은데 저들을 갈아 치우고 새로 맞이하고 싶은 새얼굴이 도대체 떠오르지 않으니 어떡하나. 나처럼 희망을 잃거나 분별력이 시원찮은 사람이 선거에 불참하거나 표를 잘못 찍을까봐 염려해서 누구는 좋은 사람이고 누구는 나쁜 사람이라는 걸 가려주겠다는 친절한 단체까지 생겨나고 있다.고마운 노릇이지만 하도 정치가 혐오스럽다 보니 누가 단체를 만든다고 하면 정치적이 될까봐 경계하는 마음부터 갖게 된다.정치하고는 하등 상관없어 보이는 모임도 어느 정도의 영향력만 생겼다 하면 정해진 수순처럼 정치적으로 변질하고,기어코 진흙탕까지 묻히고 마는 걸 어디 한 두 번 보았나. 그러고 보니 이 난을 맡으면서도 정치얘기는 하지 말자 작심하고 시작했는데 나도 모르게 하고 말았다.아무리 더러워도 피할 수 없는 그 놈의 정치라는 것,그건 이 시대의 질병인가 악몽인가.산뜻하게 깨어날 수 있는 주문 어디 없을까. 소설가˝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노망을 빙자한 한마디/박완서 소설가

    열흘가량 여행을 다녀왔다.여러 번 갔던 나라를 또 가니까 이왕이면 안 가본 나라를 가지 뭣 하러 가본 데를 자꾸 가냐고,식구들도 친지들도 의아해했다.하긴 그랬다.호기심 없이 떠나는 여행은 설레지 않는다.그건 여행의 기쁨의 절반쯤은 미리 잃고 떠나는 셈이니 굉장한 손해다.아무데나 여기 아닌 딴 곳에서 멍청하게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던 차에 마침 나에게 적당한 일정과 편안한 일행을 만나게 되었으니 행선지는 어디라도 상관 없었나 보다.그러나 막상 집을 떠나보면 쉬고 싶어 어디를 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알게 된다.이 세상에 내 집처럼 편한 쉼터가 어디 있겠는가.늙어갈수록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고 적당히 따습고 적당히 딱딱한 내 집 잠자리에 다리 뻗고 눕는 것만큼 완벽한 휴식은 없다.현지의 일기는 불순했고 일행에게 노익장을 과시하고 싶은 객기까지 가세해 나에게는 고단한 여행이었다.겉으로는 재미있어하는 척하면서도 밤이면 친척집에 맡겨진 어린애처럼 우리 집에 갈 날이 몇 밤 남았나,손가락을 꼽아가며 헤아려 보곤 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아무리 즐거운 곳에서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내 집밖에 없다는 진부한 감회와 안도감을 만끽하기도 전에 뭣 하러 텔레비전은 틀었던지.몸에 밴 습관 때문이었을 것이다.마침 뉴스시간이었다.뉴스시간에 제일 먼저 등장해 지지고 볶고 고함치고 삿대질하는 정치하는 사람들과 정치적인 사람들을 보면서 그동안 저 사람들을 안 보는 게 얼마나 달콤한 휴식이었던가를 비로소 깨달았다.다만 며칠이라도 저 사람들을 안 볼 수 있었으니 여행은 역시 좋은 거였다.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었다.아니 달라진 게 있을 수도 있었다.돌을 던지던 사람이 돌을 맞는 사람이 돼 있을 수도,돌을 맞던 사람이 기사회생 돌을 던지는 사람이 돼 있는지도 모른다.내가 눈이 침침하여 그것을 분간 못할 뿐.나는 이제 눈 어둡고 정신도 예전만큼 명징치 못해 누가 옳은 사람이고 누가 옳지 못한 사람인지,누가 거짓말쟁이고 누가 정직한 사람인지,누가 믿을 만한 사람이고 누가 못 믿을 사람인지 분간하지 못한다.그들 스스로는 알까.워낙 서로 진흙탕을 많이 처발라서 내가 누군지 상대방이 누군지도 분간 못하는 게 아닐까.‘저 꼴 보기 싫어 못살겠다.’라고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게 그들의 이전투구는 정말이지 넌더리가 났다. 이나이까지 통과해온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회상해보면 빈곤도 빈곤이지만 정치판도 지금보다 훨씬 더 개판인 적도 많았다.오죽해야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선거구호가 만백성에게 회자되었을까.그러나 못살겠으면 갈아보면 된다고 믿을 수 있었던 때는 행복한 시대였다.갈아치운다는 건 요샛말로 하면 개혁이 아니었을까.개혁정부가 들어서고 개혁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국민의 표까지 조작하고 도둑질하던 더러운 시대에도 국민들은 선거에 의해 부패한 정권을 갈아보려는 착하고 정결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매번 좌절하고도 꿈을 버리지 않았고 다음 선거를 기다리곤 했다.정치가들이 저렇게 이합집산과 서로 흠집 내기에 열중하는 걸 보면 선거철이 가깝긴 가까운 것 같은데 저들을 갈아 치우고 새로 맞이하고 싶은 새얼굴이 도대체 떠오르지 않으니 어떡하나. 나처럼 희망을 잃거나 분별력이 시원찮은 사람이 선거에 불참하거나 표를 잘못 찍을까봐 염려해서 누구는 좋은 사람이고 누구는 나쁜 사람이라는 걸 가려주겠다는 친절한 단체까지 생겨나고 있다.고마운 노릇이지만 하도 정치가 혐오스럽다 보니 누가 단체를 만든다고 하면 정치적이 될까봐 경계하는 마음부터 갖게 된다.정치하고는 하등 상관없어 보이는 모임도 어느 정도의 영향력만 생겼다 하면 정해진 수순처럼 정치적으로 변질하고,기어코 진흙탕까지 묻히고 마는 걸 어디 한 두 번 보았나. 그러고 보니 이 난을 맡으면서도 정치얘기는 하지 말자 작심하고 시작했는데 나도 모르게 하고 말았다.아무리 더러워도 피할 수 없는 그 놈의 정치라는 것,그건 이 시대의 질병인가 악몽인가.산뜻하게 깨어날 수 있는 주문 어디 없을까. 소설가
  • [일요영화]

    ●오발탄(EBS 오후 11시) 60년대 대표적 감독인 유현목 감독의 대표작이자 한국영화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작품. 김진규·최무룡·문정숙 주연.한국 전쟁 직후 1950년대의 불안한 시대상을 탁월한 리얼리즘의 시각으로 조명한 문제작.상영 한달만에 반사회적이고 내용이 어둡다는 이유로 1년 이상 상영이 중지됐다. 가난한 계리사로 한 집안의 가장인 철호는 정신착란증을 앓고 있는 노모를 모시고 산다.양쪽에 난 사랑니로 치통을 앓는 그는 충치 뽑을 여유도 없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간다.그의 아내는 만삭의 몸으로 생활의 고단함에 찌들려 산다.전쟁에서 부상당한 남동생 영호는 상이 군인들과 어울리며 울분을 삭인다.그의 여동생은 밤마다 몸을 팔기 위해 거리로 나가며,막내는 빈곤을 견디지 못해 신문팔이로 나선다. 절망에 빠진 영호는 권총을 구해 은행을 털다 경찰에 붙잡히고 철호의 아내는 출산 중에 사망한다.치통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철호는 치과에서 앓던 이를 뽑고 택시에 몸을 싣지만 막상 갈 곳이 없다.그는 완전히 방향감각을 잃은 오발탄이다. 이영표기자 tomcat@ ●보일러 룸(KBS1 오후 11시25분) 미국 월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사기 투자 수법으로 막대한 이익을 남기는 사기 브로커 조직에 들어간 젊은이를 그렸다.‘보일러 룸’은 사기 브로커 조직을 가리키는 은어.불법 카지노를 운영하는 19살 세스.어느날 카지노 고객의 소개로 주식 중개 회사인 제이티 말린사에 취업하게 된다.제이티 말린사는 ‘보일러 룸’.전화로 고객을 구워삶는 데 소질을 보인 세스는 한번 주식중개에 성공하자 맹렬히 실력을 발휘하고 큰 돈을 만지기 시작한다.동시에 보일러 룸의 어두운 면을 알아가는데…. ●투캅스3(SBS 오후11시55분) 김보성,권민중 주연.어느덧 고참이 돼 새로운 파트너를 맞게된 이형사.신참 최형사는 이형사처럼 경찰학교를 수석 졸업한 여형사다.이형사는 최형사가 여자라며 험한 일에서 빼주려 하지만 최형사는 고참의 배려를 무시하고 현장으로 뛰어든다.이형사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최형사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최형사는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을 푸대접하는 이형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그러던 중 그들에게 범인 검거를 위해 잠복근무를 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 [씨줄날줄] 빌 게이츠 유산

    ‘지구의 자원은 모든 사람의 필요를 위해서는 충분하지만 소수의 탐욕을 위해서는 부족하다.’ 간디는 물질적 풍요가 넘쳐나고 있는 현대에도 많은 민중을 빈곤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는 부의 편중 문제를 이렇게 표현했다.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자본주의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원리 자체의 효율성과 함께 그의 모순을 메워 주는 민주주의적 장치들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세계 최고의 부호 빌 게이츠의 유산 상속 발언은 이런 장치를 재삼 되돌아 보게 만든다. 빌 게이츠는 한 인터뷰에서 세 자녀에게 1000만달러만 물려주고 나머지 재산은 자선사업에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1000만달러는 그의 전 재산 460억 달러의 0.02%에 불과하다.그는 이미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한 상태.그는 “아이들의 인생과 잠재력은 출생과 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이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자기 자녀에 대해 자수성가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과 세상의 다른 아이들에게도 기회 균등의 환경을 마련해 주겠다는 것이다.그는“재산을 모은 이들은 불평등 해소를 위해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발견하길 바란다.”며 구체적으로 교육을 통한 사회 불평등 해소에 자신의 재산을 투입할 뜻을 분명히 했다. 빌 게이츠의 아버지 빌 게이츠 1세는 일찍이 상속세 폐지 반대운동을 통해 부의 사회환원 정신을 알린 바 있다.그는 “아들에게 큰돈을 물려줬다면 오늘의 빌 게이츠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운동에 앞장섰다.이제 아들 빌 게이츠는 부의 사회환원과 함께 어린이를 위한 교육 기회 확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부의 세습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핵심적 장치인 사회환원과 교육기회 확대를 모두 실천해 보이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학교 연구팀이 내놓은 서울대 입학생 학부모의 소득 및 교육 정도 분석자료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 현상 해소에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인데도 어떻게 된 건지 돌아가는 논의는 소외 계층의 배제 논리에 가깝다.빌 게이츠의 유산 발언을 보면서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되는 또 다른 이유이다.함께 사는 철학을 갖춘성숙한 자본주의는 우리 사회에는 시기상조인 것일까. 신연숙 논설위원
  • 경기, 빈곤층 식료품비 지원

    경기도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도내 차상위 계층 가정에 가구당 매월 최저 14만원의 식료품비를 최대 6개월동안 지원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도는 현재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월평균 소득으로 사실상 빈곤층에 해당하지만 부양의무자의 재산기준 초과,승용차 보유 등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가정이 모두 4200여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이에 따라 도는 이들 가정의 생활안정을 돕고,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한시적으로 식료품비 수준의 생계비를 지원키로 했다. 지원액은 1인 가구의 경우 월 14만 9800원,2인 가구 24만 8200원,5인 가구 48만 8200원,6인 가구 55만 900원 등이다.7인 가구 이상은 가구원이 1명 늘어날 때마다 6만 2700원씩 추가 지원한다. 지원 기간은 3개월이지만,1차례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대 6개월까지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다.일선 시·군이 관내 주민을 대상으로 생활실태를 조사한 뒤 지원자를 선정한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
  • “정치개혁·일자리 창출 총력”정동영 우리당의장… 盧대통령 입당땐 주례회동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15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가진 내·외신 합동 기자회견에서 정치개혁과 일자리 창출에 진력할 것임을 선언했다.“민생과 경제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한 노무현 대통령의 전날 연두 기자회견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향후 당·청 관계가 더욱 긴밀해질 전망이다. 그는 “노 대통령이 입당하면 주례회동을 갖고 그 자리에서 과감히 정책적 건의사항과 쓴 소리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도 “대통령에 대한 쓴 소리는 여당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는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정 의장과 김혁규 지명직 상임위원을 포함한 6명의 상임중앙위원들은 18일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만찬을 하며 당·정 관계 조율에 나선다. 정 의장은 이날 정치개혁과 관련한 구체적 대안도 제시했다. 지난 11일 자신이 제안한 1대1 TV 토론을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거부한 데 대해 “4당이 참여하는 1대3 토론도 가능하다.”며 토론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선거관계법 협상과 관련해서는 “지역구 의원정수 문제는 뒤로 돌리더라도 나머지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 안을 패키지로 몽땅 받을 것을 최 대표에게 제안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깎아내리는 발언도 했다.“우리당과의 정체성 경쟁에서 탈락했다.”면서 “민주당은 정치개혁법 협상 과정에서 개악으로 몰아간 한·민·자 동맹을 즉각 탈퇴하고 우리당과 공조하자.”고 꼬집었다. 민생회복을 위한 ‘경제정당’을 표방한 그는 실업해소 의지도 강하게 보였다. 이를 위해 경총,전경련,민노총,한국노총,대학총장,여야 4당 대표,시민사회 대표,경제부처 각료 등이 참석하는 ‘범국민적 실업극복을 위한 대책기구’ 발족을 제안했다.또 “현재 정부의 ‘청년 인턴 및 연수제도’를 2003년 5만명 900억원 수준에서 올해는 10만명 2000억원 수준으로 2배 이상 확대하고 이공계 청년층 채용을 확대하는 고용창출 우수기업에 대한 정부의 조세지원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투자기관과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이공계 중심의 신규채용을 늘리는 방안도 제시했다.당 차원에서는 전(全) 당원 ‘1일 민생봉사’나 ‘빈곤층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한편 김근태 원내대표와 정세균 정책위의장,남궁석 의원 등은 정 의장의 기자회견 직후 ‘청년 실업해소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교육·노동부 등과 갖고 구체적인 대안마련에 나섰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열린세상] 성찰적인 헤어짐의 제도

    지난해 12월 말,2002년 한국 사회의 총 결혼 건수에 대한 이혼 건수의 비율이 47.4%이며,이는 세계 3위 수준이라는 내용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게다가 보건복지부와 관련된 이 보고서는 조만간에 세계 최고의 ‘이혼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 통계 수치는 매우 ‘심각한 것’임을 지적했다고 한다. 이 통계나 순위가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없지 않지만,최근 이혼 비율의 급증을 강조하려는 취지라는 점을 감안해서 받아들인다 해도,나로서는 이 ‘심각하다’는 표현은 좀처럼 공감하기가 어렵다. 도대체 무엇이 심각하다는 것일까? 이혼율이 세계 1위라는 것이 부끄럽다는 뜻인가.방송이나 신문 기사들을 검색해 보니 그런 투로 해석한 경우가 적지 않은 듯하다.또 네티즌의 반응 가운데는 그런 이해가 꽤 많았다. 이혼율 급증은 보고서도 암시하고 있듯이 최근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인한 ‘신빈곤화’의 특징적인 양상의 하나다.실제로 저소득계층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복지 관련 활동가의 증언에 따르면,이곳에서의 가족해체는 상당히진척되었음을 보여준다.또 극빈층은 아니더라도 경제적 위기가 부부관계에 부정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양상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세계화의 구조적 변동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증명해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편 지난해 5월에 있었던 이혼에 관한 한 여론 조사를 보면 이혼에 관한 여성과 남성의 태도에 있어서 여성이 훨씬 적극적이었다.이것은 더 이상 여성이 ‘참는 존재’로,가족을 위해 ‘희생당하는 존재’로 남아 있으려 하지 않는,즉 여성이 자신을 주체로 인식하는 태도와 이혼율의 상승이 서로 비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요컨대 이러한 사실들은 최근 이혼율의 급증은 결코 개개인의 선택의 문제만은 아닌,사회적 변동과 밀접히 관련된 사안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데 이혼율이 세계 1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는 태도는 이러한 배후 과정을 간과하게 한다.그보다는 개인의 ‘섣부른 선택’이 가족의 해체를 가져온다는 점을 은연중 강조한다. 이 보고서가 제출되기 한 달쯤 전,보건복지부는 이른바 ‘충동 이혼’을 억제하기 위해 민법 혹은 건전가정육성기본법을 개정하여 ‘이혼 숙려기간’ 도입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그리고 각종 여론 조사는 예외 없이 이 방안이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혼율 급증을 막는 것이 ‘삶의 질’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와 국민 대다수의 공감대라는 얘기다.즉 개인의 섣부른 선택에 따른 이혼이 가족 해체를 가져오는 주된 이유이고,이것이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이 우리 사회의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물론 이는 이혼율 증가의 원인보다는 이혼 자체가 문제라는 선험적 판단을 전제한다. 한데 위에서 말한 것처럼,최근의 구조의 변동과 사회적 주체화 양상의 변화 과정에서 한국의 가족은 더 이상 전통적인 인간관계의 붕괴 추세의 안전구역이 아니다. 이러한 이혼의 광범위한 증가는 한국 사회의 가족 시스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그것은 이혼을 억제하여 가족 해체를 막아보려는 시도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보다 삶의질의 문제는 성찰적인 만남만큼이나 ‘성찰적인 헤어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제도 속에 반영할 때 진정 모색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우리 사회에서 부부가 헤어지면 남만 못하다고 하는 통설이 있다.그것은 우리 사회의 헤어짐의 제도가 그만큼 성찰적이지 못하다는 증거다. 재산분할 문제,자녀 문제,이혼 여·남의 취업 및 기타 사회적 관계 문제 등등,끊임없이 헤어진 상대방을 원망하고 증오하게 하는 요소들이 우리 주위에 널려 있다.그렇다면 보건복지부가 삶의 질을 위해 이혼율 급증을 우려한다면,국민의 일상화된 편견을 거슬러서 성숙한 헤어짐의 제도화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진호 목사 당대비평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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