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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노래 속의 낭만 연인/ 이민홍 편역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녀간의 사랑만큼 보편적이고 지속적인 것이 있을까?그래서 서구에선 고대로부터 신화와 문학의 가장 중요한 테마가 사랑이었다. 이미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의 신은 풍요의 신인 아버지와 빈곤의 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이를 잘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도 또 만나고 싶은 것은 어머니의 빈곤의식을 닮았고, 만남의 장소를 화려하고 근사한 곳으로 택하고자 하는 속성은 아버지의 풍요로움을 닮았기 때문이라는 신화적 해석이 그럴 듯하다. 하지만 유가이념이 지배한 동아시아에서 상류층 사람들은 내심 뜨거운 사랑을 나누면서도 이를 말하거나 글로 표현하는데 인색했다. 도덕군자로 알려진 저명한 선인들 대부분이 열렬한 애정행각을 벌였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건만, 이들이 남긴 ‘사랑의 시’는 가뭄에 콩나듯 희귀하다. 삼국시대의 향가나 고려조의 몇몇 가곡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엄밀한 의미에서의 사랑노래는 아니다. 대부분은 남녀간의 애정에 의탁해 왕에 대한 충성심을 노래한 것이기 때문이다.“내 님이 그리워 우는 것은 산 두견새와 비슷하다.”는 피맺힌 노랫말을 남긴 ‘정과정’,“이 몸 생기실 때 님을 쫓아 생겼으니, 천생연분이 하늘 모를 일이런가.”의 ‘사미인곡’을 애절한 사랑노래로 해석할 수 없는 것이 이같은 이치에 있다. 그러나 작자를 알 수 없는 수많은 만횡청류(漫橫淸流), 이른 바 사설시조엔 애정과 애욕이 넘쳐 흐른다. 조선시대 풍류와 사랑의 ‘진정한 주인’이랄 수 있는 명기들의 사랑노래는 애틋하고 진솔해 지금 읽어도 그 절절함이 가슴을 적신다. 또 일부 지식인들도 솟구쳐 오르는 사랑의 마음을 시로 남겼다.‘낭만연인·浪漫戀人’(이민홍 편역, 국일미디어 펴냄)은 이처럼 우리 선조들이 남녀간 애정을 꾸밈없이 읊은 한시 108수를 뽑아 해설을 붙인 것이다. 편역자의 표현대로라면 ‘조선시대의 3년간 나눌 애정을 3일 동안에 탕진할 수 있는 요즘, 애틋한 중세의 사랑을 그리워하며’ 한 수 한 수 뽑아 해설을 붙인 책이다. 책은 사랑이 싹트기 전부터 시작해 이별과 죽음 이후의 감정까지, 마치 사랑의 일대기를 그리듯 9개의 테마속에시를 담았다. 이성에 대한 설렘, 불꽃 같은 사랑, 이별, 그리움, 외로움, 꿈속의 사랑과 기다림, 체념, 다음 생의 사랑 등등. “열 다섯 아리따운 아가씨(十五越溪女)/부끄러워 이별의 말도 못하고(羞人無語別)/중문까지 닫아걸고 들어가서는(歸來掩重門)/배꽃 사이 달 보며 눈물 흘리네.(泣向梨花月)” 이성에 대한 설렘과 부끄러움이 잘 드러난 이 시는 임제(1549∼1587)의 ‘규원’(閨怨)이라는 한시. 열 다섯이면 요즘 중학교 2학년. 시대가 바뀌어 사내아이보다 더 기운이 넘쳐 악을 쓰며 뛰어다니기도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얼굴이 붉어지고 말도 잘 못하는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편자는 기대를 가져 본다. 당대 최고의 실력자 남곤(1471∼1527)의 첩이었던 조운. 첩이었던 것이 못내 한스러웠는지 그녀는 “…초가집 한 칸이면 당신과 누울 수 있으니/가을바람 밝은 달과 오래도록 삽시다.”라며 사랑의 도피를 애원한다. 조선 영조 때 평양의 명기로 소문났던 계월은 누구를 그리 떠나보내기 괴로웠는지 “대동강 강가에서 정든 님 보내는데/천가지 버들로도 잡아매지 못하네….”(送人)라고 으며 애를 끓이고 있다. 파격의 지식인답게 다산 정약용도 ‘꿈속의 아내에게’(如夢令寄內)란 사랑시를 남겼다.“…언제나 침실에서 아름다운 인연 맺을까나/그리워 말자 그리워 말자/서글피 꿈속에서 본 그 얼굴을.”시국사건으로 전라도 강진에서 오랜 귀양살이를 하던 그는 언제나 보고 싶은 아내랑 한 방에서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괴로워하고, 결국은 “그리워하지 말자.”며 체념을 드러낸다. 근엄과 격식의 사회에서도 ‘꿀과 설탕’같은 사랑이 흘렀고, 많지 않은 한시를 통해 이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98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이영훈교수 “박정희시대 뒤집어 보면 분배 잘돼”

    이영훈교수 “박정희시대 뒤집어 보면 분배 잘돼”

    최근 학계의 논쟁 가운데 선 인물이 있다. 바로 서울대 이영훈 교수다. 우리의 근대 경제성장이 식민지 때 시작됐다는 주장에 이어 박정희 시대 경제성장에서 저임금 등의 꼬리표를 떼내자는 주장까지 내놨다. 이런 주장도 주장이지만 그의 특별함은 여기에 실증적 통계자료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쏟아지는 비판에 홀로 맞서고 있는 이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악역을 자처한 까닭은. -나는 실증주의자다. 온갖 오해에도 불구하고 내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자신과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내 주장은 식민지·박정희 시대에 대한 서술이 사실과 다르며,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하자는 것이다. ●70년대 생산성 향상과 임금증가율 비슷 ▶박정희시대 논란은 어떤가. -흔히 저임금과 농어촌·중소기업 배제를 거론한다. 그러나 이는 60년대 데이터를 봤을 때나 맞는 말이다.60년대 이후 상황이 변했다. 이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주장이 지난 40여년간 고착화됐다. 상황 변화는 70년대의 고미가 정책과 대기업-중소기업간 산업연계정책인데, 고도성장은 이런 정책으로 가능했다. 저임금 부분도 노동을 한 단위 더 투입하는데 따른 생산성 향상과 임금 증가율이 비슷하게 갔다는 게 중요하다. ▶전태일은 어떻게 말하겠는가. -전태일로 70년대 상황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70년대의 임금이 생계비의 절반이었다는데 이는 단정하기 어렵다. 정말 그랬다면 빈곤의 세습과 광범위한 슬럼화가 누적되는 이른바 ‘사회적 침전’ 현상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뒤집어 보면 분배가 잘됐고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는 것이다. ▶삶의 질을 통계로 평가할 수 있나.. -통계로 모든 역사를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학적 접근법이어서 수많은 신화와 도덕적 허구를 깰 수는 있다. 그게 통계의 힘이다. ▶허수열 충남대 교수는 통계 수치만 보고 한·일 민족간 차별은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비판했는데…. -그 지적을 높이 평가한다. 허 교수 자료는 식민시기 생활수준이 최소한 수평을 유지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이는 수탈론 부정이다. 식민시기 경제성장을 30년대 후반의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근본주의·원리주의는 중세적 사고 ▶경제사 연구에 ‘민족’을 넣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허 교수와 다른 관점인 것 같은데…. -우리는 민족근본주의에 빠져 있다. 모든 기준이 민족이다. 그러나 근본주의, 원리주의는 중세적 사고방식일 뿐이다. ▶박정희 시대를 민주와 인권으로 평가하면 어떤가. -그것도 다시 봐야 한다.10·26 뒤 사면복권된 사람이 800명도 안된다.4000만 인구 중 일부다. 보통사람들은 일상적인 생활을 했다. 암울했다기보다 외려 자기실현 과정에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 안 그렇다면 당시 10%대의 고성장을 설명할 수 없다.800여명을 비용으로 중화학·자동차공업, 철강산업을 일으킨 것은 평가받을 일이다. ▶시대를 평가함에 있어 도덕적 관점은 무의미하다는 뜻인가. -도덕적 잣대로 국가를 설명하는 것은 무리다. 그런 비판자들이 알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우선 ‘나라 만들기’는 장기적 과정이다. 미국 흑인들은 1950년대에야 공민권을 얻었고 조선도 반석에 오르는 데 70년이 걸렸다. 각 시대는 각각 담당해야 할 역할이 있다. 이승만과 박정희도 그런 차원에서 봐야 한다. 두번째는 헌법이념과 대의민주주의를 이해하고 권리·의무의 주체로서 나설 수 있는 ‘교양인’으로서의 국민이 있느냐다. 조선시대 소농 중심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로 전환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근과거 집권세력은 상대적으로 청렴 ▶과거사 문제와 관련, 클린턴처럼 먼저 사과할 수는 없을까.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했다. 그리고 부패가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과거 집권세력은 상대적으로 청렴했다고 본다. ▶결국 경제성장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보는 관점인 것 같은데. -어떤 사물을 통합적으로 보는 것이 성숙한 자세다.20세기 우리 역사도 그렇다. 식민지에, 분단에, 전쟁에 얼마나 끔찍한 경험이 많았나. 비판할 일이 있으면 해야겠지만 기본은 통합으로 가야 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이영훈교수가 주장하는 수량경제사란 이영훈 교수의 접근법은 수량경제사적 관점으로, 이는 서구에서 20세기 초부터 지속되어온 방법이다. 물가, 이윤, 임금 등 장기적인 경제지표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역사를 서술하자는 입장이 그것이다.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서구의 경우 90년대 들어 거의 폐기됐다는 반론도 있다. 통계로 인간의 삶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정부는 각종 거시경제지표가 건전하다고 발표하지만 서민들은 와닿지 않는다고 아우성이고, 언론은 정부가 실체를 제대로 모른다고 비판하기 일쑤인 점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이 방법론은 60년대 이후 일본에서 활발히 다뤄졌으며,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 중반 안병직 교수가 주도하는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받아들였다. 수량경제사가 한국의 근대 문제를 본격적으로 건드린 것은 90년대 중반. 그러나 우리에게는 공신력있는 자료와 기록이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서구 제국과 달리 근대적 의미의 통계가 도입된 것은 20세기 초였으니 그 이전 자료가 남아 있을 리 없었다. 이에 따라 낙성대팀은 양반가와 촌락의 각종 고문서에서 의미있는 통계치들을 추출해 냈다. 지금의 ‘가계부’ 개념과 비슷한 기록이 남아 있었던 것. 출간되자마자 논란을 불러일으킨 ‘수량경제사로 다시 본 조선후기’ 등의 연구물도 이들 고문서에서 추출한 자료를 기초로 했다. 즉, 경북 예천의 박씨가 문헌, 전남 영암의 문씨가 계(契)문서 등을 통해 농촌경제를 분석하고, 족보를 분석해 인구사로 연구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물론 비판도 많다. 일본 학계의 논리를 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못한 또 다른 식민주의 폐해라거나 제한된 자료에 근거한 만큼 해석 역시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반론 등이 그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혁신 공기업탐방] (11)방용석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혁신 공기업탐방] (11)방용석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최근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보직공모제’의 소유권은 사실 근로복지공단에 있다. 공단은 2003년 8월부터 보직공모제를 도입해 본부 총무국장, 기획부장, 예산관리부장을 선발했다. 정부로부터 혁신우수사례로 선정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방용석 이사장은 12일 “올해 공단의 혁신 방향을 ‘고객을 찾아가는 서비스’와 ‘인터넷 중심의 업무처리 시스템 구축’으로 정했다.”면서 “인터넷 토털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장요양서비스를 도입한 것이 바로 끊임없는 혁신을 이루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 오풍연 공공정책부장이 노동운동가로 15대 국회의원, 노동부장관까지 지낸 방 이사장을 만나 혁신 사례를 들어봤다. 공단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노동부와 ‘정책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정부와 공단의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설정하기 위해서다. 산하기관이 정부와 협의회를 구성한 것은 공기업 가운데 처음이다. 정책협의회는 정부산하기관의 발전 모델을 새롭게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통해 공단 중기발전계획(2004∼2008년)을 설정, 공단의 위상을 재정립했다. 올해 경영 목표를 말해 달라. -올해는 ‘빈틈없는 노동보험시스템 구축’과 ‘참여적 근로복지제도 정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빈틈없는 노동보험시스템 구축은 공단이 수행하는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그리고 임금채권보장사업 등 노동보험의 수혜범위를 지속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참여적 근로복지제도 정착은 사회보험에서 소외되는 근로자를 최소화해 저소득근로자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그 운영과정에 고객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공단이 추진하는 혁신의 방향은 어떻게 설정했나. -공공기관에서의 혁신은 결국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공단의 설립 목적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임금채권보장사업, 저소득근로자 복지사업, 실업대책사업의 정책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지원하고,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다. 따라서 조직원의 변화를 통해 고객만족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제도와 관행을 고객 중심으로 바꾸어 나갈 것이다. 감사원에서 최근 공단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억울한 측면도 있다. 감사원은 전국에 산재한 사업장으로부터 산재보험료와 고용보험료를 제대로 징수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국에서 계속 생겼다가 사라지는 모든 사업장을 공단이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국세청측에 과세 기업들의 명단을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 우리 공단도 산재보험료와 고용보험료를 제대로 걷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러나 정부도 공단에 전국의 사업장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넘겨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체 사업장이 파악되면 적극 징수에 나서겠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정계획을 마련했다는데. -최근 업무 점검 중 일부 직원이 보험급여와 보험료 반환금을 횡령하는 사례를 적발해 관련 직원을 즉시 당국에 고발했다. 앞으로 이런 사례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대적인 자정계획을 마련, 시행키로 했다. 우선 전국 46개 지사를 대상으로 노동부와 합동으로 감사반 40명을 투입,2주 동안 현금 흐름 부문 특히 보험급여와 보험료 반환 부분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특별점검 결과에 따라 개선점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겠지만 사고 예방 대책을 시스템적으로 마련해 나갈 것이다. 고객만족 개선의 구체적인 사례는 뭔가. -정부 산하단체, 특히 우리 공단과 같은 비영리기관은 수익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고객서비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즉 설립목적 자체가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고객만족을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 공단은 지금 산재환자 각자의 요구와 필요를 파악하고 이들을 지원할 이른바 ‘현장요양 재활서비스 지원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산재환자들에 대한 서비스가 한층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효율적인 조직 구축, 경영평가체제 개편 등을 통해 고객서비스 향상을 추구할 방침이다. 조만간 조직 개편의 구체적인 모습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로 도입되는 현장요양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현장요양서비스란 산재환자가 요양의 시작단계부터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원활한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서비스다. 지금까지는 한 사람의 담당자가 산재환자에 대해 요양 초기부터 종결까지 모든 서비스를 담당했다. 그러나 이를 재해조사 및 요양결정, 현장요양서비스, 보험급여 지급업무, 재활서비스 등 기능별로 업무를 맡도록 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전문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찾아가는 현장 요양서비스를 통해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집단민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집단민원은 대부분 노동조합이 주도로 근골격계질환이나 정신질환 등에 대해 집단 요양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시위 등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최근 과격한 형태의 집단민원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근골격계질환이나 정신질환의 경우 주치의 소견조회, 현장조사, 자문의사협의회 개최 등 업무상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데만도 최소 20일 이상은 걸린다. 때문에 일반 재해건과 같이 법정 처리기한인 7일 이내에 처리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정리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野 ‘뻣뻣한 총리’ 맹공

    10일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이해찬 총리의 답변 태도와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인 양극화 현상이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이 총리가 지난 7일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의 병풍 개입 의혹 주장에 대해 “선하고 곧은 정치를 하는 것이 좋겠다.”“정책질의를 하라.”는 등 ‘훈계’한 것을 문제 삼았다. 즉 “이 총리의 의원 시절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식으로 역공을 폈다. ●“이회창씨를 타이슨에 비유해 공격” 고 의원은 “(이 총리는) 지난 1997년 10월 대정부질문에서 ‘이회창 의원은 공인으로서 도덕적 품격을 잃은 모습이며, 세계헤비급 권투경기에서 상대방의 귀를 물어뜯은 타이슨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때 타이슨의 눈빛과 입은 사람의 눈과 입이 아니었다. 섬뜩한 느낌이 든다.’며 상대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인간도 아니라는 식의 표현으로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또 “2002년 4월 대정부질문에서는 당시 제1야당 총재인 이회창 총재를 ‘나치’에 비교했다.”고 주장하며 “과거 총리의 질문에는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왜곡하는 행위’로 보이는 발언이 수도 없이 많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몰아세웠다. 고 의원은 “이해찬 의원의 원색적 질문을 좀더 소개하겠다.”면서 “총리는 한때 서울시장으로 직접 모셨던 조순씨에 대해서는 ‘조순 후보께서 건전세력연합이라는 말씀을 하시며 기웃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적인 서글픔과 비애를 느낀다. 우리는 몸을 파는 여자가 번 돈을 아주 천시한다. 그러나 영혼을 팔아서 권력을 얻은 권력은 그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李총리 제주포럼 참석… ‘궐석’ 비판 그러나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제주평화포럼에 참석하느라 본회의에 불참한 상태였고, 이 총리 대신 불려나온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난감한 표정으로 듣기만 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비판도 쏟아졌다. 열린우리당 구논회 의원은 “참여정부 출범 2년반 동안 성장과 분배의 동반성장 전략을 펴왔지만 국민 10명 중 1명이 ‘절대 빈곤층’으로 전락한 실정”이라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범초기의 초심을 잃어 ‘참여정부’라는 정체성마저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질타했다.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도 “현 정부의 복지정책은 물질적 지원에만 급급하고 개인과 기업이 스스로 변화를 인식하고 시장경쟁에서 살아날 수 있도록 하는 복지정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송두율칼럼] 복지국가의 꿈과 현실

    [송두율칼럼] 복지국가의 꿈과 현실

    오늘날 유럽의 복지국가가 위기에 빠져 있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복지국가가 과연 오늘과 같은 사회 전반의 위기의 진정한 원인제공자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를 시인하는 쪽에서는 대체로 높은 복지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과도한 부담은 결국 국가재정위기를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시켜 복지제도에 이른바 ‘무임승차’한 얌체족들의 문제도 자주 거론하고 있다. 이들은 또 낮은 출산율과 인구의 고령화는 연금체제의 위기는 물론, 의료보험 등을 포함한 사회적 안전장치에도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높은 복지수준이 결국 ‘세계화’가 요구하는 경제와 기술적 발전조건들을 저해하고 있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이와 같은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쪽에서는 현재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사회적 투자비율 30% 정도는 경제위기가 있었던 70년대 중반보다도 결코 높지 않으며, 지금과 같은 높은 실업률을 고려한다면 이 수치는 오히려 더 높아야 한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이른바 ‘무임승차’ 문제도 사회적으로 흔한 현상은 결코 아니며, 이는 순전히 고소득층의 탈세나 불법적인 자본증식에 대한 따가운 사회적 시선과 비판을 피해 나가려는 논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이들은 또 인구구성의 급격한 변동에 따른 사회복지의 부담과 수혜(受惠)를 둘러싼 세대간의 갈등문제도 실은 날로 심화되는 계층간의 빈부격차를 호도하기 위한 논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복지국가를 옹호하는 측은 또 복지정책으로 밑받침되고 있는 사회적 안정이야말로 바로 ‘세계화’라는 무한경쟁시대에 승리자로 남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복지국가의 위기를 둘러싼 이러한 유럽적 논쟁구도도 나라마다 서로 다른 사회·문화·종교적, 그리고 국가철학의 전통 때문에 조금은 다르게 나타난다. 가령 복지문제를 거론하면 빈곤층의 문제를 먼저 떠올리는 영국, 노동자 문제를 우선적으로 연관시켜 보는 독일, 그리고 사회적 연대문제를 골자(骨子)로 받아들이는 프랑스처럼 사회정책(社會政策)적 사고의 서로 다른 전통이 그러한 예다. 이와 달리 한국사회에서 복지문제를 이야기하면 먼저 노후보장문제를 떠올리게 되며 자연히 가족제도의 역할과 기능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가족제도도 유럽사회 못지 않게 급격한 변화와 해체과정을 겪고 있어 순전히 이에 의존한 복지나 연대를 기대할 수도 없게 되었다. 물론 가족적인 공동체가 복지사회구성의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으나 그것만으로는 복지사회문제를 논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늘날 국가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 모순에 대한 올바른 이론적 접근과 함께 실현 가능한 정책도 염두에 두고 있는 총체적 관점으로부터 복지문제는 제기되어야 한다. 성장과 분배간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최근의 국내논쟁도 바로 그러한 문제제기의 하나일 것이다. 어차피 한국사회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유럽처럼 사회복지를 위한 높은 투자가 요구될 것이 뻔하니 그 때를 대비, 지금은 분배보다 성장에만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견해는 분배의 정의(正義)가 동반하는 사회적 정당성(正當性)이 곧 경제성장의 동력이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사회적 시장경제’의 성공적 전형(典型)이었던 ‘라인강의 기적’의 이론적 작업을 주도했던 뮐러-아르마크(A Mueller-Armack)의 사회정책이 곧 경제정책이라는 주장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복지수준 유지나 이의 향상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는 국적 없는 자본이 판치는 ‘세계화’의 시대에 국가는 지금까지 보다 더 분명하게 복지사회의 정책적 주체로서 나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연금이나 의료보험문제를 그러한 무국적 자본에 그냥 의탁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오늘날 위기를 맞고 있는 유럽의 복지국가를 둘러싼 심각한 논의들은 그저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정말 ‘살기에도 편한 나라’라는 사회적인 기본합의가 얼마나 절실한 과제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 저소득층 창업지원 ‘희망가게’ 100호점 돌파

    저소득층 창업지원 ‘희망가게’ 100호점 돌파

    “희망을 밑천으로 가난에서 꼭 벗어나고 말겠어요.” 저소득층의 창업을 돕는 시민단체 사회연대은행의 실험,‘희망가게’가 100호점을 돌파하게 됐다.2003년 7월 1호점을 낸 지 2년 만에 세운 기록이다. 사회연대은행은 국민기금 2차 창업지원자 671명 가운데 지난 5월 말 서류심사와 현장실사, 면접을 거쳐 100호점 창업자를 최종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2002년 12월 설립된 사회연대은행은 저소득층과 신용불량자 등 금융소외 계층에 담보 없이 돈을 빌려주고 창업을 지원하는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 Credit·무담보 소액대출)’ 활동을 벌이는 단체. 기존 금융권에서 외면하는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의 은행인 셈이다. 특히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해’라는 점에서 사회연대은행의 ‘자활 실험’은 일정 부분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인당 1000만원씩 연이자 2%로 대출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호서대 창업벤처대학원 3층. 현장실사까지 받은 지원자 120여명에 대한 최종 면접이 이뤄졌다. 경쟁률은 3대1. 지원 대상에 뽑힌 40여명은 1인당 1000만원씩 연 이자 2%로 대출받으며 4년에 걸쳐 갚게 된다. 이날 심사를 통해 선발된 희망가게 100호점 주인공은 이명희(48·여)씨. 지난해 12월 신청한 지 반년 만에 창업의 꿈을 이루게 됐다. 조건부 기초생활수급자인 이씨는 아들과 사는 모자가장이다. 이씨의 지갑에는 그 흔한 신용카드가 1개도 없다. 단 한번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본 적이 없는 전형적인 금융 소외계층이다. 식당에서 하루 5시간을 일하고 받는 돈은 2만원. 밤에 노점을 하는 이씨의 한달 수입은 60만원이 되지 않는다. 의류재활용 사업을 하겠다고 신청한 이씨는 대출금 1000만원과 힘겹게 모아온 300만원을 합쳐 가게를 마련할 생각이다. 이씨는 “‘나 같은 사람에게 누가 돈을 빌려줄까, 안 될 거야.’라는 생각에 몇번이나 포기하고 절망했다.”면서 “희망을 찾았으니 성공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업종·입지·판매망까지 전문가들이 토털관리 희망가게 1호는 경기 안산시의 애완견 의류업체 ‘퍼니독’.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창업한 11개 업체를 포함, 현재 92호점까지 문을 열었다.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이 대상인 사회연대은행의 소액 대출은 한국만의 특성이 반영됐다. 최근 정부가 자영업자의 구조조정 정책을 발표한 것처럼 실제로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소득을 올리며 영업을 유지할 수 있는 확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연대은행은 지속적인 사전·사후 관리 전략을 펴고 있다. 돈만 빌려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업종별로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들이 업종, 입지 선정, 판매망 구축에까지 도움을 주고 있다.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대출금을 떼이거나 폐업한 희망가게가 1곳도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데 있다. 이처럼 마이크로 크레디트가 국내 빈곤 해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조흥은행이 연대은행에 50억원을 위탁,350여명의 창업 지원에 나섰다. 또 여성부 기금 24억원을 통해 올해 성매매 피해여성 80여명이 창업한다. 이르면 올해 안에 700호점 창업을 달성한다는 목표이다. 연대은행은 현재 18명인 상근 직원도 25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종수 운영위원장은 “빈곤층이 500만명에 달하는 현실에서 2년 만에 100호점을 넘어선 것은 비록 더디지만 희망의 증거가 된다.”면서 “우리의 운동이 빈곤 퇴치의 새로운 모델로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란 한국의 마이크로 크레디트 운동은 1979년 설립된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을 모델로 했다.‘빈민의 은행’이라는 그라민 은행은 27달러로 문을 열어 30여년 만에 자본금을 41억달러로 부풀려 440만명에게 대출하고 있다. 미국 등 세계 각국에 250여개의 유사단체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신나는 조합과 사회연대은행이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사설] 사회안전망 재정비 서둘러라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들이 국가적 난제인 양극화 해소를 위해 빈곤층에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해 소득을 보전하는 근로부조제도와 전 국민 기초연금제 도입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한다. 전체 빈곤층 가운데 기초생활보호제도의 혜택을 받는 가구는 30∼40%에 불과할 정도로 지금의 사회안전망은 사각지대가 지나칠 정도로 광범위하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빈곤층의 인구가 5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빈부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자문위원들의 건의 내용은 시의적절하다고 판단된다. 국민연금 지역가입자의 절반가량, 건강보험 가입자의 22.8%가 보험료를 체납하는 등 빈곤 확산으로 사회보험은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그럼에도 건보료 장기체납 저소득층에 대해 미납액을 탕감해주고 국민연금 납부를 독려하는 것이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대책의 전부다. 그러다 보니 사회보험이 아니라 ‘누더기 보험’이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화를 위해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꾸되 경로연금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높이고 지원대상을 65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2007년부터 노인요양보장제도를 더하면 사회안전망은 그런대로 완비된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현행 사회안전망은 어떻게 정비하든 사각지대가 해소되지 않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항상 수혜대상자를 자르는 기준이 논란거리가 된다. 자문위의 건의가 아니더라도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도 기초연금제 도입을 공론화해보자고 제안한 만큼 정파적 이해를 떠나 진지하게 접근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회안전망 정비에도 ‘혁신적인’ 접근자세가 필요한 때다.
  • “한국어린이 사랑으로 케냐친구 학교 지어요”

    “케냐 어린이들에게 보내 준 한국 어린이들의 따뜻한 도움, 가슴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2일 오전 11시 경기도 의정부시 호동초등학교 4학년 4반 교실. 키 190㎝ 거구의 데니스 노엘 오두야 아오리 케냐 대사(주 한국·주 일본 겸임)가 교단에 나와 지구 반대편 자기 나라 어린이들을 도와준 데 대해 고마움을 전했다. 대사로부터 20분에 걸쳐 케냐의 인구, 기후, 문화, 환경 등에 대해 설명을 들은 어린이들은 “케냐에도 연예인이 있느냐.”“케냐 돈이 따로 있느냐.” 등 호기심 어린 질문을 쏟아냈다. 이 자리는 의정부교육청과 월드비전(민간구호단체)이 주최한 ‘케냐 1일 문화체험’ 행사의 1부 순서였다. 의정부 초·중학생들이 케냐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3월 ‘사랑의 줄잇기’ 운동을 펼치면서부터였다.2003년 12월 케냐를 방문했던 김윤식 의정부 교육장이 열악한 현지 교육환경을 교사들에게 소개했고 선생님으로부터 이를 전해들은 28개 초·중학생들은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용돈을 털어 ‘사랑의 빵’ 저금통에 담았다. 이렇게 해서 모인 돈이 8500여만원. 올 2월 월드비전을 통해 케냐 빈곤지역 로로키와 와지르에 전달됐다. 이 돈으로 올 연말 로로키에 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유치원이 세워진다. 흙담으로 지어져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로로키의 한 초등학교도 개축된다. 학생들은 이날 2차 모금으로 걷은 저금통 2만 5000여개를 월드비전에 전달했다. 유치원 30곳, 초등학교 28곳, 중학교 15곳이 참여했다.1차 때 저금통 1개에 6000원 정도가 들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대략 1억 5000만원 정도가 모금된 것으로 추산됐다. 김 교육장은 “케냐에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우리쪽 아이들에게는 제3세계를 알고 나눔을 실천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김희진(10) 어린이는 “우리가 모은 돈이 케냐로 전해져서 그곳 아이들을 도와준다는 게 아주 기쁘다.”면서 “예전에는 먼 나라로 느껴졌는데 지금은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창훈(10)군은 “케냐 하면 못 사는 나라, 불쌍한 나라라고만 생각했는데 세계적인 녹차와 꽃 수출국이라는 얘기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부용초등학교에서 열린 행사 2부 ‘문화 이해 한마당’에서는 어린이들이 모은 저금통으로 대형 세계지도와 ‘친구야 사랑해’라는 글자를 만들어 큰 감동을 전했다. 또 한국외국어대 동아리 학생들의 아프리카 민속춤 공연과 케냐 로로키와 와지르 지역의 최근 모습을 담은 사진전, 케냐 음식 체험 및 아프리카 물품 전시도 열렸다. 의정부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빈곤층 장애·노인에 일자리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들은 최근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근로부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근로부조제도는 빈곤층이나 차상위계층에 있는 장애인·노인·만성질환자 등에게 숲가꾸기, 거리 교통질서 정리, 공해방출 감시 등의 일자리를 맡겨 소득을 제공해주는 새로운 제도다. 자문위원들은 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제를 도입하고, 임금인상률 가이드 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려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 주목된다. 자문위원들은 노 대통령에게 제출한 올해 1·4분기 의견서에서 “전체 빈곤층 가운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적용을 받는 가구는 30∼40%에 불과한 실정”이라면서 근로부조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자문위원들은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경직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사회보험 및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가 매우 커지고 있어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문위원들은 또 “임금 인상률이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하고 임금상승률을 공식화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처럼 생산성 향상과 물가상승률을 감안, 임금 인상률을 정해 2년 정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자문위원들은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인해 잠재 성장률은 2010년이면 4.2%로 떨어질 것이고,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경 이후에는 취업자 수의 절대 규모가 감소하기 시작해 경제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일본 등의 선진국이 적극적인 재정지출 정책을 펴다가 재정지출 억제정책으로 전환했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재정지출을 동원해 단기 경기부양에 나서는 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김홍신의 세상보기] 민족의 자존심을 위하여

    [김홍신의 세상보기] 민족의 자존심을 위하여

    소백산 깊은 골의 해맑게 흐르는 실개천 물로 목을 축이면 금세라도 온몸이 산소덩어리가 된 듯했다. 노승은 흐르는 물을 보고 왜 흐르느냐고 물었다. 무어라 대답할 말이 마뜩찮아 그냥 웃었다. “이놈아, 땅이 비뚤어졌으니 흐르지.” 노승의 이 한마디에 참 많은 걸 한꺼번에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땅이 비뚤어지지 않고 평형을 유지한다면 어찌 물이 흐르겠는가. 물이 그러하다면 인간사는 오죽하겠는가. 그런데도 우리들은 매사를 평형을 유지하는 게 정도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와 화두는 북한문제였다. 어떤 때는 뜨거운 물잔 같아서, 놓자니 깨질 것 같고 끌어안자니 델 것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누구라도 명쾌하게 해법을 제시하기도 어려운 문제였다. 근래에 북핵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국민은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눈치이다. 옛날 같으면 식료품과 생필품 사재기로 세상이 시끄러웠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과 고위 정책당국자들이 연일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놓으며 북한을 윽박지르고 있는데도 한국 국민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하다. 일부 서방 언론은 미국의 북한공격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한발 빼고 나면 다음 수순의 공격지점이 북한일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나도는 판이다. 많은 국민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미국을 비판했고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반대한 속사정은, 이라크 침공 다음 수순이 북한일 거라는 신빙성 있는 논거 때문이었다. 이라크가 소유한 대량살상 무기 때문에 이라크를 침공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미국의 속셈은 다른 데 있었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이라크 전역을 그리 샅샅이 뒤져도 대량살상 무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 탓에 미국은 도덕적 패배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북핵문제 역시 미국의 잣대로 분석하고 미국의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는 데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묵은 필름을 돌려볼 필요도 없이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건 뻔한 이치이자 역사적 사실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한반도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북한의 무기와 병력은 대부분 남쪽에 배치되어 있으며 공격받는 순간 자동으로 남쪽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 일대는 엄청난 피해지역이 될 것이다. 사태가 최단시일에 수습된다 해도 한국 현대사는 치명적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럴 리도 없고 그래서는 더욱 안 되지만,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게 된다면 과연 북한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전문가들의 견해는 놀랍게도 남북통일이 아닌 북한의 중국화를 열거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강대국들의 흑심을 충족시켜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다급한 사정을 감안하여 비료지원을 결정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북한의 절대빈곤을 조건 없이 도와주는 것은 통일비용을 엄청나게 절감케 된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우리는 지금보다 담대하게 북한문제를 풀어나가는 지혜를 숙지해야 한다. 북한이 자력으로 식량을 해결하고 자력으로 경제를 부흥하고 안정적인 외교력을 발판으로 미국과 타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유익한 방법임을 자각해야 한다. 남과 북이 평형을 유지하면서 통일을 앞당길 수는 없다. 지금은 평화공존이 우선이고 어느 한쪽이 기울어져 물이 자연스레 흐를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서 남쪽으로 기울어지는 것보다 남한에서 북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물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전쟁은 결코 창조적일 수 없다. 오로지 파괴를 통한 굴복과 원한만 남기 마련이다. 밖에서 보면 북핵문제가 위태로워 보이는데 안에서 보면 으레 그렇고 그런 통과의례쯤으로 치부하고 있는 점도 이참에 되짚어 보았으면 한다. 미국의 북핵 관점도 우리 국토와 우리 민족과 우리나라의 문제임을 분명하게 천명하면서 민족 자존심의 관점에서 생각했으면 한다.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3不정책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3不정책

    6월 국회에서는 이른바 ‘3불(不)정책’을 놓고 의원들이 설전을 벌일 전망이다.3불정책이란 고교등급제와 기여입학제, 본고사를 금지하는 정책이다. 최근 입시제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한나라당이 대입제도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교육계의 뜨거운 현안인 대입제도를 둘러싼 논쟁이 여의도 정치현장의 공방 대상이 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3불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내놓을 대입제도 개선안은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쪽이 될 것으로 보인다.2012년부터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을 완전히 주고 기여입학제와 본고사, 고교등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른바 ‘3무(無)정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여당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한나라당이 발의하더라도 상임위에서 통과시켜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여당보다 더 강한 태도로 3불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최순영 의원은 3불정책을 입법화하는 법률개정안을 최근 내놓았다. ●본고사 도입 논란 본고사는 대학마다 다른 주관식·서술식 시험 문제로 응시생들 해결과정을 보아 능력을 평가한다는 취지의 제도다. 본고사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원하는 인재를 뽑기 위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수능시험만으로는 실력을 가늠하기 어렵고, 고교간 학력 차이가 나는 현실에서 대학 자체적인 선발 수단을 줘야 한다는 것이 다. 또한 교육의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학교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본고사 도입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가장 큰 이유로 본고사가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점을 든다. 또한 본고사를 도입하면 수능시험과 내신외에 또하나의 부담을 학생들에게 지운다는 것이다. 결국 본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사교육에 의존하려 할 것이고 사교육비를 댈 수 없는 농어촌 지역이나 저소득층 국민들은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소위 명문대에 들어가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부유층 자녀들의 명문대 입학 길을 넓혀줌으로써 사회격차를 더 벌리게 된다. 본고사 반대론자들은 따라서 본고사 부활은 기득권을 가진 계층의 부와 권력의 세습을 위한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이에 대한 본고사부활론자들은 본고사가 폐지된 뒤에도 사교육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또한 고교평준화의 뒤를 이은 본고사 폐지는 하향 획일적인 인간을 만들 뿐이라고 한다. ●기여입학제 찬반론 기여입학제란 학교에 물질을 무상으로 기부해 재정적 도움을 준 경우나 대학의 설립 또는 발전에 비물질적으로 기여한 공로가 있는 사람의 직계자손을 대학이 정하는 기준과 방법에 따라 입학시켜주는 제도이다. 기여입학제에 반대하는 중요한 이유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능력·배경에 따라 자식의 입학 여부가 결정되므로 이는 헌법 제31조 1항에 규정된 교육의 기회균등과 평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부유층과 빈곤층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찬성하는 쪽에서는 기여입학제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입학할 기회를 침해하지는 않되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을 갖춘 사람들만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선발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여입학제로 대학의 재정이 풍부해진다면 심각한 사학의 재정난을 해소하고 교육환경을 개선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또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장학금을 줄 수 있을 것이어서 위화감 조성보다는 실질적인 평등과 계층간 융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 설문조사에서는 ‘돈과 입학을 맞바꿔 부에 이어 학벌까지 세습하는 것으로 반대한다.’는 의견이 70.3%로 나타났다. ●고교등급제 마찰 고교등급제란 학교에 따라 존재한다는 학력의 차이를 대입에서 반영하는 제도다. 고교등급제 반대론자들은 등급제가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면서 학교간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또 학교별로 등급이 매겨질 경우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연좌제식으로 같은 등급을 받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한다. 결국은 과거와 같은 일류고병이 되살아나 지역갈등, 위화감, 부의 세습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학교등급을 정할 경우 낮은 등급의 학교에서도 얼마든지 뛰어난 학생이 있을 수 있는데 학교등급 때문에 낮은 평가를 받는 억울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든다. 고교등급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쪽은 서울과 지방, 강남과 강북 등 학교의 위치에 따라 학생들의 실력 차이가 나므로 내신 1등급이라고 해서 같은 등급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학생들의 실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는 고등학교는 실력 차이를 입시에 반영해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대학의 자율선발과 사교육 폐단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는 모두 대학에 학생선발에 관한 자율권을 얼마나 주느냐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대학의 자율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다만 어느 선까지 인정하느냐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또 평준화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고교등급제를 인정하고 본고사를 부활한다면 사실상 평준화를 부인하는 것이 된다. 고교 평준화가 시행된 지 30년이 다 됐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고등학교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부인한 평준화정책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돼 보완책이 마련되고 있다. 특수목적고와 자립형 사립고와 같은 제도들이다. 당국이 자율권을 100% 보장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교육 비대화 때문이다. 일류고등학교와 명문대학에 보내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교육비를 투자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상태에서도 사교육 규모는 줄어들 줄 모르고 있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는 3불정책을 유지하면서 보완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사교육이 더 커지는 것을 막으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미봉책으로 100년 대계, 교육을 언제까지 땜질할 수는 없다. 학교의 공교육을 정상화시켜서 언젠가 학교에 자율권을 되돌려줘야 할 것이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美 또 ‘원색설전’

    |워싱턴 AFP 연합·서울 구혜영 기자|지난 14일 북·미 뉴욕채널 가동 이후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북·미간 비난 공방이 재고조되는 양상이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30일 CNN방송 토크쇼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가리켜 “핵 개발을 추진하면서 국민 빈곤엔 관심없는 무책임한 지도자”라면서 “김 위원장은 인구의 과반수가 비참한 빈곤 상태에서 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군사화된 사회를 이끌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체니 부통령은 이어 “그는 권력을 휘두르고 싶어 핵 보유국이 되려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핵 보유국이 되면 산업과 교역에서 외부와 정상적인 관계를 맺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평양방송은 이날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조롱하는 만필 ‘백악관에 암탉이 운다.’를 내보내며 “치마 두른 라이스가 날치는 통에 럼즈펠드가 눈치를 살피고 있다.”면서 “라이스가 럼즈펠드를 밀어내고 백악관의 명배우 자리를 차지한 것은 부시의 세계 제패 야망을 찬양하며 돌격대로 맹활약한 덕분”이라고 비꼬았다. 북·미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뉴욕채널 접촉 결과 미국의 대북정책 본질이 변화했다고 판단하지 않으면서도 탐색전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면서 “미국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지만 부시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미군은 국가 대신 정권을 겨냥할 수 있다.’는 말과 작계5029를 한·미정상회담 의제로 삼겠다는 뜻을 고려, 다음달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종합적인 의견이 타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koohy@seoul.co.kr
  • 국내기업 해외투자 ‘속빈 강정’

    국내기업 해외투자 ‘속빈 강정’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풍요속 빈곤’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해외투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해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등 선진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9일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지난 2000년 1960건,35억 9446만달러에서 지난해 3559건,50억 9172만달러로 5년 만에 건수는 81.6%, 액수는 41.7% 증가했다. 그러나 해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합작회사 설립, 특허 및 라이선스 유치 등 선진기술 도입을 위한 해외투자는 2000년 157건(8.0%)에서 지난해 128건(3.6%)으로 오히려 줄었다. 올해에는 지난 4월 말 현재 전체 해외투자 1236건(16억 8227만달러) 가운데 선진기술 도입관련 해외투자는 2.2%인 27건(1922만달러)에 그쳤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해외투자는 대부분 생산비용을 낮추거나 관세 등 보호무역 조치를 피하고, 원자재 등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저임금 등 비용상의 이점만 노린 수동적인 해외진출은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비용절감형 해외투자에서 벗어나 선진기술 확보, 신시장 개척 등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역연구소 현오석 소장은 “신제품과 신기술을 염두에 둔 해외투자는 국내 산업을 대체하기보다 장기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면서 “특히 중소기업이 해외투자에 M&A 등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리스크가 큰 연구개발(R&D)에 비해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나치게 높은 대미·대일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다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독일, 프랑스, 영국 등 기술선진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독일의 경우 기초과학과 기계, 자동차, 화학, 제약, 소재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선진기술 도입관련 대독일 투자는 지난 5년간 7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산업연구원 김도훈 국제산업협력실장은 “국내 제조업체의 경쟁력은 새로운 제품을 창조하는 원천 기술력보다는 기존 기술을 제품화하는 생산 기술력에 기반한다.”면서 “국내 기업의 생산 기술과 선진국의 원천 기술이 합쳐질 수 있도록 해외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현지 ‘테크노페어’를 유치하는 등 접촉 기회를 늘려주고, 대기업들이 갖고 있는 해외투자정보를 중소기업과 공유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국정관리 투명성 강화 공정한 경제질서 확립”

    한국과 유엔이 공동 주최한 제6차 정부혁신 세계포럼이 27일 ‘참여와 투명을 지향하는 국정관리에 관한 서울선언’을 채택하고 폐회했다. 서울선언에서 각국 정부는 기업,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등 모든 사회주체들과 협조해 정부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 국가능력과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한편 빈부격차 등 불평등을 줄여 절대빈곤층을 2015년까지 현재의 절반으로 줄여나가자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 또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질서를 위해 정부의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의 이익이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국영기업의 의사결정과정을 현대화하고 혁신관행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등 공기업의 개혁에도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국 행정자치부가 유엔 경제사회국과 함께 유엔 거버넌스 센터를 한국에 설치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하는 한편 한국의 혁신성과를 해외에 전파할 수 있도록 포털 사이트를 만들기로 했다. 한편 제7차 세계포럼은 내년 유엔에서 열기로 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독일월드컵 2006] 스리톱 ‘풍요’… 스리백 ‘빈곤’

    ‘스리톱-스리백 황금조합을 찾아라.’ 새달 3일과 9일 우즈베키스탄과 쿠웨이트에서 잇따라 열리는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죽음의 원정’을 앞두고 있는 본프레레호에 특명이 떨어졌다. 작전명은 본프레레호가 주로 써온 3-4-3 전형에서 최전방과 최후방을 맡는 스리톱과 스리백의 황금조합 찾기. 양쪽 모두 골머리를 앓게 되겠지만 고민의 성격은 극과 극이다. 풍부한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실험으로 최고의 조합을 찾을 수 있는 스리톱은 ‘행복한 고민’이 되겠지만 ‘맏형’ 유상철(34·울산)의 공백으로 신예를 대거 기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스리백은 ‘우울한 고민’이 될 전망이다. 25일까지 소집된 대표팀의 공격수는 이동국(26·포항) 안정환(29·요코하마) 차두리(25·프랑크푸르트) 정경호(25·광주) 등 기존 멤버에다 박주영(20·서울) 김진용(23·울산) 등 새내기까지 모두 6명. 다양한 옵션으로 활용이 가능한 ‘축구천재’ 박주영과 ‘뉴킬러’ 김진용에다 ‘일병’ 정경호까지 24일 첫 훈련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임에 따라 조합이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24일 첫 훈련에서 벌인 8-8 미니게임에서 이동국을 포스트, 박주영-김진용을 좌우 윙포워드에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또 반대편 팀에는 안정환을 원톱에 두고 정경호를 윙포워드에 배치, 빠른 공격을 이끌어냈다. 축구협회 강신우 기술위원은 “최전방에 이동국을 두고 안정환과 박주영을 양쪽 윙포워드에 두는 형태나, 역시 이동국을 중심으로 차두리-김진용을 좌우 포워드로 두는 방법 등 선수들의 당일 컨디션에 따라 최상의 공격진을 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스리백은 고민투성이다. 원정경기에서는 흔히 얼마나 탄탄한 수비벽을 갖췄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지만 유경렬(27·울산)-박동혁(26·전북)-김진규(20·이와타)로 이어지는 기존 스리백은 허점이 많다. 이 때문에 새로 대표팀에 발탁된 김영철(29·성남) 김한윤(31·부천) 박요셉(25·광주) 곽희주(24·수원) 등과 적절하게 교체투입할 것으로 보이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신문선 SBS해설위원은 “현재 어떤 선수가 스리백에 들어가도 불안함을 씻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수비에서의 약점 보완을 위해 미드필드부터 수비쪽에 중점을 두고 강한 압박으로 스리백의 부담을 덜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빈곤층 500만명…소득 불균형 심화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빈곤층이 5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소득격차는 더 벌어져 빈곤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다음달까지 빈곤층 실태조사에 이어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중간 추계 결과 빈곤층은 그동안 추계해 온 460만명보다 크게 늘어난 500만명을 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해 전체 인구 4829만 4000명을 기준으로 할 때 9.65명당 1명꼴로 빈곤층인 셈이다. 빈곤층은 소득이 최저생계비(4인가족 기준 월 113만 6000원) 이하인 기초생활수급자와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인 차상위계층을 의미한다. ●교육비 지출도 7배 격차 전국 가구의 지난 1·4분기 소득을 10단계로 나눴을 경우 10분위(상위 10%)의 월평균 소득은 776만 3731원으로 1분위(하위 10%)의 42만 7684원보다 18.2배나 많았다. 여유가 있는 만큼 교육비 지출도 상대적으로 많았다.10분위 가구의 월평균 교육비는 59만 8654원으로 1분위 가구 8만 5645원의 7배다. 그러나 가구소득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분위가 7.7%인 반면 1분위는 20.0%로 1분위는 소득의 5분의1을 교육비에 썼다. 부자들은 교양오락에도 많은 돈을 썼다.10분위의 교양오락비는 25만 5854원으로 1분위 3만 3491원의 7.6배였다. ●농촌은 더 심각 소득불균형은 농촌이 더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25일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가를 소득규모에 따라 5단계로 나눴을 경우 5분위(상위 20%)의 연간 소득은 지난 2003년 6217만원을 기록,2000년(4907만원)보다 7.4% 늘어났다. 반면 1분위(하위 20%)의 소득은 2003년 503만원으로,2000년(550만원)보다 2.0%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소득 5분위배율(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은 2000년 7.6에서 2003년 12.3으로 크게 높아졌다.1분기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득 5분위배율이 5.87로 사상최대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농촌의 소득불균형은 도시근로자가구보다 2배 이상 심각한 셈이다. ●정부, 차상위계층 지원 확대 복지부는 그동안 정부 지원이 취약했던 차상위계층의 65세 이상 노인과 18세 미만 아동ㆍ청소년 등에게도 의료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의료급여는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전원과 차상위계층 12세 미만 아동과 희귀ㆍ난치성 질환자에게 주어진다. 복지부는 차상위 계층의 범위를 최저생계비의 100∼120% 소득계층에서 100∼130% 정도의 소득계층으로 확대, 의료비와 교육비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강충식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논술이 술술] 시사키워드/박정희 평가

    [논술이 술술] 시사키워드/박정희 평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평가 문제가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계간 ‘창작과 비평’은 이번 여름호에서 박정희 재평가를 쟁점 기획으로 다뤘다. 여기서 과거 반독재 지식인 진영의 중심에 섰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민주개혁 없는 경제개발의 추구는 현실사회주의 나라들에서처럼 결국 경제의 장기적 침체와 쇠퇴를 낳거나 이란의 이슬람혁명에서처럼 원리주의적인 신정(神政) 체제로 귀결하기 십상”이라면서 “오늘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어떤 문제점이 있건 제2의 박정희가 해결책이 못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그러나 박정희의 공과를 따져 경제개발의 업적을 인정해 줘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는 ‘박정희와 그의 시대’를 주제로 매월 한 차례 콜로키엄(전문가 토론회)을 열고 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친일행위를 부각한 만화 ‘박정희’가 지난 16일 출간되자 박정희 추종 세력이 반발하고 있다. 박정희는 ‘경제개발의 영웅’이면서 ‘독재자’다. 양면성을 가진 박정희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그의 본 모습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박정희가 비난받을 점 박정희의 허물로 지적되는 점들은 대통령이 되기전의 친일 행각과 좌익활동, 대통령이 된 다음의 장기집권과 독재정치, 인권탄압 등이다. 반(反) 박정희 진영에서는 박정희가 교사에서 일본군 장교로, 다시 대한민국 장교로,‘빨갱이’에서 반공의 기수로, 충성을 다하는 장군에서 쿠데타의 수괴로 변신을 거듭하며 조국 민족도, 적과 동지도, 양심과 이념도 버린 것은 오로지 권력욕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다음은 반 박정희 진영의 친일에 관한 주장. ▲친일행각=문경보통학교 교사로 일하던 박정희는 1940년 23세의 나이에 만주군관학교 2기생으로 자원 입대, 일본군 장교가 됐다.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로 창씨개명도 했다. 졸업식에서 박정희는 대표로 “대동아 공영권을 이룩하기 위한 성전(聖戰)에서 나는 목숨을 바쳐 사쿠라와 같이 휼륭하게 죽겠습니다.”라고 선서를 했다. 만주군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박정희는 ‘盡忠報國 滅私奉公(진충보국 멸사봉공)’이라는 충성을 맹세하는 혈서를 썼다. 다시 일본 육사에 들어가 3등으로 졸업한 박정희는 ‘천황에게 바치는 충성심이라는 점에서 일본인보다 훨씬 일본인다운 데가 있다.’는 평을 들었다. 박정희는 만주 제8연대의 소대장을 거쳐 제8군단에 배속돼 독립군 토벌에 출정했다. 독립군 토벌에 나갈 때 “조센진 토벌이다. 요오시(좋다)”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문명자씨의 ‘내가 본 박정희와 김대중-워싱턴에서 벌어진 일들’이라는 책에 나온다. ▲좌익활동=해방후 군 창설에 참여한 박정희는 조선경비사관학교(육군사관학교의 전신)를 2기로 졸업하고 대위로 임관한 뒤 좌익활동에 빠진다. 육군본부 정보국 작전과장으로 근무하다 1948년 여수 순천 사건을 계기로 군내 ‘남로당 조직책’임이 드러나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러나 박정희는 자신이 참회했으며 사면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증거로 자신이 맡고 있던 조직망을 폭로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뒤 박정희는 수사에 협력해 공모자들을 수사대에 알려주기도 했고 공모자들의 집으로 수사대를 직접 이끌고 가기도 했다. 동료 장교들의 감형운동으로 석방되어 문관으로 육군본부 정보국에 근무하다가 6·25전쟁 이후 소령으로 복귀했다. ▲독재정치·인권탄압=3선 개헌으로 장기집권에 들어간 박정희는 1972년 유신으로 종신 대통령이 되고자 했다. 유신 반대세력에게는 가차없는 탄압이 가해졌다. 수백명의 언론인을 쫓아냈고 수많은 사람을 체포하고 고문했다.1973년 최종길 서울대 교수를 간첩으로 몰아 고문을 해 숨지게 했고 같은 해 일본 도쿄에서 김대중씨를 납치했다.1975년에는 인혁당 사건을 조작해 8명을 사형시켰다. 언론인 장준하도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18년 집권기간에 100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계엄령, 위수령, 비상령이 발동됐고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1만여명이 검거됐다. ●박정희의 경제적 업적 대통령 취임 이후 박정희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행하고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하는 등 경제성장에 힘을 쏟은 것은 사실이다. 매월 수출진흥확대회의를 열고 해외공관을 통해 수출 확대에 주력했다. 포항제철, 울산 중화학공업 단지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도 힘썼다.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등 산업교통망을 늘렸다.‘잘살아 보세’라는 기치 아래 농어촌을 중심으로 새마을운동이라는 개혁 운동을 펼쳤다. 이런 성장정책으로 박정희는 한국을 절대빈곤에서 탈피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1인당 국민소득을 실질소득이 아닌 명목소득으로 계산할 때 박정희가 집권했던 1961년 82달러였는데 죽을 때인 1979년 1636달러를 기록해 외형상 연평균 18%의 고도성장을 달성했다. 특히 수출은 연평균 38% 증가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박정희의 이런 경제적 치적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은 60년대의 고도성장은 다른 개도국에도 나타난 현상이었으며 수출도 늘었지만 수입도 엄청나게 늘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이면을 간과하고 있다고 말한다. ●박정희, 어떻게 볼 것인가 어떤 인물이든 공(功)과 과(過)가 있기 마련이다. 공 때문에 과가 묻혀서도 안되고 그 반대가 돼서도 안된다. 특히 잘못은 시간이 지나면 묻혀지고 미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인물과 동시대에 살지 않은 후손들에게 어떤 한 면만 부각돼 인물 평가가 잘못될 수 있다. 따라서 박정희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과를 분명히 따져 객관적인 역사적 평가를 내려놓는 일이다. 경제난이 지속되는 요즈음 박정희에 대한 향수가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단지 그의 한 쪽면만 보고 무턱대고 추종하는 것은 잘못이고 허물 때문에 공적을 폄하해서도 곤란하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이룬 경제성장의 업적은 노동자의 희생과 인권침해, 천민자본주의 등의 폐단과 부작용을 낳은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단기간 성장을 박 전 대통령이나 집권·지도층의 공만으로 돌릴 수 없다. 박정희가 경제적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열악한 조건 속에서 묵묵히 일한 노동자들이 있었다는 점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박정희가 닦은 경제적 기반 위에 1인당 GDP(국내 총생산) 1만달러를 넘는 중진국이 된 한국이 겪고 있는 심각한 빈부격차와 지역갈등은 박정희가 추구한 성장지상주의와 개발편향주의가 한 원인임을 부정할 수 없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생각나눔] 닮은 꼴 인생 ‘다른 길’ 개혁

    [생각나눔] 닮은 꼴 인생 ‘다른 길’ 개혁

    펠레나 호나우두 같은 축구선수를 빼면 그 다음으로 ‘유명한’ 브라질 사람이 23일 한국을 찾았다. 노동 운동가 출신의 룰라 대통령이다. 그런 그의 방한에 앞서 열린우리당 정장선 의원이 “룰라 대통령을 벤치마킹하자.”고 주장해 주목된다. 정 의원은 이런 내용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당내 중도파 ‘안개모’ 소속인 그는 최근 브라질을 방문해 현지 외교관과 교민의 평가를 듣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이 눈길을 끄는 까닭은 룰라가 인권 변호사였던 노무현 대통령과 인생역정이나 집권 과정 등에서 여러모로 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당을 세워 ‘3수’ 끝에 대권을 거머쥔 룰라 대통령은 집권 후 노 대통령과는 다소 다른 궤적을 그려가고 있다. 정 의원은 “룰라 대통령은 노 대통령과 학력, 나이, 소외 계층을 위해 일했다는 점 등 유사점이 많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부정부패와 소외 계층의 절대빈곤 등으로 우리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었던 브라질 정부가 지금은 국민 지지도와 국제 신뢰도가 (참여정부에 비해)높다.”고 평가했다. 이는 “참여정부 들어서 계층 갈등은 심화됐고, 중산층은 정부를 불신하며, 외국의 신뢰도도 좋지 않다.”는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둘다 ‘개혁’에서 출발했는데 그 성과는 왜 이렇게 다를까. 정 의원은 룰라 대통령의 ‘현실주의’에서 답을 찾았다. 정 의원은 “룰라는 경제는 ‘현실주의’로, 정치는 ‘개혁’이라는 양면 대응으로 기득권층, 소외 계층 모두에게 지지를 받는다.”고 해석했다. 가령 “경제 발전에 최우선 과제를 두되, 군부 독재 시절의 인권침해 사건은 보상하지만, 그 기록 공개는 아직 시기 상조라는 식으로 ‘안정 속의 개혁’을 실현했다.”고 룰라 정부를 치켜세웠다. 중앙은행과 상공·농업장관 등에 야당 인사를 기용했고, 노동자 출신으로 완전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해 수출주도형 국가로 이끈 점도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정 의원은 참여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보탰다. 그는 “과거 문제의 해결은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생각이 글로벌 시대의 정책 빈곤으로 비쳐지고 있다.”면서 “민족우선과 자주외교는 주변국과의 신뢰에 영향을 줬고, 우리 내부의 갈등으로도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제가 어려운데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 국방·교육·행정·경제·사법 등 국가 전방위적 개혁작업은 국가 개조사업 수준”이라면서 “(이런 일이)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차분하게 이뤄지고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참여정부와 브라질의 룰라 정부를 단순 비교한 것은 아니다.”면서 “처음 우려에 비해 성과가 큰 룰라를 배우자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고리도롱뇽 서식지 대규모 훼손 우려

    고리도롱뇽 서식지 대규모 훼손 우려

    요즘 전 지구적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 환경·생명 이슈는 여럿이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복제 배아줄기세포로 대변되는 생명공학의 문제를 비롯해 빈곤과 기아, 지구온난화로 치닫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고리도롱뇽의 존재가 주목받아 온 까닭도 이와 연관돼 있다. 하나는 각종 개발과 인간의 간섭 등에 따라 일부 종(種)의 멸종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부각된 생물다양성 보전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핵발전소 건설 논란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세계적 희귀종인 고리도롱뇽엔 지구촌의 이런 두 가지 환경 이슈가 동시에 녹아들어 있다. ●성체와 알덩어리 활발히 번식 국립환경연구원과 서울대·인하대 등 민관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총 84개 조사구 가운데 58곳에서 고리도롱뇽의 서식을 확인했다.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은 부산 해운대구의 중산분지로 성체가 36개체, 난괴(卵塊·알덩어리)는 100개가 넘었다. 부산시 기장군 신평리와 월내리,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등 3곳에서도 성체가 21∼28개체 발견됐다.10개체 이상의 집단서식지도 16곳으로 27.6%에 달했다. 조사단원으로 참여한 인하대 양서영 명예교수는 “난괴가 발견된 대부분의 조사지역에서 20∼30개 이상의 알덩어리가 발견돼 활발한 번식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서식밀도는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다. 성체는 100㎡(가로·세로 각 10m씩)당 0.01개체(부산시 기장군 구칠리)∼9개체(울주군 서생면 진하리)까지였으며, 알덩어리는 0.03개(기장군 원리)∼11개(울주군 진하리)로 다양한 밀도를 보였다. 조사단은 이에 대해 “번식기인 지난 3월 초·중순의 기온이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산란시기가 늦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몇몇 조사원이 지난달 추가 현지답사에서 3월보다 더 많은 개체수를 발견한 점에 비춰 실제 서식밀도는 이번 조사결과보다 다소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전대책, 새로운 차원에서 논의될 듯 고리도롱뇽이 신고리원자력 발전소 건설 예정지에 서식 중인 사실이 공개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인하대 기초과학연구소 김종범 박사가 기장군 효암리에서 발견한 고리도롱뇽 논문이 2003년 일본동물학회가 내는 ‘동물과학회지’에 신종으로 발표, 게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던 것. 고리도롱뇽에 부여된 학명(Hynobius yangi)이 일반 도롱뇽(Hynobius leechii)과 다른 건 이런 까닭이다. 이때부터 고리도롱뇽의 보전 문제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원전건설의 타당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더욱 달아올랐다.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울산 핵발전소 반대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희귀종이 발견된 만큼 환경영향평가를 새로 실시하고 산란기인 2005년 봄까지 공사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여야 국회의원 60여 명은 원전 건설저지 입장을 밝히면서 고리도롱뇽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달라고 문화재청에 요청하기도 했다. 환경부의 고리도롱뇽 서식실태 조사 방침은 이런 배경에서 이뤄졌는데, 지난해 9월과 지난 3월,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정밀조사를 토대로 이번 최종 보고서가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원전건설과 고리도롱뇽 보전 문제를 둘러싼 논의는 앞으로 새로운 양상을 띠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원전건설 찬성론자들은 “고리도롱뇽이 원전부지 내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고루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원전건설 반대 명분도 급격히 힘을 잃을 것”이라는 말을 오래 전부터 흘려오기도 했다. ●“보호지역 지정 서둘러야” 그런 측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고리도롱뇽 보전문제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조사단도 고리도롱뇽이 원전 건설부지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살고 있다는 사실이 보전의 중요성을 깎아내릴 수는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인하대 양서영 명예교수는 “개발제한구역이나 자연녹지 등으로 묶여 있던 원전 부지 인근 지역이 최근 대부분 해제돼 고리도롱뇽의 서식지가 대규모로 훼손될 우려가 높아졌다.”면서 “정부와 지자체 등의 보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새로 밝혀진 고리도롱뇽의 분포지역이 대부분 도로나 인가, 농경지 부근이라는 점도 서식지 훼손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서울대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민미숙 박사는 “고리도롱뇽의 생물학적·유전적 중요성에 대한 연구가 최근 비로소 시작됐는데, 장기적 안목에서 보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금세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실태조사에서 서식지가 이미 훼손된 사례도 다수 드러났다. 조사단은 보고서를 통해 “부산 해운대구 장산 서식처의 경우 인근의 삼림욕장 관리사무소와 공용화장실에서 오수가 무단 배출돼 고리도롱뇽의 알덩어리가 오염물로 뒤덮이는 바람에 산란이 중단된 상태였다.”고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조사단이 정부에 요구한 대책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신고리원전 주변지역을 보호지역으로 정해 고리도롱뇽의 안정적 서식장소를 확보해 둘 것을 촉구했다. 조사단은 이를 위해 “원전 주변의 일정 지역을 제한구역으로 설정해 고리도롱뇽 보전을 위한 생태계보전지역이나 야생동식물특별보호구역 또는 자연생태계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둘째는 국제학계에 보고된 첫 발견지점(기장군 효암리)과 그곳에서 서식하던 고리도롱뇽의 개체군 보전 대책을 요구했다. 신고리원전 부지 정지작업이 지난 3월 시작되면서 고리도롱뇽이 처음 발견된 장소와 서식공간은 이미 사라진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사단 관계자는 “원 지점에 서식하던 고리도롱뇽이 원전 부지내의 대체서식지로 옮겨진 것으로 안다.”면서 “생물분류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학술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므로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펀드시장 ‘부익부 빈익빈’

    펀드시장 ‘부익부 빈익빈’

    펀드 투자액이 200조원을 넘으면서 금융시장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펀드를 관리하는 자산운용사들은 줄줄이 자본잠식 상태에 허덕여 ‘풍요속에 빈곤’을 겪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에 눌려 열악한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데다, 투자금이 은행계·외국계 등 대형 자산운용사에만 쏠리기 때문이다. ●3곳중 1곳이 자본 잠식 국내 자산운용사 3곳중 1곳이 만성적인 적자를 견디다 못해 잉여금을 모두 까먹고 자기자본이 자본금을 밑도는 지경에 이르렀다.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국내 47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15곳이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본이 법정자본금인 100억원에 못 미치는 곳도 9곳이나 된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본 총계는 골든브릿지 34억원, 굿앤리치 36억원, 글로벌에셋 66억원 등에 불과하다. 이들 운용사들은 개선명령을 받은 지 3개월 안에 자기자본을 100억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경영이 부실한 자산운용사는 은행이나 증권사 등 독자적인 판매망이 없는 국내 소형사나 일부 외국계 등이다. 자산운용사는 투자자가 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해 맡긴 운용자산과 자신들의 고유자산을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따라서 운용사의 부실이 곧바로 펀드 투자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제 살림도 제대로 꾸리지 못하는 운용사가 남들이 맡긴 돈을 잘 부풀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가 관리하는 각종 펀드 수탁액은 지난 18일 현재 200조 25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말 44개 자산운용사의 160조 2624억원에 비해 24.9%가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의 당기순이익은 1316억원에서 873억원으로 33.0%나 줄었다. 자산운용사의 수익구조가 기형적인 이유는 펀드 수탁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과 증권사 등 펀드 판매회사들이 챙기는 판매 보수(수수료)는 높지만 자산운용사가 위탁투자의 대가로 받는 운용 보수는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평균 판매 보수는 수탁액의 0.40%인 반면 운용 보수는 0.18%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경우 운용보수율은 주식형이 0.78%, 채권형이 0.55% 등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 결국 자산운용사는 은행, 증권사의 하청 회사 노릇만 하는 꼴로 변하고 있다. 아울러 자산운용사의 지난 1년간 순이익은 삼성투신운용 258억원,KB자산운용 202억원, 신한BNP파라바투신이 74억원,LG투신운용 73억원 등으로 재벌계, 은행계, 외국계 등에 집중된 점도 수익구조의 불균형을 보여준다. 전체 수탁고 가운데 상위 10개 자산운용사의 수탁고 비중은 73.7%에 이르고 있다. 반면 자본잠식 운용사들은 자본금에서 임대료 등 고정비용을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는 지각변동 진행중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회사는 시장규모에 비해 회사가 지나치게 많은데다, 전문성의 하향 평준화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면서 “구조조정과 함께 감독기관의 검사 기준을 강화해 옥석을 가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올해 초에는 대형 외국계의 국내 진출이 두드러졌다면 최근에는 국내 운용사간 인수·합병(M&A)이 늘고 있다. 대형화, 전문화로 가는 추세다. 푸르덴셜자산운용이 현대투자신탁을 인수한 데 이어 기업은행은 프랑스계 소시에테제네랄과 합작한 기은SG자산을 출범시켰다. 대한투신운용은 하나은행에 인수돼 강력한 판매망을 확보했고, 동원투신운용은 한국투자운용과 곧 합병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의 펀드 수탁액은 적립식펀드의 인기 등으로 갈수록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객이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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