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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E H 카/데이비드 캐너다인 엮음

    80년대 대학가에서 E H 카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만큼 많이 읽힌 사회과학서도 찾기 어렵다. 카가 이 책에서 보여준 역사에 대한 철저한 사회과학적 접근과 역사적 필연성, 진보에 대한 확신, 그리고 역사를 실천해 나가는 인간 주체성에 대한 강조는 민주화를 열망하는 대학생들의 세계관에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카 이전의 역사학은 사료 고증을 중시하고 이론과 해석을 멀리한 랑케 사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반면 카는 사가의 해석과 과학으로서의 역사학을 주창했으며,‘있었던 일 그대로’만을 추구하는 고루한 역사가들을 ‘상식학파’라고 비판했다. 카가 정의하고 설명한 역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국과 서유럽, 북미 대륙의 대학가에서도 60,70년대에 크게 유행했다. 그 시기에 이루어진 주요 역사학 업적들도 대부분 카가 고무한 것이었다. ●‘인과적 과학 중시’ 카의 역사학 쇠퇴 그러나 70년대 말에 이르면 ‘역사란 무엇인가?’가 선구자 역할을 한 ‘새로운’ 역사학에 위기가 닥친다. 카도 예견하지 못한 방식으로 역사 연구의 본질을 변화시킨 심각한 상황들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굿바이 E H 카’(데이비드 캐너다인 엮음, 문화사학회 옮김, 푸른역사 펴냄)는 이러한 상황변화를 탐색하고, 카 역사서에 대한 재평가, 그리고 그 이후의 방향을 모색한 책이다. 지난 2001년 영국 런던의 역사연구소가 ‘역사란 무엇인가?’의 출판 40년을 기념해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글들을 묶었다. 책에 따르면 이미 역사학에서 ‘역사란 무엇인가?’가 강조한 과학적 역사학은 매력을 잃었다. 카의 역사학은 하나의 ‘담론’으로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맞아 해체대상이 되었다. 해체주의 관점에서 보면 카가 말하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 없는 대화’는 지식·권력 관계 안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일방적인 대화이다. 또 그가 누누이 강조한 진보는 서구 중심적 산업화와 지식의 팽창을 의미하며, 탈식민적 관점에서 이 또한 해체되어야 할 또 하나의 지식·권력 담론이다. 이는 70년대 말부터 몰아닥친 상황변화의 소산이다. 이때부터 정치·경제·사회를 넘어 젠더·인종·종교·성적 취향 등 새로운 형태의 갈등이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고, 이런 갈등을 해결할 새로운 역사이론이 필요하게 되었다. 여기에 90년대 들어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역사에 단일한 지향점과 목적이 있고, 역사적 진보를 논증할 수 있다는 믿음도 좌절되었다. 즉 거대 서사와 목적론적 이론이 붕괴하고 역사에서 인간 개개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70년대말부터 역사연구에 일대 변화 역사가들은 그동안 역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들, 특히 보통사람들, 패자와 방관자들에 주목하고 서술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역사분야도 점점 세분화되면서 파편화되었다. 이같은 역사학의 변화,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은 수많은 부분에서 찾을 수 있지만 이 책에선 7개 물음에 대한 답을 통해 구체화한다. 답을 쓴 이들은 9인의 역사학자들, 사회사와 정치사, 문화사, 종교사, 젠더사, 지성사, 제국사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자신의 전공분야가 그동안 어떤 변화를 겪으며 발전해 왔고, 궁극적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탐색한다. 먼저 폴 카트리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오늘날 사회사란 무엇인가’란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사회사가 곧 역사’란 주장은 이제 완전히 사라져야 하며, 다만 하위역사로서의 사회사, 특히 계급의 역사, 억압과 착취의 역사, 빈곤의 역사 정도만이 필요할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비해 그동안 위축됐던 정치사는 오히려 존재가치를 재확인하고 부활했다고 수전 패터슨 하버드대 교수는 말한다. 우파 성향의 ‘고급 정치사가’들과 대중정치를 중시하는 좌파 성향의 연구자들이 공통분모를 찾아 정치사가 재정의, 재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60년대까지 역사학의 변방이었던 제국사는 포스트모더니즘과 탈식민주의 영향으로 변형·강화되면서 무대 중앙으로 옮겨졌다. 가장 의미 깊은 발전은 문화사와, 여성·젠더사다. 문화사는 갈수록 그 중요성이 더해가는 인류학적 성과를 수용하면서 예전에 사회사가 누렸던 위상을 차지하게 됐다. 젠더와 여성은 이제 역사분석과 이해에 매우 유용한 범주가 됐고, 이에 따라 그동안 소홀하게 다뤄졌던 세계 인구 절반, 즉 여성의 삶과 경험이 복원되고 있다. ●정치·경제·종교등 갈등 떠올라 이같은 변화와 발전은 40년 전 카가 역사를 기술하고 정의내린 당시로선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 책 집필자들은 이같은 쟁점들을 제기했음에도 결말을 완전하게 맺지는 못했다. 다만 책을 엮은 캐너다인은 역사학의 지나친 팽창과 분화에 경고를 보낸다. 이제 너무 많은 역사가 기술되고 있기 때문에 극소수 학자들만이 그 흐름을 따라갈 수 있을 뿐이며, 전문적인 하위 분야가 다양하게 성장하면서 각 분야에 대한 일종의 쇼비니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비록 ‘역사란 무엇인가?’란 물음에 대한 지금의 답이 40년 전 카가 내린 결론과 여러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지만,‘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 없는 대화’라는 명제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물론 대화 주제와 대화 당사자, 그리고 대화의 본질은 변했지만 말이다.1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특별기고] 환경과 경제의 상생을 위하여/곽결호 환경부장관

    ‘두 마리 토끼를 쫓다.’는 말은 자칫 잘못하다간 둘 다 놓칠 수 있지만, 지혜를 발휘하면 두 가지 이득을 동시에 취할 수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런데 지금 세계 각국은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성장, 사회적 지속성, 환경보전이라는 놓칠 수 없는 세 가지를 한꺼번에 달성해야만 지구촌이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경제성장이라는 한 마리 토끼만을 쫓아왔다고 본다. 지난 40여년간 우리나라는 산업화에 의한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 경제적으로는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게 환경오염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여년간 수십조원을 투자했지만 도시지역, 공단지역의 공기와 주요하천의 수질은 아직도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천문학적 수준이다. 수도권의 대기오염으로 지불한 사회적 피해규모를 경제가치로 환산해 보니 연평균 10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2002)도 나온 터다. 오염된 환경을 사후에 개선하는 것보다는 근본적으로 오염을 예방하는 것이 지구촌의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을 위해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2002년 개최된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세계정상회의(WSSD)’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발생된 오염물질을 사후에 처리하는 것보다는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과 제공, 그리고 소비 시스템을 보다 더 친환경적으로 개선하여 더 적은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하고도 더 많은 경제적 효과를 창출토록 해야 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인 건전한 사회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보다 쾌적한 환경과 삶의 질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지속가능발전’이라는 화두가 이제 더 이상 막연한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는 현실적 상황도 전개되고 있다.2006년부터 실시되는 유럽연합의 제품 환경성 규제와 금년 2월에 이미 발효한 교토의정서에 따른 전지구촌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문제는 인류의 생산 및 소비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는 환경을 보전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해야 하는 우리나라로선 한편으로는 위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되어야 한다. 지난 24일부터 엿새동안 서울에서 열린 ‘2005 유엔 아·태 환경과 개발 장관회의(MCED 2005)’가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아·태 52개국의 환경·개발부처 장관과 아시아개발은행(ADB), 유엔환경계획(UNEP) 등 23개 국제기구 관계자가 모인 이번 회의에서는 세계인구의 61%가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 중 22%에 해당하는 7억명이 빈곤으로 고통받는 아·태 지역에서 선택이 아닌 당위로 받아들여야 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의제로 채택해 구체적인 실천방안들을 논의했다. 쓰나미 피해대책, 황사, 토양 황폐화 같은 소지역별 현안에 대한 대응방안도 논의되었다. 주최국인 우리나라는 고도의 경제성장과 그에 따른 환경훼손을 회복시켜왔던 경험을 토대로 역내 국가들에 ‘녹색성장을 위한 서울이니셔티브’를 제안해 채택하였다. 이의 구체적 이행을 위해 한국이 주도하여 ‘녹색성장을 위한 서울이니셔티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들 회원국들이 해마다 정례 정책포럼을 개최하며, 개도국의 전문가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능력배양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기로 하였다. 미래세대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거듭 상기시킨 이번 회의가 아·태 공동체가 지속가능한 번영을 누리는 데 우리나라가 크게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곽결호 환경부장관
  • 빈곤의 덫

    빈곤의 덫

    ‘엎친데 덮친 격’ 가난한 나라의 인재들이 외국으로 떠나면서 이들 국가의 경제발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경고했다. 협소한 노동시장과 정정 불안 등을 이유로 고국을 떠나 선진국으로 가는 제3세계 고학력 노동자가 줄을 잇고 있다는 것이다. ●협소한 노동시장·정정불안이 원인 OECD가 발표한 ‘국제 인력이동 경향’ 보고서에 따르면, 두뇌 유출이 가장 심각한 국가는 가이아나로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해외 이주 비율이 83%에 이른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1966년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역사 때문에 가이아나의 고학력자들은 대부분 영국으로 가고 있다. 영국 상원 의장 바로니스 아모스를 비롯해 영국의 흑인 엘리트 계층이 거의 가이아나 태생일 정도. 가이아나에 이어 자메이카 81.9%, 아이티 78.5%, 트리니다드토바고 76%, 피지 61.9% 등으로 나왔다. 아이티의 경우 노동 조건 뿐 아니라 정정 불안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47.1%인 모잠비크와 45.1%인 가나 등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상황도 심각했다. 반면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해마다 노동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아시아의 중국과 인도는 3%에 불과했다. 남미의 신흥 강자 브라질은 이보다도 적은 1.7%였다. OECD는 “고학력 노동자들의 해외 유출이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발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자원(critical mass) 확보를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주노동 분야 전문가 대니 스리칸다라자는 “국제적 지원을 통해 빈국들의 교육 투자를 늘리고 인권을 개선, 노동시장을 확대·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지원으로 악순환 끊어야” 그는 또 “이 보고서 결과가 선진국이 이민과 외국인 취업 제한조치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OECD 회원국으로 이주한 사례만을 분석한 것이어서 전체 두뇌 유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美 고교생 총기난동 10명사망

    미국 미네소타주의 15세 고교생이 21일(현지시간) 집에서 조부모를 살해한 뒤 자신이 재학중인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7명을 숨지게 하고 자신은 경찰과 총격전 끝에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미네소타주 북부 레드레이크 고교에서 발생한 총기난동 사건으로 범인 제프 바이스를 포함,10명이 숨지고 최소 1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학교에서 숨진 이는 경비원 1명과 여자 교사 1명, 범인 포함 6명이었다. 이번 사태는 지난 1999년 5월 교사 12명 등 13명을 살해하고 23명을 다치게 한 콜로라도주 컬럼바인고교 총기 난동 이후 미국서 발생한 최악의 총기 사건이다. FBI는 범인이 학교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경비원을 쐈으며 이후 출동한 경찰과 복도에서 총격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범인은 경찰을 피해 한 교실로 숨어들어 학생들을 쏘고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 있던 학생인 손드라 헥스트롬은 범인이 웃으면서 학생들을 향해 총을 흔들며 겨누다가 방향을 갑자기 돌려 다른 사람을 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바이스는 4년전 아버지를 총기사고로 잃었고 어머니마저 다른 지역 병원에서 암 투병중이어서 조부모 밑에서 외롭게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도(州都) 세인트폴에서 북쪽으로 390㎞ 떨어진 레드레이크 인디언 보호구역 안에 있는 이 학교에는 모두 300여명이 재학중이었다. 이 지역은 치피완 인디언의 근거지로 주 안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이다. 지난해 1월 이곳 주민들이 총기를 소지한 채 경찰서를 습격해 FBI 등이 진압한 바 있다.3년 전에는 법무부가 이 지역에서 마약과 총기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보건소 탐방/서울 강남구]빈곤층·노약자 돕기 최선

    [보건소 탐방/서울 강남구]빈곤층·노약자 돕기 최선

    강남구보건소를 실제로 찾는 인원은 서울시내 다른 구청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1차진료를 받은 구민은 3만명대에 머물렀다. 종로구, 금천구 등 절반 인구의 구청과 비슷한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 수준 덕분에 보건소 대신 병원을 찾는 구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남구보건소의 의료 서비스는 서울시내 최고 수준이다. 인터넷 등을 통해 주민들을 기다리는 게 아닌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종합병원 못지않은 의료 혜택을 주고 있다. 강남구가 ‘부촌’뿐 아니라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IT연계 질 높은 의료서비스 강남구는 지난달 서울시로부터 건강도시 시범추진구로 지정됐다. 건강도시란 도시의 물리적·사회적 환경을 개선하고, 시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도시를 말한다. 강남구보건소는 최근 관련 사업 추진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 건강도시로 가기 위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다. 시범추진구 지정은 그동안 강남구보건소가 거둔 성과를 반영한다. 강남구보건소의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지난 2002년 시작된 ‘IT보건소’.▲개인휴대단말기(PDA)를 통한 방문 보건 ▲원격영상진료사업 ▲원외처방전 전자서명 ▲만성질환관리시스템 ▲인터넷 진료예약 ▲문서 인터넷 발급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IT보건소는 이미 강남 주민들의 삶의 질을 한껏 올려놨다. 건강진단서, 예방접종증명서 등 보건소에서 발급하는 증명서류의 81%는 보건소가 아닌 인터넷과 무인민원발급기를 통해 주민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또 영문증명, 재발급 기능추가, 수수료 무료화,24시간 발급 등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끊임없이 기능이 개선되고 있다. 다른 구에 비해 월등한 의료서비스도 강남구보건소만의 장점이다. 대표적인 시설은 지난해 12월 보건소 2층에 설치된 수유·태교음악실. 또 가정간호가 필요한 모든 구내 환자에게는 지난 99년부터 삼성서울병원의 위탁 하에 가정간호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 30세 이상 구민의 10%인 3만여명이 혈압·혈당을 측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 ‘나의 혈압·혈당알기 사업’, 기존 만성질환자들의 재발 방지를 위한 ‘만성질환자 등록 및 추후관리사업’도 호응을 얻고 있다. ●수서에 분소 설치… 저소득층 접근성 높여 강남구보건소는 지난 1월 수서 강남스포츠문화센터 1층에 보건소 분소를 설치했다. 내과, 재활의학과, 한방과를 진료 과목으로 영동세브란스병원과 경희한방병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일원·수서 지역 7500가구에 달하는 저소득 가정의 공공의료 접근성을 높이려는 취지에서다. 저소득층과 노년층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은 치과. 분소에서는 올해부터 1·2급 중증장애인과 의료급여를 받는 장애인에게 발치, 충치치료, 아말감, 스케일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70세 이상 기초생활보상대상자 50여명에게는 강남치과의사회의 협조를 받아 관내 치과의원에서 의치와 보철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보건소가 발벗고 나섰다. 지난 1월부터 강남, 수서 등 종합사회복지관 6개소에서 ‘청소년 약물남용 예방 및 재활사업’을 펼치고 있다. 청소년들을 유해환경으로부터 차단하고, 재활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청소년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또 저소득층 암환자에게 최대 300만원의 의료비 지원,65세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위암·치매 검진도 실시하고 있다. 일원동에 강남구정신보건센터를 열고, 만성신부전 등 희귀·난치성질환자에게 의료비까지 제공하는 등 서비스의 대상도 넓히고 있다. 허숙조 강남보건소장은 “올해 안에 세계보건기구(WHO) 세계건강도시연합 회원도시에 가입하는 등 강남구를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건강도시로 만들 것”이라면서 “동시에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과 노년층이 의료불평등의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임명장만 받을수 있다면…”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세계은행 총재로 지명된 폴 울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장관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록그룹 ‘U2’의 리드싱어인 보노와 두 차례에 걸쳐 장시간 통화를 했다. 두 사람은 부채 해소와 에이즈 확산 방지, 아프리카 개발 문제 등을 놓고 매우 구체적이고 깊은 얘기를 나눴다고 울포위츠의 케빈 켈름스 보좌관이 19일 언론에 공개했다. 빈곤과 에이즈 등 국제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온 아일랜드 출신의 보노 역시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그러나 보노는 이를 사양하면서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주 조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된 울포위츠 부장관은 특히 유럽쪽에서의 비판적 시각 때문에 이사회의 인준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울포위츠로서는 보노와 같은 유럽측 유력인사의 ‘지지’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울포위츠 부장관은 보노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 지도자들과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울포위츠 지명에 대한 비판은 미국 안팎에서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프리스턴대 교수는 18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미 국방부가 이라크에서 보여준 ‘이데올로기적 경직성’으로 판단할 때 각국 정부는 울포위츠가 이끄는 세계은행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 국가들과 국제기구들은 울포위츠의 경력과 소신 때문에 그가 총재가 될 경우의 상황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세계은행 이사회는 오는 31일 24인 이사회에서 인준 표결을 가질 예정이다. 세계은행 이사회에는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및 아시아·태평양국가들이 포함돼 있으며 여기서 85% 이상을 득표해야 총재가 될 수 있다. 유럽은 30%의 표결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울포위츠의 총재 진출을 저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울포위츠 부장관이 세계은행 여직원과 연인 관계라는 보도까지 나와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8일 올해 61세인 울포위츠가 세계은행 북아프리카국 공보자문역으로 일하는 샤하 리자와 로맨스 관계라고 보도했다. 울포위츠는 이 보도와 관련, 대변인을 통해 “개인적인 관계가 이해와 상충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 규정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울포위츠 부장관은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만약 차기 총재로 인준받는다면 미국의 뜻을 세계은행에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포위츠는 또 프랑스 르몽드와의 회견에서는 “세계은행이 아프리카 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울포위츠가 총재가 되면 중동에 세계은행의 자원을 우선적으로 투입해 유럽의 관심지역인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은 줄어들 것이라는 염려를 잠재우기 위한 것이다. dawn@seoul.co.kr
  • 부시 사회보장 개혁 ‘삐끗’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가 이라크 전후처리 못지 않게 역점을 쏟아온 사회보장 개혁 작업에 첫 제동이 걸렸다. 미 상원은 오는 10월1일 시작되는 2006년도 연방정부 회계예산안 중 빈곤층과 무능력자의 보험을 정부가 들어주는 ‘메디케이드(Medicaid)’ 자금 등 1400억달러를 삭감하는 수정안을 17일(현지시간) 찬성 48, 반대 52로 부결시켰다.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에 일격 지난해 재선에 나선 부시 대통령은 사회보장 축소를 통한 과감한 예산 절감을 공약했다. 미국 경제에 큰 짐이 되고 있는 재정적자가 지난해 4120억달러까지 치솟은 것을 방관할 수 없다는 논리가 동원됐다. 지난달부터 부시 대통령은 미 전역을 돌며 국민을 상대로 직접 사회보장 축소가 필요함을 호소해왔다. 그는 지난 1997년 도입된 이후 한번도 삭감된 적이 없는 메디케이드 예산을 향후 5년간 100억달러 삭감하자고 제안했으나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오히려 200억달러로 삭감 규모를 늘렸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이 “빈곤층을 의료보험에서 내모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격렬히 반대하자 공화당의 고든 스미스(오리건) 상원의원이 절충에 나섰다. 메디케이드를 내년에 한해 현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개선하는 방안을 건의하고, 대신 부시 대통령이 제안한 농업보조금과 학자금 대부·기타 사회보장 예산 등 1400억달러를 삭감하는 내용이었다. 부시 대통령의 당초 구상보다 갑절에 이르는 삭감 규모였다. 그러나 하원을 통과한 이 수정안이 상원에서 부결됨으로써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는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중도파 의원 4명이 민주당에 동조, 반대 표를 던진 것이 충격적이다. 민주당 해리 레이드(네바다) 상원의원은 상기된 표정으로 “국가와 가정, 노년층과 어린이들의 빛나는 승리”라고 반기면서 “당파를 초월한 노력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상·하원 예산절충 진통 따를 듯 수정안 부결 직후 상원은 2조 5700억달러(2570조원) 예산안을 표결,51대49로 통과시켰다. 앞서 하원은 스미스 수정안을 218대214로 가결시켰다. 총 예산은 같되 메디케이드 삭감과 계수조정 내역을 달리하는 2개 법안이 상·하원에서 따로 통과된 것이다. 이에 따라 상·하원은 다음 주부터 계수내역 절충에 들어가지만 민주당의 격렬한 반대에다 공화당 의원들의 ‘반란표’가 겹칠 경우 진통이 예상된다. 부시 대통령은 상원의 부결 소식에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원안 가결에 대해서는 백악관 성명을 통해 “(하원안이) 내 제안에 근접한 것”이라면서 “돈이 현명하게 쓰여지고 연방 정부의 낭비를 막자는 취지에 공감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뉴욕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앞으로 5년간 수백억달러의 세금을 감축할 수 있는 단초를 연 데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與, 信不者 100만명 빚조정 검토

    열린우리당은 청년층 신용불량자와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생계형 자영업자 가운데 신용불량자 등 100만명에 대해 채무재조정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열린우리당은 오는 21일 서민경제와 경제양극화 해소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민생경제특위’를 발족, 이같은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들 신용불량자에 대해 기업의 채무재조정에 준하는 방식으로 분할상환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상자는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100만명가량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경제부는 당정협의를 거쳐 이와 관련한 신용불량자 대책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특위는 신용불량자 대책 외에 빈곤층의 소득이 일정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정부가 소득을 보전해 주는 근로소득보전세제(EITC) 도입 방안도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근로소득보전세제를 2007년부터 시행하고 필요한 재원(2조 5000억∼3조원)은 세금감면율을 낮추거나 감면대상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역사소설 왜 뜨나?

    한국소설이 ‘역사’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작가들이 내놓는 신작 가운데는 역사 소재의 작품들이 부쩍 많아졌다. 물론 그 자체를 커다란 트렌드라고 흥분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침체된 문학시장의 활로를 뚫는 기제로 역할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심장한 흐름이라는 게 출판가의 중론이다. ●꾸준히 ‘발언’하는 역사소재 소설들 역사는 지금까지 변함없이 인기있는 소설 소재였다. 하지만 근년들어 이른바 ‘역사소설’들이 문학시장에서 차지하는 가치는 사뭇 달라졌다. 역사소설을 쓰는 작가군이 몇몇으로 한정됐던 예전과는 달리 젊은 인기작가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추세다. 이순신 장군의 내면세계를 새로운 각도로 그려낸 김훈의 베스트셀러 ‘칼의 노래’ 이후만 봐도 그 분위기는 감지된다. 예술을 위해 조국을 등지고 신라로 망명한 우륵의 예술혼을 다룬 김훈의 또 다른 역사소설 ‘현의 노래’에 명기 황진이를 주인공으로 불러낸 전경린의 ‘황진이’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8권으로 완간된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 여성화가 나혜석의 실제 삶에서 모티프를 따온 함정임의 ‘춘하추동’, 신라왕실을 주름잡은 요부 미실의 삶을 그린 김별아의 ‘미실’이 최근작들. 베스트셀러 ‘풍수’의 작가 김종록도 이번주 조선시대 천문학자 장영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장영실은 하늘을 보았다’(전2권)를 내놓았다. 특정인물을 벗어나 역사 자체를 글감으로 잡은 작품들로 눈을 돌리면 사례는 더 많아진다. 장정일이 여성적 시각에서 썼다는 ‘소설 삼국지’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는 작품이다. ●한승원도 ‘정약전 주인공’ 곧 출간 출간 ‘예약’된 작품들도 눈에 띈다. 이달 말엔 중진작가 한승원이 정약전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소설 ‘흑산도 하늘길’(문이당)을 내놓는다. 정약전은 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천주교 선교사로 다산 정약용의 형이다.“주인공을 가상인터뷰 형식으로 정약전의 잘 알려지지 않은 삶을 복원해낼 것”이라는 게 출판사측의 설명이다. 또 조선후기의 실학자 이덕무가 주인공인 김탁환의 추리소설 ‘열녀문의 비밀’(황금가지)이 여름에 출간된다. 황금가지는 미 군정기에 암약했던 여간첩 김수임을 그린 김탁환의 또 다른 소설(제목 미정)도 겨울쯤 내놓을 계획이다. 김별아도 내친김에 조선시대가 배경인 역사소설을 잇따라 쓰고 있는 중이다. 역사소설 특히 인물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 쓰기의 경향은 크게 두가지 배경에서 출발한다. 먼저 이전의 역사소설들과는 달리 최근엔 개인주의적인 서술방식으로 씌어지고 있는 추세다. 문학평론가 장은수씨는 “영웅담에 의존하는 국가주의적 서술태도나 성적 흥미를 추구하는 야사 중심에서 벗어나 요즘 작가들은 개인주의와 페미니즘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집단 속에서 개인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 개별인물을 통해 거꾸로 집단을 발견하는 방식으로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칼의 노래’,‘황진이’,‘미실’, 장정일의 ‘삼국지’ 등이 모두 그런 유형에 든다. ●일부 작가들 “아이디어 빈곤 극복 대안” 일부 작가들은 아이디어 빈곤을 극복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역사소설 장르를 택하기도 한다. 김별아는 “현실의 변화속도가 너무 빨라 그 속에서 문학적 가치를 짚어내기가 너무 어려워졌다.”고 고백한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독자들의 관심 또한 역사소재 소설 쪽으로 쉽게 쏠리는 게 사실. 전경린의 ‘황진이’는 15만부나 팔렸고 ‘미실’도 출간 보름여 만에 4쇄(5만부)를 찍었다. 초쇄 3000부를 소화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국내 소설시장의 현실에서 놀라운 성적이다. 민음사 이수은 문학팀장은 “역사소재 소설은 픽션이면서 동시에 실재의 이미지를 가미할 수 있어 상업적으로 봐도 불리할 게 없다.”며 “그들의 선전은 하향 문학시장에 대한 경고이자 반동으로 읽혀야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美, 인권문제 논할 자격없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 국무원은 미국의 인권 상황을 비판하는 내용의 인권기록을 3일 발표했다.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이날 발표한 ‘2004년 미국 인권기록’ 보고서는 6번째로 미국의 연례 인권보고 발표와 때를 맞춰 나왔다. 중국 당국은 중국 인권 상황 왜곡에 대한 보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보고서는 ▲생명ㆍ자유ㆍ신체의 안전 ▲정치적 권리와 자유 ▲경제ㆍ사회ㆍ문화적 권리 ▲인종 차별 ▲부녀ㆍ아동의 권리 ▲다른 나라에 대한 인권 침해 등 6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보고서는 먼저 2003년 미국 12세 이상 국민 가운데 약 2400만명이 전과자이고 10만명당 475명꼴로 폭력 범죄에 시달리고 있다며 미국 국민들이 범죄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노동자의 경제ㆍ사회ㆍ문화적 권리를 지키는 데 소홀하며 세계 제1의 부자 나라라는 곳에서 빈곤과 기아가 고질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종 문제와 관련,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깊이 뿌리내렸다고 지적하고 그들에 대한 사법적인 차별로 인해 교도소 내 수감자의 70% 이상을 유색인종이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녀와 아동에 대한 권리 침해도 걱정스러울 정도라면서 이들의 성폭력 피해 실태를 미국의 통계수치를 인용해 전하는 한편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포로 학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oilman@seoul.co.kr
  • [열린세상] ‘거대한 소수’ 정당이 되려면/이광호 前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거대한 소수’를 자임하며 국회에 입성한 민주노동당이 의정활동을 시작한 지 1년이 가까워오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말하는 ‘거대한 소수’ 노선은 지역적으로 갈라진 유권자들을 진보적 정책과 이념으로 묶어세워 자신들의 지지 세력으로 삼겠다는 지향을 보여주는 것이며, 보수 엘리트 정치에서 대중참여 정치로의 정당활동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1년을 돌이켜볼 때 이 같은 목표가 달성됐는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진성 당원이 중심이 된 당 운영은 더 이상 민주노동당만의 ‘자랑거리’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이 사안에 관한 한 보수 정당에 추월당하고 있으며 당과 지지 기반 사이의 유기적 관계가 기존 정당보다 못하다는 내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정당 투표에서 13%를 얻은 민주노동당은 총선 직후 20%까지 지지율이 올라가다 최근 들어 한자릿수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현재의 지지율이 말해주는 의미는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한동안 15% 안팎에서 고정됐던 지지율이 위로 돌파하지 못한 채 경향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당 소속 다수 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언론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점은 민주노동당의 향후 활동 방향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는 눈길을 끄는 보고서를 한 편 내놓았다. 보고서 제목은 ‘제1야당으로 나아가기 위한 성찰과 쇄신’. 이 자료는 향후 민주노동당의 장기적 발전 전망을 입체적으로 그려본 것이긴 하지만 여기서 지적된 자신들의 취약점은 최근의 지지율 하락과 무관치 않다. 흥미로운 것은 ‘이념과 철학의 빈곤’이 민주노동당의 대표적인 취약점으로 지적됐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당 밖의 사람들이 ‘이념 과잉’을 문제로 꼽는 것과 대비된다. 보고서는 민주노동당이 ‘평등과 자주’라는 자신들의 이념을 구체화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하고 대표적 사례로 지난 2002년 대선 이후 대중들에게 민주노동당을 인상적으로 기억하게 했던 ‘부유세’ 같은 정책이 원내 진출 이후에 힘 있게 추진되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이념의 빈곤이 아니라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실력의 부족을 지적한 것처럼 보이지만).“국가 기구의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극히 제한”돼 있는 민주노동당이 대부분의 정치현안과 사회문제에 대해 국가 기구와 재정 정책을 통한 해결책만 주로 처방하려는 ‘국가주의’적 태도가 추진력 부족의 한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따라서 보고서가 그 대안으로 ‘정치’ 정당에서 ‘사회’ 정당으로 진화된 대안정당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당과 의원들은 의사당 안팎을 부지런히 넘나들면서, 이념과 정책을 연결 고리로 삼아 시민사회를 정치 주체로, 지지 기반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당연한 논리적, 현실적 귀결이다. 이것이 전혀 새로운 얘기는 아니지만 기존의 엘리트 중심 과두 정치의 폐쇄회로를 공격해온 진보정당이 스스로 이런 덫 혹은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1년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은 중요하다. 단병호 의원은 민주노총 위원장이던 시절 이런 말을 했다.“진보정당의 집권과 진보정치의 실현은 똑같은 것 같지만 사실상 큰 차이가 있다.” 이 얘기는 민주노동당의 궁극적 목표가 ‘집권’이 아니라 진보적 사회의 실현이라는, 당연하지만 종종 잊고 있는 중요한 사실을 환기시켜주고 있다. 진보정당이 제1야당, 나아가 집권당이 된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자동적으로 진보적인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구조 내 개혁’이 아니라 ‘구조의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진보정당의 이념, 정책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서의 다양하고 현대적인 대중 참여 정치가 필수적이다. 민주노동당 지지율 하락이 대안 세력으로서의 실력 부족과 신뢰감의 상실로 인해 ‘그냥 소수’ 정당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근본적 성찰을 촉구하는 신호등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이광호 前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 [지금 대전청사에선…]정부포상금 ‘풍요속 빈곤’ 廳마다 고민

    ●“자체예산 범위내서 사용하라” 지난해 각종 업무 평가에서 탁월한 실적을 거뒀던 대전청사 각 청들이 정부로부터 풍성한(?) 포상금 잔칫상을 받아놓고 고민이 이만저만. 정부에서 내려온 포상금은 조달청 3억 8000만원, 관세청 3억 1000만원, 산림청 7000만원, 병무청 2000만원 등으로 외적으로는 기대 수준을 높이기에 충분. 그러나 실상은 포상금을 자체 예산 범위 내에서 전용해 사용하는 것으로 돼 있어 재원확보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용처를 놓고 고민스러운 것이 사실. 정원이 1645명인 산림청의 경우 개별 지급시 1인당 4만 2500원에 불과해 직원 복지에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직렬타파와 함께 실험적 시도? ‘기술직의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특허청이 대표적인 행정직 고유업무로 평가되는 인사계장에 기술직을 전격 임명해 눈길. 그동안 내부에서는 기술직 인사계장 요구가 수차례 있었으나 행정 업무 경험 등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는 것. 기술직 첫 인사계장인 윤병수(38·기시 29회) 서기관의 경우 과학기술부에서 정책업무를 맡았고 1998년 특허청 전입 후 혁신 등 지원 업무 등을 두루 거쳐 진작부터 후임자로 물망. 특허청 관계자는 “직렬 타파라는 취지와 함께 실험적 시도(?)라는 평가도 있다.”며 “심사관 경력만 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평가.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사설] 담배규제 기본협약 속히 비준하라

    전지구적 차원에서 담배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이 어제 날짜로 공식 발효됐다. 전세계 성인 사망원인의 10%, 한해 1000만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는 담배에 대해 보건위생 분야 최초의 국제행동을 요구하고 있는 이 협약에 우리나라가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한국은 협약을 주도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이종욱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 협약채택 두 달 만에 서명을 하고서도 비준절차를 미뤄 최초의 협약당사국 지위를 놓쳤다. 공공장소 금연구역 확대, 담뱃값 인상 등 최근 우리나라가 확고하고 강력한 금연정책을 펴온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담배의 해악으로부터 국민을 충분히 보호해 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60%대를 간신히 면한 성인흡연율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 수준이며 중학생, 여학생 등의 흡연율은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규제 기본협약이 제시하고 있는 강력한 경제적·비경제적 판매규제, 경고 강화, 보건교육, 청소년 보호조치 등이 우리에게도 시급한 이유다. 담배 경작농가 피해, 담배 소비자의 반발 등 협약 비준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담배농가 전업지원, 꾸준한 홍보 등으로 타개해 나아가야만 할 부분이다. 담배판매수익금 등을 활용하면 된다. 흡연은 농촌을 중심으로 한 저소득층을 더욱 빈곤하게 해 경제 불평등의 원인이 되며 인간 본연의 건강권 침해라는 측면에서 인권유린 행위로 취급해야 한다는 견해까지 나오고 있다. 담배소비 억제는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는 하루빨리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
  • 소설가 김별아 ‘화랑세기’속 요부 ‘미실’ 출간

    작가 김별아(36)가 1500년 전의 여인을 불러냈다. 새 작품 ‘미실’(문이당)은 신라시대의 요부(妖婦) 미실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얽은 장편소설이다. 지난해 말 국내 문학상 사상 최고상금인 1억원의 세계문학상을 따내 문단의 시샘이 쏠렸던 작품이다. 왜 ‘미실’이었을까. 소설집 ‘꿈의 부족’(2002년) 이후 3년 만에 내민 장편의 여주인공이 하필이면 왜 우리 역사 최고의 팜 파탈이었을까. 역사의 먼지를 헤집어 소환해낸 주인공에게 작가의 애정은 유별나다.“미실은 어머니로서, 한 여자로서도 어느 한쪽 꿇리지 않고 당당한 인물이었어요. 요녀와 성녀의 이미지를 한 몸에 끌어안고 살았던.‘모성’과 ‘욕망’이 충돌하지 않고 한 인물 속에서 용해된 여성 캐릭터를 구현해 보고 싶었죠.” “남성 작가들의 소설에서는 여주인공이 늘 모성과 욕망의 어느 한쪽 이미지로만 치우치는데, 그 극단적 묘사법은 옳지 않다.”는 게 그의 말이다. ●자기운명에 굴하지 않은 주체적 여성 미실(549∼606)은 김대문의 ‘화랑세기’에서 “백 가지 꽃의 영겁이 뭉쳐 있고 세 가지 아름다움의 정기를 모았다.”고 수식될 만큼 미색이 빼어났던 여인. 진흥·진지·진평 등 3대 신라왕을 섬긴 데다 사다함·세종·설화랑·미생랑 등 네 명의 풍월주(화랑의 우두머리), 태자 동륜(진흥왕의 아들)과도 염문을 뿌리며 왕실을 주물렀던 역사 속 인물이다. 작가의 의도대로 “뛰어난 미모로 본능에 충실했으면서도 운명에 굴하지 않는 ‘현대적’ 여성상”은 소설에 제대로 녹아났다. 왕실에 색(色)을 바치는 전문여성집단 ‘대원신통’에서 태어난 미실은 어려서부터 온갖 기예와 미태술을 익힌다. 지소태후의 아들 세종의 눈에 들어 입궁한 뒤 곧 권력다툼에 휩쓸려 밖으로 내쳐진다. 화랑 사다함을 만나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되지만, 왕실의 부름으로 다시 입궁한다. 이후 미실은 스스로 권력을 움켜쥐려는 욕망을 실현해 간다. 작가의 설명처럼 “권력을 키워 가는 과정에서도 아이를 8명이나 낳으며 모도(母道)를 충실히 걸었던 독특한 여성상”을 묘파하는 데 소설은 전력투구한다. ●용어 하나하나 史實에 맞춰 사용 작가는 이 소설에 3년여를 공들였다.“중국 후한의 장수 삭매의 사랑과 운명을 무협소설풍으로 그린 단편 ‘삭매와 자미’(소설집 ‘꿈의 부족’)를 쓸 무렵 역사 소재 소설을 구상했다.”며 “그러나 역사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쓰겠다는 원칙을 세웠었다.”고 말했다. 그 원칙은 철저히 지켜졌다. 소설에 등장하는 꽃 이름, 고사성어 하나까지 시대적으로 들어맞는 것인지 따졌을 정도다. 신라시대에 나올 수 없는 용어들은 추려냈다. 때로는 고어투의 문체가 적당히 끼어들어 소설에서는 고졸한 맛이 난다. 최근 여성 작가들이 황진이·나혜석 등 역사인물들을 작품에 끌어들이는 경향이 아이디어 빈곤 때문이 아닌지 짐짓 물었다. 대답은 솔직했다.“인정할 부분”이라더니 힘센 변명 한마디를 덧붙인다.“요즘처럼 빨리 돌아가는 현실에선 소설의 ‘영원성’을 포착해 내기가 힘드니까.” 받아 놓은 큰 상금은 대체 어디에 쓸 거냐는 질문에 “열살짜리 아들과 9월쯤 캐나다로 날아가 한 2년 지내다 오겠다.”며 엉뚱한 소리다.“죽을 때까지 쓰는 게 삶의 목표”라니 작가의 좌표에서 발을 빼려는 계산은 아닐 테고. “역사소설을 좀더 써보겠다.”고 한다. 청계천 복원 기념으로 서울시에서 주문한 조선시대 배경의 소설을 준비하느라 요즘은 조선왕조실록에 푹 빠져 지낸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가구당 月평균 280만원 벌어 230만원 썼다

    가구당 月평균 280만원 벌어 230만원 썼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구당 월 평균 약 280만원(연 3367만원)을 벌었다. 이 중 약 230여만원(연 2764만원)이 생활비, 세금 등으로 지출됐다. 소득은 1년 전보다 월 16만원쯤, 지출은 14만원쯤 각각 늘었다. 하지만 이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증가폭이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벌이가 신통찮았고, 이로 인해 씀씀이도 위축됐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저소득층 수입이 제자리걸음을 한 탓에 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가 커졌다. 참여정부가 줄곧 ‘분배’를 강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진 것이다.‘양극화 심화’는 경제성장이 정체됐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특히 전국 가구의 28.8%가 적자상태에 놓여 있다. ●도시가구 소득 5.9% 늘어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04년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시·군·읍·면 거주, 농가·어가 제외)당 월 평균 소득은 280만 6000원으로 전년보다 6.0%가 늘었다. 이 중 도시근로자(시 거주) 가구만 떼어놓고 보면 5.9% 증가한 311만 3000원이었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1999년(3.2%)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분기별로도 지난해 4분기 근로소득 증가율은 3.2%로 1분기 6.8%,2분기 5.2%,3분기 5.7%보다 크게 둔화돼 99년 2분기 1.6% 이후 가장 낮았다. 전신애 통계청 사회통계과 과장은 “가구 안에 실업자가 생기고 근로형태가 정규직이 아닌 임시직·일용직 등으로 전환되면 근로소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상위20% 소득 하위20%의 7.35배 지난해 전국 상위 20% 가구의 평균소득은 571만 2500원에 달했지만 하위 20%는 77만 7300원에 불과했다. 둘 사이의 배율은 7.35로 전년보다 0.12포인트 높아졌다. 상위 20%는 평균소득이 1년 전(537만 2000원)보다 34만원 이상이 늘었지만 하위 20%는 1년전(74만 2000원)에 비해 3만 5000원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 5분위 배율 역시 5.41로 1년 전보다 0.19포인트 올라갔다.99년 5.49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소득분배 불평도 지수인 지니계수(높을수록 불평등도가 심함)도 전국 가구는 0.344로 전년보다 0.003포인트 높아졌고 도시근로자 가구는 0.310으로 0.004포인트 증가했다. ●지출 증가도 미미… 세금·연금은 대폭 늘어 소득이 별로 안늘어난 탓에 지출 증가폭도 줄어들었다. 전국 가구의 지난해 월 평균 가계지출(소비지출+비소비지출)은 230만 3000원으로 전년보다 6.8% 늘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의식주, 교육 등 실제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쓰는 소비지출은 5.5% 증가에 그쳐 지난해(6.0%)보다 둔화됐다. 반면 세금, 보험료, 금융이자 등 어쩔 수 없이 나가는 경직성 지출인 비소비지출은 증가율이 11.3%에서 13.5%로 확대됐다. 세금 13.7%, 공적연금 8.1%, 사회보험 8.6%, 기타소비지출(이자·교육비송금·생활비보조 등) 22.9% 등이었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비지출은 243만 4000원으로 전년보다 6.7% 증가했다. 그러나 소비지출 증가율은 외식 10.5%, 교육 5.7%, 보건의료 2.8%, 교양오락 4.9% 등 전년에 비해 대체로 낮아졌다. 특히 교육비 지출은 지난해 4분기에 1.8%가 줄어 98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계층별로 소득 하위 20%와 40%에 해당하는 1분위와 2분위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각각 1.7%와 2.4%에 그쳐 전체 도시가구 증가폭에 크게 못미쳤다. 하지만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계층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10.1%에 달해 고소득층의 소비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전국 가구의 28.8%, 도시 근로자가구의 23.7%가 가처분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많아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열린세상] 할머니 가설/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대표

    한시절 내 수업을 들었던 한 여학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결혼을 하고 나서 5년 동안 소식이 없었던 터라 반가웠다. 그 친구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랬다. 한동안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이가 좀 자랐으므로 다시 일을 하고 싶었다.‘그럴듯한’ 정규직 신규공채 시험에는 나이제한이 있다.20대 후반이면 이미 연령제한에 걸린다. 결혼한 여자가 정규직으로 재취업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그래서 교원임용고시를 준비했다. 시험에 합격해서 지금은 연수중이다. 그녀는 과거 5년의 역사를 이처럼 간략히 설명해 주었다. 그건 그렇고 이제 4살짜리 딸아이는 누가 보살펴 줄 것인지 물어보았다.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주시고 자기는 어머니께 수고비를 드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탁아와 보육시설이 빈약한 우리사회에서, 남아도는 나이든 여성들이 새로운 세대를 보살피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 친구의 말을 듣다 보니 크리스틴 혹스의 할머니 가설이 떠올랐다. 생물학적인 사고방식에 따르면 인간의 존재이유는 오로지 재생산에 있다.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들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재생산을 위해 살아간다. 그것이 ‘이기적인’ 유전자의 절대명령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동물들은 죽을 때까지 생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인간 여성은 50세 전후하여 폐경(완경)을 맞이한다. 재생산 능력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 잉여의 존재들이 여전히 살아남아 있는가? 이것은 생물학적으로 설명이 필요한 현상이었다.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제시된 것이 할머니 가설이다. 나이든 여성들은 직접적인 재생산은 마감했지만, 다른 여성들이 재생산한 존재를 보살펴 줌으로써 끝까지 재생산과 관련된 의무를 충실히 수행한다. 가족과 사회 전체적으로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할머니들이다. 할머니들은 다른 세대를 보살피는 데서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찾는다. 여러 연구조사에 따르면 보살펴줄 대상이 있는 할머니들이 독거노인들보다 훨씬 건강하게 오래 산다고들 한다. 이렇게 본다면 할머니 가설은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줄 것처럼 보인다. 정부는 일자리 40만개 창출을 부르짖고 있다. 많은 여성단체들의 올해 사업목표가 일자리 창출이다. 저출산을 우려한 국가정책에 발맞춰 여성운동계 역시 대안적인 가족보다는 안정적인 이성애 가족의 재생산을 위한 모성보호와 탁아와 보육을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 방점은 여성이 아니라 가족에 있다. 정부는 여러 여성 NGO 단체들이 오랜 세월 동안 구축해놓은 인프라를 통해 손쉽게 사회복지 차원의 일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다. 보육, 탁아, 간호, 보살핌 등은 나이든 여성노동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 나이든 여성들에게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사회복지수당을 주면서, 차세대, 혹은 사회적 약자 등을 돌보는 일을 맡기면, 빈곤노인의 일거리창출, 노년의 보람창출, 의료비절감 등 국가는 사회복지 차원에서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기계화로 인한 일자리의 격감을 우려하면서 ‘노동의 종말’을 쓴 제레미 리프킨은 NGO와 같은 제3섹터에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할머니 가설이야말로 그런 주장과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다른 맥락에서 보면 할머니 가설은 여성의 노동력을 철저히 동원함으로써 사회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하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 결과 비정규직, 저임금, 불안정 여성노동예비군을 확실하게 만들어내게 된다. 여성노동운동이 예전에는 착취의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삼았다면, 이제 비정규직의 양산으로 인해 착취는 정치적 화두가 못될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사회는 착취당해도 좋으니, 일자리를 달라는 아이로니컬한 상황에 처해있다. 열심히 일자리를 창출한 결과 값싸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끊임없이 만들어냄으로써 오히려 아무런 저항에 부딪히지 않고 모든 일자리의 비정규직화에 우리 모두 기여해왔는지 모른다. 할머니 가설이 그런 아이로니컬한 상황에 일조하는 것은 아닐까 두렵다. 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대표
  • [논술이 술술]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막스 베버 지음

    우리가 ‘자본주의’라는 용어에서 떠올리는 것은 보통 ‘인간의 이기적 욕구’와 ‘경쟁’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인간의 본성을 이기적 존재로 규정하는 데 익숙해져 있으며, 자신의 물질적 욕구를 채우려는 사람들을 ‘자본주의’ 질서에 훌륭하게 적응하는 ‘능력자’로서 부러움 섞인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내 돈 내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야.’라고 말하는 방탕한 부자의 행태에도 잠시 눈살을 찌푸릴 뿐, 소비가 자유이자 미덕이라는 그 기본 논리에 대해서는 쉽게 공감해 버린다. 법을 어기지 않는 한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면 도덕적이든 아니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모든 행위를 자본주의적 생존 법칙이자 덕목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베버에 따르면 이러한 인식과 행위들은 근대의 합리적 자본주의와는 거리가 멀며,‘천민’자본주의에 불과할 뿐이다. 오히려 근대 자본주의는 종교개혁 이후 확산된 금욕적인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에 기반해 발전해 왔으며, 그러한 금욕적 생활과 직업에 대한 의무의식이야말로 합리적 자본주의가 발전할 수 있는 근거이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1900년대 초 그 일부가 씌어졌으며,1904년 말에 완성돼 1905년에 발표됐다. 이 책에서 베버는 근대 자본주의의 기원을 프로테스탄티즘의 정신에서 찾고 있다. 서구 근대 자본주의 문화의 본질을 인문주의적 합리주의와 금욕적 합리주의의 결합으로 파악하고, 종교개혁 이후 나타난 금욕적 직업 윤리에 기반한 종교적 이상주의가 그것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베버의 사상은 자칫 탐욕스러운 약육강식의 경쟁 논리만이 지배하기 쉬운 자본주의 경제 현실을 비판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 베버가 드러낸 천민 자본주의와 합리적 자본주의의 구분은 투기와 정경유착, 탈세, 일부 계층의 비도덕적 과소비 풍조 등 여전히 비합리적인 경제 행태가 충분히 극복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는 개념으로 의미있게 사용되고 있다. 또한 금욕적 생활방식과 노동과 직업에 대한 의무 의식의 형성이 자본주의 발전의 기반이었다는 베버의 강조는 노동의 중요성이 경시되고 있는 오늘날, 합리적인 직업 윤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최근 ‘동아시아론’ 논의와 관련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 ‘아시아적 가치’와 ‘유교 자본주의론’의 형성에 영향을 끼친 이론적 모태이기도 하다. 동아시아 신흥공업국가들의 급속하고도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이 국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검약과 절제에 기반한 유교 윤리와 문화에 기반하고 있다는 ‘유교 자본주의론’은 직접적으로 베버의 논의를 근거로 출발하고 있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 (www.unidream.co.kr) ● 생각해보기 -천민 자본주의와 합리적 자본주의의 개념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을 설명해 보자. -흔히 후기 산업사회에 들어서서 인간 노동의 중요성이 약화되고, 노동 기피 현상이 확산된다고 한다.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노동’과 관련해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써보자. -노동과 직업이 인간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유교 윤리와 문화가 동아시아의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했고, 따라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라는 제도적 문화적 특징들을 계속 유지 계승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보자. ● 독서 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고1∼고3 -관련 교과:고등 사회, 윤리와 사상, 경제, 시민윤리, 사회문화, 경제 -함께 읽어 볼 책과 고전:청년을 위한 경제학 강의(김수행 편저·한겨레신문사), 빈곤의 세계화(미셸 초스토프스키·당대), 세계화의 덫(한스 피터 마르틴 외·영림카디널), 경제학을 위한 변명(정운영·까치), 경제학 산책(홍기현 외·김영사)국부론1·2(아담 스미스·동아출판사), 이야기 경제 원리(박상률, 곽유리·고려원) -기출논제:고려대 2002학년도 정시, 가톨릭대 2004학년도 정시, 경희대 2004학년도 정시, 동국대 2004학년도 정시, 광주교대 2003학년도 정시, 경북대 2001학년도 정시, 연세대 1998학년도 정시(인문계)
  • “중산층을 늘려라” 中지도부 화두로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조화로운 사회(和諧社會)’가 중국 4세대 지도부의 새로운 통치이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간, 도시-농촌간, 계층간 소득격차 확대에 따른 소외계층의 불만을 아우르고 당 중심의 새로운 정치·경제·사회의 발전 모델로 제시된 것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1000달러를 돌파하고 오는 2020년 3000달러의 샤오캉(小康)사회로의 진입 과정의 사회관계에서 중대한 모순이 드러났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상황 인식이다. 후진타오(胡錦濤)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지난 19일 장관급,31개 성·시·자치구의 성장급, 군구 사령관급 등 당·정·군 200여명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한 당교(黨校) 연구·토론반 개회식에서 조화로운 사회 건설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후 주석은 “당이 전면적인 사회주의 건설 과정에서 물질·정치·정신 문명의 조화를 추진, 광범위한 인민 대중의 근본 이익과 공동의 희망을 구현해야 한다.”며 ‘조화로운 사회’를 정의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춘제(春節ㆍ설)를 앞둔 지난 7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당중앙ㆍ국무원 합동 단배식을 통해 “민주와 법치가 지배하고 평등하고 정의롭고 활기에 찬 조화로운 사회 건설”을 다짐했다. 조화로운 사회 이론은 작년 9월 당 제16기 4중전회에서 첫 선을 보였고 오는 3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ㆍ정치협상회의(政協) 양회(兩會)의 핵심 화두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과학적 발전관’과 사회주의식 인본주의인 ‘이인위본(以人爲本)’을 통치이념으로 등장시킨 4세대 지도부는 앞으로 ‘조화로운 사회’를 장쩌민(江澤民)의 3개 대표론 급으로까지 격상시킬 가능성이 높다. 중앙당교 철학부 우찬신(吳燦新) 교수는 조화사회의 추진 방향으로 “사회 중산층을 확대하고 저소득·빈곤계층을 줄이며 공정한 소득 분배와 부정부패 해소가 주요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에 이어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거시(宏觀) 조정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조화로운 사회 건설과 맥이 닿는다. oilman@seoul.co.kr
  • [20일 TV 하이라이트]

    ●실험쇼 진짜?진짜!(MBC 오전 9시55분) 목욕탕에서는 음치가 없다?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2%가 목욕탕에서는 노래가 더 잘 불러진다고 대답했다. 목욕탕은 물, 높은 습도, 밀폐된 공간이라는 3가지 특징을 가진 곳인데, 이 시간에는 목욕탕을 전격 해부하고 목욕탕과 음치와의 관계를 파헤친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1시25분) 독재정권을 청산하고 자유선거로 새 정부가 들어선 인도네시아는 독재정권의 유산을 완전히 청산하지 못하고 만연된 부패와 국정의 비효율로 경제상황이 심각했다. 이에 정부는 빈곤한 농민들을 위해 생활 필수시설인 양수펌프와 수도관, 아이들을 위한 교육시설, 도로와 교각 건설에 주력했다. ●청소년 원탁토론(EBS 오후 7시10분) 같은 교복을 입더라도 남과 다르게 보이고 싶어하는 청소년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 10명 중 8명이 교복을 고쳐 입는다고 한다. 튀고 싶고, 예뻐 보이고 싶은 학생들은 교복 고치기를 통해 자신들의 개성을 표현하려 하는데, 이 문제를 토론에 붙인다. ●봄날(SBS 오후 9시45분) 비양도 보건소로 전화를 한 은호는 은섭의 목소리가 들리자 휴대전화를 꺼버린다. 우울해진 은호는 술에 취한 채 다시 전화를 하고, 정은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의 이름을 부르며 울먹인다. 은호는 은섭에게 아버지 건강이 좋지 않아 갈 수가 없으니 서울로 돌아오라고 부탁한다. ●드라마시티(KBS2 오후 11시15분) 병원 물리 치료사인 화진은 떠나간 연인을 잊지 못한 채 혼자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이웃에 사는 문 여사는 유일한 친구이다. 문 여사 때문에 알게 된 세탁소 배달원 승주는 화진에게 새로운 친구로 다가오고, 그 즈음 화진에게 누구 보냈는지 모를 장미와 메일이 전해지는데…. ●도전!골든벨(KBS1 오후 7시10분) 45대 골든벨을 향한 김해고등학교 학생들의 힘찬 도전이 시작된다. 골든벨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은 김해고. 초반부터 대거 탈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50문제와의 승부에서 최후의 1인으로 남은 배순영 학생의 손에 달린 경남 김해고의 명예. 과연 그는 골든벨을 울릴 수 있을까?
  • [19일 TV 하이라이트]

    ●한강수 타령(MBC 오후 7시55분) 가영은 출장 허락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지방 출장을 떠난다. 재혁은 나영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프랑스 파리 얘기를 꺼내고, 나영은 파리에 일년 쯤 살다 왔다는 재혁이 부럽다. 나영을 데려다 주면서 재혁은 나영에게 꽃바구니를 선물하고, 그 모습을 강수가 본다. 나영은 마음이 복잡해진다. ●라이프n조이(YTN 오전 9시20분) 한국의 나이애가라 폭포라 불리는 직탕폭포, 찬바람 맞으며 즐기는 노천탕이 있는 화산온천, 스릴만점의 레포츠 ATV와 서바이벌 게임, 그리고 독수리, 두루미 등 겨울 철새들의 보금자리 탐조까지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를 즐길 수 있는 강원도 철원으로 함께 떠나본다. ●지금도 마로니에는(EBS 오후 9시) 같은 해 자유문학에 평론이 당선이 된 김현은 김승옥에게 동인활동을 제안하고, 김승옥이 여기에 뜻을 같이 함으로써 ‘산문시대’동인이 탄생하게 된다. 봄학기가 시작되자 김중태와 서울대학생들은 군정연장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나가고, 곧 이들은 동대문경찰서로 끌려가 조사를 받게 된다. ●토지(SBS 오후 8시45분) 서희는 두수의 계략에 걸려들지만 두수 앞에서 당당하다. 두수는 서희에게 총을 겨누다가 사람들이 오자, 총을 거두고 사라져 위기를 모면한다. 하지만 서희는 길상이 자신을 떠나겠다고 하자 흔들리기 시작한다. 서희는 아프다는 핑계로 길상을 데리고 병원에 가려고 하는데…. ●부모님 전상서(KBS2 오후 7시55분) 성실은 혜영이 알려 준 회사에서 면접시험을 보고 돌아온다. 마침 집에 와 있던 창수는 어디에 갔었냐며 따져 묻지만 성실이 대답을 하지 않자 남자를 만나러 갔었냐며 의심한다. 정환은 일하하가 들어와 미연 아버지에게 인사드리는데, 미연은 옥화에 대한 엄마의 열등감 때문에 속이 상한다. ●KBS스페셜 ‘공존의 조건’ (KBS1 오후 8시) 빈곤의 또 다른 이름인 차상위 계층의 쉽지 않은 삶과 생활을 통해 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그 근본적 해결책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과연 이들의 더 나은 삶과 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는 사회적 장치와 대책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두고 각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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