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빈곤
    2026-04-18
    검색기록 지우기
  • 노익장
    2026-04-18
    검색기록 지우기
  • 호서대
    2026-04-18
    검색기록 지우기
  • 분권
    2026-04-18
    검색기록 지우기
  • 600만원
    2026-04-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895
  • 리비아 석유산업 부활하나

    리비아 석유산업 부활하나

    ‘불량 국가’에서 ‘첨단 산유국’으로 리비아의 대변신이 예고되고 있다.15일(현지시간) 미국과 리비아가 26년 만에 외교 관계를 복원하면서 세계 석유산업의 ‘판도 변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리비아의 석유 부존량은 266억배럴. 전 세계 매장량의 3.5% 규모지만 하루 생산량은 150만배럴에 그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11개 회원국 중 8위다. 서방의 오랜 경제 재제로 석유산업이 제대로 운신조차 하지 못한 탓이다. 리비아는 미국으로부터 ‘사서 미움’을 받았다.1969년 쿠데타로 집권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아랍식 사회주의와 반미(反美) 정책을 내걸면서 사사건건 충돌해 왔던 결과다.‘테러 지원국’에다 핵개발까지 넘보다가 미국 등 서방의 강력한 응징을 당했다. 지난 20년 동안 지속된 경제봉쇄로 석유 부국 리비아는 빈곤국 수준으로 추락했다. 카다피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후인 2003년 12월부터 핵개발 포기를 선언했다. 미국과 대량살상무기(WMD) 폐기에 합의하면서 친(親) 서방정책으로 전환했다. 두나라의 관계 개선이 진행되면서 미국 업체의 진출도 이뤄졌다. 지난해 리비아가 40년 만에 실시한 15개 광구의 유전탐사 및 채굴권 국제입찰에서는 옥시덴탈석유 등 미국 3대 업체가 11개 광구를 독식했다. 미국의 자본 투자가 본격화된 것이다. 이번 외교관계 회복은 리비아의 석유 이권에 대한 미국의 이해와 메이저 석유업체의 로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 에너지 전문가 데이비드 골드윈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정(油井) 내에 가스, 물, 화학약품 등을 주입해 석유를 뽑아내는 회수증진(EOR) 사업 경쟁이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2∼3년 안에 새로운 규모의 석유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비아 유전의 노후 장비는 현재 첨단 기술로 대체되고 있다. 카다피도 향후 10년 동안 300억달러의 외자 유치를 통해 석유산업의 부흥을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미국이 외교정책의 모범 사례로 제시하는 ‘리비아 모델’은 정치적 타결에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치열하게 전개되는 세계 자원전쟁 속에서 두나라의 전략적 에너지 협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한국 젊은이들 세계 시민의식 가져야”

    “유엔은 세계를 위해 많은 일을 해 왔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 한국의 뛰어난 젊은이들이 세계 시민의식을 갖고 많은 일을 해 주기 바랍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15일 서울대 강단에 섰다. 아난 총장은 문화관 강당에서 학생 600여명을 상대로 ‘한국과 유엔간의 협력관계’란 주제의 특별강연을 갖고 남북관계 등 국내외 현안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우리 정부 초청으로 지난 14일 방한한 아난 총장은 16일까지 노무현 대통령, 김원기 국회의장,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 등을 만난다. 그는 질문하는 학생들에게 농담을 건네기도 하고 자기 고국인 가나 출신 유학생이 질문을 하자 가나 말로 대화하며 반가움을 표하는 등 질의 응답 시간 내내 밝은 모습을 보였다. 남북관계, 한·미 관계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에는 대체로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변했다. 남북관계 전망에 대한 질문에 그는 “6자 회담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회담에서 좋은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데 대해서는 “주한미군은 한국과 미국의 합의하에 들어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문제는 두 나라 정부가 나서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이 출마의사를 밝힌 차기 유엔 사무총장과 관련,“10월이 돼 봐야 결과를 알 수 있겠지만 유엔 사무총장은 한 나라의 총장이 아니라 전 세계의 총장인 만큼 누가 된다고 해서 특정 국가에 특별한 이점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민주화와 경제개발에 성공한 한국은 개발도상국 가운데 가장 훌륭한 발전 모델”이라면서 “앞으로 한국이 유엔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나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2003년 미국-이라크 전쟁을 막지 못했던 게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가장 힘들었습니다. 특히 그해 8월 이라크 바그다드 유엔사무소가 폭격을 받아 직원 23명을 잃은 것은 견딜 수 없을 만큼 가슴 아픈 일이었지요.” 최근 출범한 유엔 인권이사회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지만 참여하는 국가의 인권 상황이 일부 우려되는 점이 있어 인권이사회가 이들 나라의 상황을 검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1월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 그는 2001년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서울초청 수술 ‘희망의 노래’

    서울초청 수술 ‘희망의 노래’

    14년간의 혹독한 내전 후유증으로 빈곤과 질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 라이베리아. 그곳의 한 소녀가 지난 12일 한국을 찾았다. 항생제 한 알을 제대로 먹지 못해 썩어가던 왼쪽 다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다. 베이비 수모(16)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5월.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이 의료봉사차 라이베리아를 찾았을 때 수모는 왼쪽 다리를 쓰지 못해 손을 움직여 엉덩이를 끌고 다녔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상처가 마치 톱밥을 붙여놓은 듯했다.”면서 “치료는커녕 신발을 신고 다니지 않아 상처에 온통 흙이 묻어 있었다.”고 전했다. 우연히 생긴 상처가 아니다. 수모가 사는 부족인 복고스 타운의 사람들은 수모의 엄마에게 귀신이 있다고 믿었고 이를 내쫓는다며 수모에게 상처를 냈다. 거듭대는 어른들의 만행에 다리 한쪽은 절단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됐다. 월드비전 봉사단은 응급조치를 하고 다른 국제 의료봉사단에 수모를 맡기고 돌아왔다. 그곳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올해 초 상태가 악화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권 발급에 애를 먹어 무려 2개월이나 걸려 방한이 결정됐다. 항공료는 월드비전이, 치료는 의료봉사단 중 한명이었던 이재화성형외과 원장이 맡기로 했다. 이 원장은 “피부 이식을 하면 다리를 자르지 않아도 된다.”면서 “하지만 워낙 오래된 상처라 다리 기능이 100% 정상으로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수모를 치료하기 전에도 2004년부터 심각한 전신화상을 입은 6명의 중국 환자를 치료해준 바 있다. 현지의 오봉명 선교사와 함께 귀국한 수모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한국에 와서 어떠냐는 질문에 그저 ‘좋다.(fine)’고만 할 뿐이다. 만 16세이지만 현지에서 교회가 운영하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라이베리아 대부분의 부족에서는 교육에 대한 개념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글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항공요금 ‘연대세’ 검토

    정부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빈곤 및 질병 퇴치를 돕기 위한 재정 마련책의 하나로 올해 안에 항공권에 ‘연대세(항공권 연대기금)’를 부과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12일 외교통상부와 주한 외교가에 따르면 외교부는 국제선 탑승객들의 항공권에 1인당 1000원씩의 연대기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교부와 재정경제부, 법무부 등 관련 부처는 현재 연대기금을 자발적 징수와 강제적 징수, 그리고 강제적으로 징수한 뒤 환불해주는 방안 등 3가지를 놓고 협의 중이나 앞의 두가지 방안 중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외교부 관계자는 “항공권에 일률적으로 연대기금을 포함시켜 걷을 경우 부담금관리기본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부처가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으로 여행가는 모든 항공기 여행객들에게 1000원씩 연대기금을 물릴 경우 연간 130억원정도의 재원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항공권에 연대기금을 부과하기 위해 정부는 기고 등을 통해 여론 조성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검은 대륙은 슬프다

    “그런데 이 땅도 한때는 이 지구의 어두운 구석 중의 하나였겠지.”(조셉 콘래드 ‘암흑의 핵심’)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기억하시는지?영화에선 캄보디아 정글로 묘사됐지만,사실 원작이라 할 수 있는 폴란드 출신의 영국 작가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 무대는 아프리카입니다.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콩고 강이었지요. 아프리카 연수 중 우연히 후배가 권해 이 책을 펼친 순간,제가 느끼고 있던 바를 제대로 짚은 책이란 생각이 들더군요.사실 시에라리온에서 자꾸 이 영화의 몇몇 장면들이 겹쳐 보여 몸서리를 치던 뒤끝이었습니다. 해서 이 책을 줄거리로 이번 연수 중에 느꼈던 여러가지 소회를 나누려 합니다. “정복자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포악한 힘뿐인데,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 해서 자랑할 것은 못 되지.왜냐하면 누가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해도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약하다고 하는 사실에서 생기게 된 우연한 결과에 불과하기 때문이지.그것은 암흑 세계를 다루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적당한 행위이지.이 세계의 정복이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 우리들과는 피부색이 다르고 우리보다 코가 약간 낮은 사람들을 상대로 자행하는 약탈 행위가 아닌가.그러므로 그 행위를 곰곰이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것이 못 된다구.이 불미스러운 행위를 대속해주는 것은 이념밖에 없지.그 행위 이면에 숨은 이념이지,감상적인 구실이 아니라 이념이라야 해.그리고 그 이념에 대한 사심 없는 믿음이 있어야지.이 이념이야말로 우리가 설정해놓고 그 앞에서 절을 하며 제물을 바칠 수 있는 무엇이거든.”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저는 속으로 각오를 단단히 했더랬습니다.분명히 가슴 아픈 여행이 될거야 라고 속으로 확인시키곤 했지요.아니나 다를까,가나 수도 아크라에 도착하자마자 확인이 됐습니다.길거리에는 한참 일할 나이의 젊은이들이 나와 사과 봉다리 같은 걸 들고 운전자들에게 사달라고 사정을 했습니다.지금도 엄청난 숫자인데 1년 전만 해도 차량이 운행되지 못할 정도로 수가 많았지만 그나마 줄어든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이걸 이 나라 말로 ‘카이에이’라고 한다고 했습니다.인신매매된 아이들의 가족 재결합 행사를 지켜보고 난민 캠프를 둘러보러 오가는 길 창밖으로 비치는 장면들은 하나같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나는 속된 말로 양반이었습니다.시에라리온의 둥기 공항에 내려 헬리콥터를 갈아타는 과정에서 ‘아,내전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지요.포터들이 앞다퉈 여행객들의 가방을 서로 옮겨주겠다고 나서는데 정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습니다.일자리가 부족하고 일이 없어 저렇게까지 사람들이 극단적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헬리콥터를 타고 만을 건너 수도 프리타운에 내려 호텔로 이동할 때가 밤 8시가 가까웠을 때입니다.밤 풍경으로도 이 나라가 심각한 에너지난,경제난에 허덕인다는 사실이 증명됐지요.사람들은 집안의 열기를 못 견뎌 밖에 나가 하릴없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호텔 밖으로 잠깐 나가려다 발길을 돌리고 말았습니다.호텔 앞인데도 위쪽 산동네에서 흘러온 하수가 길거리에 넘치고 있었던 것이지요.거리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정부 관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일행이 어느 빈민가 근처에서 내린다고 채비하는데도 저는 가만히 차안에 앉아 있었습니다.제 감정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일행은 5분도 못돼 올라왔습니다.비참한 상황을 목도한 듯 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누군가 “어휴,저렇게 어떻게 사나”라고 혼잣말을 했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저는 시에라리온에 있을 때 나중에 기사 쓰면서 한가지 표현은 계속 써야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카메라를 들이댈 수가 없다.” 그렇습니다.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는 상황이 연일 이어졌습니다.저희 한국 기자들은 이번 연수 12일 가운데 딱 두번 술을 많이 마신 날이 있었는데,우연의 일치인지 이날은 모두 기억에 남겨두기 싫은 장면들을 보았던 날들인 것 같았습니다.무의식에서나마 기억을 떨쳐버리고 잠이라도 편히 자기 위해 통음을 했던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 돌아와 바를 연 사람을 만나기 위해 가는 길에 저희 일행은 정말 못 사는 동네에 발을 들여놓게 됐습니다.지나는 저희를 보며 “차이니즈” 하면서 시비를 붙이려 하는데 사실 겁 나더군요.비좁은 골목길 누군가 지나던 아주머니를 치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운전자를 욕하는데 운전자는 한마디로 벌벌 떨더군요. 이슬람이 주류 종교인 탓도 있고 해서 이곳에서 사진 찍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렌즈를 돌리면 마구 화를 내며 손사래를 치거나 고함을 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누군가 기다렸다가 불씨만 당겨주면 무슨 일인가 터질 것 같은,똑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저만큼 우리 앞에 전개되는 해안은 미소를 짓는가 하면 상을 찌푸리기도 했고 매혹적이고 장려한가 하면 야비하고 무미하구나.일반적이기도 했는데,늘 이리 와서 알아내보라고 속삭이는 듯한 모습만 보이면서 침묵하고 있었다네.” 식민주의자들은 이런 식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해안선이 알아내 보라고 손짓한다고 거기 이끌려왔다고 설명하는 탐험가,목사,선교사들은 밀림으로 들어가 상아는 물론,노예까지 신대륙으로 빼내 데려갔고 해방도 그들의 이름으로 시켰지요.프리타운은 17세기 말 자메이카 등에서 해방시킨 노예들을 풀어놓고 영국이 다시 이들을 환금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으로 키워내는 과정에 다름 아니었지요. 그 많던 광물이며 천연 자원들은 이제 고갈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됐지만 오늘 아프리카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장할만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 사실 아프리카로서도 책임을 떠넘길 수만은 없는 일이지요.중국이 지금 저렇게 아프리카를 파고들 수 있는 것도 수십년동안 아프리카 지도자와 엘리트들에게 속은 사실을 깨달은 유럽 각국이 발을 뺏기 때문에 가능해졌다는 설명을 국제이주기구(IOM)의 김철효 씨는 했습니다. 당당하면서도 절박한 엘리트들의 호소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지만 얼마 뒤 그 친인척들이 세운 회사가 고스란히 그 돈만을 떼먹는 사례가 한두가지가 아니었던 것이지요.그런 일을 수십년 겪다보니 이제 유럽인들은 아프리카인이 하는 얘기를 전혀 믿으려 하지 않는다고 김씨는 덧붙였어요. 거기 비하면 우리 근대화 세력은 그나마 도덕적이며 근대적이었던 것이지요.갑자기 우리나라가 부쩍 커진 것처럼 느껴지더군요.돌아와 딸에게 건넨 첫마디가 “너,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다행으로 여겨라” 였습니다.딸 아이는 언제쯤 이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까요. 어느 정신 나간 보수주의자가 이 두나라에 운동권 출신들을 모두 보내 정신교육 단단히 시켜볼만 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까지 미치더군요. 사실 아프리카인들에겐 이해되지 않는 대목들이 많았습니다.첫째가 아쉬운 소리를 하면서도 전혀 꿇리지 않는다는 점이었지요.가나 부두부람 캠프에서 라이베리아 난민들은 제게 “너희들이 급수 문제를 해결재줄 수 있느냐.약속을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나중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사람들의 전술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덕적 의무감을 긁어 약속을 받아내는 데 노련하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또 그렇게 난민 중에 기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 또 놀랐습니다.어느 여성은 저희 일행에게 너네 신문사에서 우리를 기자로 재교육시킨 다음 고용해줄 수 있느냐고 공개적으로 물었습니다.후배 하나가 제게 그러더군요.“형,권력이 좋은 게 그런 때인가 봐요.그런 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약속을 해줄 수 있지 않아요?”라고요.딴은 옳은 지적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뭔가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그건 매력있는 일이겠지요. 둘째는 정말 이 사람들 아무 데서나 잘 잔다는 것이지요.그냥 의자에서 자는 게 습관화된 것 같더라고요.날이 더워 그런지 몰라도 호텔 직원들도 거의 의자에 앉아 자더군요.아크라 호텔 옆 공사장 인부들도 그냥 아무 데서나 자리깔면 바로 잠들어 버리더군요. 셋째,마시는 물에 대해 정말 둔감하더군요.도로 변에 물을 봉지에 담아 파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 물 뜨는 장면을 본 우리 일행들이 기겁을 하더군요.그냥 아무 데나 물웅덩이 같은 데서 물을 담아 팔더라는 거지요.근데 그걸 뻔히 알 어른들은 돈 주고 그 물을 사먹고 가나와 시에라리온 두 나라의 출산 때 기대 수명이 각각 40대 후반과 중반인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위엄있는 선의(善意)를 가지고서 그 거대한 이국적 세계를 통치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었어.우리는 단순히 의지로 해나가기만 해도 실제로 무한한 이익을 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위엄있는 선의의 모든 것이 로마에 있었습니다.하필 이번 연수를 주관한 한국언론재단은 이번 연수의 마지막 경유지를 로마로 잡아놓고 있었지요.처음에는 아무런 생각없이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브뤼셀을 거쳐 로마로 들어가는 비행기에서 마침 창 쪽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번 여행의 마침표가 로마인 것은 우연이 아니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쭉쭉 뻗은 영지와 동그랗게 모여든 사람들의 마을,포도밭과 유채꽃밭의 어울림 등 이탈리아의 모습은 아프리카의 그것과 너무도 달랐습니다. 6시간 정도의 짧은 트랜짓을 틈타 돌아본 로마 시내의 콜로세움과 성당,로마 광장 등은 식민지 수탈의 땀방울을 고스란히 담아 그 알갱이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있었지요.아프리카인들은 계속된 수탈과 침탈,내부 분열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고요. 세계화 체제라는 숭고한 이념,대속될 수 있는 이념 아래 이제는 멀리 중국까지 아프리카의 자원을 노려 해안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지요.우리 역시 사해 동포주의가 아니라 자원이 욕심 나 최근 부쩍 아프리카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프리카를 다녀온 저는 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지원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지만,정말 조건없이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면 저들을 그냥 내버려두자는 것이었습니다.국제기구들이 얼마나 위선적으로 움직이는지도 어느 정도 파악했습니다.프리타운 산 정상에선 엄청난 규모의 미국 대사관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그들만의 성을 쌓고 있었습니다. 그냥 놔둡시다.조건없이 도와줍시다.자원 같은 것 노려 그들을 지원한다면 식민주의자와 우리가 무어 다를 것이 있겠습니까. 영화의 마지막에서 커츠 대령은 죽음을 자청하기 전 “모든 야만인을 말살하라.”고 내뱉습니다. 사실 콘래드가 식민주의를 찬양하거나 숭상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으면서도 제국주의자라는 평단의 오해는 존재해왔습니다.그의 갈팡질팡하는 문체가 이런 오해를 증폭시킨 것도 물론이고요.하지만 그의 글은 두세번 읽어보면 아,이 친구가 비아냥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됩니다. 하여튼 제가 기사에도 썼듯이 이 두 나라,특히 시에라리온은 외부 원조 없이는 하루도 견뎌낼 수 없는 나라입니다.도덕적 죄책감을 긁어 원조를 얻어내려는 아프리카인의 의도는 뻔히 알지만,그럼에도 그 물이 흘러 넘치다 보면 저 밑에까지 돌아가지 않겠는가 생각해봅니다. 주위를 돌아보시면 이들 나라의 각종 프로그램,예를 들어 아동 인신매매 퇴치나 난민 돕기 등 도울 수 있는 창구들은 많이 있더군요. 저도 이번에 알았는데 기부금의 사용처를 명확히 요구하고 이를 나중에 모니터할 수 있도록 기부 문화가 진보돼 있더군요.월드비전 같은 곳에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빈곤층 아이들에게 월 2만원씩 기부하고 매달 어린이의 진척 상황을 이메일 등으로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있더군요. 제가 많이 언급한 국제이주기구(IOM)도 이런 프로그램을 갖고 있더군요.우리 연수단 일행도 이런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어요.도덕적 의무를 충족시키고 너네들 나름대로 인생 즐기려는 거지,그게 무슨 소용있겠어 라고 핀잔을 늘어놓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위선적인 기부금이 그들에겐 도움이 되니까요. 에이 모르겠어요.그렇다고 제가 이 복잡한 세계 체제를 뜯어고칠 혁명가 체 게바라가 나타나길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그렇게 해서 순식간에 바뀔 수 있는 세계 체제도 아니니까요.
  • ‘잠재 빈곤층’ 미국인이 는다

    ‘잠재 빈곤층’ 미국인이 는다

    스티븐 애벗(58)은 지난 2001년 사업에 실패하기 전까지 연수입 4만달러(약 4000만원)의 어엿한 중산층이었다. 하지만 항공부품 가격이 폭락하면서 영업점 문을 닫은 그는 5년째 실직수당에 의존하다 최근 이마저 끊겨 부엌 딸린 모텔에서 쫓겨났다. 이제 자동차를 개조한 집이 전부다. 부인 로리(51)는 “그동안 당뇨병을 앓아 치아가 하나도 없다.”면서 “웃을 수 없어 점원으로 일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애벗 부부는 자선단체가 운영하는 ‘푸드뱅크’에서 먹을거리와 휴지 등 일용품을 얻고 있다. ●집값과 의료비 상승이 주원인 이처럼 미국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이른바 ‘잠재 빈곤층(near poor)’이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택 가격과 의료 비용은 급증하는 반면 최저임금 및 각종 복지혜택은 줄어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방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빈곤선’ 아래 빈곤층은 3700만명. 빈곤선은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연수입 1만 9157달러(약 1900만원)를 뜻한다. 그런데 빈곤선은 넘지만 빈곤선의 2배인 3만 8314달러(약 3800만원) 아래에 있는 잠재 빈곤층은 5400만명으로 빈곤층보다 훨씬 더 많다. 까딱하면 빈곤층으로 추락할 수 있는 위치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의 마크 랭크 사회학 교수는 “미국 저소득층이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경제 여건에 내몰려 있다.”면서 “적어도 1년 넘게 빈곤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사람(70대 이상 제외)이 1990년대 들어 2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1980년대에는 40대 미국인 가운데 최소 1년 이상 빈곤선 이하의 소비를 한 사람이 13%였다면 1990년대에는 36%로 증가했다. ●모텔방 전전하며 자선기관에 손길 프린스턴대학의 캐서린 뉴먼 교수도 “우리가 이 그룹의 사람들을 추적하지 않지만 이들은 매우 취약한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가계 빚에 쪼들려 불안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선 지난해 22만명이 400여개 지역 자선기관을 통해 식료품 등을 받아갔다. 히스패닉계 이민자도 있지만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애벗 부부처럼 관광모텔을 전전하며 몇 달 또는 몇 년씩 집 없는 삶을 이어간다. 아파트 임대료가 올라도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는 침실 한 개짜리 아파트를 빌리는 데 한 달에 900달러(약 90만원)나 줘야 한다. 잠재 빈곤층에 속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의료보험이 없고 어떤 이는 실업보험조차 가입해 있지 않다. 그나마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험 ‘메디케이드’가 있지만 수혜자는 대부분 어린이들이어서 어른들은 의료혜택을 받는 게 쉽지 않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희망-절망의 갈림길 아프리카] (상) 내전종식 5년째 시에라리온

    [희망-절망의 갈림길 아프리카] (상) 내전종식 5년째 시에라리온

    내전과 대량 난민 발생, 절대 빈곤의 악순환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에 희망은 있는가.5년 전에야 총성이 멈춰진 시에라리온과 난민 유입, 아동 인신매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나를 둘러 보았다. 지난달 24일부터 6일까지 한국언론재단이 주관한 해외 인권 연수에 참가, 내전 극복에 한몫을 하는 난민 귀환 프로젝트와 아동 매매 근절 노력 등을 살펴 보았다.2회로 나눠 시에라리온과 가나의 얘기를 정리한다. 인터넷 서울신문(seoul.co.kr)을 통해 못 다한 얘기도 풀어 놓는다. |프리타운(시에라리온) 임병선특파원|국민의 3분의 1이 내전에 스러진 나라, 시에라리온의 참극은 계속되고 있다. 천혜의 항구로 서부 아프리카 제1의 중계무역항으로 손꼽혔던 수도 프리타운은 11년 내전의 상처로 여전히 신음하고 있었다.150만명이 사는 도시 곳곳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하수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길바닥에 그대로 흘러 넘치고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한낮에도 하릴없이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었고 공허하다고 느껴지는 이들의 시선에선 일순간 적의(敵意)가 번득이기도 했다. 조그만 교통사고에도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운전자를 위협하는데 그 적대감이 대단했다. 밤에는 전기 공급이 제대로 되지도 않은데다 적도 근처 기니만 연안의 후텁지근한 기후 탓에 집안에 머무를 수 없어 사람들은 캄캄한 밤거리를 배회했다. 현지 경찰은 밤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택시를 이용할 때도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극한의 생활 조건이었고 누군가 불씨만 던져 주면 폭동과 소요가 터질 것 같은 일촉즉발의 분위기, 그것이 18세기 말 북미 대륙에서 해방된 노예들이 정착했다 하여 이름 붙여진 프리타운의 2006년 5월 표정이었다. ●국제사회의 원조도 별무 효과 안타깝게도 수년째 이어진 국제사회의 원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에라리온의 오늘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800달러에 불과한 1인당 국민소득 등 굳이 통계를 들이대지 않아도 최악의 경제 사정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의 경제개발 전략에 따라 자영업을 권장한 결과, 많은 이들이 농어촌에서 올라와 프리타운에서 좌판을 깔고 앉아 있지만 흥정하는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경제개발부의 데스몬드 코로마 개발계획 담당관도 그 점을 인정했다. 빈곤감소전략보고서(PRSP)에 따라 해외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한편, 소비를 촉진해 투자를 활성화하는 정책 수단을 강구하고 있지만 솔직히 경제성장률을 5% 이하로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목표라고 털어놓았다. 대서양 연안의 석유 채굴에 한가닥 희망을 걸면서 해외로 빠져나간 고급 인력들이 돌아와 조국 재건에 함께 해줄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2002년 평화적으로 치러진 선거를 통해 지난 1997년 쿠데타로 축출당한 경험이 있는 아마드 테잔 카바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 정치적 안정을 어느 정도 이뤘다는 점이다. 1999년 7월 1차 평화협정에 이어 2002년 완전한 내전 종식이 선언됐다. 유엔 평화유지군도 지난해 말 모두 철수했다. 그러나 내년에 다시 선거가 예정돼 있어 불안 요인은 상존한다. ●도화선 될지 모르는 테일러 재판 내전 극복을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도화선은 또 하나 있다. 프리타운 시내 한 복판, 이중 담으로 둘러쳐진 유엔전범 특별재판소에 수감된 라이베리아의 전 대통령 찰스 테일러 때문이다. 지난달 4일 첫 심리가 진행돼 테일러는 11가지나 되는 전범 혐의를 부인하고 “나는 결코 시에라리온 국민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이 없다.”고 항변했다. 심리가 재개된 지난 3일 전범재판소 주변에는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재판소 안마당에는 무장 장갑차가 여러 대 눈에 띄었다. 담벼락에는 ‘여기 서있지 말라.’는 경고문이 나붙었다. 그러나 이 재판소에서 계속 재판이 진행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네덜란드의 국제형사재판소(ICTY)에서 이 재판을 헤이그 법정으로 옮겨야 하는지를 놓고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범재판소의 모든 행정적 절차를 책임지는 레지스트라(행정관)인 러브모어 먼로는 “언제 ICTY의 결정이 내려질지 모른다.”며 “우리는 이곳에서 재판이 진행돼 테일러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소요없이 이 나라 국민들이 판결을 납득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에라리온 기자협회(SLAJ) 회장인 이브라힘 벤 카르보 역시 “재판 진행 장소가 여기여야 하는지, 헤이그여야 하는지에 대해선 현지 여론은 반반”이라고 전한 뒤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내려져도 과거와 같은 소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엔평화유지군 대신 치안을 담당하는 유엔통합사무소(UNOISL)도 별다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닷새동안 프리타운에 머물며 돌아본 결과 이 나라의 미래는 국제사회의 도움 없이는 보장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판단됐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은 찾기 어렵지만,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데 시에라리온의 딜레마가 있었다. 이 나라를 돕고 싶은 독자들은 국제이주기구(IOM) 서울사무소(02-6245-7647)로 연락하면 된다. bsnim@seoul.co.kr ■ 내전극복의 동력 ‘귀환 프로젝트’ |프리타운(시에라리온) 임병선특파원|혹독한 내전을 경험한 시에라리온 같은 나라에선 경제를 재건하는 데 이주가 각별한 중요성을 갖게 된다. 내전으로 조국을 등지거나 고향을 떠나 유랑한 이만 250만명이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족한 자원과 기술, 노동력을 빠른 시간에 메우는 방법으로 자발적 귀환이 절실해졌다. 이같은 인식에 따라 이들의 조기 귀환과 정착을 돕는 여러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특히 영국과 스위스로 빠져나간 고급 기술인력의 귀국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춘 MIDA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해외에 이미 생활 기반을 마련한 의사, 변호사, 교사 등이 6개월간 고국에 돌아와 자신의 기술과 경험을 나눠주는 동안 조국에서의 새 출발을 결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영국과 스위스에서 개인별로 3000파운드의 정착금을 지원해 어느 정도 성과를 봤다고 판단, 다른 유럽 국가로 확대하고 있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국민이 돌아올 경우에도 간정부(間政府) 조직인 국제이주기구(IOM) 사무소에서 기술 교육과 창업 지원을 해주고 있다.1994년 영국으로 탈출한 압둘 카림 코로마(45)는 지난 3월 프리타운에 돌아와 조그만 바를 차렸다. 물론 IOM의 도움을 받아서였다. 하지만 그는 워낙 나쁜 경제 탓에 손님이 없다고 울상이다.“영국을 직접 찾아와 ‘돌아와도 좋다.’고 한 카바 대통령의 말을 믿은 것이 후회스럽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빈곤한 이들의 무료 변론을 돕는 30대 변호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어려운 동포들을 돕겠다는 마음에서 귀국했지만 다시 내전이 터진다면 “일단 탈출했다가 안정되면 돌아와 일하겠다.“고 서슴없이 밝혔다. 정부와 IOM 등 국제기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귀환 프로그램은 아직 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내전 종식 5년 만에 성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성급한 일인지 모른다. IOM 프리타운 사무소의 앤드루 초가(53) 대표는 “국제사회의 지원은 어디까지나 지원일 뿐”이라고 전제하고 “적절한 준비와 직업 훈련이 동반된 이주를 통해 내전을 극복하려는 이 나라 국민의 의지를 일으켜 세우는 일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bsnim@seoul.co.kr ■ 시에라리온은 순결과 약속의 상징인 다이아몬드의 세계 최대 산지로 알려진 시에라리온은 바로 그 다이아몬드 때문에 참혹한 내전을 경험해야 했다. 이웃 나라 라이베리아 대통령 찰스 테일러는 다이아몬드 공급권을 넘겨받는 대가로 시에라리온의 반군 조직 통일혁명전선(RUF)에 무기를 공급했다. 권력에 눈이 먼 RUF는 소년병은 물론, 소녀병까지 모집해 마약으로 잔학 행위를 부추겼고 아이들은 최소한 배고픔은 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총을 들었다. 반군은 1995년 수도 프리타운 주변 30㎞까지 포위했고 단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무고한 이들의 손발을 자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때 손발이 잘린 사람만 8000명으로 추산된다. 내전이 11년이나 계속될 수 있었던 것도 다이아몬드 공급권을 둘러싼 권력 다툼이었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시에라리온에서는 1000명이 태어날 경우 남아는 162명이, 여아는 127명이 죽는다. 태어나는 순간 남성의 기대 수명은 40.2세, 여성의 기대 수명은 45.2세에 불과하다. 또 인구의 3분의 1이 희생된 내전의 영향 탓인지 14세 이하가 전체 인구의 44.8%나 된다.65세 이상은 3.2%에 그쳐 아프리카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특이한’ 인구 구성을 갖고 있다.
  • [사설] 어버이날에 고령화대책 생각한다

    오늘은 ‘어머니날’로 지정된 지 50년,‘어버이날’로 바뀐지 33년째 되는 날이다. 어느 기념일이나 마찬가지로 어버이날도 자녀들이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이나 달아주고 한끼의 식사대접으로 때울 것으로 예상된다. 늘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지만 생활에 쫓기다 보니 불효하게 된다는 핑계도 곁들여진다.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 땅의 노인들은 자신들이 쏟은 피와 땀에 비해 훨씬 더 불우한 노후를 맞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통계가 노인들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417만명에 이르는 65세 노인 중 노후 준비가 됐다는 비율은 28%에 불과하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 보릿고개 시절을 거치면서 근대화를 이룩하는 데 젊음을 송두리째 바쳤다. 일과 직장에만 매달리며 자녀들의 뒷바라지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남은 것이라곤 빈곤과 소외감뿐이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늦도록 노동시장을 전전한다는 수치가 이를 방증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보답하는 것이라곤 63만명의 저소득 노인에게 매월 3만 1000∼5만원 지급하는 경로연금과 월 1만원 남짓한 교통비가 전부다. 우리나라는 출산율 하락속도와 고령화 진행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앞으로 40여년 후 지금보다 노동시장 은퇴연령을 11년이나 늦추지 않으면 국가 지속가능성에 적신호가 켜진다고 경고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올초 출범한 ‘저출산·고령화 대책 연석회의’가 내달 중순쯤 협약체결을 목표로 이견을 좁히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어버이의 노고를 갚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생존하기 위해서도 노인들에게 나이에 걸맞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 직장 분위기에 환멸-Q여사에게 물어보세요(44)

    20세된 직장여성입니다. 집안에서는 여자가 직장에 다녀서 뭘 하느냐고 반대하시는 걸 나온 처지입니다. 여학교만 나온 터이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것이 집안이 어려워서는 아닙니다. 살림 배우다가 시집 가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아뭏든 지금 직장생활 1년인데 저는 인생에 대한 환멸속으로 점점 빠져들어 가고 있읍니다. 같은 사무실의 남성들 전부가 변태 아니면 색마로 보이는 것입니다. 오고 가는 잡담이 모두 음담패설인 것은 그래도 참겠는데 혹시 다방에라도 같이 가면 얼굴이 뜨거워서 못 견디겠어요.「레지」아가씨의 온몸을 주무르고 야단들이에요. 아침부터 밤까지 이러는 남자들의 심리는 무슨 病(병)일까요. 시집가서 이런 「남자」하고 산다고 생각하면 몸이 오싹 합니다. 제가 이상한 여자일까요? 직장을 그만두면 이런 나쁜 기억은 사라지게 될까요? <서울 소공동 백영미> <의견> 존경하는 사이 되도록 그런 직장은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는 것이 백양의 정신위생상 좋겠읍니다. 남자들이란 자기네끼리 있을 때라든가 직업적인「서비스·걸」앞에서는 못하는 소리와 행동이 없게 마련입니다. 그것이 이른바 직장과 생활의「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라고들 하지요. 정신생활이 빈곤하고 일상생활에서는 좌절만 맛보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해소시킬만한 취미, 정신적 활동까지도 못갖게 되면 결국 백양이 보고 있는 그런 변태나 색마로 타락해 버리는 것이라고 일부 심리학자들은 설파합니다. 문제는 그들이 백양을 숙녀로 보지 않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심한 정신병자라도 그 광란중에 자기가 조심해야 할 상대를 구별합니다. 하물며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면「변태」증세도 매우 가벼울 것이에요. 예절을 지켜야 할 상대 앞에서라면「레지」의 몸을 주물러 대는 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백양, 이런 사태는 백양 자신이 아마 몹시 체신없고 경박하게 굴었기 때문에 남성들에게 아무렇게나 대해도 되는 여자라는 신념을 갖게 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세상의 모든 남자가 다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장담합니다. 걱정말고 시집가세요. <Q> [ 선데이서울 69년 9/14 제2권 37호 통권 제51호 ]
  • 빈곤·결식아동 돕기용 ‘이동 I’Camp’ 발대식

    현대산업개발은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 앞에서 빈곤·결식아동을 위한 ‘움직이는 I’Camp’ 발대식을 열었다.움직이는 I’Camp는 캠핑카를 개조해 차 안에서 아이들이 독서지도사, 사회복지사와 함께 공부하고 잠자리와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게 만든 차량으로 매주 2,4째주 토요일마다 운행된다.전국의 공부방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움직이는 I‘Camp 행사를 시작해 인터넷 홈페이지(www.Bfriend.org)와 전화(02-702-1919)로 참가신청을 받는다.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8)무(無)의 의미와 마음의 혁명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8)무(無)의 의미와 마음의 혁명

    오늘은 철학사상에서 무(無)가 어떤 뜻을 지니는지 생각해 보기로 한다. 동양의 불교와 노장사상에서 그 무를 매우 귀하게 여기는데, 전통 서양사상의 주류에서 정반대로 그 무를 별로 달갑지 않은 것으로 여겨 왔다. 서양의 전통사상에서 무는 제조적 기술적 사고의 출발점으로서만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지식과 기술을 쌓아서 물건을 제조해 나가는데 임의적 출발의 가정으로서 제로(zero)점을 상상한다. 이것이 서양철학이 무를 이해하는 기본적 태도였다. 실제로 20세기 프랑스의 대표적 철학자로서 제조적 기술적 사고를 싫어한 베르그송마저 그런 생각을 견지했다. 무는 지식과 기술의 축적이 없는 결핍의 상태와 같다. 전통적 서양의 신학은 정신주의적이라서 기술적 제조의 사고를 멀리한 것 같지만, 기실 신의 창조론도 인간의 제조적 생산론과 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신이 이 세상을 무로부터 창조했다는 것은 인간이 제조적 기술을 무로부터 쌓아 나간다는 축적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하이데거가 서양 신학은 서양 기술제조철학의 모태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것은 탁월한 통찰력이겠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말한 16세기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의 말은 당당하게 기술철학을 공개적으로 세상에 선포한 사건에 해당한다. 기술적 무지와 경제적 빈곤의 탈피가 경제기술주의의 이념이다. 그런데 그 당당한 이념은 몇 가지의 철학적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인간과 인간의 자아가 이 세상의 중심이고 만물의 척도가 된다는 것이다. 자연과 세상의 모든 것은 인간을 위해서 존재해야 하고, 극단적으로 자아를 위해서 존재하는 한에서만 가치가 있다는 인간중심주의를 정당화하는 결과를 빚는다. 인간중심주의와 이기주의는 종이 한 장의 차이밖에 안 된다. 비록 서양철학이 인간을 이기적인 심리에서 보기보다 논리적 보편적 인간관에서 선양하려고 애썼지만, 보편적 자아는 심리적 자아의 이기심을 살짝 가리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융이 이것을 잘 꿰뚫어 보았다. 경제적 제조적 사고가 필연적으로 낳는 이기심의 소유욕을 제지하기 위하여 서양사상은 또 다른 차원의 도덕적 제조적 사고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이른바 사회주의적 마르크시즘의 운동이다. 이 운동은 사회도덕적 인간중심주의의 이념으로 이기주의를 척결하려는 사회적 제조론에 다름 아니다. 무를 철저히 배제한 사상이다. 무는 세상의 실천적 혁명의지를 둔화시키는 허무적 도피주의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서양의 사상은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다 무를 이해하지 못했고 또 오해했다. 그 동안 서양의 전통철학은 경제적이든 도덕적이든 제조적 기술의 철학을 일구어 왔었다. 제조적 기술(경제적/도덕적)의 철학은 결국 인간의식이 진리를 제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에서 소유론의 철학이다. 그러나 서양 전통적 철학사상의 적자인 자본주의가 경제기술적 풍요와 편리를 가져 왔으나 탐욕의 병을 낳았다. 사회주의가 그것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사회주의의 실패는 인간의 자연적 성향에 맞지 않는 당위의 법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자연의 모든 성향은 이익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자연의 존재방식은 좋은 것을 찾지, 옳은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이래서 자연의 존재방식을 욕망이라고 우리가 불렀다(1·16회 글). 인간도 무의식적으로 자연이므로 자연적 성향을 거슬리는 것을 인간이 수용하지 않는다. 사회주의의 도덕제조론을 인간이 자연스럽게 수용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이익의 선이 없기 때문이다. 옳음의 선만 주장했지 좋음의 선을 보여 주지 못했다. 이익은 옳음이 아니고 좋음의 편에 서 있다. 그래서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보다 더 자연스러운 것에 가깝다고 하겠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경제제조론은 소유론적 탐욕의 병을 뿌린다. 자연스러운 인간의 무의식에는 본능이 좋아하는 소유론적 이익과 본성이 좋아하는 존재론적 이익이 있다고 앞에서 수차 거론되었다(1·15·16·17회 글). 소유론적 이익은 이기배타적이고, 존재론적 이익은 자리이타적이다. 존재론적 이익을 통하여 경제와 도덕을 다 생겨나게 하는 제삼의 길을 우리가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본성(자성=불성=신성)의 무의식이 되살아나야 한다고 나는 앞에서 여러 번 강조했다. 마음이 무를 익혀서 무의 마음을 활용하는 것이 제삼의 길이겠다. 미국의 동물인류학자인 홀이 그의 ‘감춰진 차원’에서 언급한 것은 여기서 매우 긴요한 자료가 된다. 무의 빈 공간이 거의 없이 빽빽하게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들은 비정상적 변태적 성행위를 자행하고 서로 싸우면서 약한 자들을 왕따시키고, 약한 자들은 자살하거나 밤에 몰래 도망가는 이상한 짓들을 자행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죽은 동물들이 먹거리가 부족해서 그런 줄로 알았는데, 나중에 시체들을 해부해 보니까 영양상태가 아주 좋았다는 것이다. 무의 빈 공간이 부족하면, 동물들도 심리적 이상행위를 자행하고 집단생활의 붕괴조짐이 야기된다는 보고다. 무는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들로 하여금 심리의 평정을 유지케 하여 여유를 누리게 하는 안 보이는 구조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노자가 말한 바와 같이 무는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인위적인 작동은 없으나 자연적 작용은 있음)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인간의 사회생활도 동물의 군서생활처럼 여유를 느끼게 하는 무의 빈 공간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사회생활이 너무 촘촘해서 서로 부딪칠 것 같은 생활분위기는 인간들의 마음을 서로 공격적으로 변화시켜 강한 소유욕으로 남을 제거시키거나 지배하려는 탐욕의 도가니로 변하게 한다. 더구나 한국처럼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조밀한 나라들에 속하는 경우에 무의 생활공간이 필수적이다. 비어 있음을 생활 안에서 찾기 어려운 분위기에서 여백의 공간을 생활세계에 창조하는 것은 한국인의 마음을 공격적 소유의 탐욕에서 존재론적인 이타적 사유를 생활 속에 배어들게 하는데 중요한 몫을 한다 하겠다. 기술의 철학이 소유론으로 미끄러지게 하지 않게끔 방지하는 길에서도 무의 공간적 활용에 못지않게 마음의 무를 익히고 닦는 무의 정신교육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공공의 교육에서 당위적 의무만 강조하는 도덕교육의 폐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를 닮는 마음의 교육은 마음을 고요히 진정시키는 참선과 명상을 생활화해야 한다. 무의 비어 있음이 주는 고요와 평정과 너그러움을 우리는 마음에 새겨야 한다. 지금과 같은 기술과 자본의 시대에 어떻게 이것들을 적대시하는 반(反)기술과 반(反)자본의 시대에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겠는가? 그런 철학은 또 하나의 공상적 이상주의에 불과할 뿐이겠다. 그러나 경제기술의 이익을 존중하되 사람들의 마음이 소유적 탐욕에 빠지지 않고, 존재론적 이익으로 남들에게 복락을 주는 것을 즐거워하는 정신문화를 가꾸어야 하겠다. 그렇게만 되면 경제적 행위는 바로 도덕적 행위와 다르지 않게 된다. 또 재래의 제조적 경제기술처럼 자연에 주리를 틀고 심문하여 어떤 정보를 자연으로부터 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허공이 뭇 중생들을 이롭게 하는 생명의 비를 저장하여 보시하면 중생들이 제 각기의 근기에 따라 자량(資糧)을 얻어간다고 말한 7세기 신라 의상(義湘) 대사의 ‘화엄법계도’의 구절처럼 ‘일반경제’(general economy)의 실현을 위한 마음의 혁명이 필요하다. 일반경제는 20세기 프랑스의 해체철학자 바타이유가 남긴 사상인데, 그것은 제한적인 몇 사람들만의 이기심을 채우는 재래의 ‘제한경제’(restricted economy) 대신에 아낌없이 주는 태양의 기(氣)가 모든 생명을 살리듯이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넉넉하게 가꾸겠다는 경제기술사상의 대 전환을 가리킨다. 그것은 당위의 도덕적 명령이 아니라, 본성이 좋아서 하는 자발적 기호다. 남의 것을 장악하는 이기적 이익에서부터 스스로 자기가 꽃피운 열매를 남들에게 즐겁게 주는 자리적 이익으로 방향전환을 하게 하는 마음의 혁명 이외에 무슨 희망이 인류에게 또 있을 수 있나? 마음의 혁명은 기업가가 곧 자선가가 되는 길이다. 한 사회가 다 기업가의 덕택으로 가난의 고통을 벗어나 모두 부자가 되고, 부자가 되니 여유가 생겨 정신문화도 상승하고 가난한 나라들을 도와주고 그래서 세계가 한국인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며 한국인의 높은 품격과 함께 한국상품들을 선호하게 되면, 결국 부자가 되는 길은 탐욕에서가 아니라, 보시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기업가가 자선가가 되는 길은 오직 마음의 활용에 달렸다(11회 글). 불가의 말에 돈은 관세음보살이기도 하고 마군이기도 하다고 한다. 마음의 활용에 따라 갈라진다는 것이겠다. 기업가는 돈버는 재주를 선천적으로 타고나 그 길을 간 사람이다. 돈을 모았다는 것은 자리의 열매다. 그 열매를 이타적으로 쓰면, 그것이 자선가의 길이 아닌가? 본능의 탐욕을 본성의 원력으로 바꾸면 그렇게 된다. 그러기 위하여 마음이 무를 닮아야 한다. 아무 것도 없는 빈 허공은 모든 것들을 소유하지 않고 그대로 다 포괄하면서 존재케 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자연의 필연법이다. 이 법을 어기면 재앙을 받는다. 흔히 천벌이라 부른다. 그래서 중국의 3대 조사인 6세기 승찬(僧璨)대사가 ‘신심명’에서 “유(有)가 곧 무(無)요, 무가 곧 유”라고 말했다. 유는 나의 소유가 아니라 인색하지 않는 무의 것이고, 무한히 관대한 무는 유를 통해 안 보이는 자신을 보도록 암시한다. 그러나 무는 유가 자신의 것이라고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돌아간다. 무로부터 와서 무로 되돌아간다. 유는 무가 잠시 자신을 만물의 형상으로 위탁한 것에 해당하겠다. 부자들이 돈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지 않고, 무가 ‘일반경제’를 시행하도록 빌려준 것이라고 여기는 데서 마음의 혁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 혁명은 강제적 당위가 아니라, 마음의 본성이 원하는 자발적 기호이어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기업은 만인의 도움을 받는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열린세상] 정치빈곤이 부른 憲裁 과부하/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헌법재판소가 너무 바쁘다.1988년 9월 이후 지난 3월 말까지 1만 2717건이 접수되어 그중 1만 1902건이 처리되었다. 한 달에 50건 정도의 결정이다. 위헌법률심판사건에 대한 위헌결정(한정위헌, 한정합헌 및 헌법불합치결정 제외)만 해도 106건(조항수로는 112건)에 이른다. 미제사건도 2004년 말 현재 548건에서 815건으로 늘었고, 앞으로 상당한 기간은 증가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의 과부하는 출범 이후 계속된 현상이지만 참여정부 들어 특히 심해졌다. 대통령 탄핵심판사건을 비롯하여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 이라크파병결정에 대한 헌법소원사건 등 국가와 사회 전체를 들썩이게 했던 중대 현안들이 여의도에서 출발하여 광화문 촛불의 열기를 타고 종로로 밀려 왔다. 이른바 ‘개혁입법’ 차원에서 논란 끝에 개정된 사립학교법, 신문법을 비롯한 언론관계법 등도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헌법재판의 전성시대이다. 헌법과 정치의 관계구도에서 가치규범, 정치규범인 헌법의 핵심기능으로 정치규율과 사회통합기능을 상정한다면 그것은 정치부재 또는 적어도 정치의 빈곤을 방증하는 현상이다. 상대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하나하나의 모든 헌법소송사건들은 가치배분의 기준과 방법, 그것을 정하는 과정과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고, 그 쟁점들은 대부분 개인의 주관적인 기본권보장의 차원을 넘어서 단체나 직역, 계층별로 집단화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국가생활의 기본질서를 형성하는 객관적인 차원의 문제들이다. 베버의 말대로 통치자의 카리스마나 전통이 절대적인 권위를 이미 상실하였고, 오늘날 정당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유일한 권위는 합리성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결국 현대의 다원주의사회에서 합리성의 탐색과 창출에 대한 책무는 일차적으로 정치의 몫이다. 정의에 대한 절대유일의 가치판단기준이 부인되고, 다원화된 동위의 상대가치들이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집단간의 상충되는 이해관계와 얽혀서 표출되는 사회적 갈등의 문제는 ‘논증의 원칙’에 따른 확인과 해명의 대상이 아니라,‘합의의 원칙’을 준거로 하는 정치적 타협을 통해서만 접근될 수 있는 조화와 조정의 문제이다. 헌법재판의 호황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가치판단과 배분의 정당성에 관한 쟁의가 헌법규범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는 것은 법치국가질서의 확립에 대한 유력한 증좌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무리 헌법(재판)실증주의의 시대라 해도 헌법전이 경전이 될 수 없고, 재판관들이 신을 대체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추론의 공화국’(republic of reasoning)에 주소를 두고 있는 헌법과 헌법재판이 ‘타협의 예술’인 정치를 대신할 수는 없다. 정치적 상상력과 수사학의 세계는 헌법의 논증세계와 단절되어 있지 않지만 사용언어와 ‘게임의 법칙’이 다르다.‘인간의 존엄성’을 정점으로 하는 공감의 가치질서체계가 헌법이라면, 그 테두리 안에서 좋은 ‘삶의 질서’를 구현해 나가는 것은 당연한 규범적 요청이다. 그러나 헌법이 자유와 평등의 조화, 개인과 공동체의 꿈과 희망을 담론하는 마당이지만, 담론 자체는 온전히 정치에 의해서만 이끌어질 수 있다. 헌법이 정치의 내재적인 야만성을 제어하고 순화할 수는 있지만, 역동적인 야성의 정치를 대신할 수는 없다. 헌법의 한계는 고스란히 헌법재판의 한계로 이어진다. 헌법해석과 헌재결정의 설득력의 한계는 무조건의 신뢰를 요구하는 신도, 화려한 수사학을 구사하는 정치인도 아니고, 신통한 솔로몬이 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재판관의 인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최근에 주요 정치현안들이 줄줄이 헌재로 이첩되는 것은 헌법의 적정한 외연확장이 아니라 정치빈곤의 악순환에 따른 과열현상일 뿐이다. 모든 법과 송사가 그렇듯이, 헌법과 헌법재판도 과유불급이다. 건강한 야성정치의 역할회복을 기대한다. 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 [新경제대국 꿈꾸는 인디아 리포트] (1)성장가도 달리는 IT산업

    [新경제대국 꿈꾸는 인디아 리포트] (1)성장가도 달리는 IT산업

    인도경제가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외국인의 발길이 잦아지고 돈도 몰려들고 있다. 세계 2번째로 큰 11억 인구의 대국이 과연 빈곤의 잠에서 깨어나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 인도경제의 성장가능성과 그늘을 20회에 걸쳐 싣는다. 인도의 IT가 강한 이유는 뭘까. 문화에서 해답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지적·정신적 활동을 존중한다. 반면 육체노동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기술계 대학 졸업생도 좀체 공장에서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제조업이 약한 이유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산업은 순수한 두뇌노동이어서 우수한 인재가 저항없이 계속해서 참여한다. ●두뇌노동 선호 한몫…우리나라 60~70년대 고시 열풍 떠올려 이런 이유로 우수한 인재가 IT로 쇄도하고 있다. 인도에는 IT관련 대학과 학원 등이 2500여개에 이른다. 샤킬 아마드 통신 및 정보기술부 장관은 “IT 관련 졸업생이 해마다 16만 4000여명이 배출된다.”며 “뛰어난 전문가는 이 가운데 7만 5000명 정도”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체의 IT인력이 15만∼20만명으로 추산된다. 한해에 우리나라만 한 인력이 교육기관에서 배출되는 셈이다. 대표적인 고등 교육기관으로는 인도공과대학(IIT)·인도경영대학(IIM)·인도과학대학(IIS)·인도정보기술대학(IIIT) 등이 꼽힌다. 뉴델리에는 MIIT, 앱텍(APTECH) 등과 같은 민간 학원도 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IT가 신흥 직업을 창출함으로써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LG전자의 인도 소프트웨어연구소인 LGSI 최항준 대표는 “IT는 최근 생긴 직종이어서 어느 카스트에도 속하지 않는다.”며 “카스트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IT에 들어가기 위한 교육열이 대단하다.”고 소개했다. 박한우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상무는 “신분타파 때문에 교육열이 우리나라의 1960∼1970년대 고시 열풍 이상으로 강하다.”며 “교사의 집으로 가서 하는 과외가 대단히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IT관련 대학·학원 2500개…한해 20만명 배출 수리에 밝은 것도 IT에 도움이 되고 있다. 오석하 삼성전자 인도법인장은 “연구원들 가운데 19단을 외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랄 때가 많다.”며 “계산기를 찾는 시간에 암산으로 벌써 계산을 끝내는 게 인도인”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인도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산업협회인 나스콤(NASSCOM)의 상지타 굽타 부회장은 “수학에 무척 강한 게 인도 IT산업이 강한 이유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인도인은 ‘0과 무한대(∞)’의 개념을 처음 생각한 민족이었다.0과 무한대, 소프트웨어는 고도의 추상적인 사고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영어 구사력도 빼놓을 수 없다. 콜센터에서 시작된 산업이 경영지원산업인 BPO로 연결된 것이다. 회계·물류·구매·주문·원격교육 등을 하는 BPO가 비용절감 차원에서 인도로 넘어가고 있다. 세계공용어인 영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동부와 인도는 정확히 12시간의 시차가 난다. 미국인들이 잘 때 인도인들이 일을 할 수 있어 미국의 IT 하청을 받을 수 있었다. ●정부 270개 하드웨어 관세·세금 안물리고 노조설립도 안돼 정부의 정책도 IT발전을 도왔다. 이미 1984년 2월 당시 라지브 간디 정권은 ‘컴퓨터 정책’을 발표했다. 컴퓨터 활용이 경제사회 발전속도를 촉진한다고 보고 컴퓨터관련 교육기관을 착착 정비했다. 이때 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방갈로르에 R&D센터를 세우면서 IT의 싹이 텄다. 1991년 시작된 신경제정책이 IT붐과 절묘하게 일치하고 있다.IIT대학의 프라카스 사이 교수는 “만약 경제자유화 시책전에 IT붐이 일어났다면, 정부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국유화했을 것”이라고 농담을 했다. 하큐 통신 및 정보기술부 정보기술 국장보는 정부의 인센티브를 첫번째 요인으로 들었다.270개의 하드웨어에 대해 관세와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송우섭 LGSI 부장은 “IT업체는 노조 설립이 안 되며,2개월전에 통지하면 인력 해고가 가능하다.”며 “제조업보다 IT의 경우 노동 유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요인들이 인도 IT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며 소프트웨어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이다. 뉴델리(인도)이기철특파원 chuli@seoul.co.kr ■ 인도 통신·정보기술부장관 샤킬 아마드 “인도는 막 혁명을 시작했습니다. 첨단기술에서 시작된 정보통신기술(IT) 혁명의 씨앗을 히말라야 산맥 아래의 시골까지 보급하고 있습니다.” IT 혁명의 전도사 샤킬 아마드 인도 통신 및 정보기술부 장관은 “인도의 IT는 잠깐 반짝이는 불꽃이 아니다.”며 “21세기 인도의 미래가 달린 과업”이라고 말했다. 뉴델리의 다크바완 3층 집무실에서 아마드 장관을 만났다. 그는 쇼파에 나란히 앉아 인터뷰에 응했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앉는 것이 아니라 쇼파에 나란히 앉는 것은 손님에 대한 최상의 예의라는 것을 나중에 들었다. 그는 “IT가 너무나 다양한 인도를 하나로 묶어주는 통합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IT 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생산 효율도 높여주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총생산(GDP)의 3.4%수준인 IT 산업 비중을 10%까지 끌어올리는 게 정부의 목표라고 소개했다. 또 인도 전역에 1000곳의 통신정보센터(CIC)를 설립해 소외받는 이들을 위해 컴퓨터와 인터넷 교육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전체 인구의 70%에 달하는 농촌 사람들도 자기 지역의 언어로 통신할 수 있도록 연결하겠습니다. 이게 정책의 목표입니다.” 그래서 국가 전체의 기간망을 까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하드웨어와 인도의 소프트웨어가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지만 별로 진척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과 인도는 지난 2001년 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2004년 공동성명도 냈다. 아직 양국 정부간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특별취재반 이상일 편집국 부국장(반장) 이석우 국제부 차장 이기철 산업부 차장 전경하 경제부 기자 이운용 영산대 인도연구소장
  • 美 자유주의 경제학자 갤브레이스 타계

    미국 경제학계의 원로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지난 29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병원에서 타계했다고 가족들이 밝혔다. 향년 97세.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갤브레이스는 캐나다 출신으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까지 오랜 기간 민주당 정권의 경제 자문역으로 활동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에는 인도 대사를 지냈다. 각종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개입을 공개 지지했던 그는 2차대전 뒤 수십년 동안 미 행정부의 경제 운용에도 참여했다.‘불확실성의 시대’와 ‘풍요로운 사회’,‘대공황’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저서는 경제학의 대중적 지평을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풍요로운 사회’에선 미국 경제가 개인적 부를 창출하고 있지만 공공 수요에는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교육, 사회간접자본 등 공공 부문이 상대적으로 빈곤해진다고 지적하는 등 미국사회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해 왔다. 1908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태어나 1931년 토론토대를 졸업한 뒤 미 캘리포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에서 30년 넘게 교편을 잡았다.1946년과 2000년 미국 대통령이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훈장인 자유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아동학대] ‘방임’은 폭력보다 더 위험

    [아동학대] ‘방임’은 폭력보다 더 위험

    #사례1 내년이면 학교에 들어갈 은희(가명)는 어린이 집을 다녀오면 늘 혼자 집을 지켜야 한다. 초등학생인 언니가 있지만 학원에 들러 오후5시가 넘어서야 들어오고, 맞벌이하는 엄마와 아빠는 밤 늦게나 얼굴을 볼 수 있다. 은희는 지난 2월 여느 때처럼 혼자 놀다 불길에 휩싸였다. #사례2 초등학교 5학년인 민우는 방과 후에도 학교 주변을 배회하기 일쑤다. 빈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다. 엄마는 이혼 후 식당 일을 하느라 얼굴보기가 힘들다. 동네 형들을 따라다니는 게 낫다. 처음엔 형들이 시켜서 했지만 훔쳐 먹는 라면 맛을 알게 됐다. #사례3 아홉살인 경원이는 키가 120㎝밖에 안 된다. 또래보다 한 뼘이나 작다. 끼니를 제 때 챙겨먹지 못한 탓이다. 마주치면 항상 싸우는 엄마, 아빠는 집에 있는 날이 거의 없다. 집은 몇 달째 청소 한 번 한 적 없어 벌레가 득실거리고, 부엌에 쌓인 그릇엔 곰팡이가 피었다. ■ 경제적 빈곤·가정불화가 주 원인 아동 방임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부모가 있지만 보살핌을 받지 못해 혼자 방치된 채 멍들어 가는 아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방임의 경우 학대라는 인식이 높지 않아 그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 ●‘어린이 방치´ 작년 2416건 접수 보건복지부가 지난 28일 발간한 ‘2005년도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 학대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유형은 ‘방임’이다. 무려 전체 36.4%에 이른다. 지난 한 해 전국 아동기관으로 접수된 학대 신고 4633건 중 방임이 2416건(중복학대 포함)이나 된다. 방임은 이렇듯 어린이 학대의 대표적 유형이지만 신체 학대나 성학대 등 직접적인 폭력에 비해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사회의 외면을 받아 왔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아동방임을 ‘자신의 보호 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 양육 및 필요를 소홀히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한지숙 팀장의 설명은 보다 명확하다. 한 팀장은 “아동방임은 크게 물리적 방임·의료적 방임·교육적 방임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어린이가 생활하기 어려운 불결한 환경에 방치한 경우가 물리적 방임에 해당되고, 학교를 보내지 않거나 몸에 이상이 있을 때 적절한 치료를 해주지 않는 것을 교육적 방임과 의료적 방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적 방임이 가장 치명적 방임의 위험성은 각종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아동학대로 사망한 11살 이하의 어린이는 모두 25명. 그 중 40%나 되는 9명이 방임으로 사망했다. 신체적 폭력만큼이나 위험하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악영향도 심각하다. 서울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한 관계자는 “부모의 감독을 받지 못하다보니 인터넷과 게임 중독에 빠지고 담배나 약물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면서 “성적인 문제나 도벽, 가출 등도 피해 어린이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특성”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아동보호기관의 한 관계자는 “가장 치명적으로 위험한 경우는 의료적 방임인데, 종교적인 이유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병을 키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편부모·이혼가정에서 학대 많아 이같은 아동방임은 경제적 형편과 함께 가정불화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국아동단체협의회 박용선 간사는 “맞벌이를 하더라도 넉넉한 가정에서는 아이를 어린이 집이나 학원 등에 보내지만, 형편이 안 되는 가정에서는 아이를 혼자 내버려둔다. 집안에만 가둬두는 경우도 있지만, 학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가정해체 역시 아동학대를 초래한다. 학대가정의 유형을 살펴보면 일반가정 25.3%에 비해 편부·모 가정이나 이혼가정은 54.7%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편모가정(14.2%)보다 편부가정이 33.7%로 압도적으로 많다. 한 지역아동보호센터의 관계자는 “방임아동의 피해신고가 한 달에 5∼6건씩 들어오는데 대부분 편부·모 가정이고 빈곤가정이다. 그런데 지역 특성상 방치되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아이가 결석을 해도 선생님조차 신경을 안 쓰고, 학교에서도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아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아동학대 사후관리 ‘부실’ 아동학대는 매년 20%씩 늘고 있지만 제도적 차원의 관리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최근 아동학대 예방센터 운영실적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하고, 학대를 받은 어린이를 기관에 의뢰하거나 의료기관 치료를 받게 한 적극적인 조치는 전체의 단 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신고된 아동학대는 총 2만여건에 이르지만 대부분 소극적 관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를 경찰 등에 고발한 경우는 전체 849건으로 4.2%, 기관에 보호 조치 등을 의뢰한 건수는 396건으로 1.9%에 불과하다. 또 입원치료나 통원치료를 받게 한 경우도 395건으로 단 2% 정도다. 대부분은 지속관찰이나 교육·상담 정도로 학대신고를 마무리지었다. 가해자 교육·상담이 1만 194건으로 과반을 육박하고, 지속관찰 판정도 3994건으로 20%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아예 가해자를 만나지 못한 경우도 3725건으로 18.2%나 돼 사후관리의 부실함을 드러냈다. 이같은 미미한 조치는 매년 되풀이돼 아동학대를 악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안 의원은 “학대 가해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관하는 것은 학대 재발 위험을 높이는 것”이라며 “학대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학대받는 어린이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통합서비스를 4월부터 시범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소득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방문간호서비스를 실시해 해당 지역의 보건소 간호사가 집집마다 방문하면서 어린이 학대 실태를 점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업 역시 실효성은 의문시되고 있다. 각 지역 보건소에서 인력부족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인력 충원 없이 사업만 늘렸다는 지적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봄 뜨락을 거닐며/이동익 신부·가톨릭대 교수

    20여 년 전 로마 유학 시절 내가 살던 기숙사에는 세계 각국에서 유학 온 200여명의 신부들이 함께 살았다. 한국을 비롯해서 주로 제3세계 국가에서 온 신부들이 교황청의 장학금으로 공부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지내던 신부들 대부분은 경제적으로도 매우 빠듯한 생활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우리나라는 서서히 경제 사정이 나아지던 시절이었고, 그 덕분인지 한국 신부들은 교구로부터의 경제적 지원도 제법 있어 다른 나라 신부들보다 어느 정도 풍족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의 외식도 할 수 있었고, 필요한 책은 큰 고민 없이 살 수 있었던 정도였으니 함께 살고 있는 다른 나라 신부들은 대한민국이 제법 잘 사는 나라로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아프리카 지역의 신부님들이 한국 신부들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청하는 경우도 가끔 있었고, 나 자신도 그리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 사정이었지만 청을 거절할 수 없어 몇 차례 빌려 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몇 달 지나지 않아 우리의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돈을 빌렸으니 서둘러 갚으리라던 나의 생각과 돈을 빌려간 신부님의 생각이 달랐다. 그 신부님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한국 신부로부터 도움을 청했던 것이고, 빌린다는 의미는 부족한 사람과 함께 나누어 쓰자는 의미였던 것이다. 문화와 의식의 차이에서 생겨난 서로의 오해 때문에 한때 우리를 서먹하게 했던 기억이었다. 오늘날 경제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에서는 실제로 고유한 관습과 전통으로 공공의 재화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요긴하게 제공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한다. 빌려준 돈을 되돌려 받지는 못했지만 문화적 차이를 인식하였고 더 근본적으로는 지상의 모든 재화는 하느님께 속한다는 그리스도교의 평범한 진리를 재차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소중한 체험이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극도의 궁핍을 당하면 모든 것이 공유물이다. 즉 서로 나누어 가져야 한다.”고 하였고, 요한 23세 교황도 “무엇이 여분의 재산인가를 규정할 때에는 타인의 필요를 척도로 삼아야 하고, 재산의 관리와 분배에 있어서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도록 관심을 가지는 것은 모든 사람의 의무”라고 가르쳤다. 극도의 빈곤을 겪고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타인의 재화에서 취하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정당한 권리라고까지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왜냐하면 사유재산권 역시 본질상 사회적 성격을 띠고 있고, 이는 재화의 공동 목적성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자기 자신만으로 충분한 존재가 결코 아니다.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이 도움으로 부족함을 채워가면서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부족하면 요구하고,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내 것을 나누는 것이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가난한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을 함께 나누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아프리카 어느 신부님의 단순하고 소박함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의 실천만이 점점 늘어나는 빈곤층과 심각한 양극화의 골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여러 차례의 황사와 돌풍이 지나가고 붉은 철쭉과 라일락의 은은한 향기가 세상을 온통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이처럼 화려한 변화를 보면서 더욱 절망하는 사람들이 있다.‘세상은 아름답게 변하고 있는데 왜 나는 이 캄캄한 절망에서 헤어나지 못하나.’하고 괴로워하는 이웃에게 고통과 절망, 가난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더더욱 필요한 계절이다. 이동익 신부·가톨릭대 교수
  • [중계석] 사회정책부문 재정투입 늘려야/노대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연구실·기초보장평가센터 부연구위원

    최근까지 양극화에 대한 논의는 ‘성장산업과 사양산업 간의 양극화’ 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동시장의 양극화’ 등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정작 소득양극화가 심화되는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실업, 빈곤, 소득분배의 지표는 외환위기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니계수가 완만한 감소세를 보여 소득분배상태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업률과 빈곤율,10분위 소득배율은 더욱 악화됐다. 특히 소득배율은 2003년을 기점으로 상위계층과 하위계층 간의 소득격차가 커지고 빈곤층 규모가 증가,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또 2003년 전체 임금근로가구는 실질임금이 소폭 상승한 것에 비해 빈곤층 임금근로가구의 실질임금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최근의 사회 양극화 문제는 경제영역의 세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본은 세계화되지만, 정치와 노동은 여전히 국경으로 구획화되어 있어 이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다. 양극화 현상은 일부 계층의 문제가 아니다. 비정규직의 증가는 기존 정규직 노동의 위협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고리가 되고, 소득 양극화는 사회 전반에 걸친 계층간 갈등의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 양극화를 해결한다고 사회 양극화와 빈곤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빈곤 문제는 노동뿐 아니라 사회와 가족,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회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사회정책 부문에 대한 재정투입을 확대해 사회보장체계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지출은 서구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며, 과거 이를 보완해왔던 사적 안전망이 약화되면서 역할을 강화해야 할 시점에 놓여있다. 이를 위해 공공부조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빈곤대책에 대한 정부 지출 확대와 빈곤층의 인구학적 특성에 따른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 구축 마련, 근로빈곤층의 잠재력 개발정책 제시 등이 시급하다. 노대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연구실·기초보장평가센터 부연구위원
  • ‘한국 벤치마킹’ 중국의 신농촌운동

    ‘한국 벤치마킹’ 중국의 신농촌운동

    새마을운동에 대한 중국의 벤치마킹이 뜨겁다.‘신농촌운동’을 전개중인 중국 당국은 농촌문제 해결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시찰단파견 확대 등 한국 배우기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이 신농촌운동을 주도하면서 한국관련 자료를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채 읽고 있을 정도로 최고지도부의 한국배우기 열기가 뜨겁다. |난징·양저우·구이양 이석우특파원|“중국 중앙 및 각 지방정부는 한국 새마을운동을 배우기 위한 각급 정부 시찰단을 보내고 있다. 이미 150여개 지역 및 기관에서 관계자들을 한국 각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단체들에 보냈다. 앞으로 중국 전역에서 3만여명의 각급 지도자들을 한국에 보내 경험을 전수받을 방침이다.” 지난 12일 구이저우(貴州)성 구이양(貴陽) 구이저우호텔 대회의실. 스슈스(石秀詩) 성장(省長)을 비롯한 구이저우성 지도자들은 이수성 새마을운동중앙회장(전 총리)과 김한규 21세기 한·중 교류협회장(전 총무처장관) 등 한·중 교류협회 대표단을 맞이한 자리에서 중국측 입장을 소개했다. 새마을운동에 관한 한국측의 협조를 부탁했다. 앞서 장쑤(江蘇)성 량바오화(梁保華) 성장은 지난 9일, 양저우시 지젠예(季建業) 당 서기는 10일 각각 한·중 교류협회 대표단을 정부 청사로 초청한 자리에서 “한국의 새마을운동 배우기는 중국의 11차 5개년 계획 가운데 가장 중요한 국정목표”라면서 “장쑤성에서도 한국의 경험을 배우려고 대표단을 보냈으며 5월부터 계속 각 지역별 대표단을 보내 한국을 배우겠다.”고 열성을 보였다. 구이저우성 스슈스 성장이나 장쑤성 량바오화 성장 등 지방 최고지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들도 새마을운동과 한국관련 자료를 읽고 보고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농민 불만세력화 막겠다. 중국 도시와 농촌의 소득차가 3.5대1로 벌어지면서 농민 소요와 농촌인구의 도시유입 확대로 사회적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또 잘사는 연해지역과 못사는 내륙지방의 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국가통합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한국의 새마을운동에 중국 지도자들은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스 구이저우성 성장은 “농촌·농민·농업 등 소위 3농 문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라면서 “중앙정부의 주도 아래 각 지방정부가 지역 실정에 맞는 신농촌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구의 3분의2쯤 되는 9억명의 농민들이 소외계층으로, 사회불만세력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자는 뜻이다. 중국 정부는 올 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사회주의 신농촌건설’을 올해부터 시작된 11차 경제사회 5개년 규획(11·5)의 핵심 과제로 확정하고 대대적인 농촌 잘살기운동을 추진중이다. ‘조화로운 사회’와 ‘균형발전’을 정책목표로 추진하는 후진타오 주석은 지난해 말부터 공산당 정치국 회의 등을 통해 농촌의 빈곤타파와 도·농간의 격차 해소 등을 강조하면서 전국적인 신농촌운동을 주도해왔다. 일부에선 엘리트와 기득권층에 권력기반이 약한 후 주석이 신농촌운동이란 새로운 대중운동을 통해 권력기반도 강화하고 국가적 당면 과제인 농촌문제도 해결하겠다는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한국경험이 가장 적합 지젠예 양저우시 공산당 서기는 “한국은 유럽 등과 비교할 때 비교적 최근인 몇 십년 전에 ‘농촌 혁명’을, 그것도 매우 짧은 시간내에 이뤄냈다.”고 말했다. 중국 실정에서 미국식 대단위 농업보다는 한국식 소농방식이 적합하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중국 정부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신농촌운동의 전개를 위해 덴마크 등 유럽에도 파견됐으나 한국을 벤치마킹 최종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딩장화(丁章華) 양저우시 외사국장도 “한국정부가 새마을운동을 주도했지만 농민들의 자발적인 근로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중국정부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jun88@seoul.co.kr ■ 지춘밍 장쑤성 양저우시 부시장 “농민 자신감 심어준 한국정신 닮고싶다” |양저우 이석우특파원|장쑤성은 저장·광둥·푸젠성 등과 함께 중국내에서 부유한 지역으로 꼽힌다. 그런 곳에서도 성장(省長)과 공산당 조직이 직접 나서서 신농촌운동을 밀어붙이고 있다. 빈곤지역은 주민들의 배를 곯지 않게 하는 단계인 원바오(溫飽)단계로 끌어올리려고 애쓰지만 장쑤성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한 샤오캉(小康)을 달성했다고 선언하고 있다. 신농촌운동의 진전 방향과 새마을운동 배우기 등을 장쑤성 양저우시 지춘밍(紀春明) 부시장으로부터 들어봤다. ▶잘사는 장쑤성에서도 신농촌운동이 필요한가. -농업 효율이 너무 낮다. 고소득 영농, 효율적인 영농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국가적인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저우 볶음밥 등 다양한 먹거리들을 인스턴트로 포장해 파는 방법, 통조림공장 등 식품가공업 확대 등도 진전되고 있다. 수출중심 농업으로 탈바꿈시켜 나가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도·농간의 격차를 해소하지 않고선 사회적 안정유지가 어렵다. 그동안 농촌과 농민은 도시와 비교할 때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 농민들이 도시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던 호구제도와 농업세 등을 폐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농민들의 도시빈민화가 가속화되지 않겠나. -농민의 도시빈민화는 이미 사회불안의 요소가 되고 있다. 기술교육, 창업 교육 등을 통해 농민들의 자연스러운 이농을 정부가 도와주자는 것도 신농촌운동의 중요한 목표다. ▶신농촌운동의 핵심은. -농촌 소득의 향상을 통한 도·농 격차 해소다. 기술·과학영농을 도입하고 영농지도자들을 양성해 농업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초기단계에선 젊고 우수한 당·정 간부들이 농촌으로 투입되고 있다.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환경과 의식 측면에서의 한 단계 도약을 겨냥하고 있다. ▶추진 상황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등 지도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중앙의 입장을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실천하는 것은 지방지도자들이 할 일이다. 황리신(黃莉新) 부성장 등 대표단이 지난달 말 한국을 방문, 새마을운동을 학습했다. 이수성 새마을중앙회 회장, 김한규 21세기 한·중 교류협회 회장 등을 만나 조언도 듣고 자료도 수집했다. 농촌문제 해결은 중국이 넘어야 할 당면과제다. 이제는 그간의 경제적 축적을 농민에게 돌려줘야 할 때다. ▶새마을운동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나. -도·농간, 민·관간의 협력, 영농 효율성 제고방안 등 여러측면이 있지만 무엇보다 농민들의 의지에 불을 붙이고 자신감을 심어준 ‘한국의 정신’을 배우고 싶다. 농민들의 자발성과 적극성을 어떻게 이끌어 낼지도 관심이다. ▶선부론(先富論)의 부정인가. -개혁개방을 설계하고 이끌었던 덩샤오핑(鄧小平)은 “똑같이 못사는 것은 사회주의가 아니다.”라면서 “능력있는 자가 먼저 부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주의 신농촌운동이나 선부론이나 모두 대동사회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모순되지 않는다. 다만 지금단계에서는 농촌살리기와 도·농간 균형 등은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급한 과제다. jun88@seoul.co.kr ■ ‘소득수준 꼴찌’ 구이저우성 개발 물결 소수민족 문화 관광자원화로 수익창출 |구이양 이석우특파원|중국 25개 성 가운데 소득수준 꼴찌로 가장 낙후된 지역인 구이저우성이 서부대개발, 신농촌운동의 물결을 타고 꿈틀거리고 있다. 중국 서남부에 위치, 한반도보다 조금 작은 17.6㎢ 면적의 93%가 산지인 산골지역. 묘족, 동족, 포의족 등 소수민족 인구가 전체 인구 3904만명 가운데 37.8%인 1475만명을 차지한다. 소수민족과 수려하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 구이저우성이 ‘관광 입국’을 내세운 배경이다. 왕푸위(王富玉) 구이저우성 부서기는 “중앙정부의 집중 지원 아래 신농촌운동의 시동을 걸었다.”고 지난 15일 김한규 회장 등 21세기 한·중교류협회 방문단을 만난 자리에서 밝혔다. 산업시설이 빈약한 상황에서 자연환경을 최대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성도인 구이양(貴陽)에서 동양최대라는 황과수 폭포까지 130km, 주요 관광지인 묘족 자치지역 카이리(凱里)까지 150km가 고속도로로 연결돼 있다. 왕 부서기는 “성 전체에 골프장이 단 한 개뿐”이라며 “관광 인프라에 대한 외국 투자에 특별한 배려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소수민족들은 구이저우의 중요한 관광자원.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식에 소수민족인 동족의 민속합창 등 구이저우성 소수민족들의 다양한 민속이 선보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성 여행국의 장펑화(張鵬華)처장은 “최근 그동안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세계에 구이저우를 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면서 “2008년 올림픽과 연계한 각종 행사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jun88@seoul.co.kr
  • ‘해외노동자 송금’ 개도국 경제 새 버팀목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상추밭에서 일하는 남편이 오랜 만에 멕시코 고향 집에 들르자 카탈리나 산체스는 지평선까지 뻗쳐 있는 선인장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집에 텔레비전이 보이지 않아 실망을 감추지 못했던 남편 얼굴에 기쁨이 차올랐다. 산체스는 남편에게 “자기가 보낸 종잣돈으로 일궜어.”라고 속삭였다. 해외로 나간 노동자들의 송금이 개발도상국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어느덧 선진국의 개도국 원조를 웃도는 액수로 불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이주자들이 본국으로 보낸 송금액은 1670억달러(약 167조원). 기록에 잡히지 않는 것까지 합하면 250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에서만 합법 이민자와 불법 체류자를 포함해 390억달러를 송금했다. 지난해 200억달러를 송금받은 멕시코는 해외 이주 노동자를 석유 다음으로 국부를 창출한 ‘영웅’으로 떠받든다. 일본에서 일하는 브라질 노동자는 연간 20억달러를 보내 커피 수출액을 능가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홍차 수출, 모로코는 관광 수입보다 송금 수입이 더 많다. 요르단, 레소토, 니카라과, 통가, 타지키스탄은 송금액이 국민총생산(GNP)의 4분의1을 차지한다. 아이티와 소말리아는 해외 송금이 경제의 기둥이다. 딜랍 라타 세계은행 연구원은 “지구상 인구 6분의1이 굶주림을 면하게 하는 돈”이라고 말했다. 경제 제재로 인해 극심한 재정난을 겪는 쿠바와 아르메니아 역시 송금액으로 연명하고 있다.‘송금 경제’는 각국이 외환거래 규제를 완화하고 송금 수수료를 낮추자 더욱 번창했다. 특히 불법 체류자들이 국경을 넘어 현금으로 옮기던 것을 이제는 송금 회사들이 수수료를 받고 대신해준다. 미국 주재 멕시코 영사는 자국 불법 이민자의 계좌 개설을 도우려고 ID카드까지 발급해 준다. 해외 송금은 해외 자본의 투자보다 더 안정적이고, 고르게 배분되는 게 장점이다. 경기가 나쁘거나 재난이 닥쳐 나라가 어려울 때 외국인 투자는 줄어드는 반면 송금액은 늘어난다. 또 관료들이 개입해서 부패나 낭비 요소가 많은 개발원조차관(ODA)과 달리 적재적소에 쓰인다. 우간다, 방글라데시, 가나에서는 절대 빈곤층의 해방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송금 수입을 개발의 종잣돈으로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부동산값을 올려 빈부격차를 낳기도 한다. 마누엘 오르즈코 조지타운대 교수는 “정부가 제대로 정책을 펴지 못하면 중산층 양성에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금 경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선진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다. 토니 사카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그들을 조국의 발전 파트너로 전환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의정부 부대찌개 중국에도 진출

    의정부 부대찌개 중국에도 진출

    ‘부대찌개’는 전쟁과 빈곤의 상징에서 신세대의 퓨전요리로 진화했다. 이제는 전국적인 대중 메뉴지만 의정부의 부대째개만큼 전통의 맛을 내지는 못한다. 의정부에서도 가장 많은 부대고기 전문점이 밀집한 곳은 의정부 1동 ‘명물 의정부 찌개 거리’다. 그 중에서도 허기숙(75) 할머니가 지금도 손님을 맞는 ‘오뎅집’이 가장 오래됐다. 문을 연 지 47년째로 솥뚜껑을 뒤집어 냄비로 사용한다. ●20~30대에 시작, 60~70대된 할머니들의 깊은 손맛 국물 맛이 걸쭉하며 입에 감기는 뒷맛이 일품이다. 찌개 거리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집은 1972년 박용복(68) 할머니가 문을 연 ‘형네식당’이다. 이 집 부대찌개는 버터 냄새가 나면서도 상대적으로 매콤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부대찌개와 전골, 스테이크가 주 메뉴다. 박 할머니와 아들 임동혁(35)씨가 운영하는 본점에선 찌개와 전골, 딸 순혁(45)씨가 15년 동안 운영 중인 분점에선 찌개·전골외에 스테이크도 메뉴로 내와 소주를 즐기는 주당들이 많이 찾는다. 이 두 집 외에 찌개 거리엔 10여 곳의 부대찌개 전문점이 모여 있지만 집집마다 조금씩은 미묘한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어 입 맛따라 단골들도 다르다.3대가 찾아오는 이들도 드물지 않고 때론 4대가 단골인 경우도 생기고 있다. 부대찌개의 주 재료는 원래 미군부대에서 나온 햄·소시지와 스테이크로 김치나 양배추 등과 섞어 만든다. 두부·당면·버섯을 다시마와 멸치를 우려낸 육수에 넣고 끓인다. 양념으로 고춧가루·양념장·후추·김치·파·마늘이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요즘엔 미군 부대가 축소되고, 신세대의 입맛도 옛날과 달라 부대에서 나오는 재료는 드물고 주로 수입 재료를 쓴다. 수년전만 해도 쇠고기외에 칠면조·고슴도치 고기까지 잡탕으로 섞어 버터 냄새가 물씬한 오리지널 부대고기를 맛 볼 수 있었다. 의정부 1동 찌개 거리가 수입 재료를 쓸 때도 가능동 지역 3곳의 부대고기 집은 부대에서 나오는 재료를 이용해 술안주로 제격인 볶음 요리 등을 찌개와 함께 내놨었다. ●오리지널에 가까운 맛 보려면 가능1동으로 가야 부대찌개의 본래 맛을 잊지 못하는 40∼50대 이상의 기성세대 중엔 의정부 1동의 현대화된 부대찌개를 상대적으로 일반 ‘김치찌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옛 맛의 향수를 토로하기도 한다. 가능1동 동사무소 옆에 45년째 한자리에서 영업하는 임순학(75)할머니의 ‘실비집’과 ‘정통부대고기(기사식당)’‘부산집’, 임 할머니의 딸이 의정부 2동 낙원웨딩부페 뒷 골목에 차린 ‘할머니 부대찌개’ 등이 ‘올드 부대고기’의 특징을 아직도 갖추고 있다. 부대찌개(초창기에는 ‘부대고기’라고 일컬었다.)는 한국전쟁 이후 주한 미군 전투부대인 미 2사단 사령부가 가능동에 주둔하면서 시내 곳곳에 예하 7개 부대를 포진시키면서 생겨났다. 부대찌개가 전쟁과 가난을 상징한다 해서 의정부시는 20년전 부터 공식적으로 ‘의정부 찌개’라고 부른다. 그러나 지금도 의정부 찌개라는 말보다 부대 찌개가 통용된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2월 공개한 ‘한국음식 메뉴 영문표기 지침서’에 부대찌개는 ‘Potluck stew with hotdogs & baked beans’다. 삶은 콩을 베이컨과 구워 소시지를 섞은 간단한 스튜요리를 뜻하지만 부대찌개보다 의정부 부대찌개 전문점에서 ‘스테이크’라는 이름으로 파는 요리쪽에 가깝다. ●신세대 즐겨찾는 퓨전요리로 ‘진화´ 전쟁의 피폐함 속에서 탄생한 부대찌개는 전쟁의 상흔이 아물어 갔어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았고 이제 신세대의 퓨전요리가 됐으며, 해외에도 진출하고 있다. 서울 신촌 연세대 주변엔 떡볶이와 부대찌개를 결합한 퓨전 음식점이 성업 중이고, 중국 베이징에도 부대찌개 전문점이 진출했다. 주한 외국인들도 버터맛과 한국의 전통 음식 찌개가 결합한 부대찌개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부대찌개의 유래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고 정설이 없다.60년대 초 당시 존슨 미 대통령이 방한, 오산 기지를 방문하면서 들른 부대앞 식당에서 햄·소시지 등을 섞어 고추장을 풀어 만든 찌개를 내놔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이때부터 ‘존슨탕’으로 불리다가 미군이 주둔한 타 지역으로 전해져 부대찌개가 됐다고 한다. 의정부가 원조가 아니며 탄생 당시부터 외국인의 입맛에 맞았다는 얘기인데 확인하긴 어렵다. 의정부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