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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편주의 함정’ 벗어나기

    ‘신앙 공동체에서만, 혹은 그 내부에서만 대화를 하겠는가?아니면 신성은 모든 것을 포괄한다는 믿음에 따라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하느님을 추구하는 행위에도 흠이 없는 고결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런던의 유대인대학 총장을 역임한 종교학자 조너선 색스는 종교에 헌신하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그 대답이 긍정적일 수 없다는 것을 그 자신부터가 너무나 잘 안다.‘종교란 그것이 해답의 일부가 되지 않으면, 문제의 일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차이의 존중-문명의 충돌을 넘어서’(조너선 색스 지음, 임재서 옮김, 말글빛냄 펴냄)는 책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종교간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최종적이고 유일한 처방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최근 세계 주요 종교의 부흥은 자유주의적인 신앙보다 보수적인 신앙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보수적인 종교운동의 힘은 현대성에 저항하는 데서 나타나는데, 그것은 세계 자본주의가 낳은 부작용에 대한 깊은 환멸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부작용이란 불평등과 소비주의, 착취, 만연한 빈곤과 질병에 대한 대처 능력 부족,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무시하는 구제불능의 둔감함, 물질적 풍요와 나란히 가는 영혼의 빈곤함이다. 그 결과 열성 신도를 끌어모으는 동력은 현대적인 종교의 모습이 아니라 저항으로 특징지어지는 종교의 반현대적인 모습에서 나오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지은이는 오늘날 문명충돌의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로 ‘진리나 궁극적 실재를 찾기 위해서는 특수성에서 보편성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는 플라톤 시대 이후 서구 사상을 지배한 패러다임을 지목한다. 오늘날은 세계 자본주의라는 보편적인 질서 속에 살고 있는데, 그것이 지역적이고, 전통적이고, 특수한 것을 위협한 결과가 9·11테러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제 플라톤의 유령을 깨끗하게 몰아내어 지역적이고, 특수하고, 독특한 것에 대한 존중으로 보편주의의 균형을 잡아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의 문화나 종교의 이름으로 인위적인 통일성을 부과하려는 시도는 하나의 체계가 번창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를 오해한 결과라는 것이다.1만 5000원.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열린세상] 남부은행의 지정학/이성형 이화여대 국제정치 교수

    [열린세상] 남부은행의 지정학/이성형 이화여대 국제정치 교수

    유럽 사람들에게 남쪽은 “오렌지 향기가 바람에 날리고, 석양은 먼 들녘에 내리는” 나르시시즘의 장소이다. 릴케의 시 구절처럼 “짙은 포도주 속에 스며드는” “마지막 단맛”을 완성시키는 것도 “남국의 햇볕”이다. 남미 작가들에게도 남쪽은 돌고래가 목가적으로 뛰어노는 신비스러운 공간이고, 언젠가는 실행할 마지막 여행의 장소로 다가온다. 하지만 국제정치경제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여기서 남쪽은 가난한 자의 공간이다. 남국은 외채위기와 금융위기, 빈곤과 저개발, 일차산품과 종속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천형의 공간이다. 하지만 요즘 이런 상투적 이미지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지난 4∼5년간 에너지와 원자재, 그리고 일차산품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개발도상국의 외환보유고가 2조달러 정도로 증가했다. 이중 절반은 중국의 몫이지만,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외환 사정도 크게 호전되었다. 덕분에 몇몇 국가는 IMF에 진 빚을 조기에 상환하기도 하고, 미국 재무증권을 사다 중앙은행에 비축한다. 늘어난 유동성을 가지고 다른 게임을 하겠다고 엉뚱한 제안을 한 사람이 있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다. 그는 북쪽의 은행에다 남쪽의 외화자산을 예치하는 바보 같은 짓을 그만두자면서, 돈이 필요하면 남측 국가들이 스스로 돕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르헨티나가 공동보조를 취했고, 이어서 에콰도르와 볼리비아가 뒤따랐으며, 미적거리던 브라질도 파라과이도 함께하기로 합의했다. 최초의 제안서를 준비한 팀은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의 경제학자들이었다. 구미 유학파 출신인 이들이 벤치마킹한 모델은 곧 IMF와 세계은행이었고, 허약한 남미의 금융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매개체로 남부은행을 생각했다. 이사회의 투표방식도 세계은행처럼 지분에 따른 가중치 방식을 적용했고, 자본금의 일부는 민간자본시장에서 조달하는 방식도 집어넣었다. 기존의 시장 모델에 적응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이다. 당연히 차베스가 생각한 모델과 달랐다. 에콰도르가 차베스가 생각했음직한 건설적인 반대 제안을 제시했다. 더이상 선진국의 자본시장에 의존하지 말고, 회원국 정부가 똑같이 부담하는 기여금으로 자본금을 조성하자. 여기에 토빈세(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나 환경보호세 같은 것을 일괄적으로 거두어 자본금에 포함시키자. 따라서 투표권도 일국일표제 원칙을 적용하자. 우선은 개발은행으로 시작하지만, 나아가 지역통화기금, 공동통화 창설로 나아가자. 직원이 1만 3000명이나 되는 세계은행처럼 ‘마스토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직을 경량화하자. 에콰도르는 남미통화기금도 일괄적으로 자본금을 키울 것이 아니라, 긴급자금을 필요로 할 경우 회원국 외화준비금의 20%를 활용하도록 하는 제안도 했다. 만약 볼리비아가 투기자본에 의해 공격을 당하고 있다면 기금은 여타 5개국 회원국의 중앙은행이 외화준비금 20%를 몇시간 내로 송금해달라고 요구한다. 기금을 유연하게 동원하고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뒤늦게 합류한 브라질은 지역 맹주로서 불참해 발생할 불이익을 막고자 했다. 룰라의 경제팀은 시장근본주의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 틀에 친화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워싱턴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를 보완할 금융기관과 개발은행을 원한다.19일과 20일에 실무진이 모여 남부은행의 최종안을 만들고,8월 초에 경제장관 회의에서 확정하며 초가을에 정상회담에서 설립을 선포하리라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스티글리츠는 남부은행을 “라틴아메리카의 발전을 견인할 매우 유용하고 창조적인 발명품”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성형 이화여대 국제정치 교수
  • [정책선거 원년으로] 역대 정부 베스트공약5,워스트공약5

    [정책선거 원년으로] 역대 정부 베스트공약5,워스트공약5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의 대선평가단 교수들은 역대 정부별 가장 좋은 공약과 가장 나쁜 공약을 선정했다.▲매니페스토 요건 구비 여부 ▲공약의 이행도 ▲비전이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있는지 여부 ▲정책의 결과가 가져오는 사회적 효과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공약의 시대정신을 잘 담아내고 있고, 이행 결과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도 크다고 판단되면 베스트 공약으로 분류했다. 실천되지 않은 주먹구구식 깜짝공약, 선심성 공약은 워스트 공약으로 꼽았다. 정부별로 5개씩 선정했다. ●노태우 노태우 정부에서는 중국·옛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와 수교를 맺은 북방외교가 단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냉전의 장벽이 무너지는 시점에서 올림픽을 계기로 동맹국외교에 묶여 있던 우리 외교의 지평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시대정신에 잘 부합하고, 영향도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됐다. 아울러 7·7선언, 남북기본합의서, 남북협력기금법제정, 유엔동시가입 등 남북교류협력의 기초를 수립한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6·29선언’에서 약속한 언론기본법 폐지를 이행해 언론자유를 크게 확대했다. 주택 200만호 공급도 이행도가 높은 공약으로 평가됐다. 지방자치제는 지방의회 선거만 치른 반쪽 이행이었지만, 중앙집권의 틀을 바꾼 획기적 전환이었다. 시대정신에 부합하고 영향력도 컸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위헌적이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않은 중간평가는 워스트 공약으로 꼽혔다. 국제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겠다거나 물가상승률을 2∼3%로 유지하겠다는 약속도 실천되지 못했다. 국제수지는 1988년 이후 적자를 기록했고,1991년에는 적자폭이 87억달러에 이르렀다. 물가는 6공화국 평균 7.8%로 상승했다. 토지초과이득세제 등에 대기업의 비업무용토지를 제외하거나,1991년에 실시하기로 한 금융실명제 약속을 폐기하는 등 경제민주화는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대기업확장억제와 전문화 촉진’ 공약은 실패한 것으로 진단됐다. 동서고속전철 건설 등 지역감정 타파 공약은 3당 합당 등의 영향으로 지켜지지 못했고, 오히려 더 악화됐다. ●김영삼 김영삼 정부의 베스트 정책으로는 하나회를 정리하는 등 군의 정치적 중립을 이룬 부분과 지방자치제를 단체장선거에까지 확대한 점이 꼽혔다. 고용보험법 제정과 중소기업근로자복지진흥법 제정(1993년), 사회보장기본법 제정과 국민연금법 개정, 국민건강증진법개정 및 정신보건법 제정(1995년), 사회복지공동법 제정(1997년) 등 사회복지관련 입법으로 사회복지의 기초를 다진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적으로는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는 이행도와 사회적 영향의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았으나 외환위기 사태로 빛이 바랬다. 반면 ‘깨끗한 정부, 강력한 정부’ 공약은 각종 비자금 사건, 측근의 구속, 한보사태, 안기부 선거자금 사건 등으로 워스트로 평가됐다. 정실인사를 근절하겠다는 공약도 ‘소통령의 전횡’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실인사가 넘쳤고, 학연·지연·가신인사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것이 낮은 평가를 가져오게 했다. 보수적 노선과 진보적 노선간의 혼선, 전략적 기조와 정책간의 혼선으로 남북화해협력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의 이행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쌀수입 개방 절대 불가’ 공약은 우루과이라운드(UR) 체결로 지켜지지 못했다.‘흑자경제시대’를 열겠다는 공약도 외환위기 여파로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 증가해 1996년에 237억달러 적자를 기록해 이행되지 못한 공약으로 분류됐다. ●김대중 김대중 정부의 베스트 공약은 외환위기 체제의 조기극복이다. 이 공약은 기업구조조정, 금융개혁, 노동개혁, 공공개혁 등 4대 개혁으로 이행 요건을 갖췄으며, 이행도도 높게 평가됐다. 시대적 비전도 고스란히 반영한 것으로 평가됐다. 햇볕정책은 퍼주기 논란으로 남남갈등을 가져오기도 했으나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 6·15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남북관계 개선’ 공약도 요건과 비전, 그리고 이행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과학기술대국 공약은 1999년 3월 ‘사이버코리아21’을 통해 종합적 정보화정책 방안으로 구체화됐다.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과 전자정부 구현, 정보통신산업육성 등의 정책도 과학기술대국 공약이 구체화된 것으로 시대적 비전을 반영했고, 향후에 큰 사회적 임팩트를 가져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으로 빈곤·소외계층에 대한 생계보장을 강화하거나, 산재보험 적용대상을 1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실시했다.1999년 국민연금을 전국민 대상으로 확대실시하는 등 ‘국민복지 기본선’을 보장하겠다는 공약도 IMF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긴 했지만 복지개념의 확대로 사회적 영향력이 컸다고 평가된다. 부패방지법과 자금세탁방지법을 제정하고,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정경유착의 부패구조 척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갖춘 것도 높이 평가됐다. 워스트 공약으로는 당선의 결정적 계기가 된 DJP연대의 고리인 내각제 개헌 약속을 폐기한 것이 우선 지적될 수 있다. 경제분야에서는 외환위기 체제에서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과 세계 5강진입 공약을 내걸었으나, 빈 공약으로 끝났다. 복지예산 30% 증액 공약도 선심성 공약의 일환으로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김대중 후보의 단골 선심성 공약의 하나였던 농가부채 탕감도 지켜지지 못했고, 지방행정계층을 3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하겠다는 공약도 실천되지 못했다. ●노무현 노무현 대통령의 베스트 공약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법,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을 통칭하는 국가균형발전 3대 특별법을 제정하고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추진해 국가균형발전의 기틀을 다졌다는 점이다. 주민투표법과 주민소환법을 제정해 지방분권의 기반을 다졌다는 점은 요건과 비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2005년 3월의 호주제 폐지와 2004년 3월 성매매방지법 제정, 그리고 여성채용 목표제 확대 실시 등의 공약이 이행도와 영향력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구개발(R&D) 예산 확대,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등 신산업 육성 등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위한 정책이 비전과 영향력, 그리고 이행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가 지연되고 있긴 하나 돈세탁방지법 강화, 재정건전화법 제정, 기관장 인사청문회, 정치자금 출납 투명화 등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노력은 요건과 영향력 차원에서 높게 평가됐다. 아직 임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의 워스트 공약을 지적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공약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난 바 있어 공약의 요건 측면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경제분야에서 7% 신성장 달성 공약과 250만개 일자리 창출 공약, 그리고 빈부격차 해소와 70% 중산층시대 공약은 현재로서는 이행도에서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끝으로 대량살상무기 문제 해결 및 남북정상회담 정례화 공약은 우리 정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전개돼 그동안 이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북·미 관계가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고,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남은 임기 동안 우리 정부의 노력에 따라서는 일부 실현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 [Local] 장흥 ‘아동행복마을’ 문 열어

    농·어촌 가난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는 한국형 빈곤퇴치 프로그램인 ‘위 스타트 아동행복마을’이 전남 장흥군 대덕읍 연정리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최근 문을 열었다. 광양시와 진도군에도 간판을 내걸었다. 아동행복마을에서는 장흥군에서 1∼12세의 저소득층 아동 200여명을 모아 책읽기, 숙제하기, 과학놀이 등 연령대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급식실에서 조리한 간식도 제공된다.‘위 스타트운동본부(대표 김석산 한국복지재단대표회장)’는 지역주민이 스스로 앞장서고 민간기업과 행정기관이 참여해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꾸려진다.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50대 30% “연금보단 재취업으로 생계 꾸릴것”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50대 30% “연금보단 재취업으로 생계 꾸릴것”

    50대 응답자들의 절반가량이 10년 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고령화’를 꼽은 것은 불안정한 사회안전망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1990년대말 외환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었던 50대들은 재취업을 노후 대책의 1순위로 삼고 있으며 정부 정책도 노인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50대들은 또 10년 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현 정부가 가장 공들인 공교육 정상화와 주택문제 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10년 뒤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예상하는가.’란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37%가 ‘희망적’이라고 답했다. 그 다음은 ‘지금과 같다(32%)’,‘예측하기 어렵다(19%)’,‘절망적(12%)’순이었다. ‘10년 뒤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일까.’란 질문에 대해 절반에 가까운 46%가 ‘고령화’를 꼽았다. 현재 한국 사회의 최대 문제점으로 꼽히는 ‘양극화’는 22%에 그쳤다. 갈수록 경제 현장에서 중·장년층이 은퇴하는 시점은 빨라지고, 노인 일자리 창출은 더딘 사회 변화 속에서 50대들의 고민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10년 뒤 당신에게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는 ‘건강’이라는 응답자(49%)가 절반을 차지했다. 재정(16%)과 사회적 역할 감소(15%)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여성 응답자의 경우 ‘건강’이라는 응답이 남성 응답자보다 10%포인트 많은 54%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10년 뒤 이상적인 나의 모습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해서는 49%가 ‘풍족한 여가’라고 답했다. 풍요로운 노후를 꿈꾸는 50대들은 10년 뒤 생활자금 조달 수단으로 ‘재취업(30%)’을 첫손에 꼽았다. 금전적인 뒷받침은 물론 ‘일하는 노년이 건강하다.’는 믿음이 보편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금(22%)과 자녀의 지원(21%), 전·월세 수입(15%) 등이 뒤를 이었다. 여성 응답자들은 자녀 지원과 재취업이 나란히 32%의 응답을 보였다. 여성 경제활동 인구가 눈에 띄게 늘었지만, 대부분의 50대는 전업주부인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은퇴자들을 위한 정부 정책의 우선 순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37%가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고 응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문항에서도 여성 응답자는 남성(26%)보다 20%포인트 이상 많은 48%가 노인 일자리 창출을 우선 순위로 꼽았다. 70∼80년대 고도 성장기와 90년대 후반의 혹독한 외환 위기까지 두루 경험한 50대들의 10년 뒤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비교적 낙관적이었다. ‘10년 뒤 한국 경제는 어떻게 변할까.’란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44%가 ‘지금보다 발전할 것’이라고 대답했다.‘지금과 비슷할 것’이라는 대답은 39%였으며 ‘퇴보할 것’이라는 응답은 17%에 머물렀다. 10년 뒤 한국 경제를 이끌 성장동력으로는 40%가 IT를 꼽았고,BT(20%), 대체에너지 산업(13%) 등이 뒤를 쫓았다. 다만 CEO와 전문직 종사자(4명) 전원이 제조업을 제1의 성장동력으로 꼽은 점은 흥미롭다. 반면 사회·정치 분야에 대한 전망은 어두웠다. 최근 교육부와 대학 사이에 일어난 ‘내신 갈등’의 단초로 작용한 공교육 정상화를 바라보는 50대의 시선은 싸늘했다. 응답자의 절반(50%)이 ‘사교육이 심해지고 입시 위주의 교육이 외려 강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입시 교육이 바로잡힐 것’이라고 대답한 이들은 12%에 그쳤다.‘100년 대계’는커녕 정권 내에서도 널 뛰듯 바뀌었던 학습 효과가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10년 뒤 주택 문제에 대한 생각도 불신을 밑바탕에 깔고 있었다.‘지금과 비슷할 것’이란 대답이 46%로 가장 많긴 했지만,‘집 값이 지금보다 더 뛸 것(34%)’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집 값이 지금보다 안정될 것(20%)’이라는 응답자보다 1.5배가량 많았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령화는 단순히 나이를 먹은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개념이 아니라 경제적 빈곤, 건강 악화, 사회적 역할 감소 등 사회 전체 문제를 포괄하는 개념”이라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조기퇴직과 맞물리면서 50대 초반부터 노후를 걱정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신구세대를 막론하고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일영 류지영기자 argus@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대재앙’ 지구온난화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대재앙’ 지구온난화

    ■ 슈퍼 태풍이 온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폐해는 한반도라고 예외가 아니다. 기온이 올라가 질병이 늘고 산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겨울 짧아지고 진해 벚꽃 8일 일찍 개화 최근 들어 기상청은 벚꽃 피는 시기를 전망하느라 애를 먹는다. 올해 진주 벚꽃 개화 시기는 3월24일이었다. 평년보다 11일, 지난해보다는 8일 정도 일찍 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겨울(지난해 12월, 올 1∼2월)은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의 영향으로 1904년 근대기상관측 이래 가장 포근했다. 겨우내 전국 평균 기온은 2.46도로 평년(최근 30년)0.43도보다 2.03도 높았다. 특히 2월 전국 평균 기온은 4.09도로 평년(0.75도)보다 3.34도 상승했다. 서울 한강은 1991년 겨울 이후 15년 만에 얼지 않았다.1850년 이래 가장 따뜻했던 12번 중 11번이 최근 12년 동안에 발생했다. 갈수록 한강이 어는 것을 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태룡 기후자료팀장은 “지구 온난화와 도시화 등에 따라 기온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겨울이 짧아지고 따뜻한 날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과 재배 지역 강원도 양구까지 북상 기온 상승은 한반도 식생 변화를 예고한다.‘대구 사과’는 이미 재배지가 강원도 양구까지 북상했다. 조치원에서 농사를 짓는 임진수씨는 “기온이 올라가면서 병해충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복숭아 출하 시기도 10년 전보다 1주일은 빨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라면 금세기 말에는 서울 남산 소나무도 모두 말라죽고 열대림이 그 자리를 메우지 않을까 걱정된다. 환경부는 “2080년쯤 한반도의 현존 산림생물이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온 상승, 재해 빈도 증가 기상청은 올해는 세계적으로 가장 더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슈퍼 태풍의 경고도 나오고 있다. 피해액이 4조원을 넘은 루사, 매미와 같은 대형 태풍은 모두 최근 5년간 집중됐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채여라 연구원은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실행하지 않으면 2100년 한반도 기온은 3도 올라가고 연간 58조원의 경제적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열받은’ 케냐 피해 확산 케냐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케냐타 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한눈에 펼쳐지는 천혜의 자연 앞에서 연신 ‘원더풀’을 외친다. 적도 근처 아프리카 땅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초가을 같은 온화한 날씨와 손에 잡힐 듯한 푸른 하늘에 흠뻑 빠져든다. 그러나 감탄도 잠시, 아름답게만 보였던 케냐 자연이 지구온난화라는 덫에 걸려 돌이키기 어려운 길로 변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마운트 케냐 만년설도 92% 녹아 내려 신이 선물한 아프리카의 자연 가운데 가장 신비하다고 하는 킬리만자로(해발 5896m). 킬리만자로를 덮었던 만년설(빙하)을 보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만년설로 뒤덮였던 곳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다. 눈이라곤 정상에만 조금 남아 있고 시커먼 돌덩어리들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지질학자 로니 톰슨은 “킬리만자로 정상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녹는다면 2020년쯤에 정상의 눈이 사라져 암석만 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운트 케냐(해발 5199m) 꼭대기 만년설도 같은 운명에 처했다.1800년대 말에 확인된 18개의 빙하 가운데 현재 12개만 남았다. 이들마저 빠르게 녹아내려 약 92%가 사라진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케냐를 구성하는 70여개 부족 가운데 가장 큰 부족인 키쿠유(Kikuyu)족 사이에서 마운트 케냐는 세계의 창조주인 나가이가 이 땅 위에서 머무는 곳으로 전해져 왔다. 경외감을 일으키는 정상의 빙하가 모두 사라지고 나면 이제 그러한 문화적인 자산도 함께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고 말 것이다. 킬리만자로에서 시작하는 7개의 강가에는 수백만명이 살고 있는데 가뭄과 수량 고갈로 얼마 지나지 않아 삶의 터전을 버려야 할 위험에 처했다. ●사막화 확산으로 전통 생활양식 포기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서쪽으로 한 시간 정도를 가면 기린과 누 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크고 작은 호수로 둘러싸인 대규모 초원지대(리프트 밸리·Rift Valley)가 나온다. 이 가운데 나이바샤 호수로 흘러드는 하천 유역은 과거 물에 잠겼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강우량이 감소하고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하던 에버데어 산악지대 숲이 파괴되면서 호수 물이 말라가고 있다. 케냐 국토의 88%는 건조 또는 반건조 지역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산림 파괴, 강우량 감소로 건조 지역이 늘어나면서 사막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물 부족은 농민뿐만 아니라 가축을 키우며 살고 있는 부족들의 삶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집중 호우로 인한 홍수 피해도 위협적이다. 케냐는 이미 1998년에 엘니뇨 현상으로 피해액이 170억실링(약 2400억원)에 이르는 홍수 피해를 입었다. 그런가 하면 2005년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많은 가축들이 폐사했다. 가축이 폐사함에 따라 목축에 종사하던 가족들은 생계를 잃고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 가축에게 풀을 뜯길 곳이 사라지면서 50만명이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포기하고 생존을 위해 나이로비 등 대도시 주변 슬럼가로 모여들고 있다. 지구온난화 피해는 식물 생태계 파괴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과 동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야생 동·식물 갈수록 감소 건조한 초원과 사막지대, 고원지대, 인도양 및 빅토리아 호수 등 다양한 지형과 기후 특성으로 케냐는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야생 동·식물의 천국이다.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물 창고다. 특히 케냐의 국립공원 및 보호구역 비율은 아프리카 국가들 가운데 최고를 자랑한다. 암보셀리·마사이마라 국립공원 사파리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케냐를 관광대국으로 끌어올린 자원이다. 그만큼 케냐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최근 이곳을 찾는 우리나라 관광객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이처럼 소중한 자산인 케냐의 생태계와 자연환경이 최근 큰 위험에 직면했다. 올해 4월에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보고서는 지구 평균 온도가 1.5∼2.5도 상승할 경우 동·식물의 약 20∼30%가 멸종할 위험이 더 높아질 것으로 경고했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우리가 텔레비전을 통해 잘 알고 있는 야생동물의 천국이 케냐에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케냐 야생동물보호청 제임스 메턴지는 “기후 변화가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다. 특히 대형 포유류와 소형 포유류 및 식물 등에서 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질병 급증…두 달 만에 122명 사망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질병도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말라리아 등 열대성 질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케냐의 고원지대도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금세기 후반부터는 위험 지역으로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주민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징후는 벌써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케냐에서는 건조한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해 12월부터 ‘리프트밸리 열병(Rift Valley Fever)’이라고 불리는 전염병이 발생했다. 올해 1월 말까지 불과 두 달 만에 환자가 414명으로 늘었고, 이들 가운데 무려 122명이 사망했다. 영양 상태와 위생시설이 열악한 지역에서 기온 상승은 주민들의 건강에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케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케냐는 전력 공급의 대부분(60∼80%)을 수력발전에 의존한다. 수력 발전소가 있는 타나강 주변 하천은 마운트 케냐의 빙하에서 지속적으로 수량을 공급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운트 케냐의 빙하가 녹으면 케냐의 전력 공급이 끊기고 산업 기반마저 무너뜨려 이 지역에 삶의 기반을 두고 있는 주민들 모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황계영 주 케냐 한국대사관 환경관 ■ 케냐 정부 온난화 대책 케냐의 지구 온난화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있을까, 아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케냐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국내 산업 기반이 취약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자체도 미미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국민 다수가 절대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를 발전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케냐 정부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지구 온난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왕가리 마타이 박사가 이끄는 그린벨트운동 등 민간단체들이 산림의 무분별한 파괴를 막고 대대적으로 나무 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우기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빗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빗물 저장시설의 보급을 확대하는 한편 전력 공급원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케냐발전회사의 피우스 코리코는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은 수력발전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지열·풍력 등을 이용, 발전 다원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이곳에서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가 열렸다. 세계의 환경장관, 민간 전문가 등이 모여 온실가스 감축 방안,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지원 방안 마련 등을 주제로 열띤 논의를 했다. 케냐 정부 관계자들은 산업화의 부산물로 야기된 기후변화가 산업화의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는 아프리카 저개발국가들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선도적인 노력과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지원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선진국들의 지원은 미지근한 상태다.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자연의 목소리에, 가장 빈곤한 지역에서 고통 받고 있는 지구촌 가족들의 목소리에 세계가 귀기울여야 할 때이다. 황계영 주 케냐 한국대사관 환경관 ■ 더위 먹은 지구 식혀주세요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달 환경의 날을 맞아 코앞에 닥친 지구 온난화의 위험을 직설적으로 경고했다.‘녹아내리는 빙하-위기 속의 지구’라는 주제를 통해 기후변화가 세계 전체에 끼치는 중요한 사실들을 사례를 들어 제시했다.UNEP 사무총장 아킴 슈타이너는 “기후변화는 현재 진행 중이고, 국제사회는 극심한 가뭄이나 홍수에 노출된 국가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UNEP의 경고를 재구성했다. ●북극곰의 SOS!… 우린 어디로 가란 말인가 북극곰은 바다 얼음 덩어리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입니다. 북극곰은 바다사자를 사냥하고 빙하에서 빙하로 이동할 때 얼음 회랑을 이용한답니다. 임신한 암곰은 눈이 두껍게 쌓인 곳을 골라 굴을 만들고 새끼를 낳지요. 어미곰은 새끼와 함께 봄이 올 때까지 5∼7개월동안 굶은 채 얼음굴에서 견뎌야 합니다. 어미곰과 새끼곰들의 생존이 얼음 덩어리에 달려 있습니다. 곰이 살 수 있는 환경은 자꾸만 나빠지고 있고요. 그래서 그런지 몸무게와 출산율이 점점 떨어진답니다. 금세기가 끝나기 전에 여름 얼음 덩어리가 사라진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데, 만약 이렇게 되면 우리는 하나의 생물 종으로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북극곰을 살려주세요,SOS! ●아프리카 농부·태평양 섬주민의 절규 기온이 올라가고 산악지대의 빙하가 녹아내리면 대지는 가뭄으로 메말라 갈 것이 뻔합니다. 농지와 가축을 기르던 초원은 황량한 사막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식량이 줄어들면서 함께 모여 살던 부족들도 하나둘 삶의 터전을 버리고 도시로 떠났답니다. 선진국이 앞장서 대책을 세워주세요. 섬에 사는 사람들도 걱정이 태산이네요.100년동안 세계 해수면은 1∼2㎜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1992년부터 해수면 상승 속도가 1년에 2㎜씩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린란드의 빙원은 새로 생겨나는 빙하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녹고 있습니다. 빙하 두께가 얇아지는가 하면 남극의 큰 빙하 3개가 지난 11년동안 붕괴됐습니다. 섬과 해안도시에 사는 주민들도 어떻게 되나요.2005년 12월 태평양 바누아두섬 주민들은 기후변화 때문에 범람의 위기를 맞아 주거지를 옮겼을 정도입니다. ●보험사도 망하기 일보직전 2005년 독일 뮌헨 파운데이션은 열대성 폭풍우와 산불 같은 날씨와 관련된 경제적 손실이 2000억달러에 이르렀다고 밝혔습니다. 보험 피해는 700억달러가 넘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열대기후 지역이 늘어나고 전염병 또한 증가할 것은 뻔합니다. 말라리아나 뎅기열 등 곤충 매개성 질환이나 여름철 유행하는 음식 매개성 살모넬라균들이 늘어나겠지요. 빨간불은 이미 켜졌습니다.2003년에 프랑스는 살인적인 폭염으로 1만 5000명이 추가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유럽 전체에서 3만 5000명이 죽었습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야 합니다. 이러다간 보험사 망하는 것 시간 문제이지요. ●당신과 정부에 묻습니다 기후변화의 재해를 막기 위해선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탄소 발생량을 줄여야겠지요. 하지만 당신은 태양열·풍력·바이오·지열 등 대체 에너지 개발·이용을 위해 얼마나 실천하고 있나요. 일찍 눈을 뜬 유럽에서는 수백만의 가정이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난방을 해결하고 있지요. 아일랜드에서는 수력과 지열 에너지를 수소로 바꿔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답니다. 브라질에서 설탕에서 추출한 에탄올로 원유 사용량의 40%를 대체했습니다. UNEP의 ‘백만그루 나무심기’운동에 동참, 나무심기에 매달리는 나라도 많습니다. 나무는 기후변화 속도를 늦춰주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온도를 낮추는가 하면 담수 저장과 토양 침식을 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살인의 도시’서 아름다운 ‘명품 도시’로

    ‘살인의 도시’서 아름다운 ‘명품 도시’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꿈이 이뤄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살인 사건이 많은 ‘갱들의 도시’,‘마약 카르텔’로 악명을 떨치던 남미 콜롬비아의 한 도시가 수준높은 건축 작품이 가득찬 ‘명품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도시 곳곳에 조각·건축작품 가득 황폐해지는 도시를 바꾸겠다는 꿈은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주인공은 지난 2003년 메들린시(市)의 시장으로 당선된 세르히오 파하르도(51). 그는 당선되자 “가장 빈곤한 곳에,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 자신도 삽을 들었다. 유명 건축가들이 메들린으로 몰려왔고 빈곤 지역에는 도서관과 공공 건물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메들린의 흉물 ‘슬럼가’는 아름다운 건축물이 넘치면서 배낭 여행객을 불러들이는 새로운 관광 명소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5일 파하르도 시장이 선출된 후 메들린은 교육과 건축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메들린 시내에서 파하르도 시장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아무렇게나 빗은 흐트러진 머리결로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활보하는 남자. 미국 위스콘신 대학의 수학 박사 출신인 파하르도 시장의 평소 모습이다. 1991년 10만명당 381명의 살인사건 발생률은 지난해 29명으로 급감했다. 한 해 9억달러(약8260억원)인 도시 예산의 40%가 교육에 투자되고 있다. 그가 시장이 된 후 10여개 이상의 학교와 5개의 도서관이 새로 지어졌고 슬럼가를 잇는 케이블카가 건설됐다. ●부의 재분배 성공적으로 이끌어 그뿐만이 아니다. 파하르도 시장은 빈곤층에게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지원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빈곤층은 소상공인으로 생계를 꾸리기 시작했고 그들이 낸 세금은 빈곤층 교육과 도시를 가꾸는데 쓰인다. 올해 연말 시장 임기가 끝나는 그에 대한 지지율은 콜롬비아 역대 시장 중 최고인 80% 이상으로 집계됐고 차기 대통령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파하르도 시장의 꿈은 아직은 미완성이다. 중무장한 경찰이 도시를 순찰하고 시내 곳곳에서 코카인에 취한 청소년들을 보는 건 여전히 낯익은 풍경이다. 일부에서는 막대한 예산으로 메들린에 ‘핑크빛 피라미드’만 짓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그럼에도 그는 콜롬비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왜일까. “그는 저항없이 부의 재분배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끈 정치인입니다. 메들린이 변할 수 없었다면 어떤 도시도 변할 수 없습니다.”정치평론가 헥터 아바드 파시오린스의 단언이다. 이제 메들린은 도시 곳곳에 조각품과 예술작품, 아름다운 건축물이 넘치는 콜롬비아의 대표 도시가 되고 있다. 전기 기술자인 제이미 크제노(63)의 평가.“누가 (과거에) 이런 풍경을 상상할 수나 있었겠소.”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한국산업사회학회 조희연 회장 “비판 넘어 대안제시하는 학회로”

    한국산업사회학회 조희연 회장 “비판 넘어 대안제시하는 학회로”

    한국산업사회학회가 ‘비판사회학회’로 이름을 바꿨다. 최근 열린 임시총회에서였다.1984년 창립 후 23년만이다. ‘원조’ 학술운동 단체로 비판적·실천적 지식인집단의 모태 역할을 해온 산업사회학회가 간판을 바꿔단 것은 작지 않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독재에 맞서 싸운 전력이 더 이상 ‘비판지식인’이란 명패 유지의 충분조건이 될 수 없음을 함의하고 있는 까닭이다.‘포스트 민주화시대’에 조응하는 대안제출 없인 지식인의 비판정신도 ‘의기충천했던 옛날’을 회고하는 ‘후일담 집단의 자족적 뒷담화’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명칭 변경을 주도한 이는 현 회장인 조희연 성공회대(사회학) 교수다. 조 교수는 올초 벌어진 ‘진보논쟁´의 촉발자다. 참여정부 위기 원인을 진단한 최장집(정치학) 고려대 교수의 견해에 이견을 제시하면서 논쟁은 한국 지식계를 뜨겁게 달궜고, 노무현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 표출로 정치논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자기변신하는 학회로 변신 16일 성공회대 교수연구실에서 조 교수를 만났다. 조 교수는 “산업사회학회란 명칭 때문에 범 비판지식인 단체가 분과학회의 하나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명칭 변경엔 비판적·진보적 시각으로 한국사회 전 영역을 탐구하고 대안을 내놓는 단체로 자기변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내포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일보한 민주주의로의 이행 단계에서 부닥치는 병목현상을 극복하려면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진보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가 진보논쟁에서 제기하려 했던 핵심 주장인 동시에, 논쟁이 충분히 담보하지 못한 의제이기도 하다. 한국산업사회학회는 ‘민중의 스승’이라 불린 고 김진균(사회학) 서울대 교수가 싹을 틔웠다. 산업사회학회 창립은 역사문제연구소(1986년), 한국정치연구회(1987년), 한국역사연구회(1988년) 등 분과학문별 비판적 연구단체 창립을 가속화시켰고, 이는 88년 학술단체협의회 결성으로 이어졌다. 학회는 당시 금기영역이던 계급, 국가, 빈곤, 마르크스주의 등을 연구주제로 적극 끌어들이는 한편,‘사회구성체논쟁’을 통해 80년대를 ‘사회과학의 백가쟁명 시대’로 이끌었다. 김 교수의 바통을 이어받아 학회를 이끈 이는 조 교수와 논쟁을 벌인 최장집 교수다. ●진보의 위기 조 교수는 “비판적 저항의식을 가진 연구자들은 민주화 상황에 걸맞은 문제의식에 따라 재조직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평등, 신빈곤, 소비자권리, 양극화, 욕망의 구조 등 ‘반독재 스펙트럼’으로 포착되지 않는 새로운 의제들을 적극 대면하고 끌어안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형준 의원이 이명박 캠프 대변인으로 있고, 이영훈(서울대 경제학) 교수와 김일영(성균관대 정치외교학) 교수가 뉴라이트로 변신하는 등 과거 우리와 함께했던 연구자들이 체제내화되는 것은 정치발전의 불가피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반면 비판지식인이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자신들이 주장했던 의제가 실현되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도전과 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조 교수는 참여정부의 실패도 독재와 반독재, 보수와 진보의 양분법에 갇힌 채 경계를 뛰어넘는 진보적 전략을 구성해내지 못한 데서 하나의 원인을 찾았다.‘저항의 미덕’과 ‘통치의 미덕’을 조화시키지 못했고, 결국 ‘민주적이고 투명한 신계급사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면서도 거리의 투사처럼 행동해 반대편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참여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개방, 한·미 FTA 등을 과격하게 추진할 줄만 알았지 그 파괴적 결과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은 부족합니다. 결국 민주성과 투명성은 높아졌지만 훨씬 더 험악한 계급사회가 닥치고 말았습니다.” 조 교수는 자신을 포함한 진보진영 전반에 매서운 일침을 가했다. 자기변신하는 보수와 경쟁하려면 진보의 내용도 지금보다 한층 풍성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는 대안없이 비판만 하는 선입견 깰것 그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신개발주의로 무장하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장준하 선생 부인을 만나 화해를 모색하는 등 보수는 외연을 넓히고 있다.”면서 “대안부재의 책임을 정부에만 돌릴 것이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가 책임을 통감하고 대안창출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여권의 대통합작업에 대해서도 그는 “‘반한나라당 전선’이란 합종연횡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면서 “박정희와는 다른 방식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인적결합만으로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중도자유주의 세력 및 진보의 위기는 곧 ‘대안의 위기’란 따가운 지적이다. 차이는 확인했으나 구체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진보논쟁’이 아쉬운 것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안체제 논의를 그가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 교수 자신 또한 ‘생태평화 사회민주주의’란 미래상을 제시하는 등 ‘대안부재의 자괴감’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이 치열하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21세기 엘리트 ‘욘족’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갑부 필립 버버(47)는 재산이 4억달러(약 3667억원)가 넘는다.7년 전 온라인 거래회사 사이버콥을 매각하면서 큰 돈을 벌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오스틴 외곽의 평범한 집에서 산다. 두 아들도 낡은 중고차를 몰고 다닌다. 그의 가족은 값비싼 저택이나 고급차를 소유하고, 흥청망청 여가활동을 즐기는 데는 관심이 없다. 대신 에티오피아의 빈곤퇴치를 위한 자선재단 활동에 재산과 시간 대부분을 쏟아붓고 있다. 그는 “더 많은 돈을 벌거나 대형 요트를 소유하는 일 따위엔 매력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버버처럼 ‘젊고, 부자지만 평범한’ 일상을 사는 ‘욘(YAWNS·Young And Wealthy but Normal)’족이 21세기의 새로운 엘리트로 떠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1980년대 전문직 고소득층을 대변했던 여피족과 1990년대 히피의 자유성향과 현실적 실리를 동시에 추구했던 보보스족에 이어 2000년대에는 욘족이 새로운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욘족은 30∼40대에 수백만달러에서 수십억달러의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부자들이다.하지만 과소비로 사회적 지위를 얻으려는 대다수 신흥부자들과 달리 이들은 평범한 삶을 살면서 자선사업에 몰두한다. 여피의 상징이 BMW와 조르지오 아르마니 슈트라면 욘족의 상징은 도커와 같은 캐주얼 의류라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빌 게이츠(51)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욘족의 수호성인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비록 대저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엄청난 자선기금과 투박한 옷차림, 친근한 가족관계 등이 이를 상쇄한다고 설명했다. 야후의 공동창업자 제리 양과 이베이의 공동차업자 피에르 오디미어, 내슈빌의 억만장자 브래드 켈리도 욘족에 해당한다. 포드 픽업트럭을 몰고 다니며 요트는 한 번도 타본적 없다는 켈리는 아프리카 희귀 동물을 보호하는 프로젝트에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현재 76세여서 욘족은 아니지만 젊을 때는 욘족이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욘족이란 말은 영국에서 유래했다. 영국 선데이텔레그래프가 영국 부자의 절반만이 돈버는 일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으며, 신 엘리트들은 돈보다 가족과 자선사업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만든 신조어다. WSJ는 그러나 영국인들에 비해 미국 부자들은 부를 과시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커 욘족은 적을 것이라고 평가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특파원 칼럼] 佛 대학개혁 논란과 피상적 시각/이종수 파리 특파원

    지금 프랑스의 화두는 ‘개혁’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좌충우돌, 전방위 활동력을 과시하면서 5가지 핵심 분야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 보면 정치인 특유의 ‘레토릭’에 가까운 게 많다. 제안은 파격적인데 진행은 주춤하거나 어정쩡하다. 구호는 난무하는데 실질적 변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맥락을 놓치면 프랑스에 마치 개혁의 질풍노도가 닥친 것처럼 보인다. 대학 개혁 논란도 그 가운데 하나다. 최근 한국에서는 프랑스 대학이 개혁법안 추진으로 미국·영국 대학처럼 경쟁 체제를 갖추게 됐다고 떠들썩하게 소개됐다. 그러나 속을 보면 그렇지 않다.‘차이’는 어디에서 나올까? 먼저 법안의 겉만 본 탓이다. 사르코지가 추진하려는 대학 개혁의 본질은 ‘자율화’다. 그 핵심 조항은 대학의 학생 선발권과 등록금 인상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최종 발의한 법안에는 두 조항이 빠졌다. 대학생 노조와 교수협의회의 반발에 부딪혀 5년 동안 대학에서 알아서 자율화하라는 단서 조항을 달면서 절충했다. 이 역시 실행될지 불확실하다. 프랑스식 ‘사회적 저항’을 감안하면 대학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개혁도 영·미식으로 뿌리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 한국에는 마치 대학 개혁안이 원안대로 온전하게 통과된 듯 거창하게 소개됐다. 타이틀만 보거나 영국 언론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굴절된 탓이다. 프랑스 대학 자율권에 대한 ‘빈곤의 철학’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학 시스템을 들여다 보자. 프랑스 대학은 엘리트-평준화 교육으로 이원화되어 있다.1∼2% 정도의 상위권 학생들이 2년 동안의 준비반을 거쳐 엘리트 산실인 그랑제콜에 입학한다. 나머지 학생은 입학시험(바칼로레아)을 거쳐 평준화된 일반대학에 진학한다. 바칼로레아는 합격 여부만 정하고 서열을 매기지 않는다. 합격하면 미리 지원해둔 1·2·3지망에 따라 대학과 학과를 배정받는다. 결국 파리 3대(누벨 소르본대)나 파리 4대(소르본대)나 차이가 없다. 그저 파리 국립대학 가운데 하나다. 당연히 학생 선발과정에 대학이 간여할 필요가 없다. 물론 파리 도핀대처럼 자체 심사기준을 마련한 곳도 예외적으로 있다. 그러나 대부분 대학은 교양인을 양성하는 아카데미다. 석사과정의 자율권도 그 연장에 있다. 대학은 ‘심사위원회’를 열고 석사과정 학생을 선발한다. 기자가 8년전 연수 시절 몇몇 대학에 원서를 내고 결과를 궁금해하면 늘 “심사위원회가 끝나야 안다.”고 대답했다. 심사위는 자기 대학 졸업생을 대부분 받아들인 뒤 다른 대학 졸업생의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간과해서는 안될 게 하나 더 있다. 대학이 학부과정부터 ‘내용상의 선발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은 낙제시켜 검증된 학생들만 진학할 수 있도록 한다. 사르코지가 강조하는 ‘자율성’은 이런 내용상의 자율권에서 벗어나 대학이 알아서 학생을 선발하고 운영하라는 것이다. 이는 평준화 골간을 깨는 것이다. 이 것이 ‘사회적 저항’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대학개혁에 대한 오해를 낳는 다른 요인은 ‘의도된 잣대’가 아닐까? 프랑스 국민 52%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좌충우돌’ 개혁 추진이 충격적이지 않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한국이 대학개혁을 비롯, 사르코지의 실험에 더 주목하는 양상이다. 그것도 침소봉대해서. 왜 그럴까? 한국에서 프랑스 대학개혁이 떠들썩하게 소개된 때가 정부와 사립대 총장단이 ‘내신 적용 범위’를 놓고 대립할 무렵인 것은 우연일까? 그 속에는 ‘프랑스도 대학에 자율권을 주는데’, 더 나아가 ‘프랑스도 영·미식으로 가는데’라는 메시지가 내포된 건 아닐까? 궁금함은 답답함으로 이어진다. 이종수 파리 특파원 vielee@seoul.co.kr
  • [서울광장] 이제 내신의 덫을 치우자/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제 내신의 덫을 치우자/황성기 논설위원

    교육인적자원부와 대학들간의 내신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봉합은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불씨는 살아 있다. 어르고 달래고 내신을 30%라도 반영시켜 보려는 교육부, 어떻게든 전형에서 내신 비중을 줄이려는 대학들이 있는 한 주머니에 잠시 감춰둔 송곳 같은 문제다. 일본은 우리만큼이나 대학입시에 성장통을 앓았다. 그래서 일본의 교육 정책이 선진적인지, 후진적인지 판단은 미뤄두고 한번쯤 내막을 들여다 볼 만하다. 2000년 문부과학성의 대학심의회는 ‘대학입시의 개선에 대해’라는 정책보고서를 내놓는다. 심의회는 “고등학교, 대학교 쌍방의 다양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신입생 선발은 각 대학의 교육 이념과 자주성에 기초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어 대학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뽑기 위해 다양한 선발방법을 강구하라고 촉구하되, 선발은 어디까지나 대학의 자율임을 강조한다.‘대학의 자주성’,‘대학의 이념과 특색에 맞는’이라는 표현은 보고서에 수없이 등장한다. 이런 정책방향을 전후로 해서 일본의 대학에선 국공립, 사립을 막론하고 본고사나, 센터시험(수능시험), 논술, 면접, 조사서(학생부) 등의 요소를 활용한 갖가지 전형 방법을 내놓는다. 학생부만 보더라도 실질반영비율을 몇%로 하라는 가이드라인 같은 것은 없다. 올해 3053명을 전기(2729명)와 후기(324명)로 나누어 신입생을 뽑은 도쿄대를 보자. 두 전형 모두 지원자가 문·이과 학부별로 모집인원의 3∼5배를 넘어서면 센터시험 성적으로 1차 합격자를 가려낸 뒤 도쿄대가 출제하는 주요 과목 학력시험으로 합격자를 판정한다. 지원자가 모집인원의 3∼5배에 미달하면 센터시험과 학력시험 성적을 1대4의 비율로 환산해 합격을 가린다. 학생부는 제출해야 할 서류이지만 합격 여부를 가린다기보다 ‘판정에 필요할 경우 고려하는 일이 있다.’라고 활용을 극히 제한하고 있다. 사립대라고 예외는 아니다. 센터시험을 반영하지 않는 게이오대학은 학부별로 전공 이수에 필요한 과목별 시험 혹은 소논문을 추가해 기초학력을 측정한다. 대부분의 학생을 이렇게 뽑고 나머지는 계열 고등학교에서 추천받거나 혹은 어드미션 오피스(AO)라는 자기추천 방식으로 선발한다. 그렇지만 학생부 성적을 주요 배점으로 삼지 않는다. 상당수 사립대들은 ‘이치게(一藝)입시’라는 전형의 예처럼 뭐든 하나에 능통하면 입시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두고 있다. 고등학교가 5400개 있는 일본에서 학교마다 들쭉날쭉인 내신을 획일적으로 30%라도 반영하라고 정부가 요구하면 대학들은 어떤 혼란을 겪을까. 입시지옥 시대를 거치면서 교육 기회의 불평등 논란, 학교간 학력격차 문제를 겪어온 일본이 결국 택한 길은 대학 특성을 살린 전형 요소로 자율적인 학생선발을 하도록 맡긴 것이다. 서구의 대학평준화를 이상으로 삼을 수 있지만 참 머나먼 얘기다. 내신 하나로 어느날 갑자기 대학평준화가 생겨날 리도,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묘약이 될 리도 없다. 정책 빈곤만 드러낼 뿐이다. 접점을 찾아야 한다. 입시의 소용돌이를 헤쳐온 우리 대학들은 일본보다 훨씬 다양한 전형 방법을 개발해 놓고 있다. 그런데도 내신의 덫에 걸려 소모적 공방과 교실의 혼란이 반복되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입시정책을 틀어쥐고 이리저리 흔들어서는 다양성 시대의 대학 자율은 요원한 일이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서민 창업 돈줄 숨통 트인다

    서민 창업 돈줄 숨통 트인다

    금융권에서 저소득 금융소외계층의 창업과 경영지원 자금을 저리로 대출해 주는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신용대출) 사업이 본격화된다. 하나은행과 희망제작소는 9일 오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00억원 규모의 ‘하나희망펀드’를 조성, 금융소외계층의 창업·경영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창의성, 실현 가능성 지원 기준 하나은행은 펀드운용과 금융지원을 담당할 비영리법인인 ‘하나희망재단’을 설립하고 재단에 3년간 단계적으로 3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대출 심사와 컨설팅을 담당할 희망제작소 내 ‘소기업발전소’ 설립자금으로 20억원을 별도 기부할 계획이다. 대출 형태는 소기업 발전소에서 공모 방식으로 창업 지원자들의 타당성을 심사한 뒤 하나은행에 대출을 요청하면 하나은행에서 이들에 대해 대출을 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음달 초 공모를 받은 뒤 오는 10월쯤 대상자가 선정된다.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는 “사회적 기업이나 농업 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창의성이 있는지, 그리고 사업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7개 시중은행이 신용회복위원회의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에 20억원씩을 갹출했다. 은행연합회 역시 별도의 소액대출 전문기관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 단독으로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전북은행은 이번 달부터 전북지역 내 신용도 미달자와 고리사채 사용자 등을 대상으로 저리로 최고 1000만원까지 자금을 빌려주는 ‘서브 크레디트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 신한 등 금융지주사들도 자회사를 통해 저신용자를 위한 신용대출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사회복지 넘어 소기업가 정신 확산 유도 이번 사업의 특징은 사회복지의 차원에서 빈곤계층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소기업 창업·유지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를 낚는 기회를 주는 셈이다. 이를 위해 대상자 1인당 대출규모는 5000만∼3억원으로 상대적으로 높게 잡았다. 대출금리는 연 3∼4%에 불과하다. 또한 희망제작소의 다양한 분야 전문가 집단을 활용, 상품디자인과 마케팅 기법, 법률자문, 유통경로 확보 등 경영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성공적인 소기업 탄생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김종열 행장은 “고리대부업 이용자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기존의 마이크로 크레디트와는 달리 창업해서 자립하려는 계층을 지원,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접근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다만 2억원씩 대출이 이뤄졌다고 가정했을 때 매년 50명 정도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흐름’으로 자리잡기에는 적은 숫자다. 박 이사는 “소액 대출 전문인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은 경제발전 정도를 고려할 때 한국적 현실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면서 “하나은행과 협의해 대상 기업을 점차 늘려나가 사회에 소기업가 정신 등이 생겨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20&30] 해외봉사활동 붐

    [20&30] 해외봉사활동 붐

    ‘오늘도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진하고 소진했을지라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가?(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중에서)’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어려운 지구촌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방학을 맞은 대학생과 휴가를 낸 젊은 직장인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흐름은 비정부기구(NGO), 유엔 등 국제기구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봉사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이력서’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해외 봉사활동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20&30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봉사 활동도 ‘해외로 해외로’ 봉사 시민단체인 지구촌나눔운동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는 권유선(23·여)씨는 2004년 여름 몽골에서 2주 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장래 진로를 국제개발 비정부기구(NGO) 활동으로 정했다. 지난해에는 3월부터 8월까지 인도 콜카타 인근 무슬림마을에서 장기봉사활동을 했다. “‘시스(Shis)’라는 인도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봉사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시스는 영화 ‘시티 오브 조이’ 원작자인 도미니크 라티에르가 후원하는 단체로 유명하죠. 그 단체는 결핵병원, 소액금융, 빈곤층 교육활동, 농아학교 등 빈곤퇴치 사업을 많이 해요. 저는 빈곤층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사로 일했어요. 결핵병원에서 조수 노릇도 했고요.6개월 봉사활동 하고 나서는 6개월 동안 네팔 등지를 여행했습니다.” 권씨는 해외 봉사활동과 여행을 마치고 대학에 돌아와서 대학가에 새롭게 퍼지는 경향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해외봉사활동과 국제 NGO, 유엔 등 국제기구 활동을 준비하는 사람이 적지 않게 늘었다는 것.“제가 1학년 때인 2003년에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최근에는 붐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죠.” 한국을 넘어 세계로 진출하는 추세는 하루아침에 생긴 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외국계 기업이나 국제 기구를 지망하는 것을 넘어 국제 NGO에서 일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해외 봉사활동에 참여하려는 젊은이들도 급격히 늘었다. ●각종 프로그램들 생겨나 2005년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을 쓴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2006년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반기문 전 외교부 장관 등은 젊은이들의 눈을 세계로 쏠리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자연스레 국제기구와 국제 NGO의 준비단계인 해외 봉사활동이 관심의 대상이 됐다. 국제기구나 국제 NGO를 지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다는 다음카페 ‘유엔과 국제기구’와 ‘미래를 여는 지혜’는 회원수만 3만명과 9만명에 육박한다.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국제기아대책기구, 지구촌나눔운동 등 관련 단체들이 운영하는 해외봉사 프로그램도 젊은이들이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세계청년봉사단(KOPION)에서 일하는 오진향씨는 경험으로 치면 권씨의 선배 격이다. 그는 권씨보다 반년 먼저 같은 곳에서 봉사활동을 했다.2005년 8월부터 2006년 5월까지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오씨는 지난해 6월부터는 아예 세계청년봉사단에서 정식으로 일하고 있다. “그 전에는 이런 쪽 활동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4학년 때 유엔 새천년개발목표에 대해 공부하는 연합동아리에 참여한 게 계기였죠. 그 동아리에서 해외장기봉사활동을 해 본 선배를 통해 저도 하게 된 셈이죠. 솔직히 그 전에는 시민단체를 곱지 않게 봤어요. 하지만 인도에서 시민단체를 다시 생각하게 됐지요.” 이런 추세를 감안해 대학가에는 해외봉사활동 강의까지 개설돼 있다. 서울대는 ‘사회봉사3’을 개설해 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탄자니아(15명)나 몽골(19명) 등에서 보름가량 봉사활동을 해야 학점을 받을 수 있다. ●“우리도 지도 밖으로 행군한다” 해외 봉사활동을 넘어 직접 세계 각지를 찾아다니는 젊은이들도 있다. 대학 3학년인 윤여정(22·여)씨는 9월쯤 친구 2명과 함께 외국에 나갈 계획이다. 단순한 배낭 여행이나 해외 관광이 아니다. 세계 각지의 빈곤 현황을 몸소 경험하고 빈곤퇴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목적이다. “대학생들이 중심이 돼 만든 ‘지구촌대학생연합회’라는 개발 NGO에서 활동하면서 지구촌빈곤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공부도 많이 했고 올해에는 회장으로 선출됐어요. 책이나 영상물로만 접하는 게 아니라 직접 현장을 경험하고 싶어졌어요. 빈곤 퇴치를 위해 노력하는 현지 젊은이들과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싶었고요.” 이들은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러 단체와 언론사, 여행사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다행히 한 경제신문에서 아시아지역 여행은 후원을 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윤씨는 “12월까지 아시아 각지를 여행한 다음에는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도 가려고 한다.”면서 “여행을 모두 마치는 데 1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해외봉사활동의 ‘그림자’ “해외 봉사를 하면서 이기주의적인 생각을 가진 참가자들을 보면 무척 안타깝습니다. 말로는 도와준다고 하면서도 자신의 경험을 쌓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죠. 정작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삶’인데도 말이죠.” 김경연 월드비전 옹호사업팀 과장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급속히 붐을 이루는 해외봉사활동에 대해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인성교육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봉사교육을 얘기하곤 하는데 ‘시혜’를 베푼다는 우월감에 사로잡혀 봉사 ‘투어’를 갔다 오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폐만 끼치는 경우 적지 않아 그가 지적하는 해외봉사활동의 ‘그림자’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이런 문제점은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해 본 이들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윤여정 지구촌대학생연합회 회장은 “우리도 해외현장활동 갔다 오면 현지 사람들에게 폐만 끼친 건 아닌가 하는 토론을 벌인다.”고 털어놨다. 그는 “유학을 준비하거나 이력서를 채우기 위해 해외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2주 일정에 150만원가량 드는데 차라리 그 돈을 현지 주민들에게 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도움도 못되고 민폐만 끼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우려한다. 김 과장은 “해외봉사활동은 잘만 하면 나눔과 성찰을 이룰 수 있지만 잘못하면 ‘쇼’가 돼 버린다.”고 경고한다. “대부분의 해외 봉사활동 참가자들이 저개발국가에 가서 어떤 봉사를 할 수 있을까요. 결국 단순노력봉사밖에 없습니다. 그걸 위해 현지인들의 생활리듬을 임의대로 바꿔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봉사를 위한 봉사’를 하며 민폐만 끼치게 되는 거죠.” 윤 회장은 “해외봉사활동 가보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몇 가지 없었다.”면서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 사후 프로그램이 부족해 지속성도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사후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해외봉사활동과 함께 국제기구나 국제개발 NGO를 지향하는 젊은이들도 늘어나는 게 요즘 추세다. 하지만 정작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조심스럽다. ●“어려운 지구촌 이웃을 위한 봉사돼야” 한재광 지구촌나눔운동 사업부장은 “최근 국제문제에 관심을 갖는 젊은 친구들이 늘어난 건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도 “전문가로 대접받고 명성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꼬집는다. 그는 “국제기구활동을 유엔본부활동으로만 생각하는 이들은 안정된 생활과 화려한 외양, 자부심만 좇는 것”이라면서 “각종 고시나 공무원시험 준비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이들을 도우면서 함께하겠다는 것보다는 ‘성공한 직업인’으로 인정받으려고 국제기구나 국제개발NGO를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시민단체 인턴이나 자원봉사도 이력서에 한 줄 쓰기 위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요. 시민단체 입장에선 힘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뜨내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런 경우를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징검다리’라고 부릅니다.” 한 부장은 “‘거품’은 곧 꺼질 것”이라면서 “그래도 차근차근 배우려는 건강한 젊은이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단식·삭발농성 왜 하는거죠 경제·사회적 권리 나눠야죠”

    지체된 민주주의를 심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사회적 인권보장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회양극화와 확산·심화되는 신빈곤 등 민주화 20년에 제기되는 민주주의 지체와 위기담론은 그 자체로 인권이 처한 딜레마적 상황을 방증한다.‘민주화 이후’의 인권은 곳곳에서 본질적 질문을 받고 있다. 집단해고에 항의하는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홈에버 및 뉴코아 점거농성과 수십억원의 영업피해를 강조하며 강경대응을 고수하는 이랜드의 주장 중 어느 쪽이 인권적 요구인가. 정부의 재산세 인상에 반대하는 서울 강남구 의회의 조례제정은 지방자치인가, 지역이기주의인가. 경기도 광역 화장장 유치에 반대하는 하남시 주민들이 김황식 시장을 주민소환하는 것은 주민 인권보호의 당연한 절차인가, 직접민주주의를 가장한 ‘님비’현상인가.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해석에 따라 질문들에 대한 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인권담론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온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민주화 이후’의 인권개념에 대한 재고찰을 요구한다. 조 교수는 최근 출간한 ‘인권의 문법’(후마니타스 펴냄)에서 “과거 생존 자체가 경각에 달려 있던 독재정권 시절엔 인권개념의 본질을 따지는 것이 한가한 지적유희에 지나지 않았다.”면서 저항 중심의 ‘탄압 패러다임’에서 요구 중심의 ‘웰빙 패러다임’으로 인권개념의 외연이 넓어진 지금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한 사회적 의제로서 경제·사회적 권리를 특별히 강조했다. 조 교수는 “모두가 인권을 잘 아는 것같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눈높이, 관점, 방식으로 인권을 제각각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핵심 원인의 하나로 그는 사적 이익과 인권적 요구와의 혼동을 지적한다.“실제로는 사익에 불과한 내용을 비장한 표현으로 포장하고 저항적인 방식(단식, 삭발, 농성 등)으로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사적 이익의 요구가 아닌 경제·사회적 인권 강화가 민주주의 심화와 직결됨을 강조한다. 이는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진척시키지 않고서는 지금까지 일궈온 ‘불완전한 민주주의’조차 심각한 퇴행을 피할 수 없다는 민주주의 현 단계에 대한 평가와도 일맥상통한다. 조 교수의 책 자체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와 후마니타스가 민주화 20년을 통과하고 있는 한국 민주주의의 정치·경제·사회·역사적 쟁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한 민주주의 총서 첫 번째 책이기도 하다. 조 교수는 “사람들이 권력에서 배제될 정도가 되면 민주주의를 위해 경제적·사회적 권리를 보호해 줄 필요가 생긴다.”면서 “권력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로 인한 악영향은 결국 사회 전체로 퍼지는 ‘여파효과(spillover)’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물질적 조건과 지위의 불평등이 직·간접적으로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려면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한 사회적 의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의제의 핵심은 경제·사회적 인권 강화다. 조 교수는 거듭 강조한다.“최소한의 경제적 인권도 보호되지 않아 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게 될 경우 사적 소유권을 그토록 중시하는 사람들의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사단법인 함께 만드는 세상 - 사회연대은행

    사단법인 함께 만드는 세상 - 사회연대은행

    희망과 믿음을 빌려드립니다 사단법인 함께 만드는 세상 - 사회연대은행 취재, 글_ 이만근 기자 요즘 ‘쩐의 전쟁’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사채 피해를 소재로 돈 때문에 울고 웃는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다룬 작품이다. 한번쯤 급전 때문에 발을 동동 굴렀을 사람들에게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불법 사채로 인한 금융소외계층들의 피해와 대안금융에 대한 관심이 늘었으면 해요.” 사회연대은행 안준상(35세) 과장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일들이 현실에서는 비일비재하다며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강조한다. “은행이라고 해서 대부업체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복지금융을 위한 시민단체로 보시면 됩니다.” 사회연대은행은 경제 형편이 어렵지만 자활 의지가 있는 이들이 작은 사업을 시작하여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무담보 소액대출(micro credit.) 운영 기관이다. IMF 이후 2003년 설립하여 지금까지 총 80여억 원의 기금으로 400여 개의 점포 창업을 도왔다. 기금은 대개 뜻을 함께하는 기업이나 개인의 기부로 이루어진다. 사회연대은행의 지원으로 창업한 점포는 ‘무지개 가게’로 불린다. 자활 의지는 있으나 신용 불량 등의 이유로 시중 은행으로부터 창업 자금을 지원 받지 못하는 빈곤금융소외계층이 그 주인인 것이다. 경기도 광명시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광혜안마침술원도 전국의 무지개 가게 중 하나이다. 주인 문광석(45세) 씨는 한창 나이 때 해외 공사 파견을 나갔다가 풍토병으로 시력을 잃은 1급 장애인이다. “집에 틀어박혀 벌어놨던 돈을 다 까먹으며 한숨만 쉬다가 적성에 맞지는 않았지만 안마 기술이라도 익혀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기술을 익히고 나니 나이도 많고 해서 쉽게 취업할 수가 없었죠. 하는 수 없이 내 가게를 차리려고 은행이란 은행의 문은 다 두드렸지만 도와주는 곳이 없더라고요.” 하지만 우연히 TV를 통해 알게 된 사회연대은행은 그의 잔고를 묻지도 않고 보증인 같은 담보도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스스로 살겠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하며 연리 3퍼센트, 6개월 거치 4년 분할 상환의 조건으로 창업 자금의 절반이나 되는 천만 원을 지원했다. “창업 지원 심사에 최종 통과한 날 아내와 함께 시원하게 들이켰던 맥주 맛을 잊지 못해요. 숨통이 트이면서 다시 태어나는구나 싶었죠.” 매달 25만 원 정도를 꾸준하게 갚아나가며 청산을 기다리고 있는 그는 모범적인 상환으로 얼마 전 이자 1퍼센트를 탕감받기도 했다. 사회연대은행은 단순히 돈만 빌려주는 곳은 아니다. 대개 창업주들이 정보가 부족하고 영세한 규모로 시작하기 때문에 일정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간 전문가들의 마케팅 노하우나 기술 자문을 필요로 한다. 이에 RM(relationship manager.)이라 불리는 점포 담당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교육하고 관리한다. “직원들 회식이 있거나 가족 외식이 있으면 여지없이 무지개 가게를 찾아 팔아드리죠. 물론 서비스를 너무 많이 주셔서 탈이지만요. 작은 애정이지만 창업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무한 경쟁의 한복판에 나선 창업주들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관심과 애정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안준상 과장의 설명이다. 빚을 갚아나가기에도 한창 바쁠 문광석 씨는 1년 전부터 지역 내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장애인들을 돕고 있다. 일주일에 네 명의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지압 및 침술을 제공한다. 사회연대은행의 ‘희망의 징검다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후 결연을 맺은 단체나 개인으로부터 일정 금액을 지원받아 나눔 봉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살길이 막막하던 제가 이제는 남을 위한 봉사까지 할 수 있다니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요. 믿어준 만큼 열심히 일해 하루 빨리 빚을 청산하고 독립해야죠. 그래야 다른 어려운 사람들한테도 기회가 돌아갈 테니까요.” 치열한 ‘쩐의 전쟁’ 속에서도 아름다운 무지개가 곳곳에서 피어나고 있다. 문광석 씨는 조금 더 노력하여 몇 년 후에는 점포를 확장할 계획이다.
  • 슬럼, 지구를 뒤덮다/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슬럼, 지구를 뒤덮다/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슬럼. 짧게는 ‘도시의 빈민굴´, 길게는 ‘도시사회 병리현상의 하나로 빈민이 많거나 주택환경이 나쁜 지구´라 정의되는 곳. 경기 성남 건설에 ‘광주대단지 사건’(1971년)의 상흔은 왜 불가피했을까? 서울 신림동 난곡 주민들은 왜 ‘낙골(落骨)’이란 자조적인 별명을 지어 불렀을까? 88올림픽 유치와 동시에 상계동은 왜 철거됐고,2005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노숙인은 왜 격리수용돼야 했을까? 올해부터 추진되는 월 사용료 70만원짜리 ‘30평 임대주택’이 의미하는 것은 뭘까? 2003년 이후 노숙인들을 기겁하게 만든 쪽방 월세의 상승 배경엔 정부의 영등포1가 철거정책이 있었다는 사실은 왜 뉴스조차 되지 못했을까? 화훼마을·구룡마을·포이마을·아래성뒤마을 등으로 대표되는 비닐하우스촌 사람들은 왜 주소 하나 부여받지 못해 ‘있어도 없는 사람’으로 살아왔을까? 물음표투성이다. 한국에서 슬럼은 분명 정치적 현상이라고 밖에 달리 말할 길이 없다. ‘슬럼, 지구를 뒤덮다’(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김정아 옮김, 돌베개 펴냄)는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 도시의 빈곤화 현상을 진단한 책이다. 용도변경 주택, 야영 및 노숙, 난민수용소, 무허가 토지개척, 해적형 분양지, 슬럼 지주들의 셋집 등 세계 곳곳의 슬럼을 유형별로 분류했다. 각 나라가 처한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이 슬럼 형태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도 분석했다. 미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역사학 교수인 지은이는 전지구적 슬럼화 이면에 도사린,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정치’와 국경 안의 ‘국민국가 정치’의 상호공조를 폭로한다.1976∼1992년 사이에 19개 국제통화기금(IMF) 채무국에서 146건의 폭동이 일어났다는 지적이나, 국내 정치경제 엘리트들이 사회양극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은 슬럼화의 원인을 국경 안팎에서 동시에 찾는 지은이의 시각을 반영한다. 지은이의 지적은 한국 상황에 빗대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저자 또한 세계 슬럼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한국에 각별히 주목한다.“가난한 주택소유자·세입자에 대한 공권력의 폭력적 진압이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로 이루어진 것은 단연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거나 “한 가톨릭 NGO는 남한이야말로 ‘강제퇴거가 가장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이루어지는 나라, 남아공보다 나을 것이 없는 나라’라고 했을 정도”라는 등의 서술은 한국의 슬럼화가 세계적인 수준임을 보여준다. 저자가 예견하는 슬럼화의 앞날은 가히 ‘묵시록적 미래’라 할 만하다.2030∼2040년이면 슬럼 인구가 20억에 육박하고,“경제적 지구화에 전지구적 공중보건 인프라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파국이 닥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한다.“슬럼, 준슬럼, 슈퍼슬럼, 이것이 도시진화의 결과”라는 도시계획전문가 패트릭 게디스의 섬뜩한 말도 아예 책 첫 장에 인용했다. 2006년 연말 경남 함안에서 근무력증 독거 장애인 조모씨가 얼어 죽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단칸방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을 피하지 못해 꽁꽁 얼어버렸다는 소식에 평범한 장애인들은 ‘거리의 투사’가 됐다. 한국 철거민들이 왜 그토록 전투적인지도 저자의 지적 한 마디면 충분히 설명된다.“한 사람의 이데올로기적 관점은 그가 사는 주택의 위상에 따라 형성된다.” 슬럼화는 주거공간을 넘어 인간의 삶 전반을 파괴하고, 파괴된 삶 속엔 독기만 남는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문화마당] 눈먼 과찬은 비례다/이태동 서강대 영문학 명예교수

    오래전 일이다.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학문의 메카인 어느 대학의 영문과에서 박사학위 후보자에게 생존해 있는 작가들에 대해 논문을 쓰게 하는 문제를 두고 교수들 사이에 심한 논쟁이 벌어졌다. 논쟁의 반대편에 서 있던 교수들은 생존해 있는 작가들이 학위 논문의 대상이 되는 순간 그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되어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비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19세기 영국의 유명한 평론가 매슈 아널드의 지적처럼, 문학 작품을 평가하는 첫걸음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면, 그것과 함께 오는 눈먼 편견 때문에 예술작품의 가치는 물론 그 속에 담겨 있는 진실마저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물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 문단에서도 작품을 평가하는 데 왜곡된 시각과 선입견이 작용하는 경우가 없지만은 않았다. 얼마전 작고한 수필가 피천득의 경우를 보자. 그는 1910년 생으로 경성제대 예과와 서울 사대 영문과 교수를 역임하면서 이양하 교수와 함께 한국 영문학계와 수필계에서 개척자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그는 짧은 공간 속에 간결하고 단아한 문체로 아이들이 자라나는 귀여운 모습과 같이 사소한 일상에서 발견한 아름다움과 즐거움에 대해 짙은 향수마저 느끼게 하는 서정적인 글을 써 큰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그래서 수필을 쓰는 많은 사람들은 그를 한국 수필의 원류(源流)라고까지 칭송하며 모방에 모방을 거듭했고, 필자 역시 어릴 적부터 젊은 시절까지 이러한 피천득의 수필이 지닌 시정(詩情)적인 아름다움에 적지 않은 매력을 느꼈다. 실제로 일상적인 생활 주변에서 보고 느끼는 행복한 작은 경험을 평화로운 마음과 서정적인 문체로 정감 있게 표현하는 것을 수필의 정석(定石)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도 그가 수필 장르를 감성적으로 정의한 ‘수필’이라는 ‘유명한 글’을 쓴 이후부터인 듯하다. 지금 우리 문단에서 수필의 길이를 서구의 경우와는 달리 원고용지 15장 내외로 정하고 있는 것 역시 그의 글이 남긴 영향력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피천득은 산문 장르에 속하는 수필에 시적인 요소를 너무나 강조했기 때문인지 감성에 넘치는 표현에 비해 작품의 내용은 다소 단편적이고 감각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실제로 피천득은 표현 면에서 그가 아끼고 사랑했던 찰스 램에 어느 정도 비교할 만하지만, 긴 호흡을 갖고 숨겨진 생의 진실과 지혜를 발견해 그것을 도덕성과 함께 감동적으로 구현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수필장르의 창시자인 몽테뉴의 고전적 수필이 정전(正典)으로 높이 평가받는 것은 글 속에 담긴 깊은 도덕적인 울림과 철학적인 주제의식 때문이 아닌가. 엄격히 말해, 피천득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인연’을 포함해 그의 작품 대부분은 주제의식이나 도덕성 측면에서 정전의 반열에 오르기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인연’과 유사한 주제를 가진 서머셋 모음의 ‘빨강 머리(Red)’가 도덕성의 빈곤 때문에 현지의 영문학 교과서에서 빠졌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주변 환경 때문에 지나치게 과찬하는 분위기는 우리 문학발전을 정지시키는 슬픈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얼마 전 피천득의 부음을 대서특필한 일간지 기자들은 하나같이 작품 ‘인연´을 세계적인 걸작처럼 평가했다. 그러나 그것이 영문학자로서 깨끗하게 살면서 정갈한 수필을 겸허한 마음으로 써왔던 그를 ‘욕되게´ 만드는 슬픈 결과를 가져왔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과공(過恭)이 비례(非禮)인 것처럼, 과찬(過讚) 역시 비례이기 때문이다.‘마음의 갈등´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문학세계에서 편견으로 인한 과찬으로 유명을 달리한 작가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예(禮)가 아니다. 이태동 서강대 영문학 명예교수
  • [베리타스·에듀PSAT硏과 함께하는 PSAT 실전강좌] 자료해석 7

    [베리타스·에듀PSAT硏과 함께하는 PSAT 실전강좌] 자료해석 7

    7. 조건의 제한 기본적으로는 분수구조를 나타내고 있지만 문제 전체에서 기준수로 제시되었던 조건이 변화되어 본래의 기준수보다 작은 조건으로 제한이 될 때, 분수구조에서의 분모가 더욱 작은 수로 변화되는 것을 조건의 제한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지문에서 ‘∼중’으로 표현되어 기준이 바뀌게 되며 새롭게 제한된 범위 속에서만 비율의 값을 따지게 되므로 본래의 값보다 다소 커지는 경향이 있다. [PSAT 실전강좌] 조건의 제한 (이론 및 실전문제) 예제 1.다음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퇴출되었던 A은행의 229명에 대한 삶의 질에 관한 조사를 6년이 지난 2004년에 실시한 결과이다. 당시에 이들은 최상위 임금 근로자에 속했던 사람들로 1500여명이 한꺼번에 직장을 잃었다. 이 결과를 잘못 해석한 것을 고르시오. (퇴출된 A은행 직원 229명의 현재 경제상태) (1)퇴출된 직원 중 비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 (2)퇴출된 직원 5명 중에 1명꼴로 신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3)전체의 60% 이상이 경제적 지위가 하락했다고 응답했으며, 약 1/7정도는 오히려 상승했다고 응답한 경우도 있다. (4)경제적 지위가 하락했다고 응답한 사람 중에서 비정규직에 취직한 사람의 비율은 약 30.5%이다. (5)경제적 지위가 하락했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대체로 비정규직이나, 실업의 비율이 높고, 그 이외의 사람은 정규직의 비율이 높다. (1)퇴출된 직원 229명 중 비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가 84명으로 가장 많다. (2)신빈곤층으로 전락한 경우가 전체의 19.6%이므로 약 5명 중에 1명꼴이라고 할 수 있다. (3)지위가 하락한 경우는 150명으로 60% 이상이며,32명은 향상되었다고 응답하였으므로 약 1/7정도라고 할 수 있다. (4)경제적 지위가 하락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150명이고 이 중에서 비정규직에 취직한 사람이 70명이므로 47%에 해당해 옳지 않다. (5)그림의 내용을 통해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정답 : (4) 이승일 에듀 PSAT연구소장
  • [김형준 정치비평] 한나라당의 꿈은 이뤄지나?

    [김형준 정치비평] 한나라당의 꿈은 이뤄지나?

    한나라당은 지난 두번의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이다. 급기야 권력을 창출하지 못하는 ‘불임정당’이라는 조롱까지 받아야만 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세번째 눈물을 흘리지 않고 꿈에 그리던 정권을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현재 여론조사 결과로만 보면 그 가능성은 분명히 높다. 국민 10명중 7명 정도가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에 동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 간에 사생결단식 검증 공방이 벌어지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에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70%를 훨씬 넘던 한나라당 빅2의 지지도가 60%대로 떨어졌다. 더구나 민심 변화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20대, 화이트칼라, 학생층에서 빅2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국민이 골육상쟁의 한나라당 경선에 역겨워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최근 이명박·박근혜 양 진영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근본 이유는 경선승리가 곧 본선승리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 후보가 결정되지 않았고 더구나 선거구도도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 지지도는 큰 의미가 없는 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와 당선 가능성은 노무현·정몽준 간의 후보단일화 전까지는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새로운 선거구도가 만들어지자 한방에 무너졌던 것을 까맣게 잊고 있다. 여의도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정부의 이념성향에 대해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비율이 39.8%로 ‘보수적이어야 한다’(17.3%)는 것보다 2배이상 높았다. 이러한 조사 결과가 갖는 함의는 현재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는 상황 변화에 따라 모래성과도 같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대선이 끝나면 바로 총선을 치러야 하는 특성 때문에 내부 분열 요소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작동한다. 경선에서 패배한 측은,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선 승리 후보가 차라리 패배하는 것이 낫다는 불순한 의도를 실행에 옮길 개연성이 있다. 벌써부터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되면 분당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러한 징조가 보인다. 여하튼 현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풍요 속에 빈곤과도 같이 한나라당 정권교체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에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남은 경선기간 동안이라도 빅2가 오만과 착각에서 벗어나 정권창출의 목표를 진정으로 공유하면서 뜨거운 동지애를 보여준다면 가능하다. 현재 여론지지 구조상 누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더라도 상대방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결코 본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 전 시장의 핵심 지지계층은 40대·중도·화이트칼라·수도권인 반면 박 전 대표는 여성·고연령·저소득·영남·보수계층에서 많은 지지를 받는다. 빅2의 지지층이 중첩되지 않는다는 것은 한나라당에 축복이 될 수 있고 동시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두 사람이 경선 후에 감정의 골이 깊어져 도저히 함께할 수 없다는 인식이 싹트게 되면 한나라당 정권교체는 물 건너 갈 수 있다. 정권창출이라는 것은 한나라당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야당의 경우 끊임없이 참회하고 개혁하며 미래 세력을 규합하더라도 힘든 게 정권창출이다. 만약에 한나라당 빅2가 이를 깊이 인식하지 못한 채 상대방 죽이기식 네거티브 검증을 계속한다면 대선 실패는 산사태처럼 올 수 있다. 그 결과 한나라당이 세번째 눈물을 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해체되는 비운을 맞이할 수 있다. 누구 말대로 침몰하는 배에서 카드놀이를 한 무책임한 정당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 [홍순영 칼럼] 나라의 성장과 발전

    [홍순영 칼럼] 나라의 성장과 발전

    1945년 광복 이후 60여년간의 나라의 성장과 발전을 회고하여 본다. 이승만 시대에 이룩한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에 입각한 정부수립 그리고 북한의 남침에 저항하여 나라의 자유를 지킨 국가정체성 확립의 시대. 이승만은 그때에 이미 스탈린 소련이 주도하는 국제공산주의의 팽창정책을 예견하였으니 우리는 역사를 내다보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관을 수호한 훌륭한 건국의 지도자를 가졌었다. 그후 박정희 시대의 경제개발과 새마을운동. 박정희는 한국을 수천년의 빈곤으로부터 구출하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기백을 가지고 동아시아의 네 마리 용의 등장을 선도한 선각자이었다. 그 이후 문민대통령 시대의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 제도와 관행의 정착, 그리고 현재의 노무현 정부에 의한 세계화 흐름에의 동참, 미국과의 FTA 체결로 세계화의 큰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이것이 광복 후 나라의 성장과 발전의 큰 4단계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시대가 다 큰 혼란과 동요를 수반하면서 그러나 줄기차고 분명하게 건국, 경제입국, 민주화, 세계화의 큰 단계적 성취를 이룩하여 왔다. 지난 60여년의 성장과정에 있었던 혼란과 동요 속에서 어느 편에 서 있었든지 간에 많은 희생과 희생자가 있었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어느 지도자에게도 그를 매도하고 거부해야 할 압도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지는 아니한다. 이러한 모든 성장과정이 역사의 큰 흐름과 맞았기 때문이다. 나라가 오늘날의 발전수준에 와있다는 점을 평가하고 싶다. 또 한가지 이러한 발전의 4단계가 모두 한·미 맹방관계를 그 기반으로 하고 가능하였다는 점이다. 한·미관계는 큰 틀로 보면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지향한다는 가치관의 공유로 인하여 확고하게 유지·강화되어 왔다는 점을 인정하여야 한다.6·25 전쟁 중에 유엔군의 전사자가 5만여명이나 있었다는 점, 그리고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 있어서도 미국의 권장과 ‘압력’이 일관되게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음 다섯번째 나라의 발전단계는 무엇인가. 그것은 남북간의 평화공존 그리고 자유와 풍요의 북한땅에의 확산이다. 평화공존은 남북간에 투명한 협력과 교류를 증진하고 그리고 종당에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이라는 가치관의 공유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 기간의 길이와 절차를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다섯번째의 발전은 일본의 지배에서 독립한 것에 비교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자유통일한국의 시작이다. 이것을 성취하기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이것이 오늘의 나라의 과제이다. 자유통일한국의 성취를 위한 기초작업은 우리가 표방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관을 거듭 확인하고 강화하는 일이다. 평화공존의 기준과 목표가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증진함에 있다는 엄숙한 진리, 그래서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이 자주나 통일보다 우선하는 가치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일이다. 미국은 다만 군사력이나 과학기술력으로만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자유정신을 건국의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고 링컨의 노예해방, 마틴 루터 킹의 흑인 인권운동을 선도한 나라이다. 개인의 창의와 자유를 존중하는 시장경제를 선도하는 나라이다. 러시아가 주도해온 공산주의 국가들은 이제 모두 자유와 인권의 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자유화·세계화로의 큰 역사적 행보를 우리는 북한에 보여주어야 한다. 북한에 간청하거나 협박하지 아니하고 역사의 흐름을 가르치고 보게 하는 당당한 지도력을 발휘하여야 한다(leadership by example). 통일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아니하는 평화지향의 자유민주주의의 나라임을 거듭 천명하여야 한다. 통일한국의 날을 앞당기는 일에 조급하지 아니하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통일은 한국의 과제이면서 국제공동체의 과제이다. 우리나라는 이 과제를 과거의 성장과 발전을 기반으로 하여 분명히 여유있게 달성할 것이다. 이 과제가 다음 정부, 아니면 그 다음 정부에서 성취되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홍순영 전 외교부·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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