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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동치는 중동] 혁명 후 계층 간 갈등 더 커져

    이슬람혁명 32주년을 맞아 이란 국민이 고물가와 계층 간 갈등으로 다시 폭발하고 있다. 2009년 대선 당시 유혈시위로 번졌던 ‘그린 무브먼트’가 튀니지·이집트 시민혁명에 힘을 얻어 ‘제2의 이란혁명’을 실현시킬지 주목된다. ●탄압정치·생필품 보조금 삭감에 분노 시위대를 이끄는 야권세력은 튀니지·이집트 시위를 1979년 이란혁명에 비유,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은 독재자에 저항한 이슬람 운동’이라고 표현하며 지지해 왔다. 하미드 다바쉬 미 컬럼비아대 이란학과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집트·튀지니 혁명으로 새 에너지를 받아 이번 시위는 2009년보다 더 과격해졌으며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모두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지원과 막대한 석유 수익을 등에 업고 탄압 정치로 일관한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지 32년이 지난 지금 이란 내부는 정부의 탄압정치에 대한 분노가 응집돼 있다. 지난해 12월 이란 정부가 생필품에 대한 보조금 수백억 달러를 삭감하는 대규모 경제 개혁 조치를 단행하고 이로 인해 물과 식량, 석유, 가스, 전기 등의 가격이 살인적인 수준에 이르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보조금 삭감 이후 밀가루 값은 40배 가까이 뛰었고 석유 가격은 4~7배, 가스는 5배, 전기와 물값은 3배 이상 올랐다.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11%에 이른다. 이란 전체 인구 7300만명 가운데 4800만명이 한 달에 800달러(약 89만원)도 벌지 못해 빈곤선 아래로 추락하고 있다. ●이란 지도자 “서방국가 시위 책임” 하지만 이란 지도자들은 시위의 책임을 서방국가에 전가하며 사태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 이번 행진이 ‘그린 무브먼트’를 되살리려는 음모로 규정하고, 서방국가들이 시위를 부채질해 이슬람 정권을 전복시키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홀몸노인 말벗서비스] ‘노·노 케어’ 일자리 1만개 더 늘려

    보건복지부는 건강한 노인이 몸이 아픈 노인을 돕는 ‘노()·노 케어’ 일자리가 지난해(3만 4000개)보다 1만개 많은 4만 4000개로 늘어나는 등 올해 모두 20만개의 노인일자리가 창출된다고 14일 밝혔다. 올해 노인일자리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모두 3090억원이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스쿨존 교통지원, 환경개선사업 등 공공분야 일자리와 민간기업과 연계한 민간 분야 일자리로 구분된다. 2~3월 사이 각 지자체별로 모집하며, 만 65세 이상 노인은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한편 2009년 조사 결과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 노인의 경우 빈곤율이 64.1%에서 58%로 하락했고 1인당 의료비도 연간 18만원가량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중동서 이란 입김 커질 듯… 美 정책기조 수정 불가피”

    “중동서 이란 입김 커질 듯… 美 정책기조 수정 불가피”

    30년 철권통치를 끝낸 이집트인들의 혁명 열기가 뜨겁다. 호스니 무바라크가 물러난 이집트는 과연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가. 튀니지에서 시작돼 이집트의 독재정권마저 무너뜨린 아랍 민주화의 물결은 이제 어디로 향할 것인가. 중동 전문가인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와 황병하 조선대 아랍어과 교수의 긴급 지상대담을 통해 코샤리 혁명 이후의 이집트와 중동의 앞날을 짚어 본다. ●무바라크 퇴진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뭔가. 서정민 교수 가장 먼저 짚어 봐야 할 대목은 이집트인들이 500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시민혁명을 성공시켰다는 점이다. 이집트가 아랍권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한다면 아랍 현대사를 다시 쓰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 10일 밤 무바라크가 퇴진을 거부하고 나서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봐야 한다. 1952년 쿠데타로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채택했지만 그것이 민주화는 아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치와 경제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군부가 얼마나 개혁조치를 취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이집트인들은 이제 민주화로 가는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무바라크 퇴진 이후 군부가 실권을 장악했다. 황병하 교수 이집트 헌법은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 국회의장이 권력을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번 사태에서는 군 최고위원회가 권한을 이어받았다. 군부는 나세르 전 대통령이 주도한 쿠데타 당시부터 이집트 정치에서 핵심 역할을 해 왔다. 역대 대통령이 모두 군부 출신이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무함마드 탄타위 국방장관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군부는 지금 적지 않은 불안감을 느낄 것으로 생각된다. 상황이 원하는 대로 흘러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1952년 나세르 혁명도 군부 고위장교들이 왕정을 지지하며 기득권에 안주할 때 자유장교단을 중심으로 한 하위직 청년 장교들이 나세르 혁명을 이끌었다. 이번 시위에 일부 청년 장교들이 가담했던 점을 감안하면 군부가 실권을 장악한 것은 군부 내부결속을 다지는 것과 함께 무바라크를 옹호하는 쿠데타와 그를 축출하려는 쿠데타 모두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였다는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또 다른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군부가 오랜 이집트 통치 경험을 바탕으로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측면도 존재한다. 무바라크가 아들 가말에게 권력을 세습시키려 했지만 술레이만 당시 정보국장과 탄타위 국방장관이 끝까지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을 정도다. 군부는 앞으로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무바라크를 퇴진시키기로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이집트 정국을 전망한다면. 서 교수 한국이 1987년 경험했던 6월항쟁과 비슷한 경로로 갈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가 국민들 요구를 수렴하는 선에서 양보하되 권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는 모델이 가장 유력할 것이다. 그게 사실 미국 등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물론 자유로운 총선과 대선은 보장할 것이다. 다만 당초 계획대로 오는 9월에 대선을 치를 가능성은 많이 낮아졌다. 1년 이상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선거 일정에 따라 이집트 정세가 안정으로 갈지 혼란으로 갈지 판가름 날 것이다. 무바라크 측근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요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군부가 권력을 장악한 상황에서 쉽지는 않을 것이다. 향후 정국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집단은 무슬림형제단이다. 가장 큰 득표력을 갖고 있다. 이번 혁명은 민족적·세속적 성격이 강했고 무슬림형제단이 주도한 것도 아니지만 앞으로 의회에서 굉장히 약진할 것이다. 2005년 총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도 전체 의석의 20%를 차지한 경험이 있다. 향후 총선에선 최소한 3분의1의 의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무슬림형제단은 군부와 대화 채널을 유지하면서 캐스팅보트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황 교수 무바라크가 퇴임한 건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기존의 공동목표를 달성한 이상 이제부터는 각자 소속 정파와 조직 목표에 따라 다양한 요구가 터져나올 것이다. 현재 야권세력은 외형상으로는 크게 4·6청년운동, 변화를 위한 이집트운동(키파야), 무슬림형제단으로 나눌 수 있다. 4·6 청년운동과 키파야 등은 암르 마무드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을 지지한다. 변화를 위한 민족연합(NAC)은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과 파루크 아흐마드 술탄 대법원장을 지지한다. 무슬림형제단이 대선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대선 승리가 아니라 의회에서 의석을 최대한 확보해서 이집트 민주화와 선거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인 듯하다. 전체 인구의 40%가 하루 2달러가 안 되는 돈으로 생활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경제문제는 가장 첨예한 쟁점이다. 무슬림형제단은 빈곤구제 등 사회활동에서 보여준 오랜 경험과 열정으로 서민들의 신뢰를 쌓아 왔다. 앞으로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보여줄 것이다. ●중동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황 교수 튀니지에서 벌어진 민주화 열기가 이집트로 옮겨 왔지만 이집트와 튀니지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다. 튀니지는 서구나 다름없는 국가지만 이집트는 관광산업을 빼고는 그동안 철저히 고립된 상황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집트는 말 그대로 혁명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이집트 혁명이 곧바로 중동에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다. 만약 이집트에서 이슬람 정당을 허용했다면 지금처럼 급격한 변화를 겪진 않았을 것이란 말도 있지만 요르단만 해도 이슬람 정당을 인정하고 정부에 참여시킴으로써 완충작용을 한다. 예멘이 불안하다고는 하지만 4개 유력부족 대표가 대통령과 협의하면서 운영하는 이 나라에서 이집트식 혁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페르시아만 인근 산유국들도 막대한 자금력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을 흡수할 충분한 여력이 있기 때문에 일부 개혁은 가능하겠지만 이집트식 혁명은 힘들다. 서 교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은 커질 것이고 이스라엘은 어느 정도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슬람에서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은 종교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성격이 강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수니파의 대표주자였던 이집트가 격랑에 싸였다. 그동안 이란과 국교까지 단절했던 이집트에서 발생한 정치변화는 이란에 대한 단일전선을 흔들게 되고 이는 중동 전체 정치 역학에서 이란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이스라엘의 입지가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그동안 이집트는 중동에서 가장 이스라엘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국가였다. ●이번 혁명이 ‘쇠퇴하는 미국 헤게모니’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서 교수 미국은 중동에 대한 정책기조를 바꿔야 한다. 미국은 그동안 입만 열면 중동 민주화와 인권을 외쳤지만 사실 지역 안정을 가장 중시했다. 그러다 보니 이집트에서 발생한 혁명 국면에서 상황을 주도하지 못했다. 겉보기엔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대통령 퇴진을 이끌어냈으니까 외교적 승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무바라크가 사임을 거부했다가 번복하는 약 24시간 동안 미국이 별다른 역할을 못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그동안 중동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무력으로 후세인 정권을 교체하는 건 가능할지 몰라도 국내 정치에 미치는 힘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무바라크가 그동안 적극적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춰온 대표적인 친미 인사라는 점도 미국엔 부담이다. 무바라크에 대한 역풍 때문에 이집트가 과거처럼 친미정책을 펼 여지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무바라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황 교수 군부가 지켜주는 한 무바라크가 이집트를 떠날 가능성은 낮다. 무바라크가 머물고 있는 샤름 엘셰이크는 이집트 국내에서 무바라크에게 가장 안전한 곳이다. 독재자 단죄에 있어서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전통적인 차이를 살펴봐야 한다. 시아파는 지도자가 잘못하면 법적인 책임을 포함해 끝까지 책임을 묻지만 수니파는 역사적으로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 비록 각종 부정부패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일단 사임한 이상 무바라크 쪽에서 볼 때 수니파 정부가 무리한 요구까지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거기다 군부도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무바라크를 마냥 내칠 수 없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씨줄날줄] 신자유주의/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출간 이후 신자유주의 논쟁이 또다시 뜨겁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는 위기 확산의 주범으로 신자유주의가 몰매를 맞는 분위기였다면 이번에는 ‘대안’ 마련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외환위기와 진보성향의 정부 등을 거치면서 진보와 보수진영이 나름의 내공을 쌓은 결과라고 하겠다. 영국의 대처리즘, 미국의 레이거니즘 이후 30년간 각국의 통계를 분석하면 ‘세계화’로 이름 붙여진 신자유주의는 개도국의 절대빈곤 감소에는 기여했으나 국가 간·국가 내 소득 불평등 확대를 부채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 개방과 통합으로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자본과 자원이 이전하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된 탓이다. 2009년 11월 15일 아·태 경제협력체(APEC) 지도자 성명에서 21세기 아·태 신성장 패러다임으로 균형성장·통합성장·지속가능성장이 제시된 것도 신자유주의의 장점을 취하면서 약점을 보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는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의 세계화 선언(시드니 구상) 이래 외환위기, 김대중·노무현정부에 이르기까지가 1기 신자유주의 시대라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를 2기 신자유주의 시대로 분류할 수 있다. 1기에는 ‘워싱턴 컨센서스’(1989년)로 상징되는 미국 일방주의가 제정한 규칙을 맹목적으로 추종했다면 이젠 제한적이나마 규칙 제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국제적인 거버넌스의 한모퉁이를 차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외면한 채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이념의 잣대로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찬·반 논쟁은 시대착오적이라 하겠다. 2009년 세계은행의 스티글리츠 보고서 발표 이후 빈곤 해결과 소득분배 개선 노력, 교육 및 의료 등 공공재 공급, 금융시장 규제 등 시장실패 부문에 대한 정부의 역할 강조는 당연지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기조는 유지하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자는 뜻이다. 최근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복지논쟁도 좌·우가 아닌 속도와 방향문제로 봐야 한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WF)이나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발표지수에서 확인되듯 우리나라는 정부의 효율성이 국가경쟁력이나 기업의 효율성보다 한참 뒤지고 있다. 관치(官治)가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따라서 오늘날과 같은 다원사회에서 정부가 조정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정부 경쟁력부터 높여야 한다. 우득정 수석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한국 갈 길은 제조업… 금융업 미래동력 삼는건 어리석어”

    “한국 갈 길은 제조업… 금융업 미래동력 삼는건 어리석어”

    경제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 사회에 널리 퍼진 ‘상식’에 거침없이 메스를 댔다. 장 교수는 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여야 정치권이 벌이기 시작한 복지 논쟁은 장기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는 남녀 임금격차와 같은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여야 간 진지한 고민과 대화를 주문했다. “한국 경제의 방향은 금융업이 아니라 제조업”이라며 강도 높은 금융 규제를 역설하기도 했다. 1990년부터 이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국가의 역할’,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일련의 저서를 통해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은 더 이상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일부에선 ‘성장동력이 없어진다, 먹을 게 안 보인다, 제조업 시대는 끝났으니 금융과 서비스업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설비투자하고 기술개발하고 노동자를 훈련시키는 게 힘들고 귀찮으니까 그런 거다. 정부나 재계가 ‘금융업 해서 쉽게 먹고 살 수 있는데 우리가 왜 이 고생하나’라고 생각하니까 자꾸 제조업이 끝났다는 담론을 확산시킨다. 국가 경제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성장률 자체는 낮아지는 게 맞지만 한국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단기간에 급격히 떨어졌다.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금융업은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로비로 규제를 완화한 탓에 생겨난 허상에 불과하다. 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경제성장을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야 한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경제규모가 비슷한 나라들이 FTA를 맺는 건 비판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경제 규모와 수준이 두 배쯤 차이나는 상대와 FTA를 맺으면 문제가 다르다. 한국이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 FTA를 맺는다면 대다수 중소기업과 농업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4만 달러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성장 잠재력을 꺾어 버릴 것으로 본다. →기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식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외환위기 이전 은행 중심의 경제시스템을 되살려야 한다. 지금의 주식시장 중심 시스템, 주주자본주의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은행의 기업대출이 전체 대출의 80%를 넘을 정도였다. 외환위기 이후 몇 년만에 은행이 기업대출은 기피하고 소비자한테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준 뒤 문제가 발생하면 차압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돈벌려 한다. 주식시장도 개편해야 한다. 지금 주식시장은 기업에서 돈을 빼가는 장치가 돼 버렸다. 거기다 인수합병(M&A)을 자유화하면서 세계에서 M&A가 가장 쉬운 나라가 됐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산업정책’이라는 말 자체가 관치경제의 요소를 담은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과거엔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통해 유치산업을 선별하고 집중 지원했다. 이에 대해 관치경제라는 비판이 많지만, 정부가 선별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절하게 선택과 집중을 하느냐이다. 현재 가장 취약한 분야가 부품소재 산업이다. 이 분야는 고도로 특화되고 전문화된 영역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영역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나서서 제조업, 특히 고급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이 강조되고 있는데. -‘상생하자’고 말만 해서는 소용이 없다. 먼저 대기업의 불공정 경쟁을 강력 규제해야 한다. 한국은 과거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방편으로 특정 영역에서 대기업에게 진입 규제를 가했다. 나름대로 사회안전망 구실을 했는데 그 모델이 무너지고 있다. 해법은 두 가지다. 예전 방식으로 되돌아가서 재벌이 특정 업종에 진입하지 못하게 하거나,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에게 재기할 기회를 주도록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세금도 내기 싫고 규제를 받기도 싫다는 식으로는 곤란하다. →‘박정희식 경제정책으로 되돌아가자는 말이냐’는 비판도 있다. -‘그럼 박정희가 잘했단 말이냐’라는 식으로 질문하는 자체가 아직도 군부독재의 망령 속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다. 이건 잘했지만 저건 못했다는 걸 용납 못하는 이분법이야말로 박정희와 군사독재가 남긴 가장 해로운 유산이다. 그건 마치 북한에 대해 한 가지라도 긍정 평가하면 친북 낙인을 찍는 식이다. 박정희 경제의 ‘성공’을 말하는 건 독재를 찬양하는 게 결코 아니다.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주주중심경제로 가야하는 것인가. -재벌 총수의 횡령을 막자는 걸 비판한 적은 없다. 다만 소액주주운동은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주식으로 돈을 버는 펀드매니저가 ‘우리도 끼워달라’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한국에서 참여연대가 주도한 소액주주운동은 주주자본주의 논리로 재벌을 비판하니까 특히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주주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인식시키는 역효과를 냈다. 내 입장은 참여연대가 좋은 일을 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뿐 아니라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 해로운 논리를 정의로운 논리로 잘못 인식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걸 비판하는 것이다. →사회적 대타협은 물 건너간 것인가. -노무현 정부 당시 사회적 대타협을 주장했을 때는 국제투기자본이 한국 경제를 잠식하고 재벌조차 경영권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재벌 자체도 금융자본화 경향이 가속화됐고 정부도 그런 흐름에 동조한다. 하지만 복지국가를 얘기하면 진보진영에서도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던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지금은 복지가 대세가 됐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정신 자체는 앞으로도 유효하다고 본다. 이대로 두면 재벌이 제조업은 버려둔 채 금융자본으로 변신하거나 외국 금융자본에 다 먹힌다. →정치권에서 복지 논쟁이 한창이다. -복지국가가 돼야 개인도 더 잘 살 수 있다는 합의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복지가 안 되고 미래가 불안하니까 우수한 인재가 의대와 법대로만 몰리고 출산을 기피하고 사교육 광풍이 분다.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동력은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이지 특정 계급이나 집단이 될 수가 없다. 일단 무상복지라는 용어는 문제가 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무상급식을 부자복지라고 비난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부자가 세금을 한푼이라도 더 내니까 부자도 엄연히 복지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부자복지라고 하면서 왜 의무교육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지 묻고 싶다. 용어 문제를 뺀다면 민주당의 ‘3+1 복지정책’(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반값 등록금)은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는 정부·여당은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정책만 얘기하지만 그건 지속 가능성이 없다. 결국 부자한테 돈을 빼앗아 빈곤층에게 나눠주는 식이 되기 때문에 복지에 대한 거부감과 조세저항만 높이게 된다. →대처 전 총리가 영국병을 고쳤다는데. -신자유주의자가 대처리즘을 선전하면서 영국병을 얘기하지만 그건 실체가 없는 신화일 뿐이다. 경제성장률만 봐도 대처 이전과 이후에 차이가 없다. 과감하게 복지지출을 삭감하고 감세를 했다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지만 공기업 민영화의 폐해는 유럽에서 가장 뒤진 철도시설과 설비투자 기피로 나타났다. 빈부격차도 대단히 악화됐다. 영국은 지금 앞으로 뭐 먹고 사나 걱정하는 신세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당장은 이뤄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계속 얘기하고 싶은 것 두 가지를 꼽고 싶다. 먼저 우리나라가 부끄러운 세계 1위, 최소한 OECD 가입국 가운데 1위를 하고 있는 남녀 임금격차, 주당 노동 시간과 두 번째로 낮은 복지 지출 등에서 앞으로 변화가 오리라고 생각한다. 10년 전만 해도 깨질 것 같지 않던 한국의 남아선호 현상이 무너진 걸 보면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아울러 선진국과 저개발국을 모두 경험한 우리나라가 양자 사이에서 적극적인 중재자 구실을 한다면 지구적 차원의 양극화를 극복하는 데 좀 더 빠른 진전이 있을 것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책 통해 빈곤 청소년에 희망 쏠 것”

    “책 통해 빈곤 청소년에 희망 쏠 것”

    인문학 책 읽기가 유행이다. 대학생들도 읽고 회사 사장님들도 읽고 직장인들도 읽고 노숙자들도 읽는다. 하지만 무엇을 읽어야 할지, 책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를 혼자서 깨우치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특히 입시에 치이는 청소년, 그중에서도 저소득층 청소년이라면 인문학에 대한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인문 강좌 사업과 풀뿌리 독서 모임 활성화를 표방하며 2008년 3월 문을 연 ‘독서대학 르네21’은 올해부터 빈곤 청소년 도서 지원 등 그룹 독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대한성공회 신부인 김한승 르네21 운영위원장은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해까지 시범적으로 ‘희망의 인문학’ 사업을 운영해본 결과, 그룹 독서를 통해 성찰과 소통을 경험하게 된 학생들의 자아 존중감이 향상되는 성과를 이뤘다.”면서 “또한 책을 무상으로 지원해 ‘나만의 책’을 갖도록 하는 것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경험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올해부터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7개 기관 50여명의 학생들에게 모두 37권의 책을 무상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단지 지식을 늘리는 독서가 아니라 책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삶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출 청소년 재활 쉼터, 지역 아동센터, 마을 도서관 등 빈곤 청소년을 보호하고 있는 다양한 시설에 우선 지원되며, 점차 규모를 늘리는 한편 연령대를 낮춰 저소득 가정의 아동, 영유아로 넓혀갈 예정이다. 문제는 르네21이 대한성공회와 한국출판인회의가 공동 운영하는 비영리 시민 문화교육 기관이라는 점이다. 3년 동안 수요인문강좌, 금요대중강좌 등 80개의 강좌를 통해 2000여명의 수강생을 배출했지만 연 3억원이 넘는 예산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이 적자로 돌아온다. 김 운영위원장은 “사업이 확대되어 가는 상황에 맞게 맞춤형 후원을 조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후원 방법 등은 르네21 홈페이지(www.renai21.net)를 통해 문의할 수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누드 브리핑]“예산은 시민의 돈” 市 노조위원장의 쓴소리

    “서울시와 시의회가 손을 맞잡아 예산절감에 애쓴다면 무슨 사업인들 이루지 못하겠는가.” 임승룡(46) 서울시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9일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시청 별관에서 열린 노조창립 5주년 대회사를 통해 “2005년의 경우 8000억원을 웃도는 예산을 줄이기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세훈 시장과 허광태 시의회 의장 앞에서 “국민 세금을 내 돈처럼 여겨야 할 선량(選良)의 의무는 (가정 소득수준을 따지지 않는) 무상급식이라는 정치적 사안에 묻혀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와 시의회는 관행적인 예산 수립·배정·계약·집행단계를 쪼개 꼼꼼히 분석하는 한편, 이후 발생하는 불용 예산과 가짜 빈곤층이 저소득층 지원금을 챙김에 따라 줄줄 새 나가는 복지비용을 막도록 제도를 재정비하는 데 앞다퉈 경쟁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런 노력이 쌓여 2011년 총 예산 20조 5850억원 가운데 5%만 절감해도 서울시 핵심정책인 서해뱃길(752억원)과 한강 예술섬(406억원), 공립 초등학교에 대한 친환경 무상급식(695억원) 등 사업을 벌이고도 돈이 남아 어디에 쓸 것인가를 놓고 즐거운 고민에 빠질 것”이라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서울시나 시의회 모두 시민의 돈인 예산을 아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따라가지 못한 채 행정 편의주의에 빠져 정쟁(政爭)만 계속한다면 이제 서울시의 주인인 시민들이 회초리를 들고 나설 것”이라며 모두를 비난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홀몸노인 말벗서비스] ‘공동거주제’로 노후생활 도와요

    경남 하동군은 8일 혼자 사는 노인들을 마을 경로당에서 함께 거주하도록 하는 ‘홀몸노인 공동거주제’를 3월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농촌 지역 고령화로 갈수록 늘고 있는 홀몸노인들이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 등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즉각 대처하고 서로 의지하며 정서적으로 안정된 가운데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동군은 먼저 하동읍 목도마을(공동 거주 신청 노인 8명)과 진교면 고외마을(6명), 옥종면 추동마을(8명) 등 3개 마을을 공동 거주 시범 마을로 정해 운영한다. 이에 따라 해당 마을 경로당 3곳에 1500만원씩 사업비를 들여 노인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시설로 고치는 공사를 이달 말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군은 노인들이 공동 거주하는 데 드는 공공요금과 냉·난방비, 식료품비, 운영비 등 공동 운영비도 연간 500만원씩 지원한다. 홀몸노인 공동 거주제 운영과 지원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이달 안에 관련 조례를 만들어 시행한다. 또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생활관리사 방문 진료와 안전지킴이 등 노인복지 서비스 사업을 연계해 운영한다. 올해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공동 거주지를 2014년까지는 13개 모든 읍·면마다 1곳씩 확대할 계획이다. 서영록 하동군 담당은 “홀몸노인 공동 거주제를 운영하면 노인의 ‘4고’(苦)인 고독·질병·무위·빈곤 해결과 함께 효율적인 안전망도 구축돼 더 편안하게 노후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말 기준 하동군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만 3361명이며, 이 가운데 혼자 사는 노인은 3735명(28%)이다. 하동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그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 13가지”...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그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 13가지”...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경제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를 기록중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상식’에 거침없는 메스를 들이댔다.  장 교수는 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가야 할 길은 금융업이 아니라 제조업이며,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편다면 성장여력도 충분하다.”면서 “한·미 FTA가 오히려 성장동력을 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90년부터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국가의 역할>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을 통해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가 파헤친 ‘상식의 오류’를 주제별로 질문·답변 형식으로 구성했다.    ●고도성장은 옛날 얘기일 뿐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에서 보듯 현재 한국 경제는 지표와 체감이 괴리되는 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제는 과거 같은 높은 경제 성장률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주장도 많다. 일각에서는 ‘통큰치킨’ 논란에서 보듯 과거 과감한 설비 투자로 경제 성장에 이바지했던 재벌기업이 이제는 중소 자영업 영역까지 진출하는 것도 한국경제가 성장여력을 없어지면서 나타나는 제 살 깎아먹기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일부에선 끊임없이 ‘성장동력이 없어진다, 먹을 게 안보인다’ 하는 비관론을 펴면서 ‘제조업 시대는 끝났으니 금융과 서비스업으로 가야 한다’라고 얘기한다. 근거가 아주 없진 않겠지만, 단순하게 말한다면 성장동력을 찾기 귀찮으니까 자꾸 그런 얘길 하는 것이다. 국가경제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성장률 자체는 낮아지는게 맞다. 만약 경제 수준이 높아져서 자연스럽게 성장이 둔화되는 것이라면 그 추세가 완만해야 하는데 한국은 외환위기 이전까지 6% 정도였다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급격히 떨어졌다. 이건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라면서 추진한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개혁’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증거다.  ‘중국이 쫓아온다’는 샌드위치론도 말도 안되는 궤변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제일 잘사는 나라와 제일 못하는 나라를 빼고는 세상 모든 나라가 언제나 샌드위치 신세다. 중국이 어려운 경쟁 상대라는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가령 태국은 1990년대까지 노동집약을 무기로 한국을 추적했지만 크게 걱정할 게 없다. 임금이 낮은 대신 기술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상대적인 임금 수준도 낮고 기술력도 일정 수준 이상이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다고 게임 끝났다고 볼 게 아니다. 왜 쫒아오는 국가만 걱정하고 도망가는 국가는 무서워하지 않는지 반문하고 싶다.  중국 추적 때문에 이제는 금융업과 서비스업으로 가자는 얘기가 많지만 그 분야는 이미 선진국들이 단단히 똬리 틀고 앉아 있다. 금융업이 겉보기엔 좋아보여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금융혁신이란 사실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로비를 통해 규제를 완화한 덕분에 생겨난 허상에 불과하다. 그런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더구나 정부가 정말 심각하게 금융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우겠다면 과거 고도성장기처럼 수십년짜리 목표를 세우고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 금융허브라는게 지금처럼 적당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정부나 재계가 ‘금융업 해서 쉽게 먹고 살 수 있는데 우리가 왜 이 고생하나’ 하는 생각하니까 자꾸 제조업 끝났다는 담론을 확산시킨다. 결국 설비투자하고 기술개발하고 노동자들을 훈련시키는게 힘들고 귀찮으니까 성장동력 없어진다는 얘기가 자꾸 나온다. 언제는 경제여건이 쉬워서 경제발전했나? 언제는 선진국들이 낮잠 자는 틈에 경제성장했나? 충분히 할 수 있다. 불과 수십년 전에 우리는 전쟁으로 모든 게 잿더미가 된 속에서도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1960년대 포항제철 건설할 때를 생각해보자. 전세계가 다 미쳤다고 비웃었지만 결국 해냈다.        ●경제성장을 위해 한미 FTA를 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EU FTA 등 적극적인 FTA 정책을 추진하면서 FTA가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경제규모가 비슷한 나라끼리 FTA를 체결하는 것까지 비판할 생각은 없다. 서로 시장도 커지고 경쟁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규모와 수준에서 차이가 큰 나라와 FTA를 하게 되면 문제가 다르다. 한국은 현재 국민소득도 그렇고 많은 분야에서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면 생산성이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 한마디로 시기상조다. 한국이 미국이나 EU와 FTA를 한다면 자동차나 전자 등 일부 분야는 이득을 좀 볼지 모르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이나 농업 등에선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부품소재를 비롯해 한국이 GDP 4만불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산업들의 성장 잠재력을 꺾어 버릴 것으로 본다. 한국이 언제는 FTA 덕분에 고도성장했나. 남들이 미쳤다고 비웃어도 기를 쓰고 기술개발해서 성장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미FTA가 갖는 장밋빛 미래를 홍보하는 글을 읽어봐도 한미FTA가 경제성장에 미미한 도움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온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국책연구기관에서 한미FTA 타결시 1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2% 증가라고 했다가 그것밖에 안되느냐는 비판이 나오니까 나중에는 6%로 전망치를 바꾼 전례가 있다. 경제학 예측에서는 변수를 어떻게 가정하고 어떤 모델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그조차도 한미FTA 명분으로 삼기엔 한참 부족하다.        ●기업자금조달 위해 주식시장 활성화해야 한다?    ▶돈줄이 막혔다고 하소연하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 주식시장에서 기업 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고 과거 개발 독재 당시처럼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해주는 간접금융방식도 없어진 지금 어떤 방식이 필요할까.  -외환위기 이전 방식은 은행중심 경제 시스템인 반면 지금은 주식시장 중심 시스템이다 (@@@) ‘기왕 이렇게 됐는데 어떻게 되돌리느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좋은 게 있으면 되살려야 한다. 주식시장을 활성화할 필요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외환위기 이전 은행중심 경제시스템을 되살려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은행은 기업대출을 기피하고 주식시장은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구실을 전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을 떠올려보자. 우리나라 은행은 기업대출을 엄청나게 많이 했다. 제일은행의 경우 외환위기 이전에는 총대출금 중 80% 정도가 기업대출이었는데 외환위기 이후 몇 년만에 가계대출이 85% 정도가 돼 버렸다. 이것이 의미하는 게 뭘까. 지금 은행들은 엄청나게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 소비자한테 주택을 담보로 잡고 대출해준 뒤 문제가 발생하면 차압하는 방식으로 은행이 쉽게 돈벌게 해줘선 안된다.  주식시장도 개편해야 한다. 1972년부터 1991년 사이에 한국의 투자자본 조달에서 주식발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13.4%로 영국(7.0%)이나 미국(-4.9%)보다도 훨씬 높았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주식시장은 기업에서 돈을 빼가는 장치가 돼 버렸다. 거기다 인수합병(M&A)을 자유화하면서 세계에서 M&A가 가장 쉬운 나라가 돼 버렸다. 이제는 대기업조차 과거처럼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외국자본이 단기간에 몰려왔다 나가는 과정에서 거시경제까지 불안해진다. 이제는 M&A를 좀 더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의 포이즌필이나 스웨덴·벨기에처럼 차등의결권을 도입할 수도 있다. 독일식으로 노조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을 골고루 참고하면 된다. 구체적인 방법은 더 논의해야 겠지만 기존 선진국 장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산업정책은 관치경제다?    ▶과거처럼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방식은 쉽지도 않을 뿐더러 사회적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과거 정부는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통해 유치산업을 ‘선별’하고 집중 지원했다. 이에 대해 ‘관치경제’라는 비판이 많았다. 선별적 정책이 나쁘다는 얘길 많이 하지만 따지고 보면 기업도 항상 선별을 한다. 모든 계열사에 똑같이 지원하는 기업이 어디 있느냐. 정부가 선별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절하게 선택과 집중을 하느냐이다. 경제발전 단계와 정책목표에 따라 지원방식이나 지원방향은 달라지게 돼 있다. 개입 방식도 은행을 통할수도 있고 연구개발 지원을 통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규모의 경제를 이용한 대규모 조립가공산업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대기업에게 은행대출을 집중해줬다. 지금 단계에선 부품소재산업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중소기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물론 초기자본이 많이 필요한 에너지 같은 분야는 대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중소기업이 ‘상생’해야 한다?    ▶현재 대기업이나 수출 기업은 엄청난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중소기업이나 내수 기업은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소기업을 보기도 어려워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제도적 대안이 절실해 보인다.  -1966년 상위 10대 재벌 중 세 곳만이 1974년 상위 10위 안에 남았다. 1974년 상위 10위 기업 중에서 1980년에도 상위 10위 안에 들었던 기업은 5곳에 불과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그런 구조변동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제는 몇 가지 차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첫째, 대기업들이 불공정 경쟁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쟁 상대가 될 만한 기업이 성장하는 걸 막는다거나, 하청기업이 기술 개발하면 납품단가를 깎아서 싹을 잘라 버리는 행태가 존재한다. 규제를 통해 그걸 막아야 한다. 단순히 ‘상생하자’고 말만 해서는 아무것도 안된다. 일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이 잘 이뤄지는데 마음씨가 착해서 그런게 아니다. 정부가 1950년대 말 1960년대 초에 규제를 강화해서 대기업 행태에 제동을 건 덕분이다.  그 다음에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제일 취약한게 부품소재 산업이다. 우리나라 무역적자 가운데 일본과 무역하면서 발생하는 적자가 제일 많은데 그 대부분이 부품소재산업에서 경쟁력이 없어서 발생한다. 더구나 이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진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부품소재 수입의존도가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최근 다시 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선진국 진입은 어림없다. 문제는 부품소재산업은 고도로 특화되고 전문화된 영역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를 보거나 중소기업들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나서서 고급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 필요한 부분에서 꼭 개발해야 하는 기술에 대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서 기술개발하도록 보조금을 주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세번째, 정치적 차원을 봐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에 침투하는 현상은 사실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나지만 한국은 양상이 더 심각하다. 거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존재한다. 과거 사회통합과 평등을 유지하려는 의지는 있었지만 복지제도에 제약이 많을 때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방편으로 편 정책이 바로 특정 영역에서 대기업에게 진입 규제를 만드는 것이었다. 한국에 식당이나 치킨집이 그렇게 많은 것도 과거 그런 방식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 유지를 도모해준 덕분이었다. 이게 나름대로 사회안전망 구실을 해왔는데 그 모델이 무너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예전 방식으로 되돌아가서 재벌들이 특정 업종에 진입하지 못하게 막아버리거나 그게 아니라면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에게 재기할 기회를 주고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복지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니다.  서비스업이 생산성이 낮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데 재벌이 진출하면 생산성은 높아질지 모르지만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금처럼 복지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선 경쟁에서 탈락하면 끝장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죽기살기로 저항하고 결국 생산성도 못 높이고 갈등만 첨예해지는 것이다. 내 주장은 차라리 대기업에게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대기업과 부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둬 그 재원으로 기본생활권 보장하는 복지국가를 만드는 식으로 일괄타결하자는 것이다. 지금 대기업들은 세금도 내기 싫고 옛날처럼 사업규제를 받기도 싫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박정희식 경제정책은 척결대상이다?    ▶민주화 이후 박정희 정부의 산업정책과 개발계획은 독재시대의 유산으로 취급받으면서 ‘개방과 자유화’가 대세가 됐다. 이를 꾸준히 비판해온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박정희 독재시대를 옹호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럼 박정희가 잘했단 말이냐’ 하는 식으로 질문하는 것 자체가 바로 우리가 아직도 군부독재의 망령 속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런건 잘했지만 이런건 못했다는 걸 용납을 못하는 자세, 그런 이분법이야말로 박정희와 그 이후 군사독재가 남긴 가장 해로운 유산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그건 마치 북한에 대해 한 가지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친북 낙인을 찍는 식이다. 그것부터 벗어나야 한다. 박정희식 경제정책의 ‘성공’을 말하는 건 독재를 찬양하는게 결코 아니다. 사실 민감한 문제라는 건 잘 안다. 당시 투옥되는 등 피해를 본 분드링 많다. 선뜻 용납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이분법을 극복할 때만이 군부독재 유산이 청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경제민주화 위해 주주중심 경영해야한다?    ▶재벌을 비판하는 핵심 주장 가운데 하나가 ‘극히 일부 주식만으로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꾸준히 주주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며 참여연대 등이 벌인 소액주주운동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최근 ‘회사 돈 빼돌리는 총수를 고발하는 시민단체 활동이 뭐가 잘못됐다는 말일까’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재벌 총수의 횡령을 막자는 걸 비판한 적이 한번도 없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가 강조하는 건 소액주주운동은 국제적 맥락에서 봤을 때 주식으로 돈을 버는 펀드매니저들이 ‘우리도 끼워달라’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미국에서 1980년대부터 주주자본주의와 소액주주운동이 강화됐는데 그 이후 기업이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비율이 계속 높아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처음에는 전문경영인들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 소액주주운동의 명분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전문경영인들의 연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이 미국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선 참여연대가 소액주주운동을 사회운동으로 승화시키면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 주주자본주의 시대에 주주자본주의 논리를 써서 재벌을 비판하니까 특히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주주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인식시키는 역효과를 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주주자본주의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그걸 조심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비판을 한 건데, 박정희 문제 못지않게 재벌문제도 민감하니까 재벌옹호론자로 오해를 산다. 내 입장은 참여연대가 좋은 일을 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뿐 아니라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 해로운 논리를 정의로운 논리로 잘못 인식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걸 비판하는 것이다.        ●사회적대타협은 물넌거갔다?    ▶노무현 정부 시절 <쾌도난마 한국경제> 등을 통해 국가·자본·노동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경제성장과 복지국가를 달성하자는 주장을 펴왔다. 그 제안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는지.  -현실적 조건을 바탕으로 생각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 얘길 처음 했던 때는 외국 투기자본이 한국 경제를 잠식하고 재벌조차도 경영권에 위협을 느끼던 때였다. 지금은 그 조건이 많이 달라졌다. 재벌들 자체도 금융자본화 경향이 가속화됐고 정부도 그런 흐름에 동조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6년 전 <쾌도난마 한국경제>에서 복지국가를 목표로 제시했을 때 개혁·진보진영에서도 많은 이들이 현실성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은 어떤가. 복지국가는 기본 전제로 깔고 방법론을 갖고 논쟁하고 있다. 그걸 지렛대로 정치적 타협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 당시 구상했던 사회적 대타협은 힘들겠지만 정신 자체는 앞으로도 유효하다고 본다. 물론 구체적인 방식은 계속 바뀌는 조건 속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재벌들 예뻐서 이러는게 아니다. 지금같은 식으로 그냥 놔두면 재벌들이 제조업은 버려둔 채 금융자본으로 변신하거나 외국 금융자본에게 다 먹히게 된다.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면 자본의 출처가 러시아 마피아인지 이탈리아 마피아인지도 불분명한 투자자본이 국내에 들어올 것이다. 그때는 누구와 싸워야할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것보다는 정씨 재벌 이씨 재벌처럼 눈에 보이는 대상과 싸우는게 낫다. 자본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도 재벌들과 타협하는게 낫다. 재벌들 미우니까 재벌 해체하고 외국자본 들여와 견제하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다같이 죽자는 것밖에 안된다.        ●복지제도가 경제성장 가로막는다?    ▶‘더 나은 자본주의’로서 ‘복지국가’를 강조하기만 그 길로 가기 위한 ‘동력’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복지국가의 주체 혹은 동력은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그 문제를 지적하시는 분들은 노동계급이 주도하는 시나리오를 얘기해주길 바라시겠지만 내가 보기에 동력은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이라고밖에 얘길 못하겠다. 현실적 조건을 봐야 한다. 한국에서 진보정당이 복지국가 담론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건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정치세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이 스웨덴처럼 노조 조직률이 80%를 웃도는 나라도 아닌 상황에서 노동 중심으로 복지국가 하자고 해서는 얘기가 먹히질 않는다. 특정집단이 논의 끌어갈 상황이 아니고, 둘째로 논의를 이끌어가는 입장에서도 우리가 주체다 하는 식으로 얘길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입지가 좁아진다. 중요한 건 국민들이 마음만 바꾸면 안 될 일도 된다는 점이다. 그게 민주국가가 위대한 점 아니겠는가.        ●복지정책은 빈곤층만 대상으로 해야 한다?    ▶무상복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정치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3+1 복지정책을 발표했고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포퓰리즘과 세금폭탄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다.  -일단 ‘무상’이라는 용어는 문제가 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낸다. 반면 의무급식에 대해 ‘부자복지’라고 비난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부자들이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더 많이 내니까 부자들도 엄연히 복지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부자복지’를 문제삼으려면 왜 의무교육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는지 묻고 싶다.  용어 문제를 빼고 민주당이 내세우는 3+1 복지정책은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 나는 보편적 복지확대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는 정부와 여당은 빈곤층을 대상으로한 복지정책만 얘기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결국 부자한테 돈을 뺏어서 빈곤층에게 나눠주는 식이 되기 때문에 미국처럼 복지에 대한 거부감과 조세저항만 높아지게 된다.  복지국가를 위해서는 복지를 잘해야 개인도 더 잘 살 수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가령 복지가 안 돼서 미래가 불안하니까 우수한 인재들이 안정성 높은 직업을 갖기 위해 의대와 법대로 몰리면서 이공대 기초학문 분야가 어려움에 빠졌다. 복지제도가 없으면 장기적으로 국가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복지가 안되니까 저출산문제가 가중되고, 복지가 안되니까 자녀들에게 엄청난 사교육을 시키려는 과열 경쟁이 벌어진다. 복지가 안되니까 모두가 손해를 보고 있다.        ●대처 총리가 영국병 고쳤다?    ▶영국은 석유산업과 금융업, 프리미어리그를 빼고는 제조업 기반이 무너졌다. 특히 대처 총리의 감세와 복지지출 삭감 등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논쟁의 논거로 자주 거론된다. 제조업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영국 사례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으로 꼽을 수 있는 점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시장근본주의, 이른바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분들이 ‘대처리즘’을 많이 얘기한다.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영국병’이란 것은 영국병이란 건 그들이 만들어낸 신화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영국병은 실체도 없고 역사적 사실과도 맞지 않는다. 당장 경제성장률을 보자.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영국 경제성장률이 1인당 2% 안팎이다. 대처 총리 등장 이후인 1990년대 평균 경제 성장률이 2.2%이다. 변화가 없다.  대처가 과감하게 복지 삭감했다거나 세금을 엄청나게 깎았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대처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봐도 복지지출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최고소득세율을 엄청나게 깎은 건 맞지만 그건 극히 일부 고소득자에게만 해당될 뿐이고 또 간접세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세수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해 특별히 더 작은 정부가 된 것도 아니다.  대처가 노조를 꺾고 세금은 깎고 금융업 키운 것을 두고 영국을 살렸다고 하지만 따지고보면 대처야말로 영국병의 원인이다. 공기업 민영화의 폐해는 유럽에서 가장 뒤진 철도시설과 설비투자 기피로 나타나고 있다. 빈부격차도 대단히 악화됐다. 영국의 소득분포 최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 비율이 1975년에 5.37%였는데 1998년에는 9.57%가 됐다. 대처 총리 정책으로 제조업은 다 무너지고 금융 분야만 강해졌지만 그마저도 미국발 금융위기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영국은 지금 앞으로 뭐 먹고 사나 걱정하는 신세다. 물론 대처 이전에 영국 노조에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순 없다. 가령 산업별 노조가 아니라 직능별 노조가 많다보니 한 직장에 노조가 대여섯 개씩 있는 경우도 있었다. 경영진이 노조들과 협상을 마무리해도 노조 하나만 거부해도 파업이 터지는 식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위에서 말했듯이 노조가 강했을 때와 노조가 약해진 이후 경제성장률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 대처가 노조를 희생양삼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제와서 어떻게 하느냐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책 속표지에 쓴 “200년 전에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메모가 화제다. 이 메모에서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해야 합니다”라고 썼다.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계속 이야기하고 싶은’ 것 두세 가지를 꼽아달라.  -먼저 우리나라에 우선 한정시켜 보자면, 우리나라가 부끄러운 세계 1위 (최소한 OECD 1위)를 하고 있는 남녀 임금격차, 주당 노동 시간, 복지 지출(OECD 꼴찌에서 2위, 꼴찌는 국민소득이 우리의 반도 안 되는 멕시코) 등 분야에서도 앞으로 변화가 오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변화가 자동으로 오는 것은 아니고 열심히 노력해야 하겠지만, 10년 전만 해도 정말 깨질 것 같지 않던 한국의 남아선호 현상이 깨진 것을 보면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꼭 있을 것으로 믿는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이전에 <사다리 걷어차기>나 <나쁜 사마리아인>에서 이야기했듯이 선진국이 후진국을 압박하는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지금 세계 경제 구조의 변화 속에서 선진국들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그런 속에서 후진국 지위를 방금 벗어나 아직도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 두 세계에 다리를 걸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 문제에 있어 좀 더 적극적으로 중재자의 역할을 떠맡는다면 이 문제에 있어서 좀 더 빠른 진전이 있을 것이다. 분발을 촉구하고 싶다.        ●경제학은 계량분석만 잘하면 된다?    ▶한국 사회과학계는 미국식 영향으로 계량분석에만 치중하면서 현실 현실 설명력을 잃고 대중들과 괴리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그런 고민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온다. 너무 수학이나 통계 쪽으로만 발전하니까 방향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열심히 배우긴 하는데 왜 배우는지 잊어버린 셈이다. 영미 경제학계에서도 교육방법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논의가 있다. 왜 배우는지도 모르면서 계량분석만 배워서는 나중에 길을 잃어버린다. 뭘 배울지 목표를 정하고 큰 그림을 배우고 시작을 해야 하는데 테크닉만 배우니까 그것에 빠져 버리는거다.    ▶그동안 제도경제학에 입각해 한국과 세계 경제를 분석하는데 천착해 왔다. 한국에선 낯선 분야인 제도경제학을 소개해달라.  -쉽게 말해 ‘덜 추상화한다’는게 가장 큰 특징이다. 주류경제학은 지나치게 일반화하고 추상적인 논의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제도경제학은 현실을 좀 더 복합적인 제도의 망과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본다. 기업을 놓고 보면 국가별 차이와 역사적 맥락에 따라 조직형태나 사회속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고 접근한다. 역사적 비교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현실을 봐야지 이론만 보면 상상력을 제약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많이 드는 예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자유무역을 중시하면서도 모든 토지가 국가 소유고 대부분 주택을 국가가 공급하고 GDP에서 공공부문 비중도 엄청나게 크다. 어떤 단일한 경제이론으로도 싱가포르를 설명하지 못한다. 현실을 보지 않으면 특정 이론에만 빠지게 되고 그런 눈으로 싱가포르 보면 제대로 설명을 못하게 된다.  사실 제도경제학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제도가 무엇인가를 두고 논쟁할 정도로 대단히 범위가 넓다. 일반적인 흐름은 제도가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치는지,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이다. 나는 거기에 더해 제도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 미치는가를 많이 보려고 한다. 개인은 물론 자유의지가 있고 개인 선택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선택에 영향 미치는 건 어떤 제도적 환경에서 살아가는지에 따라 굉장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스웨덴과 한국에서 똑같이 정부 역할 축소를 말하더라도 그 실상은 전혀 다르다. 같은 환경에서 살지 않았기 때문에 관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혼돈의 이집트] “아랍권 시위는 일시적 사태 아닌 보편적가치 지향의 세계사적 흐름”

    “이집트, 튀니지 등의 민주화 시위는 프랑스 혁명과 같은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한국의 중동 문제 전문가들은 최근 아랍권 독재국가에서 민주화 시위가 도미노식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일시적인 소요사태가 아니라고 7일 진단했다. 한국중동학회와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가 8일 명지대에서 공동 주최하는 ‘이집트, 수단, 튀니지 사태와 중동의 민주화 전망’이라는 주제의 긴급 심포지엄에 앞서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참석자들은 지금 아랍권 국가에서 범상치 않은 변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중동 아랍 국가들 가운데 레바논을 제외하고는 시민혁명이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이집트의 시민혁명은 아랍권의 ‘남성 주도 가부장적 인식 체계’를 바꾸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민주화 시위의 근본 원인으로 장기 독재, 지도층의 부패, 빈곤과 실업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앞으로 프랑스혁명과 같은 큰 변화, 장기적인 민주화 열풍이 불 것이라고 예견했다. 서 교수는 튀니지와 이집트 사태를 ‘웹에 등장한 벤츠와 당나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탈근대적 현상(벤츠)과 거리 시위와 같은 전근대적 현상(당나귀)이 동시에 나타나는 특이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황병하 조선대 교수는 이집트 야권의 최대 단일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았지만, 세속적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미국 등 서방국가와 민주화운동 내부의 또 다른 중심축인 엘바라데이 및 암르 무사 지지 세력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켜야 하는 숙제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향후 무슬림형제단의 행보와 관련해 첫째, 샤리아에 근거한 이슬람국가의 수립 이념을 포기하지 않을 것, 둘째, 온건주의와 중도주의를 표방하면서 폭력 사용을 철저히 배격하고 무바라크의 점진적 퇴진과 정권 이양을 지지할 것, 셋째, 이슬람주의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세속적 민주주의를 포용하면서 종교와 정치의 분리와 이슬람 가치의 확립을 헌법 개정으로 수렴하는 전략을 취할 것, 넷째, 이집트 민주화 과정과 선거에서 주도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은 것 등으로 분석했다. 김효정 명지대 교수는 튀니지 민주화 운동을 ‘경제적 문제뿐만이 아닌 총체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현재 튀니지 국민의 반발에 비춰보면 벤 알리 측근 인물이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내다보고 “벤 알리 정권 아래에서 탄압을 받아 국외로 망명했던 인사들이 귀국하면서 튀니지 대선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상률 명지대 교수는 “중동 아랍 국가들의 민주화 문제는 하루아침에 부상한 것이 아니며, 자유와 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세계사적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금상문 한국외대 교수는 “이집트 등 중동 국가에서 불고 있는 민주화 시위의 근본 원인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고”라고 국한시켜 주장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12세 소녀 출산 충격…24세 친부 체포

    12세 소녀 출산 충격…24세 친부 체포

    12세 소녀가 아기를 낳는 충격적인 일이 루마니아에서 벌어졌다. 경찰은 아기의 생물학적인 아버지로 추정되는 남성을 상대로 아동학대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루마니아 신문 리베르타티아에 따르면 수도 부쿠레슈티에 사는 12세 여자 초등학생인 클라우디아 페라루가 지난 2일(현지시간) 인근의 한 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딸을 낳았다. 아기는 체중 2.7kg으로 건강한 편이었다. 수술을 마친 소녀 역시 양호한 상태. 산모는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앞으로 일주일 정도 입원할 예정이라고 리베르타티아는 덧붙였다. 이에 앞선 지난해 11월에도 루마니아에서 스페인으로 건너간 10세 소녀가 아기를 낳아 세상을 놀라게 한 바 있다. 루마니아는 10대 빈곤층 여성들이 아기를 낳는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14세 이하 소녀가 아기를 낳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적잖은 충격을 줬다. 소녀는 임신 6개월이 다 되도록 부모에게 이 사실을 숨긴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 소린은 “여느 소녀들처럼 딸은 임신 사실이 알려질 까봐 무서웠던 것 같다.”고 안타까워하면서 “딸이 너무 어리기 때문에 당분간 아기는 나와 아내가 자식처럼 키우겠다.”고 밝혔다. 아기의 아버지는 소녀와 가깝게 지내던 24세 마을청년인 것으로 소녀의 부모는 추정했다. 현지법상 합의를 하더라도 14세 이하 어린이와 성관계를 맺는 건 아동학대에 해당하기 때문에 부쿠레슈티 경찰은 이 남성을 체포해 소아성애 혐의를 조사하는 중이다. 이미지=자료사진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서울광장] 거꾸로 가는 복지논쟁/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거꾸로 가는 복지논쟁/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정치권의 복지 논쟁이 뜨겁다. 민주당이 치고 나가고 한나라당은 맞받아치는 형국이다. 쟁점은 실현 가능성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부자 감세 철회, 4대강 등 비효율적 예산 절감, 건강보험료 인상, 비과세 감면비율 축소 등으로 무상복지의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한나라당은 증세나 재정 건전성 악화를 수반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민주당의 주장을 ‘선동정치의 전형’으로 몰아붙인다. 양당 모두 지지기반 확산을 겨냥하고 있으나 이념적인 토대는 좌·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선택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우파이고, ‘보편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좌파로 편가르기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무상복지든, 70% 복지든 정치권의 복지논쟁은 앞뒤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 시점에서 왜 복지가 화두가 돼야 하는지에 대한 진단이 빠졌다.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절실한 과제는 양극화 문제다. 외환위기 이후 확산된 산업별·기업 규모별·계층별 양극화는 지속적인 성장을 저해할 정도로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1000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절대빈곤·근로빈곤·저소득층은 성장에 동참할 기회도 박탈당하고 있을뿐더러, 동참하더라도 배분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 경제가 호황일 때엔 ‘기여도’라는 잣대가, 불황일 때엔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잣대가 적용되는 까닭이다.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젊은이들이 실직할 우려가 적은 직종으로 몰리고 기득권층이 장벽 쌓기를 통해 부의 대물림에 집착하는 것도 양극화가 초래한 불행한 시대상이다. 따라서 복지 논쟁은 어떻게 하면 양극화를 완화하고 국민 통합에 기여하느냐로 모아져야 한다. 먼저 사회안전망을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1차 안전망인 국민연금·고용보험·건강보험·산업재해보험 등 사회보험, 2차 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경로연금·의료급여 등 공공부조 및 사회복지서비스, 3차 안전망인 의료·생계 등 긴급복지 지원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사회보험은 정규직 위주여서 비정규직이 소외돼 있고, 공공부조와 긴급복지 지원은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먼저 구멍이 숭숭 뚫린 1·2차 안전망부터 보수해야 한다. 정치권이 요란을 떨고 있는 수혜 대상 및 요율 확대는 그 다음의 문제다. ‘분배정의’를 내세웠던 노무현 정부도 이같은 경로로 접근했다. 참여정부의 국민경제자문회의는 2006년 1월 ‘동반성장을 위한 새로운 비전과 전략’이라는 400쪽에 가까운 보고서를 내놓았다. ‘국민경제자문위원이 대통령께 드리는 경제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보고서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 창출’로 정책을 전환하는 이유로 양극화 문제를 꼽았다. 방법론으로는 세원 투명성 제고와 과세기반 확충(공정성 제고), 비과세·감면제도의 전면 재정비(고통 분담), 세율 인상 또는 세목 신설(증세)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공평 과세와 고통 분담, 증세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던 것이다. 이렇게 확보된 재원은 기초보장의 사각지대 해소 및 사회복지 서비스 확충, 근로연계 강화에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답이 이처럼 뻔한데도 느닷없이 ‘창조적’이라는 수식어를 갖다 붙여 기상천외한 해법이라도 있는 듯이 선전하는 것은 국민 기만이다. 복지가 지속가능한 생명력을 가지려면 ‘고용친화적’이어야 한다. 복지가 기회의 평등, 결과의 평등에 기여하려면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가정 주소득원의 일자리가 불안하면 가난의 대물림과 복지 지출 유발을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 등 애로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 단기실적에 함몰돼 수출 대기업 위주로 추진해온 고환율, 저금리 등 거시정책의 폐단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복지 논쟁이 제 궤도를 찾아야 한다. djwootk@seoul.co.kr
  • 국제 이목 ‘3대세습’ 北으로

    아프리카에서 민주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면서 북한의 3대 세습 체제가 새삼 외신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英 일간지 “北 철저한 우상화”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 31일 전 세계 현대사에서 어떤 독재자도 시도하지 않은 3대 세습이 북한에서 철저한 우상화 속에 진행되고 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63년 동안 지배한 북한 주민들이 개방을 통해 김씨 일가의 거짓말을 깨닫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김정은이 그런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무모함과 정치적 능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석은 폐쇄되고 통제된 아프리카 독재국가의 민주화 시위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위력을 발휘한 것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집트를 30년간 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는 1980년 이후 북한을 세 차례나 방문할 정도로 김씨 일가와 가깝기 때문에 무바라크의 실권은 김씨 일가에도 심리적인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집트의 통신 재벌 오라스콤이 북한에서 운영하고 있는 3G 휴대전화가 북한 사회에서 민주화와 개혁 요구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을지를 전문가들은 지켜보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보도에서 “김정일의 최대 과제는 막내 아들 김정은의 업적을 부각시켜 자신과 유사한 이미지를 심고, 이를 통해 ‘가족 정권’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지난해 5월 통통하게 살찐 얼굴의 김정은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한국과 일본에서는 할아버지인 김일성 전 주석과 비슷하게 보이려고 김정은이 성형수술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김정일의 출생 기록과 각종 업적, 골프 성적, 프로필 등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장된 우상화 사례들을 열거하며 북한의 개방으로 주민들이 상실감을 느끼고 3대 세습의 독재 행적이 도마에 오르는 것이 김씨 일가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많은 주민이 굶주리고 있는 반면 김씨 일가는 해외 은행계좌에 수십억 달러를 예치하고, 100만 달러 이상의 최고급 포도주를 수입하는 등 사치를 일삼고 있으나 북한 언론이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일 최대과제는 김정은 업적부각” 텔레그래프는 최근 러시아에서 레닌의 유해 이전 논란이 벌어진 것에 김정일이 섬뜩함을 느꼈을 것이라며 자신이 아버지 김일성의 유지를 받들었듯이 아들 김정은도 자신의 사후에 똑같이 해주기를 바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주화 욕구와 경제적 빈곤에서 비롯된 아프리카의 시민항쟁이 최신 통신 기기를 통해 북한의 폐쇄사회로 옮겨 붙을지 외신들이 눈여겨보고 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열린세상] 오코노기 교수의 마지막 강의/장제국 동서대 부총장

    [열린세상] 오코노기 교수의 마지막 강의/장제국 동서대 부총장

    일본의 한반도 문제 권위자인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의 정년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강의가 지난 18일 게이오 대학에서 있었다. 필자도 제자 자격으로 참석했는데, 400여명이 강당을 가득 메웠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일본의 내로라하는 한반도문제 전문가, 도쿄 주재 한국 특파원들을 비롯한 한·일 양국 주요 언론인, 그리고 졸업생 등이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교수의 마지막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선생은 차분한 목소리로 한국 연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 한국과의 인연, 그리고 그간의 연구 성과 등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마치 현대한국정치사 강의를 듣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선생은 격동의 한국정치를 잘 설명하고 있었다. 선생의 인생진로가 한반도와 얽히게 된 계기는 학부생 때 한국에 대해 연구해 보라는 지도교수의 조언 때문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1960년대) 군사독재정권하에 있던 빈곤한 한국에 대해 일본사회는 극도의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그의 지인들은 한결같이 ‘한국을 공부해서 뭐하느냐.’는 만류가 대세를 이루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회의론이 그의 한반도 연구에 대한 의지를 꺾지 못했고, 그는 일본인 한국교환유학생 1호라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강의가 무르익어 갈수록 오코노기 선생이 명성을 누리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당장 인기가 없고 미래도 없어 보이는 한국에 대해 연구하겠다고 하는 ‘인생을 건 결단’이 있었다는 점이다. 특기할 만한 것은 개인적 결단에 대해 국가가 그냥 내팽개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각종 연구지원이 잇따랐고, 그러한 지원이 한국전쟁과 관련한 1차자료 수집을 위한 장기간의 미국 워싱턴 체류를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가 인생에 있어서 ‘아무 걱정 없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 했다. 이는 외로운 결단을 한 연구자에 대한 사회적 ‘보상 시스템’이 존재함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사실 일본에서는 비인기 분야에 대한 연구가 비교적 활성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홋카이도 대학의 슬라브 연구소에서는 국경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매년 중국과 러시아 국경을 연구원들이 걸어서 답사하며 변경 지역의 문화, 언어, 역사, 풍습 등을 이 잡듯이 조사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철저한 국경연구가 영토분쟁 시 체계적인 논리를 펼 수 있는 밑거름을 제공함은 물론이다. 과연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비인기 분야의 연구자들이 발이나 붙일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잘나가는 분야에만 온통 쏠리는 우리네 연구 풍토가 한국판 ‘오코노기’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해 끊임없는 열정을 보여 왔다는 점이다. 선생은 한국의 대표적 학자들은 물론, 정계와 관계의 주요 인물들과 광범위한 인맥을 쌓아 왔다. 이들과의 지속적인 의견 교환을 통하여 생각을 정리 분석하여 수많은 논문을 내놓았다. 선생의 취재 수첩은 깨알 같은 정보로 가득하다. 세 번째는 대학교수로서 그는 오직 한 길만 걸었다는 점이다. 조금만 학문적 업적이 쌓이고 명성을 얻으면 정계에 진출해 버리는 일부 우리 학계의 현실과는 달리 선생은 오직 자신의 영역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것이다. 선생은 강의 말미에 자신의 지도교수가 일러준, 대학교수로서 가져야 할 교육·연구·대학행정·사회공헌·후진양성이라는 5가지 덕목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그는 소위 잘나가는 ‘유명’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자로서의 모습을 한번도 흩트린 적이 없었음을 필자는 기억한다. 필자의 서툰 일본어로 작성된 학기말 논문을 선생은 언제나 손수 빨간색 펜으로 빼곡히 수정해 돌려주었는데, 이에 긴장하고 감탄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는 앞으로의 한·일관계는 일본이 한국 통일과정에 얼마나 공헌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말을 뒤로하고 90분 강의를 마무리했다. 한반도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선생의 한·일관계 처방인 것이다. 오코노기 선생의 건승과 퇴직 후에도 보다 왕성한 연구 활동을 이어 나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 [서울광장] 복지는 정치의 힘이다/박홍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복지는 정치의 힘이다/박홍기 논설위원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지난 2009년 12월 “당신 같은 부자도 아동수당을 받을 생각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중학교 졸업 전인 16세까지 매달 2만 6000엔씩을 주기로 한 민주당의 아동수당을 둘러싼 소득제한론 논란이 한창 진행되던 때다. 아동수당은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당의 ‘생활 제일’을 뒷받침하는 복지정책 가운데 대표 격이다. 정치인 중 가장 부자인 하토야마 총리는 “받아 기부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어린이의 성장은 사회 전체가 지원한다는 취지 아래 가계소득에 관계없이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연 2000만엔 이상의 고소득 가정을 제외하는 안도 검토했으나 해당 자녀 연령층이 1% 미만인 수만명에 불과,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기부 제도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보편적 복지를 선택한 것이다. 현재 아동수당은 당초 약속과는 달리 재정 탓에 절반인 1만 3000엔만 주고 있다. 복지는 돈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일본 민주당은 불필요한 예산 낭비요소를 제거하는 작업을 벌였다. ‘지교시와케’( 事業仕分け)라는 국책사업 및 예산 재평가를 위한 공개심의를 통해서다. 2009년 12월 첫 공개심의에서 1조 7700억엔의 예산을 깎아 재원을 확보했다. 충분하지 않았다. 간 나오토 총리는 올해 세수 부족이 커지자 50조엔어치의 국채를 발행했다. 국가부채 비율이 처음으로 200%를 넘어섰다. 때문에 증세론이 강하게 떠오르고 있다. 200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조세부담률은 26.7%인 데 비해 일본은 18.0% 수준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가부도위기설’도 사뭇 다르다. 국채의 95% 이상은 금융기관이나 개인 등 국내 투자가들이 갖고 있다. 5%만 외국인이 보유했을 뿐이다. 해외에 빌려준 돈이 무려 2조 8000억 달러에 달한다. 세계 최대 채권국이다. 외환보유고도 1조 달러가 넘는다. 실제로 국민들 사이에 정책의 방향성 자체를 비판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본을 거론한 것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복지 논쟁의 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다. 민주당은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보육·무상의료·반값 등록금 정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한나라당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니 ‘서민 속이는 표 장사’니 하는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정면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저서 ‘도덕, 정치를 말하다’에서 말한 ‘자애로운 부모’와 ‘엄한 부모’ 모델론과 같다. 분명한 점은 사회가 전례 없이 양극화, 빈곤층 증가, 저출산, 고령화 등 복합적인 문제를 한꺼번에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넘쳐 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신다는 ‘적하효과’(Tricle down effect)의 한계도 체감했다. 새로운 정책 이념과 정책 혁신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껏 성장 정책에 치중한 탓에 분배에서 출발하는 복지는 사회적 호응을 거의 얻지 못했던 터다. 따라서 복지 논쟁은 그 자체만으로도 바람직하다. 인간다운 삶의 조건과 질, 생활보장, 한국의 미래를 따질 만큼 사회 의식이 커졌다는 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복지에 눈을 떴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복지엔 사회적 구성원, 즉 국민적 공감대가 필수적이다. 논쟁 양상에서는 색깔론과 같은 구태에서 벗어나야 함은 물론이다. 민주당이 야심차게 빼든 무상복지도 보다 설득력을 얻으려면 재정 확보 등 챙겨야 할 부분이 적잖다. 정책적 대안보다는 “단편적 논쟁”이라며 폄훼하고 정치적 공세를 펴는 여권 측의 자세도 별로 보기 좋지 않다. 우리나라의 예산 대비 복지지출 비율은 28%로 OECD 국가평균 45%에 비해 턱없이 낮다.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해도 복지예산은 7.5% 수준으로 OECD 국가평균 19.3%와 큰 차이가 나는 게 현실이다. 재원 마련은 공감대만 이뤄지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복지는 정치적 결단의 산물이자 국민의 몫인 까닭에서다. 담론이 무성할수록 복지 현실은 개선돼 나갈 것이다. 때문에 불붙은 정치권, 시민단체의 복지 논쟁은 치열하되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hkpark@seoul.co.kr
  • [월드이슈] 엘바라데이 귀국 이틀만에 가택연금… 무바라크 ‘초강수’

    [월드이슈] 엘바라데이 귀국 이틀만에 가택연금… 무바라크 ‘초강수’

    ‘분노의 금요일’을 맞은 이집트가 혼돈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난 군중 수만명이 28일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무 바라크 집권 30여년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로, 이집트 전역 28개 지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고 AP, AF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집트는 하루종일 암흑에 잠겼다. 이날 0시를 넘어서자 시위대의 결집을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꼼수로 인터넷과 휴대전화 서비스가 차단됐다. 정오 예배가 끝난 뒤 시위가 개시되자 경찰의 최루탄 세례로 도시 곳곳이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카이로 도심 모한디신 지구에만 2만명의 시위대가 몰렸고,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델타 등 지방도시에서도 시위 인파는 점점 불어났다. 이날 예고대로 카이로 도심 기자 모스크 앞 광장에 모습을 드러낸 무바라크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경찰의 물대포 세례를 맞고 모스크 안에 갇혔다 가까스로 빠져나왔으나 가택 연금에 처해졌다. 경찰은 시위대에 고무탄으로 경고사격을 날린 뒤 최루탄을 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시민들도 카이로 경찰서 2곳에 불을 지르고 경찰과 경찰차량에 돌을 던지는 등 격렬하게 맞섰다. 가장 시위가 과격했던 곳은 운하도시인 수에즈로 시위대가 경찰서에 보관된 무기를 탈취하고 경찰차량 20여대에 불을 질렀다. 이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1명이 숨졌다. 2005년 무바라크에게 도전장을 던진 야당 대선후보인 아이만 누르(알가드당 대표)도 부상을 입었다. 이로써 이번 반정부시위로 시민 6명, 경찰 2명 등 총 8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을 입었다. 시위대는 카이로 시내 무바라크 대통령궁 인근과 집권당 사무실로 몰려가는 등 권력의 중심부를 향해 거침없이 진격하면서 무바라크 대통령을 위협했다. 한편 반정부 시위 나흘간 무라바크 대통령의 행방이 묘연해 국외 탈출설도 퍼졌지만 이집트 현지 언론은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은 수에즈 시장과 통화하는 등 시위 상황을 살폈다고 전했다. 시위 전날인 27일에는 시나이 지역의 모하메드 아테프(17)가 총에 맞는 동영상이 로이터통신을 통해 보도되고 유튜브 등 동영상 공유 사이트 등을 통해 퍼지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 2009년 이란 대선 부정 선거 논란 당시에는 총격으로 숨진 여대생 네다 솔탄의 동영상이 시위를 확대시킨 바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2005년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지도부 탄압을 통해 잠재우는 등 집권 30년 동안 수많은 고비를 넘겨 왔다. 그러나 인구의 40%가량이 빈곤 상태에 있을 정도로 분배 정책에 실패하면서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통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4·6 청년운동’이 전면에 서고 최대 야권세력이자 강경 이슬람단체인 ‘무슬림형제단’과 ‘개혁을 위한 국민연합’(NAC) 등이 뒤따르는 형국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시위에 앞서 ‘무슬림형제단’의 핵심 인물 등 주요 정치인 20명을 잡아들였다. 아랍권 독재 국가 가운데 국민 저항에 대한 내성이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은 이집트에서의 시민혁명 성공 여부는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 이상의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페이스북 안전성 다시 도마에

    페이스북 안전성 다시 도마에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팬 페이지가 해킹당했다고 BBC방송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보안 강화조치를 발표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SNS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안전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해커는 저커버그의 팬 페이지에 마치 저커버그가 쓴 것처럼 꾸며 메시지를 올렸다. 해커는 “해킹을 시작하자. 페이스북이 돈을 필요로 한다면 은행으로 가는 대신에 사회적인 방법으로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페이스북 투자를 허용하는 게 어떨까. 노벨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가 설명한 방법으로 페이스북을 소셜 비즈니스로 전환하자.”라고 썼다.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금융 제도(마이크로 크레디트)를 통해 빈곤층과 여성 등에게 자활의 길을 열어 주는 운동으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 빈곤퇴치 운동가다. 메시지가 올라온 지 3분 만에 1800여명이 ‘좋아요’를 눌러 공감을 표시했고 댓글도 438건이나 달렸다. 페이스북 팬 페이지는 개인 계정과는 별도로 운영되며 주로 유명 인사와 기업 등이 일반인과 소통하기 위해 운영하는 곳이다. 페이스북이 해킹 피해를 입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3일에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이 두 차례나 해킹당했다. 당시 해커는 오는 2012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메시지를 올렸고 사르코지 대통령과 페이스북 친구를 맺은 35만명이 이 거짓 메시지를 즉각 받아봤다. 안전성 논란 속에서 페이스북은 이날 이틀 앞으로 다가온 ‘세계 개인정보 보안의 날’을 맞아 카페나 공항, 호텔 등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컴퓨터에서 쓸 수 있는 ‘1회용 비밀번호’를 도입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 개선 조치를 발표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노인 특화 사업으로 창업땐 최대 3년간 3억 지원

    보건복지부가 24일 발표한 ‘101가지 서민희망찾기’ 과제는 아동과 노인, 장애인 등 6개 분야로 나뉘어 추진된다. 이번 ‘서민 과제’에 담긴 노인 정책은 저소득층 노인에서부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노인층까지 아우르는 점이 특징이다.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를 개소해 홀몸노인을 지원하고, 전국 16곳에 노인학대 피해자 전용쉼터를 설치해 학대피해 노인에 대한 심리치료와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시니어 인턴십을 도입해 노인을 채용하는 기업에는 실습훈련비 등을 매칭 지원한다.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특화사업을 창업하는 기업에는 기업당 최대 3년간 3억원까지 지원해 주기로 했다. 홀몸노인 말벗서비스 역시 민간 콜센터가 참여하는 민관 공동사업 형태로 추진된다. 인터넷 중독 아동에 검사·상담 지금까지 평가인증 여부만 공개되던 어린이집은 앞으로 평가등급과 세부항목별 점수까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다. 작년 11월 현재 전체 어린이집의 63.8%인 2만 2671곳이 평가인증을 받았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9월부터 주변의 우수 어린이집을 검색할 수 있는 스마트폰용 ‘우리 동네 좋은 어린이집 찾기’ 애플리케이션도 개발·보급할 계획이다. 어린이집 급식재료를 공동구매하는 시범사업도 추진돼 기관마다 차이를 보였던 급식의 질·비용 격차도 해소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14.3%가 인터넷 중독에 빠져 있다는 조사 결과와 관련, 3월부터 전국 평균소득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인터넷 중독 증상이 있는 아동·청소년들에 대해 심리검사 및 상담, 사회성 향상 및 언어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도 실시하기로 했다. 국립재활원과 함께 중증장애인을 위한 운전면허 연습 기회를 확대한다. 이들을 위한 순회교육을 5월부터 시작하고, 국립재활원 시설을 활용해 장애인들에게 운전면허 취득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4월부터 결핵환자 의료비 경감 의료 사각지대로 불리던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건강관리가 체계화된다. 북한 이탈주민 출신 상담사를 일선 보건소에 배치해 이들에 대한 지역사회 내 의료접근권을 강화하고, 결핵이나 B형 간염 등 감염성 질환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감염성질환은 꾸준한 약물치료가 이뤄져야 하지만 북한 이탈주민들은 대부분 하나원 퇴소 이후에 약물 복용을 중단해 결핵 유병률이 일반보다 10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관심을 피하기 위해 노출을 꺼리는 청소년 임산부에 대한 출산의료비 지원책도 4월부터 마련된다. 임신 중 산전관리와 출산에 소요되는 의료비를 연간 1인당 12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해 임신기간 중 적절한 산전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대부분이 서민층인 결핵환자의 의료비 부담 경감책도 4월부터 추진된다. 약 7만명의 결핵환자 진료비를 절반으로 낮춰 현재 10%였던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5%로 경감한다. 저소득층 ‘압류방지 통장’ 도입 재산 압류 처지에 놓인 저소득층을 위해 ‘압류방지 전용통장’ 제도가 도입된다. 이들에게 지원되는 기초생활보장 급여가 압류되지 않고 기초적인 생계비로 쓰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직장을 가진 기초생활수급자는 일반 직장근로자들처럼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또 탈수급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된다. 일하는 기초수급자를 대상으로 자립자금을 지원하는 희망키움통장 가입자가 수급 대상에서 빠질 경우 주택 개·보수를 지원하고 임대주택 혜택을 일정기간 유지해 빈곤층으로 재진입하는 악순환을 막을 방침이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시론] ‘무상복지’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시론] ‘무상복지’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을 포함한 소위 ‘무상복지’ 논쟁이 한겨울 정치권을 후끈 달구고 있다. 국민의 관심도 뜨겁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복지가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의제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최근의 무상복지 논쟁을 지켜보는 마음은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현재 진행되는 무상복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략적 차원에서만 이루어져 자칫 복지논쟁을 복지 확대와 복지 축소의 단순 이분법적인 편 가르기로 몰고 갈까 하는 우려에서다. 이러한 우려는 무상복지라는 정치적 구호에는 몇 가지 중요한 오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오해는 무상복지는 공짜라는 인식이다. 물론 복지급여를 무상으로 받는 입장에서는 공짜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절대 공짜일 수가 없다. 이는 늘어나는 복지급여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상복지가 공짜일 수 없는 것은 그곳에 쓰이는 재원은 더 시급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다른 복지욕구에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제한된 자원 내에서의 기회비용의 문제다. 무상급식의 예를 들어보자. 모든 아동들에게 가구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데 드는 추가예산은 1조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1조원이 많은 돈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가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상급식에 1조원을 쓰는 것은 다른 복지욕구의 충족에 1조원을 쓰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아동 결식의 문제는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단순히 ‘밥을 굶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빈곤 결식아동의 약 60% 이상이 가정에서의 방치 혹은 방임의 문제를 중복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동 결식의 문제는 ‘밥을 굶는’ 문제의 차원이 아니라 아동 방치와 방임 등의 문제를 포함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문제로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전체 9~11세 아동들의 약 25%가 평일 방과 후에 돌봐주는 사람 없이 3시간 이상 방치 상태에 있다는 최근 통계는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추가예산 1조원을 급식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계층까지 늘리는 데 쓸 것인가 혹은 더 근본적인 문제인 아동 방임과 방치의 예방에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두 번째 오해는 복지국가의 확대는 보편적 복지의 확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어느 국가도 모든 복지욕구를 보편적 복지로 해결할 수는 없다. 또, 그런 유례도 없다. 복지국가의 확대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적절한 조합의 확대이지, 단순히 보편적 복지만의 확대 문제는 아니다. 일견 보편적 복지가 사회복지의 가치인 평등의 추구에 더 적합해 보인다.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과정적으로는 더 평등하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는 결과의 평등을 이루는 데는 별로 도움이 못 된다. 복지욕구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모두 같은 혜택을 주기 때문에 결과적인 격차를 줄여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잘 설계된 선별적 복지가 모자란 부분을 메워주는 작용을 함으로써 결과의 평등을 이루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선택이 넓고 얇은 복지를 늘려가는 것인지 혹은 필요한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무상복지’ 논쟁이 편 가르기 식의 정략적 논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우리나라 복지체제의 큰 발전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진수희장관 인터뷰] “예산 많이 들지않는 과제 대부분…지속가능한 복지제도 정착 중요”

    [진수희장관 인터뷰] “예산 많이 들지않는 과제 대부분…지속가능한 복지제도 정착 중요”

    진수희 장관은 24일 ‘101가지 서민희망찾기 사업’ 브리핑에서 최근의 무상복지 논란을 의식한 듯 지속가능한 복지 제도의 정착을 강조했다. 진 장관은 “복지정책의 방향을 저소득층에 대한 보호 위주에서 벗어나 탈빈곤과 자립기반 강화 등으로 전환시킬 때”라면서 복지패러다임의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이어 “보건복지 분야의 수요가 늘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복지제도가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지금 당장 여유가 있다고 당대에 나눠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론에 대한 우회적인 반박인 셈이다. 그는 “악화되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이나 복지담론 등에 대해서는 조만간 입장을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101가지 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재원 마련과 관련, 진 장관은 “건강보험이나 연금의 탄력적인 운용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대다수가 (예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재정중립적인 과제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과제 중 보육정책은 복지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진 장관의 의중이 읽히는 대목이다. 어린이집에 대한 평가인증 여부와 함께 구체적인 평가점수를 공개해 소비자인 학부모들이 더 나은 보육시설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진 장관은 “일부 좋은 보육시설로 학부모들이 몰릴 수는 있다.”면서 “시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이해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평가인증을 받은 보육시설에는 교재교구비 등을 차등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 제공을 확대하겠다.”면서 선별적 지원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진 장관은 이날 릴레이 현장방문의 첫 일정으로 서울 삼성동 한전 빛사랑어린이집을 방문, 학부모 및 종사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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