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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담화 전문

    아베 담화 전문

    종전 70년을 맞아 전쟁에 이른 길, 전후의 발자취, 20세기라는 시대를 우리는 조용히 되돌아보고 그 역사의 교훈 속에서 미래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0년 전 세계는 서양 제국을 중심으로 각국의 광대한 식민지가 커지고 있었습니다.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배경으로 식민지 지배의 물결은 19세기 아시아에도 밀려들었습니다. 그 위기감이 일본 근대화의 원동력이 됐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입헌정치를 시작하고 독립을 지켜 왔습니다. 러일전쟁은 식민 지배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민족자결의 움직임이 커지면서 식민지화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 전쟁은 1000만명의 전사자를 낸 비참한 전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평화’를 강하게 원하고 국제연맹을 창설해 부전(不戰) 조약을 탄생시켰습니다. 전쟁 자체를 위법화하는, 새로운 국제사회의 조류가 생겼습니다. 당초 일본도 발걸음을 같이했습니다. 그러나 세계공황이 발생하고 구미제국이 식민지 경제를 끌어들여 경제의 블록화를 진행하자 일본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일본은 고립감이 깊어져 외교적, 경제적으로 한계에 부딪히자 힘의 행사로 해결하려고 시도했습니다. 국내의 정치 시스템은 그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일본은 세계의 대세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만주사변, 그리고 국제연맹으로부터의 탈퇴. 일본은 점차 국제사회가 엄청난 희생 위에 쌓으려 한 ‘새로운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자가 돼 갔습니다. 나아갈 진로를 잘못 잡아 전쟁의 길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70년 전, 일본은 패전했습니다. 전후 70년을 맞아 국내외에서 돌아가신 모든 사람들의 목숨 앞에 깊이 고개를 숙이고 통석의 마음을 표시하고 영겁의 애도를 바칩니다. 과거 전쟁에서 300만 동포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조국의 장래를 걱정하고 가족의 행복을 바라며 싸움터에서 돌아가신 분들. 종전 후, 극한(極寒)의 또는 작열하는 머나먼 타향에서 굶주림과 병에 시달리다 돌아가신 분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 도쿄를 비롯한 각 도시에서의 폭격, 오키나와 지상전 등으로 많은 시민이 무참히 희생됐습니다. 전쟁이 벌어진 나라에서도 젊은이들의 목숨이 수없이 사라졌습니다. 중국, 동남아, 태평양 섬 등 전장이 된 지역에서는 전투뿐 아니라 식량난 등으로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고난에 빠지고 희생됐습니다. 전쟁터의 그늘에서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은 여성들이 있었던 것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일본이 아무런 죄 없는 사람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손해와 고통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역사란 실은 돌이킬 수 없는, 가혹한 것입니다. 개개인에게 각자의 인생이 있고 꿈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되새기면서 지금 다시 할 말을 잃고 단장(斷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런 희생 위에 현재의 평화가 있습니다. 이것이 전후 일본의 원점입니다. 두 번 다시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사변, 침략, 전쟁, 어떠한 무력의 위협과 행사도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두 번 다시 써서는 안 됩니다. 식민지 지배와 영원히 결별하고 모든 민족의 자결권이 존중되는 세계가 돼야 합니다. 전쟁에 대한 깊은 회오(悔悟)의 마음과 함께 일본은 그렇게 맹세했습니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나라를 만들어 법의 지배를 중시하고 오로지 부전의 맹세를 견지해 왔습니다. 70년에 걸친 평화국가로서의 행보에 우리는 조용한 자부심을 가지면서 이런 변하지 않는 방침을 앞으로 관철해 가겠습니다. 일본은 지난 전쟁에서의 행동에 대해 거듭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해 왔습니다. 그런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동남아 국가, 대만, 한국, 중국 등 이웃 사람들이 걸어온 고난의 역사를 가슴에 새기고 전후 일관되게 평화와 번영을 위해 힘을 다해 왔습니다. 이러한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어떤 노력을 다하더라도 가족을 잃은 분들의 슬픔, 전화로 도탄의 고통을 맛본 사람들의 아픈 기억은 앞으로도 절대 아물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전후 600만명이 넘는 일본인이 아시아 각지에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고 일본 재건의 원동력이 된 사실을. 중국에 두고 온 3000명 가까운 일본 어린이들이 무사히 성장하고 다시 조국 땅을 밟게 된 사실을. 미국, 영국, 네덜란드, 호주 등에 있던 포로들이 일본을 찾아 전사자들을 위한 위령을 계속해 주고 있는 사실을. 전쟁의 고통을 겪은 중국인 여러분과 일본군에 의해 참기 어려운 고통을 받은 전쟁 포로들이 그토록 관대하려면 얼마만큼 갈등하고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했는지. 그러한 것을 우리는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관용의 마음으로 일본은 전후 국제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전후 70년을 계기로 일본은 화해를 위해 힘을 써 준 모든 나라,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일본에서는 전후 세대가 인구의 80%를 넘었습니다. 전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우리의 아들과 손자 등 미래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과를 계속할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우리 일본인들은 세대를 넘어, 과거의 역사와 정면으로 마주 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과거를 이어받아 미래에 물려줄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의 부모, 또 그 부모 세대는 전후의 폐허, 가난의 밑바닥에서 생명을 이어 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 세대, 나아가 다음 세대들로 미래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선조의 꾸준한 노력과 함께 적으로 치열하게 싸운 미국, 호주, 유럽 각국을 비롯한 정말 많은 나라로부터 원한을 초월한 선의와 지원의 손길이 뻗친 덕분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미래에 계속 말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역사의 교훈을 깊이 가슴에 새기고 더 나은 미래를 열어 가면서 아시아, 그리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힘을 다한다는 큰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한계를 힘으로 타개하려 했던 과거를 가슴에 계속 새기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나라는 어떤 분쟁에서도 법의 지배를 존중하고 힘의 행사가 아니라 평화적,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 원칙을 앞으로도 굳건히 지키면서 세계 각국에도 호소하겠습니다. 유일한 원폭 피해국으로 핵무기 비확산과 궁극적인 폐기를 목표로 국제사회에서 그 책임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우리는 20세기 전쟁 중 많은 여성의 존엄과 명예가 크게 상처받은 과거를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일본은 그런 여성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나라가 되고 싶습니다. 21세기야말로 여성의 인권이 상처받는 일이 없는 시대로 만들기 위해 세계를 이끌어 가겠습니다. 우리는 경제의 블록화가 분쟁의 싹을 키운 과거를 이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일본은 어떤 나라에도 함부로 좌우되지 않고 자유롭고 공정하고 열린 국제 경제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개발도상국 지원을 강화해 세계의 번영을 견인하겠습니다. 번영이 평화의 초석입니다. 폭력의 온상이 되는 빈곤에 맞서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의료와 교육,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더욱 힘을 쓰겠습니다. 우리는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자가 돼 버린 과거를 이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일본은 자유민주주의, 인권과 같은 기본적 가치를 확고하게 견지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손잡고 ‘적극적 평화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어 세계 평화와 번영에 지금 이상으로 공헌하겠습니다. 종전 80년, 90년, 나아가 100년을 향해서, 그런 일본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는 결심입니다. 2015년 8월 14일 총리 아베 신조
  • 350년전 전염병 희생자들의 ‘공동 지하무덤’ 발견

    350년전 전염병 희생자들의 ‘공동 지하무덤’ 발견

    영국 런던 리버풀스트리트역 지하에서 런던 대역병 당시 숨진 피해자들의 공동 지하무덤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 미국 CNN 등 해외 언론의 12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 공동 지하무덤에는 1665년 당시 페스트 전염병으로 숨진 피해자의 유골 최소 30구가 무질서하게 매장된 채 발견됐다. 런던 대역병은 1664년부터 희생자를 내기 시작해 런던 인구 46만 명 가운데 7만 5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도심전철공사 중 발견된 이번 지하무덤에서는 유골들이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누운 채 발견된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특징으로 미뤄 봤을 때, 희생자들이 모두 같은 날 급하게 매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하고 있다. 발굴현장을 이끄는 고고학자인 제이 카버는 “유골들은 겹겹이 쌓인 채 매장됐으며, 일부는 옆으로 뉘인 채 묻은 것으로 보아 최대한 한 곳에 많은 시신을 묻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이어 “특히 이번 지하무덤은 전염병으로 죽은 빈곤층들이 급하게 묻힌 것으로 보이며, 이 지하 무덤을 연구하는 것은 당시 런던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고통을 받았고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알게 해주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런던 곳곳에서는 런던 대역병으로 인한 유골들의 발굴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16~17세기에 조성된 런던 베트램 묘지터를 중심으로 3000구 가량의 유골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골 30여 구가 발견된 이번 공동 지하무덤 역시 베트램 묘지터 인근에 있다. 지난 2년 간 부분 발굴로 찾아낸 유골과 유물은 400점 이상. 대역병은 외국과의 교역 중 바이러스가 옮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정확한 발병 및 창궐 원인은 밝혀지지 않아 이번 지하무덤 발견에 학계의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씨줄날줄] ‘잘 놀기’의 기술/황수정 논설위원

    이 노래, 어떤가.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시절이 바뀌어 폐기처분돼야 하는 노랫말이 있다면 이 노래가 그렇다. 이어지는 노랫말, ‘화무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열흘 붉은 꽃 없고 달이 차면 기우는 자연 이치는 끄떡없는데, 젊어 노는 게 미덕이라는 장담은 유효기한이 끝났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차라리 당당히 놀기로 체념한다는 실업 청춘, 니트족들에게는 심장을 헤집는 노래다. 시대 상황에 안 맞는 오류는 더 있다. 늙어 못 놀 일은 또 뭔가.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그러고 보면 ‘잘 놀기’에 대한 해석이 요즘처럼 어렵고 민감했던 때가 없었다. 일자리만큼이나 모자라서 아우성치게 만드는 것은 시간이다. 타임푸어(Time Poor) 시대. 먹고 자고 씻는, 생활에 필수적인 시간조차 제대로 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시간빈곤층’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중 시간빈곤층은 무려 42%. 우리는 세계에서도 일 많이 하기로 소문난 나라다. 한 사람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153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길다. 이쯤 되면 휴식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언제, 얼마나가 아니라 ‘어떻게’ 쉴 것인지로 초점을 옮기는 편이 효율적인 휴식을 위한 지름길이다. 잘 휴식하기(Well Rest)의 방법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분초를 쪼개는 일상에 길들어 여가가 생겨도 무기력증에 빠진다는 호소가 사회병증이 됐다. 오죽했으면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기’의 광고 카피가 온갖 패러디물로 인기를 얻고 있을까.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는 이른바 무위(無爲) 휴가. 여름 휴가철을 앞둔 어느 조사에서는 “떠나는 여행을 하고 싶지 않다”고 답한 직장인이 절반을 넘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제대로 놀 줄 몰라 곳곳에서 허둥대는 모습들이다. 터닝 메카드라는 장난감을 사겠다고 젊은 부모들이 새벽부터 잠 안 자고 대형마트 앞에 줄을 선다고 한다. 고작 스마트폰 게임이나 상술로 기획된 놀잇감을 쥐여 주는 것 말고는 아이들에게 딱히 해줄 게 없는 세태의 단적인 반영이다. 놀 줄 모르는 어른들, 잘 노는 법을 애초에 배워 본 적 없는 아이들. 잘 휴식하지 못하는 사회가 건강할 수 없으니 씁쓸하다. 다산 정약용은 18년을 유배지에 묶였으면서도 저술 활동이 누구보다 왕성했다. 다산은 마음 맞는 사람들과 교유하는 것으로 삶의 숨통을 텄던 모양이다. ‘웰 레스트’의 내공이 압권이어서 언젠가 밑줄을 쳐둔 대목이다. ‘살구꽃이 피면, 복숭아꽃이 처음 피면, 한여름 참외가 익으면, 초가을 서쪽 연못에서 연꽃이 피면, 국화가 피면, 겨울철 큰 눈이 내리면, 세모에 화분의 매화가 피면….’ 여가를 즐긴 명분이 너무 소소해서 시시하다. 삶에 쉼표를 찍는 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열린세상] 복지제도, 허리를 두텁게 해야 한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열린세상] 복지제도, 허리를 두텁게 해야 한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지난 총선과 대선은 복지논쟁이 다른 이슈를 집어삼킨 선거였다. 대선 직후 기초연금 도입 방식을 둘러싸고 큰 홍역을 앓았다. 기초연금 문제가 일단락된 후에는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로 1년 가까이 나라가 시끄러웠다. 그러는 사이 다음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복지논쟁 시즌2’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연금제도 도입 역사는 최소 60년이 넘는다. 제도가 오래되다 보니 노인이 가장 부유한 세대다. 고성장 시대의 관대한 연금혜택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OECD 대한민국 정책센터 사회정책본부’가 개최한 국제회의에서 발표된 OECD 최신 보고서는 빈곤 문제가 노인에서 청년으로 옮겨 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청년 빈곤 문제를 푸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전 국민 대상으로 국민연금이 확대된 시점이 1999년 4월이다. 16년에 불과하다 보니 노인 빈곤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모든 노인들이 가난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빈곤한 노인이 많으나 우리 역사상 가장 부유한 노인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우리나라 노인들이 모두 가난한 것처럼 사실이 왜곡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날로 심화되는 소득 양극화, 가장 어려운 집단에 집중된 무상복지 혜택 탓에 중간에 낀 어정쩡한 중하위 소득계층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가 조금만 도와주면 숨통이 트일 집단에 대한 복지 혜택이 많지 않다. 복지 지출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국민의 복지 체감도가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복지 혜택이 돌아가도록 우리 사회의 인프라를 재구축할 때가 된 것 같다. 진짜 생활이 곤궁한 노인이 얼마나 되는지, 소득양극화는 어느 정도 심화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생산해 낼 때다. 소득불평등을 보여 주는 지니계수만 해도 정부 공식 통계와 일부 전문가가 주장하는 통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부유층과 재산의 범위 때문이다. 현실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는 통계 작성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해 발간된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기준으로는 우리나라 소득불평등이 일본보다 낮으나, 재산을 포함하면 일본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높은 노인빈곤율도 부동산 자산을 고려하지 않아서 나타나는 문제다. 연금 등 금융자산이 대부분인 여타 OECD 회원국들과 달리 부동산 자산이 대부분인 우리 현실을 고려하지 않다 보니 실제보다 노인빈곤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쉽게 수긍할 수 있는 통계 자료가 생산돼야 정부 정책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청년 문제를 다룬 드라마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취직이 어렵고 취직해도 계약직이 대부분이다 보니 미래 설계를 할 수 없다. 정부가 많은 대책을 내놓아도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는 이유다. 앞날이 불확실한데 어떻게 결혼해 애를 낳고 살 생각을 하겠는가. 노인 빈곤 문제를 소홀히 하자는 말이 아니다. 전체 연령층에서 누가 진짜 빈곤한 집단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노후 소득 보장이 중요하다고 아무리 두터운 사회보장제도를 만들어 봤자 제도를 지탱할 젊은 세대, 즉 허리가 부실해지면 그 사회보장제도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다가올 ‘복지논쟁 시즌2’에서는 생산적인 논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복지, 특히 사회보장제도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 주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실패해도 국가가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해 준다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젊은 세대가 하고 싶은 일에 두려움이 없이 도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휘되고 덩달아 국가의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다. 그동안 주변 여건이 많이 변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베이비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북유럽 소규모 복지국가의 전체 인구보다도 많은 숫자가 복지 수혜자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좋았던 봄날이 빨리 지나가고 있다. 더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은 국가적인 재앙일 뿐이다.
  • ‘FC SMILE 창단식’ 송중기 박지성 김준수 이휘재, 모인 이유는? ‘훈훈’

    ‘FC SMILE 창단식’ 송중기 박지성 김준수 이휘재, 모인 이유는? ‘훈훈’

    ‘FC SMILE 창단식’ 송중기 박지성 김준수 이휘재, 모인 이유는? ‘훈훈’ ‘송중기 박지성 김준수 이휘재’ 10일 오전 서울 용산 백범 김구기념관에서 ‘FC SMILE’ 창단식이 개최됐다. ‘FC SMILE’ 멤버이자 방송인 이휘재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창단식에는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JS 파운데이션 이사장)을 비롯해 국제 의료 NGO 오퍼레이션스마일 관계자들과 ‘FC SMILE’의 멤버로서 뜻을 함께 한 가수 김준수, 배우 송중기 등 국내외 유명 스타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번 행사는 송신혜 오퍼레이션스마일 사무총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참여가 확정된 ‘FC SMILE’ 멤버 소개와 세계적인 배우 성룡의 축하 영상 메시지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또한 행사 후반부에는 ‘FC SMILE’의 공식 스마일티셔츠 공개와 함께 대표 멤버단의 서명식이 이어지며 이번 창단식의 의미를 더했다. 축구라는 스포츠 컨텐츠를 통해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만들어진 국내 최초 나눔 축구클럽 ‘FC SMILE’은 성룡, 이동국, 박지성, 이휘재, 김준수, 송중기가 멤버로서 참여를 확정지으며 화려한 라인업을 구축해가고 있다. 또한 오늘 창단식을 시작으로 향후 일반인 멤버를 선발, 셀러브리티와 스포츠스타 그리고 일반인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팀을 구성하며 내년에 개최되는 ‘아시안 스마일컵(ASIAN SMILE CUP)’ 대회 준비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특히 내년 1월 중국과 6월 한국에서 번갈아 개최되는 ‘아시안 스마일컵’은 ‘FC SMILE’ 팀과 각 나라를 대표하는 올스타팀의 맞대결로 펼쳐질 전망이며, 입장 수익금은 안면기형 및 신체 장애 아이들을 위한 수술비로 지원된다. 한편 JS파운데이션과 함께 이번 대회를 주최하는 오퍼레이션스마일은 안면 기형으로 고통 받고 있는 빈곤 아동 및 청소년들에게 무료 수술을 통해 새로운 삶을 선사하는 국제 비영리 단체로 ‘FC SMILE’과 함께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나눔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송중기 박지성 김준수 이휘재, 송중기 박지성 김준수 이휘재, 송중기 박지성 김준수 이휘재, 송중기 박지성 김준수 이휘재 사진 = 더팩트 (송중기 박지성 김준수 이휘재)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제러미 리프킨 ‘노동의 종말’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제러미 리프킨 ‘노동의 종말’

    앞으로 15년 안에 20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며, 5년 안에 전체 근로자의 40%가 프리랜서, 시간제 근로자, 1인 기업 등 기존 근로 시스템과는 다른 형태로 일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2015년 8월 현재 이것은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이 되어 받아들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러나 1995년 제러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수많은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을 때만 해도 쉽사리 동의하지 못했다. 제러미 리프킨은 1995년 ‘노동의 종말’ 초판 발행 이후 9년이 지나 개정판을 펴냈다. 서문에서 그동안 세계 경제의 변화를 통해 초판의 주장이 매우 정확한 것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통해 국가 경제가 회복되고 성장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실업률은 증가해만 가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의 현실을 정확히 짚어 내고 있다. 동시에 리프킨 자신이 제시했던 전 지구적인 실업의 심화 현상에 대한 대안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노동의 위기라는 전 지구적인 현상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 노동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본질적으로 변해야 함을 다시 강조한다. 18세기에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의 길에 접어든 인류는 소비가 미덕이라는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빨리 많이 만들고 소비해야 공장이 잘 돌아가고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아 더 많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논리가 사람들을 매혹하였다. 빨래, 청소, 요리 등 반복되는 일상의 귀찮음과 힘듦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기계들을 집안에 들여놓고, 남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할 즐길거리도 열심히 사들였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기계가 나오면 바꾸려고 계획한다. 여전히 상품을 사고 싶은 욕망이, 자극적인 광고들이 우리 경제를 다시 살린다고 믿는 사람들은 많다. 이런 욕망에 부응하듯 하이테크놀로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얼리 어댑터는 부러움을 산다. 3D프린터가 개발되어 이 기술만으로도 집을 지을 수 있고, 생체 구조가 복잡하여 기존에는 하기 힘들었던 수술도 성공률을 비약적으로 높이고 있다. 청소만 하던 로봇은 환자나 아이를 돌보기도 하고 친구가 되어 주는 휴머노이드로 발전해 가고 있다. 드론, 무인자동차를 심부름 보내는 일도 곧 현실이 될 것이다. 하이테크놀로지는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경제 지표를 올렸지만 실업률은 높아지고만 있다. 오히려 경제가 성장할수록 사람들은 노동 시장에서 소외되어 가는 역설이 현실이 되었다. 많은 경제학자는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부족 문제에 대해 자동화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 자체가 더 많은 수요를 불러오고, 그 높아진 수요가 더 큰 생산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계화 과정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것이 문제이다. 최신 기계들은 더 정밀하고 빨라서 공장이 많이 들어서도 사람이 거의 필요 없다. 싼 인건비를 찾아 동남아시아나 중국으로 이전했던 독일의 유명 자동차 공장이 독일로 돌아오겠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유럽인이 환호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 공장은 사람의 힘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 최신 자동화 공정을 갖추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과학자와 엔지니어, 기업주 등이 반복적이고 고된 작업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는 꿈을 실현해 나가는 일은 다른 많은 사람에게 대량 실업으로 인한 빈곤을 걱정하는 문제가 되었다. 자동화가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유토피아로 여겨지던 시절은 끝났다. 자동화가 디스토피아가 된다 하더라도 그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리프킨은 미래의 직업은 전문 지식을 가진 소수의 사람만이 하이테크 과학, 전문직, 관리직 등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 예견했다. 이미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는 속도는 사라지는 일자리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으며, 새로운 일자리 또한 직업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로 인해 생겨나는 직종은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다 금방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제러미 리프킨은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것인가에 대한 해결책으로 ‘노동 시간 단축’과 ‘제3부문에서 직업과 사회적 자산의 창출’을 들었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나눔으로써 많은 사람이 월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월급은 소비로, 정상적 회사 운영으로 이어지게 할 것이다. 하지만 노동 시간을 줄이는 일은 기업이 협조하지 않으면 실현하기 어렵다. 기업에도 노동 시간 감축으로 인한 세금 감면과 같은 이익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자동화를 기꺼이 포기하고 일자리를 나누려는 기업가의 정신도 필요하다.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 초판에서 제3부문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가능성을 언급하였는데 9년이 지난 상황에서 비영리 부문은 1900만명의 일자리를 생산하는 산업이 되었다. 제3부문이란 기업도 정부도 아닌 시민 사회와 같은 제3의 영역을 뜻한다. 이 영역은 사회 문화적 생활을 구성하는 모든 비영리적 활동을 포함한다. 사회단체나 모임, 협동조합, 어린이재단 등 이런 기업 아닌 애매한 것들은 다 포함된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옷감 가게에서 팔고 남은 자투리 천들을 기부받아 가방이나 모자, 신생아를 위한 싸개 등을 만들어 어려움을 겪는 제3세계 국가 사람들에게 보내는 바느질 봉사 모임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이 영역에서 사람들은 공동체적 유대를 다지고 사회적 질서를 만들어 간다. 제3부문에서의 직업 창출은 국가나 기업에서 이런 단체나 모임에 보조금을 주는 것으로 가능해진다. 돈을 받게 되면 그 돈으로 상품을 살 수 있고 회사들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이런 발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큰 틀 안에서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일을 구하는 젊은이들은 막막하기만 하다. 당장 나는 노동을 팔고 싶어도 내 노동을 사 줄 곳이 없다. 창업 지원 센터가 많다지만 회사에 취직하는 것만 바라보고 살아서인지 회사를 만드는 일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럴 땐 차라리 작은 식당이라도 꾸준히 유지해 온 부모를 둔 친구가 부럽다. 허리띠 졸라가며 비싼 학원비와 등록금을 대 준 부모의 은혜를 어떻게 갚을 것인가. 어떻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미래를 대비할 것인가. 현실이 수많은 일자리를 앗아 가고 있는데 내가 그러자고 한 것도 아니다. 너도나도 쓰는 스마트폰을 보조금 많이 주는 곳에서 샀고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버스 기다리는 시간을 줄였을 뿐이고 와이파이 터지는 곳을 찾아다니며 무료 게임으로 시름을 달랬을 뿐이다. 그러는 사이 내 직업이 사라졌다. 내가 취직이 안 되어 고민스러운 것은 ‘나는 무엇을 위해 일자리를 찾는가, 일은 왜 해야 하는가, 내가 제공하는 노동은 어떤 과정을 거쳐 재화로 돌아오는가, 내가 소비하는 것은 사회 전체와 어떤 관계에 있는가’ 등 노동과 관련한 여러 문제를 곰곰 궁리해 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이 생략되어서는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노동의 종말’을 통해 노동이 사라진 여러 증거를 보며 현실의 변화를 절절하게 느끼고 절망하는 데 그치지 말고 노동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노동이란 무엇인가, 왜 일을 하는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되짚어보며 생각에 변화를 일으킬 때이다. 노동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면 내가 찾고자 하는 직업 현실에 대한 실마리가 보일지도 모른다. 노동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일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온전히 만들고자 하는 조용한 혁명이 되어야 한다. 최영주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 ‘합성 마리화나’ 심각한 뉴욕...나체 난동 영상 공개 ‘초강수’

    ‘합성 마리화나’ 심각한 뉴욕...나체 난동 영상 공개 ‘초강수’

    뉴욕경찰(NYPD)이 일명 'K2'로 알려진 합성 마리화나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뉴욕경찰은 4일(현지시간) 합성 마리화나에 취한 사람이 경찰의 체포에 앞서 나체 상태로 난동을 부리는 2개의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이 마약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강조했다. NYPD가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한 동영상에서는 나체 상태의 남성이 경찰 체포를 거부하며 맨손으로 나무 펜스를 부순 후 달아나는 장면이 나온다. 다른 동영상에서 또 다른 한 남성이 나체 상태로 경찰차 앞에 주저앉아 손바닥으로 땅을 치면서 마치 동물 흉내를 내면서 난동을 부리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빌 브래튼 뉴욕경찰 국장은 이 동영상 공개와 관련하여 "이런 합성 마리화나는 사용자에게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 마치 초인간적인 힘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고 위험성을 강조했다. NYPD는 이들 합성 마리화나는 생김새가 마치 마리화나처럼 되어 있으나, 사실을 맹독성을 가진 화학 물질을 사용해 만들어져 중독성이 매우 강한 마약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K2'로 알려진 이 합성 마리화나는 5달러 정도에 손쉽게 구할 수가 있어 특히, 홈리스 등 빈곤층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YPD 올여름에만 합성 마리화나를 팔고 있던 18개 상점을 단속했으며 이 과정에서 합성 마리화나 10,900개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사진=나체 상태로 난동을 부리는 남성(NYPD 제공)과 'K2'로 알려진 합성 마리화나 (자료 사진)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저소득층, 만성·경증 질환으로 대형병원 가면 약값 더 낸다

    이르면 11월부터 빈곤층인 의료급여 환자와 차상위 계층이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이나 경증질환으로 대형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으면 약값을 더 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5일 의료급여 환자의 약값 본인 부담을 현행 정액제(500원)에서 정률제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의료급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조만간 건강보험법을 개정해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차상위 계층의 약값 본인 부담 방식도 기존의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꿀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저소득층의 약값 부담이 커진다. 정액제일 경우 3개월치 약을 타든, 6개월치 약을 타든 500원만 부담하면 되지만 정률제로 바뀌면 약값의 3%를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다만 대형병원 대신 동네 의원과 일반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으면 종전처럼 약값으로 500원만 내면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가 대형병원에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해 대형병원이 중증환자 위주의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약값 조정이 저소득층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권자이며, 차상위계층(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은 기초생활수급 단계를 막 벗어난 경제적 취약계층이다. 게다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 등 의료급여 대상자는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복합질환 위험이 2배 이상 크다. 복합질환은 잘 낫지 않아 심리적으로 대형병원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짙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지난 2월에 숨진 70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정부 지원을 받는 의료급여 대상자인데도 병원비로만 매달 30만원을 지출했고, 통장 잔고는 27원에 불과했다”며 “약값 부담이 커지면 이런 분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홀딱 벗은 남성이 대로변서 동물처럼 기면서...

    홀딱 벗은 남성이 대로변서 동물처럼 기면서...

    뉴욕경찰(NYPD)이 일명 'K2'로 알려진 합성 마리화나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뉴욕경찰은 4일(현지시간) 합성 마리화나에 취한 사람이 경찰의 체포에 앞서 나체 상태로 난동을 부리는 2개의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이 마약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강조했다. NYPD가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한 동영상에서는 나체 상태의 남성이 경찰 체포를 거부하며 맨손으로 나무 펜스를 부순 후 달아나는 장면이 나온다. 다른 동영상에서 또 다른 한 남성이 나체 상태로 경찰차 앞에 주저앉아 손바닥으로 땅을 치면서 마치 동물 흉내를 내면서 난동을 부리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빌 브래튼 뉴욕경찰 국장은 이 동영상 공개와 관련하여 "이런 합성 마리화나는 사용자에게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 마치 초인간적인 힘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고 위험성을 강조했다. NYPD는 이들 합성 마리화나는 생김새가 마치 마리화나처럼 되어 있으나, 사실을 맹독성을 가진 화학 물질을 사용해 만들어져 중독성이 매우 강한 마약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K2'로 알려진 이 합성 마리화나는 5달러 정도에 손쉽게 구할 수가 있어 특히, 홈리스 등 빈곤층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YPD 올여름에만 합성 마리화나를 팔고 있던 18개 상점을 단속했으며 이 과정에서 합성 마리화나 10,900개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사진=나체 상태로 난동을 부리는 남성(NYPD 제공)과 'K2'로 알려진 합성 마리화나 (자료 사진)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유엔 ‘빈곤 퇴치와 싸움’ 문제는 年4조달러 재원

    유엔 ‘빈곤 퇴치와 싸움’ 문제는 年4조달러 재원

    193개 유엔 회원국이 2030년까지 전 세계 기아·빈곤 문제 퇴치를 위한 개발 목표의 큰 틀에 합의를 이뤄냈다. 이를 위해 앞으로 15년 동안 매년 3조 3000억~4조 5000억 달러(약 3850조~5880조원)가 필요하다. 관건은 재원 확보에 달려 있는 셈이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2주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유엔 회원국은 ‘2030 지속가능개발 목표’(SDGs)에 최종 합의를 이뤘다고 로이터가 4일 보도했다. 유엔의 ‘2001~2015년 새천년개발 목표’(MDGs)의 후속이다. 회원국은 추가 논의를 거쳐 기아·빈곤 해결과 더불어 국내·국제적 불평등 감소, 지역 분쟁 종식, 난민 문제 해결, 기후 변화 대처 등을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계획으로 정리할 방침이다. 반기문(왼쪽) 유엔 사무총장은 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가 가난을 끝내는 첫 세대, 그리고 너무 늦기 전에 최악의 지구 온난화를 막는 마지막 세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4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만나 협조를 당부했다. SDGs의 성패는 안정적 재원 마련 여부에 달려 있다. 2016년 미국 정부 예산(3조 8000억 달러)에 준하는 재원이 매년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은 선진국이 국민총소득(GNI)의 0.7%를 개발도상국 지원용으로 내고, 0.15~0.2%를 개발이 지연되는 후발 개도국에 집중지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를 강제할 수단은 없다. 수사나 말코라 유엔 사무차장이 “새 목표의 규모, 깊이, 어려움 등은 유엔에 도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SDGs는 다음달 25~27일 유엔 총회에서 공식 채택될 계획이다. 총회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연설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 글로벌 이슈 중에서 기아·빈곤 문제와 함께 기후변화 대처에 대해 연설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열린세상] 인성교육진흥법이 실패할 세 가지 이유/조성호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열린세상] 인성교육진흥법이 실패할 세 가지 이유/조성호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이해는 간다. 필요성도 인정된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가 없다. 지난 7월 21일 시행에 들어간 인성교육진흥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선 두 가지가 놀랍다. 법령을 만들어 시행하기만 하면 올바른 인성이 저절로 함양될 것이라 믿는 발상의 순진함이 놀랍고, 인성의 발현을 제약하는 사회적 조건들에 대한 무관심 역시 그렇다. 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의 위임을 받아 평화 정착 방안 마련에 골몰했다. 그는 인간 본성에 비춰 볼 때 항구적인 평화가 가능하겠는지를 궁금해했다. 인류 역사에서 참혹한 전쟁과 파괴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신분석 이론의 창시자이자 당대 최고의 심리학자였던 프로이트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대답은 ‘전쟁과 파괴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심층심리를 연구해 온 프로이트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가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고,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는 매우 비장한 인성관을 견지한 이유는 인간 내면의 파괴적 본성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명적 인간은 인성의 힘으로 충동을 다스려야 하는 숙명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현대 심리학 연구들은 인성의 발달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높은 경지의 인성 발달에 도달한 인간은 극히 드물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성인군자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인성의 힘이란 그리 강하지도 않고 쉽게 함양되지도 않는다. 인성이 몇몇 제한적 프로그램으로 함양되리라고 믿는 교육 당국의 처사는 기만적이기까지 하다. 그런 신통한 프로그램이 어디 있는가. 인성은 물길질 몇 번에 쑥쑥 자라나는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다. 오히려 거친 황야에서 온갖 시련과 고난을 겪으면서도 굳건히 버텨 내는 야생초와 같은 것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실패할 것이라 예상하는 첫 번째 이유는 인성의 본질에 대한 교육 당국의 무지에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인성의 발현을 제약하고, 충동의 분출을 촉발하는 조건들에 취약한 경향이 있다. 실패와 좌절은 인성을 뒷전으로 물러나게 하는 강력한 조건들이다. 실패하고 좌절한 개인들에게 본능과 충동은 무서운 복원력을 발휘한다. 보다 심각한 것은 개인의 실패와 좌절이 사회 병리와 맞닿아 있을 때다. 빈곤, 불평등, 빈부 격차, 학벌지상주의, 파벌주의 등은 사회의 건전성을 해치는 구조적 문제들로서 구성원들을 좌절과 실패의 길로 내몬다. 성공의 희망을 찾기 어렵고, 좌절과 실패가 확대 재생산되는 사회구조하에서 인성을 논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우리 사회 현실에서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인성의 발현을 차단해 버리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인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성 발현의 기회가 봉쇄돼 있다는 점을 교육 당국이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인성교육진흥법이 실패할 것으로 예상하는 두 번째 이유다. 인성교육진흥법의 실패를 예감하는 세 번째 이유는 교육 당국의 욕심이 지나치다 못해 산만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이 법에서 강조하는 인성 덕목은 여덟 가지인데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이 그것이다. 하나씩 뜯어 보면 모두 소중한 것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왜 효는 있되 충(忠)은 없으며, 책임은 있되 자율은 없는가. 또한 봉사와 희생은 중요한 인성 덕목이 아니란 말인가. 이렇게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고, 중구난방이 되기 십상이다. 물론 법 제정 전에 정책 연구도 했을 것이며 전문가 공청회도 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세계 평화를 위한 최소한의 인성 덕목으로 프로이트가 제시했던 것은 ‘사랑’과 ‘공감’ 두 가지였다. 암울했던 식민 시절인 1937년 서울의 한 강연장에서 헬렌 켈러는 ‘이 세상을 향상시키는 것은 오직 사랑뿐이며, 사랑이 없는 국가와 사회는 퇴보할 뿐’이라고 역설했다. 확신이 없으면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인성 덕목에 대한 산만한 나열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핵심적 인성 덕목에 대한 교육 당국의 확신 부재를 보여 주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래도 성공하길 소망할 수밖에. 사랑과 공감의 마음으로….
  • 노동자 15% 최저임금 이하 OECD 20개국 평균의 2.7배

    노동자 15% 최저임금 이하 OECD 20개국 평균의 2.7배

    우리나라 노동자 100명 가운데 15명은 최저임금 이하의 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임시직,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고용 형태로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많았다. 3일 OECD의 ‘2015 고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에서 최저임금 또는 그 이하를 받는 노동자는 전체의 14.7%로 나타났다. OECD가 조사한 회원국 20개국(최저임금 제도 적용은 26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평균 5.5%보다 2.7배 높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위스 등은 단체협약에서 최저임금을 명시하기 때문에 법정 최저임금 제도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최저임금 이하의 소득을 벌어들이는 노동자 비중은 스페인이 0.2%로 가장 낮았고 벨기에(0.3%), 그리스(0.8%) 순이었다.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중간지점인 중위임금 대비 44.2%로 비교적 높았다. 2000년 28.8%보다 크게 증가했지만, 여전히 OECD 평균인 49.3%보다 낮았다. OECD는 보고서에서 “호주, 영국 등에서는 최저임금을 주는 일자리만으로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한국, 체코, 스페인 등에서 최저임금을 주는 일자리만으로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비현실적인 근로시간 개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의 계약직, 파견직, 인턴 등 임시직 고용 비중은 21.7%로 나타났다. 폴란드(28.4%), 스페인(24.0%)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OECD 평균인 11.1%보다 약 2배 많았다. 중위임금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2013년 기준)도 전체의 24.7%였다. 미국(25.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OECD 평균인 17.1%를 크게 웃돈다. 이는 2003년 24.9%에서 0.2% 포인트 낮아진 것에 불과해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따른 소득 불평등이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세종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노동자 15% 최저임금 이하 OECD 20개국 평균의 2.7배

    노동자 15% 최저임금 이하 OECD 20개국 평균의 2.7배

    우리나라 노동자 100명 가운데 15명은 최저임금 이하의 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임시직,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고용 형태로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많았다. 3일 OECD의 ‘2015 고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에서 최저임금 또는 그 이하를 받는 노동자는 전체의 14.7%로 나타났다. OECD가 조사한 회원국 20개국(최저임금 제도 적용은 26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평균 5.5%보다 2.7배 높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위스 등은 단체협약에서 최저임금을 명시하기 때문에 법정 최저임금 제도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최저임금 이하의 소득을 벌어들이는 노동자 비중은 스페인이 0.2%로 가장 낮았고 벨기에(0.3%), 그리스(0.8%) 순이었다.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중간지점인 중위임금 대비 44.2%로 비교적 높았다. 2000년 28.8%보다 크게 증가했지만, 여전히 OECD 평균인 49.3%보다 낮았다. OECD는 보고서에서 “호주, 영국 등에서는 최저임금을 주는 일자리만으로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한국, 체코, 스페인 등에서 최저임금을 주는 일자리만으로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비현실적인 근로시간 개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의 계약직, 파견직, 인턴 등 임시직 고용 비중은 21.7%로 나타났다. 폴란드(28.4%), 스페인(24.0%)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OECD 평균인 11.1%보다 약 2배 많았다. 중위임금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2013년 기준)도 전체의 24.7%였다. 미국(25.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OECD 평균인 17.1%를 크게 웃돈다. 이는 2003년 24.9%에서 0.2% 포인트 낮아진 것에 불과해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따른 소득 불평등이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세종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유전자 변형 작물 장기 섭취 시 다음 세대의 부작용 검증 안 돼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식량 위기의 탈출구다. 충분한 양의 식품 공급이 필요한 상황에서 농업에 더 효율적인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을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다.” 아이오와주의 주도(州都)인 디모인에 자리한 미국 식품기업협회인 ‘글로벌 하비스트’의 마거릿 자이글러 전무는 지난달 21일 찾아온 한국 기자들에게 GMO가 세계 식량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GMO가 인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GMO를 생산, 유통하는 미국의 대형 곡물기업이 내세운 일종의 ‘명분’이다. 제초제 내성 GM 작물, 해충 저항성 GM 작물이 미국의 농업 생산량 증대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GM 종자 개발 기업인 미국의 몬산토는 1996년부터 상업화된 GM 기술이 세계적으로 면화 2170만t, 옥수수 2억 7400만t, 대두(콩) 1억 3800만t의 추가 수확을 거두는 데 한몫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GM 작물을 재배하지 않는 유럽의 곡물 총생산량도 이와 비슷하다. GMO 재배지의 70%가 미국이나 아르헨티나 등 일부 국가에 집중된 탓에 아프리카 등 제3세계 농민의 빈곤 탈출엔 그다지 도움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 대두의 93%는 미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캐나다 등에서 생산된다. 아프리카 등 빈곤 지역은 이런 나라로부터 GM 작물을 수입해야 한다. GMO를 지렛대로 한 선진국의 식량 독점이다. 미국 곡물회사 ‘듀폰 파이어니어’ 관계자는 “아프리카 농민을 위해 GM 종자를 값싸게 공급하고 있지만 미국에 공급하는 종자와 다른 것”이라고 밝혔다. GMO 안전성 문제도 논란만 더해 간다. 1998년 영국의 아르파드 푸스타이 박사가 GM 감자를 동물에게 먹인 결과 독성이 유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만 반복된 실험에서 재현하지 못해 결국 과실을 인정했다. 이후에도 GM 작물의 독성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될 때마다 반박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곤충학을 전공한 몬산토의 타드 디고이어 박사는 “해충 저항성 GM 작물은 특정 해충에만 작용하는 일종의 농약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사람은 물론 비슷한 종의 곤충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 곡물협회의 앤드루 코너는 “30여년간 GM 작물이 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고 동원된 동물이 1000억 마리다. 이미 GM 작물의 유해성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전자 변형 작물을 장기간 섭취했을 때 다음 세대에 나타날 영향에 대해선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 몬산토와 듀폰, 미국 곡물협회도 여기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GM 작물이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잖다. 슈퍼 잡초의 탄생, 내성 곤충의 출현, 생물의 다양성 파괴, GM 작물의 잡초화 가능성 등이 우려된다. 미국도 정기적으로 환경위해성 평가를 하고 있다. 몬산토의 문홍석 박사는 “GM 종자가 농경지 밖에 떨어져 잡초처럼 자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인간이 재배하는 작물은 보살핌이 없는 자연환경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심각한 생태계 교란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디모인(미 아이오와주)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글로벌 시대] 신조어에 반영된 중국 청년 세대의 애환/민재홍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글로벌 시대] 신조어에 반영된 중국 청년 세대의 애환/민재홍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중국의 청년 세대들이 희망을 잃어 가고 있다. 심각한 취업난과 경제적 빈곤으로 미래에 대한 꿈까지 포기하곤 한다. 마치 우리의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 88만원 세대를 연상케 한다. 올해 대학 졸업자가 749만명. 지난해보다 22만명 늘어났다. 1999년 85만명에 비하면 무려 9배 늘어난 셈이다. 취업이 어렵고, 대졸자 임금도 낮은 수준이다. 올해 대졸자가 희망하는 월급 수준이 2500위안(약 50만원)까지 내려왔다니, 최근 5년 내 최저다. 베이징의 사찰 와불사(臥佛寺)에는 취업을 바라는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기도를 올린다. 사찰 이름 와불(臥佛)의 중국어 발음 ‘워포’가 영어의 채용(offer)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명문대 출신도 취업이 어렵다. 한 베이징대 출신이 고향에 내려가 정육점을 연 것이 언론에 크게 보도돼 사회적 논쟁을 일으켰고, 그의 이름을 따 루부쉬안(陸步軒) 현상이 생겨났다. 대학이 무분별하게 늘어난 것도 문제가 있다. ‘예지(野鷄)대학’이라는 것이 있다. 2005년 발표된 이런 이름의 우언집에 꿩(野鷄)마저 대학에 가게 됐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됐다. 대학 설립은 합법이지만 학위 기간과 졸업 조건이 완화된 능력 미달의 대학을 말하는데, 어떤 방식으로든 학위를 받겠다는 학력 중시의 사회적 병폐가 반영된 것이다. 현재도 유학 붐을 타고 미국에서만 855개의 예지대학이 운영되고, 중국 대도시에 학위만을 양산하는 꿩대학들이 무수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취업이 어렵다 보니 취업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데, 이를 만주예(慢就業)라고 부른다. 우리의 졸업 유예, 취업 포기와 비슷하다. 경제적으로 빈곤한 중국 젊은이들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자신들의 처지를 표현하는 글자로 벌거벗을 라(裸·뤄)를 이용해 자신들의 인생을 한탄한다. 뤄비(畢)는 ‘취업이 안 된 채 하는 졸업’을 의미하고, 뤄훈(婚)은 ‘집이나 돈 없이 하는 결혼’을 뜻한다. 심지어는 결혼을 망설이고 두려워하는 쿵훈주(恐婚族)까지 생겨났다. ‘뤄’(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하우스 푸어, 워킹 푸어, 에듀 푸어의 푸어(poor)와 비슷한 개념일 것이다. 중국 대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다. 평생 고용이 보장되는 공무원을 예전엔 톄판완(鐵飯碗·철밥통)이라 했지만, 지금은 진판완(飯碗·금밥통)으로 부를 정도다. 특히 중국인은 관(官) 본위 사상 때문에 공무원이 되기 위해 엄청난 경쟁이 벌어진다. 다른 부류들은 촹커(創客·혁신창업가) 열기에 몸을 싣는다. 수많은 차오건(草根·초근목피로 생활했던 저소득층)들이 대박을 노린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이지만 이 역시 ‘가진 것 없이 창업하는’ 뤄촹(創)이다. 청년 창업 세계 1위라고 주장하는 중국 정부의 발표가 공허하게 들린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광풍처럼 불었던 벤처 신드롬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더욱 그렇다. 어떤 부류는 아예 부모를 갉아먹는 컨라오주(?老族)가 되기도 한다. 독림심 약하고 의타심이 강한 주링허우(90後·90년대생)의 특징이다. 니터주(尼特族·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라고도 불리는 소위 캥거루족이다. 중국은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대학 졸업자에게 정부 당국이 직업을 정해 주는 ‘직업분배제도’를 시행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학점, 전공, 학과 교수의 추천에 따라 직장을 100% 분배 배치했고, 졸업생은 원하지 않는 통보 결과를 받아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요즘처럼 취업이 힘든 마당에 차라리 ‘아, 옛날이여’를 그리워하는 자조의 소리도 들린다. 참 힘든 세상이다.
  • 노년층 ‘욱 범죄’ 심상찮다

    노년층 ‘욱 범죄’ 심상찮다

    #1. 지난해 2월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한 다세대주택 건물 주인 강모(74·여)씨는 불이 난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강씨 뒷머리와 얼굴에서 둔기로 맞은 흔적과 멍 자국이 발견됐다. 범인은 강씨와 친하게 지내던 세입자 박모(75)씨였다. 박씨는 “평소 강씨가 나를 무시했고 사건 당일에도 내게 욕설을 퍼부었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2. 올해 2월 경기 화성. 70대 남성이 엽총으로 80대 친형 부부를 총으로 살해한 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 출동한 파출소장도 노인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피의자는 종종 형을 찾아가 “돈을 달라”며 행패를 부렸다. ‘노인 범죄’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생계형 절도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살인, 강간, 방화, 강도 등 강력 범죄가 두드러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4일 경북 상주에서 할머니 2명이 숨진 이른바 ‘농약 사이다’ 음독 사건의 피의자도 80대 여성이다. 2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4년 전체에서 3.3%에 불과했던 노인 범죄율(60대 이상)은 2013년 7%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사회 구조가 고령화가 가속화되며 노인 인구가 자체가 늘었다는 게 1차적 분석이다. 하지만 눈에 띄는 것은 강력 범죄마저 덩달아 늘었다는 점이다. 4대 범죄(강도·살인·강간·방화)의 경우 2009년 837명에서 2013년 1699명으로 200% 이상 급증했다. 경찰 관계자는 “노인들의 강력 범죄들 중 계획적 범행도 있지만 대부분 쌓이고 쌓인 분노가 우발적으로 터지며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박현식 호서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가족과 사회로부터 느끼는 소외감이 분노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산업화를 일군 노인 세대는 자신이 부모에게 한 만큼 자식세대에게 기대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바뀌었다”며 “가족, 사회로부터 소외받는데다 돈까지 없으니 자포자기 상태가 되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소외, 은퇴 후 박탈감 등을 노인 범죄 배후에 도사린 정서로 꼽았다. 특히 국내 노인 빈곤율은 2013년 기준 48.0%로 전체 연령의 빈곤율(13.7%)보다 3.5배나 높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2.6%의 4배 수준이다. 강덕지 전 국과수 범죄심리과장은 “죄명은 전부 달라도 범죄 요인은 대부분 밥 먹고 사는 문제와 성적 욕구로 귀결된다”며 “특히 노인범죄는 더 단순한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우발적으로 일으키는 경향이 짙어진다”라고 말했다. 노인들이 피해자가 되거나 같은 가족 내 가해자가 되는 존속폭행과 살인 등도 경제적 문제가 주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곽대훈 충남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은퇴 후 충분한 연금을 받지 않는 이상 자녀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갈등이 커지면 존속 폭행이나 친족 살해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노인 일자리 창출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노인 일자리들 대부분이 대단히 저임금 노동이고, 그로 인한 경제적 빈곤이 오히려 박탈감을 불러와 범죄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노인들이 전문성을 살려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노인이라는 존재를 우리 사회에 생산적인 동력으로 바라보고 그들이 가진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月소득 127만원 이하땐 생계급여 받는다

    月소득 127만원 이하땐 생계급여 받는다

    내년부터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이 127만원 이하면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월 소득이 118만원 이하인 사람만 생계급여를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올해 대비 4.0% 인상하기로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중위소득이 인상됨에 따라 내년도 교육급여를 받을 수 있는 월 소득 기준은 4인 가구 220만원 이하, 주거급여는 189만원 이하, 의료급여는 176만원 이하로 각각 조정됐다. 기준에 미치지 못해 올해 급여를 받지 못한 일부 저소득층도 내년에는 급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위소득이란 전 국민을 100명이라고 가정할 때 소득 규모 순으로 정확히 중간에 있는 50번째 사람의 소득을 뜻한다. 정부의 복지사업 대상자를 선정하고자 기존의 최저생계비를 대신해 도입된 새로운 기준이다. 그동안에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모든 급여가 최저생계비(2015년 4인 가구 기준 166만 8329원)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에 일괄 지급됐다. 하지만 이달부터 ‘맞춤형’ 복지체계가 시행되면서 가구 소득에 따라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가 각각 따로 지급되고 있다. 내년 월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29%인 127만원 이하면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를 받고, 127만원에서 176만원 사이면 의료·주거·교육 급여를 받게 되며, 176만원에서 189만원 사이면 주거·교육급여를, 189만원에서 220만원 사이면 교육 급여를 받는 식이다. 내년도 생계급여는 중위소득의 29%, 의료급여는 40%, 주거급여는 43%, 교육급여는 50%까지 지급된다. 이 중 생계급여 범위는 올해 28%보다 1% 포인트 넓어졌다. 맞춤형 복지체계는 최저생계비 기준보다 월소득이 1만원이라도 많으면 아예 모든 급여를 받지 못해 저소득층이 ‘빈곤 절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고자 도입됐다. 생계급여는 현금으로 매월 가구에 지원하며, 주거급여는 소득과 임차료 부담을 고려해 임대료를 지원하고, 교육급여는 초·중·고등학생의 부교재비 등을 지원한다. 다만 주거급여는 소득별로 지급되는 금액이 달라 생계급여 수급자이면서 주거급여 수급자면 ‘기준 임대료’를 100% 다 받을 수 있지만, 생계급여 수급자는 아니면서 주거급여 수급자면 일부만 지급받는다. ‘기준 임대료’ 역시 지역별로 달라, 액수가 많은 순서대로 4인 가구 기준 1급지(서울) 30만 7000원, 2급지(경기·인천) 27만 6000원, 3급지(광역시) 21만 5000원, 4급지(그 외) 19만 5000원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생계급여 수급자는 주거급여로 30만 7000원을 받을 수 있다. 맞춤형 복지체계는 이달 들어 시행돼 지난 20일 첫 급여가 지급됐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신청은 언제든 가능하며, 가까운 읍·면·동 주민센터나 보건복지콜센터(129) 등에 문의하면 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전상국 ‘우상의 눈물’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전상국 ‘우상의 눈물’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동물원 우리에 갇혀 초조하게 서성이는 한 마리 범의 모습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성공한 학창 시절 친구의 조롱하는 눈빛, 가난한 노파의 눈물, 굶주린 어린 아이의 모습. 이 모든 것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개정 전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안톤 슈나크의 글이다. 명문장으로 알려져 있는 그의 수필은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크고 작은 슬픔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 내고 있다. 우리가 슬픔을 느끼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겠지만 대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부정적인 사건이나 인간의 믿음과 신뢰가 깨어지면서 그 내면에 숨겨진 위선을 발견했을 때 깊은 슬픔을 느낀다. 내가 이 수필을 처음 접한 것은 전상국의 소설 ‘우상의 눈물’에서였다. 주인공이자 악의 화신 기표가 ‘우상’으로서의 위상이 무너지고 동정의 대상이 돼 갈 때 읽고 있었던 글. 그러고 보면 그 슬픔의 맥락은 ‘우상의 눈물’이라는 제목에서도 나타나며, 전상국 작가의 다른 작품 ‘돼지 새끼들의 울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작가가 제시하고자 하는 슬픔의 정체는 무엇일까. 1970년대 말 한 도시의 남자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우상의 눈물’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있을 수 있는 합법적인 권력(폭력)의 위험성과 위선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는 소설이다. 먼저 주제의 연관성을 가진 ‘돼지 새끼들의 울음’(1975)을 살펴보자. 제목에서 말하는 돼지 새끼들이란 담임 최달호의 명성을 실현해 주는 학생들을 말한다. 7년 연속 고3 담임을 하며 신화적인 명성과 위력을 자랑하는 그는 최고의 진학률과 단결, 협동을 이끌어 냈다. 분반 첫날 학생들에게 돼지 새끼들이라며 제식훈련으로 정신교육을 실시한 것을 시작으로 그는 초지일관 강인한 정신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는 학급의 일사불란한 질서와 단결이라는 목표 아래 자신의 출세를 위해 학생들을 이용하고, 학부모로부터 부당하게 돈을 걷어 자신의 부를 늘리는 위선자였다. 급기야 그는 돈은 있지만 성적이 시원찮은 학생 12명을 모아 예비고사에 붙게 하려고 시험문제를 빼돌린다. 그러한 담임의 위선에 염증을 느낀 학생들은 복수를 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토요일 오후 종례 시간에 기습적으로 슬리핑백을 씌우고 결의문을 읽는 것이었다. 그러나 슬리핑백의 지퍼를 내린 순간 학생들이 발견한 것은 우상과 같았던 담임이 아닌 하나의 머저리였다. 땀으로 목욕을 한 형편없이 왜소하고 짜부라진 사내. 그것이 담임의 실체였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권위의 작동 방식을 보여 주고 있다. 담임 최달호는 고3이라는 관습적인 권위에 기대어 전체주의적 규율을 강요했는데 그 이면에서 개인의 세속적인 욕망을 찾을 수 있다. 위선과 합법적인 폭력에 대한 문제는 ‘우상의 눈물’(1980)에서 더욱 치밀하고 교묘하게 드러난다. 작품의 주인공 최기표는 일말의 동정심과 죄책감 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악의 화신이었다. 아무도 그의 권위와 카리스마에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새 학기가 되면서 담임선생님이 ‘우리’를 위한 획일적인 결속을 강조하면서 그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반장과 담임의 ‘기표 길들이기’는 치밀하고 차근차근하게 실현된다. 기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반장과 담임은 따뜻한 호의로 일관한다. ‘신을 돋보이기 위한 일에 순수한 악마를 이용’한다. 기표의 낙제를 막기 위해 반장은 오월 고사에서 답지를 보여 주자고 제안하고 기표의 거부로 이 사실이 발각되자 반장은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다. 이 일로 반장은 기표에게 밉보여 무서운 린치를 당한다. 전치 이주의 상해를 입고 응급실로 실려 가지만 반장은 끝까지 상대를 입에 올리지 않으면서 학교에서 일약 영웅이 된다. 사흘이나 결석을 하고 담임의 노력 끝에 다시 학교에 나온 기표는 악마의 깃털이 한 움큼 빠진 채 풀이 죽어 버린 존재로 변질돼 있었다. 이때 기표가 읽었던 책이 바로 처음에 소개했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었다. 이제 반장과 담임의 기표 길들이기는 정점으로 치닫는다. 그것은 기표의 불우한 가정환경을 미화시켜 모두가 그를 동정하게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신화적 존재로 군림해 온 기표를 빈곤이라는 족쇄로 옭아매려는 의도였다. 기표는 이제 판잣집 냄새 나는 어둑한 방에서 라면 자락을 허겁지겁 건져 먹는 한 마리 동정받아 마땅한 벌레로 변신됐으며 기표를 돕기 위한 재수파의 매혈 행위도 협동과 봉사의 기여 정신의 산증인으로 부각된다. 기표의 얘기가 영화로 만들어지게 된 어느 날 담임은 기표가 집을 나간 뒤 걱정돼 교무실로 찾아온 기표의 어머니를 내쫓으며 오히려 영화사와의 약속을 걱정하며 격분한다. 기표는 한 장의 쪽지를 써 놓고 사라진다. “무섭다.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는 말을 남긴 채. 기표가 느낀 무서움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이는 자신의 약점을 왜곡하고 과장해 무력하게 만들려는 담임과 반장의 주도면밀한 위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담임과 반장은 겉으로 기표를 구원하기 위한 순수한 마음과 따뜻한 호의를 보여 주지만 실제로는 기표의 날개를 꺾으려는 위선적인 행동을 보인다. 그들은 기표의 입장에서 그가 가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려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담임은 반을 주도하기 위한 지배욕에서, 반장은 반을 통솔하기 위해 그를 무력화시키려 철저히 계산된 선행을 한 것이다. 기표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수치심을 일으켜 자신의 세계에서 몰아낸 그들의 행동에서 우리는 숨겨진 폭력의 무서움을 잘 알 수 있다. 또한 다수를 위해 소수의 개인이 희생돼도 좋다는 사고 방식은 전체주의적 사고와 맞닿아 있다. 담임과 반장이 덧씌운 가짜 이미지 속에서 기표는 두려움에 떨며 슬픔을 느낀 것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위선적 인간을 구별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상대의 마음속에 내재된 내적 동기를 찾아내는 것이다. 보이는 행동이 아니라 숨겨진 동기를 찾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올바른 도덕적 판단이 가능해진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말했다. “위선과 교활한 지혜는 더욱 질 나쁜 폭력이다. 권위주의 또한 내가 싫어하는 폭력이다. 그것은 은폐되는 진실에 대한 분노라고 할 수 있다. ‘돼지 새끼들의 울음’과 ‘우상의 눈물’은 교활한 지혜에 대한 내 나름의 분노를 형상화한 것들이다. 특히 일사불란한 힘과 우리를 위한 나의 희생을 강요하는 악랄한 선과 권위에 대한 내 생각은 주로 교단을 배경으로 전개된다”고 했다(전상국, ‘물은 스스로 길을 낸다’, 이룸, 2005). 작품에서 그려 낸 학교의 합법적 폭력의 문제는 이제 많이 사라졌다. 기표가 행사했던 물리적인 폭력도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21세기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더욱 치열해진 경쟁 구조에 있다. 아직도 대다수의 학생들이 서열화된 학교에서 성적으로 인한 크고 작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지친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키우며 다양성을 인정받고 존엄성을 인정받는 분위기가 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너’와 ‘나’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상생과 공존 의식이 자리잡아야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사회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한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합법과 배려를 가장한 위선자들에 의해 상처받고 눈물 흘리는 제2, 제3의 기표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서은영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읽어라 청춘’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 [글로벌 시대] 젊은 그대, 여성 반기문을 꿈꿔라!/이에스더 아리랑TV 글로벌네트워크 부장

    [글로벌 시대] 젊은 그대, 여성 반기문을 꿈꿔라!/이에스더 아리랑TV 글로벌네트워크 부장

    글로벌 외교의 격전장인 유엔에 아리랑TV가 진출했다. 지난 14일 한국 방송 사상 최초로 ‘유엔 채널’ 65번을 통해 방송을 시작한 것이다. 유엔본부에는 현재 CNN 인터내셔널, BBC 월드, 알자지라 등 20여개 뉴스 방송사들이 진입해 있다. 아리랑TV의 유엔 진출로 각국 외교관들에게 한국 관련 이슈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는 미디어 공공외교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아리랑TV가 유엔과 대한민국의 만남, 그 이야기를 전해 주었으면 한다”고 기대를 표명했다. 세계 평화를 유지하자는 목적으로 1945년 출범한 유엔은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유엔에는 193개국 회원국 출신 4만 4000명의 스태프들이 일하고 있다. 남성이 66%, 여성은 34%다. 2007년 반 총장 취임 후 여성의 유엔 고위직 진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취임 전후를 비교해 보면 사무차장급 여성 비율은 60%, 사무차장보급은 40%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분산돼 있던 여성 권익 관련 부서를 통폐합해 2010년 유엔 우먼(UN WOMEN)이란 독립 기구를 창설했다. 최근 ‘유엔 사무총장으로 여성을 지지하는 친구들의 모임’은 차기 여성 사무총장 지지에 193개 회원국 중 약 25%에 이르는 42개국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세계 70억 인구를 대표하는 유엔 사무총장직은 70년간 8명의 남성이 맡아 왔으며 유엔은 1946년에 정한 ‘명망 있는 사람(man)이 사무총장을 맡아야 한다’는 자격지침을 70년 동안 바꾸지 않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 서방 언론들은 “유엔 사무총장직은 21세기에 드물게 남아 있는 ‘금녀(禁女)의 요새’ 같다”고 지적해 왔다. 사실상 사무총장 선출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은 차기 여성 사무총장 지지서명에 동참하지 않았다. 유엔은 최근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해 지난 16년간 추진된 목표의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1달러 25센트 미만으로 살아가는 빈곤층은 1990년 인구의 47%에서 14%까지 줄었고 초등교육 취학률도 2000년 83%에서 91%로 개선되었다. 그러나 여성의 지위와 관련하여 취업률과 정치참여에서는 여전히 남성과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유엔은 2016년부터 개도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도 사회의 모든 격차를 없애는 ‘지속 가능한 개발목표’(SDGs)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 130여개의 국제기구 중 50개에 한국인 53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고위직에는 30명이 진출해 있다. 여성으로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강경화 사무차장보가 국제기구 최고위급에 올랐다. 외교관 시험이나 국제기구 초급전문가(JPO) 선발시험에서 여성이 남성을 앞지른 것은 더는 뉴스거리가 아니다. 한동안 국제기구 진출에 젊은이들의 뜨거운 관심이 쏠렸지만, 최고 스펙을 보유하고 바늘구멍을 통과한 채용 후에도 즉각적인 현장 투입 등 힘든 생활에 여성들의 중도 포기가 많다고 하니 안타깝다. 유엔 창설 70년 만에 최초로 여성 사무총장의 탄생 여부가 관심을 끄는 가운데 불가리아 출신의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의 20대 취업률이 낮아 사회 문제가 된 시대에 젊은 여성들이 더욱 진취적으로 국제기구에 진출하기를 권한다. 유엔 창립 100주년 때는 제2의 반기문, 여성 반기문 사무총장의 탄생을 꿈꾸지 말란 법이 있는가. 아직 젊은 그대, 여성 반기문을 꿈꿔 보시라!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한국의 머더 테레사 박청수 원불교 교무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한국의 머더 테레사 박청수 원불교 교무

    ‘원불교는 몰라도 박청수 교무는 안다.’ 원불교 교직자인 교무들이 우스갯소리로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이다. 한평생을 종교와 정치, 국경의 경계 없이 지구촌 그늘진 곳곳을 다니며 막힘없는 봉사로 삶을 불태웠던 ‘한국의 머더 테레사’ 박청수(78) 교무. 1981년 스스로 개척해 국내 최고의 교당으로 우뚝 세운 서울 강남교당을 후배에게 넘기고 2007년 은퇴한 뒤에도 그의 봉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얼마 전 출간된 자서전 ‘박청수-원불교 박청수 교무의 세상 받든 이야기’(열화당)에서 ‘한국의 머더 테레사’는 이렇게 쓰고 있다. “나는 쉼 없이 길쌈을 했던 여인이었다.” 원불교 창교 100년을 맞아 그의 아담한 보금자리 겸 박물관인 경기 용인의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을 찾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공교롭게 원불교 창교 100년 되는 해 자서전을 내셨습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자서전 같은 것을 펴낼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 박물관을 둘러본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일을 했어요”라고 말하면서도 제 삶을 꿰뚫어 아는 이가 없다는 것을 느꼈어요. 원래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 소장품 도록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만난 열화당 이기웅 대표가 먼저 제의하셨어요. 제가 쓴 책 6권의 내용을 추린 데다 최근 일과 미처 적어 두지 못한 일들을 원고지 400매 분량으로 써서 보탰어요. 큰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자서전 서문 첫머리의 “나는 쉼없이 길쌈을 했던 여인 같다”는 감회가 인상적인데. -55개국을 다니며 사람들을 돕는 일이 간단한 건 아니잖아요. 남에게 도움을 주려면 돈을 모아야 하고 그 절차도 복잡해요. 지금 무비자로 한국인이 입국할 수 있는 나라가 무려 172개국이나 된다고 해요.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외국 들어가는 일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어요. 국교 단절이 됐던 캄보디아에 특별국가방문허가서를 받아 들어갔던 적도 있었어요. 50년간 앉으나 서나 늘 그 일에 매달려 고민하고 산 지난 인생이 밤낮 없이 길쌈하는 여인의 삶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직장에서 퇴근하면 가족들과 식사도 같이하고 이야기도 나누겠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잖아요. TV 드라마 한 편도 여유 있게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웃음). →봉사 인생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요? -30대였던가요? 사직교당 교무 시절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책을 8년간 공들여 만든 적이 있었어요. 한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큰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뒤 한센병 환자 돕는 일을 시작으로 55개국을 다니며 많은 일을 하며 살았군요. 해외 봉사의 첫 시작은 1970년 12월 코스모스백화점에서 동파키스탄 이재민 돕기 자선바자회에 2만 4000원을 모금해 원불교 서울사무소에 낸 게 처음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오랜 세월 쉼없는 봉사를 가능하게 한 힘은 무엇인지요. -‘너른 세상으로 나가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라’는 어머니의 당부가 컸지요. 좌고우면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결단성도 적지 않은 요인이었고요. 회의를 해 본 적이 없어요. 혼자 생각하고 일단 좋은 일이라 생각하면 해내야 직성이 풀렸으니까요. 좋은 분들의 도움도 컸지요.“나는 이기적으로 살았으니 박 교무에게 돈을 줘야 상쇄가 된다”면서 매년 연말 돈을 보내주신 박완서씨는 정말 잊지 못해요. 저에게 돈을 주면 엉뚱한 데 안 간다면서 도와주시던 박완서씨의 기부금이 봉사의 종잣돈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머니의 당부를 되돌아볼 때 후회없는 삶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어요.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걷겠어요. →종교계 인사들과의 폭 넓은 교류가 유명합니다. 법정 스님과 김수환 추기경과의 각별한 인연이 회자되는데. -제가 맨 처음 쓴 책 ‘기다렸던 사람들처럼’(1989년)을 보내 드렸더니 법정 스님이 ‘세상 구경 시켜 줘서 고맙다’는 글을 전해 오셨어요. 법정 스님에게 10년간 편지를 보냈습니다.그렇게 편지를 보내고 나면 근심 걱정이 줄어드는 것 같았어요. 제가 하는 일에 늘 격려해 주셨던 고마운 분이지요. 캄보디아에 갔을 때 배에서 떨어져 고생하던 무렵 홍화씨를 보내 위로하신 일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이번 자서전 제목의 글씨체도 법정 스님이 보내주신 편지 속에서 딴 것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라자로 마을 나환자 돕는 일을 하면서 만나 뵈었어요. 추기경 선종 때 각 종교 대표들이 추도사를 썼는데 원불교에선 제가 썼습니다. 그분들이 모두 떠나신 지금 문득문득 외딴집에 홀로 사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출가하신 지 59년이 됐습니다. 출가자로서 늘상 마음에 새긴 정신이라면. -청빈과 실력, 그리고 투명한 실천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원불교 교리에는 종교나 사상이 달라도 대중적으로 공인된 지도자를 공경하라는 ‘공도자 숭배’가 있어요. 온정의 저수지가 마르지 않게 하려면 자력의 인격이 필수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어요. 자신을 잘 다스려야 그 영혼이 다른 사람에게 드러나는 법이지요. 평생 제 발 뿌리를 눈 부릅뜨고 보면서 살아왔습니다. →한 달 용돈은 얼마나 쓰시나요? -원불교에서 공식적으로 받는 돈은 23만 6000원이 전부입니다. 개인적으로 돈 쓸 일이 뭐 있겠습니까. 먹고사는 데 전혀 부족하지 않아요. 차도 없고 비서도 없어요. 직접 밥도 짓고 빨래도 합니다.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한다고 합니다. 요즘 세태에 한 말씀 하신다면. -철없는 사람, 불쌍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 뒤처진 사람 뒷바라지를 하는 게 종교인의 사명 아닐까요. 종교의 높은 가치인 청빈, 맑은 가난을 지켜야 스스로 청정하고 혼탁한 세상도 맑힐 수 있습니다. 설교나 설법 시간에 했던 좋은 말씀을 매양 스스로 실행하고 실천해야 비로소 사람들이 따르게 될 것입니다. 그러지 못한다면 좋은 말씀들이 공허할 뿐이겠지요. →종교인 못지않게 정치인들을 향한 세간의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라면. -정치인이라면 모두 큰 뜻을 세우고 그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에 입문했을 것입니다. 살아가는 동안 어떠한 경우에도 그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심만 없어도 나름대로 성공한 정치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인은 대중이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도덕성이 허약해지지 않도록 어떠한 유혹도 뿌리치고 항상 자기 자신부터 다스려야 하지요. 욕심을 버린다면 제 역할에 더 충실할 것이란 생각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공도자라면 청문회 가서 혼쭐날 일도 없지 않을까요. →2010년 노벨평화상 최종 후보 10인에 오르셨습니다. 평화의 참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람을 살육하던 전쟁의 총성이 멎는 것이지요.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 마음에 분노가 있으면 평화를 잃는 것입니다. 내면의 자성이 충만한 사람이 행동할 때 고통을 녹이는 평화의 빗방울이 될 수 있습니다. →경색된 남북관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막힌 관계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대립 국면을 푸는 데 이해와 아량은 절대적이지요. 지금 남북 관계를 보면 양쪽 모두 다른 쪽이 숙이고 들어오길 바라는 것 같아요. 우리가 북한보다 30배쯤 잘산다고 하지요. 강자가 너그러울 필요가 있습니다. →원불교 100년을 어떻게 보시나요. -신흥 민족종교 가운데 이렇게 교세가 확장된 교단이 없는 것 같아요. 교직자들이 모두 열심히 살았어요. 커다란 흠결 없이 맑은 종교란 평가를 받는 게 가장 흐뭇합니다. 나라의 발전이 원불교의 성장에 큰 요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어요. 작은 나무가 올곧게 자라 거목이 됐으니 걸맞은 사회적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최근 원불교 교세의 정체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데. -원불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가 비슷한 상황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종교가 갖는 위상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고 종교 본연의 역할 축소도 이유일 수 있습니다. 원불교의 경우 이제 더 큰 도약을 위한 잠깐의 정체를 맞은 게 아닐까 합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습니까. -다시 태어나도 원불교 교무로 지금까지 살았던 것처럼 다시 살 것입니다. 이렇게 너른 세상을 살았는데 한 가정의 어머니와 아내로 살 수 있을까요(웃음). 은퇴하고 이곳에 들어올 때 주변 사람들에게 느낌이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했어요. 한평생 너무 많은 돈 걱정을 하고 살았기 때문에 그 흔적이 내 얼굴에 남을까 걱정했어요. 지금 산 속에서 하늘도 올려다보고 새 소리도 들으면서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박청수 교무는 1937년 전북 남원시 수지면 홈실 마을 태생. 원불교 교도였던 어머니의 바람을 따라 출가, 평생 정녀로 살았던 원불교 스타 교무다. ‘한국의 머더 테레사’, ‘머더 박’이란 별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 집의 울타리에 머물지 말고 너른 세상으로 나아가 더 많은 사람을 위해 일하라.’ 아홉살 때부터 자장가처럼 귀에 박히도록 들어온 어머니의 말씀이 평생 맑은 종교인, 그리고 희생하는 삶을 살게 한 으뜸의 기준이었다고 한다. 전주여고를 졸업한 해인 1956년 출가해 사직교당·원평교당·우이동 수도원 교당·강남교당에서 교무로 봉직하고 2007년 퇴임했다. 특히 강남교당은 박 교무가 개척해 원불교 최고, 최대의 교당으로 세웠으며 그 시절 추진했던 숱한 지역사회 봉사와 헌신의 일화들이 지금까지 회자된다.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한센병환자촌 성라자로 마을에 쏟은 열정과 도움의 궤적은 한국 종교계에서 유명하다. 현직에서 31년간, 은퇴 후 9년간 40년간 성라자로 마을을 도왔다. 라자로 마을에 집을 짓고 한센병 환자를 돕기 위해 15년간 엿을 팔기도 했다. 북인도 히말라야 라다크, 캄보디아, 스리랑카,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지구촌 곳곳에 박 교무의 손길과 봉사의 땀이 배어 있다. 55개국에 무지와 빈곤, 질병 퇴치의 흔적이 스며 있다. 나라 안팎에 9개의 학교를 설립했고 히말라야 라다크, 캄보디아 바탐방에 병원을 세웠다. 미얀마와 캄보디아의 270개 마을에 공동 우물을 파거나 식수 펌프를 묻었다. 2010년 노벨평화상 최종 후보 10인에 올랐다. 이웃 종교 교류와 북한 돕기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국제연등불교, 프랑스 길상사, 성북동 길상사 지장전, 성공회 봉천동 나눔의 집, 기독교 사랑의 쌀 모으기 등에 힘을 보탰고 경기도 안성 하나원 옆에 북한 이탈 청소년들을 위한 한겨레 중·고등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다. 2007년 26년간 봉직했던 강남 교당을 후배 교무에게 넘기고 은퇴한 뒤 청수나눔실천회 이사장직만 갖고 경기 용인 헌산중학교 경내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에서 기거하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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