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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홀딱 벗은 남성이 대로변서 동물처럼 기면서...

    홀딱 벗은 남성이 대로변서 동물처럼 기면서...

    뉴욕경찰(NYPD)이 일명 'K2'로 알려진 합성 마리화나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뉴욕경찰은 4일(현지시간) 합성 마리화나에 취한 사람이 경찰의 체포에 앞서 나체 상태로 난동을 부리는 2개의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이 마약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강조했다. NYPD가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한 동영상에서는 나체 상태의 남성이 경찰 체포를 거부하며 맨손으로 나무 펜스를 부순 후 달아나는 장면이 나온다. 다른 동영상에서 또 다른 한 남성이 나체 상태로 경찰차 앞에 주저앉아 손바닥으로 땅을 치면서 마치 동물 흉내를 내면서 난동을 부리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빌 브래튼 뉴욕경찰 국장은 이 동영상 공개와 관련하여 "이런 합성 마리화나는 사용자에게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 마치 초인간적인 힘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고 위험성을 강조했다. NYPD는 이들 합성 마리화나는 생김새가 마치 마리화나처럼 되어 있으나, 사실을 맹독성을 가진 화학 물질을 사용해 만들어져 중독성이 매우 강한 마약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K2'로 알려진 이 합성 마리화나는 5달러 정도에 손쉽게 구할 수가 있어 특히, 홈리스 등 빈곤층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YPD 올여름에만 합성 마리화나를 팔고 있던 18개 상점을 단속했으며 이 과정에서 합성 마리화나 10,900개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사진=나체 상태로 난동을 부리는 남성(NYPD 제공)과 'K2'로 알려진 합성 마리화나 (자료 사진)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유엔 ‘빈곤 퇴치와 싸움’ 문제는 年4조달러 재원

    유엔 ‘빈곤 퇴치와 싸움’ 문제는 年4조달러 재원

    193개 유엔 회원국이 2030년까지 전 세계 기아·빈곤 문제 퇴치를 위한 개발 목표의 큰 틀에 합의를 이뤄냈다. 이를 위해 앞으로 15년 동안 매년 3조 3000억~4조 5000억 달러(약 3850조~5880조원)가 필요하다. 관건은 재원 확보에 달려 있는 셈이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2주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유엔 회원국은 ‘2030 지속가능개발 목표’(SDGs)에 최종 합의를 이뤘다고 로이터가 4일 보도했다. 유엔의 ‘2001~2015년 새천년개발 목표’(MDGs)의 후속이다. 회원국은 추가 논의를 거쳐 기아·빈곤 해결과 더불어 국내·국제적 불평등 감소, 지역 분쟁 종식, 난민 문제 해결, 기후 변화 대처 등을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계획으로 정리할 방침이다. 반기문(왼쪽) 유엔 사무총장은 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가 가난을 끝내는 첫 세대, 그리고 너무 늦기 전에 최악의 지구 온난화를 막는 마지막 세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4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만나 협조를 당부했다. SDGs의 성패는 안정적 재원 마련 여부에 달려 있다. 2016년 미국 정부 예산(3조 8000억 달러)에 준하는 재원이 매년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은 선진국이 국민총소득(GNI)의 0.7%를 개발도상국 지원용으로 내고, 0.15~0.2%를 개발이 지연되는 후발 개도국에 집중지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를 강제할 수단은 없다. 수사나 말코라 유엔 사무차장이 “새 목표의 규모, 깊이, 어려움 등은 유엔에 도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SDGs는 다음달 25~27일 유엔 총회에서 공식 채택될 계획이다. 총회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연설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 글로벌 이슈 중에서 기아·빈곤 문제와 함께 기후변화 대처에 대해 연설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열린세상] 인성교육진흥법이 실패할 세 가지 이유/조성호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열린세상] 인성교육진흥법이 실패할 세 가지 이유/조성호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이해는 간다. 필요성도 인정된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가 없다. 지난 7월 21일 시행에 들어간 인성교육진흥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선 두 가지가 놀랍다. 법령을 만들어 시행하기만 하면 올바른 인성이 저절로 함양될 것이라 믿는 발상의 순진함이 놀랍고, 인성의 발현을 제약하는 사회적 조건들에 대한 무관심 역시 그렇다. 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의 위임을 받아 평화 정착 방안 마련에 골몰했다. 그는 인간 본성에 비춰 볼 때 항구적인 평화가 가능하겠는지를 궁금해했다. 인류 역사에서 참혹한 전쟁과 파괴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신분석 이론의 창시자이자 당대 최고의 심리학자였던 프로이트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대답은 ‘전쟁과 파괴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심층심리를 연구해 온 프로이트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가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고,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는 매우 비장한 인성관을 견지한 이유는 인간 내면의 파괴적 본성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명적 인간은 인성의 힘으로 충동을 다스려야 하는 숙명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현대 심리학 연구들은 인성의 발달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높은 경지의 인성 발달에 도달한 인간은 극히 드물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성인군자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인성의 힘이란 그리 강하지도 않고 쉽게 함양되지도 않는다. 인성이 몇몇 제한적 프로그램으로 함양되리라고 믿는 교육 당국의 처사는 기만적이기까지 하다. 그런 신통한 프로그램이 어디 있는가. 인성은 물길질 몇 번에 쑥쑥 자라나는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다. 오히려 거친 황야에서 온갖 시련과 고난을 겪으면서도 굳건히 버텨 내는 야생초와 같은 것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실패할 것이라 예상하는 첫 번째 이유는 인성의 본질에 대한 교육 당국의 무지에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인성의 발현을 제약하고, 충동의 분출을 촉발하는 조건들에 취약한 경향이 있다. 실패와 좌절은 인성을 뒷전으로 물러나게 하는 강력한 조건들이다. 실패하고 좌절한 개인들에게 본능과 충동은 무서운 복원력을 발휘한다. 보다 심각한 것은 개인의 실패와 좌절이 사회 병리와 맞닿아 있을 때다. 빈곤, 불평등, 빈부 격차, 학벌지상주의, 파벌주의 등은 사회의 건전성을 해치는 구조적 문제들로서 구성원들을 좌절과 실패의 길로 내몬다. 성공의 희망을 찾기 어렵고, 좌절과 실패가 확대 재생산되는 사회구조하에서 인성을 논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우리 사회 현실에서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인성의 발현을 차단해 버리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인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성 발현의 기회가 봉쇄돼 있다는 점을 교육 당국이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인성교육진흥법이 실패할 것으로 예상하는 두 번째 이유다. 인성교육진흥법의 실패를 예감하는 세 번째 이유는 교육 당국의 욕심이 지나치다 못해 산만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이 법에서 강조하는 인성 덕목은 여덟 가지인데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이 그것이다. 하나씩 뜯어 보면 모두 소중한 것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왜 효는 있되 충(忠)은 없으며, 책임은 있되 자율은 없는가. 또한 봉사와 희생은 중요한 인성 덕목이 아니란 말인가. 이렇게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고, 중구난방이 되기 십상이다. 물론 법 제정 전에 정책 연구도 했을 것이며 전문가 공청회도 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세계 평화를 위한 최소한의 인성 덕목으로 프로이트가 제시했던 것은 ‘사랑’과 ‘공감’ 두 가지였다. 암울했던 식민 시절인 1937년 서울의 한 강연장에서 헬렌 켈러는 ‘이 세상을 향상시키는 것은 오직 사랑뿐이며, 사랑이 없는 국가와 사회는 퇴보할 뿐’이라고 역설했다. 확신이 없으면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인성 덕목에 대한 산만한 나열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핵심적 인성 덕목에 대한 교육 당국의 확신 부재를 보여 주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래도 성공하길 소망할 수밖에. 사랑과 공감의 마음으로….
  • 노동자 15% 최저임금 이하 OECD 20개국 평균의 2.7배

    노동자 15% 최저임금 이하 OECD 20개국 평균의 2.7배

    우리나라 노동자 100명 가운데 15명은 최저임금 이하의 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임시직,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고용 형태로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많았다. 3일 OECD의 ‘2015 고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에서 최저임금 또는 그 이하를 받는 노동자는 전체의 14.7%로 나타났다. OECD가 조사한 회원국 20개국(최저임금 제도 적용은 26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평균 5.5%보다 2.7배 높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위스 등은 단체협약에서 최저임금을 명시하기 때문에 법정 최저임금 제도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최저임금 이하의 소득을 벌어들이는 노동자 비중은 스페인이 0.2%로 가장 낮았고 벨기에(0.3%), 그리스(0.8%) 순이었다.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중간지점인 중위임금 대비 44.2%로 비교적 높았다. 2000년 28.8%보다 크게 증가했지만, 여전히 OECD 평균인 49.3%보다 낮았다. OECD는 보고서에서 “호주, 영국 등에서는 최저임금을 주는 일자리만으로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한국, 체코, 스페인 등에서 최저임금을 주는 일자리만으로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비현실적인 근로시간 개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의 계약직, 파견직, 인턴 등 임시직 고용 비중은 21.7%로 나타났다. 폴란드(28.4%), 스페인(24.0%)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OECD 평균인 11.1%보다 약 2배 많았다. 중위임금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2013년 기준)도 전체의 24.7%였다. 미국(25.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OECD 평균인 17.1%를 크게 웃돈다. 이는 2003년 24.9%에서 0.2% 포인트 낮아진 것에 불과해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따른 소득 불평등이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세종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노동자 15% 최저임금 이하 OECD 20개국 평균의 2.7배

    노동자 15% 최저임금 이하 OECD 20개국 평균의 2.7배

    우리나라 노동자 100명 가운데 15명은 최저임금 이하의 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임시직,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고용 형태로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많았다. 3일 OECD의 ‘2015 고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에서 최저임금 또는 그 이하를 받는 노동자는 전체의 14.7%로 나타났다. OECD가 조사한 회원국 20개국(최저임금 제도 적용은 26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평균 5.5%보다 2.7배 높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위스 등은 단체협약에서 최저임금을 명시하기 때문에 법정 최저임금 제도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최저임금 이하의 소득을 벌어들이는 노동자 비중은 스페인이 0.2%로 가장 낮았고 벨기에(0.3%), 그리스(0.8%) 순이었다.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중간지점인 중위임금 대비 44.2%로 비교적 높았다. 2000년 28.8%보다 크게 증가했지만, 여전히 OECD 평균인 49.3%보다 낮았다. OECD는 보고서에서 “호주, 영국 등에서는 최저임금을 주는 일자리만으로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한국, 체코, 스페인 등에서 최저임금을 주는 일자리만으로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비현실적인 근로시간 개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의 계약직, 파견직, 인턴 등 임시직 고용 비중은 21.7%로 나타났다. 폴란드(28.4%), 스페인(24.0%)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OECD 평균인 11.1%보다 약 2배 많았다. 중위임금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2013년 기준)도 전체의 24.7%였다. 미국(25.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OECD 평균인 17.1%를 크게 웃돈다. 이는 2003년 24.9%에서 0.2% 포인트 낮아진 것에 불과해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따른 소득 불평등이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세종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유전자 변형 작물 장기 섭취 시 다음 세대의 부작용 검증 안 돼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식량 위기의 탈출구다. 충분한 양의 식품 공급이 필요한 상황에서 농업에 더 효율적인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을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다.” 아이오와주의 주도(州都)인 디모인에 자리한 미국 식품기업협회인 ‘글로벌 하비스트’의 마거릿 자이글러 전무는 지난달 21일 찾아온 한국 기자들에게 GMO가 세계 식량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GMO가 인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GMO를 생산, 유통하는 미국의 대형 곡물기업이 내세운 일종의 ‘명분’이다. 제초제 내성 GM 작물, 해충 저항성 GM 작물이 미국의 농업 생산량 증대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GM 종자 개발 기업인 미국의 몬산토는 1996년부터 상업화된 GM 기술이 세계적으로 면화 2170만t, 옥수수 2억 7400만t, 대두(콩) 1억 3800만t의 추가 수확을 거두는 데 한몫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GM 작물을 재배하지 않는 유럽의 곡물 총생산량도 이와 비슷하다. GMO 재배지의 70%가 미국이나 아르헨티나 등 일부 국가에 집중된 탓에 아프리카 등 제3세계 농민의 빈곤 탈출엔 그다지 도움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 대두의 93%는 미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캐나다 등에서 생산된다. 아프리카 등 빈곤 지역은 이런 나라로부터 GM 작물을 수입해야 한다. GMO를 지렛대로 한 선진국의 식량 독점이다. 미국 곡물회사 ‘듀폰 파이어니어’ 관계자는 “아프리카 농민을 위해 GM 종자를 값싸게 공급하고 있지만 미국에 공급하는 종자와 다른 것”이라고 밝혔다. GMO 안전성 문제도 논란만 더해 간다. 1998년 영국의 아르파드 푸스타이 박사가 GM 감자를 동물에게 먹인 결과 독성이 유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만 반복된 실험에서 재현하지 못해 결국 과실을 인정했다. 이후에도 GM 작물의 독성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될 때마다 반박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곤충학을 전공한 몬산토의 타드 디고이어 박사는 “해충 저항성 GM 작물은 특정 해충에만 작용하는 일종의 농약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사람은 물론 비슷한 종의 곤충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 곡물협회의 앤드루 코너는 “30여년간 GM 작물이 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고 동원된 동물이 1000억 마리다. 이미 GM 작물의 유해성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전자 변형 작물을 장기간 섭취했을 때 다음 세대에 나타날 영향에 대해선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 몬산토와 듀폰, 미국 곡물협회도 여기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GM 작물이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잖다. 슈퍼 잡초의 탄생, 내성 곤충의 출현, 생물의 다양성 파괴, GM 작물의 잡초화 가능성 등이 우려된다. 미국도 정기적으로 환경위해성 평가를 하고 있다. 몬산토의 문홍석 박사는 “GM 종자가 농경지 밖에 떨어져 잡초처럼 자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인간이 재배하는 작물은 보살핌이 없는 자연환경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심각한 생태계 교란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디모인(미 아이오와주)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글로벌 시대] 신조어에 반영된 중국 청년 세대의 애환/민재홍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글로벌 시대] 신조어에 반영된 중국 청년 세대의 애환/민재홍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중국의 청년 세대들이 희망을 잃어 가고 있다. 심각한 취업난과 경제적 빈곤으로 미래에 대한 꿈까지 포기하곤 한다. 마치 우리의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 88만원 세대를 연상케 한다. 올해 대학 졸업자가 749만명. 지난해보다 22만명 늘어났다. 1999년 85만명에 비하면 무려 9배 늘어난 셈이다. 취업이 어렵고, 대졸자 임금도 낮은 수준이다. 올해 대졸자가 희망하는 월급 수준이 2500위안(약 50만원)까지 내려왔다니, 최근 5년 내 최저다. 베이징의 사찰 와불사(臥佛寺)에는 취업을 바라는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기도를 올린다. 사찰 이름 와불(臥佛)의 중국어 발음 ‘워포’가 영어의 채용(offer)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명문대 출신도 취업이 어렵다. 한 베이징대 출신이 고향에 내려가 정육점을 연 것이 언론에 크게 보도돼 사회적 논쟁을 일으켰고, 그의 이름을 따 루부쉬안(陸步軒) 현상이 생겨났다. 대학이 무분별하게 늘어난 것도 문제가 있다. ‘예지(野鷄)대학’이라는 것이 있다. 2005년 발표된 이런 이름의 우언집에 꿩(野鷄)마저 대학에 가게 됐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됐다. 대학 설립은 합법이지만 학위 기간과 졸업 조건이 완화된 능력 미달의 대학을 말하는데, 어떤 방식으로든 학위를 받겠다는 학력 중시의 사회적 병폐가 반영된 것이다. 현재도 유학 붐을 타고 미국에서만 855개의 예지대학이 운영되고, 중국 대도시에 학위만을 양산하는 꿩대학들이 무수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취업이 어렵다 보니 취업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데, 이를 만주예(慢就業)라고 부른다. 우리의 졸업 유예, 취업 포기와 비슷하다. 경제적으로 빈곤한 중국 젊은이들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자신들의 처지를 표현하는 글자로 벌거벗을 라(裸·뤄)를 이용해 자신들의 인생을 한탄한다. 뤄비(畢)는 ‘취업이 안 된 채 하는 졸업’을 의미하고, 뤄훈(婚)은 ‘집이나 돈 없이 하는 결혼’을 뜻한다. 심지어는 결혼을 망설이고 두려워하는 쿵훈주(恐婚族)까지 생겨났다. ‘뤄’(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하우스 푸어, 워킹 푸어, 에듀 푸어의 푸어(poor)와 비슷한 개념일 것이다. 중국 대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다. 평생 고용이 보장되는 공무원을 예전엔 톄판완(鐵飯碗·철밥통)이라 했지만, 지금은 진판완(飯碗·금밥통)으로 부를 정도다. 특히 중국인은 관(官) 본위 사상 때문에 공무원이 되기 위해 엄청난 경쟁이 벌어진다. 다른 부류들은 촹커(創客·혁신창업가) 열기에 몸을 싣는다. 수많은 차오건(草根·초근목피로 생활했던 저소득층)들이 대박을 노린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이지만 이 역시 ‘가진 것 없이 창업하는’ 뤄촹(創)이다. 청년 창업 세계 1위라고 주장하는 중국 정부의 발표가 공허하게 들린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광풍처럼 불었던 벤처 신드롬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더욱 그렇다. 어떤 부류는 아예 부모를 갉아먹는 컨라오주(?老族)가 되기도 한다. 독림심 약하고 의타심이 강한 주링허우(90後·90년대생)의 특징이다. 니터주(尼特族·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라고도 불리는 소위 캥거루족이다. 중국은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대학 졸업자에게 정부 당국이 직업을 정해 주는 ‘직업분배제도’를 시행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학점, 전공, 학과 교수의 추천에 따라 직장을 100% 분배 배치했고, 졸업생은 원하지 않는 통보 결과를 받아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요즘처럼 취업이 힘든 마당에 차라리 ‘아, 옛날이여’를 그리워하는 자조의 소리도 들린다. 참 힘든 세상이다.
  • 月소득 127만원 이하땐 생계급여 받는다

    月소득 127만원 이하땐 생계급여 받는다

    내년부터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이 127만원 이하면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월 소득이 118만원 이하인 사람만 생계급여를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올해 대비 4.0% 인상하기로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중위소득이 인상됨에 따라 내년도 교육급여를 받을 수 있는 월 소득 기준은 4인 가구 220만원 이하, 주거급여는 189만원 이하, 의료급여는 176만원 이하로 각각 조정됐다. 기준에 미치지 못해 올해 급여를 받지 못한 일부 저소득층도 내년에는 급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위소득이란 전 국민을 100명이라고 가정할 때 소득 규모 순으로 정확히 중간에 있는 50번째 사람의 소득을 뜻한다. 정부의 복지사업 대상자를 선정하고자 기존의 최저생계비를 대신해 도입된 새로운 기준이다. 그동안에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모든 급여가 최저생계비(2015년 4인 가구 기준 166만 8329원)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에 일괄 지급됐다. 하지만 이달부터 ‘맞춤형’ 복지체계가 시행되면서 가구 소득에 따라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가 각각 따로 지급되고 있다. 내년 월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29%인 127만원 이하면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를 받고, 127만원에서 176만원 사이면 의료·주거·교육 급여를 받게 되며, 176만원에서 189만원 사이면 주거·교육급여를, 189만원에서 220만원 사이면 교육 급여를 받는 식이다. 내년도 생계급여는 중위소득의 29%, 의료급여는 40%, 주거급여는 43%, 교육급여는 50%까지 지급된다. 이 중 생계급여 범위는 올해 28%보다 1% 포인트 넓어졌다. 맞춤형 복지체계는 최저생계비 기준보다 월소득이 1만원이라도 많으면 아예 모든 급여를 받지 못해 저소득층이 ‘빈곤 절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고자 도입됐다. 생계급여는 현금으로 매월 가구에 지원하며, 주거급여는 소득과 임차료 부담을 고려해 임대료를 지원하고, 교육급여는 초·중·고등학생의 부교재비 등을 지원한다. 다만 주거급여는 소득별로 지급되는 금액이 달라 생계급여 수급자이면서 주거급여 수급자면 ‘기준 임대료’를 100% 다 받을 수 있지만, 생계급여 수급자는 아니면서 주거급여 수급자면 일부만 지급받는다. ‘기준 임대료’ 역시 지역별로 달라, 액수가 많은 순서대로 4인 가구 기준 1급지(서울) 30만 7000원, 2급지(경기·인천) 27만 6000원, 3급지(광역시) 21만 5000원, 4급지(그 외) 19만 5000원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생계급여 수급자는 주거급여로 30만 7000원을 받을 수 있다. 맞춤형 복지체계는 이달 들어 시행돼 지난 20일 첫 급여가 지급됐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신청은 언제든 가능하며, 가까운 읍·면·동 주민센터나 보건복지콜센터(129) 등에 문의하면 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노년층 ‘욱 범죄’ 심상찮다

    노년층 ‘욱 범죄’ 심상찮다

    #1. 지난해 2월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한 다세대주택 건물 주인 강모(74·여)씨는 불이 난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강씨 뒷머리와 얼굴에서 둔기로 맞은 흔적과 멍 자국이 발견됐다. 범인은 강씨와 친하게 지내던 세입자 박모(75)씨였다. 박씨는 “평소 강씨가 나를 무시했고 사건 당일에도 내게 욕설을 퍼부었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2. 올해 2월 경기 화성. 70대 남성이 엽총으로 80대 친형 부부를 총으로 살해한 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 출동한 파출소장도 노인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피의자는 종종 형을 찾아가 “돈을 달라”며 행패를 부렸다. ‘노인 범죄’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생계형 절도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살인, 강간, 방화, 강도 등 강력 범죄가 두드러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4일 경북 상주에서 할머니 2명이 숨진 이른바 ‘농약 사이다’ 음독 사건의 피의자도 80대 여성이다. 2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4년 전체에서 3.3%에 불과했던 노인 범죄율(60대 이상)은 2013년 7%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사회 구조가 고령화가 가속화되며 노인 인구가 자체가 늘었다는 게 1차적 분석이다. 하지만 눈에 띄는 것은 강력 범죄마저 덩달아 늘었다는 점이다. 4대 범죄(강도·살인·강간·방화)의 경우 2009년 837명에서 2013년 1699명으로 200% 이상 급증했다. 경찰 관계자는 “노인들의 강력 범죄들 중 계획적 범행도 있지만 대부분 쌓이고 쌓인 분노가 우발적으로 터지며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박현식 호서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가족과 사회로부터 느끼는 소외감이 분노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산업화를 일군 노인 세대는 자신이 부모에게 한 만큼 자식세대에게 기대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바뀌었다”며 “가족, 사회로부터 소외받는데다 돈까지 없으니 자포자기 상태가 되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소외, 은퇴 후 박탈감 등을 노인 범죄 배후에 도사린 정서로 꼽았다. 특히 국내 노인 빈곤율은 2013년 기준 48.0%로 전체 연령의 빈곤율(13.7%)보다 3.5배나 높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2.6%의 4배 수준이다. 강덕지 전 국과수 범죄심리과장은 “죄명은 전부 달라도 범죄 요인은 대부분 밥 먹고 사는 문제와 성적 욕구로 귀결된다”며 “특히 노인범죄는 더 단순한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우발적으로 일으키는 경향이 짙어진다”라고 말했다. 노인들이 피해자가 되거나 같은 가족 내 가해자가 되는 존속폭행과 살인 등도 경제적 문제가 주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곽대훈 충남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은퇴 후 충분한 연금을 받지 않는 이상 자녀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갈등이 커지면 존속 폭행이나 친족 살해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노인 일자리 창출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노인 일자리들 대부분이 대단히 저임금 노동이고, 그로 인한 경제적 빈곤이 오히려 박탈감을 불러와 범죄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노인들이 전문성을 살려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노인이라는 존재를 우리 사회에 생산적인 동력으로 바라보고 그들이 가진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글로벌 시대] 젊은 그대, 여성 반기문을 꿈꿔라!/이에스더 아리랑TV 글로벌네트워크 부장

    [글로벌 시대] 젊은 그대, 여성 반기문을 꿈꿔라!/이에스더 아리랑TV 글로벌네트워크 부장

    글로벌 외교의 격전장인 유엔에 아리랑TV가 진출했다. 지난 14일 한국 방송 사상 최초로 ‘유엔 채널’ 65번을 통해 방송을 시작한 것이다. 유엔본부에는 현재 CNN 인터내셔널, BBC 월드, 알자지라 등 20여개 뉴스 방송사들이 진입해 있다. 아리랑TV의 유엔 진출로 각국 외교관들에게 한국 관련 이슈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는 미디어 공공외교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아리랑TV가 유엔과 대한민국의 만남, 그 이야기를 전해 주었으면 한다”고 기대를 표명했다. 세계 평화를 유지하자는 목적으로 1945년 출범한 유엔은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유엔에는 193개국 회원국 출신 4만 4000명의 스태프들이 일하고 있다. 남성이 66%, 여성은 34%다. 2007년 반 총장 취임 후 여성의 유엔 고위직 진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취임 전후를 비교해 보면 사무차장급 여성 비율은 60%, 사무차장보급은 40%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분산돼 있던 여성 권익 관련 부서를 통폐합해 2010년 유엔 우먼(UN WOMEN)이란 독립 기구를 창설했다. 최근 ‘유엔 사무총장으로 여성을 지지하는 친구들의 모임’은 차기 여성 사무총장 지지에 193개 회원국 중 약 25%에 이르는 42개국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세계 70억 인구를 대표하는 유엔 사무총장직은 70년간 8명의 남성이 맡아 왔으며 유엔은 1946년에 정한 ‘명망 있는 사람(man)이 사무총장을 맡아야 한다’는 자격지침을 70년 동안 바꾸지 않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 서방 언론들은 “유엔 사무총장직은 21세기에 드물게 남아 있는 ‘금녀(禁女)의 요새’ 같다”고 지적해 왔다. 사실상 사무총장 선출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은 차기 여성 사무총장 지지서명에 동참하지 않았다. 유엔은 최근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해 지난 16년간 추진된 목표의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1달러 25센트 미만으로 살아가는 빈곤층은 1990년 인구의 47%에서 14%까지 줄었고 초등교육 취학률도 2000년 83%에서 91%로 개선되었다. 그러나 여성의 지위와 관련하여 취업률과 정치참여에서는 여전히 남성과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유엔은 2016년부터 개도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도 사회의 모든 격차를 없애는 ‘지속 가능한 개발목표’(SDGs)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 130여개의 국제기구 중 50개에 한국인 53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고위직에는 30명이 진출해 있다. 여성으로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강경화 사무차장보가 국제기구 최고위급에 올랐다. 외교관 시험이나 국제기구 초급전문가(JPO) 선발시험에서 여성이 남성을 앞지른 것은 더는 뉴스거리가 아니다. 한동안 국제기구 진출에 젊은이들의 뜨거운 관심이 쏠렸지만, 최고 스펙을 보유하고 바늘구멍을 통과한 채용 후에도 즉각적인 현장 투입 등 힘든 생활에 여성들의 중도 포기가 많다고 하니 안타깝다. 유엔 창설 70년 만에 최초로 여성 사무총장의 탄생 여부가 관심을 끄는 가운데 불가리아 출신의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의 20대 취업률이 낮아 사회 문제가 된 시대에 젊은 여성들이 더욱 진취적으로 국제기구에 진출하기를 권한다. 유엔 창립 100주년 때는 제2의 반기문, 여성 반기문 사무총장의 탄생을 꿈꾸지 말란 법이 있는가. 아직 젊은 그대, 여성 반기문을 꿈꿔 보시라!
  •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전상국 ‘우상의 눈물’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전상국 ‘우상의 눈물’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동물원 우리에 갇혀 초조하게 서성이는 한 마리 범의 모습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성공한 학창 시절 친구의 조롱하는 눈빛, 가난한 노파의 눈물, 굶주린 어린 아이의 모습. 이 모든 것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개정 전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안톤 슈나크의 글이다. 명문장으로 알려져 있는 그의 수필은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크고 작은 슬픔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 내고 있다. 우리가 슬픔을 느끼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겠지만 대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부정적인 사건이나 인간의 믿음과 신뢰가 깨어지면서 그 내면에 숨겨진 위선을 발견했을 때 깊은 슬픔을 느낀다. 내가 이 수필을 처음 접한 것은 전상국의 소설 ‘우상의 눈물’에서였다. 주인공이자 악의 화신 기표가 ‘우상’으로서의 위상이 무너지고 동정의 대상이 돼 갈 때 읽고 있었던 글. 그러고 보면 그 슬픔의 맥락은 ‘우상의 눈물’이라는 제목에서도 나타나며, 전상국 작가의 다른 작품 ‘돼지 새끼들의 울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작가가 제시하고자 하는 슬픔의 정체는 무엇일까. 1970년대 말 한 도시의 남자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우상의 눈물’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있을 수 있는 합법적인 권력(폭력)의 위험성과 위선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는 소설이다. 먼저 주제의 연관성을 가진 ‘돼지 새끼들의 울음’(1975)을 살펴보자. 제목에서 말하는 돼지 새끼들이란 담임 최달호의 명성을 실현해 주는 학생들을 말한다. 7년 연속 고3 담임을 하며 신화적인 명성과 위력을 자랑하는 그는 최고의 진학률과 단결, 협동을 이끌어 냈다. 분반 첫날 학생들에게 돼지 새끼들이라며 제식훈련으로 정신교육을 실시한 것을 시작으로 그는 초지일관 강인한 정신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는 학급의 일사불란한 질서와 단결이라는 목표 아래 자신의 출세를 위해 학생들을 이용하고, 학부모로부터 부당하게 돈을 걷어 자신의 부를 늘리는 위선자였다. 급기야 그는 돈은 있지만 성적이 시원찮은 학생 12명을 모아 예비고사에 붙게 하려고 시험문제를 빼돌린다. 그러한 담임의 위선에 염증을 느낀 학생들은 복수를 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토요일 오후 종례 시간에 기습적으로 슬리핑백을 씌우고 결의문을 읽는 것이었다. 그러나 슬리핑백의 지퍼를 내린 순간 학생들이 발견한 것은 우상과 같았던 담임이 아닌 하나의 머저리였다. 땀으로 목욕을 한 형편없이 왜소하고 짜부라진 사내. 그것이 담임의 실체였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권위의 작동 방식을 보여 주고 있다. 담임 최달호는 고3이라는 관습적인 권위에 기대어 전체주의적 규율을 강요했는데 그 이면에서 개인의 세속적인 욕망을 찾을 수 있다. 위선과 합법적인 폭력에 대한 문제는 ‘우상의 눈물’(1980)에서 더욱 치밀하고 교묘하게 드러난다. 작품의 주인공 최기표는 일말의 동정심과 죄책감 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악의 화신이었다. 아무도 그의 권위와 카리스마에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새 학기가 되면서 담임선생님이 ‘우리’를 위한 획일적인 결속을 강조하면서 그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반장과 담임의 ‘기표 길들이기’는 치밀하고 차근차근하게 실현된다. 기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반장과 담임은 따뜻한 호의로 일관한다. ‘신을 돋보이기 위한 일에 순수한 악마를 이용’한다. 기표의 낙제를 막기 위해 반장은 오월 고사에서 답지를 보여 주자고 제안하고 기표의 거부로 이 사실이 발각되자 반장은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다. 이 일로 반장은 기표에게 밉보여 무서운 린치를 당한다. 전치 이주의 상해를 입고 응급실로 실려 가지만 반장은 끝까지 상대를 입에 올리지 않으면서 학교에서 일약 영웅이 된다. 사흘이나 결석을 하고 담임의 노력 끝에 다시 학교에 나온 기표는 악마의 깃털이 한 움큼 빠진 채 풀이 죽어 버린 존재로 변질돼 있었다. 이때 기표가 읽었던 책이 바로 처음에 소개했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었다. 이제 반장과 담임의 기표 길들이기는 정점으로 치닫는다. 그것은 기표의 불우한 가정환경을 미화시켜 모두가 그를 동정하게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신화적 존재로 군림해 온 기표를 빈곤이라는 족쇄로 옭아매려는 의도였다. 기표는 이제 판잣집 냄새 나는 어둑한 방에서 라면 자락을 허겁지겁 건져 먹는 한 마리 동정받아 마땅한 벌레로 변신됐으며 기표를 돕기 위한 재수파의 매혈 행위도 협동과 봉사의 기여 정신의 산증인으로 부각된다. 기표의 얘기가 영화로 만들어지게 된 어느 날 담임은 기표가 집을 나간 뒤 걱정돼 교무실로 찾아온 기표의 어머니를 내쫓으며 오히려 영화사와의 약속을 걱정하며 격분한다. 기표는 한 장의 쪽지를 써 놓고 사라진다. “무섭다.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는 말을 남긴 채. 기표가 느낀 무서움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이는 자신의 약점을 왜곡하고 과장해 무력하게 만들려는 담임과 반장의 주도면밀한 위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담임과 반장은 겉으로 기표를 구원하기 위한 순수한 마음과 따뜻한 호의를 보여 주지만 실제로는 기표의 날개를 꺾으려는 위선적인 행동을 보인다. 그들은 기표의 입장에서 그가 가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려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담임은 반을 주도하기 위한 지배욕에서, 반장은 반을 통솔하기 위해 그를 무력화시키려 철저히 계산된 선행을 한 것이다. 기표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수치심을 일으켜 자신의 세계에서 몰아낸 그들의 행동에서 우리는 숨겨진 폭력의 무서움을 잘 알 수 있다. 또한 다수를 위해 소수의 개인이 희생돼도 좋다는 사고 방식은 전체주의적 사고와 맞닿아 있다. 담임과 반장이 덧씌운 가짜 이미지 속에서 기표는 두려움에 떨며 슬픔을 느낀 것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위선적 인간을 구별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상대의 마음속에 내재된 내적 동기를 찾아내는 것이다. 보이는 행동이 아니라 숨겨진 동기를 찾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올바른 도덕적 판단이 가능해진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말했다. “위선과 교활한 지혜는 더욱 질 나쁜 폭력이다. 권위주의 또한 내가 싫어하는 폭력이다. 그것은 은폐되는 진실에 대한 분노라고 할 수 있다. ‘돼지 새끼들의 울음’과 ‘우상의 눈물’은 교활한 지혜에 대한 내 나름의 분노를 형상화한 것들이다. 특히 일사불란한 힘과 우리를 위한 나의 희생을 강요하는 악랄한 선과 권위에 대한 내 생각은 주로 교단을 배경으로 전개된다”고 했다(전상국, ‘물은 스스로 길을 낸다’, 이룸, 2005). 작품에서 그려 낸 학교의 합법적 폭력의 문제는 이제 많이 사라졌다. 기표가 행사했던 물리적인 폭력도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21세기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더욱 치열해진 경쟁 구조에 있다. 아직도 대다수의 학생들이 서열화된 학교에서 성적으로 인한 크고 작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지친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키우며 다양성을 인정받고 존엄성을 인정받는 분위기가 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너’와 ‘나’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상생과 공존 의식이 자리잡아야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사회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한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합법과 배려를 가장한 위선자들에 의해 상처받고 눈물 흘리는 제2, 제3의 기표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서은영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읽어라 청춘’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한국의 머더 테레사 박청수 원불교 교무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한국의 머더 테레사 박청수 원불교 교무

    ‘원불교는 몰라도 박청수 교무는 안다.’ 원불교 교직자인 교무들이 우스갯소리로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이다. 한평생을 종교와 정치, 국경의 경계 없이 지구촌 그늘진 곳곳을 다니며 막힘없는 봉사로 삶을 불태웠던 ‘한국의 머더 테레사’ 박청수(78) 교무. 1981년 스스로 개척해 국내 최고의 교당으로 우뚝 세운 서울 강남교당을 후배에게 넘기고 2007년 은퇴한 뒤에도 그의 봉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얼마 전 출간된 자서전 ‘박청수-원불교 박청수 교무의 세상 받든 이야기’(열화당)에서 ‘한국의 머더 테레사’는 이렇게 쓰고 있다. “나는 쉼 없이 길쌈을 했던 여인이었다.” 원불교 창교 100년을 맞아 그의 아담한 보금자리 겸 박물관인 경기 용인의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을 찾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공교롭게 원불교 창교 100년 되는 해 자서전을 내셨습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자서전 같은 것을 펴낼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 박물관을 둘러본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일을 했어요”라고 말하면서도 제 삶을 꿰뚫어 아는 이가 없다는 것을 느꼈어요. 원래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 소장품 도록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만난 열화당 이기웅 대표가 먼저 제의하셨어요. 제가 쓴 책 6권의 내용을 추린 데다 최근 일과 미처 적어 두지 못한 일들을 원고지 400매 분량으로 써서 보탰어요. 큰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자서전 서문 첫머리의 “나는 쉼없이 길쌈을 했던 여인 같다”는 감회가 인상적인데. -55개국을 다니며 사람들을 돕는 일이 간단한 건 아니잖아요. 남에게 도움을 주려면 돈을 모아야 하고 그 절차도 복잡해요. 지금 무비자로 한국인이 입국할 수 있는 나라가 무려 172개국이나 된다고 해요.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외국 들어가는 일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어요. 국교 단절이 됐던 캄보디아에 특별국가방문허가서를 받아 들어갔던 적도 있었어요. 50년간 앉으나 서나 늘 그 일에 매달려 고민하고 산 지난 인생이 밤낮 없이 길쌈하는 여인의 삶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직장에서 퇴근하면 가족들과 식사도 같이하고 이야기도 나누겠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잖아요. TV 드라마 한 편도 여유 있게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웃음). →봉사 인생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요? -30대였던가요? 사직교당 교무 시절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책을 8년간 공들여 만든 적이 있었어요. 한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큰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뒤 한센병 환자 돕는 일을 시작으로 55개국을 다니며 많은 일을 하며 살았군요. 해외 봉사의 첫 시작은 1970년 12월 코스모스백화점에서 동파키스탄 이재민 돕기 자선바자회에 2만 4000원을 모금해 원불교 서울사무소에 낸 게 처음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오랜 세월 쉼없는 봉사를 가능하게 한 힘은 무엇인지요. -‘너른 세상으로 나가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라’는 어머니의 당부가 컸지요. 좌고우면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결단성도 적지 않은 요인이었고요. 회의를 해 본 적이 없어요. 혼자 생각하고 일단 좋은 일이라 생각하면 해내야 직성이 풀렸으니까요. 좋은 분들의 도움도 컸지요.“나는 이기적으로 살았으니 박 교무에게 돈을 줘야 상쇄가 된다”면서 매년 연말 돈을 보내주신 박완서씨는 정말 잊지 못해요. 저에게 돈을 주면 엉뚱한 데 안 간다면서 도와주시던 박완서씨의 기부금이 봉사의 종잣돈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머니의 당부를 되돌아볼 때 후회없는 삶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어요.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걷겠어요. →종교계 인사들과의 폭 넓은 교류가 유명합니다. 법정 스님과 김수환 추기경과의 각별한 인연이 회자되는데. -제가 맨 처음 쓴 책 ‘기다렸던 사람들처럼’(1989년)을 보내 드렸더니 법정 스님이 ‘세상 구경 시켜 줘서 고맙다’는 글을 전해 오셨어요. 법정 스님에게 10년간 편지를 보냈습니다.그렇게 편지를 보내고 나면 근심 걱정이 줄어드는 것 같았어요. 제가 하는 일에 늘 격려해 주셨던 고마운 분이지요. 캄보디아에 갔을 때 배에서 떨어져 고생하던 무렵 홍화씨를 보내 위로하신 일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이번 자서전 제목의 글씨체도 법정 스님이 보내주신 편지 속에서 딴 것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라자로 마을 나환자 돕는 일을 하면서 만나 뵈었어요. 추기경 선종 때 각 종교 대표들이 추도사를 썼는데 원불교에선 제가 썼습니다. 그분들이 모두 떠나신 지금 문득문득 외딴집에 홀로 사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출가하신 지 59년이 됐습니다. 출가자로서 늘상 마음에 새긴 정신이라면. -청빈과 실력, 그리고 투명한 실천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원불교 교리에는 종교나 사상이 달라도 대중적으로 공인된 지도자를 공경하라는 ‘공도자 숭배’가 있어요. 온정의 저수지가 마르지 않게 하려면 자력의 인격이 필수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어요. 자신을 잘 다스려야 그 영혼이 다른 사람에게 드러나는 법이지요. 평생 제 발 뿌리를 눈 부릅뜨고 보면서 살아왔습니다. →한 달 용돈은 얼마나 쓰시나요? -원불교에서 공식적으로 받는 돈은 23만 6000원이 전부입니다. 개인적으로 돈 쓸 일이 뭐 있겠습니까. 먹고사는 데 전혀 부족하지 않아요. 차도 없고 비서도 없어요. 직접 밥도 짓고 빨래도 합니다.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한다고 합니다. 요즘 세태에 한 말씀 하신다면. -철없는 사람, 불쌍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 뒤처진 사람 뒷바라지를 하는 게 종교인의 사명 아닐까요. 종교의 높은 가치인 청빈, 맑은 가난을 지켜야 스스로 청정하고 혼탁한 세상도 맑힐 수 있습니다. 설교나 설법 시간에 했던 좋은 말씀을 매양 스스로 실행하고 실천해야 비로소 사람들이 따르게 될 것입니다. 그러지 못한다면 좋은 말씀들이 공허할 뿐이겠지요. →종교인 못지않게 정치인들을 향한 세간의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라면. -정치인이라면 모두 큰 뜻을 세우고 그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에 입문했을 것입니다. 살아가는 동안 어떠한 경우에도 그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심만 없어도 나름대로 성공한 정치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인은 대중이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도덕성이 허약해지지 않도록 어떠한 유혹도 뿌리치고 항상 자기 자신부터 다스려야 하지요. 욕심을 버린다면 제 역할에 더 충실할 것이란 생각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공도자라면 청문회 가서 혼쭐날 일도 없지 않을까요. →2010년 노벨평화상 최종 후보 10인에 오르셨습니다. 평화의 참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람을 살육하던 전쟁의 총성이 멎는 것이지요.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 마음에 분노가 있으면 평화를 잃는 것입니다. 내면의 자성이 충만한 사람이 행동할 때 고통을 녹이는 평화의 빗방울이 될 수 있습니다. →경색된 남북관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막힌 관계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대립 국면을 푸는 데 이해와 아량은 절대적이지요. 지금 남북 관계를 보면 양쪽 모두 다른 쪽이 숙이고 들어오길 바라는 것 같아요. 우리가 북한보다 30배쯤 잘산다고 하지요. 강자가 너그러울 필요가 있습니다. →원불교 100년을 어떻게 보시나요. -신흥 민족종교 가운데 이렇게 교세가 확장된 교단이 없는 것 같아요. 교직자들이 모두 열심히 살았어요. 커다란 흠결 없이 맑은 종교란 평가를 받는 게 가장 흐뭇합니다. 나라의 발전이 원불교의 성장에 큰 요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어요. 작은 나무가 올곧게 자라 거목이 됐으니 걸맞은 사회적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최근 원불교 교세의 정체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데. -원불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가 비슷한 상황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종교가 갖는 위상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고 종교 본연의 역할 축소도 이유일 수 있습니다. 원불교의 경우 이제 더 큰 도약을 위한 잠깐의 정체를 맞은 게 아닐까 합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습니까. -다시 태어나도 원불교 교무로 지금까지 살았던 것처럼 다시 살 것입니다. 이렇게 너른 세상을 살았는데 한 가정의 어머니와 아내로 살 수 있을까요(웃음). 은퇴하고 이곳에 들어올 때 주변 사람들에게 느낌이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했어요. 한평생 너무 많은 돈 걱정을 하고 살았기 때문에 그 흔적이 내 얼굴에 남을까 걱정했어요. 지금 산 속에서 하늘도 올려다보고 새 소리도 들으면서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박청수 교무는 1937년 전북 남원시 수지면 홈실 마을 태생. 원불교 교도였던 어머니의 바람을 따라 출가, 평생 정녀로 살았던 원불교 스타 교무다. ‘한국의 머더 테레사’, ‘머더 박’이란 별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 집의 울타리에 머물지 말고 너른 세상으로 나아가 더 많은 사람을 위해 일하라.’ 아홉살 때부터 자장가처럼 귀에 박히도록 들어온 어머니의 말씀이 평생 맑은 종교인, 그리고 희생하는 삶을 살게 한 으뜸의 기준이었다고 한다. 전주여고를 졸업한 해인 1956년 출가해 사직교당·원평교당·우이동 수도원 교당·강남교당에서 교무로 봉직하고 2007년 퇴임했다. 특히 강남교당은 박 교무가 개척해 원불교 최고, 최대의 교당으로 세웠으며 그 시절 추진했던 숱한 지역사회 봉사와 헌신의 일화들이 지금까지 회자된다.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한센병환자촌 성라자로 마을에 쏟은 열정과 도움의 궤적은 한국 종교계에서 유명하다. 현직에서 31년간, 은퇴 후 9년간 40년간 성라자로 마을을 도왔다. 라자로 마을에 집을 짓고 한센병 환자를 돕기 위해 15년간 엿을 팔기도 했다. 북인도 히말라야 라다크, 캄보디아, 스리랑카,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지구촌 곳곳에 박 교무의 손길과 봉사의 땀이 배어 있다. 55개국에 무지와 빈곤, 질병 퇴치의 흔적이 스며 있다. 나라 안팎에 9개의 학교를 설립했고 히말라야 라다크, 캄보디아 바탐방에 병원을 세웠다. 미얀마와 캄보디아의 270개 마을에 공동 우물을 파거나 식수 펌프를 묻었다. 2010년 노벨평화상 최종 후보 10인에 올랐다. 이웃 종교 교류와 북한 돕기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국제연등불교, 프랑스 길상사, 성북동 길상사 지장전, 성공회 봉천동 나눔의 집, 기독교 사랑의 쌀 모으기 등에 힘을 보탰고 경기도 안성 하나원 옆에 북한 이탈 청소년들을 위한 한겨레 중·고등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다. 2007년 26년간 봉직했던 강남 교당을 후배 교무에게 넘기고 은퇴한 뒤 청수나눔실천회 이사장직만 갖고 경기 용인 헌산중학교 경내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에서 기거하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가난, 자녀 두뇌발달·성적에 악영향 - 美 연구

    가난, 자녀 두뇌발달·성적에 악영향 - 美 연구

    가난이 아이들의 두뇌 발달과 성적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위스콘신주립대와 워싱턴의대 연구팀이 미국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분석했다. 또 이들의 생계 수준과 학업 성취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최저생계비인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은 평균치보다 대뇌피질 등 뇌의 용적량이 10% 더 작았고, 학업 성취도 점수도 20% 더 낮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빈곤층 부모들에게 양육 기술을 가르치는 것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뇌의 해마는 아이가 경험한 양육 방식과 생활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는 것이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연구팀은 또 이번 결과가 국가 기관의 공공정책에도 영향을 주길 기대하고 있다. 조기개입 프로그램을 통해 빈곤층 자녀의 두뇌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빈곤과 자녀의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신경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연구에서는 저소득층 자녀의 대뇌피질 면적이 고소득층 자녀보다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필라델피아대 연구팀도 미국에 있는 흑인 여학생들의 뇌를 분석해 사회 경제적으로 지위가 낮을수록 작은 뇌를 갖고 있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의학협회저널 소아과학’(JAMA Pediatrics) 최신호(7월 20일자)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기초연금 도입 후 노인소득 늘고 빈곤율 감소

    기초연금 도입 후 노인소득 늘고 빈곤율 감소

    지난해 7월 기초연금제도가 시행되면서 노인가구 소득이 증가하고 노인 빈곤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초연금 1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제도 시행 전후 노인가구 소득과 빈곤 수준에 대한 비교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4분기 노인가구의 이전소득은 75만 7000원으로, 기초연금 시행 전인 2013년 4분기(65만 6000원)에 비해 15.4% 증가했다. 이전소득은 기초연금이나 자녀 및 친·인척이 주는 용돈 등 정부·기업·자녀가 무상으로 노인가구에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이처럼 이전소득이 늘어난 것은 만 65세 이상 노인의 70%가 기초연금 수급 대상인 데다 수급자 대부분(93.2%)이 최고액인 20만 2600원을 받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4월 기준으로 기초연금 수급자는 모두 441만명이다. 2014년 4분기 기준으로 노인가구 소득 가운데 이전소득은 44.0%를 차지했다. 이전소득과 사업소득(3.1%)을 제외한 근로소득과 재산소득은 각각 0.8%, 23.2% 감소했다. 소득이 늘어나면서 노인가구 빈곤율도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이 중위소득(2014년 4분기 기준 93만 3000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노인가구 비율인 ‘상대 빈곤율’은 2014년 4분기에 43.8%로 나타났다. 2013년 4분기(47.9%)보다 4.1% 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노인가구 빈부 격차가 어느 정도 개선됐다는 의미다. 아울러 ‘절대빈곤율’도 2013년 4분기 33.5%에서 29.8%로 낮아졌다. 절대빈곤율은 소득이 최저생계비(2014년 1인 가구 기준 60만 3000원)에 미치는 못하는 노인가구 비율을 말한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2013년 4분기 0.4482에서 기초연금 제도가 시행된 이후인 2014년 3분기 0.4263, 4분기 0.4160으로 낮아졌다. 지니계수는 빈부격차와 계층 간 소득 불균형을 나타내는 수치로, 0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낮다. 성명기 국민연금연구원 박사는 “분석자료인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분기별 자료에는 농어촌 표본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해석에 한계가 있다”며 “제도가 시행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향후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기초연금 도입 성과와 함께 공적연금 강화 및 노후소득원 다양화 등 노후소득보장체계 방안도 논의됐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안젤리나 졸리의 주치의는 악마일까 천사일까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안젤리나 졸리의 주치의는 악마일까 천사일까

      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의 활동 무대인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여배우 중 한 명이다. 그녀가 세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영화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는 세계 곳곳의 분쟁이나 빈곤, 난민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이다. UN난민 고등판무관이기도 한 그녀는 남편 브래드 피트와 함께 틈만 나면 지구촌 현장으로 달려가 자신의 열정과 재능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각성을 주곤 한다.  그런 안젤리나 졸리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면서 자신의 양쪽 유방을 절제한 사실을 세상에 알렸기 때문이다. 그 때가 2013년이었다. 그런가 하면, 얼마 후에는 난소와 나팔관까지 제거했다고 다시 밝혔다.  그녀는 당시 뉴욕타임즈에 ‘안젤리나 졸리 피트: 수술 일기’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자신에게는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 위험이 높은 ‘BRCA1’ 변이유전자가 있으며, 이 경우 난소암 발병 확률이 50%나 돼 난소와 나팔관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친인척에게서 같은 종류의 암이 발생한 시점보다 10년 전에 예방적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의료진의 권고가 있었다”면서 “나의 어머니는 마흔 세살 때 난소암 진단을 받았고, 나는 지금 서른 아홉살이다”고 덧붙였다.     ■가공할 암의 공포  확실히 암은 무섭다. 2013년에 국내에서 암으로 사망한 여성은 총 2만 8255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23.6%를 차지했다. 여기에는 유방암 사망자 2231명과 난소암 사망자 1038명이 포함돼 있다.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종은 폐암(전체 사망자의 16.5%인 4658명)이었으며, 대장암(12.7%), 위암(11.3%), 간암(10.6%) 등이 뒤를 이었다. 참고로, 같은 기간에 암으로 사망한 남성은 총 4만 7079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32.1%였다.  물론 국가나 인종에 따라 암은 발병 추이와 사망률이 큰 편차를 보인다. 당연히 한국과 미국의 상황이 다르다. 그러나 그런 중에도 다르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 다른 질환에 비해 완치율이 낮고, 치료가 어렵다는 점이다. 발병 부위도 열외가 없다. 머리카락 말고는 어디서든 생길 수 있다. 암을 말할 때 공포감이나 두려움을 떠올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안젤리나 졸리라고 암에 대한 태도나 시각이 우리와 다를 리가 없다. 어쩌면 현실에서 이룬 게 많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치명적으로 속박할 수도 있는 암에 대해 더 강한 두려움과 경계심을 가졌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결정함으로써 그는 다른 중요한 것들을 포기해야 했다. 난소 제거 후 그녀는 “수술은 유방절제보다 복잡하지 않았지만, 수술의 영향은 더 심각했다”며 “이 수술을 받은 여성은 폐경기를 피할 수 없게 된다”고 털어놨다. 덧붙여 그녀는 “(나는)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것이고, 신체적인 변화도 느껴진다”며 자기에게 다가온 폐경기의 징후를 설명하기도 했다.  유방과 난소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여성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에 해당된다. 유방은 모체의 본질인 수유의 유일한 통로이자 자신이 여성임을 외부에 드러내는 기관이다. 난소는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부위로, 모두 여성에게만 있다. 한 여성이, 그것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여성이 특별한 병증도 나타나지 않은 단계에서 그런 유방과 난소를 모두 제거한다는 것은 강한 자기 확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졸리의 선택이 ‘용기 있는 결단’이든,‘무모한 선택’이든 돌이킬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졸리가 자신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했을 여성성을 포기할만큼 심각하고도 현실적인 암의 공포를 느꼈을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졸리의 어머니인 배우 마르셀린 버틀란드와 외할머니, 이모가 난소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런 가족력은 그의 결단을 부추기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유방 제거술을 받은 뒤 그녀는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나의 의학적 선택(My Medical Choice)’에서 “의사는 내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 난소암에 걸릴 확률은 50%라고 추정했다”며 “유방절제술을 받을 받고 난 지금은 그 확률이 5%대로 떨어졌다”고 적었다.     ■무엇이 그녀를 움직였을까  물론, 그녀가 유방과 난소를 제거한 데는 너무 일찍 요절한 어머니 마르셀린 버틀란드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어머니의 생애를 지켜보면서 가슴 속에서 키웠을 암에 대한 공포감과 그런 ‘공포로부터 자유로운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게 한 직접적인 요인은 분자생물학이라는 의과학이었다. 병원에서 분자생물학적 진단을 통해 자신에게도 유방암과 난소암을 일으킬 수 있는 ‘BRCA 1’이라는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용단’을 내리게 된 것.  실제로, BRCA 1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킬 경우 70세까지 유방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최대 80%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80%라는 가능성은 산술적으로는 ‘열 명 중 여덟명’을 뜻하지만, 의학적으로는 ‘극히 예외적인 사람을 제외한 거의 모두’를 뜻한다. 예컨대, 중병으로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의 상태에 대해 주치의가 ‘20%의 가능성’을 거론했다면 기대치가 희박하다는 뜻이고, 어떤 환자의 상태에 대해 ‘80%의 가능성’을 말했다면 ‘다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크게 틀리지 않다. 의사들은 직업적으로 환자의 가능성을 말할 때 대체로 보수적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면, 의학적 혹은 의료 측면에서 비전문가인 졸리가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그녀를 잘 아는 주치의의 권고가 있었음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졸리의 주치의는 핑크 로터스 유방센터 크리스티 펑크 박사였다.  크리스티 펑크 박사가 당시 졸리에게 이런 사실을 전달한 장면을 추정해 재구성해 보자.  “안젤리나, 이런 얘기를 할 수밖에 없어 유감이지만, 당신이 하루라도 빨리 이 문제에 대해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서둘러 만나자고 했습니다”  펑크는 진지하고도 약간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계속했다. “지난번에 의뢰한 유전자검사 결과, 당신의 몸 속에서 아주 위험한 ‘BRCA 1,2’ 유전자가 확인됐습니다. 물론, 암이 발병한 건 아니지만, 가장 신뢰할만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성 유전을 하는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평생 유방암에 노출될 위험이 80%, 난소암에 걸릴 위험은 50%에 이릅니다. 따라서 저로서는 두 가지 가능성을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치의의 설명이 이어졌고, 놀란 얼굴로 설명을 듣던 졸리가 물었다. “문제가 유방인가요? 아니면…” 졸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의사는 손사레부터 쳤다.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는지 알겠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에게 당장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위험으로 치달을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하고 있으며, 그래서…, 그래서 선제적으로 그 위험성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받아들일 것인지 묻고 있는 겁니다. 물론 당장 결정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만….” 주치의는 여기까지 말한 뒤 졸리와 피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 졸리의 손을 꼭 잡고 있던 피트가 물었다.“펑크 박사님, 아까 말씀하신 두 가지 가능성이라는 게 뭐죠?”  “물론 우리도 가장 적절한 대응책을 두고 진지하게 의견을 나눴고, 결론은 정기적인 관찰을 좀 더 자주, 치밀하게 하는 방법과, 발암 가능성이 높은 부위를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두 방법의 차이는, 관찰의 경우 어떻든 암이 생긴 후에야 의료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고, 조직을 제거하는 방법은 신체를 훼손하는 대신 암이 생길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졸리의 유방을 제거하지요. 난소까지요”  펑크 박사와 마주 앉아 있던 졸리는 고개를 돌려 남편 피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피트가 말했다. “당장 암이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방금 말씀 하신 내용이 틀림 없고,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도 고민하겠습니다. 우리에게 얼마의 시간을 주실 수 있습니까?”  “제 생각엔 시간의 문제라기보다 선택의 문제라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두 분께서는 우선 두 가지 방법이 가진 특성과 장단점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분이 어떻게 결정하든 우리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다만, 저로서는 두 분이 지금까지 확인된 의학적 가능성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물론, 제가 확실한 기대치를 가질 수 있는 시점에서 두 분께 이런 제안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점도 말씀 드립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졸리 부부는 다시 펑크 박사를 찾았다. 일부러 펑크가 한가한 시간에 맞췄다. 물론 그 주치의와 졸리 부부는 오랫 동안 교분을 나눠왔고, 두 부부가 서로 농담을 주고 받으며 함께 식사를 할만큼 각별한 사이였다. 그 날도 그런 친밀함을 전제로 얘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상황이 그렇지 못했다. 졸리 부부는 며칠 동안 펑크가 제안한 두 가지 방안을 두고 숙고를 거듭했다. 가족은 물론 뉴욕의 의사 친구로부터도 자문을 구했고, 역시 절친한 영화사 대표와도 얘기를 나눴다. 그렇게 고민을 했지만 선뜻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피트가 “난 항상 당신 편이야. 당신이 어떤 결정을 해도 난 그 결정을 지지하고 지켜줄 준비가 돼있어”라고 말했고, 졸리는 “우린 그렇게 살고 있어. 지금도, 앞으로도.”라고 했지만 며칠동안 잠을 이루지 못 했다. 사실, 이들은 펑크 박사를 만날 때까지 어떤 결정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피트는 펑크를 보자 “박사님은 지난 번에 확언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유방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맞나요?”하고 물었다. 주치의가 “제 판단은 그렇습니다. 물론 그 전에 저도, 병원도 당연히 심사숙고를 했고요” 그 때까지 말없이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졸리가 입을 열었다.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띄고 있었지만 표정은 결연했다. “졸리의 유방을 제거하지요. 필요하다면 난소까지도요. 확실한 건 아니지만, 저도 제가 어떤 상황인지를 잘 알고 있어요. 진지하게 말씀해 주신 박사님께 감사드려요”    ■주치의 펑크 박사, 천사일까 악마일까  펑크 박사는 수술 후 브리핑에서 “졸리의 가슴에서 유방조직을 제거하고 보형물을 삽입했으며, 그녀의 가슴은 아주 자연스럽게 치료가 완료됐다”고 전했다. 펑크 박사는 이어 이 수술의 적정성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세간의 논란을 의식한 듯 “모든 유방암 환자나 유방암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졸리와 같은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 논란이 이어졌다. 아직 암이 생긴 것도 아닌데, 예방을 위해 멀쩡한 유방과 난소를 제거한 선택이 과연 옳으냐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암의 진단과 치료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수술 지상론과 불필요하고도 잦은 검사 등 과잉의료의 문제로 확대됐다.  일부에서는 “졸리의 수술이 과거 ‘치료중심 의학’에서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예방중심 의학’으로 추세가 변하는 모멘텀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자 다른 쪽에서는 “암을 조기에 발견해 빨리 치료해야만 완치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조기 치료의 성과가 좋은 사람도 있지만, 심각하지도 않은데 수술을 받아 건강을 해치고 경제적 부담을 떠안은 환자도 많지 않나”라면서 “하물며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암을 예방한다며 유방과 난소를 제거하도록 제안한 그 주치의는 결코 천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일본 니가타대학의 저명한 예방의학자인 오카다 마사히코 박사는 “이 의료행위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그 선택을 ‘용기있는 결단’이라고 말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 특히 수술을 권한 의사에게는 큰 불신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격노했다. 오카다 박사는 비판의 근거를 이렇게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수술의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암의 본질에 관한 문제이기도 한데, 유방암의 발생 원인이 꼭 유방에만 있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또 어디까지가 유방암 위험 부위인지도 딱 잘라 선을 그을 수 없다. 따라서 양쪽 유방을 모두 제거했다고 유방암 위험이 제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국내에서도, “졸리가 유방을 제거함으로써 암 발병 확률을 5%까지 낮췄다고 하지만 무엇으로 이를 증명할 수 있는가. 이 수술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졸리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수백명의 사람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쪽은 유방을 제거하고, 다른 쪽은 그대로 두고 장기적으로 관찰해 어느 쪽에서 유방암이 많이 생기며, 어느 쪽이 더 건강하게 오래 사는지를 비교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따라서 그런 검증 없이 졸리에게 유방과 난소 제거를 권유한 의사는 매우 위험한 곡예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비판론이 적지 않았다.  펑크의 결정이 아직도 발전 중인 분자생물학의 분석을 지나치게 맹신한 것은 아닌지, 아니면 그에게 남다른 선견지명과 신념이 있어서 그렇게 결정했는지를 알기는 어렵고, 따라서 그의 선택이 ‘선’인지,‘악’인지를 가늠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수술 후에도 남아 있다는 5%의 진폭도 의외로 크다. 이후 졸리에게 암이 생기지 않는다면 수술을 통해 안전한 부류라는 95%에 포함시킨 현명한 조치가 될 수 있지만, 만약에 그에게서 암이 발병한다면 그렇게까지 하고서도 결국 암을 막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어떻든, 펑크는 부담이 큰 선택을 한 것이다. 졸리에게 암이 생기지 않을 경우, 수술과 관련 없이 원래 생기지 않는 조건일 수도 있고, 그 수술 때문에 암을 피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암이 생겼을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펑크가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여전히 남아 있는 과잉의료 시비  상황이 다를 수도 있지만, 국내에서도 암 치료를 둘러싼 과잉의료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암이라는 병 자체가 가진 파괴력이 워낙 크다보니(실제로 파괴력이 큰 암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에서는 그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는 게 사실이다) 과잉의료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미처 그런 문제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의사와 의료에 매달리는 형국이지만, 좀 거리를 두고 살펴보면, 더러는 의료인들의 무능과 무분별까지 더해져 과잉의료의 부피는 커져가기만 한다.  수술만 해도 그렇다. 그럴 수 있다면 인체를 훼손하는 수술을 피하는 게 상책이지만, 일부 의사들은 수술로 환자가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냉철하게 따지지 않고 환자만 보면 수술부터 하려고 대든다. 이런 의사들은 냉정하게 말해 환자보다 수술에 집착하는 부류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충분한 근거를 갖고 시도하는 수술에 시비를 걸 이유는 없고, 여기에 헌신하는 의사들이 많다는 점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수술만이 암을 비롯한 질병의 가장 확실한 근치법이라고 믿는 의사들이 여전히 많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근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암 수술 과정을 도식화해 보자. 수술지상론자들은 폐나 간, 위나 대장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중요한 신체 부위를 포괄적으로 제거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 뿐이 아니다. 암이 림프관을 통해 전이된다며 병변 주변의 림프절까지 깡그리 없애버린다. 이 상태로도 환자의 면역력은 최악의 상태에 빠지지만, 약으로 버티게 한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수술 전부터 시행해 온 X-레이와 CT, PET-CT검사 등을 수술 후에도 계속 해야 하고, 강력한 항암제와 방사선요법까지 동원한다. 환자는 오랜 시간 병상을 떠나지 못해 몸은 급격하게 쇠하고 만다. 여기에 환자가 진단 단계부터 겪어온 정신적 고통까지 더해보자. 도대체 어떤 철인이 이걸 견뎌낼 수 있다는 말인가.  졸리의 수술 소식이 전해진 뒤 국내 의료인들은 “유방암 가족력을 가졌더라도 예방적 절제보다는 검진을 자주 받는 것이 옳았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런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졸리처럼 돌연변이 유전자에 의해 암의 발생이 예측되는 상황이라면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이 옳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답은 없다. 지금 우리가 모르는 답은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에 제시될 수도 있고, 영원히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의사들이 내리는 모든 결정이 치열한 고뇌의 산물이어야 하고, 의학적 근거의 토대 위에 있어야 하며, 어떤 치료 방식이든 의료에 대한 맹신이 아니라 환자에 대한 확신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직은 답을 내릴 수 없다. 졸리를 수술대에 눕힌 크리스티 펑크는 과연 악마일까, 천사일까.  jeshim@seoul.co.kr  
  • 조명하고… 파헤치고

    조명하고… 파헤치고

    문학평론가 염무웅(74) 영남대 명예교수와 방민호(50)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나란히 평론집을 냈다. 염 교수는 ‘살아 있는 과거-한국문학의 어떤 맥락’(창비·왼쪽), 방 교수는 ‘이상 문학의 방법론적 독해’(예옥·오른쪽)를 출간했다. ‘살아 있는 과거-한국문학의 어떤 맥락’은 염 교수의 여섯 번째 평론집이다. 일제 식민지와 6·25전쟁, 독재 정권 시기에 활동했던 작가들을 대상으로 문학과 현실의 관계를 깊이 있게 분석했다. 염 교수는 “객관적 현실과 작가의 표현 의지, 작품적 결과 사이의 복잡한 변증법을 역사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비평의 목표”라고 했다. 이는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이후 51년간 평론 활동을 하며 줄곧 추구해 온 가치이기도 하다.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정지용, 천상병, 고은, 김남주 등 시인을 다뤘다. 식민지 시대 일본 유학을 경험한 시인 4명(김동환, 정지용, 이상화, 김소월)의 서로 다른 삶의 행로와 정신세계를 분석한 ‘가혹한 시대 시인으로 사는 일’이 눈에 띈다. 2부는 홍명희, 염상섭, 박완서, 이문구 등 소설가를 조명했고 3부에는 비평, 서평 등 여러 성격의 글들이 실렸다. 염 교수는 “과거에 대한 의식의 빈곤은 현재에 대한 감각의 둔화와 지적 작업의 부실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현재 안의 ‘살아 있는 과거’를 느끼고 또 현재를 발판으로 과거를 사유해야 역사의 연속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 교수의 ‘이상 문학의 방법론적 독해’는 이상의 주된 문학 창작 방법인 ‘알레고리’(이중적 의미를 지닌 이야기 유형)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역작이다. 7년간 이상의 소설과 수필 속 알레고리를 연구해 200자 원고지 1800매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 담았다. 방 교수는 “에로티즘, 웃음, 히스테리, 크로폿킨, 도스토옙스키, 경성 모더니즘 등과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상 문학, 특히 그의 소설과 산문들을 면밀하게 재해석하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문학평론가 이어령은 “평가로서의 1단계 연구, 전기적 비평으로서의 2단계 연구를 넘어 문학으로서의 본격적인 텍스트 읽기로서 첫 번째 실적”이라고 평했다. 이상에 대해 자료를 토대로 발굴, 정리하고 알레고리 등 구조적 텍스트 분석을 이룬 1단계, 이상의 삶과 그의 심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2단계를 지나 구조적 차원에서 작품 독해를 완성해 크리에이티비티를 밝혀내는 단계의 서막을 열었다는 것이다. 방 교수는 1994년 ‘창작과비평’ 제1회 신인평론상에 당선되며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독거노인 가구’를 위한 法은 없었다

    ‘독거노인 가구’를 위한 法은 없었다

    복지 사각지대를 막기 위해 개정된 ‘송파 세 모녀법’이 시행되고 10일째였던 지난 10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빌라에서 치매를 앓던 80대 자매가 비참한 상태로 발견됐다. 자매 중 동생(83)은 숨진 채 부패되어 가고 있었고, 언니(87)는 전신 쇠약상태로 구조됐다. 자매 중 1명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고, 관할 주민센터가 도보로 약 2분 거리에 있었지만 도움의 손길은 없었다. 3층 빌라를 소유한 재력가로 알려진 동생은 2012년 조카 A(69)씨에게 빌라 소유권이 이전됐다. 결국 자매는 언니에게 지원되는 기초생활수급 생계비로 살아가야 했다. 두 자매는 사실상 가족의 돌봄 없이 방치에 가까운 상태로 생활해 왔다. 발견 당시 자택에는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었다. 평생을 함께한 동생의 시신이 부패되는 동안에도 언니는 외부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가속화되는 고령화와 급증하고 있는 ‘독거노인 가구’가 사회안전망에서 비껴나 있을 때 벌어질 비극적인 상황이 그대로 현실화한 셈이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25만 8000여명 중 65세 이상 고령자는 37만 6000여명으로 전체의 29.9%에 달한다. 특히 65세 이상 여성 수급자는 남성 수급자의 2.4배인 26만 5000여명으로 여성 노인들의 빈곤이 한층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80대 자매가 치매뿐 아니라 집 안에 폐지를 쌓아 놓은 점을 볼 때 강박장애의 일종인 저장강박증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두 자매가 서로를 돌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두 자매 모두 거동조차 불편한 상황에서는 누군가 이들을 찾지 않는 이상 지속적으로 집 안에 방치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하정화 서울대 노인복지학 교수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정기적인 건강상태를 진단받기 위해 보건소에 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고령가구 비율은 20.1%로, 5가구 중 1가구는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이다. 고령가구의 빈곤율도 48.1%로 매우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사회복지사 1인당 관리 인원은 평균 70명이지만 우리나라는 그 7배에 이르는 500명 수준이다. 주민센터가 80대 자매의 집으로부터 불과 2분 거리에 있는데도 도움을 받을 여건이 전혀 아니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복지사와 지역주민 모두 80대 자매의 참변을 알지 못한 건 지역사회의 관계망 자체가 허술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 여성일수록 구조적으로 빈곤에 더 취약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 연금체계는 젊었을 때 노동시장에서 많이 일해 기여한 사람이 그만큼 돌려받는 구조”라면서 “이는 과거 주로 육아를 담당했던 여성들이 노년에 남성보다 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이유”라고 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노인여성의 빈곤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최저임금 6030원에 여야 반응 살펴보니?

    최저임금 6030원에 여야 반응 살펴보니?

    ‘최저임금 6030원’ 여야는 지난 9일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이 올해보다 450원(8.1%) 오른 6030원으로 결정된 데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2008년의 8.3% 인상 이후 8년 만에 최대 인상폭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고민을 거듭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너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기업 경쟁력을 고려하면서도 최대한 인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일 것”이라면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계는 부족하다고 하고 경영계는 부담스럽다고 하는 진단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지금은 서로가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가 절실한 때”라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새누리당은 앞으로도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선도노력을 적극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논평에서 “너무 미흡한 최저임금으로 정부가 또 헛된 약속을 했다”면서 “노동계의 요구에 턱없이 부족한 것은 물론 우리당이 주장해 온 최소 두 자리 수 인상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또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3월부터 소득 주도 성장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최저 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해왔는데 겨우 1% 포인트 올렸으니 노동계가 정부에 배신당했다고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최 부총리는 자신의 정책 판단이 잘못된 것인지 대기업 눈치보기의 결과인지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우리 당은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 빈곤층과 소득 불평등을 줄이고 소득 주도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시작이라는 점을 줄기차게 강조해왔다”면서 “앞으로 일부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생활임금제를 더욱 확산시키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최저임금 6030원에 여야 반응은?

    최저임금 6030원에 여야 반응은?

    ‘최저임금 6030원’ 여야는 지난 9일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이 올해보다 450원(8.1%) 오른 6030원으로 결정된 데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2008년의 8.3% 인상 이후 8년 만에 최대 인상폭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고민을 거듭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너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기업 경쟁력을 고려하면서도 최대한 인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일 것”이라면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계는 부족하다고 하고 경영계는 부담스럽다고 하는 진단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지금은 서로가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가 절실한 때”라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새누리당은 앞으로도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선도노력을 적극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논평에서 “너무 미흡한 최저임금으로 정부가 또 헛된 약속을 했다”면서 “노동계의 요구에 턱없이 부족한 것은 물론 우리당이 주장해 온 최소 두 자리 수 인상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또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3월부터 소득 주도 성장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최저 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해왔는데 겨우 1% 포인트 올렸으니 노동계가 정부에 배신당했다고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최 부총리는 자신의 정책 판단이 잘못된 것인지 대기업 눈치보기의 결과인지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우리 당은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 빈곤층과 소득 불평등을 줄이고 소득 주도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시작이라는 점을 줄기차게 강조해왔다”면서 “앞으로 일부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생활임금제를 더욱 확산시키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노인 40% “기초연금, 식비로 쓴다”

    노인 40% “기초연금, 식비로 쓴다”

    한달에 한번 최고 20만원씩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노인들은 어디에 쓰고 있을까. 7일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기초연금 수급자들은 연금을 주로 식비에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통신비, 문화생활비, 외식비 등 여가생활에 지출하는 비중은 3%를 밑돌았다. 금액이 적어 ‘용돈 연금’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이 50%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에선 이마저도 ‘생계비’인 셈이다. 복지부가 기초연금 수급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보면 기초연금을 식비(40.2%)에 우선 지출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주거비(29.9%), 보건의료비(26.5%)가 뒤를 이었다. 또 여성보다 남성이, 연령대가 낮을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대도시 지역일수록 우선적으로 식비에 지출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연령대가 높을수록, 소득이 낮을수록, 남성보다는 여성이 식비나 주거비보다 보건의료비에 기초연금을 우선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밖의 기초연금 사용처는 외식비 1.2%, 교통통신비 0.8%, 문화생활비 0.5%, 의류 구입비 0.4%, 부채 상환 0.3%, 자녀 용돈 0.2%, 경조사비 0.1% 순으로 나타났다. 기초연금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2.5%가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조사에서도 ‘기초연금이 너무 적다’는 식의 부정적인 느낌에 대한 공감도를 묻는 질문은 설문지에 넣지 않았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4월 기준 441만명으로, 이 중 93.2%가 전액(20만 2600원)을 받고 있으나 기초연금을 물가상승률과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연계해 수급액은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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