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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사기로’ 선 유승민… ‘미운 털’ 박힌 과거 발언 어땠길래?

    ‘생사기로’ 선 유승민… ‘미운 털’ 박힌 과거 발언 어땠길래?

    총선 후보자 공천 심사를 이어가고 있는 새누리당에서 현재 가장 큰 관심사는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다. 15일 발표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 결과를 두고 부정적인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전날 대구 지역 현역 의원 4명이 대거 탈락하고, 그에 앞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당 정체성과 관련해 심하게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한 사람은 응분의 대가를 지불하게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면서 부정적 전망이 더욱 짙어졌다. 이 위원장의 발언이 유 의원을 지목한 것 아니냐는 추측에 가까운 해석은 15일 기정사실화 됐다. 이날 오전 친박계 의원들은 공천 심사 결과가 발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유 의원의 ‘부적격성’을 강조하느라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공천관리위원인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심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인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원내대표 시절 당헌에 어긋나는 대정부질문이나 대통령 방미 과정에서의 혼선을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지칭했다든가, 당명 개정에 반대했다던가 하는 부분이 있다”, “대구 같은 편한 지역에서 3선 의원을 하면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하고 당 정체성과 맞는 행동을 했느냐에 대해 토론을 해봐야할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하며 대놓고 유 의원의 탈락을 암시하는 듯 했다.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도 “당의 옷을 입고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하면서 민심을 호도하기 시작하면 당은 야당에서 공격하는 것보다 더 어려움을 당할 때가 많다”며 유 의원을 겨냥했다. 이러한 예로 여당에서는 의아해 했던 유 의원의 연설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박수를 쳤다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친박 의원들이 유 의원을 향해 지적하는 “당 정체성에 부적합하고”, “문제가 되는” 연설이나 주요 발언들을 다시 정리해 봤다. 특히 새누리당의 ‘정체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설명할 수 있는 새누리당 당헌당규와 청와대 주요 국정과제,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 등을 함께 비교해 본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주요 발언 (2015년) “새누리당은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겠습니다.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 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겠습니다.”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나누면서 커가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정당이 되겠습니다.” “어제의 새누리당이 경제성장과 자유시장경제에 치우친 정당이었다면 오늘의 이 변화를 통하여 내일의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되겠습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성장의 해법입니다.” “성장의 해법은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친 고통스러운 개혁입니다. 성장을 향한 개혁은 고통스럽기 때문에 어느 일방의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공정한 고통분담, 공정한 시장경제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합의의 정치가 필요합니다.”  ◎새누리당 당헌 제2조 ‘새누리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본 이념으로 인권과 정의가 구현되는 사회, 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발현되는 사회,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사회, 소외 계층의 생활 향상을 위해 자생적 복지정책을 추진하여 사회양극화가 해소되는 사회를 추구하며, 실용주의 정신과 원칙에 입각한 통합과 조정의 리더십으로 합리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 세계와 함께하는 인류공영의 정신과 빛나는 우리의 고유문화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평화 통일과 21세기 선진일류국가를 창조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사 주요 내용(2013년 2월)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가겠습니다”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되어야만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갖고 땀 흘려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맞춤형의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으로 국민이 근심 없이 각자의 일에 즐겁게 종사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힘이 아닌 공정한 법이 실현되는 사회, 사회적 약자에게 법이 정의로운 방패가 되어주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유 의원은 지난달 26일 공천 면접에서도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유 의원은 이에 대해 “당 정강 정책에 위배되는 것은 전혀 없다”면서 “(정강정책을) 몇 번이고 읽어보면서 확인했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다만 당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가장 논란을 빚었던 것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말이었다. 유 의원은 당시 “지난 3년간 예산 대비 세수 부족은 22.2조원이었다”면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정치권은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해야 합니다. 세금과 복지의 문제점을 털어놓고 국민과 함께 우리 모두가 미래의 선택지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그러면서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그리고 소득과 자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보편적인 원칙까지 같이 고려하면서 세금에 대한 합의에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발언이 곧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을 정면으로 비판했다는 것이다. 최경환 의원은 공개적으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뒷다리를 잡지 않았느냐”면서 “이런 의원들은 반성부터 하고 국민들의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른바 ‘뒷다리 잡는’ 당·청 갈등은 낯선 일이 아니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이 탈당을 면하지 못했다. 지난 2004년 4월 김근태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 백지화 발언에 대해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며 선전 포고에 가까운 발언을 통해 부딪혔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2011년 1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지자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먼저 나서서 정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당시 2010년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반대토론을 하기 위해 직접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도 나섰다. 결국 친박계 의원들의 반대로 세정시 수정안은 부결됐다. 앞서 2009년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도 여당의 단독 표결을 반대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 당시 여당 주류들로부터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 의원은 교섭단체 대표연설 이후 공무원 연금개혁 합의 과정을 빌미로 결국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유 의원의 원내대표 사퇴 연설은 청와대와 친박계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  ●원내대표 사퇴선언문 (2015년 7월)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입니다.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당시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심판론’을 언급하며 유 의원을 지목하고 결국 ‘찍어내기’ 당하듯이 물러나는 상황에서 ‘헌법 1조’로 대응을 한 것이다. 청와대와 친박의 힘이 비(非)민주적이고 헌법 가치에 어긋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되며 친박 의원들의 반발이 컸다. 유 의원은 이번 총선 출마선언에서도 헌법 1조의 가치를 언급했다.  대구 동갑에 출마 준비를 하고 있는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대한민국 헌법 1조는 박근혜 정부에서 잘 지켜지고 있다. 헷갈려 하는 사람이 있어서…”라고 말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헌법 위에 사람 관계가 우선인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유 의원의 ‘헌법 1조’가 친박 의원들에게 어떻게 해석됐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친박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지목한 또 다른 발언은 “청와대 얼라들”이다. 유 의원은 지난 2014년 10월 외교통상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당시 박 대통령의 뉴욕 유엔총회 방문 당시 보도자료로 배포됐다가 삭제된 ‘한국이 중국에 경도되었다’는 발언 파동과 관련 “이거 누가 하냐. 청와대 얼라들이 하는 거냐”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 간담회 자료를 누가 만들었는지 물어보니 (대미 정책의 실무 부서인) 외교부 북미 1과, 2과 그 누구도 모른다고 한다”면서 나온 말이다. 여기서 ‘얼라’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비서진 3인방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북한 지뢰도발 사건 관련 긴급 현안보고에서 사건 발생 나흘 만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한 청와대 참모들을 겨냥해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이튿날 통일부의 고위급 회담이 이뤄진 것을 두고도 “정신 나간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유 의원의 발언에 대해 공천관리위원이 직접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지목한 것을 두고, 청와대나 박 대통령을 직접 비판한 것도 아니고 참모진에 대한 비판만으로 공천에 부적합한 것처럼 발언한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유 의원이 지난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언급했던 ‘용감한 개혁’은 원내대표 자리에 오 뒤 갑자기 튀어나온 말이 아니다. 유사한 연설을 앞서 한 차례 더 한 적 있다. 지난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출마선언을 통해서다. ‘용감한 개혁’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유 의원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용감한 개혁’ 전당대회 출마선언문 (2011년) “한나라당은 노선과 정책의 새로운 지향을 고통 받는 국민에게 둬야 합니다. 빈곤층, 실업자,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택시운전사, 맞벌이 부부, 무의탁노인, 결식아동, 장애인, 신용불량자… 이런 어려운 분들의 행복을 위해 당이 존재해야 합니다.” “민생은 진취적으로 나아가되 국가안보는 정통보수답게 지키겠습니다.”“청와대와 정부에 끌려다니는 당이 아니라 용감한 개혁으로 국정을 이끌어 가는 당을 만들겠습니다” 유 의원은 당시 전당대회에서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어 최고위원이 됐고, 이 연설을 지켜본 최경환 의원은 “정말 잘했다. 누가 박근혜를 지킬 수 있을지 말해준 연설이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핫뉴스] 이세돌·장그래·최택 그리고 알파Go!…“우린 모두 미생” ▶[핫뉴스] 조양호 회장“조종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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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치단체장 25시]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자치단체장 25시]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우리 사회가 겪는 ‘고립’과 ‘빈곤’의 문제에 대해 구청만의 힘으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찾을 수는 없죠. 하지만 문제 해결의 시작점은 찾을 수 있습니다. 서대문구는 그 해결 방법을 공동체 의식과 주민들 간의 연대에서 찾고 있죠.”(문석진 서대문구청장) ‘키다리 아저씨’.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의 별명이다. 180㎝의 큰 키 때문에 붙은 별명이지만 그 별명이 유명해진 것은 취임 뒤 그가 시작한 ‘100가정 보듬기 사업’ 덕분이다. 100가정 보듬기 사업은 복지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가정에 후원자를 연결해 경제적 지원을 주는 정책이다. 문 구청장은 “2010년 구청장에 당선된 뒤 지역을 다니는데 기존 복지 시스템에선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한부모, 조손, 홀몸노인, 청소년 가장이 너무 많았다. 구청장이 법을 고칠 수도 없고, 예산이 부족해 자체 복지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없고 해서 고민 끝에 지역 주민에게 호소했다”고 말했다. 반신반의하며 시작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문 구청장은 “2011년 시작 당시 이름 그대로 100가정만 후원자를 찾아도 ‘대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너무 주민들을 몰랐다”면서 “6년째 사업이 계속되고 있는데 벌써 후원을 받는 가정이 360집 이상”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이어 “주민들의 ‘함께 살자’는 생각이 우리 구의 가장 큰 자산”이라며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해 주는데 구청장이 한 것은 없다. 그냥 거간꾼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주민들을 치켜세웠다. ●대형 보험사 임원 지냈지만 민주화에 부채 의식 문 구청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대형 보험사의 임원까지 지내다가 정치에 나섰다. ‘혼자’ 등 따뜻하고 배부르고 편하게 살 수 있었는데 일 많은 구청장에 나선 이유가 뭘까. 문 구청장은 “누구는 나에게 권력욕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냐고 분석하지만 권력욕 때문이었다면 공천 헌금을 내고 국회의원 되던 시절에 국회의원을 했지, 야당 자치단체장을 하겠다고 계속 나섰겠느냐”고 반문했다. 문 구청장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이렇게 말을 이었다. “굳이 정치를 시작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대학 시절부터 계속 가지고 온 부채 의식이 한몫한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정치를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마음먹은 게 아니었고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 감옥에 가고 고생한 선후배들을 돕다가 발을 깊숙하게 담그게 됐다”고 털어놨다. 1974년 대학 신입생이 된 그는 학교 수업보다 한국 사회의 모순에 관심이 더 많았다. 문 구청장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1972년 선포한 유신체제와 긴급조치 9호는 청년들에겐 커다란 굴레로 느껴졌다”며 “거기에 1974년에 민청학련 같은 사건이 터지면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문 구청장은 1학년 때 ‘목하회’라는 연세대 사회과학동아리에 가입한다. 소위 운동권 서클이다. 2학년 2학기 때는 목하회 회장도 했다. 1975년 봄, 민청학련 사건으로 투옥됐던 이들이 돌아왔다. 학교는 문교부의 지침을 어기고 이들의 복직·복학을 허락했다. 문교부는 즉각 계고장을 발부했고, 당시 연세대 총장이던 박대선 총장은 사임했다. 그해 4월 3일, 연세대 재학생 8000여명 중 7000여명이 데모를 벌였다. 그리고 연세대에는 2개월간 휴교령이 떨어지고 문 구청장이 회장을 맡고 있던 목하회는 공식적으로는 해체된다. 문 구청장은 이후 민주화 운동보다 사회 진출을 고민했는데, “내가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동안 선후배·동기들 중 많은 사람이 감옥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50명만 뽑던 공인회계사 시험에 졸업과 함께 합격한다. ‘금수저’로 사는 길이 열린 것이다. 문 구청장은 “나만 눈 딱 감고 살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 난 전문직이라 밥걱정은 없지 않겠느냐고 스스로 위안하며 대학 시절 가진 부채 의식 청산에 나섰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3수 끝 구청장 당선… 청년 빈곤 문제 해결 추진 ‘부채 청산’은 각종 단체의 회계·감사 역할을 맡는 것으로 시작됐다. 문 구청장은 “처음에는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회계 일을 도와줬는데 이후 크고 작은 시민단체의 일들이 몰려왔다”고 밝혔다. 그 정도면 부채 청산 이상이 아니냐 싶은데, “그래도 나는 감옥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노조 등의 회계 일을 하다 보니 그의 이름이 어느덧 김대중(DJ) 신민당 총재에게도 알려졌다. 1991년 지방의회선거를 앞두고 인재 영입에 나선 김 총재는 그에게 서울시의원 선거에 나가라고 했다. 문 구청장은 “정치자금을 마련하는 법도, 조직을 꾸리는 일도 몰랐고, 무엇보다 돈이 없었는데 당시 출마를 권유한 DJ가 “회계사는 부자 아니냐”면서 지원을 해 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웃었다. 낙선했고, 1995년에 결국 서울시의원이 됐다. SH공사 이사와 세종문화회관 감사 등을 거쳐 2002년부터 구청장에 도전해 3수 끝에 민선 5기 구청장이 됐다. 어렵게 구청장이 돼서일까. 문 구청장은 하루가 아깝다. 서대문구 대표 복지사업인 ‘100가정 보듬기’를 비롯해 올해는 서울형 혁신교육지구로 선정되면서 서대문구의 교육 문제 해결에도 한 발짝 다가섰다. 동주민센터 기능을 행정에서 복지로 바꾼 ‘동 복지허브화 사업’은 중앙정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문 구청장은 “외부에서 알아주는 것도 기분 좋지만, 주민들이 동주민센터 이용이 편해졌다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룬 것 같은데 문 구청장은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더 많다”고 한다. 그는 “서울의 체감 청년 실업률이 21.8%다. 30세 미만 부채 가구도 11.2%나 늘었다.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빈곤율은 36.3%”라면서 “두 번째 임기인 2018년까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문 구청장은 서울시, SH공사 등과 함께 청년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또 서대문구의 9개 대학과 연계한 취업 지원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문화’ 신촌·‘창업’ 이대… 노후 인프라 개편 박차 시스템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노후한 도시 인프라를 바꾸기 위한 준비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한때 서울 최고의 상권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침체한 신촌·이화여대 일대 상업구역을 살리고자 연세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조성한 데 이어 이곳을 문화허브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 구청장은 “신촌 골목은 문화의 공간으로, 이화여대 골목은 창업의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면서 “아현·서대문권역과 홍제권역, 가좌권역도 각각의 특성에 맞게 인프라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며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을 통해 청년들이 서대문에 모이게 하고, 이들의 에너지를 활용해 지역 전체가 살아나게 하는 것이 목표”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 구청장은 이런 사업의 주체가 주민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구청 혼자 한다면 못 할 일들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지역 주민의 강한 공동체·연대 의식이 있다”며 “대학을 비롯한 지역의 자원을 100% 활용하고, 주민들과 함께 뜻을 모아 가면 못 할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 구청장의 손목에선 십수년은 돼 보이는 10만원 짜리 낡은 시계가 째깍거린다. 문 구청장은 “결혼 당시 형편이 좋지 않아 예물은 거의 생략했고, 이 시계는 십수년 전에 샀는데 시간이 잘 맞는다”며 “좀 없어 보이느냐”고 되물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가 입은 양복도, 스웨터도 연식이 좀 됐다. 양복 팔꿈치 부분엔 가죽이 덧대어져 있었다. ‘너무 아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문 구청장은 “워낙에 낭비, 허례허식 이런 것을 싫어한다. 장례식을 간소화하는 운동도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청장이 행정을 잘해야지, 옷을 잘 입고 멋 잘 낸다고 주민들이 행복해지느냐”며 소탈하게 웃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中, 넘쳐나는 ‘시빠’(시진핑빠)들을 어찌하오리까?

    中, 넘쳐나는 ‘시빠’(시진핑빠)들을 어찌하오리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과거 마오쩌둥(毛澤東)에 비견될 만큼 공고한 리더십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한 당 간부들의 ‘도를 넘은’ 지도자 찬양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15일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쉬서우성(徐守盛) 후난(湖南)성 당서기는 지난 8일 시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후난(湖南)성 대표단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업무보고를 하는 틈틈히 각종 미사여구로 시 주석을 칭송하며 ‘눈도장’ 찍기에 열을 올렸다.  쉬 서기는 “시 주석의 강력한 영도가 복잡한 형세에서 정치적 참신함과 전략적 안정을 유지하는 주춧돌이 되고 있다”, “총서기의 ‘치국이정’(治國理政·국가통치)에 대한 새이념, 새사상, 새전략은 우리를 정확하게 앞으로 이끈다”며 남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추켜 세웠다.  여기까진 그럭저럭 들어줄 만 했다. 하지만 “민간에서 회자되고 있다는” 시 주석 찬양가까지 소개하자 “해도 너무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쉬 서기는 “시 주석이 2013년 11월 후난성 묘족 자치마을인 스바둥(十八洞)촌을 시찰한 뒤 불과 2년 만에 이 마을 136개 가구가 모두 빈곤에서 벗어났다”면서 “현재 이 지역에서는 시 주석의 빈곤 구제 노력을 담은 ‘당신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노래가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바둥촌 마을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이 노래는 시 주석 방문 당시 묘족 할머니와의 대화가 소재가 됐다.  시 주석은 텔레비전조차 없는 한 할머니의 집을 찾았는데, 그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 할머니는 “당신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물었다. 이때 시 주석은 할머니를 ‘큰 누님’이라고 부르며 자신을 ‘인민의 심부름꾼’이라고 소개했다. 이 노래는 후난TV가 올해 춘제(春節·중국의 설) 특집 TV 프로그램에서 방영하면서 지역에 널리 알려졌다.  중국 일부 누리꾼들은 국영 방송국이 그런 노래를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은 사회주의에서 경계하는 개인 숭배 요소가 적지 않고, 심지어 당서기가 이를 시 주석 본인 앞에서 소개한 것은 ‘아첨’에 가깝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에 후난TV가 매일같이 ‘당신을 어떻게 불러야할지 모르겠어요’를 틀어대고 있다고 비꼬았고, 또 다른 누리꾼은 “시 주석이 노래를 들으면 부끄러움증에 걸리지 않을까? 난 수치스럽다”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최근 전인대에서는 시 주석 배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가 마오쩌둥, 덩샤오핑(鄧小平)과 같은 반열의 ‘핵심지도자’로 부상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미얀마Myanmar가 버마Burma에게

    미얀마Myanmar가 버마Burma에게

    미얀마를 다녀온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처음보다 두 번째가 더 좋다고. 처음엔 발전하지 않아서 불편하지만, 두 번째는 변하지 않아서 다행이라 느낀다고. 그러나 어쩌나, 미얀마는 지금 격변하고 있다. 반세기 넘는 군사 독재가 끝나고 민주정부가 들어섰다. 나의 첫 미얀마 여행. 미얀마가 변해서 좋았다. 미얀마는 다시 버마가 될까? 최근 투자차 미얀마에 간다는 지인을 만났다. 사람들은 그와 마주칠 때마다 ‘어디 간다고 했지? 라오스? 캄보디아?’라고 묻곤 했었다. 만약 그가 미얀마가 아니라 버마라고 말했다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1983년 버마현재의 미얀마 수도 랑군현재의 양곤에서 일어났던 폭발사고 뉴스가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100년 이상 영국의 지배를 받았고 반세기 이상 자의 반, 타의 반 고립주의를 펼쳤던 사회주의 국가. 1958년부터 몇 차례의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사 독재와 권력의 부패로 내정이 어렵고 국민들의 삶이 곤란한 나라 말이다. 1974년부터 불려 왔던 ‘버마 사회주의 공화국’은 1989년 군사 정권에 의해 ‘미얀마 연합’으로 바뀌었다. 당시 수도 랑군은 양곤이 됐다. 양곤은 ‘갈등의 종식’이라는 뜻. 하지만 이름을 바꾼다고 갈등이 금세 종식되지는 않았다. 1990년에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 여사가 이끄는 NLDNational League for Democracy당이 압승을 거두었지만 조직적인 방해로 정권 이양은 좌절됐다. 지난 연말 양곤을 방문했을 때 미얀마는 반세기 만의 민주화를 눈앞에 둔 과도기였다. 25년 만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다시 치뤄진 총선에서도 결과는 역시 NLD당의 압승. 그러나 과거 실패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분위기는 낙관적 기대 속에서도 조심스러웠다. 삶의 풍경은 역사책 속의 버마와는 많이 달랐다. 콜라도, 양담배도, KFC도, 아메리카노도, 아웅산 수치 여사의 기념 티셔츠도 원 없이 유통되고 있으니, 미얀마는 이제 더 이상 닫힌 나라가 아니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나라다. 아직은 조금 불편할 뿐. 1989년 버마에서 미얀마로의 국명 개칭, 양곤Yangon에서 네피도Naypidaw로의 수도 이전 등 군사 정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졌던 결정들이 다시 원상복귀될지는 미지수다. 더 급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으므로. 양곤은 다만 느릴 뿐 농담 같지만 사진만 보고도 한눈에 라오스나 캄보디아, 심지어 미얀마의 다른 도시와도 구분되는 양곤의 거리 풍경을 찾고 싶다면 오토바이가 열쇠다. 1999년부터 양곤 시내에서는 오토바이 운행이 금지되었기 때문. 우편배달부, 교통경찰 등 특수한 경우에만 예외가 적용된다. 그러나 오토바이가 없다는 사실이 교통체증 해소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아직 택시미터기가 보급되지 않아서 요금을 흥정하고 타야 하는 상황. 후진적인 시스템이라고 툴툴 거리며 기본적인 ‘바가지’를 각오했지만, 결론적으로 상황은 그 반대였다. 극심한 교통체증을 바라보며 택시 안에 앉아 있자니 시시각각 요금이 올라가는 미터기가 없어서 오히려 다행인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기사는 내내 평상심을 유지한다. 그것은 마치 미얀마의 현주소, 그리고 사람들의 태도처럼 느껴졌다. 해외기업들의 투자가 급증하고, 그에 다른 경제 성장의 속도는 빠르지만 부족한 인프라 문제는 잦은 충돌을 일으킨다. 전력생산량이 부족해 정전도 잦다. 하지만 단련된 인내심과 낙관주의, 다문화를 초월하는 종교적 정체성 그리고 다소 내성적인 그들의 성격은 조급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100년이 넘는 영국의 통치조차 이 나라의 자부심과 심성을 흔들지는 못했다. 1948년에 독립에 성공하자 미얀마는 영어식 도로명을 모두 버리고 미얀마어로 교체했다. 그 자부심의 상징이 바로 쉐다곤 파고다Shwedagon Pagoda다. 높이가 무려 100m나 되는 황금탑. 처음에는 고작 10m에 불과했던 탑을 10배 높이로 키운 것은 각 왕조와 백성들이 헌납한 금과 보석들만이 아니었다. 언제라도 찾아와 헌화하고 기름을 붓고 소원을 비는 마음들이 만들어낸 ‘공든탑’이다. 그 마음을 피부로 느껴 보라는 듯 쉐다곤 파고다는 맨발로만 입장할 수 있다. 돌마루를 걷는 맨살의 긴장을 풀어 주는 것은 낮 동안 달구어진 지열의 온기다. 그리고 모든 것을 허락한다. 경건한 기복의 장소임은 물론이고 가족에게는 최고의 나들이 장소, 연인에게는 데이트 장소가 되어 주며, 한 해 76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의 호기심 어린 눈길까지 모두 받아 준다. 종교의 자유는 있지만 이데올로기의 자유는 통제됐다. 15년 넘게 정부의 감시와 연금 속에 살아야 했던 아웅산 수치 여사가 산증인이다. 15년 동안 통행조차 금지되었다는 그녀의 집 앞 도로는 이제 관광버스가 꼭 한 번 들르는 명소가 됐다. 아웅산 장군의 초상화 아래 굳게 닫힌 철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과거에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녀의 얼굴이 박힌 티셔츠와 각종 기념품이 흔하게 목격될 만큼 미얀마 정치의 공기는 바뀐 상태다. 이제 남은 숙제는 크로니군부와 결탁해 부를 축적한 소수 기득권 세력의 개혁이지만 그것이 민주화보다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서는 이유는 우리 역사의 투영일지도 모르겠다. ●높고 아름다운 탁발 문화 미얀마의 착한 기업들 미얀마에서 기부와 자선은 부자들만의 몫이 아니다. 누구든 나눌 수 있는 것을 나눈다. 스님들은 발우에 고기가 들어오면 고기를 먹고, 밥이 오면 밥을 먹는다. 또 발우가 넘치면 더 가난한 사람들과 나눈다. 미얀마의 사회적 기업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 나는 그것이 탁발 문화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예쁘고 좋으면 사야지 포멜로Pomelo 문전성시였다. 소수부족의 여성들이 수공예로 만들었다는 소품은 고리타분하지 않았다. 각 부족의 전통 유산을 모던한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소품들은 귀엽고, 세련되고, 컬러풀하며,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마음속으로 천 가방 하나를 점찍어 두고 가게를 한 바퀴 돌고 나니 물건이 사라졌다. 예쁜 것을 보는 눈은 다 똑같은 모양이다. 또 놓치기 전에 천막천을 재활용한 것 같은 명함지갑은 나를 위해, 출산을 앞둔 후배를 위해 예쁜 유아용 턱받이를 하나 샀다. 아이가 착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은 포멜로가 비영리 사회적 기업이기 때문. 판로를 확보하기 어려운 영세사업자, 장애인 등 40개 이상의 파트너 그룹을 지원하고 있다. 쉽게 말해 수백명의 가난하지만 재능 있는 장인들이 포멜로를 통해 생계를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No (89) 2nd floor, Thein Phyu Road, Botataung Township, Yangon, Myanmar 10:00~22:00 +95 1 295 358 www.pomelomyanmar.org ▶강한 여자는 빵을 굽는다 양곤 베이크 하우스Yangon Bake House아메리카노와 달달한 케이크를 주문했다. 옆 테이블의 외국인은 브런치 메뉴의 햄버거와 샐러드를 먹고 있었다. 역시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미얀마의 평범한 빵집 풍경. 그러나 이 곳 역시 누군가에게는 ‘기회와 희망의 일터’다. 양곤 케이크 하우스는 여성들에게 10개월 동안 제빵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빈곤층 여성들의 삶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마련.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직장에서 돈을 벌어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바람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빵 같은 기호식품을 그저 돕자고 먹어 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양곤 베이크 하우스의 빵과 케이크들은 맛으로 정평이 나 있다. 맛있는 빵을 먹는 평범한 행위가 미얀마 여성들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니, 꿈의 이스트가 잘 부풀고 있다. Pearl Condo, Block C, Ground Floor, Kaba Aye Pagoda Road, Yangon, Myanmar 7:00~19:00 +95 1 925 017 8879 www.yangonbakehouse.com ▶미얀마 예술가들의 서바이벌 골든밸리 아트갤러리Golden Valley Art Gallery 골든밸리라는 동네 이름이 무색하게 관광버스가 접근할 수 없는 비포장 도로였다. 그래도 5분이면 도착할 줄 알았는데 족히 15분은 걸은 것 같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아트 갤러리. 44명의 미얀마 예술가들이 그린 200점의 작품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잠시의 어리둥절함을 접고 나니 한 장의 초상화를 배경으로 두 남자가 서 있는 초상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림 속 초상화의 주인공은 미얀마 미술계에 현대 서양화 화풍을 확립한 미술가 우바난U Ba Nyan이고 두 명의 남자는 그의 제자 두 테인 한U Thein Han과 현재 85세에 이른 우룬계U Jun Gywe다. 골든밸리 아트갤러리는 이들의 계보를 4대째 이어 오고 있다. 미얀마의 미술교육은 민간의 후원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다. 전업 작가로 생계를 꾸려 나가기 힘든 그들에게 작업 공간과 식사를 제공하고 작품 판매 대행하는 것이 바로 골든밸리 아트갤러리의 역할이다. 1987년부터 시작한 갤러리의 운영자 역시 화가 출신인 피터Peter와 비키Vicki 부부다. No. 54/D, Golden Valley, Bahan Township, Yangon, Myanmar +95 1 513621 www.gvmyanmarartcentre.com ●2개의 날개로 날다 세도나 호텔 양곤Sedona Hotel Yangon ‘오바마가 묵었던 호텔’이라는 설명은 꽤 함축적이다. 국빈을 모실 만큼의 호텔이라는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하지만 오바마도 모르는 세도나의 이야기가 있다면, 이건 설명이 필요하다. ‘한 20분이면 도착합니다.’ 한밤중에 도착한 공항에서 이보다 더 기쁜 소식은 드물다. 예상치 못했을 만큼 선선한 밤공기에 익숙해질 때 즈음 호텔에 도착했고. 체크인도 일사천리라 침대로 직행하는 길은 순탄하기만 했다. 2시간 반도 시차는 시차인지라 한국은 이미 자정을 훌쩍 넘긴 한밤중. 곯아떨어지기 딱 좋은 조건이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고 커튼을 열었을 때 비로소 발견한 것은 통유리를 통해 훤히 안이 들여다보이는 욕실이었다. 필요에 따라 열고 닫을 수 있는 스크린을 설치해서 넓은 공간감을 노린 설계다. 갈색 목재로 차분하게 마감한 객실은 세련되면서도 가볍지 않은 느낌. 호텔의 전체 인테리어를 관통하는 디자인 패턴은 미얀마의 그 유명한 우산빗살 문양이다. 로비의 높은 천장에 매달려 있는 거대한 유리조형물도 우산을 형상한 작품들이다. 벽면에도 카페트에도, 심지어 화장실 표지판 위에도 반복된다. 침대 조명의 생김새도 자세히 보니 접힌 우산 모양이다. 책상 위 등으로 시선을 옮기니 이건 미얀마의 전통칠기 밥그릇 모양이다. 양곤에 도착해 아직 어느 곳도 방문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그들의 자긍심 어린 문화유산들을 이미 호텔에서 만나기 시작했다. 사웅Saung라는 전통악기도 객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몇해 전 양곤에 왔을 때도 세도나 호텔에 묵었다는 동행이 그 사실을 이틀 후에 깨달은 이유는 우리가 머문 인야 윙Inya Wing이 지난해 10월 가동을 시작한 신축 빌딩이었기 때문이다. 1996년에 세운 가든 윙Garden Wing과 합하면 총 객실 수가 797개나 된다. 이미 맛과 서비스로 소문난 가든 윙의 레스토랑들이 있으니 인야 윙에서는 부대시설을 늘리기보다는 세련된 스타일과 품격에 더 신경을 쓴 것으로 보였다. 29층 높이에 431개의 객실과 미얀마 최대 규모라는 피트니스 센터는 물론 사우나와 자쿠지, 수영장과 테니스 코스를 갖추었을 뿐 아니라 요가와 줌바Zumba 클래스 콘텐츠도 확보했다. 식음료 시설로는 올데이 다이닝이 가능한 드퀴진D’Cuisine과 듣기만 해도 시원한 아이스바Ice Bar만 추가했다. 세도나 호텔에는 미얀마 디자이너 모 홈Mo Hom의 부티크숍이 입점해 있는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파리로 패션 공부를 떠나기 전 그녀가 세도나의 모기업인 케펠에 근무한 적이 있었다는 것. 이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가 되어 돌아온 그녀의 의상들은 미얀마 전통 원단을 사용하고 있지만 파리에서도 도쿄에서도 통할 만큼 모던한 감성을 지니고 있다.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품숍은 명품 시계 브랜드인 프랭크 뮬러Franck Muller와 바케 & 스트라우스Backes & Strauss다. 객실의 욕실 어메니티는 록시땅 브랜드로 통일하여 여성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2011년 테인 세인Thein Sein 대통령 취임부터 민주화 개혁 개방을 추진해 온 미얀마는 2014년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 이후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미얀마의 실질 GDP 성장률은 8%대 후반. 그 징표가 바로 호텔 업계의 활황이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몰려들면서 호텔 수요가 급증했고, 이미 세계적인 체인들이 속속 추가 건설을 발표한 상황. 이런 환경에서 싱가포르 계열의 호텔 세도나가 기존 호텔의 규모를 2배로 확장한 것은 선견지명이 분명하다. 호텔에서 불과 15분만 이동하면 유럽풍 건물 사이로 노점이 어지럽고 급격히 늘어난 차량의 숫자로 교통지옥을 이루는 변화의 길목에 접어드는 도시. 세도나 양곤호텔은 그곳으로부터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경계선에서 바깥세상과의 접점으로 존재하고 있다. 호텔에서 내려다보이는 넓고 푸른 인야 호수는 양곤에 있는 2개의 호수 중 하나이자 아웅산 수치 여사의 집을 품고 있는 곳이다. 한국도 멀지가 않았다. 호텔 바로 맞은편에는 베트남 시행사 HAGL이 5,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는 대형 쇼핑몰 미얀마 플라자가 12월 초에 개장했다. 미얀마 최고급 쇼핑몰로 더 페이스샵, 토니모리, 비타 500, 락앤락 등도 입점한 상태였다. 한식당 서라벌, 디저트 브랜드 K스노우맨도 개점했다. 요즘 미얀마의 외식계의 핫 아이템은 패스트푸드점, 그 중에서도 지난해 10월에 들어온 KFC. 미얀마 플라자에서 과연 그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세도나가 시범 가동을 시작한 지난해 10월과 그랜드 오픈을 계획하고 있는 올해 3월 사이에는 단순히 5개월이라는 시차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이 진행된 총선과 그 결과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미얀마의 개방을 생각하면 두 지점의 미얀마는 어쩌면 전혀 다른 세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새가 양쪽 날개로 날아가듯, 미얀마도 균형을 찾지 않겠는가. 세도나의 2개 윙이 클래식과 모던이라는 조화를 이루었듯 말이다. 케펠 랜드Keppel Land Hospitality Management세도나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케펠 랜드 호스피탤리티 매니지먼트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미얀마 양곤과 만달레이의 세도나 호텔뿐 아니라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에서도 세도나 스위트Sedona Suites를 운영 중이다. 세도나 호텔 양곤Sedona Hotel Yangon No. 1 Kaba Aye Pagoda Road, Yankin Township Yangon, Myanmar +95 1 860 5377 www.sedonahotels.com.sg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노중훈 취재협조 세도나 호텔 양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소득대체율 인상보다 가입기간 늘려야”

    “소득대체율 인상보다 가입기간 늘려야”

    국민연금 역할 높여야 하지만 정책적 뒷받침을 하는 게 우선 ‘두루누리 사업’ 확대할 필요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에 ‘세대 간 도적질’이라고 반박했다가 반발을 샀다.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금도 그는 소득대체율 인상에 회의적이다. 문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역할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에는 백번 동의하지만, 소득대체율 인상보다는 가입기간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 무소득 배우자의 연금을 대신 낸 가입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거나 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일용직 근로자가 안정적 노후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1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관 시절 자신이 추진한 연금 정책의 중심에 선 문 이사장을 13일 국민연금 공단 전북 전주사옥 접견실에서 만났다. →소득대체율 인상에 반대하는 이유는. -국민연금의 역할을 강화해 노인 빈곤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적극 동의한다. 하지만 현재 명목소득대체율(2016년 기준 46%)을 당장 50%까지 올려도 10~20년 후에나 급여 인상에 따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눈앞에 닥친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소득대체율 인상은 그다지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다. 현재 소득대체율도 낮은 편이 아니다. 물론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면 좋겠지만,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재정에 부담이 된다.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소득대체율을 올리려면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 이러면 저소득 지역가입자와 영세사업장의 국민연금 가입 회피, 후세대 부담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보다는 실업 크레디트 제도, 전업주부 국민연금 추후 납부 제도, 두루누리 사업 등을 활용해 한 명이라도 더 국민연금에 가입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하려면. -과감한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 홑벌이 가구는 가장이 무소득 배우자를 국민연금에 임의가입시켜 배우자의 보험료를 대신 내면, 배우자 보험료분에 대한 세제 혜택은 받을 수 없다. 돈은 내가 내지만 보험은 배우자 명의이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노후 보장 수단이 국민연금이란 점을 알면서도 금전적 부담 때문에 연금 가입을 꺼리게 된다. 이런 분들에게 세제 혜택을 줘 노후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또 일용직 근로자 등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면 영세사업장의 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을 재조정해야 한다. 신규 가입 사업장에는 더 많은 보험료를 지원하고, 가입 기간이 어느 정도 됐다면 차츰 보험료 지원을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우선 보험 가입 문턱을 낮추는 데 주력해야 한다. →500조원의 ‘공룡기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라도 공공분야에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연금 고갈 시점에 국내 주식 시장에 투자한 국민연금을 현금화하면 금융시장이 교란될 것이란 주장은 2060년 연금 고갈을 가정한 것이다. 2018년 4차 국민연금 재정 계산 때는 2060년 이후에도 급격한 기금 고갈 없이 연착륙할 수 있는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후세대를 위한 연금 재원조달 방안 등 그동안 미뤄온 답을 내려야 한다. →연금 기금이 해외가 아니라 국내 투자에 쓰이면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데. -해외 투자로 생긴 수익은 결국 국내로 들어온다. 금융시장은 세계화됐다. 굳이 국경을 구분해 생각할 단계는 넘어섰다. 자본이 빠져나간다고 볼 게 아니라 자유롭게 교류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기금 고갈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급여 조정, 보험료 인상,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조정, 출산율 제고 등 여러 방법이 있다. 현재 출산율에서도 여성과 노인의 경제활동을 늘린다면 연금 재정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복지부와 긴밀히 상의해 한 걸음 더 나아간 장기 비전을 만들려 한다. 전주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서울시 1인가구 복지증진종합정책 첫 시행

    서울시 1인가구 복지증진종합정책 첫 시행

    1인 가구의 복지 증진을 위한 종합정책이 서울시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될 전망이다. 서윤기 의원(더불어민주당, 관악2)이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사회적 가족도시 구현을 위한 1인 가구 지원 기본 조례안’이 9일 열린 제266회 임시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본격 시행을 앞두게 되었다. 통계청(2014.12월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세대는 전체 세대의 34.0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2인 20.74%, 4인 19.63%, 3인 18.53%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1인 36.38%, 2인 19.59%, 4인 19.24%, 3인 가구 18.68%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구 을지로동(77.07%)을 포함한 6곳은 1인 세대가 70%가 넘게 차지하여 1인 가구에 대한 정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1인 세대가 우리나라 전체가구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서울의 경우 지난 1980년에 4.8%에 불과했던 것이 2014년 12월 기준으로 36.4%에 이르는 등 1인 세대의 증가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현상이라는 점에서 인구, 사회, 경제학적 변화에 대비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으로 1인 가구 조례안에서는 ‘1인 가구 정책’을 1인 가구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주거와 복지 및 건강 격차해소, 공동생활가정, 소셜 다이닝, 여가 생활 등의 1인 가구 복지지원에 대한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노인, 여성, 청년 1인 가구에게는 맞춤형 복지 정책이 이뤄지게 된다. 이를 통해 1인 가구의 생활 편의 및 심리적 안정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사회적 연결망 구축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서 의원은 “본 조례가 이달 중순에 시행되면 1인 가구에 대한 실태조사와 더불어 종합적인 정책이 수립되어 보다 체계적인 지원 및 관리가 가능해 질 것”이라며, 특히나 ‘빈곤’과 ‘고독’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문제, 경제적 빈곤, 사회적 고립 문제 등의 해소를 위한 각종 행정적 체계가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中정책 ‘바로미터’ 시진핑의 입… 올해는 대만 분열행동에 경고

    中정책 ‘바로미터’ 시진핑의 입… 올해는 대만 분열행동에 경고

    동선따라 中정책 방향 예측 가능… 매년 ‘경제 수도’ 상하이와 첫 회의 국방개혁 발언 후 군대개편 결실 중국의 최대 연례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정치협상회의) 기간에는 모든 국가 어젠다가 분출된다. 최고 지도부를 이루는 공산당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7명도 전인대 대표 자격으로 각종 대표단과 토론을 벌이며 안건을 심의한다. 특히 국가주석이 전인대 기간 어느 지역 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무슨 말을 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서울신문은 9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취임한 2013년 이후 전인대에서 시 주석이 만난 지역 대표단을 조사하고 이 회의에서 나온 발언을 분석했다. 시 주석의 동선과 발언만 봐도 국가 정책의 방점이 어디에 찍혔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매년 3월 5일 전인대 개막식에 참석해 총리의 업무보고를 청취한 뒤 곧바로 상하이 대표단과 만났다. 4년째 상하이 대표단과 첫 회의를 한 것은 그가 국가주석이기도 하지만 전인대 상하이 대표단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국가주석이 ‘경제 수도’인 상하이 대표단 소속인 것은 그만큼 경제를 중시한다는 뜻이다. 경제 발전과 개혁·개방 심화를 강조한 예년과 달리 시 주석은 올해 이 자리에서 “대만과 중국은 한 핏줄”이라면서 “대만의 독립 분열 행동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 초 대만 총통에 당선된 민진당 차이잉원 주석에 대한 경고를 전인대 일성으로 삼은 것이다. 시 주석은 집권 첫해인 2013년 전인대에서 시짱(티베트) 대표단을 네 번째 면담자로 선택해 티베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시 주석이 상하이 대표단과의 회의로 전인대를 시작한다면 대미는 늘 인민해방군 대표단과 머리를 맞대는 것으로 장식한다.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기도 한 그가 군권을 틀어쥐고 있다는 점을 상징하는 회의다. 시 주석은 2013년 해방군 면담에서 “싸우면 이기는 강군”이란 화두를 꺼내 ‘군사굴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014년에 제시한 국방개혁은 최근의 군대 개편으로 결실을 맺었다. 시 주석이 2014년을 제외하고 매년 동북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 대표단을 만난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과거 중국 공업 발전의 기관차였던 이 지역은 현재 경제성장률을 깎아 먹는 주범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3개 지역의 성장률이 2~3%에 불과해 항상 꼴찌를 다툰다. 시 주석은 지난 7일 헤이룽장성 대표들과 만나 “동북 부흥의 꿈을 절대 놓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지역과 맞닿은 북한과의 경협이 대북 제재로 여의치 않지만, 동북을 되살리지 않고서는 국가 발전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에는 후난성 대표단과 만났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자신이 3년 전에 찾았던 후난성 산골마을의 수입이 얼마나 늘었는지와 당시 만난 처녀·총각들이 결혼을 했는지 등을 자세히 물으며 “빈곤 탈출의 과업을 하루빨리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년 구이저우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처음으로 꺼낸 ‘탈빈’(脫貧·빈곤탈출)은 2020년 샤오캉(小康·중소득 수준의 복지) 사회 건설을 목표로 하는 중국의 최대 현안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더민주 “기초연금 30만원 균등 지급”

    6조 4000억 추가 재원 필요… 정치적 의지 있으면 확보 가능 더불어민주당은 9일 소득하위 70% 노인들에게 기초연금 30만원을 차등 없이 지급하는 내용을 4·13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현재 소득하위 70%인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10만~20만원씩 차등 지급되고 있는 기초연금을 올해 안에 20만원 균등 지급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30만원 지급으로 인상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이날 총선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그동안 편법으로 노인빈곤을 해소한다고 해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했고 2012년 대선에선 기초연금 20만원이란 것(정책)도 했는데 20만원으로 노인빈곤을 해소한다는 건 요원한 얘기”라고 말했다. 재원과 관련해 더민주 측은 2018년 기준으로 약 18조 7000억원이 들고, 현 제도를 유지할 때와 비교해 6조 4000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재원 조달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복지 재정은 정치적 의지가 있어야 확보가 된다. 복지를 단순히 소비로만 생각하지 말고 성장 동력도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유배의 감동

    [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유배의 감동

    유배인들의 일상은 고통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유배지를 일컬어 ‘산무덤’(生塚)이라고 했으니 오죽했겠는가. 그들은 죽음 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자기 상실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와중에도 유배지 주민들과 어울려 의미 있는 자취를 남긴 유배인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 강진에서 황상(?裳)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사제의 연을 맺었는데 대부분 현지인들이었다. 그 인연이 오죽 깊었으면 스승이 돌아가신 지 15년이 지났음에도 “간밤에 선생님 꿈을 꾸었다”(昔夜夢夫子)고까지 할까. 더욱이 제주 유배인 추사 김정희는 “귀양 사는 집에 머무르니 멀거나 가까운 데로부터 책을 짊어지고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장날같이 몰려들어서 겨우 몇 달 동안에 인문이 크게 개발됐다”고 할 정도였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동파 소식도 해남도 유배 시절 자신의 억울함과 굴욕은 제쳐 놓고 주민들과의 어울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덕에 해남 인문이 흥성했고 영재가 배출됐다. 그러기에 “동파는 불행했지만 해남은 행복했다”고 한다. 러시아의 이르쿠츠크도 서유럽의 분위기를 경험한 장교들이 일으킨 데카브리스트 혁명으로 많은 지식인들이 유배를 가게 되면서 크게 변한다. 보잘것없던 개척 도시가 유배인들의 영향으로 ‘시베리아의 파리’라 불릴 정도로 문화예술을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이다. 차관을 지내고 데이콤 회장까지 했던 박운서씨는 지난 10년간 필리핀에서 교회 14곳을 세우고, 농사 기술을 가르치다가 지난해 교통사고로 초주검이 돼 서울로 후송됐다. 오른발은 엄지발가락 하나만 남은 채 죽음 직전에 의식을 찾았는데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고 있다. 그런가 하면 명문 예일대를 졸업하고 잘나가던 앤드루 윤(윤수현)은 학창 시절 아프리카에서 받은 충격을 잊지 못해 빈곤퇴치 사업에 뛰어들었다. 농사 자금을 저리로 대출해 주고, 물류창고를 지어 좋은 씨앗과 비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농사 기술을 교육시켜 주는 ‘원 에이커 펀드’를 설립했고 10년 만에 40만 가구를 지원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그 도움으로 약 200만명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필리핀의 민도로섬이나 아프리카의 케냐, 르완다는 현대판 유배지다. 그곳은 여전히 궁핍한 오지라는 점에서 과거의 제주도나 시베리아와 다르지 않다. 이런 꿈과 미래가 없는 곳에서 현지인들과 어울려 의미 있는 자취를 남기고 있는 현대판 유배인들도 적지 않다. 그들 중에는 40년을 봉사하다 귀국해 “눈을 뜨면 한국 생각을 하고, 잠이 들면 소록도 꿈을 꾼다”는 독일 수녀도 있다. 유배는 철저히 이율배반적이다. 닫혀 있으면서 열려 있고 열려 있으면서 닫혀 있다. 패배하면서 승리하고 승리하면서 패배한다. 우리 인생 자체가 이런 유배 생활이다. 그렇기에 편한 곳이 없고, 편한 날이 없다. 또 혼자 편하면 무얼 할 것인가. 퇴계 이황이 “푸른 하늘 높이 솟아오를 때까지(待得昂靑霄), 풍상을 몇 번이나 겪어야 할 것인가(風霜幾昂靑霄)”라고 했던 소나무처럼 인생의 풍상은 당연한 것이고 함께 겪는 것이다. 이런 이치를 일찍 깨닫고 어려운 곳에서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현대판 유배인들이야말로 누구 말마따나 ‘완전 감동’이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그렇게 살아야 한다. 그것이 유배의 교훈이며 감동이다. 제주대 교수
  • [프로야구] 야구팬 겨울잠 깨운 대포 9방

    [프로야구] 야구팬 겨울잠 깨운 대포 9방

    박석민 친정 삼성 상대 첫 홈런 kt 김상현 두산 상대 연타석포 ‘고메즈 3점포’ SK 거포 군단 예고 한화 장민재는 ‘삼진쇼’ 눈도장 지난 시즌까지 삼성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던 박석민(31·NC)이 이적 후 첫 홈런을 류중일 삼성 감독 앞에서 폭발시켰다. 박석민은 KBO 시범경기 개막 첫날인 8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5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1점포를 쏘아 올렸다. 1-5로 뒤진 4회 2사에서 상대 선발 정인욱의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지난해 타율 .321에 26홈런 116타점을 올린 박석민이 첫 공식 경기에서 ‘친정’ 삼성을 상대로 홈런을 터뜨리면서 올 시즌도 맹활약을 예고했다. 삼성의 정규리그 5연패에 앞장섰던 박석민은 지난해 말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뒤 NC와 4년간 총액 96억원의 대박을 터뜨리며 정든 대구를 떠났다. 삼성은 공수 전력에 큰 손실을 입었지만 NC는 단숨에 올 시즌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NC는 박석민의 가세로 구축한 나성범-테임즈-박석민-이호준을 잇는 최강 중심 타선으로 올해 첫 정상 등극의 꿈을 부풀리고 있다. 삼성은 이승엽의 3타수 3안타 맹타에 힘입어 5-3으로 승리했다. 수원에서 열린 kt-두산전에서는 김상현(36)이 연타석 대포로 막내 kt의 희망을 키웠다.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김상현은 1회 2사 1루에서 선발 노경은의 직구를 가운데 담장을 넘는 2점포(시범경기 1호)로 연결한 데 이어 3회 2사에서 노경은의 직구를 오른쪽 담장 밖으로 날렸다. 지난해 타율 .280에 27홈런 88타점으로 활약한 김상현은 시범 첫날 홈런 2방의 ‘괴력’을 과시하면서 중심 타자의 입지를 다졌다. kt는 지난겨울 전력을 크게 강화해 올 시즌 ‘복병’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경기는 5-5로 비겼다. 한화-넥센의 대전 경기에서는 장민재(26·한화)가 ‘삼진쇼’로 눈도장을 찍었다.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장민재는 2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솎아 내며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4회 강지광-김하성-홍성갑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운 그는 5회 박동원을 3루 땅볼로 처리한 뒤 서건창에게 2루타를 내줬지만 유재신을 1루 땅볼, 이택근을 삼진으로 낚아 강한 인상을 심었다. 한화가 4-2로 이겼다. SK는 울산 롯데전에서 6-6으로 비겼으나 새 용병 고메즈와 최승준이 홈런포로 기대에 부응했다. 고메즈는 2번 타자, 유격수로 나서 1-2이던 5회 2사 1, 2루에서 배장호의 커브를 걷어올려 한국 무대 첫 홈런을 역전 3점포로 장식했다. 8번, 지명타자로 나선 최승준도 4-3이던 7회 이정민의 직구를 밀어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지난해 화력 빈곤에 허덕였던 SK는 두 선수가 기대에 부응할 경우 ‘거포 군단’으로 거듭날 태세다. LG-KIA의 광주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中企 취업 청년 학자금대출 상환 유예

    中企 취업 청년 학자금대출 상환 유예

    청년인턴 채용 중기 지원 검토…청년여성 고용 기업 가점 부여 ‘내집연금 3종세트’ 새달 출시 정부가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의 학자금대출 상환 부담을 덜어주고 중소기업에 고용보조금 지원도 몰아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열린 제8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국정 운영 기조를 일자리 중심, 특히 청년과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는 쪽에 둬야 한다고 밝힌 뒤 처음으로 정부가 내놓을 대책의 구체적 내용들이다. 6일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청년·여성 고용 대책과 소비재 수출 활성화 방안, 내집연금 3종 세트 출시 방안을 연이어 발표한다. 여기에는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고용률 70% 달성과 부진한 조짐을 보이는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판단이 동시에 작용했다. 청년·여성 고용 대책으로 정부는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대학 학자금대출 상환을 일정 기간 유예해 주거나 원리금 일부를 지원해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학자금대출 연체율이 1.6%로 가계대출 연체율의 4배에 달했고 채무조정 신청 청년도 9519명으로 2014년보다 17.7%가 늘어나는 등 저소득층 청년들의 금융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급여·복지 수준이 낮은 중소기업에 취업한 저소득층 청년들의 금융부담을 줄여 ‘워킹푸어’(근로빈곤층) 신세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동시에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도 도울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 청년인턴을 채용하거나 정규직 전환 기업에 지급하는 고용보조금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집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학 졸업 시즌인 2월에 낮아지기 마련인 청년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여러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고용 여력이 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지원을 집중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청년여성을 채용하는 기업에 가점을 주고 청년층 여성 고용률 목표치를 따로 설정해 재계의 동참을 유도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부진의 늪에 빠진 수출을 늘리기 위해 화장품, 식료품, 생활·유아용품, 패션·의류, 의약품 등 수출 유망 5대 소비재 품목을 새로 선정해 지원하는 소비재 수출 활성화 방안에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소비재 관련 대학 학과 개설, 비관세장벽 해소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중·노년층의 지갑을 닫게 했던 주요 원인인 가계대출 부담을 줄이는 ‘내집연금 3종 세트’의 상품안도 이달 중 발표한다. 4월부터 상품이 나오면 60대 이상은 주택담보대출을 쉽게 주택연금으로 바꿀 수 있고 40~50대는 보금자리론 대출을 받으면서 주택연금 가입을 약정하면 더 싼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저소득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도 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자립 능력 잃은 日노인… 남 얘기가 아니네

    자립 능력 잃은 日노인… 남 얘기가 아니네

    노후파산/NHK 스페셜 제작팀 지음/김정환 옮김/다산북스/316쪽/1만 5000원 2014년 일본 NHK를 통해 방송된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일본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겼다. ‘노인표류사회, 노후파산의 현실’이란 제목의 프로그램은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일본의 암울한 미래를 생생하게 그렸다. 이 방송 뒤 ‘노후파산’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노후파산이란 의식주 모든 면에서 자립 능력을 상실한 노인의 삶을 일컫는다. 새 책 ‘노후파산’은 당시 일본 NHK 취재팀이 끄집어낸 노인들의 비참한 현실과 방송에서 미처 전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노인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 책에 따르면 2025년 일본 인구의 30%는 65세 이상 노인으로 채워진다. 이 노인 인구 가운데 60%는 75세 이상의 초고령자다. 2076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30%가 75세 이상의 노인이 된다. 초고령화사회의 도래를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든 연착륙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착실하게 연금을 붓고, 정년까지 열심히 일해 미래에 대비한다. 한데 책이 전하는 결과는 놀라웠다. 노후파산이 저소득층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었던 거다. 노후파산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일어났다. 그들에겐 어느 정도 예금이 있었고, 집도 소유했으며, 연금도 꼬박꼬박 부었고, 돌봐 줄 자식까지 있었다. 하지만 무엇으로도 노후파산을 막지는 못했다. 책은 가족이 함께 살던 시대에 만들어진 제도를 현실과 미래에 맞게 정비하지 않는 것이 노후파산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몸이 아프거나, 부양해야 할 부모가 있거나, 취업을 못 해 부모의 연금에 기대 사는 자녀가 있는 등, 어느 한 부분에서 조금만 어긋나도 노후파산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메이지학원대학의 가와이 가쓰요시 교수의 말을 빌려 이렇게 주장한다. “(노인들이) 수입이 적어 병원 가기를 꺼리거나 돌봄 서비스를 받지 않으면 사회적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노후파산을 예방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편이 더 싸게 먹힌다”고. 한국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내년이면 노인 인구 비율이 14%를 넘고, 2026년이면 20.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부모의 노후자금이 자식의 결혼비용, 교육자금에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노인 빈곤 문제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믿었던’ 국민연금도 지금보다 더 내고 덜 받을 게 확실하다. 저출산과 고령화 탓이다. 장수가 악몽이 되는 시대는 이미 대한민국을 덮치고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김우영 서울 은평구청장

    [자치단체장 25시] 김우영 서울 은평구청장

    거침없다. 김우영 서울 은평구청장은 말과 행동이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거침없다. 대화는 명쾌하지만 가끔 아슬아슬하다. 때가 때인 터라 올해 구정 계획을 듣는 자리에서도 이런 줄타기가 이어졌다. 1997년 장을병 국회의원의 정책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이미경 의원의 정책비서관과 입법보좌관으로 활동하면서 정치를 배웠다. 정치판을 잘 아는 만큼 쓴소리도 독하다.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구청장이니까 정치적인 발언은 자제하라’고 하더라”면서 국내 정치 논평보다는 ‘안전한’ 해외 정치 논평으로 슬쩍 넘어갔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니 샌더스 돌풍’을 잘 보세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라는 운동이 있었죠. 시민의 세금으로 거대 금융기업에 구제자금을 투입했는데, 흥청망청 썼어요. 금융회사를 망치고 고객 돈을 떼먹은 핵심 인물들은 처벌받지 않았죠. 정의롭지 못한 집단의 민낯이 드러났어요. 그런데 월스트리트를 개선해야 할 정치권이 거기서 후원금을 엄청 받아요. 변화가 있겠어요? 서민이 공분할 수밖에 없죠. 샌더스 돌풍의 원인은 그런 사회경제적 원인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김 구청장은 우리 사회의 화두는 “경제민주화와 서민경제”라고 했다. 국내 정치로 논제가 되돌아가나 했더니 구정을 거론한다. 그는 올해의 핵심 가치로 ‘금융복지’를 꺼냈다.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넘은 상황이다.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대출 금리가 상승한다면 300조원 수준의 생계형 대출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경제적으로 허덕이는 서민을 위해 중앙정부가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펴야 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정부의 부자 감세 기조는 그대로라 복지예산을 늘리기 위한 세수 확대는 요원하다. 중앙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청에,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은 재정 빈곤 상태에 빠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는 편법을 쓰고 있다. 은평구의 올해 예산 5400억원 중 60%가 기초연금(1000억원), 무상보육(1000억원), 기초생활수급비, 의료급여 등에 들어간다. 그는 이런 상황을 조목조목 따지면서 “서민들의 수입과 소비가 영양실조에 가까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영양 공급을 위한 구청장의 첫째 숙제는 ‘빚에서 구제’하는 것이다. 그는 금융복지상담센터 설립을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빚의 노예’가 돼 고통당하는 주민을 위해 상담을 통해 대처법을 알려주는 기관이다. 오는 4월 구청 민원실이나 지하철 3호선 녹번역의 사회적경제센터에 금융복지상담센터를 만들 예정이다. ‘빚 구제’를 위해 은평구는 부실·악성 채권을 소각하는 ‘빚 탕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가계부채는 개인 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라는 김 구청장은 “정부는 대출을 부추기고 금융기관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라도 나서 어려움에 빠진 서민을 살려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를 위해 사회적경제활성화기금 40억원 중 1억원 정도를 긴급금융구제에 편성했다. 지난해 말 은평제일교회에서 1000만원을 지원받아 은평구민의 부실 채권 46억원어치를 소각했다. 1억원이면 400억원의 부실 채권을 소각할 수 있다. 많은 주민을 빚에서 탈출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적 구제만큼 김 구청장이 올해 심혈을 기울이는 사안이 ‘국립한국문학관 유치 사업’이다. 시인 윤동주와 정지용, 소설가 이호철·최인훈 등 한국 근현대문학의 거장들이 은평에 살았거나 인연이 깊다. 세계사에서 유일한 ‘기자촌’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은평이야말로 문학의 고향”이라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 기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은평구에 기자마을을 만들었어요. 기자들에게 주택을 공급했지만 언론 통제적인 접근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위 ‘긴급조치’에 반대한 글을 썼던 해직 기자들도 기자촌에서 많은 애환을 쏟아냈다는 겁니다. 그 흔적을 기록하고 이어 갈 수 있는 은평이야말로 국립한국문학관이 들어서기에 적합한 곳입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학 진흥을 위해 추진하는 시설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평구 진관동에 들어서는 것이 유력해 보였다. 구가 지리적 토대, 문학적 의미, 접근성 등을 내세워 적극적인 유치 노력을 하면서 마무리에 다다르는 듯했다. 그런데 다른 지자체가 확대 공모를 요청하면서 문체부가 모든 과정을 제자리로 돌렸다. “2차로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김 구청장은 “역사적인 주요 문인들과 문인과 다름없는 기자들의 노고가 새겨진 이곳의 이야기를 살리려면 국립한국문학관을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정지가 북한산 자락이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신분당선 연장이 결정되면서 기자촌까지 지하철이 닿으니 은평에서 강남까지 30분 거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문학은 꽃을 노래하는 겁니다. 자유로운 상상의 영역이죠. 북한산 자락에서, 웅장한 자연 속에서 얼마나 풍부한 문학적 상상력을 키워낼 수 있겠어요. 통일로가 있는 은평에 한국문학관이 들어서면 통일시대에 우리 문학이 판문점을 넘어서, 휴전선을 건너고 평양을 넘어 널리 퍼질 수 있겠죠.” 상기된 표정으로 그는 “문학으로 남북을 하나로 엮고, 통일의 전초기지가 되는 곳이 국립한국문학관”이라고 강조했다. 김 구청장이 취임한 2010년(민선 5기)부터 은평에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불광동 질병관리본부가 떠난 자리에 서울혁신파크가 안착했다. 수색역세권을 쇼핑·문화·교통의 중심지로 만드는 서울시 개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은평뉴타운엔 8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인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이 올라가고 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요인들이 ‘은평 3대 축’을 그리고 있다. 큰 그림이 완성되는 가운데 마을공동체 사업과 공직사회 내실화 작업도 진행된다. 특히 주민 참여형 도시 재생 사업이 활발하다. 개발·재건축의 전면 철거 방식이 아니라 주택 관리나 개·보수, 방범, 커뮤니티센터 등의 기반시설을 구가 보조하면서 주민 주도로 추진하는 ‘두꺼비하우징’은 김 구청장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40년 이상 개발 소외지였던 신사동 산새마을은 두꺼비하우징으로 새로운 마을이 됐다. 낡은 도로를 정비하고 경관을 바꾸면서 주민들이 텃밭 조성, 자율 방범 활동 등을 펼쳐 마을공동체의 모델을 만들었다. 산골마을(녹번·응암동), 토정마을(역촌동), 수리마을(불광동) 등에도 주민 참여형 재생 사업이 한창이다. 또 지난해를 ‘청렴도 회복의 원년’으로 삼은 구는 구청장을 포함한 전 직원이 청렴 실천 결의대회를 열고 주민 불만을 꾸준히 점검하면서 외부 통제 기능도 강화하는 한편 직원 간 소통을 활발히 해 공직 청렴도와 투명성을 높였다. 그 결과 지난해 전국 청렴도 평가에서 최고 상승 점수(1.03점)를 기록하면서 청렴도 순위도 69위에서 27위로 수직 상승했다. 김 구청장은 “청렴 사업은 일상 속에서 실천해야 할 공직자의 자세”라며 지속적으로 추진할 청렴종합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은평은 경제적 여유는 크지 않지만 8년 연속 적십자회비 모금에서 1등을 한, 사람 사는 정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착한 흥부에게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줬듯이 선량한 은평구민들은 큰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어요. 은평살이 자체가 큰 선물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코호트 리포트]②70년 추적조사, 빈곤과 불평등의 관계를 밝히다

    [코호트 리포트]②70년 추적조사, 빈곤과 불평등의 관계를 밝히다

    ‘더 라이프 프로젝트’는 흡연과 비만 등 건강의 문제 및 관련 정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빈곤과 불평등의 상관성에 대한 연구에 있어서 하나의 ‘원형’처럼 자리잡았다. 이 조사는 1970년대에 흡연 문제에도 주목했다. 지금이야 당연한 상식 바깥의 행동처럼 여겨지지만 당시 임산부 중 40%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는 그 당시에는 흡연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70년 시행된 조사에서 더 라이프 프로젝트는 신생아의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 질문에 흡연 여부를 추가했다. 그러자 어머니의 계급 차이를 고려해도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체중과 사망률에 차이가 있는 것이 밝혀졌다. 1972년 조사결과가 보고되면서 큰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과학계와 의학계 역시 “흡연은 태아에 영향을 준다”는 의견에 찬성했고 공공기관에서도 임산부에게 하는 조언 내용에 변화가 있었다. 이후 임신 중 흡연이 위험하다는 견해는 지금까지 확고한 것으로 돼 있다. 또한 수십 년에 걸쳐 수차례 신생아의 출생을 관찰한 결과, 세대별 변화도 비교할 수 있게 됐다. 시대를 거치면서 관찰된 대상자의 신체적 특징에 ‘체중 증가’라는 변화가 생겼다. 이전 시대에는 음식을 배급받아 먹었으므로 대부분 건강한 체형으로 과체중인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1980년대에 시행한 조사에서는 연구 초기의 대상자들이 40대에 접어들었을 무렵을 경계로 비만율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이때 조사에서 처음 대상자가 된 아이들을 비교한 결과, 태어난 연대가 달라도 비만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상자의 나이에 상관없이 나타난 ‘비만 급증’의 원인을 연구자들은 생활 방식의 변화로 보고 있다. 1980년대 영국에서는 일반인의 급여가 올라 외식이 느는 것은 물론 자동차 보급의 확대로 보행 빈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때 관찰된 체중의 증가 추세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지금은 아이가 3세 이전에 과체중으로 진단되는 비율이 23%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비만과 과체중은 생활 방식뿐만 아니라 유전자 등과도 관계가 있으므로 앞으로도 비만을 해소하기 위한 연구는 계속 진행될 듯하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성인 대상자에 대해 ‘배관공의 전화번호는 전화번호부의 어떤 페이지에 실려있는가?’, ‘68펜스의 빵과 45펜스의 수프를 구매할 때 2파운드를 내면 거스름돈은 얼마인가?’, ‘가로 21피트, 세로 14피트의 방 크기는?’ 등의 질문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성인의 읽기와 계산 능력이 부족한지를 판단했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990년대 영국에서 11세 어린이가 가지고 있어야 할 능력보다 읽고 쓰는 능력이 낮은 성인은 5명 중 1명꼴이었다. 계산 능력에 관해서는 3명 중 1명이 11세 어린이의 능력보다 낮았으며, 7~9세 어린이보다 능력이 낮은 성인도 4명 중 1명으로 나타났다. 이 사실을 중요하게 여긴 영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에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시스템을 시작했다. 읽고 쓰고, 계산하는 영국 중등교육 자격시험(GCSE)을 치르는 것과 같은 능력을 무료로 배울 수 있는 코스를 시작했다. 이 과정을 통해 동기부여가 높아지거나 자존감이 생기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더 라이프 프로젝트는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의 존재에 대해서도 분명히 했다. 연구에서는 부모의 소득과 자녀의 소득 관계에 대해서도 알아냈지만 1958년 태어난 아이보다 1970년에 태어난 아이가 어른이 됐을 때의 소득과 부모 소득 사이의 연관성이 강했다. 즉 시대가 진행되는 것과 동시에 아이는 자신의 배경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판명된 것이다. 물론, 어떤 세대에서도 사회의 불평등은 존재한다. 어느 세대의 대상자들도 태어난 환경에 오류가 발생하면 학교 성적이 나쁘거나 취업에 실패하고 혹은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향이 있었다. 유일한 해결책은 태어난 환경이 좋지 않은 아이 모두가 자신의 배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돼 성공하는 사람도 존재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점은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몇 년 동안 부모가 어떻게 자녀에게 관심을 나타내거나 하는 것으로 불리한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부모가 자녀를 위해 이바지함에 따라 자녀의 생애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시행된 조사에서는 불리한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도 5살이 될 때까지 부모가 책을 읽어주고 10세에도 교육에 관심을 가졌을 경우 자녀가 30세 이후가 됐을 때 빈곤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았다. 현재 더 라이프 프로젝트에 참가한 1세대 대상자들은 70대에 들어섰다. 이들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물론 확인되고 있는데 이들 세대의 85%는 심장 질환과 고혈압, 콜레스테롤 상승, 당뇨병, 비만, 정신적 문제, 암, 호흡기 질환 등의 증상이 적어도 어느 하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난 건강하다”고 답한 사람도 평균 1인당 두 개의 질환은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50대에 한 신체 능력 검사에서 물건을 제대로 잡을 수 없거나 의자에서 일어서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혹은 눈을 감은 상태에서 한쪽 다리로 서지 못했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이후 13년 안에 사망하는 비율이 높은 것도 판명됐다. 이뿐만 아니라 이 조사는 환경 오염의 영향부터 이혼율, 질병 관련 유전자 연구까지 지금까지 다양한 사실을 밝혀왔다고 한다. 헬렌 피어슨 박사는 “이 조사는 앞으로도 사람의 모습을 비치는 거울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더 라이프 프로젝트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한 컷 세상] 봄옷 한 벌 사고 싶지만…

    [한 컷 세상] 봄옷 한 벌 사고 싶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라는 우울한 뉴스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특별한 금수저 빼고 누구나 겪을 장래다. 돈 없고 힘없는 삶도 힘들거늘 거기다 늙기까지 한다면 얼마나 서럽고 외로울까. 나이 먹을수록 늘어나는 병원비에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 옷 한 벌 장만하는 것도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서울 종로3가 뒷골목 어르신 패션(?)만 모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노점 앞을 지나가던 두 노인이 옷을 한참을 살펴보다 그냥 발길을 돌린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 中 ‘6%대 성장’ 공식화하나… 재정적자·국방비 증액도 관심

    中 ‘6%대 성장’ 공식화하나… 재정적자·국방비 증액도 관심

    중국 양회(兩會)가 3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과 더불어 시작된다. 10일 남짓 이어지는 양회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4년차 로드맵이 발표된다. 특히 올해는 중국의 장기 발전 계획인 13차 5개년 계획(13·5규획, 2016~20년)이 실행되는 첫해인 만큼 모든 정책이 13·5규획의 발전 이념 구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전인대는 정부가 제출한 정책 사업에 대한 예산안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기구로, 전인대가 내놓은 청사진을 보면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어디에 쏟아부을지 가늠할 수 있다. 중국 시장에 명운이 걸린 한국 기업으로서는 전인대의 맥을 짚어야 향후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 5일 전인대 발표 ‘2016 정부업무보고’는 재정 운영 가늠 척도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발표하는 ‘2016년 정부업무보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자리에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중, 국방예산 증가 폭이 발표되기 때문이다. 이 3개 지표는 중국 재정 운용을 가늠하게 하는 척도다. 중국 거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가 6.5~7.0% 수준이 될 것이라고 이미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무디스 등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6.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만약 6.5%를 성장률 목표치로 제시하면 중국 경제가 지난 30년간의 고속 성장 신화를 공식 마감하고 ‘중·고속 성장 시대’로 본격 진입한다는 의미가 있다. 반면 이번 전인대에서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와 같은 7.0%로 제시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예고하는 것이다. 올해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기준금리 인하가 아니라 재정지출 확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하는 미국 달러화와의 금리 차를 벌려 외화 유출의 빌미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도 2016년에는 재정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지난해 2.3%였던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중이 최소 3%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의 재정 집행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수치는 국방예산 증가율이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2011년 이후 매년 10% 이상의 증가세를 이어 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 중국 군사 전문가들의 예측을 토대로 국방예산 증가율이 20%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항공모함 추가 건조 계획을 밝히고 새로운 전략미사일 운용 부대인 로켓군을 창설하는 등 올해를 전면적인 ‘군사 굴기’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미국, 일본과 군비 경쟁을 치러야 한다. 5개 발전 이념인 ‘혁신·협력·녹색·개방·공동 향유’를 주목하라 시 주석은 지난달 23일 공산당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에서 중국 경제 발전의 2개 기준을 제시했다. ‘2개 시부’(是否, ~인지 아닌지)로 명명된 이 원칙은 경제를 운영하면서 ▲경제·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인민에게 실질적인 행복감을 주는지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으로, 이번 전인대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덩샤오핑이 제시했던 ▲사회주의 생산력 발전에 유리한가 ▲사회주의 국력을 강화시키는 데 유리한가 ▲인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 유리한가의 ‘3개 유리’(有利) 기준을 심화한 것이다. 덩샤오핑이 양적 발전을 강조했다면 시 주석은 질적 발전을 강조한 셈이다. 이 원칙은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확정된 13·5규획의 연장선 위에 있다.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과 1인당 국민소득을 2010년의 두배로 확대해 샤오캉(小康) 사회를 건설한다는 게 13·5규획의 핵심인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은 올해부터 5개 항의 발전 이념을 추진한다. 5개의 발전 이념은 혁신, 협력, 녹색, 개방, 공동 향유다. 혁신 발전의 핵심 요소는 창업, 인터넷 플러스(인터넷과 기존 산업의 융합), 빅데이터, 제조 강국 건설(중국 제조 2025), 서비스 산업 발전, 정부기구 축소 및 권한 이양 등이다. 협력 발전은 신형 공업화·정보화·도시화·농업 현대화의 촉진을 말한다. 녹색 발전은 자원 절약과 환경보호를 국가 기본정책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에너지사용권·오염물질배출권·탄소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고 기업에 대한 환경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개방 발전은 연해 지역의 글로벌 합작과 경쟁 참여를 더욱 촉진하고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선진적 제조 기지를 육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21세기 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은 개방 발전의 핵심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발전의 과실을 공동으로 누리겠다는 이념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해 공공서비스를 늘리고 7000만명에 이르는 농촌 빈곤층 퇴치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농민공 자녀 및 여성·노인에 대한 돌봄서비스 체계도 구축한다. 두 자녀 전면 허용과 고령화 사회 대비 전략도 공동 향유 발전 이념에서 나왔다. 10대 전략 산업, 한국과 겹쳐… 中 산업 고도화는 ‘위기이자 기회’ 중국 정부가 제시한 발전 방향을 따라가다 보면 거대한 시장과 만나게 된다. 당장 두 자녀 정책 시행으로 매년 500만~600만명의 신생아가 증가해 연간 1000억 위안(약 18조원) 규모의 소비시장이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빈곤 퇴치와 고령화 사회 대비 프로젝트는 교육·의료 시장의 급팽창을 불러온다. 서비스 산업의 한 축인 관광을 보면 중국 정부는 2020년 국내 여행객 규모를 65억명으로 추산한다. 해외 여행객은 1억 7000만명으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칭화대 국정연구원 후안강 원장은 “중국은 GDP와 도시화율 측면에서는 이미 샤오캉 사회에 진입했다”면서 “2020년이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가장 큰 중산층 사회가 될 것이며 각국은 중국 관광객을 수용할 호텔 부족으로 큰 고민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산업의 고도화는 한국엔 위기이자 기회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가 1일 발표한 ‘한·중 경쟁력 분석’을 보면 중국의 산업구조가 고부가가치·고기술 위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중간재 자급률도 높아져 소비재 중심의 수출구조가 중간재 및 자본재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에 석유화학제품, 철강재, 전기전자부품, 기계부품 등의 중간재를 주로 수출하던 한국으로서는 중국 수출이 더욱 줄 수밖에 없으며 해외시장에서 오히려 중국과 경쟁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특히 중국이 2025년까지 독일, 일본, 미국과 같은 제조업 강국이 되겠다고 선언한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에서 선정한 10대 전략 산업은 한국의 미래성장동력 19대 산업과 대다수가 겹친다. 이에 따라 한국은 차세대 정보기술(IT), 항공우주장비, 해양 엔지니어 설비, 신에너지 자동차, 신소재 등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중국의 산업 및 무역구조 변화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대응 정도는 상당히 미흡하다”면서 “우리나라가 강점인 분야를 중심으로 한 선택과 집중 및 부품 소재에서 최종 조립까지 이어지는 산업 기반의 완결성을 강화하고, 중국과의 보완 관계를 이용해 중국의 산업 발달을 우리나라 관련 산업 발전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연구원 이문형 북경사무소장도 “시스템 반도체, 클라우딩, 빅데이터, 스마트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용어클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중국 헌법상 최고 권력기구로 국회와 비슷한 기구다. 공산당이 결정한 주요 정책과 인사를 승인하고 의결한다. 지역 대표와 직능 대표 등 2900여명으로 구성되며 국정 계획과 예산안을 심의, 의결한다. 상설 기관인 상무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매년 3월 초에 상징적으로 한 번만 열린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정책자문회의로 전국위원회와 상무위원회로 구성된다. 국정 계획을 토의하고 제안, 비판하는 역할을 한다. 전인대와 동시에 열려 이를 묶어 양회(兩會)라고 한다.
  • 고령층 5가구 중 1가구 3년새 빈곤층으로 전락

    60세 이상 고령층 5가구 중 1가구가 최근 3년 새 빈곤층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본 가구의 동태적 변화 분석’에 따르면 60세 이상이 가구주인 가구 20.9%의 소득분위가 3년 새 하락했다. 소득분위를 유지한 가구 비율은 64.3%, 상승한 가구는 14.8%였다. 2011년과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이용해 가구의 소득·자산 계층 이동을 분석한 결과다. 고령층의 경우 은퇴하면 소득이 크게 줄기 때문에 소득분위 하락이 상승 비율보다 높은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하락 비율은 2011~2013년 이동성을 분석했을 때 나타난 18.6%보다 높은 수치다. 1년 새 고령층 가구의 여건이 더 나빠진 셈이다. 60대 이상의 고소득(소득 상위 20%)과 중산층(20~40%) 가구의 소득 수준 역시 각각 54.5%, 53.7%씩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2011년 빈곤선(중위소득의 50% 미만) 위에 있었으나 2014년 그 아래로 떨어진 60세 이상 가구 비율은 18.2%로 전체 평균(8.4%)의 2배가 넘었다. 한편 가구주의 종사상 지위별로 봤을 때, 3년간 소득분위가 유지된 가구 비율은 자영업자가 47.9%로 가장 낮았고, 임금근로자가 54.5%, 무직자·주부·학생 등 기타는 69.1%였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詩, 그녀와 나란히 걷겠노라

    詩, 그녀와 나란히 걷겠노라

    ‘무언가에 쫓겨 늘 바지런히 앞만 보고 걷다가 무심코 뒤돌아보면 거기 시(詩)가 땀에 젖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날들이 많았다. 그런 시가 안쓰러워 떨쳐내지 못하고 조강지처인 양 여직 품어 다니고 있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그새 주름이 자글자글 그녀(시)도 나처럼 늙어가고 있다. 이제 걸음의 속도를 늦춰 늘 숨차 하는 그녀와 나란히 보폭을 함께하리라.’ (183쪽) 이재무(58) 시인에게 시는 지리멸렬한 생의 구원이었다. 자신의 시가 거리로 나가 누군가를 위무할 때 행복과 자부를 느껴 온 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가 불쑥 그를 찾아온 건 불우한 환경 때문이었다. 가난과 가족의 외면이 빚어낸 병마로 스러진 어머니를 묻고 온 날 밤, 부의록을 끌어다 놓고 울음처럼 토해 낸 게 그의 첫 시였다. 문학인생 35년에 접어든 시인은 그간 그림자처럼 자신을 쫓아온 시와 이제 보폭을 맞춰 걷겠노라 다짐해 본다. 7년 만에 낸 세 번째 산문집 ‘집착으로부터의 도피’(천년의시작)에서다. 이번 책은 시인이 지난해부터 대표직을 맡아 온 출판사 천년의시작에서 낸 첫 산문집이다. “재정적인 이유로 산문집을 기획했다”는 그의 말을 미리 넘겨짚기라도 한 듯, 김남조 시인은 지난해 10월 문득 그에게 전화를 걸어 당부했다고 한다. “시인이 출판 일을 맡아 하다 시업(詩業)에 소홀한 경우를 더러 보았는데 그러지 말라. 그러려면 매 순간 시에 대한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대선배의 조언을 뼈에 새기듯 시인은 산문집에서 시를 처음 토해 낸 계기, 시가 읽히지 않는 이유, 시의 부활을 위한 제언, 시인으로서 꿈꾸는 세상 등 시를 둘러싼 충정 어린 사념들을 글편으로 엮어 냈다. ‘시인으로서 시인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갈등과 분열로 갈가리 찢어진 불모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그것에 주의하고 주목하자는 것이다. (중략) 여기까지 말하고 나니 나는 내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지진아라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계몽의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180~181쪽)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곡진한 기억은 시인과 시대를 같이해 온 베이비부머 세대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무능하고 고지식해 평생 육체만 생계의 수단으로 삼았던 아버지, 말년에는 형편없이 무너지는 그 모습을 보기가 괴로워 아버지를 피해 다녔다던 시인은 회한에 젖은 인사를 글로 대신 전한다. ‘당신이 주신 빈곤과 무능과 열정을 오브제로 삼아 문단 말석에 시인이라는 알량하나마 명패를 등재하게 됐다.’(220쪽)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가난에 지치고 차별에 눌리고… 美 아이들도 ‘수저론’에 운다

    가난에 지치고 차별에 눌리고… 美 아이들도 ‘수저론’에 운다

    우리 아이들/로버트 D 퍼트넘 지음/정태식 옮김/페이퍼로드/488쪽/2만 2000원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우리 사회에 수저론이 강력한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부의 대물림이란 함축적 의미를 갖는 이 유행어는 계층의 고착화가 단절에 얹힌 희망과 기대의 상실이란 암울한 미래 투영이란 점에서 더 우울하게 들린다. 그 단절의 고착화와 희망 상실은 어떻게 비롯됐을까, 개선의 여지는 없는 것일까. ‘양면 게임 이론’(국가 간 통상이나 외교협상에서 협상 당사국 사이의 이해관계뿐 아니라 국내 관련 집단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론)의 주창자이자 저서 ‘나홀로 볼링’으로 유명한 미국 정치학자가 펴낸 ‘우리 아이들’은 지난 반세기 미국에서 진행된 변화를 추적, 아메리칸 드림의 실종을 고발한 ‘미국판 수저론’ 해설서로 읽힌다. 책에서 저자는 지금 사회 변화의 추이를 ‘또 다른 형태의 귀족주의 사회로의 반동적 회귀’로 보고 있다. 미국의 계급적 차이가 단순한 경제력 차이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회 차원에서의 차별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50년 전 미국 사회에선 조건의 평등이 유효했지만 현재의 미국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자주 회자되는 금수저와 흙수저처럼 기회 격차의 간극이 이미 현실에 스며든 상태로, 더이상 기회의 땅으로서의 모습을 지니지 않고 있다고 못박는다. 책은 저자 자신의 고향 포트클린턴에서 지난 반세기에 걸쳐 진행된 실상의 비교에서부터 시작한다. “1950년대의 포트클린턴에서 사회경제적 계급은 백인이나 흑인 어느 인종의 아이들에게 있어서든, 21세기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그렇게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장벽이 아니었다. 비교해 보면 1959년도 졸업반 구성원의 자녀들은 평균계으로 그들 부모를 넘어서는 교육적 진전을 경험하지 못했다. 1959년 졸업반 구성원 대부분을 상층부로 이끌었던 에스컬레이터는 그들의 아이들이 탑승할 차례가 되자 돌연 멈춰 섰던 것이다.” 미국의 동서부를 넘나들며 훑어낸 현장 실태와 인터뷰를 통해 저자가 정리한 부의 고착과 희망 상실은 이렇게 압축된다. “1950년대 미국 사회에서 작용했던 계급 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졌으며 그런 현상이 가족과 양육, 학교 교육, 공동체에서 심각하게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 사회에서 가난한 아이와 부자 아이는 그저 출발선상이 조금 다른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성공적인 사업가 부모를 둔 아이는 많은 선택권을 손에 쥐고 미래를 자신 있게 바라본다. 그런 반면 매일 힘겹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인생이 계속 내리막길을 타면서 모든 것이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 커다란 차이는 아이들의 성격, 능력이 아니라 부모의 교육, 소득, 사회적 계급으로 정해진 것이며 빈부 격차의 확대는 부유층 가정과 빈곤층 가정을 주거나 생활, 교육 등 모든 공간에서 분리시켰다고 말한다. 심지어 빈부에 따른 격차가 아이들의 뇌 성장과 발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까지 설명하고 있다. 책의 특장은 그 불평등과 상실의 고발에 멈추지 않고 개선의 방편들을 하루빨리 실천해야 한다고 다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실천의 이유로 “미국의 가난한 아이들의 운명은 우리의 경제, 민주주의, 그리고 우리의 가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들고 있다. 그래서 즉각 취할 수 있는 일로 유료 과외활동 종식을 비롯해 특별 지원금 지급이나 멘토링 프로그램 같은 방법들을 강력하게 제안하고 있다. “지난 50년을 거치면서 미국인들이 상실한 가장 소중한 가치는 ‘우리 아이들’에 대해 지녔던 인식과 의미”라고 갈파한 저자는 이제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란 인식이 우선 돼야 한다고 쓰고 있다. 옮긴 이가 후기에 적었듯이 “우리 아이들이라는 잃어버린 의식이 회복될 때 나의 아이들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은 세금도 기꺼이 낼 수 있을 것이기에 모든 아이들이 우리 미래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이웃을 돌봐야 한다는 깊은 도덕적 의무를 상기시킨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론을 이렇게 인용한다. “우리는 가난한 이의 부르짖음에 공감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고통에 울어주지 못하고, 그들을 도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이 모든 일이 우리의 책임이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의 책임인 것처럼 말입니다. 젊은이들은 정말로 우리 인류의 미래입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꽃은 많을수록 좋다(김중미 지음, 창비 펴냄) 인천 만석동 빈민지역인 괭이부리말에서 30년째 공부방 ‘기찻길옆작은학교’를 운영하며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쓴 저자가 그 세월을 에세이로 엮었다. 저자는 스물넷의 나이에 동네에 들어가 공부방을 차리고 정착했다. 10여년 뒤 동네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썼고,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저자는 더욱 피폐해진 가난한 내 이웃들에 대한 변호 의식을 담담히 소개한다. 돈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임을 일찌감치 깨우친 아이들을 아프게 이야기하며 교육 현실을 고민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상황을 개선할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를 비판한다. 384쪽. 1만 4500원. 사람을 사랑한 시대의 예술, 조선 후기 초상화(이태호 지음, 마로니에북스 펴냄) 조선 시대는 초상화의 르네상스기였다. 이 시기에는 한국 미술사 사상 가장 많은 초상화가 그려졌고, 예술성 높은 명작들이 쏟아졌다. 왕의 얼굴을 기록한 어진부터 공신과 문인의 영정에 이르기까지 선조들은 시대의 얼굴을 손으로 기록했고, 초상화를 통해 인물들의 정신을 발현했다. 저자는 “터럭 하나라도 닮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다”라는 인식 아래 치밀하게 그려진 조선 시대 후기의 초상화들을 통해 당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시대상과 초상화의 변화, 한국적 리얼리즘을 전하고 있다. 424쪽. 2만 3000원. 덩샤오핑 제국 30년(롼밍 지음, 이용빈 옮김, 한울아카데미 펴냄) 중국 근대화의 아버지 덩샤오핑(鄧小平)의 이면을 다뤘다. 미국, 대만 등에서 중국 민주화 운동을 벌이는 저자는 덩샤오핑이 중국 개혁의 선구자로 평가받지만, 반대로 민주와 자유를 두려워한 독재자였다고 말한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은 단지 경제 영역에만 한정됐을 뿐, 정치를 비롯한 다른 영역에서는 철저하게 보수파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의 중국을 알기 위해서는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을 제대로 인식해야 하는데, 그중에서 특히 덩샤오핑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의 중국은 여전히 100% ‘덩샤오핑 제국’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480쪽. 4만 5000원. 예술 판독기(반이정 지음, 미메시스 펴냄) 미술 평론가인 저자가 문화계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정치적 소재와 주제를 문화의 범주로 끌어들여 예술을 비평하고 있다. 이 점이 이 책의 매력이자 차별점이다. 책 제목은 무언가를 예술로 만드는 조건의 기록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예술 정의의 불가능성에 ‘힘입어’ 판독 대상을 예술보다 언론보도, 영화, 광고, 상품 등에서 찾았고 이들로부터 예술됨을 읽으려 했다고 적었다. 예술이 어려운 이유는 예술과 현실을 구분 지어 사유하려는 집단 체면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저자는 서구에서 고안한 미적 유행을 흉내내어 자국에서 독점적 명성을 얻은 사례 등 예술 권력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360쪽. 2만 2000원. 몇번을 지더라도 나는 녹슬지 않아(가와타 후미코 지음, 안해룡·김해경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재일 1세대 할머니 29인의 삶을 담은 기록이다. 일본 언론인으로 빈곤과 성노예제 문제에 천착해 온 저자는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 일본으로 건너가 어린 노동자로, 아내로, 어머니로, 여성으로, 식민지의 설움과 전쟁의 참혹성을 겹겹으로 견뎌낸 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전쟁과 식민지의 참상은 한 줄의 사건으로 접하지만 이 책은 남성들이 말하지 않은 역사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는 문제의식과 특히 일본인이야말로 반드시 알아야 할 역사로 이들의 삶을 기억하자고 되뇌고 있다. 344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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