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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협-화이자 ‘국제협력공로상’ 한광수 인천봄뜰병원장 선정

    의협-화이자 ‘국제협력공로상’ 한광수 인천봄뜰병원장 선정

    대한의사협회와 한국화이자제약은 ‘제12회 국제협력공로상’ 수상자로 인천봄뜰 재활요양병원 한광수 원장을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통해 국가 위상을 높인 의료인을 격려하기 위해 2006년 제정된 상이다. 한 원장은 1982년 그리스 아테네 국제군진의학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여해 한국 군진의학의 면모를 널리 알렸다. 군진의학은 군인과 관련한 보건·위생 등을 연구하는 의학 분야를 뜻한다. 2009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총재로 활동할 당시 세계 빈곤과 질병 개선 등을 위한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활발히 전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 복지 수준 올랐지만 행복감 떨어진 한국

    우리나라 복지 수준이 지난 5년 동안 소폭 개선됐지만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복지 23위→21위로 소폭 상승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복지 수준 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복지 수준은 34개 OECD 회원국 가운데 2011년 23위에서 지난해 21위로 상승했다. 이는 경제 활력, 복지 수요, 재정 지속, 복지 충족, 국민 행복 등 5개 부문의 23개 지표를 측정한 결과다. 지난해 종합 순위에서 복지강국인 노르웨이와 덴마크,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아이슬란드가 1∼5위였고 에스토니아, 칠레, 터키, 그리스, 멕시코는 30∼34위였다. ●국민 행복도 30→33위로 하락 전반적인 복지 수준이 높아졌지만 ‘국민 행복도’는 낮아졌다. 삶의 만족도와 국가 투명도, 자살률, 여가, 합계출산율 등으로 측정한 점수는 2011년 0.348점에서 지난해 0.133점으로 크게 감소했다. 순위도 30위에서 33위로 하락했다. 지난해 삶의 만족도는 5.8점으로 이탈리아와 공동 27위, 국가 투명도는 56점으로 체코와 공동 27위였다.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8.7명으로 34위에 그쳤다. 합계출산율도 1.21명으로 꼴찌였다. 여가는 하루 14.7시간으로 25위, 출생 시 기대수명은 82.2세로 이스라엘, 노르웨이와 함께 공동 10위였다. ●경제활력도 8위·재정지속도 3위 반대로 고용률, 1인당 국내총생산(GDP), 실질경제성장률, 노동생산성 증가율로 측정한 ‘경제활력도’는 0.75점에서 0.834점으로 올랐다. 다만 순위는 6위에서 8위로 떨어졌다. 국민부담률, 국가채무비율, 재정수지 비율로 측정한 ‘재정지속도’는 0.775점에서 0.879점으로 상승하며 3위로 조사됐다. 상대 빈곤율과 지니계수, 경제고통지수, 총부양비가 포함된 복지 수요도는 0.781점에서 0.786점으로 소폭 올랐고 순위도 12위에서 10위로 상승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단독] “폭력 성향 조현병 환자 중 28% 청소년 때 반사회적 행동 보여”

    [단독] “폭력 성향 조현병 환자 중 28% 청소년 때 반사회적 행동 보여”

    적극적인 조기 치료 필요해 46%, 투약 안 해 치료율 낮아 폭력행동을 보이는 조현병 환자 4명 중 1명은 조현병 발병 이전에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폭력성향을 주의 깊게 관찰해 어린 나이라도 조기에 개입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3일 안석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대한의사협회지에 발표한 ‘조현병 환자에서의 폭력행동’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뉴저지주립대 연구팀 분석결과 폭력행동을 보이는 조현병 입원환자 중 28%가 조현병 발병 이전인 소아기나 초기 청년기에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환자는 사람이나 동물에 대한 공격성을 드러내는 ‘품행장애’가 두드러진다. 모든 품행장애가 조현병에 동반된 반사회적 성격장애로 이어지진 않지만, 일반인보다 조현병 환자에게 더 많이 나타나고 남녀 성별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29일 인천에서 8세 여자 초등학생을 살해한 뒤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A(17)양도 과거 동물 해부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은 우울증으로 진단받았다가 증상이 악화해 조현병으로 진단받았고 사건 전날까지 병원을 방문했다. 조현병은 망상이나 환청 등을 겪는 정신분열증으로 매년 10만명 이상이 진료를 받고 있다. 안 교수는 “반사회적 성향이 있는 A양과 같은 환자도 일부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조현병 환자 대부분이 난폭한 행동을 한다고 믿게 된다”며 “품행장애가 없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폭력성향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덴마크 조기정신질환중재센터 등이 분석한 결과에서는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있으면 폭력행동을 할 위험이 4배 높아지기 때문에 증상이 완전히 드러나기 전 조기치료가 필요하다. 조현병 환자는 환청이나 망상을 실제라고 믿어버릴 때가 많지만 증상이 완벽하게 드러나지 않는 ‘전구기’에 치료하면 치료효과가 높아진다. 조현병은 5년 이상 약물치료를 유지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환자의 46%는 약을 먹지 않아 재입원할 정도로 치료율이 낮은 상황이다. 안 교수에 따르면 조현병 발병 전 품행장애가 있었던 환자는 일반 조현병 환자보다 약물치료 효과가 낮아 더욱 주의해야 한다. 그는 “조현병은 약물치료를 하면 70%에서 증상이 사라진다”면서도 “만약 치료를 중단하면 70~80%에서 재발하기 때문에 어느 유형이든 빨리 개입해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현병 환자의 강제입원 판단을 별도의 준사법기구에 맡기는 등 입원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음달 말 시행되는 정신보건법 개정안은 강제입원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명이 결정을 내리고 다른 국공립병원 전문의 1명이 2주 이내에 동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학계는 140명에 불과한 국공립병원 전문의들이 연간 23만건이 넘는 강제입원 판단을 내리는 데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전문의를 확충한다는 계획이지만 논쟁은 끊이질 않고 있다. 현재 미국은 법원이, 호주는 준사법기관인 정신보건심판원이 강제입원 여부를 판단한다. 안 교수는 “환자 강제입원에는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데 오로지 의사들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있다”며 “또 입원 규정 강화로 입원환자가 줄어들면 남는 건강보험 재원으로 빈곤층 입원환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악에 대한 공분’이 우리를 하나로 잇는다

    ‘악에 대한 공분’이 우리를 하나로 잇는다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강상중 지음/노수경 옮김/사계절출판사/184쪽/1만 1500원아무렇지 않게 인명을 살상하는 흉악 범죄뿐만이 아니다. 온라인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의 인격을 살상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사회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세상 도처가 크고 작은 악으로 들끓고 있다. 그러한 악을 원리주의적으로 추종하는 희한한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악의 발호를 지켜보며 증오가 불타오른다. 도대체 악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요즘 들어 왜 이리 활개를 치는 것일까. 재일 한국인 2세로 정치사회학자인 저자는 악은 파괴 본능을 비롯한 자유의지를 갖고 있는 우리 안에 내재된 것이며 이를 잘 길들이고 통제하는 안전, 정의, 자유가 무너졌을 때 번성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작금의 세상은 세 가지 브레이크가 부러진 채 폭주하는 자동차와 같다. 저자는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든 흉악 범죄에서부터 성경, 밀턴의 ‘실낙원’,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과 ‘핀처마틴’, 그레이엄 그린의 ‘브라이턴 록’, 나쓰메 소세키의 ‘그후’ 등에 드러나는 악의 얼굴들을 찬찬히 곱씹는다. 자본주의도 시스템적인 악으로 고찰한다. 확대 과정에서 견디기 힘들 만큼의 격차와 새로운 빈곤을 만들어 내고 살아가는 의미를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장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악에 대한 증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꼴좋다”는 야비한 환희 또한 그 범주에 속하는 감정이다. “‘이 녀석만은 용서할 수 없어’라는 감정의 싹이 인간성에 깊이를 더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를 회복하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의 뒷면에는 자신의 내면에서 움튼 ‘증오’라는 에너지를 다른 사람에게도 공감받고 이해받고 싶은, 그러니까 다른 사람과 이어지고 싶다는 절절한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악은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있을 때 깃들기 쉽지만 그러한 악을 보며 함께 분노하는 순간에 하나로 연결된 우리는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마치 촛불처럼.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세계 1위 첨단기술국’ 도약을 위해 헌신하는 해외파 중국 과학자들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세계 1위 첨단기술국’ 도약을 위해 헌신하는 해외파 중국 과학자들

     “우리들 손으로 중국의 첨단 군사·과학기술 수준을 세계 1위로 올려놓겠다.”  해외파 중국인 과학자군단이 일반 항공기보다 10배 이상 빠른 극초음속 비행체, 소나(음향탐지)를 피할 수 있어 절대로 들키지 않는 스텔스 잠수함 등 중국의 군사·과학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29일 보도했다. 특히 지난 40년간의 고도 경제성장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중국 정부가 이를 바탕으로 높은 보수와 좋은 연구 환경을 제시하거나 애국심에 호소해 미국과 유럽의 군사·과학기술 분야 중국계 과학자들을 대규모로 유치하는 데 힘쓴 덕분에 중국이 빠른 속도로 첨단 군사·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룩하고 있다는 것이 SCMP의 분석이다. 중국의 첨단 군사·과학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상당수는 미국의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와 캘리포니아주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오하이오주 라이트패터슨 공군연구소 등 미 국책연구소 출신이다. 이 가운데서도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출신들은 중국 내 각 대학과 연구소에서 ‘로스앨러모스 클럽’이라고 불릴 만큼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해발 2200m의 사막 지대에 있는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는 인류 첫 원자폭탄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산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금도 민군(民軍) 겸용 슈퍼컴퓨터와 입자가속기 등을 갖추고 국가 주도 과학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1만명에 이르는 연구원 중 4% 정도가 중국 등지에서 건너온 아시아계 과학자로 전해졌다.  중국 내 로스앨러모스 클럽의 수장은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을 주도해 온 천스이(陳十一) 교수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음속의 10배인 시속 1만 1000㎞로 비행할 수 있는 극초음속 비행체를 시험했다.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를 싣고 세계 어디로든 1시간 이내에 날아가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현재의 미사일 방어 체계로도 도저히 대응할 수가 없다. 이 같은 최첨단 무기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실험을 위해서는 ‘풍동’(Wind Tunnel) 시설이 필요다. 2010년 지어진 ‘풍동’은 미국이 보유한 2개의 풍동에 뒤이은 전 세계 세 번째이다. 중국 정부가 이 시설을 만들게 된 데는 천 교수의 설득이 주효했다. 그가 로스앨러모스에서 초음속비행체나 풍동 설계도를 빼왔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과학원 연구원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천 교수의 연구는 기술적 구체 사항보다는 이론적 연구가 주된 것이었다”며 “다만 보고 들은 게 있으니 정부에 확실한 제안서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로스앨러모스 비선형연구센터 부소장 등 고위직에 올랐지만 1999년 퇴직한 뒤 곧바로 귀국했다. 가장 복잡한 자연현상으로 꼽히는 난기류 전문가로 베이징대 국가중점실험실 난류·복잡계 연구책임자를 맡아 중국의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에 이바지했다. 2015년부터는 광둥(廣東)성 선전 난팡(南方)과기대의 총장을 맡아 이곳을 ‘중국의 스탠퍼드’로 변화시켜 왔다. 그는 난팡과기대 총장에 취임한 이후 베이징(北京)대와 이공계 최고 명문 칭화(淸華)대,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賓)공대, 중국과학원, 중국과학기술대, 상하이푸단(上海復旦)대 등의 로스앨러모스 출신들을 끌어모았다. 로스앨러모스에서 중성자과학센터 팀장을 맡았던 자오위성(趙予生) 박사는 16년 만인 2015년 물리학교 석좌교수로 이곳에 합류했다. 18년 넘게 에너지 저장 장치와 바이오센서 등 보안 응용프로그램을 위한 신물질을 개발해 온 왕샹린(王湘麟) 박사도 지난해 9월 이 대학 화학부 석좌교수로 가세했다. 그는 2015년 미 국방부 산하 홈랜드 방위·안보정보분석센터(HDIAC)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기계항공공학부 학장 산샤오원(單肖文) 교수도 로스앨러모스 클럽 멤버다. 그는 중국이 독자 개발한 첫 국산 여객기인 C919 개발에 참여했다. 난팡과기대는 전체 교수의 95%가 귀국한 해외파 중국계 학자들이다. 스텔스 잠수함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허궈웨이(何國威) 중국과학원 교수,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대 에너지공학부 리닝(李寧) 학장 등도 로스앨러모스 출신이다. 허 교수는 잠수함이 기동할 때 생기는 난기류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상대국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는 스텔스 잠수함 개발과 적 잠수함 조기 탐지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리 학장은 안전하고 오염 우려가 없는 차세대 원자력발전소를 개발 중이다. 핵 항모와 핵 잠수함 등 군사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중국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 첨단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해외에 진출한 과학자들의 귀국을 종용해 왔다. ‘중국 우주과학 아버지’로 불리는 고(故) 첸쉐썬(錢學森) 박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미국 MIT에서 교수로 지내다가 1955년 귀국해 중국의 ‘양탄일성’(원자·수소폭탄과 인공위성) 연구를 주도하며 중국 항공우주산업의 기초를 세운 인물이다. 당시 빈곤국이었던 중국은 ‘불타는 애국심’에 호소해 해외파 과학자들을 불러들였다. 중국 최초 스텔스 전투기인 ‘젠(殲)20’의 엔진 동체를 자체 기술로 생산하는 데 기여한 스창쉬(師昌緖) 박사는 미국에서 귀국한 이유로 “조국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스앨러모스 중국계 과학자들의 귀국 행렬은 1999년 간첩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그해 이 연구소의 대만계 미국인 핵물리학자였던 리원허(李文和) 박사가 첨단 핵탄두 설계를 중국에 넘긴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리 박사는 2006년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 처벌을 면했지만, 이 연구소 내 중국계 과학자들의 귀국 행렬이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이때 중국 정부가 우수 해외 과학자 유치를 위한 ‘1000인계획’(2008년) ‘1만인계획’(2012년)을 잇따라 시행한 것이 이를 부추겼다. 중국 측이 제공하는 금전적 보상도 인재를 끌어들이는 주요인 중 하나였다. 천스이 교수의 경우 난팡과기대 총장 자리와 정부 차원의 지원 등 경제적 혜택을 보장받았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양전닝(楊振寧) 박사는 지난해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중국 국적을 취득했고 튜링상 수상자 야오치즈(姚期智) 박사도 같은 해 중국으로 귀화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두뇌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민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미국 내 중국인 고급 인력의 귀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익명의 안보 전문가는 “미국 정부도 중국으로의 두뇌 유출을 알고 있지만 과학자들이 연구할 나라를 선택하는 것은 자유이기 때문에 막을 도리가 없다”며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정책으로 과학자들을 모두 추방해버리면 미국의 연구·개발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SCMP가 전했다. 제임스 앤드루 루이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도 “미국 내 중국인 과학자들은 중국 정부로부터 스파이 행위를 위한 타깃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에게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로스앨러모스 출신 귀국 과학자들의 존재가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2005년 로스앨러모스에서 샤먼대로 옮긴 항웨이 박사는 “중국인 연구자들은 그곳에서 가장 낮은 보안 등급을 받았고 군사정보에는 아예 접근할 수도 없었다”며 “우리는 일을 찾아온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유기견-유기묘 300마리와 사는 60대 할머니의 사연

    길 잃은 강아지와 고양이 300여 마리와 함께 사는 중국의 한 60대 여성이 최근 이사를 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지난 2001년 처음으로 길 잃은 강아지를 데려다 키웠다. 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 강아지를 도둑맞았고, 강아지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수많은 길 잃은 강아지와 고양이들을 만나게 됐다. 추운 겨울 날씨에 오돌오돌 떨고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가여워 이들을 데려다 돌보기로 했다. 누군가 집 앞에 강아지를 두고 가기도 했고, 길 잃고 헤매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보면 데리고 왔다. 지금은 300여 마리가 넘는 대식구가 모였다. 무엇보다 이들과 함께 생활할 거처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누구도 쉽게 집을 내어주지 않았고, 이사에 이사를 거듭하다 8년 전 송장(松江)의 한 과수원 터에 자리를 잡았다. 주거 지역과도 떨어져 있어 이웃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이곳이 재정비되면서 거처를 다시 옮기게 되었다. 정부에 양해를 구하고, 살 곳을 찾아 헤맨 지 3개월. 드디어 25Km가량 떨어진 펑센(奉贤)에 마땅한 장소를 찾았다. 하지만 300여 마리의 동물들을 옮기는 작업은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다행히 동물을 사랑하는 자원 봉사자들이 모여 그녀를 도왔다. 이사 전부터 함께 강아지와 고양이들을 케이지에 집어넣는 작업을 했다. 300여 마리의 동물들은 대형 트럭 3대에 꽉 찼다. 그녀의 퇴직급여는 한 달에 2000위안가량(32만5000원)에 불과하다. 대식구를 먹여 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인근 식당에서 남은 음식들을 담아오곤 한다. 본인도 빈곤한 생활인데, 구태여 이 수많은 유기견들을 돌보는 이유를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누구에게나 두 번째 기회는 오는 법이지. 모두 길을 잃고 헤매는 동물들이었는데, 이제 더는 세상에 떠돌지 않도록 ‘안정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면서 “퇴직 후 강아지와 고양이를 돌보며 몸을 움직이니 성취감과 기쁨을 느껴 한 번도 아픈 적이 없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공동체 깨진 ‘이전 도시’ 부적응·직무 스트레스로 ‘막다른 선택’

    공동체 깨진 ‘이전 도시’ 부적응·직무 스트레스로 ‘막다른 선택’

    젊은 층 많고 소득 수준 높지만 가족 등과 떨어져 대화상대 적어원룸 생활로 정신건강도 나빠져지난 1월 국민안전처는 2015년 전국 광역자치단체 17곳의 10만명당 자살자 수 통계를 발표하며 세종시의 자살률이 가장 낮게 집계됐다고 밝혔다. 젊은 층의 대거 유입으로 세종시의 자살률이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안전처는 또 자살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서는 만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과 정서적 고립 현상을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종시와 세종경찰서, 중앙자살예방센터의 최근 3년간 지역별 자살률 통계를 분석하면 국민안전처의 이 같은 설명은 현실 상황과 맥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의 전체 내국인 인구는 2015년 말 기준으로 24만 3048명(외국인 포함 시 24만 6792명)이며 이 가운데 20대는 2만 6523명, 30대는 4만 5951명, 40대는 4만 4188명으로, 20~40대가 48.0%로 절반에 가깝다. 공무원의 세종 이전 등으로 소득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다. 2015년 말 현재 세종시 관내 공무원은 중앙행정기관과 국책연구기관, 세종시 소속 등 모두 1만 9448명으로, 세종시 인구의 8.0%를 차지한다. 20~40대 젊은 층이 많고 소득 수준이 높은데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3년간 세종시의 자살률은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젊은 도시’ 세종의 역설이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28일 “어떤 지역이든 국가든, 노인층이 많을수록 신체적·경제적 요인으로 자살률이 높은 게 통상적인 경향”이라며 “세종시는 이 같은 통념과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세종시 정신건강증진센터 김현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센터장은 “세종시는 생산연령 인구가 중심이 되는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라며 “신도시 조성으로 임대주택이나 원룸 입주자가 많은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세종청사의 한 관계자는 “개발 바람이 부는 신도시에서 기존 공동체가 깨지면서 생기는 갈등이 자살률 상승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특히 세종시는 ‘이전 도시’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가 자살률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일선 공무원과 정신상담센터 관계자는 ‘세종시 이전에 따른 가족·지인과의 분리’, ‘업무 스트레스 해소 매체의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공무원들이 많다고 전한다. 물론 세종시의 전체 자살 건수에 세종청사 공무원의 사례가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정부 차원에서 공식 집계나 통계로 관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세종청사 주변에서는 청사 이전 이후 이런저런 흉흉한 얘기가 나돌았고, 일부 부처에서는 막다른 선택을 한 동료 공무원들의 사연이 간간이 들리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세종청사의 40대 공무원은 “부처 이미지와도 관련되는 사안이고 젊은 사무관들이 문제가 생긴 부처에 지원을 꺼릴 수 있어 어느 부처든 문제를 드러내놓고 공론화하길 원치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세종지역 관련 공무원이나 상담센터 종사자 등은 ‘이전한 도시’ 세종에서의 생활이 공무원의 정신건강과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서기관급 공무원은 “공무원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직무 스트레스이며 그 강도는 일반 직업의 관리부서보다 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퇴근 후 세종청사 주변 원룸에서 생활하는 일선 공무원의 경우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공무원이 힘들어하는 ‘직장 내 문제’로는 상급 관리자와의 갈등 관계가 꼽힌다. 세종청사 내 정신건강 상담지원센터를 찾는 공무원들 상당수가 관리자와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업무 관련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차원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세종청사 전 부서 차원에서 직무 스트레스와 업무 갈등을 해소해 나갈 수 있는 정책적 프로그램이 시급한 이유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선 공무원의 업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며 “예를 들면 일가 양립이나 연가 보장 등으로 공무원이 제대로 업무에 열중할 수 있도록 조직 분위기를 개선하고 정신건강 상담 관리를 강화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세종시 지역 차원에서도 주민들이 이전 도시에 적응할 수 있도록 공동체 의식을 강화해 나가는 지속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정치 뒷담화] 리더를 꿈꾸게 한 나만의 멘토

    [정치 뒷담화] 리더를 꿈꾸게 한 나만의 멘토

    책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어떤 책을 썼는지 못지않게 어떤 책을 감명 깊게 읽었는지도 그 사람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국가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대선 주자들은 과연 어떤 책을 읽고 큰 꿈을 다져왔을까. 주자들이 꼽은 ‘내 인생의 책’을 통해 이들이 꿈꾸는 가치와 정치를 읽어 본다.유신체제 지식인의 필독서, 국제정치 눈뜨다 문재인 전 대표의 ‘인생 책’은 고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다. 1974년 출판된 이 책은 유신체제 시절 지식인과 대학생들의 필독서로 꼽히던 고전적 사회계몽서다. 문 전 대표에게 현대사와 국제정치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의 책 ‘운명’에서 대학 시절 비판의식과 사회의식을 다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리영희 선생을 꼽았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책들을 읽는데 특히 김현철 서울대 교수의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저성장 시대, 기적의 생존 전략’이 인상 깊었다. 이 책은 우리보다 먼저 저성장 시대를 경험한 일본을 철저하게 분석해 다가오는 세계 경제의 침체 위기에 대처하는 전략을 담고 있다.정치 환멸 잠재워 준 신영복 교수의 에세이집 안희정 지사는 고 신영복 교수의 에세이집 ‘청구회 추억’과 토머스 머튼의 ‘사막의 지혜’를 인생의 책으로 추천했다. ‘청구회 추억’은 신 교수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기 2년 전 소풍길에서 우연히 만난 가난한 소년들과의 우정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정치에 환멸을 느껴 출판사 영업부장이 된 안 지사가 대구의 한 서점에서 우연히 읽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고, 세상을 다시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2013년에 읽은 수도사들의 잠언을 모은 책인 ‘사막의 지혜’를 통해서는 ‘분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문 전 대표가 안 지사의 ‘선의 발언’을 비판하며 “안 지사의 말 속엔 분노가 담겨 있지 않다”고 지적하자 그는 “지도자의 분노는 단어 하나만 써도 피바람을 불러온다”고 말하기도 했다.호남을 이해하고 역사관 만들어준 ‘태백산맥’ 이재명 시장이 중앙대 법대 재학 시절 가장 충격을 받은 일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고 나머지는 소설가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은 것이다. 1948년 여수반란사건 종결 시점부터 1953년 7월 휴전 협정 직후까지의 시기를 배경으로 좌우 갈등을 그린 이 소설에 대해 이 시장은 “호남 지역을 이해하게 해 준 고마운 책이고 대학 시절 다음 권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나오자마자 사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지켜본 경험이 더해져 이 시장의 역사관이 만들어졌다. 이 시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광주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한낱 개가 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면서 “광주는 나의 구원이자 스승이었고 내 사회의식의 뿌리였다. 나를 바꿔 놓았다”고 밝혔다.유럽 ‘공화주의’에 쇼크… 정치를 하는 이유 2015년 2월부터 7월까지의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험은 유승민 의원의 정치 인생의 큰 전환점이기도 했다. 원내대표가 되기 전 지인의 소개로 읽은 모라치오 비롤리의 ‘공화주의’는 그 변곡점을 함께한 책이다. 수백 년 전 유럽에서 이탈리아 사상가들이 고민하던 공화주의가 지금 대한민국의 양극화와 불공정, 불평등 문제와 닮아 있다는 점에 놀랐다. 책에서 나온 공화의 정신은 곧 대한민국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깨닫게 됐고 “이것이 바로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라고 믿게 됐다”고 말한다. 자유, 평등, 공정, 법치와 같은 소중한 가치들을 모두 담고 있는 정의가 바로 공화의 핵심이며 유 의원이 강조하는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이 밖에 보수주의 정치의 교과서와도 같은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 후배들에게 주로 추천했던 책인 조지훈 시인의 ‘지조론’, 초등학생 시절 푹 빠져 읽었던 ‘대망’ 등이 유 의원의 생각을 다듬어 왔다.‘삼국지’에서 인생의 모든 처세술을 배우다 홍준표 지사는 ‘삼국지’를 인생의 책으로 꼽았다. 인생의 모든 처세술이 삼국지에 담겨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 지사는 정치적 상황을 설명할 때에도 삼국지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 “적벽대전을 앞둔 제갈량이 주유에게 ‘만사구비 지흠동풍’(모든 조건이 구비되었고 이제 동풍만 남았다)이라고 했다. 이제 누명 벗은 무죄 판결이 동풍이 됐으면 한다”고 적기도 했다. 또 “조자룡은 장판파 전투에서 단기필마로 유비의 아들 아두를 구해 왔다”며 대규모 경선 캠프를 꾸리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대학 시절 읽었던 이병주의 ‘지리산’도 인생을 바꾸게 한 책으로 꼽았다. 지리산은 1972년 월간 ‘세대’에 연재된 소설로 해방 직후 한국의 좌우 혼란상이 극명하게 담겼다.아내가 선물한 책, 열세 번도 넘게 읽은 반려자 김관용 지사는 빅터 프랭클린의 ‘죽음의 수용소’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말했다. 아내가 선물한 이 책을 13번도 넘게 읽은 “인생의 반려자 같은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독일의 아우슈비츠수용소에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끌려간 저자의 자전적 소설로, 인간 군상을 통해 고통과 생존을 치열하게 고민한 것이 특징이다. 김 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 책에 대해 “생사의 갈림길 속에서도 치열하게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저자의 모습 자체가 인간 존엄성의 승리”라면서 “살아가며 겪는 힘겨운 문제들도 삶의 근본적인 질문에 비춰 보면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대한민국 미래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지침서 안철수 전 대표는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26명이 쓴 책인 ‘축적의 시간’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 책은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현주소에 대해 평가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로 ‘축적’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오랜 기간 실패 경험이 축적된 상황에서만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대한민국은 사회 전반적으로 축적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실패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이스라엘 학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다. 인류의 역사가 인지혁명과 농업혁명, 과학혁명 등에 따라 전환점을 맞았다는 점을 서술하며 이제는 인류가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책이다. 이번 대선의 중요한 과제로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운 안 전 대표는 이 책을 읽으며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통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키루스 대왕의 업적, 위대한 리더십을 키우다 손학규 전 대표는 크세노폰의 ‘키로파에디아: 키루스의 교육’을 통해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는 계기를 가졌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플라톤과 동문수학한 크세노폰이 쓴 이 책은 키루스 대왕의 업적을 살펴보며 어떤 교육을 받으면 그와 같은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또 어떻게 사람들을 지휘하면 대제국을 건설하는 것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를 자세히 다뤘다.사회약자를 대변하는 ‘좋은 정치’의 깊은 성찰 심상정 대표가 선택한 래리 바텔스의 ‘불평등 민주주의’는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소득 불평등과 정치의 긴밀한 관계를 실증한다. 미국 민주당 집권기에는 사회의 불평등이 줄어들고, 공화당 집권기에는 다시 불평등이 늘어난다는 결론은 곧 정치의 중요성을 일깨우게 했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과 달리 사회적 빈곤층은 민주당에 표를 주지 않았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라는 게 이 책의 분석인데 심 대표는 여기에 깊이 공감했다. 특히 진보정당을 이끄는 주역으로서 사회적 약자들을 진정으로 대변할 수 있는 ‘좋은 정치’가 무엇인지 꾸준히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을 과업으로 여기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예상보다 5년 일찍 밀려났다”

    “예상보다 5년 일찍 밀려났다”

    평균 59세까지 일하기 희망 현실은 54세에 직장서 떠나 “조기 퇴직으로 노후준비 부족”은퇴했거나 퇴직을 앞둔 50, 60대 절반 이상은 노후자금을 더 마련하지 못해 후회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후 준비가 부족한 이유는 예상보다 평균 5년 이상 은퇴가 빨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23일 발간한 ‘행복한 은퇴발전소’ 창간호를 통해 만 50~69세 은퇴자 및 은퇴 예정자 20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은퇴자 54.3%와 은퇴 예정자 52.4%는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더 저축하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한다’고 응답했다. 은퇴자들은 평균 59.3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했으나 실제 직장을 떠난 나이는 평균 54세였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5년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 건강 악화 등 비자발적인 이유로 은퇴했다는 답변이 54.7%에 달했다. 정년퇴직이나 자발적인 퇴직을 했다는 답변은 각각 25.3%와 10.1%에 그쳤다. 은퇴자 53%는 회사를 떠날 때 받은 퇴직급여가 1억원 이하라고 밝혔다. 76.5%는 일시금으로 퇴직급여를 수령했고, 연금으로 받은 사람은 15.6%에 불과했다.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한 은퇴자 중 23.5%는 대출을 갚는 데 써 버렸다. 22.1%는 자녀 교육비나 결혼자금 지원으로 소진했다. 부족한 노후 준비는 은퇴 이후 삶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졌다. 은퇴자 중 83.3%는 퇴직 전 자신을 중산층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퇴직 후에도 중산층을 유지하고 있다는 비율은 55.7%로 대폭 줄었다. 반면 자신을 빈곤층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퇴직 전 13.4%에서 퇴직 후 43.8%로 30.4% 포인트나 늘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노후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비자발적인 조기 퇴직”이라며 “퇴직급여를 중간정산한 탓에 퇴직 시 받는 금액이 적은 데다 일시금으로 받아 소진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진단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연말정산 세액공제, 밑그림 잘못됐다

    연말정산 세액공제, 밑그림 잘못됐다

    개편 후 과세자 230만명 줄어… 면세자 비중은 48%까지 급증 형평성커녕 조세구조 왜곡 불러… 다자녀 세부담 등 정책도 허술 제도 효과 점검 제대로 해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연말정산의 세액공제 전환 등 정부 조세 및 재정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보고서를 냈다. 특히 제도의 정책적 효과를 점검하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이영욱 KDI 연구위원은 22일 KDI 포커스 ‘통합적 재정시스템 관점에서 본 조세지출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정부가 근로소득 연말정산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우리나라 조세 구조가 왜곡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3년 과세 형평성을 높인다며 근로소득세 연말정산의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등 공제 체계를 소득금액을 낮춰 주는 소득공제에서 내야 할 세금을 깎아 주는 세액공제로 바꿨다. 이 연구위원은 이를 통해 과세 형평성이 개선되기보다는 근로소득세의 면세자 규모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전체 과세자(세금을 내는 사람) 수는 2005년 609만명에서 2013년 1105만명까지 늘어나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지만 2013년 세제개편으로 2014년에 866만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따라 2013년에 32.4%이던 면세자(낮은 소득 등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 비중이 2014년 48.1%로 급격히 뛰었다. 이 연구위원은 “조세정책의 기본방향인 과세 기반 확보와 어긋나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이 이루어진 점은 전체 조세 구조의 왜곡을 발생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다자녀 및 어린 자녀 가구의 세금 부담이 오르는 등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반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며 정책의 허점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환급형 세액공제제도인 근로장려세제(EITC) 운용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EITC 수급 요건을 만족하는 빈곤가구 중 돈을 받는 비율이 31%에 그치는 등 재정지출이 실제 빈곤가구로 향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2008년 도입 이후 제도의 효과에 대한 점검 없이 줄곧 확대만 돼 오다 보니 수혜 대상의 적정성, 정책의 성과 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방송 중 망신 당한 이유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방송 중 망신 당한 이유

    민생현장을 둘러보던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망신을 당했다. 민망한 장면은 TV로 생방송돼 전국으로 송출됐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최근 베네수엘라 미란다주에 있는 국립유전의학센터를 방문했다. 장애인을 지원하는 국가프로젝트 9주년을 맞아 정부가 기획한 행사다. 마두로 대통령은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시설을 둘러보며 센터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직접 만났다. 돌발(?) 상황은 마두로 대통령이 한 젊은 여성환자와 마주치면서 발생했다. 생중계된 당시의 상황을 보면 여성환자는 "지금 이 순간을 이용해서…"라고 말한다. 무언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는 말로 들린다. 그런 그에게 마두로 대통령은 "물론이죠"라고 하면서도 "지금 생방송으로 나가고 있습니다"라고 경고(?)한다. 무언가 심상치않은 말이 나올 것으로 짐작한 듯하다. 여성환자는 "4년째 이런 시설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고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당장 해결해야죠. 담당자 어디 있나?"라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그런 마두로 대통령에게 뼈아픈 말이 이어진다. 여성환자는 "4자녀를 두고 있는 미혼모인데요. 경제적으로 어려운데…자식들이 영양실조에 걸렸어요"라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순간 얼굴색이 변하면서도 영양실조가 진짜 있는 줄 몰랐다는 듯 "정말이요? 그런 문제도 모두 해결해야죠"라면서 황급히 화제를 바꾼다. 방송이 나가자 야권에선 "국난급 경제위기와 식량난, 이젠 더 이상 숨길 수 없다" "현실을 감추는 데만 급급한 정부, 이래도 거짓말만 늘어놓겠는가"라는 등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로 경제위기와 이로 인한 식품-의약품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지만 마두로 정부는 "빈곤이 줄고 있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부의 주장과 거리가 멀다. 현지 일간 엘나시오날이 최근 보도한 생활비조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선 5인 가구가 1달간 먹을 기본식품을 사려면 18개월치 최저임금이 필요하다. 이렇다 보니 영양실조에 걸리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베네수엘라 중앙대학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영양실조에 걸리는 취학 전 아동이 38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3% 늘어난 수치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이누이트족 교사 ‘국제교사상’ 수상…2만분의 1 경쟁률

    이누이트족 교사 ‘국제교사상’ 수상…2만분의 1 경쟁률

    캐나다 출신의 교사가 교육계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국제교사상'(Global Teacher Prize)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19일(이하 현지시간) 가디언 등 서구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교사상 시상식에서 매기 맥도넬이 학생들과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낸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매기 맥도넬은 179개국에서 추천 또는 선발된 2만 명의 교사 중 추려진 후보 10명를 놓고 다시 꼼꼼히 심사한 결과, 최종 수상자가 됐다. 그는 100만 달러(약 11억 2870만원)의 상금도 함께 받게 된다. 국제 교사상은 3년 전 두바이의 비영리법인인 바키재단이 우수 교사를 격려하기 위해서 만들어졌고, 지난해에는 비폭력과 평화 교육에 헌신한 팔레스타인 교사가 수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매기 맥도넬은 캐나다 퀘벡주의 극지방 살루이트 마을에서 6년 동안 이누이트족을 가르쳐왔다. 이 마을은 인구는 1000여 명에 불과한 시골 마을이지만, 자살률과 빈곤율, 성범죄율이 대단히 높게 나타나는 등 사회문제 역시 심각했다. 이 곳에 부임해온 교사들은 대부분 이러한 가혹한 조건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떠날 수밖에 없었다. 맥도넬은 "이 기간 동안 스스로 목격한 학생들의 사례만 해도 10건이 된다"면서 "아침에 교실의 빈 책상 주변에 감돌던 그 적막함과 슬픔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맥도넬은 미혼모 학생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만들고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자살 방지 교육을 시행했다. 그뒤 학생들의 학교 입학율이 5배 늘었고, 폭력과 약물 남용도 눈에 띄게 줄었다. 그는 "세계가 이들의 현실에 관심을 가져줬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맙다"면서 "상금은 지역 사회의 교육 사업을 위해서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설] 맹탕·재탕식 대선토론 확 바꿔라

    조기 대선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어느 정당 할 것 없이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작업에 눈코 뜰 새 없다. 선거일은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정당의 후보는 20여명 가까이 난립하고 있다. 우선 눈길을 끌고 보려는 지르기식의 선심 공약과 달콤한 구호들이 쏟아진다. 가뜩이나 빠듯한 시간에 대선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 공약 등을 제대로 검증할 수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압도적인 지지를 얻는 더불어민주당은 어제까지 5차 대선후보 합동 TV토론회를 열었다. 시중에는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말이 떠돈다. 당과 후보들의 지지 여론이 그만큼 높다. 그런데도 유권자들은 토론에서 후보들의 국정 운영 철학과 정책 비전을 저울질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쉽지 않다. 원론적 질문에 돌아가면서 모범답안을 읽는 듯한 토론쇼라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어제 토론회는 좀 나았다는 평가를 얻긴 했다. 후보들 간 격론, 방청객의 돌발 질문에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토론이 유의미하려면 그렇게 온도가 바짝 끌어 올려져야 한다. 다른 정당들도 일제히 후보 확정을 위한 공개토론에 들어갔다. 그제 예비경선 후보자를 6명으로 압축한 자유한국당, 바른정당도 어제부터 토론회를 시작했다. 후보 토론회는 요식 절차가 아니라 실질적 검증 장치가 돼야 한다. 사드 배치와 북한 핵, 일자리 해법, 개헌, 사회 양극화 등 당장 풀어야 할 국가 난제들이 쌓여 있다. 누가 얼마나 더 열린 사고로 국민을 설득하고 통합해 나아갈 수 있을지 최선의 카드를 찾아야 한다. 민주당은 모두 10회의 토론회를 거쳐 후보를 확정한다. 남은 토론은 최대한 생산적으로 후보의 자질을 살펴볼 수 있는 검증의 마당이 되게 해야 한다. 백화점식으로 주제를 늘어놓는 TV토론은 ‘재방송’이라는 혹평을 벗어날 수 없다. 몇몇 중요 현안을 주제로 압축해서 이런저런 제약 없는 심층토론을 벌이는 자리가 필요하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 번갯불에 콩 볶듯 치르는 대선에서 리허설을 거친 듯한 맹탕 토크쇼는 그야말로 전파 낭비일 뿐이다. 한 뼘이라도 더 나은 자질의 대통령을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눈으로 뽑아야 한다. 빈곤한 철학, 절대적 역량 부족으로 눈먼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국가 지도자를 다시는 우리 손으로 뽑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자세를 똑바로 잡고 눈을 크게 떠야 하는 까닭은 분명하다. 더러 실수를 하더라도 국정을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는 철학과 소통의 리더십을 누가 더 가졌는지 훑고 또 훑어 봐야 한다.
  • [현장 행정] 60·70대 신입사원 풍년… 어르신이 행복한 은평

    [현장 행정] 60·70대 신입사원 풍년… 어르신이 행복한 은평

    어르신사회활동지원사업 발대 10개 기관 68팀 2805명 모집 다문화 멘토·택배 등 업무 맡아 “저는 갈현노인복지관 소속 7학년 9반 유해희입니다. (함성·박수) 아동급식 도우미인데, 아프고 불편한 할머니가 아니라 나이 들어서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니 너~무 좋습니다. 일하는 여러분이 바로 젊은이입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40%에 이르러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랍니다. 은평이 실버세대 지속가능한 일자리의 돌파구를 찾도록 노력하겠습니다”(김우영 서울 은평구청장) 지난 14일 서울 은평구의 어르신 650여명이 한자리에 모인 은평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은 축제처럼 들썩들썩했다.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대한노인회은평구지회, 역촌·갈현·응암·불광노인복지관, 은평시니어클럽 등 10곳 소속단체별로 나눠 앉은 어르신들 얼굴은 생기로 반짝였다. 이날 행사는 2017년 어르신사회활동지원사업 발대식. 65세 이상 실버세대에 맞춤형 사회활동을 제공해 소득 창출은 물론 사회기여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출발선이었다. 김 구청장은 “올해 2805명을 모집해 10개 기관, 68개 활동팀으로 나눠 총 50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덧붙였다. 사업은 공익활동형·시장형·인력파견형 등으로 구분해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 또는 60세 이상이 신청할 수 있다. 김 구청장은 “나이 들었다고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으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했다. 공익활동형은 지하철안전지킴이, 다문화가정멘토링, 아동보육급식도우미, 북한산둘레길 안내, 수생태해설사 등 36종류나 된다. 시장형은 꽈배기나라·행복담은 쿠키 제작소 같은 제빵·제과업소, 우당탕탕 어르신목공방, 실버벨 아파트택배처럼 수익창출에 가담한다. 인력파견형은 경륜은행 형식으로 지역에서 일손이 필요한 가정·기업에 채용된다. 2004년 참여인원 150명, 예산 2억 3000만원으로 시작된 어르신 일자리 사업은 지난해 2511명, 49억 7000만원으로 불어났다. 사업참여 연인원만 2만 57명에 이른다. 김 구청장은 사회적경제와 지속가능한 실버·청년 일자리에 관심이 지대하다. 그는 “은평의 어르신 비율은 13.4%로 다른 구보다 높은 편이라 1회성이 아닌 어르신 일자리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4년 12월 응암2동 백련산 힐스테이트 아파트에 문 연 택배물류점은 서울시 최초의 시니어 택배사업 모델이다. 앞서 2012년 7월 오픈한 은평시니어클럽은 어르신 바둑학원, 실버카페, 수제쿠키 제조판매 등 어르신들의 지속가능한 일자리 센터로 자리잡았다. 은평의 어르신 일자리 사업은 보건복지부 주관 전국노인일자리사업 종합평가에서 2012~2015년 4년 연속 우수기관에 선정되며 안팎에서 주목받고 잇다. 지난해 정년퇴직한 장영호(61·바둑학원) 어르신은 “아이들을 소소히 가르치며 경제적으로도 보탬이 되니 ‘내가 여전히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이 든다”고 했다. 김 구청장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어르신과 사회가 상생하는 정책을 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단독] 술 끊어 삶 찾았다… ‘자살아파트’가 사랑 공동체로

    [단독] 술 끊어 삶 찾았다… ‘자살아파트’가 사랑 공동체로

    “술에 기대서 살 때는 동네 사람들이 ‘무서운 할아버지’라고 했습니다. 집, 슈퍼마켓, 놀이터 등 장소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술을 먹고 고성을 지르거나 싸웠으니까요. 그런데 상담과 치료를 받고 봉사를 시작하니 피하기만 하던 사람들이 먼저 와서 인사를 건네요. 다시 내 삶을 찾은 기분입니다.”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영구임대아파트에서 만난 조현수(65)씨는 자신과 같이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난 주민들과 대형 목재 화분을 만들고 있었다. ‘사랑회’란 이름의 이 봉사단체는 ‘자살아파트’라 불리던 이곳을 ‘사랑아파트’로 바꾸는 역할을 했다. 늘 주민들을 괴롭히던 알코올 중독자들이 모여 아파트 곳곳의 조경을 다듬고 놀이터를 고치고 안내 팻말을 만드는 등 봉사를 하면서 공동체는 자연스레 복원됐다. 이날은 1시간 만에 목재 화분 3개가 완성됐다. 조씨는 “아파트 입구 화단에 놓아둘 예정인데 꽃피는 봄이 되면 주민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가 술을 끊는 노력을 시작한 건 5년 전인 2012년이다. 그해 7월부터 불과 4개월 동안 이 아파트에서 9명이 자살했다. 이런 비극이 빈곤과 가정 불화로 인한 알코올중독 및 우울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서울시 등은 알코올 의존도가 높은 입주민에게 상담과 교육을 펼쳤다. 김남훈 마포구 정신건강증진센터 복지사는 “상담 초기에는 사회복지사나 상담사가 집 안에 발을 들여놓기는커녕 욕만 먹고 문전 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며 “대부분이 자신의 알코올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지속적인 관심에 술독에 빠져 살던 주민들이 밖으로 나왔다. 현재 16명의 회원 중 5명은 완전히 술을 끊었고, 11명은 음주량과 횟수를 줄였다.이들 가운데 조씨를 포함한 8명은 2015년부터 봉사를 시작했다. 단지에 버려진 폐자재를 이용해 곳곳에 휠체어 진입로를 제작한 게 첫 작품이었다. 이후 아파트 안내 팻말과 유치원 텃밭의 펜스를 세웠고, 단지 앞에 간이 탁자 등도 만들었다. 지난해 9월부터 알코올 치료를 받고 있는 이재의(68)씨는 6개월째 금주 중이다. 그는 간암 수술 뒤에도 매일 술을 마실 정도로 알코올의존증이 심했다. “눈 떠 보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고, 길거리에 널부러져 있던 일도 많았습니다. 모임에 나오면서 쓸모 있는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고, 이제는 술을 끊고 동네를 위해 일하는 데 시간을 씁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서울시 정신건강증진센터는 팀을 구성해 심리치료를 한다. 김순덕 상담가는 “가정 불화나 경제 문제 등으로 술에 의지하기 시작하면 의지만으로 벗어나기 어려운데 집 밖에도 못 나오던 사람들이 스스로 봉사활동까지 하니 대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주민 김모(56·여)씨는 “이제 동네가 술 때문에 시끄럽지 않다. 오히려 아파트 이곳저곳을 꾸며준 덕분에 분위기도 밝아졌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고위험 음주율은 13.3%에 이른다. 고위험 음주란 1회 평균 7잔(여성 5잔) 이상씩 주 2회 이상 술을 마시는 상태로 일반 음주자에 비해 건강, 범죄, 가정, 경제,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범죄자 가운데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2010년 17.0%에서 2015년 26.4%로 증가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금리 역습에 대비하라] 1억 넘게 빚내 집 산게 화근… 버는 족족 갚고도 ‘마이너스 인생’

    [금리 역습에 대비하라] 1억 넘게 빚내 집 산게 화근… 버는 족족 갚고도 ‘마이너스 인생’

    자영업자인 나대출(38)씨는 늘 마이너스 인생이다. 최소한의 생활비를 빼고 버는 족족 빚을 갚는 데도 매달 49만원이 적자다. 모자란 생활비는 ‘마통’(마이너스 통장) 몫이다. 나씨는 1억 7570만원의 빚이 있다. 열심히 벌면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믿었지만 도통 줄지 않는다. 예금부터 적금, 보험까지 모두 해약해 봐야 6300만원 정도. 빌린 돈의 3분의1도 못 갚는다. 악몽 같은 빚투성이 인생의 출발점은 아파트였다. 오를 거란 기대감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수도권 아파트를 산 게 화근이었다. 지난밤 미국 금리가 0.25% 포인트 올랐단다. 더 오를 거란 뉴스가 쏟아진다. 금리가 오르면 연간 이자만 몇 백만원을 더 내야 한다. 더는 버티기 어려울 듯하다.●“금리 오르면 이자만 수백만원 더 내야” 나대출씨는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산출한 181만 한계가구 가장(家長)의 평균값이다. 미국 금리 인상은 나씨처럼 이자 상환이 벅찬 국내 한계가구에는 ‘직격탄’이다. 한계가구란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DSR)이 40%를 넘고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은 마이너스 가구를 뜻한다. 지난해 기준 181만 5000가구다. 1년 전보다 24만 가구 늘었다. 통계 속 착시를 감안하면 실제 한계가구 수는 이미 200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조사는 지난해 3월 말 이뤄진 것이어서 ‘2016년 통계’라고 하지만 실제 4~12월에 늘어난 한계가구는 포함돼 있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빚은 1344조 3000억원이다. 작년 한 해에만 141조 2000억원 늘었다. 사상 최대 증가세다. 경제분석기관들은 “내년 통계 내기가 두렵다”고까지 말한다. 지난해 한계가구를 연령별로 보면 가구주가 60대 이상 고령층(18.1%)이거나 30대 청년층(18.0%)인 경우가 많다. 특히 30대 비중은 전년 14.2%에서 3.8% 포인트나 급증했다. 40대 비중은 16.2%, 50대 비중은 15.5%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나 무직인 경우가 ‘월급쟁이’보다 한계가구가 될 확률이 높았다. 분포 비중은 무직·무급·특수고용가구(22.7%), 종업원을 둔 고용주 가구(22.4%), 종업원이 없는 자영자가구(18.2%) 순서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한계가구 비중(18.9%)이 비수도권(14.6%)보다 높았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 및 주택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득별로는 당연히 ‘없는 집’ 비중이 높았다. 가장 빈곤층인 소득 1분위의 한계가구 비중이 23.8%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가난한 2분위가 17.1%를 차지했다.●“한계가구 다양… 맞춤형 대책 필요” 우리나라 한계가구의 특징은 ‘하우스푸어형’이 많다는 점이다. 대출 유형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 가구가 22.7%로 주택담보대출이 없는 가구(13.4%)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자가(自家) 거주자의 한계가구 비중도 19.0%로 전세(12.2%)나 월세(13.7%) 가구보다 높다. 또 원리금(원금+이자)을 동시에 갚는 가구(19%)가 이자만 갚는 가구(4.6%)보다 한계가구 비중이 높았다. 빚내서 무리하게 집을 산 뒤 원리금을 갚느라 허덕대다가 한계가구로 전락한다는 얘기다. 한계가구가 짊어진 빚의 무게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무겁다. 돈을 한 푼도 안 쓴다고 해도 DSR이 100%를 넘으면 ‘빚이 빚을 갚는 인생’이 된다. 국회의장실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벌인 결과, 금리가 1% 포인트 오를 때마다 4만 가구 이상이 새로 한계가구에 편입됐다. 시장금리가 3% 포인트 오르고 소득이 10% 감소하는 악조건을 대입하자 한계가구 수는 33만 2000가구나 급증했다. 이준협 국회의장 정책비서관은 “이미 한계가구의 32.8%가 약속한 기한 내 대출금 상환이 불가능하거나 아예 상환이 불가능한 상태”라면서 “같은 한계가구라도 자영업자, 청년층, 고령층, 하우스푸어 등 형태가 다양한 만큼 각각의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대선이슈 집중분석] 文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劉 ‘최저 月 80만원’… 재원·형평성 논란

    [대선이슈 집중분석] 文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劉 ‘최저 月 80만원’… 재원·형평성 논란

    공적연금은 한 나라의 복지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다. 유럽의 대다수 복지 선진국들은 노후에 받을 공적연금액이 은퇴 전 평균 소득의 절반을 웃돌며, 절반에 못 미치는 독일, 덴마크 등도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있다. 국민의 노후가 불안하면 국가의 지속 가능성 또한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2015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이 61.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부동의 1위인 우리나라는 어떨까. 노인 10명 중 6명이 가난한 한국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고작 40%다. 젊었을 적 매달 200만원을 벌었다면, 은퇴 후에는 연금액 80만원으로 남은 생을 살아야 한다. 국민연금이 노후의 안전판 구실을 못하는 것이다. 대선 주자들은 아직 국민연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지만, 곧 정치권이 무시하지 못할 화두가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선 경선 합동토론회 등을 통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상 의지를 밝혔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이 약속한 대로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공약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말하는 소득대체율은 ‘명목 소득대체율’로, 연금에 40년간 가입한 사람이 노후에 받을 수 있는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의 수준을 말한다. 현재 한국인의 평균 연금 가입 햇수는 15년 정도로 2050년이 돼야 평균 23년이 된다.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끌어올려도 가입 기간이 40년에 못 미치는 사람들은 은퇴 전 벌었던 소득의 절반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받을 순 없다. 다만 명목소득대체율을 이렇게 올리면 노후에 지금보다는 4% 포인트 정도 오른 연금액을 받을 수 있다. 2년 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논쟁이 벌어졌을 당시 일부에선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란 부정적 여론을 쏟아냈지만, 실제 퇴직자가 움켜쥘 연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 낮은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정부나 정치권은 소극적이었다. 국민이 일종의 세금으로 여기는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2015년 야당은 국민연금 대체율을 50%로 올리자고 주창하면서 보험료는 1%만 인상하면 된다고 했고, 보건복지부는 이렇게 하려면 보험료율을 지금보다 두 배는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미래 국민연금 재정운용 방식을 각각 다르게 가정해 내놓은 수치였다. 문 전 대표 측은 소득대체율을 올리면서 기금 고갈 시점도 2060년 이후로 연장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2018년 국민연금 4차 재정계산에서 논의가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소득대체율 인상에 따른 적정 보험료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보험료율 인상폭을 재정계산과 사회적 합의에 맡기더라도, 이렇게 소득대체율을 올렸을 때 미래 세대 부담은 괜찮은지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 부담에 대한 장기적 대책 없인 세대 간 ‘세금 폭탄돌리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최저연금액을 단계적으로 월 80만원까지 올려 소득재분배 효과를 높이겠다는 연금 관련 공약을 내놨다. 10년 이상 꾸준히 연금 보험료를 낸 국민에게 ‘국민연금 최저연금액’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국민연금 부과 대상 소득 상한선을 단계적으로 올려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보험료 상한액은 월 소득 434만원으로, 한 달에 600만원을 벌어도 434만원을 번 것으로 간주해 보험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다만 최저연금액을 80만원까지 올리면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고소득층이 보험료를 너무 많이 내면 나중에 연금도 많이 가져가 연금 소득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물론 고소득층의 보험료 상한액을 올리되 나중에 받아갈 연금액을 제한하는 방법도 있으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민연금 출산크레디트를 첫째 아이부터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출산크레디트는 자녀 수에 따라 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로, 현재는 둘째 자녀부터 적용하고 있다. 이를 첫째 아이부터 적용하면 저출산 문제에도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지만 역시 재정적 부담이 따른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무대 오르면 고통의 산 넘는 심정…이해 어려웠던 ‘나’를 알게 됐어요”

    “무대 오르면 고통의 산 넘는 심정…이해 어려웠던 ‘나’를 알게 됐어요”

    국내 최장 공연인 7시간짜리 연극이 무대에 올랐다.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나진환 연출이 이끄는 극단 피악이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시리즈를 주제로 ‘악령’, ‘죄와 벌’에 이어 3번째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에서 최다 금액(1억 4000만원)을 지원받은 이 작품은 방대한 원작을 1, 2부로 나눠 각각 3시간 30분씩 공연한다. ●3m 높이 구조물서 25분 독백 장면 압권 이번 작품에서 특히 주목할 배우는 총 공연시간 7시간 중 5시간 이상 무대에서 격정적 연기를 토해내는 정동환(68)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욕망의 시대를 대표하는 인간 군상의 다양한 민낯을 연기한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만난 그는 2부 공연을 마친 직후라 다소 지쳐 보였지만 작품에 대한 열정만큼은 뜨거웠다. 1969년 연극 ‘낯선 사나이’로 무대에 데뷔한 이후 50년 가까이 연기를 해 온 베테랑에게도 이번 작품은 큰 도전이었을 터. 그의 마음을 붙든 건 고전 작품이 지닌 특유의 힘이었다. “나 연출이 제게 이 작품을 처음 제안했을 때 10시간이든 20시간이든 상관없이 해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요즘처럼 물질문명에 젖어서 인간을 가볍게 여기는 인간성 상실의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풍요 속 빈곤’이라고 배불리 먹고 사는 것만 생각하면 동물과 다를 게 없죠. 연극이든 다른 매체든 보는 이들을 일깨우고 생각하게끔 해야 합니다. 특히 고전 작품에서 그런 자기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봐요.” 1인 4역을 맡은 그는 작품 속 화자인 도스토옙스키, 성직자 조시마 장로, 예수를 심문하는 대심문관, 악마를 상징하는 식객까지 성격이 서로 다른 인물을 자유자재로 연기한다. 나 연출은 선과 악, 지성과 무지 등 인간 내면의 다층적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 일부러 배우 한 명에게 4개 배역을 맡겼다. 특히 1부에서 대심문관이 3m짜리 구조물 위에 올라선 채 25분 동안 홀로 독백을 이어가는 장면은 단연 압권으로 꼽힌다. “그 위에 올라서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당이 안 돼요. 어떨 땐 대사 첫 자부터 생각이 안 나요. 앞으로 수만 자를 말해야 하는데 말이죠. 사람마다 심약한 면이 있겠지만 저에겐 고소공포증이 있어요. 관객이 앞에 있다는 정신적 위압감 속에서 20분 이상을 그 위에서 견뎌내는 게 쉽지는 않죠. 그저 하루하루 기도하고 올라서서 다시 기도하고 내려옵니다. 그 자리에서 극복하지 못하면 도망가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어요? 매번 고통의 산을 넘는 심정이죠.”●“인간성 상실의 시대, 성찰 기회 됐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개 배역을 동시에 연기한 그는 다른 어떤 배우보다 이 작품의 주제인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한발 더 가까이 가닿아 있을 듯했다. “도스토옙스키가 이 작품에서 강조한 ‘만민은 만민에 대한 죄인’이라는 주제로부터 깨달은 바가 많아요. 날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는 내 안의 또 다른 나, 내가 옳다고 자신할 수 없는 나, 천사와 악마의 싸움터로서의 나처럼 ‘나’라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덩어리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저에겐 참 고마운 작품이죠.” 다음에도 이번 작품처럼 ‘도전작’을 선택할 의향이 있는지 궁금했다. “당연히 하죠. 그건 시간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대심문관만 보더라도 사실 혼자서 20분 넘게 대사를 하는 장면은 연극에서도 흔하지 않잖아요. 관객들이 그런 특별한 현장에서 연극의 역사감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어떤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휴가까지 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 앞으로도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연 1부는 18일, 2부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3만~6만원. (02)765-1776.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진짜로’ 목숨 걸고 출퇴근하는 방글라데시 사람들

    ‘진짜로’ 목숨 걸고 출퇴근하는 방글라데시 사람들

    세계 어느 나라의 직장인들이건 출퇴근 시간의 혼잡은 심각함 그 자체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의 출퇴근길 사진들을 보면 잠시 불평을 접어둘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썬은 사람들로 초만원을 이룬 열차에서 빈 공간을 찾기 위해 열차 위로 기어 오르다시피 하는 방글라데시 통근자들의 일상을 공개했다. 열차 내부에는 더 이상 수용 가능한 좌석이 없어서 약 2000명의 사람들이 열차 꼭대기로 기어 오른다. 특히나 바쁜 시간에는 열차 양 옆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리기도 한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열차들은 산처럼 쌓인 사람들로 인해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 다다라서 27마일(43.5km)의 속도로 천천히 나아갈 정도다. 항구도시 콜카타를 연결하는 기차에선 요금을 낼 수 없는 빈곤층들이 일을 하러 가기 위해 기차 위에 위험천만하게 몸을 싣는데 이때 목숨을 잃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출근하는 셈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유수프 터셔는 "놀라운 광경"이라며 "열차안에서 자리를 차지하는데 실패한 사람들은 결국 열차 맨 위로 올라가거나 열차 앞, 측면에 매달린다. 그래야 그들이 직장이나 집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더썬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포용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포용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숨을 죽이면서 지켜보던 탄핵 인용의 순간이 지나갔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말이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귀에 들리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렵게 성취해 온 민주주의가 죽지 않고 아직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제도와 절차를 왜곡하고 무너뜨리려 했던 비열한 시도들을 견디면서 재판을 이끌어 온 헌법재판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탄핵 직후부터 이제는 갈라진 국론과 갈등하는 세력 간에 화해하고 통합해야 한다는 담론이 커다란 물결을 이루고 있다.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누가 누구와 화해하고 통합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찬탄’과 ‘반탄’ 간의 화해가 답으로 제시된다. 이건 정답으로 보이지만, 허구적 화해에 지나지 않는다. 찬탄 80%와 반탄 20%의 갈라짐은 국론 분열이 아니라, 대다수 시민들이 국정 농단과 정치 권력의 적폐에 분노했다고 보는 게 옳다. 반탄 20%는 소수 의견으로서 존중돼야 마땅하다. 그러면 “쿠데타가 답이다”, “계엄령을 선포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 군복과 선글라스를 쓴 박정희, 차지철의 마루타 같은 사람들, 성조기를 들고 미국이 우리 사회를 정화하고 다시 도와줘야 한다는 의견도 존중돼야 할까. 이들도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한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합리적 공론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반탄 20% 사람들의 의견이 극단적인 태극기 부대로 대표될 수도 없고, 사실과도 다르다고 생각한다. 포용하고 화해해야 할 사람들은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따로 있다. 두 번째로 광화문에 나온 시민, 시청에 나온 시민들이 마치 국론 분열의 상징이라고, 그래서 정치권과 대선 후보들이 이들을 화해시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오히려 분열과 화해의 담론이 위험하고 특정한 권력이해를 감추는 담론이 아닐까.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해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마치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것처럼 주장하거나 그런 주장을 ‘사실’처럼 보도하는 일이야말로 사회적 당면 과제를 회피하는 행위에 해당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국정 농단과 비선 권력을 휘두르고 방조한 이들의 적폐를 정확하고 치밀하게 밝히고 청산하는 일이다. 셋째, 통합하고 포용해야 할 한국 사회 구성원은 따로 있다. 사회에서 배제되고, 경제 양극화에 의해 배제되고, 스스로 배제된 사람들. 이들 대다수가 최저생계비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고, 어떤 선거에서도 투표장에 가지 않고,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이 없다. 이들이 누구인가 얼마나 많은가를 추정하기 어렵지만 추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선이 두 달 남았으니 투표율을 통해 추정해 보자. 14대 대선(1992년) 81.9%, 15대 대선(1997년) 80.9%, 16대 대선(2002년) 70.8%, 17대 대선 (2007년) 63.0%, 18대 대선(2012년) 75.8%의 투표율을 보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17대 대선에서 약 3700만명의 유권자 중 2300만명이 투표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18대에서는 4000만명 중 3000만명이 선거에 참여했다. 여기에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 1400만명, 혹은 1000만명은 누구일까. 단순히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 시민의식이 부족한 사람들로 치부하면 될까. 이들을 빈곤층 통계와 겹쳐 보면 65세 이상 노인의 약 60%, 1인가구 47.6%(보건사회연구원, 2015 빈곤통계연보), 그리고 비정규직의 상당수가 빈곤선 미만의 소득으로 생존하고 있다.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500만~800만명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중에는 태극기를 든 노인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최소한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어렵고, 무기력으로 사회의 모든 것들로부터 배제되고, 사회의 경계 바깥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탄핵이 되든 말든, 대통령이 누가 되든 이들에게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이들을 대변할 정당도 없고, 노동조합도 없고, 시민운동도 없다. 화해와 통합이 급한 게 아니라 이들을 사회 안으로 포용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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