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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로맨스 판타지/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시론] 로맨스 판타지/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작가 황석영은 지난달 23일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강당에서 ‘출판계에 만연한 사재기 행태 근절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사재기 관련법의 개정과 검찰 수사 등을 촉구했다. 작가는 출판사가 자사의 책을 구입해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사재기’는 주가 조작과 같은 범죄이자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공공도서관 1년 도서구입비가 미국 하버드대학 1년 도서구입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까지 적시한 작가는 “출판사들의 ‘서점을 통한 도서 기증 행태’와 ‘정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할인 판매’, ‘다른 도서 끼워 팔기’와 ‘과도한 경품 증정’ 행위 등도 공개적인 사재기의 일종”이라고 규정했다.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제)의 선(先)인세가 국내 최고액인 16억원을 넘었을 것으로 예측하는 기사가 터져 나왔다. 자신의 책을 펴내는 외국 출판사마저 직접 간택한다는 하루키가 꼭 최고액을 쓴 출판사를 낙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고액의 선인세 기록을 경신했다는 사실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유사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건에 공통점은 없을까? 있다. 우리 책 시장에서 팔리는 책과 팔리지 않는 책의 양극화가 극심하다 보니 출판사들이 팔리는 책 만들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모습을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우리 출판시장은 기본 10만부를 넘긴다는, 한 손가락으로 꼽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왔다. 2011년 1월 작가 박완서가 타계한 이후에는 신경숙, 공지영, 황석영, 김훈 등 ‘빅4’에 모든 것을 거는 행태를 보여 왔지만 이들마저 최근에는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7년의 밤’의 정유정이나 ‘두근두근 내 인생’의 김애란 등 차세대를 이끌 주자가 없는 것이 아니지만 이들에게는 평단의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올해 초 한국문학을 주도하는 문학계간지들이 ‘소수의 문학’이나 ‘사상으로서의 문학’이라는 새로운 기치를 들고 나온 것은 의외였다. 이들의 이런 태도는 자신들이 상업주의 문학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애써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이나 ‘사재기’나 ‘선인세’ 파동에서 보듯 한국문학 전체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문학의 영역을 축소시켜 유폐생활을 즐기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뿐이다. 한국 사회는 지난 15년 동안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카드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커다란 위기를 5년 주기로 겪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위기가 찾아와 위기 극복에 힘만 쏟다가 주저앉곤 했다. 신자유주의가 승자독식사회 체제를 강화해 나가는 사이에 대중의 심성은 ‘열정’에서 ‘냉정’으로, 다시 ‘냉소’로, 급기야 최근에는 ‘멘붕’의 정서로 급격하게 빠져들었다. 그러나 우리 문학시장의 기획자들은 정신마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개인이 어떤 이야기에서 위안을 받을까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그저 팔리는 작가나 작품에만 붙어서 목숨 줄이나마 이어가 보려는 얄팍한 행태를 보여줬다. 한편 정보기술(IT) 혁명은 ‘고용 없는 성장’을 낳고 있다. 일상에서 한순간도 빠져나오기 어려운 구글이나 네이버,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과연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는가를 살펴보라. 이들 신기술은 저작권마저 무용지물로 만들며 지식노동자들을 처절하게 빈곤층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세계 시민은 이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로맨스 판타지’에 깊게 빠져들고 있다. 현실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주부들이 누구나 시간만 투자하면 실력과 점수 앞에 평등한 카카오톡의 각종 게임 같은 가상현실에 중독되어 가는 것처럼. 이들이 ‘늑대소년’이나 ‘7번방의 선물’ 같은 로맨스 판타지 영화에 웃고 울었다. 드라마 또한 ‘로맨스 판타지’가 아니면 발을 붙이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제 문학 기획자들도 우리 문학이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부터 깊게 궁구해야 마땅할 것이다.
  • [경제 브리핑] 주택연금 사전가입 새달 시행

    다음 달부터 50세 이상 하우스푸어(내 집 가진 빈곤층)의 주택연금(정부 보증 역모기지론) 사전가입제도가 실시된다. 금융위원회는 주택연금 가입 연령 조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을 갚기 위해 주택연금 일시인출 제도를 활용하려는 사람은 50세부터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현재는 부부 모두 만 60세를 넘어야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 [커버스토리] 활발한 사교·사회 참여 ‘골드 솔로’ 중추로 떴다

    [커버스토리] 활발한 사교·사회 참여 ‘골드 솔로’ 중추로 떴다

    “대한민국 1인 가구 453만명. 이제 혼자 사는 삶은 대세가 됐다.” 매주 금요일 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방송인 노홍철의 이런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이 프로그램은 혼자 사는 남성 연예인 5명의 일상을 보여 준다. 지난 17일 8.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청자 게시판은 출연자들의 행동에 공감이 간다는 호평으로 가득하다. 음식물 쓰레기를 냄새 없이 모아 버리기 위해 냉동실에 넣어 두는 배우 김광규의 살림살이 노하우에 시청자들은 감탄을 표했다. 살림 잘하는 가수 데프콘이 결혼하라는 어머니의 구박에 시달리는 모습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시청자들도 많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혼자 사는 남자들에 대한 소재는 잘 안 나온 데다 이들의 실제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많이 공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급증하는 1인 가구는 사회와 정치, 경제를 움직이는 거대한 집단으로 떠올랐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이미 국내 전체 가구의 4분의1을 넘어섰다. 1990년 9.0%에서 지난해 25.3%로 늘었고 2035년에는 34.3%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은 저출산과 만혼(晩婚), 이혼 등을 1인 가구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1인 가구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 미국의 경우 1인 가구 비율이 17.1%(1970년)에서 26.7%(2010년)로 9.6% 포인트 느는 데 40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불과 12년 만에 16.3% 포인트가 뛰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새로운 사회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에릭 클라이넨버그 뉴욕대 교수는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라는 책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은 고독과 고립이 아닌 활발한 사교생활과 적극적인 시민사회 참여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소득 독신자들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앞으로 더 막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KB금융경영연구소는 ‘솔로 이코노미 성장과 금융산업’이라는 보고서에서 “1인 가구 증가가 오래전부터 진행돼 온 유럽 및 미국의 경우 정부 정책 및 주택·식품 시장 등이 이미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변화·발전 중이며, 국내는 싱글 및 1인 가구를 새로운 소비 주체로 인식하는 성장 초기 단계”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골드 미스, 골드 미스터로 불리는 고소득 미혼 남녀의 모습은 고학력·고소득자 등 일부의 모습일 뿐 독거 노인, 높은 이혼율 등이 1인 가구의 수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인 가구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지만, 독거 노인 같은 빈곤층 1인 가구의 증가는 이와는 별개의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커버스토리-솔로가구 시대의 자화상] 1인 전용 식당·노래방서도 당당… 인터넷 카페는 솔로들 소통의 장

    [커버스토리-솔로가구 시대의 자화상] 1인 전용 식당·노래방서도 당당… 인터넷 카페는 솔로들 소통의 장

    ‘남자 친구와 헤어진 기념. 어쩌면 솔로도 괜찮다.’, ‘혼자 먹어도 맛있기만 하다.’ 지난 23일 서울 신촌의 한 독서실형 일식집. 벽에 이런 내용의 메모지가 붙어 있다. 이 식당은 특이하게도 커플석은 6자리밖에 안 되고 1인석이 11자리다. 25평 남짓의 도서관 열람실을 연상시키는 이곳은 평일 고객의 40% 이상이 혼자 온다. 이명재(36) 사장은 2008년 4월 개업할 때부터 ‘솔로’를 겨냥했다고 한다. “개업을 준비할 당시 시장조사를 하다 보면 혼자 여러 음식점을 다녀야 할 때가 많았어요. 혼자 와도 부담이 없는 음식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같은 날 인근 홍익대 근처의 1인 전용 노래방. 오후 3시였지만 16개 방 가운데 절반이 차 있다. 이후 30분 동안 10대와 20대로 보이는 여성 손님 두 명이 더 찾아왔다. 한 손님은 혼자라는 생각 때문인지 쭈뼛쭈뼛 어색해했지만 다른 손님은 자연스럽게 두 시간을 결제했다. 노래를 부르고 나온 김민석(20)씨는 이번이 세 번째라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을 가면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지 못 할 때가 많잖아요. 하지만 혼자 오면 발라드를 부를 수 있어 좋아요. 눈치볼 필요가 없잖아요.” 과거 ‘혼자 산다’고 하면 민망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사는 공간을 공유한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나홀로족이 모인 인터넷 카페인 ‘싱글즈 라이프’는 지난해 12월 24일 만들어졌지만 현재 3100여명의 회원이 모일 정도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혼자 사는 노하우를 서로 나누기도 하고 다양한 취미 모임을 만들어 교류하고 있다. 나홀로족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이 카페 외에도 많이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나홀로족은 왜 혼자 사는 삶을 택했을까. ‘싱글즈 라이프’가 카페 회원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혼자 사는 이유로 ‘마땅한 인연을 못 만나서’라고 대답한 사람이 33.0%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혼자 사는 게 좋아서’가 22.7%를 차지했다. 혼자 살아서 좋은 점은 ‘인생의 장·단기 계획을 내맘대로 세울 수 있어서’, ‘남편이나 부인의 구속을 받지 않아서’, ‘결혼비용, 육아비용 등 돈이 들지 않아서’의 순이었다. 대학 합격 후 전남 순천에서 올라와 10년 넘게 혼자 살고 있는 직장인 김민호(32·가명)씨는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떠밀려서 할 생각도 없다. 김씨는 “아직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질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면서 “아플 때 누군가 옆에서 보살펴 주는 이가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들지만 그래서 집에 항상 상비약을 준비해 둔다”고 웃었다. 경기 평택에 살고 있는 이정숙(48·여·가명)씨는 “젊었을 때 돈이 없어 결혼을 미루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면서도 “오빠와 언니가 5명이나 있고 조카들도 많아 혼자 살아도 외롭다는 것은 못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나홀로족의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지만 우리 사회가 이를 받아들일 준비는 아직 미흡하다고 말한다. 안호용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인 가구가 빈곤층에서 급격히 증가할 경우 사회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면서 “빈곤층 1인 가구의 생활기반 부족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른 사람에 얽매이지 않고도 만족스럽게 살 수 있다는 건 솔로족들의 장점이지만 개인화 현상이 심해지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혼자만의 생활을 추구하다 보면 다른 사람과 원만히 어울리지 못하게 되고 가족과 직장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나이가 들수록 관계 형성이 어려워져 노인 고독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분석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하우스푸어 2만 2000가구 지원 본격화

    다음 달부터 금융권의 하우스푸어(내 집 가진 빈곤층) 구제 방안이 본격화된다. 은행권의 자체 프리워크아웃(사전 채무조정) 제도가 활성화되고, 하우스푸어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경매 신청과 채권 매각을 최대 6개월까지 미룰 수 있게 된다. 금융 당국은 약 2만 2000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 주재로 국내 금융지주사 회장 간담회를 열어 금융산업 현안을 논의하고, 이런 내용의 하우스푸어 지원책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은 다음 달 17일부터 자체 프리워크아웃을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프리워크아웃은 소득은 있지만 상환 부담이 커 어려움을 겪거나 연체 우려가 있는 주택담보대출자(차주)의 채무를 조정해 주는 제도다. 앞으로 은행들은 차주가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상환 능력을 고려해 조건(최장 35년 분할상환)을 바꿔 주고 연체 이자 감면, 대출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등을 지원한다. 또 연체 발생 후 경매 신청과 채권 매각을 미뤄 주는 경매유예제도 최대 6개월로 기간을 늘린다. 주택금융공사는 오는 31일부터 ‘주택담보대출채권 매각제도’를 시행한다. 대출 원리금 상환이 힘든 정상 차주가 지원을 신청하면 주택금융공사가 은행에서 선순위 주택담보대출채권을 매입해 채무를 재조정해 준다.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 1가구 1주택(주택가격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이면서 대출이 2억원 이하인 사람에 해당된다. 주택금융공사는 ‘적격전환대출’도 출시한다. 하우스푸어의 주택담보 대출을 은행이 적격대출로 전환해 준 뒤 이를 공사가 사들여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상품이다. 최소 10년부터 최대 30년까지 대출 만기를 설정해 원리금을 분할 상환할 수 있다. 캠코의 ‘부실채권 매입제도’도 이달 말부터 시행된다. 캠코는 금융권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매입해 대신 채무조정을 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선택진료제’의 허와 실

    KBS 1TV는 24일 저녁 7시 30분 ‘소비자 리포트’에서 선택진료제와 감정노동자, 영양성분표를 다룬다. 환자들을 위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선택진료제는 일반진료비에 비해 최대 2배까지 비싼 비용으로 의료 빈곤층을 사각으로 내몰고 있다. 욕설과 폭언, 심지어 폭력에도 시달리는 전국의 600만 서비스직 종사자들은 무조건적인 친절과 미소를 강요 받으면서 속앓이만 한다.
  • 예산 고민도 없이… 기초수급자 80만명 늘린다

    예산 고민도 없이… 기초수급자 80만명 늘린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한 각종 빈곤층 대상 복지사업의 기준점이 최저생계비에서 ‘중위 소득 50% 이하’라는 ‘상대적 빈곤선’으로 바뀐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방식도 현행 통합급여에서 개별급여로 개편하고 부양의무자 기준도 완화해 기초생활수급자 규모가 140만명에서 22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동 주민센터를 지역 복지 허브로 바꾸고 복지담당 지방공무원 7000명 확충 계획을 내년 3월까지 마무리하는 등 복지 전달 체계도 개편한다. 보건복지부는 2000년 제도 시행 이후 14년 만에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대폭 개편하는 방안을 14일 발표했다. 이 방안은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추가 예산 규모는 제시하지 못했고 전달 체계 개편 방안도 두루뭉술했다. 빈곤선이란 적정한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소득 수준을 말한다. 3년에 한번씩 정하는 현행 최저생계비 방식은 계측 방식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최저 ‘생존비’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현재 최저생계비는 중위 소득 40% 수준으로, 4인 가구 기준 월소득 155만원을 가리킨다. 정부가 수행하는 292개 복지사업 가운데 상당수가 최저생계비를 기준선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 빈곤선 도입은 더 많은 빈곤층을 실질적인 복지정책 대상으로 포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복지부는 중위 소득 50% 기준을 적용할 경우 빈곤정책 대상자가 현행 340만명에서 430만명으로 늘어나고 공공부조 수혜자도 중위 소득 50% 이하 빈곤층의 51%(약 222만명)에서 80%(약 340만명)로 확대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문제는 총론만 있고 각론이 없다는 점이다. “인수위원회와 협의해 결정했다”는 ‘4년간 7조원가량’이라는 상한선 말고는 아무런 추가 예산 소요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나 수급 방식 개편에 따른 추가 인력 수요, 업무 강도 강화에 대한 대비책을 묻는 질문에는 “앞으로 시나리오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해서 예산 요구안에 반영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복지 전달 체계 개편은 “서울시 서대문구라는 모범 사례가 있다”는 것 말고는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한두 푼도 아니고 수조원이 드는 국가사업을 발표하면서 예산 추계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면서 “예산에 대한 고민 없이 제도 개선 방안부터 발표했다는 것은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꼬집었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복지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일선 복지공무원들은 본연의 역할엔 손도 못 댈 정도로 각종 행정업무에 손발이 묶여 있다”면서 “정부가 계획하는 인력 확충은 제도 개편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는 ‘맞춤형 복지’니 ‘개별급여’니 하면서 대단한 개편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사실 기초생활보장 수급 체계는 지금도 기본적으로 맞춤형에 개별급여 성격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학교 옥상은 빛나는 발전소

    학교 옥상은 빛나는 발전소

    학교 옥상이 태양에너지 발전소로 변신한다. 도봉구는 대안에너지 구축단체인 사단법인 에너지나눔과평화와 손잡고 구내 학교 두 곳에 ‘도봉햇빛나눔발전소’를 설립한다고 7일 밝혔다. 민간참여형 태양광발전시설인 도봉햇빛나눔발전소는 구 예산의 투입 없이 에너지나눔과평화의 투자를 통해 설치된다. 참여 학교인 창도초등학교와 누원고등학교는 옥상을 임대해 주고, 구는 행정적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시설을 설치한 학교는 연간 임대수익 250만원과 연 예상 발전수익의 25%인 1500만원을 받아 생활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 등으로 쓸 수 있다. 규모는 창도초 100㎾급, 누원고 50㎾급 등 총 150㎾이며 이를 통해 1년에 총 17만 5200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월 평균 290를 사용하는 4인 가족 5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동진 구청장은 “유휴공간을 활용해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역의 빈곤층을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올해 10개 학교에 도봉햇빛나눔발전소를 설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정부 복지사업 중복·편중 폐해 심각

    정부 총지출에서 복지재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중복, 편중 현상 때문에 사업 집행은 비효율적이고 복지 대상자들의 체감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가 7일 발표한 ‘복지사업의 중복 및 편중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복지사업에서 중복은 주로 사업 간 칸막이 운영에 따른 조정 미흡과 집행기관 이원화로 인해 발생했다. 현행 복지급여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에게만 쏠리면서 이들의 가처분소득이 차상위계층보다도 높아지는 소득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업 설계부터 집행까지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소득계층별 급여지원 격차를 완화할 것을 제안했다.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중복으로 인한 난맥상을 잘 보여준다.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안전행정부 등 6개 부처에서 8개 사업을 시행 중이며 관련 예산만 5420억원가량이다. 보고서는 “사업별 칸막이식 설계·운영에 따라 지원서비스가 단편적으로 제공되고 각기 개별적으로 집행되어 주거환경 개선효과가 미흡하거나 대상자가 누락·중복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시장소득은 36만 7000원으로 차상위계층보다 낮다. 하지만 현물급여 등 공적이전소득을 더하면 월평균 87만 5000원으로 차상위계층 중 비수급 빈곤층(51만 8000원)보다도 36만원이 더 많아진다. 보고서는 수급자가 차상위계층보다도 소득이 더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하면 소득계층 간 형평성을 해치고 저소득 빈곤층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복지부 등 16개 부처에서 297개 복지사업을 하고 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사설] 60세 정년연장 형평성 확보 보완책 서둘러라

    ‘정년 60세 연장법’이 국회를 통과해 정년 연장의 큰 방향은 잡혔다. 인구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정년 연장은 필연적이며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청년 일자리 부족이 사회문제로 부상한 현실을 도외시할 수 없지만, 세계적인 정년 연장 추세를 보면 더 늦춰서도 안 될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번 혜택에서 제외된 연령대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각종 후속 보완책이 요구된다. 정년 연장법은 300명 이상의 사업장 등에서 2016년 1월부터 시행된다. 300명 미만 사업장에서는 그 다음 해 1월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55~58세가 정년인 사업장의 경우, 1957~1960년생(300인 미만 사업장은 61년생까지)은 이번 혜택에서 제외된 상태다. 55세 정년 사업장의 경우 1960년생은 2015년까지만 일하지만 1961년생은 5년을 더하는 셈이다. 이 같은 차별적 요소에 따른 좌절감이 크다고 한다. 50대 중장년층은 가정경제에서 중요한 때다. 자녀들의 대학 뒷바라지를 해야 하고 결혼도 시켜야 한다. 본인의 노후도 준비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형평성 문제가 부각되자 후속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 달까지 관련 부처와 논의를 거친 뒤 시행령을 만들어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안이다. 후속안에는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도 “사업장에서 유연성을 갖도록 고용부와 대안 마련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상당수가 퇴직 후 빈곤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대안 마련은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이들의 박탈감을 줄이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임금피크제의 적용과 성과급제 도입 등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정년 연장을 하면서 성과급제를 도입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사례도 있다. 또한 사업장 내에서 이들을 활용할 만한 직무도 적지 않다.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 전수 등이다. 고용에 따른 정부 지원금제도 도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는 새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 정책과 맞아떨어진다. 청년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지만, 그동안 마련해온 대책을 추진하면 큰 충돌은 피할 수 있다고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연구 결과 장년층 일자리가 1% 늘면 청년 일자리가 0.2~0.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성격이 달라 상생 관계에 가깝다는 것이다. 최근 복지선진국에서는 연금 대신 일자리로 경제를 살리는 정책 기조로 전환하는 추세다. 일자리 문제는 단순한 비용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정부는 이들 국가의 성공적 임금체계 사례를 살펴 이번 법안에서 누락된 후속 보완책을 서둘러 내놓길 바란다.
  • [23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전남 담양의 전통 쌀엿 마을. 이제는 거의 사라져가는 전통 엿을 이어가는 끈적끈적한 3대 모녀가 있다. 친정엄마를 스승으로 모시고, 전통 엿을 전수받는 최영례씨.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엿을 배운 지 어언 긴 세월이 흘렀지만 영례 씨는 아직 엄마를 따라가기엔 버겁기만 한데…. ■꼬마신랑 쿵도령(KBS2 오후 5시) 귀여운 동갑내기 향이 처제가 놀러 왔다. 금룡이는 색시보다 향이 처제랑 노는 게 더 재밌다. 매일 매일 처제랑 놀고만 싶은 금룡이. 한편, 편찮으신 장모님을 돌보느라 바쁜 처제를 위해 금룡이가 직접 처제랑 놀아주기 위해 찾아간다. 과연 처제 앞에서 금룡이는 형부의 늠름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까. ■다큐 공감(KBS1 밤 10시 55분) 대한민국의 봄이 처음으로 시작되는 제주에서부터 서울까지. 3월부터 약 2달간 전국의 봄을 기록했다. 바다 위 17만 평 청보리밭과 봄꽃의 향연 등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봄의 절경들이 펼쳐진다. 또한, 꾸밈없이 우직한 우리네 고향 부모들의 삶을 통해 푸석한 도시민들의 마음에 봄비 같은 치유를 선사한다. ■현장 21(SBS 밤 8시 55분) 만약 당신이 중증질환(암, 뇌질환, 희귀난치성 질환)에 걸린다면 어떤 진료를 받고 싶은가. 대부분 사람은 비용을 더 부담하더라도 선택 진료를 선택하면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선택 진료 탓에 의료 빈곤층이 된 이들의 현실과 대형병원의 선택진료 제도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공개한다. ■장수 가족 건강의 비밀(EBS 밤 10시 45분) 부산의 한 아파트에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89세 제갈삼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 고령의 나이에도 능숙하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에선 흘러간 세월이 무색하다. 그뿐만 아니라 할아버지는 40년 넘게 함께 활동을 해온 음악 지기들과 최장수 피아노 트리오도 이끌어 오고 있다. ■가족(OBS 밤 11시 5분) 강원도 동해 송정동에서 동네 통장 일만 30여 년째인 김귀남씨는 동네 지킴이로 유명하다. 혼자 사는 할머니들의 딸이 되어주고, 힘들게 사는 청소년들의 엄마가 되어주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하지만,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귀남씨. 자전거와 노래 한 자락만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 없다는 씩씩한 그녀의 일상을 엿본다.
  • ‘목돈 안드는 전세’ KDI도 “효과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렌트푸어’(전세 사는 빈곤층) 공약인 ‘목돈 안 드는 전세’에 대해 또다시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18일 ‘부동산시장 모니터링 1분기 보고서’에서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4·1 부동산종합대책 등에 대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목돈 안 드는 전세’가 실효성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26.3%에 불과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집 주인은 전셋값을 받는 대신 자기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그 이자를 세입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다. 6월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주인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 집이 은행에 저당잡히는 것을 싫어하는 우리나라 정서상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고 지난 11일 당정회의에서 의원들이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4·1부동산 대책 가운데 ‘공공분양주택 축소’(73.8%)가 ‘민간주택 공급 조절’(58.8%)보다 효과가 있다는 응답을 했다. 수요 정책에서는 ‘주택구입자 지원강화정책’(92.6%),‘ 생애최초 구입자 지원확대’(85.1%) 등이 ‘민간임대시장 활성화 정책’(47.6%)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공공임대주택 정책으로는 ‘공공주택 공급’(73.8%)을 효과적으로 봤다. ‘하우스푸어’(내 집 소유 빈곤층) 및 렌트푸어 대책 중에는 ‘전세자금 지원’(65%)이 꼽혔다. ‘하우스푸어 지원정책’의 정책효과를 기대한 응답은 36.3%에 불과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아픈 사람들 고통 벗어나는 다리가 되었으면…”

    “아픈 사람들 고통 벗어나는 다리가 되었으면…”

    “많이 가진 사람이 후원을 많이 하고 병원비를 낸다면 돈을 갖지 못한 사람에게 혜택으로 돌아가지요. 그게 공존 아닐까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의 어려움을 돕지 않으면 청소년·노인 문제며 이혼·자살 같은 사회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못해요.” 불교계 최초의 완화의료(호스피스) 전문병원인 ‘자재(自在)병원’(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양등리)을 천신만고 끝에 일군 정토사관자재회 이사장 능행 스님. 11일 인사동 음식점에서 만난 비구니 능행 스님은 “9월말쯤 자재병원 공식 개원에 앞서 이달 말부터 환자를 받기 시작한다“며 그간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스님의 오랜 돌봄 수행의 결실인 자재병원은 지하 1층, 지상 3층의 108병상 규모로 1층은 호스피스와 희귀난치성 불치병동, 2층은 암 등 중증환자 재활병동, 3층은 승가 요양 전문병동이 들어선다. 치유방송을 통해 심신을 정화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할 계획이다. 환자들이 적정한 수준의 병원비를 내지만 스님과 정말 형편이 어려운 빈곤층 환자들에게는 무료로 운영한다고 한다. 얼핏 봐도 예사롭지 않은 병원. 비구니의 몸으로 어떻게 그 엄청난 결실을 이뤘을까. “그러니까 16년 전, 평생 선방에서 수행하다 폐암에 걸린 비구니 스님을 천주교 호스피스 시설에서 배웅했어요. ‘출가수행자들이 편하게 삶을 마감할 수 있는 병원을 지어달라’는 호소가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어요.” 출가한 뒤 부산의료원 행려병동이며 소록도와 음성 꽃동네 등에서 20여년간 수행과 돌봄 활동으로 소문난 능행 스님이다. “많은 이들의 죽음을 목격했고 마지막을 배웅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죽음 문화가 꼭 인스턴트 식품처럼 변질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고귀함을 살려내 죽음의 질과 인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꼭 병원을 지어야 했어요.” 그 비구니 스님의 마지막 말을 늘상 새겼던 그는 결국 2년 뒤 충북 청원군 미원면에 15병상의 독립형 완화시설인 ‘정토마을’을 열고 호스피스 전문인력 양성도 시작했다. 대기환자가 늘어나면서 완화의료 전문병원을 짓기로 결심, 2002년부터 전국을 다니며 모금활동에 나섰다고 한다. 모금차 지난 10년간 차로 이동한 거리만도 15만㎞. “공사 대금을 제때 충당하지 못해 여러번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그때마다 독지가들이 힘을 보태 고비를 넘기곤 했어요. 지난해에도 제주도의 노부부가 자신들의 집을 판 돈을 보시해 고비를 넘겼습니다.” 자재병원은 매달 1만∼3만원을 내는 7000명쯤의 후원자가 절대다수. 그동안 공사비 70억원이 들었다니 30여만명이 한 푼 두 푼 보탠 셈이다. 마지막 공사를 위해 20여억원이 더 필요한 상황. 병원명인 ‘자재’엔 무슨 뜻이 담겼을까. “일종의 셀프 힐링(Self Healing)이지요. 병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본인의 의지가 중요해요. 자재병원이 사람들이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다리가 됐으면 해요. 저는 그런 다리가 돼 주는 역할을 하는 불교 소임자로 현장에 있을 뿐입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부도 직전 생명연장… 전형적 ‘에버그린 수법’

    부도 직전 생명연장… 전형적 ‘에버그린 수법’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하우스·렌트 푸어 대책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하우스푸어(내집 소유 빈곤층)에게 여러 가지 선택권을 줬다고는 하지만 근본처방전이 아닌 데다 효과도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무엇보다 정부가 사들여 주는 부실채권 규모가 작고, 리츠(부동산 전문회사) 등이 참여할 만한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채무상환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지 판별하는 기준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택금융공사가 (연체)문제도 안 생긴 주택 소유주에게 10년간 원금 상환을 미뤄주고 싼 금리로 바꿔주는 것은 정부가 부도나기 전 가계의 생명을 연장만 해주는 결과”라면서 전형적인 ‘에버그린’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빚으로 빚을 막는 ‘돌려막기’라는 얘기다. 박 교수는 “채무조정을 해줬을 때 갚을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소득과 집 요건만으로는 제대로 판단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10년 뒤 원금을 갚을 능력이 생기면 다행이지만 갑자기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게 박 교수의 우려다. 집을 팔기를 원하는 하우스푸어에게는 리츠에 ‘지분 일부 매각’ 방안을 열어줬다고는 하지만 리츠 입장에서 굳이 복잡한 공동소유 구조를 떠안은 채 상대방에게 재매입 우선권까지 줘가며 참여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 매입 방안도 딜레마 성격이 짙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밝힌 매입 규모는 1000억원에 불과해 수혜대상(최대 1500가구)이 미미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매입 규모를 확대하면 국민혈세로 ‘쓰레기채권’을 사들였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캠코와 주택금융공사가 사들이는 매입가격도 쟁점”이라면서 “자칫 곪은 환부를 도려내지 않고 그냥 덮어두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분을 리츠에 넘기고 다시 임차했는데 집값이 나중에 올라가면 가격 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전혀 안 됐다”고 지적했다. 방향 자체가 잘못 설정됐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 전반의 기본방향을 세우고 단계별로 나아가야 하는데 당장 급한 불 끄기에만 급급한 임시방편 대책”이라고 혹평했다. 렌트푸어를 위한 ‘목돈 안 드는 전세제’의 집주인 유인책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집주인에게 주는 혜택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중은행 관계자는 “세입자가 (집주인이 빌린 전세자금의) 대출이자를 내지 않을 경우 구제책이 마땅치 않고 무엇보다 (전세)소득이 노출될 수 있어 아무리 세제 혜택을 많이 줘도 집주인이 꺼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용어 클릭] ■에버그린(Evergreen) 은행권에서 쓰는 용어로 실제로는 부실채권인데 교묘한 수법으로 정상채권과 뒤섞어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항상 푸르게 만드는 수법을 뜻한다. 흔히 다른 금융회사의 대출을 끌어들여 선순위 채권자로 앉히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부실대출은 후순위로 돌려 정상여신처럼 보이게 만든다.
  • 신통치 않은 은행 하우스푸어대책

    정부의 하우스푸어(내 집 소유 빈곤층) 대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먼저 시행한 하우스푸어 대책도 성과가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하우스푸어 구제 프로그램을 실행한 지 반년 가까이 되어가고 있지만 실적은 당초 예상보다 저조하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1일 은행권 최초의 하우스푸어 대책인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Trust&Lease back·신탁 후 재임대)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신청자는 고작 4명이다. 당초 우리은행은 이 프로그램으로 1300여 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듯 실적이 저조한 이유로는 애초 수혜 대상이 ‘과다 계상’됐다는 요인이 꼽힌다. 이 프로그램을 고안한 우리금융지주는 신청 자격을 ‘우리은행에만 대출이 있는 고객’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하우스푸어의 상당수는 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에도 빚이 있는 다중채무자들이다. 이런 특성을 간과한 채 자격요건을 정해 수혜층 오판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신한은행의 ‘주택 힐링 프로그램’도 비슷한 처지다. 지난해 10월 19일 시행 이후 지난달 말까지 이용 건수는 453건(대출잔액 651억 2200만원)이다. 우리은행보다는 낫지만 당초 예상한 수혜자 수 약 1만명(대출액 7100억원)에는 크게 못 미친다. 한 달 평균 70여명에 불과한 셈이다. 실패 원인은 이자 유예나 분할 상환 등의 ‘혜택’이 기존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과 별반 차이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주택 힐링 프로그램의 또 다른 버전인 ‘주택 힐링 투게더 프로그램’도 시행한 지 한 달이 넘도록 실적은 달랑 1건에 불과하다. 신한은행 측은 “이제 한 달밖에 안 됐기 때문”이라면서 “계약이 진행 중인 건수도 7건 있다”고 해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예 빚을 탕감해 주는 국민행복기금에 이어 정부의 하우스푸어 대책까지 나온 터라 개별 은행 프로그램 신청자는 더 저조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하우스·렌트푸어 대책 Q&A

    금융당국은 2일 ‘4·1 부동산대책’에 따라 주택지분을 일부 넘기게 될 ‘고위험 하우스푸어’(내 집 소유 빈곤층)를 3만 가구로 추정했다. 주택담보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가구다. 자산관리공사(캠코)는 금융회사가 가진 이들의 대출채권을 오는 6월부터 70~80%에 할인 매입한 뒤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원금상환을 미루고 장기 분할상환 방식으로 바꿔준다. 행복기금과 달리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 담보가 있어 할인율이 그만큼 낮은 것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올해는 이들 가운데 1200~1500가구가 시범적으로 지원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3개월 이상 연체 가구의 3~5%다. 공적 자금으로 대출채권을 매입·조정한다는 점에서 행복기금과 비슷하지만, 연체자에 대한 원금 탕감이나 이자 감액은 없다는 게 행복기금과 다르다. 금융위 관계자는 “캠코가 주택 임대사업을 해 본 경험이 없어 작은 규모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조만간 캠코와 협의해 주택지분을 넘길 하우스푸어의 임대 기간과 임대료 등을 정할 방침이다. 캠코의 대출채권 매입 전 단계로는 주택금융공사의 대출채권 매입과 원금상환 유예, 금융권의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 등이 있다. 세부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이날 금융당국은 물론 캠코, 주택금융공사, 시중은행 등에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전세 빈곤층) 대상 여부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장 집이 경매에 들어간다. 하우스푸어 구제 지원을 받고 싶은데 가능한가. -캠코가 은행의 부실 채권을 매입한 뒤 원금상환을 유예하는 것이라 이미 경매에 들어갔다면 불가능하다. 하우스·렌트푸어 구제책은 국회 통과 과정에서 수정될 수 있어 확실하진 않지만 대부분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다. →주택담보대출을 3개월 넘게 연체했다. 캠코가 채권을 매입하더라도 은행이 동의 않으면 어떻게 되나. -은행 동의가 없으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국민행복기금과 달리 금융권과 협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체는 안 했지만 원금 상환이 어렵다. 원금 상환을 미룰 수 있나. -정부는 틀만 만들었고 앞으로는 은행의 자발적 협의가 필요하다. 어떤 은행은 갚을 수 있는데 왜 상환이 어렵냐며 거부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이 강제할 도리는 없다. →주택연금에 가입한 뒤 전액을 일시인출한 뒤에는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나. -50세에 가입한 뒤 한도를 전부 인출하면 다음에는 연금을 받을 수 없지만 죽을 때까지 주택에서 살 수 있다. 단, 일시인출한도는 집값 전액이 아니라 연금총액 전액이다. 1억원짜리 집을 보유한 60세라면 4000여만원을 일시인출할 수 있다. →목돈 안 드는 전세를 이용하고 싶은데 주인이 거절하면. -렌트푸어 대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전세보증금을 대출받고 세입자는 대출 이자를 내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은행에 넘기는 대신 금리를 낮추고 대출 한도를 늘리는 것이다. 두 방안 모두 거절하면 강제할 수 없다. →집을 판 뒤 임대료를 내고 살다가 돈이 모이면 다시 사들일 수 있나. -임대주택 리츠에 집을 판 뒤 5년 동안 주변 시세 수준으로 월 임대료 내고 살 수 있다. 임대계약 기간이 끝나면 원래 소유주에게 재매입 우선권을 준다. →생애 첫 주택구입자와 주택기금 전세자금 지원 확대에서 부부합산소득 한도 기준은 뭔가. -지난해 기준 세전 소득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벌금 715달러만 내면 군대 안가도 되는 나라?

    벌금만 내면 군대 안가도 되는 나라? 페루 정부가 징병제도를 부활하는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페루 정부는 수천여명의 신병 부족 현상이 해결되지 않으면 오는 5월부터 징병제를 재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18세 이상의 남녀를 대상으로 할 계획이나 문제는 대상자 중에서 벌금 1850 솔(미화 715달러)만 내면 군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이것은 부자들은 병역을 회피하고, 가난한 사람만 군대에 가게하는 부자 우대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군은 이 조치는 부족한 군인 충원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차별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야당은 이 문제에 대해 증언하도록 국방장관을 소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엘 코메시오 신문은 사설에서 “이 정책은 인구의 3분의 1이 빈곤층이며 최저임금이 월 750솔(미화 290달러)인 페루에서 벌금을 낼 수 없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당국은 비판이 거세지자 이웃 콜롬비아도 시행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하며, 합참의 호세 퀘토 장군은 국영 안디나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원병제로 전환한 이후 입대 희망자가 급격히 감소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팀
  • 제왕적 회장 - 구두지시 - 업무분담도 안돼

    제왕적 회장 - 구두지시 - 업무분담도 안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금융지주사 지배구조를 손보겠다고 선언했다. 2001년 4월 우리금융을 시작으로 금융지주사가 출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현 주소는 아직도 초라하다. ‘끼리끼리’ 국민, ‘영역 모호’ 우리, ‘구두 지시’ 하나, ‘한통속’ 신한으로 상징되는 ‘빅4’의 문제점은 사실상 모든 지주사의 공통된 문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제왕적 회장’이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어윤대 KB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팔성·어윤대 회장과 김승유 전 회장은 ‘MB(이명박 전 대통령)맨’으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중에는 강한 카리스마로 조직을 장악한 경우도 있지만 장기집권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무소불위의 힘에 비해 책임은 별로 지지 않는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여기에는 ‘구두 지시’가 보편화된 관행 탓이 크다 하나캐피탈의 미래저축은행 투자가 한 예다. 하나캐피탈은 지주사측의 검토 권유 등에 따라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해 145억원을 투자했다. 그림 등 담보가 있지만 상당액의 손실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지난해 5월 검찰은 하나캐피탈 본점을 압수수색하면서 김승유 전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관계를 수사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다른 지주사 소속 은행 관계자는 “회장의 지시라며 검토해 보라는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라면서 “문서 없이 구두로만 (지시가) 내려온다”고 털어놓았다. 지주사와 자회사 간 업무 구분이 모호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금융지주사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경영관리 업무를 하도록 돼 있다. 여기서 규정하는 ‘경영관리 업무’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더러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하우스푸어(내 집 소유 빈곤층) 대책인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신탁 후 재임대) 제도를 두고 지주사와 은행이 부딪쳤던 우리금융 사례가 대표적이다. 각 계열사의 공통된 사업부문을 통합 관리하는 ‘매트릭스 체제’ 도입을 놓고서도 회장과 행장은 갈등을 겪었다. 익명을 요구한 지주사 소속 연구소 위원은 “금융지주는 순수하게 경영을 관리하는 곳인데 그에 따른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 은행 임원은 “지주사 회장이 사고를 쳐놓고 은행장 보고 책임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KB금융은 어윤대 회장과 이경재 이사회 의장의 갈등으로 사외이사 선임안이 주총에서 간신히 통과됐다. 경영진은 경영진대로, 이사회는 이사회대로 끼리끼리 뭉쳐 오히려 경영 안정성을 해치는 경우다. 반대로 신한금융은 경영진과 재일교포 사외이사진이 ‘한통속’이어서 문제다. 자회사 임원도 지주사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자회사 경영위원회’가 결정한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학연, 지연으로 촘촘하게 얽혀 있는 우리 사회 특성상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를 하루아침에 뜯어고치기는 어렵다”면서 “우선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키우고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열린세상] ‘복지 100조원 시대’의 복지 현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열린세상] ‘복지 100조원 시대’의 복지 현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 60% 이상이 ‘사회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고 응답했다. 불안정 사유로 불충분한 소득, 직업 불안정, 사회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비정규직 비중이 큰 상황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 확대, 소득 계층 간 심각한 교육 격차에 기인한 빈곤의 대물림 우려, 480만명에 달하는 최저생계비 미만의 절대빈곤 인구는 사회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사회·경제환경이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국민들의 복지 욕구 분출 원인일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할 때 복지 지출이 너무 적다는 비판이 많다. 2009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복지 지출이 9.4%여서 OECD 평균인 22.1%의 43%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퇴직금 등 민간 지출을 포함하면 우리의 복지 지출은 OECD 평균의 49%까지 증가한다. 특정 국가의 복지 지출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국민부담률, 국민소득 수준, 노인인구 비중, 지출 비중이 큰 연금제도의 성숙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은 OECD 평균의 76%이고, 노인인구 비중이 72%, 연금 지출은 OECD 평균의 27%에 불과하다. 현재는 적으나 향후 수급자 수가 증가하면서 연금 지출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OECD 평균 대비 70% 정도의 복지 지출이 적절하다는 주장의 논거들이다.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복지 지출이 증가하는 우리 현실을 고려할 때 4∼5년의 시차가 있는 국제기구 지표는 현실감이 떨어진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3년 중앙정부 복지예산 추정치는 이미 GDP의 9%에 달한다. 정부 재정통계 기준에 따른 97조 4000억원의 복지예산에 5조 5000억원의 주택부문 재정융자를 포함하면 복지예산이 103조원(중앙정부 총지출의 30%)으로 늘어난다. OECD 기준에 따라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을 포함하고 주택부문을 빼면 복지예산은 121조원까지 증가한다. 복지예산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국민의 복지체감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복지 혜택 양극화가 주범일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집중된 공공부조와 안정된 직장 중심의 사회보험제도로 인해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다수의 취약계층은 아무런 혜택도 보지 못하고 있다. 고용보험은 전체 취업자 2500만명의 56%인 약 1400만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 역시 일용근로자, 저소득 자영자, 특수형태 근로자 상당수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 실직·소득 단절 등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사회보험을 가장 필요로 하는 집단이 정작 제도에서 빠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 지출이 급증함에도 사회구성원의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상승하고, OECD 국가 중 빈곤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도 따지고 보면 사회보장 지출이 공평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상자별 맞춤형 복지’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대폭 해소하겠다는 복지부의 올해 업무계획은 의미가 크다.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과 잠재 빈곤층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을 통해 빈곤정책 대상자를 414만명까지 확대하려 하기 때문이다. 사회보험을 가장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저소득층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인 ‘두루누리 사회보험’의 적용 대상자를 저소득 자영자 등에게도 확대하겠다는 업무계획 역시 반드시 실천에 옮겨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복지 재원의 70%가 보육, 기초노령연금 등 일부 사업에 집중되고 있는 점은 고민거리다. 2013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소득상위 30%의 영·유아 보육 지원을 위해 인구 3%에 해당하는 극빈층의 의료비 2800억원이 삭감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일선 복지공무원을 자살까지 하게 만든 과중한 업무부담, 즉 복지전달체계의 ‘깔때기’ 현상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다. ‘복지 100조원 시대’, 늘어난 복지 지출에 걸맞은 성숙한 제도 운용이 시급한 이유들이다.
  • [시론] 박근혜 정부, 가계부채 해결 시간 여유 많지않다/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금융학회장

    [시론] 박근혜 정부, 가계부채 해결 시간 여유 많지않다/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금융학회장

    가계부채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중장기 위험요인으로 인식되었으나 어느덧 한국경제가 당면한 최대 도전으로 다가왔다. ‘하우스 푸어‘(내 집 보유 빈곤층)는 친숙한 조어가 되었고,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가계부채를 단순히 미시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자칫 환자가 앓고 있는 병의 원인은 방치한 채 그 병세에 매달리게 될 우려가 있다. 거시경제 위험이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이 은행권 가계대출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집값 하락이 확고한 컨센서스로 자리잡으면서 가계부채는 소비 위축이라는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과도할 때 집값 하락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4배 이상 소비에 악영향을 미친다. 한편으로는 집값 하락으로 자산이 감소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빚에 쪼들리게 될 때, 가계는 지출을 대폭 줄여 빚을 상환하거나 아니면 집을 처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산과 부채를 줄이는 가계부문의 디레버리지는 통계청의 2012년 가계동향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에서 비소비지출을 차감한 소비지출, 즉 평균소비성향이 74.2%로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율 역시 최고치다. 특히 3분기보다는 4분기 소비성향이 연평균치보다 더 낮아 디레버리지는 하반기에 집중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물가상승분을 차감한 실질소비지출은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소득분위별로 볼 때 지난 한 해 모든 분위에서 평균 소비성향이 감소하였으며, 4분기에는 소비지출 수준이 감소(1, 3분위)하거나 정체(4분위)되었다. 소득이 높은 4, 5분위에서도 소비성향이 감소한 것은 이 계층이 가계부채의 70%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가 씀씀이를 줄이는 것은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부동산시장은 더욱 침체되었고 내수가 위축되는 이른바 절약의 역설이 일어났다. 내수 침체는 관련산업뿐 아니라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읽을 수 있듯이 집값이 크게 하락한 수도권, 저소득분위, 60세 이상, 자영업에 종사하는 가계가 큰 타격을 받았다. 한편 디레버리지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해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였다. 통상 비은행권에 더 높은 대출금리가 적용되는 사실을 고려할 때, 신용위험이 높은 층에서 대출 수요가 늘어났으며 일부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현재 적어도 일부 가계 재무건전성 지표들은 다소 개선되거나 안정적인 수준이나 신용위험이 높은 특정 계층의 경우 악화되었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지난해 11월부터 고용률이 전년 동월 대비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부문 디레버리지로부터 피해를 보는 층이 더 큰 고통을 겪고 있음에 틀림없다. 정부는 재무건전성을 위한 가계의 노력이 국민경제에 큰 부작용 없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IMF는 ‘시의적절한’ 재정·통화정책이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덧붙여 정부의 하우스 푸어 대책이 가져올 수 있는 함정도 경고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에 가계부채 문제를 뚜렷이 개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많지 않다. 비록 그 시점이 언제일지 누구도 속단할 수 없겠으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출구전략이 가시화될 때 외국인들은 국내에 투자한 자본을 회수하려 들게 되고, 환율과 금리는 높아지는 압력을 받게 된다. 만약 이때 여전히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그것은 곧 또 다른 차원의 도전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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