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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디의 제1과제 “화장실을 지어라”

    모디의 제1과제 “화장실을 지어라”

    “화장실 먼저, 힌두 사원은 나중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선거 기간 집권하면 가장 먼저 시골 가정에 화장실을 짓겠다고 공약했다. 힌두민족주의자인 모디 총리가 사원보다 화장실이 중요하다고 본 이유는 위생 때문이 아니다. 유엔까지 나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등 국제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는 성폭행 때문이다. 인도 여성 약 3억명이 화장실이 없어 밖에서 용변을 보고, 이 와중에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여성 70% 용변보다 성희롱당해 19일 BBC 등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성폭력을 근절하려는 방안으로 화장실 설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사촌 자매가 집단 성폭행 뒤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나온 대책이다. 이들은 화장실이 없어 들판에 용변을 보러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인도인 48%가 화장실이 없어 숲, 들판, 도랑 등지에서 용변을 본다. 시골은 비율이 65%에 달한다. 인도 최대 도시인 뭄바이와 수도인 델리에서도 기차역 근처 나무 뒤에서 용변을 보는 일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공중화장실이 밤 9시면 문을 닫아 새벽이나 밤에 용변을 보러 밖에 나갔다 성폭행당하는 여성이 많다. 동부 비하르주의 한 경찰관은 BBC에 “지난해 성폭행당한 여성 중 400명은 화장실만 있었어도 (성폭행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옥내 화장실 설치땐 현금 보조금 화장실 문제는 빈부 격차, 카스트 제도와 관련 있다. 알자지라는 “낮은 카스트 계급의 인도인 대부분이 빈곤층이다. 돈이 없어 화장실도 없는 구조”라고 보도했다.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사촌 자매도 불가촉천민 ‘달리트’에 속해 있다. 인도 정부는 옥내 화장실을 건설하면 현금으로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북부 하리아나주는 2005년부터 ‘화장실 없는 남편에게 시집가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도 화장실 설치를 도울 예정이다. 그러나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수 코티스는 “화장실이 생겨도 밖에서 용변 보는 오래된 버릇은 변하지 않는다”며 습관을 고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금융권 ‘찍퇴 공포’] “비전 없다” 떠나는 30대 vs “갈 곳 없다” 버티는 50대 ‘온도차’

    [금융권 ‘찍퇴 공포’] “비전 없다” 떠나는 30대 vs “갈 곳 없다” 버티는 50대 ‘온도차’

    A보험사에 다니는 한대호(48·가명)씨는 한 달 전쯤 회사로부터 희망퇴직 대상에 올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면담만 다섯 차례. 회사를 떠나려고도 했지만 부인으로부터 “세상 물정 모르는 답답한 사람”이라는 핀잔을 듣고 대판 부부 싸움만 했다. 주택담보대출에, 막내딸 대학등록금까지 당장 무너진 자존심보다는 현실적인 이유들이 한씨의 발목을 잡았다. 사표를 내지 않은 한씨는 회사로부터 “(희망퇴직을 수용하지 않은 만큼)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앞서 회사를 나갔던 선배들 대다수는 자영업을 하다 망하거나 사기를 당했다”면서 “희망퇴직 대상자에 함께 올랐던 입사 동기와 ‘회사벽에 X칠할 때까지 참고 버텨 보자’며 서로 위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반면 B증권사 입사 7년차 대리인 박기영(34·가명)씨는 최근 실시된 희망퇴직에서 사표를 던졌다. ‘보험계리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외벌이에 결혼 3년차. 가장으로서 고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가 지급하는 퇴직금과 위로금으로 2년 정도는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 섰다. 그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도 있지만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매섭다. 저금리·저수익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금융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감원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올 들어 은행·보험·증권 등 13개 금융사에서만 4000~5000명의 직원이 회사를 이미 떠났거나 곧 떠난다. 올 하반기에도 금융사들은 추가로 감원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는 희망퇴직 바람에는 세대 간 온도차가 있다. 두둑하게 퇴직금을 챙겨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겠다는 30대는 희망퇴직에 몰리고 있다. 반면 퇴사 후 재취업이 어려운 50대는 사상 최악의 자영업 경기 침체 속에 몸을 한껏 사리며 ‘끝까지 버티자’는 전략을 구사해 대조를 이룬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한국씨티은행은 당초 회사의 목표치였던 700명가량이 사표를 냈다. 전체 인력(4240명)의 17%에 달한다. 30대 대리급 직원들도 상당수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사측이 기본퇴직금 이외에 특별퇴직금으로 5년치 연봉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걸자 5~10년차 ‘허리’에서도 희망퇴직 신청자가 대거 쏟아졌다. 지난달 초 3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마무리한 삼성증권 역시 30대 대리급 직원들 일부가 희망퇴직을 신청해 애를 먹었다. 일주일가량 사측이 나서서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 대다수는 마음을 돌렸다. 항아리형 인력 구조가 심한 증권업계에서 30대 직원의 이탈은 인사적체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퇴직 비용만 발생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불황이 길어지면서 고용불안을 목격한 30대 금융맨 중에는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평생 돈벌이가 가능한 회계사·계리사 등 전문직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금융권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입사 15년차 과장급 이상’에서는 희망퇴직 대상에 올라도 끝까지 버티자는 분위기가 대세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금융계에서는 희망퇴직 대상자가 되면 미련 없이 옷을 벗었다. 금융권 업황이 꺾이기 전이었던 당시에는 수억원의 퇴직 위로금을 ‘보너스’ 개념으로 챙기며 경쟁사나 동일 업권 내로 이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2011년 희망퇴직을 실시한 SC제일은행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500명 감원 계획을 세웠던 회사의 예상을 뛰어넘는 850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 중 은행 내 핵심 인력으로 분류되는 프라이빗 뱅커(PB) 40여명도 우량 고객 다수를 끌고 경쟁사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금융맨들이 “퇴사를 해도 정작 갈 곳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다. 은행·보험·증권·저축은행 등 금융업권 전방위에서 구조조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잇따른 금융권의 인력 구조조정으로 ‘하림의 주가만 오른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이 또한 옛말이다. 자영업도 사상 최악의 침체를 겪으며 “퇴직금으로 치킨집이나 카페를 차리겠다”는 퇴직자들도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 국내 골목상권은 이미 포화 상태다. 월급쟁이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지난해 22.5%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지만, 미국(6.5%)·일본(8.8%) 등에 비해선 여전히 지나치게 높다. 신승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연구팀장은 “미국은 음식점 하나가 200명을 커버한다면 우리나라는 70명밖에 커버가 안 된다”면서 “선진국보다 동일 영업권 내에 자영업체 수가 2.8배나 더 밀집해 있다”고 말했다. 경쟁이 심하다 보니 도·소매업, 음식업 등의 절반 이상이 3년 안에 장사가 안돼 문을 닫았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2년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83만 3195명으로 절반 이상이 3년도 채 버티지 못했다. 임상훈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고령층 금융업 종사자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퇴직하면 신빈곤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면서 “중고령층 금융맨들의 전문성을 사장시키지 않고, 최소한의 안전망 차원에서 금융사들이 임금피크제 외에 직무개발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사설] 절박한 고령 빈곤층 문제 심각히 인식해야

    한국의 65세 이상 은퇴자의 소득이 자신의 장년기 소득의 절반 이하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이 가장 가난한 나라라는 불명예를 가진 상황에서 새삼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노년 빈곤의 심각성을 재차 확인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최근 사회로부터 소외받는 노인들의 불만이 자살의 증가와 함께 방화와 같은 극단적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최근 한 정책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노후소득수준의 장기적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장년기(45∼54세)의 소득 대비 노후소득 대체율은 65세 50%, 70세 40%, 75세 30%로 큰 폭으로 낮아진다. 65세에 도달했을 때 소득 대체율은 1936년생이 66%이지만 1941년생 49%, 1946년생은 45%로 낮아져 빈곤 노년의 시점이 과거보다 더 빨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적절한 수준의 노후소득 대체율이 50∼70%인 점을 감안하고, 1990년대 미국 장년기(55세) 소득 대비 70세의 노후소득 대체율이 세후 70∼80%인 것을 비교해도 형편없이 낮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이 충분하지 않고, 자녀의 부모부양 전통은 사라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노후소득은 근로·사업 소득의 비중이 크다. 연금소득의 대체율은 공적연금은 4∼6%이고 사적연금은 3∼4%에 불과하다. 정년 이후에도 노동시장에 남아 오랫동안 일해야만 한다. 이것은 지난 2일 OECD가 발표한 ‘실질적 은퇴연령과 공식 은퇴연령 통계’에서 한국 남성의 실제 은퇴연령이 71.1세로 멕시코(72.3세)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늦게까지 일하는 ‘피곤한 노년상(像)’과 맞물려 있다. 빈곤에 시달린다면 ‘100세 시대 도래’를 좋아할 수만은 없다. ‘65세 이상 기초연금 월 20만원 지급’과 같은 복지정책이 대통령 공약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그러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기대여명도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정부담 등을 고려해 대상이 축소됐다. 정부 부담을 줄이려 청장년층에게 저축을 늘리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고 장년은 사교육비와 주택담보대출 등을 갚아나가느라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공염불에 그치기 십상이다. 결국 노년 빈곤 해소의 가장 좋은 대안은 정부와 기업이 공적 부조를 뛰어넘는 노인 일자리 창출을 하고 ‘기초연금’의 수혜자를 점차 확대하는 방안을 병행해나가는 것이다.
  • [후보자 인터뷰] “임대주택 보급 등 서민 맞춤 행정”

    [후보자 인터뷰] “임대주택 보급 등 서민 맞춤 행정”

    구본영(61) 새정치민주연합 천안시장 후보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대위로 전역해 이른바 ‘유신 사무관’으로 서울 마포구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총리실 관리관(1급)까지 오른 뒤 고향에 내려와 2006년부터 연달아 천안시장에 출마했다.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구 후보는 서민을 위한 공약을 많이 내놨다. 그는 “서민 임대주택 2500가구를 보급하겠다”며 “여기에는 신혼부부와 독거노인 임대주택도 있다”고 말했다. 빈곤층 긴급 복지 안전망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위기에 처한 차상위 계층을 지원해 극빈층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걱정나눔 돌보미로 위촉한 집배원과 야쿠르트 아줌마 등을 통해 정부 지원을 못 받는 틈새계층을 발굴해 난방비 등을 지원하겠다. 찾아가는 복지상담실을 운영해 어려운 시민들의 버팀목이 돼 주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성격이 온화하고 남의 말을 경청한다. 술은 못하지만 인연을 중시해 중앙정부 후배 공직자 등 인맥이 탄탄하다는 평가다. 총리실에 있을 때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새만금 건설 등 굵직한 사업에 관여한 경험도 있다. 그는 “수도권 규제에도 흔들림 없는 천안을 만들겠다”며 “디스플레이 메가클러스터 조성과 과학벨트 플라자 건립 등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의 토대를 닦겠다”고 강조했다. 원도심 활성화 대책도 빼놓지 않았다. ‘명동 예술촌 가꾸기’ 사업을 추진하고 지역 예술가를 위한 ‘천안 창작스튜디오’를 건립하겠다고 말했다. 구 후보는 “원도심에 젊은이를 위한 공연장과 작은 미술관을 지어 1년 내내 전시와 공연이 끊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천안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회사 특성 맞게 에너지 빈곤층 돕기로 했어요”

    “회사 특성 맞게 에너지 빈곤층 돕기로 했어요”

    “사회공헌도 단순히 기부금만을 내는 것이 아니라 회사 특성에 맞는 방법으로 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에너지 빈곤층을 돕기로 했습니다.” 황은연(56) 포스코에너지 사장은 사회공헌 활동도 회사와 관련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에너지는 20일 에너지복지 실현을 위한 기부금 5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맡겼다. 포스코에너지가 전달한 기부금은 포스코에너지의 주요 사업장이 있는 서울, 인천, 포항, 광양 지역에 거주하는 에너지 빈곤층의 주거 환경 개선 등에 쓰일 계획이다. 에너지 빈곤층이란 전체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비 등의 광열비로 지출하는 가구로, 국내 약 150만 가구가 해당된다. 황 사장은 “에너지 빈곤층을 돕자는 계획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이뤄졌고 2012년부터 시작해 포스코에너지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에너지는 각 지자체로부터 추천받은 에너지 빈곤층과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단열 공사, 노후 보일러 교체, 발광다이오드(LED) 전등 설치, 신재생에너지 설비 도입 등 주택 개·보수를 위한 사업을 실시한다. 특히 전기설비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진 임직원으로 구성된 전기 점검 재능봉사단이 약 40가구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봉사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또 한국해비타트와 함께 인천 지역 누전 화재 가구의 주택을 새로 짓는 등 에너지복지 실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황 사장은 “희망, 사랑과 같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함께 나누는 것은 아주 가치 있는 일”이라면서 “포스코에너지는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 에너지 빈곤층에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빈곤층 복지형 일자리 ‘취업 메뚜기’ 양산

    정부로부터 취업 지원을 받아 일자리를 얻은 취약계층의 상당수가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근로의욕 저하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일자리의 불안정성이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생계급여를 받는 대신 일하는 조건으로 정부로부터 소개받은 열악한 일자리에서 고용과 실업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희망리본사업’을 통해 취업 기회를 제공받은 취약계층 가운데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취업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근로자는 61.9%에 불과했다. 고용 형태도 대부분이 단순노무 종사자(26.9%), 서비스 종사자(23.5%) 등 대표적인 저임금 일자리였다. 비정규직 상용직(58.9%)이 대부분이었으나 상대적으로 고용이 더 불안정한 일용직(2.5%), 임시직(2.7%) 종사자도 적지 않았다. 일을 해도 심각한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이 사업을 거쳐 간 취약계층의 고용 형태를 파악하고 있는 복지부는 나은 편이다. 비슷한 성격의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고용노동부는 취약계층이 이 사업을 통해 어떤 일자리에 고용됐는지조차 파악하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취약계층의 취업률이 중요한 것이지, 고용 형태의 문제는 사실상 노동시장 전반의 문제이기 때문에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지 고용률을 올리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근로빈곤층 취업 지원 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을 가려내 취업성공패키지, 희망리본 사업, 자활근로 등을 통해 일을 하게 하는 고용중심 복지정책이다. 만약 근로능력이 있는데도 자활 근로조차 거부하면 수급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자율적 노동이라기보다는 타율적 규제에 더 가깝다. 이런 제재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노동시장으로 진출하고는 있지만 정부의 관심이 고용률에 주로 쏠려 있다 보니 소위 괜찮은 일자리로 옮겨갈 확률은 낮다. 경력이 쌓이면 더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지만 단순노무나 서비스직은 그렇지 않다. 돈을 벌어 자립하게 되더라도 여전히 생활은 불안정해질 수 있는 이유다. 게다가 포화 상태인 저임금 노동시장에 취약계층이 몰리면 가뜩이나 적은 임금을 더욱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홍민기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라는 보고서에서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은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일자리를 맡을 근로자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함께 성장하는 기업] LH, 마을형 사회적기업 세워 일자리 제공

    [함께 성장하는 기업] LH, 마을형 사회적기업 세워 일자리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회공헌 활동은 LH의 고유 업무와 연계돼 이뤄지고 있다. LH의 사회공헌 활동은 저소득층이 밀집해 살고 있는 임대주택 입주민의 복지 향상과 자활 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다. 빈곤층의 집중, 노령인구의 증가 등 임대주택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은 입주민을 위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자립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H는 임대주택 입주민에게 일자리와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을형 사회적 기업의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LH는 2010년 시흥 능곡, 청주 성화, 대구 율하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모두 16개의 마을형 사회적 기업 설립을 지원해 오고 있다. 또 아파트 단지 내에서 아동 공부방을 운영해 대학생들과 함께 임대주택 아이들의 일대일 멘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멘토 프로그램인 ‘멘토와 꼬마친구’ 활동은 2008년 서울지역본부를 시작으로 지금은 전 지역본부에서 16개 대학 400여명의 대학생 봉사자가 참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소년소녀가정의 아동(멘티)들을 대상으로 대학 봉사자(멘토)들이 매주 세대를 방문해 학습지도, 진로상담, 정서지원 등의 활동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그리스 긴축 정책, 남성 자살 부추긴다

    정부가 지출을 줄이면 자살하는 남성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포츠머스대 연구진은 2009~2010년 그리스 정부의 지출 감소와 자살률을 연구해 그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이들이 정부지출 감소 외에 다른 변인을 제거한 뒤 벌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지출을 1% 줄일 때마다 남성의 자살률이 0.43% 늘어났다. 논문의 공동저자 니콜라오스 안토나카키스는 “순전히 정부 긴축에 의해서만 2년 동안 551명의 남성이 목숨을 끊었다”면서 “2010년 그리스에서는 하루에 거의 두 명씩 자살을 했는데 이 중 절반은 긴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논문의 또 다른 저자 앨런 콜린스 교수는 급여와 연금 삭감에 가장 고통을 받는 45~89세 남성이 정부 긴축에 자살로 반응할 위험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남성과 달리 여성은 정부 지출 감소에 따라 자살률이 뚜렷하게 증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가장 궁핍한 지역에 거주하는 빈곤층 중년 남성이 정부 긴축에 자살할 위험은 가장 부유한 지역에 사는 상류층보다 10배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연구 범위를 유로존 위기를 겪었던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 2월 영국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자살률은 전년도와 거의 차이가 없지만 여전히 5년 전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도봉 ‘1인 1만원’ 햇빛 발전소 세운다

    도봉 ‘1인 1만원’ 햇빛 발전소 세운다

    도봉구민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해 눈길을 끈다. 착한 전기와 착한 소비가 만나는 셈이다. 도봉구는 태양광 발전사업을 목적으로 지역 주민을 조합원으로 한 ‘도봉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을 발족한다고 15일 밝혔다. 친환경 발전을 사업으로 삼은 협동조합은 있었지만 사회적협동조합은 처음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일반 협동조합과 달리 공익사업을 한다. 도봉햇빛발전은 주민 출자금과 각종 지원금을 재원으로 친환경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게 된다. 우선 도봉문화정보센터 옥상에 20㎾급 시민햇빛발전소 1호를 올해 안에 설치할 계획이다. 발전소 운영에 따른 수익은 빈곤층 전기요금 지원 등에 쓰인다. 일부는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확대하는 데 재투자된다. 조합원이 되려면 1인당 1구좌(1구좌 1만원) 이상 출자하면 된다. 가까운 동 주민센터 또는 창동도봉행정지원센터 내 협동조합추진위원회(070-8867-8672)를 방문해 신청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 가운데 하나로 구가 비영리민간단체를 지원하며 추진됐다. 지금껏 구는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주택 창호 개선 등 건축물 에너지 효율화사업, 주민 참여 에너지 절약사업 등을 진행해 왔다. 특히 서울시 자치구 중 처음으로 민간 자본을 유치해 100㎾급 태양광발전소를 창도초등학교 옥상에 설치하고, 수익금을 장학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동진 구청장은 “도봉햇빛발전은 지속 가능한 복지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조합이 자립 능력을 갖도록 설립 초기 단계부터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기고] 기업의 사회공헌, 멀리가려면 같이 가야/황상호 한국전력 CSR팀장

    [기고] 기업의 사회공헌, 멀리가려면 같이 가야/황상호 한국전력 CSR팀장

    한전 태백전력소의 등산동호회는 매주 휴일 산에 오른다. 등산동호회가 산에 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동호회에는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산에 오르면서 약초를 캔다. 동호회원들은 약초를 판매한 수익금을 모아 진폐증으로 힘들어하는 이웃의 약값과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약초 값이 얼마 되지는 않지만 도움을 받은 사람은 그 가치와 진정성을 알기에 한전 직원들과 가족 같은 친밀감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금품기부, 노력봉사와 같은 자선형태에서 진화하고 있다. 기업들이 직접 사적 기업을 설립해 취약계층의 자립기반을 조성해주는 등 사회공헌 목적을 달성하는 동시에 기업 본연의 가치도 높이는 적극적인 활동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소비자가 착한기업의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질수록 기업은 사회공헌에 쓰는 돈을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한 투자로 생각하게 된다. 기업이 어려울 때 사회공헌활동 예산을 넉넉히 책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이웃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한전 직원 2만명의 급여 중 1000원 미만 끝전을 모금하면 매달 1000만원 가까이 모을 수 있다. 개인에게는 큰 부담이 없는 몇 백원이지만 2만명이 1년을 모으면 1억원이 넘는다. 한전은 이 돈으로 소외된 이웃의 창업자금을 무담보로 대출해 주는 마이크로크레딧사업을 벌여 매년 수십 명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 직원 개개인의 능력을 나누어 주는 재능기부 활동도 효과가 크다. 직원의 10%가 넘는 2300여명이 재능기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소외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학습지도, 스포츠 활동, 공연관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또 한전의 전문성을 살려 취약계층의 노후 전기설비 수리, 고효율 조명기기 교체, 빈곤층 요금지원 같은 활동도 시행하고 있다. 취약계층의 안전한 전기 사용을 돕고 에너지 효율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기업이 존속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 수익창출이라는 점에서 ‘공기업이라도 적자상태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해야 하는가’라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울수록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청되며,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분야,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로 접근하면 적은 비용으로 효과만점의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속담이 있다. 멀리 가려면 즉,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수레의 두 바퀴처럼 구성원의 지혜와 힘을 모아(集思) 꾸준한 이익창출과 사회적 책임(廣益)을 병행해야 한다.
  •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아파트(하)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아파트(하)

    ●탈아파트 시대, 서울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 아파트 전성시대가 저물고 있다. 1970년 서울의 단독주택은 전체 주택의 85% 정도를 차지했다. 40여년이 흐른 2014년 서울은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이 전체의 85%를 넘는 거대한 공동주택의 도시로 역전했다. 아파트는 물경 60%에 이른다. 그러나 하늘을 찌르던 아파트의 기세는 밀레니엄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한풀 꺾였다. 전국적으로 단독주택 건설 물량이 2005년 2만 7000여 가구에서 2010년 4만 4000여 가구로 6년 연속 늘어난 반면 아파트 건설 물량은 2008년 41만 5000여 가구에서 2010년 27만 6000여 가구로 내리 3년간 준 것이다. 아파트 중독에서 풀린 사람들이 마당이 있는 대안 주거지를 원하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이 2009년에 실시한 이상적인 주택유형을 묻는 설문조사에 응답 가구의 64%가 단독주택을 원했다.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일수록, 저소득층일수록, 60세 이상 고연령층일수록 단독주택 거주 욕구가 강했다. 아파트는 중소득층이나 30대 이하의 지지를 얻었다. 신한은행이 2011년에 실시한 주거유형 선호도 조사에서도 도시형 생활주택이 30%를 웃돌았고 뒤이어 타운하우스와 단독주택이 각각 25%를 나타냈다. 아파트를 원하는 사람의 비율은 20% 아래로 떨어졌다. 영원할 것처럼 여겨졌던 아파트공화국에 균열이 생겼다. ‘거주기계’(르코르브쥐에) ‘인간보관용 콘크리트 캐비닛’(이외수)에 질린 사람들의 저항이 시작됐다. 그렇다면 아파트라는 거대한 덩치의 건조물이 지배하는 서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한국의 아파트를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고, 그 논문을 ‘아파트공화국’이라는 책으로 펴낸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프랑스 고등사회과학연구원) 교수는 “한국에서 아파트는 재화인 동시에 현대화의 매개체 또는 수단이며 상징이다. 동시에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어떤 의미에서 투기의 목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아파트에 대한 한국인의 열광 역시 이 같은 투기 목적에서 발생한 측면이 크다”라고 한국 아파트의 흑역사를 들춰냈다. 줄레조는 아파트공화국의 미래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아파트가 서울을 ‘하루살이 도시’로 만들 것이라면서 머지않아 도심의 슬럼화가 진행되고 각종 도시 문제의 온상이 되리라고 예견했다. 아파트가 더는 그들의 구별 짓기를 뒷받침해 주지 못한다고 여긴 중산층이 떠나는 순간 아파트는 버려진다고 했다. 이미 여러 연구자가 한국 아파트 문화의 특징은 획일화와 구별 짓기라고 규정한 바 있다. 아파트는 구획화가 가능한 건축적·공간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거주민들은 함께 살기를 거부하며 구별 짓기를 고수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공동체 형성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었다. 서울 사람 열 명 중 여섯 명이 아파트에 산다. 만약 중산층이 서울의 아파트를 떠난다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2005년 11월 프랑스 파리폭동의 진원지 방리외가 떠오른다. 대도시의 교외, 변두리를 뜻하는 방리외는 10~20층 고층 아파트와 자급자족 구조의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1960년대 집중적으로 지어졌지만 결국 빈곤층과 이민자들의 소굴로 변했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영혼이 없는 거리에서 태어나 자란 젊은이들이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고 한탄한 그곳이다. 우리의 뉴타운이나 신도시 아파트 단지 위에 방리외가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엄혹했던 군사정권 시절 임명직 서울시장들은 철권 통치자의 명에 따라 서울 곳곳에 아파트 단지를 마구잡이로 조성했다. 김현옥-양택식-구자춘 트리오가 관선시대 ‘아파트 입국(立國)’의 주역이라면 민주화 이후 민선 서울시장들도 재건축, 재개발, 뉴타운, 한강르네상스 같은 이름으로 아파트 건설의 전철을 밟았다. 특히 2002년 이명박 시장 시절 입안된 뉴타운 정책은 서울을 아파트의 수렁 속으로 깊숙이 밀어 넣었다. 은평, 길음, 왕십리 3곳이 시범 지역으로 지정됐으며 2003년 용산, 한남, 마포, 아현, 동작, 노량진 등 12곳을 추가 지정했다. 뉴타운 정책은 후임 오세훈 시장까지 계승돼 금천, 시흥, 영등포, 신길, 흑석, 노원, 상계 등 11곳이 늘어났다. 오세훈 시장의 한강르네상스도 사실상 압구정, 여의도, 합정, 성수 등 한강변 아파트 재개발 계획이다. 서울 시내 26개 지구 245개 구역에 이르는 뉴타운 사업의 미래는 밝아 보이지 않는다. 2011년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뉴타운은 태생부터 잘못된 것”이라면서 뉴타운과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궤도를 전면 수정했다. 도시 정비라는 핑계로 아파트를 헐어낸 자리에 다시 아파트를 짓는 잘못된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시 도시정비사업 40년의 패러다임이 바뀔지 지켜봐야 한다. ●“20년 내 단독주택문화로 바뀔 것”… 新주거혁명 예고 “우리에게 집은 무엇인가. 집은 가정과 사유재산의 보루이면서 동시에 사회의 세포다. 집은 가치, 권위, 힘, 전통, 미의식을 표현한다. 그리고 집은 고정자산이다. 이용가치뿐 아니라 교환가치를 가진다. 개인의 투자 대상을 넘어 잉여자본이 스스로를 불리는 축적의 공간이다. 근대 이전 우리에게는 비교적 안정된 집의 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급격한 근대화로 이런 문화는 해체됐다. 재래의 집은 버림받았고 아파트가 등장했다. 시대적·문화적 출처를 달리하는 공간과 기호의 편린들이 도시 공간을 만화경으로 만든다.”(강홍빈 서울역사박물관장) 지난 40년 동안 아파트와 아파트 단지는 서울과 서울 사람을 통째 바꿔 놓았다. 입주와 동시에 저비용으로 깔리는 광통신망 덕분에 우리는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터넷 보급국이 됐다. 전립선 치료제의 부작용이 대머리에게 발모의 희망을 준 것처럼 아파트 문화가 정보기술(IT) 강국의 핵심 자양분이 됐다. 문단속과 가사부담이 줄면서 여성의 사회진출과 여권신장의 태풍이 일어났다. 아파트 주민은 이해관계 공약에 따라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정치 세력화했다. 전상인 서울대 교수는 “아파트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나 사회적인 차원에서 최고 인기 주거공간으로 뿌리를 깊게 내렸다. 아파트가 주택의 메인 상품이 된 것은 수익성·안전성 그리고 환금성이 확실하게 뛰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차별성이라는 매력을 추가해 갖고 있다. 마치 대입 수능시험이 그러하듯이 아파트는 주거 수준에 관련해 전 국민을 획일적으로 서열화한다. 특히 고급 아파트 거주는 현대 한국인에게 중산층 이상이 되기 위한 일종의 자격증 혹은 스펙 같은 것이 돼 버렸다”고 분석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도 “아파트의 투기·투자 상품화 현상으로 말미암아 아파트 거주자들은 늘 이사 갈 준비를 하는 삶의 자세로 자신의 거주 지역을 대한다. ‘살 집’(house of live)이 아니라 ‘팔 집’(house of sale)이었던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 및 주택보급률의 확대는 재산증식 수단으로서의 아파트 매력을 반감시켰다. 1인 및 2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 저출산·고령화와 소득증대, 주5일제 근무제 등 사회경제적 변화는 주거문화를 바꿨다. 정부의 주택 정책도 대량 공급보다 다양한 수요 충족으로 전환됐다. 아파트가 서울을 점령한 지 40년 만에 탈(脫)아파트 시대가 온 듯하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기 대량공급 방법이 아파트였지만 지금은 과부족 시대가 끝났다. 주택의 수요 압박이 약화하면서 아파트 선호도가 약화하는 계기가 됐다. 아파트의 시대가 끝났다고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끝나 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앞으로 20년 이내 현재의 아파트형 주택문화가 서구형 단독주택 문화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거 트렌드의 변화는 새로운 주거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아파트에 대한 로망은 단독주택, 땅콩주택, 외콩주택, 한옥, 동호인주택, 도시형 타운하우스 등 거주자의 개성을 살리는 주거 형태로 옮겨 가고 있다. 주택 소유에 대한 가치관도 달라졌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닌 ‘사는(live) 곳’으로 변화했다. 2012년 한국갤럽 조사에서 ‘집을 소유하면 좋지만 소유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응답자가 50%에 이르렀고 20대와 30대로 내려갈수록 이용 개념이 뚜렷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에 대한 집착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줄레조의 예견처럼 중산층이 각자의 대안 주택을 찾아 아파트를 떠난 이후가 문제다. 지구상 최대의 아파트 도시 서울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그것이 궁금하다. 선임기자 joo@seoul.co.kr
  • “간접고용 노동자도 생활임금제 도입”

    “간접고용 노동자도 생활임금제 도입”

    서울 성북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구가 간접고용하는 노동자까지 대상으로 하는 생활임금제 도입을 추진한다. 사실상 민간부문으로 파급 효과를 꾀하는 것이다. 구는 생활임금제의 지속과 확산을 위해 관련 조례를 입법예고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해 경기 부천시가 관련 조례를 먼저 제정한 바 있으나 직접고용을 넘어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은 구가 처음이다. 생활임금은 주거비, 식료품비, 교육비, 교통비, 문화비, 의료비 등을 두루 고려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동자에게 적정 소득을 보장하는 임금 체계를 말한다. 현재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최저 임금은 노동자 평균 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생활임금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정책 공약으로 내세워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구는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받지 못하는 빈곤층을 위한 대책 마련에 힘써 왔다. 노원구와 함께 공공부문에 대한 생활임금제를 2012년 11월 행정명령을 통해 처음 도입했다. 이에 따라 구는 지난해와 올해 구 산하 도시관리공단과 문화재단의 계약직 110명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해 왔다. 그러나 민간 위탁과 공사 및 용역 관련 간접고용 노동자에게는 적용하지 못했다. 부천에서 먼저 추진했지만 법제처 등에서 위법하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구는 관련 연구 용역을 실시하고 토론회를 열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등 타당성 및 정당성의 근거를 마려했다. 간접고용에 대한 생활임금제 도입은 공공조달에 있어서의 계약 조건 문제이며 조례로 만들어 시행하는 것은 재량권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 입법예고된 조례안에 따르면 구는 공공계약 체결 전 생활임금액을 미리 고지해야 한다. 또 예정 가격을 정할 때 생활임금 이상으로 노임 단가를 결정해야 한다. 계약 내용은 생활임금 준수 약정 등을 포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구청장은 매년 10월 5일까지 생활임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생활임금액 등을 결정해야 한다. 김영배 구청장은 “민간까지 생활임금이 정착되기 위해선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합의가 중요하다”면서 “상위법령 제정이 시급하고 또 시민사회의 관심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로스쿨 탐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 정상조 원장 인터뷰

    [로스쿨 탐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 정상조 원장 인터뷰

    서울신문이 21세기판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 집합소인 로스쿨을 소개하고, 더 나은 법조인 양성 제도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연재물 두 번째 순서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다. 연간 신입생 150명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대 로스쿨은 국내 최고 법조계 인재의 산실이라는 자부심을 숨기지 않는다. 그런 자부심은 독자적인 상대평가제도 개선과 등록금 인하 등에서 고스란히 묻어났다. 정상조 원장은 26일 인터뷰에서 “단순한 법조인이 아니라 국가지도자를 양성한다는 자부심으로 공부하고 토론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법조계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클 것으로 안다. -서울대 로스쿨은 소송만 잘해서 돈만 많이 버는 변호사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다. 우린 그런 학생은 필요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이끌고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며 사회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야망과 책임감을 가진 지도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훈련시키는 곳이다. 미국을 예로 들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모두 가난을 딛고 변호사가 된 사람들이다. 로스쿨에서 배우고 익힌 학생들이 장차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보는 건 교육자로서 무척이나 멋진 일이다. 그게 바로 로스쿨 제도를 만든 취지이자 서울대 로스쿨의 핵심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 로스쿨이 내세우는 특성화 과목이나 커리큘럼은 무엇인가. -정부가 로스쿨 인가를 내줄 때 특성화를 하라고 해서 로스쿨마다 특성화를 이것저것 강조하는데 우리 생각은 좀 다르다. 서울대 로스쿨은 특성화를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법학을 이끌 지도자를 기른다는 교육 목표를 생각한다면 특정한 분야가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돼야 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과목 평가에서 교수 재량권을 강화하도록 한 결정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는가. -현행 상대평가 제도는 지나치게 엄격하다. A학점부터 D학점까지 일정 비율을 미리 정해 놓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D- 학점을 받을 수도 있다. 그건 합당한 평가가 아니다. 공부를 게을리한 것도 아닌데 무조건 가장 낮은 점수를 준다는 건 교수 양심과도 충돌한다. 더구나 상대평가 때문에 학생들이 점수가 잘 나올 만한 과목에만 몰리고 인권, 통상, 지적재산권, 조세, 환경 등 과목은 학생들이 기피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다. 1년 전부터 다른 로스쿨 교수들과 함께 개선 논의를 했고 그런 논의를 거쳐 교수 자율권을 일부 부여하기로 했다. →최근 학사 부정행위를 했던 학생에게 입학취소 결정을 했는데. -입학을 취소당한 학생은 입학지원서에 과거 징계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기재하는 항목에 대해 ‘징계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가 나중에 징계 사실이 드러난 사례다. 학부에서 부정행위 때문에 징계를 받았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건 징계 사실을 숨겼다는 점이다. 징계를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입학을 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징계 사실을 숨겼다는 건 법조윤리에 비춰 보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는 선발 과정에서 재발방지를 위해 학적부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부유층 집합소’라는 비판이 있다. -그런 비판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부유층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사실 부유층 자제가 빈곤층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기 때문에 유리한 출발선에 선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적인 모순이다. 하지만 우리가 강남 부유층 출신으로 명문대를 나온 학생들을 우대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니라는 점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교수들도 사회적약자, 지방대 학생들을 많이 뽑고 싶은데 지원자 자체가 너무 부족하다 보니 뽑고 싶어도 뽑지를 못하고 있다. 이번에 취약계층 신입생 9명을 선발했다. 특히 새터민 학생 두 명이 입학했는데 대한변호사협회가 운영하는 사랑샘재단에서 생활비 50만원을 포함한 ‘희망 장학금’을 받는다. 현재 15명이 희망장학금을 지급받고 있다. →서울대 로스쿨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일부에서 서울대 로스쿨에 나이 제한이라도 있는 것처럼 오해를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신입생 선발을 할 때 나이를 알 수 있는 부분은 가린 상태에서 심사를 하기 때문에 나이는 전혀 전형의 변수가 될 수 없다. 우리는 우수하고 정열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 이웃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정열, 꿈과 야망을 가진 사람을 뽑고 싶다. 돈이 없어도 실력만 있다면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돕는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정상조 원장은 ▲서울대 법대 학사, 영국 런던정경대 박사 ▲서울대 법대 교수 ▲정보통신부 컴퓨터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위원 ▲서울대 법대 부학장 ▲서울대 법학도서관장
  • 권익위, 경남지역 이동신문고 운영

    국민권익위원회는 26일 함안군청을 시작으로 27일 사천시청, 28일 하동군청을 찾아 경남지역 ‘이동신문고’를 운영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동신문고는 권익위가 직접 각 지역에서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해 주는 현장 민원 상담제도로, 복지노동·농림수산·재정 세무 등 각종 행정 분야와 생활법률 분야 전문 조사관들이 상담반을 구성해 실시한다. 진주, 남해, 고성, 창원, 의령 등 인근 주민은 물론 다른 지역 주민들도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이동신문고를 이용할 수 있다. 이번 이동신문고에서는 공공분야 예산낭비와 각종 부패행위, 국민 건강·안전과 소비자의 이익 등에 대한 신고·접수도 병행한다. 아울러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복지 분야 상담사도 함께 참여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비수급 빈곤층을 발굴, 지원을 연계할 예정이다. 또 26일 오후 2시에는 함안군 산인 농공단지에서 중소기업의 고충 해소를 위해 입주 기업인들과의 간담회도 개최한다. 이동신문고에 제기되는 민원은 현장에서 즉시 해결하거나, 고충 민원으로 접수해 정밀조사 및 위원회 심의절차를 거쳐 처리하게 된다. 권익위는 지난해 전국 51개 지역에서 이동신문고를 운영해 총 1748건의 민원을 상담하고, 그중 633건의 민원을 즉시 해결했다. 올해는 32개 지역에서 지역형 이동신문고를 운영하며, 외국인 근로자, 소상공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맞춤형 이동신문고도 18차례 운영한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이슬람 vs 기독교 종교·빈부갈등 폭발

    이슬람 vs 기독교 종교·빈부갈등 폭발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무슬림 무장괴한들이 민간인 100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AP통신은 13일(현지시간) 오토바이를 탄 무장괴한들이 지난 11일 나이지리아 카치나주 마을 4곳을 급습해 농민들을 학살하고, 오두막과 자동차에 불을 질렀다고 보도했다. 당국 관계자는 “이슬람 테러단체인 ‘보코하람’의 소행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지만, 카치나주는 무슬림 유목민과 기독교 농민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곳이어서 무슬림 연관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 나이지리아에서 이슬람과 기독교 갈등은 해묵은 문제다. 사건은 100년 전인 19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민 통치하던 영국은 당시 나이지리아 국경선을 확정하면서 각기 다른 부족과 종교를 지닌 남부와 북부를 통합했다. 영국은 이슬람 지역을 피해 남부에서만 선교 활동을 했고, 이는 북부 이슬람과 남부 기독교로 나뉘는 결과를 가져왔다. 북부와 남부는 생활수준도 차이가 크다. 미국 외교협회(CFR)에 따르면 북부의 72%가 빈곤층이지만 남부는 27%에 불과하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는 석유와 천연가스도 대부분 남부에 매장돼 있다. 보코하람은 이슬람 율법에 따른 나이지리아를 목표로 2001년부터 활동하는 무장 단체로 ‘나이지리아의 탈레반, 알카에다’로 불린다. 서구식 교육을 금지한다는 의미를 가진 보코하람은 올해 들어서도 본부가 있는 보르노주에서 학교와 마을을 연쇄 공격해 약 13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프리카 전문가 안토니 골드맨의 말을 인용해 “학교나 기숙사 등 만만한 곳을 표적으로 삼는 가장 잔인한 이슬람 테러 단체”라고 설명했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보코하람은 조직원에게 월급을 주는데다 그들 스스로 정의를 위한다는 명분이 있어 점점 더 득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이지리아 현지 언론은 ‘보코하람이 알카에다의 후원을 받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굿럭 조너선 대통령은 이달 초 전 육군참모총장 알리야 구사우를 2012년 6월 이후로 공석이던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알자지라는 보코하람에 대한 전략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북부 무슬림 출신인 신임 국방장관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로고스대 다포 토머스 교수는 “무력만으로 보코하람을 이길 수 없다. 정보와 첩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리버 다쉐 돔 가톨릭 주교도 “보코하람이 나이지리아 군대보다 더 잘 무장돼 있다”면서 보코하람에 대한 새로운 대책을 요구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사설] 정부, 가파른 소득불균형 속도 원인 직시해야

    우리나라의 소득불균형 악화 속도가 최근 20년간 가파르게 진행돼 대안 마련이 시급해졌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1990~2010년 지니계수 측정이 가능한 아시아권 28개국을 분석한 결과, 중국은 연평균 1.6%씩 상승해 소득불균형 악화 속도가 가장 빨랐고 한국(0.9%)은 인도네시아와 라오스, 스리랑카에 이어 다섯 번째로 최상위 수준을 보였다. 지니계수란 한 국가의 소득이 균등하게 분배되는지를 보여주는 지수다. 이 자료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중국은 우리가 겪은 것처럼 고성장에 따른 결과이며, 나머지 국가는 경제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우리와 비교하기가 어려운 빈국이란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살고 못사는 계층은 엄연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꾸준히 높아졌는 데도 소득격차가 줄지 않고 더 커졌다는 점은 곰곰이 되짚어 볼 문제다. 이는 부유층과 빈곤층 간 소득격차가 벌어지고, 이를 상쇄할 중산층이 엷다는 뜻이다. 최근 생활고로 인한 서울의 세 모녀 자살 등 잇따른 가족 자살은 이번 지니계수 조사 결과와 연관성이 있음을 여실히 확인시켰다. 우리 주위에는 지금도 최저생계비를 지원받는 절대 빈곤층이 부지기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이 1위란 점도 이 같은 여건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부국으로 성장했지만 ‘부의 쏠림’을 해결하지 못해 지금도 사회문제로 자리하고 있다. 이번 ADB 자료에서도 지적됐듯이 1970~1980년대 쉼없는 고성장을 일궜지만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성장의 그림자다. 특히 1997년에 겪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는 빈부의 격차를 벌려 저소득층의 상대적 박탈감도 심화시켰다. 최근의 저성장 국면에서는 일자리 부족 등으로 인해 노동소득 비중도 낮아져 계층 간 분배 구조에도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사회가 부유층과 빈민층으로 극단적으로 갈라설 땐 어떤 명약으로도 치유하기는 힘들다. 정부는 ‘100세 시대’에 대비한 복지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복지예산도 100조원을 넘기고 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에 대비한 사회복지비는 아직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정부는 경기를 진작시키는 재정수단을 강구하고 기업은 일자리 확충과 생산성 향상에 힘써야 한다. 부와 가난이 대물림하는 경제사회 구조가 돼서는 안 된다. 정부가 우리의 소득불균형 악화 속도가 매우 가파른 원인을 분석해야 하는 이유이다.
  • 빈곤족쇄법 부양의무제

    빈곤족쇄법 부양의무제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얘기를 듣고 남의 일 같지 않아 답답했습니다. 두렵기도 하고요.” 서울 강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김모(41)씨는 5일 인터뷰 내내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2월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한 김씨는 같은 해 3월 15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을 신청했지만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당국이 김씨의 부모가 부양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모가 사는 경기 평택의 집은 공시지가 2억 4000만원. 하지만 김씨 어머니(61)가 심장질환으로 두 차례 수술을 받으면서 병원비와 생활비로 1억 1000만원을 담보대출 받아 현재 압류 상태다. 김씨 아버지(75)는 군부대에서 청소 노동을 하면서 번 돈으로 매달 100만원이 넘는 대출이자와 세금을 내기에도 빠듯하다. 이런데도 부모가 집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김씨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했다. 김씨 아내(32)가 매달 받는 장애수당 20만원과 최근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수급자 지정에 따른 지원금 60만원 등 80만원이 수입의 전부다. 지체장애 2급으로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김씨는 이 돈으로 지체장애 2급인 아내와 두 살, 세 살, 네 살짜리 자녀를 부양해야 한다.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을 비롯해 최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이르게 한 부실한 복지정책과 사회부조제도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가난한 부양 의무자에게 떠넘기는 일종의 연대책임 제도인 ‘부양의무제’는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힌다. 5일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실에 따르면 2010년 155만명에 이르던 기초생활수급자 수는 2011년 146만 9000명, 2012년 139만 4000명으로 매년 줄고 있다. 반면 탈락자 수는 2010년 17만 2654명에서 2011년 23만 5679명으로 늘더니 2012년에도 21만 3679명으로 20만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기초생활수급 탈락자 중 최대 30%가량이 부양의무제 때문으로 추정한다. 부양의무제란 수급 대상자의 부모나 자녀에게 재산이 있거나 일할 능력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서 탈락시키는 제도다. 2010년 현재 부양의무제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비수급 빈곤층’은 117만명에 이른다. 지난 1월 아버지의 유산 때문에 수급 신청에서 탈락하고 단칸방에서 홀로 지내던 아들이 투신자살한 사건과 지난해 9월 딸이 취업하면서 수급 탈락 통보를 받고 딸에게 병원비를 부담시킬 수 없다며 아버지가 자살한 사건의 이면에는 부양의무제가 자리 잡고 있다. 서병수 한국빈곤문제연구소장은 “기초생활수급 탈락자 가운데에는 부정 수급으로 탈락한 이들도 있지만 30% 정도는 부양의무제 때문에 탈락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수급자 기준을 강화하면서 피해자도 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허선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분한 심의 없이 정부에서 거의 일방적으로 정하고 있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단계적으로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세부 방침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사설] 정치게임에 빠져 사회안전망 구멍 안 보이나

    생활고를 못 이긴 가족들의 동반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에서 팔을 다쳐 생계가 막막해진 세 모녀가 동반자살한 데 이어 2일 서울 강서구 한 주택에서 간암 말기인 택시운전사 안모씨가 50대 아내와 동반자살했다. 같은 날 경기 동두천의 한 아파트에서 가정주부 윤모씨가 네 살 된 아들을 끌어안고 투신자살했다. 3일에도 경기 광주의 다세대주택에 사는 인테리어 기술자 이모씨가 지체장애 2급인 딸 등과 동반자살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이들의 자살을 두고 신병 비관과 우울증 등 정신의 취약성을 거론하지만, 노동할 형편이 못돼 월세와 공과금 납부가 막막해지거나 고액의 의료비 부담으로 한계상황에 내몰려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잇단 동반자살을 계기로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현실을 목격하면서 국민은 멘털붕괴 상태에 빠졌다. 특히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한 박근혜 정부나 말로는 민생을 외치는 정치권이 지방선거에만 몰두할 뿐 실질적 복지 개선안을 내놓지 않아 분노는 커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의 책임 방기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의 자살률을 기록한 지 한두 해가 지난 게 아니다. 한국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9.1명으로 OECD평균인 12.5명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일본의 20.9명과 비교해서도 훨씬 높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자살자는 1만 4160명으로 같은 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6502명의 약 세 배다. 이는 2011년 자살자 1만 5906명보다 1746명이 줄었지만, 하루에 38.8명이 자살하는 높은 수치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자살을 포함하면 자살자의 숫자는 이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자살은 10대에서 30대까지 사망원인 1위, 40대와 50대에서 사망원인 2위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이런 높은 자살률은 34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국민행복지수(33위)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절망적인 ‘생활고형 자살’을 예방하려면 정부와 국회는 현실을 반영한 법 개정과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이번에 동반자살한 세 모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을 해도 탈락하는 것이 맹점이다.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은 실제 벌이가 없어도 노동력을 가진 가족 1인당 추정수입을 60만원 정도로 산정한다. 세 모녀의 추정수입이 3인 최저생계비 133만원을 넘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추정소득액을 축소하거나 실소득으로 수급 여부를 평가하는 등 기초생활보장 수급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현행 부양가족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노인인구의 70%가 빈곤층으로 파악되는데, 부양할 자식이 포착됐다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끊게 되면 노인은 한계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비 보장 추가도 요구된다. 더불어 사회안전망 확대와 복지사회 구현은 정부의 예산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니, 통반장들과 주민들은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내 기초생활수급제나 긴급복지지원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만 한다. 이런 공동체로서의 시민의식이 최근 경찰이 수사를 통해 107명의 ‘염전노예’를 뒤늦게 적발해낸 것보다 더 효율적으로 인권 훼손과 착취를 당하는 노동자를 구제하는 방법이다.
  • “저들도 못 버티는데 나라고…” 어긋난 공감 자살

    “저들도 못 버티는데 나라고…” 어긋난 공감 자살

    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의 반지하 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저소득층의 신병 비관 자살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세 모녀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지난 2~3일 경기 광주와 동두천, 서울 강서구에서 생활고와 병마에 시달리던 가족의 동반 자살이 잇따랐다. 유명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일반인의 자살이 늘어나는 ‘베르테르 효과’처럼 자신과 비슷한 사회·경제적 계층의 자살이 알려진 뒤 모방 자살하는 경향이 나타난 셈이다.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해 빈곤 사각지대를 없애는 노력과 함께 우울증 등을 돌볼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의 심리적 복지 프로그램 확충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부족한 사회복지 예산 탓에 도움을 받지 못한 서민들이 빈곤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한다. 허선 순천향대 교수(사회복지학)는 4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되려면 가구 총소득이 월 133만원보다 적고 부양 의무자가 전혀 없어야 하는 등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들을 맞춰야 한다”면서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한 빈곤층은 사회안전망 밖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산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예산 낭비를 막아 복지예산을 조금 더 편성한다면 더 많은 저소득층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고 등으로 자살한 사건이 보도되면 ‘내가 저 사람들보다 힘든데 더 버틸 이유가 없다’는 잘못된 생각에 빠지기 쉽다. 안용민 한국자살예방협회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2005년 이후 유명 연예인이 자살한 뒤 2개월간 자살자 수가 평균 600명 증가했는데 비슷한 소득 계층의 자살이 사회적으로 큰 뉴스가 되면 모방 자살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일 계층의 자살 이후 모방 자살이 발생한 사례는 최근 빈번하게 나타났다. 2012년 서울 마포구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에서는 주민 10명이 연쇄적으로 목숨을 끊었다. 앞서 2011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는 재학생 4명이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자살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지나치게 동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자살의 전염력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예컨대 부모가 어린 자식과 함께 자살했을 때 우리는 ‘동반 자살’이라고 표현하지만 외국에서는 ‘영아 살해 후 자살’이라는 표현을 쓴다”면서 “언론 등이 안타까운 개인적 사생활 등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하다 보니 잘못된 방법까지도 미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저소득층에 맞춘 내실 있는 심리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자살 방지를 위한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익 강원대학교병원 교수(정신과)는 “생활고로 힘들거나 아플 때 털어놓고 의지할 모임 등이 필요한데 사회적 연결망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실태 파악이 안 돼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교수(정신건강의학)는 “정부가 자살 방지를 위해 지난해 투자한 예산은 30억원(2012년 기준)가량으로 일본의 100분의1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복지 사각지대 해소 대책 마련 착수

    정부가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자살과 동두천 모자 자살 등 생활고를 비관한 가족의 동반자살 사건이 잇따르자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3일 “정부의 각종 복지혜택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계층을 직접 발굴하려는 노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이날 월례회의에서 “국민들이 쉽게 각종 복지혜택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한 분이라도 더 찾아낼 수 있도록 발굴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을 포함한 정부의 복지제도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복지혜택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알더라도 원치 않는 이들은 사각지대로 남게 된다. 정부는 이번에 세상을 떠난 세 모녀처럼 정부의 복지제도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일어서려는 이들을 직접 찾아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사용자 친화적인 방식으로 온라인 홍보를 강화하고 각종 체납·독촉 고지서에 관련 정보를 수록하는 등 정부 복지혜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방침이다. 복지부는 아울러 이번 세 모녀 사건처럼 평범한 중산층 가족이 가장의 사망 이후 질병과 신용불량, 사고 등이 겹치며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과정의 문제점을 연구해 단계별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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