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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가난과 함께 오는 절망감

    외환위기 때 파산한 한 기업인은 반지하 17평짜리 셋집으로 이사갔다.그는 첼로를 배우던 딸아이의 레슨을 중단시키면서 가장으로서 큰 절망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돈이 없어 절감하는 궁핍감과 절망감은 사실 겪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그는 강조했다.첼로는 사치일 것이다.가난 때문에 아파트 밖으로 아이들을 던지고 동반자살한 어머니나,아들이 진 수천만원의 빚 때문에 목숨을 버린 아버지가 겪었을 절망은 얼마나 깊었을 것인가.실직자로 수만원이 없어 아픈 아이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지 못했던 빈곤이 주는 절망감,내일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불안감,빚 상환 독촉에 시달리는 심적 고통…. 가난은 그저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는 ‘불편함’만은 아니다. 한 방송이 벌이는 빈민층의 집고쳐주기 프로그램을 보면 가난한 사람들은 천장에서 물이 새고 벌레가 기어다니는 집에서 산다.빛이 제대로 들지 않는 우중충한 집은 아무리 밝은 성격이라도 어둡게 만들 것 같아 보인다.가난이 얼마나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가를 보여주는 풍경의 단편들이다.최소한 돈에 아쉬울 것 없는 재벌 회장이 투신자살한 충격에 접하면서 사람들은 ‘그래,돈이 삶의 전부는 아니구나.’ 하고 깨달으면서도 사회 다른 일각에서는 돈이 없어 삶의 전부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현실을 목격한다.이른바 ‘빈곤 자살’이 계속 증가,경찰청은 작년 600명에서 올해는 700명 선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죽음에까지 이르지는 않더라도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헤매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사실 가난은 단순히 파산했다거나 빚을 진 상태라고 돈의 측면에서만 단정짓기에는 훨씬 더 복잡하다.‘가난의 문화구조’가 있으며 이 구조는 국가차이를 넘어 공통된 점이 있다고 한다.계속되는 생존 투쟁,실업,불완전 고용,저임금,어린이 노동,저축 부재와 만성적인 현금 부족,고리채 의존 등이 그것이다. 빈곤층은 알코올 중독자의 높은 발생률,가족 구타,빠른 성(性)경험,낮은 교육,열악한 주거 환경,파산 가정,여자 가장 등의 사회·심리적인 특징도 여럿 공유하고 있다. 궁핍은 정부 등 공식 기구와 기존 가치관에 대한 가난한사람들의 반(反)사회적인 공격성을 높인다는 주장도 있다.가난한 사람들이 절망감을 자학이 아니라 외부로 향할 때 드러내는 파괴적인 행동을 서구 사회는 이미 수십년전부터 연구하고 대처해왔다.집값 폭등,빈부 격차 심화 등이 초래하는 바닥 계층의 절망감은 깊어지고 있다.이들이 저지르는 사회 범죄의 증가와 이를 막기 위한 안전 산업 등은 이제 본격적으로 치르기 시작한 사회적 비용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과 실수로 가난의 구렁텅이로 빠지기도 하지만 카드 신용불량자처럼 사회와 제도 탓도 있다.부(富)와 마찬가지로 가난이 대물림된다는 것은 정설에 속한다.따라서 복지정책을 성장에 저해된다는 논리로,단칼에 거부하기에는 가난의 사회적 과제는 크다.가난한 사람들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누리도록 돕는 것은 바람직하다.그들의 사회에 대한 분노를 삭이는 길은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자살한 재벌 회장의 측근은 상가에서 “진작 좀 도와주지 그랬어요.”라고 조문객들에게 한탄을 했다고 한다.가난한 주검들을 대변해주는 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여야는 복지정책 논쟁만 벌이지 말고 더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정말 좀 도와주었으면 싶다. 이 상 일 경제부장
  • [열린세상] 복지 지향적 성범죄 해법

    요즘 우리 사회에는 경제적 불안뿐 아니라 유괴,동반자살 등 각종 사고들이 거의 매일 보고되고 있다.그 중 특히 끊이지 않는 것이 성범죄이다.성폭력의 피해자는 성인 여성을 비롯하여 새벽 등굣길의 여고생,심지어 유치원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포함된다.더구나 이제는 군대 내부에서 동료나 상관에 의한 성추행이 심각하다고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성과 관련된 폭력적 행위가 위험 수위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된다. 성폭력은 단순 폭력에 비해 피해자에게 말할 수 없는 수치심과 두려움을 유발한다.단순 폭력을 당한 경우 쉽게 남에게 피해 사실을 알려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성폭력 피해자들은 그렇지가 못하다.가해자들도 이런 점을 이용하여 심지어 금품갈취 후 입막음용으로 성폭력을 이용하기도 한다.하지만 성폭행 피해자들은 정신적 상처가 상당히 심각하다.특히 어린 시절에 성폭력을 당한 여성의 경우 성인이 되면 우울증을 비롯한 다양한 정신장애를 가질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월등히 높고 성에 대해 왜곡된 상을 가지게 된다.성폭력의 피해자들이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가 몹시 필요하다. 성폭력 가해자들 역시 일반적인 범죄자들과 다른 특징이 많다.평소에는 선량한 시민으로 잘 지내다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변태적 성추행을 오랜 기간 해 오는 경우도 흔하다.이 경우 범죄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우며,설사 범죄가 밝혀져 처벌받은 후에도 변태적인 행위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최근에는 성폭력 가해자의 연령이 어려져 심지어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이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하기도 한다.이런 아동들은 어려서부터 음란물에 노출되어 거의 중독이 되다시피 한 경우가 많으며 변태적인 성적 발달이 심각한 상태이다.또한 이들의 부모들은 다양한 이유로 자녀가 정신적으로 건강한지 살펴보는 여유가 부족하고 심지어 성범죄를 저지른 이후에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따라서 이들은 연령이 어리므로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부모나 본인의 의지로 치료를 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같은 문제를 계속 일으킬 가능성이 몹시높다.따라서 이들 가해자들이 본인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치유하기는 어려운 상태이므로 사회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치료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복지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빈곤층에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회적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복지 사회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다.성범죄는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가 사회적 복지 차원에서 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성폭력 피해 아동을 위해 별도의 치료교육 기관을 제공한다든지,청소년 가해자의 경우 처벌보다는 치료를 더 우선시하는 등의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체계적으로 피해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가해자들의 치료재활을 통해 성범죄를 예방하는 차원의 복지제도가 없는 점이 너무 아쉽다.실제 임상에서 성폭력 피해 아동들의 심각한 정신적 문제와 청소년 가해자들의 대책 없음을 자주 접하면서 이제는 우리 모두가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진다는사실을 강조하고 싶다.그리고 현재 우리의 성폭력 피해자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어려움과 수치심,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어떤 조처도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몇몇 시민단체와 병원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고 최근에는 성폭력 피해 아동들의 진술을 한번만 받도록 개선하기로 한 점들은 고무적인 변화의 시작으로 보인다.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을 위한 복지가 한 단계 향상될 것으로 믿는다. 신 의 진 연세대 의대 교수 소아정신과
  • “기자들과 식사자리 안된다”

    “기자들과 식사하기도 눈치보이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참여정부 2차 국정토론회에서 또다시 언론을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서자 공무원들이 기자들과 식사자리를 갖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하지만 일부 ‘개혁장관’들은 보란 듯이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가져 대조를 이뤘다. A부처 장관은 4일 간부회의에서 “대통령의 (대언론)생각이 상상 이상인 것 같다.”며 “당분간 기자들과 식사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직원들은 사실상 ‘오찬 금지령’으로 받아들이는 기류다. 이런 금지령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문화관광부는 보도자료를 낸 뒤 기자들과 오찬행사를 갖던 관행을 아예 없애버렸다. 기자접촉이 기자들에게 술이나 밥을 사는 것이냐는 노 대통령의 지적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노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소줏집에서 인간적인 관계를 통해 얘기하다 보면 다음날 시커멓게 (기사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B부처는 이달 말 기자들의 워크숍 지원계획을 취소했다.중앙청사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갑작스럽게 오찬·만찬이 사라지기는 힘들겠지만 점차적으로 줄어들면서 결국에는 없어질 것”이라며 “필요에 따라 갖는 오찬모임도 눈치보면서 해야 하는 상황에서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천청사 한 공무원은 “노 대통령의 강도높은 발언 이후 주변의 간부들은 기자들과 식사 자리를 갖는 것을 상당히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개혁장관인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탈빈곤층 대책을 내놓은 뒤 기자들과 오찬을 가졌다.앞서 장관들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김 장관은 이날 대통령이 기자들과 식사·술자리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 오찬자리를 갖는 것은 ‘코드’가 맞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기자들과 식사 등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고,뒷거래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정색했다. 김 장관은 “나는 뒷거래를 한 적이 없고 언론에 당당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있으니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혁장관인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도 대언론 관계를 최대한 유연하게 가져가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성수 조현석기자 sskim@
  • 건보료 생계형 체납 100만명 / 보험료 새달부터 전액 면제

    다음달부터 보험료를 제때 못냈던 약 100만명의 빈곤계층이 보험료 전액 면제에 따라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생계 곤란으로 인한 자살이 크게 늘어나자 4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런 내용의 빈곤층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김 장관은 “건강보험료가 밀려있는 저소득층을 조사해 납부능력이 아예 없는 ‘생계형 체납세대’에 대해서는 밀린 보험료를 전액 면제해주겠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9월부터 기초생활보장수급자(월소득 102만원 이하)의 바로 윗계층인 차상위(次上位)계층(월소득 103만∼122만원) 320만명중 보험료가 밀려 있는 약 100만명은 보험료가 전액탕감되면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또 “건강보험료가 석달 이상 밀려 있는 일반체납자도 체납기간 중 진료를 받으면 건강보험공단이 급여비를 부당이득금(공단부담금)으로 환수토록 돼 있으나 보험료를 나중에라도 납부하면 이를 면제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기 전에도 부모의 가출이나 주소득원의 사망 등 필요한 경우 한달간 긴급 생계급여 투입을 적극 실시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
  • [열린세상] 돈 때문에 죽는 사회

    빚 독촉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다.생활비는커녕 아이들 병원비도 없어 안 죽겠다고 울부짖는 자식을 껴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주부가 있다.카드 빚을 돌려 막다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어머니와 아들의 목을 조른 가장이 있다.아예 궁핍한 삶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온 가족이 자동차 안에서 함께 목숨을 끊는 일도 있다.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너무나 참담하고 슬픈 일이다. 외환 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부실기업들을 과감하게 퇴출시키고 기존의 조직과 인원을 대폭 축소했다.이에 따라 수없이 많은 실업자들이 생계수단을 잃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이 과정에서 정부는 경기회복을 명분으로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 소비와 투자를 적극 권장했다.그러자 신용카드 발행이 넘쳐나고 나라는 빚 소비와 부동산 투기로 들떴다.하지만 정작 일자리 마련을 위해 필요한 기업들의 투자는 늘어나지 않았다.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부유층에는 호화 소비와 투기 혜택을 집중시킨 반면 빈곤층에는 생계 불안과 빚더미의 굴레를 씌운 결과를 낳았다.정부의 구조조정과 경기부양 정책이 남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쫓아낸 사람들의 고통을 가중시킨 셈이다.이렇게 되자 우리 사회는 공동운명체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더 이상 삶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다. 부도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구조조정은 불가피했다.그러나 극빈층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 안정망은 절대적 조건이다.이를 무시하고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소비와 투기까지 조장하여 서민들의 삶을 파탄으로까지 몰고 간 것은 반사회적 행위이다.침몰하는 배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인명부터 구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급해도 빈민층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면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경제의 기본 원칙이다. 돈 때문에 죽는다는 사람들의 인식은 더 큰 문제이다.아무리 살기가 어렵다고 할지라도 목숨을 스스로 끊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죄악이다.우리 민족은 수없이 외세의 침략을 받으며 가난과 고난 속에 살아왔다.그러나그럴수록 강인한 생명력을 기르며 정체성을 지키고 꿋꿋이 살아왔다.6·25 전쟁 때 나라가 두 동강이 난 상태에서 1000만명이 가족을 잃고 헐벗은 채 전쟁터를 헤매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어떻게 다니던 직장을 잃거나 카드 빚을 돌려 막을 수 없다는 이유로 자살을 하는가? 그것도 자신에 그치지 않고 자식과 부모의 생명까지 빼앗는가? 참담한 죽음의 행렬은 무조건 중단되어야 한다.이를 위해 정부는 극빈층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가를 파악하고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현재 부양자가 없고 최저생계비를 벌지 못하는 공식적 극빈층은 135만명에 이른다.또 극빈층은 아니지만 가족이 실직을 하고 빚이 많아 사실상 생계가 어려운 준 극빈층이 300만명을 넘는다.전인구의 10%가 삶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구조조정만이 살길이라며 모든 책임을 근로자에게 떠넘기는 기업정책은 지양돼야 한다.임금인상 억제,일자리 나누기,기업투자 확대,신산업 발전 등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사는 공생의 전략이 필요하다.더 이상 가난한사람들을 방치하지 말고 재기의 꿈을 안겨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 사람들의 의식개혁도 절실하다.돈은 벌어야 한다.그러나 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우리는 남을 이기지 못하면 자신이 죽는 약육강식의 경제전쟁 시대에 살고 있다.이 전쟁에서 이기고 사람답게 사는 선진국이 되려면 정신무장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생활고에 넋을 잃은 나약한 패배자에서 벗어나 세상이 무너지는 전쟁 포화 속에서도 강인하게 일어서는 의지인으로서 우리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이것이 진정 경제동력을 찾고 동북아 중심국가로 가는 길일 것이다. 이 필 상 고려대 교수 경영학
  • [녹색공간] 만들어가는 건강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은 1997년 현재 73세에 이른다.1960년에 55세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8년을 더 살게 된 것이다.어떤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수명은 1840년 이후 매년 3개월씩 증가해 왔으며,이런 추세대로라면 모든 사람이 100세까지 살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한다. 자료를 분석해 보면,평균수명의 증가현상은 주로 영아사망률의 극적인 감소와 폐결핵 등 감염성 질병을 극복할 수 있었던 데 그 주요 원인이 있었다고 한다.영아사망률이 감소했다는 것은,출생이라는 사건이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그다지 위험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는 걸 의미하는데,많은 사람들은 그 공을 현대의학의 발달로 돌리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렇다면 현대의학의 중심지이며 국민총생산의 14%라는 막대한 비용을 의료비로 지출하는 미국의 유아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하지만 UNICEF가 1996년에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미국의 유아사망률은 산업화된 서구 국가 중 25위라는 치욕적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폐결핵 등 감염성 질병에 의한 사망이 크게 줄어든 원인에 대한 분석에서도 현대의학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19세기 중반부터 1960년대까지의 주요 원인별 사망률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폐결핵과 백일해,홍역 등 감염성 질병에 의한 사망은,항생제가 발명되고 백신이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극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회의학자들은 평균수명이 연장된 것은 질병의 원인균을 발견하고 그것을 죽일 수 있는 항생제를 발명한 의학자의 덕이라기 보다는,주거환경을 개선하며 빈곤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정치가와,모성보건에 관해 헌신적으로 교육한 간호사나 교사의 덕으로 돌리고 있다.그렇다고 현대의학이 우리의 건강에 기여한 바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이제 우리는 더 이상 피부에 난 종기 때문에 죽지도 않고,당뇨병 환자라도 인슐린을 투여하기만 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며,신부전 환자라도 정기적으로 투석치료를 받거나 신장이식수술을 받는다면 얼마든지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도있다. 문제는,이와 같은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구매하기만 하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막연한 정서가 만연해 있다는 데 있다.매스미디어는 연일 무병장수 시대를 말하고,의료산업은 이렇게 만들어진 상징을 이용해 각종 건강상품을 생산하며,대중은 무비판적으로 그것을 소비한다.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되는 의학상의 주요 발견은 대부분 임상적으로 별 효용이 없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언론은 당장이라도 커다란 진전이 있을 것처럼 호들갑이고 산업체는 발 빠르게 그것을 상품화하며,기대를 키운 환자는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는 일선의 의사에게 실망한다. 하지만 성형수술의 횟수가 아름다움의 척도가 아니듯이 의료서비스의 소비 정도가 건강의 기준일 수는 없다.건강은 나 혼자의 재산이 아니라 내 가족과 직장,그리고 사회가 함께 만들어 가야할 가치이고 과정이어야 한다.그렇다면 우리의 보건의료정책도,기왕에 생산된 의료서비스를 분배하고 소비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보다 적극적으로 우리 모두의 건강을 ‘만들어’ 나가는 방향으로 바뀌어야만 하지 않겠는가. 강 신 익 인제대 의대 교수 의철학
  • 담뱃값 인상 수익금 빈곤층 지원 없던일로

    ‘담배 수익금은 흡연자에게,빈곤층 지원은 예산으로….’ 보건복지부는 30일 연내에 담뱃값 1000원 인상이 유력해지면서 이를 통해 조성되는 3조 8620여억원의 재원 중 절반 정도를 흡연자 대책 등에 사용키로 방침을 바꿨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3분의 1 가량을 흡연자를 위해 쓸 계획이었다. 복지부는 또 저소득층 탈(脫) 빈곤 지원에 7200억원을 배정키로 한 당초 방침을 철회하고 정부의 일반 예산에서 재원을 마련키로 했다. 재정경제부 등은 담뱃값 인상에는 동의하되 조성 기금을 복지부가 사실상 예산처럼 전액 사용하겠다는 계획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으로 조성되는 기금은 흡연자의 금연지원과 폐암 등의 검진 및 치료,농어촌 보건소 등 공공보건 인프라 구축에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수기자 sskim@
  • [임영숙 칼럼] 그들을 알고 있습니까?

    마더 테레사가 만난 한 가난한 어머니의 이야기다.마더 테레사는 세계 최악의 빈민가로 꼽히는 인도 콜카타의 슬럼가에 들어가 반세기동안 나환자,무의탁 노인,고아 등 버림 받은 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보아 생전에 이미 ‘살아 있는 성녀’로 일컬어졌던 가톨릭 수녀다. (어느날 저녁,어떤 사람이 우리 집에 와서 여덟 자녀를 둔 한 힌두교 가정에서 며칠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굶주리고 있다는 얘기를 해 주었습니다.그들에겐 먹을 게 전혀 없었습니다.나는 한끼 식사로 충분한 쌀을 가지고 그 집으로 갔습니다.그들은 몹시 허기져 보였고 아이들의 눈은 툭 불거져 나와 있더군요.말할 수 없이 비참한 모습이었습니다.내가 쌀을 건네자 아이들의 어머니는 그것을 반으로 나누어 가지고 밖으로 나갔습니다.잠시 후에 그녀가 돌아오자 나는 어디에 갔었느냐고 물었습니다.그러자 그녀는 짤막하게 대답했습니다.‘그들 역시 굶주리고 있습니다.’ 그들이란 식구수가 같은 옆집의 이슬람교인들이었습니다.그 어머니는 굶주림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습니다.그리고자기도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 얼마 되지 않지만 가진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습니다.) “엄마 살려줘.죽기 싫어.죽기 싫어.”라고 울부짖는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환청처럼 계속 귓가를 맴도는 가운데 떠오른 마더 테레사의 이야기다.똑같이 가난한 두 어머니의 행동이 왜 이토록 다른 것인지 당혹스럽다.인도의 가난한 어머니는 눈이 툭 불거지도록 굶은 자신의 아이들이 먹을 쌀을,역시 굶주리고 있는 옆집의 아이들에게 나누어 먹였다.그러나 한국의 가난한 어머니는 아파트 14층 계단에서 7살,3살짜리 두 딸을 창문 밖으로 내던지고,5살짜리 아들을 품에 안은 채 자신도 뛰어 내려 자살했다.무엇이 한 어머니에게는 굶주림 속에서도 이웃을 생각하는 여유를 갖게 하고 다른 어머니에게는 자식들을 죽이고 자살할 수밖에 없는 절망의 낭떠러지로 내몬 것일까. 우리 사회는 분명 콜카타의 빈민가보다 풍요롭다.그러나 그 풍요의 그늘속에서 상대적 빈곤층의 상실감은 증폭되고 자살에 이르도록 절망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늘어나고 있다.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건수가 총 1만 3055건으로 2001년에 비해 6.3% 늘었다 한다.하루 평균 36명,1시간에 1.5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는 것이다.특히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실직이나 사업실패에 따른 자살,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해야 할 30대의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 한다.자살한 사람의 가족이나 주위 친구들은 매우 정상적인 사람으로 죽은이를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자살한 사람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혀 모른 것이다. 마더 테레사는 묻는다.가난한 이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그들은 어디에 있습니까?여러분은 그들을 알고 있습니까?바로 우리 자신들의 가정과 단체에,자기가 외톨이고 사랑받지 못하며,무엇인가를 빼앗겼다고 느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이 질문 앞에서 나는 부끄럽다.아이들을 죽이고 자살한 인천의 30대 주부가 일으킨 어떤 사회적 반향과 분석도 이 질문 없이는 공허한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빈곤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아무리 촘촘하게 잘 짜여진다 해도가난한 이웃에 대한 사랑과 나눔의 정신이 없다면 콜카타의 빈민가보다 못할 것이다. 국가가,또는 한 개인이 우리 사회 빈곤층의 문제를 모두 풀어 줄 수는 없다.그러나 그들과 함께 있다는 것,그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자체가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마더 테레사와 콜카타의 어머니는 바로 그 마음으로 가난속에서 풍요로운 사랑을 펼쳐 보였다.평범한 우리들도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주필ysi@
  • [씨줄날줄] ‘리스트 사회’

    불안정하고 집단이기로 서로 등진 사회와 조직에서는 늘 루머가 횡행하고 억눌린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마련이다.우리는 정권교체기 전후 어김없이 새로운 체제의 정착을 앞두고 과도기적 혼란을 겪어왔다.정치·사회적 욕구분출이 본격화한 노태우정부에 이어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던 김영삼정부,반세기만에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정부,소외받은 사람들의 참여를 주창하는 노무현정부 아래에서도 그 현상적 증후군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대표적 현상을 ‘리스트 정치와 자살 신드롬’의 기막힌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한쪽은 시대가 바뀔 때마다 명분을 둘러대지만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고,다른 한쪽은 생활고에 지쳐 인생의 극단적 길을 선택한다.경험칙은 그 상반된 예시를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요즘 희대의 상가분양 사기사건에 정치자금 수수 혐의까지 겹쳐진 ‘굿모닝시티 게이트’로 온통 야단법석이다.사업수완은 있지만 배경이 없는 한 사업가가 상가분양대금을 정치권과 검·경 등 힘있는 곳에 로비자금으로 엄청나게 뿌렸다는것이다.돈을 받은 사람의 리스트가 수십명에 이른다고 한다.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게이트니,××게이트니 정치적 사건마다 ‘증권정보지’에 오르내린 사람이 한둘인가.한때 로비 리스트에 끼지 못하면 팔불출이란 우스갯소리가 ‘그들만의 리그’에 회자되지 않았던가. 그러한 부패구조와 경제·사회적 환경에 짓눌려 한편에선 ‘사회적 타살자’가 늘고있다.얼마전 충격적인 30대 주부의 일가족 투신자살 사건이나 한 대학생의 엽기적 자살 동영상 사례에서 보듯 자살자가 급증하고 있다.서울소방방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자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을 웃도는 1만 3000명을 넘어섰고 올 상반기 자살관련 출동건수도 전년대비 30%가량 늘었다.경기침체기일수록 자살자와 실업자가 급증하는 연관성을 제시한 고려대의대측의 연구결과가 적중하고 있다.그 전조도 좋지 않아 서울지법 파산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개인파산자가 전년보다 4.4배나 늘었다.젊은층 등의 신빈곤층이 급증하고,빈부차가 5년 전보다 악화됐다는 소리도 들린다. 양극화사회의 우울한 단상을 치유하려면 리스트에 오른 그들부터 석고대죄해야 한다.그 분양자들의 피땀 앞에 어떤 꼼수와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박선화 논설위원
  • 말말말˙˙˙

    최근 벼랑끝 계층 자살 사건의 원인은 사회안전망에 사각지대가 존재하며,실업과 비정규직화로 인해 일하는 빈곤층이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개인적 차원의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라 할 수 있다. -이태수 현도 사회복지대 교수,23일 참여연대 토론회에서.-
  • 세계인 - 우리는 이렇게 산다 / 佛청년실업 “한국보다 더 심각해요”

    |파리 함혜리특파원|한국이 최근 수년간 악화일로의 청년 구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의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의 좌절을 겪고 있다.학업을 마친 후에도 일자리를 얻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프랑스 젊은이들이 부지기수다. 한국의 올 6월 현재 청년실업률이 6.9%인 반면,프랑스는 7월 현재 청년실업률이 무려 16.9%에 이른다.성장과 시장 확대보다는 상대적으로 분배와 복지에 중점을 두는 서유럽식 경제모델을 추구해온 프랑스의 높은 실업률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리비에(28·남)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그는 2년 전 직장을 바꾸기 위해 다니던 증권회사를 그만둔 이후 아직까지 적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문화기획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카롤린(23·여)은 예술·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EAC에서 2년간 문화경영학을 공부했다.하지만 그녀는 지난 연말 이후 실업 상태다.동창생 30명의 사정도 거의 카롤린과 비슷하다. 부르타뉴 지방 출신으로 아마추어 도예가인 플로랑스(29)는 파리생활이 올해로 4년째다.낮에는아틀리에에서 도자기를 만들고 밤에는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한다.정부가 실업자들에게 주는 최저생계비로는 살아가기가 빠듯하기 때문이다.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진 프랑스에서는 실업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무척 심각하다.최근 학업과 직업교육을 모두 마쳤으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신규 실업자가 급증하고 이 가운데 대졸자 비중이 급속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국립통계연구소(INSEE)에 따르면 2003년 7월 현재 프랑스의 실업률은 9.9%,실업자는 268만 5000명(남자 128만 9000명,여자 139만 6000명)에 이른다.이는 2개월전인 지난 5월에 비해 실업률은 0.6%포인트,실업자는 16만4000명 늘어난 수치다. 특히 우려를 자아내는 부분은 15∼29세인 청년층의 실업률이 16.9%나 된다는 점이다.전체 실업률이 지난해(9.1%)에 비해 0.8%포인트 높아진 데 비해 청년층 실업률은 지난해 15.5%에서 올해 1.4%포인트 높아져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젊은층 실업이 증가하는 이유는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지난 5월의 경우 일자리를 찾기 위해 프랑스국립직업안정소(ANPE)에 등록한 실업자는 276만 600명.국제노동기구(ILO) 기준으로 산정한 실업자수(252만 1000명)보다 24만명 정도가 더 일자리를 찾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같은 기간 노동시장에 나온 일자리 수는 1개월 미만의 임시직을 포함,23만7668개에 불과하다. 노동·사회부의 청년직업안정국 다니엘 마티유 부국장은 “2001년 이후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국내 경기의 악화로 기업들의 신규투자가 줄고,고용시장도 얼어붙었다.”면서 “학교를 졸업하고 새로 노동시장에 뛰어든 젊은이들의 상당수가 1년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장기 실업자로 편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실업률이 높은 데다 대학 졸업자들의 경우 특별한 기술이나 경력이 없고 요구조건은 까다롭다.게다가 한번 채용하면 쉽게 해고할 수도 없기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서 채용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젊은층 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프랑스 정부는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놓고 각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전통적인실업보험과 실업부조를 통해 실업자를 보호하고 있다.실업급여 지급은 비영리단체인 중앙의 전국상공인고용조합(UNEDIC)과 지방단위의 상공인 고용협회(ASSEDIC)가 위임받아 관리한다.UNEDIC은 각각 5명씩의 노사대표자가 참여해 전국적인 차원에서 실업급여 보상을 위한 기금을 관리하고 있다.ASSEDIC은 UNEDIC의 지휘를 받고 정보를 제공받아 실질적인 실업급여 임무를 수행한다.실업보험급여 혜택을 받으려면 실업보험 가입기간이 최소 4개월이 돼야 하며 국립직업안정소에 등록한 뒤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펼쳐야 한다. 정부는 또 전체 실업자의 30%에 해당하는 실업보험 및 실업부조 급여제외 대상자들은 최저생활보호제도(RMI)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1988년 제정된 RMI는 1846년 헌법에 명시된 시민의 생존권을 구체화한 것으로 1992년부터는 수혜자 범위가 확대돼 최초 구직자와 급여자격을 상실한 실업자들도 혜택을 보기 시작했다. 25세 이상으로 일정기준 이하의 소득을 가진 사람은 누구든지 신청할 수 있는RMI는 급여지급과 동시에 고용창출을 위한 정책도 병행,초기 3개월 수혜기간 중 제도관련 부서와 취업관련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수혜자의 취업지원을 위한 기구로는 지역별 취업위원회가 있고 도 단위에는 의견을 수렴해 필요한 조치의 입안과 취업지원 방법을 논의하는 자문기구가 설치돼 있다.이 자문기구는 도지사 및 도의회 의장과 협조하에 도별 취업지원 대책을 수립한다. 정부에서는 또 청년 실업자를 채용하는 기업에는 계약직·임시직의 경우 24개월 동안 1명당 500유로씩의 채용장려금을 지급한다.정규직으로 계약을 할 경우 60개월 동안 보조금이 지급된다.근로자들에게는 사회보장세(임금의 30%)를 면제해 주기도 한다. 프랑스의 실업자들은 이같은 실업자 보호제도 덕분에 일단 직장을 잃어도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으면서 구직을 할 수 있다.그러나 이런 다양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빈곤으로 귀결되는 실업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사회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RMI 수혜자들의 경우 매년 탈퇴건수보다 가입건수가 많다.뿐만 아니라 장기수혜자비율도 13.7%로 높은 편이다.최저생활보호제도 수혜자의 면면을 보면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난 젊은층이 대부분이다. 수혜자의 62%가 자식도,피부양 가족도 없는 독신이다.평균연령은 38세이고 약 절반이 35세 미만으로 기록돼 있다.수혜자들의 학력을 보면 90%가 고등학교 이하의 학력 소유자로 알려졌다.수혜자의 38%는 가족수당 외에 전혀 소득이 없는 상태이고,13%는 최저생활보호부양금 이외에는 소득이 전혀 없는 절대 빈곤층이다. 사실 프랑스 실업문제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는 구조적인 문제다.새로운 기술이 발전하고 국제화와 세계화 추세가 지속되면서 노동시장은 유출인구보다 유입인구가 더 많다. OECD한국대표부 정형우 참사관은 “노령화 및 근로인구 감소현상은 유럽연합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현안이지만 프랑스의 경우 노동시장이 상대적으로 경직돼 있고 의료·연금·실업보험 등으로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노동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lotus@ ■파리市 청년실업자 대책 프랑스는 국가와 지역이역할을 분담해 실업문제에 대처하고 있다.국가는 실업급여와 최저생활보호제도(RMI),직업 훈련과 교육,국민 경제 활성화 대책 등 거시적 정책을 담당하고 광역도와 도 등 지역에서는 직업 훈련 시설,수용 시설 운영,지역 개발,투자 유치를 담당한다. 파리시의 경우 46명의 부시장 중 경제 부시장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국에서 실업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지역 차원의 활동과 국제적 활동을 동시에 추진하는 등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및 직업훈련이 이뤄진다. ●경제활동 촉진 파리시는 파리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1996년 ‘파리발전조합’을 설립해 각종 국제전시회 시설의 현대화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다. 1997년 실설된 ‘파리의 상징’(Signe Paris)프로그램은 파리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 줄 수 있는 기업 활동 및 홍보를 지원한다.첨단 산업 분야의 기업 설립을 돕기 위해 1998년 기술혁신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연구개발 지원 제도도 다양하다. ●젊은층의 고용창출 파리시에서는 18∼26세의 모든 젊은이와 26∼30세의 실업 보험 제도에 가입하지 않은 젊은이들을 상대로 특히 빈민 지역 출신이나 학업에서 실패한 젊은이들,아직 직업을 찾지 못한 대학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고용 대책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상업 분야나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고정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한편 견습생 제도를 시행,매년 300명의 견습생을 선발해 훈련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매년 1500명의 직업 훈련생을 모집한다.직업 훈련 후 취업률은 65% 정도로 높은 편이다. 이 제도 시행 후 파리 젊은층의 실업률이 14% 감소할 정도로 효과를 보고 있다. ●밀착 직업안내 직업안내는 16∼25세 젊은이들의 사회적 자립을 지원하는 종합직업안내센터(Missions Locales Parisiennes)가 담당한다.파리시내 5곳에 설치된 직업안내센터는 국립직업안정소(ANPE)와 연계,젊은이들의 사회 진출을 주선해 준다. 실업자들의 경력과 교육상태에 따라 정밀 직업진단을 해주고 직업에 대한 정확한 오리엔테이션과 훈련을 지원한다.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건강,주거,자금 지원,레저 활동 등 복지 분야도 지원해 준다.
  • [사설] 담뱃값 인상 조율부터 하라

    정부 부처간 담뱃값 인상 논란을 바라보는 국민은 혼란스럽다.값은 얼마나 올리고,수익금은 흡연자를 위해 제대로 쓰이는지,또 누가 올리는지 종잡을 수 없다.인상폭을 놓고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와 보건복지부가 경쟁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담뱃값 인상의 불가피성에도 불구하고 자칫 이러한 부처간의 싸움이 정부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에 흠집을 내지 않을까 걱정이다. 보건복지부는 담배 1갑에 붙는 국민건강진흥기금 150원을 1150원으로 올려 여기서 얻어지는 3조 8620억원을 흡연자 치료와 금연지원,빈곤층 창업지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이같은 국민건강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통과되면 연내 실시한다는 것이다.흡연율을 떨어뜨리고 국민 전체의 건강 증진을 위한 담뱃값 인상에 반대할 생각은 없다.이에 반대하는 부처도 물가부담과 세수감소 등을 우려해 200원 인상을 주장하는 것이지 인상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이고,지난 5월 WHO 총회에서 채택한 담배규제기본협약에김화중 복지부장관이 어제 서명까지 마친 상태이다. 재경부와 복지부는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볼썽사나운 논쟁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국민과 흡연자를 담보로 한 싸움은 가격인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정편의주의이자,1000원에서 200원만 인상하려는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관계부처는 머리를 맞대고 담뱃값 인상의 폭과 기금 사용처 등 보다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찾아내 제시해야 한다.이를 조율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정부의 조정력에 실망하고,결국 어떤 정책도 믿지 않을 것이다.
  • “우미관 다리가 최고의 놀이터였지”‘청계천 토박이’ 이순형 서울대 명예교수

    “내가 만일 화가라 ‘황혼의 청계천을 뒤로하고 귀가하는 지게꾼’을 묘사한다면 밀레의 ‘만종’(晩鍾)에 뒤질 것인가?”(1954.7.18) 고가도로 철거와 함께 청계천을 서울시민의 품으로 되돌려 주려는 복원공사를 하루 앞둔 30일,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동문회관 ‘함춘원’(含春苑)에서 이순형(李純炯·68) 전 서울대의대 학장을 만났다.그는 인터뷰 도중 어언 반세기가 지나 샛노랗게 바랜 경기고 시절 학교신문 한 쪽을 감회 어린 눈으로 읽어나갔다.2학년 때 문예반원으로 수필란에 실은 ‘청계천송’(淸溪川頌)이란 제목의 글이다. ●‘서울의 하수구' 원흉은 빗나간 시민정신 소년 순형은 이 글을 통해 당시만 해도 아낙네들의 빨래터로,인근 빈곤층 가정에서 흘려보낸 구정물 등으로 더러워져 ‘서울의 하수구’로 불렸던 청계천의 원흉(?)은 빗나간 시민정신에 있다고 보고 목청껏 비난했다.자연이 인간에게 베푸는 선물을 예로 들며 청계천의 소중함을 일깨운 뒤,아침 일찍 청계천에 나가 보면 나라의 혼을 불어넣어주기 때문에 (세련됐지만 친밀감을 찾아볼 수 없는) 명동거리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이 박사는 60년대부터 불모지였던 국내 기생충학에 몸을 던져 후학을 길러낸 뒤 지난해 은퇴해 명예교수로 있다.청계천을 화두로 꺼내자 금방 옛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얘기 보따리를 술술 풀어놨다.낡은 볼펜을 꺼내 청계천 주변 지도까지 그려가며 어린아이처럼 신이 난 표정이었다. “한 차례 큰 비가 지나간 뒤엔 장대 끝에 줄을 매단 볼품없는 낚싯대로 가물치를 건져 올리기도 했지요.그럴 때면 웃통을 벗어젖힌 아이들이 너나없이 환호성을 질러대고….” ‘서울 토박이회’ 부회장 직함도 갖고 있는 그는 할아버지 세대 이전부터 청계천 근처에 살아온 토박이.본적이 청계천변에 자리한 장교동 56번지다.지금은 없어진 종로구 수하동의 청계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이 박사는 “어릴 적 청계천 수표교 쪽에는 부드러운 모래밭이 멋지게 깔려 나이에 따라 높낮이를 달리 정한 뒤 둔치에서 뛰어내리는 놀이를 즐겼다.”고 회고했다.아치형으로 만들어 모양 자체만으로도 인기를 얻은,현재 삼일빌딩앞 우미관 다리는 변변한 놀이시설이 없던 당시엔 손꼽히는 놀이터였다.주민들이 철봉,역기 등 운동기구를 하나 둘씩 들여놓아 요즘 드라마로 더욱 유명한 김두한도 힘자랑을 했단다. “나이 든 사람들 중에는 청계천 하면 탁류를 떠올릴 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잠시 피란 떠났다가 1·4후퇴 무렵 서울로 돌아와 다시 바라본 청계천은 글자 그대로 푸르디 푸른 맑은 물이 출렁이고 있어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전쟁 중에는 너나없이 가정형편이 나빠지는 바람에 집집마다 청계천변으로 나와 떡이나 부침개를 만들어 팔아 연명한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이 박사 자신도 열다섯살이던 9·28수복 때에는 담배,껌을 팔아 돈을 벌었다.아직도 국산 ‘공작’이나 미제 ‘러키 스트라이크’ 등 담배 이름을 잊지 못했다. ●‘나이애가라' 막걸리집의 어원은 전쟁이 끝난 50년대 중반,가난을 벗어날 생각에 서울로 인구가 몰려들면서 청계천 주변에는 판잣집이 늘어 갔다.판자로 얽은 막걸리집을 ‘나이애가라’라고 불렀다.화장실이 없어 취객들이 청계천 둑 위에서 소변을 봤는데 아이들의 눈에는 그 물줄기가 거세게 느껴졌다는 얘기다. “5월 단오,8월 한가위 때면 장사교 위에서 동네마다 대표를 뽑아 연날리기 대회가 열리곤 했지요.” 중·고교생들이 정동 등 시내 학교로 통학하는 길이었던 청계천 10리 뚝방길은 사춘기 청소년들의 분홍빛 사연을 실어나르는 길이기도 했다.자동차 한 대가 겨우 빠져나갈까 말까 할 정도로 비좁은 길에 학생들이 넘쳐나 남녀끼리 자연스레 어깨가 마주쳤다며 이 박사는 씩 웃었다. 흔히 서울에서 태어난 사람에게는 고향이 없다고 하지만 이는 한 나라의 수도(首都)라는 이유로 많은 것을 타지인들에게 내준 탓이라고 했다.팔도 사람이 모인 서울을 그는 ‘공설운동장’으로 비유한다.한강도 서울의 하천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커서 대부분 사대문 안에서 둥지를 틀었던 서울 사람에게는 ‘고향’ 하면 떠오르는 게 청계천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청계천 복원은 고향 찾아주는 일 “청계천 복원은 서울토박이는 물론 고향을 잃고 살아가기 쉬운 미래 서울시민들에게 고향을 찾아주는 일로 반기지 않을 수 없지요.” 최근 서울토박이회 회원들과 청계천 복원의 성공을 염원하는 홍보 캠페인을 벌이던 중 광교 조흥은행 옆으로 난 뒷골목에서 50여년 전의 여염집 담장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고향의 흔적을 찾았다는 감격으로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중산층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청계천 쪽에 살면서 상대적으로 외면당해온 북촌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때로는 청계천 주변을 떠나기 싫어했던 부모님을 원망한 적도 있다.”는 이 박사.조상 대대로 무교동·수하동·삼각동 등 청계천 주변을 내내 떠나지 못하다가 60년 모두 의학도였던 4형제의 학비 마련 등을 위해 당시 신도시로 개발된 불광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겨 청계천과 약간은 멀어져야만 했다. “개발에 떠밀려 청계천이 복개될 때는 안타깝기 그지 없었는데….”라며 말끝을 맺지 못하는 이 박사.2년 후에 다시 드러날 청계천의 새 모습을 꿈꾸며 옛 추억에 잠긴 듯 지그시 두 눈을 감았다. 글 송한수기자 oneko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
  • [2003 여성문화](3) 직장 떠나 집으로....그러나 아이 키우며 ‘일’로도 성공 꿈꾼다

    흔히 여성의 직장생활을 ‘자아실현’이라 말한다.‘자아실현’이란 인간이라면 누구나 평생 해야할 일이지만 여성에게 사용될 때에는 때때로 몰이해와 비아냥이 묻어난다.“저 자아실현하자고,아이는 내 팽개쳐 두고…”.그래서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은 ‘독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기저귀만 떼면…’‘어린이 집만 가면…’육아로부터 한 숨 돌릴 것이라고 믿으면서 꿋꿋이 어려움을 이겨냈던 여성들은 오히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직장을 떠나기도 한다.“직장가진 엄마의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직장을 떠나는 여성들,집으로 돌아가는 여성들.직장을 떠나도 일에 대한 열정만은 숨길 수가 없다.그래서 비정규직이거나,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일’이 뭐길래.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을 찾다가 결국 15년간 다닌 직장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는 강은영(39·서울 강남구 역삼동)씨는 ‘이젠,아줌마로서의 생활도 괜찮다.’고 말했다.그러나 지난 1년간,“선·후배들은 어려워도 견디고,이겨나가는 직장을 나만 떠나야 했던 것에 대해 패배감을 느꼈다.아이들을 핑계삼아도 나는 경쟁에서 탈락했다는 생각에 몸은 편해졌어도 마음이 한동안 편치 않았다.”고 한다. 이젠 그 스트레스에 짓눌리던 직장생활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얼마전부터 그는 일을 찾고 있다.“꼭 돈을 벌어야 할 절박한 상황은 아니지만 ‘일’은 하고 싶다.정규직으로 하루종일 직장에 묶여 있는 것은 싫지만 평생 이렇게 ‘빈둥빈둥’ 지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출신의 추은희(32·서울 송파구 풍납동)씨는 아직도 병원생각만 하면 가슴이 뛴다.“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5살난 아이가 며칠간의 밤샘 간호 끝에 정신이 돌아오던 순간을 생각하면….”임신중에도 3교대 밤근무를 했고,한달에 9번이나 밤샘근무를 해야 하는 간호사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성취감을 주는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추씨도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직장을 떠났다.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행복하지만 41개월된 아이가 조금만 더 자라면 언제든 일터로 돌아갈 생각이다.더욱이 신경외과 의사인 남편과는 ‘병원용어’로 대화를 많이 하는데 “이렇게 있다가는 5년후쯤엔 남편과 대화도 나눌 수 없을만큼 ‘병원용어’를 다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나,고민된다.” ●일은 좋지만 묶이는 것은 싫다 직장여성은 직장생활의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편안하게 사는 또다른 삶’을 꿈꾼다.절대빈곤층이 아닌 여성들의 경우 그 꿈은 더욱 많은 갈등으로 연결된다.오죽하면 한 직장여성은 “차라리,차라리 내가 반드시 돈을 벌어야만 할 상황이라면 잡념없이 일할 수 있겠다.”라고 말했을까. 구하기 어렵다는 ‘그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성들.물론 그들도 쉽게 직장을 떠난 것은 아니다.남성들이 일의 가치를 삶의 첫번째 자리에 올려놓고 승부하듯 여성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기때문이다.더욱이 30∼40대 직장여성에게 직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일하는 것은 당연하고,대학교육으로 키운 능력을 사장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의미까지 이미 학습됐다.더욱이 이 ‘험난한 정글’에서 살아남은 터,지난 날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투사처럼’살아온 이들도 결정적으로 약해지는 때가 있다.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는 순간,일과 자아실현,사회적 책무는 모두 사라지고 만다.어머니로서의 임무를 소홀했다는 자책,그것은 일순간 모든 것의 의미를 퇴색시키게 마련이다. 대우공채 2기로 입사, 수출파트에서 일했던 김은희(39·서울 동작구 사당5동)씨는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유산위험이 있다는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직장을 떠났다.경력 8년 만에 직장생활을 접었다.“유난히 일을 좋아했고,강박적으로 일에 매진했다.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갑자기 결혼했고,임신·유산의 위험 등 걷잡을 수 없도록 내몰리면서 사표를 냈다.인정받았던 직장인이었지만 하루아침에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고,갈 곳도 없는 쓸모없는 인간으로 버려진듯 한동안 우울했다.” 현재 9살·7살난 두 아이의 어머니로 집안일에도 전문가가 됐다는 그는 3년간 전업주부 생활을 했지만,그후 6년은 아르바이트와 재택근무 등 꾸준히 일을 해왔다.현재는 사당2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아이들의 ‘발표력 교실’을 기획,운영해 오고 있다. “일은 얼마든지 있지만 저녁 때 아이들만 놔두고 나가는 것이 싫어서 일을 늘리지 않는다.내 모든 스케줄은 오후 4시30분이면 끝난다.”김씨는 초등학교 교사였던 친정어머니로 인해 남의 손에서 자라 자신의 아이에게만은 ‘엄마의 부재’를 경험하게 하고싶지 않았다.그러나 그도 ‘일’의 중요성만은 잊지 않았다.“수입에 관계없이 살아있는 한 일할 것이다.아마 이렇게 일하지 않았더라면 즐겁게 집안일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입주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를 키웠다는 박경아(39·서울 송파구 가락동)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던 4년전,전업주부가 됐다.“바빴기때문에 아이의 알림장도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다.수행평가제 도입 등 달라진 교육현실은 취업모의 아이들에겐 상대적으로 불리했다.”직장을 그만두면서 둘째를 낳았다는 박 씨는 “큰애의 학습습관을 바로잡을 수도 있었고,큰애 때는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부모로서의 행복감에도 흠뻑 젖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씨의 행복에도 ‘믿는 구석’은 있었다.풀 타임으로 묶이지는 않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부동산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한다.“새로운 경제상황에서 돈에 대한 개념이 달라졌다.바쁘지않으니 신문을 샅샅이 훑어보고 세상돌아가는 것을 읽고 변화에 부응하는 경제 마인드를 갖게 되면서 솔직히 직장생활하는 것보다 수입이 낫다.” 남편의 반대에 부딪혀 전업주부가 돼야만 했다는 유준희(35·경기 구리시 토평동)씨는 아이에게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새로운 관심분야를 키워 영어교육전문가가 됐다.오후에 한 두시간 영어를 가르치고,주말에는 유명영어학원의 교재를 집필했다.유씨는 “아이들에게 이유식도 열심히 해먹였고,놀이터에서 노는 게 아직도 내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또 집안도 반들반들 윤기 내며 살아왔다.그러나 평생 자상한 엄마가 되느냐,성공한 여성이 되느냐는 문제는 아직도 내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9시부터 시작되는 정규직은 싫다는 그는 ‘가정을포기하고’ 직장을 갖고 싶지는 않지만 일에는 더욱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7살·3살난 아이들이 좀 더 자라면 적극적으로 일하려고 지금도 남편을 설득하고 있어요.” ●비정규직,아이 돌보며 일하기엔 좋다? 여성들이 육아를 위해 직장을 떠나는 전형적인 ‘M자 곡선’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흔한 일이다.후진국형으로 불리는 여성들의 고용은 사회·국가적인 지원으로 달라져야 할 ‘과제’다. 대학은 졸업했지만 살림에 파묻혔다가 일하고 싶어 둘러보니 ‘허드렛일’밖에 할 게 없더라고 여성들은 푸념한다.“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은 40대 전업주부들에겐 또다른 회의를 가져다 준다. 이 직접 키우면서 일하느라 정규직을 갖지 못했다는 서미경(39)씨는 “안정된 일에 진입하지 못한 채 나는 늘 주변부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아이 내 손으로 키우면서 행복했지만,내 일을 생각하면 씁쓸하다.비애감마저 느껴진다.”고 말했다.몰입해서 경력을 쌓지않아 일을 늘 해왔음에도 ‘언제나 제 자리’라는 그는 영어와 일어 번역을 할정도이고,남편직장관계로 3년간 일본에 머물면서 호텔전문학교를 다니기도 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직장을 가질 수는 없었다.“여성들이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처음부터 가정에 안주한다면 언제나 주변부로 밀리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 박의경 연구교수는 “우리 사회처럼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는 곳도 없다.그러나 여기에 또한 남성중심적 사회의 비수가 숨어 있다.모성에 대한 강조에는 여성을 사적 영역에 제한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지적한다.어머니를 말할 때 따라붙는 ‘숭고한 희생’이란,‘어머니는 희생해야 한다'는 말이자,‘어머니가 자기 것을 챙기면 어머니가 아니기에 존경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라 지적했다. ●직장여성,독한 여자라고? 교보증권 홍보팀장 추은영(36)씨는 쌍둥이 아들들을 대전의 친정 어머니에게 맡겨 키우고 있다.아이들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일도 가슴아프고,친정 어머니를 힘들 게 하는 것도 죄송하지만 정작 가장 괴로운 것은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아이를 떼놓고사느냐.”고 묻는 사람들의 말이다.“그런 말 들을 때마다 상처를 받는다.‘독하다’고 말하기도 한다.악의없이 하는 말이겠지만 ‘정말 내가 독한가 잘못하는 것일까’하는 회의에 빠져든다.추 팀장은 “왜 똑같이 하는 직장생활도 남성이 하면 가족부양,여성이 하면 자아실현이 되느냐.”고 물었다. 법과 제도적으로는 남녀평등이 이뤄졌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가부장적인 직장문화,육아와 가사책임은 여성의 몫이란 인식은 일하는 여성들을 지치게 한다.‘의무’만 있을 뿐,‘권리’는 없는 존재인 자신에 대해 측은함이 느껴지고 우울해진다는 여성도 있다. 한 여성공무원은 “내 몸도 돌보지 못하고,내 아이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허겁지겁 살아 간다.그러나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만성피로에 지친 몸은 골병이 들었다.”고 말했다.더욱이 경제적인 측면은 쏙 빠지고 비하되는 여성의 직장생활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맞벌이 안하면 집 한채 마련하기 어려운 세상 아니냐.” 여성들은 ‘일’을원한다.때로 육아를 위해 ‘일’을 떠나도,어떤 형태로든 일로 돌아온다.더이상 모성애냐,자아실현이냐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허남주 기자 hhj@
  • 지구촌 지하수면 한해 3m씩 저하 / UNEP, 전세계 ‘水亂’경고

    전세계 20억인구가 사용하는 지하수가 빠른 속도로 고갈되고 있어 지구촌 물부족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유엔환경계획(UNEP)이 5일(현지시간) 경고했다. UNEP가 이날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과도한 지하수 개발로 전세계 지하수면이 한 해 약 3m씩 낮아지고 있다.인구 증가,산업화와 집약농업 발달이 물사용 증가의 요인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특히 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의 개발도상국가에서 지하수가 “놀랄 만한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들 정부에 지하수 개발·사용 자제를 비롯, 수자원 보존을 위한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물부족 위기는 유엔이 2015년까지 빈곤층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보고서는 농업용수 부족으로 생활터전을 잃는 농민들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UNEP의 클라우스 퇴퍼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전세계 약 20억명과 농업의 40%가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번 보고서가 소중한 지하수 낭비로 초래될 결과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상숙기자 alex@
  • [대한포럼] 盧정부의 덫

    노무현 정권이 출범 100일을 넘기면서 여러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간추리면 참여정부의 지향점은 좋은데 국정운영이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1987년 이래 대통령 선거권을 행사한 4번 가운데 3번을 찍은 후보가 당선된 경험을 갖고 있다.그러나 대통령의 임기 1년안에 지지를 내심 철회하고,임기말 1년전부터는 어김없이 후회했다.다시는 이런 후회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노무현 정부가 조심해야 할 ‘덫’은 어디에 있을까.인적파워 그룹에 대한 국민의 찬반 향배에서 찾고 싶다.한국 사회에는 국민의식과 생활양태를 좌우하는 ‘3개 파워그룹’이 있다.바로 미국의 존재와 재벌,언론이다.참여정부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들은 분명 압력집단들이다.반면 노 정부의 지지그룹에는 시민단체와 노동조합,노사모 등과 같은 노무현지지 핵심그룹이 있다.그러나 최근 들어 이들 지지그룹의 밀어붙이기식 행보가 오히려 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노정권은 애초 미국,재벌,언론의 견제에 맞서 시민단체,노동조합,핵심그룹의 패기라는반(反)-정(正)구도로 출발했다.그것은 당선이후 본격화된 우리사회의 이분법적 편가르기가 현재화된 데서도 잘 알 수 있다.보수·안정과 진보·개혁,기득권층과 서민·빈곤층,5060과 3040세대,중앙집권과 분권화 등으로 나뉜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그 틈새로 파고 든 적과 동지 구분,부익부 빈익빈,세대교체,지역주의의 재발이 오늘의 혼란과 분열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노정권은 이제 냉정하게 주변에 놓인 덫을 살펴봐야 한다.공교롭게도 ‘압력·견제’세력은 지지세력으로,지지세력은 견제·비판세력으로 자리바꿈하고 있는 느낌이다.미국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한·미간 동맹관계와 북핵의 평화적 해결이란 지상명제에 밀려 현실적 힘의 논리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그것을 굴욕외교니,현실안주니 하고 폄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다만 호랑이의 발톱은 숨기되 뽑히지는 말아야 한다.그래야 평화번영정책 추진에 있어 우리의 의사를 당당히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재벌정책은 경기불황 탓에 개혁드라이브에서 실용적 노선으로 유연성을보이게 됐다.북핵위기와 사스 여파,극심한 경기침체로 집단소송제·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등의 서슬퍼런 칼날이 무뎌졌다.재계와는 한·미 정상회담시 수행과 삼계탕 오찬,재벌의 투자확대 등으로 불신의 간극이 좁혀져 경제회생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경제가 국정운영의 중심으로 자리잡기까지 그동안 값비싼 비용을 치렀다. 언론과의 지루했던 전면전은 국지전으로 축소되고 있는 형국이다.대통령의 방송·신문 인식과 메이저·마이너간 시장재편,취재시스템 개편 등의 언론정책은 한계가 드러났다.경제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한국형’ 시장논리는 이미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정부는 공정경쟁을 위한 시스템과 여건 조성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언론도 그릇된 관행을 깨고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할 때다. 이처럼 우리사회의 ‘3개 파워그룹’은 여러 정권을 거치며 생존비법과 정권을 다루는 노하우가 노련한 프로들이다.시민단체 등이 아마추어리즘을 넘어서려면 전략적인 사고와 대처방식을 필요로 한다.두산중공업과 철도·화물연대 파업,이라크 파병,NEIS파동,새만금 등에서 보여준 행동양식은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집단이기로 비판받는 점을 겸허히 되새겨야 한다.전통적 지지그룹을 다독여야 할 집권층은 엇갈린 말과 정책으로 혼란을 부추긴 측면도 반성해야 한다. 덫은 빠져나오려 몸부림칠수록 더욱 옥죄며,천천히 힘을 빼 올무를 푸는 게 상책이다.‘대통령도 해 먹을 만’하려면 법치와 시스템 정착을 통해 차분히 국정을 풀어가는 게 지름길이다.합(合)으로 가려면 정-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박 선 화 논설위원 pshnoq@
  • [열린세상] 남미형 경제추락?

    기업인들은 경제가 IMF 시절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화물연대 파업이니 NEIS 파동이니 사회가 요동친다.인터넷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변절’을 둘러싸고 연일 공방전이 오간다.뭐가 한참 꼬였다.이럴 즈음 등장하는 메뉴가 있다.소위 경제의 ‘남미화’다.유럽형으로 갈 것인가,남미형으로 갈 것인가?우리는 카산드라 크로스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N자 커브냐,M자 커브냐 그것이 문제라고 한다. 학자나 언론인들이 이런 이야기를 마치 애국자처럼 해댄다.이들 논리를 요약해 보자.“남미형 국가 특징은 분배 지향적,인기 영합주의,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임금상승”이라고 지적한다.“인기에 매달리면 남미처럼 경제가 추락할 수 있다.”며 “인기 영합주의 정책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이들이 즐겨 애용하는 M자 커브 사례는 아르헨티나다.“아르헨티나는 1980년 1인당 국민소득 8000달러 가까이 달성한 뒤 2000달러 밑으로 내려 갔다가 20년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논법은 너무 피상적인 관찰과 아전인수식 해석에 기초해 있기에,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앞당기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노·사·정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할 구조조정의 문제를 근로계층의 임금상승 압박 문제로만 보는 근시안적인 태도이다.하나씩 따져보기로 하자.첫째 분배지향을 남미형 국가의 특징으로 삼고 있지만,지난 20년간 중남미 사회의 분배는 크게 악화되어 왔다.그 결과 인구의 절반 수준이 빈곤층에 속한다.둘째 인기 영합주의란 표현도 지난 20년의 중남미 경험과는 별로 맞지 않는다.중남미 국가들처럼 월스트리트-재무부-IMF가 제시한 경제 개혁과 개방 스케줄을 모범적으로 적용한 경우도 없었다.민영화,규제완화,개방 모두 원하는 대로 들어주었다.아르헨티나는 메넴 대통령 시절에 민영화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팔지 않았던가?작년에 경제위기가 들이닥쳤을 때 더 이상 팔 것이 없어서 국제 금융권은 국세청을 팔라고 요구할 정도였다.셋째,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임금 운운도 지난 20년간의 경험과 너무 거리가 멀다.멕시코,칠레,아르헨티나,브라질 등은 대부분 꾸준히 개혁의 이름 아래 노동시장의유연화,실질임금의 하락을 경험했고,그 결과 고용불안이 대단히 높은 사회로 바뀌었다.비공식 부문이 과도하게 팽창했고,가족 전체가 노동판에 뛰어들어도 입에 풀칠하기 힘든 사회로 바뀌었다.실업과 고용의 불안정은 곧 사회적 안정을 해치고,치안 부재로 둔갑한다.상파울루와 멕시코시티의 밤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그러면 도대체 뭐가 문제였단 말인가? 남미형을 억지로 정형화한다면,그것은 잘못된 개방정책,사회개혁의 부재,정실 자본주의로 추락한 경제라 요약할 수 있다.‘개방은 곧 경쟁력 강화’란 도식에 집착하여 국내의 중소기업들이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시장을 일방적으로 너무 빨리 열었고,그 결과 내수 산업은 대부분 무너지고 말았다.농지개혁,세제개혁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에,양극화 체제가 지속되고,또 재정의 기반도 허약한 것이다.중남미 국가들의 수세구조에서 직접세의 비중은 대단히 낮다.부자들은 돈을 많이 벌지만,세금은 거의 내지 않는다.대신 소비자는 부가가치세 16∼18%를 부담한다.그만큼 공정성이 결여된 사회이다.기업인들의 능력은 정치인 로비 능력과 거의 일치한다.그렇기에 비아냥거리는 소리로 중남미에서 정치는 ‘시장 바깥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활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다시 정리해보자.남미형 경제가 추락한 이유는 결국 정치적 부패,사회개혁의 부재,잘못된 개혁과 개방정책 때문이다.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남미 사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배울 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부단한 사회개혁,투명한 정치와 행정,잘 조정된 개혁 프로그램일 것이다.더 이상 ‘분배지향적,인기 영합주의,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임금상승’같은 1970년대의 낡은 가락은 이제 사라졌으면 좋겠다.그런 ‘남미’는 지구 어디에도 없다. 이 성 형 세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 ‘사스’ 베이징 외곽 봉쇄/ 진입로마다 바리케이드… 베이징大 병원 폐쇄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 정부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중국 전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가운데 24일 수도 베이징 봉쇄에 들어갔다. 베이징시 당국은 이날부터 베이징과 선양,후베이,하얼빈 등을 잇는 외곽도시 등 주요 간선도로 진입로에 바리케이드를 설치,차량들이 베이징시를 빠져 나가는 것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3·7면 이에 따라 시 외부로 통하는 도로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되고 통과 차량들 및 운전자들에 대한 검문검색이 강화되고 있다.베이징 경찰 관계자는 베이징 외곽도로들에 대한 진입 통제는 최소 3주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혀 봉쇄조치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민에게 봉쇄 사실 공표안해 중국 정부는 그러나 베이징 봉쇄 사실이 공표될 경우 예상되는 시민들의 탈베이징 러시를 우려해 아직 봉쇄 사실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전날 발표한 사스 감염 우려자 강제 격리조치에 따라 24일 베이징대학 인민병원과 국립도서관이 잠정 폐쇄됐다. 1020개 병상을 가진 베이징대학 인민병원은 이날 환자들을 모두 베이징시내 다른 6개 사스 지정병원으로 옮기고,2300여 직원들을 대상으로 감염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한 관리가 밝혔다.의사와 간호사 등 병원 관계자 최소 60명이 사스에 감염됐거나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중국 정부는 사스의 급속한 확산에 따른 외국인들의 탈중국을 막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했다. ●외교단지 방문 제한 중국 정부는 외국인 환자들을 위해 베이징 내 3개 병원을 외국인 전용으로 지정했으며,특별 책자와 신고 핫라인 등을 개설했다.또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외교단지에 대한 비거주자들의 방문을 제한하는 한편 등록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앞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23일 ‘철낭자’ 우이(吳儀) 부총리를 본부장,화젠민(華建民) 국무원 비서장을 부본부장으로 한 지휘본부 설립과 빈곤층 치료를 위한 20억위안(2억 4300만달러) 규모의 사스 기금 창설을 발표했다. 베이징은 사스 감염자는 물론 사스 의심자,가깝게 접촉한 사람,동물도 격리시키기로 했다.병원과 공장,건축현장,호텔,레스토랑,사무실,주택가 건물,마을,학교 및 바이러스가 발견된 장소도 모두 격리대상에 포함된다. 23일 현재 중국의 사스 감염자는 총 2350명에 107명이 사망했고,베이징에서는 이날 하루에만 사스 환자 7명이 추가로 숨지고 105명의 감염자가 늘어나 환자 693명에 사망 35명에 이르렀다.사스 의심자도 782명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3일 광둥(廣東)성과 홍콩에 이어 베이징과 산시(山西)성,캐나다 토론토 등 사스 위험지역에 대해 추가 여행자제령을 내렸다. 한편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이날 15억달러 규모의 긴급 구조대책을 발표한 홍콩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한다고 발표,사스로 인한 국가신용도 하락 우려가 현실화됐다. oilman@
  • [사설] 재산세 중과 형평에 맞게

    청와대 직속 ‘빈부격차·차별시정기획단’이 최근 빈부격차 해소 및 부동산 투기억제책의 일환으로 재산세와 종합토지세의 과세표준을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3%포인트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보유세를 강화함으로써 빈곤층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해소하고 토지 및 주택 효율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부동산 세수(稅收) 가운데 보유세의 비중이 미국 98%,영국 87%,일본 84%인 반면 우리나라는 32%에 불과할 정도로 가진 자 위주의 조세체계를 고수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기획단의 정책 추진방향은 옳은 것으로 평가된다. 기획단은 재산세와 종토세의 과표 현실화를 사전 예고하는 방식으로 다년간에 걸쳐 추진하면 조세 저항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하지만 지난해 부동산 투기억제책으로 보유세 강화를 추진했다가 조세저항 및 과세권자인 지자체단체장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기획단장인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이 자신의 논문에서 지적했듯이 지금까지 토지 개혁은 땅을 가진 소수의 권력층에의해 좌절될 정도로 지난한 개혁 과제로 꼽힌다.현실적으로도 재산세는 과표가 실거래가보다 면적·건축연한 등에 따라 정해짐에 따라 같은 평형의 아파트라도 지역에 따라 10배나 가격 차이가 나는 데도 재산세는 같다는 모순을 안고 있다.특히 1주택 가구의 경우 단기간에 2∼3배나 많은 세금을 물리게 되면 반발할 것이 뻔하다. 따라서 보유세 강화를 추진하되 현행 과표체계의 모순점부터 먼저 손질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본다.과표를 시가 기준으로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개혁이 ‘역풍’에 좌초되지 않으려면 추진 명분 못지않게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 법무부, 총장 지휘 안받고 독자적 운영‘권력비리 수사기구’ 만든다

    법무부는 대검 중수부와 서울지검 특수부의 수사기능을 통합해 독립이 보장된 ‘권력형 비리 전담수사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한시적인 특별검사제 상설화를 수용하되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특검 발동을 요청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고,검찰인사위원회를 검찰간부 및 일반검사 인사위원회로 이원화해 외부인사도 참여하는 심의기구로 상반기 중 바꾸기로 했다. 강금실 법무부장관은 17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같은 내용의 올해 법무부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정치인·고위공직자 비리,대기업 불공정거래,공적자금 비리 등을 주요 수사 대상으로 하는 ‘권력형비리 수사기구’는 별도의 독립적인 수사기구인 ‘특별수사검찰청’ 형태로 반부패 수사의 본산으로 삼겠다는 것이 법무부의 구상이다.책임자는 고검장급으로 외부 인사의 기용도 검토하기로 했다.조직은 1차장 2부 체제이며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운영된다.또 부장급 중견검사를 집중 투입하고 소속 검사의 장기근무를 보장해 전문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감사원·검찰·부패방지위원회·경찰 등 사정 유관기관과 연계한 ‘권력형 비리 척결을 위한 범정부 대책기구’를 구성하고 부패사범에 대한 중형 구형과 몰수·추징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이와 함께 집단소송제를 4월 임시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되도록 추진하는 한편 빈곤층과 불법체류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권익향상 방안으로 ▲법률구조대상 확대 ▲체임·산재피해 불법체류 외국인 출국유예 및 보호일시 해제 ▲난민 전담부서 설치와 보호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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