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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임박한 폼페이오 4차 방북, 비핵화 가속화 계기 돼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9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임박했음을 확인했다. 그는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4차 방북을 위해 조만간 평양에 갈 것”이라며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1년 안에 이 일(비핵화)을 하자고 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알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볼턴 보좌관은 “비핵화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시점부터 1년 내 비핵화한다는 것은 남북한이 이미 합의한 내용”이라고 강조한 뒤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 간 면담을 기대한다고 했다. 북한과 미국이 지난 12일 판문점에서 비밀리에 실무협의를 가진 뒤 폼페이오 장관도 “머지않아 큰 도약을 만들어 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의 4차 방북은 지난 7월 초 3차 때 쟁점이던 북·미의 상이한 요구가 어느 정도 실무협의에서 절충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즉 핵 물질·시설의 목록을 달라는 미국과 체제보장 초기 조치로 종전선언을 요구한 북한이 두 가지의 빅딜에 의견 접근을 이루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김 위원장은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인 9월 9일까지는 북·미 적대관계 청산의 첫걸음으로 종전선언 혹은 그에 가까운 조치를 군과 주민들에게 내놓고 싶어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11월에 중간선거가 있어 북·미 비핵화 교섭에서 의미 있는 성과물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은 앞으로 비핵화가 성공할 수 있는지를 가리는 중차대한 고비가 될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 방문 시 ‘핵신고·종전선언 교환’이라는 성과를 낸다면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과 남북 정상의 평양회담에서 ‘연내 종전선언’을 구체화할 수 있는 호재를 맞을 수도 있다. 9월 유엔총회에 김 위원장이 참석하고 정전체제 관련 4국이 종전선언까지 한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북·미는 벼랑 끝에 몰렸다는 각오로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실질적인 조치를 주고받기를 바란다.
  • 폼페이오도 시진핑도 ‘방북 카드’… 복잡해진 비핵화 방정식

    폼페이오도 시진핑도 ‘방북 카드’… 복잡해진 비핵화 방정식

    핵신고·종전선언 빅딜 가능성 관심집중 “남북정상, 1년 이내 비핵화 합의” 압박 무역전쟁 코너 몰린 中, 영향력 행사 변수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임박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9월 방북설, 평양 남북 정상회담 등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중국까지 북한의 비핵화에 공식적으로 개입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방정식이 점점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이 4차 방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핵 신고와 종전선언의 ‘빅딜’을 이룰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19일(현지시간) ABC방송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곧 4차 평양 방문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을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어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과 면담 가능성에 대해 “그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 12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극비 북·미 접촉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때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 위원장만이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행동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정부가 김 위원장 면담을 연일 요구하고 있는 것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이며,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약속을 지키라는 압박”이라면서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의 면담이 성사된다면 북·미 ‘빅딜’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북·미의 정치적 상황도 빅딜에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 여론조사가 공화당에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는 북핵 해결이라는 외교적 성과가 절실한 시점이다. 또 김 위원장도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인 9·9절을 맞아 경제적 성과가 필요하다. 이러한 북·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핵 신고와 종전선언의 빅딜, 김 위원장의 뉴욕 유엔총회 연설,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또 “문재인 대통령이 그 회담(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것(북한의 비핵화)을 1년 이내에 하자고 했고, 김 위원장은 ‘예스’(yes)라고 했다”면서 “북한이 비핵화의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시점으로부터 1년은 남북이 이미 동의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북한의 1년 비핵화 시간표’는 미측의 요구가 아니라 북한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폼페이오 장관은 4차 방북에서 김 위원장에게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하면서 종전선언이라는 ‘당근’을 제시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독자제재에 대한 북한의 반발과 시 주석의 방북설 등의 변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정부의 중국·러시아 해운 관련 기업의 제재를 두고 김 위원장이 직접 ‘강도적 제재 봉쇄’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핵 문제를 지렛대 삼아 북·미 간 빅딜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김정은 돈줄 죄는 美… 北 불법거래 도운 중·러 법인 3곳 등 제재

    러 국적 항만서비스업체 사장도 포함 “핵 신고·종전선언 ‘빅딜’ 위한 北 압박용” 워싱턴소식통 “중·러에 강력 경고 메시지” 北, 담배 밀수로 年 1조원이상 현금 수입 미국이 15일(현지시간) 북한의 담배·주류 불법 무역과 석유 등 해상 밀무역을 도운 중국·러시아 업체 등에 대한 독자 제재에 나섰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12번째 대북 제재이자 지난 3일 이후 12일 만이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임박한 가운데 단행된 제재는 핵신고와 종전선언의 ‘빅딜’ 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압박이라는 분석이다. 미 재무부는 이날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유엔 및 미국의 현행 제재를 위반한 법인 3곳과 개인 1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북한산 담배와 담배 원료, 주류의 불법 무역을 벌여 온 중국 무역회사 ‘다롄 선 문 스타 국제물류무역’과 싱가포르 자회사 ‘신에스엠에스’, 나홋카항 등 러시아 극동 항구에서 북한의 제재 선박인 예성강 1호와 천명 1호의 석유정유제품 불법 선적을 도운 항만서비스업체 ‘프로피넷’과 이 회사 사장인 러시아 국적의 바실리 콜차노프가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번 조치는 미 정부가 북한과 재화·용역을 거래하는 개인·기업의 자산을 압류할 수 있도록 한 행정명령 13810호에 따른 것으로, 북한을 대신해 불법 운송을 돕는 데 관여된 기업과 인사를 겨냥했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중국과 싱가포르, 러시아 기업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회피에 사용한 전술은 미 법률이 금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이번 제재는 북한의 돈줄을 직접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담배 밀수로 연간 10억 달러(약 1조 13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선신흥과 대동강, 백산, 내고향 등 20여곳의 북한 담배회사에서 말보로·던힐 등 유명 브랜드로 포장된 위조 담배를 생산해 왔고, 현금 수입은 정권 비자금 관리를 담당하는 노동당 39호실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이 북한의 핵·관련 시설 신고와 구체적 핵폐기 시간표를 압박하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자금줄을 옥죄고 있다”면서 “특히 중·러를 겨냥해 미국이 제재 위반을 감시하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풀이했다. 한편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며 무역전쟁을 벌여 온 미국과 중국이 4차 무역협상을 시작한다. 중국 상무부는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왕서우원(王受文) 상무부 부부장(차관) 겸 국제무역협상 부대표가 미국의 초청으로 이달 하순 방미해 데이비드 말파스 미 재무부 차관을 만나 무역 문제에 관한 협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이어 “중국은 일방주의적인 무역 보호주의 행태에 반대하고, 어떤 일방적 무역 조치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대등, 평등, 상호 신뢰의 기초 위에서 대화와 소통을 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방북 앞둔 폼페이오 “비핵화 진전 있을 것”…북·미 빅딜 이룰까

    방북 앞둔 폼페이오 “비핵화 진전 있을 것”…북·미 빅딜 이룰까

    4차 방북을 앞둔 것으로 알려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진전될 것으로 믿는다”며 북·미 협상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북·미가 물밑 접촉 등을 통해 ‘핵 리스트 제출’과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빅딜’의 합의점을 찾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과 월요일(13일)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해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6~7일 3차 방북이 ‘빈손 방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을 감안해 4차 방북에서는 치밀한 사전 협상으로 성과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이달 중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미가 긴밀한 협상을 이어 가는 분위기”라면서 “북한도 9·9절 이전에 성과가, 미국도 11월 중간선거를 위한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에 북·미의 ‘빅딜’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국무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도, 먼저 북한의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를 요구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평화체제, 즉 국가들이 평화를 향해 진전할 수 있는 평화 메커니즘을 지지한다”면서 “그러나 우리의 주된 초점은 한반도 비핵화에 있다. 우리는 이것을 많은 정부와 함께 매우 분명히 해 왔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켈리 매키그 국장, 감식소장인 존 버드 박사 등 DPAA 관계자들의 브리핑 순서를 마련하는 등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 띄우기에 나섰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지난주 미군 유해 송환에서 북한에게 받은 ‘군번줄’을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행사를 공개적으로 갖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의 이러한 여론전은 북한의 ‘성의 있는’ 조치를 부각함으로써 북·미 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국민들은 이기적” 싸잡아 비하… “피의자 체포 쉽게” 檢엔 빅딜

    “국민들은 이기적” 싸잡아 비하… “피의자 체포 쉽게” 檢엔 빅딜

    “업무 과중 생각 않고 대법원 재판 원해” 일반 국민 입장서 상고법원 대응책 제시 법무부·檢 설득 위해 ‘국민 기본권’ 흥정 영장없는 체포 활성·검사장 증원도 언급 대구법원 청사 이전, 지역구 로비용 활용양승태 대법원은 국민들이 이기적이라며 비하하는 한편 상고법원을 위해서라면 피의자를 쉽게 체포할 수 있게 해 주겠다며 검찰에 빅딜을 시도했다. 31일 공개된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재판을 받는 국민들에 대한 ‘관존민비’(官尊民卑)적인 시각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2014년 8월 29일 청와대 법무비서관실과 행정처 기획조정실의 회식 후 작성된 문건에는 상고법원이 국민들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있다. 이 문건에는 “일반 국민들은 대법관이 높은 보수와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고 있는 만큼 그 정도 업무는 과한 것이 아니며, 특히 ‘내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들이다”고 적혀 있다. 다만 법무비서관실의 의견인지, 행정처의 의견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는 “이기적인 국민들 입장에서 상고법원이 생겼을 경우 처리시간 단축, 자세한 판결문 등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를 접근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행정처는 또 상고법원을 위해서라면 인신구속 등 신체의 자유도 침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법무부와 검찰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빅딜’을 안겨 줘야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법무부 설득방안’ 문건에는 ▲영장 없는 체포 활성화 ▲플리바게닝 법제도화 ▲영장항고제 도입 등 검찰 수사에 유리한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구속 수사가 필요할 경우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우선 체포한 뒤에 나중에 법원으로부터 신병 확보에 대해 판단을 받는 사실상 ‘체포 전치주의’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럴 경우 “체포 상태에서 수사결과가 영장실질심사에 반영되므로 구속률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사장 자리 증설 방안도 포함됐다. ‘법무부 송무차관직(제2차관)’, ‘상고검찰청’ 등을 신설하면 최소 5명의 검사장 자리를 증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대법원 재판연구관에 검사를 보임하고, 법무연수원과 사법정책연구원에 검사와 판사를 교차로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법원 앞 1인 시위를 금지하려는 시도도 발견됐다. 2015년 9월에는 앞으로 3개월에 한 번씩 전국 법원에 공문을 보내 불법적인 1인 시위 현황을 파악하고, 이와 관련해 판사에게 소송대리인을 신청할 의사가 있는지 파악하라는 내용이다. 대구법원 등 청사 이전은 국민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구 로비용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여당 거점 의원’인 이병석 의원(포항시 북구)이 국정감사에서 대구법원 노후화에 대해 언급하자 이러한 관심사를 공략해 설득해야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문건에는 “노후화된 대구법원 청사 이전 적극 추진, 포항 법원 내지 지역의 발전을 위한 아이템 적극적 발굴 및 제시”라고 적혀 있다.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도 총선을 앞두고 대구법원종합청사 이전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국민은 이기적” 싸잡아 비하… “피의자 체포 쉽게” 檢엔 빅딜

    “국민은 이기적” 싸잡아 비하… “피의자 체포 쉽게” 檢엔 빅딜

    양승태 대법원은 국민들이 이기적이라며 비하하는 한편 상고법원을 위해서라면 피의자를 쉽게 체포할 수 있게 해 주겠다며 검찰에 빅딜을 시도했다.  31일 공개된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재판을 받는 국민들에 대한 ‘관존민비’(官尊民卑)적인 시각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2014년 8월 29일 청와대 법무비서관실과 행정처 기획조정실의 회식 후 작성된 문건에는 상고법원이 국민들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있다. 이 문건에는 “일반 국민들은 대법관이 높은 보수와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고 있는 만큼 그 정도 업무는 과한 것이 아니며, 특히 ‘내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들이다”고 적혀 있다. 다만 법무비서관실의 의견인지, 행정처의 의견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는 “이기적인 국민들 입장에서 상고법원이 생겼을 경우 처리시간 단축, 자세한 판결문 등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를 접근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행정처는 또 상고법원을 위해서라면 인신구속 등 신체의 자유도 침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법무부와 검찰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빅딜’을 안겨 줘야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법무부 설득방안’ 문건에는 영장 없는 체포 활성화 플리바게닝 법제도화 영장항고제 도입 등 검찰 수사에 유리한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구속 수사가 필요할 경우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우선 체포한 뒤에 나중에 법원으로부터 신병 확보에 대해 판단을 받는 사실상 ‘체포 전치주의’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럴 경우 “체포 상태에서 수사결과가 영장실질심사에 반영되므로 구속률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사장 자리 증설 방안도 포함됐다. ‘법무부 송무차관직(제2차관)’, ‘상고검찰청’ 등을 신설하면 최소 5명의 검사장 자리를 증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대법원 재판연구관에 검사를 보임하고, 법무연수원과 사법정책연구원에 검사와 판사를 교차로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법원 앞 1인 시위를 금지하려는 시도도 발견됐다. 2015년 9월에는 앞으로 3개월에 한 번씩 전국 법원에 공문을 보내 불법적인 1인 시위 현황을 파악하고, 이와 관련해 판사에게 소송대리인을 신청할 의사가 있는지 파악하라는 내용이다. 대구지법 등 법원 청사 이전은 국민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구 로비용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여당 거점 의원’인 이병석 의원(포항시 북구)이 국정감사에서 대구법원 노후화에 대해 언급하자 이러한 관심사를 공략해 설득해야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문건에는 “노후화된 대구법원 청사 이전 적극 추진, 포항 법원 내지 지역의 발전을 위한 아이템 적극적 발굴 및 제시”라고 적혀 있다. 유승민 의원도 총선을 앞두고 대구법원종합청사 이전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사설] 비핵화에 북한은 검증 협력, 미국은 동력 제공해야

    북한의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쇄 움직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밝힌 미사일 실험장 폐기 약속을 이행하고 있음을 미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엔진실험장을 해체할 때 그 현장에 감독관을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고 말했으며, 국무부 대변인도 “검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중 검증 부분과 관련, 동창리 실험장 폐쇄에 미국이 참관을 요구했으나 북한이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는 언급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때에도 전문가 검증을 약속했으나 실현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북·미는 지난 7월 6일 평양 고위급회담에서 미사일 실험장의 폐쇄와 관련한 실무협의를 가지기로 합의했으나 지금까지 협의가 있었다는 소식은 없다. 협의 없이 북한이 일방적으로 동창리 실험장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북한이 7월 고위급회담의 최대 난제였던 종전선언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기라도 하듯 미국은 그제 북한과의 불법거래 의혹이 있는 239개 기업 명단을 공개하고 거래 금지를 권고하는 ‘대북 제재 주의보’를 발령했다. 미국은 마치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원인이 북한에 있다는 듯 대북 제재의 고삐를 조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식이면 비핵화 여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만 비핵화 조치를 압박하고 걸맞은 체제보장 조치를 내놓지 않는 것은 지난 30년 북·미 관계를 볼 때 상식적이지 않다. 비핵화·체제보장 빅딜에서 북한에는 현찰을 내라면서 미국은 어음으로 결제하겠다는 격이다. 종전선언을 호언장담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런데 태도를 바꿔 비핵화 이후 정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하겠다니 이해하기 힘들다. 북한도 핵시설 폐기 단계에서 국제기구를 비롯한 사찰과 검증은 피해 갈 수 없다. 동창리가 제2의 풍계리가 되지 않도록 미국의 검증 요구에 협력해 트집 잡힐 여지를 주지 않아야 한다. 내일은 종전선언 65주년이다. 남북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했듯 올해 안에 이 땅에 전쟁이 없다는 선언은 이뤄져야 하고 미국은 이에 동의해야 한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 “수수료 인하 카드사 신사업 허용 검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5일 소상공인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매출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수수료 인하 방안에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냐”는 민주평화당 장병완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최 위원장은 “카드를 사용하면서 세금이 더 걷히는 게 5조~6조원 정도 되고 매출세액이나 소득공제로 돌려주는 게 3조원 규모”라면서 “정부도 이익을 얻는 부분이 있으니 영세 사업자를 돕기 위해 정부가 부담할 여지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영세·중소 상공인 대상 카드 수수료를 0%대로 크게 내리는 대신 카드사에 새로운 사업 영역을 허용하는 ‘빅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최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카드사의 신용평가업 진출 방안에 대해 “카드사들이 빅데이터를 토대로 검토해 볼 만한 사업”이라면서 “카드사 의견을 들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미 신용평가업계에 플레이어들이 자리잡은 상황에서 새로 카드사가 진출해 수수료만큼 이윤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즉시연금 미지급 관련 대책과 관련해 “16만명의 가입자가 대부분 유사한 사례이고 금액도 적지 않아 일괄 구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1조원 규모의 즉시연금 과소 지급 논란의 분수령이 될 삼성생명 이사회를 앞두고 윤 원장이 피해자 일괄 구제 원칙을 강조하면서 생명보험사들을 다시 한번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지급액이 약 4300억원으로 가장 큰 삼성생명은 26일 이사회에서 일괄 지급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다른 생보사들은 삼성생명의 결정을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윤 원장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은산 분리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윤 원장은 “은산 분리 완화를 통해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가 국가의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윤 원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산 분리 완화는 한국 금융 발전의 필요조건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여야는 물론 금융 당국까지 규제 완화로 뜻을 모으면서 산업자본이 인터넷 전문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보유하도록 하는 특례법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이 나란히 출석한 첫 업무보고 자리인 만큼 양 기관의 엇박자 행보도 도마에 올랐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시장에서는 금융위의 지휘 통제를 받는 금감원이 월권하는 것이냐, 아니면 실세 금감원장이 와서 금융위원장의 영이 안 서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금융위가 금융산업정책, 감독정책을 둘 다 해야 하는 현 체제하에서는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감독 체계 개편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견해가 다르게 나타난 점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근로자추천이사제에서 보던 것처럼 금감원장의 생각을 잘 아는 만큼 앞으로는 같은 점을 찾아 가겠다”고 말했다. 윤 원장도 “그동안 감독원 입장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면서 “금융위가 정책과 감독을 모두 아울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문제가 줄어들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시간도 속도도 제한없다”…비핵화 시간표 접은 트럼프

    “시간도 속도도 제한없다”…비핵화 시간표 접은 트럼프

    11월 美중간선거 이슈 활용 분석도“북·미협상 장기적 해법에 초점 둘 것”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 속도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 미·러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논의한 주요 의제는 북한이었다”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에) 시간제한도, 속도제한도 없다. 그저 프로세스(과정)를 진행해 갈 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대북 제재는 유지되고 있고 (북한 억류) 인질들은 되돌아왔다”면서 “지난 9개월 동안 실험도, 로켓 발사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북한과 관계는 매우 좋다”면서 “서두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CBS 인터뷰에 이어 연이틀 북한 비핵화의 속도 조절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는 북한의 주장을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트럼프 정부가 이렇게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중국의 개입 등으로 복잡해진 한반도 비핵화 방정식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올 초 남·북·미 협상으로 북한 비핵화가 급물살을 탈 것처럼 보였으나, 중국이 다시 북한을 끌어안으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이 꼬이기 시작했다. 중국을 등에 업은 북한은 미국과 협상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려고 소극적으로 돌변했다. 중국의 간접적·은밀한 지원으로 경제 제재의 숨통이 트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를 눈치 챈 미국이 북한의 태도 변화 원인으로 ‘중국 배후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미 조야에서 제기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빈손 방북’ 논란 등 역풍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두 번 회담이나 방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음으로써 트럼프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넓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핵 협상 장기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로드맵, 즉 오는 11월 중간선거나 2020년 재선에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1년 또는 2년 등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를 정해서 대북 협상의 ‘판’을 깨는 것보다 북핵 이슈를 끌고 가면서 억류자 석방이나 유해 송환,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등 구체적 성과를 부각시키는 것이 오히려 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높은 ‘현실의 벽’ 앞에서 결국 협상 시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두지 않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북·미 워킹그룹 협상은 한번에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는 ‘빅딜’보다는 단계적·장기적 해법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 상원은 다음주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 진행 상황 등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AP통신 등은 미 공화당 보좌관의 말을 인용, 폼페이오 장관이 오는 25일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최근 열린 북·미 고위급회담 등과 관련한 증언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檢, 양승태 사법부 ‘민변 대응 문건’ 실행 조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민변 회원 7명을 ‘블랙리스트’라고 명시한 문서파일도 확인됐다. 11일 ‘사법농단’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김준우·최용근 사무차장은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민변이라는 민간 변호사 단체를 사찰한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또 의사결정 과정에도 부당하게 개입하려고 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민변은 대법원 산하 특별조사단이 찾아낸 410개 문건 중 ‘상고법원 입법관련 민변 대응 전략’을 포함해 총 7건의 민변 관련 문건이라고 설명했다. 문건에는 상고법원에 대한 민변의 입장을 바꾸기 위해 ‘약한 고리’ 전략과 ‘강한 고리’ 전략 등을 펼쳐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약한 고리’ 전략으로는 상고법원에 우호적인 진보 진영 학자나 국회의원을 돕자는 방안이 제시되면서 ‘최원식·문병호’ 등 전직 국회의원의 이름을 실명 거론하고, 우군으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강한 고리’ 전략으로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결정 이후 일선 법원에서 심리하는 관련 재판을 통해 민변과 ‘빅딜’을 시도하는 방안과 보수 변호사 단체 활용 방안도 제시됐다. 또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의원들을 압박하기 위해 지역언론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법원장 등을 동원하는 것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변 측은 검찰 조사에서 2016년 10월 27일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000086야당분석’이라는 제목을 담은 메모 형태의 한글문서 파일도 확인했다. 파일에는 성창익, 정연순, 송상교, 장주영 변호사 등 민변 전·현직 간부 7명의 이름과 사법연수원 기수, 소속 사무실 등이 적혀 있고 그 위에는 ‘블랙리스트’라고 표시됐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냉온탕 오간 ‘비핵화 줄다리기’… 북·미 후속협상 빅딜 가능성

    냉온탕 오간 ‘비핵화 줄다리기’… 북·미 후속협상 빅딜 가능성

    북미 워킹그룹 판문점 협의 주목 동창리 폐쇄·유해송환 등 기대감 北의 ‘완전한 신고’ 낙관론 커져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미국은 한 달째 비핵화 협상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줄다리기를 이어 가고 있다. 북·미 어느 쪽도 협상의 ‘판’을 깨지 않으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극적인 ‘빅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10일(현지시간) “지난 6~7일 북·미 고위급 실무회담이 기대와 달리 사실상 ‘빈손’으로 끝나면서 미 조야를 중심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하는 등 동력을 이어 가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낙관론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12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북·미 워킹(실무)그룹 협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워킹그룹 협의에서 북·미가 미군 유해 송환,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쇄 등 합의를 이끌어 낸다면 이는 후속 협상을 통해 북·미 간 빅딜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괄 타결식 선(先) 핵폐기’를 주장하던 트럼프 정부가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동시 추진’과 ‘단계적 핵폐기’ 등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북한과 접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소식통은 “미 조야와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 결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실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면서 “트럼프 정부의 비핵화·체제보장 동시 추진과 북한의 체제보장 이후 비핵화 주장은 순서의 문제로, 어느 정도 협상으로 ‘딜’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또 오는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북한의 비핵화 성과물’이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협상의 불씨를 이어 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북한도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협상의 끈을 놓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북·미가 워킹그룹을 중심으로 한 협상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주장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에 합의할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지만, 최근 고위급회담에서 미온적으로 나온 북한에 공이 넘어가 있는 형국이다. 미국의 ‘완전한 체제보장’(CVIG) 로드맵 제시도 관건이다. 이에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올 경우 북한의 완전한 신고 이후 ‘검증→대북 제재 해제→핵폐기’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관리하면서 안전을 담보하게 되고, 북한도 한꺼번에 핵을 포기하면서 오는 체제보장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와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5일 “북한 비핵화의 성공 여부는 ‘완전한 신고’에 달렸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워싱턴의 또 다른 소식통은 “북·미가 지난 70년간의 ‘불신의 벽’을 넘어 비핵화-체제보장 ‘빅딜’을 위한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북한의 비핵화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트럼프 정부의 과감한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사설] 임박한 폼페이오 방북, 비핵화 후속 조치 끌어내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6일쯤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실현되면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 고위 관리의 후속 협상’이 3주일 만에 열리게 된다. 이는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 협상이 개시되는 것이어서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 간 빅딜 논의가 본격화되는 셈이다.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와 북한 외무성 최선희 부상이 그제 판문점에서 실무협의를 한 것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앞서 양측이 내놓을 카드에 대한 사전 조율 성격이 짙어 보인다. 최대 관심사는 북한이 내놓을 비핵화 후속 조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밝힌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는 물론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시설, 핵물질 등 비핵화 대상과 시기가 협상의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내놓게 될 비핵화 리스트와 미국이 파악하고 있는 핵 관련 정보를 대조하고 합의하는 것부터 지난한 작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북ㆍ미는 협상 기간 내내 핵탄두와 ICBM의 조기 반출·해체를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일(현지시간) CBS 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대상은 △핵·미사일에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WMD) △1년 이내에 WMD 해체 가능 △WMD 시설의 전면적 공개 등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기대와는 달리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3차 방중 이후 비핵화 로드맵의 얼개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장 폭파와 미군 유해 송환 등은 이벤트성 행사로 비핵화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일부 미 언론은 미 국방정보국(DIA)을 인용해 북한이 핵탄두와 주요 비밀핵시설을 은폐하고, 여러 비밀장소에서 농축우라늄 생산을 늘린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도, 비핵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은 한·미의 8월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해병대 연합훈련의 중단을 선언하는 등 선의를 보이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김 위원장은 이번 협상에서 한·미의 연합훈련 중단 등에 상응하는 비핵화 후속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미국 또한 북한이 바라는 제재 완화, 테러지원국 해제, 연락사무소 설치 등 체제보장 방안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
  • ‘쩐의 전쟁’ 폭스 인수전… 디즈니, 79조원 통 큰 베팅

    미국 ‘콘텐츠 공룡’인 폭스 인수를 둘러싸고 월트디즈니와 컴캐스트 간에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디즈니는 20일(현지시간) 폭스의 주요 자산을 인수하기 위해 현금과 주식을 합쳐 모두 713억 달러(약 79조원)에 이르는 새로운 인수가를 제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디즈니가 당초 제시한 주식(525억 달러)보다 35.8%나 많은 규모이다. 특히 디즈니는 138억 달러의 폭스 부채도 떠안아 거래 규모는 모두 851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디즈니의 폭스 인수가 성사될 경우 지난 12일 미 연방정부 승인을 받은 AT&T의 타임워너 인수에 이어 미디어 콘텐츠시장을 재편하는 또 하나의 메가 빅딜이 이뤄지게 된다. 인수대상 폭스 자산은 ▲21세기폭스영화사와 TV스튜디오 ▲FX 및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미 케이블TV 채널 ▲유럽 위성방송 스카이와 인도 미디어그룹 스타 인디아 등 국제방송 자산 ▲폭스가 보유한 스트리밍서비스 훌루 지분 3분의1 등이다. 폭스뉴스와 폭스스포츠1, 폭스방송네트워크는 인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디즈니의 새로운 인수가는 미디어기업 컴캐스트가 지난주에 내놓은 현금 650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액수다. 컴캐스트의 합류로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는 폭스 인수전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디즈니가 ‘올인’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컴캐스트는 디즈니의 인수가 상향 조정으로 폭스를 품기 위해 더 높은 인수가를 써낼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투나 아모비 CFRA리시치 분석가는 “컴캐스트가 폭스 인수를 원한다면 디즈니의 새로운 제안보다 최소 15% 이상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종전선언 → 평화협정 전환 → 북·미 수교… 무르익는 ‘빅딜’

    종전선언 → 평화협정 전환 → 북·미 수교… 무르익는 ‘빅딜’

    “김정은에 정전협정 전환 약속” 대북 체제보장 카드 수위 높여 임성남 “북미성명, 집짓기 골조…집으로 완성하는 일은 우리 몫”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변경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6·12 북·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담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 노력’의 첫걸음으로 풀이된다. 북·미 협상의 미측 ‘실무총책’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정전협정을 확실히 바꾸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종전선언’을 넘어 대북 체제보장 카드의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에 나서면서 조만간 이뤄질 북·미 실무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65년 동안 유지됐던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핵심 조치”라면서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 체제보장이라는 ‘빅딜’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미국은 남·북·미 종전선언→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북·미 국교 정상화로 이어지는 대북 관계의 로드맵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종전선언이 한국전쟁 종료를 공식화하고 한반도 평화체제의 첫발을 내딛는 정치적 상징성을 갖는다면, 평화협정은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이어지는 보다 구속력 있는 조치다. 미 상원의 비준을 거쳐 ‘협정’(Treaty)의 지위를 얻게 되면, 미 정부가 바뀌더라도 쉽게 번복하기 어려워진다. 마지막으로 북·미 국교 정상화가 화룡점정을 찍게 된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정전협정 전환) 약속을 했다는 것을 확인해 줄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분명히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사실이라고) 확인하며, 관련 내용을 다루는 국무부나 국방부에 문의하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확인했다. 한편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2018 한·미 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앞으로 살을 붙여 나가야 하는 뼈대이자 집을 짓기 위한 골조”라면서 “이 골조를 집으로 완성하는 일이 우리의 몫”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미 조야의 회의적인 시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의 완성이 아니라 ‘첫걸음’이라는 의견인 셈이다. 임 차관은 또 한·미의 긴밀한 공조로 남북 대화와 북·미 협상 간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대화와 북·미 협상은 마치 자전거의 두 바퀴와 같다”면서 “두 합의문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사설] 새 역사 쓴 트럼프·김정은 회담, CVID로 완성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오전 9시(현지시간) 싱가포르의 ‘평화와 고요’라는 뜻을 가진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세계사에 길이 남을 세기의 악수를 나눴다. 이 감격스러운 장면은 전 세계에 중계됐다. 지구촌 사람들이 TV를 보면서 놀라움과 기쁨으로 흥분했고, 기대와 희망에 부풀었다. 한국전쟁의 당사자 북·미 두 정상이 전쟁의 종지부를 찍고자 68년 만에 마주 앉았고, 140분간 만나 공동합의문에 서명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3월 8일 전격 수락한 지 97일 만이다. 70년 적대 푸는 두 정상 감격의 악수 두 정상이 서명한 4개 항의 공동합의문은 비핵화와 체제보장, 북·미 관계 정상화에 관한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다. 기대했던 3대 현안의 구체적인 시간표나 로드맵,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완전한 체제보장’(CVIG)은 들어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러려고 어렵게 정상회담을 했느냐는 비판도 제기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과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김 위원장이 미사일 엔진 실험장의 폐쇄를 비롯해 ‘모든 곳을 비핵화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한 것은 합의문에만 명기를 안 했을 뿐 CVID로 가는 조치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북한 해안 개발을 놓고도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두 정상이 얘기를 나눴다는 걸 보면 꽤 깊숙이 경제개발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역대 북·미 정상들이 할 수 없었고, 가 보지 못한 길을 김정은·트럼프 두 정상이 활짝 열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구상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평가도 바로 이런 점을 두고 한 말이다. 모든 일은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는가에 달렸다. 회담에서 두 정상은 서로의 의중을 직접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구축했으며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불신과 증오에서 벗어나 신뢰 구축의 첫걸음을 뗐다는 얘기다. 회담 제의로부터 불과 3개월간 70년의 적대관계를 풀 수 있는 묘수를 찾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합의문에 없는 CVID, 경제건설 논의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워싱턴에 초대했다. 워싱턴 다음은 평양이 될 것이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 해체가 4차례 정상회담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처럼 마지막 남은 ‘냉전의 섬’ 한반도의 비핵화가 ‘원샷 빅딜’로 해결되기는 어렵다. 한반도 평화의 길이 열리기를 바랐던 우리로선 아쉬움이 크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 올 들어 연속해서 일어났다. 1990년대부터 핵 위기에 시달려 온 한반도에 비핵화라는 기적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전쟁의 검은 그림자가 시시각각 다가왔던 지난해 하반기였다. 위기를 직감한 문 대통령이 “한반도에 두 번 다시 전쟁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수차례 경고하고, 12월 9일에는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던졌다. 전기는 그때 만들어졌다. 김 위원장이 올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밝히면서 정상국가로 나서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였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이 4월 27일 분단과 전쟁, 정전을 상징하는 판문점에서 열려 ‘완전한 비핵화’를 담은 판문점 선언을 채택했다. 하지만 호사다마였다. 지난 5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선 핵폐기, 후 보상’을 골자로 하는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거세게 밀어붙이며 종래의 북·미 공방이 재연됐다.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3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6·12 정상회담을 취소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거세게 요동쳤다. 몇 개월 사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경험 속에 만인이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은 북한의 비핵화, 북·미의 적대관계 청산은 쉽사리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평화체제 위한 양국의 대타협에 기대 6·12 정상회담은 많은 과제를 남겼다. 북·미의 비핵화·체제보장 협상은 주권을 가진 국가 간의 대등한 입장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항복을 요구하는 듯한 미국의 거친 태도가 협상에 장애가 됐다고 한다. 향후 본협상에서 미국이 전승국 대 패전국 식의 방법을 취하면 생존을 걸고 비핵화에 나선 북한을 설득하기 어렵다. 자발적인 폐기와 무보상의 남아공 모델, 핵폐기와 경제 지원을 맞바꾼 카자흐스탄 모델 등이 거론됐지만 북한에는 기존의 어떤 모델도 맞지 않는다. 불과 수십㎞를 사이에 둔 남북 대치, 중국 변수 등의 특수 상황을 감안하면 ‘트럼프·김정은 모델’, ‘한반도 모델’을 창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사한 한ㆍ미 연합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우리와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비핵화, 북·미 관계 정상화의 여정은 시작됐다. 미래를 낙관하고 다음 스텝으로 나가야 한다. 이번에 담지 못한 남ㆍ북·미 종전 선언은 “곧 종전이 있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차기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나와야 한다. 핵을 포기하고 경제 건설에 매진하겠다고 선언한 북한이다. 그 전제는 제재 해제와 북·미 관계 정상화다. 북한도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에 가입하고 정상국가로 가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과감한 비핵화를 약속하고 실천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은 과거가 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제네바합의, 9·19합의 같은 북·미 약속이 휴지 조각이 된 과거가 있다. 한 번 더 뒷걸음질치면 한반도가 다시 어떤 혼돈에 빠질지 자명하다. 핵을 내려놓는 것만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는 방법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역사의 물줄기는 뚫렸다. 전쟁을 끝낸 평화의 땅 한반도에서 남북이 함께 번영하는 것이야말로 비핵화 끝에 놓인 새로운 시작이다. 북·미 정상회담은 끝났지만, 이제부터가 진짜다.
  • [서울광장] 아스팔트 틈새에 핀 민들레꽃처럼/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아스팔트 틈새에 핀 민들레꽃처럼/임창용 논설위원

    집 앞 산책로에 때늦은 민들레꽃 한 송이가 아스팔트를 뚫고 얼굴을 내밀었다. 생명 잉태가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좁고 메마른 곳. 틈새 양쪽은 검고 단단한 세상이다. ‘그래서 이렇게 늦었구나.’ 생각할수록 대견하다. 꽃은 기억할 것이다. 작년 어느 날 씨앗이었을 적에 하필 딱딱하고 비좁은 아스팔트 틈새로 떨어질 때의 아득했던 순간을. 하지만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캄캄한 틈에 먼지가 쌓이고, 빗물이 스며들어 자신에게 개화의 영광을 안겨 주리라는 것을.그랬다. 작년 가을만 해도 한반도의 해빙 가능성은 아스팔트 틈새 깊숙이 박힌 민들레 홀씨 신세만큼이나 아득해 보였다. 이는 작년 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이미 예고됐다. 그는 후보 시절 북한 핵 도발에 대해 여러 차례 독한 경고를 날렸고, 초강경 대응을 공언했다. 취임 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과 미국의 위력 시위가 반복되면서 양측은 한 치 물러섬 없는 벼랑끝 대치를 이어 갔다.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북한 군사시설과 지도부를 겨냥한 ‘코피작전’과 ‘참수작전’이란 단어가 거의 매일 언론을 장식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리틀(꼬마) 로켓맨’으로 조롱했고, 김정은은 트럼프를 ‘늙다리 미치광이’로 맞받아쳤다. 한국전쟁 이후 가장 불확실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젊은 혈기의 김정은과 외교 경험이 전혀 없고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가 제2의 한국전쟁을 촉발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한반도를 짓눌렀다. 하지만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두 사람은 어제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그리고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맞바꾸는, 냉전체제 종식을 약속하는 세계사적인 빅딜을 이끌어 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에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촉구한 뒤부터 어제 북·미 정상의 만남까지 전개된 여정은 마치 우주의 ‘웜홀’을 통과하는 듯했다. 멀리 떨어진 두 우주 공간을 잇는 지름길이라는 웜홀 말이다. 한국전쟁 이후 65년간 북·미 관계는 지구상에서 가장 멀고 험했다. 미국은 똑같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치렀지만, 중국과 1991년에 국교를 맺었고, 베트남과는 종전 후 15년 만에 수교했다. 반면 북·미는 차디찬 냉전의 벽을 친 채 한 발짝도 다가서지 않았다. 남북 관계도 냉온탕을 거듭했을 뿐 냉전의 프레임에 갇혀 있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문 대통령의 전방위적인 특사외교, 1·2차 남북 정상회담 등 불과 6개월 동안 숨가쁜 일정이 이어졌다. 단단하고 차가운 냉전의 벽을 뚫어 연결하려는 이런 노력을 웜홀이 아니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김정은 위원장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나 보다. 그는 어제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많은 이들이 일종의 공상과학 영화로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불완전한 웜홀이다. 서로 지구상에서 가장 미워하던 두 정상이 이제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했을 뿐이다. 이들이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합작하려면 누군가는 아직 차갑고 거친 냉전의 벽 틈바구니에서 불완전한 웜홀을 완성시켜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 문 대통령의 몫이었다. 문 대통령은 물과 기름과도 같은 북·미를 잇는 웜홀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보여 준 인내와 절제는 놀라웠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북·미 정상의 험악한 말폭탄 속에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북한의 남북 고위급회담 일방 취소, 트럼프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트윗 등 뒤통수를 맞은 게 한두 번인가. 한데도 문 대통령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트럼프의 회담 취소 통보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의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며 양측을 다독였다. 북·미의 싱가포르 합의도 그래서 가능했다고 본다. 이런 위태로운 순간들은 앞으로도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더 큰 절제심을 발휘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70년 냉전의 벽 틈바구니에서 ‘평화의 민들레꽃’을 피우려면 불가피한 일이다. 먼지와 빗물이 오랜 시간 합작해 아스팔트를 뚫고 민들레꽃을 피웠듯이 말이다. sdragon@seoul.co.kr
  • 트럼프, 김정은과 회담 내내 “환상적인 회담” “기대 이상”

    트럼프, 김정은과 회담 내내 “환상적인 회담” “기대 이상”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우 좋았다”, “환상적인 회담” 등의 표현을 통해 회담 내용과 결과가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과의 단독·확대 정상회담에 이어 업무 오찬까지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과 회담 내용을 전 세계에 공표할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오찬까지 함께한 뒤 정상회담 결과를 담을 합의문에 서명을 하러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정상회담에서 많은 진전이 이뤄졌다”면서 “정말로 환상적인 회담”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단독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와서도 취재진에게 자신과 김 위원장은 “훌륭한 관계”라면서 “(회담이) 매우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을 통해 “큰 문제, 큰 딜레마를 해결할 것이다. 함께 협력해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독 회담이 열리기 전 환담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기분이 정말 좋다. 아주 좋은 대화가 될 것이고 (이번 회담이) 정말 성공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아주 훌륭한 관계를 맺을 것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요구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북한이 요구하는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 보장) 사이에 세기의 빅딜이 타결된 것 아니냐는 기대감마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한국시간)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설] 북ㆍ미 70년 적대 청산할 아침이 밝았다

    오늘 역사적인 세기의 담판이 이뤄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북한 체제보장을 놓고 ‘빅딜’ 협상을 벌인다. 한반도는 영구적인 평화를 맞이할 절호를 기회를 얻었다. 두 나라는 1948년 북한 정권 수립 이후 지난 70년간 적대관계를 지속해 왔다. 두 정상의 만남은 대립과 갈등으로 이어져온 북·미 관계의 전환점을 가져오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켜 한반도와 세계에 평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되는 셈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제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와 전 세계 평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축복했다.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를 이룰 기회를 여러 차례 놓쳤다. 1994년 10월 미국 등이 북한에 경수로를 건설하고 북한은 핵동결을 한다는 제네바합의에 이르렀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무산됐다. 2000년에는 조명록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미국 워싱턴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북한 평양을 각각 방문했지만, 2002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대화가 단절돼 오늘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번 싱가포르 담판에 임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트위터에 “싱가포르에 있어서 좋다, 흥분의 분위기!”라는 글을 올렸고, 북ㆍ미 정상회담 전망을 묻는 기자들에게는 “아주 좋다”고 짧게 답하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내일 회담이 잘 준비돼 있다”며 “북과의 대화가 매우 빨리 진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한을 국제질서에 편입시키고, 경제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 대담한 결단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방문 소식과 회담의 의제를 ‘비핵화’라고 일제히 보도한 점이 주목된다. 최고 지도자가 평양을 비웠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올 들어 김 위원장이 두 차례 중국을 방문한 보도는 모두 그가 귀환한 이후 이뤄졌다.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에서 주민들이 환영할 상당한 성과를 들고 귀국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읽힌다.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려는 두 정상의 의지와 달리 실무협상에서는 정상회담 하루 전까지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폼페이오 장관이 어제 트위터에 “우리는 한반도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원칙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ㆍ미 양측이 최대 의제인 비핵화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CVID 원칙을 거듭 강하게 압박하려는 일종의 ‘성명’으로 풀이된다.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어제 싱가포르에서 3차례 걸쳐 합의문 초안을 최종 조율하는 실무회담을 여는 등 막판 줄다리기가 치열했다. 결국 북·미 간 세기의 담판은 두 정상의 ‘톱 다운’ 방식의 결단으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이 기필코 합의를 끌어내기를 촉구한다. 북한은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수준의 핵폐기를 결단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들어간 뒤 “1분 이내”이나 “5초 안에”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김 위원장의 핵폐기 진정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도 북한의 불가역적이고 완전한 체제 안전 보장(CVIG)과 경제개발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정상국가가 되도록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무엇보다 ‘빅딜’이 현실화되려면 방법과 시간표가 들어간 로드맵도 제시돼야 한다. 그것이 북·미 사이에 반복됐던 비핵화 합의와 파기의 전철을 밟지 않는 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트럼프 대통령과 40분간 통화해 회담이 성공적인 결실을 거둘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두 정상이 큰 물꼬를 연 이후에도 완전한 해결에는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더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도 발언했다. 이와 더불어 북한 체제 안전 보장과 직결되는 한반도 종전선언도 나오길 기대한다. 평화협정체결과 북ㆍ미 수교 등의 밑그림도 구체화되길 바란다. 두 정상이 통 큰 결단을 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급물살을 타고 평화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 [기고] 북ㆍ미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기고] 북ㆍ미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북ㆍ미 정상회담이 오늘 열린다. 우리 외교사에서 어느 나라들의 대화와 만남에 대해 이렇게 성공적인 개최를 갈망한 적이 있었던가. 정상회담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협상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북ㆍ미 정상회담이 잘 진행되기를 바라는 기대는 어디에 있는가. 곧 있을 북ㆍ미 정상 간 만남을 앞두고 북ㆍ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왜 그토록 바라는지 다시 한번 새겨 볼 필요가 있다.첫째,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안보 문제다. 북한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대한 체제 보위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만큼 이번 북ㆍ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핵 포기와 체제보장 간 빅딜의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비록 북ㆍ미 간 실무라인에서 합의 수준에 대한 협의가 이뤄져 왔으나 협상이라는 것이 끝날 때까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다. 다만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최고지도자의 담판에 따라 비핵화 로드맵이 결정될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짓눌러 왔던 북한 핵 문제가 이번 기회에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종전선언 등 이후 문제보다는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 합의에 우선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둘째,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명백한 합의가 도출돼야 그다음의 단계로 진전될 수 있다. 비핵화 합의로부터 한반도 종전선언과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구축하기 위한 이후 로드맵이 전개될 수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안보적 비대칭 상황에서 평화체제 구축의 세부 과제들이 논의되기는 어렵다. 북한 핵 관련 조치가 작동됨과 함께 재래식 무기와 군대의 감축 등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상호 위협 감소를 위한 조치들이 남북 간에 논의될 수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북ㆍ미 수교 역시도 북한 핵 문제 해결과 함께 전개돼야 할 문제다. 경제적인 차원에서도 북한 핵 문제의 해결 방향이 타결돼야 한다. 지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 안보리 및 개별 국가들의 제재는 북한을 결국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했지만 북한의 고립만을 심화시켰다. 북한 스스로도 경제제재를 풀고 정상국가화되기 위해서는 핵 포기에 대한 전향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셋째, 북ㆍ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통해 북핵 문제와 남북 관계의 악순환 구조를 종결시켜야 한다. 30여년 가까이 전개돼 온 북한 핵 위기는 남북 관계의 발목을 잡았다. 북한의 핵개발 지속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강경 대응을 낳았다. 북ㆍ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합의가 도출되고 양 정상 간 신뢰가 구축되면 4ㆍ27 판문점 선언으로 정립시킨 남북 관계의 발전 로드맵을 본격적으로 가동시킬 수 있다. 우리가 올해 드라마틱하게 반전시킨 한반도 평화의 기운이 더욱 뻗어 나가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이번 북ㆍ미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 세기의 담판, 예상 성적표 셋

    세기의 담판, 예상 성적표 셋

    ① CVID 조약 맺고 종전 선언 ② 이견 심해 대화 계속만 합의 ③ 초반 결렬… 군사위협 재현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양측이 비핵화와 체제 보장·경제 지원을 ‘빅딜’하는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부터 얼굴을 붉히며 파국을 맞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해 볼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세 가지 시나리오로 예상해 봤다. A+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체제안전 보장·경제 지원의 맞교환에 양 정상이 합의하는 경우다. 미국이 요구해 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북한이 요구해 온 체제 보장·경제 지원이 딱 맞아떨어져 ‘빅딜’이 성사되는 그림이다. 이 경우 합의문이나 공동보도문이 유력하지만 ‘조약’ 형태로 맺어진다면 구속력도 담보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남북 관계 및 한반도 평화 정착도 급속히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12일이나 13일에 당장 남·북·미 종전선언이 어렵다 해도, 정전협정 기념일인 오는 7월 27일에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연내 종전선언’을 명시한 것을 감안하면 시간표가 크게 당겨진다. 이후 3자(남·북·미) 또는 4자(남·북·미·중)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상태로 가게 된다. 한국의 충실한 중재자 역할과 조율 성과도 크게 인정받게 된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탄두·핵물질·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초기 반출에 합의하면 크게 성공한 협상이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완료 시한을 미국이 원하는 대로 2020년으로 정하거나 불능화 이상의 조치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협상이 될 수 있다. 북한은 북·미 수교, 테러지원국 지정 등 제재 완화, 종전선언 중 일부를 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결국 정상회담에서 북 비핵화와 미 보상 조치가 일괄 타결될지가 핵심이다. 물론 향후 이행 단계에서 북핵 사찰 범위·강도 등의 걸림돌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비핵화 과정에서 첫 발걸음이기 때문에, 양측이 큰 틀에서 서로의 의지를 신뢰하는 것이 ‘성공의 조건’이다. B 두 정상이 이견을 보이면서 특별한 합의 없이 다음 대화만 기약할 정도로 북·미 정상회담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 서로가 첫 회담을 탐색전으로 이용하는 셈이다. 그래도 역사적인 만남이 이어지면서 향후 비핵화 로드맵이 합의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실패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 경우는 두 정상 모두 자국 내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을 탈퇴한 상황에서 이보다 낮은 수준의 협상은 외려 독이 될 수 있다. 반트럼프 진영을 설득하려면 북한의 파격적인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야 한다. 김 위원장도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경제 집중 노선을 택한 상황에서, 충분한 보상 없이 핵을 내줄 경우 군부의 반발이 우려된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불신의 골’도 탐색전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과는 최상의 시나리오와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오랜 시간이 걸리고 남북 관계도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즉 한반도 평화 상태가 급진적으로 진전되기보다 완만하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국의 중재 및 조율 역할은 외려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최상의 시나리오라면 북·미는 향후 한국을 통해 소통할 필요성이 줄어든다”며 “반면 중간 시나리오라면 한국은 여러 주변국과의 외교적 활동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F 최악은 정상회담이 아예 깨지는 경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1분이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알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양 정상 간 신뢰는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아주 적다. 이미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밝혔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선제적으로 폐기하는 등의 조치도 완료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수차례 외교적 해법을 이어 갈 것임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추후 회담도 열리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한다면 미국의 대북 군사위협이 거론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의 상황이 재현되는 것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 7일 서울신문 ‘광화문라운지’에서 “미국은 지난해 군사 행동을 할 용의가 있었고 펜타곤(국방부)에 준비를 시켰다”며 “지난해 12월쯤 펜타곤은 1차적으로 11가지 군사옵션을 전부 준비했다고 얘기했고, 올해 3월까지 (군사적) 방안을 갖고 나오기로 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남북 관계도 바로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4일 군사긴장 완화를 얘기할 장성급 남북 군사회담, 아시안게임 공동참가를 논의할 18일 체육회담, 8·15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22일 적십자회담이 줄줄이 취소된다는 의미다. 한국도 반전을 꾀할 중재 방법을 찾기가 크게 힘들어진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도 비핵화 의지가 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판을 깰 경우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의 파행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서울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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