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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달항아리와 모나리자/최준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열린세상] 달항아리와 모나리자/최준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와! 유럽 같다.” 이런 탄성은 우리가 매우 세련된 장소를 보게 될 때 자기도 모르게 내뱉는 말이다. 식당이나 카페의 실내나 정원이 잘 정돈돼 있으면 이런 말을 자주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왜 한국인들은 좋은 것이 있으면 서양 것 같다고만 할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한국에도 좋은 게 얼마든지 있는데 말이다. 한국인이 이렇게 외국 문물을 동경하는 것은 역사가 길다. 예를 들어 조선조 때 모든 것의 표준은 중국이었다. 그래서 조선의 국토도 중국식으로 해석했다. ‘무이구곡’은 주자의 고향에 있는 아홉 굽이 골짜기다. 조선의 지식인들은 주자를 너무도 존경한 나머지 조선에도 구곡을 만들었다. 괴산에 있는 화양구곡이 그런 곳이고, 무주구천동도 그 개념으로 이름을 정했다. 그런데 아마 조선의 지식인 가운데 중국 푸젠성에 있는 무이구곡을 실제로 갔다 온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 보지도 못했으면서 무작정 중국(주자)을 동경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스페인 어딘가 있다는 순례길을 가는 한국인이 꽤 있다. 나는 그곳을 가 보지 못했지만 서양에 있는 순례길 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국내에도 순례길로 삼을 만한 게 얼마든지 있다. 가령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라 할 수 있는 경허 대사의 족적을 찾는 것도 대단히 훌륭한 순례길이 될 것이다. 또 일생을 관의 추적을 피해 도망만 다녀서 ‘최보따리’라는 별명을 지닌 천도교의 해월 선생이 도망 다녔던 길도 좋은 순례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한국적인 순례길은 별로 인기가 없다. 이처럼 한국인들은 좋은 것은 밖에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소중한 우리 것을 놓칠 때가 있다. 이런 것을 외국인이 지적해 주면 정신이 번쩍 난다. 한 예로 한국인들도 이제는 조선의 달항아리가 얼마나 좋은 그릇인 줄 안다. 그 비균제적(asymmetry)인 모습과 은은한 백색, 그리고 수준 높은 디자인은 많은 한국인을 매료시켰다. 특히 그 좌우가 조금 일그러진 것 같은 모습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좌우대칭의 완벽미를 살짝 허묾으로써 미와 추의 대립 관계마저 넘어선 것이다. 한국인은 거기까지만 알았다. 그러던 차에 세계적인 문명비평가라고 하는 프랑스의 기 소르망이 느닷없이 2015년에 이 그릇을 찬탄하고 나섰다. 그에 따르면 이 그릇은 ‘어떤 문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만의 미적·기술적 결정체’다. 만일 이런 이야기를 한국인이 하면 또 ‘국뽕’에 취해서 하는 소리라고 폄하했을 게다. 나도 기 소르망의 의견에 동의하는데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즉 자신 보고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정하라고 한다면 달항아리를 심벌로 삼을 것’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 설마 달항아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 이미지가 될 수 있을까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이 그릇이 보편적인 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자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한국인들은 평창올림픽 때 물이나 술을 넣던 이 그릇을 불을 담는 성화대로 활용하는 재밌는 발상을 보였다). 그의 얘기는 더 신랄하다. 한 국가의 문화적 이미지는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한국도 어서 빨리 걸맞은 이미지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조용한 아침의 나라나 다이내믹 코리아 같은 이미지에서 오락가락하지 말라’고 일침을 주었다. 그다음 이야기는 압권이다. 달항아리는 미적 가치 면에서 모나리자에 필적하는데 왜 한국인들은 활용하지 않느냐고 힐문했으니 말이다. 우리의 달항아리가 모나리자에 버금간다니…. 물론 이것은 그의 개인적인 견해겠지만, 그는 어떻든 프랑스의 권위 있는 지식인이니 허언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우리가 못 하고 외국인을 통해 확인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는 사이 2017년 스페인의 유명 브랜드인 로에베의 글로벌 스토어 곳곳에서 달항아리가 전시됐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 회사 관계자가 이 그릇에 반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전시한 것이란다. 한국에는 아직도 한국인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는 유물이 많이 있을 게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해 어차피 외국에 가기 힘드니 한국을 돌면서 이런 것들을 발견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 38세 젊은 작곡가 신동훈, 클라우디오 아바도 작곡상

    38세 젊은 작곡가 신동훈, 클라우디오 아바도 작곡상

    작곡가 신동훈(38)씨가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카라얀 아카데미 재단이 수여하는 클라우디오 아바도 작곡상을 받는다. 베를린필 상임지휘자 키릴 페트렌코는 14일(현지시간) 2021·2022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신씨의 수상 소식을 전했다. 이 상은 베를린필 상임지휘자였던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를 기리며 시기를 따로 정하지 않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젊은 작곡가에게 수여한다. 신씨는 외르크 비트만(2006), 브루노 만토바니(2010) 등에 이어 여섯 번째이자 첫 아시아 출신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부상으로 위촉받은 신씨의 첼로 협주곡이 내년 5월 카라얀 아카데미 창립 50주년 기념 공연에서 페트렌코의 지휘와 베를린필 수석 첼리스트 브루노 델레펠레어 협연으로 초연된다. 신씨는 서울대 작곡과와 영국 길드홀 음악연극학교를 거쳐 현재 킹스칼리지 런던에서 박사과정 중이다. 조지 벤저민, 페테르 외트뵈시, 진은숙 등을 사사했고 지난해 영국비평가협회가 주는 젊은 작곡가상도 수상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작곡가 신동훈, 클라우디오 아바도 작곡상 수상…아시아 작곡가로는 처음

    작곡가 신동훈, 클라우디오 아바도 작곡상 수상…아시아 작곡가로는 처음

    작곡가 신동훈(38)씨가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카라얀 아카데미 재단이 수여하는 클라우디오 아바도 작곡상을 받는다. 베를린필 상임지휘자 키릴 페트렌코는 14일(현지시간) 2021·2022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신씨의 수상 소식을 전했다. 이 상은 베를린필하모닉 상임지휘자였던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를 기리며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젊은 작곡가에게 시기를 따로 정해 두지 않고 수여한다. 신씨는 외르크 비트만(2006), 브루노 만토바니(2010) 등에 이어 여섯 번째 수상자이자 첫 아시아 출신으로 이름을 올렸다. 부상으로 신씨가 위촉받은 첼로 협주곡이 내년 5월 7일 카라얀 아카데미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에서 페트렌코의 지휘와 베를린필하모닉 수석 첼리스트 브루노 델레펠레어의 협연으로 초연된다. 카라얀 아카데미는 지난 2019년 신동훈의 체임버 오케스트라 곡 ‘쥐와 사람의’도 위촉 초연했다. 신씨는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뒤 영국 길드홀 음악연극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킹스칼리지 런던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영국에서 주로 활동 중이다. 조지 벤저민, 페테르 외트뵈시, 진은숙 등을 사사했다.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런던, 통영국제음악제, 스페인 국립오케스트라 등과 작업했고 현재 로스엔젤레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악단 등과 작업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세계적인 음악출판사 리코르디에서 독점 출판 중이다. 신씨는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가 2019년 위촉 초연한 관현악곡 ‘카프카의 꿈’으로 지난해 영국비평가협회가 주는 젊은 작곡가상도 수상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시론] 컬렉션의 진정한 가치/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시론] 컬렉션의 진정한 가치/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최근 개인이 평생 사 모은 수집품을 미술관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미술품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목적으로 작품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있다. 탈세와 비자금 조성 수단으로 악용되는 미술품 거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나눔 문화를 확산시키는 긍정적 신호다. 작품 총액이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거액의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 사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컬렉션’은 미술사를 빛낸 거장이 아니더라도 위대한 예술가에 버금가는 명예를 얻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이미 문화 선진국에선 세기의 컬렉션을 만들어 사회에 환원하면 정부와 미술관 차원에서 큰 영예를 안긴다. 기증 문화가 자리잡은 배경이기도 하다. 2016년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재단 미술관에서 열린 ‘현대미술의 아이콘-슈킨 컬렉션’ 전시는 인류에 명작을 선물한 위대한 예술가를 기념하는 전시회가 아니라 러시아의 전설적인 컬렉터 세르게이 슈킨에게 경의를 표하는 전시였다. 러시아 에르미타주 미술관과 푸시킨 국립미술관에 소장된 ‘슈킨 컬렉션’은 모네, 세잔, 반 고흐, 고갱, 마티스, 피카소 등 근현대미술 거장들의 주요 작품으로 구성돼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훌륭한 컬렉션 중 하나이며 러시아 회화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찬사를 받는다. 컬렉션을 기증한 사람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나 특별관 형태의 전시관을 세워 숭고한 뜻을 기리기도 한다. 네덜란드 정부는 반 고흐 작품 282점을 비롯해 1만 2000여점의 수집품을 네덜란드에 기증한 독일 출신의 헬렌과 안톤 크뢸러 뮐러 부부의 기증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두 사람의 이름을 딴 크뢸러 뮐러 국립미술관을 건립했다. 스페인 정부는 독일 귀족인 티센보르네미사 가문이 소장한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에서 현대미술에 이르는 약 800점의 초특급 컬렉션을 양도받는 대가로 티센보르네미사 국립미술관을 짓고 수집가의 이름을 헌정했다. 여성 수집가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의 컬렉션 약 2500점이 소장된 미국 최초의 사립미술관 보스턴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 미국 실업가 존과 도미니크 드메닐 부부의 수집품 1만 5000점이 소장된 휴스턴의 메닐 컬렉션, 터키 출신의 석유 재벌 칼 루스 테 굴벤 키안의 컬렉션 6000여점을 바탕으로 건립된 리스본의 칼 루스 테 굴벤 키안 미술관, 일본 기업가 오하라 마고사부로의 소장품 3000여점으로 구성된 일본 최초의 서양 미술관인 구라시키의 오하라 미술관 등이 위대한 수집가의 이름을 딴 세계적인 사립미술관이다. 수집가들이 세기의 컬렉션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막대한 가치를 지닌 소장품을 왜 기증하게 됐을까? 먼저 수집의 역사를 쓴 컬렉터들은 미술 전문가의 자문을 받으며 작품을 모았다. 미국의 컬렉터 페기 구겐하임은 프랑스의 혁명적인 미술가 마르셀 뒤샹, 영국의 저명한 미술비평가 허버트 리드, 뉴욕현대미술관의 초대 관장 앨프리드 바 등 훌륭한 감식안을 지닌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은 작품들을 대거 구입했다. 미국 미술평론가 앨리슨 맥니니가 극찬한 ‘페기 컬렉션’이 이렇게 태어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맥니니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들의 300여 작품을 선보이는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 컬렉션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과학자 출신 수집가로 유명한 미국의 앨버트 반스 박사는 미국 소설가이자 예술 후원자로 명성을 떨친 거트루드 스타인의 자문을 받고 현대미술의 두 거장인 피카소와 마티스의 작품들을 수집했다. 총 2500여점으로 구성된 반스 컬렉션은 필라델피아 반스 재단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헬렌 크뢸러 뮐러는 반 고흐를 숭배한 미술평론가이자 교사인 헹크 브레머의 자문을 받으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반 고흐 컬렉션을 보유하는 행운을 잡을 수 있었다. 수집가들이 이런 컬렉션을 사회에 기증한 가장 큰 동기는 세금 공제 혜택보다 무거운 책임감이었다.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품 수가 늘어나면 컬렉션 처리 방법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진다. 단 한 점뿐인 데다 개인 소유인 수집품을 미술관에 기증하지 않으면 일반인들이 작품을 감상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컬렉션과 함께 영원히 사는 길을 선택한다. 자기중심적 사고를 보편적 가치로 전환시킨 그들은 명예와 영광을 누릴 충분한 자격이 있지 않은가.
  • 브로드웨이가 달려왔다…한국 관객 먼저 보여주러

    브로드웨이가 달려왔다…한국 관객 먼저 보여주러

    “미국에서 한국은 뮤지컬 허브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에서 첫 공연을 선보이는 것은 매우 설레는 일이죠.” 브로드웨이에서 엄청난 흥행을 이끈 뮤지컬 신작들이 잇따라 전 세계 첫 라이선스 무대로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따끈따끈한 브로드웨이 신작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곧 국내 뮤지컬 시장의 위상을 보여 준다는 호평이 나온다. 팀 버턴 감독의 초기 대표작인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비틀쥬스’가 다음달 18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2019년 4월 개막한 ‘비틀쥬스’는 화려한 무대와 다채로운 볼거리를 자랑하며 흥행했고, 그해 토니어워즈 8개 부문, 외부비평가상 4개 부문, 드라마 리그 어워즈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외부비평가상(최우수 무대디자인상), 드라마 리그 어워즈(최우수 연출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지난 24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해외 창작진은 국내 무대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브로드웨이 연출 앨릭스 팀버스는 우리나라를 ‘뮤지컬 허브’로 꼽았고 국내 연출을 맡은 맷 디카를로는 “미국에서 관객과 소통을 나눈 지 1년이 넘었다”면서 “서울은 공연과 예술을 포용하는 멋진 도시”라고 말했다. 크리스 쿠쿨 음악감독은 “한국 배우들의 음악 실력은 브로드웨이와 동등하다”고 평가했다. 제작사인 CJ ENM 예주열 프로듀서는 이 작품을 리딩 공연부터 트라이아웃, 정식 초연 등 전 단계를 지켜보며 국내에 들여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브로드웨이 최신 무대기술의 집합체를 보여 주는 공연”이라는 그는 “사전 제작비가 250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덕션으로, 이 시기에 초연하는 어려움과 책임도 크지만 이럴 때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뮤지컬계가 한 발짝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브로드웨이판 ‘피케팅’ 돌풍을 일으킨 뮤지컬 ‘하데스타운’도 오는 8월 24일 최초 라이선스 공연이 열린다. 그리스 신화 가운데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하데스타운’은 2019년 3월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뒤 3개월 만에 토니어워즈 15개 중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최우수작품상과 연출상, 음악상, 편곡상 등 8개 상을 휩쓸었다. 대개 브로드웨이 공연을 마친 뒤 오리지널팀이 해외 공연을 하고 라이선스 공연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데 반해 이 작품은 코로나19 전부터 한국어 공연으로 초연이 정해졌다. 그간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라이온킹’ 등 대표 스테디셀러 작품을 올린 오랜 경험으로 해외 제작사들과 신뢰가 두터워진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지난해 코로나19에도 ‘오페라의 유령’, ‘캣츠’ 내한공연을 비롯해 국내 프로덕션으로 ‘위키드’도 무사히 부산 공연을 이어 가는 등 한국 무대는 전 세계 유일한 무대이자 흔들림 없이 도전하기에 충분한 공간이 되었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국내 자본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제작 과정에도 참여하는 등 한국 뮤지컬 시장이 매우 빠르게 성장해 공연 시차를 확 좁힐 수 있었던 데다 코로나19에도 문을 닫지 않고 거리두기 좌석을 운영하며 공연을 계속하고 있어 외신 등 해외 공연계의 시선이 더욱 국내로 모이고 있다”고 설명했다.지난 3월부터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의 미래를 그려 낸 이머시브(관객 참여) 형태로 참신한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다. 코로나19로 개막이 미뤄지긴 했지만 석 달간 국내 무대에서도 그 실험을 이어 갈 수 있었다. 지난 1년간 쌓은 공연장 방역 경험을 발판으로 상황에 맞게 배우들의 움직임을 조정하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는 마스크를 쓴 관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한국은 뮤지컬 허브” 브로드웨이 인기 신작들, 국내 무대서 첫 선

    “한국은 뮤지컬 허브” 브로드웨이 인기 신작들, 국내 무대서 첫 선

    “미국에서 한국은 뮤지컬 허브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에서 첫 공연을 선보이는 것은 매우 설레는 일이죠.” 브로드웨이에서 엄청난 흥행을 이끈 뮤지컬 신작들이 잇따라 전 세계 첫 라이선스 무대로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따끈따끈한 브로드웨이 신작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곧 국내 뮤지컬 시장의 위상을 보여 준다는 호평이 나온다. 팀 버턴 감독의 초기 대표작인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비틀쥬스’가 다음달 18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2019년 4월 개막한 ‘비틀쥬스’는 화려한 무대와 다채로운 볼거리를 자랑하며 흥행했고, 그해 토니어워즈 8개 부문, 외부비평가상 4개 부문, 드라마 리그 어워즈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외부비평가상(최우수 무대디자인상), 드라마 리그 어워즈(최우수 연출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지난 24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해외 창작진은 국내 무대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브로드웨이 연출 앨릭스 팀버스는 우리나라를 ‘뮤지컬 허브’로 꼽았고 국내 연출을 맡은 맷 디카를로는 “미국에서 관객과 소통을 나눈 지 1년이 넘었다”면서 “서울은 공연과 예술을 포용하는 멋진 도시”라고 말했다. 크리스 쿠쿨 음악감독은 “한국 배우들의 음악 실력은 브로드웨이와 동등하다”고 평가했다. 제작사인 CJ ENM 예주열 프로듀서는 이 작품을 리딩 공연부터 트라이아웃, 정식 초연 등 전 단계를 지켜보며 국내에 들여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브로드웨이 최신 무대기술의 집합체를 보여 주는 공연”이라는 그는 “사전 제작비가 250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덕션으로, 이 시기에 초연하는 어려움과 책임도 크지만 이럴 때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뮤지컬계가 한 발짝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브로드웨이판 ‘피케팅’ 돌풍을 일으킨 뮤지컬 ‘하데스타운’도 오는 8월 24일 최초 라이선스 공연이 열린다. 그리스 신화 가운데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하데스타운’은 2019년 3월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뒤 3개월 만에 토니어워즈 15개 중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최우수작품상과 연출상, 음악상, 편곡상 등 8개 상을 휩쓸었다. 대개 브로드웨이 공연을 마친 뒤 오리지널팀이 해외 공연을 하고 라이선스 공연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데 반해 이 작품은 코로나19 전부터 한국어 공연으로 초연이 정해졌다. 그간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라이온킹’ 등 대표 스테디셀러 작품을 올린 오랜 경험으로 해외 제작사들과 신뢰가 두터워진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지난해 코로나19에도 ‘오페라의 유령’, ‘캣츠’ 내한공연을 비롯해 국내 프로덕션으로 ‘위키드’도 무사히 부산 공연을 이어 가는 등 한국 무대는 전 세계 유일한 무대이자 흔들림 없이 도전하기에 충분한 공간이 되었다.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국내 자본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제작 과정에도 참여하는 등 한국 뮤지컬 시장이 매우 빠르게 성장해 공연 시차를 확 좁힐 수 있었던 데다 코로나19에도 문을 닫지 않고 거리두기 좌석을 운영하며 공연을 계속하고 있어 외신 등 해외 공연계의 시선이 더욱 국내로 모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부터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의 미래를 그려 낸 이머시브(관객 참여) 형태로 참신한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다. 코로나19로 개막이 미뤄지긴 했지만 석 달간 국내 무대에서도 그 실험을 이어 갈 수 있었다. 지난 1년간 쌓은 공연장 방역 경험을 발판으로 상황에 맞게 배우들의 움직임을 조정하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는 마스크를 쓴 관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법원, ‘치매 투병’ 배우 윤정희씨 성년후견 다음달 면접조사

    법원, ‘치매 투병’ 배우 윤정희씨 성년후견 다음달 면접조사

    법원이 배우 윤정희(77·본명 손미자)씨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가 필요한지 확인하기 위해 윤정희씨를 직접 불러 면접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21단독 장진영 부장판사는 다음 달 1일을 면접조사 기일로 정하고 최근 윤정희씨에게 조사 기일 소환장을 송달했다. 윤정희씨의 딸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44)씨는 지난해 10월 28일 서울가정법원에 어머니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는 윤정희씨의 국내 후견인으로 자신(백진희)을 지정해달라는 취지다. 후견인은 법정대리인 역할을 하며 법원이 정한 범위에서 신상과 재산, 상속에 관한 권한을 갖는다.앞서 백진희씨는 프랑스 법원에도 자신을 후견인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해 같은 해 11월 3일 후견인으로 지정된 상태다. 그러다 윤정희씨의 동생 5명 중 일부는 지난해 윤정희씨가 프랑스에서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75)씨로부터 방치됐다며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면서 윤정희씨를 둘러싼 가족·친지 간 갈등이 널리 알려졌다. 이에 백건우씨와 딸 백진희씨 측은 ‘방치’ 주장이 거짓이며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백건우씨 측은 “몇 년 전부터 윤정희씨의 건강이 빠르게 악화하며 연주 여행에 동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요양병원보다는 딸의 아파트 옆집에서 가족과 법원에서 지정한 간병인의 돌봄 아래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윤정희씨는 주기적인 의사의 왕진 및 치료와 함께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제한된 전화 및 방문 약속은 모두 법원의 판결 아래 결정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백건우씨 측은 2019년 5월 윤정희씨가 파리로 간 이후 윤정희씨의 형제자매 측과 후견인 선임 및 방식과 관련해 법적 분쟁이 시작됐다면서 지난해 11월 파리고등법원의 판결로 형제자매 측이 최종 패소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서울가정법원이 최근 정한 면접조사 기일은 법원 소속 조사관이 청구인이나 사건본인(피성년후견인) 등을 직접 만나 조사하는 절차를 뜻한다. 이번 면접조사 기일의 대상은 사건 본인인 윤정희씨다. 다만 윤정희씨가 현재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고, 건강 상태를 볼 때 직접 국내 법원 조사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윤정희씨의 남동생 손모(58)씨는 국내 법원에서 진행되는 성년후견 개시 심판에도 참여 의사를 밝혀 정식으로 참가인 자격을 얻었다. ‘윤정희씨 방치’ 주장이 재산 싸움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손씨 측은 “가정사를 사회화시켜 죄송하다”면서도 “동생들을 사기꾼이라고 하거나 재산 때문에 소송을 냈다고 주장하는 것에 크게 모욕감을 느낀다”며 반박한 바 있다. 손씨 측은 “윤정희씨 명의의 국내 재산은 여의도 아파트 두 채와 예금자산”이라며 “모든 재산의 처분관리권은 사실상 백건우에게, 법률상 후견인인 딸에게 있으며 형제자매들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윤정희씨를 위해 충실하게 관리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정희씨가 한국에 올 경우 요양병원에 보내려 한다’는 항간의 추측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동생들이 힘 닿는 데까지 집에서 돌보되 나중에 요양병원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윤정희씨는 1966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해 330여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대종상·청룡영화상·백상예술대상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여러 차례 받는 등 1960~197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인정받았다. 오랫동안 한국 영화계를 떠났던 윤정희씨는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로 복귀했다. 치매를 앓기 시작한 할머니 역을 맡아 백상예술대상·대종상·LA비평가협회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인문학의 꽃은 저술과 번역이다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인문학의 꽃은 저술과 번역이다

    대학의 변화와 몰락, 정원 감축, 구조조정을 둘러싼 논의가 분분하다. 이즈음 대학 사회는 코로나19와 학령인구 감소라는 이중고를 맞이해 그 어느 시기보다도 근원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 국립대학을 포함한 거의 모든 대학이 취업률과 입학 경쟁률을 기준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언제 대학 문을 닫을지 모르는 위기의식 앞에 학문의 다양성과 균형 감각, 인문학의 고유한 가치를 논하는 담론은 한가한 소리로 여겨질지 모른다. 이 글은 단지 인문학을 보호하자는 식의 주장과는 결을 달리한다. 불과 50년 사이에 출생 인구가 4분의1로 줄어드는 상황,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는 시점에서 보건대 대학의 혁신적인 변화는 필연적이다. 대학의 변화와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담론은 무성하지만, 정작 현실적으로 충분히 개선 가능한 사안마저 묵인과 방조 속에서 속으로 곪아 가기도 한다. 가령 인문학 분야의 연구 업적 평가에서 저술이나 번역이 경시되는 점이 그렇다. 장기적인 시간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저술과 번역서가 논문 한두 편에 부여되는 점수와 비슷하니 굳이 이 분야에 매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주로 자연과학 분야의 평가 기준인 논문이 언젠가부터 인문학 분야마저 획일적으로 지배하면서 대학에 소속된 인문학자나 학문 후속 세대는 장기적인 차원의 저술이나 번역보다는 논문 편수 늘리기에 몰두한다.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학 연구 지원에서도 저술에 대한 지원은 극히 미미하다. 전체 지원액으로 따지면 논문의 10분의1에도 못 미치는 형편이다. 외국 대학의 인문학 분야 정년 보장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저술의 질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은 대체로 논문 편수가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의적인 저술과 꼭 필요한 번역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읽을 만한 저술과 번역이 주로 대학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일면 바람직한 면도 있지만, 이 대목에서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그 존재 이유 중의 하나는 민간기업이나 연구소, 출판사에서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는 장기적이며 창의적 연구, 저술, 번역을 대학이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있다. 그게 국민 세금이 대학에 투입되는 이유다. 대학에서 수행되는 인문학 연구가 사회와 유리된 채 단지 논문 편수 늘리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대학의 위기와 구조조정 과정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길이 마냥 호의적일 수는 없다. 일본의 학계에서도 노벨문학상을 받아 마땅하다고 평가받는 재일조선인 작가 김석범의 산문과 소설 중에 아직 번역되지 않은 저작이 많다. 그의 작품 세계를 면밀하게 이해하고 탐구하려면 꼭 번역돼야 할 책들이다. 한국 사회(문화)의 분석과 해석에 커다란 도움이 될 세계 문화의 고전 중에서 시간과 경제적 이유로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들은 얼마나 많은가. 가령 20세기 전반의 탁월한 비평가인 발터 베냐민의 편지 전집도 아직 거의 번역되지 않았다. 논문 편수에 대한 압박 탓에 의욕적으로 쓰고 싶었던 책과 꼭 필요한 번역서를 미루는 동료 학자를 몇 번이나 목격했다. 인문학의 꽃은 저술과 번역이다. 설사 대학이 커다란 변화를 통과하더라도 의욕적인 학자에게 기꺼이 좋은 책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간직하게 만드는 대학의 양식, 도서관에서 양서를 읽는 게 미래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존재하는 대학의 품격은 포기할 수 없는 윤리다. 이런 희망이 없다면 저 대학의 위기와 구조조정에 대한 숱한 진단과 기사는 과연 무슨 소용일까. 앞으로 대학의 인문학은 책과 번역으로 상징되는 창의적인 사유와 지성을 온전히 품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과 고민이 누락된 대학의 구조조정과 획일적인 변화는 새로운 야만의 얼굴을 띠고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 페북 ‘트럼프 차단’ 연장… 불붙은 표현의 자유 논쟁

    페북 ‘트럼프 차단’ 연장… 불붙은 표현의 자유 논쟁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의회난입 사태 이틀 뒤 단행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 폐쇄 조치가 연장됐다. 페이스북의 ‘사법부’ 격인 독립적인 감독위원회는 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사기와 지속적인 행동 요구에 대한 근거 없는 이야기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폭력 위험이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판단한다”며 당초 6개월로 설정했던 계정 폐쇄를 이어 가기로 했다. 백악관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공화당에선 “빅테크 기업의 표현의 자유 무시 행위”란 냉소적 반응이 나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페이스북 감독위의 결정을 ‘신뢰할 수 없는 내용 증폭을 중단하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조치’로 인식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견해는 주요 SNS 플랫폼이 모든 미국인의 건강·안전과 관련한 신뢰할 수 없는 내용, 허위정보, 오보 증폭을 중단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SNS로 코로나19 확산 시기 마스크 착용을 비웃고,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한 결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난동으로 5명이 사망하고 미국에 혐오범죄가 늘었음을 상기시키며 페이스북이 응분의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반면 공화당에선 페이스북 감독위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주장이 트럼프가 SNS에서 주장한 내용의 적절성을 따지는 게 아니라 ‘이제 대통령이 아닌 자연인이니 트럼프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란 식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은 언론의 자유와 공개토론을 위한 플랫폼의 역할을 맡는 게 아니라 민주당의 슈퍼팩(정치후원금 모금 조직)처럼 행동하는 데 관심 있어 보인다”면서 “트럼프 (계정 폐쇄) 다음은 모든 보수적인 목소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군에 드는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세계 최악의 독재자, 테러리스트, 독설가 배우들의 계정을 방치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만 폐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힐의 기자이자 미디어비평가인 조 콘차도 칼럼을 통해 페이스북이 보유한 영향력에 비해 ‘표현의 자유’를 구현할 능력이 떨어진다고 비평했다. 그는 “페이스북은 사기업이어서 표현의 자유에 관한 미국 수정헌법 1조를 수호할 의무는 없다”면서도 “이번 감독위 결정은 페북 사용자가 아니라 마크 저커버그 방어를 위한 조치 같다”고 혹평했다. ‘표현의 자유’ 쪽으로 논쟁이 비화되자 민주당 내 의견도 분화되는 모습이다.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는 위험하고 폭력을 조장하는 거짓말을 퍼뜨려 페이스북 정학을 받은 것”이라고 일갈하며 백악관과 같은 견해를 내비쳤다. 반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감독위 결정에 대해 “페이스북은 우리 민주주의와 국민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영리기업으로, 공적 기준이 나올 때까지 뒤죽박죽 결정을 반복할 것”이라면서 빅테크 기업 규제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모든 여성에겐 이야기가 있다”…당신이 몰랐던 ‘오스카 3관왕’ 프랜시스 맥도먼드 [김정화의 WWW]

    “모든 여성에겐 이야기가 있다”…당신이 몰랐던 ‘오스카 3관왕’ 프랜시스 맥도먼드 [김정화의 WWW]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감독상에 작품상, 여우주연상까지 휩쓴 영화 ‘노매드랜드’였다. 중국계 감독 클로이 자오와 함께 이를 만든 주역은 바로 프랜시스 맥도먼드. 맥도먼드는 도시의 쇠락으로 직장과 집, 남편까지 잃은 뒤 밴에 전재산을 싣고 떠돌이 생활하는 주인공 ‘펀’을 연기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1997년 제69회 시상식에서 영화 ‘파고’로 처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맥도먼드는 2018년 제90회 시상식에서 영화 ‘쓰리 빌보드’로 두 번째 상을 받았고, 이번에 3번째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역대 아카데미에서 주연상을 3회 이상 받은 배우는 그와 캐서린 헵번(4회), 메릴 스트립(이하 3회), 잉그리드 버그만뿐이다. 40년 연기 인생…“사람과의 교류를 원하는 배우”1957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난 맥도먼드의 출생 당시 이름은 신시아 앤 스미스였다. 그는 생후 18개월 무렵 목사 가정에 입양돼 프랜시스 맥도먼드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목사라는 특성상 자주 이사를 다녔고, 베서니 칼리지와 예일대 드라마스쿨을 거쳐 영화와 연극계로 발을 디뎠다. 코엔 형제의 작품 ‘분노의 저격자(블러드 심플)’로 처음 영화에 데뷔했고, 현 남편인 조엘 코엔의 ‘아리조나 유괴 사건’ 등에서 연기하며 이름을 알렸다. 헐리우드에서 그를 유명하게 만든 건 1996년작 파고다. 임신 중인 경찰서장 마지 건더슨 역을 맡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다. 붉은 피가 솟구치는 설원의 범죄 현장에서 냉정하지만 따스한 경찰을 연기한 그는 단번에 오스카를 매료시켰다. 이후에도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쳤고, 2018년 ‘쓰리 빌보드’에서 강간, 살해로 딸을 잃은 엄마 밀드레드 헤이스로서 처절한 아픔을 연기하며 또 다시 세계를 매료시켰다.맥도먼드의 매력은 평범함이 주는 자연스러움에 있다. 그는 주름을 없애기 위해 보톡스를 맞지 않고, 볼이나 이마를 빵빵하게 만들어주는 필러도 쓰지 않는다. 레드카펫에서도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을 당당히 드러낸다. 배우지만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기로도 유명하다. 더 예쁘고, 더 어리고, 더 화려한 사람만이 주목받기 쉬운 헐리우드에서 이같은 행보는 기행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그 안의 메시지는 보다 강하다. 그는 2017년 뉴욕타임스(NYT)와의 특집 인터뷰에서 “스스로 유명하다고 생각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며 인위적이고 가식적인 모습을 거부한다고 밝혔다.맥도먼드는 “나는 다른 사람에게 이름을 물어본다. 그들을 만지고, 본다. 여기에 진짜 ‘교류’가 있다”며 “나는 사진을 찍히고 싶어 배우가 된 게 아니다. 사람과의 소통을 원해 배우가 됐다”고 설명했다. 1990년 켄 로치 감독과 함께 영화 ‘숨겨진 계략’을 제작한 영국 감독 레베카 오브라이언은 맥도먼드에 대해 “가장 덜 버릇없는(least spoiled) 미국 배우 중 한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맥도먼드가 얼마나 평범해질 수 있는가를 사랑한다”며 “그는 화장을 하지 않고, 그저 온전한 자신으로 연기한다”고 평했다. 오스카 주연상 3회…연극 토니·드라마 에미상까지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그의 연기는 풍부하고 진정성 있는 극 중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가 맡은 역할은 모두 언뜻 평범하지만 결코 구태의연하지 않다. 매번 틀에 박힌 여성상을 뛰어넘는다. 파고의 마지가 그랬고, 쓰리 빌보드의 밀드레드가 그랬다. 가디언은 “출산을 앞둔 경찰관 마지, 딸의 죽음을 슬퍼하며 경찰에 저항하는 엄마 밀드레드의 모습은 20년의 세월을 넘어 맥도먼드를 설명하는 결정적인 두 역할”이라며 “둘 다 살인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한, 자신감 있는 괴짜”라고 했다. 두 여성 모두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남성들에 비해 더 똑똑하고, 더 강하다. 이런 맥도먼드가 이번에 노매드랜드에서 완벽한 유목민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NYT가 “노매드랜드는 대중의 눈에 띄지 않으려는 맥도먼드의 노력의 절정이었다”고 한 것처럼 그는 단순히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지 않았다. 영화를 촬영하며 몇 개월간 실제 유랑자처럼 생활했고, 같이 지낸 유목민 대부분은 그가 배우라는 사실도 모를 정도였다. 극 중 주인공 이름 ‘펀’(Fern)조차 그의 이름 ‘프랜’(Fran)과 비슷하다.크고 작은 디테일 역시 맥도먼드의 실제 삶에서 가져왔다. 영화에서 펀은 접시 세트를 자랑하는데, 이는 맥도먼드의 아버지가 대학 졸업 선물로 사준 것이다. 펀의 여동생으로 나오는 사람은 맥도먼드의 가장 오랜 친구 중 한명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비평가 저스틴 창은 영화 리뷰에서 “맥도먼드는 영화에서 펀의 뒤로 사라지지 않는다. 펀에 의해 재발견되고, 펀 역시 맥도먼드에 의해 재발견된다”고 썼다. “여성들이여, 연대를” 헐리우드 성차별 소신 발언도헐리우드에 만연한 성차별을 깨뜨리기 위해 여성 배우로서의 목소리 역시 끊임없이 내고 있다. 그는 201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성들에게 모두 연대해달라고 연설하며 업계 관계자들이 더 많은 여성 인재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상식장의 모든 여성을 일으켜 세우고, “서로 둘러보라. 우리에겐 모두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 후 두 단어를 남겼다. ‘인클루전 라이더’(Inclusion Rider). ‘포용 특약’이라고도 하는 이 개념은 남성 일색의 헐리우드 캐릭터가 실제 사회의 성별, 성 정체성, 인종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서 비롯됐다. 출연 계약 때 이 인클루전 라이더를 넣어 배우, 제작진에 여성과 성소수자, 흑인 등을 일종 비율로 포함시키자는 제안이다. 헐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오랜 성폭행 등에서 보듯, 업계의 남성중심적 관점을 깨기 위해선 더 많은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연기 인생의 초반에 큰 성과를 얻고 이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배우들도 있는 반면, 맥도먼드의 삶은 계속해서 성숙하고 발전한다. 그는 아카데미 외에도 브로드웨이 연극 ‘굿 피플’로 토니상을, HBO 드라마 ‘올리브 키터리지’로 에미상을 받았다. 영화, 연극, 드라마 등 세 분야에서 모두 상을 받은 ‘트리플 크라운 액팅’을 달성한 흔치 않은 배우다. 노매드랜드에서 그랬듯, 제작자로서의 역량도 보여주고 있다. 맥도먼드는 저널리스트 제시카 브루더가 쓴 동명의 논픽션을 읽고 자오 감독에게 직접 연출을 제안한 장본인이다.60이 넘은 나이에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맥도먼드가 연기를 이어가는 건 스타라는 화려함에만 갇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직업으로서의 배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꾸준히 노력하며 어떤 이도 갖지 못한 자신만의 색으로 세상을 칠하고 있다. 이번 시상식에서 맥도먼드가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 구절을 인용해 밝힌 소감은 이 목표 의식을 명확히 보여준다. “나는 할 말이 없다. 이 칼이 내 말을 대신할 테니까.(I have no words: my voice is in my sword) 우리는 그 칼이 우리 일이라는 걸 압니다. 나는 그 일을 좋아하죠. 그걸 알아줘서 감사합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프랜시스 맥도먼드는 누구 · Frances Louise McDormand1957 미국 일리노이주 깁슨 출생1975 펜실베이니아주 모네센 고등학교 졸업1979 웨스버지니아주 베서니 칼리지에서 예술 학사1982 예일대 드라마스쿨 예술 석사1984 영화 ‘블러드 심플’(Blood Simple)로 데뷔1987 영화 ‘아리조나 유괴사건’(Raising Arizona) 출연1988 영화 ‘미시시피 버닝’(Mississippi Burning) 출연1997 영화 ‘파고’(Fargo) 출연, 제69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2000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Almost Famous) 출연2011 연극 ‘굿 피플’(Good People) 출연, 토니상 수상2014 TV시리즈 ‘올리브 키터리지’(Olive Kitteridge) 제작·출연, 제67회 에미상 수상2018 영화 ‘쓰리 빌보드’(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출연, 제90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2021 영화 ‘노매드랜드’(Nomadland) 제작·출연,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영화 ‘노매드랜드’와 클로이 자오 감독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우리는 존재한다” 아시아 여성 최초 골든글로브 감독상 자오의 말 [김정화의 WWW]https://bit.ly/3nEbrxD
  • ‘오스카 수상’ 윤여정 “정이삭·故 김기영·두 아들에 감사”(종합)

    ‘오스카 수상’ 윤여정 “정이삭·故 김기영·두 아들에 감사”(종합)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74)이 웃음과 감동이 담긴 수상 소감으로 좌중을 다시 한 번 사로잡았다. 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유니온스테이션과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이날 여우조연상 후보에는 윤여정과 함께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즈, ‘더 파더’ 올리비아 콜맨, ‘맹크’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이름을 올렸다. 여우조연상 시상은 할리우드 유명 배우 브래드 피트가 맡았다. 브래드 피트는 ‘미나리’ 제작사 플랜B를 설립하기도 했다.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돼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브래드 피트를 드디어 만났다. 저희가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나”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고, 브래드 피트는 미소로 화답했다.윤여정은 “나는 한국에서 왔다. 내 이름은 ‘여정 윤’인데, 유럽 사람들은 ‘여영’이라거나 ‘유정’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해 또 한 번 좌중을 폭소케 했다. 그는 “투표해준 아카데미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 멋진 ‘미나리’ 패밀리에게 감사하다. 스티븐(스티븐 연)과 아이작(정이삭 감독), 한예리와 노앨, 앨런까지 우리는 가족이 됐다. 무엇보다 정이삭 감독 없이 나는 여기 설 수 없었다. 그는 우리의 선장이자 감독이었다.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나는 경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떻게 클랜 클로즈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나. 너무 훌륭한 연기를 너무 많이 봐왔다”며 “우리는 서로 다른 역할을 했고 경쟁할 수 없다. 다만 내가 조금 더 운이 좋았다. 그리고 미국 분들이 한국 배우들에게 굉장히 환대해주는 것 같아 너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두 아들에게 감사하다. 두 아들이 나에게 일하러 가라고 종용했다. 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이다.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일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기영 감독님께도 감사하다. 내 첫 감독님이었다”며 “그가 지금도 살았다면 정말 기뻐하셨을 거다. 정말 감사하다”며 수상 소감을 마무리 했다.윤여정은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로 열연해 국내외 영화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전미 비평가위원회로부터 LA, 워싱턴 DC,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연기상만 30개 이상을 받았다. ‘오스카 바로미터’로 불리는 미국 배우 조합상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오스카 유력 후보로 지목된 바 있다. 예상대로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윤여정은 영화 ‘사요나라’(1957) 우메키 미요시 이후 두 번째 아시안 배우 수상자가 됐다. 한국 배우 최초로 트로피를 품으며, 한국 영화사도 새롭게 썼다. 한편 ‘오스카상’으로도 불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주관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1980년대 한인 가정의 미국 이주 정착기를 그린 미국 독립영화 ‘미나리’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진기록 소년단’ BTS

    ‘진기록 소년단’ BTS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그래미 어워즈에 이어 영국 최고 권위 대중음악상인 ‘브릿 어워즈’(Brit Awards)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후보에 올랐다. 31일(현지시간) ‘2021 브릿 어워즈’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명단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히트곡 ‘다이너마이트’로 인터내셔널 그룹 부문 후보에 지명됐다. 록밴드 푸 파이터스, 3인조 자매 밴드 하임, 힙합 듀오 런 더 주얼스, 펑크 밴드 폰테인 DC 등과 트로피를 놓고 경쟁한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어워즈, 빌보드뮤직 어워즈(BBMA), 아메리칸뮤직 어워즈(AMA), MTV 비디오뮤직어워드 등 미국 4대 시상식에 이어 브릿 어워즈 후보까지 오르는 진기록을 썼다. 1977년 영국음반산업협회 주관으로 시작된 브릿 어워즈는 1000명 이상의 라디오, TV DJ 및 진행자, 방송사 임원, 음반 제작사 대표, 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패널이 투표해 수상 후보를 선정한다. 영국 출신 아티스트들을 위한 시상식이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인터내셔널 부문을 신설해 다양한 국가 뮤지션에게 문을 열었다. 그동안 본 조비, 레드 핫 칠리 페퍼스, U2, 카터스, 푸 파이터스, 그린데이, 다프트 펑크 등 쟁쟁한 팀들이 이 상을 받았다. BBC는 “방탄소년단은 유력한 수상 후보이지만 비평가들은 하임과 폰테인 DC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의 앨범 부문은 후보 5명 중 4명이 두아 리파, 제시 웨어 등 여성 가수들이다. 시상식은 오는 5월 11일 런던 오투(O2) 아레나에서 열린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BTS, ‘브릿 어워즈‘ 한국 가수 첫 후보에…폰테인 D.C 등 ‘경쟁’

    BTS, ‘브릿 어워즈‘ 한국 가수 첫 후보에…폰테인 D.C 등 ‘경쟁’

    그래미 등 미국 4대 시상식 이은 진기록영국 최고 권위···인터내셔널 부문 올라“작년 폐지했다 팬들 항의···유력 후보”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그래미 어워즈에 이어 영국 최고 권위 대중음악상인 ‘브릿 어워즈’(Brit Awards)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후보에 올랐다. 31일(현지시간) ‘2021 브릿 어워즈’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명단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히트곡 ‘다이너마이트’로 인터내셔널 그룹 부문 후보에 지명됐다. 록밴드 푸 파이터스, 3인조 자매 밴드 하임, 힙합 듀오 런 더 주얼스, 펑크 밴드 폰테인 D.C 등과 트로피를 놓고 경쟁한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어워즈, 빌보드뮤직 어워즈(BBMA), 아메리칸뮤직 어워즈(AMA), MTV 비디오뮤직어워드 등 미국 4대 시상식에 이어 브릿 어워즈 후보까지 오르는 진기록을 썼다. 1977년 시작한 브릿 어워즈는 영국음반산업협회에서 주관하며 영국에서는 음악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수상 후보는 1000명 이상의 라디오, TV DJ 및 진행자, 방송사 임원, 음반 제작사 대표, 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패널이 투표로 선정한다. 브릿 어워즈는 영국 출신 아티스트들을 위한 시상식이나 1980년대 후반부터 인터내셔널 부문을 신설해 다양한 국가 뮤지션에게도 문을 열었다. 그동안 본 조비, 레드 핫 칠리 페퍼스, U2, 카터스, 푸 파이터스, 그린데이, 다프트 펑크 등 쟁쟁한 글로벌 뮤지션들이 이 상을 받았다. BBC는 후보 공개 소식을 전하며 “작년 브릿 어워즈가 인터내셔널 그룹 부문을 폐지했다가 방탄소년단 팬덤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면서 “올해 방탄소년단은 유력한 수상 후보이지만 비평가들은 하임과 폰테인 D.C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의 앨범 부문에는 후보 5명 중 4명이 두아 리파, 제시 웨어 등 여성 가수들이 차지했다. 시상식은 오는 5월 11일 런던 오투(O2) 아레나에서 열린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단독] 원전이 친환경? 빌 게이츠가 틀렸다… 화석연료 문명 7년 뒤 붕괴할 것

    [단독] 원전이 친환경? 빌 게이츠가 틀렸다… 화석연료 문명 7년 뒤 붕괴할 것

    차세대 원전, 태양광·풍력보다 비싸전 세계 2028년까지 인프라 전환 필요 한국 전력 생산 66% 화석연료 의존태양광 등 3.8%… 中·日의 절반 이하한국 정부 그린뉴딜 정책 속도 느려 한전, 이 상태로 가면 좌초자산 될 것 바이든 정부처럼 극약처방 적용해야“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보는 건 터무니없는 얘기입니다. 빌 게이츠를 높게 평가하지만, 이번엔 전문가 조언을 잘못 받은 것 같아요.”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76)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31일 서울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노동의 종말’, ‘3차 산업혁명’ 등으로 다음 시대를 예견해 왔다. 지난해 쓴 ‘글로벌 그린뉴딜’은 문재인 대통령이 읽은 뒤 환경부 공무원 사이에서 필독서가 되기도 했다. ●재생에너지 가격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리프킨은 게이츠가 지난 2월 책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 출간 인터뷰 등을 통해 탄소 발생 없는 전기생산 방식 중 하나로 차세대 원전을 언급한 것을 두고 반대 의견을 내놨다. 그는 “새로운 기술로 원전을 짓는다고 해도 이미 ‘균등화 발전비용’이 태양광과 풍력보다 훨씬 비싸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미래세대에는 원전을 짓지 않을 것이고 이미 일부 큰 기업들은 문을 닫았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데, 게이츠가 이를 잘못 읽고 있다는 주장이다. 균등화 발전비용이란 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 즉 사회적·환경적 비용까지 모두 고려한 전력 단위당 생산비용이다. 그는 원전과 석탄 같은 화석연료 문명이 7년 뒤인 2028년이면 붕괴되는 변곡점이 온다고 봤다. 그 전에 모든 세계가 그린뉴딜을 통해 ‘인프라 전환’을 이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린뉴딜은 에너지 정책을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꾸리면서 저탄소 경제구조로 체질을 개선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이를 통해 경제 발전을 꾀한다. 리프킨은 “1차 산업혁명(기계화)이 일어나기까지 30년 걸렸고 2차 산업혁명(석유를 통한 전기화)은 25년 안에 이뤄졌다”며 “현재 진행 중인 녹색 디지털 3차 산업혁명(커뮤니케이션·재생에너지·운송 및 물류 등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한 혁명)은 20년 안에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프킨이 지칭하는 3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oT) 같은 정보기술과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만들어진 자동화된 생산체계를 의미한다. 그는 인공지능 개발 등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도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본다. ●차기 정부서 그린뉴딜 멈추면 골든타임 놓쳐 리프킨은 한국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속도가 더디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좌초자산(화석연료 종말로 쓸모없어지는 시설)을 가장 많이 가진 나라”라고 꼬집었다. 그는 “조금 있으면 대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 빨리 움직여야 하고, 차기 정권에서도 그린뉴딜을 이어 가지 않으면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라고 말했다. 좌초자산은 원전이나 석탄 등 이전까지 경제성이 있었지만 시장 환경의 변화, 기후변화 등으로 가치가 하락해 수익을 내지 못하고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을 뜻한다. 리프킨은 “정부 선언도 나왔고 대기업부터 금융기관까지 준비가 다 돼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 미국에서 시행하는 것처럼 한국도 이제 ‘충격과 공포’ 처치(극약 처방)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등 포함)이 원전과 석탄발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에너지 관련 싱크탱크인 ‘엠버’가 지난 29일 발표한 ‘2021 글로벌 전력생산 보고서’에서도 보면 지난해 화석연료 기반의 한국 전력생산은 66%를 차지했다. 반대로 태양광·풍력 발전은 3.8%에 그쳤다. 세계 평균은 9.4%이고 일본(10%)과 중국(9.5%)보다 낮다. 원전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다. 그는 “유럽이나 중국 전력회사에 비해 굉장히 뒤처져 있다”며 “앞으로 태양광과 풍력이 14% 수준으로까지 올라가는데도 2~3년 안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않으면 한전은 좌초자산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후변화 인식’ 젊은층 정치 참여 늘려야 리프킨은 한전의 역할이 전력의 생산·공급자가 아닌 효율적 관리자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누구나, 어디서든 태양과 바람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서다. 전력을 만들어 내는 수많은 사업 주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전력이 효율적으로 모든 곳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리프킨은 한국이 삼성전자와 SK홀딩스, 현대기아차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모빌리티(이동수단)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모두 3차 산업혁명 인프라의 핵심 요소들이다. 그는 “한국전쟁 이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한국은 어려움을 뚫고 다시 일어나 성장하는 ‘회복 탄력성’이 좋은 나라인데, 이는 미래 인류가 지구에 적응하기 위해 갖춰야 할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리프킨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받아들이는 중장년층과 젊은층 간 인식 차가 큰 것을 두고 젊은층의 적극적 정치 참여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도 더 많은 ‘AOC’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OC는 31세의 미국 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를 지칭하는데, 그는 기후변화 문제 등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젊은이들이 국회와 정당으로 들어가거나 그래도 바뀌지 않으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리프킨의 조언이다.
  • [단독]“‘원전 지지’ 빌 게이츠, 이번엔 틀렸다”…리프킨의 경고

    [단독]“‘원전 지지’ 빌 게이츠, 이번엔 틀렸다”…리프킨의 경고

    [윤연정 기자의 글로벌 줌] 美 문명비평가·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 인터뷰“원전, 태양광·풍력보다 균등화 발전비용 비싸화석연료 문명은 2028년이면 붕괴될 것한전, 원전·석탄 의존 벗어나야 좌초 안돼한국 정치권에서도 더많은 ‘AOC’ 나와야“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보는 건 터무니없는 얘기입니다. 빌 게이츠를 높게 평가하지만, 이번엔 전문가 조언을 잘못 받은 것 같아요.”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76)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31일 서울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노동의 종말’, ‘3차 산업혁명’ 등으로 다음 시대를 예견해 왔다. 지난해 쓴 ‘글로벌 그린뉴딜’은 문재인 대통령이 읽은 뒤 환경부 공무원 사이에서 필독서가 되기도 했다. 리프킨은 게이츠가 지난 2월 책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 출간 인터뷰 등을 통해 탄소 발생없는 전기생산 방식 중 하나로 차세대 원전을 언급한 것을 두고 반대 의견을 내놨다. 그는 “새로운 기술로 원전을 짓는다고 해도 이미 ‘균등화 발전비용’이 태양광과 풍력보다 훨씬 비싸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미래세대에는 원전을 짓지 않을 것이고 이미 일부 큰 기업들은 문을 닫았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데, 게이츠가 이를 잘못 읽고 있다는 주장이다. 균등화 발전비용이란 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 즉 사회적·환경적 비용까지 모두 고려한 전력 단위당 생산비용이다. ●“한국 정부, 그린뉴딜 정책 속도 더뎌…빨리 안 움직이면 골든타임 놓칠 것” 그는 원전과 석탄 같은 화석연료 문명이 7년 뒤인 2028년이면 붕괴되는 변곡점이 온다고 봤다. 그전에 모든 세계가 그린뉴딜을 통해 ‘인프라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린뉴딜은 에너지 정책을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꾸리면서 저탄소 경제구조로 체질을 개선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이를 통해 경제 발전을 꾀한다. 리프킨은 “1차 산업혁명(기계화)이 일어나기까지 30년 걸렸고, 2차 산업혁명(석유를 통한 전기화)은 25년 안에 이뤄졌다”며 “현재 진행 중인 녹색 디지털 3차 산업혁명(커뮤니케이션·재생에너지·운송 및 물류 등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한 혁명)은 20년 안에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프킨이 지칭하는 3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oT) 같은 정보기술과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만들어진 자동화된 생산체계를 의미한다. 그는 인공지능 개발 등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도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본다. 리프킨은 한국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속도가 더디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좌초자산(화석연료 종말로 쓸모없어지는 시설)을 가장 많이 가진 나라”라고 꼬집었다. 그는 “조금 있으면 대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 빨리 움직여야 하고, 차기 정권에서도 그린뉴딜을 이어가지 않으면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라고 말했다. 좌초자산은 원전이나 석탄 등 이전까지 경제성이 있었지만 시장 환경의 변화, 기후변화 등으로 가치가 하락해 수익을 내지 못하고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을 뜻한다. 리프킨은 “정부 선언도 나왔고 대기업부터 금융기관까지 준비가 다 돼 있다”며 “이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 미국에서 시행하는 것처럼 한국도 이제 ‘충격과 공포’ 처치(극약 처방)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등 포함)이 원전과 석탄발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에너지 관련 싱크탱크인 ‘엠버’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1 글로벌 전력생산 보고서’에서도 보면 지난해 화석연료 기반의 한국 전력생산은 66%를 차지했다. 반대로 태양광·풍력 발전은 3.8%에 그쳤다. 세계 평균은 9.4%이고 일본(10%)과 중국(9.5%)보다 낮다. 원전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다. 그는 “유럽이나 중국 전력회사에 비해 굉장히 뒤쳐져 있다”며 “앞으로 태양광과 풍력이 14% 수준으로까지 올라가는데도 2~3년 안에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지 않으면 한전은 좌초자산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은 회복 탄력성 좋은 나라…“지구에 적응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 현재 한전은 전기판매시장을 독점하고 한전 거래소가 운영하는 전력시장에서만 전기를 거래할 수 있게 돼 있어 재생에너지 유통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경쟁적 전력시장 체계를 갖춘 나라에서는 원전이 태양광이나 풍력과 비교해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경쟁시장이 아니어서 더딘 에너지 전환을 보이고 있다. 리프킨은 한전의 역할이 전력의 생산·공급자가 아닌 효율적 관리자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누구나, 어디서든 태양과 바람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서다. 전력을 만들어 내는 수많은 사업 주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전력이 효율적으로 모든 곳에 공급될 수 있도록 역할해야 한다는 얘기다.리프킨은 한국이 삼성전자와 SK홀딩스, 현대기아차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모빌리티(이동수단)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모두 3차 산업혁명 인프라의 핵심 요소들이다. 그는 “한국전쟁 이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한국은 어려움을 뚫고 다시 일어나 성장하는 ‘회복 탄력성’이 좋은 나라인데, 이는 미래 인류가 지구에 적응하기 위해 갖춰야 할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리프킨은 ‘기후변화’ 문제 두고 중장년층과 젊은층 간 심각성에 대한 인식 차 있는 것에 대해 젊은층의 적극적 정치 참여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도 더 많은 AOC(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31세 미 하원의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르테즈는 미국 젊은 정치인으로 기후변화 문제 등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젊은이들이 국회와 정당으로 들어가고, 그래도 바뀌지 않으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리프킨은 “MZ세대(1980년대~200년대 초반 출생자)는 인류가 지구상 6번째 멸종위기종이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있다”고 있다는 점에서 젊은이들이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6500만 년 전 공룡의 멸종이 마지막이었다. 특히 한국 등 세계 청소년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기후위기에 맞서 길거리에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FFF) 운동’이라는 평화 시위 등에 나선 것에 주목했다. 리프킨은 “길거리에 나선 젊은층은 스스로 ‘종’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참여자들이 정치·종교·경제·사회적 계층을 나누지 않고 있는데 이건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인간 의식의 놀라운 변화”라고 말했다.
  • [윤석년의 소통 가게] 주목받는 영화 ‘미나리‘

    [윤석년의 소통 가게] 주목받는 영화 ‘미나리‘

    요즘 극장 상영이 한창인 영화 ‘미나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골든글로브 수상을 비롯해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각종 수상 경력을 뽐내는 ‘미나리’는 올해 아카데미 후보에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지난해 ‘기생충’에 이어 수상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기생충’과 비교해 작품성과 흥행 면에서 뛰어난 성과를 올릴지의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것만 봐도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극장 흥행은 곤두박질을 쳤다. 국내의 경우 2020년 극장 관람객 수는 약 6000만명에 불과할 정도로 2019년 대비 4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른 나라의 극장 흥행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의 세자르 영화상 시상식에서 여배우가 정부의 극장 폐쇄에 항의하는 알몸 시위를 벌일 정도로 극장 흥행은 참담한 실정이다. 이에 비해 극장 대신 집콕 생활에 익숙해짐에 따라 OTT와 SVOD를 이용한 영화 소비가 급속히 늘어났다. 2020년 말 넷플릭스는 2억명 이상의 전 세계 가입자를 확보할 정도로 호황이다. 극장 흥행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많은 제작비를 끌어들이는 데 여의치 않기 때문에 영화 제작 편수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예산 영화인 ‘미나리’는 약간의 행운도 따른 듯하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하고 작품성을 갖춘 영화가 적은 탓인지는 몰라도 영화 ‘미나리’는 할머니 역을 맡은 윤여정의 뛰어난 연기 덕분에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휩쓸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과 아카데미 작품상 등의 후보로까지 지명되면서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것을 놓고 미국의 많은 비평가들은 여러 쓴소리를 뱉어 냈다. ‘미나리’의 국적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의 영예를 획득한 ‘기생충’과 달리 ‘미나리’는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외국어영화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이민 생활을 생생히 그렸다는 면에서 미국에 이민 온 1세대의 정서를 비교적 담담히 사실적으로 녹여 낸 점을 지적한다. 우리 관객의 입장에서는 ‘미나리’의 감독과 주요 배우가 한국계 미국인이고 윤여정을 비롯해 한국계 배우들이 열연하였기에 한국 영화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엄밀히 말해서 영화 ‘미나리’의 제작사는 미국의 ‘플랜B’이고 제작자는 브래드 피트다. 정이삭 감독도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이고, 남자 주연배우 스티븐 연도 어릴 때 이민을 간 미국 시민이다. 제작 자본과 감독 그리고 주연 배우 모두 미국산(産)임을 보여 준다. 독일에서는 영화의 지원을 놓고 영화의 국적 여부를 따질 때 제작자와 감독 그리고 주요 배우의 국적을 살핀다. 독일 내 촬영 등 독일 영화인 고용이나 자국 관광 등의 도움이 되는지, 또 주요 대사의 언어가 무엇인지에 따라 독일 영화를 가려 선별적으로 지원을 결정한다. 몇 해 전 개봉된 영화 ‘곡성’과 ‘밀정’은 제작사가 미국 글로벌 영화제작사의 국내 법인이다. 감독과 스태프, 주요 배우는 한국인이고, 우리의 정서를 듬뿍 담은 내용이나 맛깔 나는 한국어 대사 또한 친근하다. 글로벌 영화사가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은 만큼 현지화를 통해 경쟁력 있는 영화 콘텐츠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제작이 이루어진 것이다. 넷플릭스가 ‘미스터선샤인’의 제작비를 지원하고 ‘킹덤’을 직접 제작해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전 세계 이용자의 시선을 끄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미국 제작사는 수익 실현이 기대된다면 국적 여부와 관련 없이 과감히 제작비를 투입한다. ‘미나리’가 주목받으면서 영화 자본의 속성을 들여다보고 영화 국적 여부를 따지게 되니 왠지 씁쓸해진다. 그래도 나는 ‘미나리’의 아카데미상 수상 소식을 기대한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야만적이고 위험한 이집트 페미니스트 엘사다위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야만적이고 위험한 이집트 페미니스트 엘사다위

    “사람들이 날 보고 야만적이고 위험한 여자라고 말해요. 난 진실을 말하거든. 그리고 진실이란 야만적이고 위험하거든.” 이집트의 페미니스트 나왈 엘사다위는 늘 이렇게 말하곤 했는데 21일(현지시간) 노환 때문에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BBC가 이집트 언론을 인용해 전했다. 고인의 페이스북은 “나왈 엘사디위, 안녕”이라고만 밝혔다. 의사이며 페미니스트이며 작가였다. 소설, 에세이, 자서전에 자신의 주장을 담았고 수다에 열정적으로 끼어들었다. 무서울 정도로 솔직했고 여성의 정치적, 성적 권리를 신장시키는 데 지칠 줄 모르고 헌신했다. 위험 수위를 넘나든 발언 때문에 논란도 일으켰고 살해 위협에다 수감된 일도 적지 않았다. 친구이며 통역이던 옴니아 아민은 지난해 BBC 인터뷰를 통해 “타고난 싸움꾼”이라면서 “그녀와 같은 사람은 보기 드물다”고 했다. 1931년 카이로 외곽 마을에서 아홉 자녀 가운데 둘째로 태어난 그는 13세에 첫 소설을 낼 정도로 조숙했다. 아버지는 여유롭지 않은 정부 관리였고, 어머니는 부자 집안 출신이었다. 가족은 10세의 그를 시집 보내려 했는데 어머니에게 대들어 단념시켰다. 아버지는 그에게 교육받아야 한다고 했다. 어느날 할머니가 “사내 하나는 적어도 딸아이 열다섯 만큼의 가치가 있어. 딸들은 쓸모없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고 돌아봤다. 아민 박사는 “그는 잘못된 것이 있으면 입밖에 냈다. 뒤를 돌아보는 일이 없었다”고 했다. 6세 때 여성 할례하는 곳의 비위생적인 환경을 세세하게 적어 고발했다. 그의 책 ‘이브의 숨겨진 얼굴’을 보면 할례를 받으며 욕실 바닥에 딩굴며 괴로워하는데 옆에서 어머니가 지켜보는 장면이 나온다. 해서 그는 평생에 걸쳐 할례를 없애자고 주장했다. 이집트에서 할례가 금지된 것은 2008년이었는데 그는 끔찍한 일이 그렇게 오래 지속된 점을 개탄했다. 1955년 카이로대학 의대를 졸업한 뒤 정신과 전문의가 됐다. 이집트 정부 공중보건 책임자에 임명됐지만 1972년 넌픽션 ‘여인들과 성’을 출간하자 경질됐다. 몇년 전에 창간했던 잡지 ‘헬스’도 1973년 문을 닫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 목소리를 높였고 집필을 이어갔다. 1975년 감옥에서 만난 여자 사형수들을 소재로 한 소설 ‘우먼 앳 포인트 제로’를 발간했다. 2년 뒤 내놓은 ‘이브의 숨겨진 얼굴’은 마을 의사로 일하며 목격한 성 유린이나 명예살인, 성매매 실태를 고발했다. 남자들은 광분했는데 비평가들은 아랍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시킨다는, 어처구니없는 비평을 해댔다. 1981년 9월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에 반대하는 인사 명단에 포함돼 3개월 옥살이를 했다. 감옥에서 화장실 휴지에 눈썹펜으로 적어 회고록 원고를 만들었다. 눈썹펜은 성매매를 하다 수감된 이들이 밀반입한 것들이었다. 아민은 “그는 진실을 말한다면 규칙이나 규제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다트가 암살되자 풀려났는데 검열과 출판 금지는 풀리지 않았다. 근본주의자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거나 법정에 불려가는 일이 몇년 이어지자 결국 미국으로 망명했다. 물론 그곳에서도 종교, 식민주의, 서구의 위선을 까발리고 무슬림 베일(가리개)을 반대하고 화장과 몸매를 드러내는 옷을 입자고 해 동료 페미니스트들과도 불화를 겪었다. 제이납 바다위 BBC 앵커가 2018년 만나 세상을 보는 눈이 너그러워진 것 같다고 떠보자 엘사다위는 “아니, 난 더 직설적이어야 해. 더 공격적이어야 해. 왜냐하면 세상이 더 공격적이게 되거든. 해서 사람들은 정의롭지 못한 일에 대해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해. 난 화가 났기 때문에 더 크게 얘기해야 해”라고 말했다.그의 책은 4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돼 국제적인 명성도 누렸다. 런던에서 출판 에이전시로 일한 카디자 세사이는 “사람들이 모두 그의 정치관에 동조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지요. 하지만 날 가장 고무시키는 것은 그녀의 저작, 그녀가 이룬 것들과 여성을 위해 할 수 있었던 일들”이라면서 “특히나 아프리카 여성이나 유색인종이라면 그의 활동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여러 대학의 명예 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타임이 선정한 ‘올해 100명의 여성’에 들었고 커버 스토리로 다뤄졌다. 하지만 고인은 한 가지 이루지 못한 일이 있다고 했다. 아민 박사는 “정작 조국에서 제대로 된 인정을 못 받아 그것이 유일한 꿈이자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1996년 일시 귀국했으나 논란이 뜨거웠다. 2004년 대선에 출마했고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 저항한 ‘아랍의 봄’ 봉기 때 카이로 타히르 광장에 서기도 했다. 세사이는 세대를 넘어 젊은이들이 고인을 롤모델로 삼는 이들이 적지 않다면서도 “엘사다위는 누군가의 영웅이 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녀라면 ‘스스로의 영웅이 되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미나리’, 영국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감독·남녀조연상 등

    ‘미나리’, 영국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감독·남녀조연상 등

    감독상, 여우·남우조연상, 음악상, 캐스팅상 등 영화 ‘미나리’가 영국 아카데미라 불리는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상에서도 감독상, 조연상, 외국어영화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BAFTA는 4월 11일 로열 앨버트홀에서 관객 없이 개최되는 ‘2021 BAFTA 시상식’에 앞서 9일(현지시간) 50개 후보작을 발표했다. ‘미나리’는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여우조연상(윤여정), 남우조연상(앨런 김), 음악상, 캐스팅상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출신인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와 ‘록스’가 7개 부문에, ‘더 파더’, ‘맹크’,‘프라미싱 영 우먼’이 ‘미나리’와 같이 6개 부문에서 후보작으로 등록됐다.작품상 후보에는 ‘더 파더’, ‘더 모리타니안’, ‘노매드랜드’, ‘프로미싱 영 우먼’, ‘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선정됐다. ‘미나리’는 외국어영화상에서는 덴마크의 ‘어나더 라운드’, 러시아 ‘디어 콤래즈’, 프랑스 ‘레미제라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의 ‘쿠오바디스, 아이다?’와 겨루게 된다. 배우 윤여정은 ‘종말’의 니암 알가, ‘록스’의 코 사르 알리,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카로바, ‘주다스 앤 더 블랙 메시아’의 도미닉 피시백, ‘카운티 라인스’의 애슐리 매더퀴와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됐다. BAFTA는 미국 아카데미상의 방향을 가늠할 기회로 평가받는다. ‘미나리’는 이미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미국 양대 영화상인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데 이어 미국 비평가들이 뽑는 크리틱스 초이스에서도 같은 상을 품에 안았다.BAFTA에서는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오리지널 각본상 등 4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고, 외국어영화상과 오리지널 각본상을 받았다. 이에 앞서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로 2018년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아가씨’는 영국 소설 ‘핑거스미스’를 바탕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미나리’는 지난달 24일 개막한 영국 대표 영화제 중 하나인 제17회 글래스고 영화제에서도 개막작으로 선정돼 온라인으로 상영됐다. 영국 첫 공개에 큰 관심이 몰리면서 일찌감치 표가 매진돼 추가 판매해야 할 정도였다. BBC는 영화 리뷰에서 ‘미나리’에 만점을 주면서 “영화에 따뜻함과 진실함이 가득 담겨있어 어디에서든 관객들의 마음에 닿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한편 글래스고영화제는 올해 ‘컨트리 포커스(Country Focus)’ 부문에 한국을 지목하고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 홍의정 감독의 ‘소리도 없이’, 최재훈의 감독의 ‘검객’, 심찬양 감독의 ‘다시 만난 날들’, 임정은 감독의 ‘아워 미드나잇’을 골랐다. 5일엔 주영한국문화원과 글래스고영화제 공동 주최로 영국 프로그래머 안톤 비텔과 우민호·홍의정 감독이 현지 영화 관계자를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대화하는 행사도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미나리’ 85관왕… 美 크리틱스 초이스서도 2관왕

    ‘미나리’ 85관왕… 美 크리틱스 초이스서도 2관왕

    미국 방송영화비평가협회(BFCA)가 7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26회 크리틱스 초이스 온라인 시상식을 열고 영화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영화에서 한인 이민자 가족의 막내아들 역할을 연기한 앨런 김에겐 아역배우상을 수여했다. 앨런 김은 수상자로 호명된 뒤 감격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미나리’는 작품, 감독, 각본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2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여우조연상이 유력했던 배우 윤여정의 수상은 불발됐다. 주연을 맡은 스티븐 연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트로피를 받지 못했다. 대신 중국계 클로이 자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노매드랜드’가 작품상을 받았다. 자오 감독에게는 감독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남부 아칸소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그린 ‘미나리’는 지금까지 각종 영화제의 173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85관왕을 기록했다. 조연 윤여정은 30관왕을 달리고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미나리의 그 귀요미’ 앨런 김 이보다 귀여운 수상 소감 있을까

    ‘미나리의 그 귀요미’ 앨런 김 이보다 귀여운 수상 소감 있을까

    영화 ‘미나리’를 보면 여덟 살 꼬마 배우 앨런 김에게 윤여정이 볼을 꼬집어보라고 일러주는 장면이 나온다. 앨런은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 모니카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국 영화 비평가들이 선정하는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도중 아역배우상을 받고 폭풍 오열을 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환하게 웃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고마운 이들의 이름을 나열했다. 비평가들과 가족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 뒤 ”세상에, 제가 울고 있네요“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다음 영화 출연이 확정됐다며 “이게 사실인가요. 꿈이 아니길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 그는 ‘미나리’로 스타로 떠오르기 전 어린이용 가구 브랜드 ‘포터리반키즈’ 광고 모델로도 활동했으며. ‘미나리’가 첫 영화였다. 그의 두 번째 영화는 코미디물 ‘래치키 키즈’로 6월 촬영에 들어간다. 미국 일간 USA 투데이는 이날 시상식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앨런의 수상 소감을 꼽았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앨런이 “시상식 시즌의 가장 사랑스러운 스타 가운데 한 명”이라며 “눈물을 흘리며 많은 사람의 마음을 녹였다”고 전했다. 앨런은 이날 시상식에 앞서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집에 레드카펫을 깔고 걸어가는 영상을 올린 뒤 “난 귀여운 게 아니라 잘 생겼다”고 말해 누리꾼들의 하트 이모티콘 세례를 받았다. 이 말 역시 자신의 영화 대사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일주일 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뒤 유명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에도 출연했다. 태권도 승급 심사에서 받은 보라색 띠를 매고 스튜디오에 나와 ‘미나리’의 골든글로브 수상이 보라색 띠를 받은 것보다 더 신났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나리’를 연출한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은 극 중 데이비드를 사랑스러우면서도 말을 잘 안 듣는 캐릭터로 규정했고, 극 전개상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잘할 수 있는 배우를 찾으려고 로스앤젤레스(LA) 한인사회 연줄을 총동원하고, 한인 교회와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며 데이비드 역할을 맡길 아이를 찾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제작진은 한인 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해 먼저 캐스팅된 배우 윤여정의 사진과 함께 아역 배우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LA 현지 신문에 냈고, 지원자 중에서 앨런을 발견했다. 앨런은 ”영상에 나오는 나를 보고 싶다“며 오디션에 지원했다고 한다. 정 감독은 ”앨런은 오디션에서 과장된 행동을 했지만, 너무 웃겨서 계속 영상을 봤다“며 ”그는 타고난 소질이 있고 연기에 정직함이 있다“고 말했다. 앨런의 부모가 할리우드 영화계에 익숙한 것도 도움이 됐다. 그의 누나 앨리샤 김이 디즈니의 ‘겨울왕국’ 뮤지컬 전국 투어에서 어린 엘사 역할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레고와 초콜릿 시럽을 뿌린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은 ‘닌자고’ 시리즈다. 그는 크리틱스 초이스 아역상을 받은 뒤 인스타그램에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며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탄산음료인) ‘마운틴 듀’를 먹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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