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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옴부즈맨 칼럼] 서울신문의 일관된 교육관을 기대하며/최용락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3학년

    서울신문은 신년사설 ‘서민이 잘 사는 게 경제살리기다’를 통해 가파른 비탈길로 내몰린 서민들의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새 정부의 당면과제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서민을 이야기하지 않는 세력이 없고 보면 서민타령은 고민과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서민이 잘 사는 사회를 위해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모두 열거할 수는 없지만,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정부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그 결과를 알려 나가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서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로 교육을 빼놓을 수 없다.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 때문이라는 설명이 따라붙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대학입시 한 방으로 인생이 결정되기 때문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교육정책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언론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기능이며, 이는 특히 사교육 시장의 움직임과 유기적인 연관을 맺어야 한다. 인수위의 행보를 통해 분명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어떤 모습일까. 입시와 학사행정에 있어 대학의 권한을 대폭 늘리고, 초·중등교육은 시·도 교육청에 이관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3단계 자율화를 큰 틀로 제시해 왔다. 인수위의 활동상황을 보면 교육공약은 거의 그대로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 역시 1월3일자 2면에서 ‘새 정부 교육정책 어디로’라는 제하에 기사를 실었으며, 그외 1월4일자 3면 ‘인수위 교육정책 상당히 급격’과 1월5일자 10면 ‘대입(大入)업무 대학협의체서 가능할까?’ 등에서도 역시 인수위의 교육정책을 다루고 있다. 보도에 있어서는 대교협과 인수위, 청와대와 교원단체 등의 입장을 고루 실으며 비교적 균형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꽤 큰 꼭지로 기획된 ‘새 정부 교육정책 어디로’라는 제하의 기사 중에 교육정책의 변화가 사교육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분석기사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쉽다. 1월3일자의 사설 ‘교육 자율화 원칙 재확인한 인수위’에서 서울신문은 대학의 자율권 확대를 중심으로 ‘자율학교 설립과 특수목적고 지정은 교육지자체 재량으로 처리’토록 한 새 정부의 교육 정책 방향 설정에 환영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설은 신문지면에서 신문사의 입장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니만큼 사설에서까지 보도기사와 같은 균형감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런데 잠깐 시계를 돌려 대선 이전에 쓰여진 2007년 10월11일자의 사설 ‘이명박 교육공약 실현 가능한가’의 내용을 살펴 보자. 당 사설은 이명박 캠프의 교육공약에 대해 한마디로 옳거나 그르다고 할 수 없다는 말로 시작해 고교평준화를 무너뜨릴 것으로 보이는 이명박 캠프의 교육공약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당선인의 공약이 이행되면 자사고의 증설이 쉬워진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러한 변화가 고교 평준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변할 리가 만무하다. 또한 고교평준화가 위협받으면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의 기회가 더 줄어들고 서민들의 삶은 지속적으로 고달프게 되는 것은 아닐까. 달라진 것은 이명박 후보의 신분이 당선인이 되었다는 것뿐이다. 서울신문이 일관되게 찬성해온 대학입시의 자율화가 사교육비 경감효과를 가져올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수능을 도입하면 수능에 맞게, 논술을 도입하면 논술에 맞게 사교육은 진화해 왔다. 대학별 고사가 시행된다면 사교육은 또 그에 맞는 버전을 내놓을 것이다. 과연 입시를 이렇게 저렇게 바꾸는 것으로 사교육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최용락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3학년
  • [서울신문 신춘문예-평론당선작] ‘여수’에서 식물성의 세계로, 그 타자 찾기 - 한강론/주지영

    1.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서 우리네 일상은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경계의 반복적인 명멸과 대면하는 자리에 인간을 위치시킨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힘들에 의해 일상의 공간은 구획되고 짜여진다. 주어진 공간의 구획을 넘어서는 순간에도 경계 짓기는 끝없이 지속된다. 안주와 일탈의 길항은 일상의 작은 균열들 속에서 내파되고, 일탈의 가능성을 지속시키는 새로움을 향한 갈망조차 이미 기획된 미시적인 욕망의 파편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기에 ‘가지 않은 길’을 향한 욕망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하다.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한다면 일상을 전복시킬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그 위험을 고스란히 떠맡은 것, 그것이 소설의 운명이 아닐까? ‘길이 시작되자 여행은 끝났다.’는 루카치의 명제는 소설의 발생론적 배경을 논하는 자리에서 도출된 것이지만, 그것은 현대의 소설이 처한 위상을 거론할 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 소설의 문법 속에는 고향으로 가는 길을 비추는 작가의 ‘별빛’이 있어야 하고, 또한 현실사회의 고해를 건너는 ‘모험’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모험을 통한 별빛 찾기, 이를 달리 잃어버린 타자 찾기라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적 인식이 현실을 지배하기 시작한 후, 인간은 이가 빠진 동그라미 같은 불구자로 전락해 버렸다. 이가 빠진 동그라미는 자신의 반쪽을 찾아 끊임없이 벌판을 방황한다. 그 벌판은 근대자본주의로 인해 황폐화된 불모지이다. 그곳은 산업사회일 수도 있고, 후기산업사회일 수도 있다. 동그라미는 그런 삭막한 곳에서 자신의 반쪽인 타자(the other)를 찾아 온전한 존재가 되고자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반쪽을 찾지 못하는 한 동그라미는 영원한 불구자일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나서는 고독한 탐험가, 그가 작가이다. 잃어버린 타자는 인간이 황폐화시킨 자연일 수도, 남성에 의해 도구화되어 억압받는 여성일 수도, 도시에 의해 황폐화된 농촌일 수도, 자본가에 의해 착취당하는 노동자일 수도, 이성에 의해 감금된 비이성일 수도 있다. 소설은 잃어버린 타자를 되찾고 타자와의 합일을 이뤄내고자 하지만, 당연히 그러한 지향은 실패한다. 그러나 실패할 줄 알면서도 그 세계를 강렬하게 지향한다. 그래서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이 얼마나 황폐한가, 또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깨달을 수 있게 한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하고, 어떠한 삶을 영위해야 하는가를 뼈저리게 깨우쳐 주는 것, 그것이 소설이 짊어져야 할 비극적 운명이다. 어떤 타자를, 어떻게 지향하는가, 바로 그 점에서 소설의 색채와 작가가 이뤄내고자 하는 세계는 다른 빛깔을 띠게 된다. 소설사적 흐름에서 위대한 작가로 평가받는 이들은 바로 이 잃어버린 타자를 찾기 위해 모험을 시도했고, 그 모험의 결과로 산출된 별빛들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 앞에 빛을 밝혀준다. 인간에게 불을 내어 준 프로메테우스가 그 대가로 자신의 심장을 독수리에게 내맡기듯 그들은 우리에게 ‘지금, 여기’를 밝혀 줄 소설을 쓰기 위해 벌판을 고독하게 방황한다. 그렇다면 최근 소설에서 프로메테우스처럼 소설의 비극적 운명을 천형으로 짊어지고 가는 작가는 얼마나 되는가. 오히려 우리는 이러한 소설의 운명을 포기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보고 있지는 않은가.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매스미디어적 메시지들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재생산함으로써 소설의 고독한 운명을 방기하고 현상적이고 피상적이며 찰나적인 것에 쉽게 자리를 내어주는 작품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결여한 채 일상에 안주하여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쾌락들을 경탄해마지 않는 그런 소설들을 대하는 일은 무척이나 고통스럽다. 프로메테우스의 천형처럼 소설의 비극적 운명을 짊어지고 고독한 방랑의 길을 떠나는 작가가 더욱 고귀해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강은 ‘모험을 통한 타자 찾기’에 충실한 작가이다. 한강의 ‘모험’은 현실사회 모순의 해부보다는 그 현실사회에서 불구자로 전락한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에 초점을 맞춘다. 그의 작품은 죽음과 광기, 소통의 법칙을 뒤집는 침묵이나 몸짓, 욕망의 금기를 위반하는 근친상간, 동물성에 대비되는 식물성 같은 언표들을 공적인 영역 속에서 가시화한다. 뼛속부터 밝음의 영역에 속해있던 기획된 욕망들을 삭제하려는 충동질로 가득한 그의 소설에서 인위적인 모든 것들은 부정된다. 제도나 관습 일반에 ‘길들여지는’ 것을 거부하고, 획일화된 것들을 거부한다. 먹고 마시는,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욕망들조차 깡그리 부정하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인간존재의 진정한 의미들을 힘겹게 터득해 나간다. 폭력적인 일상에 휘둘릴수록 본래의 육체에 깃들이고 있었을 법한 영혼에 대한 갈급이 더욱 증폭되는 것이다. 그 공간에서 가라앉았던 감정의 앙금들을 분출하고, 토해낼 때 비로소 영혼의 정화는 일단락된다. 의식(儀式)과도 같은 파토스가 지나가고 난 빈 자리에 ‘타자’를 향한 존재의 갈망이 채워진다. 그렇다면 한강 작품에 나타나는 ‘모험’은 무엇이며, 그 모험을 통해 찾고자 하는 ‘타자’는 무엇인가. 초기 작품에서는 죽음의 기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여수’로 상징되는 타자가 설정된다. 타자의 자리가 설정된 이후 그 타자와의 합일 방법을 탐구하는 쪽으로 나아가는데, 그것이 ‘가면벗기와 맨얼굴 찾기’에서부터 출발하여 ‘언외언과 관의 사유’를 거쳐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욕망’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이 첫 창작집 ‘여수의 사랑’(문학과지성사,1995)에서부터 ‘내 여자의 열매’(창작과비평사,2000)를 거쳐,‘채식주의자’(창비,2007)로 전개되는 바, 이에 대한 검토를 통해 한강 작품의 의의를 탐색하고, 나아가 ‘지금 여기’에 대해 고민하는 소설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지평이 무엇인지를 점검하고자 한다. 2. 관념으로서의 여수(旅愁), 행(行) 일곱 편의 단편이 실린 첫 창작집 ‘여수의 사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일상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병적 징후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자살 같은 극단적 행위를 통해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 한강 소설에서 다루어지는 죽음은 인간의 육체에서 숨이 빠져나가는 생물학적 의미의 죽음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죽음은 그 기억 속에 유폐된 인물들이 좌절하고 절망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면서, 한편으로는 그 인물들이 삶의 영역으로 나오도록 이끄는 통로이다. 그 통로의 끝에서 인물은 좌절과 절망 같은 심리의 장막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타자와 조우한다. 그런데 여기서 작중 인물의 병적 증후나 자살 등을 유발하는 가족의 죽음을 두고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물음으로써 현실에 내재한 모순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일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죽음의 기억은 인물의 내면에 일상에 적응할 수 없을 만큼의 정신적 상흔으로 남겨져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어린 시절 농약을 먹고 자살한 아버지와 동네 아이들에게 매맞아 죽은 동생 진규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질주’의 인규, 생모의 죽음에 대한 기억으로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저녁빛’의 제헌,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동반 자살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심각한 결벽증을 앓는 ‘여수의 사랑’의 정선 등을 보면 그렇다. 누군가의 죽음이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부적응이라는 요인을 촉발하는 정신적 상흔으로서 작동한다면, 그것은 작가의 인식이 현실의 모순에 대한 인식이 아닌 인간 존재의 보편적인 조건을 문제 삼는 쪽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말하자면 한강의 관심은 불행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드러내는 측면에 놓인다. 따라서 작가는 가족의 죽음을 인물의 기억 속에 저장해 두고,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 용서와 증오 등과 같은 보편적 주제와 연결시킴으로써 특정 시대, 특정한 상황을 뛰어넘어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을 탐색하려 한다. 어린 시절 가족의 죽음과 관련된 기억, 그러한 정신적 상흔으로 인한 병적 징후, 죽음과 같은 음울한 기운이 만연한 일상에의 부적응, 기억을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 등으로 구성된 서사가 ‘여수의 사랑’ 전편을 관통한다. 이러한 서사구조를 깔고 작가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어둡고 침울한 어조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설정된 타자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 안에 오롯이 담긴다. 가령,‘여수의 사랑’을 보자. 이 작품에서는 정선과 자흔이라는 두 명의 인물이 서사를 이끌어 나간다. 먼저, 정선의 경우. 여수에서 보낸 어린 시절,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는 술에 찌들어 살다가 결국 정선과 어린 동생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어 동반자살을 꾀한다. 혼자 살아남은 정선은 서울에 살면서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어린 시절의 끔찍한 기억으로 인해 일상에 적응하지 못한다. 정선은 서울을 죽음과 같은 음험한 기운이 만연하고, 온갖 병균이 득실한 곳으로 여긴다. 그곳에서 정선은 ‘결벽증’과 같은 병적 증세에 시달린다. 다음 자흔의 경우. 그녀는 두 살 때 서울역에 버려져 고아가 된 뒤 보육원 생활을 거쳐 입양이 된다. 돈에 대한 욕심도, 행동거지에 조심성도 없다.‘모든 것을 생각 없이’ 다루는 그녀는 아무 희망도 없이 도시를 옮겨 다닌다. 자흔은 일상의 ‘나’와 또 다른 ‘나’의 두 가지 모습으로 존재한다.‘핏기가 없는 데다가 입가와 뺨에 온통 하얗게 버짐이 피어 흡사 분가루를 뒤집어쓴 광대 인형’ 같은 것이 일상의 ‘나’이고, 늘 떠돌아다니면서 세상사에 무관한 채 ‘견고한 평화가 어른거리는 얼굴’,‘무구하고도 빛나는 웃음’,‘천진한 영혼’을 가진 것이 또 다른 ‘나’이다. 또 다른 ‘나’는 여수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고향도 모르는 자흔은 성인이 되어 문득 찾게 된 여수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여수를 고향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상의 ‘나’를 버리고 또 다른 ‘나’로 거듭 태어나고자 한다. 그녀에게 여수는 풍경이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품은 공간으로 인식된다. 죽음과 같은 음험한 기운, 온갖 병균으로 득실한 ‘서울’에 대비되는 여수란 과연 어떤 곳인가. 길 여기저기에 소들이 쟁반만 한 똥을 갈겨놓은 진짜 시골이었어요.(중략) 그냥 ‘아름답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길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마을 앞 버려진 부두에는 누더기 같은 천막이며 더러운 판자때기들이 뒹굴고, 검푸른 물결은 갯벌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가 밀려가고……염소 울음 소리, 새소리, 바람, 두엄 냄새, 일하는 아낙네들……그 가운데 어느 하나도 낯익은 것이 없었는데도 마치 내가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 품속에 돌아와 있는 것 같았어요.(‘여수의 사랑’,50∼51쪽) 따뜻한 산수화 한 폭을 보고 있는 듯한 여수의 풍경은 자흔에게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곳으로 각인된다.‘푸른 실 하나하나를 촘촘히 엮어 놓은 것같이 잔잔한 만’에 염소 울음소리와 새소리가 있고, 바람이 불고, 두엄 냄새가 나며, 그런 자연적인 것들과 어우러져 백발 성성한 노인과 머릿수건을 쓴 아낙네, 상고머리 소년들이 일을 하는 곳,‘무덤’마저 ‘착하고 둥글둥글’하게 생긴 곳, 그곳이 바로 자흔의 기억 속에 자리한 ‘여수’이다. 고향도 모른 채 고아로 자란 그녀에게 여수는 ‘어머니 품속’처럼 아늑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의 고향으로 살아 숨쉰다. 여수로 표상되는 이 세계야말로 자흔에게 인간다운 삶을 가능토록 하는 타자이다. 그녀가 여수를 갈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녀는 도시의 삶을 견디기 위해 어항에 물고기를 키우기 시작한다. 그녀가 물고기 키우는 일에 정성을 들이는 까닭은 자신이 물고기가 되고 싶어서이다.“세상에 있는 모든 물은 바다로 흘러가고, 그 바다는 여수 앞바다하고 섞여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서 물고기가 되고자 하는 일이란 어머니의 품속 같은 여수로 흘러들어 가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일상의 ‘나’를 거부하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품속 같은 ‘여수’와 일체가 되고자 하는 또 다른 ‘나’를 지향하는 자흔을 통해, 정선은 어린 시절의 정신적 상흔으로부터 힘겹게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정선에게 죽음의 기억이 서린 여수는 병적 증세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자흔은 그런 정선에게 여수를 이야기하고, 그럴 때마다 정선의 결벽증은 심해진다. 그러다가 정선은 차츰 자흔을 통해 환기되는 여수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자흔이 그녀의 곁을 떠나자 정선 역시 여수행 기차를 탄다. 정선의 여수행은 자흔처럼 일상의 ‘나’로부터 벗어나 아름다운 여수를 사랑하는 ‘나’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여행이다. ‘여수의 사랑’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품속’ 같은 타자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여기’라는 현실에 작가가 천착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인간은 불행한 존재다.’라는 관념의 영역에서 설정된 것이어서 이 작품은 삶에 대한 리얼리티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여수’라는 타자가 실현가능한 것으로서의 몸피를 얻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작가의 천착이 심화되어야 하며, 더불어 그렇게 얻어진 타자와 합일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탐구해 들어가야 한다. 3. 맨얼굴에 담긴 관(觀)의 사유 실현가능한 것으로서의 ‘타자’가 되기 위해 작가의 인식이 구체적인 현실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타자와 합일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탐구하는 것, 그것이 ‘어둠의 사육제’와 ‘아기부처’에서 이뤄진다. 이들 작품에서 ‘여수’로 상징되는 타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향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대신 타자와의 합일이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는 데 주력한다. 그 방법은 ‘가면 벗기를 통한 맨얼굴 찾기’와, 용서라는 마음이 우러나오도록 하는 ‘관’의 사유로 구체화된다. ‘어둠의 사육제’를 보자. 먼저 주목할 것은 ‘서울’을 바라보는 작가의 인식이다. 작가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여전히 ‘어둠’이자,‘인간들의 더러운 그림자’가 지배하는 ‘무덤’으로 인식한다. 죽음의 기억이 이러한 인식을 이끌어내었던 초기작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서울의 구체적 현실에 천착하여 그 속에 내재된 동물적 폭력성을 감지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인식이 현실에 밀착해 있음을 보여준다. 얼마나 세상에 밟히고 뒤둥그러지면 저렇게 되는 것일까, 하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여자의 동물적인 분노와 보복을, 번들거리는 눈과 기차 화통 같은 목소리를, 그 이상 철면피할 수 없을 되바라진 억양을 묵묵히 관찰하며 나는 연민이나 환멸이라고만은 설명하기 힘든 야릇한 슬픔에 사로잡히고 있었다.(‘여수의 사랑’,230쪽) 중년 여자는 자신의 얼굴을 실수로 때린 여대생에게 ‘동물적인 분노와 보복’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전철에서 뻔뻔스럽게 자리 양보를 요구한다. 비단 중년 여자뿐만이 아닌 이 작품의 여러 인물들에게서 모두 감지되는 동물적 폭력성은 이후 전개되는 한강의 소설에서 현실 인식의 한 증좌가 된다. 나(영진)와 인숙 언니는 같은 고향 사람으로 둘 다 서울로 상경한다. 영진은 ‘세상에 대해 좋은 것만 생각’하고 ‘착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인숙 언니는 ‘커다랗고 감정이 풍부했던 눈이며 부드럽기만 했던 입매’를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은 서울로 올라와 변화한다. 여직공이던 인숙은 ‘거친’ 말씨를 내뱉고 ‘나쁜 쪽만 생각’하는 ‘독한 사람’으로 변한다. 무역회사 경리를 하면서 돈을 모아 대학 영문과에 진학할 생각을 하던 영진은 인숙이 전세금을 빼들고 도망가자,‘악하게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잘 벼린 오기 하나만을 단도처럼 가슴’에 품고 ‘인간에게 살의를 느끼는 사람’으로 변한다. 명환 역시 ‘본래 선한 사람’이었으나, 교통사고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잃고 ‘모든 인간들에게 살의’를 품는다. 간암을 치료하기 위해 전세금을 갖고 도망간 인숙이나, 그 인숙으로 인해 ‘독기’를 품은 ‘나’나, 돈으로 용서를 구해온 가해자에게 복수를 꾀하는 명환이나, 모두 중년 여인처럼 동물적 분노와 보복심으로 폭력을 휘두른다. 어둠 속에 꼿꼿이 네 발을 세운 채로, 경련하는 암고양이의 모습을 소리없이 주시하고 있는 검은 수고양이의 모습은 흡사 악령 같았다.(‘여수의 사랑’,223쪽) 쥐약을 먹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암고양이를 냉혹하게 주시하는 악령 같은 수고양이는 동물적 폭력성이 난무하는 현실을 환유하는 장치이다. 영진과 인숙, 명환 등은 바로 이 동물적 폭력성에 길들여진다. 이러한 동물적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가면을 벗음으로써 맨얼굴을 찾는 것이 그 첫 번째 방법이다. 동물적 복수심으로 남을 괴롭혀 온 명환이 결국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하다가 ‘빈손’,‘완전한 빈 몸뚱이’가 되기 위해 자살하는 모습을 보고, 영진 역시 그런 복수심을 버리고 간암 치료를 받는 인숙 언니의 행동을 이해하고 용서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가면 벗기와 맨얼굴 찾기가 이뤄진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객실의 음산한 풍경 속에 내 얼굴은 어딘가 낯설어 보였다. 나는 그 가면 같은 얼굴을 뒤집어쓴 사람이 더 이상 눈물 따위를 흘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여수의 사랑’,231쪽)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일상에 길들여진 자들의 뻔뻔스러운 얼굴을 표상하는 ‘가면 같은 얼굴’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은폐한다. 그 얼굴은 인간의 것이라기보다는 폭력적인 동물성을 표상하는 수고양이의 것에 가깝다. 작가는 가면을 쓴 비정한 일상의 인간들에게서 발견한 물질만능주의, 출세지향주의, 가족이기주의와 같은 현실의 모순을 비판의 목록에 등재한다. 동물적 폭력과 복수심에 길들여진 일상의 가면을 벗고 또 다른 ‘나’의 맨얼굴을 획득할 때 비로소 용서와 화해를 품을 수 있고, 또한 타자와의 합일이 가능하다. 요컨대, 맨얼굴 찾기가 타자와의 합일을 가능케 하는 일차적 방법인 셈이다. 맨얼굴로 도심의 일상에 나서는 영진에게서 현실을 향한 적극적인 대응 의지가 엿보인다. ‘어둠의 사육제´가 동물적 폭력성이 길들여진 가면을 벗고 그것에 오염되지 않는 맨얼굴을 되찾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면,‘아기부처´는 그 맨얼굴이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하는지를 ‘언외언(言外言)´과 ‘관(觀)´의 사유를 통해서 강조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타자와의 합일을 가능케 하는 두 번째 방법이다. 주인공 선희는 프라임타임의 앵커인 남편과 소원한 관계를 유지한다. 남편은 어릴 적에 입은 화상 흉터를 감추려고 철저하게 긴 옷을 입는다. 선희가 감기에 들자 자신에게 감기를 옮길까봐 병원에 가보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그는 말실수 하나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자이고, 독단적인 인물로서 출세를 위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다. 선희는 처음엔 남편의 흉터를 보고 고됐을 그의 삶을 연상하지만, 결혼 후 이기적이고 권위적이고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남편의 실체를 알고부터는 남편의 화상 흉터를 싫어하게 된다. 자신의 흉터를 보듬어 줄 사랑을 찾아 남편은 외도를 하고 선희는 남편으로부터 철저하게 버림받는다. 나는 한갓 짐승이었다. 땀에 젖어 산비탈에 엎드린, 누더기 같은 한겹 가죽만 남은 병약한 짐승이었다. 그 가죽 안에서 악취나는 거품처럼 부글거리고 있는 것은 오래 묵은 분노와 후회와 증오, 억울함과 자책감과 부끄러움이었다. 그것들이 내 살을 속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부식시켜 왔다(‘내 여자의 열매’,111쪽) 현실의 동물적인 폭력성에 선희는 철저히 희생당한다. 그 결과 남편과 세상을 향해 분노와 증오를 쌓아간다. 그렇지만 분노와 증오는 앞서 ‘어둠의 사육제’의 인물들처럼 스스로를 동물적 존재로 만들 뿐이다. 그런 동물적 삶으로 인해 선희는 황폐해져 간다. 그 삶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선희의 모습은 꿈 속 아기부처의 얼굴에 비춰진다. 아기부처가 짓는 표정들은, 음흉한 입꼬리와 날카로운 눈초리를 하거나, 차갑게 빈정대는 눈꼬리를 한 그녀의 내면과, 진흙이 끈적이며 달라붙기도 하고, 모래가 되어 부서지기도 하는 남편과의 현재 관계를 거울처럼 되비친다. 아기부처의 얼굴은 선희가 병약해가는 것이 “마음속에 맺힌 악취 나는 감정들” 때문임을 깨닫게 하는 경고의 스크린인 셈이다. 그렇다면 아기부처로부터, 동물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그것은 ‘말’이 아니라 ‘침묵이나 몸짓’ 속에 현현하는 ‘언외언’에 있다.‘몸짓’으로서의 ‘언외언’은 ‘말’이 야기하는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남편, 어머니, 아기부처와 선희는 ‘말’이 아니라 ‘몸짓’으로 소통함으로써 화해한다. 어머니의 불화 그리기, 아기부처의 얼굴 빚기, 혹은 언어 장애 아동을 위한 삽화 그리기 등이 ‘언외언’의 도정에 가로놓인다. 아이, 까르르 웃는다. 처음으로 입을 열어 외친다. ‘가자!’ (중략) 아이의 손을 번쩍 들게 하고 엉덩이도 약간 띄워서 아이가 펄쩍 날아오르는 것처럼 해야겠다. 아빠의 몸까지 함께 날아오르려는 것처럼 해야겠다.(‘내 여자의 열매’,102쪽) 언어장애아동처럼 언어를 거부하는 것은 말의 논리와 체계, 즉 말을 배우면서 사회로 편입되는 사회화과정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말하자면 동물적 폭력이 난무하는 일상 현실의 ‘말’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아버지의 노력에 힘입어 자기 안의 성벽을 허물고 드디어 입을 연다. 선희는 그들이 느꼈을 법한 기쁜 감정을 몸짓에 담아 삽화로 그려내야 한다. 아이와 아버지의 “날아오르는” 듯한 몸짓에 ‘기쁘다’는 말로는 전할 수 없는 마음이 담긴다. 삽화를 그리며 깨닫게 된 ‘언외언’은 남편의 흉터를 어루만지는 몸짓에 담긴다. 남편이 다른 여자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고 머리를 짓찧을 때 선희가 남편의 머리를 감싸안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몸짓’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다. 그 마음은 ‘말’ 그 자체에는 은폐된 ‘무엇’이며,‘침묵’의 빈 공간에, 말없이 이루어지는 ‘몸짓’ 속에 실재한다. 결국 언표화 되지 않는 마음을 환기시키는 방법은 ‘언외언’에 있다. 그러나 단지 그뿐인가. 이 작품에서 ‘언외언’의 심층을 ‘관(觀)’의 사유가 가로지른다.‘말’의 폭력성 때문에 갇혀 있던 용서와 화해의 마음은 ‘관’의 사유에서 풀려난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나누는 구분 자체를 초월한 곳에, 그리고 속물적인 욕망을 넘어선 자리에 “관”의 사유가 존재한다. 일상을 지배하는 논리규범에는 담길 수 없는 진정한 마음이 “관”의 사유 속에서 우러나온다. (i) “그 스님이 그러더라. 관세음보살은 내 속에 있다고. 내 몸이 용서하는 마음으로 그득해지면 그게 바로 관세음보살이라더라.” (‘내 여자의 열매’,104쪽) (ii) 관음의 입술은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귀가 퍽이나 예민한 이인가 보았다. 빗소리를 듣다가 깨달음을 얻었고, 늘 세상사람들의 소리를 관(觀)하고 있어 괴로이 부르는 음성을 듣는 즉시 곧 구제해 준다고 어머니는 말했다.(‘내 여자의 열매’,105쪽) 삶의 고통을 인내하고, 마음속에 관세음보살을 잉태하듯 용서와 사랑과 화해의 마음을 잉태하는 것, 그럼으로써 일종의 해탈의 경지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관’의 사유이다. 선희는 남편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자신이 바라는 진정한 부부 관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깨닫는다. 자신이 그동안 봐왔던 남편의 모습은 실은 화상을 입은 그의 껍질에 지나지 않음을, 정작 남편의 마음은 화상으로 일그러진 피부 밑에 고통스럽게 감추어져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런 마음을 가질 때,“목련은 나무에 핀 연꽃이라 목련(木蓮)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올려다보자, 하오의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그 봉오리들은 마치 꽃잎 안에 흰 등불들을 감추고 있는 것 같았다.”(117쪽)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며, 나아가 겨울 나무에서 봄의 생명력을 감지할 수 있는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 겨울부터 저 날카로운 솔잎들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보니 같은 푸른색이지만 분명히 달랐다. 방금 나온 어린 싹 같은 연푸른빛이 생생하게 차올라 있었다./ 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내 여자의 열매’,125쪽) ‘아기부처’의 마지막 장면이다. 겨울 지나 봄으로 가는 문턱에서 자연을 보고 느낀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리 단순하지 않다.‘같은’ 푸름에서 ‘다른’을 간취하고, 겨울부터 ‘지속’되는 것들 가운데 ‘방금 나온’ 생명의 시작을 발견한다.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낙엽이 떨어진다는 획일적인 공식이 아닌, 한 나무 안에서도 서로 다른 색의 잎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긍정하는 사유, 앙상한 겨울나무에서도 미세한 생명의 떨림과 그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사유, 그것이 바로 ‘관’의 사유이다. 이 관의 사유를 마음속에 지닐 때, 동물적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의 삶을 극복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는, 보다 인간다운 삶을 지향할 수 있다.‘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라는 잠언과 같은 감탄은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4. 식물성을 향한 욕망의 존재론 타자와의 합일을 이루는 방법으로서의 맨얼굴과 ‘관’의 사유는 작가가 죽음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구체적 현실의 삶에 뿌리내리면서 발견한 중간 경유지이다. 이 방식들은 의식의 층위, 마음의 층위에서 이루어진다. 이 층위는 평면의 동심원에서, 외원을 이루는 동물적 폭력성이 강렬한 외파로 밀고 들어올 때 위태롭게 흔들리는 내원과도 같다. 그 어떤 외파도 견딜 수 있기 위해서는 의식과 마음이라는 동심원의 평면 저 아래 깊은 심연에 자리한 무의식의 영역으로 그것을 심화시켜야 한다. 요컨대 타자와의 합일을 향한 무의식의 강렬한 욕망이 있다면, 그래서 의식의 수면을 꿰뚫을 정도로 강렬하다면, 그럴 때 현실의 외파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한강은 ‘내 여자의 열매’를 거쳐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 연작에 이르는 도정에서 욕망의 영역으로 작가 인식을 심화시킨다.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이 그것이다. 이 순간 타자와의 합일을 이루는 방법으로 무의식의 심연에 자리한 욕망의 영역이 설정되고, 그 결과 관념에 지나지 않았던 ‘여수’ 대신 ‘식물성’의 세계가 새로운 타자의 자리에 위치한다. 이 타자는 여수처럼 현실과는 동떨어진, 현실 저 너머의 또 다른 공간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욕망 속에 살아 꿈틀거리는 것이자, 현실 속에서 실현 가능한 타자이다. ‘내 여자의 열매’는 식물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식물적 상상력이 길어내는 삶의 진실은 그 힘이 아직 미약하다. 현실도피의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일상이 싫어서, 도심의 똑같은 아파트가 싫어서, 지긋지긋한 피를 갈고 싶어서, 어머니처럼 되기 싫어서, 어디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없어서 결국 식물이 된다는 가정이 단순한 현실도피를 방증한다. 그리고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인물의 욕망 역시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식물성의 세계를 강렬히 욕망하는 인물에 의해 식물성의 세계가 온전히 개화하는 작품은 ‘몽고반점’이다. 이 작품은 비디오아티스트인 그와, 몽고반점을 가진 처제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근친상간을 예술적 시선과 현실 윤리의 시선 속에서 포착해낸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처제의 욕망과 그의 욕망이다. 우선 처제의 욕망을 보자. 그 욕망은 그의 눈에 포착된 몽고반점 속에서 엿볼 수 있다. 약간 멍이 든 듯도 한, 연한 초록빛의 분명한 몽고반점이었다. 그것이 태고의 것, 진화 전의 것, 혹은 광합성의 흔적 같은 것을 연상시킨다는 것을, 뜻밖에도 성적인 느낌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식물적인 무엇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채식주의자’,101쪽) 처제의 몽고반점은 ‘순수성’ 혹은 ‘순수한 영혼’을 표상한다. 곧 ‘어린아이’처럼 처제는 일상의 폭력성에 물들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의 붓칠에 의해 ‘순수한 영혼’이 육체에 새겨진 ‘몽고반점’으로 가시화된다. 꽃을 그려 넣는 행위는 폭력적인 일상에 의해 상처받은 인간의 몸에 ‘순수한 영혼’이라 할 수 있는 식물성을 부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처제는 “뱃속의 얼굴”에 대한 무서움을 이겨낸다. “뱃속에서부터 올라온 얼굴”은 그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었던 진정한 욕망을 의미한다. 뱃속의 얼굴이 낯설고 무섭게 느껴진 까닭은 일상의 질서에 자신이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질서로부터 벗어날 때 그 얼굴은 자신의 본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처제는 자신의 “순수한 영혼”을 가시화한 꽃 그림에 힘입고, 그녀 자신에게 내재해 있던 진정한 욕망을 발견함으로써,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로 풍겨 나오는 처제의 “배냇내”는 타자와의 합일이 뿜어내는 식물성의 ‘향기’인 셈이다. 몽고반점, 즉 꽃잎 그림자로서의 순수한 영혼과, 몸 혹은 꽃으로서의 진정한 욕망이 유기적 통일성을 이루는 세계, 그것이 ‘색채의 세계’로서의 식물성의 세계이다.“색채의 세계”는 “격렬한 세계”이자,“마술적” 세계이고,“전혀 다른 세계”이다. 식물성에 대비되는 동물성의 세계는 일상에 만연해 있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폭력성을 함축한다. 그것은 육식성, 적자생존, 약육강식 등으로 점철된 일상이자 문명의 세계를 표상한다. 반면에 식물성은 순수성과 공존의 세계이자, 가족의 윤리마저 붕괴되는 탈일상이자 탈문명의 세계로 압축된다. 인간의 몸과 꽃, 그리고 짐승이 뒤섞인 교합에서도 드러나듯, 식물성의 세계는 “추악하면서도 아름답고” 동시에 “삶의 시작이자 끝”이기도 하고,“모든 것이 담겨 있는” 동시에 “모든 것이 비워진 곳”이기도 한, 차별상을 가진 일체의 것이 존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공간인 것이다. 하기에 처제가 욕망하는 식물성의 세계는 처제와 형부의 불륜관계처럼 제도의 금기마저 초월한 곳에 있다. 현실 제도의 금기를 위반하는 욕망이 존재할 수 있는 방식은 오로지 ‘죽음’과 ‘광기’의 영역 안에서이다. 곧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은 금기의 위반에서 맛본 죽음과도 같은 향유(jouissance)를 안은 채 죽음을 향해 돌진할 것인가, 아니면 ‘광기’로 내몰려 사회로부터 배제당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그것이 어떤 선택이건 모두 일상에서의 ‘죽음’과도 같은 귀결로 치닫는다. 처제는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자신의 욕망을 끝까지 치열하게 표출한다. 그렇다면 그의 욕망은 어떠한가. 그의 욕망은 육체적 욕망과 예술적 욕망 사이의 긴장 속에서 유동한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그’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모되고 찢긴 인간의 일상”을 담아내는 작업을 통해,“강직한 성직자”로 불릴 정도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그러다가 처제의 자해사건을 겪으면서 그가 작업했던 것들 역시 일상에서 자행되는 폭력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처제의 ‘몽고반점’은 그가 찾았던 “더 고요한 것, 더 은밀한 것, 더 매혹적이며 깊은 것”으로서의 실재를 현현하고 있었다. 처제의 ‘몽고반점’은 비디오아티스트인 그에게 이미지가 갖는 재현의 한계를 깨닫게 한다. 그는 지금까지 작업해 온 일상의 폭력성을 담은 이미지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재현했든 간에 상관없이, 실재의 고통과 감정을 사라지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한계는 삶의 여러 국면에서 용솟음치는 욕망과 대면할 때마다 현실과 욕망의 경계 선상에서 그가 느꼈을 법한 환멸과도 같다. 그는 근친상간이라는, 현실의 금기를 위반하며 욕망의 극단에 잠시 도취된 결과, 잡으려 했던 욕망의 실재가 허망하게 스크린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아야 한다. 그의 욕망은 처제가 보여주었던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온 욕망의 시선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그 욕망은 현실과 예술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자신의 육체적 쾌락 앞에 예술적 욕망을 무릎 꿇린 결과를 낳고 만다. 여기서 ‘그’의 욕망을 작가 한강의 글쓰기의 욕망과 연결시킬 수 있다. 처제와의 근친상간을 통한 식물성의 세계를 전면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애초의 글쓰기의 의도이다. 이 의도대로라면, 작중 인물은 ‘그’와 처제만으로 충분하다. 두 인물의 근친상간을 담은 캠코더의 화면처럼, 근친상간 그 자체만을 다루면서 식물성의 세계를 오롯이 드러내고자 하는 것, 그것이 작가의 본래 기획이고, 작가가 생각하는 예술이다. 그러나 그것은 밀실에서나 가능하다. 그것이 공적인 장으로 나올 때(발표될 때), 현실로부터 포르노그래피 혹은 외설로 집중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비난을 피하고, 작가가 생각한 본래의 의도를 어느 정도 형상화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아내’이다.‘아내’는 현실 사회의 제도적이고 관습적인 윤리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아내’의 등장에 의해 ‘그’와 ‘처제’의 근친상간은 작품 속에서 불륜으로 비판된다. 작가는 ‘아내’를 작품 결말 부분에 등장시켜 이 작품이 포르노그래피 혹은 외설이라는 비판을 비껴나가게 하고, 그러면서 자신이 본래 지향하는 예술(식물성의 세계를 형상화한 것)의 측면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은 한편으로는 작가 한강의 영민한 균형 감각에 기인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식물성의 세계를 전면화한 예술을 공적 영역으로 드러내기에는 아직도 현실의 억압과 금기가 완강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작가의 비판 의식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의 본래적 욕망과 안전장치가 균형을 이루면서,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으로 이어지는 연작이다. 이들 소설에서 영혜라는 인물은 그녀의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 속에서 포착된다. 세 인물은 각각 독특한 인물형을 표상하며, 그 인물형이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드러낸다.‘채식주의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녀의 남편(나)은 속물을,‘몽고반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형부(그)는 예술가를, 그리고 ‘나무불꽃’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언니(그녀)는 일상에 함몰되어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인간을 표상한다. 그들은 모두 길들여진 욕망에 사로잡힌 채 진정한 욕망을 추구하려는 영혜를 경계 밖으로 일탈한 인물로 취급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광인으로 내몰리는 가운데 영혜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라도 자신의 욕망을 지켜내려 한다. 연작에서 교직된 인물들이 그려내는 삶의 진실은 무엇인가. 그들은 어떠한 삶이 진정한 삶이라고 인식하는가. 혹시 그것은 우리에게 진정한 욕망이란 ‘광기’와도 같은 것, 정상의 영역을 벗어난 것, 그래서 죽음과도 같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로 영혜는 죽음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간다. 그런 영혜에게 작가 한강의 깊고 고통스러운 숨결이 느껴지는데, 그것은 한강의 고민이 바로 진정한 욕망의 탐구 위에 있음을 방증한다. 5. 텍스트의 독법, 타자를 향하여 한강의 소설은 탄탄한 서사구성으로 인정받는다. 거기에 더해 텍스트 간의 긴장관계까지도 탄탄하게 조여 낸다. 그런 까닭에 한강의 소설 전체를 하나의 텍스트로서 파악하는 독법이 필요하다. 일종의 텍스트 간 소통의 재구성 방식이다. 그 하나로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내밀하게 파헤치는 방식.‘여수의 사랑’에서 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둘, 둘 이상의 고통스러워하는 인물들이 서로의 고통을 마주 보기.‘저녁빛’이나 ‘진달래능선’,‘어둠의 사육제’에서는 서로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보듬어주는 중층적인 시선들이 교직된다.‘내 여자의 열매’에서는 식물 되기를 꿈꾸는 인물의 내면을 편지 형식으로 삽입하고 지켜보는 시선에 남편을 배치한다. 셋, 동일한 사건을 겪는 인물들의 다중초점화.‘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이 만드는 연작 형식. 영혜라는 인물을 중심에 두고 ‘채식주의자’는 그녀의 남편의 시선에,‘몽고반점’은 형부의 시선에,‘나무불꽃’은 언니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고, 영혜를 바라보는 중층적인 시선들을 세 작품에 나누어 배치한다. 그럼으로써 식물성의 세계를 지향하는 영혜의 욕망을 보여주고, 그녀의 욕망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부각시킨다. 더불어 텍스트마다 화자를 바꾸어 조명함으로써 각 인물의 내면을 포착하고 그 인물이 다른 인물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 결과 각 인물들은 세 텍스트 안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선에 의해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면서 ‘지금, 이곳’의 리얼리티를 무수히 직조한다. ‘여수의 사랑’에서 자흔이 꿈꾸는 ‘여수’에서부터 출발하여 ‘채식주의자’ 연작에서 영혜가 꿈꾸는 ‘나무 인간의 세계’로 나아가는 한강의 소설들은 궁극적으로 인간 존재에게 결여된 빈 공간이자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가는 지난한 행보를 보인다. 한강은 그러한 타자와의 합일을 지향함으로써 폭력적인 일상 속에서 위협당하는 나약한 인간 존재를 보듬고자 한다. 작가 한강이 어두움의 세계, 즉 은밀하고도 사적인 영역들에 은폐되어 있는 죽음, 성, 욕망 등을 공론화의 장으로 내어 놓고, 그럼으로써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마련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더욱 값진 의미를 갖는다.
  • [문화마당] 386세대가 문학을 알았더라면/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한국아메리카학회 회장

    사람들은 흔히 문학을 정치나 사회와는 별 상관없는 순수하고 고고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문학작품은 당대의 정치풍토와 사회상을 다각도로 반영하고 있으며, 일상현실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책입안자들의 눈에 문학이나 인문학은 별 효용가치가 없다. 비현실적이고, 가시적인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인문학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국가에서 배정해주는 연구비도 문학이나 인문학의 중요성을 인정해서라기보다는, 단순히 소외된 분야에 대한 동정심에서 비롯된 선심용일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과 인문학이 제공해주는 정치와 사회와 문화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보다 나은 삶에 대한 도덕적 통찰은 한 민족의 삶과 한 나라의 역사를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 노벨상 수상후보로 해마다 거론되는 미국작가 토머스 핀천은 바로 그런 면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다.1960년대 중반에 이미 매트릭스 이론을 설파했던 핀천은 ‘제49호 품목의 경매’(1966년)라는 소설에서 컴퓨터의 조합인 0과 1 사이를 오가는 편협한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930년대 극좌파들의 독선과 1950년대 극우파들의 횡포를 목격했던 핀천 세대는 자유주의 시대였던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제3의 가능성을 추구했다.60년대 세대의 그러한 정서를 핀천은 “마르크시즘과 산업자본주의는 둘 다 엄습해오는 공포일 뿐이다.”라는 유명한 말로 요약했다. 그런데 우리는 1960년대 이후 시작된 그러한 변화의 물결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채, 여전히 우파 독재정권과 좌파 독선정권 사이를 오가다가 2007년이 끝나가는 시점에서야 겨우 마르크스주의의 망령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수년 동안, 세계의 시민으로 길러 냈어야 할 우리의 젊은이들을 민족주의자로 만든 교사들과 교수들, 철지난 19세기 마르크스주의를 불변의 절대적 진리로 신봉했던 학자들과 정치가들, 그리고 문학과 예술을 투쟁과 이데올로기의 수단으로 삼고 정치권력을 향유했던 작가들과 예술가들은 두고두고 반성하며 자신들이 저지른 역사적 오류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이문열이 ‘달아난 악령’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한 시대를 잘못 이끌어갔던 지도자들은 결코 자신들의 잘못을 책임지지 않는다. 사거리에서 서투른 수신호로 수많은 사람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보냈던 정치가들, 선로를 잘못 연결해 기차를 그릇된 길로 보냈던 신호수들은 나이 들어 죽거나, 사라져버리거나, 기껏해야 감옥에 가는 것으로 그치겠지만, 그들이 파멸의 길로 보낸 죄 없는 사람들의 엄청난 피해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핀천은 위 소설에서 매카시즘 시대인 1950년대를 잘못 이끌었던 미국의 우파 정치가들을 비난하며 이렇게 말한다.“제임스 국방장관, 포스터 국무장관, 조지프 상원의원 등은 지금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들은 모두 자리를 옮겼거나 감옥에 갔거나 추적해오는 수색대를 보고 놀라 달아났다.” 우리의 좌파 정치가들이 문학을 알고 핀천의 작품들을 읽었더라면,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서로를 적대시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고, 자신들만이 절대적 진리이고 타자는 모두 틀렸다는 그릇된 편견도 갖지 않았을 것이며, 오직 좌파 이데올로기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헛된 미망에도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 시대를 잘못 이끌어놓고 무책임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실패한 386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들이 젊은 시절 ‘자본론’과 ‘모택동 선집’과 ‘러시아혁명사’ 대신 차라리 시대의 변화를 예시해주는 좋은 문학작품을 읽었더라면 우리의 삶과 역사가 이렇게까지 피폐해지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한국아메리카학회 회장
  • [우리대학 이렇게 뽑아요] 덕성여자대학교-‘나’군 인문사회·약학 논술 반영

    ‘가´·‘나´·‘다´군으로 나눠 일반학생전형과 농어촌학생 및 전문계(실업계)고교출신자 특별전형을 실시한다. 일반학생의 경우 ‘가´군에서 사회과학대학, 약학부를 모집하고,‘나´군에서 자연과학대학을 제외한 전 모집단위,‘다´군에서는 자연과학대학과, 컴퓨터공학대학을 모집한다. ‘가´군 전 모집단위와 ‘나´,‘다´군 자연공학계열은 수능, 학생부 각 50%를 반영한다.‘나´군의 인문사회계열 및 약학부는 수능 50%, 학생부 40%, 논술 10%를 반영한다. 디자인전공은 성적우수와 실기우수로 모집인원의 50%씩을 선발하며, 성적우수 전형은 수능 70%, 학생부 30%, 실기우수 전형은 수능 30%, 실기 70%를 반영한다. 실기고사를 실시하는 ‘나´군의 동양화전공, 서양화전공 및 ‘다´군 생활체육학과는 수능 40%, 학생부 30%, 실기 30%를 적용한다. 수능 성적 가산점은 자연공학계열의 경우 수리 가형, 약학부는 과학탐구영역 중 화학II, 생물II 과목에 대하여 지원자가 취득한 등급점수의 10%를 부여한다. 논술고사는 나군의 인문사회계열(의상디자인전공 포함)과 약학부에서 실시한다. 공통 2문항, 전공 2문항이 출제되며 답안은 문항당 500자, 총 2000자 이내로 120분간 작성하게 된다. 문제에 대한 이해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논리적 표현력, 논증 능력 등을 평가하게 된다. 이용수 입학처장
  • 홀로 안으로 익어 가면 그게 남자요, 아버지요

    홀로 안으로 익어 가면 그게 남자요, 아버지요

    ‘최불암 시리즈’ 아시죠? 변함없는 가치도, 인정할 만한 권위도 없는요즈음의 세태를 우스꽝스럽게 그렸다지요. 웃음과 여유를 줄 수 있다면, 근엄한 모습을 버리는 일 따위가 대순가요? 어쩌면 아버지의 역할이 원래 그러할 테지요.사진 _ 한영희 최불암(배우) · 인요한(의사) 홀로 안으로 익어 가면 그게 남자요, 아버지요 인요한 늘 ‘한국의 아버지 상(像)’으로 회자되시는데 정작 선생님의 아버님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최불암 선친*께서는 해방 이후 국내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하셨고, 그렇게 번 돈으로 영화를 제작하셨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 <수우(愁雨)>의 개봉을 앞두고 제작진들과 숙소에서 담소를 나누시다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아버지 영정을 안고 시사회를 했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너무 어려서 당신을 여의었으니 나는 사실 아버지를 잘 몰라요. ‘아버지!’라고 불러 본 기억이 두 번쯤 될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큰 품과 정을 느껴 볼 기회가 내겐 없었던 거지요. 인요한 하면 그렇게 깊은 부정(父情)은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 내시는 건가요. 최불암 굳이 따지자면 외할아버지가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 그래서 내가 노역 전문 배우가 되었나, 흐흐. 그나저나 나이 들어 아들딸 낳으면 아버지 되는 거 아닌가요? 아버지 역할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전원일기를 오래 했을 뿐이지…. 아버지, 아무런 말씀도 않으셨던 인요한 선생님은 실제로 어떤 아버지이신지. 최불암 약한 아버지라는 표현이 맞을 겝니다. 무녀독남으로 자라서 그런지 난 좀 약해요. 전원일기의 아버지 김 회장도 4대를 거느리고 있었지만 그 이도 막상 강한 사람이 아니야. 생각해 보면 그게 당연한 게 아닐까 싶어요. 손자, 자식, 어머니 모시고 쓰다듬고, 안으려면 강해선 안 될 것 같아요. 강하다는 말을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인요한 아버지는 숙명적으로 약한 존재라는 뜻이군요. 최불암 요즘 들어 내가 주례를 많이 보는데, 아버지가 울면 딸이 울고, 딸이 울면 꼭 아버지가 울어요…. (거 참 희한한 일이지, 식장에서 두 사람이 마주볼 일이 없는데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런다니까.) 그런데, 아버지는 손으로 눈물을 닦지 않아요, 마치 흘린 적이 없다는 것처럼 그저 눈만 껌벅거릴 뿐. 그래서 결혼식장에서는 아무도 아버지의 눈물을 볼 수 없고 다만 딸이 그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내 사무실에 아주 어렵게 자란 여직원이 하나 있었는데 시집갈 때 내가 주례를 봤어요. 계속 아버지가 눈물을 떨구는데, 신부도 똑같이 울고 있더라고요. 화장 지워 가면서. (아들? 그 때는 대개 어머니가 울지.) 인요한 그 드러낼 수 없는 심정이, 감당해야 할 무게가 아버지이겠지요. 최불암 그런데, 아들은 몰라도 딸은 아버지의 속을 조금 들여다보는 것 같습디다. 내가 제 엄마하고 말다툼하는 것 같으면 괜히 밖에서 얼쩡거리지요. 아빠가 속상할까 봐 문 밖에서 왔다 갔다 서성거리는 걸 내가 느끼겠다니까. 깔깔대며 일부러 웃고, 분위기를 바꾸려고 애를 쓰는 게 참 예쁘지. 미국, 다시 돌아와야 할 친구 같은 인요한 요즘 미국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많이 변화해서 가끔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제가 속은 타고난 한국 사람이지만 겉은 어쩔 수 없는 미국인이기 때문에 예민하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지요. 미국이라는 나라,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불암 뭐랄까,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런 말을 하면 젊은 사람들은 의아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나는 미국인을 좋아해요. 가감 없이 표현해서, 우리 세대는 미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 사실이니까요. 학교에서도 시청각 교육도 대부분 미국 영화였고. 인요한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미국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묘사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최불암 존 웨인, 게리 쿠퍼, 제임스 스튜어트…. 정의가 무엇이냐, 남자다운 게 무엇이냐를 나는 그 때 그 미국 영화배우들에게서 배웠던 거요. 언젠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 의회의 몇몇 상·하의원들을 만날 기회가 있어서 이런 질문을 던져 봤어요. 한국이 당신네 나라에서 도움 받은 바 크다, 그처럼 약소국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냐, 미국의 어떤 힘이냐,라고. 그랬더니 종교다, 와스프(WASP)*다, 교육이다, 여러 얘기가 많았어요. 그러다가 마지막에 어떤 사람이 말을 하는데, 그게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왈, 그것은 영화의 힘이다…. 좋은 시나리오, 좋은 배우, 좋은 감독이 나와서 좋은 일을 하는 좋은 미국인의 전형을 개발한 거다, 이러는 겁니다. 그러면서 프랭클린 루즈벨트 얘기를 하는데, 그가 주창한 경제부흥정책 뉴딜이 별 게 아니었다는 거지요. 흔히 뉴딜 정책을 통해서 미국의 은행 구조가 바뀌었다고 하는데, 사실은 루즈벨트가 예리하게 포착한 야심찬 문화우선정책이 은행 구조를 바꿨다는 게 옳다는 것이었어요. 이전까지 은행에서 박대받던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에게도 걱정 말고 돈을 빌려 주라고 했다는 거지요. 그 때만 해도 속되게 말해서 연예인들을 ‘딴따라’ 취급할 땐데, 루즈벨트에게는 혜안이 있었던 겁니다. 가수, 만화가, TV 연기자, 영화배우 등 문화의 전면에 위치한 그들이 바로 서야 나라도 바로 선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고 할까요. 다만 몇 가지 원칙은 있는데, 작품 속에 반드시 개척정신(Frontier spirit)과 사랑(Romanticism)과 정의(Justice)와 인도주의(Humanism)가 스며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루즈벨트에게 이런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에 “경제공황의 시기에 기간산업이 아닌 연예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상원의 비판에도 눈 하나 깜짝 않고 뉴딜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나저나 “부자 나라 미국을 만들기 전에 먼저 훌륭한 미국인을 만들어야 된다.”는 그의 말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 저릿한 감동적인 명구네요. 인요한 미국을, 제가 선생님께 배우고 있습니다. 하하. 최불암 다만 아쉬운 것은 요즘 들어 미국이 세계 각국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것은 아마 예전의 미국이 지니고 있었던, 약자에 대한 배려가 결여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인요한 우리 집안이 100년을 넘게 한국에서 살아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 밖에서 미국을 볼 때의 문제는, 미국의 잣대가 두 개라는 점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미국 밖에서 하는 행동을 미국 내의 가치 기준으로 심판하면 큰 소동이 날 텐데, 그것이 미국 안에서 묵인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왜 그러냐고요? 그런 사실을 미국인들이 잘 모르는 겁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미국의 많은 의원들은 여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의외이겠지만, 사실입니다. 역설적일까요? 지금 한국인은 세상을 보며 살지만, 미국 사람은 자기 주(州)밖에 몰라요. 미국 밖의 세상을 잘 모르기 때문에 종종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겁니다. 한국인, 드러낼 수 없지만 내 안에 있는 최불암 오늘 우리 미국 얘기 참 많이 합니다. (웃음) 나는 다만 순수한 의미에서 가치와 도덕을 준수하는 올곧은 정신의 미국인을 존경하는 것일 터이고, 그것도 결국은 한국이 어떤 나라이고 한국인이 어떤 사람이냐를 말하기 위해서이겠지요. 인요한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말과 생각과 입맛까지 저는 누구보다 뿌리깊은 한국사람입니다만, 그런 저에게도 ‘한국인’ 하면 떠오르는 닮고 싶은 모습이 있습니다. 바로 최 선생님이시지요. 최불암 아이구, 무슨 그런 송구스러운 말씀을…. 그런데 말이에요, 저는 사실 ‘한국의 아버지 상’보다는 오히려 ‘한국인의 원형(原型)’에 관심이 많습니다. 해서 곰곰 따져 보는데, 인내와 끈기, 질박함과 투박함 그리고 선비정신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표현하는 말은 많지만 딱히 이것이다, 하는 명쾌함은 없어요. 단일 민족, 순혈 문화를 이야기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돌이켜보면 일본에서, 구라파에서, 미국에서 건너온 것이 섞여 있는 형국이지요. 다시 한복을 입고 수염을 기르라는 얘기는 아니고 단지 오늘날 우리의 사고와 행동이 그렇게 되고 있다는 거지요. 나보고도 한국인이냐 물으면 고개를 흔들지 몰라요. 인요한 제가 생각하는 한국인의 특질이란, 어떤 조건에서도 살아 남는 강한 생명력과 그에서 비롯되는 인생에 대한 유쾌하고 낙천적인 태도입니다. 당장 쌀독이 비어서 앞날이 막막한 순간에도 옛사람들은 웃으면서 여유를 가지고 헤쳐 나갔단 말이에요. 의료 지원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면서 제가 느꼈던 것은, 아직 그들에게 그러한 모습들이 남아 있었다는 겁니다. 결핵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둔 그이들이 해외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말을 하는지 아세요? “몹쓸 병에 걸렸지만 어쩌겠어요. 열심히 끝까지 싸워 봐야죠.” 비록 몸은 수척하지만 너무나 의연한 자세로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용기 있게 맞서는 모습에서 경외감마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떻습니까? 툭하면 강물에 뛰어들고, 그것도 혼자도 아니고 온 가족을 데리고…. 그런 나약한 태도는 원래 우리의 모습이 아니에요. 비겁한 도피입니다. 최불암 그래요. 특히 TV와 같은 대중 매체의 영향도 크지요. 대중의 입맛을 핑계삼아 말초적이고 표피적인 이미지들로만 가득 차 있으니, 우리의 본래 모습에 대한 오해가 증폭되는 거지요. 전통의 가치를 지켜 내는 긍정적인 캐릭터가 브라운관에서 실종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TV, 화려함 그 이상을 품어야 하는 인요한 그러고 보니 선생님 드라마 연기 인생이 어언 40년이 다 되어갑니다. TV 매체에 대한 이해도 남다르실 텐데…. 최불암 글쎄, TV라는 게 노크 없이 안방에 들어갈 수 있는 권력을 지니고 있으니 그만큼 책임감도 크고 조심스럽지요. 아이들을 십 년 넘게 교육시키면 뭐 하겠어요? 한 시간 텔레비전 보면 다 흩어지는데…. 기왕에 오락 매체이니 달콤한 것, 화려한 것을 쫓는 경박한 풍조를 탓할 수는 없겠지만, 문제는 그 콘텐츠를 걸러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연령대의 시청자들이지요. 허구인지, 진실인지 아직 판단할 수 없는 무방비 상태에서 자극적인 내용에 노출이 되었을 때, 그 폐해가 적지 않은 거지요. 인요한 TV가 낳은 최고의 스타가 심중에 담고 있는 TV에 대한 고민이군요…. 최불암 대중문화가 사소해지는 것을, 그래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대중 연예인들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인요한 선생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다만 한 가지, 그래도 우리 젊은이들이 무비판적으로 저급한 문화를 흡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는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뚜렷한, 자기 삶에 대한 이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불암 맞아요. 그런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실제로 우리 젊은이들이 분명한 자기 소신을 가지고 현재의 정보 환경을 이용하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 맥락에서, 어느 방송국 회의 석상에선가 내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요즘 TV는 젊은 친구들 위주의 내용으로 편성되는데, 과연 그들이 보긴 보는 거냐. 아니다. TV는 젊은이들이 보는 게 아니다. 착각하지 말아라. 그들이 얼마나 넓은 눈을 가지고 있는데 저녁 7시에서 10시 사이에 TV 앞에 앉아 있겠냐.” 라고. 인요한 날카로운 지적이시군요. 내친 김에 감초 같은 질문을 한 가지 더 드리겠습니다. 연기에 관한 고견(高見) 한 말씀…. 최불암 연기자는 백지 같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좋은 연기 하려면 그림 그리는 캔버스처럼 맑아야 합니다. 그래야 형상을 그릴 수 있으니까요. 신문지 위에 그리면 잘 보이겠어요? 한 인물의 배역이 끝나면 빨리 잊어버리고 타성적 연기와 관습적 캐릭터를 깨뜨려야 해요. 꾸미고 바르는 일보다 지우고 닦는 일이 더 급하니까. 인요한 <수사반장> 19년, <전원일기> 23년. 그 시간, 그 작품들을 한 마디로 표현하신다면. 최불암 스스로의 옷 매무새를 단정케 했다는 점에서 <수사반장>은 ‘안방보안관’이고, 삶의 의욕과 용기를 주었다는 점에서 <전원일기>는 ‘삶의 텃밭’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남은 이야기들 인요한 고(故) 정주영 회장에 대한 선생님의 남다른 기억을 궁금해 하는 독자도 많을 것 같습니다. 최불암 한참 대선을 준비할 때의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 드릴까요. 신문에 ‘서너 시간 자고 일해서 대통령 나온다’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왔어요. 아침에 대책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기사 잘 봤습니다. 서너 시간씩밖에 안 주무신다고요….”라고 여쭈었더니, 대뜸 “아니, 누가 그렇게 자고 버텨요? 사람이 일곱 시간은 넘겨 자야지. (손을 보여주면서) 내가 손도 크고 장사예요. 쌀 가마도 지고 말이죠. 그렇지만 잠을 자야 힘도 쓰는 거예요. 엉터리 기사예요.” 그러면서 덧붙이시길, “이거 봐요. 앞으로 잠 서너 시간 잔다는 사람하고는 장사도 하지 말아요. 병자 아니면 사기꾼이에요….” 이러시더라고요. 인요한 정 회장님의 표정과 말투가 선하게 그려지는군요. 최불암 언젠가 당신께서 직접 <전원일기>에 출연을 원하신 일도 있었지요. 20분쯤 드라마에 등장해서 농사 철학을 얘기하시겠다고. 그게 80년대 후반 즈음의 일인데, 그쪽 회사 사정상 녹화 전날 취소가 됐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만큼 농사를 좋아하셨지요. 한마디로 그분의 철학은 땅이고 아버지였지요. “부모가 준 최고의 선물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그분의 대답은 망설임 없이 명쾌했어요. “가난이야.” 인요한 대담을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연말에, 정초에 요즈음 사람들 많이 만나시지요? 약주도 많이 하시고…. 모쪼록 건강 주의하세요. 최불암 왜 술 얘길 안 하나 했네. 인 박사나 나나 넉넉한 인심을 그리워하는 사람이니 적당한 술자리를 피할 수는 없겠지요. 그래요, 이왕 마무리니까 인사 대신 술에 관한 얄팍한 철학을 토로해 봅시다. 술은 무언가를 깨닫자고 먹는 거니까, 인 박사나 나나 이제 그만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입니다. 예전에는 말도 잘 안 통하고 세상도 답답해서 말 없이 술을 마셨지만, 이제 왜 안 통하는지, 왜 막막했는지를 깨닫는 나이가 되었을 테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인 박사. 파~! 글_홍승범 (본지 편집장) 인요한 John A. Linton 왜 냇가에서 미꾸라지 잡고 들판에서 쥐불놀이 하던 유년기의 추억을 잊었느냐고, 그 강직하고 따뜻한 심성은 어디 가고 나약하고 각박한 세태만 남았느냐고, 세기를 넘겨 한국 사랑을 실천해 온 린튼 가의 후예인 그가 꼬장꼬장한 전라도 사투리로 묻는다. 그 때, 당신은 무어라 대답할 것인가. 1959년 전주 생. 연세대 의대 졸 1987, 미국 가정의학과 전문의 1991, 한국 가정의학과 전문의 1992. 현 연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외국인진료소 소장. 최불암 수사반장(1971 ~1989)이 10년째에 접어들었을 때 전원일기(1980~2002)가 시작됐다. 박 반장이 김 회장과 오버랩(overlap)되고 이른 바 ‘믿음직한 맏형’ ‘속 깊은 아버지’의 이미지가 형성될 바로 그 때, 그는 영화를 잠정 중단하고 TV에만 전념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이미 79년에 <달려라 만석아>라는 영화로 제18회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대형 연기자였는데, 문득 “연기는 하나지만, 영화와 TV 둘 중 하나는 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최근 그는 친구 오지명과의 의리 때문에 잠시 옛 기분을 내서 영화 <까불지 마>를 찍었다.) 그리고 모두가 아는 것처럼 시간은 흘렀고, 그는 거침없이 그러나 낯설지 않게 서민의 일상으로 들어와서는 쓸쓸하고 팍팍한 그들의 가슴에 머물렀다.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14대 국회의원)했으니, 평생 연기자인 그도 잠시 외도를 하긴 했다. 하지만 곧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그를 아끼는 사람들을 안심시켰고 근자에는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외국인들에게 홍보하는 시민협의회 ‘Welcome to Korea’의 회장 직을 맡아 기꺼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좌우명은 ‘즐거움에 지나침이 없고, 슬프되 비통해 하지 않는다(樂而不淫 哀而不悲)’라는 공자님 말씀. 잘 알려진 사실의 부연.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 이명숙(李明淑) 여사가 운영했던 은성(銀星) 은 문화예술의 명소였다. 그는 실제 어린 시절부터 그 곳을 드나들었던 이봉구, 김수영, 천상병, 변영로 등 많은 재인문사(才人文士)로부터 영감과 우수를 얻었다. 탤런트 김민자 씨와의 사이에 1남 1녀. 1940년 인천 생. 중앙고, 서라벌예대, 한양대 연극영화과 졸업. 국제백신연구소 홍보대사. 육군 홍보대사 등. * 그의 아버지 최철(崔鐵)은 해방 후 중국에서 귀국해 인천일보사와 건설영화사를 설립, <수우(愁雨)> (1948, 안종화 감독. 김소영, 전택이 주연)와 <여명(黎明)> (1948, 안종상 감독. 이민자, 이금봉 주연)을 제작했다. 큰아버지 최도선(崔道善)도 문교부 제정 제1회 우수국산영화상 작품상을 받은 <곰>(1959·조긍하 감독)과 <내일 없는 그날> (1959·민경식 감독) 등을 만든 영화제작자. * WASP_ 미국 사회를 이끄는 앵글로색슨 계의 백인 개신교도(White Anglo-Saxon Protestant).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민주적 법치주의를 철학으로 내걸고 교육의 민주성, 창의성, 경쟁성, 합리적 실용주의를 추구한다.
  • MBC 방송사고 일주일새 4차례

    방송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생방송은 물론이고 녹화방송에서도 잊혀질만 하면 발생하는 방송사고에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방송도 사람의 일이니 그럴 수 있다.”는 관대한 시선이 있는가 하면 “방송사 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적 여론도 만만치 않다. 도마에 오른 것은 MBC다. 이달 들어서만 4차례 방송사고를 낸 MBC는 ‘시련의 11월’을 보내고 있다. 발단은 지난 2일 MBC ‘5시 뉴스’. 가수 아이비의 전 남자친구 유모씨가 아이비를 협박했다는 보도를 전하면서 자료화면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가수 서태지의 공연영상을 내보낸 것이다. 이튿날인 3일 ‘쇼! 음악중심’에서는 생방송 도중 마이크에서 잡음이 일어나는 음향 사고가 발생했고,4일 ‘일요일 일요일 밤에-몰래카메라’에서는 편집 실수로 신화 멤버 이민우와 신혜성의 휴대전화 번호가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화면에 노출됐다. 또 5일에는 월·화드라마 ‘이산’의 15회를 방송하면서 14회로 잘못 표기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가볍게 넘길 수도 있었지만,4일 동안이나 연속으로 방송사고를 접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제작진의 긴장감이 떨어진 것을 보여준다.”는 비난이 거세진 것이다. MBC 드라마국 정운현 국장은 “촉박한 일정 때문에 급히 자막을 표기하다보니 실수가 발생했다.”면서 “잘못은 인정하지만, 드라마 제작환경이 열악한 데서 비롯된 실수”라고 시청자들의 깊은 이해를 당부했다.잇따른 방송사고는 방송에 대한 신뢰감에 흠집을 낼 수 있다. 특히 ‘쇼! 음악중심’은 지난달 27일 원더걸스 무대 때 노래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고가 일어난 지 일주일도 채 못돼 다시 비슷한 사고를 일으켰다.3일 음향 사고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지켜보면서 불안했다.”며 거듭된 사고에 항의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방송사고를 당한 연예인들이 예기치 않은 ‘사생활 침해’를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의가 요구된다.‘몰래카메라’에서 전화번호가 노출된 신혜성과 이민우는 결국 전화번호를 바꿔야 했다. 두 사람의 전화번호가 인터넷으로 급속히 퍼져나갔고,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방송사고는 ‘있을 수 있는 실수’이다. 하지만 방송의 파급력이 크다는 점에서 최소한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제작진이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최종찬기자의 시드니 뒤집어보기] (6)유학생으로 먹고사는 대학들

    [최종찬기자의 시드니 뒤집어보기] (6)유학생으로 먹고사는 대학들

    시드니 레드펀 소재 시드니대학 메인캠퍼스에 가면 ‘검은 머리’의 대학생을 많이 볼 수 있다. 캠퍼스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 영어나 모국어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특히 학교의 명물인 중세풍의 건물 쿼드럼앞 잔디밭과 피셔도서관 앞의 매점부근은 일종의 만남의 광장. 이곳에 몇 분만 앉아 있으면 중국, 인도, 한국 등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을 쉽게 본다. 영어 다음으로 많이 들리는 언어는 중국어. 그 틈새를 비집고 우리말도 들린다. 오랜만에 만난 한국 유학생들이 그동안의 회포를 풀고 있는 것이다. 낯익은 우리말에 취해 있다 보면 한국의 대학캠퍼스에 와있는 착각에 빠진다. 이런 풍경은 시드니대학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민 밀집지역인 이스트우드 인근 매커리대학에 가보면 유학생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졸업만 하면 영주권이 거의 보장되는 회계학과의 지명도가 높아 학생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특히 UTS대학 한의학과의 경우 한 학년 정원 45명 가운데 4분의 1가량이 한국 유학생들이다. ●전체 호주 유학생중 한국은 1만4866명으로 3위 호주국립대학(ANU), 멜버른대학, 시드니대학,NSW대학이 세계 50위안에 들고 모나시대학, 퀸즐랜드대학, 매커리대학이 세계 100위권 안에 드는 호주 대학들이 유학생들로 넘쳐나고 있다. 유학생들이 호주 대학을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2007년 4월 이민부 최신자료에 따르면 전체 유학생 가운데 중국인이 3만 9337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인도인이 2만 7445명으로 뒤를 이었고 한국인은 1만 4866명으로 3위를 기록했다. 이들 3개국의 유학생 수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호주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호주 교육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학들은 지난 수년간 두 자릿 수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8%대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졸리 비숍 교육부 장관은 “유학생이 많은 것은 호주의 우수한 교육체계를 입증하는 것”이라며 “연간 100억 달러(이하 호주돈·약 8조 2206억원) 이상의 수출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대학들은 1980년대 중반까지는 공부를 마치면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조건으로 유학생들의 학비를 무료나 저렴하게 해주는 정책을 펼쳤다. 이는 호주가 젊은 인재들을 양성, 지역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교육에 상품적 가치를 부여하면서부터 이 정책은 사라져 버렸다. 호주대학들이 유학생 유치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여러 부작용이 생긴다. 먼저 유학원으로 빠져 나가는 돈이 적지 않다. 유학생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는 전세계 수백개 유학원에 학생 소개료로 연간 6400만 달러를 지불한다. 이는 전체 유학생들로부터 받는 수입의 3.8%에 달한다. 일부대학은 등록금의 25%를 소개비로 지불하며 보너스까지 지급한다. 가족이나 친구를 입학시키는 재학생에게 격려금이나 상품권을 주기도 한다. 소규모 유학원의 경우 소개료의 노예가 되면서 유학생들의 적성을 고려않고 소개료가 높은 대학으로 보내는 일이 드물지 않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유학생에게 돌아간다. 의사가 원예학을 공부하거나 간호사가 요리학교에 들어가는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또 하나 기본 실력을 갖추지 못한 유학생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학력저하와 함께 대학이 영주권공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재정의 15%를 유학생 학비에 의존하고 있는 호주대학들이 재정난을 이유로 ‘묻지마 입학’을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난은 연방 정부의 지원 부족도 원인이 됐다. ●“대학 학력저하·영주권 공장 전락” 비판도 밥 버렐 모나시대 교수는 “유학생의 33%는 영어실력이 형편없어 애당초 입학을 시키지 말아야 했었을 정도”라면서 “2005∼06년 영주권을 취득한 유학생 1만2000여명 중 34%가 국제영어평가시스템(IELTS)의 합격선인 6점에 미달됐다. 중국 유학생은 불합격률은 43%였고 한국과 태국 유학생의 불합격률은 50%가 넘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UTS 한의학과 3학년 조한덕(23)씨는 “영어실력이 부족한 유학생들은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교과서를 통째로 외운다.”고 말했다. 반면 신기현(53) NSW대학 한국학교수는 유학은 ‘밖’에서 배워와 ‘안’에 기여하는 것으로 정의 내린 뒤 “NSW대 유학생 출신인 중국인 사업가, 싱가포르 정부 관리 등이 모교를 찾아와 연구 기금을 기부하는 일이 많다.”면서 “이들이 학창시절 이렇게 저렇게 잘 했었다는 얘기가 들리는 것을 보면 유학생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고 강조했다. 유학생들의 영어실력이 엉터리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연방정부는 올해 도입할 시민권 시험과 연계할 뜻을 강하게 시사했다. 연방 정부는 총선을 앞둔 올해에 실질적으로 다문화주의를 폐기하면서 호주 가치관과 영어의 중요성을 최우선시하는 시책을 강력 추진 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 재계에서도 유학생 고용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조성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호주 대학에서 유학을 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은 다음 두 분의 말을 곰곰이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진지하게 사고하려는 인내심과 의지가 중요하다. 모든 것을 쉽게 단시간에 노력을 투자함으로써 결과를 보려는 사고방식과 태도는 호주의 교육시스템에 적응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호주에서 교육받은 경험이 부족한 유학생들에게는 발표와 에세이 작문훈련이 필요하다.”(곽기성 시드니대학 교수) “호주에서의 교육은 critical mind (비판적 사고),quick thinking (빠른 판단),flexible thinking (유연한 사고),creativity (창조성) 등을 강조한다. 호주에서 공부를 잘 하려면 정해진 틀 안에서 기계적으로 생각하기보다 논리성을 갖춘 튀는 생각과 앞서 가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신기현 교수).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호주 미디어전문가 곽기성 교수 “루퍼트 머독의 뉴스 리미티드,PBL, 페어팩스 등 3개 미디어 그룹이 호주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다. 뉴스 리미티드와 페어팩스가 신문의 65% 이상을,PBL과 뉴스 리미티드가 잡지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다.” 호주 미디어 전문가인 곽기성(48)시드니대학 아시아학부 교수는 11일 호주 언론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호주 신문과 방송의 규모는. -8개의 주에 11개의 일간지가 있고 각 주의 수도권에서 1∼2개의 종합 일간지가 발행된다. 전국지는 오스트랄리안과 파이낸셜 리뷰 두 개뿐이다. 지방·지역신문이 600개에 달한다. 영어외에 다른 언어로 발행되는 신문도 100여개 있다. 지상파 방송은 공영·상업 이원 구조이다. 공영 방송사로는 ABC와 SBS가 있다. 지상파 상업 텔레비전 방송사는 채널7, 채널9, 채널10 등 3개가 있다. ▶호주 콘텐츠 쿼터제란. -지상파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최소 55%, 유료 텔레비전은 최소 10%가 호주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방송 광고도 최소 80%가 호주 광고이어야 한다. ▶공영방영사인 ABC와 SBS의 차이는. -ABC는 연방정부의 예산으로 운영되며 자체 헌장 하에 규제받고 있다. 상업방송사와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정치적 간섭이나 영향을 배제하고 있다.SBS는 1980년대 이민자를 위해 출범한 방송사로 정부의 예산으로 운영돼 왔으나 수 년 전부터 광고가 허용되었다.ABC는 고품질의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을,SBS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호주의 미디어정책은. -그동안 텔레비전·라디오·신문 간의 교차소유가 허용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달라지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 병행하는 규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미디어 소유 규제 역시 다소 완화될 예정이다. 호주 콘텐츠 규제는 미국 프로그램의 범람을 막고 호주 문화를 유지, 육성하기 위해 수 십년 동안 유지해온 정책이다.2005년부터 발효된 호주·미국 자유무역 협정(FTA) 논의 당시 호주는 미국을 상대로 호주 콘텐츠 쿼터제를 지켜냈다. 호주 콘텐츠 규정은 큰 변화 없이 앞으로도 적용될 전망이다. ▶호주인들을 TV와 신문을 얼마나 접하는가. -저녁 7∼9시 사이 호주인의 40%, 전가구의 65%가 TV를 시청한다. 평균적으로 호주인들은 매일 3시간 7분 TV를 보지만 TV보다는 라디오를 듣는 시간이 더 많다.15세 이상의 호주인 가운데 55%가 평일에,65%가 주말에 1개 이상의 신문을 읽고 있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노벨상은 가슴이 시키는대로 산 선물”

    “노벨상은 목표가 아닌 부산물일 뿐입니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받게 된 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호비츠 MIT 교수는 11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2회 연세 노벨포럼 특별강연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강조했다. 호비츠 교수는 “MIT에 다닐 때 내 전공은 이론수학과 경제학이었고 4학년 때 우연찮게 들은 생물학 강의가 인생을 바꿔 놓았다.”면서 “당시만 해도 내가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지만 길을 바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결과 노벨상까지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래 생명과학으로의 여행’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호비츠 교수는 세포의 예정된 죽음이 에이즈, 파킨슨병, 암 등 각종 난치병의 원인규명 및 치료법 개발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내용을 쉽게 풀어내 강의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그는 “예정보다 세포가 너무 많이 죽으면 신경성 질환의 원인이 되고, 죽지 않는 세포가 등장하면 암이 발생한다.”면서 “세포의 예정된 죽음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발견한 만큼, 연구가 계속되면 난치병들을 정복하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비츠 교수는 “이같은 결과는 처음부터 질병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닌, 초등동물을 연구하는 기초과학의 영역에서 파생된 것”이라면서 “우연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노력하는 자세가 새로움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이어 ‘다수를 넘어서 보다’라는 주제로 강연과 대담에 나선 조지 스무트(2006 물리학상), 배리 샤플리스(2001 화학상), 노요리 료지(2001 화학상) 등 세 교수는 미래는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것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들은 다수를 넘어서 새로운 미래를 보기 위해서는 단순히 ‘보는’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꿰뚫어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스무트 교수는 “새로운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보는 방법을 모른다는 말의 다른 얘기”라면서 “사고의 습관을 버리고, 좁은 방식에서 탈피하는 것이 새로운 생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착시현상에서 알 수 있듯이 눈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면서 “비판적인 사고를 갖고, 다르게 보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라.”고 충고했다.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대입 수시2학기 지원전략] 우리대학 이렇게 뽑아요

    ●덕성여자대학교 정시모집에서 선발하던 실업계고교 출신자와 농어촌학생을 수시모집에서 선발한다. 일반학생 56명, 학생부 우수자 310명, 사회기여자 및 배려대상자 29명, 어학 특기자 5명, 체육 특기자 9명, 농어촌학생 51명, 전문계(실업계)고교 출신자 64명을 선발한다. 학생부를 100% 반영해 인문사회계열, 자연공학계열, 약학부, 디자인·의상디자인전공은 1단계로 모집인원의 3배수를 뽑고,2단계에서 학생부 50%, 면접 50%로 최종 선발한다. 생활체육학과는 학생부 10%, 입상성적 90%를 반영하고 면접은 합격, 불합격 요소로만 활용한다, 동양화·서양화전공은 학생부 50%, 실기고사 50%로 선발한다. 최저학력기준은 인문사회계열(의상디자인 포함)의 경우 외국어 3등급 이내가 필수로 총 2개 영역 이상 3등급 이내이어야 하며, 자연공학계열(약학부 제외)은 1개 영역 이상 3등급 이내, 약학부는 2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이어야 한다. 어학특기자로 합격하면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전문계(실업계)고교 출신자 및 농어촌학생은 수시모집에서 선발하면서 1개 영역 이상 4등급 이내로 최저학력기준을 정했다. 김정호 교무처장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수시 2-1, 수시 2-2), 천안캠퍼스(수시 2)로 나눠 2780명을 뽑는다. 신설된 수시2-2 전형은 학생부 실질반영률이 평균 50%로 비교적 높다. 본교 이전 후 처음 선발하는 죽전캠퍼스 수시 2-1 모집은 예능분야를 선발하는 일반전형 일반학생(55명)과 특별전형 일반학생(945명), 특기자(어학, 한문, 체육, 특이분야·150명) 전형 등으로 나눠 10개 전형에서 1380명을 모집한다. 특별전형 일반학생은 학생부 60%, 면접 40%를 반영하며, 특기자 전형에서는 다단계 평가가 이뤄진다. 예를 들어 어학특기자는 1단계에서 실적 100%로 5배수를 뽑은 뒤 2단계에서 면접 50%, 실적 50%를 각각 반영해 선발한다. 죽전캠퍼스 수시 2-2 모집은 학생부 40%, 면접 60%를 반영하므로 학생부가 불리한 학생들이 도전해볼 만하다. 천안캠퍼스 수시 2 모집은 일반학생은 1단계에서 학생부 100%로 5배수를 뽑고 2단계에서 학생부 60%, 면접 40%를 각각 반영해 뽑는다. 국제화(어학)·한문특기자는 1단계에서 학생부 100%,2단계에서 학생부 30%, 면접 30%, 실적 40%를 각각 반영한다. 황현태 입학관리처장 ●국민대학교 수시 2학기 모집에서는 교과성적우수자 특별전형(686명)과 북악리더십 특별전형(132명), 국제화 특별전형(110명), 특기자 특별전형(78명), 국가(사회)기여자 및 사회적배려대상자 특별전형(14명) 등으로 모두 1020명을 모집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의 최저학력기준 제한을 없앴다. 지난해에 비해 달라진 것은 교과성적우수자 특별전형에서 법과대학에서만 실시하던 논술고사를 인문계, 자연계 전체로 확대실시한다는 것.1단계에서 학생부 성적으로 모집인원의 3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논술고사 20%와 학생부 80%를 반영해 선발한다. 체육대학(면접고사)과 예술대학(실기고사)은 작년과 전형방법이 같다. 또 영어 우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화 특별전형은 기회를 넓히기 위해 지원자격 기준을 완화, 토익성적이 인문계는 750점, 자연계는 730점이 넘으면 지원할 수 있다. 어학성적은 지원자격으로만 활용되며 학생부(60%)와 면접(40%)을 통해 뽑는다. 논술은 인문계, 자연계 모두 통합교과형으로 출제된다. 인문계는 다수의 지문을 제시하여 지문간의 연관관계, 공통 주제에 대한 본인의 의견 등에 대해 서술하도록 하는 문제가 출제된다. 이채성 입학정보처장 ●광운대학교 수시 2-1,2-2로 나눠 923명을 선발한다. 전형요소 중 전공적성검사가 대폭 반영되는 점이 이번 수시모집의 가장 큰 특징이다.IT우수자(로봇), 재외국민, 체육특기자(축구) 전형을 제외한 모든 전형에서 전공적성검사가 30∼100%까지 반영된다. 일반학생, 농·어촌학생, 전문계고교 출신자, 수능특정영역우수자 전형은 학생부 30%, 전공적성검사를 70% 반영하고, 학교장·담임교사추천자와 경찰·소방·군인자녀 전형은 학생부 70%, 전공적성검사를 30% 반영한다. 특히 특성화고교 특별전형은 전공적성검사 100%, 재외국민 전형은 면접·구술고사 결과를 100% 반영해 선발한다. ‘글로벌리더(영어)’전형은 TOEFL 530점 이상,TOEIC 700점 이상만 지원 가능하며 1단계에서 서류전형만으로 3배수를 선발한 후,1단계 성적(50%)과 전공적성검사(50%)로 평가하는 2단계 전형을 실시한다. 수시 2-1은 모든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자격제한은 없지만 수시 2-2 모집에서는 ‘체육특기자’ 전형을 제외한 모든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조재희 입학처장 ●경희대학교 학생부와 논술 등을 종합 반영하는 수시 2-1, 학생부만으로 뽑는 수시 2-2로 나누어 총 3021명(서울캠퍼스 1316명, 국제캠퍼스 1705명)을 선발한다. 수시 2-1에서는 교과우수자(Ⅰ), 영예학생, 사회공헌배려대상자, 바른생활모범학생, 자매지역고교, 경인지역학생(국제캠퍼스), 동일계특별전형, 국제화추진, 조기졸업예정자, 특기자, 농어촌학생추천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수시 2-2에서는 교과우수자(Ⅱ)전형을 실시한다. 대학별고사로 실시되는 논술시험은 일반논술 30%, 통합교과형 계열논술 70%로 문제가 구성되며 2500자를 150분 동안 써야 한다. 인문계는 국어교과와 사회교과를 통합하는 문제를 출제하되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지 않는 자연과학적 내용의 지문이 포함될 수 있다. 자연계도 수학교과와 과학교과의 통합형 제시문이 출제될 수 있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기출문제로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화추진전형에서 실시되는 면접시험에서 시험관에 따라서는 영어질문과 답변을 요구할 수도 있다. 정완용 입학관리처장 ●경원대학교 수시 2학기를 2-1과 2-2로 분리해 뽑아 본교 지원자들은 수시에서 두 번 지원할 수 있다. 424명을 모집하는 수시 2-1에서는 적성검사의 비중이 크다. 교사추천자(128명), 리더십(80명), 자격증소지자(44명), 취업자·공무원전형(48명) 등 4개 전형은 적성검사를 50% 반영하여 선발한다. 적성검사는 계열 구분 없이 언어·수리·사고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120문항을 사지선다형으로 출제하며 시험시간은 60분이다. 적성검사는 500점 만점에 기본점수가 140점이며 각 문항당 배점이 3점이므로 합격여부에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능 이후에 모집하는 수시 2-2에서는 학생부를 100% 반영해 뽑고 수능은 최저 학력만 적용한다. 교과성적우수자(444명), 사회공헌자(손)자녀(26명), 사회봉사자(35명) 등 3개 전형에서 505명을 뽑는다. 바이오나노학부는 첫 신입생 20명을 선발하는데 수능 1.8등급(영역별 반영비중 적용)이내 합격자에게는 4년간 전액장학금과 매월 학업보조비 30만원을 지급한다. 김완희 입학처장 ●건국대학교 2학기 수시모집에서 서울캠퍼스 778명, 충주캠퍼스 659명 등 모두 1437명을 모집한다. 서울캠퍼스는 일반학생전형(391명), 국제화 특별전형(117명),KU핵심인재양성 특별전형(100명) 등 9개 전형으로 나눠 뽑는다. 이중 KU핵심인재양성 특별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로만 100% 반영해 선발하고, 합격생 전원은 4년간 등록금 전액의 장학금과 함께 학교주관 해외프로그램인 ‘뉴프런티어 프로그램’ 지원때 가산점을 준다. 일반학생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 50%, 논술고사 50%(수의예과, 사범계학과는 학교생활기록부 50%, 논술고사 40%, 적·인성검사 10%)를 반영하여 선발한다. 또 인문계로만 모집하던 국제화 특별전형은 자연계로 대상을 확대하며,TOEFL,TOEIC 및 TEPS 성적(일어교육과는 JPT 성적) 50%, 논술고사 성적 50%를 반영한다. 충주캠퍼스는 일반학생전형(140명), 모범학생 특별전형(50명), 담임교사추천 특별전형(212명), 디자인조형실기 우수자 특별전형(48명) 등 10개 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서울여자대학교 일반학생전형이 면접형(284명)과 논술형(367명)으로 구분돼 실시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면접형은 1단계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서류를 통해 모집인원 5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심층면접을 실시해 합격자를 선발한다. 논술형은 학교생활기록부와 논술고사 성적을 50%씩 반영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 충족자 중에서 합격자를 선발한다. 특별전형 전형요소별 반영비율은 동일하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의한 최저학력 기준은 없다. 서류평가는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전형별 제출서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반영한다. 서류평가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 지원 모집단위에 필요한 교과의 이수상황, 성적 등을 확인하며 지원자가 작성한 자기소개서, 전형별 제출 서류 등을 통해 성장 잠재력, 지원동기 등을 평가한다. 편차가 크지 않으므로 서류평가는 1단계 통과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학교생활기록부와 서류평가 점수에서 점수 차가 별로 없어 심층면접이 합격여부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지난해와 같은 방법으로 면접장소에 들어가기 전 지정된 장소에서 문제를 받아 정해진 시간 동안 준비를 한 뒤 실시한다. 기초학력, 전공수행능력, 학업성취도, 사고력, 표현력, 지원동기, 인성 등을 주로 평가하며 반영비율은 40%다. 이영섭 입학관리처장 ●서강대학교 수능 이전에 선발하는 2-Ⅰ(일반전형·학교생활우수자·알바트로스 국제화·사회통합 특별전형)과 수능 이후에 뽑는 2-Ⅱ(학업우수자·가톨릭지도자 추천 특별전형)를 통해 전체 모집인원의 59%인 983명을 선발한다.2-Ⅰ과 2-Ⅱ 전형 간에 복수지원이 가능하다. 수시 2-Ⅰ은 수능성적과 무관하게 선발하며 1단계에서 모집인원의 2∼3배수를 우선 선발하고,2단계에서 최종합격자를 가린다. 올해부터 ‘학교장추천 특별전형’이 없어졌다. 학교생활우수자 특별전형은 국내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로 지원자격이 제한된다. 알바트로스 국제화 특별전형은 공인 외국어능력시험 일정 성적 이상자를 지원자격으로 한다. 수시 2-Ⅱ는 인문·사회계열은 수능 4개 영역 중 3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 자연계열은 2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이어야 한다. 다만, 논술 및 학생부 합산 성적이 우수한 상위 30%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없다. 수시 2-Ⅱ 전형은 논술시험 후 학생부, 논술성적 등을 일괄 합산해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김영수 입학처장 ●상명대학교 학생부 전교과 우수자전형, 수험생이 선택한 2개의 교과를 반영하는 학생부 선택교과 우수자전형, 리더십 우수자전형, 특수목적고등학교 출신자들을 위한 특수목적고 출신자전형, 영어공인인증시험이나 게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취득한 학생과 체육특기자를 선발하는 특기자전형, 청각장애인 대상의 특수교육대상자전형이 있다. 논술고사는 모든 전형유형의 평가요소다. 계열 구분 없이 제시된 문제 중에서 수험생이 700∼800자 원고지에 작성해야 하고 논리적인 사고 능력과 분석 능력,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반영한 주장의 논증 과정과 학문적 기본 소양을 평가한다. 면접고사는 모집단위별로 시행하는데 면접위원 3인, 피면접자 3인의 다대다(多對多) 집단 면접으로 일반 적성 및 인성, 모집단위 전공분야의 기초 소양과 지식을 평가한다. 학생부 교과성적은 고교 전 과정 전 과목의 성적을 반영한다. 박용성 입학처장 ●삼육대학교 수시 2학기 모집에서 590명을 모집한다.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일반전형과 특별한 지원자격이 요구되는 삼육리더, 사회적배려자, 영농종사자 및 자녀, 산업체종사자, 특기자, 농어촌학생(정원외), 전문계고교졸업자(정원외) 전형이 있으며, 대부분의 전형이 학생부 80%와 면접 20%로 선발하게 된다. 특기자 특별전형은 전형별로 입상실적, 어학성적, 실기성적 등을 점수화해 면접성적과 함께 반영한다. 문과와 이과 출신의 교차지원은 가능하나, 인문계열의 모집단위(일부 학과 제외)는 학생부 심화선택교과 중 사회교과 4과목 이상 이수자에게 전체총점(1000점)에 20점을 가산한다. 자연계열의 모집단위는 학생부 심화선택교과 중 과학교과 4과목 이상 이수자에게 전체총점(1000점)에 20점을 가산하게 되므로 교차지원 선택 때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수학능력시험은 지정 영역에 대해 최저학력기준 등급만 적용한다. 면접은 영역별로 2명의 면접관이 들어와 모두 4명이 구술면접을 보고 20%를 반영한다. 면접고사의 실질점수 비중이 큰 편이기 때문에 구술방법과 태도 등을 미리 연습하는 게 좋다. 이기갑 교무처장 ●명지대학교 수시 2-1학기, 수시 2-2학기로 분리 선발하며 수시 2-1학기에서 일반학생 776명, 교사추천 315명 등 모두 1424명을 모집하고 수시 2-2학기에서는 일반학생 496명을 모집한다. 일반학생 전형은 학생부 66.7%, 전공적성평가 33.3%로 일괄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다만 문화예술학부 뮤지컬 공연전공은 학생부 40%, 실기 60%로, 건축학과는 1단계에서 모집인원의 5배수를 학생부 100%로 선발하고 2단계에서 학생부 40%, 실기 60%를 반영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특별전형(특기자 전형 제외)은 1단계에서 모집인원의 5배수를 학생부 100%로 선발하고 2단계에서 학생부 66.7%, 면접 33.3%를 반영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수시 2-2학기의 일반학생 전형도 같은 방식이다. 수시 2-1학기 일반학생전형의 전공적성평가에서는 언어 이해력, 기초 수리능력,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제들로 구성되며 문제 수는 100문제, 고사시간은 50분이다. 건축학과 실기고사는 주어진 주제를 정해진 재료 및 도구를 이용해 가시적 형상으로 표현하는 능력평가로, 표현기법이나 스케치 능력의 평가가 아니라 창의력과 형상화 능력을 평가하며 고사시간은 180분이다. 김갑일 입학관리처장 ●동덕여자대학교 학교장추천자(210명), 예·체능계 실기우수자(79명), 특기자(63명), 독립유공자 손·자녀(5명) 등 모두 357명을 모집한다. 특기자 전형 및 독립유공자 손·자녀 전형은 1단계에서 지원자격 서류심사를 실시하고 2단계에서 특기자 전형은 학생부와 면접(문학, 외국어) 또는 실기고사(예체능)를 반영하고, 독립유공자 손·자녀 전형은 서류심사 성적과 학생부 성적을 반영한다. 학교장추천자 전형 또한 다단계전형이며 1단계에서 학생부 100%를 반영하고 2단계에서는 1단계 성적과 심층면접 점수를 반영한다. 예체능계 실기우수자 전형은 학생부와 실기고사 성적을 반영한다. 특기자전형의 면접은 전공특성에 적합한 기본소양, 전공능력 평가에 중점을 두어 지필 및 구술고사 등을 실시하고, 문학특기자는 이외에도 문장력 평가를 한다. 학교장추천자 전형의 심층면접은 기본소양 및 의사소통능력, 수학능력 및 사고력에 관해 각각 10문제씩 출제한다. 기본소양 및 의사소통능력은 면접위원이 한 문제를 지정하고, 수학능력 및 사고력은 객관성을 위해 수험생이 두 문제를 추첨해 그중 한 문제를 선택해 답변한다. 김운배 교무처장 ●동국대학교 일반우수자 전형 738명, 특별전형으로 467명 등 전체 모집인원의 44.1%인 1205명을 선발한다. 일반우수자전형에서 단계별 전형을 거치지 않고, 만해핵심인재전형을 제외하고는 수능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우수자의 경우는 학생부 60%와 논술고사 40%를 반영해 일괄 선발한다. 올해 학생부 성적이 등급으로 표기되므로 논술이 합격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별전형은 만해핵심인재, 리더십, 외국어우수자, 문학재능우수자, 사회기여자 등을 뽑는다. 특별전형 인원을 대폭 증원했으므로 고등학교 재학 중 간부경력자나 글쓰기, 어학 등에 재능이 있는 학생이 지원해볼 만하다. 특별전형은 면접 반영비율이 20%가량 된다. 인성, 사회성을 평가하는 부문이 30%, 전공적성 또는 학업수학능력에 대한 평가가 70% 반영된다. 일반면접에서는 전공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정도를 측정하지만 심층면접에서는 계열별 특성을 반영한 문제를 3개 출제한 뒤 한 문제를 선택해 답변하는 구술고사 형식으로 진행된다. 논술고사와 마찬가지로 기출문제 유형을 숙지하고 면접에 임하는 게 좋다. 고유환 입학관리처장 ●홍익대학교 수시2-Ⅰ과 수시2-Ⅱ로 나눠 모집하며 중복지원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서울 캠퍼스 인문계열에서 논술을 실시하고, 새로운 유형의 미술 실기고사가 부분 도입된다는 점이다. 논술은 택스트 이해·분석 능력, 정보의 종합·응용 능력,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표현력을 평가한다. 예능계열 학부(과) 지원자는 지난해까지 시행하던 실기고사 유형과 올해부터 도입되는 새 유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실기고사를 치를 수 있다. 논술과 실기고사의 자세한 사항은 본교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수시2-Ⅰ에서 고교추천입학제 전형의 경우 서울 캠퍼스 인문계열은 학생부로 정원의 10배수를 뽑은 뒤 논술을 치른다. 서울 캠퍼스 자연계열과 캠퍼스 자율전공, 조치원 캠퍼스 인문·자연계열, 캠퍼스 자율전공은 학생부로 정원의 5배수를 뽑아 심층면접을 실시한다. 최종 합격자는 학생부(70%)와 논술 또는 심층면접(30%)을 합산해 가린다. 예술학과를 제외한 예능계열 학부(과)는 학생부로 정원의 6배수를 선발한 뒤 실기고사를 치르며, 학생부(40%)와 실기(60%)를 합산해 합격자를 선발한다. 수시2-Ⅱ에서는 수학능력우수자 전형만 실시하며, 학생부 교과성적만 반영한다. 정은수 입학관리본부장 ●한양대학교 9월 수시2-Ⅰ과 11월 수시2-Ⅱ에서 각각 1704명,745명을 선발하며 중복지원이 가능하다. 수시2-Ⅰ에서는 21세기 한양인 전형(1222명)의 경우 학생부(20%)와 논술(80%)을 반영한다. 이 전형에서 안산 캠퍼스의 경우 우선선발이 없으며, 모두 학생부와 논술을 50%씩 반영한다. 안산 캠퍼스는 모집 인원의 상위 50%까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또 재능우수자·세계화·국제학부·한양우수공학인 전형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수시2-Ⅱ에서는 지역균형 선발 전형과 학업우수자 전형이 신설됐다. 공학 계열 우수 인재를 키우기 위한 HYU-프런티어 전형은 전액 장학 특별전형으로 학생부(30%)와 심층면접(50%), 서류(20%)를 반영한다. 지역균형선발 전형과 리더십 우수자 전형은 학생부와 논술을 50%씩 반영한다. 학업우수자 전형은 1단계에서 학생부만으로 정원의 5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학생부(70%)와 논술(30%)로 선발한다. 수시2-Ⅱ에서는 모두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한다. 차경준 입학처장 ●한성대학교 9월 수시2-Ⅰ과 11월 수시2-Ⅱ로 나눠 987명을 선발하며, 중복지원이 가능하다. 수시2-Ⅰ에서는 663명을 뽑는다. 학업우수자 전형(393명)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없애고 학생부와 전공적성 검사를 50%씩 반영한다. 지난해에 비해 전공적성 검사의 비중을 높였다. 검사는 전공적성을 확인하는 기초 문제로 출제할 예정이다. 문제 유형은 본교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실기 우수자 전형은 미디어디자인콘텐츠학부에서 실시하며, 실기(60%)와 학생부(40%)를 반영한다. 특기자 전형은 무용과 미술 특기는 입상실적(40%)과 실기(60%)를 반영한다. 문학·과학·어학 특기는 학생부만 반영하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한다. 수시2-Ⅱ에서는 324명을 뽑는다. 학업우수자 전형(302명)에서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적용되며, 학생부만 반영한다. 대학독자적기준에 의한 특별전형으로는 서울 성북구 종로구 지역 고교 출신자를 대상으로 지역인재육성 전형(22명)을 실시한다. 학생부만 반영하며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며, 백분위 성적 상위 10% 안에 들면 등록금 전액을 지급하며 장학금도 준다. 방갑산 입학홍보처장 ●한국정보통신대학교 정보통신부와 IT기업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국내 유일의 IT전문 특성화대학으로, 공학부 75명,IT경영학부 15명 등 모두 90명을 선발한다. 전문성 면접 전형에서 수학 면접의 비중을 대폭 강화해 공학부의 경우 과학 과목을 없애고 수학 면접만 실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형은 1단계에서 학생부(55%)와 서류(45%)를 종합해 정원의 2배수 내외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면접을 실시한다. 서류전형은 공학부의 경우 국어·영어·수학·과학 교과를 IT경영학부의 경우 국어·영어·수학·사회 교과를 전 학년 동일 비율로 반영한다. 반영 방법은 원 점수와 평균, 표준편차 등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환산한 백분율을 적용한다. 2단계 면접 전형은 전문성 면접과 인성면접으로 진행된다. 전면성 면접은 공학부의 경우 수학을,IT공학부의 경우 수학 및 영어 교과의 전문 지식을 평가한다. 단 서류전형 성적 우수자는 인성면접만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전문성 및 인성면접의 비율은 공학부가 각각 90%,10%,IT공학부의 경우 수학·영어·인성이 각각 50%,40%,10% 차지한다. 유형준 교학처장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과 용인 캠퍼스에서 모두 1327명을 선발한다. 어학특기자 전형이 통합·확대돼 7가지 유형으로 진행된다. 외대 프런티어 전형에서는 재수 이상 졸업자나 외국 고교 출신자, 검정고시 출신자 등 새로운 학생부가 적용되지 않는 그룹(프런티어Ⅱ)과 학생부 적용이 가능한 그룹(프런티어Ⅰ)으로 나눠 각 대상에 맞는 전형을 개발했다. 외대 프런티어Ⅰ 전형은 학생부(70%)와 적성논술(30%)을 일괄합산해 607명을 선발한다. 외대 프런티어Ⅱ 전형은 1단계에서 적성논술로 정원의 5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1단계 성적과 심층면접을 50%씩 일괄합산해 선발한다. 유일하게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적용된다. 경시대회 및 FLEX성적우수자 전형에서는 지난해의 경우 FLEX 영어점수가 있는 학생의 경우 영어과에만 지원할 수 있었지만 올해에는 자유전공학부와 한국어교육과를 제외한 서울 캠퍼스 모든 학과에 지원할 수 있다. 리더십 전형은 기존의 학생회 간부는 물론 국가·독립유공자 자녀와 소년소녀 가장 및 아동보호시설 출신자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신형욱 입학처장 ●중앙대학교 수시2-1(학업적성논술형)과 수시2-2(학업적성면접형)로 나눠 선발한다. 지난해까지 최대 70%까지 반영하던 논술의 비중이 서울과 안성 캠퍼스에서 각각 50%,40%로 줄었다. 반면 학생부는 각각 50%,60%로 늘었다. 수시2-2의 경우 1단계에서 학생부로만 정원의 7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학생부(60%), 학업적성면접(40%)을 반영하는 학업적성면접 전형이 신설됐다. 학생부는 과목별 석차등급을 점수화하고, 계열별로 반영 교과·비율을 차등 반영한다. 예전에는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교과별로 차등 없이 반영했지만 올해는 교과별로 가중치를 달리해 반영한다. 학업적성논술은 통합교과형으로 2시간 동안 치르며 1600자 내외로 써야 한다. 학업적성면접은 1인당 20분 내외의 조별 면접으로 통합교과형 심층 면접으로 실시한다. 입학사정관제를 시범 도입, 지난해 실시한 CAU 인재다양화 전형을 21세기 다빈치 전형으로 이름을 바꿔 서울 캠퍼스에서만 20명을 모집한다. 입학사정관은 수험생이 낸 서류와 심층면접을 바탕으로 품성과 학구적 잠재력, 진로인식, 심리적 특성 등을 분석한다. 장훈 입학처장 ●인하대학교 지난해처럼 수시2-1과 수시2-2로 나눠 시행한다. 수시2-1에서는 논술 우수자(350명), 적성평가 우수자(334명), 발표 우수자(100명) 등 일반전형과 21C글로벌리더(132명), 사회적 배려자(70명), 검정고시 출신자(5명) 등 특별전형, 정원외 전형인 농어촌(99명), 전문계고 출신자(108명) 등을 합쳐 모두 1198명을 선발한다. 수시2-2에서는 일반전형으로 논술 우수자(635명), 학생부 우수자(357명), 발표 우수자(99명)로 1091명을 뽑는다. 논술을 준비했다면 논술 우수자 전형에, 적성평가를 준비했다면 적성평가 우수자 전형에, 학생부 관리를 잘 했다면 학생부 우수자 전형에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전형 가운데 최대 2개의 전형에 동시 지원할 수 있게 하고, 수시2-1과 2-2에 모두 지원할 수 있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아태물류학부와 기초의과학부를 제외하면 수능 반영 영역 가운데 상위 2개 영역의 평균이 3등급 이내에 들면 된다. 단 정원 외 전형은 3등급 이내인 영역이 1개 이상이면 된다.21C글로벌리더 전형과 사회적 배려자 전형은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박제남 입학처장 ● 성균관대학교 정원의 52%인 1926명을 뽑는다. 수능 이전에 치르는 ‘수시 2-1 면접형’과 이후에 치르는 ‘수시 2-2 논술형’으로 나눠 실시하며 중복지원이 가능하다. 수시 2-2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한다. 수시 2-1의 학업우수자 전형은 모집인원의 상위 50%는 학생부만으로, 나머지는 학생부(80%)와 면접(20%)으로 선발한다. 글로벌리더 및 경영학글로벌 전형은 어학우수자 전형이다. 경영글로벌 전공은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며 전원 장학금을 준다. 장영실 전형은 과학인재를 위한 것으로, 학생부(40%), 서류(30%), 면접(30%)을 반영한다. 전액 장학금 및 기숙사 배정 등의 혜택을 준다. 동양학 인재 전형은 국어·한문·국사에 재능이 있으면 지원할 수 있으며 유학동양학부로 배정된다. 논술은 고교 수준의 다양한 주제나 현실적 이슈 등을 제시문으로 활용한다. 시간은 150분.B4용지 양면 분량에 글자 수는 제한이 없다. 학생부 비교과 성적에서 자기평가서 제출을 폐지했다. 대신 A4용지 1장 분량으로 수상 경력과 특별·봉사활동, 교내외 재량활동 및 체험학습 등을 담은 ‘학교생활기록 요약서’를 내도록 했다. 성재호 입학처장 ● 성신여자대학교 전체 모집 인원의 36%인 808명을 모집한다.513명을 뽑는 일반학생 전형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한다. 주간학과 인문 및 자연계는 수능 2개 지정 영역이 각 3등급 이내 또는 1개 영역이 2등급 이내일 경우 나머지 영역은 4등급 이내여야 한다.1단계에서 정원의 5배수를 학생부로만 선발한 뒤 2단계에서 학생부(70%)와 논술(30%)을 반영하는 단계별 전형을 실시한다. 지난해 정시에서만 뽑던 간호학과는 수시 일반학생 및 영어우수자 전형에서 뽑는다. 영어우수자 전형의 경우 계열 구분 없이 3명을 뽑는다. 토익 850점 이상 또는 토플 CBT 240점,IBT 94점 이상이어야 지원할 수 있다. 단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없다. 전형 방법은 영어능력시험(80%)과 영어면접(20%)을 반영한다. 나머지 전형은 계열별로 자신이 응시한 수능 탐구영역에 따라 지원하면 된다. 논술은 문제 해결능력뿐만 아니라 현실 속에서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진단처방형으로 출제된다. 문제 유형은 본교 홈페이지에서 모의논술 동영상을 참고하면 된다. 학생부는 교과(90%), 출석(10%)을 학년 구분 없이 일괄합산해 반영한다. 임상범 입학처장 ● 숙명여자대학교 수시 2-1차와 수시 2-2차로 나눠 895명을 선발하며, 중복 지원할 수 있다. 올해는 모든 전형을 단계별 전형에서 일괄합산 전형으로 바꿨다. 학생부는 학년별 반영비율을 달리해 졸업 예정자의 경우 1·2·3학년 성적을 각각 20%,40%,40%씩 교과성적만 석차등급을 활용한다. 수시 2-1차에서는 학업능력 우수자 전형(410명)의 경우 학생부와 논술을 절반씩, 리더십우수자 전형(232명)의 경우 학생부와 면접을 절반씩 반영한다. 모두 수능 4개 영역 가운데 2개 영역 평균 2등급 이내의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한다. 외국어우수자 전형(106)은 일정 기준 이상의 외국어 능력시험 성적이 있는 자만 지원할 수 있으며, 외국어 능력시험 성적과 외국어 면접을 50%씩 반영한다. 수시 2-2차에서 실시하는 전공성적 우수자 전형(121명)은 학생부로만 뽑는다. 논술은 다(多)제시문·다(多)문항 체제로 통합논술형 및 자료제시형으로 출제된다. 공통 문제와 계열별 문제 각각 2∼3문항으로, 시험 시간은 150∼180분이다. 공통 문제에는 수학기호를 사용하고 그 이해와 활용에 수학적 사고가 요구되는 자료 1개가 반드시 포함될 예정이다. 박천일 입학처장 ● 숭실대학교 지난해 실시했던 인·적성검사를 폐지하는 대신 논술을 도입했다. 수능 반영 영역은 기존 ‘2+1’에서 ‘3+1’로 확대했다. 수능특정영역 우수자 및 학생부 우수자 전형 등 일부 전형을 제외하면 인문·자연계 모두 논술을 30% 반영한다. 논술은 계열 구분 없이 모두 치르며, 출제 형태는 다(多)문항 형태, 시험 시간은 120분이다. 모집인원은 1319명으로, 올해 신설된 일반전형에서 579명, 수능특정영역 우수자 전형과 학생부 우수자 전형에서 각각 286명과 281명을 뽑는다. 학생부 반영 방법도 달라졌다. 반영교과 이수 단위를 고려해 국어·외국어·수학·사회·과학 등 전 과목을 반영한다. 반영 비율은 1학년 30%,2·3학년 70%이다. 원서접수는 9월7∼12일 인터넷으로만 한다. 논술과 면접은 10월27일(토) 치른다. 올해에도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입시 특성화정책’ 장학생 선발제를 운영한다. 수능 1등급에 해당하는 우수 신입생에게 4년간 전액 장학금과 기숙사 무료 제공, 매달 생활비 등의 혜택을 주고, 졸업하면 세계 우수 대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학비 지원과 교수 우선 채용도 보장한다. 이제우 입학처장 ● 아주대학교 9월 수시 2-1 전형과 11월 수시 2-2전형으로 나눠 모두 860명을 선발한다. 수시 2-1에서는 일반전형Ⅱ를 비롯해 아주 비전 리더, 지역고교 우수자, 국가유공자 및 사회기여자, 특기자, 체육특기자 전형 등을 통해 651명을 뽑는다. 원서접수는 9월7∼13일 오후 5시까지다. 수시 2-2에서는 일반전형Ⅲ을 통해 모두 209명을 모집한다. 원서 접수는 11월16∼19일이다. 전형은 1단계에서 적성검사 100%를 반영하며,2단계에서 학생부 성적과 강의 테스트 점수를 합산해 반영한다. 적성검사는 수험생들이 대학 강의교재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테스트다. 수리과학과 인문사회 분야가 통합된 형태로 5지 선다형 객관식 60문항 이내로 출제된다. 강의 테스트는 계열별로 구분해 실시하며, 수험생이 직접 강의를 수강하고 주어진 문제에 답하는 형식으로 치른다. 강의 50분, 필기시험 40분 등 90분 내외로 진행되며, 객관식·단답형·서술형 문제가 혼합돼 10문항 안팎으로 출제된다. 반영 요소는 각 전형별로 일부 구분돼 반영되는 만큼 자세한 내용은 본교 홈페이지를 참고해야 한다. 서경원 입학처장 ● 연세대학교 서울과 원주를 합쳐 3060명을 모집한다. 올해부터 수시 2학기 모집을 2-1과 2-2로 나눠 뽑고 중복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수시2-1에서는 학생부와 서류, 면접 위주로 평가하며 단계별 전형을 실시한다. 올해 신설된 교과우수자 전형은 학생부(90%)와 면접(10%)을 반영한다. 조기졸업자와 글로벌 리더(서울) 전형, 영어능력 우수자(원주), 지역고교 우수자 전형(원주)은 교과(40%), 서류(30%), 면접(30%)을 반영한다. 특기자 전형에서는 인문계는 전국 규모의 문학상 또는 신춘문예 당선자, 자연계는 수학·과학 분야 우수자를 선발하며, 서류와 면접을 절반씩 반영한다. 수시 2-2에서는 일반우수자 전형의 경우 학생부와 논술을 50%씩 일괄합산하되, 수능 최저학력 기준과 계열별 기준을 만족하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학생부(20%)와 논술(80%)로 우선선발한다. 추천서와 자기소개서 및 기타 서류는 내지 않아도 된다. 수시 2-2에서는 처음으로 다면사고형 논술을 도입한다. 인문·사회 및 자연계열은 계열 내에서만 통합 출제한다. 학생부 교과 영역은 주요 과목의 경우 석차백분율을 계산 적용하고, 그 외 과목은 9등급에 한해 일정 점수를 감점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이재용 입학처장 ● 이화여자대학교 모두 1765명을 뽑는다.9월 수시 2-1과 11월 수시 2-2로 나눠 실시하며 중복지원할 수 있다. 단 고교추천-전문계고, 미래과학자-이화글로벌인재 전형 간에는 중복지원할 수 없다. 600명을 뽑는 일반전형은 학생부와 논술을 50%씩 반영한다. 수학·과학 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는 미래과학자 전형과 외국어 능력이 우수한 학생을 뽑는 이화글로벌인재 전형의 모집 인원은 각각 140명,200명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늘었다. 전형 요소는 학생부(30%), 증빙 서류(50%), 구술·면접(20%) 등이다. 증빙 서류는 교내·외 수상 및 활동실적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올해 신설된 학업능력 우수자 전형Ⅰ·Ⅱ는 학생부 교과(80%), 비교과(10%), 학업계획서(10%)를 반영한다. 학업능력 우수자 전형Ⅰ에서는 비교적 높은 수능 영역 등급을 최저학력 기준으로 요구한다. 학업능력 우수자 전형Ⅱ는 Ⅰ보다는 낮지만 일정 수준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요구한다. 논술은 일반전형 지원자 전원을 대상으로 9월16일(일) 실시한다. 유형은 지난해와 같으며, 계열별로 나눠 실시하되 언어·수리논술을 모두 포함한다. 황규호 입학처장
  • [피랍자 추가 석방] ‘선교마케팅’ 개선을

    [피랍자 추가 석방] ‘선교마케팅’ 개선을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 탈레반에 의한 한국인 선교봉사단 피랍사태가 28일 밤 극적인 협상타결로 해결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공포와 불안의 41일이 남긴 충격과 슬픔은 단비처럼 날아든 협상타결 소식의 기쁨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이번 사태는 한국 정부는 물론 언론과 기독교계, 그리고 시민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교훈을 남겼다. 서울신문은 테러문제 전문가인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과 이슬람 전문가인 이원삼 선문대 국제학부 교수, 소장파 신학자로 한국 개신교의 성찰과 전환을 촉구해 온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장을 초청해 좌담을 가졌다. 사회는 이석우 서울신문 국제부장이 맡았다. ●사회 피랍자 석방에 합의를 이뤘지만 테러집단과의 타협이란 선례를 남김으로써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최진태 소장 테러조직과의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게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암묵적 합의다. 일단 테러조직에 양보를 하면 또 다른 테러를 불러온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탈레반과 협상을 하면서 ‘협상’ 대신 ‘접촉’‘대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동시에 정부는 피랍자들의 안전과 무사 귀환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김선일씨 사건에 대한 학습효과가 크게 작용한 탓이다. 다만 탈레반과의 대면접촉이 첫번째 희생자가 난 뒤에야 이뤄진 것은 유감이다. 탈레반의 요구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이번 협상이 제2, 제3의 테러를 부를 것인지는 좀더 두고 볼 문제다. ●이원삼 교수 정부가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있다. 테러단체와 협상·거래를 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시하면서 보여준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아도 좋다. 어차피 테러에 대한 대응은 국제적 룰이 정해진 게 없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게 최선이다. 미국도 자국민이 납치됐을 때 협상한 전례도 있다. ●김진호 소장 사실 이번 사태가 빚어진 데는 한국의 비정부기구(NGO) 활동이나 선교가 국제적 공신력을 갖지 못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선교 마케팅’으로 불리는 한국 기독교의 공격적 선교행태다. 국내적 필요를 위해 국제적 선교를 활용하는 방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피랍사태 초기 전세계적인 관심과 지원을 받기 어려웠던 것에는 이같은 한국 개신교의 선교행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적 여론이 작용했다. ●사회 정부가 아프간 현지에서 기독교 선교활동 금지를 약속했는데 실현가능할까. ●김 소장 아랍지역 선교는 상당히 위축될 것이다. 국가의 지침에 자발적으로 순응해서라기보다 이것을 어기면 ‘법인’으로서 활동하는 데 여러 가지 불이익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같은 조치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개신교의 선교가 문제점을 안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교란 국가가 나서서 ‘하라 마라’ 할 영역은 아니다. 과연 지금의 한국 선교가 국제평화와 현지인들의 행복을 위해 필수적인지 성찰은 물론 필요하다. ●최 소장 피랍자들이 전적으로 개신교 봉사단체 소속이었기 때문에 납치단체의 표적이 됐다고는 보지 않는다.1968년부터 2006년까지 테러를 1회 이상 겪은 국가가 189개 국가다. 그만큼 테러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기독교 단체든 순수 NGO든 테러에 노출되지 않는 최선의 방책은 테러 다발지역에 가지 않는 것이다. 불가피할 경우 안전대책을 충분히 강구해야 한다. 다만 한국 개신교의 공격적인 선교방식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수요자 입장을 고려한 봉사가 아니라 공급자 관점에 따른 접근이 반발을 불러온 측면이 크다. ●사회 개신교계 내부에 자성의 움직임은 있나. ●김 소장 한국 교계에 특별한 선교적 성찰이 있을 것 같진 않다. 사회적 시각은 극도로 부정적이지만 분당 샘물교회의 교인이 피랍사태 이후 늘어난 것에서 알 수 있듯 해외 선교를 주도하는 교회의 교세는 위축되지 않고 있다. 이른바 ‘선교 마케팅’이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어떤 형태로든 선교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한국 교회가 해외 선교를 본격화한 시기가 국내에서 교세 팽창이 벽에 부딪친 1980년대 이후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 개신교의 선교 활동은 한국 교회가 겪고 있는 내적 위기를 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이 교수 사실 이슬람권에도 성당과 교회는 다 있다. 오래전부터 유대교·가톨릭이 공존해 왔다. 문제는 한국 개신교가 이슬람 지역에 나가 선교를 하면서 필요 없는 적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선교를 하려면 현지의 언어와 문화를 알고 가야 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열정만 갖고 무작정 간다. 이 때문에 호의를 갖고 가지만 충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무슬림에겐 이슬람교가 단순한 종교가 아니라 생활이고 관습이며 모든 규범의 지배원리다. 이들에게 개종을 하라는 건 삶의 방식을 포기하라는 것, 한마디로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유럽의 기독교 역시 이슬람권 선교를 한다. 하지만 이들의 선교는 대를 이은 선교다. 관습과 언어, 심지어 사투리까지 익히고 그들의 삶에 철저히 녹아든다. 우리처럼 단기코스가 아니다. ●김 소장 단기 선교의 문제를 지적하자면, 이번에 피랍된 사람들도 열흘짜리 선교팀이다. 위험한 지역에 들어가려면 안전에 대한 자기 감수성이 있어야 하고 현지인과 의사 소통할 수단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 교회의 단기 선교는 일종의 ‘어드벤처 게임’이다. 위험한 곳에 보내 선교를 시킴으로써 교회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게 목적이다. 목회자들 역시 선교팀을 이끌고 위험 지역을 다녀오면 ‘차세대 주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현지인과 대화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교회가 구조적으로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 선교를 주도하는 보수 기독교단이 이같은 현실을 성찰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회의적이다. ●이 교수 이슬람교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문제다. 사실 아프간의 상황 악화는 종교 문제와는 무관하다. 소련과의 10년 전쟁에 뒤이은 10년 내전,9·11 이후 또 전쟁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의 3분의1이 난민이다. 사실 인류 역사상 종교전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종교를 빌려 전쟁을 벌였을 뿐이다. 중동 지역은 15세기까지만 해도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가 훌륭하게 공존했다. 자기 종교를 지키면서도 다종교·다문화사회 이룬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 건국 이후 정치적 문제에 석유 확보 문제가 겹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무슬림들도 생존 차원에서 범죄를 저지른다. 심지어 집권 시절 양귀비 재배를 엄금했던 탈레반이 양귀비를 키운다. 이런 것들을 정당화하려면 종교로 포장하는 수밖에 없다. 종교를 자기 정당화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거기에 선교하러 가는 사람들이 사안의 본질을 알지 못하고 들어가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들어가려면 ‘종교’가 아니라 ‘전쟁의 속성’이 무엇인지를 알고 들어가야 한다. ●사회 우리 정부의 초기 대응 미숙과 위기관리 시스템의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 소장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테러단체 입장에서 보면 협박만 가지고 요구 사항을 관철시킬 수 있다면 절대 인질을 죽이지 않는다. 협박이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순간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협박이 효과를 거두려고 한다. 두 사람이 희생을 당했는데 정부가 노력했더라도 막기 어려웠다. ●이 교수 정부 대응은 신속했고 적극적이었다. 그것을 탈레반이 인정했기 때문에 그나마 희생을 줄였다. 다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정부가 관심 갖고 정비해야 할 게 있다. 사태 초기 아프간 정부의 채널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는 적대적 관계인데 그쪽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었겠는가. 아프간 정부 채널이 벽에 부딪치자 민간단체와 이슬람 단체의 영향력을 활용하기 시작했는데, 그들과의 인적 교류 네트워크를 갖지 못한 정부로선 한계가 명확했다. 무엇보다 현지 전문가가 없었다. ●김 소장 이번 사건이나 김선일 사건에서 느낀 것은 우리 정부 관료들이 현지 한국인에 대한 세심한 관심보다는 미국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국가와 관료들이 노력해도 쉽게 안 풀리는 문제들이 있다. 이럴 때 현지에 정착한 한국의 NGO나 기독교 활동가들이 현지인과의 교류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된다. 문제는 기독교 선교사나 NGO 활동가들이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파고 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 소장 그동안 우리 정부의 외교가 미국과 일본,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은 지적돼야 한다. 중동과 제3세계에 대한 관심을 갖는 데는 지나치게 인색했다. 중동 등 지역 전문가들을 특별 관리하는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에도 김선일 사건 당시처럼 정부가 부족장들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결과적으로 안이한 접근이었다. 지금까지 탈레반을 인정한 국가가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3개국뿐이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부족장 채널보다는 탈레반을 인정하고 자금을 대준 주변국가들을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야 했다. ●김 소장 전문가가 없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지에서 활동하는 민간인들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문제는 이번에 정부가 현지 NGO 활동가 철수와 선교활동 금지를 약속함으로써 현지에서 활동하는 건강한 민간 활동가들의 활동 여지마저 없애버린 점이다. 환부를 도려내려다 건강한 부위까지 다치게 만든 셈이다. ●사회 이번 사태가 해외파병 문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 소장 정치권 일부에서도 철군만 하면 한국인 테러 문제가 없어진다고 하는데 순진한 생각이다. 테러 피해를 입은 190여개 나라 가운데 해외 파병 국가가 얼마나 되나. 이번 피랍사건도 파병은 하나의 원인일 뿐 전부는 아니다. 사실 아프간과 이라크 모두 유엔 결의에 따라 군대를 보냈다. 세계 12위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방안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이 교수 개인적으로 해외 파병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테러가 파병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다만 우리처럼 미국과의 특수관계 때문에 파병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도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중요한 것은 파병 대상국의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그들에게 우리의 파병 목적을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데, 우리가 아무리 비전투부대, 재건지원부대라고 해도 그들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파병지와 주변국 정세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장병들의 안전만이 최선은 아니다. 군대를 보낼 때는 어차피 희생을 각오하고 보내는 것인데 그럴 바엔 국제정세를 고려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 점에서 이라크 자이툰부대가 쿠르드 지역으로 간 것은 실책이다. 실익을 챙기려고 했으면 정권을 쥔 시아파 지역으로 갔어야 했다. 또 어차피 보낼 수밖에 없다면 주먹구구식으로 부대를 편성해 보낼 게 아니라 상설적인 파병부대를 조직해 유엔의 요구시 병력을 보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김 소장 국가가 국익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많다. 하지만 군대를 분쟁지역에 보내는 것은 마지막 선택이어야 한다. 국제 평화를 위한 노력은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도 할 수 있다. 이번 피랍 사태에서도 드러나듯 현지에서 활동하는 민간 활동가들에게 자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는 것은 굉장한 위축 요인이다. ●최 소장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함으로써 국익의 규모도 커진다. 물론 현지인들에 대한 설득 작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민사작전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회 40여일에 걸친 대규모 피랍사태에서 얻을 교훈은 무엇일까. ●최 소장 테러가 우리와 무관한 남의 나라 일이 아니란 점을 실감하게 된 점이다. 이런 점에서 국가 차원의 대테러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새로운 방향 설정이 필요한 때다. 연간 해외 출국자가 1100만명에 달하는 시대다. 그만큼 외국에서 테러에 노출될 개연성이 높아진 셈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 못지않게 개인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하는 게 필요하다. 해외 여행자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나 교육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 교수 우리 국민들은 이슬람 문화권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한다. 정교일치 문제도 시간이 지날수록 대단히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깊은 연구가 없으면 이해가 불가능하다. 국내에 아랍어를 하는 사람이 수십명이나 되지만 그들의 종교·문화·법에 대해 아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문제는 개인들이 노력해 연구하고 학위를 받아도 취업이나 진급이 어렵다는 점이다. 장기적 안목에서 지역 전문가들을 육성하는 시스템을 시급히 갖춰야 한다. ●김 소장 국제정치가 갖고 있는 반(反)생명적인 속성이 여지없이 폭로됐다. 한국 정부는 물론 한국 기독교와 시민사회의 폭력적 에토스가 생생하게 드러났다. 이 모든 행태들의 뿌리엔 성공·성과 지향적 사고 방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같은 일상화된 폭력·공격지향적 속성들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정리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유시춘씨 이해찬 캠프행 왜?

    유시춘씨 이해찬 캠프행 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친누나인 유시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최근 범여권 대선주자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캠프에 홍보위원장으로 합류한 것으로 19일 밝혀졌다. 유 전 상임위원의 ‘이해찬 캠프행’은 이 전 총리의 부탁과 유 전 장관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이루어졌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이 전 총리와 유 전 장관의 정치적 우정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친노 후보의 지지율 제고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하는 기류도 있다. 유 전 상임위원은 동생인 유 전 장관, 자유 기고가인 유시주씨와 함께 이 전 총리의 정치 철학을 담은 책을 쓰기로 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출마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유 전 장관의 최측근 인사가 이 전 총리의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게 되자 일각에서는 유 전 장관이 대선 출마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유 전 상임위원은 “(이 전 총리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25년간 맺어온 인연 때문”이라면서 “유 전 장관이 출마해도 이 전 총리 캠프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상임위원은 6월항쟁 20주년 기념사업회 공동집행위원장을 맡는 등 재야의 홍보전문 일꾼으로 손꼽힌다. 유 전 상임위원과 이 전 총리는 1984년 유 전 장관이 ‘서울대 프락치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함께 구명운동을 벌이며 인연을 맺었다. 이후 두 사람은 민가협과 민통련,6월항쟁 국본 지도부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동지였다. 1987년 대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판적 지지운동과 평민연 활동을 거치며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도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유 전 상임위원의 선택은 범여권의 대통합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정국에서 친노 후보의 대표주자인 이 전 총리의 지지도가 ‘뜨지’ 않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통합신당에 친노 진영이 결합하더라도 정국 주도력을 갖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유 전 장관으로서는 출마 이후 예상되는 비노 진영의 집중 공격에 이 전 총리가 완충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친노 진영의 전략적 배치로 해석되는 배경이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동영상] KBS뉴스 방송사고… “거침없는 반말킥?”

    [동영상] KBS뉴스 방송사고… “거침없는 반말킥?”

    2일 낮 12시 KBS 1TV에서 방영된 ’뉴스 12’의 방송사고가 인터넷을 강타하고 있다.뉴스진행 도중 대전 KBS 뉴스 진행자의 물음에 취재기자가 “왜”,“몰라” 등의 반말로 대답하는 황당한 방송사고가 일어난것.이 사고가 알려지자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순식간에 검색어 순위 상위에 랭크되며네티즌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네티즌들은 “진짜? 이거 합성 아니에요?”,“대박이다.엄청 웃었다.”,“무슨 사정일까 궁금하다.” 등 재미 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이번 사고는 개그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는 일”, “지금 보고 있는게 뉴스 맞나 하는 착각이 들었다.”등 비판적인 의견도 눈에 띄었다. 한편 해당 방송사고를 낸 김모 기자는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 경위에 대해 해명했다. 김씨는 “갑자기 휴대전화가 와서 급한 마음에 받았다.”며 “친구의 물음에 ‘왜’,‘몰라’라고 답했는데 그게 이정민앵커의 질문에 고스란히 대답한게 돼버렸다.”고 밝혔다. 나우뉴스 뉴스팀@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열린세상] 한번 진보는 영원한 진보?/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열린세상] 한번 진보는 영원한 진보?/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번 진보는 영원한 진보이고, 한번 보수 역시 영원한 보수인가. 그간 진보와 보수 세력의 집회와 시위에 관한 보도를 떠올려보자. 광화문에서 혹은 시청앞 광장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의 시위장면을 보면 항상 같은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 있다. 시위를 하는 이유가 국가보안법이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든 혹은 사학법이든 상관없이 항상 낯익은 얼굴들이 같은 편에 서 있고 그때그때 앞세운 현수막과 구호만이 달라질 뿐이다. 이러한 장면을 보면 한번 보수는 영원한 보수이고 한번 진보 또한 영원한 진보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찌하여 사안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의 진보는 환경에서도, 교육에서도 그리고 여성문제에서도 항상 진보이고, 보수 또한 모든 사안에서 동일하게 보수적 성향을 가질 수 있을까. 분명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모습은 아닌 듯싶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진보적 입장을 가진 사람이라도 환경이나 교육 문제에 관해서는 보수적 성향을 보일 수 있을 것이고, 거꾸로 정치적으로는 보수이지만 문화나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진보적 성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이렇게 지극히 상식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모든 갈등은 진보 대 보수라는 이분법적 도식으로 단순화해 있다. 진보와 보수는 모든 사안에서 항상 같은 줄에 서게 된다. 한번도 이 줄이 엉키거나 엇갈리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사회갈등에 대한 이분법적 이해방식은 권위주의 정권에서 비롯되었다.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는 정치문제뿐만 아니라 노동·여성·인권 등 모든 사안이 민주 대 반민주의 대결구도로 귀착되었다. 모든 사회문제의 근원이 권위주의 정권에서 비롯됐기에 이를 무너뜨리지 않고서는 어떤 문제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따라서 민주 대 반민주는 지극히 타당하고 정확한 인식의 틀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오늘날 우리사회의 모든 갈등을 보수 대 진보로 환원하는 인식구도는 올바른 것인가. 남북문제와 대미관계뿐만 아니라 환경, 교육, 문화, 여성, 인권 등 모든 사안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이분법적 틀 속에 담는 것이 과연 이성적인 행태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정치학 원론 첫 시간에 매번 강조하는 것이 사고의 유연성이다. 고교까지는 교과서 내용이 참이고 진리였으나 대학에서는 읽고 듣는 모든 것을 비판적 자세로 수용하여야 한다고 가르친다. 또 자신의 생각과 논리를 통해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이해하면서도, 나와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고 때로는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당부한다. 이러한 사고의 유연성이 밑받침이 될 때 비로소 사회현상에 대한 정확하고 폭넓은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화 20년을 겪으면서도 우리사회는 여전히 권위주의 정권 하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때의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이제는 진보 대 보수 대결로 바뀐 것이다.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양 집단간 대결이 여전히 사생결단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민주화세력에 권위주의 정권은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런데 진보와 보수 진영간의 대화와 타협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인가. 그러지 않을 것이다. 생각과 성향의 다름은 당연한 것이고 다양성 속에서 조화를 찾아 가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모든 사회현상을 진보와 보수의 틀로만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직된 사고 틀로서는 결코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영원한 해병’은 아름다운 자긍심이나 영원한 진보와 보수는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일 뿐이다. 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 “과대망상” “제발 조용히 계시는게…”

    “과대망상” “제발 조용히 계시는게…”

    “대통령의 정신 건강을 의심치 않을 수 없다.”(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 “제발 조용히 계시는 것이 도와주는 것”(민주당 유종필 대변인) ●열린우리 “평가는 국민 몫” 우회 비판 정치권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 발언에 대해 일제히 반발하며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열린우리당도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는 국민과 역사의 몫”이라며 우회 비판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3일 “(대통령은)자아도취와 과대망상의 나르시시즘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면서 “훌륭한 지도자는 국민에게 존경과 주목을 강요하지 않고 자신의 업적을 알아달라고 애원하지도 않는다.”고 꼬집었다. 나경원 대변인도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국민들은 노대통령이 대선 후나 퇴임 후 정치에 관여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만큼 ‘노무현 신당’ 참평포럼을 즉각 해체하라.”고 거들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현직 대통령이 친위부대 성격의 모임에 가서 4시간이 넘는 장시간의 연설을 한 것 자체만으로도 놀라울 따름”이라며 “몇날 며칠을 준비했는지 모르지만 그 정성과 열정을 생산적인 일에 쏟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깝다.”고 힐난했다. ●통합신당 “대통령 기준으로 모든것 재단” 중도개혁통합신당도 논평을 내고 “대통령이 자신의 인식과 기준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려는 태도야말로 독선적 사고”라면서 “대통령은 더 이상 정치에 개입하지 말고 민생경제 회복, 대졸 실업자들이 거리를 방황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는 현안에 전념해 주시길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서혜석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과유불급”이라면서 “참여정부의 성공을 위해선 국정 운영에 전념해야 할 때”라고 노 대통령의 자제를 촉구했다. 또 서 대변인은 “대선 등 향후 정치는 당의 몫”이라며 대통령의 정치 개입 움직임을 경계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김 전 의장은 “노 대통령이 범여권 통합에 대해 어떤 때는 대세를 따르겠다고 하고 어떤 때는 비판적 시각을 나타내는 등 일관성을 상실했다.”면서 “대세에 따르겠다고 하면 따르면 되지,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측은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고,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도 “대통합은 민주개혁평화세력의 절체절명 과제이자 대국민 약속”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친노 “대통령이 충분히 할 수 있는 행위” 친노 성향의 열린우리당 백원우 의원은 “대통령이 충분히 할 수 있는 행위”라면서 “미국은 현직 대통령이 자기당 후보를 위해 모금활동, 유세까지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맞춤형 교육통신]

    ●이주민과 함께 하는 다문화 축제(www.migrantsarirang.com) (사)다문화 열린사회가 다음달 3일 오전 10시∼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연다. 세계 각국의 축제와 명절, 민속놀이, 시장, 음식 등 세계 여행을 하듯 다양한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02)794-7961∼2●매체 활용 논술지도 전략과 수업사례 (사)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www.hanuribook.or.kr)가 수강생 40명을 다음달 1일까지 선착순 모집한다. 광고나 영화, 텔레비전 프로그램, 신문 등 매체에 대한 이해를 비롯해 대중 매체를 통해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는 효과적인 수업 방법 및 사례를 소개한다. 강의는 다음달 4일 오전 10시∼낮 12시30분. 수강료는 2만 5000원.(02)363-0111●진학사(www.jinhak.com) 2008학년도 대입 전형에 맞춰 고3 및 재수생을 위한 ‘모의지원 서비스’를 최근 선보였다. 대학별로 성적을 자동 산출해 지원자의 성적 분포를 바탕으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 희망 대학·학과의 합격 가능성을 가늠해 보는 가상체험 서비스다.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4) 효과적인 책 읽기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4) 효과적인 책 읽기

    이번에는 책 읽는 방법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효과적인 책읽기 전략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로빈슨(Francis P.Robinson) 의 SQ3R 방법입니다. 첫 단계는 훑어보기(Survey)입니다. 책을 읽기 위해 윤곽을 잡는 과정입니다. 이 때는 제목과 차례, 도표, 사진, 그래프 등을 살펴보고 도입부와 결론부를 읽습니다. 요즘은 각 장의 끝에 요약을 제공하는 책들도 많습니다. 요약이 있는 경우에는 훑어보기에서 요약부분도 읽어봅니다. 훑어보기는 대충 읽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보는 것을 함께 해야 하는 독서라는 작업에서 숲을 보는 작업을 먼저 하는 것입니다. 숲을 보는 일이 글 이해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음 글을 보면서 체험해 보기 바랍니다. 신문지가 잡지보다는 더 좋다. 길거리보다는 해변이나 들판이 더 낫다…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이것을 즐길 수 있다. 일단 성공하면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돌이나 나무에 고정시킬 수 있다. 만약, 어떤 것이 떨어져 나가면 두 번 다시는 할 수 없다. 무엇에 관해서 쓴 글인지 이해가 되시나요? 단어 하나하나를 이해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지만 암기나 이해는 잘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연날리기’라는 제목 하에서 읽어보십시오. 아하! 무슨 이야기인지 금방 알 수 있으며 동시에 기억의 양도 많아질 겁니다. 두 번째 단계는 질문하기(Question)입니다. 비판적 책읽기의 첫 단계이며 사고능력 향상에 큰 비중을 둔 단계입니다. 제목을 보고 어떤 느낌이나 생각이 드는가라는 단순 질문에서부터 보유지식을 동원한 어려운 질문까지 어떤 종류의 질문이라도 관계없습니다. 인간의 인지상태는 항상 평형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평형성은 어떤 지식구조에서 모르는 것이 없는 상태이며 의문점이 생기면 불균형 상태가 됩니다. 불균형 상태가 되면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동원해 불균형 상태를 해결하려고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의도적·비의도적으로 노력하며, 그 과정 중에 지식의 구조화와 명료화가 이루어집니다. 똑똑하지 못한 상태에서 현명한 상태로 변환되는 것이지요. 다음 단계는 읽기(Read)입니다. 세 개의 R 가운데 첫째 R입니다. 해당 책을 선택한 목적을 염두에 둔 채로 핵심어와 기능어를 찾아가며 읽습니다. 동시에 질문하기 단계에서 나온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읽습니다. 해당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정확하게 활용하기 위해 이탤릭체나 굵은 글씨, 색이 있는 글씨 등에 더욱 더 주의를 두고 읽습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개념들이며 책을 통해 습득해야 할 정보일 때 그런 장치를 사용하므로 놓치면 안 됩니다. 특히 그런 장치가 나온 단락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읽어야 하며 필요하면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읽기 후의 단계는 암송하기(Recite)입니다. 그냥 입으로 외우는 것으로 오해하는 부모님들이 많은 단계입니다. 단순히 외우는 단계가 아닙니다. 암송 단계에서는 앞 단계에서 얻은 정보를 기초로 하여 책을 보지 않고 자신의 말이나 글로 요약을 하거나 질문하기 단계에서 나왔던 질문에 답을 하는 단계입니다. 머릿속에만 있는 지식은 불완전한 경우가 많고 쉽게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머릿속 지식을 어떤 형태로든 표현하게 되면 표현하는 과정 중에 지식의 결정화가 이루어지며(잘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내가 이렇게 멋있게 말하다니’하며 놀란 경험은 누구나 하는 겁니다.) 기억창고에서 오랫동안 망각되지 않은 상태로 보존됩니다. 마지막 단계는 복습하기(Review)입니다. 암송하면서 만족하지 못했던 부분을 보충하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재점검하는 과정입니다. 복습하기 과정에서는 앞의 4단계를 반복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책읽기 전략을 단계별로 습득하였다면 이번에는 책 읽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책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다음 다섯 과정을 거치면서 읽는 것이 좋습니다. 맨 처음으로는 동일시를 하면서 읽습니다. 문학작품이라면 주인공이나 등장인물과 나를 일치시키며, 문학작품이 아닌 경우에는 나의 경험과 관련시켜가며 읽는 과정입니다. 둘째는 동일시과정을 거치면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다음 과정으로 이를 글이나 말로 표현합니다. 외적으로 표현하다 보면 다음 과정인 통찰이 옵니다.‘아하!’의 단계가 온다는 말이지요. 마지막 과정으로는 통찰과정을 통하여 얻어진 지식이나 느낌 등을 현실의 삶에 적용해 봅니다. 이외에도 독서는 글의 종류에 따라 어떻게 읽을 것인가가 달라집니다. 어떤 내용이나 대상을 설명한 글, 자신의 주장을 펴서 설득하는 글, 감정을 표현하여 느낌을 주는 글에 따라 읽는 방법이 달라져야 합니다. 설명문에서는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전후 관계를 연결지으며 읽어야 하며 정확하게 이해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논설문이나 광고문에서는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주장에 대한 타당한 근거가 제시되었는지 확인하며 필자의 주장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한 후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문학작품을 읽을 때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단어를 사전식으로 분석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읽어서 다양한 의미를 탐색해야 합니다. 고대의 도서관에는 ‘도서관’ 대신 ‘영혼을 치유하는 곳’이라는 현판이 달려 있었다고 합니다.21세기 지구촌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부자인 빌 게이츠는 현재의 자신을 키운 것은 어린 시절 살던 동네의 ‘작은 마을 도서관’이라고 했습니다. 영혼을 치유하며 성공을 가져오는 곳인 도서관은 책이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책은 책일 뿐입니다. 제대로 정확하게 읽어야만 성공과 치유 효과를 제공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 [월드이슈] 토니블레어 ‘제3의 길’ 10년 평가

    [월드이슈] 토니블레어 ‘제3의 길’ 10년 평가

    |파리 이종수특파원|블레어는 가도 ‘블레어리즘’은 남는다? 영국 언론들은 지난 10일 공식 사임 의사를 밝힌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10년’에 대해 이라크 파병으로 빛이 바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블레어리즘’이라고 불리는 그의 10년은 영국은 물론 유럽 대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노동당 개혁에서 시작해 영국, 잠자던 유럽 대륙을 깨운 블레어리즘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집중 분석해 봤다. “어떤 정권이든 실수를 하지만 ‘제3의 길’은 성공했다.” 토니 블레어가 선택한 ‘제3의 길’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 런던 정경대 교수는 지난 9일 프랑스 일간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단정했다. 이어 그는 “신노동당은 중도 좌파로서 사회적 정의와 경제번영을 결합시키는 개혁 프로젝트를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경제를 가장 중시한 모델” 블레어가 추진한 ‘제3의 길’은 시장 경제와 유럽의 전통적인 복지국가 모델을 결합한 것이다. 경제발전 없이는 어떤 이데올로기도 무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블레어리즘은 경제 특히 공공서비스 분야 확충에 주력했다. 공공분야의 투자를 대폭 늘려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45.4%까지 늘렸다. 그 결과 10년 동안 7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취업률을 75%대까지 끌어 올렸다. 특히 교육·보건 분야에서만 각각 30만,22만 40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JP모건 체이스 은행의 경제분석가 말콤 바는 “영국의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공공 서비스를 확충했다.”고 평가했다. 그 결과는 다양한 거시경제 수치에서 잘 드러난다.10년동안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그가 집권한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2.8%에 이르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전망치는 3.25%다. 또 블레어시대 출범 직후인 1998년에 7.5%였던 실업률도 10년동안 4∼5%대로 내렸다. 인플레이션율도 2.6%에서 지난해 2.2%로 내렸다.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율은 선진7개국(G7)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의 발전상은 프랑스와 견줘보면 극명해진다. 프랑스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1%였다. 그나마 최근 들어 나아진 것이다. 실업률도 8.3%에 이른다. ●‘잠자던 유럽’을 깨우다 블레어가 주창한 ‘제3의 길’은 프랑스와 독일 등 ‘낡은 대륙’ 유럽을 흔들었다. 그의 등장 이후 시장경제 혹은 영국과 미국식 발전 모델을 추진하려는 국가들이 늘어났다. EU 순회의장국인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미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새 대통령도 후보시절 공공연하게 ‘영·미식 발전 모델’을 주창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측도 “사회당이 지향할 성공모델은 블레어 총리가 이끈 노동당의 변화과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블레어는 또 유럽 통합에도 역동성을 불어넣었다. 그는 “유럽연합(EU)은 영국의 미래와 불가분의 관계”라고 주장하면서 2005년 크로아티아와 터키의 EU 가입 협상을 추진하는 등 유럽 통합에 박차를 가했다. 나아가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집행위원장과 함께 EU의 주축이던 프랑스와 독일을 변방으로 몰아내면서 대륙 통합과 시장경제 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일 사민당의 유럽의회 의원인 엘마르 브로크는 “블레어는 유로존 가입과 EU헌법 채택에 주저했지만 유럽통합에는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vielee@seoul.co.kr ■ 교육·빈곤퇴치 등 ‘삶의 질’ 대폭 개선 |파리 이종수특파원|블레어리즘 10년은 영국 사회의 여러 분야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블레어가 비록 ‘이라크 파병’이라는 암초를 만나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국내 분야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10년 사이에 영국 국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로 공공 서비스를 꼽은 뒤 구체적으로 ▲교육 ▲보건 ▲빈곤퇴치 분야에서 삶의 질이 대폭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공교육 강화…아동문맹률 41%→21%로 이에 따르면 블레어가 비중을 둔 ‘빈곤과의 싸움’은 두가지 축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세금공제 정책 등으로 53%의 빈곤층이 혜택을 봤다. 또 세제시스템 개혁으로 어린이 3명 가운데 1명꼴이었던 빈곤 아동이 현재 60만명 이하로 줄었다. 다른 축은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지원 확대다. 특히 ‘슈어 스타트’(빈곤 아동 구제정책)을 내걸고 3500여곳의 아동센터를 중심으로 아동 보육·건강·조기교육에 박차를 가했다. 22만여명의 인력을 늘려 공교육 강화에 나섰다. 급식여건 개선, 스포츠·문화 활동 등 방과후 수업 강화로 사립학교 의존율이 낮아졌다. 읽고 쓰기, 간단한 계산을 할 수 있는 아동 비율도 59%에서 79%로 늘어났다. 병원·학교 환경도 크게 나아졌다.10년 전에는 환자나 학생들은 지붕이 낡은 건물, 심지어 2차대전때 지은 건물에서 진료를 받거나 수업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새 건물로 단장됐다. ●보건환경등 공공서비스도 눈부신 발전 이에 힘입어 국민들이 체감하는 공공서비스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공립 병원에 30만여명의 고용을 늘리면서 보건환경을 대폭 개선했다. 통계에 따르면 10년 전에는 공립 병원에서 한번 수술을 받으려면 6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국민이 28만 3800여명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199명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사립병원을 찾는 횟수도 줄어들고 사보험 가입 비율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암·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도 크게 줄었다. 부수적으로 공무원의 위상과 처우도 많이 나아졌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민 70% 이상이 교사를 지망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또 노동시간 유연화, 유급 출산휴직제 등으로 여성 근로조건도 대폭 개선됐다. 블레어가 도입한 최저임금제의 혜택도 대부분 여성에게 돌아갔다. 이밖에 19세기 수준의 철도 사고 비율도 획기적으로 나아졌다는 분석이다. vielee@seoul.co.kr ■ ‘포스트 블레어’ 경제기조 안바뀔듯 |파리 이종수특파원|토니 블레어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은 사람이 후임 총리로 유력한 고든 브라운(57) 재무장관이다. 그가 다음달 24일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수로 선출돼 총리가 될 경우 어떤 점에서 블레어리즘과 만나고 어디에서 갈라질지 주목된다. 현재까지 나온 유럽 언론의 전망을 종합하면 전반적으로 ‘브라운 시대’는 블레어리즘의 연장선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주된 이유는 그가 블레어의 ‘정치적 동지’로서 블레어리즘을 자리잡게 만든 주역이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잉글랜드 은행 독립이다. 그는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경제 논리에 맞게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잉글랜드 은행을 밀어붙였다. 경제정책에 이어 외교정책도 블레어 시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브라운은 최근 좌파인 파비앙 소사이어트가 마련한 정견 발표장에서 “미국과 유럽의 가교 역할을 한 블레어 총리의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약간 비판적이던 이전 입장에서 한걸음 물러나 “자유와 기회균등, 특히 개인의 자유라는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항상 강력하면서도 특별한 관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블레어의 지지율 추락을 가져온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도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데다 지금도 이라크 정부와 국민이 주둔을 원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영국 주둔군을 철수하면 ‘잘못된 행동’”이라고 밝혀 블레어와 비슷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방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 핵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적 협력과 조율을 통해 풀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다국간 공동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북아일랜드식 해법’을 내놓았다. 두 국가를 모두 인정하면서 경제개발 지원을 통해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복안이다. vielee@seoul.co.kr
  • ‘장미일 앵커 방송사고’ 중국서 인기 폭발

    ‘장미일 앵커 방송사고’ 중국서 인기 폭발

    지난 12일 아침 ‘MBC 뉴스투데이’ 진행 도중 웃음을 참지 못해 방송 사고를 낸 장미일 앵커가 중국 언론 및 포털사이트에서 한류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영상 내용이 중국 주요언론에 일제히 보도되자 포털사이트 ‘163.com’ 에서는 실시간 검색 순위 3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또 각 포털사이트 마다 수백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장미일 앵커는 ‘장나라’ 못지 않은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동영상을 본 중국 네티즌의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인 편. 아이디 ‘125.234.*.*’는 “웃으면 10년은 젊어진다. 어쩌다 한 번 웃어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면 안될게 뭐가 있어?”라고 적었다. 또 ‘222.188.*.*’는 “정상적이다. 사람얼굴은 철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뉴스 앵커는 그 나라를 대표한다. 앵커 바꿔라. (221.216.*.*’)”, “사람이 실수를 할 수 있지만 뉴스 앵커는 안된다.”(222.171.*.*)등의 비판적인 의견도 있었다. 또 “남자 앵커가 분명 발로 집적거린 것”, “여성 앵커 실수에도 무표정인 남자 앵커다 더 웃긴다.” 등의 재미있는 리플도 있었다. 사진=차이나뉴스 홈페이지 캡쳐 나우뉴스 신청미 기자 qingme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길섶에서] 마음 속 그림/최태환 수석논설위원

    미술시장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언론이 호들갑이다. 아는 이가 그림 한 점 사고 싶다고 했다. 어떤 그림이 좋을지 묻는다. 난감하다. 어쭙잖은 애호가지만, 사고 파는 데 백치이긴 마찬가지다. 느낌이 닿는 그림을 고르라고 권했다.‘더불어 대화할 수 있으면’ 좋은 그림이다. 그래야 두고두고 정이 간다. 이내 싫증나는 그림도 있다. 별 도움 안 되는 조언이다. 프랑스에서 활동중인 S화백 생각이 난다. 독학의 아방가르드였다. 학파 출신들과 갈등이 컸던 모양이다. 그는 뒤늦게 대학에 갔다. 서울대를 졸업했다. 하지만 여전히 화단에 비판적이었다. 그림 시장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유명 작가 중심의 호당가격제를 비난했다. 비판적이었던 만큼, 화단으로부터 배척을 받았다. 외톨이였다. 그는 그림 값을 고집하지 않았다. 그러다 파리로 떠났다.5년전쯤이다. 탈출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의 화실이 떠오른다. 냉장고 앞 유화가 눈에 들어왔다. 빨강과 검정의 강렬한 비구상이었다. 그가 떠나기 전 구입했다. 빵값에 보탬이 됐을까. 그림은 서재에 뒀다. 지금도 친숙하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옴부즈맨 칼럼] ‘폭로성 논조’ 신중해야/남재일 한국언론재단 상임연구위원

    지난주 한 통신사의 수습기자가 선배에게 폭행당한 일이 있었다. 이에 몇몇 매체가 이례적으로 수습기자 교육문제를 비판적 논조로 다루었다. 주로 경찰기자 내부의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교육방식을 지적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언론 내부에서 수습교육의 방식에 대한 개선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서는 수습교육의 방식이 아닌 내용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경찰출입 기자는 사건사고로 기사의 기초를 배운다. 더러는 각종 비리에 대한 폭로기사도 쓴다. 요즘은 사회현상을 해석하는 기획기사가 강조되는 추세다. 기사유형은 다양한데, 사건사고를 통해 최초의 학습을 하기 때문인지 모든 유형의 기사에 사건기사의 어조와 서술방식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경찰기자 기획기사를 보자. 일단 기사의 주제가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어떤 현상이 있다.”는 주장의 형태를 띤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있다’에 무게 중심이 있다는 것, 즉 사회적 현상을 사건이 발생한 것처럼 간주하고 들어간다. 그래서 이 현상의 발생 자체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한 논리적 절차가 된다. 이 입증 과정은 주로 사례와 통계수치, 혹은 관련자 및 전문가 인용의 접합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실태’부분이 완성되면 다음은 ‘원인’과 ‘대안’이 덧붙여지는데 주로 한, 두 명의 전문가 인용을 갖다 붙인다. 기사의 논조는 대상화한 사회현상을 범죄자처럼 질타하는 폭로성 기사의 논조를 띤다. 지난 10일자 사회면 톱기사 “교환학생 ‘열풍’ 알고 보니 ‘허풍’”은 교환학생 수가 폭증하는데 별 내실이 없다는 내용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한 논거로 연세대와 이화여대의 2005년과 2006년 사이 교환학생 증가율, 교환학생 체험자 5명의 인터뷰 내용이 인용됐다. 그리고 대안으로 연세대 국제처장의 말 한마디가 제시돼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이 기사는 교환학생 증가를 내실없는 열풍으로 간주하는 폭로성 기사의 성격을 띤다. 하지만 처음부터 교환학생 경험은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이 기사는 그중 손해 본 5명을 전체화해서 교환학생 증가현상을 범죄처럼 폭로하고 있다. 기사가 제시한 증가율은 열풍도 아니고, 기사가 제시한 5명의 경험은 전체를 허풍으로 몰아붙일 만한 논거가 못 된다. 경찰기자 기획기사에는 이런 과장이 자주 있다. 이는 경찰기자 기획기사의 구조적 문제인데, 과장이 나타나는 과정을 도식적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폭로는 그 대상이 매우 ‘명징한 악’일 때 쉽고 효과적이다. 하지만 ‘현상’은 사건처럼 명료하지 않다. 현상은 그 자체가 구성적이고 가설적인 것이다. 그래서 현상을 폭로의 대상으로 간주하게 되면 명료하지 않는 현상을 명료화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교환학생 열풍 알고 보니 허풍”으로 기사 주제를 잡으면 열풍과 허풍에 대한 입증 부담을 지게 되고, 이 입증을 매우 제한된 사례로 행하다 보니 표현상의 과장이 유발되기 쉽다. 11일자 사회면 “성폭력 가해자 24%가 14세 미만, 애들 장난이라고요?”의 경우 피해사례 2개,3개 기관의 관련 통계,3명의 관계자 및 전문가 인터뷰로 구성돼 있다. 경찰기자 기획기사로 무난한 구성이지만, 이 역시 제목부터 폭로기사의 논조로 과장돼 있다. 이런 폭로성 논조는 기사의 어조는 세지만 사회적 반향은 크지 않다. 폭로는 원인제공자의 소거로 사태가 해결되는 단발성 사건일 때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아동성범죄 증가는 복합적 요인의 결과이고, 교환학생은 사실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다. 어쨌거나 경찰기자 기획기사의 ‘가해자 공격’ 접근방식을 보완하는 새로운 시도가 모색돼야 할 것 같다. 미국 피처스토리에 자주 나타나는 ‘피해자 해석’ 접근방식과 피해자든 가해자든 드라마틱한 하나의 사례를 자세히 풀어나가면서 차분하게 문제제기를 하는 ‘개인화’의 전략이 참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남재일 한국언론재단 상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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