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주차장도 공연장
13일부터 17일 동안 홍대 앞 거리를 나들이하려면 보물지도 한 장을 가져가야 할 것 같다. 곳곳에서 경계를 무너뜨린 보석 같은 예술 행사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지도가 없다면 제대로 챙겨보기 힘들 정도. 지도가 없어 길을 잃으면 또 어떠랴. 소풍가듯 거닐다가 예상치 못한 보물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할 터.
독립예술의 인큐베이터 서울프린지(fringe)페스티벌이 열린다. 올해로 12회째다. 1998년 독립예술제로 출발했다. 자유 참가 방식이라 격식이 없다. 그동안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실험과 신진예술가 발굴, 독립예술 창작 활성화와 지원에 큰 힘을 보탰다.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난 비주류 예술 축제에 15만명에 달하는 국내외 관객들이 함께했다니 위력이 대단하다.
250여개팀이 홍대 인근 40개 안팎의 실내외 공간에서 연극, 무용, 음악, 마임, 퍼포먼스, 설치 미술 등을 쏟아낸다. 지난해까지 ‘프린지 스트리트’로 사용되던 걷고 싶은 거리를 벗어나 공연장, 라이브클럽, 주차장, 지하철역, 놀이터 등으로 널리 퍼졌다는 게 올해 특징. 관람 가격은 공연당 5000~1만 5000원이지만 실내 행사일 때 이야기다. 포스트극장, 씨어터 제로, 소극장 예, 떼아뜨르 추, 성미산 마을극장 등 5개 정규 극장과 각종 라이브클럽, 카페, 갤러리 등에서 이뤄지는 실내공연예술제에는 150여개팀이 나와 200회가 넘는 공연을 펼칠 예정.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관광안내소 옆, 서교동 마을마당 등 거리를 무대 삼아 음악 공연이 주를 이루는 야외거리예술제는 몽땅 무료다. 노인정, 이주여성, 어린이공부방, 사회복지시설 등 문화예술 소외 계층을 위한 배달 공연도 있다. 태국 신체극 극단인 ‘비-플로어’의 공연 등 아시아 독립예술을 만날 수도 있다.
사회에 말걸기, 거리에 말걸기, 예술로 말걸기 등 말걸기가 주제인 올해 축제는 13일 오후 5시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홍대입구역과 놀이터 사이에서 노리단과 인디스트(축제 자원활동가)가 20대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테마로 펼치는 퍼레이드 형식의 개막식으로 출발을 알린다.
홈페이지(www.seoulfringefestival.net)에서 공부해가도 좋다. 홍대입구역과 관광안내소 옆에 마련된 홍보부스, 곳곳에 포진한 프린지 홍보맨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옛 서교동사무소 자리에 들어선 서교예술실험센터가 축제센터이자 쉼터로 운영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