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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부영前의장 사법처리 검토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비리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박상길)는 2일 열린우리당 이부영 전 의장을 소환 조사한 뒤 밤늦게 돌려보냈다. 검찰은 이 전 의장을 상대로 2002년 8월쯤 한화측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았는지를 집중 조사했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의장은 이날 조사후 귀가하면서 “(수사내용은)그동안 내가 했던 말에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생명 인수 당시 한나라당 비주류인데다 통일외교통상위 소속이어서 로비 대상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또 한화 임원에게 채권 3000만원을 받아 음식점을 개업했다는 비서관 C씨와 관련,“당시엔 전혀 몰랐고, 최근 전해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의장이 대생 인수에 개입했다고 증명하기 어려워 뇌물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 불구속 기소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러나 비서관 C씨가 보고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결론나면 이 전 의장을 사법처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한나라 “이대로 가면 250만표 진다”

    “이대로 가면 250만표차로 진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2일 내놓은 ‘2007년 승리를 위한 당 혁신방안 보고서’의 내용이다. “전멸”“패배주의”“근성 부족”“구심력 없다.”등 통렬한 자성이 담겨져 있다. 이런 가운데 3일 시작되는 연찬회는 박근혜 대표를 겨냥한 비주류의 공세로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보고서는 ‘위기의 한나라당’을 보여주는 6가지 징후를 들었다. 무엇보다 ▲당 지지층조차 귀족적이고 수구적인 정당으로 꼽고 있고 ▲전체 유권자 과반을 차지하는 20,30대의 33.2%가 한나라당을 절대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당과 보수는 이 사회의 소수일 뿐이라는 게 골자다.20대와 30대의 표심이 한나라당에 부정적이고, 인터넷 대응능력이 부족하며, 당 체질은 둔감하다는 지적도 포함됐다. 이를 밑바닥에 깔면서 전체적인 기류는 ‘희망’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중도 실용주의에 기반한 민생 정치로 내부를 혁신해야 한다.”는 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주된 처방이다. 보고서는 현 위기 상황에 대해 지도부만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대선에서 두번이나 실패하고도 제대로 반성하지 못한 당 전체의 체질이 문제라고 짚었다. 이 때문에 ▲중도 실용주의에 기반한 민생정치 ▲반부패·탈기득권을 위한 내부혁신 ▲외연확대를 통한 전국정당화 ▲정책·디지털·도덕정당화 등을 이루면 대권 창출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소속 의원이 여름에는 농활을, 겨울에는 공활을 가도록 했고, 의원 세비를 재원으로 나눔펀드를 조성하고 의원 한명이 소년소녀 가장을 한명씩 후원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프로그램도 8가지 제시했다. 당의 이미지 쇄신 방법으로는 국가보안법 명칭을 변경하고 ‘한반도 선진공동체통일방안’을 제시하는 등 반(反) 통일정당 색채도 씻자고 제안했다. 반면 비주류로 손꼽히는 이재오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발전연과 수요모임 의원 13명이 모여서 의논한 결과 연찬회에서 함께 목소리를 낼 사안을 6가지로 압축했다.”며 ‘반박(朴) 행보’를 공식화했다. 모임에는 홍준표·김문수·박계동·배일도·이재웅·고진화·정병국·남경필·권오을·권영세·이성권·박형준 의원이 참석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이부영씨 한화서 수천만원 받은 단서 포착

    이부영씨 한화서 수천만원 받은 단서 포착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비리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박상길)는 이르면 다음주에 이부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을 소환, 한화 비자금을 받았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검찰은 대생 인수 과정에서 한화가 조성한 비자금 87억원의 행방을 추적,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9억원 중 수천만원이 2002년 말 채권으로 이 전 의장측에 건네진 단서를 포착했다.27일 구속수감된 김연배 한화증권 부회장도 채권 전달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의장은 이날 “김 부회장을 만난 적도 없고, 대생 인수 당시 정무위원회가 아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이라 영향력을 미칠 수 없었다.”면서 “야당 비주류인 내게 한화가 로비를 벌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이어 “한화 임원 이모씨가 언론사 후배여서 자주 의원실을 방문했다.”면서 “다만 비서진 중 한 사람이 음식점을 냈는데 그 임원한테서 채권 형태로 돈을 빌렸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장의 비서 J씨는 “한화에서 1000만원짜리 채권 3장을 받았다.”면서 “검찰이 부르면 가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한나라 각 계파 “黨혁신” 비판 목소리 커져

    한나라 각 계파 “黨혁신” 비판 목소리 커져

    한나라당 김무성 사무총장의 취임 일성은 “당이 왁자지끌해야 한다.”였다.‘적전 분열’을 지나치게 의식해 당내 이견을 쉬쉬해 온데서 벗어나, 격론 속에 당이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 언급이 신호탄이 된 듯 최근 중도성향의 국민생각을 비롯해 개혁소장파 의원들의 수요모임 등 각 계파들이 잇따라 지도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나섰다. 공동의 타깃은 지난해 말 4대 법안을 놓고 박근혜 대표가 보인 강경·보수화 행보. 이런 비판은 새달 3일 충북 제천에서 열릴 연찬회에서 당명 개정, 당 혁신 방안 등을 놓고 더 번질 전망이다. 이들의 다원화된 주장이 ‘생산성의 보(褓)’에 담길 지, 당 울타리마저 무너뜨릴 ‘혼돈’으로 치달을지 주목된다. ●모임 정체성 강화하면서 결속 다져 한나라당 주요 계파는 의원 39명이 소속돼 당내 최대 모임인 국민생각을 비롯해 비주류 의원들의 국가발전연구회와 수요모임, 보수 성향의 자유포럼, 재선의 당직자 중심의 푸른정책연구모임 등 5개. 이들은 그동안 ‘당중당’ 개념이 아닌 인적 네트워크 중심으로 만난 ‘공부 모임’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구체적 정체성을 확보하려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대미 외교관계 발전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수요모임 소속 의원 12명은 현지에서 박 대표의 보수·강경화 회귀를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이달 말 귀국, 지도부에 대한 요구를 공식 표명할 예정이다. 국민생각도 지난 17일 제주 합숙토론을 통해 박 대표에 대해 ‘지지’보다는 ‘비판’쪽으로 ‘반클릭’이동하면서 온건파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중도·중간세력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폭넓은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의 보수·강경화가 주된 타깃 이에 앞서 푸른정책연구모임도 지난 7∼8일 워크숍을 갖고 지도부의 유연성 부족을 지적했다. 한 소속 의원은 “당직자가 많아 그동안 관망했지만 이제는 사안에 따라 비판과 견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발전연구회는 여전히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새달 초 ‘장보고 프로젝트’ 등 독자적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자유포럼은 박 대표 지지에 가깝지만 지도자로서의 콘텐츠를 더 보강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표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구체적 언급 없이 관망하고 있다. 다만 김 사무총장과 유승민 대표비서실장이 ‘전방위 접촉’으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주로 계파간 조정·중재 역할을 맡고 있다. 유 비서실장은 박 대표와 의원간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도록 가교 노릇에 주력하고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민주 경선 2파전 대세론 한화갑 vs 변화론 김상현

    민주당 당권을 놓고 한화갑 전 대표와 김상현 전 의원이 맞붙게 됐다. 김 전 의원은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철저한 자기반성을 전제로 위기의 민주당을 구하기 위해 대표경선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면서 다음달 3일 열리는 전당대회 대표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얼마 전까진 다자대결설이 나돌았다.17대 총선에서 낙선한 과거 지도부들을 중심으로 출마설이 솔솔 나왔다. 그러나 한 전 대표의 ‘막강 파워’를 의식한 이들은 ‘각개전투’를 포기하고 ‘반(反) 한화갑’ 세력을 만들었다. 그 중심에 김 전 의원을 세웠다. 이정일 의원과 장재식 전 사무총장, 김충조 전 당중앙위원회 의장, 김경재 전 연수원장, 강운태 전 의원 등이 ‘반 한화갑’쪽에 섰다.‘신세대 기수론’을 내세웠던 김영환 전 과학기술 장관이 출마 뜻을 접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김 전 의원은 40년 정치인생에서 첫 당권쟁취의 기회와 ‘비주류’ 꼬리표를 뗄 기회를 동시에 맞았다. 김 전 의원은 26일 한 전 대표가 미국에서 돌아오면 전당대회를 4월로 연기하는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중도파 중심 ‘朴 친정체제’ 강화

    중도파 중심 ‘朴 친정체제’ 강화

    ‘중도 실용주의 노선과 집안 단속’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1일 단행한 대규모 당직개편의 성격을 요약할 수 있는 말이다. 박 대표의 ‘2기 체제’는 당의 이미지를 ‘정책 정당’으로 쇄신하고 이를 위해 중도파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내 계파간 갈등도 중재할 전망이다. 먼저 박세일 여의도연구소장을 정책위의장으로 내정한 것은 박 대표가 정체성과 이념경쟁에 비중을 둔 1기 체제에서 벗어나 실용주의적 정책 대결로 선회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박 대표는 이날 “정책 정당으로 가기 위한 체제 정비”라면서 “국민들은 정당이 정책으로 경쟁하기를 원하기에 정책 정비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박세일 내정자도 기자간담회에서 “민생·교육 등 경제난이 심각한 상태에서 여권의 책임만을 묻는 게 아니라 ‘협력적 정책 파트너’ 관계를 정립할 것”이라고 밝혀 한나라당의 정책 방향의 청사진을 보여주었다. ●중도 실용노선 표방 정책정당 지향 이런 맥락에서 당내 정책통인 박재완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제3정조위원장으로 포진시킨 것을 비롯, 경제전문가 이혜훈 제4정조위원장, 교육전문가 이주호 제5정조위원장 등 분야별 정책통들로 정책위의장단을 구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무성 사무총장 기용은 그의 통합 중재력과 당 살림 관리능력을 높이 샀다는 관측이다. 당내 다양한 계파의 목소리를 중재하면서 박 대표를 중심으로 구심점을 높이기에 김 신임 총장 특유의 친화력이 적절하다는 차원이다. 김 사무총장도 이날 “당내 세대간, 제 세력간에 중간에 서서 사심없이 정권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혀 세대와 계파를 아우르는 징검다리 역할을 자임했다. 또 취임 일성으로 “가능한 한 여의도 가까이 가도록 하겠다.”며 당사 이전을 공식 거론했다. ●비주류·소장파 반발 무마도 숙제 신임 비서실장으로 현안마다 순발력 있는 전략적 대응을 해온 유승민 의원이 기용됨으로써 비서실의 실질적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진영 전 실장의 ‘그림자 수행’ 스타일에서 벗어나 시의적절한 대응책 마련 등 정무 기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이해된다. 당 관계자는 “박 대표는 정책위의장단을 중심으로 한 정책 경쟁과 유 실장의 정무 능력을 겸비, 앞으로 보폭을 대폭 넓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향후 가시화될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 등과의 대권 경쟁에 대비, 대권 후보로서의 콘텐츠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인선에서 제외된 비주류 그룹과 중진 의원들의 불만을 안고 가게 됐다. 한 소장파 의원은 “개개인에 대한 불만은 없지만 친위체제 구축 성격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비주류의 김용갑 의원은 “박근혜 대표의 치마폭이 보이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질책하는 목소리에 더 귀를 열고 그들까지 치마폭에 싸안는 진정한 지도자로 변화하라.”고 ‘쓴소리’로 주문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아듀 2004 벽을 깬 마이너리티] 대마초 마약논쟁 제기 김부선

    [아듀 2004 벽을 깬 마이너리티] 대마초 마약논쟁 제기 김부선

    연기자의 생명이 끝날 수도 있었다. 주위에서는 모두 말렸다. 하지만 또다시 누군가가 모자이크 처리된 얼굴을 푹 숙인 채 여론 재판과 법의 처벌을 받고, 평생을 ‘마약쟁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겨 살아야 하는 현실을 이제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배우 김부선(42)은 지난 10월 대마초를 마약으로 규정하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그 파장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지난 7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김씨가 구속 기소될 때만 해도 대부분은 “또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김씨에게, 근거는 몰라도 법적·관례적으로 ‘대마초=마약’이라는 인식을 가져왔던 국민의 다수는 ‘반성하고 조용히 지내라.’는 묵시적 합의를 보냈다. 사실 미혼모로 밑바닥을 전전했던 김씨의 삶은 비주류의 연속이었다.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듯, 세상 물정 모르던 배우는 오랜 마이너리티의 삶 속에서 저항하는 정신을 배웠고, 더이상 참지 않았다. 물론 사회의 벽은 높았다. “과잉 처벌 금지의 원칙과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며 낸 위헌신청을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대마초 합법화 주장’으로 비약시켰고 “과거의 잘못에 대한 면죄부를 받으려 한다.”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지지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건 이달 초.‘대마합법화 및 문화적 권리 확대를 위한 문화예술인 모임’이 기자회견을 연 뒤, 연일 지상에서는 ‘마약이다. 아니다.’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수원지검은 재판 연기를 요청했다. 김씨는 요즘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위헌신청 지지 서명을 받느라 바쁘다.“평생을 범죄자 취급받는 수많은 젊은이들과 국민의 인권 문제”라면서 “기각되면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는 김씨. 그의 행동은, 소수의 목소리를 공론화시켰다는 점만으로도 우리사회의 큰 벽 하나를 넘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벽을 깬 마이너리티] 해외영화제 잇단수상 김기덕 감독

    [벽을 깬 마이너리티] 해외영화제 잇단수상 김기덕 감독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한 발자국 비켜나 세상의 다른 영상을 감싸 안았던 영화감독. 그래서 우리는 그를 ‘이단아’라 불렀지만, 세계 영화계는 오히려 그만의 독특한 영상 미학을 높이 샀다. 올 한해 베를린과 베니스영화제에서 각각 ‘사마리아’와 ‘빈집’으로 잇따라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44) 감독의 이름 석자는, 이제 아이로니컬하게도 어느 주류 상업영화 감독보다 널리 알려졌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장 등을 전전하다 파리로 떠나 3년 동안 그림을 그렸고, 귀국해 1996년 ‘악어’로 데뷔한 김 감독. 이같은 ‘숙명적인 비주류성’이 아마도 그의 작품이 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았는지 모른다. 잇따른 충격적 영상으로 평단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단골손님이 됐지만, 작품성에 대한 영화계의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선 이미지는 세계를 매혹시켰고 꾸준히 해외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았다.‘섬’(2000)과 ‘수취인불명’(2001)이 베니스영화제 본선에 진출하면서 국내에서도 그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고, 올해 감독상 수상으로 그의 위치는 더욱 공고해졌다. 그는 명실공히 해외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한 일등 공신이다. 하지만 그 유명세가 곧 한국에서의 주류 진입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는 여전히 독립적인 시스템으로,10억원 미만의 제작비를 갖고 영화를 찍는 ‘비주류 감독’이다. 그리고 흥행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빈집’(10월 개봉)이 전국관객 10만명에 그쳐 상심이 컸을까? “우리 사회는 소통이 불가능한, 대중성의 뻔한 공식만 살아 남는 사회다. 주류·비주류의 이분법으로 나를 가두는 시각이 지겹다.”는 그의 말이 범상치 않다. 그래도 자기 길을 걸어온 한 예술인의 영화가 세계와 소통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은 올해 문화계의 큰 수확이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되돌아 본 2004 문화] ① 출판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출판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2004년 출판계를 주도한 책들은 몇가지 뚜렷한 특징을 보였다. 먼저 소설시장을 중심으로 자기 상상력을 추구한 책들이 주목을 받았으며, 특히 역사적 사실성(fact)에 상상력(fiction)을 보탠 팩션(faction)류 작품이 각광을 받았다. 올해 종합 1,2위를 다툰 ‘다빈치 코드’(댄 브라운, 베텔스만)와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가 대표적인 작품으로, 독자들의 반응이 식지않는 것으로 보아 내년에도 이같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문적 실용서 확대와 땅테크 서적이 유행한 것도 눈길을 끈다. 올해 화제를 일으킨 인문서는 ‘미쳐야 미친다’(정민, 푸른역사),‘책문’(김영완, 소나무),‘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덕일 지음, 김영사) 등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책들은 주로 역사의 비주류, 또는 당시로선 톡톡 튀던 사회 부적응자들을 다루거나, 파격적인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별성, 차별성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역사서와 달리 마치 이야기를 듣듯 쉽게 읽힌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어필했다고 볼 수 있다. 경제·경영서중에선 ‘땅테크’ 관련 책들이 주목받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 등, 황금가지)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스펜서 존슨, 랜덤하우스중앙)와 같이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고 개인의 경제적 마인드를 제고하는 책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올해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책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집 없어도 땅은 사라’(김혜경, 국일미디어),‘한국의 땅부자들’(조성근, 한국경제신문)은 각각 10만부를 훌쩍 넘어섰으며, 땅테크를 다룬 책은 적어도 1만부는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한류바람의 덕도 톡톡히 보았다. 중국의 세계지식출판사는 ‘귀여니’(전9권)를 수입해 열풍을 일으켰으며,‘국화꽃 향기’(생각의 나무)도 중국에서 번역 출판돼 수십만부가 팔렸다.‘가을동화’‘엽기적인 그녀’와 같은 영상물을 모태로한 책도 물건이 없어 못팔 정도라고 한다. 타이완에서도 드라마 ‘대장금’의 원작소설이 베스트셀러 1위 행진을 계속하며 20만부 이상 판매됐으며, 일본에선 ‘욘사마’ 열풍 속에 ‘겨울연가’의 원작소설이 120만부 이상 팔렸다. 하지만 전체적 장기 불황속에 출판업계 또한 전반적으로 힘겨운 한해를 겪었다. 특히 매출액 10억 미만의 소형 출판사들의 어려움이 극심했다. 이들은 더구나 1000억원대의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는 랜덤하우스중앙이 조직확대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데다가 학습지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일부 출판기업들이 단행본 시장으로 진출,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어 앞으로 더욱 힘겨운 생존경쟁을 치러야 할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중앙M&B와 랜덤하우스가 합작해 출범한 랜덤하우스중앙을 비롯해 민음사, 김영사, 시공사, 웅진닷컴, 문학동네, 창비 등 매출 상위를 달리고 있는 출판사들은 작년에 비해 상당한 매출신장을 이룬 것으로 알려진다. 즉 전반적인 출판 불황 속에서도 출판사들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던 한해였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한나라 ‘참칭’삭제등 2개안 압축… 공표 시기 저울질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노동당 입당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도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마련, 공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12일 기자회견에서 “그 동안 TF팀에서 심도있게 논의해 결론을 맺을 단계에 이르렀다.”면서 “머지않아 안이 확정되면 의총을 거쳐 당론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내에선 당론 결정을 서두르지 말자는 여론도 있다. 장윤석 법률지원단장은 “여당이 건축물을 부수겠다고 나오는 마당에 맞서 싸우는 게 급하지 어떻게 고치는가는 나중 문제”라고 말했다. 그 동안 당 TF팀은 당내 모든 입장을 반영한 7개 개정안을 놓고 논의의 폭을 좁혀 왔다. 최근 소장파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과 비주류 모임인 국가발전연구회의 안을 합친 안과 보수성향의 자유포럼의 안 등 두가지로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모임’과 ‘발전연’안을 합친 안은 핵심쟁점인 국보법 2조 반국가단체 조항의 ‘정부참칭’ 문구를 ‘정부를 표방하면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단체’로 대체키로 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태도에 따라 반국가단체가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 또 테러단체의 위험성을 감안,2조에 테러단체 조항을 추가한 뒤 법이름도 ‘국가안전보장법’으로 바꾸기로 했다. 제7조 찬양고무죄 조항은 ‘선전선동죄’로 바꾸되 요건을 강화해 단순 찬양고무 행위는 처벌하지 않도록 했다. 한편 자유포럼안의 골자는 ‘정부참칭’ 문구는 유지하되 제10조 ‘불고지죄’를 삭제한 뒤 일부 조항의 구성요건을 강화하는 것이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도 무조건 버티지만 말고 13일 의총이라도 열어서 결정한 뒤 국보법 개정안을 빨리 내야 한다.”면서 “그 뒤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론이 결정되더라도 국보법 개정안을 당장 국회에 제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이 폐지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협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엔 박근혜 대표는 물론 당론을 조기 결정하자고 주장하는 의원들도 같은 의견이다. 논의구도를 ‘폐지 대 개정’이 아니라 ‘폐지 대 폐지반대’로 끌고가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日우익 ‘왜곡 총력전’] 日 “우익역사책 채택률 내년 10%로”

    [日우익 ‘왜곡 총력전’] 日 “우익역사책 채택률 내년 10%로”

    2001년 역사왜곡 논란을 빚었던 일본 후소샤(扶桑社) 역사교과서 검정이 2005년 4월로 바짝 다가왔다.‘이번에는 질 수 없다.’는 일본 우익과,‘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일본 내외의 학자·시민단체들간 대립이 팽팽하다. 이같은 대립을 반복하기보다 한·중·일 공동으로 교과서를 만들자는 대안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비주류의 목소리에 머물고 있다. 내년 첨예하게 불거질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를 짚는다. “일본 우익은 총력전, 한국은 지리멸렬….” 2005년 일본 역사교과서 검정을 앞둔 일본과 한국의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본 역사교과서 검정은 내년 4월 초부터 시작해 그달 말쯤 마무리된다. 교과서 내용이 공개되는 것은 각급 교육위원회가 선택하는 8월 초쯤에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물론 2001년 역사교과서 파동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후원하는 후쇼사 교과서도 포함된다.2001년 후소샤 교과서 채택률은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0.039%에 그쳤다. 그러나 내년에는 2001년과는 양상이 크게 다를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일본 우익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후소샤 교과서 채택률 10% 달성을 위한 일본 우익의 공세는 조용하게, 그러나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교과서가 일찍 공개되는 바람에 시민사회단체들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줘버렸다는 2001년의 경험에서 나온 전략이다. 그러나 내부의 응집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이번에 채택률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우선 내각 주요 인사들이 우익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지난 9월 단행된 고이즈미 총리 2기 내각에서 외무상으로 기용된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는 96년 문부상 때 위안부, 난징대학살 등에 대해 ‘지나치게 자학적’이라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당연히 새역모의 후원자다. 지난달 ‘역사교과서에 자학적 표현이 줄어 잘됐다.’고 발언했던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문부상 역시 대표적 우익인사다.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문부상은 묵인하고, 한·중 등 주변국 비판에 외무상은 방패막이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역사교과서 문제가 처음 터졌던 1982년 일본정부가 교과서 검정 기준에 ‘근린제국조항’(주변국들과의 친선관계를 배려하겠다는 조항)을 삽입했던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의회 차원의 물밑 지원도 만만치 않다. 지난 2월 새역모를 지지하는‘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에는 24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전체 720여명 의원 가운데 절반 가까이 참여한 것이다. 이들은 재계로부터 상당한 지원금을 받아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2001년의 분노를 잊은 채 아무런 대응책이 없다. 외려 내년은 ‘한·일 우정의 해 2005’로 정해져 있다.‘나가자 미래로 다같이 세계로’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다양한 문화행사를 준비 중이다.‘역사교과서 왜곡’이라는 이슈가 끼어들 여지가 없을 수도 있다. 뜻있는 시민단체나 전문 연구자, 역사 담당 교사 등을 중심으로 역사교과서 부교재 공동 제작 사업이나, 일본 지자체에 압력을 넣기 위해 자매결연을 맺은 한국 지자체가 해야 할 행동요령을 담은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 등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매년 20억원씩 책정되던 이런 활동에 대한 정부예산이 내년에는 14억원대로 줄었다. 애초 9억원대까지 깎였던 것을 생각하면 나아졌지만 그나마도 확정되지 않았다.‘전쟁’이 코앞인데 보급을 줄여버린 꼴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눈에 띄네~ 이 얼굴]‘포가튼’ 의 줄리언 무어

    할리우드에서 줄리언 무어(44)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올린 여배우도 드물다.‘파 프롬 헤븐’‘디 아워스’같은 작품성 높은 영화에서 ‘쥬라기공원2’‘한니발’등의 블록버스터, 그리고 ‘숏컷’‘위대한 레보스키’같은 비주류 영화까지 그녀의 행보는 거침없다. 얼마전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사랑에 빠지는 아주 특별한 법칙’에서는 피어스 브로스넌과 함께 엎치락뒤치락 사랑다툼을 벌이는 색다른 모습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영화 ‘포가튼’은 줄리언 무어가 지금까지 보여준 폭넓은 연기력의 집합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눈빛 하나에 담아내는 내면 연기와 기억을 강제로 빼앗으려는 집단에 맞서 온몸을 던지는 액션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녀의 카멜레온 같은 연기는 이 영화를 떠받치는 중심축이다. 보스턴대학 드라마스쿨에서 연기를 익힌 줄리언 무어는 90년 ‘어둠속으로부터의 이야기’에서 미라에 희생되는 단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후 ‘요람을 흔드는 손’‘도망자’‘베니와 준’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서서히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여느 할리우드 여배우들과 달리 까탈스럽지 않고, 어떤 배역이든 최선을 다하는 그녀에 대한 감독들의 신뢰도 남다르다.‘적과의 동침’을 연출했던 조셉 루벤 감독은 “액션 소리가 나면 당장에라도 지옥에 떨어질 수 있는 대단한 배우”라고 혀를 내두르는가 하면,‘애수’의 감독 닐 조던은 그녀를 감독에게 가장 이상적인 배우로 꼽았다. 언제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배우, 줄리안 무어. 그녀의 차기작이 늘 궁금한 이유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열린세상] 중도론/임춘웅 언론인

    근자 우리사회에 중도론이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사회를 양분시켜 왔던 좌와 우, 보수와 진보 같은 이념적 분화현상이 우리사회를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 속으로 몰아 넣었고 그 결과 사회파탄마저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러 그에 대한 반성과 대안으로 중도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도론의 토양은 비교적 비옥한 편이다.‘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극도의 혼돈 속에서 자기 모습을 찾아 내는 데는 그 소용돌이가 얼마간 잦아든 다음, 그러니까 해가 지고난 저녁 무렵에나 가능하듯이 피투성이 싸움에 쌍방이 지쳐 있을 무렵에서 중도를 생각하게 된 것일 것이다. 수구적인 좌파와 수구적 우파의 극복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달 23일 창립된 ‘자유주의 연대’가 그 하나이다. 일부 대학교수들도 비슷한 목적으로 내년초 ‘자유주의 교수 협의회’를 구성한다고 한다. 종교계에서는 ‘기독교 사회책임’이 있다. 노동계에서는 ‘대안 연대’가 재계와 노동계의 합리적 주장들을 함께 포용해 보겠다고 나섰다. 정계에서도 열린우리당의 ‘안정적 개혁을 위한 모임’(안개모), 한나라당의 ‘새정치 수요모임’이 그런 것들이다. 극단을 피해보자는 노력들이다. 그러나 중도가 이 나라의 갈등을 치유하고 사회통합적 기능을 과연 해낼 수 있을까.‘자유주의 연대’는 “이제 제2기 민주화 운동을 시작해야 하고 그 핵심은 자유화 운동”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주의’의 정체가 모호하다.‘시장의 인간화’라든지 ‘상생의 자유주의’라는 말도 선뜻 와 닿지 않는다. 중도론자들이 우리사회의 분열현상을 이념에서 원인을 찾으려 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동안 좌파, 우파 하며 수없는 논쟁을 해왔지만 그런 이념논쟁에 과연 실체가 있었는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좌와 우의 구분은 본시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정부의 개입정도, 복지예산의 비율, 세금정책 등이 그 기준이 되는데 그동안 있었던 좌우논쟁은 실체없이 수사만 난무했다. 다시 말하면 오늘의 사회 갈등은 상대를 서로간 좌와 우로 색칠한 가공의 싸움이었다.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 합의서’는 우파이고, 김대중 정부의 ‘6·15 공동성명’은 좌파이며, 박정희 정부가 도입한 고교평준화 정책이 노무현 정부에서 좌파로 비판을 받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를 아예 통제했던 때는 우파였고 아파트 분양가 일부 공개는 좌파적이라는 식이 이념논쟁의 실상인 것이다. 우리사회 갈등과 대립의 핵심은 주류와 비주류간의 밥그릇 싸움인 것이다. 건국이래 한국사회의 중심에 서 있었던 기득권 주류와 그동안 소외돼왔던 비주류간의 갈등이다. 비주류란 계층적 비주류, 지역적 비주류, 학문적·이념적 비주류가 혼합돼 있다. 이념적 비주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진단이 정확해야 해법도 나오는 법이다. 이런 현상을 덮어두고 이념적으로 접근하려 들면 중도가 상황을 헛짚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또 중도가 어느편에 서면 곤란하다.‘뉴 라이트’를 자처하는 사람들을 다른 편에서 ‘올드 라이트’와 뭐가 다르냐고 묻게 되면 이미 중도의 설 자리가 없어진다. 정치권내의 중도론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중도는 무엇보다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순수해야 한다.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중도가 하나의 세력화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밥그릇 싸움을 위해 이념을 빌려 쓰듯 중도가 세력화하자면 이념적 정체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 일 같지 않다. 기든스의 ‘제3의 길’도 좌우 양편에서 협공을 받고 있는 터에 실체도 없는 이념논쟁에서 중도이념이란 공허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은 오늘의 이념 갈등의 실체를 규명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무엇이 잘못돼 있는지를 밝히고 차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다고 중도의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도론은 오늘의 잘못된 현상에 대한 하나의 반성이고 모색이란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새 출발은 반듯한 자기성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인 때문이다. 임춘웅 언론인
  • [여의도 IN] 이재오의원, 박대표와 ‘화해’

    “우리는 하나다.” 평소 껄끄러운 관계로 꼽히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이재오 의원이 1일 ‘화해’했다. 이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서울 지역구 의원과 총선 출마자들이 송년모임을 가진 자리에서였다. 박 대표 바로 옆자리에 앉은 이 의원은 몇번씩 농담을 섞어가며 “제가 박 대표와 불편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는데, 오늘은 이렇게 옆에 앉지 않았느냐.”고 말한 뒤 “박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현안에 잘 대처한 것처럼 내년에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자.”고 건배를 제의했다. 건너편에 앉아 있던 이명박 서울시장도 “제 계열이라고 하는 이 의원을 오늘 ‘방출’했다. 당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으면 좋겠다.”고 덕담해 좌중이 배꼽을 잡기도 했다. 이 의원도 기자들에게 몇번씩이나 “오늘 제가 박 대표 옆에 앉았다. 최측근이다.”고 농을 건넸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 의원, 김문수 의원과 함께 ‘비주류 3인방’으로 거론됐던 홍준표 의원이 일어나서 “김문수는 예전에 ‘전향’했고, 저는 국가보안법 폐지 때문에 박 대표가 밥을 사줘서 ‘전향’했는데, 오늘은 이재오가 ‘전향’한다.”고 말해 웃음을 유도했다. 자리를 옮겨다니며 총선 낙선자들을 위로하던 박 대표도 “이재오 의원은 당 원내총무도 지냈고, 국회 경험도 많으니 우리가 앞으로 4대 입법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지혜를 주시라.”고 이 의원을 한껏 치켜세웠다. 이 의원 역시 “열심히 하겠다.”고 답해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해졌다고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길섶에서] 나는 주류인가/우득정 논설위원

    프랑스의 세계적 문호 프랑수아 보트렐은 ‘창작자는 다수의 의견에 따르지 않으려는 영원한 비주류’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래서 창작자는 지배세력에 대해 투쟁하려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배세력, 주류가 짜여진 틀을 강요하는 반면 창작자는 속성상 강요를 거부한다. 그래서 작가는 시대의 창살을 뚫고 끊임없이 새로운 출구를 만들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혹독한 군사독재시절에도 창작열을 불태웠던 K형이 요즘 들어 글쓰기가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부재와 결핍, 인간성 회복을 위한 저항이 갈수록 무뎌지고 있다는 게 변명이다. 외부의 ‘작용’이 줄어들어 ‘반작용’의 용수철이 약해진 게 아니라 난무하는 도그마 때문에 저항의 초점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비주류라는 영원한 좌표가 상실된 게 아닌가 하는 회의에 빠지게 된다고도 했다. 진보가 주류로, 보수가 비주류로 바뀌면서 혼란을 겪는 이는 비단 K형만이 아닌 것 같다. 필요 이상으로 목청을 높이고 있는 주변인물들도 따지고 보면 또 다른 K형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 보니 화음은 간 곳 없고 불협화음, 파열음뿐이다. 나는 주류인가, 비주류인가.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한나라 주류·비주류 ‘4대입법’ 또 파열음

    한나라당 주류와 비주류의 물밑 기(氣) 싸움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 이후 국회 등원 여부와 관련해 치열한 격론을 벌인 데 이어 열린우리당이 추진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입법’에 대한 대응방향을 놓고 또다시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르면 17일부터 정책의총을 잇달아 열어 여당이 추진하는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입법에 대한 당론 확정 작업에 착수한다. 그동안 4대 입법의 위헌 소지를 들어 입법철회를 주장해 왔으나 열린우리당이 이미 법안을 제출한 마당에 철회만을 주장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보다 구체적 반대 논리나 대안 모색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비주류 “대응 미숙땐 지도부 퇴진” 압박 비주류측은 지난주부터 잇따른 모임을 갖고 ‘4대 입법’ 관련 대응책을 모색하는 한편 4대 입법에 대한 당 지도부의 대응이 미숙할 경우 지도부 퇴진 등 불신임을 추진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비주류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의 홍준표 의원은 “당 지도부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라며 “4대 입법 처리를 앞두고 지도부의 리더십을 거론하는 것이 적전분열로 비쳐질까봐 더이상 문제삼지는 않겠지만 적절한 시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성향 의원모임인 ‘자유포럼’을 이끌고 있는 이방호 의원도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국정을 내팽개친 상황에서 야당이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는데 지난번 국회 파행과정에서 보여준 당 지도부의 리더십은 한마디로 기대 이하였다.”면서 “지도부가 4대 입법 처리과정에서도 우왕좌왕한다면 더이상 믿고 따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자유포럼은 최근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보수진영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공개적으로 관심을 표명하며 물밑 접촉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당내에선 “자유포럼의 지도부 비판은 딴살림을 차리기 위한 명분쌓기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주류 “지도부 흔들기는 해당행위” 반발 이에 대해 주류측에선 “국민 여론을 무시한 채 강경투쟁만 주문하고 있는데 결국 그렇게 해서 당이 얻는 것이 무엇이냐.”며 “비주류의 대책없는 지도부 흔들기는 선봉에 선 아군의 등에 총구를 들이대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비주류의 공세를 ‘해당 행위’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당 지도부와 주류측은 지난 주말 잇따른 모임을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등 긴장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와 관련, 김형오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당직자 10여명과 골프회동을 가지는 등 전에 없는 ‘스킨십’을 보여주고 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한나라, ‘사과’ 내용 싸고 격론

    한나라, ‘사과’ 내용 싸고 격론

    10일 한나라당 의원총회는 등원을 앞둔 막판 ‘통과의례’를 연상케 했다. 파행국회를 끝내기로 결론을 냈지만, 이해찬 총리에 대한 거친 성토와 함께 이 총리가 만족스럽지 못한 사과를 한데 대해 당지도부의 책임울 묻는 발언이 쏟아졌다. 박 대표는 이날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언론에 공개한 맺음말을 통해 “이 총리의 사과가 미흡하지만 국민 앞에 잘못됐다는 것을 사과하고 국회 안에서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면서 “국민을 보고 국회에 등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파행은 이 자리에 있는 어떤 사람도 원치 않았으며 하루하루 안타까웠고 한편으로는 국민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이었다.”며 대국민 사과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대다수 의원들은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불만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의총에서는 이해찬 총리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박진 의원은 “이 총리의 사과는 올바른 사과가 아니다. 야당과 비판 언론에 대한 사과가 아니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당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태의 본질적 원인제공자는 이 총리가 아니라, 헌정 질서를 파괴한 노무현 대통령에 있다.”며 노 대통령을 겨냥했다. 당 지도부의 전략 부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용갑·이방호·홍준표 의원 등 비주류 의원들은 “원내 전략 부재로 이번 파행사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김덕룡 원내대표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김 원내대표를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유승민 의원은 “이 총리의 혓바닥에 놀아나지 말자.”며 이 총리를 정면 비판하면서도 “그런 사람 때문에 당 지도부의 진퇴를 결정해서야 되겠느냐.”며 김 원내대표를 엄호했다. 파행 기간 중 당 지도부의 ‘강경 회귀’를 비판하며 ‘무조건 등원’을 주장했던 원희룡 최고위원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홍준표 의원은 “‘조용히 해.’ 의원 어디로 갔습니까?”라며 이날 중국으로 출국한 원 최고위원을 조롱하듯 몰아세웠고, 임인배 의원도 “최고위원이 술이나 먹고 다니면 되겠느냐.”고 가세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국보법 “현행 유지” “전면 폐지”

    국보법 “현행 유지” “전면 폐지”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과 관련,‘폐지 불가’ 입장만 내놓은 채 세부적인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아직 당론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내 의견이 워낙 제각각이다 보니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한 지 한달이 넘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TF팀에 속한 의원들의 성향만 보더라도 ‘현행 유지’를 주장해 온 김기춘·이방호 의원에서부터 ‘전면 폐지’를 외치는 고진화 의원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최근 열린 TF팀 회의에서 ‘정부 참칭’ 조항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지만 김기춘·홍준표·이방호 의원 등은 ‘현행 유지’, 김재원·주호영·나경원 의원 등은 ‘개정’, 김기헌·고진화 의원 등은 ‘삭제’를 주장하며 장시간 격론을 벌였으나 이견만 확인한 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TF팀은 당내 모든 의원들에게 국보법 관련 의견을 제시토록 하고, 이를 토대로 TF팀 회의를 거쳐 최종 입장을 내놓기로 했다. 그러나 최종 당론을 확정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내 보수파인 ‘자유포럼’과 개혁파인 ‘새정치수요모임’의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모임은 당론이 자신들의 주장과 다를 경우, 별도의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수도 있다며 TF팀과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자유포럼’은 9일 불고지죄 삭제를 골자로 한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마련, 조만간 TF팀에 제출키로 했다. 자유포럼 개정안은 현행 국보법 제2조의 ‘정부 참칭’ 조항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제10조의 불고지죄는 삭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밖에 찬양고무·잠입탈출·통신회합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조항에 대해선 가급적 현행대로 유지하되 범죄구성 요건을 목적범으로 제한키로 했다. 반면 수요모임은 ‘정부 참칭’뿐 아니라 불고지·잠입탈출·통신회합 등 쟁점조항을 전면 삭제하는 쪽을 가닥을 잡았다. 다만 찬양·고무죄에 대해서는 명확한 목적을 가진 선전·선동에 한해 처벌키로 입장을 정리했다. 특히 수요모임은 당론과 달리 현행 국가보안법의 명칭을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중도 성향의 의원모임인 ‘국민생각’은 지난 2주간 여론수렴 작업을 거쳐 오는 16일 최종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비주류 의원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의 경우는 소속 의원들간 입장 차이가 커 발전연 차원의 개정안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한나라 ‘登院 내홍’

    한나라 ‘登院 내홍’

    이해찬 국무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으로 시작된 국회 파행이 7일로 열하루째 접어들자 한나라당은 등원 명분과 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파행 초기 강경론이 압도적 우세를 보이다 양비론으로 온건론이 잠시 힘을 얻는 듯하더니 국회 파행 열흘이 넘도록 청와대와 여권이 침묵으로 일관하자 다시 강경 기류가 돌아선 상태다. 그동안 등원론에 무게를 두던 박근혜 대표는 지난 4일 청와대의 사과 요구 거부 이후 강경론으로 돌아섰고, 김덕룡 원내대표도 ‘총리 사과 후 등원’이라는 강경론에서 ‘장외투쟁 등 일전불사’라는 초강경론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론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와 ‘자유포럼’ 등 비주류 강경파뿐 아니라 중진들과 중도성향 의원들까지 이에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5선의 박희태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강재섭·이상득 의원,4선의 이규택 최고위원 등 중진그룹이 ‘선(先)사과 후(後)등원’이라는 강경론을 지지하고 있다. 여기에 맹형규·임태희·김성조·박혁규·유승민·김충환·박찬숙·안명옥 의원 등 중도성향의 ‘국민생각’ 회원들도 “이 총리의 대국민 사과 등 여권의 납득할 만한 조치를 받아내지 않고는 등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비주류인 발전연의 이재오·김문수·홍준표 의원과 자유포럼의 이방호·김용갑·이상배·김재원 의원 등은 한걸음 더 나아가 여권의 납득할 만한 조치를 얻어내지 못하면 당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이 총리의 사과를 받아내지 못하면 김덕룡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선 등원 후 원내투쟁’을 주장하는 온건론도 비등하다. 당내 온건론은 주로 개혁 성향의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과 초선 소장파들이 주도하고 있다. 재선의 원희룡·정병국·권영세 의원과 초선의 박형준·이성권·김희정 의원 등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과 초선 소장파인 고진화·정문헌 의원 등은 “대다수 국민은 국회 파행을 바라지 않고 있다.”면서 “지도부는 당원들만 의식할 게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당 지도부에 ‘무조건 등원’을 요구하고 있다. 온건론에는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와 진영 대표비서실장 등 일부 당직자와 비례대표그룹인 김애실·박재완·진수희 의원 등도 가세하고 있다. 남 수석부대표는 “여권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자신들의 잘못으로 비롯된 파행 정국을 풀어나갈 의지도, 능력도 없음이 확인된 이상 조건 없이 등원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그럴 경우 원내에서 여야 대립은 더욱 격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영 실장도 “파행 사태로 총리의 자질 부족과 대통령의 ‘제편 감싸기’가 국민 모두에게 확인된 만큼 더이상 등원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막말정국’ 위험수위 넘었다

    여야의 ‘막말 대치’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꼬인 정국이 풀리기는커녕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차떼기당’ 발언에 이어 31일에는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으로부터 “고문을 못해 안달”이라는 ‘박근혜 때리기’가 보태어졌다. 여야간 감정싸움으로 생긴 생채기에 소금을 뿌린 격이다. 대치 정국은 당분간 해법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1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을 민주노동당, 민주당과 함께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쉽사리 국회 의사일정 거부방침을 철회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장외투쟁’쪽으로 한발짝 더 다가서는 모습이고, 국정을 책임진 열린우리당 역시 한나라당을 돌려세우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막말정국’이 ‘막가는 정국’으로 치닫고 있다. ■ 이부영의장 “박대표 고문못해 안달”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이 31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작심한 듯 맹비난하고 나섰다. 기자간담회에서 “독재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고문을 못해 안달났다.”는 극언을 퍼부었다. 이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정부와 집권여당을 반미·친북·사회주의 정권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치를 안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야당이 그 얘기를 시정하지 않고는 대화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왜 근거없이 색깔론을 벌여서 국민 속에 불화를 일으키고 외국자본이 투자를 못하게 방해를 하느냐. 좌파 사회주의 정권이라고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외국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못하게 하고 경제를 계속 악화시켜 이 정권의 경제활성화 정책이 성공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는 말도 했다. 이 의장은 이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우 커머셜리즘(안보상업주의)’이 나타나는 나라”라며 “이번에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날 발언은 지난 29일 의원총회에서 조심스레 이해찬 총리의 유감표명을 촉구하던 것과 정면 배치된다. 주말을 거치면서 여권 지도부가 한나라당에 대해 ‘색깔론 중단’을 앞세워 사실상 정면 대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이와 관련, 여권은 지난 30일 이 총리와 이 의장, 천정배 원내대표가 회동해 대치정국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세 사람은 “당분간 국회가 파행하더라도 한나라당의 이념공세를 방치해선 안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언론관계법 제·개정, 사립학교법 개정, 과거사기본법 제정 등 ‘4대 입법안’ 처리를 앞두고 어차피 한나라당과의 이념공방은 불가피하고, 따라서 이번 기회에 한나라당의 이념공세가 ‘정략에 따른, 터무니없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병두 기획위원장도 “이 의장의 발언은 내부에서 수위를 조율한 것”이라고 말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한나라당의 반발과 이에 따른 국회 파행을 불 보듯 뻔히 알면서도 야당과의 가파른 대치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열린우리당이 지금의 국면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낮은 지지도,10·30 재보선 패배 등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심각한 상황에서 ‘4대 입법’마저 무산된다면 더이상 정국을 주도할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절박감이 야당에 대한 강공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한나라 “더이상 못참는다” 강경일색 한나라당이 요즘 전례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미묘한 입장차를 견지해온 주류·비주류가 한 목소리로 ‘총리 파면’을 외치고 있고, 틈만 나면 튀는 목소리를 내던 일부 소장파도 입을 다물었다. 이처럼 당이 일시적으로나마 하나로 뭉치게 된 것은 ‘공동의 적’인 이해찬 총리의 ‘차떼기당’ 등 극단적인 발언 파문이 나온 상황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31일에는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이 박근혜 대표를 향해 “과거와 같은 고문을 못해 안달이 나 있다.”고 거칠게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준 이하의 막말 정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격앙된 분위기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1일 대정부질문도 보이콧하기로 했다. 대신 같은 시각에 ‘이해찬 총리 국정농단 보고회’라는 이름으로 의원총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박형준·박재완·최경환 의원 등이 5분 발언 형식으로 ▲수도위헌 결정 불복종 ▲총리 취임 후 국정 파탄 등을 집중 성토할 계획이다. 또 총리 해임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 임태희 대변인은 이날 “정치는 대화 채널이 있기만 하면 제자리에서라도 굴러가게 마련인데, 지금은 그런 채널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국회 정상화가 그만큼 쉽지 않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열린우리당에서도 총리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그런데도 거기에 대고 야당이 먼저 사과하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이 총리가 “한나라당이 먼저 좌파 공세를 사과하라.”고 언급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런 강경 일색의 당론 가운데 고민 섞인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계속 국회를 공전시킨 채 여권만 성토하다간 국민이 또 등을 돌리게 될 부담도 있다.”고 토로했다. 정병국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총리 해임결의안을 빨리 상정해 자연스럽게 국회가 열리도록 하는 게 좋다고 본다.”면서 “그래야 명분도 없는 4대 법안을 처리하려는 여당에 말려들어가지 않고 막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지금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총리의 망언을 그대로 용인하고 국회를 운영하자니 야당을 지지해준 유권자에 대한 결례이고, 그렇다고 맞붙어 같이 싸우자니 수준이 맞지 않아 당 지도부도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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