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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가 깜박한 왕따들의 스매싱

    60억 인류의 운명을 달랑 탁구대 위에 올려놓는 담대한(!) 상상력이라니. 한술 더 떠 인류의 대표가 결전에 패해 지구가 멸망하게 되는 결말에 이르면 말문이 콱 막힌다. 이 무슨 허무맹랑한 소설이냐 싶겠지만 비주류 인생들을 비주류 문체로 그려내 주류 문단에 파란을 일으킨 소설가 박민규(38)라면 가능한 얘기다. ‘핑퐁’(창비)은 2003년 ‘지구영웅전설’과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두 개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박민규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삼미 슈퍼스타즈’에서 프로의 세계에서 1할2푼5리의 최저 승률로 살아가는 아마추어 인생들의 비애를 특유의 경쾌한 톤으로 그려냈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선 또다른 마이너리티인 ‘왕따’ 중학생들을 중심에 세운다. 주인공 ‘못’과 ‘모아이’는 ‘치수 패거리’에게 극심한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이다. 돈을 빼앗기고 구타에 시달리면서도 어떤 저항조차 할 수 없고, 고작 제발 죽게 해달라고 기도하거나 핼리 혜성이 지구와 부딪쳐주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버틸 뿐이다.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수결로 운영되는 사회에서 온갖 악의 요소를 갖춘 치수 패거리는 세계를 대표하는 2%이며,‘다수인 척’ 살아가는 나머지 98%는 이들을 철저히 외면한다. 집단 따돌림 당하는 10대들의 이야기야 이제 낯설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진부한 소재. 하지만 탁구공처럼 통통 튀는 작가의 상상력은 이들의 처절하고 눈물겨운 현실을 우주적인 판타지로 전이시킨다. 심하게 얻어맞은 날, 벌판에서 탁구대를 발견한 두 소년은 ‘탁구계의 간섭자’인 세끄라탱을 통해 인류의 역사가 탁구 게임으로 좌지우지돼왔음을 알게 된다.‘세계가 깜박한 존재’인 두 소년은 인류의 대표와 맞선 시합에서 승리하고, 결국 인류를 멸망시키기로 결정한다. 폭력적이고, 부조리한 현실이지만 그렇다 해도 인류를 아예 삭제해버리는 결말은 지나친 비관주의가 아닐까.“나를 포함해서 인류가 이대로는 안 되겠더라고요.2000년동안 전쟁도 할 만큼 했고, 종교분쟁이나 인종갈등 등 해볼 건 다 해봤잖아요. 선진국도 많고, 잘사는 민족도 많지만 왜 사는지 아는 사람은 없어요. 그래서 위기극복이나 희망이 아니라 전부 다 죽이는 이야기에 끌렸어요.” 공익을 위하고, 타인을 배려한다지만 권력을 탐하는 욕구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한 인간에게 더 이상 기대할 바가 없다는 날선 비판이다. 그런데 왜 하필 탁구일까.“맨날 두들겨맞는 중학생 둘이서 할 만한 운동이 별로 없잖아요. 축구나 야구처럼 혼자서 여러 명을 상대하는 경기가 아니라 일대일로 직면하는 운동이라는 점도 작용했고요.” 내용뿐 아니라 소설 형식도 자유롭다. 활자의 크기를 달리하거나 행갈이에 변화를 줬고, 손수 그린 5컷의 점묘 삽화를 넣었다. 의도적으로 ‘박민규식 스타일’을 구축하는 거냐고 묻자 손사래를 친다.“진짜 몰라서 그런 거예요. 산문을 배운 적이 없어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몰랐거든요. 어차피 독학으로 공부해왔으니까 앞으로도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쓰려고요. 독자에게 어떻게 읽힐 것인가는 별로 관심 없어요.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듯 독자는 읽고 싶은 대로 읽으면 되는 거지요.”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아베의 新일본] (중) 불안한 출범, 파란의 싹

    |도쿄 이춘규특파원|‘아베 신조 새 자민당 총재 시대’가 본격 출범한 21일 일본 신문들은 일정기간은 비판을 보류하는 ‘허니문(밀월)’기간도 유보한 채 심각한 우려와 아시아 외교 복원을 일제히 주문했다. 이처럼 아베 시대가 출범하자마자 그동안 잠재되어 있는 불만과 우려가 여러 곳에서 한꺼번에 불거져 나오자 아베 진영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지며 수습방안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이런 불만과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25일 당 3역 인선 작업,26일의 조각(組閣) 등을 통해 탈없는 ‘보은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 총재선거에서 반대표, 혹은 비판표를 던진 3분의1 이상의 의원은 잠재적 반(反)아베 세력으로 벌써 지목되고 있다. 아베 시대의 이런 불안한 출범은 절묘한 인사와 정책비전 구체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아베 총재는 22일부터 24일까지의 이번 주말 후지산 산록 야마나시현 가와구치호 근처 별장에 혼자 파묻혀 ‘후지산 구상’에 몰두할 예정이다. 당 3역과 조각 인선이 핵심이 될 아베의 후지산 구상은 극소수 측근 인사들의 조언을 받아 출범 초부터 싹이 보이는 당내 갈등 요인을 잠재울 절묘한 수를 찾아내야 한다. 아베는 “깜짝 인사는 없을 것”이라 했지만 불만은 최소화, 감동은 극대화하는 구상을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실제 총재선거전 막판 이미 정해진 내년 참의원선거 후보로는 승리가 어렵다며 아베가 일부를 교체할 가능성을 시사하자 문제가 발생했다. 불안을 느낀 참의원들을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아베에 대한 반란조짐은 투표결과 당초 예상을 밑도는 66%에 머물며 현실화됐다. 순간 “아베의 표정이 싸늘히 굳어버렸다.”는 것이 암운을 예고해준다. 특히 주요 일간지의 분석기사 특집들의 제목은 ‘압승의 그림자’(마이니치신문),‘자민당 당내 협력에 드리운 불안’(도쿄신문),‘압승 아베, 갈등의 싹’(니혼게이자이신문) 등으로 장밋빛 전망을 크게 벗어난 내용이 주를 이뤘다. 갈등과 파란의 싹은 아베의 기대와는 달리 벌써 움트고 있다. 한 참의원 의원은 “아베가 참의원의 뜻을 거부하고 기존에 결정된 후보들을 교체한다면 전면대결이 된다.”고 일전태세를 선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아베를 선두에서 지지한 중견·젊은 의원 중심의 재도전지원의원연맹 소속 일부 의원은 “나쁜 녀석(지지를 표시했다가 실제 선거에서 이탈한 의원)이 드러났기 때문에 철저히 대결해 나아가야 한다.”고 맞서는 등 벌써 전운이 감돌고 있다. 말없는 다수의 기류도 우호적이지 않다. 전직 장관인 한 중의원의원은 21일 익명을 전제로 “이번 선거는 고이즈미 총리와 언론이 만들어냈을 뿐”이라면서 “언론과 여론이 아베에 등을 돌리면 경험부족과 정책에 알맹이가 없는 아베의 인기는 한순간 싸늘히 식어버릴 수 있다.”고까지 우려했다.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 아베 진영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은 20일 총재선거에서 아베 지지를 철회한 의원들에 대한 ‘범인 수색’이다. 일부에서는 아베의 압승을 견제한 ‘밸런스(균형)잡기’라고 해석하는 견해도 있지만, 음습한 상호의심 기류는 확산되고 있다. 지지를 약속했다가 반란표를 던진 30∼40명 의원들을 색출, 응징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며 아베 진영 내부에 신뢰의 위기마저 생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민당 총재선거는 무기명비밀투표라 반란자 색출은 어렵다. 심지어 범인수색이 시작된 가운데 “어떻게 해서든지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반란자는 배제하는) 인사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아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자리 다툼을 둘러싼 암투로 치부하기에는 범상치가 않다는 평이다. ‘불안으로 가득찬 출범’이라는 아사히신문의 사설은 아베의 높은 인기에 대해 “인기는 아베의 최대의 강점임과 동시에 불안의 토대이기도 하다.”면서 “믿었던 인기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면, 다시 민족주의를 부추겨나갈 가능성은 없는가.”라며 불안을 드러냈다. 아베에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는 요미우리신문도 정치부장의 기명칼럼을 통해 헌법개정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등을 위한 치밀한 전략과 강인한 정신, 리더십 발휘를 주문하면서 “높은 인기와 기대, 부족한 경험과 실적이라는 차이를 메워나갈 수 있을까.”라며 “아베 새 총재의 전도는 꽤나 험준하다.”고 전망했다. 자민당 비주류의 한 의원은 “아베는 요직 경험이 부족하다. 지금까지는 최고의 영광을 누렸지만, 앞으로는 각종 난제에 휘둘릴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한 연구회 등을 시급히 만들어 정책면에서 희망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처럼 아베가 자민당 내 주류·비주류간의 정쟁을 조화시키는 인사에 실패하거나, 재정재건·경제개혁 등 각종 개혁정책에서 시련에 봉착할 경우에는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대외정책을 구사해 돌파구를 찾으려 할것이란 점도 우려되고 있다.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아베가 국내문제로 고전할 경우에는 한국이나 중국 문제를 포함한 강경외교로 인기 만회를 시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taein@seoul.co.kr
  • ‘통신비>외식비’ 가계지출의 7.2%… 첫 추월

    소비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서도 인터넷과 휴대전화 요금 등 통신비 지출이 크게 늘면서 가계의 외식비 지출 규모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계의 최종소비지출(실질 기준) 가운데 통신비 지출은 13조 268억원을 기록, 음식·숙박비 지출액(12조 9630억원)을 웃돌았다. 통신비 지출이 음식·숙박비 지출을 추월한 것은 처음이다. 가계의 통신비 지출 규모는 음식·숙박비는 물론 교육비(상반기 지출액 9조 1038억원), 의류 및 신발(8조 1506억원), 의료·보건(8조 567억원) 지출액보다 훨씬 큰 규모에 해당한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통신비가 25조 4130억원에 달해 음식·숙박비(25조 7988억원)를 약간 밑돌았으나 교육비(18조 6919억원), 의료·보건비(15조 9205억원)를 크게 앞질렀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의 경우 통신비 지출액은 연간 8조 8402억원으로 교육비(15조 2903억원)의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음식·숙박비(20조 961억원)와 비교해서는 절반에도 못미쳤다. 그러나 이후 다른 지출 항목들이 거의 제자리걸음을 한데 비해 통신비 지출은 매년 크게 늘면서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가계지출의 7.2%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이는 97년의 3.0%에 비해 배 이상으로 비중이 확대된 것이다. 올해 상반기 가계의 소비지출 가운데 통신비는 ▲주거비에 해당하는 임료 및 수도광열비(17.2%) ▲식비에 해당하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13.6%) ▲기타(13.1%) ▲교통비(10.1%) ▲오락·문화비(8.1%)에 이어 6번째로 큰 지출 항목에 해당한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허황된 한나라 대세론은 毒”

    한나라당 비주류 의원모임인 ‘국가발전연구회’가 6일 ‘집권 비책’을 구하기 위해 국회에서 토론회를 마련했다.‘한나라당 집권, 확실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한나라당의 ‘아픈 곳’을 파고드는 진단을 쏟아냈다. 김형준 국민대 교수는 ‘한나라당 대망론의 허와 실’이란 제목의 발제문에서 “17대 총선 이후 각종 선거에서 압승한 것은 한나라당의 눈을 멀게 하는 독”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허황된 대세론에 도취돼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고 수구보수의 ‘빗장수비’식 폐쇄적 자세를 견지할 경우 2007년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한나라당은 ‘보수 강화’‘당 지지 견고’‘보수에 가깝게 변하는 중도층’ 등 3가지 착시 현상에 매몰되고 있다고 비판한 뒤 “한나라당 지지에는 ‘휘발성 지지’가 숨어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보수층·대기업·사학을 향해 정부 여당보다 더 강도 높은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면서 “대선 경선규칙도 민심보다 당심이 지배하는 방식을 고집하면 대선 필패의 전철을 밟을 위험성이 크다.”고 주장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천하장사 마돈나’ 공동시나리오 · 감독 이해영 · 이해준

    ‘천하장사 마돈나’ 공동시나리오 · 감독 이해영 · 이해준

    배우나 작품 자체만큼 감독이 주목받기란 흔한 일이 아니다. 톱스타에게 쏠리는 현상이 유별난 충무로에서라면 더욱이나 그렇다.31일 ‘천하장사 마돈나’(제작 싸이더스FNH·반짝반짝)를 개봉시키며 입봉 감독이 된 시나리오 작가 이해영·이해준 커플 이야기다. 커플이라니?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고등학생의 성 정체성 고민을 코믹화법으로 에두른 영화의 정체를 알고 나면 이 동갑내기 남자감독 커플은 어째 더 수상해진다. 같은 대학(서울예대) 같은 학과(광고창작)의 동기생에서 출발해 둘의 프로필은 완벽하게 일치해 왔다.▲2000년 인터넷 디지털 단편 ‘커밍아웃’각본 ▲2001년 ‘신라의 달밤’원안 ▲2002년 ‘품행제로’각본 ▲2004년 ‘안녕 UFO’각본 ▲2004년 ‘아라한 장풍대작전’각색. 여기에 이름까지 닮은꼴이니 그들의 ‘기묘한 동거’(실제로도 같은 집에 산다)가 궁금할 밖에. “커밍아웃할 사이 아닌가 싶죠? 그런 사이는 절대 아니구요.(웃음)”(이해영, 이하 영) “공동시나리오 작업 때문에 한 집에 살지만, 그래서 더 철저히 서로의 사생활엔 무관심해요. 그래야 오래 함께 일할 수 있으니까.”(이해준, 이하 준) 대학시절 둘이 의기투합한 배경은 간단했다.“전공에는 관심없고 영화에만 관심있는 취향이 일치했고, 펜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게 시나리오 같아서” 무작정 덤벼들었다.2,3년 습작기간을 거쳐 비교적 순탄하게 충무로에 안착할 수 있었던 행운남들이었다. 3년 전 TV에서 여고생 씨름부 이야기를 보다가 무릎을 쳤다. 여자가 되고 싶어 누구보다 ‘남자답게’ 모래판을 뒹구는 남자아이 이야기(천하장사 마돈나)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런데 왜 직접 메가폰을 잡기로 했을까.“소재가 소재인 만큼 극중의 아주 작은 뉘앙스에 따라 작품의 질감이 달라질 테니까요. 본연의 뉘앙스를 살릴 수 있는 건 우리 밖에 없다고 판단했죠.”(준) “우리에겐 ‘감독’이 아니라 ‘…마돈나’가 먼저였던 거죠. 취향으로 밀고나갈 영화인데 아무한테나 우리 취향을 강요할 순 없잖아요?”(영) 이번 만큼은 남주기 아까웠다는 완곡어법이다. 영화는 ‘웰컴 투 동막골’의 소년병사 류덕환을 뚱보 씨름장사로 만들었다. 코미디 계보에 줄서는 드라마이긴 한데 뒷맛이 평범하지 않다. 성전환 수술비를 마련하려 씨름판에 뛰어든 소년의 이야기에는 코믹하되 낯선 ‘공기’로 꽉 차 있다. 한국 코미디의 방식을 답습하고 싶지 않았기에 때리고 욕하는 극성맞은 전형들을 자제했다. 그런데 시사회장의 관객반응에 놀랐다.“남자주인공이 립스틱을 칠하거나 여자속옷을 입을 때 싸해지는 보수적 분위기는 예상했던 대로구요. 전혀 의도하지 않은 대목에서 폭소가 나올 땐 당황스러워요.”(영) “웃음이나 감동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준)는 연출의도가 ‘…마돈나’를 적잖이 낯선 코미디로 만들었다. 과장된 음향효과를 의도적으로 걷어내 좀 심심하다는 평가도 듣는다. 의도가 제대로 먹힌 셈이다.“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지극히 비주류적 소재가 범대중적 코믹 드라마로 인정받는 성취를 맛보고 싶었거든요.”(영) 첫 연출작에 거창한 바람은 없다. 타인에 대한 이해가 있는 한국형 코미디의 새 전형이 됐음 좋겠다는 것, 그뿐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레임덕 증후군 최소화-전문가 제언] “與 존중하고 野협조 구하라”

    [레임덕 증후군 최소화-전문가 제언] “與 존중하고 野협조 구하라”

    “새로운 시도보다 안정적 관리로 초당적인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 노무현 정권의 ‘레임덕’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이다. 이들은 현 정권의 레임덕 현상이 역대 정권에 비해 ‘조기에 터진, 심각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해법에 앞서 역대 정권의 레임덕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우선 뚜렷한 지역·이념적 토대가 없는 ‘비주류’ 정권이라는 것이다.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강력한 지지 기반이 없어 임기 초반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컸다.”고 진단했다. 조정관 전남대 교수는 이를 ‘제3당 분점정부’로 정리했다. 한마디로 ‘자기 당’ 없이 정권을 창출했다는 표현이다. 이는 모든 문제가 대통령과 측근들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역대 정권의 대통령이 여당 총재직을 맡았던 것에 비해 엄격한 당·정분리를 고집했던 것도 구분되는 지점이다. 청와대 내부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권위를 버리겠다는 의지지만 여당을 통해 여론을 모으고 관료를 컨트롤하고 지지층을 관리하는 것이 민주 정부의 본령”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을 대의정치 체제로 운영하기보다 대통령 개인의 인기에 의존한 통치행위만 강조한 것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는 역설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초당적인 국정운영을 한결같이 주문한다. 여당을 존중하고 야당에는 정책협조를 구하면서 남은 임기 동안의 과제를 설득해야 한다는 당부로 들린다. 역대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막기 위해 구조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중앙부처의 한 국장은 “사정당국이 나서서 공직사회 기강을 잡아도 다 소용이 없다. 현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개헌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정권 말기가 다가올수록 국정 현안이 정치 일정과 맞물리면서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또 정책이나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발생하는 행정력 낭비도 막대하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공직사회가 안정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행자부의 한 고위직 공무원은 “각 부처 실·국장을 비롯한 직업 관료의 경우 정치적 영향력을 덜 받고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직 변경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사위의 고위 관계자도 “개인별 업무계획과 추진 실적에 따른 평가·보상체계 등을 촘촘하게 짤 수 있도록 지원할 경우 레임덕 여부와 상관없이 공직사회는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여당과의 관계가 관건이다. 현재처럼 매끄럽지 못한 상황에서 여당을 통제하고 무시할수록 레임덕은 더욱 가속화된다고 경고한다. 대연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늦었지만 당정체제를 국가운영의 기반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파적 인사를 배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조 교수는 “자꾸 코드 인사를 고집하는 것은 여전히 대통령이 정치 전반을 조종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자기 사람 앉히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구혜영 장세훈기자 koohy@seoul.co.kr
  • [서울광장] 김근태의 세번째 선택/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근태의 세번째 선택/진경호 논설위원

    권투로 치면 김근태는 참 재미 없는 선수다. 노무현의 저돌적인 파괴력도, 정동영의 화려한 테크닉도 없다. 그리고 느리다. 왼손을 뻗을까 오른손을 날릴까 생각하다 한 대 더 맞는다. 매에 강해 잘 버티기는 한다. 하지만 이래서야 경기를 이길 수 없다. 그래서 대권의 길목에서 노무현에게 졌고, 당권을 놓고 정동영에게 졌다. 상위 랭킹을 유지해 왔지만 챔피언이 되어본 적은 없다. 흥행도 물론 안 된다. 그래서 지지율이 늘 그 모양이다. ‘마지막 재야’ 김근태가 정치판에 발을 디딘 지도 11년반이 됐다. 사실 그는 정계에 들어설 때부터 ‘몸값’이 비싼 인물이었다. 재야단체 ‘통일시대국민회의’를 이끌고 1995년 2월 민주당에 합류하면서 그는 부총재로 정치를 시작했다. 민자·민주 양당의 세 불리기 경쟁에 그의 27년 재야활동이 빛을 발한 결과다. 그 뒤로도 최고위원, 상임고문 등을 맡으며 지도부의 반열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는 정계입문 후 늘 비주류였다. 왜일까. 그는 왜 권력의 기피인물일까. 이유는 여럿이다.DJ(김대중)에게 ‘국민참여경선’을 요구한 죄(?), 노무현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를 주장한 죄 등등.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느린 발’도 한몫했다.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창당과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이라는 격변기 때마다 그의 선택은 꼭 한발씩 늦었다.1995년 민주당 분당 때 그는 ‘구당파’로 남았다가 이기택 총재가 버티자 뒤늦게 DJ신당을 따랐다.2003년에도 그는 분당을 결사반대했으나 결국은 사흘간 단식한 뒤 짐을 쌌다. 그의 행보는 두 차례 모두 신당파와 구당파간 힘의 균형을 깨는 역할을 했다. 그만큼 걸음이 무거웠다. 다만 그런 느린 발 때문에 그는 결코 새 정치질서의 주역은 되지 못했다. 고민이 많고, 그래서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 ‘여의도의 햄릿’이 최근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보인다. 김병준-문재인 불가론으로 한차례 노무현 대통령과 인사갈등을 벌이더니 이젠 정책갈등으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기업규제를 대폭 풀어주자는 ‘경제뉴딜’의 깃발을 흔들며 청와대를 한껏 압박한다. 이에 청와대는 김근태 의장이 얼마전 재계에 약속한 8·15 경제인 특사를 무산시키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장군과 멍군이 부닥치며 갈등수위가 투쟁단계로 올라가고 있다. 참모회의에서 눈물을 보이며 울분을 토로하는 측근들도 있다니 양측의 격앙된 분위기가 짐작된다. 노-김 갈등의 분수령은 다음달 시작될 정기국회가 될 것이다. 경제뉴딜 관련 법안들을 놓고 양측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정기국회 후 당·청 결별, 여당 해체라는 시나리오까지 내놓았다. 후배의 말을 빌려 “빨갱이가 수구꼴통이 되더라도 좋다.”고 한 것을 보면 김 의장도 승부수를 던진 듯하다. 기왕 불가피한 정계개편이라면 과거처럼 뒷줄에 서기보다 맨 앞에 나서기로 작심한 모습이다. 앞서 두 차례의 여권 개편은 분당-창당의 ‘뺄셈방식’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당장 이런 전개는 없을 듯하다. 노 대통령이 “탈당은 없다.”고 한데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중요하다.”는 것이 김 의장의 지론인 까닭이다. 내년 2월 전당대회까지 치열한 당내 투쟁과 이로 인해 여당이 사실상의 유고 상태에 놓일 것으로 우려된다.‘햄릿’의 정치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당 지도부 10년의 역량을 쏟아붓기를 바란다. jade@seoul.co.kr
  • [데스크시각] 자객시대와 공인의 길/구본영 정치부장

    ‘넌 눈부시지만, 난 눈물겹다.´ 이정하 시인의 시집을 새삼스럽게 들먹이려는 것은 아니다. 시인이 떠올렸을 본래 시심과는 관계없이 이 시구를 인용하려는 까닭이 있다. 상대적 박탈감과 기득권에 대한 원망어린 수사로서 이보다 더 ‘필이 꽂히는´ 표현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사회는 공직자를 비롯해 시쳇말로 ‘잘 나가는 사람’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갈수록 엄격해지는 분위기다. 정견을 달리하는 상대에 대한, 건설적 비판을 넘어 무차별적 비방 공세가 압도하는 것도 또한 현실이다. 온·오프라인에서 난무하는, 시퍼렇게 날이 선 비방과 폭로전을 보라. 그 연장선상에서 바야흐로 ‘자객들의 전성시대’가 온 듯하다. 자객이라고 해서 옛날처럼 검은 복면에 검을 든 닌자류를 상상할 필요는 없다. 정보화 시대의 자객들은 보다 세련된 방식을 사용한다. 언론을 통해 비리를 폭로하거나, 익명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만 해도 된다. 그 정도로도 정국의 물꼬를 확 바꾸거나, 정치적 경쟁자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청와대 전 정태인 국민경제비서관이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말 역점사업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제동을 거는 내부 폭로자로 등장했다. 지난 4월 “한·미 FTA 추진은 임기 안에 업적을 남기려는 노 대통령의 조급증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면서부터다. 이는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FTA에 대한 여론을 반전시키는 데는 일조했다.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낙마 사태를 보자. 청와대가 여당 일각에서조차 반대하는 인사를 강행, 정치판에서 갑론을박이벌어질 때만 해도 ‘통과 의례’려니 했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누군가 언론에 그의 논문 표절 의혹과 중복 게재 사실을 제보하면서 일은 꼬이기 시작했다. 도덕성 논란이 확산되면서 결국 그의 중도하차로 이어졌다. 수해 지역인 정선에서 한나라당 경기도당 간부들이 벌인 ‘배짱 골프’ 사건도 마찬가지다. 언론의 취재망에 걸려들지만 않았으면 아무 일없이 넘어갔을지도 모를 사안이었지만,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으면서 정국의 큰 변수가 됐다.7·26재보선에서 한나라당 싹쓸이 승리가 무산되고, 성북을에서 민주당 조순형 후보의 승리에도 기여했다. 공인들의 입장에서 굳이 역지사지하자면 우리 사회 도처에 함정과 복병이 널려 있다. 자신이 이미 기득권자가 된 사실을 망각하는 순간 예기치 않게 저격수로부터 직격탄을 맞거나, 유탄을 맞을 개연성은 언제나 있다. 김 교육부총리는 “이런 식으로 (논문의 각주까지)검증하면 교수 출신은 아무도 장관 못한다.”고 푸념을 했다고 한다. 수해 골프로 한나라당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당사자들도 당내 비주류의 음모가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그들은 주류인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었다. 하지만 공인들이 자신의 치부를 제보하는 자객을 원망한거나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본말을 전도하는 일이다. 공개적 비판을 받았든, 익명 폭로에 당했든 원인을 제공한 자신부터 돌아보는 것이 온당하다는 뜻이다. 공직자는 매사에 옷깃을 여미고 도덕성으로 무장하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세상이 됐다. 그런 엄격한 자기 관리가 싫으면 공인이 될 욕심을 버려야 된다. 물론 한·미 FTA 추진과정서 불거진 논란은 이와는 다른 문제일 것이다. 정책 추진자의 도덕성과는 연관성이 없는 까닭이다. 더욱이 대외 의존도가 70%가 넘는 우리가 언제까지 개방 대신 쇄국을 고집할 순 없다는 논리도 일정부분 설득력이 있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청와대 전직 참모가 등을 돌려 ‘친정’의 정책목표에 비수를 꽂는 것은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준다. 국가의 명운을 건 정책을 성급히 추진한 방증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미 FTA가 진정한 추진력을 확보하려면 정부는 협상시한에 쫓겨 밀어붙이기보다는 활발한 자체 토론으로 이론 재무장과 함께 내부 폭로자의 출현부터 막아야 될 듯싶다. 구본영 정치부장 kby7@seoul.co.kr
  • [서울광장] 김병준의 적(敵)/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병준의 적(敵)/이목희 논설위원

    “이류 학자가 그렇지요, 뭐….” 한 중진 교수는 김병준 교육부총리를 험하게 깎아내렸다. 논문 표절, 중복게재 시비가 괜히 나온 게 아니라고 했다.“좌우 이데올로기를 떠나 학문적·인격적으로 존경받는 인사가 정부 요직을 맡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참여정부가 발탁한 학자 가운데 그래도 학계에서 알아주는 사람은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정도일 겁니다.” 중진 교수의 언급을 더 전하겠다.“지식인 사회가 간단치 않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이홍구, 박세일, 최장집, 최상용씨 등 명망 있고 대표성 있는 이들을 기용했던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정부가 잘못해도 그들 얼굴이 떠올라 신문 기고, 방송 좌담에서 비판 강도를 낮추곤 했지요. 현 정부 안에는 경의를 표해야 할 학자 출신이 없습니다.” 이를 전해 들은 김 부총리의 지인이 펼친 반론.“김 부총리는 치열하게 연구해온 학자입니다. 시민단체와 학회 활동을 열심히 했고요. 상업고와 지방대를 나왔다고 무시하면 안 됩니다. 기득권 세력의 시샘일 수 있습니다.” 그는 특히 배후론을 제기했다. 김 부총리를 싫어하는 일부 학계 인사들이 최근 파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사방에 적(敵)이다. 그는 적을 왜 이렇게 많이 만들었을까. 필자가 속한 신문사는 10여년 전 김 부총리를 비롯한 학자들에게 지방선거공약 분석을 맡겼다. 김 부총리는 현실감각이 있고, 똑 부러진다는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그때 벌써 관변과 정치권을 넘나든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가 특정 정치성향을 내비침으로써 친정인 학계에서 거부감을 가진 그룹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적 진영이 정치권과 관가 일각으로 확대됐다. 청와대 재직 시절 그의 활동범위는 정책에 국한되지 않았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김 부총리가 ‘탈(脫)호남 정권 재창출’을 위한 물밑 활동을 했다.”면서 “총리 지명이 순조롭게 이뤄졌다면 제3대권후보 반열에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김 부총리의 인사 개입을 지적했다.“경제부처를 중심으로 김 부총리가 영남 출신 사람들을 정부 및 산하기관에 다수 심었다.”고 주장했다. 인사 불이익을 당한 이들의 역공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노무현 대통령과 여러 면에서 닮은꼴이다. 입지전적인 인생역정, 태생적 비주류로서 친정에서조차 심한 견제를 받는 것, 강조 어법으로 인한 잦은 물의 등. 날이 갈수록 적이 늘어나는 점도 비슷하다. 때문에 논문 표절 논란에도 불구, 노 대통령이 김 부총리를 내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칫 참여정부의 패러다임 부정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 급속한 레임덕이 올 수 있다. 노 대통령의 결단 이전에 김 부총리의 판단이 중요하다. 이전 정권에서도 교육수장이 저서 공동집필 문제로 비판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학자로서 쓴 모든 저술이 이렇듯 검증대에 오르기는 김 부총리가 처음이다. 그는 “지금처럼 검증하면 교수들 중 장관 할 사람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류들의 텃세에 그가 공연한 곤란을 겪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주류로서 세상을 바꾸려면 더욱 엄격한 도덕률과 실력으로 무장해야 한다. 우군(友軍)으로 기대했던 민교협과 교수노조까지 그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 부총리는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숙고해 보기 바란다. 교육사령탑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명분과 자신이 있는지를….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책꽂이]

    ●엘비스, 끝나지 않은 전설(피터 해리 브라운 등 지음, 성기완 등 옮김, 이마고 펴냄) 1935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 투펠로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엘비스 프레슬리. 그가 죽은 날인 8월16일을 전후해 미국에서는 매년 ‘엘비스 주간’이 선포된다.‘엘비스는 죽지 않았다.’는 일각의 음모론도 그에 대한 추모열기를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이 전기는 신화 너머의 인간 엘비스를 보여준다.엘비스를 돈벌이에 철저히 이용한 톰 파커 대령, 엘비스가 살던 집이자 기념관이 된 그레이스랜드를 관리하는 엘비스의 전처 프리실라 등의 이야기도 실렸다.2만 5000원.●일본 문화의 힘(윤상인 등 지음, 동아시아 펴냄) 세계문학으로서의 시민권을 당당히 획득한 일본 문학의 힘, 일본에선 ‘비주류’ 문화이지만 해외에서 찬사를 받는 일본영화의 원동력, 디자인 선진국 일본의 사회문화적 근원, 스트리트 패션으로 상징되는 신세대 ‘카리스마 디자이너’들의 지향점 등을 살폈다. 건축 쪽에선 서양 근대건축을 토착화한 단게 겐조, 성장 위주의 건축관을 거부하고 표현의 폭을 확대한 이소자키 아라타, 극도로 절제된 형태를 통해 일본문화의 단순미를 보여준 안도 다다오, 디지털문명의 유동성을 반영한 이토 도요 등을 소개.1만 2000원.●항해의 역사(베른하르트 카이 지음, 박계수 옮김, 북폴리오 펴냄) 인류 역사상 최초의 유명한 항해로는 기원전 1483년 이집트 왕비 하트셉수트의 황금 원정이 꼽힌다. 그는 오늘날 소말리아 해안까지 원정을 떠나 황금과 몰약, 상아 등을 잔뜩 싣고 이집트로 돌아왔다. 하트셉수트의 항해 이래 바닷길은 항상 부를 안겨주는 황금알로 여겨졌다. 지중해를 장악한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은 동방무역을 독점했고, 북해와 발트해를 통제한 독일의 한자동맹은 하나의 강력한 국가나 다름없었다. 반면 바다를 통해 들어온 정복자 피사로에게 잉카제국은 철저히 파괴됐다.2만 5000원.●요리의 향연(야오웨이쥔 지음, 김남이 옮김, 산지니 펴냄) 사천요리는 사천성의 성도와 중경이 대표적이며, 일채일격(一菜一格), 백채백미(百菜百味), 즉 요리마다 독특한 조리방법과 맛이 있다는 명성을 얻고 있다. 광동요리는 광주·조주 등의 요리로, 음식 재료가 다양하며 벌레·쥐·뱀·개구리·날짐승·길짐승 등 못먹는 것이 없다. 산동요리는 제남과 연대의 요리로부터 발전했다. 특히 산동사람들은 한국사람과 마찬가지로 생파와 생마늘을 좋아해 파를 이용한 요리가 발달했다. 소주요리는 양주·소주·무석(無錫) 등지의 지방요리가 발전해 이뤄진 것. 재료의 본래 맛을 강조한다.2만 5000원.●개인숭배와 그 결과들에 대하여(니키타 세르게예비치 흐루시초프 지음, 박상철 옮김, 책세상 펴냄) 1956년 2월25일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열린 제20차 소련공산당 전당대회. 스탈린이 죽은 뒤 제1서기가 된 흐루시초프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스탈린의 독단적인 정책, 고문에 의한 사건조작과 대량살상 등의 정치적 범죄를 낱낱이 고발한다. 이 책엔 그 연설 전문이 담겼다. 흐루시초프는 스탈린 시대를 둘로 구분,1934년 이후의 정치적 탄압행위를 비판하면서도 그 이전의 공업화, 농업집단화, 문화혁명 등의 정책과 이를 통해 확립된 소련 사회주의체제는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인다.5900원.
  • [열린세상] 한국 대선 게임의 법칙/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겸임교수

    7·11전당대회에서 대리전 논란을 빚었던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측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이 대선후보 선출방식인 ‘경선 게임의 룰’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현행 당헌·당규에는 경선 선거인단 구성비율이 대의원 20%, 책임당원 30%, 국민참여 30%, 여론조사 20%로 규정되어 있다. 이 전 시장측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 경선투표에 참여할 당원과 대의원들이 특정세력의 입김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드러났다.”면서 “지금의 선거인단 규정에 구속되지 말고 어떤 제도가 공정성 시비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표는 최근 “당헌은 한두명이 결정한 게 아니다.”라며 경선제도 변경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측의 충돌을 보면서 과연 한나라당은 내년 대선에서 세 번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해 강한 의혹을 갖게 된다. 이러한 의혹은 한나라당이 걸어왔던 대선 필패의 역사에 근거한다. 2002년 2월28일 박근혜 부총재는 전격적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박 부총재는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거부한 채 어떻게든 집권만 하겠다는 기회주의적 생각에 더 이상 동참할 수 없어 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탈당 배경을 밝혔다. 한나라당과 대권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당시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2001년 11월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한 것을 시발점으로 2002년 1월에 한국 정당 사상 최초로 대선후보를 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선출하는 ‘국민참여경선제’를 채택하는 정치실험을 단행했다.2002년 3월9일부터 시작한 민주당의 정치기획상품인 ‘국민참여경선제’는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전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광주경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후보는 일약 슈퍼스타로 부상했다. 한편, 박근혜 부총재 탈당 이후 국민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실시했던 한나라당식 ‘짝퉁 국민참여경선’은 국민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마음 속에 ‘민주당=개혁추구세력, 한나라당=개혁거부세력’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다시 말해, 민주당은 ‘변화와 개혁’이라는 당시의 시대정신을 충실히 수행하는 정당으로 인식되어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했음에도 불구하고 12월 대선에서는 승리할 수 있었다. 반면, 이회창 총재를 정점으로 한 한나라당 주류세력은 비주류측의 합리적인 요구를 묵살하고 시대정신을 외면한 채 대세론에 도취되어 수구보수의 길을 걷다가 국민에게 버림받아 패배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주류세력은 이 시점에서 왜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했는지를 냉정하게 성찰해야 한다. 당권과 대의원 세력만을 지키려는 ‘자기 방어적 리더십’에서 벗어나 당내 비주류와 소장·개혁세력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미래지향적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박 전 대표도 역사와의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비록 자신은 주류이지만 비주류 입장에서 상대방의 무모한 의견까지도 귀 기울이는 성숙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하다.4년 5개월 전, 혼자서 거대한 바위와도 같았던 주류에 맞서 처절하게 싸웠던 당시의 ‘비주류 정신’을 현재 한나라당 비주류가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여하튼 2002년 한국판 대선 역전 드라마가 내년 대선에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개혁을 기치로 대선후보를 국민후보로 뽑으려는 ‘완전 국민참여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를 들고 나오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여전히 민심보다는 당심이 지배하는 후보선출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진정 잃었던 정권을 되찾아 오려고 한다면,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시대정신에 충실한 새로운 정치실험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정당만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한국 대선게임의 법칙을 두려운 마음으로 직시해야 할 것이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겸임교수
  • 나사 빠진 한나라

    5·31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이 잇단 악재를 쏟아내며 또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경기도당 간부들은 수해피해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강원 정선에서 보란 듯이 골프를 쳐 수재민들의 가슴에 거푸 상처를 안겼다. 또 당 소속 일부 자치단체장들은 홍수로 범람한 강가에서 음주가무를 즐기거나, 수해복구를 지시해놓고 해외 나들이에 나섰다. 이로 인해 당내에선 “당 기강이 완전히 무너져내렸다.”며 “정풍운동을 통해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잇단 악재…한나라당의 고질병?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17대 국회 들어 성추행 사건 등 각종 악재를 연발했다. 최근엔 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과 시·도당 관계자들이 사고를 쳤다. 경기도당의 홍문종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지난 20일 수해 피해 복구가 한창인 가운데 강원랜드에서 골프를 즐겨 비난을 사고 있다. 앞서 당 소속 김동성 충북 단양군수는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복구 작업이 벌어지던 지난 18일 유관단체 관계자들과 노래주점에서 유흥을 즐겨 물의를 빚었다. 또 이영수 인천 남구청장과 이동희 경기 안성시장은 집중호우에 따른 복구대책을 지시해놓고 정작 자신은 지난 17일 4박5일 일정으로 외유를 떠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효선 경기 광명시장은 최근 전임시장의 지역편중 인사를 지적하며 “전라도놈들은 이래서 욕먹어”라며 특정지역을 비하, 빈축을 샀다. 당 고위 관계자는 최근의 잇단 악재와 관련,“5·31 지방선거 이후 또다시 고질병이 도지고 있다.”며 “보이는 곳만 멀쩡하지, 밑동은 썩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썩은 곳 도려낼 수 있을까?”…처벌수위 관심 강재섭 대표는 23일 “최근 일부 당직자와 지자체장의 몰지각한 언동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철저히 진상을 조사, 당의 기강을 세우고 국민의 멍든 가슴을 다독일 것”이라며 강도높은 처방을 예고했다. 당 윤리위원회도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수해 골프’에 대한 마지막 진상조사작업을 벌인 데 이어 24일 회의에서 징계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도부의 ‘읍참마속’ 방침에도 불구하고 비주류측 의원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며 “썩은 부위를 일찌감치 도려내지 않고는 대선 승리를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징계수위를 지켜본 뒤 대응수위를 정하겠다.”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한편 강 대표는 23일 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주요 당원을 대상으로 기강해이를 경계하는 내용의 이메일 서한을 발송했다. 서한에서는 ▲선공후사(先公後私:사사로운 일보다 공적인 일을 우선) ▲일일삼성(一日三省:하루에 세번 반성) ▲단사표음(簞食瓢飮:한 소쿠리의 밥과 표주박의 물로 소박한 생활)을 당부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한나라표심 이틀만에 ‘親朴견제’

    4선의 김형오 의원이 13일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119표 가운데 67표를 얻어 50표에 그친 김무성 의원을 제치고 임기 1년의 원내대표로 뽑혔다. 신임 정책위의장에는 김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로 나선 전재희 의원이 선출됐다. 여성 의원이 정책위 의장이 된 것은 여야를 통틀어 처음이다. 김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1년 6개월 뒤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도록 온 몸을 던지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는 ‘친박((親朴·친박근혜) 체제’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틀전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단 5명 가운데 강재섭 대표를 포함한 4명이 친박 계열로 분류된다. 이에 대한 ‘쏠림 방지 표심’이 상대적으로 친박 성향이 덜한 김 원내대표에게 몰렸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후보 토론회에서 “원내대표 선거마저 대리전을 치러선 안된다.”며 김무성 의원과 각을 세웠다. 러닝 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로 전재희 의원을 선택한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전 의원은 비주류 성향의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소속으로 이 전 시장 측근 및 소장파 의원들의 지원을 받았다는 해석이다. 당초 우세를 점치던 김무성 의원은 대표적 ‘친박 인사’라는 이유로 ‘전대 역풍’을 만나 분패한 셈이다. 김 의원은 러닝메이트로 나선 이경재 의원과 공동 명의로 “당의 균형을 위해 심사숙고한 의원 동지들의 선택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고 낙선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 결과에 따른 후유증이 말끔히 씻어진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신임 원내대표도 김무성 의원보다는 덜하지만 친박 성향으로 분류된다. 지역구가 부산인데다 박 전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지냈다. 따라서 강 대표나 김 원내대표는 공정 이미지를 확보하는 게 과제다. 김 원내대표는 합리적 성품에 논리적이라는 평을 듣는 언론인 출신 4선 의원이다. 부인 지인경씨와 2녀.▲부산(59) ▲서울대 외교학과 ▲동아일보기자 ▲신한국당 기조위원장 ▲국회 과기정위원장 ▲인재영입위원장 ▲14∼17대 의원.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여성 최초의 행정고시 합격자로 공직계에서 여성관련 다양한 기록을 세운 자수성가형 재선 의원. 남편 김형률씨와 1남 1녀.▲경북 영천(57) ▲영남대 법정대 ▲노동부 국장 ▲경기 광명시장 ▲16,17대 의원 ▲제3정조위원장 ▲정책위 부의장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美 주류경제학의 우산 쓴 학자·관료들 지식 편식 털지 못하고 한미 FTA 고집”

    “美 주류경제학의 우산 쓴 학자·관료들 지식 편식 털지 못하고 한미 FTA 고집”

    ‘ATKE’. 한국의 고도성장을 ‘개발국가론’으로 분석한 앨리스 암스덴 MIT석좌교수가 만든 단어다.‘American-trained Korean Economists’의 머리글자를 딴 말로 ‘미국이 훈련시킨 한국 경제학자’쯤 된다.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미국 내 대학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아간 비미국인의 10%가 한국인이었다는 통계에서 나온 단어다.“(이런 편식이) 한국의 장래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남겼다. 박정희와 재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암스덴 교수이다 보니 국내 언론들은 숱하게 그를 다뤘지만, 이같은 언급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은 바로 이같은 암스덴의 경고가 현실화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 한미FTA 추진, 그것도 참여정부 하에서의 추진은 워낙 어이없는 일이라 그 배경을 두고 갖가지 해석이 분분했다. 답은 미국식 주류경제학 논리에 젖은 학계와 관료집단의 승리라는 것이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정운찬·조순 교수의 학맥 조금, 경제사학자나 농촌경제학자 조금 외에는 중도적인 케인스주의자들까지, 소위 비주류경제학자들은 한국학계에서 거의 전멸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 결과는 “한국은 미국과 경기 동조화뿐 아니라 ‘인식의 동조화’,‘인문학의 동조화’까지 나타나는 현상”으로 요약된다. 스크린쿼터에 문화다양성 개념이 있듯, 인문학계에도 학문다양성 개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이 교수는 특히 재경·통상 관료집단의 신자유주의 집착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7년 전부터 미국과의 통상 문제를 연구해 왔는데, 담당 관료들과 얘기하다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오직 ‘시장’과 ‘경쟁’만을 얘기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경제·통상 관료들은 ‘한국정부’의 관료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당파 혹은 정파’이자 ‘노멘클라투라’다.”라고 지적했다. 고병권 ‘수유+너머’ 대표 역시 “서울대 사회과학대 교수 10명 가운데 9명이 미국박사이고 행시 합격자들 대부분을 미국으로 보내는 게 현실”이라면서 “이들을 다양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천 강원대 교수도 “미국 주류경제학을 공부한 동기동창들이 학교·연구소 등에 진을 치고 있다 보니 현상분석이나 정책입안 때 서로 다른 이론이나 설명틀을 내세워 경쟁하거나 견제하는 현상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경제라는 주류 분석틀에 맞지 않으면, 특히 칼 폴라니류의 문화인류학적 접근을 구사하는 학자들은 아예 학회나 심포지엄에 초청받지 못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이 교수는 ‘시장’이 일종의 종교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봤다. 그는 “시장을 말하는 순간 모든 논의가 ‘시장경제vs계획경제’,‘개방vs쇄국’이라는 이분법으로만 비쳐진다.”면서 “시장경제라도 어떤 시장경제냐, 개방경제라도 어떤 개방경제냐하는 ‘시장의 다양성’을 말해야 하는 지금 시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분법”이라고 말했다. 대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정우 전 청와대 특보가 언급한 ‘네덜란드식 모델’이 한 예다. 여기에는 오해가 있다. 미국식 모델 반대는 곧 유럽식 모델이고, 이는 곧 프랑스와 독일을 뜻하고, 복지병을 앓고 있는 이들 국가를 왜 따라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그것이다.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는 유럽모델에도 프랑스·독일모델과 북유럽모델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김형오·김무성 양자대결 한, 원내대표경선 안개속

    한나라당은 13일 의원총회를 열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대표경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이재오 전 원내대표의 후임을 뽑는 이번 경선은 김형오(4선), 김무성(3선) 의원의 양자 대결로 치러진다.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는 이경재(3선) 의원이 김무성 의원과, 전재희(2선) 의원이 김형오 의원과 손을 잡았다. 이미 후보 등록을 마친 안택수 의원은 같은 대구 출신의 강재섭 의원이 신임대표로 선출됨에 따라 출마를 포기했다. 두 후보 모두 박근혜 대표체제에서 사무총장을 지냈던 ‘친박(親朴·친 박근혜)’ 계열이지만 친박의 강도에는 다소 차이가 있고,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은 이경재 의원이 중립적이라면 전재희 의원은 ‘반박(反朴·반 박근혜)’에 가깝다. 따라서 당내 비주류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와 수요모임, 초지일관 소속 의원의 상당수가 김형오-전재희 후보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 김무성-이경재 후보를 지원하는 친박 및 ‘친 DR(김덕룡)’ 진영에서도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결속력을 다진 상태여서 원내대표 경선 결과 역시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미술계 ‘젊은 비주류’ 세계를 사로잡다

    미술계 ‘젊은 비주류’ 세계를 사로잡다

    지난 3월 뉴욕 소더비의 한·중·일 3개국 현대미술품 경매에서 함진(29)의 미니어처 조각이 2만달러에 낙찰되면서 국내외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달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선 데비 한(35)의 사진작품이 2400만원에 거래되는 등 한국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대부분 추정가를 훨씬 웃도는 가격에 낙찰됐다. 이어 열린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에선 사진작가 정연두의 출품작 3점이 모두 고가에 판매됐다. ●국제비엔날레·경매등서 연일 상한가 이들의 공통점은 대안공간 출신의 20·30대 작가라는 점이다.7년 전 재능있는 젊은 작가 발굴을 위해 처음 생겨났던 비영리 전시공간인 대안공간을 통해 선보여온 이들의 실험성과 독창성이 비로소 활짝 꽃을 피우며 ‘대안’을 넘어서 젊은 주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들은 최근 2∼3년간 순수 전시행사인 각종 국제비엔날레뿐만 아니라 유명 아트페어나 경매 등 상업적 이벤트에서도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또 이같은 상승세를 타고 파격적인 지원을 받으며 국내 대형화랑들의 전속작가로 나서는 등 눈부신 행보를 내딛고 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상업화랑에서 작품 판매는커녕 전시 기회조차 얻지 못해 가슴앓이하던 작가들로선 엄청난 변화다. ●실험·독창성 활짝… 함진·데비한등 ‘스타´ 배출 손톱 크기의 미니어처 조각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함진을 비롯, 중국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오인환, 일본의 한 도시에 작품을 영구 설치키로 한 김창겸 등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가 배출한 작가들이다. 일상의 진실과 거짓에 대한 사색을 담은 사진작업을 하는 정연두와 패러디 사진기법을 통해 고정관념을 깨는 작업을 하는 데비 한을 비롯, 성낙희·함경아·낸시랭 등은 쌈지 스페이스가 낳은 미술계 스타들이다. 대안공간 1호인 대안공간 루프에서도 이지현, 이환권, 권오상, 이진경 등 최근 국내외에서 각광받는 작가들을 배출했다. 이들 중 2개 이상의 대안공간에서 활동하거나 지원을 받은 작가들도 상당수 있다. 1999년 대안공간 루프를 시작으로 하나 둘 생겨난 대안공간은 현재 전국적으로 20여개가 운영 중이며, 서울 인사동과 서교동에 주로 몰려 있다. ●대형화랑들 모셔가기… 찬밥서 주류로 미술계가 이들에게 열광하는 것은 실험성을 바탕으로 한 파격적인 독창성이 이제 단순한 가능성 수준을 넘어 상업적으로도 먹히고 있기 때문이다. 함진을 전속작가로 두고 있는 PKM갤러리 박경미 대표는 “예전엔 파격적인 실험성이 상업화랑에 부담이 됐지만 이들의 작품이 국제무대에서 통하게 되면서 국내 화랑들도 젊은 작가들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연두씨는 “젊은 작가들이 처음엔 공짜로 전시를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안공간을 찾았지만 요즘엔 재능 있는 작가들이 모여 서로 작품을 봐주고 비평하는 파트너십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들 젊은 작가군의 층이 보다 두꺼워진다면 현재 중국에 열광하고 있는 세계 미술시장의 큰손들이 머지않아 한국을 주목하게 될 것으로 미술계에선 기대하고 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젊은’ 한나라 시끌벅적

    한나라당이 시끌벅적하다. 초선 의원 모임인 초지일관, 비주류 성향의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 중도성향의 푸른정책연구모임(푸른모임), 소장파·중도개혁 연대 성격의 ‘당의 새로운 미래를 지향하는 모임’(미래모임) 등이 잇따라 토론회를 열고 당 혁신 방안을 모색한다. 주제·형식은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분모는 몇 차례 재보선과 지방선거 압승한 뒤 오만하거나 대세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2002년처럼 대선에 패배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고 ‘낮은 자세’로 임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달 11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의 당 대표 선거와 7·26 재보궐선거 등을 통해 당의 혁신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라는 고민과 맞물려 있다. 초지일관이 2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7·11전당대회, 국민은 어떤 리더십을 요구하는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고언이 쏟아졌다. 성신여대 김영호 교수는 “전대와 재보선을 통해 한나라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국민들이 실망할 것”이라며 “자유주의 보수주의 정당의 이념적 좌표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김헌태 소장은 “전통적 지지층 결집에는 성공했으나 지지층을 확장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한나라당의 현재 위치는 지난 2002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새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초지일관의 이주호 의원은 “아드보카트형 ‘화합형 혁신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구체적으로 당의 정책 역량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여론주도층을 중심으로 한 위원회를 구성해 집권 뒤 비전·정책을 보여줄 ‘한나라 프로젝트’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주제로 푸른모임과 발전연도 각각 23일 토론회를 개최한다. 미래모임은 26일 전대 출마 후보자들이 ‘끝장 토론회’ 형식을 통해 당 혁신방안을 놓고 격론을 벌일 예정이다. 이런 기류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2002년의 대선 패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역동적 몸짓’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가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이런저런 이유로 구설수에 올랐던 김덕룡 의원이나 강삼재 전 의원의 당 복귀 문제 등 민감한 당내 현안에 대해 의견일치가 어려운 데다 미래모임이 추진하는 단일 후보의 파급력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린다.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한나라 ‘소장파’ 全大독자후보 삐걱 우리당 전철 밟나

    “한나라당 40대 기수들도 열린우리당 전철 밟나.” 한나라당내 소장ㆍ중도개혁파 연대모임을 중심으로 오는 7월11일 새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독자후보를 내세우려는 계획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소장개혁모임인 ‘수요모임’, 비주류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중도개혁성향의 ‘푸른정책연구모임’, 초선의원 모임인 ‘초지일관’ 등 4개 모임의 연대협의체 성격인 ‘미래모임’이 후보단일화를 위한 본격 논의에 들어가기도 전에 각 모임과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40대 의원들이 주축인 미래모임이 후보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지난 2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40대 기수론’을 내세웠던 후보들이 단일화에 실패해 줄줄이 낙마했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발전연 대표를 맡고 있는 심재철 의원은 12일 “한나라당의 변화와 개혁을 추구한다는 대원칙에는 공감하지만, 발전연내에서 이재오 원내대표가 출마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발전연 대표로서 더이상 독자후보 논의에 동참하기는 곤란하다.”며 대오 이탈을 선언했다. 심 의원의 탈퇴는 미래모임에 참여한 발전연 소속 의원뿐 아니라 다른 모임 소속 의원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실제로 각 모임 소속 의원 대다수가 후보단일화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당의 변화와 혁신이라는 원론에는 공감하지만 각론에서는 각 모임과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견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일화에 성공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고 단일화 논의를 진행해온 터다. 심 의원의 탈퇴선언은 이같은 기대감에 찬물을 부은 격이 됐다. 한편 5선의 강창희 전 의원과 2선의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고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의원은 4선의 이규택 의원을 포함해 3명으로 늘어났다.강 전 의원은 “충청권을 대표해 전대에 출마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저의 운명”이라며 “저를 태워 그 불빛이 정권창출의 길잡이가 된다면 그 길을 택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당권경쟁 ‘강·이’ 양강구도

    다음달 11일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나설 당권주자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당초 중진들을 포함해 20명 안팎의 후보들이 당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후보군이 10명 안팎으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원내대표를 지낸 5선의 강재섭 의원이 대권에서 당권 도전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쳤던 일부 중진들이 출마 의사를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당권 경쟁구도는 강 의원과 이재오 원내대표의 ‘2강(强)’ 구도로 좁혀져가는 듯한 형국이다. 강 의원이 출마할 경우, 당권 경쟁이 ‘친박(親朴·친 박근혜)’ 진영과 ‘친이(親李·친 이명박)’ 진영의 대리전이 될 것이라던 우려도 상당히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 출마가 유력시됐던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과 맹형규 전 의원은 강 의원이 출마를 기정사실화하자 출마 의사를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의장과 맹 전 의원은 강 전 의원과 함께 당내 중도성향 의원모임인 ‘국민생각’을 이끌어온 3대 축으로, 이번 전대에서 강 의원을 측면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소장파 모임인 수요모임, 비주류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중도성향의 푸른정책연구모임, 초선모임인 초지일관 소속 의원 20여명을 포함한 원내외 인사 60여명으로 구성된 ‘당의 새로운 미래를 지향하는 모임’(미래모임)도 독자후보를 내세우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후보 압축과정에서 다양한 논의와 이벤트를 통해 세 몰이에 나서면서 후보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서울시장 경선 때와 같은 파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그룹에선 권오을·정병국(수요모임), 권영세(수요모임 겸 푸른모임), 임태희(푸른모임 겸 국민생각), 심재철(발전연), 진영(초지일관) 의원 등이 단일 후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당내 중진인 5선의 강창희(충청) 전 의원과 4선의 이규택(경기),3선의 정형근(부산)·이해봉(대구)·이상배(경북) 의원 등도 지역표심을 등에 업고 당권 경쟁에 가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구·경북(TK)을 대표하는 강 의원이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경우, 이해봉·이상배 의원 등이 출마를 포기하고 강 의원을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또 자신만의 ‘마니아층’과 여성 당원의 지지를 기반으로 전여옥 의원도 조만간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원 5명 중 여성몫 최고위원이 유력시되는 전 의원은 지난 5·31 지방선거 지원유세를 통해 상당한 지지층을 확보한 만큼 이에 만족하지 않고 3위 이내 진입을 노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한나라 4개그룹 의원들 독자 黨대표후보 내기로

    한나라당의 4개 그룹 소속 의원들이 7일 국회에서 만나 다음달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전대) 원칙과 독자적 당 대표 후보를 내기로 해 주목된다. 이날 모인 의원들은 개혁성향 소장파 의원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의 대표 박형준·원희룡·권오을 의원, 중도성향의 푸른정책연구모임의 임태희·권영세 의원, 비주류 의원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의 대표 심재철·박계동 의원, 초선의원 모임인 초지일관 소속 진영·박재완 의원 등이다. 한나라당 의원모임 가운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룹은 다 모인 셈이어서 전대를 앞두고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날 모임에서 7월11일 개최하기로 잠정 결정한 한나라당 전대가 당 변화·혁신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이어 이번 전대가 ▲미래지향적·개혁적 지도부 구성 ▲대리전 양상 지양 ▲당내 지역주의 타파 ▲미래 국가경영능력을 보여줄 축제 등의 원칙 아래서 열려야 한다고 합의했다. 특히 4개 계파와 일부 당원협의회 위원장(옛 원외위원장) 등과 연대, 범중도개혁세력 가운데 독자적 전대 후보를 내기로 했다. 만약 독자후보를 추대할 경우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힌 중진 의원들과의 대결이 예상된다. 그러나 후보 압축 과정에서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참석한 의원들은 소속 그룹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8일 공식성명서를 내기로 했다. 이날 참석한 한 의원은 “오늘 합의한 원칙에 공감하는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외연을 넓힐 계획”이라며 “독자후보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다음주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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