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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중앙시네마 3관 이달 한달간 ‘독毒립영화’ 개최

    옛 중앙시네마 3관 이달 한달간 ‘독毒립영화’ 개최

    이젠 고만고만한 상업영화 보기에 지친 당신. 올 가을엔 독립영화의 색다른 매력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로 탈바꿈한 옛 중앙시네마 3관에선 11월 한달간 독립영화제 향연이 펼쳐진다. 우선 8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인디스페이스 개관영화제 ‘독毒립영화’에서는 지난 30년간 명맥을 이어온 한국독립영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살펴볼 수 있다. 모두 53편이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는 ‘독립영화를 횡단하는 네가지 키워드’,‘독립영화,ing’,‘독립영화와 친구들’ 등 총 세개의 섹션으로 구분된다. 첫번째 ‘독립영화를 횡단하는 네가지 키워드’에서는 지난 30년간 한국의 독립영화가 마이너리티, 정치, 영화, 관객이라는 네가지 키워드를 통해 한국사회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 보여 준다. 이 가운데는 영화 ‘달콤살벌한 연인’으로 유명한 손재곤 감독의 2000년작 ‘너무 많이 본 사나이’와 일본군 강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역사를 현재적 의미로 해석한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2’가 눈에 띈다.‘경계도시’,‘파업전야’,‘죽거나 혹은 나쁘거나’,‘후회하지 않아’ 등의 18편의 독립영화도 관객과 만난다. ‘독립영화 ing’섹션에서는 최근 독립영화들의 경향과 흐름을 보여 주는 4편의 장편극영화와 4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 이 가운데는 지난달 열린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장편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에 초청돼 좋은 반응을 얻은 윤성호 감독의 ‘은하해방전선’도 포함돼 있다. 또한 상업극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선보일 기회가 적은 실험영화와 독립애니메이션 상영회로 꾸며질 ‘독립영화와 친구들’ 섹션도 눈길을 끈다. 이밖에도 영화제 기간 지난 1997년 한국 독립영화의 고민들을 쏟아냈던 서울영상집단 홍형숙 감독의 다큐멘터리 ‘변방에서 중심으로’가 특별상영된다. 인디스페이스 개관영화제 ‘독毒립영화’가 끝난 다음날인 22일부터 이달 말일(30일)까지는 같은 장소에서 제33회 서울독립영화제(SIFF 2007)가 개최된다.‘다른 영화는 가능하다’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 개막작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연작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낸 전승일 감독의 ‘오월상생’이 선정됐다. 이번 독립영화제에서는 국내외에서 초청된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극영화, 실험영화, 애니메이션 등 모두 105편이 상영되며, 예심을 거쳐 본선에 오른 51편(장편 12편, 단편 39편)이 총 5000여만원의 상금을 놓고 겨룬다. 특히 특별전 형식으로 실험영화, 독립영화로서는 드물게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한 태국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징후와 세기’,‘열대병’ 등 8편의 단편영화가 상영된다. 이밖에도 오언 샤피로 미국 시라큐스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강연과 한국 독립 장편영화를 주제로 열리는 세미나 ‘PD들의 수다’ 등 다양한 부대행사들이 독립영화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SIFF 집행위원회는 “비주류영화가 아닌 기존 영화의 대안으로서의 독립영화를 통해 한국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석유 지정학이 파혜친 20세기 세계사의 진실

    미국의 엑손, 모빌, 셰브런, 텍사코, 걸프와 영국계 브리티시석유, 로열더치셸은 이른바 ‘세븐 시스터스’로 불리는 7대 석유 메이저 기업이다. 이들은 1928년 스코틀랜드의 아크너리에서 제3세계 석유자원을 나누어 갖는 이른바 ‘현상유지 협정’을 맺는다. 이후 7개 석유 메이저는 전 세계 석유의 채굴과 정유, 판매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행사한다. 두 나라의 석유 재벌이 세계 석유 시장을 마음대로 주무른 것인데, 배후에 두 나라 정부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 은밀한 카르텔은 지배력을 깨뜨리려는 위협에는 가차없이 응징을 가하는데 이르렀다. ●석유자주화 앞선 伊 마테이 의문의 죽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는 석유 메이저들로부터 석유를 수입하느라 달러 보유고가 고갈되어 가는 것이 고민이었다.1945년 국영 석유회사의 책임자로 임명된 엔리코 마테이는 자생적 에너지 자원을 만드는데 착수했다. 마테이는 적극적으로 탐사에 나서 석유 매장지와 가스전을 잇따라 찾아냈다. 천연가스를 산업도시인 밀라노와 토리노의 산업도시로 운반하고자 4000㎞에 이르는 가스관을 건설하는 한편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어 낮은 가격에 석유를 공급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석유 메이저들에 마테이가 본격적으로 ‘용서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은 1957년이다. 마테이가 석유 메이저들이 아직 ‘배분’하지 않은 이란 지역의 2만 3000㎢를 시추하고 개발할 수 있는 25년 동안의 독점권을 갖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 정부도 석유 메이저들과 같은 생각이었는데, 그냥 놔둔다면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 석유 질서’를 완전히 뒤엎을 판이었기 때문이다. 마테이는 1958년에는 소련과 원유를 구매하는 협정을 맺는다. 대금은 현금이 아니라 송유관을 인도하는 형식의 현물로 지불하기로 했다. 소련은 볼가-우랄산맥에서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로 이어지는 거대한 송유관망을 건설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막대한 물량의 소련 석유가 동유럽을 거쳐 서유럽으로 공급되는 것을 의미한다. 1962년 9월 마테이가 건설한 제철소가 소련의 송유관 공사에 투입할 대구경 파이프를 생산해 내기 시작했다. 불과 한달이 지난 10월27일, 마테이의 전용비행기는 시칠리아를 이륙하여 밀라노로 가던 도중 공중에서 폭발하고 만다. 한창 정력적으로 일하던 56세의 마테이를 포함한 세 사람의 탑승자가 모두 사망한 것이다. 당시 로마에 주재하던 미 중앙정보국(CIA) 책임자 토머스 카라메신스는 그 직후 조용히 로마를 떠났다. 미국 정부는 ‘마테이 암살’과 관련한 카라메신스의 보고서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국가 안보에 관한 사안’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20세기 전쟁들 석유에서 비롯됐다 ‘석유 지정학이 파헤친 20세기 세계사의 진실’(윌리엄 엥달 지음, 서미석 옮김, 길 펴냄)은 20세기 역사를 ‘석유의 눈’으로 본다.‘영국과 미국의 세계 지배체제와 그 메커니즘’이라는 부제가 일러 주듯 미국과 영국이 지난 100년 동안 ‘석유 패권’를 통하여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지 설명한다. 지은이는 30년 동안 석유 지정학을 집요하게 연구한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비주류 경제학자. 그는 20세기에 빚어진 숱한 전쟁들, 예를 들어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최근의 이라크전쟁은 물론 코소보 사태, 아프리카 내전,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전쟁이 모두 석유에서 비롯되었다고 단언한다. 지은이는 석유 메이저들이 장악한 유전들이 바닥을 드러낼 조짐을 보이자, 워싱턴과 석유 메이저들은 자신들의 요구에 따른다고는 해도 산유국 정권들에 한가롭게 의존만 할 수는 없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들의 계획은 세계 석유 자산을 직접 통제하는 것이고, 그들은 그것을 ‘중동지역 민주주의의 촉진’이라고 부르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은이가 바라 보는 이라크 전쟁의 실체이다.1만 8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통 큰 정치가 아쉽다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통 큰 정치가 아쉽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세번째 대선 출마로 대선 정국이 혼미한 요즘, 이런 가정을 해봤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핵심 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을 전격 사퇴시키고 당과 관련된 모든 일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일임하겠다고 선언한다. 박 전 대표는 이것과 상관없이 경선 승복 문화를 창출한 당사자답게 정권 교체를 위해 무조건 이 후보를 돕겠다고 밝힌다. 또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민주당의 이인제·창조한국당의 문국현·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는 극적으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차기 정권은 제 정파간의 연정임을 선언한다. 이렇게 되려면 누구든 자기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먼저 손해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게 통 큰 정치다. 하지만 지금의 대선주자나 정치지도자 중에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기꺼이 할 사람이 없어 보인다.2보 전진이 분명히 보이는데도 말이다. 지난번 칼럼에서 이명박 후보의 포용력 부족을 지적했었다. 이재오 최고위원 거취에 대한 고민이 길어질수록 그에겐 손해다. 이 후보는 대통령이 되려는 것이지, 당권을 움켜쥐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가 대선에서 실패하면 정계 은퇴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후보는 잘나갈 때 좀 더 세심하게 주변을 살폈어야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민자당 후보 시절 직계인 민주계만으로는 도저히 힘에 부치자 최대 계파인 민정계 출신들로 신민주계를 만든 전례를 따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이 후보와 이 후보 진영은 대세론에 도취했다. 시간만 가면 대권을 수중에 넣는 것으로 착각했다. 박 전 대표측을 똘똘 뭉치게 만든 것도, 이 전 총재가 대권 삼수(三修)에 나서는 것도 이 후보 진영이 원인 제공을 했다. 개혁은 최소한 같은 당 식구들이라도 보조를 맞춰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대통령후보를 빼곤 모든 것을 내줄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편으로 이 후보 진영의 승자 독식주의로 박 전 대표가 느꼈을 허탈감과 배신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주류에서 비주류로 내려앉은 것도 억울한데 공천 탈락까지 걱정해야 하니, 누군들 격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박 전 대표가 이명박-이회창 지지율 즐기기 게임을 접고, 이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선수를 친다면…. 이 후보는 허를 찔리게 될 것이다. 집에 불이 크게 났다고 하자. 일단 불부터 끄고 방 몇칸을 내줄 것인지는 나중에 얘기하자고 한다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을 게다. 박 전 대표의 이미지는 더욱 좋아지고 그의 주가 역시 치솟을 것이다. 당권 장악과 공천권 확보는 물론 차기 대통령후보 역시 따 놓은 당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은 “그럴 경우 우리는 그쪽 요구를 다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데 이 후보와 박 전 대표는 이해득실만 따지며 주판알 튕기기에만 열중이다. 통 큰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점차 실망하는 국민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범여권은 어떤가. 보수진영의 분열로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도 후보 단일화는 아직 불투명하다. 연대론으로 무게중심이 이동 중이지만, 누가 주(主)가 되느냐는 문제로 여전히 티격태격이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자기중심적 사고가 깔려 있다. 겉으로 내세우는 거창한 이념과 논리를 실천할 행동은 찾을 길이 없다. 정파적 이해만 득실하다. 통 큰 정치는 아직도 연목구어(緣木求魚)인가. jthan@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이명박의 포용력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이명박의 포용력

    이번 대통령선거도 어느 한쪽의 완승(完勝)을 허락하지 않을 모양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일방적 우세로 싱겁게-역대 대선 중 가장 재미없게-끝날 것 같았는데 막판 대형 변수가 돌출하면서 선거 결과의 불가측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이번 대선도 득표율 5% 이내에서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피 말리는 접전’은 대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일종의 대선 법칙으로 정착되는 느낌이다. BBK 주가조작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국내 송환은 검찰 수사 상황에 따라 대선에 미칠 영향력을 가늠하기 어렵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설은 메가톤급 폭발력을 가질 만한 사안이다. 둘 다 이명박 후보에게 치명상을 안길지도 모를 소재다. 당초 이번 대선의 프레임은 2002년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봤다. 이회창에서 이명박으로 바뀐 한나라당 후보의 대세론이 위세를 떨치고 여권은 복수의 후보들이 단일화를 막판 승부수로 여기는 경향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이회창 출마라는 돌발 변수에다 후보단일화의 난망(難望)까지 겹쳐 2002년보다는 1997년의 선거 구도를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실제 범여권은 후보단일화보다는 연대론으로 초점을 이동시키는 분위기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정치학)는 “정동영 후보는 외교·통일·국방을, 문국현 후보는 경제를 맡는 식으로 연대하는 방안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총재의 출마는 1997년 이인제 후보의 신한국당 탈당 및 독자 출마와 비슷한 궤적을 그린다. 당시 신한국당 후보였던 이회창은 아들의 병역비리 문제로 지지율이 10% 후반까지 급전직하, 정권 재창출에 암운을 드리웠다. 당 안팎에선 경선 2위였던 이인제에게 눈길을 주기 시작했고 이인제는 이를 바탕으로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행보를 시작한다. 이때 한 언론사가 신한국당 소속인 이인제를 대선 후보로 대입시켜 여론조사를 했고, 한때 이인제는 40%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요새 이 전 총재를 대입시킨 여론조사가 시작되는 것과 묘하게 대비된다. 그때도 이인제는 경선불복이란 멍에를 끝까지 졌고 지금도 거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전 총재가 출마를 강행한다면 이 역시 명분이 없다는 비판론에 부딪치는 것과 비슷하다. 이 전 총재가 97년 그토록 미워했던 이인제의 행보를 답습하는 것은 선거판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당시 또 다른 일화가 있다. 대선 막판 심각한 자금난을 겪던 이인제 진영은 출마를 포기하고 이회창 지지 선언을 검토한 적이 있다. 만약 그렇게 됐다면 이회창 후보가 이겼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 후보는 수용하지 않았다. 이인제에 대한 앙금 탓이었을까. 지금도 당시 이 후보의 포용력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슷한 때 박찬종씨를 이인제측에 뺏긴 것도 이 후보의 포용력 한계를 드러낸다. 이명박 후보는 어떤가. 그 역시 포용력에서 문제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비주류로만 머물러 있었던 탓일까. 지금은 주류로 올라섰지만 비주류를 껴안는 게 여간 굼뜨지 않다. 이 전 총재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이박제창(以朴制昌)’이라고, 박근혜 전 대표를 확실하게 껴안아야 이 전 총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데, 이걸 뻔히 알면서도 실천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박 전 대표를 만나 진솔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화끈하게 그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필요가 있다.12월19일 누가 승전가를 부르든 대한민국호를 이끌 선장은 더 이상 속좁은 지도자여선 안 된다. jthan@seoul.co.kr
  • 비주류 스포츠의 온라인 반란?

    한번 비주류는 영원한 비주류? 야구·축구·농구·골프 등은 인기 스포츠다. 온라인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들 경기를 소재로 한 온라인게임이 시장을 장악, 주류로 군림하고 있다. 이를 비집고 비주류 스포츠 종목들이 명함을 내밀고 있다. 도전장이자, 시장 반란을 꾀하는 것이다. 네오위즈게임즈는 18일부터 ‘피파온라인2’의 서비스를 시작했다.2006년 독일월드컵 개막과 함께 선보여 최단기간 동시접속자 18만명을 기록한 ‘피파온라인’의 두번째 작품이다. 지난해엔 복잡하지 않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스포츠게임이 대세였다. 프리스타일과 팡야의 성공이 계기가 됐다. 두 게임의 성공 이후 ‘겜블던’,‘스매쉬스타’ 등 캐주얼 테니스게임들이 속속 등장했다.‘레드카드’ 등 거리축구 또는 풋살이라고 할 수 있는 축구게임도 많았다.‘신야구’등 간단한 야구게임도 선보였다. 스노보드의 열풍을 타고 ‘SP JAM’과 ‘라이딩스타’ 등 스노보드 게임들도 나왔다. 하지만 캐주얼 게임의 모델로 삼았던 프리스타일만큼의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게임 자체가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테니스만 해도 콘솔게임인 버추어테니스, 스매시코드 시리즈는 인기를 끌고 있다. 왜 그럴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익숙하지 않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종류의 게임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장점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결국은 게임성 부족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시장 상황에 따라 새로운 장르와 재미를 더한 스포츠게임들이 나오고 있다. 엔트리브소프트는 20일까지 족구 온라인게임 ‘공박’의 위밍업 서비스를 한다. 정식 서비스를 앞둔 최종 확인작업이다. 공박의 최대 특징은 족구다. 친숙한 소재이지만 온라인게임으로는 선보인 적이 없다. 같은 족구를 소재로 한 온라인게임 중에는 ‘스파이크걸즈’도 있다.1차 비공개 시범서비스를 마치고 2차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스파이크걸즈는 X박스360용 게임인 ‘데드오어얼라이브 비치발리볼’처럼 미소녀들이 등장하는 족구게임이다. 최근 2차 공개 시범서비스를 끝낸 ‘골드슬램’도 있다. 이전의 테니스 게임들과 달리 사실성을 강화했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영화 ‘아드레날린 24’ 한국인 ‘비하 논란’

    영화 ‘아드레날린 24’ 한국인 ‘비하 논란’

    미국영화 ‘아드레날린 24’(감독 마크 네빌딘·브라이언 테일러)에 한국인을 비하하는 에피소드가 대거 등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영화속에서 논란을 되는 있는 부분은 한국인을 악덕 기업주로 묘사한 것과 한국인이 조직폭력배로 등장해 총기를 난사한 부분이다. ’아드레날린24’는 LA에서 프리랜서 킬러로 일하는 체브(제이슨 스타뎀)가 조직폭력배 베로나(호세 파블로)가 투여한 중국산 신종 바이러스를 맞고 죽음의 위기에 봉착,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액션물이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화려한 볼거리로 지난 3일 국내 개봉해 박스오피스를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를 본 관객들은 한국인을 비하하는 듯한 설정때문에 불쾌했다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신촌에 사는 여대생 김민경(24)씨는 “여전히 할리우드 속 한국인은 생각없이 일만하는 돈벌레로 묘사되고 있다”며 “거기에 무차별적인 악당(?) 이미지까지 추가된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영화 속에서 한국인 비하 논란을 불러 일으킬만 한 장면은 크게 세 부분이다. ▲ 우선 무개념 인터뷰 장면. 주인공 체브가 LA 도심 한복판에서 총격적을 벌일 때 10대로 보이는 한국여성이 “너무 멋있었어요. 멋져요”라며 방송국 기자와 인터뷰를 한다. 한국인을 생각없는 사는 시민의 전형으로 희화한 것이다. 다음으로 ▲ 한국인을 돈벌레로 묘사한 장면도 충격적이다. 체브가 한국인이 운영하는 셔츠공장 지하에서 베로나 일당과 총격전을 벌일 때 한국인 공장장은 노동자들은 대피시키기 보다 “앉아. 일해. 걱정마”라며 일하기를 강요한다. 심지어 일당이 작업실을 침범해 총기를 난사할 때도 책임자는 “앉아. 일해”라고 다그치며 노동 착취의 전형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문제가 된 장면은 ▲ 잔인하기 그지없는 총기난사 부분이다. 주인공 체브를 구하기 위해 나타난 10여명의 한국인 갱단이 일제히 총을 꺼내들고 상대를 향해 난사한다. 물론 이 장면은 주인공이 위기에서 극적으로 탈출하는 순간인 만큼 없어서는 안될 장면이다. 그러나 10여명의 한국인이 아무런 죄책감 없이 총기를 난사하는 모습은 섬뜩하기 그지없다. 할리우드는 그동안 빈번히 한국인을 왜곡된 시선으로 그려왔다. 1997년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의 영화 ‘폴링다운’은 주인공이 LA 한인타운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해 문제가 됐다. 2006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크래쉬’는 한국인을 돈벌레로 묘사해 눈총을 샀다. 지난 4월 개봉된 ‘철없는 그녀의 아찔한 연애코치’에서는 실력없고 말많은 한국인 안마사를 등장시켜 불쾌감을 안겼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하지만 할리우드 속 한국 이미지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생각없이 일하는 돈벌레일 뿐이다. 여기에 잔인한 이미지까지 덧붙였다. 스스로는 문화 강대국이라 자부하지만 우물 안 이야기다. 밖에서 보는, 아니 영화에서 그려지는 한국인은 여전히 지독한 비주류다. <사진 = 영화 ‘아드레날린 24’에 등장하는 한국인 > 기사제휴/스포츠서울닷컴 김지혜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후쿠다 총리 “대북문제 포괄적 해결”

    |도쿄 박홍기특파원|북한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담당대사는 11일 후쿠다 야스오 정권의 대북 노선에 대해 “압력보다는 대화를 중시하는 자세를 명확히 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때마침 후쿠다 총리가 그동안 일본이 펼쳤던 대북 압력노선의 수정 가능성을 내비침에 따라 북·일 국교 정상화에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아베 신조 정권과 달리 대화 의지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송 대사는 이날 평양에서 교도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우리는 (후쿠다 정권의 대북정책을)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고위급이 지난달 25일 출범한 후쿠다 정권의 대북 노선에 대해 의견을 밝히기는 처음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3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후쿠다 총리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지켜보겠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송 대사는 또 “상대가 대화를 하자고 하는데 우리가 피할 생각은 없다.”면서 일본과의 대화 의욕도 나타냈다.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이웃 나라와 관계를 좋게 하는 게 양 국민의 기대이기도 하다.”면서 “그에 걸맞은 일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도 강조했다. 납치문제와 관련,“입장 차이를 메우기 위해 협의가 필요하다.”면서 6자회담 북·일 국교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통해 과거청산과 함께 납치문제도 계속 다뤄나갈 방침을 내비쳤다. 후쿠다 총리는 10일 중의원 예산위에서 대북 정책에 대해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핵·납치·미사일 등의 현안을 함께 묶은 ‘포괄적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 아베 전 총리의 “납치문제의 해결없이 국교정상화는 없다.”는 압력노선에 대한 분명한 궤도 수정이다. 한편 야마사키 다쿠 전 자민당 부총재가 후쿠다 총리의 대북특사 자격으로 곧 방북할 것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은 신빙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일본의 한 외교소식통은 “후쿠다 총리가 대북 유화정책을 견지하고 있지만 현 자민당의 역학관계에서 비주류에 속한 야마사키 전 부총재를 대북특사로 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면서 “야마사키 전 부총재도 당분간 방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hkpark@seoul.co.kr
  • 중앙시네마, 비상업 영화공간으로 탈바꿈

    서울 명동에 위치한 중앙시네마가 비상업적인 영화만을 상영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새달 1일부터 중앙시네마 5개관 중 3개관은 영화사 스폰지에서 운영하는 상영관 ‘스폰지하우스’로 관객을 맞게 된다. 스폰지하우스는 종로구 씨네코아 건물을 떠나 중앙시네마로 이전한다.1개관은 11월8일부터 한국독립영화협에서 주관하는 국내 첫 독립영화전용 극장인 ‘인디스페이스’로 변신하며, 나머지 1개관은 중앙시네마측에서 자체 운영한다. 이로써 지난 50년간 상업영화만을 주로 상영해 왔던 중앙시네마는 예술·독립·비주류 영화를 소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중앙시네마는 그동안 멀티플렉스의 공세 속에 설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나름대로 차별화 전략을 추구해 왔다.1998년에는 시설 리모델링을 거쳐 중앙극장에서 젊은 느낌의 중앙시네마로 이름을 바꿨다. 상업영화를 상영하면서도 대형 상영관에서 막 내린 작은 영화를 다시 올리거나 단편영화 정기 상영회, 애니메이션 기획전 등을 통해 젊은 영화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간판 바꿔 달고 새출발하는데 잔치가 없을 수 있을까. 스폰지하우스는 이전 기념으로 새달 1일부터 24일까지 영화제를 마련했다. 가을에 맞는 영화, 특정 배우와 감독의 영화 등 총 4개 섹션으로 나눠 28편의 영화를 다시 한번 소개한다.‘씨 인사이드’‘마음’‘타인의 삶’‘바벨’‘수면의 과학’‘캐쉬백’‘더 퀸’‘클림트’‘만덜레이’‘달콤한 열여섯´ 등 올해 스폰지에서 개봉돼 주목받은 작품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편당 5000원. 독립영화전용관은 7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11월8일 정식 개관을 하면 독립영화 배급에 실질적인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식 개관에 앞서 10월 한 달간 그동안 충분한 상영기회를 갖지 못했던 독립영화들을 집중 상영한다. 민병훈, 황규덕, 전수일 등 꾸준히 독립영화를 만들어온 감독들의 신작을 비롯해 ‘허스’‘방황의 날들’‘내 안에 우는 바람’‘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등 12편을 소개한다.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이명박 선대위 무늬만 외연확대?

    뉴라이트계의 영입을 한나라당의 외연확대로 볼 수 있을까. 뉴라이트와 한나라당의 ‘전략적 제휴’가 보수층 전부를 아우를 수 있을까. 27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뉴라이트계 인사들이 영입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나오는 의문들이다.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당의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이석연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는 선대위 영입설이 나온다. 앞서 안병직 뉴라이트 고문은 여의도연구소 이사장으로 확정된 상태다. 한나라당은 대선을 앞두고 외연을 넓히고 지지세력을 결집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고, 뉴라이트계 영입을 썩 괜찮은 해결책으로 본 듯하다. 하지만 새로운 보수를 표방하며 2004년부터 왕성한 활동을 펴온 뉴라이트가 대통령 탄핵과 수도이전, 사학법, 국가보안법 등 중요 사안이 생길 때마다 한나라당과 같은 궤를 그려왔다는 점에서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뉴라이트계 영입론이 가시화되기 직전까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고건 전 총리 등 중도 성향 인사들이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다가, 본인들이 고사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뉴라이트와 한나라당의 ‘결합’이 실현됐을 때 그 폭발력이 어느 정도일지도 검증대상이다.2002년 대선에서 ‘노풍’의 견인차 역할을 한 좌파 시민단체의 역할을 뉴라이트가 해낼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다.‘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뉴라이트 구성원들 중에는 386 운동권 출신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당내에서도 뉴라이트 영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선대위 영입 대상으로 거명되는 인사들 대부분이 자신의 영역에서 비주류이고, 정치적으로도 신선하지 않다.”며 영입 대상 인사들의 개인적 자질을 들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또 다른 의원은 “색깔이 아예 다른 사람들을 영입할 수는 없고, 우파의 영역이 넓어진다는 면에서 영입 자체에는 긍정적 측면이 많다.”면서도 “당이 다른 이들을 불러들이는 과정에서 위험은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여운을 남겼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李는 ‘朴과 화합’ 강조하지만…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경선 뒤 첫 회동을 하루 앞둔 6일 이명박 후보는 연신 ‘화합’을 강조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양측 의원들 사이에서는 냉랭한 분위기가 엿보였다. 일부 의원들은 거친 설전을 주고 받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서울시장 선거 때의 일화를 소개하며 회동 분위기가 좋을 것임을 암시했다. 그는 “당시 여당 김민석 후보가 시청을 방문해 총무과장 안내로 공무원들과 인사를 하고 갔다고 해서 시청을 방문했는데, 그 과장이 일체 출입을 못하게 하며 문전박대를 했다.”면서 “시장에 당선되고 그 총무과장이 전보 신청서를 갖고 찾아왔지만,‘그럴 필요없다.’며 그를 중용했다.”고 말했다고 배석한 나경원 대변인이 전했다. 앞서 오전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를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덕담을 나눠야지….”라고 말했다.‘박 전 대표에게 러닝메이트를 제안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 후보의 행보와는 달리 이 후보 캠프에서 대변인을 지낸 진수희 의원은 박 전 대표측을 자극하는 내용의 글을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올렸다. 진 의원은 경선 결과에 대한 글에서 “전통보수세력 대 비주류세력 간의 대결에서 이 후보가 승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은 “당과 국민은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보수세력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며 비주류세력이 지지하는 이 후보를 당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는 내용도 담았다. 박 전 대표측 한 의원은 “내일 회동을 앞두고 그런 얘기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 만나지 말자는 것이냐.”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경기도당위원장 경선을 치르고 있는 박 전 대표측 이규택 의원도 이날 “곳곳에서 나에게 후보 사퇴를 압박하는 것을 보면, 이 후보 캠프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더 활성화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조계종 동국대 이사 추천 파행

    동국대 재단이사 후보 추천을 위한 조계종 종립학교관리위원회(종관위) 회의가 종단내 계파간 갈등으로 후보 추천을 못한 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종관위는 4일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회의를 열어 이사 후보 6명을 이날 개회된 제174차 중앙종회 임시회에 추천, 인준 절차를 밟을 계획이었으나 전체 위원 15명 중 5명만 참석하는 바람에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동국대 재단이사회 비주류측 8명의 종관위원은 전날 투표 방법을 놓고 설전을 벌인 끝에 후보 추천을 못하자 “이사후보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면서 현 재단 임원진에게 “신정아씨 학력 사건으로 동국대의 위상과 교계의 명예를 실추시킨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종관위는 일단 8일까지 예정된 중앙종회 기간 중 회의를 한 차례 소집할 계획이지만 성원이 안될 경우 이사후보 추천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예언가 우리역사를 말하다’/푸른역사 펴냄

    [내 책을 말한다] ‘예언가 우리역사를 말하다’/푸른역사 펴냄

    1990년대 초반부터 나는 한국 역사상에 보이는 예언을 눈에 띄는 대로 수집했다. 예언서의 사료적 가치에 주목한 것이다. 어떤 예언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물론 재미있다. 하지만 예언이 담은 역사적 의미를 캐내는 작업은 더욱 흥미롭다. 가령 고려시대에는 어째서 도선국사를 최고의 예언가로 떠받들었는지를 조사하는 것은 ‘도선비기’의 예언이 적중했는지를 알아보는 것 이상으로 흥미진진하다. 예언서에는 정사의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역사적 인식이 살아 숨쉰다. 불사이군(不事二君)은 유교 국가의 중요한 정치적 이념이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늘 그랬다. 아무도 드러내 놓고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그야말로 절대적인 가치였다. 하지만 예언서의 뚜껑을 열어젖히면 이런 불변의 가치는 뒤집힌다. 예언의 세계에서는 반란의 획책이 정당하고 일상적이다. 예언서는 역사의 이면을 기록한 또 하나의 역사책으로 보아 무방한 것이다. 나의 책 ‘예언가 우리 역사를 말하다’는 수년간 매달린 문제의 일부를 정리해 본 것이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예언가로 평가되는 십여명의 대표 저작이 차례로 시험대에 오른다. 도선을 비롯해 무학대사, 서산대사, 이지함과 남사고 등의 예언을 망라한다. 조선 후기에 출현한 ‘정감록’의 골자를 주된 해부 대상으로 삼은 셈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잘 몰랐던 여러 사실이 밝혀진다. 도선의 저술로 알려진 많은 예언서가 사실은 후대의 위작이라든지,‘토정비결’의 저자 이지함이 사실은 사람들이 점술에 현혹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강조되는 점은 따로 있다. 예언서를 통해 익명의 저자와 독자들은 과연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를 따져보자는 외침이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한국 문화의 깊은 내면 또는 주류 문화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심지어 비주류 문화의 흐름까지도 파악하게 된다. 이로써 우리의 역사인식은 풍성해질 것이다. 오랫동안 한국 역사학계는 예언서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예언을 일종의 미신이라 치부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역사상의 어두운 그림자로만 인식되었다. 알다시피 광복 이후 한국사회는 오직 근대화만을 추구했다. 역사학도 한국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명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주제로 축소되는 경향이 있어 자본주의 맹아론, 사회적 모순의 해소 과정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제 그런 일방적이고 편향된 역사에서 벗어날 때가 왔다. 역사는 중층적이다. 백승종 경희대 겸임교수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경선은 끝나지 않았다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경선은 끝나지 않았다

    경선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선 후유증을 말한다. 신승한 이명박 후보와 아쉽게 패배한 박근혜 전 대표측의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슬아슬한 동거체제인 셈이다. 시기가 대선 전이냐, 후이냐일 뿐 결국 분당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마저 일부에서 나온다. 이 후보는 어제 첫 인사를 단행했다. 중립 성향의 임태희 의원을 후보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이 핵심이다. 대체적으로 무난하다는 평이다. 강재섭 대표 체제를 대선까지 그대로 끌고 가겠다는 것도 비슷한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박 전 대표측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승자의 아량과 포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후보 경선 캠프의 핵심이자 이재오 최고위원의 오른팔 격인 이방호 의원의 당 사무총장 기용을 못마땅해한다. 사무총장은 당의 조직과 자금을 관장하는 막중한 자리다. 특히 대선 때 그 위력을 발한다. “탕평인사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반응이 주류다. 박 전 대표측은 선대위 해단식에서도 ‘똘똘 뭉쳐 있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줬다. 박 전 대표도 정권교체나 이 후보와의 협력 등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당내 비주류로 밀려날지 모를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이재오 최고의 반성론이 이런 기류를 더욱 부채질했다. 위기의식이 커지면 커질수록 결속력은 더 강해진다. 역설적으로 이것은 이 후보의 고민이다. 친정체제 강화로만 대선 승리는 장담하기 어렵다.‘이회창 학습효과’는 이를 방증한다. 이회창 전 총재는 특히 1997년 대선 때 경선 낙선자들을 포용하지 못했다. 충복들만 데리고 선거를 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는 그때보다 상황이 더 절박하다. 당원·대의원 투표에서 졌고, 무엇보다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권에서 박 전 대표에게 완패한 것은 집토끼마저 놓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더구나 이 후보는 외연 확대를 대선 전략의 큰 줄기로 여긴다. 다른 정파나 시민단체와의 연대나 호남, 충청권 끌어안기도 집안이 안정돼야 힘을 받는다. 지금은 이 후보가 50%를 웃도는 지지율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범여권의 맞상대가 정해지면 결국 2∼5% 차이의 득표율로 대선 승패가 갈릴 것이다. 남은 기간 지지율의 변동도 적지 않으리란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나와 있다. 앞으로 구성될 대선기획단이나 선대위의 주요 직책에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을 중용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1992년의 ‘YS(김영삼 전 대통령) 방식’을 원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YS는 후보 지명 전후로 이른바 ‘신민주계’를 만들었다.YS를 지지하는 민정계와 공화계 인사들을 묶어 민주계와 함께 투 트랙으로 활용했다.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을 신민주계처럼 만드느냐는 앞으로 이 후보가 하기 나름이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는 “이 후보는 진정성을 갖고,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박 전 대표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이 후보 진영에선 볼멘소리들이 나온다.“온갖 고생을 해서 (후보를) 만들었는데, 적군에게 전리품을 넘기라니….” “어차피 그들에게 기대할 것은 없다. 우리의 충성심으로 전선에 임하자.”는 등 독자 행보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박 전 대표측은 당사 앞에서 이 후보 사퇴를 주장하며 농성 중인 사람들부터 해산시켜야 할 것이라는 주문도 한다. 패자가 몽니를 부린다는 여론이 돌 정도로 승자는 가급적 손해를 보는 게 전략상 좋지 않을까. 국민들은 이 후보의 처신을 죽 지켜본 뒤 12월19일 판단을 내릴 것이다. jthan@seoul.co.kr
  • [‘신정아 파문’ 어디까지] 범여 실세 L씨 모종의 역할설

    [‘신정아 파문’ 어디까지] 범여 실세 L씨 모종의 역할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위 위조와 동국대 교수 임용,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임명과 관련,‘권력형 커넥션 의혹’으로 비화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이 청와대 대변인을 통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신씨의 가짜 학위 파문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한 전 동국대 이사회 이사 장윤 스님과 지난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만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변실장이 청와대-불교계 가교역” 변 실장은 미술에 관심이 많아 신씨를 자연스레 알게 됐다고는 하지만 각종 의혹이 뒤따를 것이 뻔한 위험스러운 인물과 왜 접촉했는지, 말 못할 사연(?)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국대 재단에 신씨의 임용을 부탁하거나 가짜 학위 파문이 더 커지지 않도록 무마하려고 했는지, 검찰이 2004년부터 내사를 벌여온 동국대의 각종 재단 비리 등과 관련해 내사가 확대되지 않도록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는지 등의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변 실장의 배후에 또 다른 권력 실세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변 실장의 행보에는 범여권 실세 L씨가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설득력있게 나돈다. 범여권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L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예일대 박사 출신의 모 대학 교수로부터 신씨의 어려운 사정을 전해듣고 변 실장한테 부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독실한 불교신자인 변 실장이 청와대와 불교계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어 재단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장윤 스님과의 만남 등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권력 실세의 개입이 조직적이거나 의도적이라기보다는 지인의 부탁을 들어준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불교계와 가까운 변 실장이 신씨를 보호하기보다는 재단의 화합을 위해 중재에 나서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따라서 신씨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가짜 학위 의혹을 폭로한 장윤 스님에 대한 조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각종 의혹을 제기했고, 권력 실세 가운데 한 명인 변 실장과 만나 대화를 나눈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불교계에서도 장윤 스님의 직접적인 해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등은 그동안 신씨 사건에 대해 학내 문제로 선을 긋고 관망적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 문제가 종단 내부의 파벌간 알력설에 초점이 맞춰지는 등 파문이 확산되자 빨리 진화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장윤 스님의 측근들도 ‘사태 장기화는 좋지 않다.’고 보고 빠른 시일 내에 입장을 표명하도록 장윤 스님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윤스님이 신씨 사건 실체 알 것 일각에서는 신씨 사건이 불거진 것은 조계종단 내부의 고질적인 권력 다툼에서 비롯됐다는 비난이 거세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조계종단 내에는 특정 사찰, 강원(講院) 등이 중심이 된 종단 정책을 연구하는 모임이 여럿 있다. 이 모임들이 총무원장 및 종회의원 선거, 동국대 운영 문제 등을 놓고 끊임없이 경쟁해왔다. 총무원에서 ‘여당’으로 분류되는 장윤 스님은 이른바 ‘직지사 문중’으로 동국대의 현 이사진 내에서는 비주류에 속한다. 장윤 스님이 2004년 서울 중구 필동에 있는 중앙대 부속병원 인수 과정과 관련해 계약금 과다 지급 등의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이번에 신씨의 가짜 학위 문제를 주장하며 현재 동국대 주류측과 끊임없는 갈등을 겪어왔던 것도 이같은 세력 다툼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따라서 가짜 학위 사건에 대한 1차적인 의혹은 장윤 스님이, 신정아씨 동국대 임용과정과 가짜 학위 무마 여부를 둘러싼 권력형 커넥션 여부는 검찰이 밝혀야 할 대목이다. 검찰이 장윤 스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1인칭슈팅게임이 지겨운 당신 스카이다이빙 게임에 빠져봐

    1인칭슈팅게임이 지겨운 당신 스카이다이빙 게임에 빠져봐

    “지겹지 않니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물리지 않니 1인칭슈팅게임(FPS), 이젠 스포츠의 시대야.” 동물들이 떼로 나와 오렌지가 지겹다며 노래를 부르는 한 주스 광고를 온라인게임용으로 바꾼다면 이런 노래가 될 것 같다. 온라인게임에서 스포츠게임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야구·축구·농구·골프·테니스 등이 중심 소재였다. 정통 스포츠를 다뤘다. 그만큼 신선함도 떨어졌다. 게이머 입장에선 매력이 없었다. 이런 온라인 스포츠게임에 ‘이방인’ 종목이 등장했다. 비주류라 그런지 눈길을 끈다. 우선 족구가 온라인게임에 나왔다. 엔트리브소프트는 온라인 족구게임 ‘공박’을 시범서비스하고 있다. 비공개이며 27일까지다. 족구는 우리에게 친숙하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에서 보면 색다른 소재다. 실제 족구의 룰을 게임속에 그대로 재현했다.1대1이 아닌 3대3 팀플레이를 적용, 재미를 줬다. 간편한 조작과 팀워크로 다양한 전술도 펼 수 있다. 시범서비스 이용자(999명) 가운데 여성과 10대의 비율이 40%에 이른다. 이 같은 수치에 회사측도 깜짝 놀랐다. 엔트리브소프트 관계자는 “당초 20대 초·중반 남성을 겨냥했던 게임”이라고 말했다. 모본의 미소녀 스포츠게임 ‘스파이크걸즈’도 족구가 소재다.. 이달 초 비공개 시범서비스를 끝냈다. 엑토즈소프트의 ‘엑스업 테이블테니스’는 탁구를 소재로 했다. 마우스를 움직이면 게임속 탁구 라켓도 움직인다. 엑스업은 중국에 소개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스카이다이빙, 프리러닝(야마카시), 아이스하키 등도 온라인게임에 등장했다. 드래곤플라이의 ‘라카산(그림 위)’은 스카이다이빙을 소재로 한 게임이다. 간단한 조작으로 다양한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다. 상대방과 대결도 가능하다. 드래곤플라이 관계자는 “다른 스포츠게임은 규칙을 알아야 하지만 스카이다이빙은 그럴 필요가 없다.”며 “자유롭게 낙하하면서 여러 미션을 수행하면 된다. 고 말했다. 와이즈온이 개발 중인 ‘프리잭’은 프리러닝을 소재로 했다. 프리러닝은 맨몸으로 아파트 배관을 이용해 건물을 기어오르거나 건물과 건물 사이를 건너뛰는 신종 스포츠다. 프리잭은 고가도로와 고층건물 등 다양한 맵에서 프리러닝 기술을 이용해 누가 먼저 도착하는지를 겨루는 레이싱 게임이다. 그라비티의 온라인 아이스하키게임 ‘바디첵 온라인(그림 아래)’은 29일부터 공개 시범서비스한다. 아이스하키의 박진감에 몸싸움이라는 게임 이름처럼 액션을 더했다. 바디첵 개발을 총괄한 이영수 이사는 “아이스하키의 참신함과 바디첵의 화끈함을 결합시키면서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게임들이 등장한다면 온라인 스포츠게임시장은 한층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李캠프 해단식 숙연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진영이 23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이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해단식을 가졌다. 경선에서 승리한 캠프지만 ‘당심에서는 졌다.’는 분석 때문인지 분위기는 숙연했다. 이 후보는 상근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격려했다. 그는 경선과정의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내 자신 정치적 경험이 부족했던 점이 많았는데 여러분들이 잘해준 덕분에 승리했다.”고 공을 돌렸다. ‘점령군 행세’에 대한 경계의 말도 이어졌다. 당내 비주류 출신 인사가 많은 이 후보 캠프로서는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본격적으로 선대위가 구성되면 캠프 인력의 상당수가 다시 합류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은 각자 위치에서 ‘표정 관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 [한나라당 경선 평가] 한나라경선 평가

    [한나라당 경선 평가] 한나라경선 평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20일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이명박·박근혜 ‘빅2’후보의 지지도는 범여권 주자들보다 월등히 높은 상태에서 경선이 이뤄졌다.‘본선’같은 ‘예선’으로 평가되면서 경선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고, 검증공방까지 가세하면서 더 달궈졌다. 이 후보가 낙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박 후보의 역전승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치열했던 경선 과정을 평가하고 향후 한나라당과 대선 국면을 미리 짚어보는 좌담을 21일 마련했다. 서울신문사 진경호 정치부 차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사회 이번 한나라당 경선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신율 명지대 교수 이 후보의 승리는 성공적인 이미지 메이킹 덕이다. 사실 이 후보의 이미지인 청계천과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경제 능력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일종의 상징조작인데 그게 먹혔다. 중도 이미지를 선점했다는 것도 중요했다. 한나라당의 수구 보수 이미지를 희석할 수 있는 중도적 이미지를 만들어냄으로써 30∼40대를 움직일 수 있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가시적으로 무언가를 보여줌으로써 어필했다는 게 주효했다. 시급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를 갖게 만든 것이다. 여론조사의 덕을 본 것도 사실이다. 당내 투표에서 졌는데 뒤집을 수 있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 시기도 주효했다. 경선이 하루 이틀 더 늦어졌다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치고 올라가고, 이명박 후보는 하락하는 터닝포인트 직전에 경선이 이뤄진 것이다. 치열한 검증공방에도 상대적으로 충성도가 낮다고 봤던 지지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지 않았던 데는 범여권의 지리멸렬함도 한 몫을 했다. ●신 교수 절묘한 시기에 아프간 피랍사태와 남북정상회담 발표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의미에서 때가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손학규 전 지사의 탈당도 결정적이었다. 손 지사가 계속 남아 있었다면 박 후보의 뒤집기도 가능했을 것이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초래한 경제적 위기감도 큰 역할을 했다.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불안이 최고경영자(CEO) 이미지를 가진 이 후보의 호감도를 높인 셈이다. ●박 교수 구조적 차원도 있다. 두 후보의 지지층이 겹치는 부분보다 엇갈리는 부분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이 후보의 도덕성 논란이란 호재를 활용해 박 후보가 막판 추격을 했지만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사회 ‘지독한 경선’이란 말이 회자될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김 시사평론가 각론으로 들어가면 문제점이 없진 않았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았다. 박빙을 다투는 두 경쟁자가 있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민들은 재미를 느꼈다. 문제는 과열로 치달으면서 나타난 감정적 앙금을 치유할 길을 열어놓았냐는 것이다. 패자인 박 후보가 과연 선거운동을 도울 것이냐는 문제가 남았지만 이건 제도적으로 치유되기 힘든 감정의 문제다. 총점을 매긴다면 B학점 이상이다. ●신 교수 나름대로 성공한 경선이었지만 과열 양상도 나타났다. 제도의 성숙이 더딘 우리나라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구석이 있다. 제도가 감정에 압도되는 것이다. 흥행 면에서도 120% 성공을 거뒀다. 다만 검증청문회가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일부 청문위원들은 노력의 흔적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박 교수 보완해야 될 부분이 있다면 여론조사를 경선 결과에 반영하는 문제다. 특정 정당의 대사(大事)를 일반 국민이 결정하는 상황이 이번 경선에서 빚어졌다. 여론조사 개선책이 모색돼야 한다. 공당의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재고가 필요하다. ●사회 이 후보 못지않게 주목되는 게 박 후보의 행보다. ●신 교수 박 후보야 승복할지 모르겠지만 아랫 사람들이 따를지 의문이다. 자칫 ‘한나라당판 후단협’이 생길 수 있다.2002년 민주당 상황과 너무 유사하다. 노무현도 이명박도 모두 당내 비주류였다. 비주류가 주류를 누르고 후보가 됐을 때 주류가 승복하기란 쉽지 않다. 박 후보도 “백의종군 하겠다.”는 말에서 암시했듯 선대위원장 같은 감투를 맡아 적극적으로 이 후보를 돕지 않을 것이다. ●박 교수 변수는 대선 4개월 뒤 곧바로 총선이 실시된다는 점이다. 치열한 조직 대결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경선도 철저한 조직싸움이었다. 한 지역구에 사설 당원협의회장 5명이 난립하는 상황이었다. 대선을 거치며 일부 세력 이탈은 불가피하다. ●김 시사평론가 내년 총선이 박근혜 진영으로선 고민일 것이다. 대선 직후에 치러지는 총선에선 대통령 당선자가 모든 의제를 독점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진영이 영남지역의 공고한 지지세만 믿고 대선에서 태업(怠業)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박 후보 입장에선 당권·대권 분리든, 공천권 반분이든 이 후보측과 거래를 맺고 조건부로 협조하는 게 최상의 카드다. ●사회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의 많은 약점이 드러났다. 당내 갈등의 후유증도 만만찮다. 이 후보의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박 교수 포용력 말고는 없다. 이 후보측이 박 후보 진영을 ‘집토끼’로 간주해 소홀히 대접할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판 후단협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도덕성 시비를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신 교수 박 후보로선 지금 분위기로 대선을 치르면 대구·경북의 전통적 지지층을 이명박 진영에 뺏길 수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권력의 세계에서 ‘차기’는 없다.20%의 고정 지지층에 상대적인 깨끗함, 경제 위기까지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상황에서 박 후보로선 가만히 있기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 후보의 포용력 만으로 주저앉히긴 어려운 상황이다. ●사회 범여권 입장에선 지금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 게 현명할까. ●신 교수 범여권의 지지율이란 게 다 합쳐도 10%가 안 된다. 범여권으로선 바깥 상황에 신경쓸 처지가 아니다. 내부 정리가 급하다. 여권 일각에선 ‘민주·반민주’,‘산업화세력·평화세력’의 대립구도로 몰아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민주는 더 이상 먹힐 화두가 아니다. 평화가 중요한 가치이지만 국민들은 이것이 경제보다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할지 의문이다. ●박 교수 범여권은 단일화 과정을 밟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과 범여 단일후보가 비슷한 수준의 게임을 벌이게 될 공산이 크다. 그 과정에서 평화든 민주든 나름의 화두를 부각시키려 할 것이다. 게다가 이 후보를 자질시비에 좀 더 취약한 후보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도덕성 논란을 본격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신 교수 대선정국 막판은 결국 ‘49대 50’구도로 흐를 것이란 의견도 있는데 난 의견이 다르다. 이 후보가 한나라당 지지층이 아닌 사람들에 의해 후보로 결정됐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추세라면 ‘한나라 대 비한나라’ 구도는 형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49대50 싸움은 재연되기 힘들다. ●김 시사평론가 이 후보는 ‘참여정부 무능론’을 들고 나올 것이다. 자신의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전략이다. 여권은 ‘경제’라는 화두에 정면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효한 수단은 ‘어떤 경제 리더십이냐.’이다. 이명박의 리더십을 투기와 축재로 얼룩진 리더십으로 몰아세우는 것이다. 사실상의 ‘인물론’이다. ●사회 대선 4개월 뒤에 찾아오는 총선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 시사평론가 지금의 지리멸렬 구도가 이어진다면 여권 내부에선 대선을 포기하고 총선을 노려보자는 세력들이 생길 것이다. 현역 의원이나 국회 입성을 노리는 사람들에겐 대선보다 총선이 사활이 걸린 ‘본게임’이기 때문이다. 총선이 범여권의 단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신 교수 동의한다. 여권 핵심 지지층 가운데는 “이번에 완전히 깨져봐야 정신차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실제 여권은 어느모로 보나 ‘깨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다가가고 있다. 뭔가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낼 능력이 없다는 게 문제다. ●김 시사평론가 총선 전까지는 여권의 분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소선거구제이기 때문에 분열하고 싶어도 못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한지붕 두가족’으로 견디는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단일후보대 친노·비노 3자구도로 맞붙으면 백전백패한다는 것을 동물적 감각으로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어차피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총선 이전에 뛰쳐나갈 가능성은. ●김 시사평론가 뛰쳐나가는 그룹이 확실한 지역기반을 갖고 있다면 가능하다. 그런데 범여권엔 없다. 호남의 전폭적 지지를 친노도 비노도 장담 못한다. 그렇다고 친노가 부산·경남에서 지지를 얻기도 어렵다. 여권내 어느 그룹도 ‘비빌 언덕’이 없다. 정리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경선과 본선 사이

    1997년 7월 신한국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이회창 후보는 그해 9월 말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당 총재직을 넘겨받으면서 자신이 겸직하던 대표직에 누구를 앉힐 것인가로 많은 고민을 했다. 친정체제 강화냐, 당내 화합과 결속이냐가 고민의 핵심이었다. 두 아들의 병역 비리 문제로 지지율이 급격히 추락, 후보 교체론까지 나오는 마당에 반전 카드 차원에서 이 후보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경선 승리의 1등 공신인 김윤환 고문을 대표로 임명, 대선 승리를 위해 일로매진하자는 의견과 당내 불협화의 최대 인자(因子)인 비주류를 적극 끌어안기 위해 경선 낙선자를 대표로 임명해 ‘같은 배를 탄 한 식구’ 개념을 공고히 하자는 의견이 대립했다. 결국 이 후보는 후자를 선택, 이한동 고문을 대표에 임명했다. 그러나 이 후보 진영은 이 대표에게 대표직에 걸맞은 권한과 역할을 주지 않았다. 당내 화합을 위한 모양새만 갖췄을 뿐 진정성을 결여했다. 경선 승리 후 석 달 가까이 지속돼온 ‘승자 독식체제’를 유지한 것이다. 자연히 이 대표는 겉돌았다. 이 대표측은 이 후보의 대선 승리보다는 다음 해 있을 총재 선출 전당대회에 더 관심을 보였고, 이로 인해 이 후보와 이 대표 진영은 감정싸움까지 벌였다. 비슷한 맥락의 일은 또 있다. 이 후보의 가족과 핵심 5인방 중심의 비선조직을 말한다. 당시 선대위 홍보본부장을 맡았던 박희태 의원은 이렇게 회고했다.“홍보본부가 머리를 싸매고 홍보문안을 만들었는데, 정작 신문광고나 방송광고에 나오는 것은 완전 딴판이었다. 후보의 비선조직이 좌지우지한 까닭에 선대위의 공식기구는 심한 무기력감에 빠졌었다.” 이명박 대선경선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인 박 의원은 이번에는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을 포함한 캠프인사들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당의 공식기구가 모든 것을 관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나라당은 어제 서울 합동연설회를 끝으로 1년여간의 경선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가장 지독한 경선이란 평가다. 그만큼 치열했고 살벌한 난타전의 연속이었다. 금도를 벗어난 비방전으로 ‘원수보다 더한 관계’가 돼 버렸다. 경선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크다. 후보사퇴론은 이미 공방전의 소재가 됐고, 벌써부터 경선 불복론과 탈당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틀 후면 결과가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두 진영이 진정한 화합을 이룰지 제일 큰 관심사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50%를 상회하고 두 후보의 지지율이 월등히 앞서는 1,2위여서 패배한 측의 도움 없이도 대권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요 착각이다. 한마디로 착시(錯視)현상이다. 양측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친 탓에 상대 후보에 대한 혐오지수가 더 커져,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질 경우 이긴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두 후보의 지지층이 상당부분 다른 것도 그렇다. 두 사람이 한마음 한뜻이 되지 않고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얘기다. 승자는 무조건 패자를 감싸안고 패자는 철저하게 승복해야 하는 이유다. 패자가 또다시 경선 불복을 되풀이하면 정치사에 다시 한번 커다란 오점을 남기게 된다. 승자 역시 이회창 후보의 전철을 되밟지 않아야 한다. 비단 한나라당을 위한 충고가 아니다. 우리 정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도록 서로가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 정치는 생물이라 하지 않던가.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게 정치다. 두 후보의 경선 후 행보를 지켜볼 요량이다.jthan@seoul.co.kr
  • 그녀의 ‘카메라 사랑’은 계속된다

    누가 조선희를 ‘연예인 전문 사진가’라 했던가. 그는 자신을 당당히 ‘대중문화기록자’라고 소개한다. 시대를 기록하는 자로서의 의식과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EBS ‘시대의 초상’은 7일 오후 10시50분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사진작가 조선희’를 방송한다. 독특하고 기괴하면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쌓아왔다는 평을 듣는 조선희의 솔직한 사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한국 광고사진의 스타 조선희는 김중만의 제자로 사진계에 입문했다. 그는 사진을 시작하던 때를 이렇게 설명한다.“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모든 게 출발한 거 같아요. 제가 5남매 가운데 중간이거든요. 내가 쟁취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는 위치였죠.” ‘사랑갈구증’이 힘을 얻고 탄력을 받은 것은 대학 시절. 연세대 사진동아리에서 첫 출사를 나간 날, 한 선배가 그에게 말했다.“한 발 더 다가서라.” 이 말은 그가 세상에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었다. 시련도 있었다.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그에게는 한때 ‘비주류’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특이했던 거죠. 사진과도 안 나왔고, 여자고, 사투리도 팍팍 쓰고….” 어렵사리 들어온 프로젝트 제의가 비주류라는 이유로 취소당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는 다짐했다.“더 이상 이렇게 누가 내 것을 빼앗아가게 하진 않겠다.”고. 이제 어느 누구도 그를 ‘비주류’라고 부르지 않지만, 조선희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이야기한다.‘조선희다움’은 늘 시작이라고, 카메라와의 질긴 운명을 멈추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이 사진만큼이나 빛이 난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열린세상] 대통령 단상/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열린세상] 대통령 단상/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지금이야 대통령 씹는 게 ‘국민 스포츠’지만, 한때 그는 희망이었다. 그의 지지자들이 비주류이던 그를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나아가 대통령으로 만드는 드라마에는 감동적인 구석도 있었다. 케네디가 TV 덕분에 대통령이 됐다면, 인터넷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최초의 인물이 노무현. 그의 당선엔 역사적 의미까지 있다. 노회찬 의원의 말대로 “노 대통령의 유일한 업적은 당선된 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큰 희망을 걸었던 이들은 크게 환멸을 느끼는 모양이다. 하지만 애초에 그에게 희망을 걸지 않았던 나 같은 사람들은 실망할 것도 없었다. 그 역시 미국의 명령에 따라 이라크에 파병할 것이고, 재계와 관료들의 권고대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여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동참하리라는 것을 이미 알았기 때문이다. 민생을 파탄시키는 중요한 정책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늘 공범이었다. 사실 순수한 지표를 놓고 보자면,‘경제를 살리겠다.´는 한나라당의 구호는 무색해 보인다.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달러에 달하고, 주가지수가 2000을 넘나든다. 그렇다고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한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이야 자기들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나,10년 전에 나라경제를 말아먹은 분들이 버젓이 그런 얘기 하는 것을 들으면, 그 얼굴 가죽으로 구두를 만들고 싶은 엽기적 충동을 느끼게 된다. 우울한 얘기지만, 앞으로 경제가 성장해도 삶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1인당 GDP가 늘어날수록 삶은 불안정해지고, 양극화는 심해질 것이다. 때문에 올해 대선에서 누가 권력을 잡든, 삶이 크게 바뀔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 게 좋다. 희망이 크면 실망도 크고, 환상이 크면 환멸도 큰 법. 서민의 삶이 힘든 것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나아가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정책의 필연적 결과다. 별로 인기는 없지만, 노무현 정권이 한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 곳곳에서 ‘권위주의’를 무너뜨린 것은 그의 가장 큰 업적이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사회는 커뮤니케이션의 양상을 바꿔야 한다. 지도자의 명령에 따라 삽질하던 시대의 권위주의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곧 생산력이 되는 미래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계급장 떼고 토론하려 드는 대통령의 체통 없는 태도에는 평가해줄 만한 구석이 있다. 사실 대통령 씹기가 국민스포츠가 된 것도 그것과 관련이 있다. 그러니 대통령은 너무 서운해할 것 없다. 사실 노 대통령처럼 노골적으로 무시당한 대통령은 없을 것이다. 그를 향해 쏟아 부은 정치권의 험담은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 그들은 자신을 뭐라 평가할지 모르나, 내가 보기에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여야를 통틀어 노무현만 한 교양 수준을 갖춘 사람은 유감스럽지만 단 한명도 없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수준을 보라. 여당은 대통령 보고 탈당하라 해 놓고, 정작 탈당을 하니 자기들까지 덩달아 탈당하는 코미디를 연출한다. 한나라당은 삽질하던 시대의 흘러간 유행가를 경제회생의 비책이라고 내놓고 싸움질에 여념이 없다.2007년 대선은 2002년에 비해 수준이 대폭 떨어질 모양이다. 행사장에서 피켓 들고 폭행을 하는 행각. 적어도 2002년 대선에 그런 추태는 없었다. 초기 노사모에는 건강함이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을 ‘감시’하겠다는 약속을 깸으로써 노사모는 친위대 수준으로 타락해 갔다. 과거에 인터넷은 그의 가장 든든한 기반이었다. 하지만 거기서도 괜찮은 지지자들은 다 떨어져 나가고, 황우석을 우상으로 떠받드는 정신 나간 이들만 남아 그들 특유의 고약한 매너로 주위 사람들에게 대통령에 대한 악감정만 부추기고 있다. 대통령의 신세가 참으로 한심해졌지만, 그는 언젠가 다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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