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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규직 전환 0.3%”… 무기한 파업 나선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0.3%”… 무기한 파업 나선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쟁의권 확보 못한 8곳은 휴가내고 靑으로 “2년간 4399명 대상자 중 전환자 15명뿐” “직접 고용”vs“자회사” 노조·병원 엇갈려 교육부 “시한 정해 강제 못해… 해법 고심”“에이즈 환자가 수술한 방을 청소하다가 바닥에 떨어진 주삿바늘에 찔렸습니다.” ‘2년간 정규직 전환율 0.3%’에 분노한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에 나선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청소 노동자 서기화(64)씨는 “2011년 당시 결과는 음성이 나왔지만 8년째 불면증에 시달리며 신경안정제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정부가 출범하며 정규직 전환이 된다고 해서 기대가 컸지만 자회사를 통한 것이라면 지금과 다를 게 없다”면서 “직접 고용이 되어야 무시당하지 않고 사람 취급받으면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등 13개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들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한 8곳의 파견용역 노동자들은 휴가까지 내고 참여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국립대병원 파견용역직의 조속한 정규직 전환의 완료를 진두 지휘하고 청와대 차원에서 긴급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보건의료노조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3개 국립대병원 전체 파견용역직 중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4399명으로 이 가운데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규직 전환된 인원은 최근 2년간 15명(0.3%)에 불과하다. 이는 불법파견 소지를 없애기 위해 우선적으로 직접 고용된 부산대병원 277명을 제외한 수치다. 2017년 7월 ‘공공부문 1단계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이후 전환이 완료된 국립대병원은 강릉원주대치과병원(6명)과 부산대치과병원(9명) 단 두 곳이다. 국립대병원의 전환 비율은 다른 공공기관과 비교해 봐도 미미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7월 기준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1단계 대상 정규직 전환 완료는 계획 대비 84.9%”라면서 “국립대 병원이 다른 기관보다 진도가 한참 낮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현지현 조직국장은 “고령의 파견용역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만 기다리다가 정년퇴직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규직 전환이 늦춰지는 이유는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노조와 자회사를 통한 전환을 하겠다는 병원 측 입장이 엇갈려서다. 병원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내세우며 직접 고용을 꺼리고 있다. 전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립대 병원장들을 소집해 직접 고용 원칙을 강조했지만 국립대병원장들은 재정 상황 등을 이유로 즉답을 피했다. 지난달 직접 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한 달간 단식한 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장은 “국립대병원이 자회사를 만들어 수익 사업까지 하고 싶어 한다”면서 “교육부는 자리만 마련하고 적극적인 중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병원에 언제까지 직접 고용 형태로 전환하라고 시한을 정해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병원 측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구의역 사고’ 정비업체 대표 2심도 집유

    지하철역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다 전동차에 치여 숨진 ‘구의역 김군’ 사고의 책임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스크린도어 정비용역업체 대표가 2심에서도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22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유남근)는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65) 전 은성PSD 대표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이씨와 검찰 측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이씨는 인력 부족 상황을 방치하고 2인 1조가 원칙인 현장에서 1인 작업이 이뤄질 수밖에 없도록 수리작업반을 편성·운영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정원(55) 전 서울메트로 대표와 은성PSD 법인에 대해서도 1심과 같은 벌금 1000만원, 벌금 30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함께 재판을 받은 나머지 관계자 7명도 대부분 벌금형이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비용 증가를 감수하고 검증을 거쳐 필요한 인원을 투입해야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정책을 추진할 요건이 조성되지 않은 것이 사건 원인 중 하나”라면서 “안전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현실이나 사고 발생 위험으로 열차 진행이 지체되는 것을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2016년 5월 당시 19세였던 김모군은 서울메트로로부터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위탁받은 은성PSD의 계약직 직원으로 일하며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사고 이후 김군에 대한 추모 행렬이 이어지며 ‘위험의 외주화’에 노출된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듬해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합쳐져 출범한 서울교통공사는 정비 직원 수를 늘리고 외주를 주던 정비 업무를 직영화하며 외주업체 직원을 공사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당신이 땀 흘리며 닦았던 바닥, 무심히 밟고 다녀 죄책감 들어”

    “당신이 땀 흘리며 닦았던 바닥, 무심히 밟고 다녀 죄책감 들어”

    비정규직 공동행동, 서명 7000명 넘어 고인 죽음 책임 동감·총장 사과 요구도 서울대, 휴게 공간 실태 전수조사키로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 단과대에 권고 “문 닫으면 머리 아프고 답답하고 물 배관 소리가 시끄러워요.” 21일 오후 고용노동부 서울관악지청 산재예방지도과 현장점검팀이 서울대 법학관 청소노동자 휴게실에 들어서자 청소노동자들은 마음에 담아왔던 불편함을 털어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장을 살피며 휴게실 냉난방·창문 유무, 면적, 작업 여건이나 범위 등을 꼼꼼히 확인했다. ‘PIT’(기계설비실) 팻말이 붙은 공간을 휴게실로 써온 여성 청소노동자는 “여길 사람이 써도 되는 공간이긴 하냐”고 점검팀에 물었다. 곁에 있던 남성 노동자가 이 질문을 듣더니 “안 되겠지…”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노동자들의 가슴 한쪽엔 지난 9일 숨진 60대 동료를 추모하는 근조 리본이 달려 있었다. 서울대 안에서는 에어컨과 창문이 없는 휴게 공간에서 쉬다가 숨진 청소 노동자를 추모하고 학교 측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앙도서관 통로 한쪽에 추모 공간이 마련됐고 ‘이 죽음에 우리가 답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학생들은 메모지에 추모 메시지를 적어 대자보 옆에 붙이며 마음을 전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지탱했던 고인의 죽음에 책임을 느낍니다”, “당신이 땀 흘리며 닦은 바닥을 무심히 밟고 다닌 이 학교 학생으로서 죄책감을 느낍니다” 등의 내용이 적혔다. 온라인에서도 추모와 사과 촉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와 학생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 지난 15일 시작한 온라인 서명운동이 대표적이다. 21일 오전 기준 재학생 1718명 등 모두 7000여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이들은 서명운동을 통해 ▲노동자 휴게실 전면 개선 ▲고인의 죽음에 책임을 인정하고 총장 명의로 사과 ▲모든 노동자들에게 인간다운 처우와 노동환경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는 청소·경비·기계전기 분야 등 학내 시설노동자의 휴게 공간의 실태를 전수 조사하기 위해 전담팀을 꾸리고 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본부 차원에서 휴게 공간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각 단과대가 따르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숨진 노동자와 함께 일하던 남성 노동자 2명은 사고 이후 학교 측이 마련해준 제2공학관 건물 7층 공간에서 휴식을 취한다. 원래 학생 동아리가 있던 곳이다. 노동자 원모(67)씨는 “에어컨 있고 창문 있는 휴게실이 생겨 좋지만 학생들 공간을 빼앗는 것 같아 미안하다”면서 “곧 방학이 끝나면 언제 학생들에 내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단과대 차원에서 임시로 공간을 마련했고 향후 지침이 나오는 대로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대법, 29일 불법파견 선고… 도공 요금수납원 운명의 날

    대법, 29일 불법파견 선고… 도공 요금수납원 운명의 날

    “업무 이관 돼 노동자 승소해도 일 달라져”직접 고용을 주장해 오다 결국 일자리를 잃은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대법원 판결이 오는 29일 선고된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노정희)는 29일 오전 10시 대법원 1호 법정에서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의 상고심 선고를 내린다. 2017년 3월 이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지 2년 5개월 만이다. 사실상 도로공사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으며 일한 용역업체 소속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2013년 자신들이 도로공사 직원인지 여부를 확인해달라며 차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1월 서울동부지법에 이어 그해 6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도 잇따라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인 서울동부지법 민사15부(부장 김종문)는 “도로공사가 직접 요금수납 노동자들에게 규정이나 지침 등을 통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업무 지시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2017년 2월 2심 재판부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그간의 노동 계약 관계는 불법 파견에 해당되기 때문에 일한 지 2년이 지난 노동자들은 도로공사에 고용된 것으로 봐야 하고, 2년이 안 된 노동자들도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을 하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도로공사는 요금수납 노동자들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했다. 전체 6500여명 중 5100여명은 자회사 전환 방식에 동의했지만, 나머지 1400여명은 도로공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자회사 전환을 거부했다. 노조 측은 “대법원 판결도 나오기 전에 자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지만, 도로공사는 지난달 1일 요금 수납 업무를 신설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에 맡겼다. 이에 따라 자회사 전환을 거부한 노동자들은 지난달 1일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들 중 일부는 서울톨게이트 지붕 위에서 50일 넘게 고공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현재로선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단할 수 없는 분위기다. 2006년 정규직 고용을 요구하다 집단 해고된 KTX 승무원들은 철도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 2심 모두 승소했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힌 바 있다. 도로공사 측은 “대법원이 하급심과 같은 판단을 내린다면 계약이 해지된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겠지만, 수납 업무는 이미 자회사로 이관됐기 때문에 도로 정비, 환경 정비 등과 같은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운명 곧 결정...대법 29일 선고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운명 곧 결정...대법 29일 선고

    대법원, 2년 5개월 만에 선고1·2심 모두 수납원 손 들어줘해고 수납원, 50일 넘게 농성공사 “고용돼도 수납업무 못해”직접고용을 주장해 오다 결국 해고된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대법원 판결이 오는 29일 선고된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노정희)는 29일 오전 10시 대법원 1호 법정에서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의 상고심 선고를 내린다. 2017년 3월 이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지 2년 5개월 만이다. 사실상 도로공사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으며 일한 용역업체 소속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2013년 자신들이 도로공사 직원인지 여부를 확인해달라며 차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1월 서울동부지법에 이어 그해 6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도 잇따라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인 서울동부지법 민사15부(부장 김종문)는 “도로공사가 직접 요금수납 노동자들에게 규정이나 지침 등을 통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업무 지시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2017년 2월 2심 재판부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그간의 노동 계약 관계는 불법파견에 해당되기 때문에 일한 지 2년이 지난 노동자들은 도로공사에 고용된 것으로 봐야 하고, 2년이 안 된 노동자들도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을 하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같은해 7월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도로공사는 요금수납 노동자들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했다. 전체 6500여명 중 5100여명은 자회사 전환 방식에 동의했지만, 나머지 1400여명은 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자회사 전환을 거부했다.노조 측은 “대법원 판결도 나오기 전에 자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지만, 도로공사는 지난달 1일 요금 수납 업무를 신설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에 맡겼다. 이에 따라 자회사 전환을 거부한 노동자들은 지난달 1일자로 일자리를 잃었다. 해고된 노동자들 중 일부는 서울톨게이트 지붕 위에서 50일 넘게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로선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단할 수 없는 분위기다. 2006년 정규직 고용을 요구하다 집단 해고된 KTX 승무원들은 철도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 2심 모두 승소했지만, 대법원(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에서 판결이 뒤집힌 바 있다. 도로공사 측은 “대법원이 하급심과 같은 판단을 내린다면 해고 노동자들은 직접 고용을 해야 되겠지만, 수납 업무는 이미 자회사로 이관됐기 때문에 도로 정비, 환경 정비 등과 같은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소수라 더 특별하다… 학예연구사, 경력은 ‘필수’ 차별성은 ‘선택’

    소수라 더 특별하다… 학예연구사, 경력은 ‘필수’ 차별성은 ‘선택’

    학사·3년 경력·석사 학위 있으면 유리 면접서 경험 중요… 관련 경력 쌓아야 국가직, 상황 따라 근무지 옮길 가능성 “연구직 1% 이하… 인력·시설 확대해야”선조들이 물려준 문화유산을 잘 가꾸고 보전하는 것은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한적한 고궁을 산책하는 것도, 박물관에 정갈하게 전시된 유물을 보는 것도 문화재를 제대로 가꾼 뒤에 비로소 누릴 수 있는 권리다. 첨단 기술과 고도의 전문성으로 문화재를 발굴·보존하며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공무원들이 있다. 바로 문화재청 학예연구사들이다. 문화재청은 해마다 고고학·보존과학·미술사 등 문화재 관련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이들을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총 8명을 채용하는 올해 채용 필기시험이 다음달 8일 치러진다. 채용 규모는 적지만 관련 분야 전문성을 갖추지 않으면 쉽게 통과할 수 없는 시험이다. 20일 현직에서 활동하는 학예연구사들을 만나 채용제도 전반과 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들여다봤다.대전 유성구에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본관 뒤편에 마련된 고고연구실. 남상원(34) 학예연구사가 유물 한 점을 쥐고 골몰하고 있다. 그는 울주 반구대 인근에서 출토된 통일신라 시대 유물 ‘연화문수막새’를 한참 실측하고 있었다. 연화문수막새는 연꽃무늬 모양의 유물로 기와지붕의 처마를 장식하는 용도. 유물을 찰흙으로 고정하고 실측도구로 크기를 잰 뒤 종이에 기록한다. 현장에서 발굴한 유물들을 하나하나 실측하는 일은 손이 굉장히 많이 가는 작업이다. 그러나 학술보고서를 작성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소홀히 할 수 없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고고연구실 소속인 남 연구사는 고고학 직렬로 2017년 공직에 입문했다. 대학원에서 역사고고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요건에 현장실습이 있기에 서울 송파구에 있는 백제 유적지 ‘풍납토성’ 조사에 참여했다가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학예사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공직자가 되고자 고고학을 공부한 것은 아니다. 연구원으로 활약하다가 문화재청에서 학예연구사를 채용한다는 소식을 접했고 준비를 이어 갔다. 현재 그는 울주 반구대 암각화와 관련된 종합적인 학술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외 연구과제로 1년에 한 번씩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면서 한반도 기마문화의 전파 경로를 탐색하는 일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석사 이상 추천… 자신의 전공 갖는 게 도움 남 연구사는 “학예연구사를 노리고 있다면 석사학위가 없어도 관련 학사학위와 3년 경력만 있어도 되지만 그래도 대학원에 빨리 진학해 석사학위를 따는 것이 좋다”면서 “학예연구사를 하면서 자신의 전공을 가지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재연구소 본관 왼쪽에 있는 보존과학센터에서 만난 송정일(34) 학예연구사는 컴퓨터 화면에 그래픽으로 구현된 도자기를 띄워 놓고 한참을 바라봤다. 보존과학 직렬로 2017년 학예연구사가 된 그는 이곳에서 문화재 비파괴 진단 업무를 하고 있다. 유물을 최대한 보존한 상태에서 방사선 등을 이용해 유물 내부 구조와 형태를 조사하는 일이다. 유물의 모양을 3차원으로 복원하고 디지털로 기록하는 작업까지 그의 몫이다. 국내에서 문화재 보존과학을 전공한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다. 관련 학과를 설치하고 있는 곳이 몇 안 될뿐더러 대학원 이상 교육과정을 두는 곳은 거의 찾기 어렵다. 문화재청 소속 특수 목적 대학인 한국전통문화재대학교에서 보존과학을 전공한 송 연구사는 다른 대학원에서 금속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마찬가지로 문화재청에서 비정규직 연구원 생활을 이어 가던 그는 방사성 동위원소 취급자 면허를 취득하고 비파괴 진단 관련 민간 회사에 취직하기도 했다. 그러다 본인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학예연구사 채용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고 회사 생활과 채용 준비를 병행했다. 비파괴 진단 분야 전문성을 가진 그였지만 학예연구사 채용이 만만하지 않았다. 워낙 채용 규모가 작을뿐더러 이 분야에서 오랜 기간 전문성을 쌓고 학예연구사 채용을 준비하고 있는 이도 많기 때문이다. 송 연구사는 “필기시험이나 면접을 하루아침에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화재와 관련된 경력을 꾸준히 쌓아 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면접에서는 자기가 해 온 경험이나 학술활동에 대해 많이 질문한다. 다른 사람과 차별되는 지점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만의 장기를 서술형 시험이나 면접에서 잘 녹여낼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일반직 공무원 6~7급 상당… 시험은 ‘논술형’ 학예연구사는 국가직 공무원 공개채용과 달리 인사혁신처가 아닌 문화재청에서 직접 채용한다. 일반 공무원과는 직급 체계가 다르지만 학예연구사는 보통 일반직 공무원 6~7급에 상당한다. 예전에는 석사학위 이상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만 채용했지만 최근에는 관련 학과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 중에서 경력이 3년 이상 있으면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학예연구사 지원자들이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학술활동이나 자신의 전공 영역에 대한 질문을 면접에서 많이 하기 때문에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합격자들의 전언이다. 단순히 석사학위뿐만 아니라 전공 분야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는 등 학술활동 실적도 중요하다. 필기시험은 1·2차를 한꺼번에 치른다. 1차는 문화사 일반이고 2차는 한국문화사와 전공과목이다. 1차 문화사와 2차 한국문화사는 5문항 100점 만점이며 70분 동안 치른다. 전공과목은 3문항 100점 만점에 80분이 주어진다. 모든 시험은 논술형이다. 짧은 시간에 답안을 써내야 하기 때문에 문제와 관련된 키워드를 최대한 많이 녹여내야 한다는 게 합격자들의 조언이다. 면접은 수험생의 경력과 전공 분야, 직무기술서 등을 바탕으로 학예연구사가 돼서 어떤 연구를 수행하고 싶은지 등을 질문한다. 학예연구사들이 활약할 수 있는 곳은 다양하다. 먼저 대전에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소를 중심으로 전국 7곳에 있는 지방 연구소(경주·부여·가야·나주·중원·강화·완주)에서 일할 수 있다. 이외에도 국립고궁박물관과 각 유적 관리소를 비롯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도 있다. 기본적으로 채용할 때 근무지가 정해지지만, 국가직 공무원이기에 한곳에서 영원히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다른 근무지로 얼마든지 옮겨갈 수 있다. 올해 채용 예정 직렬은 고고학(3명), 보존과학(3명) 외에도 물리탐사(1명)와 미술사(1명)가 있다. 물리탐사 직렬은 지질학 관련 학위나 경력을 가진 사람이 지원할 수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고고연구실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지하에 매장된 문화재를 지표면을 훼손하지 않고 깊이나 규모 등을 추정하는 일이다. 문화유적을 3차원(D)으로 기록하는 업무와 함께 3D프린트, 가상현실(VR) 기술 등을 활용해 문화유산 보존·복원 업무를 한다. 미술사 전공자는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할 예정이다. 조선(1392~1897) 왕실과 대한제국(1897~1910) 황실 관련 유물을 보존·전시하는 곳이다. 미술사 학예연구사는 고궁박물관이 소장하는 작품을 조사하고 보존·활용을 위한 학예 업무를 한다. 문화재 학술조사뿐만 아니라 관련 학술지, 도서 발간 업무도 하게 될 예정이다. ●연구직, 특정분야 집중할 수 있는 환경 필요 문화재 관련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학예연구사지만 마냥 화려한 것만은 아니다. 공직에 입문한 지 3년이 되지 않은 새내기들은 문화재 행정의 발전을 위해 몇 가지를 제언했다. 남 연구사는 “지난해 12월 기준 연구직 공무원은 전체 0.75%밖에 되지 않는 아주 소수로 국정과제에 매달리는 연구자들이 1~3명 정도 적은 인력이 매달리고 있어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면서 “국가직 공무원 특성상 보직을 주기적으로 순환하는데 연구직은 특정 주제를 선정하면 그것에 관심과 소질을 가진 자리여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송 연구사는 “많은 관심이 있으면 예산은 따라오겠지만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 “시설이나 장비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글 사진 대전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공무원 대나무숲] 과로사 잇따른 우체국 근무환경… 우본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 깨달아야

    지난달 전국우정노동조합(우정노조) 총파업 투쟁은 많은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마침내 정부가 나섰고 노사 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됐다. 국민과의 신뢰도 지킬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총파업 선언으로 가장 우려했던 것은 전국의 우편서비스가 멈추는 사상 초유의 ‘물류대란’이다. 우체국 현장 인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편서비스의 중심에는 집배원과 우편원, 계리원, 택배원, 별정사무원, 우정실무원 등이 있다. 이들은 우정사업본부(우본) 전체 직원의 약 80%를 차지한다. 이들은 우편 접수와 구분, 발착, 운송, 배달뿐만 아니라 우체국 창구에서 고객과 마주하며 예금, 보험 사업에도 앞장섰다. 공익성 못지않게 수익성도 추구해야 하는 우본 특성상 보편적 서비스를 펼치는 동시에 금융 사업에도 뛰어들어 수익을 창출했다. 그러나 현장 인력의 근무환경은 날이 갈수록 열악하다. 집배원은 장시간 중노동으로 과로사가 잇따른다. 창구직은 감정노동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육아휴직이나 명예퇴직 등으로 인한 결원이 제때 충원되지 않아 법으로 보장된 휴가는커녕 화장실도 마음 편히 가지 못한다. 게다가 우정직은 30년 이상 일해도 관리자가 될 수 없다. 현장에서 오랜 세월 근무해도 7급으로 퇴직하는 만성적인 승진 적체에 상대적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 일선에서 오랜 시간 업무 역량을 키운 사람들이 입사 5~6년차 행정·기술직의 하대와 갑질에 고통도 겪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우본에 노조 의견을 따라 대안을 마련하라고 권했고 조정까지 성립했지만 여전히 우본은 응답하지 않는다. 여기에 비공무원으로 전국 우체국의 약 25%를 차지하는 별정우체국에서 일하는 별정직과 우정직 집배원이 다 감당하지 못하는 물량을 맡고 있는 무기계약 및 비정규직 택배원까지. 모두 합치면 4만명이 넘는 이들이 각자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곳이 우체국이다. 그러나 우정직과 별정직을 향한 차가운 시선은 여전하다. 우본이 국민에게 더욱 사랑받는 정부기관으로 거듭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현장 인력을 존중하는 문화가 가장 필요하다. 한 지붕 아래에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기형적인 행태는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불과 한 달 전. 우본은 우정노조 총파업 선언으로 뼈저린 자성과 환골탈태를 약속했다. 현장 인력의 손과 발이 멈추는 순간, 135년 역사를 가진 우본도 존폐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명심해야 한다. 우본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한 우체국 공무원
  • “현대판 노예제에 스러진 용균이… 특조위 권고안 정책 반영을”

    원·하청 구조가 하청 노동자들이 잇따라 사망한 원인이라는 진상조사 결과를 받아 든 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20일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날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진상조사 결과를 밝힌 가운데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특조위가 제안한 22개 권고안을 정부가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직접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 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설비 운영의 안정성을 위해 노동자들의 숙련도가 중요했지만 하청업체들은 발전소 하청 노동자들에게 가야 할 임금의 절반 가까이를 착복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가장 충격적인 것은 한국중부발전이 만든 신분별 감점계수”라며 “정규직 노동자가 목숨을 잃으면 감점계수가 12점인데 하청 노동자는 4점이다. 하청 노동자의 목숨은 정규직 노동자 3분의1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균씨 어머니인 김미숙씨도 “제 아들이 업무수칙을 너무 잘 지켜서 사고가 났다고 했을 때 정말 기가 막혔다”면서 “현대판 노예제도에 내 자식이 당했다는 것에 크나큰 분노로 몸서리가 처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성 민주노총 발전노조 한전산업개발본부 사무장은 “이제 현장에 가서 우리 일터가 안전하지 않고 우리가 일한 노동의 가치가 민간회사의 배만 불렸다는 것을 알리려 한다”고 말했다. 발전소 노동자들은 이날부터 오는 30일까지 전국의 발전소를 돌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장 목소리를 듣고, 31일에는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규모 서울 상경투쟁을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래커로 ‘복직’ 썼다고 해고자에 5200만원 내라는 전범기업”

    “래커로 ‘복직’ 썼다고 해고자에 5200만원 내라는 전범기업”

    해고 비정규직 4명·노조 상대 손배소 “780만원이면 충분… 노조 탄압 행위”일본 기업 ‘아사히글라스´의 한국 자회사가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노동자들이 해고에 항의하는 뜻으로 공장 정문 도로에 래커 칠을 한 것을 문제 삼았는데 노동자들은 “전범기업인 미쓰비시그룹의 계열사 아사히글라스가 노조까지 탄압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비정규직지회와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등은 2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아사히글라스는 휴대전화와 TV 등 액정의 유리 기판을 만드는 기업이다. 노조에 따르면 경북 구미의 AGC(아사히글라스 컴퍼니) 화인테크노한국은 2015년 노조를 만든 하청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이 업체 소속 비정규직 178명을 문자 한 통으로 해고했다. 이에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은 2017년 “유리 생산과 세정 등 하청업체 업무가 회사 유지에 꼭 필요하고, 노동자들은 원청의 지시를 직접 받고 있다”며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 과태료 17억 8000만원을 부과했지만 사측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은 해고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공장 정문 도로 바닥에 래커로 ‘노동조합 인정하라´, ‘복직’ 등의 글씨를 썼다. 사측은 이를 문제 삼아 지난 1일 아사히비정규직지회와 조합원 4명에게 52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노조 측은 “래커를 지우는 데 드는 비용은 최대 780만원인데, 사측은 노조에 높은 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려고 일부러 도로를 새로 깔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GC 관계자는 “전문업체에 의뢰하니 약품으로는 도로 원상회복이 어렵다고 해 새로 공사한 것이고, 회사 부지 내 도로라 외부 고객사 등이 자주 지나가는데 심각한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해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광주형 일자리’ 본격 출범… 제2, 제3 ‘지역형 모델’ 전국 확산

    ‘광주형 일자리’ 본격 출범… 제2, 제3 ‘지역형 모델’ 전국 확산

    노사상생형 광주형 일자리 사업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광주형을 기본으로 지역 실정에 맞는 투자 유치와 공장 설립이 이어질 전망이다. 첫 사업인 광주형 일자리도 20일 광주시·현대차 합작법인 설립으로 윤곽을 드러낸다. 노사정 협의, 투자 주체 선정, 임금 문제 등 각종 논란과 우여곡절 끝에 최근 현대차 완성차 공장의 밑그림이 완성됐기 때문이다. 민선 6기인 2014년 9월 광주시 사회통합추진단 발족과 함께 시동을 건 지 5년 만이다.광주시는 19일 주주들의 자본금 납입이 끝나면서 올해 말 공장 설립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시는 20일 열리는 발기인 총회에서 합작법인 명칭과 대표이사·임원 등을 선임한 뒤 곧바로 법인등기를 마치기로 했다.●20일 발기인 총회… 준비 절차 완료 합작법인의 투자 규모는 당초 7000여억원에서 중복 투자 부문을 덜어냄으로써 1000여억원 줄어든 5754억원이다. 법인 설립을 위한 자기자본금은 당초보다 200억원 줄어든 2300억원이다. 1대 주주인 광주시는 483억원(21%)을 출자한다. 현대차가 437억원(2대 주주, 19%), 광주은행이 260억원(3대 주주, 11%), 산업은행이 250억원(4대 주주, 11%)을 투자한다. 1~3대 주주가 지분의 62%를 떠맡으면서 대주주 구성이 마무리됐다. 나머지는 30여개 중소기업 투자자들이 10억~100억원을 출연해 주주로 참여한다. 금융권으로부터 3450여억원을 차입한다. 합작법인의 이사회 3인은 1~3대 주주가 파견한 인사로 구성된다. 이 중 1명이 대표이사를 맡는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중앙정부와의 가교 역할과 노사민정 대타협 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사람 중에서 대표이사 후보를 선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작법인은 연말쯤 완성차 공장을 착공한다. 2021년부터 양산체제를 갖추고 연간 1000㏄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7만여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공장 설립과 기대 효과 공장은 광산구 빛그린산업단지 1단계 지구에 62만 8000㎡ 규모로 짓는다. 이 산업단지의 전체 면적 407만여㎡의 33%가량에는 주거용지, 공원, 노동자 숙소 등 각종 생활지원 시설이 들어선다. 정부도 이미 산업단지 진입로와 임대주택 건설 등 관련 예산 1300여억원을 확보했다. 직접고용 1000명, 협력업체 등 간접고용 1만 1000명 등 모두 1만 2000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노동자는 초임(평균 3500만원) 외에도 임대주택 등 각종 정부 지원금을 보태 700만~800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친환경 미래자동차 생산기지 육성 광주시는 이를 토대로 이 지역을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미래자동차의 핵심 생산기지로 탈바꿈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병훈 문화경제부시장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는 미래형 친환경차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항구적 지역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현대모비스와 LG화학 등이 친환경 자동차 부품 공장을 울산과 구미 등지에 잇따라 설립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현대차 완성차 공장을 기반으로 ‘친환경 자동차산업 생산기지’로 육성키로 한 ‘장기 플랜’의 차질을 우려한다. 광주형 일자리 노측 파트너인 한국노총 등이 최근 울산의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공장 설립 계획에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노총 광주본부 등 지역 노동계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시와 현대차가 자동차 공장과 함께 광주에 조성하기로 한 친환경차 부품공장이 결국 울산으로 넘어가게 됐다”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울산형 일자리 사업을 당장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울산형 일자리는 현대차그룹 부품제조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울산에 3300억원을 투자하는 ‘기업투자 촉진형’ 일자리 사업이다. 현대모비스는 내년 7월 준공 이후 현대차가 새롭게 선보일 전기차 구동모터와 배터리 시스템 등 주요 부품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 관계자는 “현대모비스의 울산 투자를 두고 광주 것을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며 “현대모비스 공장은 국내에 여러 곳 있고 광주에 부품공장이 추가로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지역형 일자리 확산 계기 될 듯 광주형 일자리와 다소 차이가 있으나 울산형·구미형·강원형·군산형 일자리 등 제2, 3의 지역형 일자리도 확산되고 있다. 구미형 일자리는 LG화학이 구미국가산업단지 6만여㎡ 부지에 연간 6만t 규모의 2차전지 양극재 생산공장을 짓는 것이다. LG화학이 2024년까지 5000억원을 투자한다. 직간접 1000여명의 고용창출이 기대된다. 이들 일자리는 지자체가 지원하고 해당 기업이 공장 설립과 운영을 주도하는 방식이다. 노사정협의를 토대로 한 광주형 일자리모델을 지역 실정에 맞게 다듬는 작업이 한창이다. LG화학과 노사발전재단·구미지역 노동자 등은 이를 위해 최근 구미시청에 모여 노동·고용 현안 등에 대한 성공적 모델 개발을 논의했다. 중소기업 중심의 상생모델을 토대로 한 강원형 일자리도 주목받는다. 강원도는 최근 횡성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중앙부처 인사·노사대표·경제단체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생 협약식을 가졌다. 완성차제조기업 ㈜디피코와 부품협력 8개사가 본사 이전 및 공장 건설을 통해 2023년까지 661억원을 투자하고 580명을 신규 고용할 계획이다. 강원도가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 중인 이모빌리티산업의 첫 프로젝트다. 2023년까지 초소형 전기화물차 등 4만대를 생산한다. 강원도는 횡성우천산업단지 인근을 이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고 테스트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R&D) 지원 등에 나선다. 이 밖에 금형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밀양형, 전기차를 생산하는 군산형 일자리 등이 추진된다. 이들 일자리사업도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과 지역발전에 대한 공감대 확산 등 지역별 역량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광주형 일자리가 지향하는 미래형 친환경자동차 생산기지 육성과 중복 투자에 따른 부작용, 지역 노동계 간 갈등 등은 여전히 불씨로 남는다.●유연한 노사관계 정립이 성공 여부 결정 정부는 지난 2월 광주형 일자리 확산을 위해 ▲임금협력형과 ▲투자촉진형으로 나눠 기업의 투자를 촉진키로 했다. 임금협력형은 광주형 일자리처럼 노사민정협의에 따라 임금과 노동 조건을 적용한 모델이다. 투자촉진형은 시급한 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기업 투자를 정부와 지역사회가 돕는 형식이다. 정부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기업이 되려면 통상적인 기업투자를 넘어 노사민정협약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서로 상생협약을 체결하며, 적정 근로조건과 노사관계 안정·투자확대 보장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런 조건을 갖추면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을 적용해 ‘특별 지원’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광주형 일자리의 경우 노사민정협의에 따라 초임 평균 연봉은 주 44시간 근무 기준으로 3500만원(연장근로수당 포함) 수준이다. 현대차 다른 공장의 생산직 초임 4800만원(주 52시간, 각종 수당 포함)에 비해 크게 낮다. 또 광주형 일자리는 호봉제가 아닌 직무·직능·성과 중심 임금체계를 적용, 현대차처럼 25년 근속 정규직의 평균 연봉이 9000만원에 이르기는 어렵다. 지역형 일자리 사업은 군산형·강원형 등 현재 투자협약(MOU)이 마무리된 곳이 5~6개에 이른다. 이들 사업 역시 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투자 기업과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대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생협약을 주도하는 노조의 주체나 지역 여건이 다르고, 중복투자 논란도 예상된다. 광주지역 노조 관계자는 “다른 지역 노사 상생형 일자리에 노조가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연대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김용균 사망 컨베이어 문제 방치… 개인 실수 아닌 노동구조 탓”

    “김용균 사망 컨베이어 문제 방치… 개인 실수 아닌 노동구조 탓”

    “용균씨 안전 수칙 지키고도 사고” 지적 하청 노동자, 산재 위험도 원청의 8.9배 1명 증가하면 年 작업사고 0.75회 증가 특조위, 운전 업무는 직접 고용안 권고지난해 12월 충남 태안발전소에서 발생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당시 24세)씨 사망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위험의 외주화’가 발전소 협력업체 노동자를 어떻게 짓누르는지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비극을 막으려면 전력산업의 원·하청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권고안도 나왔다.19일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에 따르면 김씨가 속했던 협력업체 한국발전기술은 사망 사고 발생 10개월 전인 지난해 2월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에 공문을 보내 태안화력발전소의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설비 개선을 요청했다. 하지만, 원청사는 지난해 12월까지 컨베이어 설비를 개선하지 않았고 개선 계획 여부도 협력사에 통보하지 않았다. 권영국 특조위 간사는 “원청사는 지휘 감독을 하면서도 자신들이 관리하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하고, 협력사는 설비에 대한 권한이 없다고 말하는 ‘책임 공방 상태’가 발생해 책임회피 구조가 생겼다”면서 “이렇게 위험이 방치됐고 (김씨 사례처럼) 하청노동자에게 사고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특조위는 또 김씨가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말했던 발전소 측 주장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오히려 작업 수칙을 잘 지켜 사망했다는 결론이다. 한국발전기술의 낙탄 처리 지침은 ‘벨트 및 회전 기기 근접 작업 수행 중에는 비상정지되지 않도록 접근 금지’라고 돼 있다. 이는 기계가 비상정지되지 않도록 한다는 조건 아래 컨베이어 가동 중에도 낙탄 제거를 위한 근접 작업을 하도록 했다는 뜻이라는 게 특조위의 설명이다. 결국 이 사고는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의 위험을 방치한 원·하청 구조 탓에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조위는 협력사 노동자들의 산재발생위험도가 원청인 발전소 노동자들보다 5.6~6.4배 높다고 밝혔다. 회사 유형에 따라 단순 비교했을 때는 발전회사보다 자회사가 7.1배, 하역업체가 8.1배, 협력사가 8.9배 작업 관련 손상 및 중독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연령, 학력과 같은 개인 특성을 보정하고 순수하게 회사 유형의 영향만 파악했을 때도 각각 5.6배, 5.9배, 6.4배 더 높았다. 특조위는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의 산업재해와 건강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1만 31명의 노동자를 설문조사하고, 산재승인통계, 건강보험공단 진료 자료 등을 분석했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협력사 노동자가 1명 증가하면 연간 작업관련 손상(부상·사망)이 0.75회 증가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특조위는 “원·하청 여부는 노동자의 불안정 상태와 불안전 행동을 크게 증가시키고, 이러한 요인들은 작업 관련 손상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조위는 발전소에서 노동자들이 위험한 업무를 하는 동안 협력사들은 이들의 임금을 착복했다고 지적했다. 태안서부발전소가 협력사인 한전산업개발에 63억 9134만 6272원을 노무비로 계약하고 협력사는 노무비 62억 5020만 4045원을 수령했는데, 건강보험료로 역산한 실인건비 추정액은 23억 8644만 4667원에 불과했다. 특조위는 원청사에 받아서 정산한 금액 대비 인건비 지급률은 47.8%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외주화의 그늘이 진상조사 결과에서도 입증되자 김지형 특조위 위원장은 “발전사의 경상 정비 및 연료·환경 설비 운전 업무의 민영화와 외주화를 철회해야 한다”면서 “운전 업무는 발전 5개사가 해당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 운영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활동이 종료되는 오는 9월 말 이후에도 이날 발표한 22개 권고 사항을 정책에 제대로 반영하는지 살피는 ‘점검 회의’를 운영할 예정이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베이징행동강령’ 25주년 앞두고 한자리 모인 한중일… ‘국제여성포럼’서 주요 분야 이행 점검

    ‘베이징행동강령’ 25주년 앞두고 한자리 모인 한중일… ‘국제여성포럼’서 주요 분야 이행 점검

    내년 ‘베이징행동강령’ 25주년을 앞두고 한중일 3개국의 여성 활동가와 시민 약 20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12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성평등도서관에서 공동 개최한 ‘베이징+25주년 기념 베이징행동강령 주요 분야 이행 점검 국제여성포럼’이다. 이날 포럼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성 전문가들이 베이징행동강령 주요 분야에 대한 각국 정부의 이행 현황을 평가하고 향후 과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베이징행동강령은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여성인권과 성평등을 위해 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할 12개 분야(여성과 빈곤, 교육, 건강, 폭력, 전쟁, 경제, 권력, 제도적 장치, 인권, 미디어, 환경, 여아의 인권) 361개 행동강령을 발표한 것을 일컫는다. 베이징행동강령 채택 이후 1995년 12월 여성발전기본법(현 양성평등기본법)이 제정되고, 이듬해 서울시에서 여성의 지위향상과 사회참여 활동을 지원하는 여성정책 자문기구 ‘서울여성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폭력 및 인권, 경제, 평화 및 안보 3가지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젠더 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 활동을 펼치는 ‘베이징 이퀄리티’의 공동창립자 팽위안은 ‘여성과 폭력 및 인권’ 섹션에서 중국 가정폭력방지법 이행에 있어 국가가 이룬 성과와 한계, 향후 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팽위안은 “중국에서는 1995년 베이징 세계여성대회 전까지만 해도 양성평등은 여성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다”면서 “베이징행동강령 덕분에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의 문제가 아니며 이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됐고, 이후 많은 정책이 수립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글로컬(글로벌+로컬) 시대인 만큼 세계적인 성평등 관점을 기반으로 각국의 국내 정책을 들여다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포괄적인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행동강령 이행을 위해 활동하는 일본 여성단체 ‘일본 위민스 워치’ 활동가 유키 쿠사노는 일본 내 다양한 여성 폭력 근절 운동과 사회의 변화에 대해 소개했다. 유키에 따르면 일본은 2017년 약 100여년 만의 형법 개정을 통해 강간의 정의를 항문성교까지 확대하고, 강간범죄의 최소 형량을 징역 3년에서 징역 5년으로 올렸다. 또 제4차 성평등기본계획에 따라 지난해 전국 47개현에 강간위기센터를 설립했다. 유키는 또 최근 일본 내에서 떠오르는 이슈로 ‘여성 언론인 폭력’을 거론하며 “2017년 한 여성 리포터가 다른 리포터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일본 ‘미투 운동’이 점화됐고 이후 ‘위드유 운동’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언론이 미투 피해자들의 음성을 드러내지 않거나 오히려 침묵 지키기를 요구하는 등 미투 운동을 가로막은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여성과 경제’ 섹션에서 한국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분석하고 정부가 이행해야 할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배 대표는 “정부는 항상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때 정부가 바라보는 여성은 주체가 아닌 도구”라고 지적하며 여성친화기업, 여성적합직종 등 성별 분리 사고에서 벗어나 여성 노동 정책을 성평등 노동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 대표는 “공공 부문부터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근로기준법 및 남녀고용평등법을 엄정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 소통홀에서는 이번 포럼의 주요 결과를 공유한 후 베이징행동강령에 대한 청년 여성들의 의견을 듣는 ‘세대 간 대화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광주지역 노동계 울산형 일자리 반대

    노사 상생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하는 광주 지역 노동계가 ‘울산형 일자리’에 대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일자리”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노총 광주본부 등 지역 노동계는 12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모비스가 울산에 전기차 모듈 공장을 짓는 것은 상생형이 아닐뿐더러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기존 자동차 산업 종사자들의 고용을 위협하는 나쁜 일자리”라며 “이를 당장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울산형 일자리가 완전히 폐기될 때까지 전국적으로 투쟁을 확산하겠다”며 “문재인 정부는 상생을 들먹이며 광주형 일자리를 훼손하는 ‘짝퉁’ 일자리 창출을 중단시키고 어떤 지원을 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울산형 일자리처럼 상생을 파괴하는 ‘강자 독식 정경 유착 일자리’가 자리 잡지 못하도록 일자리 사회연대를 강화하고 문재인 정부와 광주시는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노동 존중의 의미를 모든 일자리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는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 이기곤 전 기아자동차 광주지회자 등 지역 노동계 대표 50여명이 참석했다. 울산시는 지난달 현대자 최대 부품 제조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로부터 3003억원의 투자 유치를 끌어내 올해 전기자 부품 전용 공장을 짓는 것을 골자로 한 울산형 일자리 계획을 밝혔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이윤경의 노동을 묻는다] ‘경제위기’에서 노동을 이야기하는 이유

    [이윤경의 노동을 묻는다] ‘경제위기’에서 노동을 이야기하는 이유

    요즘처럼 한일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애국의 정서가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노동의 위기와 노동자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민족 또는 국가와 같은 개념이 전면에 나서는 시기에는 다른 정치사회적 주제들, 예컨대 노동, 젠더,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과 같은 이야기가 그 아래 종속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민족 또는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언제나 동원되는 논리는 단결과 통합이기에 여기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애국이 아닌 것으로 등치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을 이야기하려 한다. 2019년 지금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조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고 핵심적인 명제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적 위기’라는 프레임은 한국과 같은 성장 만능 사회에서 부지불식간에 친기업 정책을 확대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들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반노동 정서가 뿌리 깊게 지배하는 사회다. 반노동 정서란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기본적인 권리나 시민권의 일부로 인정하지 않는 것,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것을 이기적인 것이라고 매도하는 것, 노동자들의 집합 행동은 사회에 무질서와 혼란만을 야기시킨다는 일방적 선입견 등을 뜻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리고 특히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적 노동시장에서 노동자들의 위치는 자본가와의 권력 관계에서 이해돼야 한다. 고용주는 개별화된 노동자를 마음대로 착취하고 임금을 주지 않거나 수시로 해고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과 자원을 가진 계급이다. 그래서 국가는 근로기준법을 만들고 노동조합을 통한 집합 행동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 어느 역사적 시기를 살펴보아도 자본가가 자발적으로 노동자들의 처우와 권리가 향상시킨 적은 없다.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 파업하고 시위하고 유권자로서 집합적 힘을 발휘할 때만 법이 바뀌거나 정책이 진일보해 왔다. 사실은 그래서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이 집단화하는 것을, 노동조합으로 조직되는 것을, 좌파 정당과 연합하는 것을 모든 힘을 다해 막으려 한다. 이런 고용주 대 노동자의 권력 관계는 신자유주의 노동시장에서 더욱더 고용주 쪽으로 기울어졌다. 주지하다시피 21세기 노동시장은 이전 산업화 시기와는 달리 여러 노동자층으로 나뉘어 있다. 여기에 노동조합 조직률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축소돼 왔다. 기업과 정부 그리고 주류 언론이 앞장서서 노동조합을 이기적 집단으로, 사회적 악으로 프레임시켰다. 2018년 기준 한국의 고용자 수는 1800만명 정도 되는데, 이 가운데 10% 정도만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돼 있다. 그마저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나뉘어 있다. 특히 비정규직과 여성 노동자는 노동조합에 조직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 개별화된 노동자는 고용주의 횡포와 부당 노동행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고 한국 노동자 대다수가 경험하는 현실이다. 직장 갑질이 횡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장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노동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정책적 개입이 최저임금제도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2019년 8350원으로 올랐으나 유급 주휴일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상승률이 삭감됐다. 2020년 최저임금은 8590원으로 책정돼 예상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인상했다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주 52시간 노동제는 이미 탄력근로제 확대로 물타기가 됐는데, 지금과 같은 경제 ‘비상시국’에는 일부 직종에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다는 정부 발표가 나온다. 동시에 공정한 시장 경제 질서 확립을 목적으로 하는 공정위원회는 생산 소재, 부품, 장비의 국산화를 위해 재벌 기업의 내부거래에 예외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내부거래를 통해 재벌 총수 일가가 사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현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수출 규제의 영향을 받는 관련 사업의 산업 안정성 검사 기한을 단축한다고 한다. 비록 ‘경제위기’라지만 이미 강자인 자본의 영향력은 더 세지고 여전히 약자인 노동자의 권리는 제한되는 것이 바람직한가. 과연 이런 정책들로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양극화 완화와 공정한 시장경쟁 제도 만들기는 지켜질 수 있겠는가.
  • “구미형 일자리·스마트 산단… ‘한국 산업 심장’으로 부활시킬 것”

    “구미형 일자리·스마트 산단… ‘한국 산업 심장’으로 부활시킬 것”

    경북 구미가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으로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구미형 일자리 사업, 연구개발(R&D)특구 지정, 구미국가산업단지(이하 구미산단)의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육성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구미는 1969년 구미산단 조성 뒤 수출 전진 기지로 활약하며 한국 경제의 심장 역할을 해 왔다. 실제로 구미산단은 국내 단일 산단으로는 최초로 2003년 수출액 200억 달러, 2005년 300억 달러를 돌파했고, 2007년 378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구미산단은 최근 10년 새 국내외 경제 여건 악화와 삼성, LG 등 대기업 생산라인 수도권 및 해외 이전·인력 유출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구미산단 근로자 수는 9만명 선이 무너졌고, 공장 가동률도 65.8%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취임한 장세용 구미시장이 구미 재도약을 위해 뛰고 또 뛰고 있다. 대구·경북의 유일한 여당(더불어민주당) 단체장인 장 시장은 8일 “구미시 위상 추락과 도시 활력 저하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 내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겠다”고 의지를 다졌다.-일본의 수출 우대국가 제외에 따라 구미산단 입주 기업의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데. “지난달 초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발표 후 도레이첨단소재·코오롱인더스트리·부성텍스텍 등 구미산단 내 탄소산업, 특히 일본 의존도가 높은 공작기계·정밀화학 및 미래 산업인 자동차 배터리 기업들과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시와 관련 기업들로 합동대응팀을 구축한 것을 비롯해 피해 업체 접수창구 운영, 정부 정책 및 일본 동향 파악, 특별자금 지원, 기술 지원 등이다. 다음달쯤 시장인 제가 아사히글라스, 도레이 일본 본사를 직접 방문해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하겠다.”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인 ‘구미형 일자리’가 첫발을 내디뎠는데. “최근 LG화학과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 협약식’을 했다. 구미형 일자리는 ‘임금 협력형’인 광주형 일자리와 달리 LG화학은 자체 공장을 세우고 지자체와 정부는 일하기 좋게 지원책을 주는 ‘투자 촉진형’이다. LG화학은 5000억원을 투자해 구미5산단 6만여㎡에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이차전지 양극재 공장을 설립한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공장 용지를 무상 임대해 주고, 투자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한다. 특히 구미형 일자리는 대기업 지분이 적은 광주형 일자리와 달리 기업이 100% 투자한다는 점에서 사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앞으로 사업은 어떻게 추진되나. “무엇보다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법안이 마련되면 올 하반기 상생형 일자리 사업을 정부에 신청하고 선정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보조금 신청과 임대산업단지 지정을 통한 공장용지 확정 노력도 필요하다. LG화학은 올해 실시설계를 거쳐 오는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공장을 조성한 뒤 연간 6만t의 이차전지 양극재 생산에 들어간다.” -어떤 성과를 기대하나. “우선 직간접 일자리 1000개가 새로 생길 걸로 기대된다. 구미형 일자리는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의 단순한 일자리와 달리 미래형 첨단 소재산업을 중심으로 한 양질의 일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욱이 구미 지역엔 이미 이차전지나 소재산업과 연관된 기업 및 기반산업이 자리잡고 있어 LG화학 공장과의 시너지 효과 창출이 예상된다. 공장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과정에 지역의 수많은 협력업체, 지역기업이 참여함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을 이뤄 나갈 수 있다.”-구미 강소연구개발특구 지정 사업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강소특구는 면적 2㎢ 이내에서 지자체 주도의 자족형 과학기술 기반을 조성하는 새로운 형태의 특구다. 구미 강소특구는 금오공대와 구미전자정보기술원, 금오테크노밸리, 구미산단 5단지 하이테크밸리를 연결해 미래형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산업 R&D 거점 지역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오는 9월 종합계획 수립 뒤 주민공청회를 거쳐 10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특구 지정 신청을 할 예정이다.”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는데. “중소기업의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공장을 확산시키고 신산업 창출에 기초가 될 구미형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구축 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시는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스마트 선도 구미국가산단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구미산단의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지정을 건의했다.” -구미산단 5단지 분양 사업이 지지부진한데. “내년 완료 예정인 5단지 1단계 구역 공장용지 193만여㎡의 분양률이 22%(12개사·42만 9000여㎡)로 저조하다. 분양 활성화를 위해 3.3㎡당 분양가격을 86만 4000원으로 인하하고 유치업종 확대, 임대용지 공급 등 다양한 방안도 병행 추진 중이다. 우선적으로 분양가 인하를 위해 사업시행사인 수자원공사와 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2023년까지 공장용지를 임대한 뒤 효과가 있으면 확대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KTX구미역 정차를 반드시 이뤄 내고, 탄소산업 클러스트 조성 및 특화사업(바이오·헬스, ICT 국방, 신재생에너지)을 통한 산단 활성화도 추진하겠다.” -올해 구미산단 조성 50주년을 맞는데. “9월 16일부터 22일까지를 구미산단 50주년 기념주간으로 정하고, 시민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을 만들기 위해 문화·체육·예술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국가적인 기념행사로 추진될 기념식에 문 대통령이 참석해 줄 것을 건의했다. 주간 내내 3차원(D) 프린팅코리아 엑스포, 탄소포럼 등을 추진하고 구미산단을 연계한 시티투어로 관광객을 유치하겠다.” -내년 10월 구미에서 제101회 전국체전이 개최되는데.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통해 지역경제 및 관광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주경기장인 구미시민운동장을 리모델링하고 실내경기 전 종목 소화가 가능한 구미시복합스포츠센터를 건립 중이다.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과 다수의 도의원, 시의원을 뽑아 주셔서 지역의 자존심을 지켜 냈다. 구미는 저의 고향인 만큼 시장이라는 중책을 맡겨 준 시민들의 기대에 꼭 부응하고 싶다. 지금 구미 경제가 무척이나 어렵다. 위기 극복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 나가자. 우리의 노력이 후손에게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전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 구미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장세용 구미시장은 ‘도시 재생’ 밝은 대구·경북 유일한 여당 단체장 경북 구미 출신인 장세용(66) 구미시장은 인동초·인동중·대구상고를 졸업하고 영남대 사학과를 나온 뒤 서양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절 학생운동에 몸담았으며, 모교인 영남대에서 시간강사를 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장악한 영남대재단 퇴진운동에 앞장섰다. 1983년부터 20여년 동안 시간강사로 일하면서 시간강사 노조를 만들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힘썼다. 이러한 전력 때문인지 영남대 교수 임용에서는 번번이 탈락했다. 경산신문 편집위원장도 지냈다. 2007년 부산대로 옮겨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정교수에 임용되면서 도시재생이론 연구를 시작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처음 선출직인 시장에 당선됐다. 현재 대구경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직도 맡고 있다.
  • [문화마당] 따뜻한 배려와 따뜻한 급식/박조원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교수

    [문화마당] 따뜻한 배려와 따뜻한 급식/박조원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교수

    지난달 3일부터 5일까지 급식 조리원을 비롯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본급 6.24% 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였다. 이들은 교육 당국과의 재교섭을 위해 곧 총파업을 철회하고 복귀했으나, 교육부가 기본급 1.8% 인상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재교섭은 진전되지 못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또다시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언론에서 ‘급식 파업’이라고 명명한 이 파업은 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는 9월에 다시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다. 현재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9급 급여의 60% 수준이라고 한다. 그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고려할 때 그들이 주장하는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80% 수준으로 임금을 올리는 공정임금제에 대한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학교급식 관련 노동자들은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초중고 학생들의 영양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에게 공정한 임금을 보장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자칭 보수라고 하는 일부 야당과 언론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민노총이 들이미는 청구서에 꼼짝 못하는 정권이 아이들로 하여금 점심마저 못 먹게 하는 사태를 초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볼모로 잡는 무리한 파업은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같은 당 조경태 최고위원은 아이들을 볼모로 하는 학교급식 파업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일부 언론 역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편함을 강조하며 한국당의 주장과 같은 맥락의 기사를 쏟아 냈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파업하는 것이 강력한 규탄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 정녕 우리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아이들을 잘 먹이기 위해 고생하는 급식 담당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경제적 보상과 처우를 제공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번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겪으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관용과 배려의 따뜻한 마음이 과거에 비해 크게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는 것도 느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앞두고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 통신문에서 학부모의 이해를 구했다고 한다. 내용은 이렇다. “우리 학생들이 잠시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파업을) ‘불편’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누군가의 권리를 함께 지켜 주는 일이라 여기고 그것이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하는 일임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외에도 많은 학교에서 총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에게 교장이나 정규직 교사들이 격려금을 전달하며 힘을 보탰다. 학생들 역시 이에 호응해 며칠쯤은 불편해도 괜찮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파업 지지 인증샷 릴레이를 펼치기도 했다. 한 집 건너 한 집은 맞벌이 부부인 시대에 아이들 점심을 걱정하지 않고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된 것은 그동안 낮은 임금 속에서 묵묵히 급식을 준비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누리는 편안함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수고하고 애쓴 결과임에도 우리는 이를 잊고 산다. 지금 우리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밥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조차 제대로 된 처우를 하지 않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불편해하지 않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할 때 비로소 ‘3만 달러 시대’의 풍요도 우리 모두에게 의미가 있을 것이다. 따뜻한 배려가 따뜻한 급식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염원한다.
  • 전국 교육감들 “교육부와 신뢰 관계 재검토”

    학교 비정규직 처우 등 정책 엇박자 우려 전북교육감, 내주 상산고 부동의訴 제기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를 둘러싸고 교육부와 갈등을 빚어 온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이 “교육부와의 신뢰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선포했다. 이에 따라 학교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고교 무상교육 재원 분담 등 여러 현안을 놓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 ‘엇박자’가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7일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에서 협의회 임시총회를 진행한 뒤 발표한 입장문에서 “대통령 공약과 국정과제로 제시된 고교 체제 개편 등을 교육부가 이행하지 않고 사문화시켜 깊이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누리과정 대란 속에서 교육감들은 큰 고통을 감내했고, 그럼에도 고교 무상교육 실시를 위해 먼저 팔을 걷어붙였다”며 “교육감은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교육 자치 정책 협의는 여전히 답보 상태”라고 주장했다. 앞서 협의회장인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모두 발언에서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에 대한 교육부 장관의 부동의 결정은 어느 한 지역, 해당 교육청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교육 체제 전반의 문제”라며 “교육부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11월 총회에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장 2차 파업 가능성이 큰 학교 비정규직 문제에서부터 교육감들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정규직 문제는 사용자인 교육감들이 교섭 당사자이지만 예산 한계를 이유로 처우 개선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반면 교육부는 파업 등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측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내년부터 5년간 교육청이 절반 부담하는 것으로 정리된 고교 무상교육 재원 문제도 교육청이 비협조로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총회 이후 열린 ‘교육 자치 콘퍼런스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가 교육 자치를 가로막는 악의 근원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서로 신뢰를 무너뜨리거나 한뜻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육감은 다음주쯤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에 상산고 지정 취소 부동의 관련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전국 시도교육감들 “신뢰 관계 재검토”…교육부와 갈등 고조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를 둘러싸고 교육부와 갈등을 빚어 온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이 “교육부와의 신뢰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선포했다. 이에 따라 학교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고교 무상교육 재원 분담 등 여러 현안을 놓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 ‘엇박자’가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7일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에서 협의회 임시총회를 진행한 뒤 발표한 입장문에서 “대통령 공약과 국정과제로 제시된 고교 체제 개편 등을 교육부가 이행하지 않고 사문화시켜 깊이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누리과정 대란 속에서 교육감들은 큰 고통을 감내했고, 그럼에도 고교 무상교육 실시를 위해 먼저 팔을 걷어붙였다”며 “교육감은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교육 자치 정책 협의는 여전히 답보 상태”라고 주장했다. 앞서 협의회장인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모두 발언에서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에 대한 교육부 장관의 부동의 결정은 어느 한 지역, 해당 교육청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교육 체제 전반의 문제”라며 “교육부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11월 총회에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장 2차 파업 가능성이 큰 학교 비정규직 문제에서부터 교육감들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정규직 문제는 사용자인 교육감들이 교섭 당사자이지만 예산 한계를 이유로 처우 개선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반면 교육부는 파업 등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측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내년부터 5년간 교육청이 절반 부담하는 것으로 정리된 고교 무상교육 재원 문제도 교육청이 비협조로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총회 이후 열린 ‘교육 자치 콘퍼런스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가 교육 자치를 가로막는 악의 근원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서로 신뢰를 무너뜨리거나 한뜻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육감은 다음주쯤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에 상산고 지정 취소 부동의 관련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신혼·청년의 꿈 삼킨 ‘목동 참사’… 관계자들은 서로 네 탓

    신혼·청년의 꿈 삼킨 ‘목동 참사’… 관계자들은 서로 네 탓

    가족 부양 20대 미얀마인 등 시신 발견 시공사 현대건설 “수문 조작 권한 없어” 구 “함께 운영” 시 “개방 수준 관여 안 해”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저류배수시설 공사장의 지하 수로에서 실종된 노동자 2명이 1일 수색 21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구조됐다 결국 숨진 1명을 포함해 모두 3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준공 뒤 시설 운영을 맡게 되는 양천구 등은 수문 개방 책임을 서로 미루며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42분과 47분에 배수시설 지하 수로에서 시신 2구가 각각 발견됐다. 양천소방서 관계자는 “구조요원 투입 지역부터 200m 떨어진 지점에서 실종자 2명을 발견했다”며 “발견 당시 의식과 호흡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참사는 현장 노동자에게 상황 변화가 실시간 공유되지 않은 관리 감독 미비가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7월 31일 오전 일상 점검을 위해 지하 40m 깊이의 수로로 내려간 노동자들은 폭우로 자동 수문 2개가 열리며 약 6만t의 빗물이 쏟아지는 바람에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문은 현재 시범운영 중으로 개방 기준이 통상 수준보다 낮게 설정된 상태였다. 공사 현장엔 지하 노동자들이 지상과 소통할 장비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대건설은 “수문을 열고 닫을 권한이 없으며 작동 비밀번호도 몰랐다”는 입장이다. 양천구는 “(완공 전이라) 시설 운영은 양천구, 서울시, 현대건설이 합동으로 한다”며 “(현대건설에) 수문 조작 권한이 없다는 건 잘못된 말”이라고 반박했다. 공사를 발주한 서울시도 “수문 개방 수준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발을 뺐다. 양천경찰서는 15명 규모의 전담팀을 꾸려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이날까지 현대건설과 협력업체 직원 등 10여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경찰은 현장 폐쇄회로(CC)TV와 공사 관련 서류를 확보해 주의 의무 위반, 과실 여부 등을 가릴 방침이다. 이날 발견된 현대건설 직원 안모(30)씨는 지난해 6월 결혼한 신혼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그는 폭우로 수문 개방이 예고된 뒤 수로에 들어간 협력업체 직원 2명과 연락이 되지 않자 이들을 대피시키려고 수로로 내려갔다가 변을 당했다. 안씨보다 조금 일찍 수습된 미얀마 국적 20대 노동자 A씨는 2017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와 일했다. 일곱 남매 중 다섯째인 그는 월급의 대부분을 고향의 가족에게 송금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 가족들은 본국에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전날 구조됐으나 끝내 숨진 협력업체 직원 구모(65)씨는 최근 건강 이상으로 일을 쉬다 현장에 복귀한 지 두 달 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잇따라 성명을 내고 현장 노동자들에게 위험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노동 현실을 규탄했다.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협력업체에 일을 시키며 정보조차 제대로 공유하지 않는 이 현실이 비정규직과 정규직 모두를 죽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균재단 준비위원회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다고는 하지만 죽지 않고 일할 권리는 아직 노동자들에게 보장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문화마당] 여름 수다/김이설 소설가

    [문화마당] 여름 수다/김이설 소설가

    지난 7월 말부터 전국의 초중고교가 여름방학을 시작했다. 선생님들이 미치기 직전에 하는 것이 방학이고, 부모들이 미치기 직전에 하는 게 개학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이들과 부대끼는 일이란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니 긴 여름방학 동안 집에만 있을 수 없어 계곡과 바다는 물론이고 수영장, 워터파크 등으로 열심히 떠나야 하는 것이다. 방학이라고 해서 모든 아이들이 휴가를 떠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집집마다 사정이 있으니 꼼짝없이 집에서 방학을 보내기도 할 터인데, 올해 우리 집 사정도 그렇다. 방학 전에 미리 가족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마감할 원고도 쌓여 있어 방학을 하자마자 두 아이들과 소위 ‘방콕’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초등 5학년 둘째의 일기장에 쓸 내용 정도는 만들어 줘야 엄마의 본분을 발휘했다 할 수 있지 않겠나. 할 수 없다. 몇 해 전부터 벼르기만 했던 일을 이번 여름방학에 해보기로 했다. 바로 만화책만 읽는 여름방학. 두어 군데 도서관에서 최대한 많은 만화책을 빌려 왔다. 아이들이 크면 같이 읽으려고 야금야금 모아 왔던 만화책도 꺼내 먼지를 닦았다. 근래 출간된 입소문이 난 만화들도 구입했다. 이렇게 모은 만화책을 거실 한 면에 죽 세워 놓고 아이들과 함께 읽기 시작했다. 매일 만화책만 읽으니 얼마나 평화로운지. 열흘 가까이 읽은 만화책 중에서 둘째가 제일 재미있다고 손꼽은 이윤희 작가의 ‘열세 살의 여름’은 1998년 여름을 배경으로 한 초등 6학년 해원이의 학교생활과 친구생활을 그린 만화다. 막 사춘기로 접어드는 열세 살 여자아이의 마음결이 다정한 그림체와 잘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웹툰 연재작이기도 한 호연 작가의 ‘도자기, 마음을 담은 그릇’은 내 추천작이다. 매 회 도자기 한 점을 소재 삼아 잔잔한 일상의 에피소드와 함께 녹여낸 이야기로 초등 고학년 아이에게 권하기 좋았다. 중2 첫째가 고른 인상 깊은 책은 류승희 작가의 ‘그녀들의 방’. 엄마와 세 딸의 팍팍한 삶에서 각 세대가 겪는 사회적 문제가 담담히 드러났다. 정원 작가의 ‘올해의 미숙’은 ‘미숙아’로 놀림받던 1980년대생 장미숙이 가족과 친구 사이에서 느끼는 갈등과 외로움을 다룬 성장기. 그런가 하면 정재윤 작가의 ‘재윤의 삶’은 어릴 때부터 강요받았던 여성성과 남성성, 월급쟁이 인생, 자신 안의 편견 등 우리가 지금을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 봤을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작가만의 독특한 색감으로 말하는 만화였다. 더불어 가족 모두에게 울림이 컸던 책 중 하나는 이종철 작가의 ‘까대기’였다. 우리의 일상에 잠식한 비윤리적인 물류 시스템, 특수고용직과 비정규직, 시급제 알바의 부당한 노동 환경, 인력을 갈아 넣어야만 유지되도록 진화하는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해 여실히 보여 주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까대기는 택배 상하차를 의미하는 속어로, 이 책의 주인공은 아르바이트로 그 일을 6년간 해 왔다. 이 만화를 통해 아이들과 노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도 됐다. 만화책을 읽을수록 다양한 소재와 다각화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화가 많다는 것, 그런 값진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많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방학은 20일쯤 남아 있고, 읽어야 할 만화책은 충분하다. 둘째의 일기장에는 언니와 엄마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채 만화책을 읽는 여름 한낮의 거실 풍경이 묘사될 것이다. 혹시 올여름 여행 계획이 없는 분들이라면 만화책만 읽는 며칠을 권하고 싶다. 아이에게 좋은 만화를 건네고 싶은 학부모들에게는 앞서 소개한 책을 권하는 바. 덥고 지치는 여름밤, 만화 삼매경에 빠져 보면 열대야 따위는 우습게 이겨 낼 수 있을 거라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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