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 사태’ 취준생들의 분노···절반 이상이 “정규직 전환은 무임승차”
서울신문·공준모, 취업준비생 1024명 대상 설문조사10명 중 3명 “비정규직에 가산점 주되 공개채용해야”4년 째 공기업 기술직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오유민(가명·27)씨에게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요원 1902명의 직고용 소식은 또다른 걱정거리가 됐다. 그는 “인천공항공사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도 워낙 인기가 높아 꿈도 못 꿨던 공공기관인데, 직고용 소식을 들으니 내가 준비하고 있는 곳도 영향을 받으면 어쩌나, 정규직이 된다 해도 급여에 불이익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공기업 취직을 위해, 군대 전역 후 한동안 낮에는 공기업 계약직으로 일하고, 밤에는 사이버 대학에서 공부하는 생활을 이어 왔었다. 오씨는 “예전에 계약직으로 일하던 공기업에서는 여러 시험 절차를 통해 무기계약직, 정규직 등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전환시켰다. 이러한 방식이라면 찬성하지만 인천공항공사를 보며 오히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반대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취준생 10명 중 8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반대”
공기업 취업준비생(취준생)들에게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보안검색요원 1902명의 직고용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서울신문은 취준생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네이버 카페 공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공준모)과 함께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해당 카페 회원 10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10명 중 8명(80.6%)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반대했다. 그중 절반 이상인 63.3%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노력하지 않은 무임승차’라고 규정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정규직화 방법은 기존 비정규직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공개채용 방식(35.3%)이었다.“내 노력 부정 당했다” 청년들의 울분
우선, 청년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그간 내가 해온 노력들이 부정됐다”는 것이었다. 4년째 취업준비 중인 황모(29)씨는 “취준생이라면 누구나 소식을 듣고 분노할 것”이라면서 “기존에 인천공항공사에 취업하려고 했던 준비생들은 열심히 공부해 스펙을 쌓는 등 현재 비정규직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투입했을 텐데, 이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조치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응답자의 80.7%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취준생에게 역차별’이라고 대답한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이러한 청년들의 분노 뒤에는 ‘퍽퍽한 현실’이 있다. 실제로 청년들의 취업 준비 기간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고, 신입사원으로 취업이 되는 나이 역시 많아지고 있다. 해당 설문조사 응답자의 평균 나이 역시 30.4세에 달했고, 취업 준비 기간은 19개월에 달했다. 공준모 관계자는 “특히 공기업 취준생들의 경우, 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다른 회사에서 일하면서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재취업에 나서는 경우도 많아 나이가 다양한 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청년들은 안 그래도 좁은 취업문이 더 좁아질까 우려했다.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커져 신입채용을 줄이는 등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문항에 82.1%가 ‘매우 그럴 것’이라고 응답했다. ‘변화가 없을 것’, ‘별로 그렇지 않을 것’ 등의 응답은 각각 3.7%, 3.1%에 불과했다. 기존 정규직들에게 임금 삭감이나 임금 상승폭 감소 등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취준생들도 10명 중 7명(71.6%)에 달했다.
“‘가산점 주고 공개채용’·‘자회사 설립 후 고용’이 바람직”
특히 청년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안은 기존 비정규직에게 가산점을 주되 공개 경쟁 채용(35.3%)하는 것이었다. 자회사 설립 후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31.4%로 뒤를 이었다. 가산점 없이 취준생과 동일한 조건에서 공개 채용해야 한다는 응답도 18.8%나 됐다. 그러나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5.9%에 그쳤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