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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눈] ‘409일’… 굴뚝 위 전달된 서글픈 성탄 선물/김지예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409일’… 굴뚝 위 전달된 서글픈 성탄 선물/김지예 사회부 기자

    25일 크리스마스 아침 슬픈 선물이 전달됐다. 공장 가동 중단과 정리해고에 반발해 75m 굴뚝 위에 올라간 파인텍의 두 해고 노동자가 409일째 고공 농성을 이어가며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이었다. 두 노동자,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의 건강은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이들의 고공 농성은 겨울의 한복판으로 향하고 있다. 한 몸 편하게 눕힐 수 없는 좁디좁은 공간에 갇힌 채 두 번째 겨울을 난다는 것은 감옥살이보다 더한 고통이다. 농성장 주변에 흐르는 크리스마스 캐럴은 두 노동자에게 회한이 되고 있다. 홍 전 지회장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에게 전화가 왔다”면서 “함께 있었다면 작은 선물이라도 했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고공 농성장에는 찬송가와 노동가가 울려 퍼졌다.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성탄 트리에는 ‘빨리 지상에서 만나요’, ‘노동자가 희망이다’라는 응원 메시지가 달렸다. 나승구 신부와 이동환 목사가 의료진과 함께 굴뚝 위에 올라 2시간여 두 노동자를 위로하고 기도했다. 두 사람이 버티는 가장 큰 동력은 바로 시민들의 온정이다.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를 함께하며 알게 된 시민 4명은 지난 24일 ‘노동 악법 철폐하라’, ‘스타플렉스는 노사합의를 이행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408일이 넘도록 굴뚝에 사람이 갇혀 있는데 힘 있는 사람들은 지금 뭘 하고 있느냐”면서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김용균씨도 그런 무관심 속에 사망한 것”이라고 울먹였다. 차광호 지회장도 농성을 응원하러 찾아오는 시민들의 이름을 일일이 노트에 적으며 역사를 쓰고 있다. 시민들이 “파인텍을 잊고 산 시간이 길어 미안하다”며 위로를 건네자, 농성자들은 “저희 때문에 많은 시민이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다. 이날 종교계 노동 관련 기구는 사 측인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와 처음 면담했다. 김 대표는 “상황이 어렵지만 해결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다. 노동자들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김 대표가 대화의 테이블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두 노동자를 75m 굴뚝 위에 409일이 넘도록 방치한 것부터 사과해야 한다. 특히 고공 농성이 일반적인 노사 문제를 뛰어넘어 시민사회의 연대 투쟁 문제로 커진 만큼 김 대표는 해고 노동자의 요구에 이어 시민사회의 요구에도 답해야 한다. 또 정부와 국회는 노동자의 죽음이 있어야만 움직이는 ‘만시지탄식’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jiye@seoul.co.kr
  • 故김용균씨 추모 현수막

    故김용균씨 추모 현수막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 놓인 대형 예술작품인 ‘허그(HUG) 베어’ 뒤로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사고의 희생자인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대형 그림이 걸려 있다. 허그 베어는 지난 10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설치됐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더 이상 노동자 죽지 않게 해달라”…고 김용균씨 부모의 호소

    “더 이상 노동자 죽지 않게 해달라”…고 김용균씨 부모의 호소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사망한 채로 발견된지 2주가 넘는 시간이 흘렀다. 고인의 부모는 아들이 사고를 당한 작업 현장이 얼마나 열악한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고심 끝에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싸우기로 결심했다. 고 김용균씨 부모는 충남 태안과 서울을 오가며, 그리고 청와대 앞과 국회, 광화문광장을 다니며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지 않게 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와 아버지 김해기씨는 25일 JTBC ‘뉴스룸’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적어도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는 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호소했다. 김미숙씨는 아들의 작업 현장이 위험 투성이였다고 증언했다. 고 김용균씨는 태안화력발전소 9·10호기에서 컨베이어운전원으로 홀로 일하면서 평소 석탄을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의 작동 상태를 점검하고 낙탄을 제거하다가 지난 11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김미숙씨는 “(지난 13일 현장에 갔을 때) 탄가루가 바닥에 많이 쌓여 미끄러웠고 (컨베이어벨트가 있는 좁은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어서 일을 하는데, 저렇게 머리를 쑥 집어놓고 손을 집어넣고 일을 하다가 옷깃, 살집이라도 집히면 (회전하는 벨트에) 바로 딸려가서 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잠깐의 실수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터였던 것이다. 김해기씨는 “(아들과 함께 일한) 동료들이 27~28번 정도 그렇게 (안전조치를 해달라고) 건의를 (회사에) 했는데도, 그렇게 위험인자들이 많은데, 그렇게 많이 건의를 했는데도 무슨···. 본인들도 자식들이 있을텐데, 생명의 소중함을 잘 못 느끼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고 김용균씨가 속한 회사는 한국발전기술로,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의 협력업체다.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은 원·하청 관계다. 국회에서는 현재 ‘위험의 외주화’(또는 ‘죽음의 외주화’) 방지법, 지금은 ‘김용균법’이라고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놓고 논의 중이다. 그러나 여야 이견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 통과조차 현재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위가 열렸던 전날 김미숙씨가 직접 국회를 찾아 국회의원들에게 개정안 통과를 눈물로 호소했지만, 여야는 오는 26일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미숙씨는 “저, 진짜 (국회를) 못 믿는다. 앞서 (아들이 다닌) 회사에서 노동자 12명의 죽음이 있었고, 우리 아들이 죽었다”면서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회를) 믿게끔 해달라”고 호소했다.고 김용균씨는 지난 1일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인증샷 릴레이에 동참해 인증사진을 찍고 우리 곁을 떠났다. 김미숙씨는 ‘만일 대통령을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를 물은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저는 아들이 숙제를 남겨 놓고 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통령을 만나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싶다. 또 이렇게 나라기업이 엉망인 현실을 대통령께서 책임을 지고 바꿔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석희 앵커가 인터뷰 말미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묻자 김해기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들이 일했던 회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정치인들이 꽃다운 청춘들의 생명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습니다. 목숨, 적어도 목숨은 앗아가지 않는 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시론]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정병욱 변호사·민변 노동위원

    [시론]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정병욱 변호사·민변 노동위원

    -24세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을 추모하며 크리스마스를 보름 가까이 앞둔 지난 12월 11일 새벽 24세 꽃다운 청년 김용균은 한국서부발전주식회사의 컨베이어벨트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그런데 그는 한국서부발전이 아닌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사망한 채 발견되고서도 한 시간이 지나서야 그의 사망 사실이 경찰에 알려졌다.청년, 비정규직, 산업재해, 김용균의 사망은 소위 ‘헬조선’에서 청년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여실하게 보여 준다. 열악한 청년 노동의 집약 그 자체다. 헬조선의 청년들은 고등학교까지는 공부에 시달리다 사회로 나가려면 또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청년실업률을 뚫기 위해 경쟁을 해야 한다. 고인이 수십 군데 이력서를 넣었는데 마지막 구한 곳이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였다는 어머니의 절규는 지금 이 시대 청년들의 참담한 현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어렵게 취업을 하더라도 지옥은 반복된다. 김용균은 한국서부발전이 책임지지 않는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소속돼 위험한 일을 도맡아 했다. 김용균은 한국서부발전의 발전 시설에 공급되는 석탄을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는 일을 했다. 제대로 된 점심 식사나 저녁 식사 시간도 없었다. 낮이나 밤이나 똑같이 석탄이 내뿜는 검뿌연 먼지 속에서 컨베이어벨트가 멈추지 않도록 컨베이어벨트에 머리를 넣고 끼어 있는 석탄을 빼내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급기야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사망했다. 그 어려운 취업문을 뚫고 첫 직장에 취업한 지 3개월 만이었다. 옛날 지하 탄광보다도 열악한 게 지금도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외동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한 맺힌 절규가 지금도 생생하다. 김용균의 임금은 200만원 정도였다. 원래 한국서부발전은 하청업체의 노임을 400만원으로 산정했지만, 실제로 하청업체는 400만원의 절반 정도만을 지급했다, 원청과 하청 관계에서 벌어지는 고질적인 폐해다. 하청업체 노동자인 김용균은 위험한 업무를 하면서도 원청 정규직 평균연봉의 3분의1 정도에 불과한 임금만을 받았다. 원청은 하청업체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도 책임을 지지 않으니 사망사고 1건 없는 깨끗하고 안전한 무재해 작업장으로 둔갑하고 세금 감면 혜택까지 받았다. 그러나 원청의 발전에 차질이 생기면 그 비용은 오롯이 하청업체가 부담하고,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책임졌다. 한국서부발전의 컨베이어벨트가 멈추면 고스란히 하청 한국발전기술의 노동자들이 책임져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고 사망률 1위, 하루 평균 3명이 산재사고로 사망하는 헬조선의 현실이다. 2017년 멕시코의 인구 대비 살인율은 10만명당 25명이고, 2016년 미국의 총기사고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3명이며, 2014년 한국의 산재사고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약 11명(10.8명)이다. 헬조선은 노동 현장이 범죄 현장이고, 총기사고 현장인 것이다. 이러한 산재 사고 사망률은 위험을 외주화하는 한 100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것이고, 그런 헬조선에서 청년들은 열악한 노동 현실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 컨베이어벨트 9, 10호기는 사고 이후 멈춰 있지만, 지금도 1호기부터 8호기까지는 계속 작동하고 있는 것을 보면 헬조선의 산재사고 사망률 1위 오명은 씻기 어렵다. 그곳에서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여전히 위험을 마주하며 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 산재 사망 사고 절반 감축을 공약으로 걸었고,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며 인천공항공사를 찾기까지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은 2018년 4월 “공공기관인 한국중부·한국남부·한국남동·한국서부·한국동서발전 등 국내 발전 5사의 정규직 전환 컨설팅 보고에 따르면 발전 5사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 7675명 중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겠다는 인원이 고작 156명으로 2%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비정규직은 채용되고 있고, 이대로 공공기관 ‘정규직 제로시대’가 열릴 판이다. 헬조선 청년들이 노동 현장에서 계속 죽어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공공기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할 수 있다.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의 마지막 유언이다.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
  • 서울시 “故김용균 광화문분향소 자진철거” 공문

    노동계 반발… “박원순 조문입장과 배치” 市 “무단점유 따른 일상적 행정절차 불과” 서울시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광화문 분향소를 철거해달라고 요청해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4일 서울시와 민주노총에 따르면 시는 이날 오후 민주노총에 ‘광화문광장 무단 시설물(고 김용균 분향소) 자진철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시는 공문에서 “귀 단체는 광화문광장을 무단 점유하고 시설물을 설치해 광장을 이용하는 시민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주변 미관을 해치고 있다”며 “자진철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광화문광장 무단 점유에 따른 변상금은 12월 17일부터 철거 시까지 부과될 것”이라며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83조 및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행정대집행 등의 조치를 당할 수 있음을 알려 드리니 꼭 유념해달라”고 했다. 분향소는 지난 17일 오후 광화문광장에 들어섰다. 광장을 쓰려면 사용 예정일로부터 6∼7일 전까지 허가 신청서를 시장에게 내야 한다. 분향소는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는 “전 국민적 추모 물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대책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의 공문은 박원순 시장이 분향소에 조문 와 밝힌 입장과 배치되는 이중적인 태도”라며 “당장 공문 발송을 철회하고 유족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조문 후 페이스북에 “다시는 ‘죽음의 외주화’ 앞에 우리의 청춘들이 방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다만 서울시 측은 자진철거 요청은 광장 무단 점유 시설물에 대한 일상적 행정 절차에 불과하며 구두로 같은 내용을 설명했음에도 대책위 측이 과도한 반응을 보인다는 입장이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시장이 조문까지 해놓고는…서울시, 故 김용균 광화문분향소 자진철거 요청

    시장이 조문까지 해놓고는…서울시, 故 김용균 광화문분향소 자진철거 요청

    공문엔 “17일부터 철거시까지 변상금 부과할 것”시민대책위 반발…서울시 “일상적인 행정 절차에 불과”서울시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광화문 분향소를 철거해달라고 요청해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철거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변상금을 부과하겠다고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조문까지 해놓고는 철거하라는 건 이중적 태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서울시와 민주노총에 따르면 시는 이날 오후 민주노총 앞으로 ‘광화문광장 무단 시설물(고 김용균 분향소) 자진철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서 시는 “귀 단체는 광화문광장을 무단 점유하고 시설물을 설치해 광장을 이용하는 시민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주변 미관을 해치고 있다”며 “무단 설치시설물의 자진철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광화문광장 무단 점유에 따른 변상금은 12월 17일부터 철거 시까지 부과될 것”이라며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83조 및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행정대집행 등의 조치를 당할 수 있음을 알려드리니 꼭 유념해달라”고 했다. 분향소는 지난 17일 오후 광화문광장에 들어섰다. 광장을 이용하기 위해선 사용 예정일로부터 6∼7일 전까지 사용허가 신청서를 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분향소는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는 서울시의 공문을 받은 직후 “전 국민적 추모 물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격렬한 반응을 내놨다. 대책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의 공문은 박원순 시장이 분향소에 조문 와 밝힌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중적인 태도”라며 “진심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시장의 발언처럼 죽음의 외주화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당장 자진철거 공문 발송을 철회하고 유족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박 시장이 조문 후 페이스북에 “이 참담한 죽음 앞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차마 입조차 떨어지지 않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다시는 ‘죽음의 외주화’ 앞에 우리의 청춘들이 방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쓴 바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서울시 측은 자진철거 요청은 광장 무단 점유 시설물에 대한 일상적인 행정 절차에 불과하며 앞서 구두로 같은 내용을 설명했음에도 대책위 측이 과도한 반응을 보인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광장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향후 절차를 안내하려는 취지에서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대책위 말처럼 실제 강제철거 등을 염두에 뒀다면 특정일까지 자진철거를 요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사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야당·재계 더는 발목 잡지 말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 협력업체 직원인 김용균씨 사망사고로 주목받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일명 김용균법)이 여야의 의견 차이로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다고 한다. 지난 21일 환경노동위원회 공청회와 고용노동소위에서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결론을 못 내 환노위는 오늘 다시 소위를 열어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 전반을 손봐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일단 12월 국회에서는 여야의 즉각 합의가 가능한 부분만을 개정안에 담아 처리하고, 법 전반에 대한 손질은 내년 2월에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정안은 위험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것을 막기 위해 원청 사업주가 안전 조처를 해야 할 곳을 ‘일부 위험 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넓히고, ‘위험 기계’를 쓰면 안전보건 조처를 해야 하는 의무를 원청에 지웠다. 그러나 경영계의 반대로 사업주에 대한 처벌 하한형(1년 이상)이 빠졌고, 위험 작업 예외 조항도 신설되는 등 이미 누더기가 됐다. 그런데도 이장우 한국당 의원은 소위에서 손질된 개정안에 대해 “굉장한 과잉 입법”이라며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여전히 도급 제한, 사업주 책임 강화, 작업 중지권 확대 등 노사 간 견해차가 심한 세부 쟁점들에 대해서는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비롯, 7개의 패키지 법안인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은 2016년 5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하청업체 비정규직 직원 사망 사고 이후 발의됐지만 2년 동안 국회에서 방치됐다. 이 법안에 대해 재계가 ‘기업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는 과도한 규제 법안’이라고 반발해 정부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 하한선을 삭제하고 위험 작업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쪽으로 완화한 법안을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한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임에도 산재 사망률이 높다. 2014년부터 5년간 산재로 숨진 노동자는 모두 1426명으로 거의 하루에 한 명꼴이다. 올해도 7월까지 17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40%가량이 하청 노동자로 알려졌다. 원청에 책임을 묻고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위험의 외주화’가 낳는 비극은 개선되기 쉽지 않다. 여야는 변화된 산업환경을 반영해 28년 만에 낸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여야가 올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김용균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김씨의 사망을 진정으로 애도하는 것이다.
  • [공권력 피해자들] “세월호 규명 5년째… 괴롭고 지치지만 ‘아이들 과제’ 해결해야”

    [공권력 피해자들] “세월호 규명 5년째… 괴롭고 지치지만 ‘아이들 과제’ 해결해야”

    2014년 4월 16일. 날짜만 읊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날로부터 4년 8개월이 지났다. 내년이면 5주기이지만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박근혜 정부의 조직적 활동 방해로 활동 기간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던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 11일에야 전면 재조사에 돌입했다. 세월호 추모공원은 진통을 겪다가 이제야 부지를 확정하고 조성안을 만드는 단계다. 세월호 탑승자 476명 가운데 단원고 남현철·박영인군, 양승진 교사, 권재근·혁규 부자 등 5명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 22일 경기 안산시 산업지원본부 옆 공터에 컨테이너로 꾸려진 4·16가족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영석 아빠 오병환씨는 “세월호 참사의 해결은 이제 시작”이라면서 “오랜 싸움, 긴 기다림이 힘들고 괴롭고 지치지만 아이들이 주고 간 과제가 많아 아직은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칠 때마다 ‘못난 아빠, 억울함이라도 밝히고 너희에게 가마’ 다짐하며 채찍질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오씨와의 일문일답.→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24)씨의 가족을 위로했다고 들었다. -충남 태안에 있는 분향소에 다녀왔다. 우리 영석이 엄마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 가서 용균씨의 어머니를 만나 위로하고 울었다. ‘구의역 김군’ 사건 때도 찾아갔다. 일종의 ‘연대’라고 볼 수 있다. 우리도 국민과 연대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아픔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자식을 떠나 보낸 아픔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는 일인지 너무도 잘 안다. 그래서 각종 참사가 발생하면 즉각 희생자 가족을 찾아가 위로한다. →세월호 문제가 이미 다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제 시작이다. 진상 규명은 지난 정부 때 특조위 1기가 제대로 활동을 못 했고, 이달부터 특조위 2기가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100% 진상이 규명되리라곤 생각지 않는다. 세월호 추모공원(4·16 생명안전공원)은 아직 첫 삽도 못 떴다. 일단은 용역보고서와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해 부지를 화랑유원지 쪽으로 확정하고 세부안을 꾸리고 있다. 계속 지지부진하다가 이번에 안산시에서 계획대로 가겠다고 하는데 두고 봐야 한다. 내년이 관건이다. 내년 8월까지 안산시에서 계획안을 수립해서 정부에 넘기면 정부 추모위에서 의결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내년 안에 첫 삽을 뜰 수 있겠다. →생명안전공원 조성에 반대하는 주민이 많다는데. -‘화랑지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있다. 회의할 때 와서 일부러 음악을 크게 틀고 놓고 방해한다. 지난 지방선거 때 추모공원을 ‘납골당’으로 비하하는 프레임으로 공격했던 정치인들과 비슷한 맥락이다. 대화와 설득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반대하는 분들과는 대화가 잘 안 된다. 추모위원회가 각 지역을 찾아가 공청회와 시민토론회도 다 열었는데, 반대하는 사람들은 ‘왜 우리와 논의도 없이 추진하는 것이냐’고 한다. 그래서 가족들이 길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추모공원이 조성되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랬더니 여론이 우리 편이 됐다. 시민들도 이제는 가짜뉴스에 속지 않는다. 어쨌든 첫 삽을 뜰 때까지는 포기하지 않고 주민 설득을 계속해 나가려고 한다. →공원은 어떤 공간으로 조성되나. -생명안전공원은 공원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진다. 비석만 덩그러니 세워놓고 잊혀버릴 공간을 만들고 싶진 않다. 바람 쐬러 공원에 놀러 나왔다가 세월호 아이들을 한 번쯤 기억하게 되는,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꾼다. 안산시는 이 사업을 계기로 생명의 도시, 안전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여러 지역에서 이 공원을 찾아올 수 있도록 지역 명소로 활용되면 좋겠다. 또 치유의 의미도 갖는다. 가족뿐만 아니라 안산 시민에게도 큰 아픔이 남았기 때문에, 생명안전공원이 안산 시민의 트라우마까지 씻어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가족으로서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우리 아이들을 어서 한 곳에 모아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다.→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다른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유가족을 찾아왔을 땐 믿었었는데 지금은 실망한 부분도 있다.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과 정권을 바꿨는데도 여전히 약자의 억울함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많은 피해자 가족들이 청와대 앞까지 달려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래선 안 된다. 꼭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유가족들의 얘기를 한번 들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와 위로만 해 주면 된다. 가슴 아픈 사람들을 그렇게 내버려두면 이 정부가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게 뭔가. 조금 우호적일 뿐이지 다를 게 없다. →정부가 바뀌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통령에게 의지가 있어도 그 아래 공무원들이 5년만 버티면 또 정권 바뀔 거라 생각하고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공무원은 아직도 변화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언론은 대통령을 벌써 레임덕이라고 때리고, 대통령도 차츰 의지가 꺾이는 것 같다. 국회도 문제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지역구 표심만 챙긴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여전히 없다. 세월호 참사는 해경만의 책임도, 대통령만의 책임도 아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런 지난한 싸움에 지칠 법도 한데. -5년이란 세월을 버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낮에는 이렇게 활동하고 밤에 집에 가면 아이 사진 보며 답답해한다. 아버지가 이것밖에 할 수 없다는 게 참 미안하고 안타까워 자괴감이 들 때도 잦다.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아이들 100여명의 유골함이 있는 안산 하늘공원에 가서 다시 마음을 굳게 먹고 돌아온다. 엄마들은 아직도 많이 울고 있다. 못해준 게 자꾸 생각나서 그렇다고 한다. 저도 고생을 대물림하기 싫어서 공부하라고 혼내고 때리기도 했는데, 그랬던 게 자꾸 가슴에 북받쳐 올라온다. 그러면 ‘아버지가 배운 건 없지만 너희의 억울함을 밝히고 너희 곁에 가마’라고 다짐을 한다. 아이들이 숙제를 많이 내주고 갔다. 살아 있는 동안 전부 다는 못해도 열심히 해야겠다. →세월호 이슈를 넘어 사회활동가가 되신 것 같다. -사회활동가가 아니라 투쟁가가 됐다. 전에는 평범한 노동자여서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몰랐다. 그런데 아이가 그렇게 되고 나니 그제야 우리나라가 얼마나 잘못됐는지가 보였다. 정부와 국회도 무능 그 자체였다. 그런데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데 시간이 참 오래 걸린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한곳에 모아야 한다는 신념과 목표가 있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무엇부터 바뀌어야 할까. -언론이 반성하고 바뀌어야 한다. 사회 곳곳에 어려움이 있을 때 각층의 의견을 듣고 객관적으로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하는 언론이 없다. 생명안전공원이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반대하는 이들은 어떤 근거로 반대하는지 언론은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이 조성 반대파와 크게 싸워야 급히 찾아와 인터뷰하려고 할 것이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글 사진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위험의 외주화 방지 ‘김용균법’ 막는 한국당

    여야, 처리 시기·법안 형태 놓고도 팽팽 경영·노동계, 작업 중지권 등 신경전도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이후 ‘제2의 김용균’을 막기 위한 법률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바로 ‘김용균법’ 또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다. 여야는 김용균씨 사망사고가 드러낸 노동 현장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오는 27일 본회의 처리에 합의했다. 하지만 상임위원회의 심사가 시작되자마자 파열음이 터져 나오면서 또다시 법안 처리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지난달 1일 국회에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보호 대상 노동자 범위 확대 ▲근로자에게 작업 중지권 부여 ▲도금작업 등 유해·위험한 작업 도급 금지 ▲원청의 산업재해 예방책임 강화 ▲물질안전보건자료 작성·제출 규제 강화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 시 처벌규정 강화(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징역)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는 지난 21일 이 법안에 대한 심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회의 시작과 동시에 야당이 법안 처리에 난색을 보였다.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법 보호를 받는 노동자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과잉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한국당 의원들도 잇따라 이견을 표출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법의 취지를 설명하며 반박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처리 시기와 법안 형태를 놓고도 여야 의견이 엇갈린다. 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전부 개정안을 이번 기회에 처리하자는 입장이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즉각 합의할 수 있는 부분만 일부 개정안 형태로 처리하고 법률안에 대한 전반적인 손질은 내년 2월에 하자고 맞서고 있다. ‘김용균법’을 둘러싸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장외 신경전’도 치열하다. 경영계는 “보호 대상 노동자를 ‘일하는 사람’으로 확대 규정하면 기업이 책임져야 할 범위도 너무 넓어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근로자에게 작업 중지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상시 파업권을 준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작업 중지권은 ‘제2의 김용균’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핵심 조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와 노동안전보건단체 등도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은 “개정안이 해로운 중금속 등을 사용하는 업무의 경우에만 하도급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통과되면 김씨가 맡았던 직무에서는 여전히 하도급을 할 수 있게 된다”면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거나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위험 업무에 대한 도급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노위 고용노동소위는 24일 법안 심사를 재개하지만 현재로선 여야 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한 번만 만나달라”는 김용균들의 외침… 文대통령 응답할까

    “한 번만 만나달라”는 김용균들의 외침… 文대통령 응답할까

    “위험의 외주화 금지·비정규직 철폐하라”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靑 앞까지 행진 유족·대책위, 철저한 진상규명 등 요구 文, 27일 김용균법 처리땐 유족 만날수도 與, 뒤늦게 대책마련 나섰지만 곳곳 잡음 노동부·대책위, 1~8호기 중단 싸고도 이견‘죽음의 외주화’를 막아달라는 ‘김용균들’의 촛불이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김용균씨가 사망한 지 10일째 되는 날인 지난 21일과 다음날인 22일 밤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번만 만나달라”는 김용균들의 외침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죽음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대책들을 뒤늦게 마련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잡음이 이어진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소속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등은 지난 22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제1차 범국민추모제를 개최했다. 무대에 오른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두 정규직이 되도록, 우리 모두 대통령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 올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김씨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들을 한 명 한 명 안아주기도 했다. 추모제를 마친 뒤 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 3000여명은 청와대 사랑채 앞으로 행진했다. 김용균씨의 어머니와 아버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앞장섰으며, 뒤따른 참석자들은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비정규직 철폐’ 등의 구호를 외쳤다.김용균씨의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연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정부와 국회에 ‘철저한 진상 규명’, ‘김용균법 입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19일 당정협의를 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당정협의 후에 진상 규명과 관련해 “2인 1조 규정 위반, 사망신고 지연, 사건축소 등의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분야 외주화에 대해선 “기존에 추진돼 온 발전정비산업의 민간 개방 확대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지난달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이 1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지난 21일 태안의료원 빈소에서 유가족을 만나 “내가 직접 챙길 테니 믿어달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시민대책위 측은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가 유가족을 만나기 전 태안화력발전소를 찾았지만, 물로 깨끗하게 치워진 발전소 내부만을 봤다. 서부발전 측이 전날 하청 용역업체 직원들을 동원해 청소했기 때문이다. 시민대책위는 “사고 현장을 포함한 작업 공간을 물청소하는 것은 중대재해 현장을 훼손하는 짓”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사고 당일 작업중지 명령 이후 다른 컨베이어벨트를 가동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명령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해 사실로 확인되면 형사입건 등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 특별근로감독 결과가 부실했다”며 이번 특별 산업안전보건감독에 노조 및 시민대책위가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1~8호기도 가동을 멈추고 정비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특별감독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해 처벌 등을 목적으로 하는 수사의 일환이어서 사업장과 직접 관련이 없는 노동조합의 상급단체 참여는 어렵다”고 했다. 또한 “사고가 발생한 9, 10호기와 1~8호기는 구조 및 형태가 다르다”면서 “전면 작업중지 시 옥내저장탄의 자연발화로 화재가 우려된다”며 작업중지에 반대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발전5사별로 연료환경, 정비분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협의체를 구성한 뒤에 통합협의체를 만들어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노동자들은 “발전5사에 흩어져 있는 협의체만 20여개여서 논의 진척이 어렵다”고 문제제기를 해왔다. 우 의원은 특히 “유족이 요구하는 문 대통령과의 만남은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만남에는 시기와 명분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여야 간 이견이 노출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27일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문 대통령과 유족의 만남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이재갑 “하청직원 사고 땐 반드시 원청이 책임지도록 하겠다”

    이재갑 “하청직원 사고 땐 반드시 원청이 책임지도록 하겠다”

    서울신문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최저임금 논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포괄임금제 개선 가이드라인,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등 노동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또 얼어붙은 고용 상황을 타개하고 내년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용부의 복안도 물어봤다. 특히 이 장관은 최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사망한 것과 관련해 “도급 계약 자체를 금지할 순 없지만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리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위험의 외주화 →정부 대책이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된 구조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 걸로 안다. (노동계가 원하는) 도급계약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많은 법리적인 쟁점이 있다. 다만 예컨대 수은을 다루는 아주 유해한 작업장에서는 도급을 금지시킬 수도 있다. 이번 법에는 원청이 하청을 준다고 해도 원청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했다. 협력업체 직원에게 사고가 나도 반드시 원청이 책임을 져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하겠다는 얘기인가. -‘원·하청 산업재해 통합관리제도’ 적용 대상에 발전사가 포함되도록 적용 업종을 확대하고자 한다. 현재 제조·철도운송·지하철 등 3개 업종에서 50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하고 있다. 전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발전소만 특정할 것인지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개별실적요율제’에서도 원청의 책임을 강화할 방법이 있다. 사업장의 재해발생 정도에 따라 산재보험료율을 깎거나 할증하는 제도다. 원청의 보험수지율을 계산할 때 하청에서 난 사고도 산정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그러면 자꾸 위험한 업무를 외주화하려는 행태가 없어질 것으로 본다. 최저임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부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소상공인들이 인건비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모든 고용 상황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다. 구조적이고 경기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조선업계가 어려웠고, 자동차업계와 부품업계도 힘든 상황이다.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10만명씩 증가해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10만명이 줄었다. 사실상 2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서비스업에서도 2012년 이뤄졌어야 할 베이비붐 세대의 구조조정이 중국 특수로 미뤄져 지난해부터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일자리가 빠지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까지 드렸다. 하지만 이 중에서 얼마만큼이 최저임금영향 때문인지는 아무도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전혀 검토하지 않나. -최저임금 인상에 많은 부담을 느껴서인지 자꾸 차등적용 이야기가 나온다.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정리하고 나면 앞으로는 최저임금이 사회 수용성을 벗어날 정도로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차등적용은 사실 최저임금의 원칙을 흔드는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개편하더라도 적용은 2020년부터다. 내년에도 최저임금(10.9%)이 오르는데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나. -일자리 안정자금이 2조 8000억원 규모로 확정됐다. 내년부터는 5인 미만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금이 13만원에서 15만원으로 2만원 증액됐다. 사회보험료를 지원해주는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도 추진한다. 현재 일자리안정사업의 지원을 받는 분들도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내년 1월부터 혜택을 그대로 이어 간다. 탄력근로 포괄임금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한다고 했다. 이에 따른 노동자의 건강권과 임금 보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구체적인 것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다룰 내용이다. 탄력근로제와 관련해 노사 협의가 잘되지 않았다. 노동계에서 연장근로수당 감소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탄력근로제 실태조사를 보면 제도를 도입할 때 어떤 형태로든지 임금이 감소되는 부분에 대해 보전을 해왔다. 연장근로수당 지급 의무가 없어도 계산해서 맞춰 주거나 별도의 수당을 만들기도 한다. 개별 기업과 노사가 합의할 사항이지만 이런 부분까지 제도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6월 발표하겠다던 포괄임금제 개선 가이드라인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포괄임금제 용역보고서엔 사무직 근로자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담을 것이다. 보고서를 토대로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발표하겠다. 근로시간을 측정할 수 없을 때만 포괄임금제를 적용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 것인지는 부처 내에서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다만 포괄임금제 적용 대상을 업종 확대 방식이 아닌 개별 직무 단위로 봐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기타 현안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면 현재 법외노조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합법화된다. 전교조는 정부가 직권취소하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현행법에 요건이 딱 나와 있다. ‘교사’들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법원이 해직자의 경우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런 상황에서 직권취소하긴 어렵다.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게 맞다고 본다. 경사노위에서도 논의하고 있다. 교원노조법도 개정하자고 하면 그것을 토대로 다시 합법화될 수 있는 게 절차상 맞는 거라고 본다. →일자리 창출 특명을 받은 것으로 안다. 그런데 내년도 업무보고를 보면 눈에 띄는 일자리 정책이 보이지 않는데. -청년 취업난을 완화하기 위한 맞춤형 일자리 사업을 하려고 한다. ‘청년구직활동 확대 지원금’을 추진한다. ‘신중년 경력활용 지역서비스 일자리 사업’도 준비했다. 지자체가 일자리를 만들면 고용부가 예산을 주는 사업이다. 내년 예산 80억원을 확보해 신중년 2500명을 지원한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가이드라인엔 손에 잡히는 내용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 사례들을 매뉴얼에 적시할 계획이다. 술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징계하겠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원치 않는 술자리를 마련하라고 강조했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는 식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행위를 하는지 모른다. 여기에 대응하려면 누구보다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중요하다. 회사 내 규범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예방을 위한 실태 진단과 직원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사업장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 이 장관은… 이재갑(60) 고용노동부 장관은 행정고시 26회(1982년)로 공직에 들어온 뒤 30년 넘도록 고용부에서만 근무했다.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끄는 정통 관료로 노동계 안팎에선 ‘고용 전문가’로 꼽힌다. 정책을 만들 때 데이터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인창고 ▲고려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학·미국 미시간주립대 노사관계학 석사 ▲노동부(현 고용부) 고용정책관 ▲고용부 차관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 [뉴스 in] “내가 김용균” 비정규직의 호소

    [뉴스 in] “내가 김용균” 비정규직의 호소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가 숨진 이후 수많은 노동자가 ‘내가 김용균이다’라며 광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들은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꼭 한번 만나 비정규직의 외침을 들어달라”고 호소하며 청와대 앞 농성에 나섰다. 문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김용균들’에게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 “故김용균 사망은 원청 책임”…서부발전 대표 살인방조 고발

    “故김용균 사망은 원청 책임”…서부발전 대표 살인방조 고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원청업체 책임 묻지 못한 시민단체도 책임”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진 태안화력발전소 운영사인 한국서부발전 대표가 23일 살인방조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날 경찰청에 낸 고발장에서 “서부발전은 비용 3억원을 이유로 28차례에 걸친 설비 개선 요구를 묵살했고, 이렇게 방치된 장비가 결국 김씨의 죽음을 초래했다”며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살인방조죄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망한 김씨가 제대로 안전 교육을 받지 못했고, 2인1조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채 혼자 근무하다 참변을 당했다는 점, 원청사가 직접 하청 노동자에게 업무 지시를 한 카카오톡 대화가 공개된 점 등을 근거로 원청사인 한국서부발전 사장이 산업안전보건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이 단체는 “사고가 발생하면 원청사 대표가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실무자 선에서 처리하고 넘어가는 관행이 변해야 한다”며 “이번을 계기로 원청사 대표에게 책임을 묻고 사고 관련 조치를 대표가 직접 나서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6년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당시 정부와 국회만 믿고 변화를 기대하다가 원청사 대표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한 것은 시민단체들의 과실이었다”며 “이번에는 원청사 대표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中 90년대 출생자, 인생관·직업관 크게 변했다

    中 90년대 출생자, 인생관·직업관 크게 변했다

    중국 온라인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9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층이 떠올랐다. 중국재경상업데이터센터(CBNDA)가 최근 공개한 ‘2018년 중국 인터넷 소비생태 빅데이터 보고’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중국 온라인 소비시장계의 큰손으로 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13억 인구 가운데 9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단 14.1%에 불과하다. 반면 인터넷과 모바일 등 온라인 소비 시장에서의 90년대 이후 출생자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28%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앞서 지난 2016년 기준 90년대 출생자들의 소비력은 이미 80호우(80년대 출생자)를 넘어선 바 있다. 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분야는 단연 온라인 소비 시장이다. 올해 11월 11일 기준 알리바바(Alibaba) 그룹이 진행하는 ‘슈앙스이’(双十一,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서 90년대 출생자 그룹이 소비한 금액의 비중은 전체 소비 금액의 약 46%에 달했다. 이같은 온라인 시장에서 90년대 출생자들이 가진 높은 비중과 관련, 해당 보고서는 “90년대 출생한 젊은 세대의 일상생활에서 인터넷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90년대 중반 초등학교에 진학, 가치관과 인생관을 정립하기 시작했을 시기에 중국 전역에 인터넷을 통한 SNS가 퍼졌다”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90년대 출생한 세대는 직업관, 인생관, 소비관 등 여러 방면에서 인터넷의 영향력을 매우 크게 받는다고 분석한다. 이와 함께 90년대 출생자들이 가진 직업관에 대한 연구 결과도 공개됐다. 해당 보고서는 중국의 90년대 출생자가 가진 직업관으로 “개인적인 가치와 흥미를 추구하는 경향”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해당 보고서의 설문 조사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 약 41.7%의 젊은이들이 구직 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개인적인 가치에 적합한 직무”를 꼽았다. 이어 27%의 구직자들은 “흥미 있는 업무에 종사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응답자 중 19.7%의 젊은이들은 “개인 창업 또는 인터넷 관련 업무를 다루는 회사에 취업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반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금융업과 전문직으로 분류됐던 법률가, 공무원, 국영 기업 취업 등에 대한 선호는 약화했다는 평가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세대가 이직 시 가장 신중하게 고려하는 점은 업무 외의 시간 중 사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상당수 90년대 출생자들의 경우 높은 임금, 노후 안정성 등 기존의 직무 선택 시 고려됐던 전통적인 기준 대신 개인의 가치와 일과 가정의 양립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또, 졸업 후 첫 직장의 근무 연수와 관련 95년 이후 출생자들은 평균 7개월 동안 근무한 뒤 퇴직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90년대 초반 출생자들은 평균 19개월, 80년대 출생자들은 평균 43개월 동안 첫 직장에서 근무 연수를 이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90년대 출생한 이들 중 약 상당수는 “직장 내 업무 과다로 인해 가정에서의 일상이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할 경우 퇴직할 수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연구 조사에 참여한 답변자의 약 46.3%는 “‘일과 가정의 양립’ 및 ‘여유로운 개인 시간 활용’ 등을 위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를 선호한다”고 답변했다. 또 답변자의 11%는 “현재 이미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 직군 등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는 자발적인 선택이었다”고 답변했다. 이들이 꼽는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 등이 가진 최대 장점에는 “개인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언제든지 퇴직과 이직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등이 꼽혔다. 또, 일부 90년대 출생자들은 대학 졸업 후에도 여행, 해외 유학 등을 이유로 자발적인 무직 상태에 이르는 이른바 ‘만지우예’(满就业)를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베이징대학 졸업 예정자 우 씨(24)는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자전거를 타고 중국 서부 내륙 지역을 탐험하는 장기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서 “졸업 후 바로 취업하기보다는 보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인생 가치관을 바로 정립하는 계기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대통령 대화 촉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내가 김용균이다”

    대통령 대화 촉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내가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늘(22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업무 중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 씨를 추모하며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를 재차 촉구했다.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오전 9시부터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다. 이들은 김용균 씨를 비롯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뜻에서 소복을 입고 결의대회에 나섰다. 이들은 전날도 촛불 행진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노숙 농성을 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촛불로 탄생한 정부는 당장 나와서 비정규직들의 목소리와 눈물에 응답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또 이청우 노동해방투쟁연대 사무국장은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은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사망 선고”라며 “문재인 정부는 오직 이윤만 위해 작동하는 자본주의를 방어함으로써 위험을 외주화하고 방치했다”고 규탄했다.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정오쯤 사랑채 앞 길바닥에 물감과 분필로 자신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긴 뒤 김용균 씨의 동상을 앞세운 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파이낸스센터로 행진했다. 이들은 ‘위험의 외주화 중단’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세우며 걸었다.이어서 파이낸스센터 앞에서는 ‘고(故) 김용균 범국민 추모제’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외치며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정부에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무대에 오른 김용균 씨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불러줬던 자장가를 부르며 “지금도 잠을 자던 너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함께 무대에 선 김용균 씨 아버지 역시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서 잘못된 원청 책임자들과 아이들이 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정부가 (함께) 책임져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6시 40분쯤 추모제를 마치고 다시 청와대 사랑채 앞으로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도로와 청와대 사랑채 앞에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적힌 검은 근조 리본을 묶은 뒤 해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비정규직 살아도 산 목숨 아냐”...서울 도심 한복판서 촛불 행진

    “비정규직 살아도 산 목숨 아냐”...서울 도심 한복판서 촛불 행진

    “내가 김용균이다.” 전국에서 모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1일 서울 도심에 모여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촛불 행진’을 벌였다. 민주노총과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했다. 대표단은 대학원생 조교, 방과 후 강사 등 특수노동자, 마트 노동자, 방송 드라마 스태프, 환경 미화원, 대리운전 기사, 톨게이트 수납원, 학습지 교사 등으로 구성됐다. 앞서 대표단은 지난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동료를 잃었다”며 김용균(24)씨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김씨는 당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석탄 제거 업무(낙탄 처리)를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대표단은 이날 “고인은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지만 비정규직으로 위험한 업무에 내몰리고 있는 김용균과 같은 우리가 만나러 갈 것”이라고 외쳤다. 김씨는 생전에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 파견자 혼내고, 정규직 전환은 직접 고용으로’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인증샷을 찍었다. 이날 촛불 행진에 참가한 이들도 김씨가 든 손팻말을 함께 들었다. 참가자들은 비정규직 사망자의 상주를 자처하고 하얀 소복을 입었다. 기흥전자 비정규직 노동자 유흥희씨는 “우리 비정규직은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고, 죽어도 제대로 눈조차 편히 감을 수 없는 신세인가 보다”며 안타까운 현실을 한탄했다. 신대원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장은 “먼저 간 우리 용균이는 그날 고된 업무를 했지만, 그 결과는 누군가의 빛으로 남아 소중하게 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단은 ‘희망촛불’이라고 적힌 약 4m 높이의 촛불 조형물을 앞세우고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행진했다. 오후 6시 35분쯤 광화문 광장을 지날 때는 김씨의 분향소 옆에 잠시 서서 단체로 묵념을 했다. 행진 시간이 퇴근 시간과 겹치면서 광화문 일대 교통 혼잡은 피할 수 없었다. 일부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려대며 항의 표시를 했다. 밤샘 농성을 계획한 대표단은 이날 저녁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도중 전동차에 치여 숨진 김군 동료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22일에도 범국민 추모제를 열기로 했다.한편, 청년전태일 등 11개 단체는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청년추모 행동’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26일 ‘2차 청년추모의 날’ 행사를 열 계획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태안화력 사고 후에도 컨베이어벨트 돌렸다

    태안화력 사고 후에도 컨베이어벨트 돌렸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일 새벽 사고를 당한 24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근무하던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작업중지 명령 직후 컨베이어를 가동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고용부에 따르면 작업중지 명령을 어기고 가동한 컨베이어벨트는 사고가 발생한 9·10호기였다. 고용부는 작업중지 명령 위반 여부 등 사실관계를 조사해 명령 위반이 사실로 확인되면 형사 입건 등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 작업중지 명령이 떨어진 9·10기 외에 1~8호기에 추가적인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사고가 발생한 9·10호기와 1∼8호기의 위험 요소는 차이가 있다”며 “현재로서는 1∼8호기의 작업중지 범위 확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김용균 씨 사망사고 시민대책위원회의 요구를 거절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시민대책위는 유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1∼8호기에 대해서도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고용부 보령지청은 사고 발생 직후 9·10호기와 지선으로 이어진 석탄가스화복합발전소(IGCC)에 대해서만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1∼8호기는 9·10호기와 컨베이어 구조·형태가 다른 데다 전면 작업중지를 하면 옥내 저장탄 자연 발화에 따른 화재와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 발생 등으로 노동자와 인근 주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다만 1~8호기에 대한 추가 작업중지 가능성은 남아있다. 고용부는 사고 원인 조사와 특별감독 과정에서 안전상 급박한 위험 요인을 인지하면 1∼8호기에 대한 작업중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1∼8호기에 대해서는 가동 중 낙탄 처리 작업을 금지하고 정비작업은 정지 상태에서 하도록 하는 등 4건의 시정 조치를 했다. 고용부는 “(1∼8호기) 작업 근로자들에게 위험 요소 발견시 특별감독반에 고지하도록 했으나 제출된 의견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로 인한 태안 발전소 노동자들의 정신적 충격을 치료하기 위한 대책도 진행 중이다. 고용부는 사고현장 작업자들의 정신건강 보호를 위해 14일부터 산재 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를 통해 사고 발전소와 하청 전 직원을 대상으로 산재 트라우마 상담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용부는 17일 시작된 태안 발전소 특별 산업안전보건감독을 28일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안전보건 조치 미비에 대해서는 원청 업체를 형사 입건하고 안전교육 미실시 등 관리적 사항 위반에는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비정규직이라 일어난 사고… 용균이 동료들은 꼭 살리고 싶다”

    “비정규직이라 일어난 사고… 용균이 동료들은 꼭 살리고 싶다”

    “열악한 작업환경 본 뒤 싸우기로 결심…철저한 진상규명으로 명예회복 해줘야” 관련법안 통과 촉구 등 고통 속 강행군“용균이 대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싶어요.”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아들을 잃고 뼈가 녹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고 김용균(24)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요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머니로 거듭나고 있다. 아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집회에 온 아들딸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한 명 한 명씩 안아 주고 있다. 2년 전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다 숨진 김모(당시 19세)군의 동료, 4년 전 세월호 참사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을 만나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 재해 기업처벌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이 법안들은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생전에 꼭 통과시키려 했던 것이기도 하다. 아들 전태일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려고 모든 노동자의 어머니를 자처했던 이소선 여사의 심정이 지금 김씨의 마음이었으리라. 김씨는 20일 아침에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섰다.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유가족 등 산업재해 피해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두 법안의 국회 통과를 호소했다. 계속되는 일정으로 지친 김씨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아들의 빈소가 차려진 태안의료원으로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태안화력발전소 전면 작업 중지와 특별근로감독 과정에서의 노동단체 참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리자 곧바로 대전고용노동청으로 차를 돌려 달라고 부탁했다. 김씨는 대전고용노동청으로 가면서 서울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우리 아들이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죽었어요. 용균이가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 만날 수가 없잖아요. 저는 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만 기억하고 그 뜻대로 살아갈 겁니다.” 전화 속 음성은 차분하고 담담했다.‘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든 아들의 인증사진은 영영 이뤄질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어머니가 그 뜻을 이어받았다. 김씨는 지금 아들 대신 대통령을 만나 아들의 피켓에 쓰여 있는 대로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파견 책임자 혼내고, 정규직 전환은 직접고용’으로 하자는 요구를 하고 싶어 한다. 김씨는 사고 당일인 지난 11일 탄가루가 묻은 아들의 얼굴을 태안의료원 영안실에서 봐야 했다. 늦둥이 외아들의 카카오톡 아이디가 ‘가정 행복’일 정도로 어머니에겐 한없이 살가운 자식이었다. 12일 첫 기자회견 당시만 해도 가족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아들의 동료들과 ‘김용균법’을 위해 앞장설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튿날 아들이 일하다 사고를 당한 발전소 작업 현장을 직접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고 싸우기로 했다. 현장 조사 후 김씨는 용균씨의 동료들에게 “너희들은 꼭 안전하게 일해야 한다”며 오열했다. “발만 헛디뎌도 죽을 수 있는 곳에서 아직 용균이 동료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내 아들의 죽음은 돌이킬 수 없지만 다른 아이들은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씨가 아들이 일했던 9, 10호기뿐 아니라 1~8호기의 작업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아, 제발 (일단 1~8호기도) 멈춘 다음에 제대로 정비해서 사고가 안 나도록 해놓고 가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씨는 “분노가 나를 일으켜 세운다”고 말했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억울하게 죽은 아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더 분노하고 더 싸워야 한다고 다짐한다. 김씨 역시 안정치 못한 비정규 노동으로 근근이 생활해 온 노동자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아줌마였다”고 소개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줌마를 투사로 만든 건 암울한 사회일지도 모른다. “10여일 동안 노동청을 돌아다니다 보니 사회가 썩었다는 게 실감이 났어요. 유가족의 말에는 귀부터 막는 것 같았어요. 내가 믿던 나라가 ‘우리 아이들을 죽이는 나라였구나’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합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우리는 힘이 없어요. 그래도 우리가 생각을 바꾸고 행동하면 조금씩 조금씩 세상도 바뀔 거라 믿어요.”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발전소 비정규직’ 김용균 동료와 ‘구의역’ 김군 동료 만난다

    ‘발전소 비정규직’ 김용균 동료와 ‘구의역’ 김군 동료 만난다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다 숨진 김용균(24)씨의 동료와 2016년 5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김군(당시 19세)의 동료가 21일 만난다. 앞서 비슷한 일을 겪었던 김군의 동료가 김씨의 동료를 찾아 위로하고 아픈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다.20일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에 따르면, 21일 중구 서울노동청에서 시작해 청와대까지 행진하는 1100만 비정규직 촛불집회가 마무리된 후 김씨의 동료와 김군의 동료가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김씨가 젊은 비정규직 청년이었고, 2인 1조가 지켜질 수 없는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앞서 비극을 겪은 김군을 다시 떠올리는 이들이 많았다. 유성권 서울교통공사 노조 쟁의국장은 “사고 이후 힘들었던 점과 어떻게 하면 이겨낼 수 있는지 등을 편하게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채용비리 의혹으로 인한) 감사원 감사 등으로 준비할 게 너무 많은 상황이지만, 적어도 저희만큼은 이 아픔을 무조건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21일 촛불집회와 22일 고 김용균 범국민 추모제에도 참여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한편, 김군의 사망 이후 아무런 후속 조치도 내 놓지 못했던 국회는 김씨의 사망 이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9일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오는 27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구의역 사고 이후 2년 7개월 동안 답보상태였던 산업안전보건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김용균씨 빈소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 열악한 근무환경 증언

    “인터넷 설치 등을 위해 혼자 전봇대나 난간에 매달려 일하다 다치면 전부 자부담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20일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빈소가 있는 태안보건의료원 상례원 앞에서 열린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충남 노동자들의 현장증언’에서 LG유플러스 김경호씨는 “위험한 일은 모두 하청을 주고 안전교육이라고는 동영상만 보고 사인하는 정도”라며 이 같이 말했다. 김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열린 이 자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증언이 쏟아졌다. 당진 현대제철 비정규직 조정환씨는 “2년 전 철광석을 고로로 옮기는 컨베이어벨트에서 혼자 일하던 동료가 기계에 끼여 숨진 뒤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문서 등을 통해 건의했지만 대부분 개선되지 않았다”며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란 구조 속에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제2, 제3의 김용균을 막으려면 비정규직의 정규화 등 근본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공무직 노동자인 곽은숙씨는 “여름철 실내온도가 40도가 넘는 조리실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아프면 대부분 자부담으로 치료해야 한다”면서 “업무 과중과 인력 부족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람 취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일하고 있다”고 개선을 호소했다. 태안화력발전소와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일용직 노동자로 구성된 플랜트건설노조의 강성철 노안국장은 “지난해 11월 태안화력 3호기에서 보일러 예열기를 청소하던 노동자가 구조물에 끼여 숨져서 조사하니 사고예방 매뉴얼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고 관리감독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원청·하청 모두를 노동부에 고발했는데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안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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