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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깊어지는 勞勞 갈등…한노총·민노총 서로 다른 길 가나

    깊어지는 勞勞 갈등…한노총·민노총 서로 다른 길 가나

    김주영 한노총 위원장, 민노총 작심 비판 “소외계층 대표 겁박”민노총 “김주영 위원장 발언 도 넘어…비조합원 노동자 보호 위한 것”탄력근로제보다 더 중요한 ILO 핵심협약 비준 이슈 묻힐까 우려사회적 대화를 둘러싼 노선 차이로 ‘노노(勞勞)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노총이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에 합의해준 것이 시작이다. 지난 7일 경사노위 본위원회 의결이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의 불참으로 무산되면서 두 조직의 대립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양상이다. 격앙되는 노노 갈등이 자칫 다른 노동 현안도 집어삼킬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도 나온다. 8일 창립 73주년을 맞은 한국노총 기념식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에 대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조직이, 총파업으로 노동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호언장담한 조직이 청년·여성·비정규직 등 사회 소외계층 대표들을 겁박·회유해 사회적 대화를 무산시킨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가 경사노위 본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민주노총이 압박을 가한 탓이라고 정면 공격한 것이다. 민주노총도 맞받아쳤다. 이날 논평을 낸 민주노총은 “김주영 위원장의 발언은 도를 넘는 행위”라면서 “민주노총은 털끝만큼의 부담이라도 더해질까 두려워 경사노위 계층별 노동위원들에게 격려의 인사조차 건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개악 영향이 조합원에게 끼칠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저임금 노동자에게 가해질 타격을 막고자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러는 동안 한국노총은 비조합원 노동자를 보호할 어떤 대안을 고민했는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결국 지난 7일 합의된 안건을 올리지 못한 경사노위는 오는 11일 본위원회 일정을 새로 잡았다. 합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뿐만 아니라 최근 경사노위 산하 사회안전망 개선위원회에서 노사정이 합의한 ‘한국형 실업부조’ 등도 본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하기 위해서다. 이에 민주노총은 “본회의 무산에 대한 반성적인 평가 없이 감정에 치우친 강행일 뿐”이라면서 “본회의 무산 나흘만에 다시 소집한 회의에서 탄력근로제 개악안을 국회로 넘겨 처리한다면 이는 경사노위 법 취지 위반이며 더 큰 갈등과 반발을 부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깊어지는 노노 갈등에 정부의 근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논의 시한이 이달 말까지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사회적 대화에도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노동계에선 탄력근로제보다 ILO 핵심협약 비준 이슈가 훨씬 더 영향력과 파급력이 막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노노 갈등으로 경사노위 파행이 이어진다면 ‘사회적 대화 무용론’이 힘을 받을 거란 우려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동계가 강력하게 요구하는 사안이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선 한국이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 2개 분야(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중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 2개를 비준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를 하고 있다. 결사의 자유 협약이 비준되면 실업자·해고자도 노조에 가입하는 등 기존보다 노조할 권리가 폭넓게 보장된다. 정부 관계자는 “노사정 대화 분위기가 민주노총이 우려하는 것과는 많이 달라졌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계가 요구하는 사안을 충분히 가져갈 수 있다”면서 “요구 사항이 있으면 바깥에서 말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대화라는 틀 안에서 주고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비정규직 등 대거 불참…경사노위 본회의 무산

    비정규직 등 대거 불참…경사노위 본회의 무산

    경사노위 “의사결정 구조 개선 검토” 靑 “의결 무산 유감”…11일 재개회 시도사회적 약자를 대표한 청년·여성·비정규직 노동계 위원들이 7일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본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등 본위원회 의결이 무산됐다. 이에 경사노위가 의사결정 구조 개선을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청년 유니온 김병철 위원장, 전국여성노조 나순자 위원장,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사회적 대화의 첫 단추, 제대로 꿰어야 합니다’라는 입장문을 내고 2차 본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은 “저희 3단체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합의를) 언론의 속보를 통해서 접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탄력근로제를 논의하는 문제는 미조직 노동자들에게도 중요한 사안이기에 1차 본회의에서 노동시간개선위원회에 계층별 대표 1인의 위원 참여도 제안했지만 거부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로지 표결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며 저희는 자괴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며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경사노위법상 경사노위 최고 의결 기구인 본위원회는 노사정을 대표하는 위원 18명으로 구성되는데 재적 위원의 과반수가 출석하고 노사정 가운데 어느 한쪽 위원의 절반 이상이 출석해야 의결 정족수가 충족된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불참으로 노동자위원은 한국노총·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자 4인이다. 3명이 불참하게 되면 의결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 의결이 무산되자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위원회 의사결정 구조와 위원 위촉 등 운영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도 “사회적 대화의 핵심은 이른바 전국 차원의 노사단체”라며 “청년·여성·비정규직은 보조 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요 노사단체의 의결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고치면 청년·여성·비정규직 등이 들러리로 전락해 ‘도로 노사정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청와대는 의결 무산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며 3인의 조속한 본위원회 복귀를 촉구했다. 경사노위는 오는 11일 본위원회를 다시 열어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한국형 실업부조 등의 의결을 시도할 예정이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내가 당했을 수도”… 트라우마 앓는 용균씨 동료들

    “내가 당했을 수도”… 트라우마 앓는 용균씨 동료들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에서 사고로 숨진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동료들이 심각한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양선희 대구근로자건강센터 부센터장은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사고 발생 사업장에서 근무 중인 한국발전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 등 155명을 대상으로 사건충격척도 검사를 해보니 57.4%인 89명이 ‘부분외상’ 또는 ‘완전외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들은 개별 심리 상담을 받았다. 또 추가 상담 결과 직원 4명은 심한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게 됐다. 트라우마 증상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직원도 있었다. 직원들은 심리 상담에서 주로 자신도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동료는 죽고 자신만 살아 있다는 죄의식, 우울증 등을 드러냈다. 또 불면증을 비롯한 수면장애, 섭식장애, 주의집중장애 등 트라우마로 인한 신체적 반응도 호소했다. 양 부센터장은 “산업재해 트라우마는 근무 과정에서 사고현장에 끊임없이 재노출되고 회사 낙인을 우려해 치료를 피하는 등의 특성이 있다”며 “그럼에도 트라우마센터는 현재 전국에 한 곳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7일 충남도청에서 양승조 충남지사를 만나 “아들이 숨진 이후에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사망사고가 났고 태안화력에서 또 끼임 사고가 발생했는데 아무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양 지사는 “지방정부에도 조사 등 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건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쿠팡 성공 이끈 쿠팡맨 70%는 비정규직…교섭 제대로 나서라”

    “쿠팡 성공 이끈 쿠팡맨 70%는 비정규직…교섭 제대로 나서라”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의 배송 인력인 ‘쿠팡맨’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정규직화와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수본부 쿠팡지부(쿠팡맨 노조)는 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70% 비정규직 쿠팡맨 정규직화 쟁취 성실교섭 이행 쿠팡노조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쿠팡맨 노조는 총 3500명에 달하는 쿠팡맨 중 70%가량이 비정규직이고, 이들 대부분이 6개월 단위 근로계약을 맺어 계약 연장을 위해서는 회사 측이 요구하는 근무시간 변경이나 근무지 변환 배치 등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쿠팡맨들은 회사에서 느끼는 처우가 쓰다 버려지는 소모품인 것처럼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특히 정규직 전환과 노동 조건 개선을 놓고 회사 측과 14차례 교섭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 사측이 제대로 된 답변을 피했고, 노조의 임금 교섭 요구도 ‘불쾌하다’면서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쿠팡맨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면서 “회사 측 대화 요구에는 언제든지 응할 생각이지만, 교섭 테이블에만 앉아 말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노조에 신뢰를 보일 행동과 태도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쿠팡맨 노조 하웅 지부장은 “쿠팡이 연 매출 5조원 규모까지 성장한 중심에는 고객에게 친절과 감동을 전달하는 쿠팡맨들의 ‘로켓 배송’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 지부장은 이어 “회사가 빠르게 성장한 만큼 쿠팡맨들은 빠른 속도로 지쳤다”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물량에 대비하지 못해 아파도 ‘연차 제한’이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 쉴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쿠팡에서 계약직으로 근무 중인 조창호씨는 “쿠팡은 직접 채용된 노동자들이 배송한다는 홍보와는 달리 열에 일곱은 계약직들”이라면서 “외부에서 말한 쿠팡의 혁신은 이런 계약직들이 있어서 가능하다. 일방적인 지시에 대다수 쿠팡맨은 재계약을 위해 따를 수밖에 없다. 갑질이다”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이후 쿠팡 노조는 배송 차량에 요구안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한편 쿠팡 노조는 지난달 21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19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 조정 중지 판결을 받았다. 이에 노조는 같은 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전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쟁의권 행사를 위한 절차를 마친 상황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기존 산업에 기댄 한국, 신산업 미약…통합적 관점서 성장·고용 해결해야”

    성장·고용이 기존 산업에서 부진하고, 신산업에서 고성장을 이루는 글로벌 추세와 달리 한국에선 상대적으로 신산업이 경제 활력을 적극적으로 이끌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현안별·단편적 접근법으로 한국 경제가 처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통합적인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싱크탱크인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6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우리 경제, 이제 다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주제로 열린 SGI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주제 발표를 한 서영경 대한상의 SGI 원장은 “글로벌 성장과 고용을 보면 기존 산업에서 부진하고 신산업에서 고성장하는데, 우리나라는 신산업이 미약하다”고 평가하면서 “성장과 고용의 원천인 기술혁신이 확산되려면 산업 간 융합, 무형자산 투자 등 민간의 노력과 함께 규제개혁, 이해갈등 조정,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통한 정부의 촉진자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진국 사례를 보면 신산업 발현, 고령화 등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되고 노동시장 이동성이 증가한다”면서 “고용안전망 중심의 사회안전망 강화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해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과 혁신성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 원장이 언급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란 대기업·정규직 노동시장은 유연성이 낮고,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시장은 안정성이 낮은 방향으로 양극화된 현상을 일컫는다. 참석자들은 한국 경제가 혁신을 지향하는 체질로 전환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토론자인 이인실 한국경제학회장은 “최근 장기 저성장 탈출이 쉽지 않는 이유는 경제 내 선도 부문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고부가가치 및 신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여러 부처에서 분절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경제·통상·산업정책을 포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상헌 유엔 국제노동기구 고용정책국장은 “성장·일자리·분배라는 세 톱니바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는 적극적인 고용정책을 펴고 인적자본 투자를 확대하되 사회안전망에 대한 민간의 도덕적 해이는 방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박용만 상의 회장은 서면 인사말을 통해 저성장·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각 전환을 역설했다. 박 회장은 “정부 정책 주도의 개발연대 방식에서 벗어나 자율규범 환경 속 사회안전망 비용 분담 방식으로 민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단기적 안목에서 현안별로 단편적 접근을 할 게 아니라 장기적 안목에서 여러 이슈 간 인과관계를 고려해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문 대통령 경사노위 본위원회 불참

    문 대통령 경사노위 본위원회 불참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7일 참가하기로 했던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본위원회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6일 경사노위에 따르면 7일 개최할 2차 본위원회에 당초 문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취소됐다. 경사노위 노동자위원 중 계층별 대표인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본위원회에 불참하기로 통보한 것이 문 대통령의 불참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경사노위는 7일 문 대통령의 참석 하에 본위원회를 열고 탄력근로제 확대안, 실업부조 등 고용안전망 강화안, 디지털 전환 기초합의 등 3가지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경사노위법은 경사노위 본위원회 의결을 위해 노·사·정을 대표하는 위원이 과반 이상 출석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불참으로 노동자위원은 한국노총·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자 4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3명이 불참하게 되면 의결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 계층별 대표 3인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가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해왔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의결을 할 수는 없지만 7일 본위원회를 열고 문성현 위원장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 상반기까지 손질”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 상반기까지 손질”

    ‘야간수당 급여 포함’ 현장서 악용 많아 “김용균법 시행 전 올해부터 행정지도”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상반기까지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을 손질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6월까지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준비 부족 등으로 1년가량 늦춰지게 됐다. 이 장관은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 관련한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대법원 판례 등을 반영해 최종 보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종에서 연장·야간 근로수당을 급여에 일괄적으로 포함해 지급하는 제도다. 아무리 연장근로를 많이 해도 정해진 수당만 지급해 기업이 공짜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업종에 제한적으로 도입해야 하지만 현장에선 무분별하게 활용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2017년 10인 이상 사업장 중 포괄임금제를 도입한 기업은 52.8%(6만 1000곳)나 됐다. 고용부는 이를 개선하고자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맞춰 개선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로 했지만 그동안 감감무소식이었다. 이 장관은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에 대해) 노사 의견 수렴을 거치는 절차가 필요한 것 같다”면서 “정부가 상반기 중 의견을 수렴하겠다. 정확하게 언제 발표할 것인지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내년부터 적용되는 것과 관련해 “올해부터라도 사업장 준비가 필요하다. 원청이 사업장 전체에서 하청업체 노동자까지 안전조치를 확립하는 체제를 갖출 수 있도록 행정 지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세종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日 “10일 연휴” 발표 땐 좋았지만…날짜 다가올수록 근심 ‘수북’

    日 “10일 연휴” 발표 땐 좋았지만…날짜 다가올수록 근심 ‘수북’

    학교·은행·병원 등 기반시설 기능 스톱 10일 온전히 못 쉬는 학부모 돌봄 걱정 현금결제 많아 소매점 등 잔돈대란 우려 병·의원 집단 휴진 따른 의료 공백도 문제 시급·일당 받는 비정규직 월소득 33% ‘뚝’ 아베, 선거에 활용하려다 불안 확산 당혹처음에는 마냥 좋기만 했는데 차츰 들뜬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반드시 그럴 일만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오는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이어지는 ‘10일 연휴’에 대한 일본 사회의 분위기가 그렇다. 일본에서는 매년 4월 29일 ‘쇼와의 날’(히로히토 전 일왕 생일), 5월 3일 ‘헌법기념일’(한국의 제헌절), 5월 4일 ‘숲의 날’(식목일), 5월 5일 ‘어린이날’이 고정 휴일이다. 이 시기를 통상 ‘골든위크’로 부른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때와 차원이 다른 10일짜리 초대형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5월 1일이 새 일왕 즉위에 따른 휴일로 지정되면서 토요일인 4월 27일을 시작으로 월요일인 5월 6일(대체휴일)까지 쉬게 됐다. 1948년 일본의 공휴일 관련 법 제정 이래 가장 긴 것이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10연휴 계획을 처음 밝혔을 때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연속적인 휴일을 통해 여유 있는 국민 생활의 실현을 기대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도 했다. 언론들은 10일 연휴를 겨냥해 북적이는 해외여행 상담창구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이 쌓여 갔다. 나와 가족은 쉬지만 사회 전체는 그대로 돌아가는 휴가나 방학과 달리 병원, 은행, 학교 등 기반시설들이 최장 10일간 기능 정지에 들어가는 데 대한 우려들이 부각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3일 전했다. 많은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가 쉬는 이 기간 동안 자녀들 돌보는 게 큰일이라고 한숨 짓고 있다. 특히 10일간 온전히 쉴 수 없는 직장인들은 영유아, 초등학생 자녀를 어디에 맡겨야 하나 걱정이다. 쉬지 않아 곤란한 사람도 있지만, 쉬어서 힘든 사람들도 많다. 시급이나 일당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등에게 10일 연휴는 산술적으로 월소득의 3분의1이 없어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병의원 집단휴진에 따른 의료서비스 공백도 걱정거리다. 현금결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일본 사회의 특성상 현금이 없어 발을 구르는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연휴 기간 ATM 현금 부족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 때문이다. 심지어 ‘거스름돈 대란’ 걱정까지 나온다. 은행들이 10일 동안 문을 닫기 때문에 식당이나 소매점에 거슬러 줄 동전이 없어도 구할 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10일 연휴 결정을 올여름 참의원 선거의 호재로 활용하려던 아베 정부는 국민 불안이 확산되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급기야 지난달 26일 의료, 고용, 보육, 복지 등 8개 분야에 걸친 정부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보육시설의 임시 수용인원을 늘리고 연휴 기간 응급병원 대응을 강화한다는 등의 내용이지만 현실적으로 허점이 수두룩해 여당 안에서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 사진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 82% “참고 넘어갔다” 왜?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 82% “참고 넘어갔다” 왜?

    국내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체 직원 100명 중 8명은 직장에서 성희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성희롱 피해를 입은 10명 중 8명은 성희롱을 당하고도 특별한 대처 없이 참고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4월 6일부터 12월 27일까지 전국 공공기관 400곳과 민간사업체 1200곳의 직원 9304명, 성희롱 방지업무 담당자 1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일반 직원 중 지난 3년간 직장에 다니는 동안 한 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8.1%였다. 상대적으로 여성·저연령층·비정규직이 성희롱을 많이 당했다. 여성은 14.2%, 남성은 4.2%가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고 답했다. 피해자 연령은 20대 이하(12.3%), 30대(10.0%), 40대(6.0%), 50대 이상(5.0%) 순이었다. 정규직(7.9%)보다 비정규직(9.9%)의 성희롱 피해 경험이 많았다. 성희롱 유형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5.3%),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3.4%),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2.7%) 등이 많았다. 성희롱 행위자는 대부분 남성(83.6%)이었고, 직급은 주로 상급자(61.1%)였다. 성희롱이 발생한 곳은 회식장소(43.7%)가 가장 많았다. 다음은 사무실(36.8%)이었다. 성희롱 피해자 81.6%는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49.7%),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31.8%) 순으로 집계됐다. 조직의 문제해결 의지에 대한 신뢰가 낮고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성희롱 피해 이후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이나 행동 등으로 또다시 피해를 경험한 비율도 27.8%에 이르렀다. 2차 피해를 가한 사람은 ‘동료’(57.1%), ‘상급자’(39.6%) 등이었다. 여가부는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3년마다 성희롱 실태조사를 한다. 이번 조사에서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는 비율은 2015년(6.4%)보다 높아졌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미투 운동 이후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진 것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상승한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서울에서 만나는 열대과일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서울에서 만나는 열대과일

    식물을 하면서 알게 된 친구가 있다. 조경을 전공한 가드너였고, 우리나라의 한 식물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다 정규직이 되지 못한 실망감에 아예 식물계를 떠나 베트남으로 취업을 간 이였다. 식물을 좋아했으나 이제는 애증만 남았다는 친구. 그가 한국을 떠난 후에도 우리는 자주 연락했다.우리의 대화 주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식물이었다. 그는 아열대식물에 관심이 많은 나를 위해 출근길에 흔히 본다는 바나나와 파파야 나무 사진을 찍어 보내주기도, 동네 마트 매대의 온갖 작물들을 찍어 보내주기도 했다. 그가 보내는 사진 중엔 유난히 과일이 많았다.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해 퍽 가까이에 있는 듯 느끼면서도, 사과를 베어먹고 있다는 나와 덜 익은 망고를 소금에 찍어 먹고 있다는 그의 대화에서, 문득 우리는 참 멀고도 다른 곳에 있구나 실감하곤 했다. 그가 보낸 사진 중엔 내가 모르는 과일들이 많았다. 그러면 나는 늘 과일 이름이 무엇인지 무슨 맛이 나는지, 또 어떤 방법으로 먹는지와 같은 것들을 묻곤 했다. 세상엔 내가 모르는 참 다양한 과일이 있구나 그 친구를 통해 알아갔다. 3년 전 일이다.최근 우리나라의 슈퍼와 시장을 다니면서 내가 느끼는 흥미로운 점은, 그때 이 친구가 보내주었던 아열대 과일들을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붉은 껍질의 열매를 반으로 갈라 안에 든 노란 과육을 숟가락으로 퍼먹거나 주스로 만들어 먹는다는 패션푸르트, 잘라서 샐러드에 넣어 먹거나 소금을 찍어 먹는다는 용과와 파파야. 대형마트에는 당연하게도 사과와 배, 토마토와 함께 이들이 있고, 농산물 도매시장 한 축에는 수입 과일을 판매하는 상점이 주욱 자리를 잡고 있다. 제주산 귤 옆에는 제주에서 재배되는 또 다른 과일, 망고와 아보카도, 구아바가 나란히 진열돼 있다. 1년 내내 여름인 연평균 기온 30도의 베트남과 극한의 추위와 더위가 공존하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같은 과일을 재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2000년대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후, 체리와 레몬 그리고 오렌지 등의 수입 과일 가격이 싸지고 소비 접근성이 낮아지면서 사람들은 수입 과일을 친숙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동시에 해외여행객이 늘어 동남아에서 맛본 달고 진한 향의 아열대 과일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결정적으로 기후변화로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작물의 재배가 가능하게 되면서 아열대 과일을 재배하고자 하는 농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설원예 기술의 발달도 한몫을 했다. 숲을 뒤흔들고 있는 기후변화는 도시 생태계까지 변화시켰다. 높아진 기온 덕분에 우리는 농약을 치지 않은 국산 바나나와 패션푸르트, 망고 등 새롭고 달고 맛있는 아열대 과일을 먹을 수 있게 됐고, 그만큼 기존에 재배되던 사과와 배, 감, 참외 등의 과일은 그 소비량이 점점 줄어들게 됐다. 슬픈 일이다. 언젠가 베트남의 친구에게 싼 가격에 망고를 실컷 먹을 수 있어 부럽다 말했더니 그는 사과와 감, 배를 먹을 수 있는 내가 더 부럽다는 이야기를 했다. 늘 달고 자극적인 맛의 아열대 과일을 먹으니 이제는 시원하고 담백한 우리나라 과일들이 그립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지난 2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발간하는 농촌진흥청 잡지 표지에 매달 이슈가 될 만한 식물들을 그렸었다. 1년간 그리는 열두 종 중에 한 종 이상은 꼭 열대 과일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이제 더이상 별미 과일이 아니라 , 우리나라 과수 산업에서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이 변화를 좋다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순 없는 일이다. 그저 자연의 흐름에 우리의 운명을 맡길 뿐. 도시의 식물은 어떤 이유에서든 늘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해 왔다. 우리가 늘 먹는 고추와 감자, 가지 역시 아열대식물로서 우리나라에 도입돼 자리를 잡은 채소들이다. 지금 우리가 흥미를 느끼는 아열대 과일의 인기가 얼마나, 어느 정도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으나 건강한 원예산업 안에서 다양한 품종의 과일이 재배, 소비되길 바랄 뿐이다. 50여 년 후 여든의 할머니가 된 내가 그즈음의 도시 과일들을 그린다면, 나는 어떤 과일을 그리게 될 것인지 상상해본 적이 있다. 강원도 산간 지방에서 재배될 사과, 전국 각지에서 재배될 감귤류와 바나나, 아보카도, 용과, 패션푸르트. 어쩌면 내가 알지 못하는, 지금껏 맛본 적 없는 미지의 과일을 그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자연은 늘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니까 말이다.
  • 변호사·노무사 ‘탄력근로제 합의 철회’ 단식농성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최근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안을 두고 노동계 내 비판이 커진 가운데 변호사·노무사 등으로 구성된 노동법률단체들이 합의 철회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금속노조 법률원 등은 27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와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집단 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안에 합의한 것을 ‘밀실 야합’이라고 규정하며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안은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의안에 따라 사용자 마음대로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줄인다면 노동자의 생체리듬이 깨져 정상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사용자에게 저항할 수 없는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집중될 것인데 이를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외면한 한국노총, 경총의 밀실 야합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법률가들은 또 “재벌들은 파업 때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하더라도 사용자를 형사처벌하면 안 된다고 한다. 사업장 내 쟁의행위는 금지돼야 하고, 단체협약 유효기간도 연장하자고 한다”면서 “주장 하나하나가 부당노동행위이며 노동 3권을 부정하는 위헌적 내용”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동법률단체들은 경사노위에서 사용자 측의 요구인 ▲쟁의행위 시 직장점거 금지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 허용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엄격화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등의 의제가 논의되고 있다고 우려됐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사회적 약자 집중 보도 돋보여… 날카로운 기업 기사 아쉬워

    사회적 약자 집중 보도 돋보여… 날카로운 기업 기사 아쉬워

    서울신문은 북미 정상회담, 자유한국당 ‘5·18 망언’, 환경부 블랙리스트, 채용 비리, 윤한덕 전 센터장 과로사, 고 김용균씨에 이은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등 여러 현안을 다룬 지난 한 달간의 보도를 두고 26일 ‘제114차 독자권익위원회’를 열었다. 사회적 약자에게 주목한 기사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현장을 발로 뛰는 기사가 더 필요하다는 쓴소리도 있었다. 김광태(온전한 커뮤니케이션 회장) 위원장과 김만흠(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손정혜(법무법인 혜명 변호사), 심훈(한림대 언론학과 교수), 홍영만(서울여대 초빙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아래는 위원들의 의견이다. -1면 편집과 관련해 독자권익위 의견을 반영해 말줄임표 등이 거의 사라지고 객관적으로 제목을 뽑는 방향으로 변화가 있어서 좋다. 다만 2면부터는 여전히 기호가 많이 사용되고 제목이 길다. 1면에서 시작된 작은 혁신이 장기적으로 모든 면들에 미치기를 기대한다. -서울신문이 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그에 집중하는 기사를 내보낸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크게 집중되지 않는 사건 정도로 치부될 수 있는 장애아동 학대 문제, 돌봄서비스 등의 문제에 대해 많은 양을 할애하고 있다. 또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도 지속적으로 기사를 쓰며 쪼개기나 편법으로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가지 않는 것까지 비판하는 등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고 있다. 실질적으로 받는 소득이 변하지 않는 현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서 좋았다. -지면상 경제 섹션이 뒤쪽에 나와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아쉽다. 다른 신문처럼 섹션 형식으로 별도 제작을 하면 좋겠다. 또 경제 기사에서 개념 설명을 보다 친절하게 해야 한다. 문제의 출발점은 정의에서 시작하는데 개념 정의가 되어 있지 않아서 해당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독자에게 와닿지 않는다. -산업면에는 기업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가진 기사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당근과 채찍이란 두 가지 도구로 기업 관련 기사를 쓰면 좋겠다. 특히 보도자료나 출입처 중심의 기사를 넘어서 현장을 발로 뛰는 기사가 필요하다. -‘5·18 북한군’과 관련해 모든 언론이 보도를 했지만 주말판에서 양동남씨 사연을 1면 기사로 뽑은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재미있고 유익한 ‘소똑소톡-소액재판의 소소한 이야기’나 경륜이 드러나는 논설위원의 ‘사이다’ 등 눈에 띄는 코너들은 강화해도 좋을 것 같다. -문화면에서 아이돌 기사를 굉장히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쓰고 있다. 단순히 문화를 소비하는 정도를 넘어서 트렌드화되고 아이들에게 가치관까지 심어준다는 아이돌 기사가 기억이 나는데 그 기사에선 아이돌이 문화적으로 질 높은 콘텐츠와 트렌드를 만들어 간다는 걸 다뤄서 관심 있게 읽었고 기사에 예쁜 사진을 곁들여 젊은층 시선을 사로잡았을 것 같다. -북미 회담과 관련해 추측성 보도가 많았다. 합리적 추론 범위를 벗어나 진통이 너무 컸다. 지난 18~19일자 북미 정상회담 관련 기사의 제목을 보면 ‘~할 듯’, ‘유력’ 등 대부분 추측성 보도였다. 취재의 한계에 대한 애로사항은 독자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사실에서 벗어난 자신 없는 기사는 다루지 않으면 좋겠다. -‘3·1 운동 100주년’,‘민주공화국 100주년’ 특집기사가 흥미롭게 읽혔다. 새로운 자료들을 통해 여러 시사점을 던졌다. 민주공화국 100년 특집과 관련해서는 오늘날 민주공화국이 갖는 의미와 앞으로의 방향 등도 막바지에 함께 다뤄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씨줄날줄] 6포 세대/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6포 세대/박현갑 논설위원

    청년은 패기와 정열의 상징이다. 무기력이나 좌절과는 거리가 멀다. 연령대로 구분하자면 20대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고뇌하는 햄릿의 모습보다는 자기주장을 위해 돈키호테처럼 전진하는 패기만만함이 넘치는 때다. 이 같은 열정은 부조리한 사회현실 고발과 사회변혁을 이끌어 낸다. 2002년 대선 때는 인터넷 공간에서 노무현 후보 당선에, 3년 전 촛불시위 현장에서는 문재인 정권 탄생에 기여했다. 요즘 20대는 패기에도 불구하고 절망감에 내몰린 고달픈 세대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를 지나 내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한 ‘5포 세대’가 된 지 오래다. 대학 졸업유예는 다반사고, 비정규직 취직은 현재진행형이다. 경제학자 우석훈이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의 암울한 현실을 지적한 2007년의 ‘88만원 세대’는 안정적 일자리를 찾겠다는 ‘공시족’으로 변했을 뿐이다. 왜 이런가? 실력이 부족해서? 아니다. 사회생활을 위한 열정을 보자면 지금의 20대가 단연코 최고일 게다. 그럼에도 꿈을 펴기가 힘든 건 저성장 경제 속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부족해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의 ‘창조경제’나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혁신’은 이 같은 경제위기 인식에 따른 해법이지만, 20대 가슴에는 여전히 와닿지 않는 구호다.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하려는 ‘청년수당’도 땜질식 처방일 뿐이다. 최근 여당에서 20대 5포 세대를 ‘정치 포기’를 포함한 ‘6포 세대’로 만들려는 모양이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에 대한 20대 지지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동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면 보다 건강한 판단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자리 창출로 취업난 해소에 매진하겠다는 해법 제시가 아니라 전 정권 탓만 한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19대 국회 후반기 교육문화상임위원장이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전 정권의 반공교육 때문에 20대가 보수적’이란 취지로 발언한 게 알려지면서 20대 사이에서 여당 비판은 더 확산되고 있다. 구조화된 불평등과 미래 불확실성에 놓인 20대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을 청사진을 제시하지는 못할망정 이처럼 과거 정부 탓만 하는 사고방식으로는 정치 혐오와 지지율 저하라는 역풍만 불러올 게다. “정치는 그들에게 실력과 열정만 있으면 기회가 보장되는 공정한 게임이 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그들의 무한도전이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는 민홍철 의원 같은 국회의원들이 여의도에 더 많이 있기를 기대한다. eagleduo@seoul.co.kr
  • [사설] 하청 노동자 사망해도 원청은 보험료 감면이라니

    지난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 부품 교체 작업을 하던 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현대제철은 2014년 민주노총, 한국노총, 노동건강연대 등으로 구성된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이 선정한 ‘최악의 살인기업’이었다. 최근 10년간 이 공장에서 각종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30명이 넘으며, 최근 5년만 따져 봐도 6명이다. 하지만 의아한 일이 벌어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최근 자료에 따르면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지난해 21억 1304만원 등 최근 5년 동안 산재보험료 105억 4536만원을 감면받았다. 보험료가 할증돼야 할 사업장이 오히려 할인을 받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현재 산재보험 개별실적요율제는 하청 노동자의 사망 사고가 원청 사업장에서 발생하더라도 원청의 산재보험료율 산정에는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별실적요율제는 자동차보험처럼 사고 건수가 많아 산재보험기금 지출이 많은 사업장에는 보험료를 할증하고, 반대로 사고가 적은 경우에는 할인해 주는 제도다. 이 불합리한 개별실적요율제가 최근 5년간 6명의 사망 사고 중 4명이 하청업체 노동자였던 현대제철 당진공장에 산재보험료 감면의 혜택을 안겨 주게 됐다. 외주업체 노동자의 안전 사고 및 그 피해에 대한 원청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도록 한 것이 지난해 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이른바 ‘김용균법’의 입법 이유다. 개별실적요율제를 규정하고 있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산재보험 보험료 징수법 등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는 ‘김용균법’의 취지를 거스르고 있다. 정부 당국은 관련법을 바꿔 외주업체의 사망 사고 등 산재에 대한 원청업체 책임을 적시하고, 현장 노동자를 지켜 주는 기초적인 사회안전망으로서 산재보험기금의 누수를 막아야 한다.
  • 대학 밖에서 꿈을 찾는, 나는 비대학생입니다

    대학 밖에서 꿈을 찾는, 나는 비대학생입니다

    3월 대학 입학시즌이 다가왔다. 치열한 입시 경쟁을 빠져나온 예비 대학생들은 인생의 봄이 오리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세상의 시선은 들뜬 캠퍼스에 쏠려 있지만 캠퍼스 밖에도 청년들은 있다. 2018년 대학 진학률은 69.7%. 청년 10명 중 3명은 대학에 가지 않았다는 의미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 ‘청년=대학생’ 이라는 등식도 성립하지 않는다. 이들은 왜 대학에 가지 않았을까. 또 대학 밖에서 어떻게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을까.●입시지옥 다음 취업지옥 “네가 서태지라도 돼? 대학을 안 가게.” 성윤서(20)씨는 평범한 일반계고 학생이었다. 성적 등이 특별히 뛰어나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학창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2학년 때부터 학교 생활이 갑갑해지기 시작했다. 높은 수능 점수를 받아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었다. 그동안의 학교 생활이 대학 입시 하나로 요약되는 현실에 회의감이 들었다. 그 무렵 자퇴하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는 어려웠다. 대학 진학을 당연히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어차피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어쩌다 운을 떼면 “대학 안 가고 뭐하게?” “특별한 재능이나 계획이 있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스스로도 대학이 없는 미래가 막연히 두려웠다. 그렇게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치고 입학 원서도 썼다. 하지만 등 떠밀린 대학 입시 결과는 좋지 않았다. 대학에 떨어졌다. 부모는 재수를 권했다. 성씨는 대학에 갈 이유를 찾지 못한 채 무작정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결국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을 가지 않기로 했다. 이지우(20)씨는 고교 1학년 때 자퇴한 뒤 대학을 가지 않았다. 공부에 소질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중학교 때 전교 1등을 다툴 만큼 성적이 좋았지만 고교 진학 뒤 ‘남을 밟아야 하는 경쟁 체제를 버틸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교를 떠났다. 모범생 딸이 자퇴하겠다고 하자 부모는 “검정고시를 봐서 1년이라도 빨리 대학에 가려나 보다”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씨는 아직 대학에 갈 생각이 없다. 카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짬짬이 독서 모임 등에 참여하고 있다. 이씨는 “나중에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며 “지금은 해야 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처럼 입시와 취업 경쟁을 거부한 청년들은 2000년대 중반 대안교육이 등장한 이후 차츰 늘고 있다. 기존 공교육의 틀을 벗어난 대안학교 등 교육기관이 속속 생겼고 이를 통해 사회에 자리잡는 선배들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안 대학 등에서 적성을 발견한 뒤 시민 사회 단체·교육·예술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다. 최은주 서울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 학습생태계 팀장은 “전문성을 갖춘 대안적 교육 공간들이 생겨나면서 대학 진학 대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원하는 활동을 탐색하는 청년들이 늘어났다”며 “최근에는 새로 생겨난 사회적기업이나 마을 사업에 몸담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대학이 영원한 거부의 대상은 아니다. 성씨와 이씨는 “단지 지금 당장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다닐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이라며 “배우고 싶은 것이 생기거나 필요성을 느낄 때 자발적으로 가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등록금 낼 돈도 가치도 없어 대학 미진학 청년 중에는 성씨나 이씨처럼 자신의 적극적 선택으로 대학을 거부하는 이들만 있는 게 아니다. 등록금 낼 돈이 없어서, 좋은 대학에 합격할 자신감이 없다는 이유 앞에 떠밀리듯 미진학을 택하게 된 청춘들도 많다. 최성호(22·가명)씨는 학창 시절 혼자 영어 단어를 외울 만큼 공부에 재미를 느꼈던 학생이다. 최씨는 대학에 대한 막연한 꿈을 갖고 일반계고에 진학했다. 하지만 고교 진학 후 부모님의 사업이 기울며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원거리 통학까지 하게 돼 학교 수업에 도통 집중하기 어려웠다. 점차 공부에 흥미를 잃어갔다. 꼭 대학에 가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대졸자도 취업을 못하는 현실에 명문대에 갈 것도 아니면서 부모에게 등록금을 달라고 손 벌릴 수는 없었다. 오히려 부모를 돕기 위해 전단지 돌리기나 주방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을 벌었다. 최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요리에 취미를 붙였다. 고교 졸업 후 식당에서 일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하루 12시간 노동에 월급 160만원 박봉으로는 3개월을 버티기 어려웠다. 결국 최씨는 대기업 생산 공장에 비정규직으로 들어갔다. 꿈과는 먼 일이지만 잔업과 특근을 하면 200만원까지 벌 수 있어서다. 그는 “당장은 집안 경제가 안정되는 게 우선”이라며 “지금까지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현규(32·가명)씨는 대학에 합격했지만 진학을 포기한 경우다. 그는 경찰이 되고 싶어 경찰행정학과에 지원해 합격했다. 하지만 자영업에 종사하던 부모님이 급식비를 내주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졌고 결국 대입 대신 입대를 선택했다. 그는 “고졸이 부끄럽지는 않지만 시간이나 돈이 주어지면 대학에 가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경제난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한 청년들은 2008년 이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 진학률은 2008년 83.8%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09년부터 꾸준히 떨어졌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대학에 투자할 시간과 돈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대학 졸업자마저 취업난에 허덕이기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소가 만 15세에서 40세 사이 청년층의 대학 포기 이유를 분석한 결과 “빨리 돈을 벌고 싶어서”라고 답한 사람이 35.8%, “대학에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라는 답이 25.9%, “가정형편이 어려워서”라고 답한 청년이 15.8%였다.●저숙련 노동·사회적 편견 문제는 적지 않은 청년들이 취업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노동시장에 나오면서 저숙련 노동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일반계고 출신 청년들이 대학 졸업장 없이 취업할 수 있는 일터는 판매직·서빙·배달 등 일부 서비스업이나 육체 노동으로 제한된다. 처음부터 낮은 임금의 한정된 업종에 진입하다 보니 숙련도가 쌓이지 않으며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게 되는 것이다. 대안 교육을 경험한 청년들도 아르바이트를 계속하며 진로 탐색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이런 비대학 청년들의 노동 패턴은 결국 불안정한 일자리와 소득 격차로 이어진다.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의 2017년 분석에 따르면 고졸 출신 중 임시직·일용직 비율은 39%, 초대 졸 이상 중 임시·일용직 비율은 17.7%였다. 또 고졸 출신의 월급은 대졸 출신보다 정규직 43만원, 비정규직은 34만원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격차를 메우려면 노동 시장에서 숙련도를 쌓는 것은 물론 진로를 모색할 기회도 제공돼야 한다. 그러나 대학 밖 청년들이 이런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다. 취업 정보나 교육적 자원, 인적 네트워크가 대학을 중심으로 공유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취업 성공 패키지 등 여러 지원 정책을 펴고 있지만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이 이를 활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제도 자체를 몰라 찾지 못하는 청년들도 많다. 중요한 사회적 자본인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기회도 부족하다. 자조 모임이나 동아리 모임 등 청년들을 연결해 줄 모임도 서울 등 일부 지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실패한 사람, 불성실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시선은 또 다른 벽이다. 대학에 간 친구들과 비교되거나, 대학 간판이 없다는 이유로 불성실할 것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지우씨는 “어떤 학교에 어떤 과를 다닌다는 것이 성실함의 증거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을 안 갔다는 이유로 책임감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에 가지 않고 영상 작업을 하고 있는 옥의진(19)씨도 “내 결정을 하나의 선택으로 보지 않고 ‘실패한 인생이다, 정신 차려라’고 하면 상처가 될 때가 많다”며 “대학 밖에서 다양한 사회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청년 단체와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대학에 가지 않은 청년들을 포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나현우 청년유니온 기획팀장은 “학벌에 따라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외치지만 사실상 취업 정책과 청년 정책은 대졸자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력 때문에 단순 노동 일자리만 계속 전전하는 구조를 바꿔야 청년 빈곤도 해결될 것”이라며 “숙련 형성을 위해 교육 훈련의 질을 높이고 장기적 진로 모색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미자 경기교육연구원 연구원은 “일반계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 기관이 아닌 공교육 기관이기 때문에 진학 결정과 상관없이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비진학 청년을 위해 내실 있는 교육 과정을 마련하거나 학교 밖 수업을 인정해주는 등 다양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아르바이트와 직업 훈련을 병행하는 청년들이 일을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 도입 등 적극적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그래픽 이다현 기자 okong@seoul.co.kr
  • 매년 노동자 스러진 현대제철, 산재 적다고 105억 감면받았다

    매년 노동자 스러진 현대제철, 산재 적다고 105억 감면받았다

    위험업무는 떠넘기고 이익만 챙긴 셈 정규직 두 배 수준인 7300명 하청노동자 “같은 라인서 일해도 소통 못 해 사고 발생”“사내하청에 외주업체까지 워낙 많아서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청업체와 외주업체 인원이 정규직의 2배는 될 겁니다.”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한 노동자는 24일 이곳이 ‘죽음의 공장’이라 불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제철소에서는 지난 20일 외주업체 노동자인 이모(50)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당진제철소는 정규직보다 훨씬 많은 사내하청과 외주업체 인원이 투입돼 컨베이어벨트 하나에 여러 업체가 얽혀 있는 구조다. 강철 코일을 생산하는 컨베이어벨트는 끊김 없이 돌아가지만, 각 공정과 구간에 배치된 노동자들의 소속과 신분이 제각각인 셈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공개한 결정문을 보면, 당진제철소를 포함한 현대제철 전체노동자 2만 4315명 중 하청 노동자 비율은 52.8%인 1만 2847명이다.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2017년 10월 기준으로 당진제철소의 정규직은 4900여명이고, 협력사는 64개 업체에 7300여명이다. 원료처리, 고로·제강·연주 등 공정별 조업, 설비·시설 정비, 포장, 출하, 자원화 설비 운전 등 외주화된 공정도 다양하다. 숨진 이씨가 담당했던 업무인 풀리(도르래) 정비·교체를 비롯해 컨베이어벨트 정비·교체, 크레인 정비 등 위험하고 힘든 업무는 주로 하청업체나 외주업체의 몫이다. 조정환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은 “위험한 일을 주로 담당하는 외주업체 직원들은 경험이 짧아 현장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면서 “형식적인 안전교육만 받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고가 발생한 곳을 비롯해 어두운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외주업체 노동자들은 손전등조차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연속적인 공정이 업체별로 쪼개져 있다 보니 작업 중 소통 부재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한 50대 노동자는 “설비운전을 맡는 정규직과 설비정비를 하는 하청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정규직 직원이 실수로 밸브를 덜 잠근 사실을 모른 채 작업하다가 작업반경 내에 있던 노동자들이 모두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수량이 제한된 산소절단기, 용접기, 크레인 등을 서로 먼저 사용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최근 12년간 36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원청인 당진제철소는 산재 발생이 적다는 이유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105억원에 이르는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았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당진제철소는 2014년 19억 6288만원의 보험료를 감면받았고, 2015년부터는 해마다 20억원 이상의 보험료 감면 혜택을 누렸다. 위험은 하청·외주업체가 떠안고 혜택은 원청이 누리는 이유는 산재보험료를 산정할 때 하청업체와 원청업체가 각각의 사업장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정호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조직부장은 “현대제철은 1차 하청, 2차 하청, 상주 외주업체, 단기 외주업체, 일용직 등으로 이뤄진 중층적 외주화 구조”라면서 “직접고용과 정규직화 등으로 이 구조를 해소하지 않는 한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패랭이꽃/김해화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패랭이꽃/김해화

    패랭이꽃/김해화 기둥 넘어져 무너지는 스라브판과 함께야윈 철근쟁이 한 명늙은 목수 한 명무너졌습니다 넘어진 기둥 일으켜새로 온 젊은 목수들 합판을 깔고튼튼한 철근쟁이들 몰려와좀 더 튼튼하게 철근을 넣어도무너진 사람들 일어서지 않습니다 살아남아 캄캄한 가슴으로쓴 소주 마시던 사람들가벼운 바람에무재해 깃발 한 번 흔들리면뜨거운 눈물로 피 묻은 이름 씻어가슴에 묻습니다 휘어진 철근토막부러진 나무토막불도저 삽날에 밀려피 묻은 여름도 함께 파묻힌 공사장철근을 메다 말고 담배 한 대참가을 서늘한 햇살에 젖는데 철근 야적장 옆 언덕 위철 지난 패랭이꽃 붉습니다 - 지옥이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한다. 살다 보면 지옥은 꼭 있어야 할 것 같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고 타인의 몫을 빼앗는 이들이 죽은 뒤 천국에 간다면 정말 아닐 것 같다.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들 돌보라고 힘을 준 장관, 국회의원들이 자기 몫만 챙겼는데 천국에 간다면 신은 노망했거나 사탄의 형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스무 살 비정규직 젊은 청춘들이 외주 공사장에서 죽어 간다. 그들이 지닌 낡은 가방 안에 공통적으로 컵라면이 들어 있다.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가방 안에 컵라면을 넣고 힘없는 이들을 찾아다닌다면, 그때 대한민국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곽재구 시인
  • 경찰, 참고인 조사 등 수사 착수… 노동청, 작업중지 명령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외주업체 근로자 사망사고를 수사 중인 충남 당진경찰서는 21일 숨진 이모(50)씨와 함께 컨베이어벨트 정비작업을 하던 동료 근로자 2명을 불러 조사했다. 이 중 1명은 이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신고한 사람이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이씨가 부품을 가지러 간 뒤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아 동료들과 찾아 나서 컨베이어벨트 밑에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이씨가 발견된 컨베이어벨트는 정비작업을 하던 컨베이어벨트와 5m쯤 떨어졌고, 두 컨베이어벨트 사이에 1.2m 높이의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다. 경찰은 또 외주업체 대표 등 2명을 조사했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및 외주업체 안전관리 책임자 등도 소환할 방침이다. 이어 현대제철 작업 매뉴얼과 계약서 등을 분석해 공구를 가지러 간 이씨가 컨베이어벨트 밑에서 숨진 이유와 과정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 여부를 가리기 위해 안전규정 준수 여부와 안전관리 문제점에 대해서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저녁에 사고가 발생한 데다 사고현장 폐쇄회로(CC)TV와 사고 발생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22일 이씨의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가릴 예정이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은 이날 오전 1시 30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고현장과 외주업체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씨는 지난 20일 오후 5시 20분쯤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철광석을 이송하는 컨베이어벨트 고무 교체작업 중 옆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김용균 동지의 죽음과 너무도 닮아 몸서리쳐진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36명의 노동자가 작업 중 숨진 악명 높은 죽음의 공장”이라며 “죽음의 외주화를 멈출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당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동굴 같은 곳에 분진 자욱… 매년 참사에도 안전 장치마저 부실

    동굴 같은 곳에 분진 자욱… 매년 참사에도 안전 장치마저 부실

    숨진 외주노동자 이씨, 작년 8월부터 일해 컨베이어벨트 밟고 내려오다 협착 추정 위험 업무 외주화돼 비정규직이 도맡아 동료들 “컨베이어벨트 멈출 장치 느슨”서해안을 따라 짙은 미세먼지가 깔린 21일 충남 당진 현대제철 공장 밖에는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전날 이 공장 안에서는 노동자 이모(50)씨가 작업 중 사고로 숨졌다. 노동계에서는 그의 죽음을 보며 2개월 전 김용균(24)씨의 비극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았다. 둘 다 위험 업무를 맡은 외주 노동자였고, 설비가 노후된 어둑한 작업 현장의 컨베이어벨트에 끼었으며, ‘죽음을 낳는 공장’에서 변을 당했다. 공장 주변에서 만난 노동자들이 이씨의 죽음을 유독 허망하게 바라보는 이유였다.21일 경찰과 현장 근무자 등에 따르면 외주업체 소속 이씨는 전날 오후 5시 29분쯤 당진공장 9번 트랜스타워에서 철광석을 나르는 컨베이어벨트(R106) 고무 교체 작업을 하다가 바로 옆 다른 컨베이어벨트(R0126)에 끼어 숨졌다. 이씨의 동료는 경찰 진술에서 “작업용 자재인 볼트를 가지러 간 이씨가 돌아오지 않아 찾다가 옆 컨베이어벨트에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컨베이어벨트(R106)를 밟고 내려오던 중 옆에 있는 컨베이어벨트(R126) 사이에 협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8월부터 현대제철에서 일했다. 이날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사무실에서 만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컨베이어벨트 수리 작업이 외주화됐는데 외주 노동자들은 현장 위험성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면서 “현장 경험이 짧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속한 외주업체 ‘광양’은 지난해 8월 현대제철과 2억원짜리 연간계약을 맺고 해당 컨베이어벨트 수리 업무를 맡았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5명이 계약돼 있으며 4인 1조로 일을 했다”고 말했다.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열악한 컨베이어벨트 설비는 태안화력발전소와 닮았다. 사고 현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은 “긴급한 순간에 컨베이어벨트를 멈출 수 있는 풀 코드(비상제동장치)가 느슨했으며, 분진 등으로 컴컴해 주변을 분간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풀 코드 스위치가 팽팽하게 연결돼 있어야만 비상시 컨베이어벨트를 바로 멈출 수 있다. 한 노동자는 “폐쇄회로(CC)TV도 없을 뿐더러, 있어도 분진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항만에 정박된 배에서 원료를 이송하는 컨베이어벨트이기에 속도가 매우 빨랐다고 한다.현대제철은 홈페이지를 통해 “상주협력사, 외주·도급사 등과 안전한 동행을 벌이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 회사 당진공장에서는 2007년부터 10년 동안 33명이 숨졌는데 27명이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김용균씨가 일했던 태안화력발전소에서도 2008년 이후 12명이 사망했고 모두 비정규직이었다. 위험업무를 떠맡은 하청 노동자의 죽음이 멈추지 않는 셈이다. 이씨가 속한 업체 광양에는 노동조합이 없다. 비록 세상을 떠난 뒤였지만 명예회복 과정에서 노조 지원을 받았던 김용균씨와 다르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등이 이씨의 유가족과 접촉했지만, 유가족은 부검 등이 마무리되는 대로 고향 대구로 돌아간다는 입장이다. 사고가 난 트랜스타워 안에는 5m 간격으로 5개의 컨베이어벨트가 설치돼 있다. 각 컨베이어벨트에는 1.2m 높이의 펜스가 세워져 있다고 한다. CCTV와 목격자가 없어 이씨가 어떤 과정으로 숨지게 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부검은 22일 오전 이뤄진다. 당진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13년동안 36명 사망사고… “드러난 사고는 빙산의 일각”

    13년동안 36명 사망사고… “드러난 사고는 빙산의 일각”

    2013년 하청노동자 5명 한꺼번에 질식사 정부 특별감독에도 작업환경 개선 제자리 “사측 강요·불이익 우려에 산재처리 안해”‘죽음의 공장.’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노동자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2013년 이후 해마다 사망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위험한 업무를 떠맡은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근로감독을 하고 개선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작업 환경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노동계는 전했다. 21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에 따르면 이 제철소에서는 2007~17년 모두 33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그중 81.1%인 27명이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지난해 사망한 2명과 20일 숨진 1명까지 합하면 13년간 36명이 숨졌다. 특히 2013년 5월에는 하청 노동자 5명이 전로제강공장 내 보수작업 중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한꺼번에 숨졌다. 같은 해 11월에는 그린파워발전소에서 가스가 누출돼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이듬해에도 사고가 이어졌다.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고용노동부는 2013년 5~6월 현대제철을 특별근로감독했다. 그 결과 법 위반 사례가 1123건 확인돼 과태료 6억 7025만원 처분을 받았다. 그해 12월에 고용부는 현대제철을 안전관리 위기사업장으로 특별관리했고, 안전보건관리 개선계획을 수립·시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죽음의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2015년 1월 하청업체 노동자가 레미콘 차량에 치여 사망했으며, 2016년 11월과 12월에도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2017년 12월 정부의 정기근로감독이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340건이 적발됐다. 공장 안 폭발을 대비한 방폭설비가 허술했고, 감전 방지 장비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근로감독 기간 중에는 감독 대상에서 제외된 다른 지구에서 27살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알려진 사고들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2013년 4월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당진공장 사내하청업체 27곳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보면 사고 발생 때 제대로 산재처리하는 업체는 4곳뿐이었다. 다른 업체는 모두 개인적으로 치료하거나 공상처리했다. 하청 노동자들은 “사측이 공상처리를 강요했거나 불이익 줄까 봐 산재처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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