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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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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 비자림 ‘인연의 숲’으로

    ‘천년의 숲 비자림과 친구가 되세요.” 북제주군은 천연기념물(제 374호)인 비자림과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과 자매결연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9일 밝혔다. 다시 찾고 싶은 비자림을 만들기 위해 비자나무에 관심이 있거나 3회 이상 비자림을 찾은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비자나무와 자매결연을 맺어준다는 것. 비자림 산책로 주변에 늘어선 비자나무 1그루와 자매결연을 맺은 관광객에게는 2∼3년된 비자나무 묘목과 열매 등을 나눠주고 비자림 소식을 정기적으로 전해줄 예정이다. 북제주군 관계자는 “비자림을 찾는 관광객에게는 천연기념물과 친구가 되는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며 “자매결연을 맺은 관광객을 비자림을 전국에 알리는 홍보 전도사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제주군 구좌읍 평대리 일대 45㏊에 펼쳐진 비자림은 500∼800년생 비자나무 2570여 그루가 밀집해 있다. 단순림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비자나무는 보통 높이 7∼14m, 둘레 50∼110㎝, 수관폭은 10∼15m다.800년 된 제주 최고령 나무는 높이가 25m, 둘레가 6m나 된다. 비자나무 숲속의 삼림욕은 혈관을 유연하게 하고 피로회복과 인체리듬을 되찾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제주 황경근기자kkhwang@seoul.co.kr
  • 초록향기 외나로도 봉래산 삼나무숲

    초록향기 외나로도 봉래산 삼나무숲

    3월초인데도 서울에는 아직 겨울의 잔재가 곳곳에 남아 있다. 남쪽에는 봄기운이 완연하겠지. 급한 마음에 자동차를 몰고 무작정 남쪽으로 달렸다.7시간 만에 도착한 곳이 전라남도 고흥반도.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다도해의 이름 모를 섬들. 산구비를 돌면 낯선 이방인을 맞아주는 어머니의 품 같은 포구가 따뜻하게 반긴다.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는 고깃배들의 힘찬 모습, 아직은 좀 차갑지만 갯냄새 가득한 바닷바람에서 싱그러운 봄의 향기가 가득하다. 전남 고흥에는 아기자기한 갯가의 바위를 비롯, 연초록 숲이 가는 곳마다 발목을 잡는다. 화려한 봄꽃이 좋다고는 하지만 아름드리 나무 사이로 부서지는 봄햇살과 푹신푹신한 흙이 가득한 ‘섬속의 숲’나들이는 지금이 제철이다.멀다고 망설이지 말고 사랑하는 애마(?)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남도의 숲으로 봄냄새를 맡으러 떠나보자.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고흥반도가 관광의 메카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13번째인 인공위성 발사대가 설치되는 나로우주센터의 건립계획이 발표되면서다. 하지만 고흥에는 우주센터보다 더욱 유명한 것이 있다. 바로 ‘삼나무숲’과 ‘상록수림’이다. 도대체 이렇게 아름다운 섬에서 바다보다 유명한 것이 숲이라니…. # 원래 이름은 나라도 고흥반도 끝자락 나로도(羅老島)는 연륙교와 연도교로 이어져 있다. 외나로도까지는 내나로도를 징검다리 삼아 두 개의 다리를 건너야만 갈 수 있는 섬 아닌 섬이다. 조선시대까지 나라에 바칠 말을 키우는 목장이 많아 나라의 섬이란 뜻으로 ‘나라도’라 불려왔다. 그러다가 일제시대에 우리 지명을 한자로 바꾸면서 정체불명의 이름인 ‘나로도’로 바뀐,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또한 나로도는 남해안에서 ‘삼치’가 가장 많이 잡히는 어장. 일제시대에는 이 곳에서 잡힌 삼치와 각종 물고기를 전량 일본으로 빼돌리기 위해 400여 명의 일본인이 거주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수산 자원이 고갈돼 삼치가 예전처럼 많이 잡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법 풍어를 이룬다. 고흥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은 외나로도 봉래산 자락에 있는 ‘삼나무 숲’이다. # 숲속의 바다, 바다속의 숲 외나로도 봉래산은 비록 해발 410m의 낮은 산이지만 건립 중인 우주 센터를 품에 앉고 정상에 서면 사면에서 바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전망이 좋은 산이다. 또한 운이 좋으면 제주도의 한라산까지 육안으로 볼 수 있다니 정말 한반도의 남쪽은 남쪽인 것 같다. 봉래산 정상에서 동쪽을 내려다보면 겨우 내내 푸르름을 잃지 않는 숲이 보인다. 바로 삼나무숲이다. 일제 때 시험림으로 조성된 숲으로 무려 20만여 평에 80년 된 삼나무와 편백나무 3만 그루가 자라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경남 함양의 상림숲이나 전남 장성의 축령산보다 더욱 잘 보존돼 있다. 삼나무 숲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 첫번째가 봉래산 산행의 시작점인 통신 중계소에서 봉래산 정상, 시름재, 삼나무숲을 거쳐 다시 통신 중계소로 돌아오는 2시간 코스. 두번째가 우주센터가 건립 중인 예내리 예당마을에서 삼나무 숲만 보고 오는 30분 코스. 자신의 일정에 맞추어 선택하면 된다. # 아름다운 봄의 교향곡 예내리 예당마을에서 꼬불꼬불 산길을 10여분 승용차로 오르자 갑자기 커다란 나무숲이 눈에 들어온다.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운 나무들이 모여 있다. 거대한 크기의 나무에 압도당해 ‘거인의 나라’에 온 것처럼 자신이 너무 작고 초라하게 느껴진다. 입구에 들어서자 공기부터 확 다르다. 향긋한 나무의 냄새,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실려오는 봄꽃의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멀리 온 보람이 느껴진다. 숲으로 들어서자 말그대로 자연이 빚어낸 ‘위대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파란 하늘 끝에 닿을 듯 쭉쭉 뻗은 삼나무, 봄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연촉록의 나뭇잎, 그 사이를 정신 없이 뛰어노는 청설모와 다람쥐.‘푸드덕’하며 이방인의 침입을 알리는 꿩…. 게다가 연초록의 나뭇잎을 살짝 비켜 얼굴 위로 쏟아져 내리는 하얗고 투명한 봄햇살. 잿빛 도시와는 전혀 다른 낙원이었다. 중간중간에 만들어 놓은 의자가 있었다. 얼른 앉아 눈을 감고 잠시 쉬었더니 온갖 자연의 소리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한 20여분을 걸었다. 길이 환해지며 숲이 끝나고 멀리 아름다운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삼나무숲을 즐겨도 좋고 내친김에 봉래산 정상까지 오르는 것도 권할만하다. 어르신이나 아이들도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산행이라기보다는 걷는다는 표현이 더욱 어울리는 그런 곳이다. 안내 표지가 만들어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 당집이 있는 나무숲 외나로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숲이 있단다. 궁금했다. 얼마나 멋있고 보존 가치가 있기에 숲이 천연기념물 362호로 지정되었을까. 나로도 해수욕장으로 달렸다. 바닷가에 우뚝 버티고 있는 초록의 숲에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온다. 숲이 얼마나 우거졌는지 한낮의 햇살이 비집고 들어오지 못한다. 숲속은 컴컴해 늦은 오후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상록수림은 물고기가 서식하는 알맞은 조건을 만들어 물고기떼를 해안으로 유인하는 어부림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원래 주변에도 숲이 무척이나 우거졌었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약 4000평정도의 숲만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상록수림으로 난대림상(暖帶林狀)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한다. 구실잣밤나무 등 16종의 상록활엽수가 수관(樹冠·나무가 우거져 줄기 윗부분에만 가지와 잎이 달려 있는 상태)을 이루고 있다. 개서어나무 등 23 종의 낙엽활엽수와 개머루 같은 덩굴식물 등 수많은 식물이 살고 있는 식물의 보고로 손꼽히는 곳이다. 300년 넘는 나무들이 즐비한 숲은 주민들에게 신령스러운 존재로 믿어진다. 상록수림의 가운데에는 말에게 제사를 지낸 마신당과 당묘가 있다. 마신당 안에는 나무로 깎아 만든 말이 있어 정초에 제를 올린다고 한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얼마나 사람들이 숲을 못살게 굴었는지 해마다 훼손이 심해 지금은 숲을 들어가지 못하게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보존에 힘쓰고 있다. 숲을 돌아보는 데 30분이면 충분하다. #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푸름 아름드리 거목들이 항상 푸름을 지키고 있는 금탑사의 비자나무숲은 고흥에 숨겨진 보석. 천등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금탑사는 자동차로 올라간다. 차에서 내려 산책로를 따라 가보자. 숲 바닥에 나뒹구는 갈색의 잎들 사이에서도 봄전령이라는 쑥, 냉이, 달래 등이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있다. 금탑사는 송광사의 말사로 신라 문무왕 때(7세기 말)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됐다. 당시에 금탑(金塔)이 있어 금탑사라고 불렀다. 조선시대 정유재란 때 소실된 것을 1604년(선조 37)에 증건축했다. 금탑사를 둘러싸고 있는 비자나무숲은 사찰 창건 후 300∼400년이 지난 1700년 이후에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 30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민족의 역사를 굽어보고 있던 비자나무들은 광복과 6·25전쟁을 겪으며 잘려지고 훼손되는 수난을 당했다. 그러나 지금은 금탑사와 고흥군에서 비자림 내 모든 나무에 번호표를 붙여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곳의 비자나무들은 높이가 무려 9∼14m, 둘레가 1m가 넘는 등 세월의 무게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햇빛이 거의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가지와 잎이 무성하다. 비자나무림 주변의 숲에는 율곡 이이의 부친이 호환(虎患)이 두려워 심었다는 나도밤나무가 있다. 또 푸조나무, 비목 등 갖가지 나무들이 살고 있으며 참취, 나비나물, 꿩의다리아재비 등이 여러 가지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 [학교소식]

    ●15일 선후배 만남의 날 행사 인천과학고는 오는 15일 학교 강당에서 제4회 선후배 만남의 날 행사를 갖는다. 이 행사는 재학생과 졸업생, 교직원이 친목을 도모하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4년 전부터 이뤄지고 있다. 특히 재학생들은 입시 등 어려운 점에 대해 선배로부터 조언과 격려를 듣는다. 선후배들이 동아리별로 모여 다른 동아리와 다양한 게임을 한 뒤 교실로 옮겨 대화를 나눈다.●2박3일 제주도 체험학습 여행 이화외고의 2학년 210명은 오는 25∼27일 2박 3일동안 제주도로 체험학습 여행을 떠난다. 제주도의 자연과 풍물을 직접 체험하는 이 행사는 10여년째 계속되고 있다. 서귀포 해안지형을 답사하고 분재예술원, 대포동 주상별리, 비자나무 자생지인 비자림, 섭지코지, 비천굴, 표선무속촌을 방문한다. 이들은 제주 피트니스 타운에서 머물고 저녁에는 반별로 개그대회를 열고 바베큐 파티도 한다.●유학반 동아리들 발표회 한영외고 유학반 90여명은 15∼16일 OSP FESTIVAL을 연다. 이 행사는 유학반 동아리들의 발표회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집을 짓는 사랑의 집을 짓는 ‘해비테트’와 반부패청년포럼 ‘KYVAX’ 등 30여개의 동아리들이 있다.15일엔 동아리들이 영어토론과 모의법정, 영어드라마대회에서 실력을 겨룬다.16일에는 시상식을 한 뒤 마술쇼와 사물놀이, 댄스, 관현악 등 공연을 한다. 대회 우승 동아리는 최대 50만원의 상금을 받는데 이 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단체에 전달될 예정이다.●오스트리아 연수팀 8일 귀국 명덕외고 해외연수팀이 8일 귀국한다. 연수에는 1학년 100여명이 참가했다. 지난달 18일에 떠나 그동안 오스트리아 젬머링에 있는 젬머링 관광대학에서 연수를 받았다. 이 학교는 3년 전부터 이 대학에서 연수를 하고 있다. 연수기간 첫 2주 동안 영어와 독일어, 프랑스어를 배웠다. 나머지 일주일간 학생들은 체코의 프라하와 오스트리아 비엔나, 잘츠부르크 등을 방문하고 있다.●외국문화원·문화재·박물관 방문고양외고 1학년 488명과 2학년 324명은 27일 외국문화원과 문화재, 박물관 등을 방문한다. 본교는 토요휴업일인 넷째 주 토요일을 학생들이 유익하게 보낼 수 있도록 이 행사를 마련했다.20일쯤 학교측은 추천장소들을 자료로 작성해 나눠줄 예정이다. 학생들은 이 가운데 원하는 곳을 혼자서 혹은 친구들과 함께 가면 된다. 다녀온 뒤 체험보고서를 제출한다.●`화랑 어린이 나라 대통령 선거´ 서울 화랑초등학교는 30일 ‘화랑 어린이 나라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학교를 뜻하는 어린이나라에는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를 뒀다. 각 반마다 남녀 각각 한 명씩 국회의원을 뽑아 입법부를, 남녀 각각 한명씩 법관을 뽑아 사법부를 구성한다. 행정부는 각 반의 회장들로 구성된다. 입법부는 학교버스 탈 때 줄 서기와 자연보호 등 생활규정을 만들고 사법부는 규정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늘 확인하고 잘 안 지키는 학생은 훈계한다. 대통령은 이 3부를 모두 총괄한다.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는 학생은 누구나 출마할 수 있고 직선제이다. 민주주의을 체험하도록 만들어진 이 제도는 30여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 남도엔 파릇파릇 봄이…

    남도엔 파릇파릇 봄이…

    봄의 유혹이 시작됐다. 남도에는 ‘봄의 전령사’ 동백을 시작으로 벌써 춘색이 완연하다. 무채색 도화지에 형형색색의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앙상했던 나뭇가지에는 갖가지 빛깔의 봄꽃들이 고혹스럽게 피었다. 훈훈한 봄바람은 새색시의 수줍음처럼 살포시 빰을 스친다. 산과 들녘을 수놓은 붉은 동백과 진녹색 새싹은 마치 고운 색동저고리를 차려입은 봄처녀의 거부할 수 없는 손짓으로 다가온다. 한발 앞서 봄이 찾아오는 곳 남도. 겨울의 체취를 털어버리고 봄의 설렘을 찾아 남도로 떠나보자. 가족과 함께 새생명이 움트는 그 곳에서 새 희망을 품어보자. ●봄향기에 취한 남도 “봄∼처녀 제∼오시네 새풀 옷을 입으셨네….” 진초록 보리밭과 고혹스럽게 핀 붉은 동백, 여기에 에메랄드 빛 푸른 바다가 펼쳐진 남도로의 봄나들이는 봄노래의 흥얼거림으로 시작됐다. 봄을 맞으러 차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서울을 떠난 지 반나절 만에 땅끝마을 해남과 완도가 봄내음을 품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에 내리쬐는 따스한 봄볕과 뺨을 스치는 봄바람이 향긋한 미소로 다가왔다. 해남을 지나 완도대교를 건너자 201개의 섬으로 이뤄진 푸른섬 완도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완도(莞島)의 완(莞)자는 ‘빙그레 웃을 완’. 경치와 음식, 인심이 좋아 빙그레 미소짓는다는 섬이다. 완도는 사실상 우리나라 최남단. 얼마전 땅끝마을인 해남과 ‘신땅끝 논쟁’을 벌이기도 한 곳이다. “차를 타고 갈 수 없는 곳이 섬인데 완도는 다리로 이어진 지 40년이 넘은 육지”라는 게 완도 사람들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내륙에서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다. 남도의 봄은 동백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던가. 가장 먼저 봄을 느끼게 해준 것은 완도의 동백이다. 굽이굽이 펼쳐진 푸른 산길을 따라 올라가자 모습을 드러낸 국내 최대 난대림 수목원인 완도수목원(061-552-1544)은 완연한 봄 그 자체였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다른 수목원과 달리 자연생태 원시림. 샛노란 꽃술과 진홍빛 꽃잎, 그리고 진초록의 잎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동백이 장시간 여행의 피곤함을 한 순간에 날려 버린다. 지난 91년 문을 연 수목원은 1050㏊(약 30만평)의 방대한 규모에 난대성 희귀식물 1400여종이 집단적으로 자생하고 있다.30분쯤 걸어 수목원 전망대에 오르자 온 산이 올록볼록 ‘엠보싱’을 해 놓은 듯하다. 이 곳에 가면 수백여종의 동백과 왕실에서 황금색 도금을 위한 색소로 사용했다는 황칠나무, 약용으로 쓰이는 후박나무 등을 볼 수 있다. ●해상왕의 숨결 따라 봄나들이 완도가 가장 자랑하는 인물은 단연 해상왕 장보고(790∼846)다. 통일신라시대 동아시아 바다를 주름잡던 해상왕 장보고 유적지를 따라 봄나들이를 하면 지루하지 않게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이 곳에는 장보고의 일생을 다룬 KBS드라마 ‘해신’의 세트장 두 곳이 있어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세트장은 드라마 촬영이 진행될 경우에는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하는데 촬영이 없는 날인 일∼수요일에는 일반에게 공개된다. 오는 5월말까지 드라마를 촬영할 예정이어서 재수좋으면 최수종(장보고역)과 채시라(자미부인역), 수애(정화역), 송일국(염장역) 등 연기자도 만날 수 있다. 먼저 완도대교를 건너 왼쪽 동부대로(13번 국도)를 따라 5㎞쯤 가면 불목리 세트장(신라방)을 만난다. 이 세트장은 중국거리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 세트장은 중국사람이 설계하고 중국에서 기와 등 자재를 가져와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붉게 칠한 외벽과 건물, 도로 등이 벽돌로 만들어져 마치 중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드라마가 끝난 뒤 영구보존을 위해 다른 곳과는 달리 플라스틱이 아닌 목자재를 사용했다. 또다른 세트장은 완도대교 오른쪽 서부대로(77번 국도)를 따라 10㎞가면 소세포세트장(청해포구)이 나온다. 1만 6000여평의 부지에는 부두와 선박, 저잣거리, 군영 막사, 망루 등 42동의 건물이 완공되어 있다. 앞 바다 풍경은 120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마치 장보고의 시대로 돌아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바다 멀리에는 보길도 등 섬이 있어 풍광이 아름답다. 해신 촬영지를 따라 돌다 보면 자연스레 완도의 봄을 맞이할 수 있다. 우선 만나는 곳은 장보고가 본영인 청해진을 설치했던 장도 청해진 유적지(국가사적 308호). 물이 빠지면 본섬과 연결이 되는데 170m의 자갈길을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현재 고대 망루와 판측토성, 우물 등을 2009년까지 복원할 계획인데 현재도 관람이 가능하다. 장보고를 기리기 위해 세운 이 섬의 장좌리 굿당의 앞에 핀 동백이 일품이다. 이어 만나는 어촌민속전시관(550-5558)은 2002년 개관한 어촌의 민속 관련 박물관이다. 각종 어류 박제와 조개류, 희귀 산호 등은 아이들이 좋아한다. 요금은 어른 1000원. 이렇게 다가온 완도의 봄은 봄처녀의 가슴을 울렁이기에 충분하다. ●봄비에 촉촉해진 남도 들녘 완도대교를 넘어 다시 해남으로 나오자 봄비가 촉촉하게 내렸다. 서울에 영하의 혹한이 이어지고 강원도에 폭설이 내렸다는 말이 딴나라 이야기처럼 생각됐다. 해남군 마산면 산막리에 이르자 가학산을 배경으로 보리밭이 끝없이 펼쳐졌다. 청자빛 투명한 하늘 아래 펼쳐진 진초록 보리밭의 절경은 고향마을의 추억을 되새겨 보게 한다. 이어 봄비와 어울리는 곳 녹우당(사적 167호·530-5548)을 찾았다. 고산 윤선도(1587∼1671)의 고택인 녹우당은 이름 그대로 푸르름이 한창이다. 입구에는 수백년된 은행나무가, 뒷산에는 오백여년된 비자나무 숲(천연기념물 241호)이 반갑게 맞이한다. “앞바다에 안개걷고 뒷산에 해비친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녹우당에 들어서면 마치 고산의 어부사시사 봄노래의 읊조림이 들리는 듯했다. 기념관에는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산중신곡, 금쇄동기 원본, 고산의 친필로 쓴 여러 편지 등 고산의 유품 등을 볼 수 있으며, 고산의 4대 증손인 공제 윤두서의 화첩들과 해남 윤씨 부녀자들의 규방문집 등이 전시돼 있다. 현재 녹우당에는 고산의 14대 종손인 윤형식(72)씨 내외가 살고 있다. 남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맛. 어느 곳에 가도 청정해역을 낀 남도 앞바다에서 생산된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완도는 우리나라 김과 다시마, 톳, 미역, 전복의 70%이상을 생산하는 곳이다. 완도대교를 지나면 바로 있는 산해진미식당(552-5466)의 신선한 가오리회인 간자미회(4인기준·2만원)와 간자미 무침(3만원)이 일품이다.청실회집(552-4559)에서는 완도에서 생산되는 전복회와 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또 해남의 땅끝기와집(534-2322)에서는 해남 특유의 해산물 정식(2만원)을 맛볼 수 있다. 꽃게찜과 매생이, 전복, 새우, 삼합 등 남도 음식 전부를 섭렵할 수 있다. 완도읍 선착장 인근 씨월드관광호텔(552-3005)의 해수탕은 바다 수면아래 있어 해수탕 안의 창문을 통해 파도가 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도로의 봄맞이는 승용차를 이용해도 크게 지루하지 않다. 여행 길 곳곳에서 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길가에 핀 꽃을 감상하고 보리밭에 들러 밝은 공기를 한껏 들이 마시며 쉬엄쉬엄 다녀오면 좋다. 승용차로는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 목포IC로 나온 뒤 해남과 완도로 갈 수 있으며,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광주에서 강진을 거친다. 비행기나 철도는 광주나 목포에서 해남·완도행 시외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전라남도 관광진흥과 (061-607-3333), 완도군청 (550-5224), 해남군청 (530-5224). ■ 명소 베스트5 훈훈한 봄바람이 한 번 불어올 때마다 봄꽃들이 수선수선 눈을 뜬다. 동백과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 유채 등 봄꽃들의 향연이 시작된 것. 남도에 가면 봄꽃과 봄내음에 취할 수 있다. ●섬진강 매화마을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일대는 3월이면 하얀 매화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섬진강을 따라 매화나무가 지천으로 심어져 있다.10만평의 매화단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산중턱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가 제일이다. 매화에는 청매와 홍매가 있는데 청매나무에는 푸른 빛이, 홍매나무에는 연분홍빛이 돌아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3월 12일부터 20일까지 매화마을에서 ‘매화축제’가 열린다. 광양시 문화홍보과 (061)797-3363. ●제주 대정들녘 야생 수선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제주도 산방산 부근의 대정들녘에는 봄소식을 전하는 야생 수선화의 꽃향기가 그윽하다. 이 곳에서 9년 동안 귀양살이를 했던 추사 김정희가 수선화를 각별히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대정향교와 산방산 사이의 도로변과 송악산 해안도로변 등지에서 야생 수선화를 볼 수 있다. 남제주군 대정읍사무소 (064)794-2301.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 충남 서천군 서해바다의 풍광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마량리 언덕배기에는 80여 그루의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자라고 있다. 약 400여년 전 서면 마량리 수군첨사가 험난한 바다를 안전하게 다니려면 이 곳에 제단을 세워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계시를 받고 이곳에 제단을 만들고 주변에 동백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그때의 나무가 자라서 오늘날의 명물인 동백나무숲을 이루고 있다. 서천군 문화공보실(041) 956-7868. ●여수 거문도 동백 전남 여수에서 배로 2시간 떨어진 거문도에서 붉은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거문도 등대를 보러 가는 산책 코스인 신선바위와 365계단, 목넘어 잔교를 지나 동백터널 숲이 있는데 온통 붉은 빛으로 깔려있는 그 길은 산행자의 발걸음을 잡아끄는 신비한 마력이 있다. 여수시청 관광홍보과 (061)690-2249. ●구례 산수유마을 예로부터 전남 구례군 산동면은 ‘산수유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우리나라 산수유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산수유나무가 많은 곳이다.3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에 이곳은 길가는 말할 것도 없고 산기슭과 골짜기, 논둑과 밭두렁 등 눈길 닿는 곳마다 온통 샛노란 꽃구름이 내려앉은 듯하다. 구례군청 문화관광과 (061) 780-2224. 남도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이런책 어때요] 찾으며 즐기는 도토리와 솔방울/가타기리 게이코 지음

    붉고 노랗게 물든 잡목림에서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는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등. 떡갈나무나 졸참나무 같은 참나무과 식물엔 깍정이(도토리 모자) 위에 궁둥이를 얹은 앙증맞은 도토리가 달린다. 또 낙우송, 측백나무 같은 침염수엔 솔방울이 달린다. 솔방울은 열매가 아니다. 벌거숭이 씨를 감싸는 보호자다. 씨를 드러내고 있는 겉씨식물의 생존법이 놀랍다. 이 책엔 침엽수이지만 육질의 열매를 맺는 나한송, 주목, 개비자나무와 함께 솔방울을 닮은 열매가 달리는 단풍버즘나무, 일본목련, 태산목 등 활엽수도 실려 비교해 볼 수 있다.1만 5000원.
  • [산 오르記] 장성 백암산

    [산 오르記] 장성 백암산

    백암산(741.2m)은 호남정맥의 원줄기를 이룬다.서쪽으로는 입암산,충녕산,유달산 등을 거쳐 신안군까지 뻗치고,동으로는 불태산,지리산,백운산 등으로 이어진다.전남 장성과 전북 정읍을 가르며,내장산의 일부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산세나 경관은 내장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사시사철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며,고찰 백양사가 둥지를 튼 명산이다. 더위를 식혀줄 비가 아침부터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산행에 나섰다.백양사 입구 주차장에 이르자 휴일을 즐기려는 연인과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빗방울이 제법 굵어지자 일부는 우산을 펼쳐들고 운무가 자욱한 진입로 숲 터널 속으로 사라진다.사찰까지 300m쯤 이어진 포장도로가 금세 어두워진다.햇볕 쨍쨍한 날에도 가느다란 빛줄기조차 투과하지 못하는 곳이다. 길 양쪽엔 수백년 됨직한 갈참나무와 느티나무,애기단풍 숲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활엽 관목림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지칠 줄 모르는 매미 울음이 하모니를 이룬다. 모처럼 한가로움을 즐기며 발길을 재촉했다.백양사 바로 아래쪽 쌍계(2개의 연못)오른편에 ‘비자나무숲 모니터링 지역’이란 팻말이 보인다.천연기념물 제153호로 지정된 이곳 비자나무 군락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아름드리 나무엔 도토리만한 비자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비자는 예부터 기생충인 촌충을 구제하는 데 쓰였다.이곳 비자나무숲은 고려 고종때 각진국사가 처음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백암산은 굴거리나무 숲(천연기념물 제91호),갈참나무,졸참나무,고로쇠나무,때죽나무,아기단풍 등 다양한 수종이 어우러져 전국 숲 해설가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쌍계루(雙溪樓)를 지나 고불총림 백양사에 들어서자 전국의 불자와 등산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백양사는 조계종 제18교구의 본사로서 각진국사를 비롯해 만암 대종사,서옹 종정 등 이름난 스님들이 거쳐간 절이다.백제 무왕때 승려 여환이 창건해 백암사라 이름 지었다.그 후 고려 덕종때 중연선사가 중창하며 정토사(淨土寺)라 개칭했으나 조선조때 환양선사가 중창하며 다시 백양사로 바꿨다. 환양선사가 학바위 아래 영천암에서 제자들에게 아미타경을 설법할 때 백양(白羊) 한마리가 내려와 경청한 뒤 눈물을 흘리며 사라졌다고 하여 백양사로 이름을 바꿨다고 전해진다. 천연림으로 이뤄진 등산로에 접어들자 빗줄기가 잦아든다.하늘을 쳐다 봤더니 보이질 않는다.관목수림이 비를 막아 우산 노릇을 했나보다. 직각에 가깝게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한참 올라가니 약사암이다.시간은 꽤 지났지만 고작 500m를 올라왔을 뿐이다.숨이 막히고 온몸이 땀에 젖는다.가파른 절벽아래 세워진 약사암이 위태로워 보인다. 약사암에서 한숨 돌리고 50여m쯤 올랐다.향내가 진동하는가 싶더니 목탁 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진다.절벽에 천연동굴이 아가리를 내밀고 있다.석굴암같은 동굴안엔 부처님 상이 본사를 굽어보고 서 있고,그 아래에서 한 스님이 독경에 열중이다.아래쪽엔 석간수가 흘러나와 약수터를 이루고 있다. 목제 계단과 자갈길을 따라 700m쯤 올라가니 백학봉이 나타난다.학바위라고도 하며 이 산의 이름이 이 흰색 바위에서 유래됐다.북동쪽으론 내장산이,서남쪽으론 입암산이 안개속에 희미한 자태를 드러낸다.등산로의 난코스는 여기서 끝난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백양사∼영천굴∼약사암∼백학봉∼상왕봉∼운문암∼약수동계곡∼백양사이다.총 10㎞ 남짓한 거리로 5시간 정도면 종주가 가능하다.백학봉∼상왕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등산로는 평이한 편이다. 주변엔 떡갈나무,비자나무,조릿대밭이 널려 있다.최정상인 상왕봉 조금 아래쪽의 운문암엔 지난해 입적한 서옹 방장스님이 오랫동안 머물며 수행했던 곳.아무리 안개낀 날씨에도 문만 열면 산 아래 전경이 훤히 드러난다고 해 운문암(雲門庵)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약수동 계곡을 따라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빗줄기가 거세지고,한치앞을 분간하기 힘들다.그래도 빗속의 등산은 더위를 식혀주어 또다른 맛이 난다. ●볼거리·먹을거리 백양사 인근 남창계곡과 몽계폭포가 여름 휴양지로는 그만이다.장성호와 영화촌 금곡마을,홍길동 생가터 등도 둘러 볼 수 있다.장성군청 문화관광과(061-390-7224).장성호 주변의 청암가든(061-393-8823)은 메기탕(1인분 6000원)가물치회 (1㎏ 2만5000원) 등을 즐길 수 있다.백양사 집단시설지구엔 산채정식과 도토리묵 집이 즐비하다.주변경관과 풍치가 빼어난 백양관광호텔(061-392-0651),가인마을 민박촌(061-392-7683). ●가는길 호남고속도로 백양사IC에서 1번 국도로 진입한 뒤 8㎞쯤 가다가 738번 지방도로를 타고 3㎞쯤 가면 백양사 입구에 이른다.광주에서는 버스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0여 차례 운행되며 50분쯤 소요된다.내장사 쪽에서는 추령 고개를 넘어 복흥3거리에서 백양사로 이어지는 국도를 타면 된다.단풍철만 제외하면 사찰 입구의 주차공간은 넉넉하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50)남해 노도(櫓島)의 파도소리

    국문소설 ‘구운몽(九雲夢)’의 작가이자 조선 후기 이름 난 문신(文臣) 서포(西浦) 김만중(金萬重·1637∼1692)은 경남 남해군 이동면 양오리 백연 마을 건너 노도(櫓島)에서 56세 일기로 생을 마쳤다.그는 서울 태생인 데다 생애 대부분을 서울에서 살았다.그런 그가 한반도의 끝 남해바다에 외롭게 떠 있는 한 작은 무인도에서 숨을 거둔 이유는 정치범이라는 죄를 덮어 쓰고 이곳으로 유배되었기 때문이다. ●역모죄로 유배… 천연의 무인도 특별감옥 노도는 유배지였다.그러나 김만중 이전,또는 이후에 이곳으로 유배된 사람이 있었다는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노도는 김만중 한 사람을 유형시키기 위해 선택된 특별감옥이었던 셈이다. 그의 죄목은 역모와 관련되었다는 무시무시한 것이었다.숙종 임금과 희빈 장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서인(西人)과 남인(南人)의 다툼에서 서인이 패배하게 되자 관직을 빼앗기고 죄인이 되었다.그에게 내려진 형벌은 무거웠다.사람이 살 수 없는 변방으로 끌려갔다가 다시 남해(南海)에 위리안치(圍籬安置),즉 사방에 울타리를 둘러치고 그 안에 감금하는 형벌이었다. 이같은 조건을 잘 갖춘 곳이 노도다.섬의 동남쪽은 가파른 경사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어서 일부러 울타리를 칠 필요가 없다.서쪽도 급경사지여서 탈출이 불가능하다.북쪽으로 난 밋밋한 한 자락만이 간신히 바다에 이르는 길로 이용할 수 있는데,이곳에서 맞은편 남해까지 사이에는 급류가 흐르고 있어 이 또한 천혜의 장애물이다.감옥으로서의 모든 조건을 갖춘 노도에다 김만중을 혼자 몰아 넣어 놓고 숙종은 장희빈과 쾌락의 나날을 보냈고,남인 권력자들의 끝없는 욕망은 조선시대를 비탈로 끌어내렸다. 그리움의 정서가 자주 표출되는 그의 시편들은 그의 생애가 잘 투영된 것들이다.또한 많은 인물 대부분이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는 소설과 시들은 그의 낭만주의 정감을 엿보게 한다.실제로 노도에 유배당한 김만중은 유배지로 찾아온 어머니와 아내와의 피맺힌 해후를 통하여 한글소설 ‘구운몽’을 탄생시켰다. 그가 53세 되던 1689년에 끌려와서 3년 뒤인 1692년 타계할 때까지 홀로 꿈꾸고 절규했던 적소(謫所),노도로 가기 위해 백연 마을 포구에서 고깃배를 빌려 탔다.불과 5분 남짓이면 노도에 닿는 거리다.그러나 노도와 백연마을 사이를 왕래하는 정기 여객선 같은 것은 있었던 적이 없었다.포구의 방파제는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태풍의 패악질로 곳곳이 무너진 채 파도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작은 고깃배를 몰고 가는 초로의 남자가 전해 준 말에 따르면 백연마을이나 노도는 1985년까지도 등잔불을 켜고 살았단다.십여 년 전부터 노도를 찾아오는 이들이 가끔 있어서 기름값이나 받고 손님을 실어다 주기도 한다는데,그 손님들 대부분이 어떻게 노도에서 혼자 3년 동안이나 지낼 수 있었는지 끔찍하다며 말을 잃곤 하더란다. 노도에는 그가 귀양살이 한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북쪽 산비탈에 울창한 동백나무와 비자나무 숲에서 산새 몇 마리가 가는 소리로 울고 있다.김만중의 외로운 넋이런가 싶다.이 섬에서 북쪽 동백나무 숲 아래의 다소 밋밋한 언덕배기가 배를 접근시킬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피눈물로 얼룩진 어머니·아내와의 해후 필자는 배가 닿았던 지점에서 맞은편 백연마을 포구를 바라본다.소리치면 건너편 포구까지 닿을 듯도 싶다.큰소리로 외쳐본다.바람이 그다지 불지 않는 날이어서 그런지 포구에서 그물을 손질하던 마을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보인다.내 목소리가 들린다는 뜻이다.그때 필자는 김만중이 유배생활 중에 겪었던 피눈물로 얼룩진 사건을 떠올렸다.어쩌면 바로 이 자리였을지도 모른다.그가 노도로 유배 온 이듬해 늦은 봄이었다.움막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어디선가 애절한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붓을 놓고 귀를 귀울였다.분명 사람 목소리였다.움막 밖으로 나와 사방을 두리번거렸다.그의 눈길이 노도 맞은편 백연마을 언덕으로 가 닿는다.세 사람이 언덕 위에 서서 노도 쪽을 바라보고 있다.두 사람은 여인이고 한 명은 남자였다.그 남자가 다시 고함을 쳤다.저쪽 사내는 김만중을 찾고 있었다.놀랍고 반가웠다.되도록 한 발짝이라도 가까운 곳으로 다가섰다.바람이 불고 있었다.저쪽에서 외치는 소리가 바람에 파묻혔다가 토막난 채 들려온다.김만중 자신을 찾는 것이 분명했다.그렇다고 대답했다.그러자 저쪽의 여자 한 사람이 절규한다.김만중의 아내였다.그 옆의 여인은 어머니였다.남자는 김만중의 집일을 도맡고 있는 주석아범이었다. 죄수가 유형생활하는 유배지에 가족이 찾아오는 것은 법으로 엄금했다.그리하여 주변을 지키는 포졸들에게 뇌물을 주고 잠시만 만나기도 했다.노도에 있는 김만중을 만나려면 특별하게 마련된 배가 필요했다.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주석아범은 백방으로 손을 써봤지만 배를 구할 수 없었고,그렇게 먼발치에서라도 소리쳐 이름 불러볼 수 있게 된 것도 여간 공들인 것이 아님을 알렸다.어머니는 자식이 하도 보고 싶어 서울에서 남해까지 왔지만 자식의 적소까지는 다가설 수 없어서 애를 태웠다.김만중은 울음을 참으면서 소리 질러 집안 안부를 물었고 어머니는 주석아범 목소리를 빌려서 부디 몸조심하라 신신당부했다. 늦은 봄날 하루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다.마침내 어머니가 혼절했다.주석아범은 어머니를 등에 업고,아내는 나귀를 몰고 돌아섰다.아내가 가다 말고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세 사람 모습이 사라진 뒤 김만중은 바닷가에 무릎을 꿇고 앉아 오래오래 울었다.늦은 봄밤이 깊어와 파도소리도 따라 울었다. ●소설 못보고 어머니 눈감자 그도 앓다 숨져 그날 이후 김만중은 소설 쓰기에 매달렸다.어머니께 보내드리기 위해서였다.그는 어머니께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었다.지난날 그가 중국 사신으로 가게 되었을 때 어머니는 중국 소설책 몇 권을 구해와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그런데 사신의 임무가 너무 막중하고 분주하여 어머니의 부탁을 그만 잊어버렸던 것이다.그 뒤로 다시는 중국 여행길이 마련되지 않아 늘 어머니께 송구한 마음이었다.김만중은 노도에서 그렇게 어머니와 이별한 뒤로 지키지 못한 어머니와의 약속을 다시 떠올렸다.언제 풀려나게 될지 알 수 없는 절해고도에 갇힌 몸이라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초조함이 더했다. ‘구운몽’은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인생을 특정한 사상의 틀 안에 넣어서 보지 않고 모든 틀을 깨고 나와서 자유롭게 관조한다는 주제로 씌어진 소설이다.그래서 대승불교의 핵심사상인 금강경의 공(空)을 소설화했다고도 볼 수 있는 소설이다.김만중 자신의 육신이 절해고도에 감금당하고 자신의 삶이 철저한 불행 속에 놓여진 뒤에야 깨닫게 된 정신세계의 변화였다. 세속의 상식으로 볼 때 그의 인생은 끝장난 것이다.남은 것은 외로움에 찢겨 피흘리다 파도소리에 젖은 채 죽는 일뿐이라고 볼 수도 있다.그때 그는 역설의 묘법을 눈치챈 것이다.명예,권력,소유의 욕망을 놓아버리면 한없이 자유로운 자연이 된다는 것을 안 것이다.마침내 자신의 감옥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시작하면서 ‘구운몽’을 쓴 셈이다. 소설이 완성되었지만 보낼 길이 막연했다.어머니는 그렇게 다녀가신 그 해 가을에 눈을 감았다.소식을 갖고 온 조카에게 완성된 ‘구운몽’을 들려보내면서 장례에도 못 가는 불효자식을 대신하여 구운몽을 어머니 영전에 올려달라며 피울음을 울었다.자식 기다리는 어머니를 위로해드리기 위해 쓴 소설이지만 정작 그 소설을 보지도 못한 채 눈 감은 어머니를 부르며 바닷가를 거닐었다.어머니라는 등불이 꺼지고나자 자신의 삶은 더욱 작고 초라했다. 어머니와 아내가 서 있던 언덕의 느티나무 잎이 지고 파도가 흰 갈기를 세우며 세상을 질타하는 겨울 내내 김만중은 병을 앓았다.그리움은 육신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김만중은 그렇게 앓으며 파도소리에 갇힌 채 유배지 불 꺼진 방에서 홀로 쓸쓸히 숨을 거두었다.육신을 벗어버림으로써 더는 갇힐 것 없는 무애의 빛이 되었을까.구운몽 책갈피가 파도소리에 젖는다. 우리말과 글을 버리고 다른 나라 말로 글을 짓는다면 이는 앵무새가 사람 말을 흉내내는 것과 같다면서 국문가사예찬론을 폈던 서포 김만중의 목소리가 이 여름 노도를 씻어가는 파도소리로 다가온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50)남해 노도(櫓島)의 파도소리

    국문소설 ‘구운몽(九雲夢)’의 작가이자 조선 후기 이름 난 문신(文臣) 서포(西浦) 김만중(金萬重·1637∼1692)은 경남 남해군 이동면 양오리 백연 마을 건너 노도(櫓島)에서 56세 일기로 생을 마쳤다.그는 서울 태생인 데다 생애 대부분을 서울에서 살았다.그런 그가 한반도의 끝 남해바다에 외롭게 떠 있는 한 작은 무인도에서 숨을 거둔 이유는 정치범이라는 죄를 덮어 쓰고 이곳으로 유배되었기 때문이다. ●역모죄로 유배… 천연의 무인도 특별감옥 노도는 유배지였다.그러나 김만중 이전,또는 이후에 이곳으로 유배된 사람이 있었다는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노도는 김만중 한 사람을 유형시키기 위해 선택된 특별감옥이었던 셈이다. 그의 죄목은 역모와 관련되었다는 무시무시한 것이었다.숙종 임금과 희빈 장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서인(西人)과 남인(南人)의 다툼에서 서인이 패배하게 되자 관직을 빼앗기고 죄인이 되었다.그에게 내려진 형벌은 무거웠다.사람이 살 수 없는 변방으로 끌려갔다가 다시 남해(南海)에 위리안치(圍籬安置),즉 사방에 울타리를 둘러치고 그 안에 감금하는 형벌이었다. 이같은 조건을 잘 갖춘 곳이 노도다.섬의 동남쪽은 가파른 경사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어서 일부러 울타리를 칠 필요가 없다.서쪽도 급경사지여서 탈출이 불가능하다.북쪽으로 난 밋밋한 한 자락만이 간신히 바다에 이르는 길로 이용할 수 있는데,이곳에서 맞은편 남해까지 사이에는 급류가 흐르고 있어 이 또한 천혜의 장애물이다.감옥으로서의 모든 조건을 갖춘 노도에다 김만중을 혼자 몰아 넣어 놓고 숙종은 장희빈과 쾌락의 나날을 보냈고,남인 권력자들의 끝없는 욕망은 조선시대를 비탈로 끌어내렸다. 그리움의 정서가 자주 표출되는 그의 시편들은 그의 생애가 잘 투영된 것들이다.또한 많은 인물 대부분이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는 소설과 시들은 그의 낭만주의 정감을 엿보게 한다.실제로 노도에 유배당한 김만중은 유배지로 찾아온 어머니와 아내와의 피맺힌 해후를 통하여 한글소설 ‘구운몽’을 탄생시켰다. 그가 53세 되던 1689년에 끌려와서 3년 뒤인 1692년 타계할 때까지 홀로 꿈꾸고 절규했던 적소(謫所),노도로 가기 위해 백연 마을 포구에서 고깃배를 빌려 탔다.불과 5분 남짓이면 노도에 닿는 거리다.그러나 노도와 백연마을 사이를 왕래하는 정기 여객선 같은 것은 있었던 적이 없었다.포구의 방파제는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태풍의 패악질로 곳곳이 무너진 채 파도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작은 고깃배를 몰고 가는 초로의 남자가 전해 준 말에 따르면 백연마을이나 노도는 1985년까지도 등잔불을 켜고 살았단다.십여 년 전부터 노도를 찾아오는 이들이 가끔 있어서 기름값이나 받고 손님을 실어다 주기도 한다는데,그 손님들 대부분이 어떻게 노도에서 혼자 3년 동안이나 지낼 수 있었는지 끔찍하다며 말을 잃곤 하더란다. 노도에는 그가 귀양살이 한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북쪽 산비탈에 울창한 동백나무와 비자나무 숲에서 산새 몇 마리가 가는 소리로 울고 있다.김만중의 외로운 넋이런가 싶다.이 섬에서 북쪽 동백나무 숲 아래의 다소 밋밋한 언덕배기가 배를 접근시킬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피눈물로 얼룩진 어머니·아내와의 해후 필자는 배가 닿았던 지점에서 맞은편 백연마을 포구를 바라본다.소리치면 건너편 포구까지 닿을 듯도 싶다.큰소리로 외쳐본다.바람이 그다지 불지 않는 날이어서 그런지 포구에서 그물을 손질하던 마을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보인다.내 목소리가 들린다는 뜻이다.그때 필자는 김만중이 유배생활 중에 겪었던 피눈물로 얼룩진 사건을 떠올렸다.어쩌면 바로 이 자리였을지도 모른다.그가 노도로 유배 온 이듬해 늦은 봄이었다.움막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어디선가 애절한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붓을 놓고 귀를 귀울였다.분명 사람 목소리였다.움막 밖으로 나와 사방을 두리번거렸다.그의 눈길이 노도 맞은편 백연마을 언덕으로 가 닿는다.세 사람이 언덕 위에 서서 노도 쪽을 바라보고 있다.두 사람은 여인이고 한 명은 남자였다.그 남자가 다시 고함을 쳤다.저쪽 사내는 김만중을 찾고 있었다.놀랍고 반가웠다.되도록 한 발짝이라도 가까운 곳으로 다가섰다.바람이 불고 있었다.저쪽에서 외치는 소리가 바람에 파묻혔다가 토막난 채 들려온다.김만중 자신을 찾는 것이 분명했다.그렇다고 대답했다.그러자 저쪽의 여자 한 사람이 절규한다.김만중의 아내였다.그 옆의 여인은 어머니였다.남자는 김만중의 집일을 도맡고 있는 주석아범이었다. 죄수가 유형생활하는 유배지에 가족이 찾아오는 것은 법으로 엄금했다.그리하여 주변을 지키는 포졸들에게 뇌물을 주고 잠시만 만나기도 했다.노도에 있는 김만중을 만나려면 특별하게 마련된 배가 필요했다.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주석아범은 백방으로 손을 써봤지만 배를 구할 수 없었고,그렇게 먼발치에서라도 소리쳐 이름 불러볼 수 있게 된 것도 여간 공들인 것이 아님을 알렸다.어머니는 자식이 하도 보고 싶어 서울에서 남해까지 왔지만 자식의 적소까지는 다가설 수 없어서 애를 태웠다.김만중은 울음을 참으면서 소리 질러 집안 안부를 물었고 어머니는 주석아범 목소리를 빌려서 부디 몸조심하라 신신당부했다. 늦은 봄날 하루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다.마침내 어머니가 혼절했다.주석아범은 어머니를 등에 업고,아내는 나귀를 몰고 돌아섰다.아내가 가다 말고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세 사람 모습이 사라진 뒤 김만중은 바닷가에 무릎을 꿇고 앉아 오래오래 울었다.늦은 봄밤이 깊어와 파도소리도 따라 울었다. ●소설 못보고 어머니 눈감자 그도 앓다 숨져 그날 이후 김만중은 소설 쓰기에 매달렸다.어머니께 보내드리기 위해서였다.그는 어머니께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었다.지난날 그가 중국 사신으로 가게 되었을 때 어머니는 중국 소설책 몇 권을 구해와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그런데 사신의 임무가 너무 막중하고 분주하여 어머니의 부탁을 그만 잊어버렸던 것이다.그 뒤로 다시는 중국 여행길이 마련되지 않아 늘 어머니께 송구한 마음이었다.김만중은 노도에서 그렇게 어머니와 이별한 뒤로 지키지 못한 어머니와의 약속을 다시 떠올렸다.언제 풀려나게 될지 알 수 없는 절해고도에 갇힌 몸이라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초조함이 더했다. ‘구운몽’은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인생을 특정한 사상의 틀 안에 넣어서 보지 않고 모든 틀을 깨고 나와서 자유롭게 관조한다는 주제로 씌어진 소설이다.그래서 대승불교의 핵심사상인 금강경의 공(空)을 소설화했다고도 볼 수 있는 소설이다.김만중 자신의 육신이 절해고도에 감금당하고 자신의 삶이 철저한 불행 속에 놓여진 뒤에야 깨닫게 된 정신세계의 변화였다. 세속의 상식으로 볼 때 그의 인생은 끝장난 것이다.남은 것은 외로움에 찢겨 피흘리다 파도소리에 젖은 채 죽는 일뿐이라고 볼 수도 있다.그때 그는 역설의 묘법을 눈치챈 것이다.명예,권력,소유의 욕망을 놓아버리면 한없이 자유로운 자연이 된다는 것을 안 것이다.마침내 자신의 감옥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시작하면서 ‘구운몽’을 쓴 셈이다. 소설이 완성되었지만 보낼 길이 막연했다.어머니는 그렇게 다녀가신 그 해 가을에 눈을 감았다.소식을 갖고 온 조카에게 완성된 ‘구운몽’을 들려보내면서 장례에도 못 가는 불효자식을 대신하여 구운몽을 어머니 영전에 올려달라며 피울음을 울었다.자식 기다리는 어머니를 위로해드리기 위해 쓴 소설이지만 정작 그 소설을 보지도 못한 채 눈 감은 어머니를 부르며 바닷가를 거닐었다.어머니라는 등불이 꺼지고나자 자신의 삶은 더욱 작고 초라했다. 어머니와 아내가 서 있던 언덕의 느티나무 잎이 지고 파도가 흰 갈기를 세우며 세상을 질타하는 겨울 내내 김만중은 병을 앓았다.그리움은 육신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김만중은 그렇게 앓으며 파도소리에 갇힌 채 유배지 불 꺼진 방에서 홀로 쓸쓸히 숨을 거두었다.육신을 벗어버림으로써 더는 갇힐 것 없는 무애의 빛이 되었을까.구운몽 책갈피가 파도소리에 젖는다. 우리말과 글을 버리고 다른 나라 말로 글을 짓는다면 이는 앵무새가 사람 말을 흉내내는 것과 같다면서 국문가사예찬론을 폈던 서포 김만중의 목소리가 이 여름 노도를 씻어가는 파도소리로 다가온다.˝
  • 이런 책 어때요 / 하버드대학 옌칭도서관의 한국고서들 외

    하버드대학 옌칭도서관의 한국고서들/ 허경진 지음 웅진북스 펴냄 미국 하버드대학 옌칭도서관 한국관에는 4000여종이 넘는 한국의 고서들이 있다.그 중엔 한국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증거하는 문화재급 고서들도 많다.하지만 ‘하버드 중국-일본 도서관’에서 독립한 ‘한국관’의 역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자료들에 대한 내용 해제나 귀중본 분류작업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연세대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시대사 연구에 도움을 줄만한 고서들을 소개한다.‘동국여지승람’의 체제를 본딴 ‘조선환여승람’,고종황제와 순종의 초상화를 그리는 과정을 적은 ‘어진도사등록’ 등이 그것이다.1만 8000원. 소피스트운동/ 조지 커퍼드 지음 김남두 옮김 / 아카넷 펴냄 어원으로 보면 ‘현명한 사람들’이란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서양철학사를 통틀어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온 지식인 그룹.소피스트는 영혼을 파는 지식상인인가,전성기 그리스문화의 사상적 대변자인가.지난 2500년간 이어져온 소피스트들에 대한 ‘플라톤적’선입견을 배제,소피스트 사상의 복원을 시도한다.소피스트들은 종교·문법·시·예술과 법률·수사 등 세련된 학문적 수단을 토대로 아테네의 문화적 공백을 메웠으며,민주주의 이념을 충실히 전달한 교육담당자로 제 역할을 다했다는 것이다.저자는 영국 맨체스터대 고전문헌학 교수.1만 5000원. 21세기의 파이/ 레스터 브라운 등 지음 이상훈 등 옮김 / 따님 펴냄 옛 잉카제국의 격언에 “개구리는 자기가 사는 연못의 물을 다 마셔버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이는 우리가 직면한 과제,즉 인구팽창과 경제개발에 따른 물 수요의 증가와 물의 생태계 부양기능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야하는가를 시사해준다.미국의 환경·에너지연구소 월드워치연구소를 만들고 이끌어온 저자는 ‘자연과 나눠쓰지’ 않는한 강과 바다 그리고 그것들에 의존하는 인간의 삶터는 지탱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성장을 위한 성장은 암세포의 이데올로기일 뿐”이라는 것이다.이 책은 ‘부드러운 에너지’를 생태적 대안의 하나로 제시한다.1만 2000원. 러셀 자서전/ 버트런드 러셀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펴냄 “거짓과 더불어 제정신으로 사느니,진실과 더불어 미치는 쪽을 택하고 싶다.” 98년의 삶을 진실과 진보의 대의 이래 살아온 영국의 사상가 버트런드 러셀.반전주의자이자 반핵주의자인 그는 1965년 런던 정치경제대학에서 “미국이 잔인한 길을 가도록 방치할 경우 세계는 미합중국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라는 요지의 연설을 했다.이라크전이 한창인 지금,그의 경고는 어리석은 ‘역사의 되풀이’를 실감케 한다.이 책은 유럽의 지성사와,전쟁으로 치달은 위험한 세기를 온몸으로 산 러셀의 솔직하고 유쾌한 자서전이다.상·하권.각권 1만 5000원. 아내/ 매릴린 얠롬 지음 이호영 옮김 시공사 펴냄 고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결혼과 아내상의 변화를 살폈다.남성이 만들어낸 법률과 제도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아내의 역사는 속박과 순종의 역사였다.그러나 여성학자인 저자는 시대와 인습에 저항하며 세상을 좀더 살만한 곳으로 변화시켜 나간 아내들의 얘기도 다룬다.여성의 행복을 보장하는 법률을 제정하자고 주장한,미국2대 대통령 존 애덤스의 부인이자 6대 대통령 존 퀸시 애덤스의 어머니인 애버게일 애덤스,빅토리아 여왕 시대 남편에 대한 복종서약을 거부하고 동등한 결혼생활을 실현함으로써 시대를 앞서간 바이얼릿 블레어 등이 그들이다.2만 2000원. 이 땅의 큰 나무/ 고규홍 지음 눌와 펴냄 한국을 대표하는 큰 나무들을 수종별로 다룬 ‘거목 답사기’.우리의 나무문화를 대표하는 소나무·참나무류를 비롯해 느티나무·팽나무·은행나무·푸조나무·왕버들과 같이 당산나무나 정자나무로 흔히 쓰이는 나무,음나무·물푸레나무·뽕나무·비자나무·후박나무 등 쓰임새가 많아 사랑받아온 나무들의 이야기가 실렸다.나무에 얽힌 전설이나 역사를 통해 우리의 삶도 들여다봤다.공양왕의 최후를 지켜본 삼척 근덕면 음나무,스님의 지팡이에서 자라났다는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용왕의 선물이 크게 자랐다는 남해 창선면 왕후박나무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2만원.
  • 제주 비자림 숲길 산책/ “여긴 아직 가을이네”초록세상 숲의 향연

    여행의 묘미는 ‘느림과 멈춤’에 있다.시간에 쫓겨 헐떡거리며 사는 도시인들에게 여행의 여유로움은 막히기 직전의 숨통을 틔워주고도 남는다. 여행 중에서도 숲길 걷기는 여유로움과 사색의 기쁨을 준다.그러나 날은 추워졌는데 눈이 내리기 전인 요즘은 숲을 찾기에는 좀 어중간한 계절.이럴 때 좀 더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아직 가을 기운이 한창인 제주의 숲길을 찾아볼 만하다. 가을 끝자락에 북제주군 구좌읍 평대리에 있는 비자림을 찾았다.바깥 세상은 이미 가을을 넘어 겨울에 바짝 다가서 있지만 이곳은 여전히 ‘초록세상’이다.가끔씩 눈에 띄는 단풍나무들이 ‘계절의 시계’노릇을 할 뿐이다. 이곳 비자림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이 손이 전혀 닿지 않은 듯한 ‘원시성’.14만여평의 드넓은 숲엔 500∼800년 수령의 비자나무 수천그루가 다양한 상록 활엽수들과 어우러져 약간은 음산한 느낌마저 준다. 상록 침엽수인 비자나무는 예부터 고급가구 재료로 많이 쓰였다고 한다.그래서 훼손도 심했다.그나마 이만큼 살아남은 것은 ‘비자나무를 베면 큰벌을 받는다.’는 이 지역 주민들의 믿음 덕분이란다. 비자나무 사이에선 생달나무 후박나무 까마귀쪽나무 예덕나무 등 쉽게 보기 힘든 활엽수들이 자라고 있다.바닥엔 사철 푸름을 잃지 않는 몇가지 식물과 착생 난초들이 자란다.비자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착생식물은 고목을 가득 덮다시피 감고 있는 콩짜개덩굴.콩자반처럼 동글동글한 잎이 반짝반짝 윤을 내며 가득 달렸다.6월쯤 꽃이 피는 콩짜개난도 콩짜개 덩굴과 섞여 있지만 드물어 찾기가 어렵다. 어떻게 상록수초들이 이처럼 한자리에 자생해 울창한 숲을 이루었을까.비자림을 관리하는 북제주군 관광관리사무소의 한 직원은 “다랑쉬오름 등 3곳의 오름 사이에 위치한 특유의 지형과 습한 토지 덕분이 아닐까?”라고 추측한다.즉 바람과 추위의 영향을 덜 받고,아무리 가물어도 조금만 파면 물이 나오는 토지가 상록수초들이 군락을 이룰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비자림을 나와 1112번 도로를 타고 한라산 쪽으로 방향을 틀어 15분쯤 가니 울창한 삼나무 숲길이 나온다.이곳 삼나무 숲은 자생숲인 비자림과 달리 인공으로 조림한 곳.길 양편에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삼나무들이 키자랑을 한다. 길 한쪽에 차를 세우고 내려 숲 속을 기웃거리니 햇볕이 잘 안들어 한낮인데도 꽤 어둡다.삼나무가 특히 빽빽한 구간은 1112번 교래 사거리를 지나 11번 도로와 만나는 2㎞ 구간.이곳에선 드라이버들이 우연히 지나다가도 한번쯤 차를 세우고 걸어 보는 구간이다. 길 가를 걷다 보니 ‘숲속에 좁다란 오솔길이라도 있다면 좋겠다.’라는 아쉬움이 든다.마땅한 산책길이 없다 보니 많은 이들이 잠깐씩 내려 길을 따라 잠시 걷다가 차로 되돌아간다. 제주 임창용기자 sdragon@ ■여행가이드/ 쌉쌀·시원한 성게국 별미-렌터카 대여 LPG車 유리 ●가는 길 제주도는 타원형 섬의 특성상 일주도로와 몇개의 횡단도로만 이용하면 모든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비자림은 제주시를 기점으로 할 때 97번 동부관광도로∼대천동사거리∼1112번 도로∼송당사거리 구간을 거쳐 찾아가면 편하다.서귀포 쪽에선 11번(5·16)도로∼교래사거리∼1112번 구간을 거처 가면 된다. 삼나무 숲길은 제주·서귀포 양쪽 모두 11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1112번 도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방향을 틀면 바로 찾을 수 있다. ●맛집 비자림에서 차로 10분 정도 가면 일출봉으로 유명한 성산이다. 일출봉 밑 ‘해뜨는 식당’에 가면 제주의 별미 성게국을 맛볼 수 있다.얇고 잔 미역에 노란 성게알과 파를 넣어 끓여 내는데 쌉쌀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1인분 7000원.(064)782-3380. ●렌터카 이용 제주 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렌터카는 필수.따라서 반드시 운전면허증을 지니고 가야 한다. 21세 이상에 운전경력 1년 이상이면 빌릴 수 있다.차량보험 가입 여부와 접촉사고 흔적 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한 뒤 계약서를 받는다.차량엔 연료가 80% 이상 들어 있으므로 돌려줄 때 그만큼 채워줘야 한다.휘발유 차보다는 가스(LPG)차량을 빌리는 게 유리하다.제주 전역에 가스 충전소가 16곳 있어 불편하지 않다. 대여료는 24시간 기준으로 1500㏄는 8만3000원,2000㏄ 9만 7000원,12인승 승합차 12만 8000원 정도.요즘처럼 비수기에는 20∼40% 깎아준다. 동양렌터카(064-911-8288)의 경우 차종에 관계 없이 40% 깎아주고,무료 감귤따기 체험,가족중 1인 승마체험,펜션 20% 할인 등을 묶은 ‘드라이브 패키지’상품을 운영한다.
  • 단풍에도 품격이… 때깔이 다르다

    일주일만에 달려나간 영동고속도로는 ‘때깔’부터 달랐다.그야말로화염 바다,온 산을 불태울 듯 단풍이 제 색깔을 드러내고 있었다.충주호에서 단양쪽으로 내쳐 10여분을 달리니 금수산 아래 능강구곡이펼쳐진다.노란색과 붉은 색 단풍의 경염(競艶)이 요사스럽기까지 하다.그러나 호남고속도로는 아직 푸른빛으로 넘쳐났다.하지만 산속깊은 곳,장성 백양사의 애기단풍은 붉은 빛의 옷으로 갈아입느라 여념없었다.이곳 단풍은 이번 주말에 절정을 이룬다. ■제천 능강계곡. ‘높음이 하늘보다 높은 곳 없으나 도리어 밑으로 돌아가고/담수보다맑은 것 없으나 깊으니 오히려 검도다/스님은 불국정토에 있으니 조금도 욕심이 없고/객이 신선사는 곳에 들어오니 늙음 또한 슬프지 않구나’충주호는 물론,건너편 월악산과 왼편에 산자락을 늘어뜨린 소백연봉을 한눈에 굽어보는 천년고찰 정방사 주련(柱聯)에 새겨진 싯귀.절집뜰에 서면 이 싯귀가 가슴에 다가온다. 신라 문무왕때 의상대사가 세운 이 절집은 현재 속리산 법주사의 말사. 뜰이랄 것도 없다.크고 널찍한 바위가 뒤에 떡 버티고 서있어 인파의북적임을 막고 있다. 보살이 미소 짓는 저편에 호수가 있고 산이 있고 우리네 인심이 있다.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능강계곡에 흰 구름이 학처럼 내려앉는다.능강계곡은 제천시 수산면과 단양군 적성면 경계에 서 있는 금수산(1,016m)의 서북사면에 자리한 계곡으로 남북으로 능선이 길게 늘어서 있어서 햇볕드는 시간이 짧다.그래서 능강계곡 오른쪽,한양골이라고도 불리는 얼음골에는 한여름 복날에도 얼음이 언다.초복에 얼음이 가장많고 중복에는 바위틈에 있으며 말복에는 바위를 들어내고 캐내야 한다.이곳 얼음은 만병통치약으로 이름있다.왕복 4시간 소요. 맑고 청명한 가을 아침,계곡은 온갖 색의 향연을 풀어헤친다.단풍나무와 갈참나무,소나무 등이 어우러져 볼만하다. E.S리조트를 지나 조금만 달리면 들머리가 나온다.단풍터널로 이루어진 3㎞를 1시간동안 오르면 정방사. 여기에서 절집 뒤로 20분 내쳐 오르면 족두리봉.가파른 경사면을 10분 정도 내려가면 암릉지대가 나타난다.여기에서 청풍호반을 바라본다.큼직한 호반이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감은 가히 환상적이다. 다시 족두리봉으로 나와 한숨 돌린 뒤 리조트 위쪽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날듯이 내려온다.낙엽이 융단처럼 깔려 폭신하다.산길은 편안하고 넉넉하다.단지 길이 쉽다는 게 아니라 마음을 느긋하게 다림질하는 매력이다. 정방사 그루터기에서 산하를 내려다본다.“늙음도 슬프지 않구나”.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서제천 들머리에서 나와 사과로 유명한 금성단지를 지나 청풍면을 거쳐 청풍대교로 향한다.청풍대교에서 청풍문화재단지쪽을 버리고 10분 정도 내쳐 달리면 E.S리조트가 나온다. 동서울고속터미널에서 제천까지 간 뒤 제천시에서 청풍까지(하루 20회) 온 다음 청풍∼수산면 상천까지 하루 3회 운행된다. □E.S리조트 지난 96년 개장한 국내 최초의 회원 전용 콘도로 알프스식 별장콘도 개념을 도입했다. 110여개 콘도하우스 중 어느 하나 같은 설계가 없을 정도로 개성을살린 공간으로 이름높다. 결고운 잔디가 깔린 바비큐 파티장에서 주말마다 파티가 열리고 영화도 상영된다. 닭·오리·토끼·사슴 등이 뛰어놀아 어린이가 뛰어놀기에 그만이다. 콘도 구석구석에 그네식 벤치가 놓여있어 충주호와 월악산,금수산 등을 바라볼 수 있고 전망탑에서 맥주와 커피를 즐기는 맛도 일품이다. 서울사무소(02)508-0118. ■백암산 백양사. 정말 아기 손바닥만 했다. 얼마전 무차대법회(스님과 일반 신도 구별없이 불법(佛法)을 논의하는 법회)가 열린 조계종 고불총림의 본사인 장성 백양사.뜰에 핀 단풍나무 잎새 크기는 꼭 아이 손처럼 작았다.이름하여 애기단풍. 단풍잎 사이로 학바위가 얼굴을 드러낸다.때마침 지는 해에 반사돼붉은 빛을 띠는 학바위는 학이 날아오르는 듯한 모습을 띠고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정상에 오르면 변산반도 곰소가 발아래 펼쳐진다. ‘백암산 황매화야 보는 이 없어/저 혼자 피고 진들 어떠하리만/학바위 기묘한 경 보지 않고서/조화의 솜씰랑은 아는 체 마라’노산 이은상은 이곳 백양사를 품고 있는 백암산을 이렇게 노래했다. 아연 리드미컬한 전라도 사투리가 귀에 꽂힌다.“아따,내장산이 최고라 하지만 여그 백양사만 헐까요이.산세나 뭘로 보나 백양사가 최고지라.”육당 최남선도 그랬던가 보다.학바위 봉우리를 보고 “흰 맛,날카로운 맛,맑은 맛,신령스러운 맛이 있다”했으니. 조화미다.내장산이 온통 붉은 빛 일색으로 아줌마·아저씨부대들의얼굴을 단풍보다 더 붉게 물들여 놓는다면,이곳 백양사 단풍은 비자림의 푸른 빛,은행나무의 노란 빛,감나무의 선홍빛과 어울려 애기단풍이 더욱 붉게 빛난다.번쩍거림이 아니라 질감있는 붉음. 절집 맞은편.마치 백암산 계곡이 양팔을 벌리고 앉은 듯한 곳에 옛부터 많은 시인 묵객들이 찾았다는 쌍계루가 있다.그 아래 물이 흐른다.주위를 빙 둘러 단풍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예전에 물이 넘쳐 흐를 땐 그만한 절경이 없었단다.물에 비친 단풍과 누각,학바위의 붉은빛, 가히 절경이었다.고려말 목은 이색이 ‘참으로 좋은 경치’라는찬사를 보냈단다.하지만 지금은 물이 없다.진입로에서 쌍계루까지 단풍터널도 혼을 빼놓기 십상. 다시 백양사 경내를 나와 절담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비자나무 군락이 푸르게 펼쳐져있다.천연기념물 153호인 비자림은남방계 식물로제주도와 전남 경상도에만 있으므로 여기 백양사는 북방한계선에 해당하는 셈.애기단풍을 돋보이게 하는 아름다운 조연을 이 가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들머리를 나와 9㎞ 달리면 약수리 3거리가 나오고 여기서 좌회전하면 백양사 진입로가 나온다.기차를 이용할 경우 백양사역에서 3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군내버스를 이용한다. 27일부터 단풍축제가 열린다.28일 오후11시40분 서울역을 출발하는내장산등산열차(무궁화호)를 이용하거나 오는 30∼11월5일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내장산단풍열차(무궁화호)를 이용할 수도 있다.오전8시55분 서울역 출발.축제추진위원회(061)390-7224□들러볼 곳 한나절 거리인 내장산에 이르는 길이 좋다.하루 정도를각오해야 한다. 자신없으면 한여름 물놀이로 유명한 남창계곡을 들어서면 좋다.백양사 2㎞ 못미친 곳에 진입표시가 있다.몽계폭포로 유명한 계곡과 암석이 무너져내린 너덜의 조화미가 빼어나다.백양사 매표소 바로 지나왼편에 있는 가인마을에서 민박할 수도 있다.이곳 꿀은 품질 좋기로유명하다.황룡면 금곡마을의 영화촌도 영화 ‘태백산맥’과 ‘내 마음의 풍금’ 촬영지로 이름짜하다. 장성 임병선기자.
  • 제주 팜 스테이 허니문 인기

    해외여행이 크게 늘었지만 우리나라 부동의 허니문 명소는 아직까지 제주도다.그러나 신혼여행 풍속도는 똑같은 장소에서 똑 같은 사진을 찍는 천편일률적 내용에서 많이 바뀌고 있다. 최근 제주 허니문의 새 흐름은 ‘팜 스테이(Farm Stay)’.팜 스테이의 테마는 개성과 자유로움이다.즉 숲속에 파묻힌 이색숙소에 머물며 가능한 한 적은 인원으로 그룹을 짓거나 둘만이 오붓하게 여행을 즐기는 것.편안함과 조용함,자유스러움,저렴함,청결함이 최대 장점이다. 제주는 갈 때마다 새롭고 가볼만한 곳도 무궁무진하다.최근 팜 스테이 여행업체들이 많이 권하는 곳은 우도(성산).푸른 마늘밭과 돌담,초원이 어우러져고향의 포근함이 진하게 전해오는 섬이다. 다음은 지삿개(중문).깎아지른 절벽과 검은 바위,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수백년생 비자나무 수천그루와 상록활엽수등이 울창한 비자림(북제주군 구좌읍)도 신혼부부가 사랑을 속삭이기에 그만이다. 한라산 주위에 흩어져 있는 오름(기생화산)도 가볼만 한다.수많은 오름중 분화구에 삼나무 숲이 자리잡은 아부오름,다양한 열대수종이 자라는 산굼부리가 특히 인기 있다. 현재 제주에서 팜 스테이 전문으로 인기 있는 숙소는 다섯 군데 정도.단독주택형 별장형 콘도인 ‘카라비안’(북제주군 대흘리),7만여평의 초원 위에 세운 ‘푸른지붕’(북제주군 애월읍),수천평 귤밭 속의 ‘귤림성’(서귀포시),넓은 초원에 하얀 풍차가 이국적인 ‘그린리조트’(북제주군 애월읍),열대야자수나무로 분위기를 살린 ‘남원통나무집’(남제주군 남원읍) 등이다. 특급호텔처럼 화려하지는 않으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가격은 평수에 따라 7만∼13만원. 제주 신혼여행 전문업체인 대장정여행사(02-3481-4242)가 이들 숙박시설을이용한 패키지를 판매한다.미니골프 및 승마,우도관광,오름산책 등일정과 숙식·교통이 포함된 상품이 32만5,000원(3박4일),렌터카를 이용한 자유여행상품은 29만원이다.항공료는 제외. 임창용기자
  • ‘초록나라’ 비자림에 태고의 신비가…제주 비자림

    ‘제주 비자림을 아십니까.’북제주군 구좌읍 평대리 14만여평에 500년이상 자란 비자나무 수천그루가 군락을 이룬 곳.일부 관광코스에 간혹 끼기는 하나 관광객 대부분이 스치듯 바쁘게 지나가는 곳이다. 그곳엔 광릉 노송지대의 거대한 위용이 없다.그렇다고 제주 여미지식물원의화려함도 갖추지 못했다.하지만 잠시 여유를 갖고 숲과 호흡을 맞춰 보자.왠지 범접하기 어려운 신비로움과 독특한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다. 3월 시작과 함께 비자림을 찾았다.하지만 숲속은 이미 봄을 지나 초여름의분위기.상록침엽수인 비자나무와 그 사이에서 자라는 상록활엽수들이 어우러져 한여름 못지 않은 초록을 연출해 낸다. 숲에 들어서니 비자나무 향을 담은 축축한 기운이 몸을 감싼다.500∼800년수령의 고목들.하지만 키는 10∼15m 안팎이다.1년에 1.5㎝ 정도 자란다니 커가는 아이에게 하는 ‘나무처럼 쑥쑥 자라라’란 말도 비자나무에게만은 예외다. 비자나무는 결이 고와 예부터 고급가구 재료로 많이 쓰였다고 한다.그래서훼손도 심했다.그나마 이만큼이라도살아남은 것은 ‘비자나무를 베면 큰벌을 받는다’는 이 지역 주민의 믿음 덕분이란다.그래서그런지 축축한 흙을밟을 때마다 왠지 음산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다. 숲에는 비자나무 고목들 사이로 상록활엽수들이 자라나고 있다.생달나무 후박나무 까마귀쪽나무 ,예덕나무 등등.크고작은 잎사귀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풍경이 따사롭기 그지없다. 둘레가 2∼3m에 달하는 비자나무 고목 밑엔 착생난초들이 산다.지금은 막 싹이 트는 정도.하지만 4월이면 잎이 무성해지고 5∼6월이면 그윽한 난향을 뿜으며 꽃이 필 것이다. 가장 흔한 착생란은 혹난초.잎사귀 밑부분에 동그란 혹이 있어 붙인 이름이다.또 원추리 순처럼 포개진 잎새 사이로 길게 늘어진 꽃차례가 소박한 차걸이난,가늘고 긴 잎이 사방으로 달리는 거미난초 등도 어렵지 않게 눈에 띄는 착생난초이다. 착생난초들은 대부분 화려하기보다는 아담하고 소박한 꽃을 피우는 게 특징. 하지만 금새우난이나 새우난 처럼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희귀난도 자란다. 비자림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착생식물은 고목을 가득 덮다시피 감고 있는콩짜개덩굴.콩자반처럼 동글동글한 초록색 잎이 반질반질 윤을 내며 가득 달렸다.또하나의 착생란인 콩짜개난과 잎 모양이 비슷해 많은 사람들이 혼동한다.6월경 황색 꽃을 피우는 진짜 콩짜개난은 콩짜개덩굴과 섞여 있지만 드물어 찾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상록수초들이 이처럼 한자리에 자생해 울창한 숲을 이루었을까.비자림을 관리하는 북제주군 관광관리사무소 직원 한정우씨(38)는 “이곳 특유의 지형과 습한 토지 덕분이 아닐까”라고 추측한다.제주비자림은 다랑쉬오름,돛오름,둔지오름 등 세 오름(기생화산)사이 평원지대에 있다.즉 바람과 추위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또 아무리 가물어도 조금만 파면 물이 나오는 토지가 상록수초가 군락을 이룰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가는길] 공항에 도착하면 관광안내사무소에서 지도와 안내책자를 구하는 게편리하다. 비자림에 가려면 제주공항에서 일주도로인 12번도로를 타면 된다. 서귀포 방향으로 30분쯤 달리다보면 평대초등학교가 나오고 이곳에서 우회전해 10분쯤 가면 비자림이다.버스는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귀포행 완행버스를 타고 가다 평대초등학교 입구에서 내려야 한다.문의 북제주군 관광관리사무소(064-783-3857). [인근 가볼만한 곳] 만장굴이 10분 거리에 있다.세계 최장의 용암동굴로 총연장이 1만3,422m에 달한다.동굴 천정의 용암 종유석과 벽의 용암 날개 등이곁들여 신비로운 지하세계를 연출해낸다. 제주도 동쪽에 위치한 우도도 가볼 만하다.성산에서 뱃길로 5분정도 간다.우도의 얼굴이라 할 우도봉에 오르면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제주도 동쪽 오름무리를 볼 수 있다.산호사해수욕장 등 산호해변이 있어 남태평양에서나 있는쪽빛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해녀도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성산에서 배로 5분 정도이며,배는 오전8시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있다. 제주 임창용기자 sdragon@
  • 바둑 박람회(외언내언)

    중국의 오청원은 1930년대 일본에 처음 갔을때 한 고단자와의 대국에서 흑을 쥐고 제일착을 한복판인 천원에 놓았다.이를 관전하던 모든이들은 어째서 흑을 그곳에 놓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당시 이 대국의 해설자였던 소설가 가와바다 야스나리도 이를 풀이할 길이 없어 ‘천공에 솟은 묘착’이라고만 했다.그러나 바둑을 두어나가다보니 사위의 모든 흑이 천원을 중심으로 노도와같은 세력을 뻗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그는 제일착부터 상대방의 의표를 찌른 것이다. 오기성은 그의 수필 ‘기청담’에서 ‘바둑은 조화’이며 ‘심모원계를 요하는 경지’임을 지적하고 있다.동양의 예술이 무위에서 생생약동하는 것처럼 돌이 놓이기 시작하면 바위가 웅크리고 용이 뛰쳐오르듯, 또는 구름이 일거나 물이 흐르듯이 흑백이 산개하고 진구해 나간다.단지 서화는 붓의 움직임이 끝난 자리에 시각적 형상을 남기지만 바둑은 한판이 끝나면 돌을 쓸어서 치워버리고 태초의 침묵인 ‘허’만을 남긴다. 바둑문화를 집대성한 ‘바둑 박람회’가 15일부터 5일간 서울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에서 열린다.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처음 열리는 대규모 바둑축제다.지금까지 말로만 듣던 중국 비취바둑통이며 조선중기의 바둑민화 ‘사호위기도’, 바둑고서인 ‘좌은담총’ ‘현현기경’ 등 기서와 비자나무 치자나무 바둑판 등 희귀자료,그리고 각종 대국자료 등 바둑의 모든 것이 선보인다.특히 부르는게 값이라는 비자나무 바둑판은 단단한 내구성이 장점이고 치자는 본래 ‘구무’라고 해서 ‘바둑에는 말이 필요없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바둑은 항상 정치나 예술, 인생에 비유되고 그때마다 바둑의 세계는 ‘인생의 정도’를 가르친다.우리는 술수의 능함을 곧잘 바둑의 ‘단수’로 판단하려 하지만 진정한 ‘고단수’에겐 ‘단수’의 정도를 점치는 자체가 이미 무의미하다.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정치의 세계에서 노자가 반상의 세계를 두고 “마음을 비워서 고요한 것을 지킨다.(치허극수정언)”는 말에 한번쯤 귀기울여볼만 하겠다.
  • 울긋불긋 만산홍엽… 오붓한 가족여행/가을단풍 10선

    ◎가을단풍 관광 절정/선무사·「호남의 내금강」… 석양의 낙조광경 황홀/강천산­기봉계곡… 「토종단풍」 색깔곱기로 유명/통고산­인적 드물어 자연의 신비 그대로 간직 만산홍엽.전국의 산마다 온통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단풍관광이 절정에 달했다.게다가 구릉지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이 가을 시심을 부추긴다. 한국관광공사는 산행의 계절을 맞아 산과 계곡 가운데 가을단풍 10선,억새산행 5선을 뽑아 「가을철 가볼만한 곳 15선」을 내놓았다. 이는 관광공사의 관광지 안내 및 정보업무 담당자들이 선정했다.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으면서도 가을경관이 뛰어나고 비교적 교통이 복잡하지 않으면서 산책로 및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가족 산행에 적당한 곳이다. ▷운악산 현등사 계곡◁ 경기도 가평군 하면 하관리.주차장에서 현등사로 오르는 2㎞ 구간과 현등사 주변에 단풍나무 고로쇠나무 다래 산철쭉 산진달래 등이 우저겨 있다.또 무우폭포 백연폭포 눈썹바위 등 절경이 많다. ▷인제 진동계곡◁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아직 세상에 잘알려지지 않아 원시림에 가까운 숲이 잘 보전되어 있다.특히 이곳 단풍은 유달리 화사할 뿐 아니라 너럭바위 사이로 단풍빛이 어리는 맑은 계류가 일품이다. ▷소백산 남천계곡◁ 충북 단양군 영춘면 남천리.계곡이 깊고 물이 맑으며 천연림이 잘 보존되어 있다.계곡 물은 전혀 오염되지 않아 보기드문 물고기들이 많이 서식하며 근처에 남한강이 흘러 민물낚시에도 좋은 곳이다. ▷대둔산 수락계곡◁ 충남 논산시 벌곡면.고도 878m의 대둔산은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릴 정도로 수려한 자연경관을 지닌 명산이다.수락 계곡 곳곳에 여러개의 폭포와 계류가 어우러져 봄철이면 진달래,가을이면 단풍과 기암괴석이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선운산 도립공원◁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심원면·부안면.「호남의 내금강」으로 불리며 본래 도솔산이었으나 천년고찰 선운사가 하도 유명해 산이름마저 선운산으로 바뀌었다.하늘과 바다가 한 빛으로 물들어 태양이 바닷물속으로 빠져드는 황홀한 경지를 볼 수 있는 낙조대,신선이 학을 타고 내려와 놀고 갔다는 선학암등 많은 명소가 즐비하다. ▷강천산 군립공원◁ 전북 순창군 팔덕면,전남 담양군 용면.583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나 도처에 기봉이 솟아있고 계곡이 깊다.강천사를 지나 한참 오르다보면 50m 높이에 길이 75m의 구름다리가 아찔하게 보인다.개종되지 않은 순수 토종 단풍나무의 색깔이 매우 곱다. ▷나주 불회사계곡◁ 전남 나주시 다도면 마산리.불회사는 백양사의 말사로 덕룡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단번에 눈에 들어오는 화려함은 없지만 호젓한 분위기로 사람을 붙잡는다.절 주위의 전나무 삼나무 비자나무 등의 숲은 아늑한 분위기를 이루며 단풍이 가장 늦게 드는 지역으로 그 빛깔이 인근에서 가장 아름답다. ▷속리산 문장대◁ 경북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문장대는 1천45m의 석대로 가물 때가 아니면 늘 바위틈에 물이 괴어있는 석천이 있다.이곳에서는 속리산 최고봉인 천황봉과 관음봉 칠성봉 시루봉 문수봉 비로봉 등 높고 낮은 연봉들이 한눈에 들어와 전체적인 조망이 매우 좋다. ▷통고산 자연휴양림◁ 경북 울진군 서면 쌍전리.태백산맥의 명승지인 불영계곡 상류에 있는 통고산 자연휴양림은 사람이 많이 찾지 않아 자연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곱게 물든 단풍 숲속에서 산림욕을 한 뒤 불영계곡과 동해안 해변휴양지,백암온천 등과 연계하면 좋은 관광코스가 된다. ▷기백산 용추계곡◁ 경남 함양군 안의면 상원리.함양군 군립공원 제1호인 기백산에 자리잡고 있다.8㎞ 가량되는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과 기암괴석 등이 원시림상태로 잘 보존된 주변의 활엽수림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용추폭포에서 떨어지는 옥수가 부서져 물안개를 이루어 주변의 산·바위와 선경을 이룬다.
  • 계곡/다가온 휴가철(피서지 가이드:2)

    ◎울창한 수목·시원한 물줄기 “유혹” ▷신성계곡◁ 경북 청송군 안덕면 신성리.방호정이라는 정자에서 백석탄에 이르는 15㎞ 계곡을 이른다.방호정부근에서 계곡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은 낙동강 상류를 이루며 물가에는 널찍한 자갈밭과 숲이 운치를 더해준다.특히 물고기가 많아 가족들과 함께 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먹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하천속 바위가 온통 흰색이어서 마치 알프스의 연봉을 연상케하는 백석탄계곡에는 장군대라는 평지가 있다.조선조 인조반정에 가담한 김한룡이라는 사람이 순절한 부친의 갑옷과 투구를 묻었다는 전설이 있다. 청송읍∼현동면 도평리∼신성리코스와 영천∼안덕면∼신성리코스가 있다.청송농협지도계(0575­72­7035). ▷남창계곡◁ 전남 장성군 북하면 신성리.높이 6백50m의 입압산 기슭에 위치한 남창골은 내장산 국립공원(백양사지구)에 속한다.산성·은선동·반석동(새재계곡) 등 6개 계곡으로 이뤄져 있다.울창한 수목과 크고 작은 폭포가 산재해 경관이 아름답다. 비교적 알려진 곳이나 피서객들이 많이 붐비지 않고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 많아 피서지로 제격이다.유명한 백양사와 약사암·용천암 등의 암자,장성호와 비자나무숲 등이 인근에 있고 특히 계곡 상류에 위치한 입암산성(사적 384호)은 삼한시대의 축성된 것으로 볼만하다. 호남고속도로 백양사IC∼1번국도∼백양사∼내장산국립공원 남창지구로 가면된다.입장료 1천원.내장산국립공원 만남부관리사구무소(0685­92­7288). ▷남천계곡◁ 충북 단양군 영춘면 남천리 소백산국립공원 안에 있다.계곡이 깊고 물이 맑으며 아직 인적이 드물어 천연림이 잘 보존돼 있다.울창한 수목과 계곡,오염되지 않은 은옥빛 물이 비경을 연출하고 있다. 주변에는 단양 제2팔경의 하나인 북벽과 온달산성,천연기념물 온달동굴,천태종 총본산인 구인사가 위치하고 있어 단양관광도 겸할 수 있는 것이 장점.영춘면을 흐르는 남한강이 민물 낚시꾼들을 유혹한다.특산품으로 지석벼루 소백산 산나물·토종꿀·단양 6쪽마늘·대추 등이 있다. 중앙고속도로 제천IC∼강원도 영월군 남면 창월리(우회전)∼영춘면 별방리∼군간교앞(좌회전)∼영춘교(우회전)로 가면 된다.제천터미널∼영춘면,단양터미널∼영춘면간 직행및 시내버스가 운행된다.입장료 1천원.민박은 남천리 일대에 많다.
  • 남도답사 1번지/강진∼해남 가족여행 인기

    ◎청자가마터·대흥사 등 유적 고찰 즐비/고산유물관엔 시가집 등 3천점 전시/한반도육지 남쪽끝 알리는 토말탑도 가볼만 최근 가족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 있다.한반도 최남단의 전남 강진·해남지역.이곳은 지난해 미술평론가 유홍준씨가 쓴「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남도 답사1번지로 소개해 놓은뒤 답사객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지난 20년간 내가 답사의 광이 되어 제철이면 나를 부르는 곳을 따라가고 또 가고,그리하여 나에게 다가온 저 문화유산의 느낌을 확인하고 확대하기를 되풀이하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 여덟번을 다녀온 곳이 바로 강진 해남 땅이다.강진과 해남은 우리역사에서 단한번도 무대에 부상하여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일이 없었으니 그 옛날의 영화를 말해주는 대단한 유적과 유물이 남아있을 리 만무한 곳이며,지금도 반도의 오지로 어쩌다 나 같은 답사객의 발길이나 닿는 이 조용한 시골은 그옛날 은둔자의 낙향지이거나 유배객의 귀양지였을 따름이다.그러나 월출산, 도갑사, 월남사지,다산초당, 칠량면의고려청자가마터, 해남 대흥사와 일지암, 고산윤선도의 고택인 녹우당,그리고 땅끝(토말)에 이르는 이 답사길을 나는 언제부터인가 남도답사 일번지라고 명명하였다…』유홍준은 조국강산의 아름다움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산과 바다, 들판이 있기에 주저없이 일번지로 내세우고 있노라 한다. 서울쯤에서 자동차로 6시간이면 전남 강진에 닿는다.강진에는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시인 영랑 김윤식의 생가가 강진읍내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터에 자리하고,마당 한편에는 꽃진 모란 무리와 시비가 세워져 있다.영랑생가는 몇차례 전매되면서 일부 변형됐다가 지난 85년 군에서 매입,원형을 복원했다. 영랑의 생가를 보고 군청에서 18㎞쯤 떨어진 대구면일대의 신비의 고려청자 도요지(사적 68호)를 찾아가 보자.일찌기 국립중앙박물관장 정양모씨가 가마터에서 발견된 새초롬 파르스름한 고려청자 조각을 보며 반해서 찬사를했던 곳. 고려 전시대에 걸쳐 1백70개의 가마터가 총망라돼 있던 고려자기의 모태이자 청자연구의 기반이 되는 이곳에는 올해말 완공을 목표로 1천평규모의 고려청자 도요지전시관이 한창 공사중이다. 또 군청에서 8㎞쯤 떨어진 도암면 만덕리 귤동에는 조선말 실학을 집대성한 대학자요 사상가이며 경륜가인 다산 정약용이 유배생활을 하던 다산초당(사적 제107호)이 있어 답사길에 나선 이들을 맞는다.다산은 18년 귀양생활중 이곳에서 10년간 머물며 후진을 기르고 저술에 힘썼다.목민심서등 5백여권의 저서를 이 곳에서 완성,이를 총정리한 여유당전서를 남겼다.초당을 나와 땀을 씻고 풍광이 시원한 천일각에서 구강포구를 바라보는 맛도 일품이다.해남읍에서 3㎞를 달리면 연동리에 잘 정돈된 고산 윤선도유적지가 있다.특히 해남 윤씨의 종가인 녹우당(사적 제167호)은 풍수지리에 따라 덕음산(덕음산)을 진산으로 ㅁ자형 가옥구조로 조선시대 양반가옥의 모양을 잘 전해주고 있다. 뒷산에는 비자나무숲(천연기념물 제241호)이 우거져 있다. 이웃한 고산유물관에는 국보 제240호인 고산의 증손 윤두서자화상을 비롯,중년에 연동으로 내려와 해남 금쇄동과 완도·보길도를 오가며 남긴 산중신곡집·어부사시사등 3천여점의 유물이 보관,전시돼 문화의 맥을 전한다.해남읍내에서 43㎞쯤 내려가면 한반도 육지부 최남단인 「땅끝」에 닿는다.사자봉아래 깎아진 절벽에는 땅끝을 알리는 토말탑이 세워져 있다. 북위 34도17분38초,동경 126도6분01초에 위치한 토말탑은 높이 10m의 삼각구조물.유홍준의 말대로 땅끝에 서서 인생과 역사를 추스려볼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여간 뜻깊은 일이 아닐수 없다.땅끝으로 가는 길은 오갈데 없는 절망의 벼랑처럼 생각하기쉬우나 우리나라에서 둘째로 아름다운 산경, 야경 해경을 보여주고 있다는 이 코스를 한번 답사해볼만하다.
  • 단풍 산행철/홍엽의 명산들이 유혹한다

    ◎산별 절정기와 특색/예년보다 빨리 지난달 하순 시작/설악산=내주,내장산=새달초 절정/“기온 급감 대비 여벌 옷 준비… 해지기전 하산토록” 단풍과 함께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산마다 초록의 낡은 옷을 벗고 빨강과 노랑의 화려한 외출복으로 갈아입으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가을산의 압권이라 할수 있는 단풍을 찾아 떠나보자. 기상청은 올해 첫 단풍은 예년보다 4∼5일 빠른 지난달 22일 설악산부터 시작돼 10월 중순 쯤이면 전국 대부분의 지방이 단풍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보했다. 유명산의 첫단풍시기는 지리산 6일,한라산 9일,속리산 13일,계룡산 14일,내장산 15일 등이다. 그러나 단풍 절정기는 단풍이 들기 시작한뒤 보름쯤 후에 찾아와 설악산이 다음주,오대산과 지리산 셋째주,속리산·계룡산·한라한 넷째주,내장산 11월초 등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풍산행의 대상지로는 우선 설악산·오대산·지리산·내장산등의 국립공원이 으뜸으로 꼽힌다.현재 산 중턱에 단풍이 한창인 설악산은 유난히 새빨간 단풍이 주변의 기암절벽과 어우러져 요소요소에 절경을 이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산세가 커서 웅장하고 규모가 큰 단풍풍경을 볼수 있는게 설악산 단풍산행의 큰 매력이다.가야동계곡·천불동계곡·공룡능선·구곡담계곡 등이 유명 단풍산행코스로 꼽힌다. 오대산은 빨갛고 노랗게 물든 활엽수 단풍이 전나무숲과 교묘한 조화를 이뤄내 사람들을 감탄시킨다.오대천 상류 월정사에서 상원사에 이르는 코스가 유명하다. 웅장한 산세를 지닌 지리산은 계곡이 넓어 시야에 많은 단풍을 품을수 있어 좋다.단풍을 멀리 넓게 음미할수 있는 곳으로는 최적의 장소다.칠선동계곡·피아골·뱀사골 등이 유명 단풍산행코스.대성동계곡도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단풍이 뛰어난 곳이다. 초입부터 아기단풍이 반기는 내장산은 단풍에 압도될 만큼 현란한 단풍의 「바다」를 이룬다.그러나 인공적인 면이 강한 것이 흠.내장사에서 신선봉에 이르는 계곡의 단풍이 기암절벽과 어울려 돋보인다.단풍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내장사 옆의 비자나무숲도 꼭 한번 들를만한 곳.자연적인 단풍에 더 호감이 간다면 백학봉 일대에 굉장한 단풍숲을 이루는 내장산 바로 옆의 백암산을 찾는 것이 좋다. 서울시민이라면 굳이 멀지않게 근교로 가볍게 단풍나들이를 가도 좋을 듯.이번달 말쯤이면 북한산과 도봉산에도 단풍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이는데 바위가 많은 도봉산 단풍이 북한산보다 돋보인다.어렵지 않게 능선을 종주하면서 발아래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단풍을 즐길수 있어 좋다.이밖에 월악산·치악산·적상산 등도 단풍산행으로 손꼽힌다. 단풍이 예년보다 일찍 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단풍나들이를 계획하는 사람들은 조금 서두르는 것이 좋을 듯 싶다.또 가을산은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산행시 원드재킷·스웨터·모직남방 등의 옷을 여벌로 준비하고 산행을 일찍 시작해 반드시 일몰전에 하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가죽나무/무늬 특이… 가구 등 치장재로 이용(나무이야기:16)

    ◎잎길이 80㎝… 그늘 넓어 가로수로 적격/“뿌리 삶은 물 피부병에 효험” 전해져와 가죽나무는 중국산이나 오래전 우리나라에 들어아 가로수 공원수 주택가의 녹음수로 많이 심어졌다.가죽나무란 가짜 죽나무란 뜻이며 가중나무(가승목)라고도 쓴다.이 나무와 닮은 나무로 역시 중국에서 온 멀구슬나무과의 참죽나무(진승목)가 있어 좋은 대조를 이룬다.그러나 가죽나무는 과(과)마저 다른 소태나무과이다.옛날에는 가죽나무를 가승목 또는 저수(저수)라 하여 천시해 왔다.저라는 뜻은 「나쁜나무 저」 또는 「개똥나무 저」라 읽는데 식물에 「개」자가 붙은 것은 무언가 부족하고 못하다는 뜻으로 개다래,개머루,개비자나무,개살구 등 수 없이 많다. 옛 사람들이 혹평한 것은 잎에서 냄새가 나고 기건비중 0.70의 무게에 비해 강도가 약한데다 나무결이 거칠며 잘 썩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그러나 최근 목재가공기술의 발달로 전에 쓸모없다던 이 나무의 무늬가 특이해 가구재 등 치장무늬목으로 널리 이용되며 합판 가구용재뿐 아니라 펄프재로도 좋아 지금은 없어서 못쓰는 실정이다.이외에도 농기구나 건축의 잡용재료도 많이 이용된다.또 가죽나무는 수관(수관)인 넓게 퍼져 많은 양의 그늘을 주어 가로수로 적격인데 중국 북경 교외의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끝없이 심어진 가죽나무 가로수는 매우 인상적이다.이 나무는 낙엽활엽 교목으로 수고 25m,지름 1m까지 크게 자라 독일말로는 천국나무(Gotter baum),영국에서는 하늘나무(Tree of Heaven)라고 부른다.이 나무의 속명 Ailanthus는 남양 말라카섬의 토인들이 쓰는 방언으로 Alianto가 있는데 여기서 유래된 것으로 하늘까지 올라가는 하늘의 나무(천수)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잎의 길이는 60∼80㎝이고 소엽은 13∼25개이며 소엽 아래쪽에 큰 톱니가 3∼4개 있다. 암수 나무가 따로 있으며 꽃은 초록빛 또는 백색으로 6월에 핀다.가을이 되면 암나무는 소나무보다 잎이 먼저 떨어진다.열매는 봄까지 달려있다. 민간요법으로 잎과 뿌리를 삶은 물은 피부병치료에 쓰이고 뿌리의 내피(내피)에는 이소게르사이트린(Isoguercitrin)이란 성분이 있어 이질과 부인병에 쓰인다.
  • 피나무/껍질 용도 다양… 밧줄·한지 등 원료로(나무이야기:15)

    ◎키 20m 낙엽활엽수… 중부이북서 자라/6월에 꽃피고 목재는 고급식탁재로 피나무는 한자로 피목으로 쓴다.나무의 껍질 즉 섬유의 쓸모가 많음을 알 수 있다.Tilia란 속명은 그리이스어 Tilo에서 왔는데 뜻은 섬유를 의미한다.영어로는 Basswood라 부른다.Bass란 나무의 속껍질을 뜻하는 Bast란 나무의 속 껍질을 뜻하는 Bast가 변한 것인데 수피의 용도가 많아 속껍질 나무라는 이름을 얻었다.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름의 유래가 같은 뜻을 담고있는 식물이 상당수 있어 재미있다.또한 보제수로도 쓰고 보리수나무로 읽는데 이때의 보리수나무는 한국산이 아니다.보제 또는 보리(보제)란 불도 또는 정도라는 범어의 Bodhi에 해당한다.우리나라산 피나무의 잎은 얼핏보기에 인도보리수나무(Bo Tree)의 잎을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생각된다. 피나무는 중부이북의 산지와 중국,몽골,아무르지방에 분포한다.낙엽 활엽교목으로 수고 20m,직경 1m에 달하는데 내음성,내한성과 공해에 강하다.건조에 견디는 힘은 다소 약하다.목재의 질이 뛰어나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통나무를 그대로 파서 만드는 함지박,나무절구통,나무쌀통 등의 최적재로 꼽혀왔다.특히 떡을 치는 안반재로도 많이 쓰였고 최근에는 비자나무,은행나무의 대용재로서 바둑판,장기판 등에 쓰이며 각종 민예품조각재와 향나무,포플러 대용으로 연필,성냥 등에 쓰인다.또한 주걱과 젓가락으로도 사용되었고 특히 그릇의 자국이 나도 물기있는 행주로 닦으면 감쪽같이 자국이 없어지는 특성으로 밥상의 천판재로 손꼽힌다.유럽에서는 이 나무를 스펀지재(Sponge Wood)라 하여 식탁의 천판재로 최고급재 대우를 한다.껍질의 인피섬유는 아주 질겨 밧줄과 삿자리를 만든다.꽃은 향기가 강하고 밤나무꽃이 진 이후인 6월에 피어 귀중한 밀원자원을 공급한다.열매는 염주를 만들어 불가에서는 이 나무를 즐겨 심는다.이 외에 닥나무 대용의 한지원료로 쓰는등 용도가 다양하다.피나무의 열매는 우리나라에서는 8월 하순경이 되면 씨앗속이 젖처럼 물컹한데 이런 유숙기에 따서 포지에 바로 뿌려야 싹이 잘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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