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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 문재인 정부 손에 넘겨진 ‘국민연금’ 폭탄, 이번에는?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 문재인 정부 손에 넘겨진 ‘국민연금’ 폭탄, 이번에는?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후 복지부는 다음 달인 12월을 목표로 개편안 수정에 들어갔는데요. 국민연금은 돈을 벌 때 매 달 보험료를 내고 나이가 들어 기본적인 생활도 못하게 됐을 때 매달 돈을 돌려받는 ‘사회보장제도’입니다. 보통 가입 때부터 만 60세가 되기 직전까지 돈을 내고, 출생연도에 따라 다르긴 한데 만 61~65세부터 돈을 받기 시작하죠. 가입기간이 얼마나 오래 됐는지, 그리고 자신의 일생 소득에 따라 매달 받는 돈은 다릅니다. 그럼 국민연금이 왜 갑자기 이슈가 됐을까요. 국민연금법 시행령 11조를 보면 복지부는 5년마다 국민연금 운영 계획을 새롭게 짜야 합니다. 계획에는 국민연금 재정 전망 그러니까 언제 연금이 다 소진되고, 보험료를 얼마나 더 받아야 하는지 등이 포함되고요. 법에 따르면 이 내용을 9월 말까지 대통령 승인을 받아서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올해 2018년이 그 계획을 짜는 해이고 9월 말에서 시기는 좀 넘겼지만 대통령한테 절차에 따라 보고를 했는데 재검토하라고 지시가 내려온 거죠. 그렇게 자연스레 사람들 관심도 쏠린 겁니다. 복지부가 보고한 초안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 안은 최대한 쌀을 많이 거두고, 대신 미래에 국민들에게 돌려줄 쌀의 양은 줄이는 겁니다. 그럼 창고에 쌀이 자연스레 쌓이겠죠. 두 번째 안은 이것과 반대의 개념인데요. 쌀을 거두기는 거두되 적당량만 거두고, 미래에 국민들에게 돌려줄 쌀의 양은 최대한 늘리는 겁니다. 창고에 쌀은 아무래도 첫 번째 안보다 남아나지 않겠죠. 결국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가 우선’이냐, ‘국민들의 노후소득 보장이 먼저’이냐 차이입니다. 복지부는 문 대통령에게 이 두 가지 안을 다 보고했는데 청와대는 “전반적으로 두 가지 안 모두 국민들에게 거두는 쌀의 양이 많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재검토 지시를 내린 겁니다. 국민들에게 최대한 부담을 안주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본거죠. 제가 쌀에 비유해 설명했지만 여기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가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입니다. 소득대체율은 노후에 매달 연금으로 받게 되는 액수를 뜻합니다. 소득대체율이 45%라면 우리가 직장 다닐 때 벌던 돈의 45%를 매달 연금으로 받게 된다는는 말이죠. 보험료율은 현재 9%의 적용해 설명해보면 직장인 가입자의 경우 월 3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있으면 회사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니까 제외하고 월 13만원 5000원을 내는 겁니다. 앞에 제가 설명 드린 상황에 대입해보면 나중에 국민들이 받는 쌀의 양이 소득 대체율, 곳간에 쌓아놓은 쌀이 보험료율이 되겠죠. 현재 복지부가 내달 말을 목표로 부랴부랴 안을 다시 만들고 있지만 최근 연금 전문가이자 문재인 캠프에서 복지공약을 주도한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사회수석으로 임명된 것에 보다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 수석이 예전부터 계속 주장한 게 소득대체율은 현재 45%에서 50%까지 늘리자, 그런데 보험료율 인상은 최대한 자제하자는 거거든요. 청와대가 복지부의 안을 거부하며 제시한 방향과 비슷하죠. 보험료 인상이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고 청와대가 했잖아요. 국민연금이 출범한지 30년이 됐습니다. 3%로 시작한 보험료율은 1998년 9%로 오른 뒤 20년째 변화가 없습니다. 처음 70%였던 소득대체율도 지금까지 두 차례의 조정만 있었을 뿐입니다. 그만큼 다루기 어려운 문제라는 말이겠죠. 앞으로 국회에 제출될 정부안, 다양한 전문가안, 사회각계의 안을 놓고 제대로 개편논의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 팟캐스트는 ‘팟빵’이나 ‘팟티’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 팟빵 접속하기 - 팟티 접속하기
  • “단체대화방서 ‘설명충’ ‘진지충’ 놀리면 학교폭력”

    “단체대화방서 ‘설명충’ ‘진지충’ 놀리면 학교폭력”

    학생들 사이에서 많이 쓰는 비하적인 표현 ‘OO충’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행정1부(부장 한재봉)는 대구 모 중학교 3학년 A양이 학교 교장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A양은 지난해 1학기 같은 반 학생이던 B양이 수업시간에 과제 등을 발표할 때 ‘설명충’, ‘진지충’이라며 수차례 놀렸다. 단체 대화방에서도 B양에게 비슷한 표현으로 놀렸다. 이에 B양은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신고했고, 학교 측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A양에게 서면 사과와 교내 봉사 5일(10시간), 특별교육 이수 2일 등 조치를 의결했다. A양은 학교 측 조치가 잘못됐다며 대구시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A양 측은 재판에서 “피해 학생에게 사과했는데도 학폭위가 피해 학생의 주관적인 감정을 기초로 한 진술만 믿고 학교폭력 처분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양이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다른 학생들과 함께 동급생을 놀린 것으로 보이지만 ‘OO충’이라는 표현은 사람을 벌레에 비유해 비하·비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학생이 문제의 언어폭력으로 입은 정신적 피해가 가벼워 보이지 않는 만큼 학교 측이 A양에게 선도·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금요칼럼] 세종시 신청사 설계 논란과 공정성을 위한 국제 표준/황두진 건축가

    [금요칼럼] 세종시 신청사 설계 논란과 공정성을 위한 국제 표준/황두진 건축가

    건축계가 시끄럽다. 세종시 신청사 국제설계공모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고 그 결과 세종시의 기본 개념에 맞지 않은 안이 당선되었다는 이유로 심사위원장과 일부 심사위원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금 여기에 대해 온갖 의견이 오가는 중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 무엇이 공정한 절차인가?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종종 일어난다. 이번에는 그 문제가 건축을 통해 드러났을 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새삼스럽게 논의를 해야 하는 문제일까? 우리는 정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르는 것일까?그렇지 않다. 이미 인류가 오랫동안 함께 고민해 온 문제다. 인류의 건축은 중요한 설계공모를 계기로 비약적인 발전을 해올 수 있었다. 르네상스의 상징인 피렌체 대성당의 돔은 물론, 20세기 건축계에 일대 충격을 준 프랑스의 퐁피두센터 등이 모두 설계공모를 거쳤다. 이렇게 누적된 지혜를 모아 절차에 대한 답도 만들어 두었다. 즉 설계공모의 공정성을 위한 국제 표준은 이미 존재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유엔이 인정하는 유일한 국제적 건축 단체인 유아이에이(UIA)의 ‘국제설계공모 지침’이다. 핵심적인 것만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제7항에 의하면 참가자들은 오직 익명으로만 참여하고 심사받는다. 따라서 참가자의 신상이 심사위원에게 공개되는 그 어떤 종류의 접촉도 규정 위반이다. 제21항은 ‘주최자는 심사위원의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UIA의 승인하에 진행된 설계공모의 결과에는 강제성이 있다. 제29항은 저작권에 대한 것이다. 설계자는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며 발주처는 임의로 당선작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제33항에서는 심사위원이 사전에 구성되고 그 이름이 지침서에 명기되어야 함이, 제35항에서는 심사위원의 과반수가 외국인이어야 함이, 제36항에서는 심사위원 중 최소 한 명을 UIA가 지명해야 함이, 제38항에서는 UIA대표는 제반 규정이 준수되지 않으면 철수해야 함이, 그리고 제41항에서는 심사위원은 설계경기 및 이의 추진을 위한 어떠한 위원회에도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없음이 명기되어 있다. 발주하는 측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자기의 손과 발을 다 묶어 버리는 지침이다. 그렇다면 왜 이를 감수하는 것일까? 그래야 공정성이 확보되기 때문이고 국내외의 뛰어난 건축가들이 참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헌신이 필요한 설계공모에서 그 공정성이 의심 받으면 훌륭한 인재들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은 것이다. 즉 기필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는 주최 측의 투철한 소명의식이 있을 때, 그들은 기꺼이 스스로의 손발을 묶고 그 절차를 제3자에게 위임할 것이다. 이를 3권 분립의 정신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지침서는 입법이다. 명징한 언어로 그 현상공모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 내야 한다. 열린 아이디어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그 언어 자체는 명확해야 한다. 참가자는 그 지침서의 내용에 본인의 해석을 더하여 계획안을 만든다. 심사위원 역시 판단의 기준은 지침서다. 그런데 만약 지침서를 만드는 데 관여했던 사람들이 심사를 하게 되면 그 압도적 권위로 다른 심사위원들의 논의를 무력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비유하자면 입법과 사법이 분리되어야 하는 이치와도 같다. 굳이 UIA의 이름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런 정신을 잘 이해하고 설계공모를 진행한다면,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고민을 접어두고 오직 결과물의 질에 대해서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역으로 이러한 국제 표준과 그 정신을 굳이 지키지 않으려 하는 이들이 있다면 바로 그들이 공공의 적이다. 앞으로도 두고 볼 일이다.
  • 박진영 “데이식스와 함께 작사”… ‘하지 말라면 더 하고 19’ OST ‘초콜릿’ 발매

    박진영 “데이식스와 함께 작사”… ‘하지 말라면 더 하고 19’ OST ‘초콜릿’ 발매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이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데이식스(DAY6)의 신곡 ‘초콜릿’(Chocolate) 발매를 알렸다. 박진영은 이날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 등을 통해 ‘초콜릿’이 공개된 직후 ‘초콜릿’의 작사·작곡 정보 등이 담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초콜릿’의 작사가에는 박진영의 필명인 ‘더 아시안소울’과 데이식스 멤버 제이(Jae·본명 박제형)와 원필(본명 김원필)의 이름이 기재됐다. 박진영은 게시글에 “처음으로 아이들과 같이 가사를 써봤는데 어떤가요. 물론 chocolate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아이들이 낸 거구요”라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이날 음원으로 공개된 ‘초콜릿’은 웹콘텐츠 제작사 플레이리스트의 웹드라마 ‘하지 말라면 더 하고 19’의 첫 번째 OST다. 사랑하는 상대방에 대해 설레는 마음, 그 멈출 수 없는 달콤한 순간을 ‘초콜릿’에 비유해 풀어냈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19’는 10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웹드라마 ‘에이틴’의 후속작이다. 수능시험을 앞둔 고3 5명의 청춘과 로맨스를 그렸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며칠 전 한영 번역을 하며 ‘신입생’을 ‘a freshman’으로 했다가 아차 싶어 얼른 ‘a first-year student’로 바꾸었다. 나름 조심한다 하는데도 이따금 실수를 하고 만다. 그러고 보니 페이스북에 ‘딸이 시집 갈 때’라고 썼다가 황급히 ‘딸이 결혼할 때’로 바꿔 적기도 했다. 어찌 됐든 시대에 걸맞은 표현은 아니지 않은가.어느 모임에선가 후배 커플을 만났을 때 얘기다. 여자는 꼬박꼬박 존대를 하고 남자는 당연하다는 듯 “야, 너”라고 불러 난감한 적이 있었다.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남자가 2년 후배라 꼬박꼬박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쫓아다니고 여자가 오히려 면박을 주던 사이였건만, 두 사람은 당연하다는 듯 역전된 관계를 받아들였다. 이런 식의 고착화된 성 역할은 ‘구글’에도 존재한다. 얼마 전 성 구분이 없는 터키어 ‘O bir asker’(군인이다)를 ‘He’s a soldier’로, ‘간호사’는 ‘She’s a nurse’로 번역해 한바탕 시끄러웠다. 사실 우리 번역서를 펼쳐 보면 부부 사이에서 남자는 하대를, 여자는 존대를 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영어야 존대, 하대의 구분이 없을 텐데도 번역자들은 무슨 대수냐는 듯 그렇게 남녀의 서열을 정해 버리고 만다. 성평등이 해소되고 있다고들 하지만,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지고 여성이 맘 편히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기껏 100년 안팎이다. 남성 위주, 남성 편의 사회가 빚어낸 오랜 차별을 바로잡기엔 너무도 짧은 시간일 수밖에 없다. 특히 언어가 그렇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 낸 단어, 표현들이 그 속에 뿌리 깊은 차별과 왜곡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man’은 사람이지만 ‘woman’은 사람이 되지 못한다. 여성은 결혼하자마자 하녀처럼 남편 식구들을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라고 불러야 한다. 미혼모, 여교수. 녹색어머니회 같은 표현은 여전히 당연하고 당당하기만 하다. 만일 언어가 거울이라면, 거울 속 자신의 왜곡된 모습에 여성은 한껏 위축될 수밖에 없으리라. 아니 오히려 거울도 여성에게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여자여, 난 네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영어는 오래전부터 불평등을 고치려 노력했다. 그래서 ‘chairman’은 ‘chairperson’이 되고 ‘fireman’은 ‘firefighter’로 바뀌었다. “Everybody goes to school, doesn’t he?”의 ‘doesn’t he’는 이제 ‘don’t they’로 고쳐 쓴다. 언어가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 반성한다는 얘기다. 여성에게 언어가 허락되지 않았던 시절 아리스토텔레스가 남성의 성 메커니즘에 빗대어 서사문학의 플롯을 만든 이후 펜으로서의 남성이 여성의 몸을 백지로 비유하고 희롱하는 식의 표현 방식은 얼마든지 있어 왔다. 남자는 나비가 돼서 이 꽃 저 꽃을 탐하며 돌아다니고 가을 낙엽은 화냥년처럼 한껏 분칠을 하고는 노골적으로 남심을 유혹한다. 문제는 그런 식의 표현들이 전지전능도 아니고 만고의 진리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시대가 변하면 언어도 변해야 한다. 이미 1970년대 제2세대 여성학자 헬렌 식수, 루스 이리가레 들은 아리스토텔레스류, 남성 중심의 언어, 문학에 맞서 “여성이여, 네 몸을 써라(Write your body)”라고 선언하지 않았던가. 지금의 시각으로 과거를 단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과거의 기준이 현재의 잘못을 정당화할 수도 없다. 저 표현들도 그때는 맞았을지 몰라도 지금은 틀리다. 무의식적으로 모르고 했을지라도 행여 누군가 아파한다면, 왜 그런지 돌아보고 반성할 일이다. 그래야 어른이다. 어른은 그래야 한다. 여성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유리천장으로 승진 길을 막거나 기존 성역할을 강조하는 광고를 내보내는 것만 “여혐”이 아니다. 내 언어 속의 여성 비하를 외면한다면, 알면서도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 역시 여혐일 수밖에 없다. 진정한 성평등 사회라면 언어라는 이름의 거울 속에서 여성도 여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생각의 차이를 참을 수 없을 때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생각의 차이를 참을 수 없을 때

    며칠 전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회사 생활과 불교 사상의 흥미로운 관계에 대한 글을 보았다.“회사 생활은 모든 것이 고통이고(일체개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아무리 치열하다 한들 사실은 다 무상한 것이며(제행무상), 진정한 나란 그곳에 없음(제법무아)을 깨달아야 한다.” 적절한 비유에 많은 이들이 동의를 표했고 나 역시 내용을 음미하며 즐거움을 잠시 만끽했다. 그리고 곧바로 ‘왜 사람들은 서로 의견이 일치할 때 이를 기뻐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우리의 일상은 생각의 교환으로 이루어진다. 읽고 듣고 말하고 쓰는 모든 것은 타인의 생각을 파악하고 내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SNS의 시대에 특히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이 쉽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수 있게 된 만큼 자신의 의견과는 다른 타인의 의견을 보았을 때 이를 바꾸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는 것이다. 물론 매우 희귀하게 자신의 독창적인 의견이 널리 받아들여져 자신의 가치가 높아지고 들인 시간과 노력의 보상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지성과 논리는 생각하는 것만큼 뛰어나지 않으며 상대를 설득하기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 헛물을 켜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비효율적인 노력을 반복해 경주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어쩌면 이 욕망, 곧 의견의 일치를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바람에는 보다 근원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의견의 일치가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생존과 번식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이로 인해 타인과의 의견 차이에 대해서는 고통으로, 의견의 일치에 대해서는 기쁨으로 반응하게 되었으리라. 어쩌면 원시 부족사회에서 의견이 일치된 부족이 그렇지 않은 부족에 비해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았거나 타인과 마주쳤을 때 적과 아군을 판별하기 위해 특정한 문제에 대한 의견 일치 여부를 따졌을 수 있다. 사실 인류의 역사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죽여 온 역사이며 20세기까지도 자신의 종교나 정치적 정체성으로 생존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들이라도 종교와 정치를 대화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오래된 연장통’의 논리에서 간단한 해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오래된 연장통’은 과거의 환경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우리의 본능을 말하며 따라서 현대의 삶에 이를 적합하게 만들기 위해 이성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논리를 의견의 차이를 발견할 때마다 참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곧 의견의 차이가 만드는 고통에 의한 충동을 자제하고 그 의견이 정말로 나의 안위를 위협하는 의견이 아니라면 타인의 의견을 그대로 인정하고 자신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데나 힘쓰라는 것이다.‘법인’은 불교의 핵심을 말하며 네 가지 법인을 사법인이라 일컫는데 여기에는 서두에서 언급된 ‘일체개고’, ‘제행무상’, ‘제법무아’에 번뇌를 극복하는 이상적 상태를 일컫는 ‘열반적정’이 더해진다. 우리가 나와 다른 타인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열반적정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 음악부터 듣고 가라 인물 감정 보일테니

    음악부터 듣고 가라 인물 감정 보일테니

    바그너의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라인의 황금’이 11월 14~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2005년 러시아 지휘자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페라단의 초연이 있었지만 국내 제작은 처음이다. 총 공연시간만 16~17시간에 이르는 장대한 이야기, 덩치 큰 바그너 전문 가수들의 아리오소(레치타티보와 아리아의 중간 형태 노래), 박수 한 번 칠 틈을 주지 않는 무한선율 등 명성만 듣고 공연장에 갔다가 지레 감상을 포기하는 것이 대체적인 관객의 모습이다. 한국 제작 초연을 앞두고 이른바 ‘반지 사이클’(‘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조금이라도 친숙하게 보는 법을 바그너 애호가(바그네리안)와 음악계 관계자들에게 물어봤다.1 줄거리·인물을 알고 가라 당연한 말이지만 대략적인 줄거리와 인물을 알고 가는 게 좋다. 천계의 신과 거인족, 난쟁이족이 절대권력의 ‘반지’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이야기는 언뜻 소설 ‘반지의 제왕’을 연상하게 한다. ‘라인의 황금’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날 밤, 즉 ‘서야’(序夜)에 해당한다. 각각의 인물에 관심을 갖는 것도 감상법이 될 수 있다. 대부분 신들의 우두머리 ‘보탄’에 주목하지만, 북유럽 신화 속 ‘불의 신’ 로키에서 유래한 인물인 ‘로게’를 유심히 볼 수도 있다. 극에서 협잡꾼으로 묘사되는데, 마블영화 ‘토르’의 동생 ‘로키’가 연상되기도 한다. 조연이지만 로게의 대사 안에는 향후 전개를 예상할 수 있는 복선이 깔려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유정우 한국바그너협회장은 “비슷한 규모의 다른 오페라와 비교하면 ‘반지’의 등장인물은 오히려 적다”며 “어렵다는 선입견을 굳이 가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윤호근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바그너는 젊었을 때 ‘나사렛 예수’라는 오페라를 구상했었는데, 이 작품에 담긴 ‘사랑’이라는 테마가 성경에서 신화로 옮겨진 것”이라며 “‘라인의 황금’은 단막이지만 4장으로 구성돼 하늘과 땅, 지하세계가 모두 그려진다”고 말했다. 2 ‘알베리히’는 어떻게 두꺼비로 변할까 북유럽과 게르만 신화를 바탕으로 한 거대한 이야기는 사실 무대로 재연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번 공연은 4부작의 총 제작비가 120억원에 이르지만, 자칫 어설프게 연출하면 이 같은 물량 투입이 웃음거리로 남기도 한다. 특히 ‘라인의 황금’에서는 지하세계의 황금이 어떻게 표현될지, 보탄과 로게가 두꺼비로 변한 난쟁이 ‘알베리히’를 포박하는 장면이 어떻게 연출될지 등에 대체로 관심이 쏠린다. 이번 연출은 2011년 판소리 ‘수궁가’를 연출하기도 한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연출가이자 미술가인 아힘 프라이어가 맡았다. 유 협회장은 “신으로 대변되는 귀족세력의 몰락, 황금을 매개로 한 자본가 계급의 등장 등 바그너가 작품에서 투영하려 한 19세기의 문제를 프라이어 같은 독일 연출가가 시각적으로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3 라이트 모티프에 귀 기울여라 사실 전문가들은 줄거리보다는 음악을 먼저 듣고 가라고 조언한다. 특히 바그너의 작품에서는 ‘음악적 코드’인 라이트 모티프(유도 동기·주요 인물이나 감정을 암시하는 악구)가 사용된다. 이제는 할리우드 영화음악에서도 사용되는 작곡 기법이 됐지만, 그 시작인 바그너의 작품에서는 더욱 복잡하게 다뤄진다. 학자에 따라 작품에 사용되는 라이트 모티프가 120여개에 이른다고도 분석된다. 특히 ‘자연의 동기’ 등 ‘라인의 황금’에서 제시된 라이트 모티프는 전 작품에 걸쳐 변주되고 새롭게 조합된다. 라이트 모티프가 귀에 들리면 들릴수록 ‘반지 사이클’의 매력은 더욱 커진다는 게 바그너 애호가들의 설명이다. 서정원 전 한국바그너협회 실행위원은 “라이트 모티프는 형식적인 꼬리표가 아닌 드라마 전체를 조직하는 설계도”라며 “그것을 인지한 청자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정서적 가이드”라고 비유했다. 김원철 음악칼럼니스트는 “독일어 특정 단어가 나올 때 나오는 음악이 있는데, 그것이 작품에서 굉장한 효과를 낸다”면서 “라이트 모티프에는 논리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라인의 황금’의 뒤를 잇는 ‘발퀴레’와 ‘지그프리트’는 2019년에, ‘신들의 황혼’은 2020년에 각각 공연될 예정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왜 혼례는 신부 집에서 했을까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왜 혼례는 신부 집에서 했을까

    SNS의 발달로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청첩장으로 주말엔 정신이 없다. 은퇴자에게 가장 무서운 것이 청첩장이라더니 실감 난다. 그 흔한 청첩장마저 돌릴 기회조차 포기한 젊은이들을 삼포 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라 한다. 옛날에는 시집 장가 못 가고 죽은 처녀, 총각 귀신을 가장 악질이라고 했다. 얼마나 한이 되고 억울했으면 모든 화기가 이로부터 나온다 했을까. 그만큼 혼인을 중요시해 신랑은 벼슬아치가 입는 관복을 입고 관청에서 빌려준 말을 타고, 신부는 왕비나 할 수 있는 원삼족두리로 치장하는 것을 허락했다.조선 중기까지는 혼인 첫날 신랑이 종들을 데리고 저녁 무렵 처가에 당도하면 진수성찬으로 대접받고 신부와 동침에 들어가 첫날밤을 보냈다. 둘째 날은 남침이라 하여 처가 친척들과 신랑 친구, 하객들을 위한 잔치를 벌였다. 셋째 날은 신랑 신부가 비로소 초례상을 마주 보고 혼례식을 올린다. 이를 동뢰연이라 했다. 중국은 우리와 달리 신랑이 신부를 모시고 와 남자 집에서 혼례를 치렀다. 이를 친영례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남자가 여자 집에 가 혼례를 치렀다. 음이 양을 따르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 우리의 음양이 뒤바뀌어 남자인 양이 음인 여자 집으로 가 혼례를 치러 중국인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1430년 음력 12월 22일 세종은 우리는 왜 혼례를 중국처럼 남자 집에서 치르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김종서에게 물었다. 만일 여자가 신랑 집으로 들어가게 되면 여자가 노비와 의복, 기구와 그릇 등 모든 살림살이를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곤란하며, 남자도 가난하면 신부를 맞는 것이 부담돼 신랑 집에서도 이를 꺼려 왔다고 했다. 조선시대는 신접 살림살이를 모두 신부 집에서 마련했는데, 이를 자장, 비수개라 했다. 자장의 폐단이 얼마나 심했으면 실학자 이덕무(1741~1793)는 “딸을 시집보내려면 혼수 마련에 많은 돈과 재물이 들기 때문에 딸을 낳으면 집안을 망칠 징조라 하고, 어린 딸이 죽으면 사람들은 얼마의 돈을 벌었다는 말로 비유해 위로하는데, 이것은 인륜과 도덕이 여지없이 타락한 것이니 어찌 한심한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혼수의 폐단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돈 없어 시집 장가 못 간다는 삼포 세대의 외침이 결코 빈말이 아니다. 조선시대 내내 신랑 집에서 혼례를 치르고자 노력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경국대전’에서 남자 15세, 여자 14세가 돼야 혼인토록 했으나 열 살 안팎의 조혼이 많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조정에서는 남자 집에서 행하는 친영을 주장하다가도 막상 딸을 시집보낼 때는 언제 그랬느냐며 자기 집에서 혼례를 치렀다. 왕들의 당부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료와 백성들은 여전히 여자 집에서 혼례를 치렀다. 그러나 1970년대 제3의 장소인 ‘예식장’이 생기면서 수천 년 이어 온 혼속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결혼식은 몇 시에 하면 좋을까. 시뻘건 대낮? 아니다. 저녁 무렵 신시(오후 3~5시)가 가장 이상적이다. 저녁에 신부를 맞이하기 때문에 황혼 혼(昏) 자를 써 혼례라 한 것이다. 이때는 만물이 타고난 음기의 성질을 부여받고, 그 형체를 완성하는 시간이다. 곧 이어 유시(오후 5~7시)가 되면 음양이 서로 같아져 조화를 이룬다. 이 때문에 명나라 때 팽대익도 ‘산당사고’에서 “신부집에 예단을 보낼 때는 반드시 아침에 보내야 하고, 신부를 맞아 올 때는 반드시 저녁에 해야 좋다”고 했다. 한가한 저녁 시간대에 예식을 치르면 식장비도 깎아 주고 식장도 복잡하지 않아 좋다. 더 좋은 것은 음양이 절로 조화된다고 하니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는가.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눈먼 말/박경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눈먼 말/박경리

    눈먼 말 / 박경리 글 기둥 하나 잡고 내 반평생 연자매 돌리는 눈먼 말이었네 아무도 무엇으로도 고삐를 풀어주지 않았고 풀 수도 없었네 영광이라고도 하고 사명이라고도 했지만 진정 내게 그런 것 없었고 스치고 부딪치고 아프기만 했지 그래, 글 기둥 하나 붙들고 여기까지 왔네 - 내 친구 하나는 결혼하여 일남일녀를 낳았다. 아들 이름은 길상이었고 딸 이름은 서희였다. 아마도 세상에 태어나 제일 잘한 일일 것이다. 토지를 읽을 때 한국인으로서 많이 행복했다. 역사와 인간에 대한 사랑, 지난한 삶의 냄새가 펄벅의 대지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했다. 5공화국 시절 서희는 많은 한국인들의 마음의 연인이었다. 죽는 순간까지 연자매를 돌리는 말. 경리 이모가 만든 이 비유. 세상의 어떤 시인도 만든 적 없는 비유. 이모 잘 살고 계시지요. 한 번도 얼굴 본 적 없는 조카는 오늘 밤하늘의 별을 보며 이모가 살고 계실 마을을 생각해요. 그곳에선 부디 연자매 돌리지 마세요. 곽재구 시인
  • ‘종북 주사파’ 명예훼손 아니다…변희재 승소

    ‘종북 주사파’ 명예훼손 아니다…변희재 승소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부부가 보수논객 변희재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이 ‘종북 주사파’ 표현은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종북 주사파’란 말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는 30일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와 남편 심재환 변호사가 변씨, 뉴데일리, 디지틀조선일보,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언론이 공인을 상대로 정치적 비판을 하는 경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쟁점이 된 ‘종북 주사파’라는 용어도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이라 불법 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정치적 표현에 대해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면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공허하고 불안한 기본권이 될 수밖에 없다”며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언론에서 공직자 등 공인에 대해 비판하거나 정치적 반대의견을 표명하면서 사실을 일부 적시했더라도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정치적·이념적 논쟁에서 통상 있을 수 있는 수사학적인 과장이나 비유적인 표현에 대해서까지 금기시하고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며 “원고는 국회의원이자 당대표로 공인이었고, 남편은 사회활동 경력 등을 보면 공인이나 이에 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밝혔다.  표현의 자유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어야 하고, 종북이나 주사파는 공격 수단으로 사용된 만큼 불법행위가 인정돼야 한다는 대법관 박정화·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의 반대 의견도 있었다.  지난 2012년 3월 변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정희 대표 부부에 대해 ‘종북 주사파’, ‘종북파의 성골쯤 되는 인물’, ‘경기동부연합의 브레인이자 이데올로그’라는 글을 올렸다. 언론사들은 이를 인용해 기사를 작성했다. 이에 이 대표는 주사파 표현으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5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모두 변씨가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국공립 유치원·어린이집 취원율, 中·인도보다 낮다

    국공립 유치원·어린이집 취원율, 中·인도보다 낮다

    교육부 ‘공영형 사립’ 새달 추가 공모우리나라 국공립 유치원·어린이집 취원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OECD 교육지표 2018’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만 3∼5세 유아교육단계 아동 중 국공립 유치원·어린이집에 다니는 비율은 21.1%였다. OECD 35개국 중 32위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호주, 아일랜드, 뉴질랜드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나라들마저도 지역 아동센터나 종교시설 등 비영리 기관이 많아 사립 취원율이 한국(78.9%)처럼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OECD 평균 국공립 취원율은 66.9%, 주요 20개국(G20) 평균은 58.3%였다. 체코(96.5%)·에스토니아(96.0%)·슬로베니아(95.5%)·스위스(95.1%) 등 유럽국가가 최상위권이었고, 비유럽국가 중에서도 멕시코(85.7%)·이스라엘(63.0%)·미국(59.2%) 등은 50% 이상이었다. 일본(25.8%)은 31위였다. OECD 비회원국 중에서도 남아프리카공화국(93.7%)·사우디아라비아(55.6%)·중국(46.0%)·인도(23.5%) 등이 한국보다 높았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공영형 사립유치원 모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영형 사립유치원은 운영비 등을 국공립 수준으로 지원받는 대신 법인으로 전환해 개방이사를 선임하는 등 공적 책임을 강화한 형태의 유치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 하반기 공모에서 8곳만 신청하는 등 성과가 미흡했지만 법인 전환 기준을 완화한 만큼 앞으로 신청이 늘어날 것”이라며 “다음달 추가 공모를 바로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엑소 ‘러브 미 라이트’ MV 1억뷰 돌파… 통산 7번째

    엑소 ‘러브 미 라이트’ MV 1억뷰 돌파… 통산 7번째

    그룹 엑소의 ‘러브 미 라이트’(LOVE ME RIGHT)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조회수 1억뷰를 돌파했다. 27일 SM엔터테인먼트는 엑소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엑소 ‘러브 미 라이트’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 1억뷰 돌파. 엑소의 우주는 전부 엑소엘! 엑소와 엑소엘 모두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로써 엑소는 ‘중독’, ‘으르렁’, ‘콜 미 베이비’(CALL ME BABY), ‘몬스터’(Monster), ‘늑대와 미녀’, ‘코코밥’(Ko Ko Bop)에 이어 통산 7번째 1억뷰 뮤직비디오를 보유하게 됐다. 한편 엑소는 다음달 2일 정규 5집 ‘돈트 메스 업 마이 템포’(DON’T MESS UP MY TEMPO)를 발표와 화려한 컴백을 앞두고 있다. 타이틀곡 ‘템포’(Tempo)는 에너제닉한 베이스라인과 리드미컬한 드럼, 신선한 아카펠라 구성이 돋보이는 힙합 댄스 장르의 곡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멜로디’에 비유해 그녀와의 템포를 방해하지 말라는 남자의 마음을 표현했다. 이번 앨범에는 한국어 버전과 중국어 버전의 ‘템포’ 외에 멤버들의 초능력을 모티브로 한 가사를 녹인 수록곡 9곡까지 모두 11곡이 수록된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나는 작품 지키는 묘지기”… 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 별세

    “나는 작품 지키는 묘지기”… 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 별세

    “인간으로 태어나서 다행이었고, 문학을 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예언자가 없더라도 이제는 고유한 죽음을 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남의 작품에 대한 평을 쓰는 자신을 ‘묘지기’로 비유했던 문학평론가가 갔다. 1세대 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25일 오후 7시 30분쯤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한국문학의 산증인인 고인은 평생을 한국문학 역사를 연구하고 기록하는 일에 몰두했다. 수십년 간 쉬지 않고 문예지에 발표된 거의 모든 소설 작품을 잃고 월평(月評·다달이 하는 비평)을 썼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30여년간 교편을 잡으며 내로라하는 국문학자, 문학평론가, 작가 등 수많은 문인을 배출했다. 쉼없이 읽고 쓰고 가르치는 인생이었다. 그렇게 남긴 학술서와 비평서, 산문집, 번역서만 무려 200여 권에 달한다. 1936년 경남 진영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고인은 1955년 서울대 사범대 국어과에 입학해 같은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2년 ‘현대문학’에 평론 ‘문학방법론 서설’과 ‘역사와 비평’이 추천되면서 등단했다. 그는 생전에 “글을 쓰고 싶어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중도에 작가의 꿈을 접고 국문학 연구에 빠져들었다”며 ‘겁도 없이 청무밭에 뛰어든 흰나비꼴’이었다고 스스로를 회상했다. 고인은 여든이 넘어서도 꾸준히 소설 작품을 읽고 월평을 써 후배 평론가들의 귀감이 됐다. 특히 오직 작품만으로 평을 쓴다는 원칙을 고수해 작가들에게 존경받았다. 당대 현장비평을 담은 ‘우리문학의 넓이와 깊이’, ‘우리 소설의 표정’, ‘현대 소설과의 대화’, ‘소설과 현장비평’, ‘우리 소설과의 대화’, ‘혼신의 글쓰기 혼신의 읽기’ 등을 냈다. 그는 한국 근대문학사의 이광수·염상섭·김동인·박영희·임화·이상 등의 문학 활동을 비평적 전기 형태로 정리해 널리 알려졌다. ‘이광수와 그의 시대’, ‘염상섭 연구’, ‘임화 연구’ 등이 대표적이다. 일제강점기 좌익 문인단체인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를 연구하고 ‘한·일 근대문학의 관련양상 신론’, ‘한국근대문학양식논고’, ‘한국근대문학사상사’ 등 문학사에 관한 연구서도 냈다. 2001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됐으며, 예술원 문학분과 회장을 지냈다. 대한민국황조근정훈장(2001)과 은관문화훈장(2016)을 받았다. 현대문학신인상, 한국문학 작가상, 대한민국문학상, 김환태평론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편운문학상, 요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대상(학술 부문), 청마문학상도 수상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27일 오후 5시에 추모식을 한 후 28일 오전 7시 발인한다. 유족으로는 부인 가정혜씨가 있다. 유족은 조화와 조의금을 정중히 사양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월드컵 4강처럼 환경재생 신화… ‘쓰레기산’에 자연이 돌아왔다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월드컵 4강처럼 환경재생 신화… ‘쓰레기산’에 자연이 돌아왔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5회 상암동(문화비축기지) 편이 지난 20일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과 문화비축기지 일대에서 진행됐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난초와 지초가 지천으로 피고 지던 난지 모래섬에서 두 개의 쓰레기 산으로 버려졌다가 또다시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라는 생태공원으로 기적처럼 돌아온 상암동의 변신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하늘공원은 분홍색 억새가 춤을 추는 천국이었다.이날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서울월드컵경기장 내부 관람과 문화비축기지 톺아보기였다. 오전 10시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2번 출구에서 집결한 투어단은 서울월드컵 축구전용 경기장에 들어가서 경기장 내부는 물론 선수대기실, 감독실, 워밍업실까지 찬찬히 둘러봤다. 운 좋게 홈구단 서울FC의 경기가 없어서 입장이 가능했다. 대부분 경기장 입장은 처음이라고 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의 땀 냄새가 밴 대기실을 떠나지 못했다. 경기장 입장료는 서울도시문화연구원이 부담했다. 지난해 석유비축기지에서 화려하게 옷을 바꿔 입은 문화비축기지에서는 산업시대에서 문화시대로의 문명 대전환을 목격했다. 6개의 크고 작은 탱크를 차례로 탐방한 뒤 월드컵공원에서 일정을 마무리했다. 본래 맹꽁이열차를 타고 하늘공원에 올라갈 계획을 세웠지만 시간관계상 포기해야 했다. 핑크뮬리와 댑싸리,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루는 하늘공원은 자유 관람했다. 해설을 맡은 김미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야무진 준비와 알찬 코스 구성으로 참가자들을 만족시켰다. “월드컵경기장과 문화비축기지 두 곳에 집중한 게 좋았어요”, “알찬 해설을 들으며 가을을 만끽했어요”, “월드컵경기장에 들어가 볼 엄두를 못 냈는데 덕분에 구경 잘했어요” 같은 투어 후기가 남았다.상암동은 지구상에서 가장 극적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전무후무한 공간이다. 프랑스의 역사철학자 앙리 르페브르(1901~1991)는 공간의 물리적 특성에 대해 “장소와 경험 두 가지 요인이 변증법적으로 상호작용한다”고 갈파했지만 21세기 서울에서 상암동이라는 경천동지할 공간이 등장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조선시대 난지도는 장마철이면 물에 잠기는 모래섬이었다. 1960년대 도시 빈민들의 정착촌을 거쳐 80~90년대 쓰레기매립장, 2000년대 이후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월드컵경기장과 월드컵공원, 석유비축기지를 활용한 문화비축기지, 최첨단 디지털미디어시티까지 들어서면서 기적 같은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장소는 기억을 지배하고 기억은 의식을 지배한다. 상암동은 오물과 악취가 진동하던 천형의 땅에서 첨단 생태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지금 상암동 면적의 절반가량이 옛 난지도였으니 난지도가 상암동의 모태라고 할 수 있다. 그 난지도는 서울의 서쪽을 관통하는 모래내(사천)가 한강과 만나 서해로 진출하는 출구에 쌓인 거대한 모래밭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조선시대 한양 성 밖 십리(성저십리)의 서쪽 경계선이 모래내였고, 동쪽 경계선은 중랑천이었다. ‘동국여지비고’에서는 “사천은 (북한산) 문수봉에서 나와 남쪽으로 흘러 탕춘대(세검정)와 홍제원을 지나 무악(안산)을 돌면서 서남쪽으로 흘러 한강으로 들어간다”고 적었다. ‘대동지지’에서도 “문수봉에서 서남쪽으로 흘러 탕춘대를 경유해 한북문(홍지문) 수구를 나와 무악의 북쪽을 두른 뒤 서쪽으로 흘러 한강으로 들어간다”고 모래내의 흐름을 기록하고 있다.고산자 김정호는 ‘수선전도’에서 한강의 지류인 모래내와 중랑천, 개천(청계천)을 본류 수준으로 다소 과장되게 그렸다. 서울의 땅 밑을 흐르는 35개 지류 중 3개의 지류를 유독 돋보이게 처리한 것이다. 한양의 서쪽 경계 모래내는 세월과 장소를 따라 사천, 세검천, 홍제천, 불광천이라는 각기 다른 이름으로 변천하다가 사라졌다. 모래내라는 지명이 쇠하고, 지류의 흔적을 느낄 수 없는 것은 70년대 복개됐기 때문이다. 모래내와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형성된 모래섬이 난지도였다. 청계천과 중랑천이 한강과 만나는 지점에 저자도와 잠실, 만초천과 마포천이 만나는 지점에 여의도와 밤섬이 형성된 것과 같은 이치다. 난지도는 김정호의 ‘경조오부도’에 ‘중초’(中草)라는 지명으로 남아 있다.겸재 정선의 경교명승첩에 수록된 1740년 작 ‘금성평사’(錦城平沙)는 양천현감으로 재직 중이던 겸재가 지금의 가양대교 남단에서 난지도를 바라보고 그렸다. 강물에 반쯤 잠긴 난지 모래섬을 중심으로 수색(수생리), 망원정과 잠두봉이 들어앉은 구도다. 제목의 금성은 오늘의 성산동이고, 평사는 성산동 아래 평평한 모래벌이라는 뜻이다. 금성이라는 지명은 조선 중종 때 ‘금성당’이라는 불당이 세워진 데서 유래했다고 하고, 성산 혹은 성미산이란 지명은 성(城)처럼 생긴 산의 생김새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림에서 난지도 뒤로 와우산과 무악이 펼쳐진 앞에 모래벌이 길게 누운 곳이 모래내가 한강과 만나는 바로 그 지점이다. 겸재는 금성평사 이외에도 ‘소악후월’, ‘종해청조’에서도 난지도를 배경으로 그렸다. 난지도는 꽃과 풀이 지천인 중초도(中草島), 오리가 떠 있는 모양이라고 해서 압도(鴨島) 또는 오리섬이라고도 불렸다. ‘천지개벽’이란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공간이 또 있을까. 70년대 공유수면 개발 사업과 송파나루 쪽 물막이 공사로 하루아침에 강남 땅이 돼버린 잠실을 ‘상전벽해’에 비유한다면 난지도는 황금모래로 반짝이던 모래섬에서 쓰레기 산으로 버려졌다가 다시 황금알을 낳는 오리의 도시로 개벽했다고 할 수 있다.상암동은 옛 수상리(水上里)의 ‘상’ 자와 옛 휴암리(休岩里)의 ‘암’ 자를 합성한 지명이다. 1914년 경기 고양군 연희면 상암리는 1949년 서울에 편입돼 은평구 상암리가 됐다가 1955년 성산동과 중동을 병합한 뒤 현재의 마포구 상암동이 됐다. 본래 쓰레기 매립장이 아니라 1977년 제방을 완공한 뒤 관광공원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당시 공원보다 매립지 조성이 시급했다. 김포가도를 통해 서울로 진입하는 외국인들에게 악취를 풍겨 서울 이미지를 망친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김포수도권매립장으로 옮겼다. 1993년 2월까지 15년간 서울시민이 버린 오물과 쓰레기 9200만t이 쌓인 90m 높이의 거대한 두 개 쓰레기 산으로 둔갑했다.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보다 33배나 큰 거대한 쓰레기 산이 버티고 있던 시절 난지도를 먼지와 악취와 파리가 들끓는 ‘삼다도’라고 불렀다. 환경 친화적인 첨단 정보미디어도시의 이면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추악한 과거가 묻혀 있다. 월드컵 4강 신화와 함께 환경재생의 비화가 살아 숨 쉰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 ‘성희롱’ 박경서 적십자사 회장 “제보자 알려달라” 발언 논란

    ‘성희롱’ 박경서 적십자사 회장 “제보자 알려달라” 발언 논란

    한때 국내 대표 인권학자로 평가받았던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의 성희롱 발언이 22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논란이 됐다. 박 회장의 성희롱 발언은 지난 6월 YTN 보도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같은 달 8일 오후 6시 서울의 한 식당에서 “여성 3명이 모인 것을 두 글자로 뭐라고 하는지 아느냐”면서 여성의 신체 부위를 비유하는 성적인 농담을 건넸다. 이 자리에는 여성 직원 9명을 포함해 팀장급 직원 34명이 있었다고 한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박 회장의 성희롱 발언을 비판했다. 일부 의원들은 박 회장의 회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 회장이 성희롱 사건을 인정했음에도 적십자사 내부에서 징계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면서 “성희롱 사건 이후 후속 조치로 직원 대상 성희롱 예방 특별교육을 했다는데, 성희롱은 회장이 하고 교육은 직원이 받느냐”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박 회장이 성희롱 발언 후 팀장들에게 사과 문자를 보내고 답장을 안 보낸 사람들을 따로 불러 ‘언론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라며 공포 분위기를 띄우고, ‘분위기를 위해 농담했던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내부 제보를 받았다”면서 “박 회장의 사과에 진정성이 매우 의심된다. 회장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박 회장은 “성차별 발언은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그 발언이 누구에게든지, 한사람에게라도 상처를 줬으면 공인으로서 즉각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소통을 위해서 한 언어가 성차별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바로 즉각 사죄를 드렸다”면서 “무조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회장의 이 사과 발언은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도 성희롱 발언을 보고 굉장히 불쾌했다.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계속 말하고 토를 달기 때문에 진정성에 의심을 받는 것”이라면서 “오늘 사과 내용도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질책에 대해 엄중히 생각하라”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진정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런데 오후에 진행된 국정감사 질의에서 “내부고발자를 만나보겠다. 제보자를 알려달라”고 요구해 또다시 여야 의원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았다. 일부 의원들은 박 회장의 발언이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복지위 차원의 사퇴권고나 검찰고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명수(자유한국당 소속)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추후 종합적으로 협의하자”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8월 대한적십자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박경서 회장은 우리나라 초대 인권대사와 경찰청 인권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활주로에 측면 진입…강풍 속에 착륙 성공한 여객기 (영상)

    활주로에 측면 진입…강풍 속에 착륙 성공한 여객기 (영상)

    한 여객기가 강풍 속에 흔들리면서도 옆으로 활주로에 진입해 착륙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다. 미 CNN 등 외신은 20일(현지시간) 지난주 영국 브리스틀공항에서 TUI 영국항공의 보잉 757-200기가 폭풍 ‘칼럼’의 영향으로 강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크래빙’ 기술을 사용해 착륙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소개했다. 크래빙(Crabbing)은 게가 옆으로 걷는 모습에 비유한 착륙 기술로, 활주로에 착지하기 전까지 기수를 계속해서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향한 뒤 착륙과 동시에 신속히 되돌리는 것이다. 이는 조종사들이 처음 면허를 받기 전에 배우는 기술이지만, 풍속에 따라 난도가 높아진다. 영국의 한 항공기 마니아가 유튜브에 공개한 이 영상에는 착륙할 때 여객기의 양날개가 강풍 탓에 위아래로 흔들리는 모습이나 다른 항공기가 착륙을 시도하다가 포기하는 모습도 고스란히 담겼다. 화제의 기술을 선보이는 이는 브렌다 바싱크(35) 기장으로 확인됐다. 바싱크 기장은 2005년 이 항공사에 입사해 지난해 기장이 됐다. 이날 비행은 스페인 메노르카에서 출발해 브리스틀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이에 대해 해당 항공사 측은 성명에서 바싱크 기장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악천후 시의 착륙을 두고 ‘TUI 영국항공 조종사들의 높은 기술력과 충분한 훈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유튜브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아치우고 있는 까닭은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아치우고 있는 까닭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치킨 게임’(겁쟁이 게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아치우고 있다. 미국 정부의 세계 최대 채권자인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이 지난 5월 이후 가파르게 줄어들면서 1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재무부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발표한 국제자본유출입(TIC) 통계에 따르면 8월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1조 1651억달러(약 1320조원)에 이른다. 올해 6월부터 3개월 내리 줄어들며 지난해 6월 이후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중국의 8월 미 국채 보유액은 전달보다 59억 달러 줄어들었고 7월에도 6월보다 77억 달러 감소하는 등 중국 미 국채 보유 규모는 3개월 동안 196억 달러나 쪼그라들었다. 미국 국채는 미 정부 부채 중 7.96%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미 정부가 보유한 미 국채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조 5000억 달러에 육박)을 제외하고 중국이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두번째로 많이 보유한 일본의 8월 미 국채 보유액은 전달보다 59억 달러 감소한 1조 299억달러이다. 중국이 미 국채를 매각하는 이유에는 크게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보복조치와 위안화 가치 부양을 위한 자구책이라는 2가지 가능성이 있다. 우선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미 국채를 팔아치우면서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하기 위해 매각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미 국채를 매각하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국채 금리가 치솟는 등 미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토마스 시몬스 제프리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무역전쟁으로 미·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중국의 미 국채에 대한 흥미가 줄었다”며 중국이 앞으로 계속해서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앞서 3월 한 경제 TV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 국채 매입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모든 옵션(선택)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답변하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세계 최대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수출주도형 경제이다. 지난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무려 4230억 달러에 이른다. 이중 대미 무역흑자만도 3756억 달러이다. 중국 기업들은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화를 곧바로 위안화로 바꾼다. 임금이나 대출금 상환 등 기업경영 활동에 필요한 돈을 달러화로 처리할 수는 없는 탓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무역흑자가 늘어날수록 위안화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무역흑자로 밀려드는 달러와 위안의 수급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인민은행은 달러를 대거 사들인다. 인민은행 곳간에 쌓인 달러는 미 국채 매입에 사용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중국이 미 국채를 사들이면 달러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중국제품 수입량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미국에서 번 돈을 다시 미국에 빌려주고 이자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통화량이 늘어나 물가가 치솟을 수 있는 공산이 크지만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보조금 지급과 가격 통제 등을 물가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안 된다. 중국이 미 국채를 대량으로 시장에 내다 팔면 미국 경제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시장에서 국채 가격이 급락해 미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결과적으로는 미국 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탓이다. 더군다나 미국은 막대한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신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인데 중국이 오히려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면 미국은 국채 물량을 소화할 수 없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통과된 감세안 때문에 올해 세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 운영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중국의 미 국채 투매를 `폭탄`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중국이 실제로 미 국채를 모두 내다 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중국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국가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중국 경제도 근본부터 흔들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최악에는 제조업 기반이 붕괴하고 무역 흑자국에서 적자국으로 반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중국 정부는 달러화가 무엇보다 가장 안전자산이라고 본다. 2014년 심각한 금융 혼란을 겪었던 중국 정부의 뼈아픈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안전자산으로서 미 달러와 국채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자 중국 정부는 보유외화 다변화에 총력전을 펼쳤다.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를 설립하고 국가외환관리국(SAFE) 산하에 해외투자 펀드를 조성해 해외 부동산과 주식 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여기에는 보유 외화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014년 6월 4조 달러에 육박해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1월에는 3조 달러 선마저 무너졌다. 위안화 가치 평가절하 등으로 외국자본이 중국을 대거 ‘엑소더스’한 탓이다. 당황한 중국 정부는 민간기업의 방만한 해외 기업 인수·합병(M&A)를 무산시키고 자본 유출을 엄격하게 단속하는 등 철저한 외환 통제에 나섰다. 안전자산으로서 달러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는 계기가 된 것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앨런 휘틀리 국제경제 연구원은 “이러한 금융 혼란으로 중국 정부는 위기의 순간에 언제라도 매각해 유동화할 수 있는 안전자산인 미 국채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이 미 국채를 팔아치우더라도 미국 경제가 받는 충격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으로서는 중국 대신 다른 나라에 미 국채를 팔거나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중국이 판 국채를 매입하는 방법이 있다. 연준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3차례에 걸쳐 미 국채나 주택저장증권(MBS) 등을 대거 사들인 전력이 있다. 중국이 한 번에 모든 미 국채를 매각해도 미 연준이 경제적으로 무리야 되겠지만 달러를 찍어내 모두 사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까닭에 중국의 미 국채 매각이 단순히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중국이 위안화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화보유고를 소진한 게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이 줄어든 주된 이유라는 것이다.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연초 대비 4.5%,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4월보다는 9.51% 가량 곤두박질쳤다.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최근 달러당 6.95 위안까지 내려앉으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7위안`에 위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외환보유고는 7~9월 309억 달러나 감소했다. 중국 외환당국이 달러 자산을 매도해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섰다는 것을 방증한다.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까지 떨어지면 중국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다고 미국의 보복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미 경제전문 CNBC는 “채권시장은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지 계속 주시해왔다”면서 중국이 무역전쟁의 수단으로 국채를 파는 것이 아니라 환율 안정을 위한 조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회사 BMO캐피털마켓의 존 힐 투자전략가도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감소량이 놀랄 정도는 아니다”면서 “신흥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위안화지지 노력 등 금융시장 흐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문재인, 드골처럼 큰 위험 감수… 역사의 반열에 들어서”

    프랑스의 보수 성향 유력지 ‘르피가로’의 칼럼니스트인 르노 지라르 논설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샤를 드골 대통령에 비유해 “드골 장군이 보여준 것처럼 외교에서 때로는 큰 위험을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 이는 바로 문 대통령이 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은 이미 역사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드골은 전후 프랑스를 재건하고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국부(國父) 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지라르 논설위원은 17일(현지시간) ‘한국 대통령의 용기’라는 칼럼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 독재자 김정은이 내민 손을 잡아주는 탁월한 재능을 보여줬다”면서 “문 대통령이 옳다.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북한도 무엇인가를 얻어내야 한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평화를 추구하지만, 그렇다고 평화 만능론자이거나 순진한 건 아니다”며 “김정은에게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한해 101번 무대 오르는 지휘자 파보 예르비…“가끔 자유시간 있었으면 하죠”

    한해 101번 무대 오르는 지휘자 파보 예르비…“가끔 자유시간 있었으면 하죠”

    ‘세상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 파보 예르비(56)는 올 한해 전 세계 포디움에 총 몇번을 오를까. 그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올 한해 공연 일정은 10월중순 이후 27개 일정을 포함해 모두 101회다. 3.5일에 한번 이상 무대에 올랐으니 식상한 비유이지만 ‘살인적인’ 일정이라는 말이 과언은 아니다. 그는 베토벤 사이클 등을 완성하며 호평을 받았던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에서는 2004년부터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고, 프랑크프루트 방송교향악단 명예 지휘자, 신시내티 심포니 명예 음악감독, NHK 심포니 수석 지휘자까지 겸하고 있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로는 2019~2020시즌부터 활동한다. 한해 100회 이상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너무 큰 무리는 아닐까. 예르비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가끔 자유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음악을 놓치기 시작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연마다 각 악단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작품을 선별한다”며 각 오케스트라의 색깔과 특징을 정확히 꿰뚫고 있음도 드러냈다.그는 올해 한국을 두차례 찾는다. 먼저 11월 3일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과 내한하는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와의 협연으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말러 교향곡 5번을 선보인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을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특히 협연곡과 메인 프로그램 모두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레퍼토리다. 그가 생각하는 말러 5번에 대한 답변에서 당일 무대의 분위기를 미리 예상해볼 수도 있겠다. 부인 알마에 대한 사랑고백이면서도 일부 추모 공연 등에서 추도곡으로도 쓰인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에 대해 그는 “대부분 굉장히 낭만적이고 느리게 연주하곤 하지만 최근에는 알마에게 전하는 러브레터로 인식되면서 보다 감정적이고 부드러운 해석이 많아지고 있다”고 답했다. 말러가 원래 작곡한 의도에 동의한다는 의미다. 이어 12월 19일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내한하는 롯데콘서트홀 공연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과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협연하고 메인 프로그램으로 슈베르트 9번 교향곡 ‘그레이트’를 연주한다. 그는 이번 공연을 포함해 올해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총 39회 공연을 한다. 올해 두차례 내한에서는 스타 여성 솔리스트들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와 힐러리 한에 대해 “둘 다 음악이 살아있도록 만드는 해석에 능수능란한 연주자”라고 평가했다. 예르비는 거장 지휘자 반열에 오른 아버지 네메 예르비와 남동생 크리스티안과 함께 고국 에스토니아를 대표하는 지휘자 집안 출신이다. 가문의 이름을 건 음악축제는 에스토니아의 대표적 여름 페스티벌로도 꼽힌다. 그는 “아버지에게는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웠다”면서 “그는 제가 음악가로 성장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네메 예르비는 올해 그라모폰어워드 공로상을 수상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황규관의 고동소리] 빅데이터가 되기를 거부하는 글쓰기

    [황규관의 고동소리] 빅데이터가 되기를 거부하는 글쓰기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창의성이라고들 한다. 왜냐하면 그동안 인간 고유의 활동으로 여겨져 왔던 지적 노동의 대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일을 해야만 그나마 인간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면서 여러 사람이 꼽는 분야가 바로 예술이다. 하지만 어떤 이는 예술 작품도 인공지능이 창작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차원의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즉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존에 없는 새로운 데이터이며 새로운 데이터를 창조하는 능력만이 인간의 존재 역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컴퓨터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뇌과학의 성과가 결합해 만들어졌다. 뇌과학이 인간의 학습은 신경세포들 간의 연결고리, 즉 시냅스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밝혀내자 컴퓨터 기술은 인공신경망이라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 인공신경망을 최대한 복잡하게 만든 다음 거기에 빅데이터를 들이부어 인공신경망 스스로가 학습을 하게 만든 것이다.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을 펼쳤던 알파고는 이것의 결과물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인공지능에 대한 지극히 초보적인 상식이다. 인공지능 시대가 우리에게 어떤 환경을 제공할지 자신 있게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측 및 바람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따져 볼 이유는 충분히 있다. 왜냐하면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존재론적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것은 구체적인 삶을 위협하면서 등장할 것이다. 윤재철 시인은 ‘창의성’이란 시에서 창의성은 “허리 꺾어지도록 끝없는 반복에서/풀리지 않는 그 고통에서”, “불꽃 튀듯 생겨나는 것”이라고 비유한 적이 있다. 시인에 의하면 창의성이란 반복되는 몸의 활동이 어떤 불가해한 장애 앞에서 섬광처럼 찾아오는 것이다. 인간은 단지 뇌가 아니라 몸 전체를 통한 온갖 감각의 파동으로 이루어진 존재이기에 여기서 시인의 통찰은 자못 깊다. 또 뇌에 저장된 정보로 희화화되고 있는 기억도 데이터가 아니라 현실의 사건을 통해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서사 또는 은유나 이미지에 가깝다. 그러니까 인공지능에게 육체적·지적 노동을 빼앗긴 현실 조건에서 창의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지이거나 속임수에 가까운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본론 1권’에서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과학이 독립적인 힘으로 노동 과정에 도입되는 정도에 비례해 노동 과정의 지적 잠재력을 노동자로부터 소외시킨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 ‘지적 잠재력’은 창의성이라 바꿔 읽어도 무방하다. 따라서 인간이 생산해 내는 언어나 또는 시청각적 창작물을 데이터로 환원한 후 다시 빅데이터로 삼으려는 기술공학적 발상은 존재 자체를 비트(bit)로 환원시키려는 퇴폐적인 모험일 뿐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퇴폐적인 모험은 그치지 않고 시도되는 것일까. 인공지능 시대에는 빅데이터가 무형의 자본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인공지능 시대를 피할 수 없는 사태처럼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는 우리의 현재가 자본‘주의’ 세상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이데올로기 효과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승리의 환호성을 함께 지를 수 있는 다수자가 되고 싶어 하지 변두리의 고독한 소수자가 되고 싶어 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 글쓰기에도 드러난다. 가급적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는, 즉 지극히 일반화된 논리와 어휘를 무비판적으로 구사하려는 욕망들은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데, 나는 그것들을 ‘빅데이터가 되고 싶어 하는 글쓰기’라고 부르려 한다. 그런 글들은 사안에 대한 깊은 사유를 생략한 채 ‘좋아요’를 구걸하는 글을 쓴다. 독자에게 아부하는 것이다. 자신이 쓴 글이 빅데이터가 되는 게 시대의 흐름에 동참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인공지능 시대의 자본이 되려는 욕망에 가깝다. 진정 창의적인 글은 빅데이터 되기를 거부하는 글이다. 이런 글쓰기를 ‘소수자 글쓰기’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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