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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 보도 그 후] 안중근 의사 시복시성 본격 추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 숨지게 한 안중근(1879-1910) 의사에 대한 시복시성(諡福諡聖)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31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에 따르면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안중근 의사를 포함한 551명을 천주교 최고 명예인 성인 반열의 전 단계인 시복 대상자로 선정해 주교회의 시복시성 주교특별위원회에 명단을 제출했다. 주교특별위에 건네진 시복 추진 대상자는 ‘근·현대 신앙의 증인’ 24명과 ‘조선왕조 치하의 순교자와 증거자’ 527명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천주교 안팎에서 시복시성을 놓고 논란이 일었던 안 의사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한층 더 활기를 띨 전망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은 이와 관련, 서울대교구 주간 소식지 ‘서울주보’ 최근 호를 통해 “서울대교구 시복시성 준비위원회가 기초 조사와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쳐 551명을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천주교 주교회의 주교특별위가 “서울대교구로부터 받은 명단이 최종 명단은 아닌 만큼 자료 수집 과정에서 대상자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교황청에 제출할 시복시성 대상 최종 명단에 안 의사가 포함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교구가 의욕적으로 주교회의에 안 의사를 대상자로 올린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안 의사는 1895년 세례를 받아 천주교에 입교한 뒤 황해도 해주와 옹진 일대에서 전교 활동을 한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평가된다. 그런 신앙 활동과는 달리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이 살인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천주교에서 배척되다 순국 100주년을 맞은 지난해 3월 명동성당에서 열린 추모미사를 통해 천주교 신자임이 공인됐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귀에 ‘쏙쏙’ 쉽게 풀어 쓴 동의보감

    한국인치고 ‘동의보감’ 모르는 이는 없을 거다. 무수한 건강보조식품 광고와 수많은 한의학적 처방들을 통해 보고 또 들었다. 그런데 정작 동의보감이 다루고 있는 게 뭐냐고 물으면 답변이 궁색해진다. 가장 대중적인 유산인 동의보감이 한국인의 일상과 동떨어져 ‘고전의학’ 텍스트의 하나로 전락한 셈이다. 이는 곧 귀에 쏙 들어오도록 동의보감을 쉽게 풀어 쓴 책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견줘 고미숙 고전평론가가 지은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그린비 펴냄)는 참 쉽다. 보다 정확히는 쉬워지려고 노력했다. 예컨대 이런 거다. 저자는 허준의 시각을 빌려 요즘 ‘잘나가는’ 댄스 가수들의 건강을 염려한다. 동의보감에서 소리를 잘 다스리기 위해 제시한 생활 규칙, ‘첫째, 해가 진 뒤엔 말을 하지 말라. 둘째, 식사할 때도 말하지 말라. 셋째, 누운 채로 말하지 말라. 넷째, 길을 걸을 때 말하지 말라.’ 등을 이들이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저자의 지적이 시작된다. “예전 기생들은 가무(歌舞)를 익히되 ‘가’와 ‘무’를 동시에 하지는 않았다. 가창을 할 때는 다소곳이 앉아 소리에 집중했고, 춤을 출 때는 오직 춤만 췄다. 그런데 요즘 댄스 가수들은 춤과 노래를 동시에 한다. 그것도 아주 과격하게 근육과 뼈를 움직이는 춤이 대부분이다.” ●아이돌 춤·노래 함께 하는 것 건강엔 안 좋아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왜 소리를 잘 다스려야 하는 거지? 안 그러면 어떻게 되나? 소리의 이상징후는 몸의 생리적 이상과 맞물려 있다. 쉽게 말해 목소리는 사람의 오장육부 상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즉, 가무를 ‘격하게’ 함께 하면 심장과 폐, 비위에 많은 무리가 갈 수 있다는 거다. 저자는 줄곧 이런 방식으로 병과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책의 핵심은 분명하다. “먼저 자신의 몸을 잘 알고, 그 뒤 자기 삶의 치유자가 되라.”는 거다. 나의 몸은 ‘나’ 외에도 온갖 병원체와 질병들이 동거하는 공간이다. 당연히 살아가면서 온갖 병을 앓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는 몸이 아프면 어느 병원 무슨 과에 가서 진찰받을 것인가만 생각한 뒤 이후의 과정은 전문가에게 맡겨 버린다. 자신의 병이 뭔지 알기 귀찮고, 무섭고, 짜증난다. 그저 후딱 처방받으면 고쳐지겠거니 생각하고 만다. ●병 치료에 급급하기보다 일상 돌아봐야 이 지점에서 저자의 지적이 이어진다. “이것은 삶의 정말 중요한 부분을 남의 손에 넘기는 것과 같다. 병을 재빨리 치워버려야 할 어떤 것으로만 보는 데서 벗어나 왜 이런 병이 오는지, 이것으로 내 감정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건강해지기 위해 내가 꾸려야 할 일상은 어떤 것인지, 보고 느끼고 공부해야 한다.” 이 말은 곧 동의보감이 세상에 나온 이유와 정확히 일치한다. 1만 79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제3노총 새달 2일 설립신고서 제출

    상생적 노사관계를 표방하는 제3노총(가칭 국민노총)이 다음달 출범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양분해 온 국내 노동계에 큰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제3노총을 준비 중인 새노총준비위원회실무단장 박흥선씨는 27일 “11월 2일 고용노동부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달 1일 설립총회를 열고 앞으로의 활동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제3노총의 조합원 수는 3만명으로 예상되며 전국지방공기업노조연맹, 환경크린서비스 연맹 등 6개의 전국 단위 연맹의 참여가 결정됐다. 삼화·천일·전주·제일여객 등이 참여하는 전국운수산업노조, 20여개 대구지역 택시노조가 주축이 된 운수노조, 철도산업연맹 등 70개 사업장, 4만명의 조합원이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노조, KT노조, 동서발전의 새 노조 등 대기업 노조들도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노총은 지난 7월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된 이후 신설된 노조를 흡수하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9월 말까지 설립된 국내 복수노조는 498개로 이들 중 70% 이상이 기존 노조에서 떨어져 나왔고 85%가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정연수 준비위원장은 “기존의 정치지향적인 투쟁방식 대신 현장 중심의 노동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양분해 온 국내 노동계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권한대행 부교육감 사의표명… ‘박원순표’ 서울시 교육 기상도

    ‘무상급식·학생인권조례 맑음, 서울교육복지 로드맵 여전히 흐림’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구속기소로 주춤거렸던 서울시교육청의 주요 정책들에 변화의 기운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개혁에 큰 관심을 표명해 온 박 시장이 시정을 책임지게 되면서 이전에 시와 시교육청의 협조가 필요해 마찰을 빚었던 각종 교육현안 해결에 걸림돌이 사라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교육계에서는 시교육청과 대립을 거듭해온 교육과학기술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교육감 권한대행인 임승빈 부교육감이 27일 전격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교육 부문에서 ‘보수정책 파수꾼’ 역할을 감당할 후임 부교육감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 대행의 사의가 수용될 경우 후임 부교육감은 다음주로 예정된 교과부 실·국장급 인사 때 발령날 전망이다. 27일 서울시와 시교육청에 따르면 박 시장은 첫 출근에서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을 시교육청에 지원하는 내용의 서류에 처음으로 사인을 했다. 주민투표와 오세훈 시장 사퇴를 불러왔던 초·중등 무상급식 확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신호탄인 셈이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서울형 혁신학교, 문예체 교육 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박 시장이 곽 교육감의 취임준비위원회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들 정책 마련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고, 이번 시장선거 공약으로도 내건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교권추락’ 논란을 빚어온 학생인권조례의 경우 절차상 시의회 상정만을 남겨놓고 있어 무리없이 처리될 것 같다. 서울형 혁신학교나 문예체 교육을 위한 교사 및 재원 확보 등도 걸림돌이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박 시장이 시와 시의회·각 구청·교육청이 모두 참여하는 ‘서울교육 발전을 위한 상설협의체’를 운영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이들 사업에 대한 지자체의 ‘법정 전입금’이 무리없이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1년여 넘게 준비해온 정책들이 빛을 보게 됐다는 점 때문에 교육청내에서도 박 시장 취임을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자율형사립고 응시자격 완화, 사립학교 재정지원조례 개정, 학교장 임명승인 요건 보완 등 세부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시교육청의 주요 정책은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확대, 비강남권 초·중·고 예산지원 확대, 공립유치원 신·증설 등 박 시장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교육복지 공약들도 시교육청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 교육복지로드맵 등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중·장기 과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시교육청 정책의 결정권을 교과부 소속인 부교육감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건한 성향으로, 곽 교육감 기소 후 조직관리에 치중해온 임승빈 부교육감이 강한 사퇴의사를 표명하면서 후임 부교육감의 면면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시교육청의 정책이 교과부 정책 기조와 배치되는 게 많아 조정능력을 가진 후임자가 배치되지 않겠느냐.”면서 “곽 교육감이 복귀하든, 내년 4월에 새 교육감을 선출하든 그 전까지는 최대한 현 상황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내부 시각”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비리 지방의회 의원 등쳐 먹고 시모 병간호 핑계로 해외 여행

    ‘지방의회 의원 등쳐 먹는 공무원에, 시어머니 병간호 핑계로 해외여행 가는 용감한 공무원…” 서울 강동구와 관악구 등에서 2009년부터 지난 2월 말까지 일어난 업무를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난 파렴치한 공직자 행태다. 감사원에 따르면 관악구청 6급 공무원 A씨는 관악구의회 명의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하던 중 B구의원이 법인카드로 개인 용도의 선물(50만원)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 구두로 반납을 요구하면서 자신의 급여계좌를 알려줬다. 하지만 A씨는 이 반납액을 자신의 신용카드 결제대금으로 유용했다. A씨는 또 전화해지 환급금 470만원도 공금계좌에서 무단 인출했으며, 이후 후임자가 환급금의 세입 조치 여부를 문의하자 인터넷 뱅킹을 통해 마치 환급금이 자신이 횡령액을 변제한 날 들어온 것처럼 조작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A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하고 A씨의 비위 사실을 관악구에 통보했다고 27일 밝혔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봉천 모 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지역 내 체비지를 규정을 무시한 채 저가로 팔아넘긴 직원 3명에 대해 정직 및 징계 조치할 것을 관악구청장에게 통보했다. 이 밖에 관악구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회단체로부터 직원 단합대회 격려금 등 320만원을 받은 사실을 적발, 주의를 요구했다. 강동구청 직원 B씨는 지난해 9월 16일 시어머니 병간호를 핑계로 그해 9월 24일부터 지난 3월 말까지 6개월간 휴직발령을 받았다. 하지만 B씨는 추석연휴기간인 지난해 9월 22일부터 30일까지 남편, 자녀와 같이 미국으로 여행을 갔는가 하면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지난 3월 말까지 자녁와 함께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는 등 시어머니 간호는 핑계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강동구청장에게 가사휴직자에 대한 지도감독철저를 주문했다. 같은 기간 업무 감사 결과, 강동구 지방세 담당 공무원은 세무조사를 한 뒤 시가표준액이 아닌 장부가액을 적용해 추징세액을 산출함으로써 세금을 의도적으로 줄여준 사실도 들통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방세 세무조사 담당자인 B씨는 지난해 10월 C주식회사에 대한 지방세 세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어기고 시가표준액보다 18억원이나 낮은 장부가액을 과세표준으로 적용, 1억 7000여만원의 취득세를 적게 징수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B씨와 이를 묵인해 준 반장 C씨를 징계하라고 해당 구청에 통보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동료에 뇌물주고 돈 뜯어낸 경찰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오인서)는 자신의 비위를 덮기 위해 동료 경찰관들에게 뇌물을 건넨 뒤, 이를 약점으로 잡아 다시 돈을 뜯어낸 경기지역 K경찰서 순찰요원 유모(44)씨를 공갈 및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유씨는 지난 8월 초 술을 마신 뒤 추태를 부리고 개인정보를 무단 유출한 사실이 적발돼 소속 경찰서 청문감사실의 조사를 받던 중 경찰 동기생이자 서울의 모 경찰서에 있는 송모(41)씨와 이모(46)씨에게 “감사실에 손을 써서 선처를 받게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 600만원을 건네고 고급 한정식집과 술집 등에서 향응을 제공했다. 돈까지 써가며 징계를 막아보려던 유씨는 결국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자 마음을 바꿔, 돈과 향응을 받은 사실을 미끼로 동료를 협박해 돈을 받아내기로 마음먹었다. 한 달 뒤인 지난 9월 유씨는 두 사람과 만나 “나는 경찰에 미련이 없으니 옷을 벗고 돈이나 챙겨 나가겠다. 돈을 받고 술을 얻어먹었으니 옷 벗을 각오해라.”고 겁주며 그날 저녁 송씨에게서 자신이 건넸던 600만원을 되돌려받았다. 이어 유씨는 “감찰을 잡는 데 돈이 필요하다.”며 이들에게 각각 명예퇴직금 8000만원과 1억원을 가져오라고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자 “검찰 선후배에게 첩보를 주면 바로 구속된다. (근무 중인) 지구대로 찾아가겠다.”고 협박을 계속했다. 결국, 참다못한 두 사람이 경찰청 감사실에 비위 사실을 자진신고하고, 유씨를 공갈 혐의로 고소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유씨가 이들을 다시 알선수재 혐의로 맞고소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주당가치 -152원 전 금호생명株 5000원에 인수 산업銀 2589억 손실 우려”

    산업은행이 과거 금호생명(현 산업은행 계열의 KDB생명) 주식을 인수하면서 당시 주당 가치가 마이너스 152원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5000원에 매입, 최대 2500억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이 23일 발표한 ‘정책금융제도 개편 및 운영실태’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09년 12월 4800억원에 금호생명 주식 계약을 체결하면서 당초 제시된 부실자산 578억원 이외에 1836억원 규모의 추가 부실자산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부실자산을 감안하면 금호생명의 당시 주당 순자산가치는 마이너스 152원에 불과하지만 산업은행은 기업 인수의 필수 절차인 회계법인 등의 재무실사나 사외이사 보고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연말 이사회를 열어 주당 5000원에 A생명 주식을 인수하기로 했다. 그 결과 금호생명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지난해 3월 말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최대 2589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금융위원회 위원장에게 기업 인수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산업은행 임원 B씨의 비위행위를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하는 한편 한국산업은행장에게 기업 인수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 2명에 대해서도 주의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또 금융위가 2008년 1월 산업은행 민영화 방침 이후 현재까지 세부 추진방안도 마련하지 않는 데다, 정부 지원을 제외한 산업은행의 재무건전성 등급이 지방은행보다 낮은 D등급에 불과해 민영화 추진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순이자 중간이윤(마진)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1.6%로 5개 시중은행 평균(2.4%)보다 낮고, 100% 이하로 유지해야 할 예대율(은행의 총대출액을 총예금 잔고로 나눈 비율)은 2009년 12월 현재 425%로 현격히 높았다. 한편 감사원은 정책금융공사 감사와 관련, 2009년 10월 설립된 정책금융공사의 주요 업무인 간접 대출 업무가 신용보증기금 등 기존 정책금융기관 업무와 상당히 중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사의 간접대출 대상 업체를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지원 업체와 비교한 결과 신보 66%, 기보 55%로 절반 이상이 중복됐고, 한국은행과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지원하는 업체와도 각각 34.9%, 11.3% 겹쳤다. 또 민간금융기관에서 자금을 공급받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지원하도록 간접대출을 설계·운용해야 하는데도 지난해 8월 기준 상위 2개 등급 업체에 대한 대출은 4905억원(총금액의 31%)인 반면 하위 2개 등급 업체는 2357억원(15%)에 불과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정당가입… 성추행… 검사 중징계

    정당에 가입하거나 여성 사법연수원생을 성추행한 검사에게 면직 처분이 내려지는 등 현직 검사 4명이 징계를 받았다. 면직은 해임 다음으로 엄중한 징계처분이다. 법무부는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특정 정당 당원 신분으로 밝혀진 부산지검 동부지청 윤모(33·사법연수원 40기) 검사에 대해 면직 결정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윤 검사는 2004년 3월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에 가입했다. 검사로 임관되고 나서도 올해 6월까지 당원 신분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검사는 민주노동당에는 2006년 2월까지, 열린우리당에는 2004년 7월까지 당비를 내다가 지난 6월 민주노동당 가입 공무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탈당했다. 부산지검 공안부는 국가공무원법과 정당법 위반 혐의로 윤 검사를 불구속 기소,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윤 검사는 국가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에 관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고, 검사로서의 위신을 손상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또 검사직무대리 실무 수습생과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다가 강제로 입을 맞춘 광주지검 소속 구모 검사에 대해 ‘검사로서의 위신을 손상했다.’는 이유로 면직처분을 내렸다. 구 검사는 해당 비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자 휴직계를 냈다. 실무 수습생 2명에게 함께 춤을 추자며 손을 잡아 끄는 등 부적절한 언동을 한 청주지검 소속 박모 부장검사는 감봉 2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박 부장검사는 지난 6월 초 회식 자리에서 검사 시보로 실무 수습을 받고 있던 여성 사법연수원생에게 “블루스를 추자.”고 했다. 혈중알코올 농도 0.132% 상태로 음주운전을 했다가 적발된 이모 검사는 검사로서의 위신을 손상해 견책 처분이 내려졌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검사 징계 종류는 최고 수준인 해임, 면직·정직·감봉 등의 중징계, 중근신·경근신·견책 등의 경징계로 나뉜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수시명퇴, 부처장 재량으로 유족에 퇴직수당 지급 명시

    수시명퇴, 부처장 재량으로 유족에 퇴직수당 지급 명시

    앞으로 공무원 수시 명예퇴직 절차가 간소화된다. 명예퇴직 신청 후 사망한 자에 대한 수당 지급 조항도 신설된다. ●‘행안부장관 협의’ 조항 폐지 행정안전부는 19일 부처별 인사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인사 관리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시 명예퇴직 시 해당 공무원이 속한 기관이 행안부 장관과 협의해야 하는 조항이 폐지된다. 현행 명예퇴직 수당 관련 규정에 따르면 명예퇴직은 2, 4, 6, 8, 10, 12월 말일로 지정된 정기 명예퇴직과 공무원 개인의 필요에 따라 신청하는 수시 명예퇴직으로 분류된다. 퇴직 희망자는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최소 퇴직 희망일 15일 전에 퇴직 신청을 해야 한다. 또 수시 명예퇴직은 행안부 장관과의 협의를 통해 퇴직 신청일 제한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예컨대 11월 10일에 퇴직하기를 원한다면 늦어도 이달 24일까지는 명예퇴직을 신청해야 하지만 행안부의 승인을 받는다면 24일 이후라도 명예퇴직이 가능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수시 명예퇴직 기간 축소는 개별 부처의 인사로 행안부의 관여 없이 부처장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인사 자율성 제고 차원에서 관련 조항을 폐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간 규정에 명시되지 않아 관례에 따랐던 명예퇴직 신청 후 사망자에 대한 수당 지급 근거도 마련된다. 이에 따라 명예퇴직을 신청했지만 퇴직심사 기간 동안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숨지더라도 퇴직 심사 대상에 포함되고, 퇴직 수당은 유가족에게 승계된다. 지금까지는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 등으로 이 같은 내용을 명시하고 있을 뿐 국가공무원에 대한 규정은 없었다. ●형벌사실·수당환수 통보해야 이 밖에 각 부처는 이미 퇴직한 공무원에 대한 형벌 사실 조회 및 퇴직 수당 환수 결과를 행안부에 통보하도록 했다. 현 규정에 따르면 소속 공무원이 이미 퇴직했더라도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재직 중의 비위가 적발돼 금고형 이상의 형을 받으면 퇴직 수당을 전액 환수해야 한다. 하지만 형벌 사실 조회 및 퇴직금 환수 여부를 행안부에 통보할 의무는 없어 해당 부처의 담당자 이외에는 형벌 사실 조회 및 환수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헉~ 휴대전화 6대 중 1대 꼴로 대장균 검출

    헉~ 휴대전화 6대 중 1대 꼴로 대장균 검출

    하루 24시간 거의 손 안에 있는 휴대전화는 얼마나 위생적일까? 최근 영국 퀸 메리 런던대학교 연구팀이 12개 도시에서 휴대전화와 손 샘플 390개를 수거해 위생 상태를 검사한 결과 휴대전화가 심각하게 비위생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 10대 중 9대에서 박테리아가 검출됐고 이 가운데 대장균 검출 비율은 16%로 손의 대장균 검출 비율(16%)과 같았다. 지역에 따라 휴대전화의 대장균 검출 비율은 41%에 달했다. 연구팀은 휴대전화는 늘 갖고 다니면서 손으로 만질 수밖에 없어 대장균 검출 비율이 높다면서 특히 얼굴과 입에 가까이 대기 때문에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 커티스 박사는 BBC에 출연해 “춥고 습한 곳에서는 대장균이 더 잘 생존하기 때문에 북쪽 지방일수록 대장균 검출 비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는 반드시 비누로 손을 씻어야 한다”면서 “많은 사람이 손을 닦지만 제대로 충분히 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서울신문 자료사진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커버스토리-월가의 99%시위] “너무 시끄럽다” 非시위자들 피로감 호소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가 한 달째에 접어들면서 시위대 근거지 주변의 비(非)시위자들이 소음과 쓰레기 증가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시위자와 비시위자 간 마찰 양상까지 엿보인다. 14일 실시될 예정이던 반(反)월가 시위대의 거점인 맨해튼 주코티 공원의 청소 계획이 막판에 연기되면서 시위대가 당장 쫓겨날 위기는 면했다. 캐스 할로웨이 뉴욕 부시장은 이날 공원 소유주인 부동산업체 ‘브룩필드 오피스 프로퍼티’(BOP)가 오전 7시로 예정돼 있던 청소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밤새 주변을 청소하며 이른 아침까지 공원을 지키고 있던 시위대 수백명은 청소 연기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들은 대청소 계획이 시위를 막기 위한 술수라고 비판했었다. 앞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지난 12일 예고 없이 시위대를 방문해 주코티 공원 청소를 위해 시위대가 일시적으로 공원에서 퇴거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 발생 가능성이 제기됐다. 공원 청소 계획은 BOP가 뉴욕시에 시위대가 공원을 너무 비위생적으로 만들었다고 항의한 데 따른 것이다. 시위대가 지난달 17일 이 공원을 ‘점령’한 이후 노숙을 위한 텐트와 매트리스가 설치됐고 쓰레기통에는 먹다 남은 음식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 이 공원은 캠핑과 누워서 잠자기, 짐 쌓아 두기 등을 금지하는 내부 규정을 갖고 있지만 시위대는 이를 무시해 왔다. 결국 BOP의 리처드 클라크 최고경영자(CEO)가 레이먼드 켈리 뉴욕시 경찰국장에게 항의 서한을 보냈다. 시위대의 입장도 강경하다. 주니어 마르티네츠(23)는 “시위대에는 청소를 전담하는 팀이 있다.”면서 “텐트가 없으면 없는 대로 잠을 잘 것이며, 우리는 결코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DC의 프리덤 광장과 맥퍼슨 광장 등을 장기간 점거한 시위대에 대해서도 인근 건물 운영업체들이 쓰레기 증가와 안전 문제를 들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사설]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 공염불 안 된다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가 재추진된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와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는 지난 10일 정당공천제 폐지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앞으로 정당공천제 개선을 위한 준비위원회 및 전국 5개 지역 광역본부를 구성하고, 민·관·학·정계·언론 등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의식조사도 하고 정당을 상대로 교섭도 벌일 예정이다. 기초단체장과 광역의회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는 해묵은 과제이다.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대부분의 국민은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만 이런 지적에 귀를 닫고 있다. 항상 입으로는 국민을 앞세우지만 정당공천제 이야기만 나오면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정당정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당공천이 필요하다고 앵무새처럼 되뇐다. 그러나 정당공천제의 폐해는 여러 차례 실시된 지방선거를 통해 증명되고도 남았다. 정당공천을 받기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헌금을 하고 기초단체장들은 이를 벌충하기 위해 공직을 수행하면서 딴짓을 한다.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들은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각종 행사 등에 불려나가 뒷수발을 든다.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에게만 목을 매니 주민자치, 생활자치는 뒷전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정당공천제로 중앙정치의 오염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서울만 해도 무상급식을 놓고 서울시내 25개 구청장과 광역의회 의원들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갈려 소모적인 힘겨루기를 계속해 오지 않았는가. 우리나라는 지역구도가 강하게 남아 있어 특정정당이 특정지역에서 집행부와 의회를 싹쓸이하는 현상이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선 집행부와 의회 간의 건전한 비판과 감시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국회의원들은 지방자치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공천권을 포기, 풀뿌리 민주주의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 [열린세상] 대북정책 원칙과 유연성의 불편한 진실/유호열 고려대 교수 북한학과

    [열린세상] 대북정책 원칙과 유연성의 불편한 진실/유호열 고려대 교수 북한학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되었던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남북 수석대표 회담이 이미 2차례 개최되었고 조만간 2차 미·북 간 회담도 성사될 전망이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처음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하여 운영실태를 파악하고 정부에 대해 보완책을 주문하였다. 7대종단의 대표단 역시 평양을 방문하여 북측과 지속적인 교류협력을 하기로 합의하고 돌아왔다. 러시아 천연가스 송유관의 북한지역 통과 등 남북한-러시아를 잇는 새로운 경협이 가시권에 들어오기도 하였다. 아직까지 이러한 일련의 변화 조짐을 놓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 근간인 ‘비핵-개방-3000’이나 원칙 있는 대북 접근이 바뀌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유연한 상호주의, 신축성 있는 접근, 실용적 대북정책 등 변화를 암시하는 수식어가 언론 매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나 혼선을 초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통일부장관이 교체되고, 싫든 좋든 조기에 선거 정국으로 접어든 이상 정부로서는 신속히 입장을 정리해야 그마나 레임덕의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대북정책의 원칙을 고수하고자 할 때 핵심은 천안함 폭침 이후 발표된 5·24조치의 존치 여부일 것이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시인, 사과, 책임자 처벌 등 북한 당국의 책임 있는 조치가 없으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대규모 식량원조나 경협을 통해 북한의 비위나 맞추고 적당히 화해협력의 모양새를 갖추려 했던 방식은 남북관계를 정상적인 관계로 발전시킬 수 없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도 하다. 반면 정책의 원칙보다 당면 과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 소위 유연한 접근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면서도 천안함 폭침에 대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하고, 대화를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가되 이를 위한 우호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5·24조치를 부분적으로 완화함으로써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해 남북관계를 활성화하려는 복안인 것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개성공단을 방문한 뒤 우리 입주업체의 민원을 청취하는 형식을 빌려 개성공단 내 건축이나 금융제재 완화, 개성과 개성공단 간 도로 보수, 통근 버스 운행 등 5·24 조치를 완화하는 내용을 정부에 건의했다.이처럼 원칙을 고수하며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노력은 남북관계의 경색에 대한 안팎의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결국 북한이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지 않더라도 임기말까지 원칙을 고수할 경우 차기 정부에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관점에서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유연한 접근은 남북관계의 경색과 이로 인한 한반도 정세의 긴장국면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나 북한의 태도나 반응에 그 성패가 좌우된다는 점에서 타협책이다. 궁극적 목표인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칙의 고수가 역사적 접근이라면, 유연성은 보다 정치적이고 정무적 판단에 기초한 접근법이다. 대북정책의 원칙을 고수할 때 장단점이 있듯이 유연한 접근 역시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대북정책의 전환기에서 원칙과 유연한 접근이 혼동되거나 무분별하게 혼용되어서는 안 된다. 원칙과 유연성을 단순 합성하여 중간자적 입장에서 문제를 풀려고 할 경우 자칫 냉탕, 온탕을 왔다갔다하며 죽도 밥도 아닌 상황이 되면 안 된다. 유연한 접근은 방법이자 전략이다. 원칙만 있고 전략이 없어서도 안 되지만 원칙 없는 전략은 더더욱 위험하다. 대북정책은 어느 한 정권의 임기 내에 완성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인도적 지원 확대, 사회문화 교류협력과 개성공단 활성화 등 새롭고 유연한 접근이 지난 3년반 동안 지속된 원칙의 일관성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단계적이고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거시적이고 역사적인 안목을 갖고 차분히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 [사설] 길거리에 쏠리는 서민분노에 귀 기울여야

    금융자본의 탐욕에 항거하는 ‘반(反)월스트리트’ 기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금융권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잇따를 전망이다. 금융소비자권리찾기연석회의·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그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금융시장도 ‘카지노 금융’에만 몰두하며 돈 먹기에만 열중해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15일 ‘한국판 월스트리트 점령집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한국진보연대 등도 15일을 “Occupy(점령) 서울 국제 공동 행동의 날’로 정하고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계획하는 등 조직화 양상을 보여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 도덕적 파탄지경에 이른 금융회사들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꼭짓점으로 치닫고 있다. 예대마진에만 의존하는 전당포식 영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올려 소수 대주주의 배를 채워주는 금융사들은 가계부채에 허덕이는 서민에게는 공분(公憤)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경기가 어려워도 금융권은 늘 고액연봉에 성과급 잔치다. 한국의 금융사들은 160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으로 겨우 살아난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어제 “억대 연봉 체계에 대해 금융권 스스로 답을 내야지, 스스로 모른다면 금융권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위원장은 금융권의 배당잔치에 대해서도 “얼마를 배당하라고 하진 않겠지만 위기를 앞두고 흥청망청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금융권의 기업시민 의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금융권은 아무쪼록 선제적인 조치로 구멍난 금융 불신의 둑을 막기 바란다. 금융의 공공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금융자본과 결탁한 금융관료들의 비위는 반드시 규명하고, 선의의 금융자본 피해자는 신속히 구제해야 한다. 한국판 점령집회가 겨냥하는 것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점령시위가 과격한 이념대결로 치닫거나 폭력 양상을 띠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가 파괴력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구호의 격렬함에도 불구하고 평화적이기 때문이다.
  • 보안 줄줄 새는 전자바우처

    보건복지부가 노인돌봄서비스사업 등 사회서비스의 전자바우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자 선정 업무를 부실하게 해 2년 가까이 보안이 취약한 상태로 시스템이 운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3월 국회의 감사 청구에 따라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사업 사업자 선정 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3일 밝혔다. 전자바우처란 노인, 장애인, 산모 등이 서비스 제공기관을 직접 선택해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수혜자에게 지급하는 전자카드다. 감사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2007년 공동수급방식으로 금융결제기관과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구축업체의 기술 능력을 평가 항목에서 제외했다. 감사원은 “그 결과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실적이 전혀 없는 업체가 선정됐고, 실제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도 보안성 검토 결과를 반영하지 않아 통합정보시스템이 1년 9개월 간 개인정보와 금융정보에 대한 보안 조치가 미흡한 채 운용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복지부 장관에게 사업자 심사 기준을 부당하게 설정하고 보안성 검토 결과 반영 업무를 게을리 한 담당 팀장 A씨의 비위 사실을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했다. A씨는 사업자 선정 시 제안요청서 내용을 미리 알려준 혐의(입찰방해죄)로 1·2심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으며 9월 현재 상고심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공직자 수뢰 땐 전액 환수”

    앞으로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받은 금품이나 향응은 모두 환수된다. 13일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직자의 금품·향응 수수 비위 근절을 위해 현행 공무원 징계부가금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공기업 직원 등에 대해서도 비위로 얻은 부당 이익금을 전액 환수토록 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마련해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권고했다. ●징계부과금 제도 실효성 없어 지금까지는 금품이나 향응으로 챙긴 공직자의 부당 이익금은 사법 처리돼 벌금 등의 형태로만 환수돼 왔다. 권익위는 “사법 처리되지 않고 내부 징계로 종결된 경우는 부당 이익금을 환수할 제도적 장치가 없어 지난해 3월부터 징계부가금 제도를 도입, 운영해 왔다.”면서 “그러나 징계부가금 부과 의결 요구가 누락되는 등 제도의 실효성이 없어 이번에 개선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징계부가금 제도는 내부 징계자의 금품·향응 비리에 대해 징계위원회에서 부당 수수액의 1~5배 부가금을 부과하는 방안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내부 징계의 경우 징계부가금 부과, 감면, 경감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 처리 지침이 만들어진다.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부가금을 미부과하는 등 제도를 임의대로 운영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법적 근거 장치다. 또 지금까지 징계부가금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았던 공기업, 지방 공기업 임직원들도 앞으로는 금품·향응 수수금이 전액 환수 조치된다. 권익위는 각급 기관의 정관, 사규, 인사규칙 등에 부당 이익금 환수 근거를 신설하는 규정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실태 조사 결과, 공직자의 금품·향응 수수 행위가 적발돼도 부당 이득이 환수 조치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해 3월부터 지난 6월까지 금품·향응 수수로 징계받은 공무원은 1202명. 이 가운데 사법기관에 고발돼 벌금 등의 처분을 받은 이는 34%(407명)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66%(795명)는 내부 징계로 종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징계자들의 부당 수수액은 총 25억 3000여만원이었으나 징계 과정에서 부가금으로 돌려받은 돈은 3억 6000여만원에 그쳐 21억 7000여만원이 그대로 방치됐다. ●부패 근절·청렴 문화 확산 기대 공기업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같은 기간 표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품·향응 수수 징계자 73명 가운데 82%(60명)가 내부 징계로만 종결돼 수수액 8억 4000여만원이 환수되지 못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공무원의 금품·향응 비위에 대한 사후 처벌이 강화되면 공직 부패를 근절하고 청렴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 추진”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와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는 지방자치의 자율성 강화를 위해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제 폐지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협의회에서 ‘정당공천폐지 특별위원장’을 맡은 배덕광 부산 해운대구청장과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 황한식 상임이사는 지난 10일 해운대구청에서 정당공천 폐기 공동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을 시작으로 앞으로 정당공천제 개선을 위한 준비위원회 구성, 전국 5개 지역 광역본부 구성 및 워크숍, 민·관·학·정계·언론 등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전국 본부 구성 등을 거쳐 연내 출범식을 열 계획이다.또 정당공천제에 대한 국민과 전문가 의식 조사, 언론 홍보, 각 정당대표 교섭 활동 등을 통해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를 강력하게 촉구하기로 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공무원 표창은 징계 면죄부?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정부포상이나 표창 등이 비위 등으로 인한 징계 처분 시 사실상 면죄부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년간 징계를 받은 지방공무원 가운데 5097명이 정부포상이나 표창 등을 통해 징계 수위가 한 단계씩 낮아졌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유정현 한나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징계 포상감경 현황’에 따르면 200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소속기관 징계위원회에 넘겨진 지방공무원 5097명이 표창 등으로 징계감경을 받았다. 이 가운데 징계 수위가 가장 낮은 견책 처분을 받은 4067명은 불문경고로 감경받아 징계가 면제됐다. 공무원 징계는 비위 수준에 따라 파면, 해임, 강등, 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 견책 등 경징계로 분류된다. 연도별 징계 포상감경 현황에 따르면 2010년에는 모두 2960명의 지방공무원이 징계를 받았고, 이 가운데 638명이 견책에서 불문경고로 감경돼 징계가 면제됐다. 5명 중 1명이 징계를 면제받은 셈이다.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969명으로 징계 감경자가 가장 많았다. 충남 573명, 전북 542명, 전남 499명, 경북 415명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재 ‘지방공무원 징계 및 소청 규정’에 따르면 징계 등 양정에 관한 기준은 행안부 장관이 정한 범위에서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해당 자치단체의 규칙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또 행안부가 정한 ‘지방공무원 징계 양정에 관한 규칙’에는 ▲훈장 또는 포장을 받은 공적 ▲국무총리 이상의 표창을 받은 경력 ▲6급 이하의 경우 중앙행정기관장인 청장·특별시장·광역시장 및 도지사 이상의 표창을 받은 공적 ▲모범공무원으로 선발된 공적 ▲청백봉사상을 받은 공적이 있을 경우 징계를 한 단계씩 감경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유 의원은 “징계 포상감경이 과도하게 이뤄지는 부분이 있어 포상감경의 명확한 기준을 정하고, 징계 포상감경제도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호 행안부 윤리복무관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현재 금품·향응 수수 등 기존 표창감경 제외 항목 외에 성매매, 성희롱, 음주운전도 표창감경할 수 없도록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법인카드로 카지노… ‘돈 독’ 오른 공직자들

    평일 근무시간에도 상습적으로 카지노를 들락거린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특히 카지노에 빠져 무단 결근하거나 휴강을 지시한 파렴치한 국립대 교수도 끼어 있어 공직 기강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간 평일에 20차례 이상 카지노를 드나든 공직자 465명을 집중 조사한 결과 근무시간에 근무지를 무단 이탈하거나 직무 관련자에게 돈을 빌려 게임을 하는 등 카지노 관련 비리 행위자 288명을 적발해 징계요구 및 고발조치했다고 5일 밝혔다. 징계요구 대상자 가운데는 5급 이상 간부급 공무원도 23명이 포함됐다. ●5급이상 간부도 23명 징계 요구 감사원은 “올 초 제보를 받고 공직자 카지노 출입실태를 감사한 이후 회계담당, 5급 이상, 안전관리 분야 담당자 등 465명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한 결과”라면서 “이 가운데 100명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하고 188명의 비위 사실은 소속 기관장에게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이 징계 등 조치를 요구한 288명은 최근 4년간 휴일을 포함, 평균 176차례나 카지노를 드나들었다. ●교수는 “오늘 휴강”… 카지노 출근 적발된 카지노 출입 공무원들의 행태는 그야말로 요지경이었다. 서울대 교수 등 교육직 공무원도 81명이나 징계 대상에 포함됐다. 충주대 교수 A씨는 카지노에 빠져 강의를 조교에게 대신 맡기고 아예 출근을 하지 않았는가 하면 아침부터 게임장을 찾았다가 조교에게 급히 휴강을 지시하기도 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그는 2009년 3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모두 102회나 근무지 또는 출장지를 무단 이탈했다. 근무시간 중 근무지 이탈은 예사였고 직무 관련자에게서 게임비를 받은 파렴치 공무원도 적발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소속 B씨는 1년여 동안 14차례나 근무시간에 카지노를 찾았으며, 직무 관련 시공건설업체의 현장소장을 함께 데려가 210만원을 게임비로 받아 쓰기도 했다. 소방, 가스 등 안전관리 분야 근무자들의 태만한 복무 행태 역시 심각한 문제로 드러났다. 한국가스공사 강원지역본부 C씨는 가스공급관리소 현장 점검, 회의 참석 등으로 허위 출장보고를 한 뒤 카지노 게임을 하러 가는 등 42차례나 근무지를 무단 이탈했다. 심지어 경북 울진소방서 D씨는 화재예방을 위한 관내 출장 명령을 받고서도 카지노에서 게임을 했다. 5급 이상 간부직 공무원도 23명이나 적발됐다. 국사편찬위원회 소속 E씨는 교과서 검정 업무를 위한 출장지에서 근무시간에 카지노를 찾았다. ●도박으로 대기발령 상태서도 출입 일부 공직자들의 카지노 중독 수준은 도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소속 차관보급 F씨는 지난해 말 감사원에 카지노 무단출입 사실이 적발돼 대기발령 상태에 있으면서도 열흘간 7차례나 카지노에 출입했다. 감사원은 법인카드로 속칭 ‘카드깡’을 해 도박 밑천을 마련한 사실 등을 확인하고 그에 대해 파면을 요구하는 한편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F씨는 직무 관련자에게 빌린 1200만원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받은 업무용 법인카드로 66차례나 식비 등을 결제한 것처럼 카드깡을 해 8500여만원을 마련, 게임 비용으로 썼다. 감사원 특별조사국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지난 4년간 평일 20회 이상 카지노를 출입한 공직자들에 국한한 만큼 실제 공직자들의 카지노 비리 행태는 파악된 수준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美 여대생 녹스, 伊유학중 친구 살해 혐의… 4년만에 무죄

    美 여대생 녹스, 伊유학중 친구 살해 혐의… 4년만에 무죄

    ‘그룹 섹스’를 거부한 룸메이트를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던 미국 여대생 어맨다 녹스(24)가 4년의 법정 다툼 끝에 결백을 인정받았다. 섹스와 마약, 살인 등 원초적 소재뿐 아니라 미국과 이탈리아, 영국, 코트디부아르 등 다양한 출신의 ‘등장인물’이 뒤얽혀 빚어낸 이 사건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성녀와 악녀의 이미지를 동시에 지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 녹스는 반전 드라마 끝에 평범한 여대생으로 돌아오게 됐다. 3일 오후 10시(현지시간) 이탈리아 페루자 항소법원. 재판부가 배심원 6명과 함께 결정한 평결을 읽어내려가자 법정은 긴장감으로 숨이 막혔다. 판사가 이윽고 “어맨다 녹스와 라파엘레 솔레치토(27)의 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히자 피고 측 가족은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재판부는 “검찰 측이 제출한 DNA 증거를 재조사한 결과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 사실이 이번 평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마지막 공판에서 “나는 가장 잔인한 상황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친구를 잃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녹스는 가족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녹스의 언니 디에나는 “4년을 끌어온 악몽이 드디어 끝나 감사할 뿐”이라며 기뻐했다. ●세계인 이목 집중시킨 ‘섹스 스릴러’ ‘녹스의 악몽’은 2007년 11월 1일 자신의 룸메이트였던 영국 유학생 메레디스 커처(당시 21)가 목이 거의 잘린 반나체로 침실에서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수사기관은 당일 있었던 녹스와 커처의 다툼에 주목했다. 검찰은 녹스와 그의 남자친구인 솔레치토, 지역 마약상인 코트디부아르 출신 뤼디 게드(24) 등 4명이 핼러윈데이(10월 31일)를 맞아 시간을 함께 보내다 녹스가 커처에게 ‘그룹섹스’를 제안했으나 거절당하자 3명이 커처를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수사 중 솔레치토의 집에서 15㎝ 길이의 칼이 발견됐고 칼날에서는 피해자의 혈흔이, 손잡이에서는 녹스의 DNA가 검출되면서 검찰 측 주장에 힘이 실렸다. 또, 커처의 브래지어에서 솔레치토의 DNA가 발견됐다. 1심 법원은 2009년 12월 살인과 성폭행 혐의로 녹스에게 징역 26년형을, 솔레치토에게 25년형을 각각 선고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게드가 혼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11월 항소했다. 궤드는 성폭행 및 살인혐의가 인정돼 30년형을 선고받았다가 16년으로 감형됐다. 검찰과 녹스, 솔레치토 측은 이후 할리우드 영화를 방불케 하는 불꽃튀는 법정 공방을 벌였다. 녹스 측은 홍보전문가까지 고용해 그의 청초한 이미지를 한껏 부각시키며 여론전을 폈다. 녹스의 부모들은 미국의 유명 토크쇼 등에 잇달아 출연, 딸의 결백을 주장했고 변호인단도 녹스를 ‘신념에 찬 사랑스러운 여성’으로 포장했다. 많은 미국인은 이탈리아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녹스를 감싸기 시작했고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인사까지 나서 구명운동을 벌였다. ●伊 담당검사 비위로 ‘악녀’ 낙인 실패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었던 솔레치토도 초호화 변호진을 꾸렸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밑에서 하원의원을 지냈던 줄리아 본지오르노 등이 포함됐다. 유명한 비뇨기과 전문의인 솔레치토의 아버지 프란체스코는 “우리 아들은 (선량해서) 파리 한 마리 다치게 하지 못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반면 이탈리아 검찰은 녹스에게 악녀 이미지를 씌우려 했으나 수사를 주도한 줄리아노 미그니니 검사가 다른 사건 조사 과정에서 권한남용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으며 궁지에 몰렸다. 또, 검찰의 DNA 증거를 재조사한 민간 조사단이 “DNA가 사건 발생 40여일 후에 채취되는 등 증거 수집 과정에서 석연찮은 점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배심원의 마음은 녹스 쪽으로 돌아섰다. 녹스는 이날 재판에서 “술집 주인 디야 파트리크 루뭄바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던 것과 관련해서는 유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녹스는 이미 명예훼손에 따른 3년의 형기를 채운 상태다. 검찰 측은 아직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고 직후 교도소를 빠져나온 녹스는 4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탈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은 녹스 스토리를 스크린에 옮길 계획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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