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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주연 두 은경을 만나다

    서울시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주연 두 은경을 만나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1948년 서울 명동 시공관에서 ‘춘희’(椿姬)란 제목으로 올려졌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연된 서양 오페라다. 여주인공 비올레타는 모든 소프라노의 ‘로망’이다. 노래와 연기 난이도, 굴곡진 인생을 사는 캐릭터의 매력은 물론, 극을 이끌어가는 여주인공 비중이 이만큼 지배적인 작품이 없기 때문. ●서울대 성악과 선후배 사이 오는 24~27일 서울시오페라단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리는 ‘라 트라비아타’에는 두 명의 ‘은경’이 나온다. 오은경(46) 세종대 교수와 김은경(44) 백석예술대 교수. 서울대 성악과 2년 선후배로 절친한 두 사람이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처음이다. 물론 세 명이 번갈아 주인공을 맡는 트리플 캐스팅이라 동시에 무대에 서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을 지난 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우선 무대 인연이 서로 닿지 않은 까닭부터 물었다. “언니(오 교수)는 레체로(lecero·가벼운 소리) 소프라노이고, 저는 리릭(lirico·부드럽지만 선이 있는 소리) 소프라노라 소화하는 배역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비올레타 역의 또 다른 특징은 레체로와 리릭 소프라노 모두 캐스팅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김 교수의 설명이다. 오 교수는 “스타일이 서로 너무 달라서 라이벌 의식은 없다.”면서도 “한동안 김 선생의 노래를 들어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소화할지 굉장히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모와 키라면 몰라도 노래로 경쟁할 건 아닌 것 같다.”며 재치있게 받아넘겼다. 오 교수는 비올레타로 이미 여러 번 무대에 섰다. 반면 김 교수는 이번이 데뷔전이다. 오 교수는 “비올레타는 비련의 여주인공이지만, 연약하기보다는 강한 캐릭터”라면서 “네번쯤 했지만 연출과 상대역에 따라 호흡이 다르고 나 자신도 나날이 성숙해져 가고 있기 때문에 느낌이 새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작품의) 음악이 내 몸에 딱딱 맞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대목에서 김 교수가 “나도 집에서 전신 거울을 놓고 100번쯤 비올레타를 했다.”고 ‘응수’해 폭소가 터졌다. 김 교수는 “지금껏 했던 작품 중 가장 고난도다. 기분이 우울해지는 슬픔이 아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슬픔을 전해 드리겠다. 객석을 ‘올킬’시킬 자신 있다.”며 역시 자신감을 내보였다. 두 사람도 어느덧 40대 중반. 언젠가는 무대와 멀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오 교수는 “지휘나 연주와 달리 성악은 몸이 악기이다 보니 나이가 들면 쇠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 60대 성악가가 부르는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들었는데 곡의 느낌을 완벽하게 이해한 듯 싶었지만, 몸의 한계로 한계에 부딪히더라. 누구나 오랜 세월 무대에 서고 싶지만, 어느 순간 찾아주는 이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게 인생이랑 똑같다. 세상을 알 만하면 몸이 안 따라주는 게 인생 아닌가. 그래서 사람들이 성악에 열광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의 한계… 성악·인생 닮은 꼴” 요즘 국내에선 고전 오페라의 현대적 재해석이 유행이다. 김 교수는 “한때 고전을 비트는 게 유행이었지만, 독일이나 이탈이라에선 원전으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이 강하다. 한국 현실에선 더 필요하다. 춘향전은 누구나 원전에 대한 이해가 있으니까 비틀어도 괜찮지만, 이탈리아 오페라를 오리지널도 모르는 상태에서 재해석한 작품을 본다면 참맛을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는 2008년 이탈리아 베르디극장 공연 당시 현지 평단에서 “우리가 잃어가는 정통성을 간직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라 트라비아타 알렉상드르 뒤마 2세의 자전적 소설 ‘동백아가씨’를 토대로 했다. 1800년대 프랑스 파리 사교계의 꽃 비올레타와 그를 흠모하는 알프레도의 비극적 사랑을 그렸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 부르는 이중창 ‘축배의 노래’(Brindisi)가 유명하다. 2만~12만원. (02)399-1783~6.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적한 금융계 3대 문제점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적한 금융계 3대 문제점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금융계가 탐욕을 버려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관련 경영 투명성 확보 ▲기업 대출 관행 개선 ▲사회적 약자 및 금융소비자 배려 등 3가지 대전제를 제시했다. 이 전제들은 김 위원장이 남은 임기 동안 펼칠 새로운 정책 목표인 셈이다. 하지만 그간의 행태를 전면적으로 고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권의 반발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그간 국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경영의 투명성 확보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거론됐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주주가 아닌 회장이 실질적 지배권을 행사하는 데 대한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지난해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 장 사이에 있었던 고소·고발 사건은 주주를 배제하고 권력을 잡기 위한 내부의 암투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라 전 회장이 지난해 초 4연임에 성공하자 이를 두고 경영진 간 내부 갈등이 표면화된 사건이었다. ●“금융지주 회장 지배권 문제많다” 계속 되풀이되는 ‘관치금융’ 논란도 문제다. KB금융지주는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이 정부의 반대에도 2009년 12월 KB금융 회장 내정자로 선출되면서 갈등이 터졌다. 정치권의 인사개입 논란까지 들끓자 강 전 행장은 6년간 이끌었던 국민은행장직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금융기관의 ‘비올 때 우산을 뺏는’ 대출 관행도 여전하다. 김 위원장은 “은행에 어려울 때를 대비해 돈을 빌려 오라고 해도 잘 안 하는데 이는 나중에 어려워지면 기업에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아생연후’(我生然後·나부터 살자)라는 사자성어로 은행을 비판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지적한 ‘사회적 약자 및 금융소비자 배려’ 부분 역시 우리 금융의 취약한 부분이다. 실제로 투자자들에게 고위험의 상품을 충분한 설명 없이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보험업계는 2009년 중복보장이 안 되는 실손보험을 너도나도 판매했다가 다시 해당 사실을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했다.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 역시 금융기관 파산 시 휴지조각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금융소비자도 많았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의 뜻대로 3가지 전제가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금융권 스스로 개선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는 이날 은행권이 경제 불황기에 서민의 고통을 외면한 채 예대마진 확대를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돈 잔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금융권 스스로 개선 나서야” 지난해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임금은 5575만원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시총 상위 5개 대기업 평균 임금(7648만원)에 비해 72.9%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여의도 시위 상륙을 봐도 미국처럼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시작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면서 “연봉은 실적과 성과에 따라 받는 것인데 고액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권 CEO가 큰돈을 받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 좋은 것이라고 선전하던 금융상품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나온 것이 문제”라면서 “우리는 월가랑 다르다는 점은 맞지만 금융 문제가 생기면 취약계층이 피해를 본 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주·임주형기자 kdlrudwn@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클래식

    ●이사오 사사키 휴(休) 콘서트 1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996년 ‘미싱 유’ 앨범을 발매한 이후 10여장의 앨범과 꾸준한 공연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피아니스트의 공연. 탤런트 이하늬의 언니인 가야금 연주자 이슬기가 초대손님으로 나선다. 4만~10만원. (02)2658-3546. ●MIK 앙상블 리사이틀 29일 부산 대연4동 부산문화회관, 30일 대구 수성동 수성아트피아, 새달 5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이상 오후 5시). MIK는 송영훈(첼로), 김정원(피아노), 김수빈(바이올린), 김상진(비올라)이 2003년 결성한 클래식 프로젝트 그룹이다. 3만 3000~7만 7000원. (02)2658-3546.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헬프’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헬프’

    확실히 예전보다 여자 배우가 중심에 선 영화가 많이 줄었다. 요즘에도 ‘웬디와 루시’(2008)처럼 중요한 여성 영화들이 만들어지기는 한다. 하지만 대중영화의 영역에서 여배우들이 주목할 만한 역할을 창조해낸 작품을 만나기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프레셔스’(2009)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2011)과 ‘헬프’가 차지하는 의미는 적지 않다. 대중영화의 흐름을 바꾸었다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각기 특색을 지닌 세 영화는 여성 영화의 모범적인 예를 남겼다. 대중적인 여성 영화에 대한 희망을 접기엔 아직 이른 것이다. ‘헬프’는 2009년 출간돼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동명 원작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원작을 쓴 캐서린 스토킷과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지낸 테이트 테일러가 연출을 맡았으며, 연기력을 인정받는 신·구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쟁쟁한 액션 블록버스터가 포진한 여름 시즌에 여성 드라마 ‘헬프’는 대중과의 접점을 창출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스타가 없고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됐음에도 ‘헬프’는 북미 박스오피스 수위를 수주간 지켜내며 올여름 가장 성공한 영화 가운데 한 편으로 남았다. 1963년 미국 미시시피주의 잭슨. 갓 대학을 졸업한 스키터(엠마 스톤)는 작가를 꿈꾼다. 경험을 쌓고서 오라는 출판사 편집장의 충고에 따라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지역 신문사의 가사 칼럼을 맡게 됐으나 집안일에 서툰 그녀는 베테랑 가정부 에이블린(비올라 데이비스·오른쪽)에게 도움을 청한다. 에이블린과 대화하다 흑인 가정부의 현실에 눈뜬 스키터는 책을 쓰겠다며 인터뷰를 제안한다. 시민운동이 벌어지던 당시에도 잭슨은 견고한 룰이 버티고 섰던 곳이다. ‘짐 크로 법’으로 불리던 흑백분리 정책이 여전히 흑인들의 삶을 옭아매던 때, 백인의 무관심 탓에 아들을 잃은 에이빌린은 위험한 요청을 받아들인다. ‘헬프’는 20세기 중반 미국 남부에서 벌어졌음직한 소극이다. 괄괄한 성격 탓에 사건의 중심에 선 미니,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인 걸 모르는 인종차별주의자 힐리, 폐쇄적인 백인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하다 미니의 도움으로 새 인생을 시작하는 셀리아 등의 인물이 어우러져 눈물과 웃음을 번갈아 빚는다. 영화의 일등공신은 여러 인물의 앙상블이다. 연륜을 더하면서 보석으로 자리 잡은 중견배우들과 야무진 신성의 조화가 기막히며, 더불어 허투루 버려지는 인물은 한 명도 없다. ‘헬프’는 교훈적이고 계몽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배움의 가치와 자신을 바르게 표현하는 것의 소중함을 깨우치며, 진실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궁금한 건 왜 작금의 미국인들이 20세기 중반이 배경인 교훈극을 사랑하게 됐느냐다. ‘헬프’의 성공은 잃어버린 선을 되찾기를 갈망하는 현대인의 마음을 반영한다. 어두운 터널 속에서 길을 더듬던 그들은 그 안에 빛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모던한 작품을 선호하는 관객은 ‘헬프’를 순진하고 안전하며 고리타분한 작품으로 여길 게다. 그런 사람은 극 중 사용된 밥 딜런의 노래를 새겨들을 일이다. 딜런은 ‘두 번 생각하지 마, 괜찮거든’이라고 일러둔다. 그러니까 옳은 말씀 앞에서 굳이 배배 꼬인 마음을 품을 이유는 없다. 11월 3일 개봉. 영화평론가
  • “명품 종합세트 같은 공연 선사”

    “명품 종합세트 같은 공연 선사”

    국제 무대 데뷔 25주년을 맞은 소프라노 조수미(49)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현대캐피탈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는 굉장히 기억할 만한 해”라면서 “좋은 음악가들과 함께 명품 종합세트 같은 공연을 선사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조수미는 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야외 무대에서 파크 콘서트를 연다. 이 공연에서 그는 ‘집시와 보헤미안의 노래’를 주제로 레하르의 ‘집시의 사랑’ 중 ‘심벌즈 소리가 들리면’, 푸치니의 ‘라 보엠’ 중 ‘그대의 찬 손’ 등을 부를 예정이다. 공연에는 몰타 출신의 세계적인 테너 조셉 칼레야,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몬테네그로 출신의 기타리스트 밀로시 카라다글리치 등이 참가한다. 칼레야는 “음악은 좋은 음악과 좋지 않은 음악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가가 모인 이번 콘서트에서 좋은 음악을 보여줄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조수미는 기자회견에 앞서 아름다운재단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한국 첫 동물보호교육센터 설립 기금으로 1억 5000만원을 기부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음악인 7인이 뭉쳤다

     1997년, 당시 세계무대를 휘젓던 음악가 7명이 콘서트를 열었다. 이름하여 ‘7인의 남자들’. 정명훈(피아노), 김영욱(바이올린), 최은식(비올라), 양성원(첼로) 등 일곱 남자가 의기투합해 만든 콘서트는 2003년 맥이 끊겼다가 2009년 부활했다. 멤버에 여자가 끼면서 이름만 ‘7인의 음악인들’로 바뀌었다.  올해 공연은 오는 6일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 8일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 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원년 멤버인 정명훈·양성원과 더불어 송영훈(첼로), 손열음(피아노), 이유라(바이올린·비올라), 신아라(바이올린), 서정실(기타)이 무대에 선다. 원년 멤버와 서정실을 빼고는 모두 20~30대로, 한층 젊어진 것이 특징이다.  송영훈과 이유라는 지난해에 ‘7인’에 처음 합류했다. TV광고에도 나와 친숙한 송영훈은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은 물론,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 등을 통해 클래식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예술의전당 히트상품인 ‘11시 콘서트’ 진행자이기도 하다. 이유라는 미국 최고 권위의 에이버리 피셔상과 프랑스 디아파종 도르 음반상을 받는 등 또래에서 단연 두드러진다.  손열음과 신아라는 올해 처음 가세했다. 손열음은 올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역대 최고 성적인 2위를 차지한 실력파. ‘바이올린 자매’로 유명한 신아라-동생이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다-는 보기 드문 순수 국내파다.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부악장도 맡고 있다.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기타리스트 서정실과 클래식 연주자들의 협연이다. 당초 기타 연주를 맡기로 했던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손을 다치면서 못지 않은 실력을 뽐내는 서정실로 바뀌었다. 신아라·양성원과 데 포사의 기타 3중주 제1번 가장조 Op18를, 이유라·송영훈과 파가니니의 멜로디를 선보인다. 4만 4000~11만원. (02)547-5694.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자유로운 음악 여정 25년이었죠”

    “자유로운 음악 여정 25년이었죠”

    명지휘자 고(故)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그를 두고 “신이 내린 목소리”라고 했다. 주빈 메타도 “한 세기에 한두 명 나올까 말까 한 목소리”라고 극찬했다. 소프라노 조수미(48)를 두고 하는 얘기다.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의 베르디극장에서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질다 역으로 데뷔한 조수미가 어느새 국제무대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보헤미안의 모습 시각적으로 표현” 조수미는 3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5주년 기념음반 ‘리베라’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동양인이 오페라 주역을 맡는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흔한 일이 아니었다.”면서 “카라얀의 비서가 우연히 ‘리골레토’ 공연을 보고 카라얀에게 얘기한 게 2년 뒤 카라얀과의 음반 녹음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데뷔 시절을 회상했다. 이탈리아어로 ‘자유’를 뜻하는 ‘리베라’는 지난 16일 세계 최대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에서 발매됐다. 앨범 제목과 관련해서는 “의식주 욕구 다음으로 중요한 게 자유가 아닐까 생각해 왔다.”면서 “내가 원하는 목소리로 모든 종류의 음악을 자유롭게 시도하고 도전했기 때문에 지난 25년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구속 없는 자유로운 음악의 여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앨범은 조수미의 음악 인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한국 작곡가 김택수가 편곡한 ‘집시 카르멘’을 비롯해 클래식 레퍼토리는 물론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메들리, 드보르자크의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 ‘우리의 소원’ ‘애국가’ ‘아리랑’이 결합된 ‘통일의 노래’ 등을 실었다. ●24일 올림픽공원서 기념공연도 오는 24일에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테너 조지프 칼레야,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등과 함께 25주년 기념공연도 갖는다. “지나온 25년을 돌아봤을 때 지금이 가장 절정기라고 자신한다.”는 조수미는 “한국에서는 오페라 ‘마술피리’ 중 기교가 강한 ‘밤의 여왕’ 아리아를 아직 라이브로 불러본 적이 없다. 언제가는 꼭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1만~5만원. 1577-5266.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대중음악] ●십센치 콘서트 ‘10centimental’ 9월 3일 오후 7시, 4일 오후 5시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 섬세한 연주와 솔직한 가사로 사랑받는 인디밴드 십센치(10㎝)의 전국투어 콘서트. 객석 한가운데 원형무대를 설치해 십센치만의 10가지 감성을 공연에 담아낸다. 4만 4000~6만 6000원. (02)541-7110. ●드라마 ‘여인의 향기’ 콘서트 9월 11일 오후 6시 30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를 부른 김준수 등 가수들이 출연해 드라마의 감동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이동욱, 김선아 등 출연진이 직접 무대에 나서 관객들과 만나며 콘서트 수익금은 전액 소아암 환우들을 위해 기부한다. 5만 5000~12만 1000원. 1544-1555. [클래식] ●앙상블디토 앙코르 리사이틀 9월 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2007년 실내악 프로젝트로 출범해 ‘클래식 아이돌’로 성장한 앙상블디토(비올라 리처드 용재 오닐, 바이올린 스테판 피 재키브, 피아노 지용, 첼로 마이클 니콜라스)가 지난 5년간의 성원에 보답하는 무대. 모차르트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2중주, 라벨 피아노 삼중주 가단조 등. 3만~7만원. 1577-5266. ●금호아트홀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CMS)-드뷔시 스페셜 9월 1일 오후 8시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 2007년 한국 공연장 최초의 상주 실내악단으로 출범한 CMS의 무대. 예술감독 겸 피아노를 맡은 김대진을 비롯해 첼로 김민지, 플루트 윤혜리, 비올라 김성은 등 정상급 연주자들이 함께한다. 드뷔시 첼로소나타 라단조 작품번호 135, 바이올린소나타 사단조 작품번호 140 등. 3만원. (02)6303-7700. [미술·전시] ●이색 부채전시회 ‘여름 생색’전 30일까지 서울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 더위가 시작되는 단오에 부채를 선물하면서 생색내는 옛 풍습에서 따왔다. 무형문화재 김동식·김대석 2명뿐 아니라 문봉선·최문석 등 다양한 작가들의 부채작품들을 선보인다. (02)730-1144. ●박지혜 ‘무빙 씽’(Moving things)전 30일까지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신진작가 지원프로그램에 선정된 작가로 극사실주의적으로 표현한 여성의 뒷모습과 목덜미 등으로 시선을 잡아챈다. (02)2124-8800.
  • 조재현 “음악 통해 꿈과 희망 심어주고 싶어”

    조재현 “음악 통해 꿈과 희망 심어주고 싶어”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배우 조재현(46)씨가 약속대로 3000만원을 기부했다. 조 이사장은 지난 4월 1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후 받은 급여 전액을 예술재능 기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악기 구입비용으로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악기 구입 비용 3000만원 내놓아 조 이사장은 10일 “무보수로 일하고 싶었는데, 규정상 그럴 수 없다고 해서 그동안 받은 수당 등 3000만원을 소외계층 자녀들의 악기 구입비용으로 기부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이에 따라 조 이사장의 기부금으로 기부 프로젝트에 필요한 바이올린, 비올라 등을 구입해 해당 학생들에게 무료로 줄 예정이다. 예술재능 기부 프로젝트는 다문화가정 자녀, 소년소녀가장, 새터민 자녀 등을 대상으로 악기 연주법과 음악이론 등을 가르치는 사업이다. 문화의전당 산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참여해 오는 22일부터 올 연말까지 ‘오케스트라 꿈 나누기’를 진행한다. 도내 다문화가정 및 새터민 자녀, 소년소녀가장 등 50명을 선정, 매주 1회 2시간씩 19주에 걸쳐 총 38시간의 예술 관련 수업을 할 계획이다. ●50명 선발… 악기 연주·음악이론 등 배워 교육대상으로 선발된 청소년은 경기도문화의전당 내 오케스트라 연습실이나 문화교실 등에서 전문 오케스트라단원들로부터 1대 1 또는 그룹별로 악기 연주법과 음악 이론을 배우게 된다. 이들이 배울 악기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등이며 오케스트라 단원 10여명이 강사로 참여한다. 문화의전당은 수원, 용인, 화성, 안산, 시흥 등지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우선 예능기부 프로젝트를 시행한 뒤 성과를 봐가며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 교통편이나 교통비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화의전당 임선미씨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음악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마련했다.”면서 “오는 17일까지 참가신청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연주 기술자 아닌 사회와 소통하는 음악인 키워”

    “연주 기술자 아닌 사회와 소통하는 음악인 키워”

    7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잡았다. 전공인 비올라로 전향한 것은 15살 때. 이쯤 되면 늦깎이다. 그런데도 로스트로포비치(내셔널심포니), 오자와 세이지(보스턴심포니), 네빌 마리너(미네소타오케스트라) 같은 거장들이 그를 단원(혹은 수석)으로 선택했다. 미국 커티스음악원 총장까지 맡고 있다. 미국 주요 오케스트라 단원의 25%는 커티스 출신이란 말이 나올 만큼 철옹성을 구축한 엘리트 음악의 요람에 역대 최연소 총장으로 부임했다. 로베르토 디아즈(51) 총장이 주인공이다. 제8회 대관령국제음악제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지난달 30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콘서트홀에서 만났다. ●이경숙 연세대 명예교수가 장모 대기실의 비올라 케이스는 온통 아내와 아홉 살짜리 딸 소피아의 사진으로 도배돼 있었다. 사진 속 얼굴이 묘하게 동양적이다. 아내 엘리사 리 콜조넨은 한국과 핀란드의 피가 반씩 섞였단다. 국내 1세대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이경숙 연세대 명예교수가 그의 장모다. 주목받는 피아니스트 김규연이 처제다. 한국과는 각별한 인연인 셈이다. 그는 “불고기나 김치를 너무 좋아한다. 한식을 좋아하지 않으면 집에서 아내와 큰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보통 2년 전에 연주 스케줄이 결정되는 그가 빡빡한 여름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대관령을 처음 방문한 것도 한국에 대한 애정이 밴 결정이다. 디아즈 총장은 이번 축제에서 3번의 공연과 더불어 음악학교 교수진으로도 참여한다. 그는 “연주와 가르치는 일 모두 사랑스럽고 흥미로운데 대관령에선 두 가지 일을 모두 할 수 있어 아주 좋다.”면서 “물론 내가 가장 사랑하는 대상은 언제나 연주”라고 말했다. 1924년 세워진 커티스음악원은 교수진이 95명, 학생은 160명 안팎이다. 교수 한 명에 학생이 두 명 꼴도 채 안 된다. 모든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작곡과 피아노, 지휘전공 학생에게는 재학 중 명품 피아노 스타인웨이를 공짜로 빌려준다. 음악 영재들이 커티스를 선망하는 이유다. ●“음악은 동시대 환경의 산물” 물론 커티스 출신들이 잘나가는 이유는 따로 있다. 연주만 잘하는 기술자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악보에 담기지 않은 시대적 공기까지 꿰뚫어 보도록 교육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아즈 총장은 “단지 유명해지려고 하거나 세계적 수준의 연주 실력을 갖추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면서 “음악은 동시대 환경의 산물이다. 베토벤이 살았던 시대를, 말러가 숨 쉬던 당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곡을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고 미술과 시, 문학, 정치, 사회,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 가르칠 수 있는 건 행운” 커티스음악원 재학생 가운데 아시아 학생 비중은 10%를 웃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를 뺀 외국 출신 중 가장 많은 게 한국 학생이다. 디아즈 총장은 “(한국 학생이) 12~15명쯤 된다.”고 설명했다. 총정원이 12명인 비올라 부문에는 내년에 4명의 한국인 학생이 입학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 학생들은 믿을 수 없는 재능들을 갖고 있다.”면서 “그들을 가르칠 수 있는 내가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음악 영재들이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로 몰리는 ‘쏠림 현상’이 심각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내 오케스트라들이 관악기 파트가 부실한 것도 같은 이유일 터. 디아즈 총장은 “피아노나 바이올린, 첼로 연주자들이 노출되는 일이 많으니 어린 학생들이 선망하는 건 당연하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점점 작곡이나 지휘, 타악기 같은 분야에서도 훌륭한 인재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관령축제 예술감독(정명화, 정경화)이나 남동생(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도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연주자가 아니냐.”면서 “슈퍼스타들이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부정적으로 볼 건 없다.”고 덧붙였다. 평창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제2 윤이상’ 재독 작곡가 박 파안 영희 내한 회견

    ‘제2 윤이상’ 재독 작곡가 박 파안 영희 내한 회견

    국내에서는 다소 낯설지만 유럽음악계에서는 꽤 유명하다. 1977년 ‘만남’(Man-nam)으로 스위스 보스일 세계작곡제에서 1등을 차지한 박 파안 영희(66) 얘기다. 이 우승으로 “저작권료만으로도 충분히 먹고살 만큼” 명성을 쌓은 그는 올 3월 정년퇴직할 때까지 독일 브레멘국립예술대 교수를 지냈다.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 등 독일어권을 통틀어 첫 여성 작곡과 교수다. 제2의 윤이상(1917~1995)으로도 불린다. 그의 대표작 ‘만남’과 ‘타령Ⅵ’이 오는 28일 개막하는 제8회 대관령국제음악제 무대에 오른다. ‘타령Ⅵ’은 아시아 초연이다. 디스크 탓에 두 지팡이에 의지해 걸음을 뗄 만큼 불편한 몸이지만, 정명화 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의 전화를 받고 흔쾌히 한국을 찾았다. 25일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독특한 이름부터 설명했다. “박씨가 워낙 흔해 일종의 예명을 생각한 게 ‘파안’이다. 책상 위의 비파(琶案), 즉 음을 생각하는 작곡가란 의미와 함께 파안대소(破顔大笑)의 뜻도 있다.” 대학원(서울대 음대) 졸업 뒤 1974년 독일로 유학 떠나 “눌러앉았다.”는 그는 “중학교(청주여중) 때 ‘연대장’을 지내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니 이해해 달라.”며 80여분 동안 열변을 토했다. →대관령음악축제에 처음 참가하는데. -지난해 12월에 정명화 감독이 대관령축제를 위한 새 곡을 써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 새로 작곡하려면 4~5년이 걸린다. 그래서 작곡은 다음으로 미루고 기존에 써놓은 60여곡 중 몇 개를 추천해 드렸다. 두 곡이나 뽑혔으니 정말 브라보~다(웃음). →초연되는 ‘타령Ⅵ’에 대해 소개해 달라. -청주에서 자랐는데 정초에 지신밟기를 숱하게 봤다. 거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타악기(북, 종, 조개껍데기 등)와 함께 플루트, 클라리넷, 비올라, 바이올린, 첼로 등 6개의 악기를 위한 작품이다. 실제 전통 타악기를 쓰는 건 아니고 우리의 장단을 쓴다(그는 손바닥으로 탁자를 두들기며 ‘덩덩더 쿵덕’ 장단을 시연해 보였다). →‘만남’에도 타악기가 쓰이나. -아니다. 대신 첼로가 장구 같은 역할을 한다. 신사임당이 대관령을 넘어 시댁으로 가는 길에 강릉 친정엄마를 떠올리며 쓴 한시 ‘사친’(思親)에서 따온 작품이 ‘만남’이다. 보스일 콩쿠르 우승곡이니 이 곡 덕에 밥을 먹게 된 셈이다(웃음). →명성에 비해 한국에는 덜 알려졌다. -한국에서 왜 연주회를 하지 않느냐고들 하는데 중이 제 머리 깎을 수는 없지 않나. 그렇다고 내가 잘났는데 왜 초대를 안 해주냐고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고…(웃음). →작품에 순우리말 제목이 유난히 많다. -딱히 애국을 하려는 건 아니다. 말에는 인간의 정서와 민족의 영혼이 담겨 있다. 어떤 분들은 37년이나 유럽에 살았는데 어떻게 한국말을 잘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못하는 게 이상하거나 머리가 나쁜 것 아닌가(웃음). →한국 정서를 모르는 서양인들이 작품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소해서 어렵다는 얘기는 한번도 못 들어봤다. 나는 한국전쟁을 직접 겪고 배고픔을 겪은 세대다. 내 또래의 한국여자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섬세하고 강한 개성을 표현한다. 가장 개성 있는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거꾸로 서양악기로 한국 장단을 만들어 내는 건 어렵지 않은가. -리듬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내 안에 있으니까. 어려운 건 기술이 아니라 정신이다. →한국 정서에 기반한 음악으로 현대 유럽음악 발전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고 했는데. -요새 컴퓨터 음악이 많아졌다. 몇 마디 작곡한 뒤 ‘복사’와 ‘붙이기’ 기능을 써서 30~40분짜리로 늘리는 작곡가들도 있다. 그래서 행복하다면 말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며칠 뚝딱 작업해 내놓는 건 청중을 우습게 여기는 행위다. 창작이 아닌 장사꾼이다. 난 한 곡 쓰려면 죽어라고 1~2년씩 하는데…. →한국에서는 유독 현대음악이 외면받는다.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청중들이 선호하지 않아서 현대곡을 연주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건 난센스다. 학교 다닐 때 들을 기회가 없으니 청중들이 선호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교육이다. 어릴 때부터 국악도 가르치고, 현대음악도 가르쳐야 한다. 폴란드나 이탈리아에서는 택시 운전사도 자국 현대음악가들을 줄줄 꿴다. 한국에서는 쏠림현상이 너무 심하다. 잘못된 음악교육을 바로잡을수 있다면 한국에 돌아와 무슨 일이든 하고 싶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노숙자도 클래식 즐길 권리 있기에 무료공연 고수”

    “노숙자도 클래식 즐길 권리 있기에 무료공연 고수”

    자고 나면 몇 개씩 클래식 연주단체들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곳이 미국 뉴욕이다. 최소 3년 정도는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야 주(연방) 정부나 기업 후원을 기대할 수 있다. 신생단체가 주목받기는커녕, 생존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지난해 만들어진 뉴욕클래시컬플레이어스(이하 NYCP)에 눈길이 가는 까닭이다. 100% 무료공연을 펼치면서도 10만 달러가량의 기부를 끌어내는 등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마무리한 것. ‘무료공연’이라고 하면 아마추어들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NYCP는 다르다. 다쑨 장(더블베이스·텍사스주립대 교수) 등 실력파 연주자들은 물론 음악감독을 맡은 지휘자 김동민(39)이 중심을 잡고 있다. 뉴저지에 머물고 있는 김 감독을 24일 전화 인터뷰했다. 김 감독은 기억이 미치지 못하는 나이부터 음악을 듣고 자랐다. 현악기 장인 김현주(71)씨가 그의 아버지다. 국내 두 사람뿐인 바이올린 마이스터(독일 정부가 최고 기능인에게 주는 자격증) 김동인(42)씨가 형이다. 연세대에서 비올라를 전공한 김 감독은 인디애나주립대로 유학을 떠나 비올라와 지휘를 복수전공했다. NYCP의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것은 2년 전. “인디애나의 공공도서관을 갔는데 홈리스(노숙자) 행색의 흑인 할아버지가 세상의 모든 걱정을 초월한 듯 두 시간쯤 클래식 음악을 듣는 모습을 봤다. 이후로도 3일 연속 오더라. 당장 생계가 급할 텐데,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는 것이다. 처음으로 음악을 해야 하는 이유와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후 인터넷을 검색하다 교회나 학교 강당에서 무료공연을 하는 실내악단 홈페이지를 발견했다. 씨줄과 날줄이 엮이는 순간이었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뉴욕의 젊은 연주자들이 의기투합했다. 인디애나주립대 동문이자 10년 지기인 콘트라베이시스트 다쑨 장이 그랬다. 김 감독은 “음악을 접하는 데 어떤 이유로도 소외되는 분들이 없도록 하자는 게 NYCP의 설립 취지다. 굳이 링컨센터나 카네기홀에 오지 않더라도, 혹은 갈 수 없는 사람도 음악을 즐길 권리가 있다. 통상 미국의 전문 연주단체는 연간 예산의 35%를 티켓 판매로 충당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부분을 포기하고서라도 원칙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때문에 NYCP의 공연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옆 교회나 학교 강당 등에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2011~2012시즌에는 도약을 꿈꾼다. 확정된 공연만 10회. 3회 정도 더 늘릴 계획이다. 미국 내 투어와 레코딩도 준비 중이다. 클래식 아이돌 ‘앙상블 디토’의 멤버 스테판 피 재키브(바이올린)가 10월 1~2일 시즌 오프닝 공연에 협연자로 나선다. 고(故) 피천득 수필가의 손자로도 유명한 그는 2012~2013 시즌부터는 NYCP의 상임연주자로 연 1회 이상 함께 무대에 선다. 김 감독은 “한국에서도 기회가 있다면 공연하고 싶지만, 막 걸음마를 뗀 상태라 NYCP의 인지도를 쌓아올리는 게 우선”이라면서 “섣불리 (한국에) 갔는데 아무도 안 찾아주면 곤란하지 않겠나.”라고 농담 속에 진심을 내보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세계적 옻칠예술가 전용복

    [김문이 만난사람] 세계적 옻칠예술가 전용복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르네상스 시대에 제작된 최고의 명작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500여년 지난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도료나 아교 등으로 덧칠을 해 놓아 원래의 ‘모나리자 미소’를 잃은 지 오래다. 만약 무덤에서 다빈치가 일어나 그 모습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도 장탄식을 하겠다. 좀 더 오래가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지 못한 것을 놓고 후회막급할 것이다. 여기서 잠깐, 고민하는 다빈치에게 우리 전통의 옻칠을 얘기해 주자. 1500년 전의 고구려 벽화나 700여년 전의 팔만대장경 글씨가 지금까지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을 예로 들면서 우리 조상의 옻칠에서 그 비결을 찾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첨단 과학의 시대에 그저 산에 나는 옻을 사용했다는 조상들의 지혜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이참에 제대로 보여 주고 싶다. 그만큼 옻칠은 나무의 결이나 그림을 고스란히 살려 주는 동시에 장구한 세월을 견디는 생명력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옻이란 무엇인가. 옻을 잘 모르는 사람도 ‘옻오리탕’ ‘옻닭도리탕’ 정도는 들어 봤을 것이다. 또 ‘옻이 올랐다’는 얘기도 있다. 좀 더 전문적으로 알기 위해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옻칠 예술가 전용복(58)씨를 만나러 간다. 인터뷰에 앞서 유명한 일화를 떠올렸다. 지난해 7월이었다. 문화재청이 주최한 ‘전통공예의 산업화·세계화 심포지엄’에서 전씨는 직접 옻칠한 손목시계를 선보였다. 옻을 입힌 제기와 상, 장롱 등은 수없이 보았으나 손목시계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확 주목을 끌었다. 그가 지금까지 만든 손목시계는 8억원과 3억원짜리 1개씩, 그리고 5000만원짜리 30여개. 4년 전 세이코 시계 회사의 주문을 받아서 시계 금박에 옻칠을 해 영원 불멸의 작품을 만들었던 것. 또 있다. 1991년 11월 13일. 도쿄 시내의 국보급 연회장인 메구로가조엔(1920년대 일본의 고급 문화를 담은 호텔, 연회장, 예식장으로 쓰인 복합 건물)이 오픈되는 날이다. 거기엔 이례적으로 태극기가 휘날렸다. 전씨가 3000여명에 달하는 일본 옻칠 장인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3년 만에 완벽하게 복원해 낸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60년 전 조선의 장인들이 나라 잃은 울분을 삭이며, 피와 땀을 흘렸던 과거의 한을 떠올리며 대역사를 재현해 내 일본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것이다. 미술관 엘리베이터나 사계절 산수화 등의 창작품에는 전씨의 이름 세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음은 물론이었다. 서울 화양리 네거리에 위치한 ‘전용복 옻칠예 아카데미’. 자리에 앉으면서 “옻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더니 “거봐요, 기자라는 사람이 저러니 참으로….”라고 야단부터 맞았다. “옻은 만년의 신비를 갖고 있습니다. 세 가지로 말할 수 있지요. 첫째, 옻칠은 지구상에서 그 어떤 물질보다 오래 생명력을 유지합니다. 둘째, 옻칠은 나무에서 추출한 수액이므로 자연 친화적이며 인체에 유익한 물질을 생성합니다. 셋째, 옻칠은 아름다움을 가장 오래도록 간직하게 해 줍니다. 옻칠만이 가지고 있는 신비스러움은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지요.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런 수액을 제공하는 옻나무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난 4월 중국 문화부 중외문화교류중심 초청으로 베이징에서 ‘전용복 칠화전’을 가졌다. 이때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축사를 통해 “신해혁명 100주년을 맞는 중국 땅에서 서양인들이 선망해 오던 칠공예를 아시아 문화 발신의 기점을 만든 전용복 선생에게 큰 기대와 함께 경의를 표한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중국으로 걸어간 거대한 발자국이 드디어 대륙 땅에 찍히는 순간 옻칠은 다채롭고 찬란한 아침 햇살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본에서 24년을 살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그가 당당히 중국 문화부 초청으로 전시회를 가진 무대였으니 국내외에서 적지 않은 관심이 쏠렸다. 중국 문화부 관계자 뤼진은 “이번 전시는 만년의 빛이라는 테마로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전시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전시를 얘기하는 전씨에게 요즘 무슨 일로 바쁜지 물었다. “서양 가구에 옻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크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지요. 다시 말하면 전통적인 옻칠을 갖고 우리의 생활공간에 어떻게 아름답게 접목할까 하는 것입니다. 4년 전부터 연구해온 것을 구체화하고 있지요. 한국의 전통 옻이 친환경적 소재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입니다. 전씨는 또 “옻의 활용은 무궁무진하다. 옻을 이용한 작품 개발 등 순수 예술도 있지만 이제는 일반 서민들도 옻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대중화해야 한다.”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화에도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얘기를 하나 꺼낸다. 다름 아닌 오는 11월 세계 유네스코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이 방한할 때 세계 문화재 보존을 위한 전 세계 투어 전시회 협약을 맺기로 했다는 것이다.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 일대와 미국 남미 등에서 옻예술 전시회를 갖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우리의 전통 옻예술이 서양 세계를 향해 떠나는 최초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가 일본에서 귀국한 지 1년밖에 안 됐다. 소식을 듣고 한 수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이들 중 몇몇이 선발돼 ‘옻칠예 아카데미’에서 작품 활동을 같이 하고 있다. 수제자로 할 만한 사람은 15명. 전씨는 현재 세 가지 일에 몰두하고 있다. 첫 번째는 창작 전시 작품, 두 번째는 주거공간에 쓰이는 생활작품, 그 다음에는 후진 양성을 위한 일이다. 그는 얼마 전 부산 영산대 석좌교수로 초빙을 받았고 올가을 학기부터는 이화여대에서 특강을 하기로 예정돼 있다. 최근에는 가구 회사인 바로크C&F와 협약을 맺어 서양 가구에 우리의 전통 옻을 입히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완성된 물건이 1만년 가는 것은 옻밖에 없습니다. 살균력이 좋고 전자파도 잘 흡수합니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산업 부문에도 적용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예술적 접목도 다양할 때가 됐지요. 젊은 작가와 젊은 디자이너, 그리고 우리 공예를 지켜온 사람과 결합해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실험작품을 내놓았다. 앞서 얘기한 옻칠한 금속시계뿐만 아니라 비올라·첼로 등 악기에도 옻칠을 했던 것. 특히 피아노의 경우 음향판에 옻칠을 했더니 소리가 무척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완성된 물건에 옻은 어떻게 칠할까. 오묘한 색깔은 어떻게 빚어낼까. “옻나무 수액을 처음 채취했을 때에는 막걸리 색깔과 비슷합니다. 이에 열을 가하면 맥주병 색깔로 변하지요. 이런 정제 과정에서 돌가루를 적당히 섞어 가면서 여러 가지 색깔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옻을 음용하다 보니 옻나무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요즘에는 중국에서 수입해야 할 형편입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훨신 많은 1년에 70t 정도 사용하고 있지요.” 그는 6·25전쟁이 끝날 무렵 부산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집안 살림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길거리에서 과일과 국화빵 장사를 했다. 연탄 배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관심을 두었던 것은 동네 어귀마다 자리한 나전칠기 가구나 장롱을 만드는 곳이었다. 화가가 되는 꿈도 꾸었다. 소나무 판자에 분필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또 손재주가 좋아 목재소에서 헌 나무토막을 주워 와 토끼집이며 개집을 직접 만들어 이웃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그런 생활을 견디며 청년이 돼 해병대에 입대했고 전역한 뒤 목재 회사에 입사했다. 1978년 당시 월급은 57만원. 솜씨가 워낙 좋아 회사로부터 특별 배려를 받았다. 열정과 패기까지 있어 젊은 나이에 기획실장과 디자인 회사 재정까지 맡았다. 잘나가던 그에게 어느 날 ‘전용복식 가구’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회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경기 마석에 예린공예사를 차렸다. 고기비늘처럼 반짝이는 공예품을 만들어 내려는 뜻에서 예린(藝鱗)이라고 했던 것. 이후 그의 작품은 서울에 있는 고급 가구상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향인 부산으로 옮기면서 가구공방 운영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활로를 모색하던 중 도자기 위에 옻칠을 한 ‘와태칠 기법’을 생각해 냈다. 독학으로 1200년 전의 기술을 익히면서 옻칠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가구와는 점점 멀어졌고 순수한 옻칠 작품을 만들어 내는 작가로 탈바꿈했다. 1986년 한국현대공예미술전에 와태칠 작품을 출품해 대상을 거머쥐는 등 타고난 실력을 발휘했다. 얼마 후였다. 일본인 무역상이 오래된 ‘오젠’ 밥상 하나를 들고 와 수리를 부탁했다. 그 일본인은 도쿄예술대학에서 얘기를 듣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밥상 윗부분에는 고운 빛깔의 나전으로 두 마리의 학이 아름다운 자태로 입혀져 있었다. 전씨는 새것처럼 깔끔하게 수리를 했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메구로가조엔 복원 작업에 참여했고 여러 차례 전시회를 가지면서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은 일본 교과서에 실렸으며 한때 귀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옻칠은 우리 선조들이 남긴 혼의 정수(精髓)이자 영원불멸의 유산입니다. 일본에서 당당할 수 있었던 것도 ‘나는 조선의 옻칠장이’라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이 땅의 옻칠 문화를 되살리는 데 진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전용복씨는…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91년 일본 메구로가조엔의 옻칠 작품을 3년에 걸쳐 복원해 내 세계적인 옻칠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23년 동안 일본에서 살다가 1년 전 귀국했다. 지난 4월 중국 정부 초청으로 전시회를 가져 그의 진가를 새삼 입증했다. 그의 이력은 이렇다. 1980년 예린 칠연구소를 설립했으며 1983년 일본 한국문화원 초대 전시회, 1986년 한국 현대미술전 대상 수상, 일본 이와테 현 미술공방전 특상(1988),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통령 표창장 수상(2000), 이와테 현 가와이무라 약사도칠예관 명예관장(2000), 대통령 표창 수상 기념 개인전(2001), 이와테 칠예미술관&동관대표 취임(2004), APEC기념작품전시회(2005), 세계 최고급 옻칠 시계 발표(2008), 온스타일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공동 기획 아트도네이션 작품 기증(2009) 등이다. 현재는 서울 화양리에서 제자들과 작품 활동을 하면서 생활공간에 어떻게 옻을 적용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있다.
  • 대관령에 ‘클래식 별’ 쏟아진다

    대관령에 ‘클래식 별’ 쏟아진다

    미국 뉴멕시코주 샌타페이와 콜로라도주 아스펜, 스위스 베르비에의 공통점을 단박에 알아챘다면 골수 클래식 팬이다. 산악지대의 쾌적한 환경에서 클래식 선율에 흠뻑 취할 수 있는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이다.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오는 24일부터 새달 13일까지 해발 700m의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대관령국제음악제(http://www.gmmfs.com)가 열리기 때문. 올해에도 48명의 정상급 연주자들이 평창을 찾는다. 8회를 맞는 올 대관령음악제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 음악가, 정명화(67·첼로)·경화(63·바이올린) 자매가 공동 음악감독을 맡았다는 점이다. 언니 정명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서울에, 동생 정경화 미국 줄리아드 음대 교수는 뉴욕에 떨어져 있을 때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전화 통화를 할 만큼 끈끈한 자매인 터라 ‘투 톱 체제’의 갈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정명화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61년 미국에 이민 갔을 때 6개월쯤 싸운 걸 빼면 이후로 다툰 기억이 없다. 둘 다 현(絃)을 다뤄서 그런지 7남매 가운데 유달리 죽이 잘 맞는다.”고 털어놓았다. 정경화 교수도 “언니와 함께라서 (감독 직을) 수락했다. 언니는 말도 못하게 섬세하다.”고 거들었다. 축제 주제는 ‘빛이 되어’(Illumination). 모차르트, 멘델스존, 쇼팽, 슈베르트 등 시대를 초월하는 거장들의 생애 최후 작품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 마술피리와 미완성 유작 레퀴엠, 슈베르트의 현악 오중주 C장조, 멘델스존의 현악 오중주 2번, 쇼팽의 야상곡 20번, 하이든의 현악 사중주 F장조 등 대가들의 마지막 혹은 후기 작품이 대거 연주된다. 정명화 교수는 “천재 음악가들의 후기 작품이야말로 인생의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 질병과 좌절이 반영된 원숙미 넘치는 작품”이라면서 “선정한 곡들은 나에게도 일생의 빛이 됐고, 영원불멸할 것이기 때문에 일루미네이션이라고 테마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관심이 가는 공연은 7년 만에 호흡을 맞추는 자매의 무대(29일)다. 아쉽게도 이번에 ‘정 트리오’의 막내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은 빠졌다. 대신 1990년 쇼팽콩쿠르 우승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가 브람스의 피아노 트리오 1번 B장조를 함께 연주한다. “작고하신 어머니(이원숙)가 유난히 좋아했던 작품이라 더 특별하다.”는 게 자매의 얘기다. 손가락 인대 부상으로 5년간 무대를 떠났다가 지난해 한국에서 딱 한 차례 공연했던 정경화 교수의 연주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독한 완벽주의자로 불리는 정경화 교수는 “99.9% 회복된 상태다. 그동안에도 연주할 수는 있었지만 완벽해야 하기 때문에 자제했다. 다시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흥분된다.”고 말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했던 첼리스트 카리네 게오르기안, 커티스 음악원 총장을 겸한 비올리스트 로베르토 디아즈, 두 차례나 그래미상을 받은 클라리넷 연주자 리처드 스톨츠만의 공연도 놓쳐서는 안 될 무대다. 성시연 서울시향 부지휘자가 이끄는 대관령음악축제(GMMFS) 오케스트라가 펼쳐보일 모차르트의 레퀴엠도 궁금하다. ‘떠오르는 별’들도 평창 밤하늘에 쏟아진다. 최근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를 한 손열음(피아노)과 2004년 칼 닐센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9세의 나이로 우승한 권혁주를 비롯해 김태형(피아노), 고봉인(첼로), 성민제(더블베이스), 신현수(바이올린), 클라라 주미 강(바이올린) 등이 나선다. ‘저명연주가 시리즈’는 9회 공연 모두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야외 스크린으로 하루 시차를 두고 중계한다.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들을 배려해서다. 서울 한강반포지구 새빛둥둥섬에서도 대형 화면을 통해 중계될 예정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슈퍼스타 ‘앙상블 디토’와 美그래미상 ‘파커 콰르텟’이 뭉쳤다

    슈퍼스타 ‘앙상블 디토’와 美그래미상 ‘파커 콰르텟’이 뭉쳤다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는 연주자들의 공연은 그 자체로 심장을 뛰게 한다. 그런 고수들이 여럿 뭉쳤다면? 클래식계의 슈퍼스타로 불리는 앙상블 디토(비올라 리처드 용재 오닐·바이올린 스테판 피 재키브·피아노 지용·첼로 마이클 니컬러스)의 정례 공연을 실내악 축제로 확장시킨 ‘디토 페스티벌’(6월 23일~7월 3일)이 어느새 3년째를 맞았다. 올해 관전포인트는 ‘콜라보레이션’(협업). 페스티벌의 9개 공연 중 첫눈에 들어오는 것은 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앙상블 디토와 미국의 현악 4중주단 파커 콰르텟이 만드는 무대다. 앙상블 디토는 아이돌 뺨치는 외모와 실력으로 막강한 티켓 파워를 뽐내는 실내악 그룹이다. 여기에 올해 미국 그래미상(실내악 퍼포먼스 부문)을 받은 파커 콰르텟이 가세했다. 파커 콰르텟은 한국계 대니얼 정·캐런 김(바이올린), 김기현(첼로), 제시카 보드너(비올라)로 구성됐다. 대니얼과 제시카는 부부 사이다. 이들은 드뷔시의 현악 4중주와 브람스의 현악 6중주, 멘델스존의 현악 8중주가 뭉쳤을 때의 쾌감을 전달한다. 다만 앙상블 디토와 파커 콰르텟의 악기 편성이 다른 탓에 이번에는 피아니스트 지용이 빠지는 대신, 원년 멤버인 바이올리니스트 자니 리가 함께한다. 또 하나의 콜라보레이션은 피아니스트 임동혁(27)과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24)의 조우. 새달 3일이다. 프랑스 롱티보 국제콩쿠르에서 임동혁이 2001년 우승한 데 이어, 신현수도 2008년 1위에 오르면서 두 사람의 닮은꼴 운명은 시작된다.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와의 인연도 흥미롭다. 임동혁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파격적 조건으로 EMI클래식과 계약을 맺도록 추천한 사람이 아르헤리치다. 아르헤리치는 지난해 일본 벳푸에서 자신이 주관하는 페스티벌에 신현수를 발탁해 임동혁과 한 무대에 세웠다. 형(임동민)과 언니(신아라)가 같은 악기를 다루는 프로 연주자란 점까지 똑같다. 1년여 만에 재회한 두 스타는 쇼팽의 녹턴과 영웅 폴로네이즈, 사라사테의 파우스트 판타지, 프로코피예프의 토카타 등에서 눈빛을 교환한다. 3만~8만원. 1577-5266.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장마철 톡톡 튀는 신제품…뽀송뽀송한 장마철을 부탁해

    장마철 톡톡 튀는 신제품…뽀송뽀송한 장마철을 부탁해

    올해 장마는 유례없이 길고 더 독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기후변화 탓에 우산만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폭탄’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지 오래다.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 장마철은 또 하나의 대목으로 자리 잡았다. 축축한 장마철을 보송보송 산뜻하게 건너뛰게 해준다며 업체들은 장마철 용품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높은 인기를 확인한 장화와 서서히 한 세트 개념으로 고개를 들고 있는 우비 제품의 활약이 남다르다. 골프브랜드 엘로드가 장마철을 겨냥해 내놓은 ‘트레블 레인웨어’의 인기는 업체도 놀랄 정도다. 3가지 스타일로 출시된 우비는 비올 때뿐 아니라 평상시 바람막이 점퍼로 입을 수 있도록 활용도를 높여 소비자들의 눈도장을 받은 것. 본격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데도 판매율 80% 이상으로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남성복 브랜드 커스텀멜로우는 남성 직장인들에게 어울리는 화려한 색감의 체크 문양 우비를 내놓아 남성 고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비가 오지 않을 때 접어서 넣을 수 있는 주머니를 세트로 구성해 수납과 휴대를 간편하게 한 것이 주효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K2가 출시한 ‘컴포트 레인코트’는 특수 처리를 통해 방수 기능은 높이고 땀을 배출하는 기능을 향상시킨 제품이다. 모든 봉재선을 특수 테이프로 마감해 빗물을 완벽히 차단한다는 점을 자랑한다. 쏟아지는 장맛비를 아랑곳하지 않고 산뜻하게 건너뛰게 해주는 일등공신으로 장화가 빠질 수 없다. 지난해 인기를 확인한 업체들은 매출 호조에 대한 기대감으로 경쟁하듯 멋스럽고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금강제화 상품팀 방병길 과장은 “전년 레인부츠 판매율이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어 올해는 디자인 가짓수와 수량을 2배 이상 확대했다.”며 “일찍부터 내린 비로 지금까지 레인부츠 판매량이 전년보다 2.5배 늘었다.”고 말했다. 금강제화는 에스쁘렌도는 정장 차림에도 어울리게 굽이 있는 장화를 선보였다. 굽이 거의 없는 장화 일색인 가운데 나온 하이힐과 웨지 스타일 장화는 이미 장화를 장만한 여심까지도 혼란스럽게 만들 만하다. 편한 신발의 대명사가 된 크록스의 여성용 장화 ‘크록밴드 존트 애니멀 웨이브’는 산뜻한 색상과 깜찍한 문양으로 승부를 걸었다. 레몬색과 하늘색이 섞인 바탕색에 독특한 동물 문양을 새겨 넣어 패션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여성들을 노렸다. 습한 계절 눅눅한 신발 속 처리가 고민이다. LG생활건강은 이를 위해 신발 탈취제 ‘Mr.홈스타 신발을 부탁해’를 선보였다. 구두, 운동화 등 신발 내부에 적당량을 분사한 뒤 건조하면 무좀균,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유해 세균을 99.9% 살균해 주는 제품이다. 내 몸은 물론 주변 환경도 쾌적하게 유지해 주는 제품들도 판매량이 늘고 있다. 온라인몰 G마켓(www.gmarket.co.kr)에서 최근 2주(6월 1~14일)간 제습기 판매량이 전월 대비 2.5배 늘어난 것. 책상에 놓고 쓰는 개인용 제습기 ‘에어퓨리어 제습기’(8만 3200원)와 가정용으로 크기가 작아 공간 활용이 좋은 소형 제습기 ‘알파 습기제거기’(3만 9500원)는 눅눅한 장마철 통풍이 잘 안 되는 좁은 실내 공간을 보송보송하게 만들어 줄 제품으로 찾는 이들이 많다. 이색 땀방지 제품도 눈길을 끈다. 겨드랑이에 밀착시키면 땀을 흡수해 주는 ‘겨드랑이 패드’(3만 5000원), 습도가 조절돼 땀 흡수뿐 아니라 냄새까지 잡아 주는 ‘조습군 땀방석’(4만 2000원)이 새로운 관심 제품으로 떠올랐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대중음악 ●석훈이 2011 콘서트 4일 오후 7시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 정규 1집 앨범을 내고 본격 활동에 들어간 ‘고교생 트로트 가수’ 석훈이의 콘서트. 개그맨 김제동의 사회로 김종환, 홍경민, 윙크가 동반 출연한다. 3만~10만원. (02)716~1123. ●2011 김연우 콘서트 戀雨 속 연우 24~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감성 발라드의 지존으로 평가받는 가수 김연우의 전국 투어 콘서트. 7만 7000~9만 9000원. 1544-1555. 국악·클래식 ●이지클래식 페스티벌 프롬 광명심포니 ‘음악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11일 오후 7시, 12일 오후 5시 서울 신문로 문화일보홀.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 1번 1악장’, 엘가 ‘사랑의 인사’ 등. 3만 3000원. (02)338-3513. ●비올리스트 가영 ‘탱고 드 카르멘’ 6일 오후 5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비올리스트 가영과 피아니스트 박종훈, 재즈 기타리스트 김민석의 트리오 공연.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 등을 독특한 편곡으로 선보인다. 2만~7만원. (02)6085-9387.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 체코 & 폴란드 작곡가 9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이택주), 바이올린 김현아, 피아노 홍인경. 1만 5000~2만원. (02)580-1300. 연극·뮤지컬 ●연극 ‘겨울선인장’ 19일까지 서울 혜화동 극장 키작은소나무. 일본 전국 고교야구 결승 진출 주역들이 시간이 한참 흐른 뒤 헐리게 된 야구장 라커룸에 모여 과거를 추억한다. 재일교포 정의식 작품. 2만원. (02)765-8880. ●뮤지컬 ‘어디까지 왔니’ 7월 19일부터 8월 14일까지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데뷔 40주년을 맞은 양희은의 삶과 음악을 담은 창작 뮤지컬. 8만~10만원. (02)3668-0007. 미술·전시 ●김병주 개인전 7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청각장애인 작가 김병주가 침묵을 넘어선 자연의 목소리를 담은 ‘무지개 소리’ 연작을 선보인다. (02)736-1020. ●박경화 ‘존재의 변주곡’전 8일까지 역삼동 유나이티드갤러리. 일상에서 오는 느낌을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순서에 따라 초현실주의적으로 재구성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02)539-0692. ●박영순 개인전 15일까지 서울 서초동 롯데캐슬갤러리. 존재의 고유한 속성을 드러내는 것은 이름이라는 점에서 착안, 이름 그 자체에 집중하는 작품들을 내놓았다. (02)542-8202.
  •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15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이라는 시간의 흐름. 찬란했던 르네상스의 중심지 이탈리아 피렌체와 일제 강점기 아시아의 소국(小國) 조선이라는 공간과 위상의 차이. 이 시대를 살았던 두 명의 사람이 있었다. ‘위대한 메디치’로 불리며 이탈리아, 아니 중세 유럽을 통틀어 가장 화려했던 가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로렌조 메디치(오른쪽·1449~1492)와 자국의 역사책에조차 등장하지 않는 간송(澗松) 전형필(왼쪽·1906~1962). 겉으로 보이는 배경으로는 너무나 다르지만 이들에겐 엄청난 ‘돈’과 예술을 알아보는 ‘혜안’(慧眼)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공통점은 각각 피렌체 우피치미술관과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형태로 오늘날 우리에게 ‘인류의 유산’을 향유할 기회를 남겼다. 만약 그들이 막대한 재산을 흥청망청 쓰는 데만 골몰했다면, 또는 재산을 늘리는 데만 관심을 가졌다면 중세미술사와 한국미술사는 다시 쓰여져야 했을지도 모른다.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 주의 주인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으로 꼽히는 로렌조 메디치와 전형필이다. 막대한 재산을 문화유산에 아낌없이 쏟아부은 이들의 노력이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그 결과로 우리는 어떤 혜택을 누리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서양미술사에만 관심을 갖다가 지난주 간송미술관을 다녀온 후 한국미술의 전통과 매력에 흠뻑 빠진 직장인 윤정은(33·여)씨가 궁금한 점을 모아 인터뷰에 나섰다. →<윤정은> 두 사람 모두 젊은 나이에 상상을 초월하는 재산을 물려받았다. 도대체 어떤 가문이었고 재산 규모는 얼마나 됐나. -메디치 내 증조할아버지인 토스카나 대공(大公) 코지모는 피렌체인들 사이에서 ‘국부’라는 명예로운 호칭으로 불렸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은행업을 통해 그야말로 돈을 긁어모으다시피 했다. 가문의 수장이 됐을 때 내 나이 고작 20세였다. 당시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중심지였을 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다. 특히 우리 가문은 직물산업의 핵심이었던 ‘백반’(양모 세척제)을 움직였고 메디치 은행의 주요 고객은 유럽 각국의 왕실과 교회였다. 당시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갖고 있었는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냥 피렌체가 메디치였고, 피렌체의 모든 것은 메디치 가문의 재산이었다고 이해하면 된다. -전형필 일제 강점기에 와세다대 법대를 다니던 중 아버지의 부음을 들었다. 서울 일대는 물론 경기도, 황해도, 충청도를 지나면서 우리 집안 땅을 밟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만석꾼 집안이었다. 미곡상을 했는데 내가 24세에 물려받은 논은 4만 마지기(800만평)에 달했다. 1년에 소작농으로부터 쌀 2만 가마니(1만석)를 거둬들였는데, 이를 당시 기와집 값으로 환산하면 150채 정도였다. 현재 서울 아파트 가격으로 환산하면 매년 450억원이 들어왔다는 얘기다. 논을 몽땅 판다고 가정하면 6000억원 정도였는데, 이건 그냥 단순한 수치 환산이고 당시 논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면 훨씬 더 가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조선총독부 기록에 따르면 1년에 나만큼 버는 조선인은 43명에 불과했다. →<윤정은> 역사적으로 많은 재산이나 권력을 물려받은 사람들은 흥청망청 쓰다 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한국의 재벌 집안만 봐도 그런 사례를 많이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실패하지 않았고, 젊은 나이에도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 -메디치 할아버지 코지모의 영향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피렌체에는 당대 최고의 철학자와 예술가들이 모여 있었고, 난 그들과 토론하는 법을 배웠다. 10대 때부터 이미 유럽 각국에서 피렌체를 대표하는 외교관 역할을 수행한 덕에 외국어에도 능통했다. 로마어에 비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리스어까지 능통하게 구사했을 정도였으니. 내 신분은 공식적으로는 돈이 많은 시민이었지만 피렌체 안팎에서 피렌체를 대표하는 인물로 인식됐고, 그렇게 살았다. 물론 금욕적인 삶을 지향하지는 않았다. 난 바람둥이였고, 수많은 애인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권력자에게는 그런 게 큰 흠이 되지 않았다. -전형필 난 원래 경성에서 대학을 다니며 조선어문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변호사가 될 것을 강권하셨고, 그 덕분에 일본에서 대학을 다녔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만든 법을 연구한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가업인 장사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무엇보다 유산을 물려받았다고 해도 부모의 상을 당한 상황에서 본인이 즐기는 데 그것을 쓰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윤정은> 두 사람 모두 예술을 사랑했는데 특히 수집(蒐集)에 관심이 많았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메디치 ‘위대한 로렌조’라는 호칭과 달리 난 콤플렉스가 많았다. 심한 주걱턱이었고, 아랫입술이 윗입술을 덮었다. 코도 낮았고 목소리는 거칠었다. 하지만 난 비올라와 류트(당시의 현악기), 승마술, 매사냥까지 섭렵했고 유려한 글솜씨로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시 예술에 대한 조예는 못난 겉모습을 덮고도 남을 정도였다. 특히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은 예술가를 지원해 그들의 작품이 자신을 찬양하도록 했는데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다만 난 할아버지나 아버지, 다른 귀족들과는 좀 달랐다.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일 이외에 고대 미술품을 수집하고 동양의 예술품에도 관심이 많았다. -전형필 일제 강점기라는 당시 사회상에서 난 무엇을 해야 할지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무엇보다 휘문고보 시절 은사였던 고희동(1886~1965·서양화가) 선생과 3·1 만세운동 때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었던 위창 오세창(1864~1953·서예가) 선생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두 분은 내가 어릴 때부터 책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내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고 선생은 나에게 “글을 읽으면서 학문을 닦는 선비가 아니라, 조선의 문화를 지키는 선비가 되라.”는 조언을 해 주셨다. 그 결과 나는 왜놈들 손으로 넘어가는 우리 서화와 전적을 지키는 선비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위창 선생은 나에게 ‘간송’이라는 호를 주셨고, 내 수집활동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어떤 작품을 모아야 하는지, 어떤 눈을 갖춰야 진품을 구분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말이다. →<윤정은> 돈으로 물건을 수집하는 것은 사실 취미로 볼 수도 있는 일이다. 재산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는데, 다른 목적은 없었나. -메디치 (웃음) 난 상인이었지만 정치인이기도 했다. 정치인에게 100% 순수한 호의라는 게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1482년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밀라노에 보내고 1488년 안토니오 다 산갈로를 나폴리에 보냈다. 그 공국들에 내가 후원하던 예술가를 보내는 게 좋은 작품을 선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 호의를 베풀면서 실은 정치를 한 거였다. 솔직히 내가 예술가를 후원한 돈은 대부분 내가 피렌체의 공직을 겸하면서 공금으로 썼다. 내 재산은 오로지 내 수집품을 모으는 데 집중적으로 썼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에 대한 환상이 좀 깨지지는 않았나. -전형필 왜 수집에 나섰느냐고 위창 선생이 물었을 때 난 “서화 전적과 골동은 조선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조선이 언젠가 독립될 것이란 믿음이 없었는데도 수집을 계속했을지는 나도 자신이 없지만, 난 반드시 독립될 것으로 믿었다. 1933년 성북동에 터를 구해 미술관을 지은 것도 독립이 됐을 때 후손들에게 우리 문화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팔려 갔던 고려석탑을 다시 사 오면서 난 한번 유출된 문화재가 고국으로 돌아오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해방된 후에는 이전처럼 문화재를 수집하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일제에 더 이상 빼앗길 염려가 없어진 후에는 조선 사람이 모은 것은 모두 조선 것이기에 해방 후에는 문화재를 찾아오는 일에만 전념했다. →<윤정은> 소장품들에 대해 묻겠다. 두 사람의 노력은 우피치와 간송 미술관으로 남았지만 두 사람 모두 박물관의 개관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메디치 우피치는 영어로 하면 ‘오피스’(사무실)를 뜻한다. 그곳은 내 증조부 코지모의 집무실이다. 물론 내가 가장 주목받기는 하지만 우피치 수집품은 우리 가문 전체의 공이다. 14~16세기 르네상스 화가부터 17~18세기 바로크와 로코코에 이르기까지 소장 규모 자체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다. 조토의 ‘성모자’, 다빈치의 ‘수태고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등 도록으로도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우피치를 박물관의 관점에서 본다면 나 이후로 200여년이 지난 후 메디치가 최후의 후손이었던 안나 마리아 루드비카가 가장 큰 공을 세웠다. 그녀는 모든 재산을 토스카나 공국에 기증하면서 단 하나의 조건만을 남겼다.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피렌체에서 메디치가의 보물을 볼 수 있도록 어느 것도 피렌체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전형필 간송미술관에는 ‘훈민정음 해례본’, ‘청자운학문매병’ 등 12점의 국보와 10점의 보물이 있다. 1937년에는 영국 변호사 개스비에게서 청자 20점을 40만원에 사기도 했다. 당시 서울 기와집 400채 값이었다. 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가격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 가치는 후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고, 그것이 원래 내가 수집을 시작한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잡스러운 그림을 그린다고 폄하됐던 겸재 정선(1676~1759)을 화성(畫聖)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을 내 최대의 성과로 생각한다. 그럼 내가 묻겠다. 지금 간송미술관에서 당신은 어떤 기분을 느끼나. →윤정은 당대 최고의 좋은 자재로 지었다는 미술관이지만 세월의 흔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1930년대의 근대식 2층 건물과 창틀에는 현대미술관처럼 멋진 조명도 없고 첨단 잠금장치도 없다. 화장실 냄새도 코를 찌른다. 아이들이 유리에 온갖 손자국을 내며 코를 박고 보는 모습은 유럽 미술관의 풍경과 너무나 달랐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전시하지 않아서 좋았고, 온전히 우리 것이라는 것이 더 좋았다. 내가 보고 있는 전시품이 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생각보다는 조상의 것이라는 사실이 먼저 느껴졌다. 바티칸이나 루브르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친구들에게 꼭 말해 주고 싶다. 간송미술관에 가면 간송이라는 사람과 그가 남긴 뜻이 마음으로 전해진다고 말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참고서적 간송 전형필/이충렬/김영사 조선의 그림수집가들/손영옥/글항아리 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최완수·한상남/샘터 조용헌의 명문가/조용헌/랜덤하우스코리아 메디치 머니/팀 팍스·황소연 옮김/청림출판 메디치‘의 음모/피터 왓슨·김미형 옮김/들녘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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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 차규헌 전 교통부장관 별세

    차규헌 전 교통부 장관이 10일 오전 폐렴으로 별세했다. 82세. 차 전 장관은 경기 송탄 출신으로 육군사관학교와 건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제7사단장, 수도경비사령관, 육군사관학교장, 육군 참모차장, 군사령관 등을 지냈다. 1983년 대장으로 예편한 뒤 1986년 제31대 교통부장관에 취임했다. 하지만 신군부와 함께 ‘12·12 사태’에 참여하고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의 무력 진압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1997년 대법원으로부터 장세동씨와 함께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성빈씨와 아들 유만(사업)·유신(사업)·왕준(사업)씨, 딸 계연·재은·영은·지은씨, 사위 안철우(사업)·박정훈(동아일보 기자)·배경환(성남시립교향악단 비올라 수석)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14일 오전 7시. (02)2072-2091.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소프라노 게오르규, 6년만의 아리아 선물

    소프라노 게오르규, 6년만의 아리아 선물

    미모에 살짝 묻어 가는 가수가 있는가 하면, 실력이 미모에 묻혀 저평가되는 일도 있다. 루마니아 출신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46)는 데뷔 초만 해도 후자였다. 동유럽 출신의 약점을 딛고 일어서려고 영어는 물론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까지 빨아들여야 했다. 1994년 11월 영국 런던의 코벤트가든에서 게오르그 솔티가 지휘하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여주인공을 맡으면서 게오르규는 비로소 정상급 프리마돈나로 발돋움한다. 공연 직전 리허설에서 게오르규의 아리아를 들은 솔티가 눈물을 쏟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솔티는 “오랫동안 연주를 해왔지만 그렇게 감격적인 순간을 맞이한 적이 없다. 나는 잠시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10년이 넘도록 코벤트가든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 등 세계 유수의 오페라극장에서 구름관중을 쓸어모으는 비올레타(‘라 트라비아타’ 주인공)와 미미(‘라보엠’ 주인공)로 군림하고 있다. ‘오페라의 여신’ 게오르규가 6년의 기다림 끝에 한국팬과 재회한다. 2002년과 2005년에 이어 세번째다. 무대는 오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폭넓은 음역을 넘나드는 고음과 표현력, 우아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목소리를 온몸으로 느낄 기회다. 당초 일본 공연이 대지진 여파로 연기되면서 한국 공연마저 무산될 위기였지만, 한 금융기업이 자사 고객들을 위한 1회 공연을 추가로 유치하면서 되살아났다. 푸치니의 ‘나비부인’ 가운데 ‘어떤 갠 날’, 카탈리니의 ‘라 왈리’ 중 ‘나 이제 멀리 떠나가리’ 등 친숙한 아리아를 선물할 계획이다. 같은 루마니아 출신의 신예 스테판 마리아 포프(24)와 함께 푸치니의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중 ‘신비로운 이 묘약’을 함께 부른다. 7만~22만원. (02)541-2513.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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