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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으로 그린 풍경, 線으로 잇는 예술

    몸으로 그린 풍경, 線으로 잇는 예술

    캔버스를 옆에 놓고 붓을 쥔 오른손을 위에서 아래로 힘껏 뻗어 선을 긋는다. 팔 움직임을 따라 곡선의 궤적이 쌓인다. 이번엔 몸을 반대로 돌려 왼손을 똑같이 휘두른다. 두 개의 반원이 만나니 영락없는 하트 모양이다. 그러나 작품의 주인은 “하트를 그린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저 팔이 닿는 데까지 붓질을 했을 뿐이다. 작가의 의도야 어떻든 일명 ‘하트’로 불리는 연작은 최근 수년 사이 미술시장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 실험미술의 거장 이건용은 1976년부터 신체를 활용한 회화 연작 ‘바디스케이프’(Bodyscape)를 선보여 왔다. 키와 팔다리의 길이 등 자신이 지닌 몸의 한계만큼만 움직이거나 혹은 일부러 신체의 가용 범위를 제한한 상태에서 수행하듯 반복적으로 선을 그리는 행위를 반세기 가까이 꾸준히 지속해 온 것이다. 몸으로 그린 풍경은 천사의 날개처럼 보이기도 하고, 화면을 가득 채운 무지개 같기도 하다.그가 고안한 신체 드로잉의 방법론은 아홉 개에 이른다. 화면 뒤에서 팔을 앞쪽으로 뻗어 팔 길이만큼 선을 긋거나 화면을 등진 채 양팔을 움직여 곡선을 그리는가 하면 손목과 팔꿈치를 부목으로 고정한 채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선을 완성하기도 한다. 작품 제목에 붙은 암호 같은 숫자는 연작을 처음 공개한 해인 ‘76’과 방법론을 구분하는 번호, 제작 연도를 의미한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열리는 동명의 개인전에서 작가는 아홉 개 방법론으로 제작한 신작 회화 34점을 선보인다. 개막일인 지난 8일 전시장에서 만난 이건용은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의식이 지시하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신체가 평면을 지각해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 설치된 작가의 제작 과정 영상을 보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1960년대 말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조형학회(ST) 등에서 활동하며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미술을 시도했던 그는 1973년 파리비엔날레 참가를 계기로 몸을 예술의 매체로 쓰는 행위예술에 매료됐다. ‘달팽이 걸음’, ‘장소의 논리’ 등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퍼포먼스로 주목받았다. ‘바디스케이프’는 ‘미술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오랜 철학적 사유에서 비롯됐다. 이건용은 “홍익대 서양화과 입학시험을 볼 때 아폴로 석고상의 얼굴 대신 뒤통수를 그렸더니 당시 김환기 미대 학장이 깜짝 놀라더라”면서 “미술 밖에서 미술을 봤고, 회화 밖에서 회화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회화는 형태가 아니라 색이 번지고 섞이는 현상”이며, “신체와 재료, 평면이 만나는 행위”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리기의 방법을 신체 범위로 제한한 시도는 1970년대 군사정권의 통제에 대한 저항의식과도 맥이 닿아 있다. 작가는 “현대미술이 자기중심적으로 나가면서 대중과의 소통이 단절되는 시기가 있었다”면서 “내 작품은 작업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누구나 그릴 수 있다”며 웃었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 2022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 조관용 미술과 담론 대표 위촉

    2022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 조관용 미술과 담론 대표 위촉

    경남 창원시는 내년 창원 일원에서 열리는 ‘2022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조관용 웹진 ‘미술과 담론’ 대표를 위촉했다고 13일 밝혔다.창원시는 국내외 공개모집을 통해 대전 DTC아트센터 미술감독을 맡고 있는 조 대표를 총감독으로 선정했다. 조 총감독은 2020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 운영자문위원, 2018 부산국제학술세미나 학술감독, 한국영상미디어협회 회장 등을 지냈다. 창원시는 조 총감독이 그동안 여러 국제행사에 참여해 현장경험이 많고 행정 감각이 뛰어나 총감독으로 뽑았다고 설명했다. 창원시는 총감독 위촉을 시작으로 프레비엔날레 추진, 2022창원조각비엔날레 기본계획 및 세부사항 수립 등 본격적인 행사준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조 총감독은 “2022년은 창원시가 특례시로 출범하는 해여서 의미가 특별하다”며 “2022창원조각비엔날레를 창원시민과 국내외 예술인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국제적인 문화예술 페스티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우리나라 유일한 조각비엔날레로 2년마다 열린다. 창원시가 주최하고 창원문화재단이 주관한다. 2012년 처음 열린 뒤 그동안 평균 15개 나라에서 대표 조각가 100여명이 참가해 200여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2022창원조각비엔날레는 조각작품 전시를 비롯해 특별전, 각종 부대행사 등으로 내년 9월 부터 11월까지 창원시 일원에서 열린다.
  • 바다 쓰레기, 작품이 되다

    바다 쓰레기, 작품이 되다

    미국 현대미술가 마크 디온은 지난 8월 한국 민간환경단체, 공공기관과 협업해 남해안과 서해안 일대에서 해양 쓰레기를 주웠다. 플라스틱 부표, 어망, 유리병 등 해양 환경을 훼손하는 잔해물이 끝없이 나왔다. 그는 이렇게 수집한 쓰레기 일부를 박물관이나 과학 실험실에서 볼 법한 방식으로 진열장에 가지런히 배치해 ‘해양 폐기물 캐비닛’ 설치 작품을 완성했다. 자연과 환경을 주제로 작업하는 마크 디온의 국내 첫 개인전 ‘한국의 해양생물과 다른 기이한 이야기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개막했다. 그는 아마추어 생태학자이자 고고학자, 수집가로 전 세계를 탐험하며 환경 파괴, 동식물 멸종 위기를 유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작업 세계를 펼쳐 왔다. 캐비닛 연작은 1996년 독일의 발트해와 북해를 여행하며 수집한 오브제들을 진열한 데서 시작됐다. 이듬해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에서 수집한 사물을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선보였고, 1999년 영국 런던 템스강의 수집품을 모은 테이트모던 전시와 2000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확장 공사 현장에서 주운 오브제들을 진열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2년 전 갤러리의 전시 제안을 받고 한국 지도부터 펼쳐 봤다”면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여서 해양 문화에 특별히 관심을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반과 서랍 안에 정교하게 진열된 해양 쓰레기들은 생태계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인간의 손에서 태어났지만, 인류보다 더 오래가는 사물의 속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는 “폐기물로 인한 한국 해양의 문제는 미국이나 멕시코 등 다른 나라들과 유사하다”며 “인류가 하나의 바다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해양생물학자의 연구실을 연상케 하는 설치 작품 ‘한국의 해양생물’도 흥미롭다. 20세기 초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영감을 주고받으며 학문적 성과를 이루던 해양 선박연구실을 재현했다. 낡은 철제 캐비닛에는 다양한 해양생물 표본들이 놓였고, 여러 개의 작업대에는 해양생물을 기록하기 위한 그림 도구들이 자리잡고 있다. 작가는 황학동 풍물시장에서 세월의 흔적이 깃든 소품을 직접 구했고, 수산시장에서 해양생물을 구입해 표본으로 만들었다. 세밀화가 3명이 연구원처럼 해양생물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도 전시의 일부로 진행된다. 작가는 “작업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 지난 30여년간 내 작업의 핵심”이라면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관람하는 완성된 작품 이면에 어떤 과정이 있는지 직접 보고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선 해양생물의 행태를 기술한 대형 신작 드로잉 작품들과 해양 파괴로 인한 산호 백화현상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핏빛 산호’, 석유 화학물질인 타르를 뒤집어쓴 공룡과 황새 조각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오는 11월 7일까지.
  • 시간이 비켜 간 사이 청춘이 움트다

    시간이 비켜 간 사이 청춘이 움트다

    시간이 자라처럼 느리게 가는 도시가 있다. 충북 청주다. 이 도시에선 시간이 왜곡돼 흐르는 듯하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밀러 행성처럼 말이다. 이 행성에선 1시간이 지구의 7년과 같다지. 어쩌면 이 도시에서 불과 몇 시간을 보냈는데도, 도시 밖에서는 벌써 수십년의 시간이 아주 바삐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청주는 다른 지역들과 달리 ‘원도심’이라 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 하긴 시간이 더디게 흐르니 옛것이 그리 낡아 보일 리도 없을 터다. 한데 도드라진 여행지는 없어도 다녀온 이들마다 편안하고 좋은 곳이라며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우는 곳이 청주이기도 하다. 이제 전하려는 건 그 무색무취의 도시 안쪽에서 길어 올린 풍경들의 이야기다.무서움은 종종 낯섦에서 시작된다. 어딘가 다른 모습, 익숙하지 않은 형태와 마주할 때 본능적으로 경계가 시작된다. ‘탑동양관’의 건물들을 마주할 때 느낌이 딱 그랬다. 우리 전통 기와를 올린 적벽돌의 서양풍 건물은 대낮인데도 어딘가 기이한 느낌을 안겼다. 저 단단한 적벽돌집 지하실 어디선가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뭐, 그만큼 이질적이고 독특했다는 뜻이다. 과장은 좀 보탰지만. 탑동양관은 ‘탑동에 있는 서양식 건물’이란 뜻이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부터 1932년(시초에 대한 기록이 저마다 달라 청주 역사 책자를 기준으로 삼았다)까지 세워진 여섯 채의 건물이 탑동 언덕에 일렬로 늘어서 있다. 국내 어디서도 이런 형태의 경관은 마주한 기억이 없는 듯하다. 건물을 지은 이들은 미국의 북장로교 선교사들이다. 한국명 ‘민노아’(프레드릭 S 밀러) 등이 청주 외곽의 구릉지대에 정착하면서 숙소와 병원 등으로 쓰기 위해 지었다. 당시 듣도 보도 못했던 유리, 스팀 보일러, 수세식 변기 등의 건축 재료들이 건물 신축에 쓰였다. 탑동양관을 비롯한 선교촌의 당시 면적은 얼추 5만평에 달했다고 한다. 건물은 저마다 개성이 있다. 전통과 양식이 혼재된 건축물이란 공통점만 제외하면, 입구부터 처마까지 다 다르다. 건물은 할리우드 ‘로코’ 영화의 배경으로 쓰일 법한 몸체에 전통 기와가 얹혀진 형태다. 팔작이나 우진각 등의 한옥 지붕이 경계면에 약간의 변형만 준 것과 달리, 이 양관들은 지붕 가운데 기와를 여러 개의 처마처럼 겹쳐 놓거나, 세우는 등 다양하게 멋을 냈다. 청주 사람들조차 탑동양관을 모르는 이가 태반이다. 여학교 안에 있어서다. 졸업생 등 일부 외엔 탑동양관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것이고, 설령 알았다 해도 겁 없이 여학교 교정을 드나들 이는 아마 없었지 싶다. 탑동양관을 둘러싼 일신여중·고교 역시 선교를 위해 세운 ‘미션스쿨’이다. 다만 연혁은 탑동양관보다 짧다. 탑동양관은 모두 6개동이다. 이 가운데 후문 밖의 1호 양관은 개인에게 팔렸고, 2호는 충북노회 등의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덕혜옹주’ 등의 영화와 드라마 등이 양관 2호에서 촬영됐다. 학교 안에 있는 건 3호~6호다. 1호를 제외하면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주변 건물에 올라가 보면 탑동양관이 처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파트를 앞세운 도시화 물결은 이미 학교 담장 옆까지 밀려들었다.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개발 욕망의 틈바구니에 낡은 문화재가 옹색하게 낀 모양새다. 일신여중·고처럼 ‘미션스쿨’이었던 인근의 세광중·고교는 진작에 도시 외곽으로 밀려났다.다행히 옛 건물은 학생들 사이에서 아직 숨을 쉬고 있다. 교목실, 다도실, 상담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여학교 교정에 있다 보니 잘못 얼쩡댔다간 ‘경을 칠’ 수 있다. 등하교 전이나 주말 등 여학생들이 교내에 없는 동안에 학교 측의 양해를 얻어 들여다봐야 한다. 모든 게 느린 청주지만 빛의 속도로 사라진 것도 있다. 영화관이다. 서울에선 전통의 영화관 폐관 소식이 최근에야 관심을 끌었지만, 청주에선 이미 수십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복합상영관의 출현 때문은 아니었다. 공룡 멸종처럼 원인 불명인 채 한순간에 사라졌다. 청주엔 영화관이 많았다. 예나 지금이나 중소도시 수준을 겨우 넘는 곳치고는 꽤 많은 편이었다. 청주대 앞 청도극장, ‘2편 동시상영의 명가’ 자유극장, 싹 밀어져 ‘청소년 광장’이 된 중앙극장 등에 갈 곳 없는 청춘들이 들끓었다. 지금도 근근이 ‘핫플’의 지위를 이어 가는 시내 철당간 주변에도 영화관이 두 곳이나 있었다. 철당간 바로 앞은 청주극장, 그 옆은 현대극장이었다. 지금은 서점과 유명 백화점이 각각 들어섰다. 고려 시대 구조물인 철당간(국보 41호)과 최신식 건물이 ‘따로 또 같이’ 어울린 모습이 퍽 독특한 미감을 안겨 준다. ‘청주 행성’의 시간대로라면, 불과 두어 시간 전에 철당간 앞을 오갔을 숱한 옛사람들의 모습도 어른대는 듯하다. 철당간에서 성안길을 건너면 중앙공원이다. 중앙공원은 서울의 탑골공원과 비슷하다. 어르신들이 많다. 수령이 1000년을 헤아린다는 은행나무 ‘압각수’, 병마절도사영문 등의 볼거리가 있다. 망선루는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라떼시절’ 이야기가 고려 공민왕(1361) 때까지 거슬러 오른다. 물론 역사가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는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복원됐다. 중앙공원에서 성안길로 나서는 좁은 골목엔 이름난 맛집들이 몰려 있다. 요즘 인기를 끄는 ‘고추만두’부터 쫄쫄호떡, 떡볶이, 메밀국수 등 다양한 먹거리들과 만날 수 있다. 특히 공원당의 메밀국수는 청주의 노스탤지어 먹거리라 부를 만하다. 예전 청주에선 빵집에서 분식도 함께 팔았다. 어쩌면 분식집에서 빵을 팔았다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라면, 즉석 떡볶이 등이 주메뉴이면서 고로케, 팥빵 등을 함께 파는 집도 적지 않았다. 공원당 메밀국수는 당시의 흐릿한 흔적이다. 서문다리 인근의 서문우동도 비슷하다. 우동 맛집으로 인기를 끌면서는 원래 상호에서 ‘제과’를 떼고 아예 ‘우동’으로 갈아탔다. 성안길에서 그리 멀지 않다. 성안길은 청주 도심의 번화가다. 옛 이름은 ‘본정통’이다. 일제강점기에 어느 도시, 어느 중심가에나 있었던 ‘혼마치’와 같은 말이다. ‘본정통’이 ‘성안길’로 바뀐 건 1994년이다. 바뀐 이름이 정착되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하면, 여전히 청주 시민 상당수가 ‘본정통’이란 이름에 더 익숙하지 싶다. 성안길은 자박자박 걷는 재미가 있다. 오래된 건물과 말끔한 건물이 뒤섞여 있다. 한데 희한하기도 하지. 오래된 건물도 그리 낡아 보이지 않고, 최신 건물도 그리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청주 행성’이라 그렇지 싶다. 성안길 건너편은 중앙동이다. 전설적인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목욕탕인 ‘학천탕’을 카페로 바꾼 ‘목간’(목욕의 사투리), 옛 중앙극장 자리에 들어선 청소년 광장 등이 명물이다. 옛 청주역을 철길과 함께 전시관으로 꾸민 ‘청주역사(驛舍)전시관’은 셀피 찍으려는 ‘청춘’들이 많이 찾는다. 청주의 간선도로는 T자 형태다. 사통팔달인 여느 지역과 다르다. 간선도로의 교차점에 상당공원이 있다. 아무도, 여전히 아무도 찾지 않는 공원이다. 그래도 쉬기는 딱 좋다. 1970년대의 권위주의적이고 계몽적인 기념물들 사이에서 쉬다 보면 입으로 실소 한 모금이 절로 새어 나온다. 상당공원 주변으로도 볼거리들이 많다. 우선 현 충북도청 본관이 등록문화재(55호)다. 충북문화관(등록문화재 353호)도 둘러볼 만하다. 일본 강점기 때 지어진 이후 충북 도지사 관사로 쓰이다 2010년 전시시설로 바뀌었다. 지역 작가들의 미술, 조각, 사진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충북문화관 바로 위의 청주향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일품이다.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노거수 몇 그루가 대성전을 호위하고 있다. 인근의 성공회 성당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셀피 사진의 명소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한옥 지붕에 아치형 창문 등 서구 건축 양식이 가미됐다.옛 연초제조창은 몇 안 되는 청주의 ‘핫플’ 중에서 첫손 꼽을 만한 곳이다. 해방 직후인 1946년 세워진 연초제조창은 국내 최대 담배공장이었다. 거대한 건물 안에서 3000여명의 직원이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해 국내외로 공급했다고 한다. 2004년 문을 닫은 연초제조창은 아파트 단지로 개발될 뻔하다가 2018년 도시 재생사업을 통해 복합문화시설로 화려하게 다시 태어났다.옛 연초제조창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문화제조창C, 그리고 동부창고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전시 기능보다 수장과 복원에 무게를 둔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다. 개방형 수장고 등 다양한 전시 공간을 갖췄다. 코로나19로 휴관하다 7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미술관 외부에도 예술의 향기가 가득하다. 벽에 걸린 거대한 인쇄물은 권민호 작가의 연작 ‘회색 숨’의 하나다. 미술관 앱을 내려받아 벽에 비추면 휴대전화 화면에 SF영화의 미래도시를 연상시키는 증강현실(AR) 콘텐츠가 펼쳐진다. 제조창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60~1970년대 모습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는데, 볼수록 신기한 콘텐츠다. 한석현 작가의 설치미술작품 ‘다시, 나무 프로젝트’도 있다. 연초제조창 터에서 고사한 목련을 소재로 제작했다. 잔디광장 끝엔 담뱃갑을 모티브로 세운 ‘게이트 센터’가 있다. 원래 안내소 용도로 세운 구조물인데, 청주시와 미술관 어느 곳도 애정을 두지 않는 눈치여서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미술관 옆은 문화제조창C다. 청주 공예비엔날레 전시관, 도서관, 카페, 쇼핑몰 등이 들어찼다. 8일부터 새달 17일까지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온·오프라인으로 열린다. 32개국 309명의 작가가 참여해 119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동부창고는 1960년대 지은 7개 동의 담뱃잎 저장창고 가운데 일부를 재활용한 공간이다. 코로나로 활기를 잃은 모습이지만, 동부창고 8경 등 인증샷 명소를 찾는 발걸음은 꾸준하다. 미술관 바로 뒤에 있다.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로를 건너면 천주교 내덕동주교좌성당이 나온다. 정진석 추기경(1931~2021)이 무려 28년이나 머물렀다는 성당이다. 주교좌성당 역시 동서양의 건축 양식이 절충된 형태다. 엄격한 건축 양식을 따르는 유럽 선교회에 견줘 비교적 개방적인 미국 메리놀회에서 세웠기 때문이다. 가장 독특한 건 종탑이 측면에 위치한 것이다. 대부분의 보수적인 성당들이 건물 중심에 종탑을 둔 것과 다르다. 성당은 야트막한 언덕에 터를 잡았다. 적요한 성당에서 도심을 굽어보는 맛이 각별하다. 반면 눈엣가시 같은 건축물도 있다. 골프연습장이다. 키 낮은 문화시설이나 공원 정도가 들어서면 좋을 공간을 고래 등뼈 같은 골프연습장이 꿰차고 있다. 이 구조물 하나로 공간과 공간의 연계성이 완벽히 차단되고, 문화와 예술의 향기로 충만했던 기분도 덩달아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다. 옛 연초제조창에서 안덕벌을 거슬러 오르면 청주대 예술대다. 여기서 조붓한 산길을 따라가면 벽화로 유명한 수암골과 만난다. 이제 도심을 벗어나 대청호로 간다. 늘 맑은 바람 일렁이는 곳. 청주 쪽 대청호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경관은 문의문화재단지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에서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꼽은 곳이다. 대청댐 건설로 수몰될 뻔했던 주변 지역의 옛 건축물 등을 옮겨와 너른 공원으로 조성했다. 대청호가 굽어보이는 산자락 중턱에 자리해 시원한 풍경이 일품이다.
  • 세월이 머무는 사이 예술이 터 잡다

    세월이 머무는 사이 예술이 터 잡다

    시간이 자라처럼 느리게 가는 도시가 있다. 충북 청주다. 이 도시에선 시간이 왜곡돼 흐르는 듯하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밀러 행성처럼 말이다. 이 행성에선 1시간이 지구의 7년과 같다지. 어쩌면 이 도시에서 불과 몇 시간을 보냈는데도, 도시 밖에서는 벌써 수십년의 시간이 아주 바삐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청주는 다른 지역들과 달리 ‘원도심’이라 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 하긴 시간이 더디게 흐르니 옛것이 그리 낡아 보일 리도 없을 터다. 한데 도드라진 여행지는 없어도 다녀온 이들마다 편안하고 좋은 곳이라며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우는 곳이 청주이기도 하다. 이제 전하려는 건 그 무색무취의 도시 안쪽에서 길어 올린 풍경들의 이야기다.무서움은 종종 낯섦에서 시작된다. 어딘가 다른 모습, 익숙하지 않은 형태와 마주할 때 본능적으로 경계가 시작된다. ‘탑동양관’의 건물들을 마주할 때 느낌이 딱 그랬다. 우리 전통 기와를 올린 적벽돌의 서양풍 건물은 대낮인데도 어딘가 기이한 느낌을 안겼다. 저 단단한 적벽돌집 지하실 어디선가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뭐, 그만큼 이질적이고 독특했다는 뜻이다. 과장은 좀 보탰지만. 탑동양관은 ‘탑동에 있는 서양식 건물’이란 뜻이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부터 1932년(시초에 대한 기록이 저마다 달라 청주 역사 책자를 기준으로 삼았다)까지 세워진 여섯 채의 건물이 탑동 언덕에 일렬로 늘어서 있다. 국내 어디서도 이런 형태의 경관은 마주한 기억이 없는 듯하다. 건물을 지은 이들은 미국의 북장로교 선교사들이다. 한국명 ‘민노아’(프레드릭 S 밀러) 등이 청주 외곽의 구릉지대에 정착하면서 숙소와 병원 등으로 쓰기 위해 지었다. 당시 듣도 보도 못했던 유리, 스팀 보일러, 수세식 변기 등의 건축 재료들이 건물 신축에 쓰였다. 탑동양관을 비롯한 선교촌의 당시 면적은 얼추 5만평에 달했다고 한다. 건물은 저마다 개성이 있다. 전통과 양식이 혼재된 건축물이란 공통점만 제외하면, 입구부터 처마까지 다 다르다. 건물은 할리우드 ‘로코’ 영화의 배경으로 쓰일 법한 몸체에 전통 기와가 얹혀진 형태다. 팔작이나 우진각 등의 한옥 지붕이 경계면에 약간의 변형만 준 것과 달리, 이 양관들은 지붕 가운데 기와를 여러 개의 처마처럼 겹쳐 놓거나, 세우는 등 다양하게 멋을 냈다. 청주 사람들조차 탑동양관을 모르는 이가 태반이다. 여학교 안에 있어서다. 졸업생 등 일부 외엔 탑동양관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것이고, 설령 알았다 해도 겁 없이 여학교 교정을 드나들 이는 아마 없었지 싶다. 탑동양관을 둘러싼 일신여중·고교 역시 선교를 위해 세운 ‘미션스쿨’이다. 다만 연혁은 탑동양관보다 짧다. 탑동양관은 모두 6개동이다. 이 가운데 후문 밖의 1호 양관은 개인에게 팔렸고, 2호는 충북노회 등의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덕혜옹주’ 등의 영화와 드라마 등이 양관 2호에서 촬영됐다. 학교 안에 있는 건 3호~6호다. 1호를 제외하면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주변 건물에 올라가 보면 탑동양관이 처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파트를 앞세운 도시화 물결은 이미 학교 담장 옆까지 밀려들었다.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개발 욕망의 틈바구니에 낡은 문화재가 옹색하게 낀 모양새다. 일신여중·고처럼 ‘미션스쿨’이었던 인근의 세광중·고교는 진작에 도시 외곽으로 밀려났다. 다행히 옛 건물은 학생들 사이에서 아직 숨을 쉬고 있다. 교목실, 다도실, 상담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여학교 교정에 있다 보니 잘못 얼쩡댔다간 ‘경을 칠’ 수 있다. 등하교 전이나 주말 등 여학생들이 교내에 없는 동안에 학교 측의 양해를 얻어 들여다봐야 한다. 모든 게 느린 청주지만 빛의 속도로 사라진 것도 있다. 영화관이다. 서울에선 전통의 영화관 폐관 소식이 최근에야 관심을 끌었지만, 청주에선 이미 수십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복합상영관의 출현 때문은 아니었다. 공룡 멸종처럼 원인 불명인 채 한순간에 사라졌다. 청주엔 영화관이 많았다. 예나 지금이나 중소도시 수준을 겨우 넘는 곳치고는 꽤 많은 편이었다. 청주대 앞 청도극장, ‘2편 동시상영의 명가’ 자유극장, 싹 밀어져 ‘청소년 광장’이 된 중앙극장 등에 갈 곳 없는 청춘들이 들끓었다. 지금도 근근이 ‘핫플’의 지위를 이어 가는 시내 철당간 주변에도 영화관이 두 곳이나 있었다. 철당간 바로 앞은 청주극장, 그 옆은 현대극장이었다. 지금은 서점과 유명 백화점이 각각 들어섰다. 고려 시대 구조물인 철당간(국보 41호)과 최신식 건물이 ‘따로 또 같이’ 어울린 모습이 퍽 독특한 미감을 안겨 준다. ‘청주 행성’의 시간대로라면, 불과 두어 시간 전에 철당간 앞을 오갔을 숱한 옛사람들의 모습도 어른대는 듯하다. 철당간에서 성안길을 건너면 중앙공원이다. 중앙공원은 서울의 탑골공원과 비슷하다. 어르신들이 많다. 수령이 1000년을 헤아린다는 은행나무 ‘압각수’, 병마절도사영문 등의 볼거리가 있다. 망선루는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라떼시절’ 이야기가 고려 공민왕(1361) 때까지 거슬러 오른다. 물론 역사가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는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복원됐다. 중앙공원에서 성안길로 나서는 좁은 골목엔 이름난 맛집들이 몰려 있다. 요즘 인기를 끄는 ‘고추만두’부터 쫄쫄호떡, 떡볶이, 메밀국수 등 다양한 먹거리들과 만날 수 있다. 특히 공원당의 메밀국수는 청주의 노스탤지어 먹거리라 부를 만하다. 예전 청주에선 빵집에서 분식도 함께 팔았다. 어쩌면 분식집에서 빵을 팔았다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라면, 즉석 떡볶이 등이 주메뉴이면서 고로케, 팥빵 등을 함께 파는 집도 적지 않았다. 공원당 메밀국수는 당시의 흐릿한 흔적이다. 서문다리 인근의 서문우동도 비슷하다. 우동 맛집으로 인기를 끌면서는 원래 상호에서 ‘제과’를 떼고 아예 ‘우동’으로 갈아탔다. 성안길에서 그리 멀지 않다. 성안길은 청주 도심의 번화가다. 옛 이름은 ‘본정통’이다. 일제강점기에 어느 도시, 어느 중심가에나 있었던 ‘혼마치’와 같은 말이다. ‘본정통’이 ‘성안길’로 바뀐 건 1994년이다. 바뀐 이름이 정착되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하면, 여전히 청주 시민 상당수가 ‘본정통’이란 이름에 더 익숙하지 싶다. 성안길은 자박자박 걷는 재미가 있다. 오래된 건물과 말끔한 건물이 뒤섞여 있다. 한데 희한하기도 하지. 오래된 건물도 그리 낡아 보이지 않고, 최신 건물도 그리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청주 행성’이라 그렇지 싶다. 성안길 건너편은 중앙동이다. 전설적인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목욕탕인 ‘학천탕’을 카페로 바꾼 ‘목간’(목욕의 사투리), 옛 중앙극장 자리에 들어선 청소년 광장 등이 명물이다. 옛 청주역을 철길과 함께 전시관으로 꾸민 ‘청주역사(驛舍)전시관’은 셀피 찍으려는 ‘청춘’들이 많이 찾는다. 청주의 간선도로는 T자 형태다. 사통팔달인 여느 지역과 다르다. 간선도로의 교차점에 상당공원이 있다. 아무도, 여전히 아무도 찾지 않는 공원이다. 그래도 쉬기는 딱 좋다. 1970년대의 권위주의적이고 계몽적인 기념물들 사이에서 쉬다 보면 입으로 실소 한 모금이 절로 새어 나온다. 상당공원 주변으로도 볼거리들이 많다. 우선 현 충북도청 본관이 등록문화재(55호)다. 충북문화관(등록문화재 353호)도 둘러볼 만하다. 일본 강점기 때 지어진 이후 충북 도지사 관사로 쓰이다 2010년 전시시설로 바뀌었다. 지역 작가들의 미술, 조각, 사진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충북문화관 바로 위의 청주향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일품이다.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노거수 몇 그루가 대성전을 호위하고 있다. 인근의 성공회 성당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셀피 사진의 명소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한옥 지붕에 아치형 창문 등 서구 건축 양식이 가미됐다.옛 연초제조창은 몇 안 되는 청주의 ‘핫플’ 중에서 첫손 꼽을 만한 곳이다. 해방 직후인 1946년 세워진 연초제조창은 국내 최대 담배공장이었다. 거대한 건물 안에서 3000여명의 직원이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해 국내외로 공급했다고 한다. 2004년 문을 닫은 연초제조창은 아파트 단지로 개발될 뻔하다가 2018년 도시 재생사업을 통해 복합문화시설로 화려하게 다시 태어났다.옛 연초제조창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문화제조창C, 그리고 동부창고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전시 기능보다 수장과 복원에 무게를 둔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다. 개방형 수장고 등 다양한 전시 공간을 갖췄다. 코로나19로 휴관하다 7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미술관 외부에도 예술의 향기가 가득하다. 벽에 걸린 거대한 인쇄물은 권민호 작가의 연작 ‘회색 숨’의 하나다. 미술관 앱을 내려받아 벽에 비추면 휴대전화 화면에 SF영화의 미래도시를 연상시키는 증강현실(AR) 콘텐츠가 펼쳐진다. 제조창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60~1970년대 모습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는데, 볼수록 신기한 콘텐츠다. 한석현 작가의 설치미술작품 ‘다시, 나무 프로젝트’도 있다. 연초제조창 터에서 고사한 목련을 소재로 제작했다. 잔디광장 끝엔 담뱃갑을 모티브로 세운 ‘게이트 센터’가 있다. 원래 안내소 용도로 세운 구조물인데, 청주시와 미술관 어느 곳도 애정을 두지 않는 눈치여서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미술관 옆은 문화제조창C다. 청주 공예비엔날레 전시관, 도서관, 카페, 쇼핑몰 등이 들어찼다. 8일부터 새달 17일까지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온·오프라인으로 열린다. 32개국 309명의 작가가 참여해 119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동부창고는 1960년대 지은 7개 동의 담뱃잎 저장창고 가운데 일부를 재활용한 공간이다. 코로나로 활기를 잃은 모습이지만, 동부창고 8경 등 인증샷 명소를 찾는 발걸음은 꾸준하다. 미술관 바로 뒤에 있다.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로를 건너면 천주교 내덕동주교좌성당이 나온다. 정진석 추기경(1931~2021)이 무려 28년이나 머물렀다는 성당이다. 주교좌성당 역시 동서양의 건축 양식이 절충된 형태다. 엄격한 건축 양식을 따르는 유럽 선교회에 견줘 비교적 개방적인 미국 메리놀회에서 세웠기 때문이다. 가장 독특한 건 종탑이 측면에 위치한 것이다. 대부분의 보수적인 성당들이 건물 중심에 종탑을 둔 것과 다르다. 성당은 야트막한 언덕에 터를 잡았다. 적요한 성당에서 도심을 굽어보는 맛이 각별하다. 반면 눈엣가시 같은 건축물도 있다. 골프연습장이다. 키 낮은 문화시설이나 공원 정도가 들어서면 좋을 공간을 고래 등뼈 같은 골프연습장이 꿰차고 있다. 이 구조물 하나로 공간과 공간의 연계성이 완벽히 차단되고, 문화와 예술의 향기로 충만했던 기분도 덩달아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다. 옛 연초제조창에서 안덕벌을 거슬러 오르면 청주대 예술대다. 여기서 조붓한 산길을 따라가면 벽화로 유명한 수암골과 만난다. 이제 도심을 벗어나 대청호로 간다. 늘 맑은 바람 일렁이는 곳. 청주 쪽 대청호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경관은 문의문화재단지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에서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꼽은 곳이다. 대청댐 건설로 수몰될 뻔했던 주변 지역의 옛 건축물 등을 옮겨와 너른 공원으로 조성했다. 대청호가 굽어보이는 산자락 중턱에 자리해 시원한 풍경이 일품이다.
  • ‘지구촌 최대 공예축제’ 청주서 열린다

    ‘지구촌 최대 공예축제’ 청주서 열린다

    32개국 309명 작가 총 1192점 출품코로나 상황 사상 첫 온라인 전시 병행8일 지구촌 최대 공예축제인 ‘2021청주공예비엔날레’가 화려한 막을 올린다. 다음달 17일까지 40일간 청주 내덕동 문화제조창 일원에서 펼쳐지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공생의 도구’다. 청주시는 잊고 지냈던 공생의 가치와 인간의 삶을 즐겁고 이롭게 만드는 도구의 진정한 자세를 비엔날레에 담았다. 세계인의 공예축제답게 32개국 309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모두 1192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비엔날레의 본전시는 노동과 생명, 언어, 아카이브 등 4개 테마로 꾸며진다. 본 전시에는 미국과 체코, 이스라엘, 태국, 일본, 핀란드, 남아공 등 24개국 작가 100명이 600여점을 선보인다. 초대국가관은 ‘감촉의 프랑스’를 주제로 잡았다. 현재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작가 35명의 작품 166점을 만날 수 있다. 현대공예의 흐름을 반영하고 미래의 공예가치를 엿볼 수 있는 청주국제공예공모전, 청주지역 미술관과 박물관 7곳이 공예품 등을 연계전시하는 미술관 프로젝트도 펼쳐진다. 공모전 대상은 정다혜(한국) 작가의 ‘말총-빗살무늬’가 받는다. 올해로 12번째를 맞는 이번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최초로 온라인 전시를 병행한다. 문화제조창에서 진행되는 본전시, 국제공예공모전, 초대국가관 등 모든 프로그램은 공식 홈페이지(www.okcj.org)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 또 자가진단키트 2만개를 준비했고, 1시간 30분단위로 최대 300명까지만 행사장 입장을 시키는 등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대책도 마련했다. 입장료는 현장구매 기준 성인 1만2000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이다. 조직위원장인 한범덕 청주시장은 “코로나19의 팬데믹이라는 값비싼 희생을 치르고 비로소 공생이라는 진정한 가치를 깨달았다”면서 “이번 행사가 상처입은 세계인을 치유하는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지구촌 최대 공예축제 8일 청주서 팡파르

    지구촌 최대 공예축제 8일 청주서 팡파르

    지구촌 최대 공예축제인 ‘2021청주공예비엔날레’가 8일 개막한다. 다음달 17일까지 40일간 청주 내덕동 문화제조창 일원에서 펼쳐지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공생의 도구’다. 청주시는 잊고 지냈던 공생의 가치와 우리의 삶을 즐겁고 이롭게 만드는 도구의 진정한 자세를 비엔날레에 담았다. 세계인의 공예축제 답게 32개국 309명의 작가들이 총 1192점을 출품한다. 비엔날레의 메인프로그램은 본전시다. 노동, 생명, 언어, 아카이브 등 4개 테마로 꾸며지는 이번 본 전시에는 미국, 체코, 이스라엘, 태국, 일본, 핀란드, 남아공 등 24개국 작가 100명이 600여점을 출품한다. 뜨개질로 해양 생태계를 표현하는 인도네시아의 물야나, 도자 분야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기술과 소재를 선보이는 밸기에의 피에트 스톡만, 직접 재배한 버드나무로 바구니를 만드는 아일랜드의 앤마리 오 설리반 등 공예를 통해 공생을 실천하는 세계적 작가들이 총 출동한다. 초대국가관은 ‘감촉의 프랑스’를 주제로 잡았다. 현재 프랑스에서 활동중인 작가 35명이 166점을 선보인다. 초대국가관에선 지역 작가와 프랑스 작가가 함께하는 아트투어도 진행된다. 현대공예의 흐름을 반영하고 미래의 공예가치를 엿볼수 있는 청주국제공예공모전, 청주 관내 미술관과 박물관 7곳이 손을 잡고 공예품 등을 연계전시하는 미술관 프로젝트도 펼쳐진다. 공모전 대상은 한국 정다혜 작가의 ‘말총-빗살무늬’가 받는다. 대상 상금은 5000만원이다. 공모전에는 870여개의 작품이 도전했는데 이 가운데 114점이 전시된다. 12번째인 이번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최초로 온라인 전시를 병행한다. 문화제조창에서 펼쳐지는 본전시, 국제공예공모전, 초대국가전 등 모든 프로그램을 공식 홈페이지(www.okcj.org)를 통해 공유한다. 실내 전시장을 드론으로 촬영해 새 시각을 제공하는 ‘드론투어’, 작품을 만드는 전 과정의 소리를 모아 놓은 ‘ASMR 공예’, 작가 본인이 전지적 시점으로 촬영한 ‘브이로그 공예’ 등이 눈길을 끈다. 또한 비엔날레 조직위원회 및 실행업체, 참여 작가 전원을 대상으로 단체 PCR검사도 진행한다. 조직위는 자가진단키트 2만개를 구비해 관람객에게 적극 권고하고, 1시간 30분 단위로 최대 300명까지만 행사장에 입장시킬 계획이다. 입장료는 현장구매 기준 성인 1만2000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이다. 조직위원장인 한범덕 청주시장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값비싼 희생을 치르고 뒤늦게 공생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았다”며 “이번 행사가 상처입은 세계인을 치유하는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길섶에서] 전수천과 토우/문소영 논설실장

    9월 4일은 설치미술가 전수천(1947~2018)의 3주기였다. 한예종 교수에서 정년퇴임한 전 선생이 낙향해 살았던 전북 임실군 운암면에 수십명이 모였다. ‘초등학교를 살림집과 작업장으로 리모델링하고 모래가 가득했을 운동장은 잔디밭으로 잘 가꿔 놓았으니 놀러 오라’는 말씀을 생전에 몇 차례나 했으나 건성으로 네네만 하다가 결국은 그의 사후에나 방문하게 됐다. 시급한 일에 치여 정작 더 중요한 관계를 뒷전에 놓다가는 이렇게 되고야 만다. 코로나 시절이라 포장 친 넓은 잔디밭에서 삼삼오오 음식을 함께 나누며 생전의 전수천을 추모하거나, 일부는 작업실에 가득한 작품들을 둘러보면서 사자(死者)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눈다. 전자기기인 설치작품들에 벌써 세월이 내려앉고 있었다. 부인 한미경씨는 “혹시 작품이 망가질까 봐 이제 전원을 꽂을 수도 없다”며 “작품들이 습기 등에 더 무너지기 전에 유작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소원했다. 작가가 부재한 작업실은 쓸쓸했다. 책꽂이에 양손을 모은 눈매 고운 토우를 봤다. 한국관을 개관한 199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받은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의 일부다. 전수천을 만난 듯 와락 반가웠다.
  • 가을바람 타고 온 비엔날레… 그 美의 설렘

    가을바람 타고 온 비엔날레… 그 美의 설렘

    가을바람과 함께 비엔날레의 계절이 돌아왔다. 1일 개막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이번 달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미술축제가 이어진다.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는 보통 짝수해와 홀수해로 행사가 분산되지만 코로나19로 지난해 예정됐던 비엔날레 일부가 연기돼 올해 봇물을 이루게 됐다. 수묵, 디자인, 공예, 미디어, 사진 등 장르도 다양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현장 관람이 제한되는 상황이지만 각 비엔날레 주최 측은 온라인 전시 강화 등으로 내실 있는 행사를 다짐하고 있다.●거리두기에 현장 관람 제한… 온라인 강화 올해 2회째인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오채찬란 모노크롬-생동하는 수묵의 새로운 출발’을 주제로 목포 문화예술회관과 진도 운림산방 일원에서 다음달 31일까지 열린다. 국내외 15개국 200여명의 작가가 참여해 수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수묵 패션쇼, 노을 콘서트, 수묵 퍼포먼스 등으로 풍성하다. 전시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가상현실(VR) 전시관도 홈페이지에 구축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디자인과 레볼루션의 합성어인 ‘디-레볼루션’을 주제로 10월 31일까지 광주비엔날레전시관 등 광주 일대에서 열린다. 포스트 코로나19, 4차 산업혁명 등 급격한 시대 변화 속에서 미래 디자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포부다. 주제관, 국제관, 인공지능(AI)관, 체험관, 지역산업관 등 5개 본 전시를 비롯해 특별전, 국제콘퍼런스, 온라인 마켓, 체험 프로그램 등을 준비했다. 8일에는 청주공예비엔날레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나란히 문을 연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공생의 도구’를 주제로 31개국 310여명 작가의 작품 960여점을 문화제조창 등 청주시 일원에서 10월 17일까지 펼쳐 보인다. 임미선 예술감독은 “코로나19가 바꾼 사람들의 새로운 일상, ‘뉴노멀’의 삶을 환기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는 ‘공예 업사이클링’ 워크숍, 상상 속 바다를 대규모 설치작품으로 구현한 ‘공예탐험-바닷속으로’ 등 공예문화향유 프로젝트도 관심을 끈다. 전시장 드론 투어, 작가 인터뷰 영상 등으로 꾸민 온라인 비엔날레는 현장에 방문하지 못하는 이들의 아쉬움을 덜어 준다.●서울·대구·강원 등 다양한 의제·장르 전시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11월 21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국내 작가 10팀, 해외 작가 31팀 등 총 41팀이 참여한다. 융 마 프랑스 퐁피두센터 큐레이터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하루하루 탈출한다’는 제목처럼 오늘날 대중미디어에 나타나는 현실 도피의 다양한 양상에 주목한다. 대구사진비엔날레는 10일부터 11월 2일까지 ‘누락된 의제(37.5 아래)’를 주제로 대구문화예술회관 등지에서 개최된다. 어윈 올라프, 사라 추 징, 사이먼 노폭 등 세계적인 사진가 50여명을 비롯해 32개국 작가 351명이 함께한다. 강원국제트리엔날레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홍천군 결운리 옛 군부대 탄약정비공장과 폐교한 와동분교, 홍천중앙시장, 홍천미술관 일대에서 열린다. ‘따스한 재생’(Warm Revitalization)을 주제로 코로나19와 재난, 환경 위기 속에서 재생의 기대와 회복의 전망을 제시할 예정이다.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는 10월 1일부터 11월 28일까지 이천 경기도자미술관, 여주 경기생활도자미술관, 광주 경기도자박물관 일대에서 진행된다. 모든 전시는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다.
  •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홍보대사에 배우 이선빈 위촉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홍보대사에 배우 이선빈 위촉

    경기도 산하 한국도자재단은 1일 ‘2021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공식 홍보대사로 배우 이선빈을 위촉했다고 밝혔다. 최연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는 “연기에 대한 열정과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이선빈 배우는 새롭게 변화한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행사의 취지·이미지와 맞는다”며 “도자비엔날레의 고정관념을 깨고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전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한국도자재단이 주관하는 2021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는 ‘다시 쓴다 Re:start’를 주제로 다음 달 1일부터 11월 28일까지 경기도자미술관(이천), 경기생활도자미술관(여주), 경기도자박물관(광주) 일대와 온라인 플랫폼(kicb.co.kr)에서 펼쳐진다.
  • [이순녀의 문화발견] 일상과 예술 잇는, 공예 예찬/문화부 선임기자

    [이순녀의 문화발견] 일상과 예술 잇는, 공예 예찬/문화부 선임기자

    ‘센 불이 강한 쇠 녹여 내어/ 속을 파 둔하고 단단한 것 만들었다/ 긴 부리는 학이 돌아보는 듯/ 불룩한 배는 개구리가 벌떡거리는 듯/ 자루는 뱀 꼬리 굽은 듯/ 모가지는 오리 목에 혹이 난 듯/ 입 작은 항아리처럼 우묵하고/ 다리 긴 솥보다 안전하다.’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1168~1241)의 시 ‘남쪽 사람이 보낸 철병(鐵甁)을 얻어서 차를 끓여 보다’에 나오는 문장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호림박물관에 가면 그가 묘사한 철병을 빼닮은 청동 주자(注子)를 만날 수 있다. 손잡이와 주구(부리), 뚜껑이 달린 주자는 술이나 차 등을 담아 잔에 따를 때 사용된 기물로 요즘의 주전자와 형태와 기능이 같다. 지금 이곳에선 청동 주자를 포함해 청자, 흑자, 도기 등 다양한 재질로 만든 고려시대 주자 133점을 모은 ‘따르고 통하다, 고려 주자’ 기획전(12월 31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나전칠기, 금속공예 등 정교하고 세밀한 고려 공예문화는 대중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주자 유물에서도 찬란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과문한 탓에 별 기대 없이 갔다가 제대로 눈 호강을 하고 왔다.지난달 중순 종로구 안국동에 문을 연 서울공예박물관도 우리 선조들의 뛰어난 손재주와 예술적 감각을 재확인할 수 있는 귀한 공간이다. 공예문화 부흥을 위해 2014년 기본 계획을 수립한 뒤 옛 풍문여고 터를 매입해 7년 만에 국내 유일 공예 전문 공립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전통부터 현대까지 시대를 아우르고 금속, 도자, 목칠, 직물 등 전 분야를 망라한 공예품 2만 2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사전 예약제로 하루 540명씩 관람객을 맞는데 보물급 유물들과 감각적인 현대 공예품 등 볼거리가 풍부해 예매 경쟁이 뜨겁다. 공예(工藝)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을 만드는 기술에 관한 재주’, ‘기능과 장식의 양면을 조화시켜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일’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용하는 모든 일상용품이 공예의 소재인 셈이다. 때문에 공예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반면 일상성으로 인해 오랫동안 공예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민예연구자이자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가 조선 공예품을 극찬하고, 수집한 건 아이러니하다. 최근 몇 년 새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공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소문난 달항아리 애호가다. 그는 지난 2월 홈페이지에 공개한 팬클럽 아미를 위한 ‘아미의 방’에 달항아리와 고가구 사방탁자를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를 통해 조선시대 갓이 힙한 전통 공예품으로 재조명된 현상도 이런 기류에 한몫했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유야호(유재석 부캐릭터)의 머리를 장식했던 국가무형문화재 매듭장 김혜순 장인의 전통 매듭공예가 주목받았다. 한국문화재재단이 전통 공예 홍보와 판로 확대를 위해 지난 19일 네이버 라이브 커머스로 진행한 김혜순 장인의 방송에는 9만명이 몰려 인기를 입증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 수공예품 전문 온라인마켓 아이디어스 등에서도 전통 공예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한다. 전통 공예가 고루한 이미지를 벗고 MZ세대의 개성과 미감을 드러내고 생활의 가치를 높이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공예 한류’, ‘K공예’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오는 9월 5~10일 이탈리아에서 개최하는 ‘2021 밀라노 한국공예전’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네 거실에 놓여 있던 좌식 테이블을 제작한 가구 디자이너 박종선을 비롯해 21명 작가의 작품 126점을 전시한다. 11월 중국 상하이 웨스트번드 아트&디자인 페어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청주공예비엔날레(9월 8일~10월 17일),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10월 1일~11월 28일), 공예트렌드페어(11월 18~21일) 등 공예 관련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일상과 예술을 잇는 공예의 매력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 내년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 한국관 예술감독에 이영철 교수

    내년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 한국관 예술감독에 이영철 교수

    내년 4월 열리는 제59회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 예술감독으로 이영철(64) 계원예대 순수예술과 교수가 선정됐다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17일 밝혔다. 고려대 사회학과, 서울대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한 이 교수는 백남준아트센터 초대 관장, 아시아문화개발원 초대 원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조원 예술감독 등을 지냈다. 그는 한국관에서 ‘캄파넬라: 부풀은 태양’을 주제로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 내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에 이영철 교수

    내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에 이영철 교수

    내년 4월 열리는 제59회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 예술감독으로 이영철(64) 계원예대 순수예술과 교수가 선정됐다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17일 밝혔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미학과 석사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백남준아트센터 초대 관장, 아시아문화개발원 초대 원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조원 예술감독 등을 지냈다. 그는 한국관에서 ‘캄파넬라: 부풀은 태양’을 주제로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작가이자 전자음악 작곡가로 활동 중인 김윤철이 참여한다. 선정위원회는 이 교수 기획안에 대해 “베네치아비엔날레가 지향하는 방향과 주제에 부합하고, 실험적인 방법을 통해 한국관 전시를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전시의 완성도와 실현가능성도 갖춘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김 작가가 그동안 발표해온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바탕으로 한 학제적인 작업도 높은 지지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미술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은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s)’를 주제로 내년 4월 23일부터 11월 27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총감독은 세실리아 알레마니 뉴욕 하이라인 파크 아트 총괄 큐레이터가 맡았다. 한편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 한국관 예술감독 선정은 지난 6월 인터뷰 심사까지 마친 상태에서 불공정 논란이 일어 7월 선정위원회를 전면 재구성한 뒤 심사를 다시 진행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 ‘받침대 왕관’보다 빛나는 내 안의 신성

    ‘받침대 왕관’보다 빛나는 내 안의 신성

    버려진 것들 파편 모아 새 생명 덧입혀권력 상징 향한 의문 인간 내면까지 확장높고 귀한 이의 머리 위에 있어야 할 왕관이 맨 아래에 놓였다. 둥근 항아리, 뒤집힌 호리병 형태의 조형물이 중심부에 자리했고, 그 위로 가늘고 뾰족한 형상의 상징물을 세웠다. 한눈에 봐도 전복적인 의미를 내포한 3단 구조의 작품들은 이수경 작가가 왕관을 모티브로 작업 한 ‘달빛 왕관’ 연작이다. 깨진 도자기 조각을 이어 붙인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로 널리 알려진 작가의 새로운 연작을 선보이는 개인전 ‘달빛 왕관’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오래되고 버려진 것들의 파편을 모아 새 생명과 의미를 덧입히는 작가관은 이번 연작에서도 오롯이 드러난다. 멀리서 보면 반짝이고 화려하지만 철, 놋쇠, 유리, 진주, 자개, 거울 등 다양한 성질의 재료들이 불길에 녹아내리듯 뒤엉킨 형상은 혼란스런 현대사회를 은유하는 듯 보인다.‘달빛 왕관’ 연작은 2017년 베네치아비엔날레 전시에 전력투구하느라 심신이 피폐해진 상태에서 처음 제작됐다. 신들의 머리 뒤에서 빛나는 후광, 최고 권력자의 머리 위에 얹힌 왕관의 의미에 관한 의문은 인간 내면의 보편적인 신성(神性)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했다. 기도하는 손, 십자가, 용, 식물, 만화 주인공, 요술봉 등 동서양 문화의 다양한 상징과 무늬들로 작품을 만들면서 “치유받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출품작 11점 가운데 6점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완성했다. 이수경은 “공교롭게도 왕관을 뜻하는 코로나(corona)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서 ‘달빛 왕관’ 연작이 내게 큰 활력이 됐다”며 웃었다. 제목에 대해선 “태양과 왕관이 겉으로 보이는 권위의 상징이라면 달빛은 그 이면에 가려진 것들, 상상의 영역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우리 안에 저마다 신성이 있고, 각자 왕관처럼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다”면서 “전시를 통해 내면의 신성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래된 나무뿌리를 3D 스캔으로 복제해 하얀 병풍의 양옆에 세운 설치작품 ‘천 개의 잎사귀’, 영상 작품 ‘너만 알고 있어’도 만날 수 있다. 오는 9월 26일까지.
  • 전인애 개인전, ‘Meaning-Road to happiness’전 열려

    전인애 개인전, ‘Meaning-Road to happiness’전 열려

    전인애 작가의 ‘Meaning-Road to happiness’전이 8월 6일까지 서울신문사 1층 서울신문·서울갤러리 특별전시장에서 열린다.전인애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총 19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 작가의 작품 대부분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여러 감동을 주는 자연을 모티브로 작업했다. 반추상 작품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작가의 의도나 조형적인 부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전 작가는 일반 물감으로 원하는 느낌이 나오지 않자 작품의 주된 재료 역시 자연에서 주어지는 여러 혼합재료를 믹싱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만의 독특한 마티에르 기법을 개발하였으며, 다양한 마티에르를 겹쳐 균질적이지 않고 정형적이지 않은 우연의 특별함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마티에르란 프랑스어로 물질, 재질이라는 뜻을 가지는데, 예술 작품에 있어서는 재료, 소재, 재질감 등을 뜻한다. 작품 표면의 울퉁불퉁한 질감 자체 혹은 회화 기법과 물감에 의한 화면 위의 효과를 의미하기도 한다.전 작가는 그의 작품에서 거칠고 입체적인 마티에르에 거리, 넝쿨, 담, 꽃 등을 패턴으로 단순화 작업을 추구하며, 이러한 단순화를 통해 메시지를 더 확장시킨다. 또한, 작품속에 작가의 창작 의도를 찾아보는 요소를 만들어 창의적 발상을 유도한다. 그의 작품은 강렬하고 다양한 색감의 서양화이지만, 여백과 선 그리고 번짐과 흘러내림 등의 효과로 한국화의 느낌과 정서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꽃과 같은 피사체들은 주변적 요소들과 상징적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표현했다”며 “그림 주위의 프레임과 같은 드로잉 부분은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것을 품는다는 것을 표현하며, 복잡한 환경 속에서 여백이 주는 사유의 공간을 살려 잠시 우리들의 바쁜 일상 속에 쉼의 공간을 유도한다”고 밝혔다.전인애 작가는 14번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한·일미술교류전, 청주공예비엔날레 등 약 300여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예술대제전 대상, 한국미술제 금상,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예술문화협회 추천작가, 자연환경미술협회 초대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현재 한국미술협회 서울지회 이사, 자연환경미술협회 이사로 활동하며, 동료 선후배 작가들과 소통의 폭을 넓히고 있으며, 서울시공공미술프로젝트, 환경사랑미술대전 등 다양한 미술공모전 심사위원, 자문위원을 역임하며 한국미술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전인애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어떠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살아내려는 간절함과 자기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며 “모든 자연을 대상으로 내가 느끼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자세한 전시내용은 서울갤러리 홈페이지(www.seoulgallery.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갤러리는 서울신문이 운영하는 미술 전문 플랫폼으로, 다양한 전시를 소개하고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다.
  • ‘거장 백남준 작품을 품다’… 연말 개관 울산시립미술관 작품 3점 수집

    ‘거장 백남준 작품을 품다’… 연말 개관 울산시립미술관 작품 3점 수집

    울산시립미술관이 백남준 작가의 ‘거북’ 등 3점의 작품을 품었다. 울산시는 12월 개관하는 울산시립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으로 세계적인 거장 백남준(1932∼2006) 작가의 작품 3점을 수집했다고 27일 밝혔다. 작품은 ‘거북’(1993), ‘시스틴 채플’(1993),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1992∼1994) 등 3점이다. 백 작가의 색깔이 드러나면서도 울산의 정체성을 상징할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1호 소장품인 ‘거북’은 166대의 텔레비전을 거북의 형상으로 만든 대형 비디오 조각 작품으로 1993년 독일에서 제작됐다. 자연과 기술, 동양 정신과 서양 문물의 결합이라는 백 작가 특유의 미학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거북’은 현재 별도의 수장 공간에서 장기 보존을 위한 수복 작업을 거치고 있다. 시는 ‘거북’의 경우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로 대표되는 도시 울산에 자리하게 된 것 자체가 특별한 상징과 의미가 있다고 봤다. 반구대라는 명칭은 암각화 주변 지형이 거북이가 엎드려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시 관계자는 “선사시대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를 품고 대한민국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울산 정체성을 잘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2호 소장품인 ‘시스틴 채플’은 ‘20세기의 천지창조’라 불리는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매우 큰 작품으로 평가했다. 백 작가는 이 작품으로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최고상인 황금사자장을 받았다. 2019년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열린 ‘백남준 회고전’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3호 소장품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는 비디오아트에 자연과 생태라는 주제를 접목한 작품이다. 백 작가가 예술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은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John Cage·1912∼1992)에 대한 경외심을 담아 그의 이름과 같은 발음의 새장을 활용해 작품 세계를 구현했다. 이 작품은 ‘생태 정원도시 울산’ 이미지에 맞는다고 봤다. 울산시립미술관은 백 작가의 작품 의미와 가치를 극대화하려고, 12월 개관 특별 전시와 별도로 외부 전시를 개최한다. 전시 장소는 대왕암공원 내 옛 울산교육연수원이다. 한편 오는 11월 완공 예정인 울산시립미술관은 현재 8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 작품도 ‘나’도 없앴다… 그 끝에 남은 ‘순수’

    작품도 ‘나’도 없앴다… 그 끝에 남은 ‘순수’

    맹렬히 타오르는 불길 같기도, 너울너울 춤추는 물결 같기도 하다. 검은색과 흰색을 배경으로 거침없이 뻗어 나간 붓질의 궤적들은 간혹 너무 강렬해 불길한 기운마저 감돈다. 전시 제목이 왜 ‘혼돈의 밤’인지 직감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중견 화가 김길후의 개인전 얘기다. ●작품 1만 6000점 태우는 등 정체성 고민 올해 환갑을 맞은 작가는 오랫동안 중국 베이징을 거점으로 작업해 왔다. 베네치아비엔날레 중국관 예술감독이었던 왕춘천의 기획으로 2014년 베이징 화이트 아트박스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여는 등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반면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조명받을 기회가 적었다. 지난 4월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을 받으며 뒤늦게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작 회화와 조각 등 23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최근 작품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자리다. 1999년 자신의 작품 1만 6000여점을 불태우고, 2013년 이름을 김동기에서 김길후로 개명하는 등 끊임없이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해 왔다. “예술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녔다”는 작가는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은 모습이 이번 전시작들”이라고 소개했다. 만물이 소생하기 전 원시적인 상태를 가리키는 ‘혼돈의 밤’을 통해 그는 관습을 잊고 순수한 아이 같은 본성으로 돌아가 그림과 자신이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를 펼쳐 보인다. 무엇을, 어떻게, 어떤 색으로 그릴지는 작가도 알지 못한다.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림에서 나 자신을 빼는 것이며, 특정 대상을 그리지 않고 붓에 몸을 맡긴다”고 했다. 캔버스를 마주한 순간의 즉흥적인 호흡과 몸짓이 만들어 낸 형상은 그래서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구름의 형상이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바뀌듯 보는 시선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그린다”고 덧붙였다. ●“나 자신 빼고 붓에 몸 맡겨”… 물아일체 경지 지팡이 모양의 나무와 회화를 혼합해 만든 조각상은 회화의 역동적인 생명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노자의 지팡이’라는 제목이 일러주듯 세속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고 원시적인 본질로 회귀하려는 작가의 신념이 유머러스하게 표현됐다. 오는 8월 22일까지.
  • 광주시립미술관, 10월 31일까지 디자인비엔날레 특별전

    광주시립미술관은 오는 10월 31일까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기념 특별전을 미술관 본관 제1, 2전시실에서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메타-가든’전으로 이름지어진 이번 전시회에는 AI(인공지능),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업해오고 있는 금민정, 노상희, 박고은, 소수빈 작가와 디지털 영상화 설치를 중심으로 한 김형숙, 박상화, 서상희, 손봉채, 윤제호, 이진준, 정문열 작가 등 모두 11명이 참여한다. ‘메타-가든’전은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메타’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일컫는 ‘메타버스’의 ‘메타’의 의미를 차용했다. 11명의 작가가 오늘날 기술문명이 품은 미적 상상력을 시각화하여 전시공간에 테크놀로지 예술 정원을 선사한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광주비엔날레전시관 등에서 ‘디-레볼루션(d-Revolution)’이란 주제로 열린다.
  • 광주시립미술관, 10월 31일까지 디자인비엔날레 특별전

    광주시립미술관은 오는 10월 31일까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기념 특별전을 미술관 본관 제1, 2전시실에서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메타-가든’전으로 이름지어진 이번 전시회에는 AI(인공지능),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업해오고 있는 금민정, 노상희, 박고은, 소수빈 작가와 디지털 영상화 설치를 중심으로 한 김형숙, 박상화, 서상희, 손봉채, 윤제호, 이진준, 정문열 작가 등 모두 11명이 참여한다. ‘메타-가든’전은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메타’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일컫는 ‘메타버스’의 ‘메타’의 의미를 차용했다. 11명의 작가가 오늘날 기술문명이 품은 미적 상상력을 시각화하여 전시공간에 테크놀로지 예술 정원을 선사한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광주비엔날레전시관 등에서 ‘디-레볼루션(d-Revolution)’이란 주제로 열린다.
  • [이순녀의 문화발견] 디지털 아트와 NFT 아트, 가깝고도 먼

    [이순녀의 문화발견] 디지털 아트와 NFT 아트, 가깝고도 먼

    1999년 어느 날 뉴욕의 동물원에 다녀온 유치원생 아들은 제일 인상 깊었던 호랑이를 그리겠다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유치원에서 배운 컴퓨터 드로잉 프로그램을 열어 호랑이 이미지들을 찾더니 마음에 드는 이미지들을 조합해 자기만의 호랑이 그림을 완성했다. 당시 아들의 모습을 지켜본 디지털 아티스트 코디 최(60)는 무릎을 쳤다. 디자인과 순수미술을 전공했지만 1997년부터 미래학에 관심을 두고 데이터를 작업 재료로 삼아 온 그는 “개인의 상상력이 아니라 컴퓨터 가상공간 속 데이터의 중첩과 증식의 결과물”이 21세기 새로운 창작 방식으로 주목받을 것을 직감했다. 아들 컴퓨터에서 해킹한 디지털 이미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베이스(DB) 페인팅 시리즈 ‘애니멀 토템’의 탄생 배경이다. 디지털 아트의 선구자이자 2017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활약했던 코디 최의 초기 작업들이 20여년 만에 재조명되고 있다. 서울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13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1999 코디 최+NFT’에서 1999~2000년 제작한 디지털 회화 5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 제목에 최근 전 세계 미술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가 들어간 데는 이유가 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디지털 파일의 원본성과 소유권을 보증하는 일종의 ‘디지털 장부’다. 코디 최는 얼마 전 ‘애니멀 토템’ 시리즈 2점을 NFT로 발행해 각각 7만 이더리움(약 1700억원)에 NFT 마켓플레이스 ‘오픈시’에 올려 화제가 됐다. 미국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이 지난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NFT로 제작한 모자이크 이미지 파일 ‘매일: 첫 5000일’을 약 800억원에 팔아 생존 작가 최고가 3위에 오른 기록보다 두 배 높은 가격이다.광풍과도 같은 NFT 시장에 서둘러 올라타고 싶어서였을까. 전시장에서 만난 코디 최의 얘기는 방향이 달랐다. “NFT 아트 작가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선 작품을 얼마에 팔았고, 얼마에 팔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서로 사주겠다는 얘기도 오간다. 정작 디지털 아트의 예술적 가치와 의미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NFT 작품에 과도한 가격을 매겨 논란을 야기한 것도, 20여년 전 디지털 아트 작품을 다시 꺼내 전시를 연 것도, 온통 돈에만 정신이 팔린 작금의 비정상적인 NFT 아트 현상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NFT 아트의 출발은 무한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아트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수정과 삭제가 불가능한 표식으로 원본성과 소유권을 증명함으로써 디지털 예술품 창작자들에게 날개를 달아 줬다. 신진작가든 아마추어든 누구나 간편하게 NFT 작품을 발행하고, 공개된 시장에서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점도 획기적이다. 지금까지는 소수의 선택된 작가들이 갤러리나 경매시장을 통해 높은 중개료를 내고 작품을 판매하는 게 일반적인 유통 경로였다. 하지만 아직은 불안정하고 투기적 요소가 많은 암호화폐와 맞물리면서 이런 장점보다는 고가의 낙찰 이벤트에 휘둘리고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게다가 기존 유명 실물 그림을 디지털 파일로 변환해 NFT 아트 시장에 내놓는 사례가 늘어나는 현상은 가상세계에만 존재하는 디지털 창작물을 보호하고, 활성화하려는 애초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NFT 아트가 디지털 아트의 혁신이 아니라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놀이터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길 만한 대목이다. 과열 양상으로 인해 저작권 침해 등 부작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결합을 뜻하는 메타버스 시대가 이미 도래한 마당에 미술시장의 가상현실인 NFT 아트도 혼란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속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건 진보한 디지털 아트로서 NFT 아트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한 고민이다. 코디 최는 “현재 NFT 아트에는 디지털 기술만 있고, 디지털 세계관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행동이 바뀌었다고 저절로 내용이 변하지 않는다. 디지털 아트와 NFT 아트. 아직은 그 간극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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