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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야스쿠니 문제부터 명확히”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아베 신조의 총리 선출 과정에서 베이징이 주목한 것은 줄곧 ‘신사 참배’ 여부 문제였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일본 총리의 방중 준비설에 대해 “양국간에 놓인 정치적 장애물 제거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외교부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중·일관계가 어려움에 빠져 양국 정상이 상호 방문할 수 없는 것은 일본 지도자들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못박았다. 이런 점에서 당초 중국은 아베 새 내각 출범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차관급 종합정책 대화를 갖기 위해 얼마전에 도쿄를 방문한 것도 그 한 예이다.1년6개월째 열리지 않고 있는 중·일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동시에 높아졌다. 한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26일 아베 총리에게 메시지를 보내 양국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원 총리는 중국은 양국간 근린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임을 표명했다고 외교부가 웹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에서 밝혔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아베가 자민당 새 총재에 선출된 지난 20일에도 “일본 자민당 새 지도자가 언행일치로 중·일관계 개선과 발전을 위해 확실하게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jj@seoul.co.kr
  • “北核시설 인근서 차량 이동”

    |도쿄 이춘규특파원·서울 김수정기자|일본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정보와 관련, 핵실험 시설로 의심되는 북한 북동부 지역에서 차량 이동을 확인했다고 교도통신이 24일 보도했다. 핵실험이 임박한 것인지 차량 이동 외에 구체적 징후가 있는 것인지는 불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외무성 관리는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한 소식통은 “지하 핵실험과 관련된 움직임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관계국들과 협력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양국이 감시태세를 강화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앞서 미국 ABC방송도 지난 17일(현지시간) 미 국무부와 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 북한의 지하 핵실험장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차량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것을 뒷받침할 ‘새롭고 확실한’ 증거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언론에 이어 일본 언론이 잇따라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을 보도함에 따라 미·중·일 각국이 포착한 정보 등을 입수, 핵실험 가능성을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통외통위 전체회의에 출석,“북한이 지난해 핵을 갖고 있다고 선언했고, 논리적으로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taein@seoul.co.kr
  • 노대통령, 美·中·日과 연쇄 정상회담 추진

    노대통령, 美·中·日과 연쇄 정상회담 추진

    노무현 대통령이 오는 9·10·11월 미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안보관련 핵심 3개국과 연쇄적인 단독 정상회담을 가질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내달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10월 중순 베이징을 방문,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한·중 정상회담은 6자회담의 교착상황 타개는 물론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한반도 전반의 문제를 심도깊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은 24일 중국으로 출국,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 등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사전 조율을 벌일 예정이다. 아울러 다음달 퇴임하는 고이즈미 총리 후임으로 새 총리가 들어서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하노이)에서 한·일 정상 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은 내달 20일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를 계기로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로 중단된 한·일 정상회담을 복원시킨다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올가을 정상외교는 임기 1년여를 남겨 놓고 참여정부의 4년의 외교 기조를 1차 마무리하고 한국 외교 난맥상의 근본 뿌리인 북핵문제와 관련한 외교 원칙 등 남은 난제를 정리하려는 의미를 안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유엔 대북 안보리 결의안 채택, 그리고 북한의 핵 실험 준비설까지 나오는 한반도 불안을 안정시키고, 북핵문제 진전을 위한 외교틀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다. 나아가 한·일, 중·일 긴장 완화를 통한 동북아 안정, 그리고 참여정부 출범 이후 실종된 ‘한·미·일 3각 공조’ 복원 등의 단초찾기도 시도할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대북 조치와 관련,‘균형된 외교조치’를 강조할 것”이라면서 “유엔 결의안 채택 이후 대북 조치는 대량살상무기(WMD)확산 방지 차단, 금융제재 등 압박·강경에 치우쳐 있는 만큼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야 한다는 입장으로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아의 외교 긴장 완화와 효과적인 북핵문제 해결에 일본의 자세변화도 중요하다고 판단, 일본의 신사참배 문제 등도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이수훈 동북아시대 위원장“북핵등 안보문제 정쟁수단 안돼”

    ‘동북아 균형자론’을 화두로 던지며 출범한 참여 정부의 외교·안보 구상이 6자회담 교착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논쟁, 한·일 관계 경색 등으로 표류하고 있다. 참여정부 외교 지향점을 담은 대통령 자문기관 동북아시대 위원회 이수훈 위원장으로부터 현 상황에 대한 점검과 함께 후반기 외교기조 등을 들어봤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8월 행담도 사건으로 물러난 문정인 전 위원장의 뒤를 이어 잔여임기를 채운 뒤 최근 대통령으로부터 다시 임명됐다.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까지 나오고 있다. 미사일 발사 전엔 사전 설득에 나설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가.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하면 한반도의 긴장·위기 수위는 비교할 수 없이 한층 높아진다. 동북아에 핵무기 경쟁을 촉발하는 것은 물론이다. 안보팀이 미국 등 국제적 협조 속에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 설득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북 유엔결의안 채택 이후 남북관계가 냉랭하고 북중관계도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안보상황의 안정적 관리가 최우선이다. 외교안보팀이 이 일을 차분하게 할 수 있도록 언론과 국회, 시민사회 영역이 협조해 줘야 한다. 안보는 정치화하면 안 된다. ▶위원장직을 맡은 지 1년이 됐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그동안 동북아시대 구상, 즉 동북아 역내 질서를 통합적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총체적 정책 체계를 정립하는 데 주력했다. 이에는 전반적 대외전략, 남북관계 중장기 발전전략, 동북아다자안보협력 제도화, 동북아 경제공동체 구축 전략, 동북아 사회문화교류협력 증진 전략 등이 포함된다. 가장 어려운 점은 동북아 전략 핵심의 하나인 북핵문제가 풀리지 않은 채 문제가 쌓여가고 한·일 관계가 갈등 대립으로 악화돼 그 장벽을 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동북아 에너지협력 구상에 힘을 많이 쏟은 것으로 아는데…. -그 역시 북핵이란 장벽에 부딪힌 경우다. 물론 사할린 천연가스 도입 등 여건이 맞아 실제 추진되는 것도 있지만 동북아 에너지 협력구상은 북핵 해결과 9·19 공동성명의 이행이 맞물린 문제다. 철도의 연결, 상호 방문 등 정치적 여건이 성숙돼야 하는데 잘 안되고 있다. ▶고이즈미 시대가 끝나간다. 향후 한·일 외교 경색을 푸는 방안은. -고이즈미 총리의 8·15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동북아 국민들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 야스쿠니 신사엔 전범 위패는 물론 전쟁기념관 ‘류수칸’이 있다. 따라서 일본 최고 지도자의 신사참배는 전쟁에 관한 과거 역사에 대한 태도, 미래에 대한 태도를 모두 상징하는 중요한 문제다. 지난해 10월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로 꼬인 한·일 외교 복원은 야스쿠니로 풀면 된다. 독도·역사·위안부 문제는 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야스쿠니 문제는 일본 정치권의 결단과 행동 여하에 따라 해소할 수 있다. 공은 일본 차기 지도자에게 넘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일 정치적 관계의 악화가 민간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전작권 현안 등이 있는 가운데 9월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임기 후반 우리 외교 기조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외교에서 정상회담은 아주 중요하다. 특히 언론에 비치는 두 정상의 분위기는 실제 이상의 역할을 한다. 한·미 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한 외교 일정이다. 하반기에 정상외교 일정이 많다.APEC,‘아세안+3’회의 등 굵직한 일정이 있다. 실용주의 기조로 가고 외교적 성과를 내 국민들을 안심시키고자 노력할 것이다. 어떤 국가와의 관계도 파국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치권, 특히 여당에서도 대통령 산하 위원회들을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여러 생각들이 있겠지만, 이는 대통령의 뜻이고 결정 사항에 속한다. 우리 위원회는 대통령에게 동북아 시대와 관련한 자문을 하는 엄연한 기능, 역할이 있다. 중장기 한국 외교의 미래, 즉 15∼20년 국가전략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프로젝트를 여러 팀들이 공들여 해왔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 대외 전략의 큰 그림을 내놓을 것이다. 그간 활동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가겠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사설] 北 핵실험 준비설 예의 주시한다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국무부와 군 고위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한 ABC방송의 보도 내용이다. 북한의 핵 실험장소로 추정되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한 지하시설 외곽에서 핵 실험에 사용되는 케이블 릴을 대량으로 하역하는 등 의심스러운 움직임이 잇따라 관측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정보당국은 지난주 이런 사실을 백악관에도 보고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보도만으로 북한이 핵실험 준비에 나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른 미 정부 당국자도 “핵실험이 임박한 징조는 없다.”고 했고, 우리 당국도 “가능성은 있으나 핵실험 움직임이 사실로 확인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과거 북한 핵실험설이 제기됐다가 사실무근으로 끝난 경우도 물론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은 여러모로 깊은 우려를 갖게 한다. 무엇보다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이 추가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예상돼 왔다. 미사일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는 데 실패한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최후의 초강수로 지금의 북·미 대치상태를 뒤흔들려 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미국으로 하여금 대북제재 대신 대화로 방향을 틀도록 일부러 핵실험 움직임을 흘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핵 보유 추정과 핵실험 실시는 외교안보상으로 엄청나게 다르다. 핵실험은 북한이 국제사회에 핵 보유국임을 선언하는 것이며, 동북아 안보질서를 통째로 뒤흔들게 된다. 북핵의 존폐를 둘러싸고 통제불능의 안보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핵실험은 결코 협상에 써먹을 수단이 아니다. 목적이 무엇이든 북한은 핵실험의 검은 유혹을 떨쳐야 한다. 정부도 핵실험과 관련한 북한의 일거수 일투족을 빠짐없이 점검하길 바란다. 미국과의 긴밀한 정보 공유는 말할 것도 없고,6자회담 참가국들과 적극 협력해 북한의 오판과 도발을 막아내야 할 것이다.
  • [열린세상] 우리의 색이 바뀌었다/김병식 동국대 부총장

    컬러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색깔의 의미는 중요하다. 사람이 외계와 소통하는 창구인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의 오감 가운데 색깔을 인지하는 눈이 먼저이고, 신체 부위 중 최상단에 위치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독일 월드컵의 우리 경기가 이제 끝나고 아쉬움을 남겼지만, 모두 일상사로 돌아갔다. 그러나 제의적 성격을 보인 두 번의 월드컵 대회는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한류로 거듭난 거리응원, 모두 즐기는 공감의식으로 자연스럽게 형성시킨 국민의 축제, 세계가 한 곳에 모인 축약된 공간속에서 우리 전통문화인 소리, 율동, 디자인, 색깔 등에 대한 객관적 확인이 그것이다. 나는 이 중 우리의 색감 변화에 주목하고 싶다. 2002년 우리 안방에서 열렸던 대회와 달리 이번 월드컵은 지구 반대편에서 열렸다. 우리 경기는 주로 새벽 4시였다. 새벽 4시는 깨어 있기에 정말 힘든 시간이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들은 전국에서 붉은 옷을 입고, 붉은 뿔을 달고 대한민국을 외치고 또 외쳤다. 우리 경기 때 독일 스타디움도 붉은 빛으로 가득했다.TV를 통해 본 우리의 붉은 빛은 가슴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그 빛은 감정을 솟구치게 하였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붉은색이 이제는 세계 속에서 우리를 상징하는 색으로 바뀌고 있었던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흰색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왔다. 문헌 위지(魏志)에 보면 부여시대부터 우리 민족은 백의(白衣)를 입고 있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양반 계층부터 서민까지 모두 백의를 즐겼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폄하할 의도로 염색기술과 여력이 부족하여 그러하였을 것이라는 잘못된 해석도 있으나 아마도, 흰색은 유교사상의 청렴 등 당시 시대사조와 어울리는 색이어서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꼭 그러했던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갑오개혁부터는 색의(色衣)착용이 장려 되었으며, 심지어 1906년(고종 광무 10)에는 법령으로 백의 착용을 금지하기까지 하였다. 색에는 상징이 숨어 있다. 이데올로기적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는 우리에게 백색과 적색의 의미는 남다르다. 어느 시인이 전후시절, 그의 시에 “빨강 자전거가 오지 않는다.”는 구절을 넣었다가 감시와 곤욕의 시간을 보냈었다고 회고했던 것이 기억난다. 애달게 기다리던 편지를 배달하는 우체부아저씨를 연상하며 표현한 것이 검열관의 빨강색에 대한 시각은 달랐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젊은이들의 열정의 용광로에서 우리의 색깔 콤플렉스를 모두 녹여 내었다. 그것도 일거에 녹여내었다. 선입견이 없는 젊은이의 색감에 대한 순수함이 이를 가능케 하였다. 말끔한 뒤처리와 함께 우리 태극기와 애국가, 대∼한민국의 구호는 이를 지지하는 강력한 지렛대였다. 아름다웠다. 빨강은 ‘빨주노초파남보’의 시작색이다. 멀리서 가장 잘 보이는 색이다. 정지신호등이 국제공통으로 적색인 이유이다. 전통적 시각에서는 남쪽, 여름, 희열, 행복 등을 의미한다. 서구에서는 열정, 사랑, 흥분, 힘, 속도, 위험 등을 상징한다. 우리의 상징색이 바뀌었다. 경건하고 평화스러운 흰색에서 열정과 힘의 색인 빨강색으로 바뀌었다. 은둔에서 자신감으로 색이 바뀌었다. 이제,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 젊은이에게 어울리는 색은 빨강색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기기 위해 몸부림치는 각국 선수들을 볼 때, 월드컵경기는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세계 모습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응원에서 우리가 수적으로 적어도 유독 크게 느껴졌다. 일을 할 때 자신감은 중요하다. 자신감은 힘든 상황에서도 성공을 담보한다. 혹자들은 월드컵이 우리를 너무 들뜨게 하였다고 걱정도 하였다. 그러나 거리응원에서 우리는 세계를 향해 나타내 보였다. 함께 외치면서 자신감을 배가시켰고 스스로를 신뢰하였다. 이제 세계를 향해 도전하는 우리 젊은이에게 어울리는 색은 힘과 정열의 빨강 색이 되었다. 우리의 색이 바뀌었다. 김병식 동국대 부총장
  • 로또복권 시스템 사업자 선정과정 비리의혹 관려자들 불구속기소

    로또복권 시스템 사업자 선정 과정의 비리의혹을 수사해온 대검 중수부는 17일 전 코리아로터리서비스(KLS)상무 박모(45)씨와 전 국민은행 복권사업팀장 이모(50)씨, 모 회계법인 전무 오모(51)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지난해 초 관련 첩보와 같은 해 8월 감사원의 수사의뢰로 시작됐던 로또비리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하지만 ‘정관계 로비설’ 등 사건 초기의 의혹들은 풀지 못한 채 수사가 마무리돼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식으로 끝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씨는 2001년 11월 무자격업체인 A회계법인의 컨설팅 용역결과를 받아 적정 수수료율보다 높은 수준의 수수료 지급계약을 KLS, 국민은행과 체결해 온라인복권협의회에 1조 7935억원의 손해를 입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오씨와 박씨는 같은해 10월 국민은행이 A회계법인에 의뢰한 시스템 사업자 선정 제안요청서를 누설해 국민은행의 공정한 시스템 사업자 선정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앞서 대검 중수부는 KLS공동대표 남모(59)씨를 콤텍시스템의 가수금 150억원을 횡령하고 72억원을 빼돌려 주식투자 등에 사용한 혐의로 구속기소했었다. 로또 비리로 시작한 수사였지만 정관계 로비 등 의혹은 밝혀내지 못하고 다른 범죄만 찾아낸 것이다. 검찰 관계자도 “비리의 실체를 밝혀내는데 부족했기 때문에 아직 수사가 끝났다는 말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KLS 지분 20%를 취득하고 미국에서 2002년 7∼12월 지분을 처분해 150억원의 이익을 낸 KLS 전 이사 안모씨가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검찰은 또 관련 계좌는 계속 추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경인지역 새민방 25일쯤 선정

    경인지역 새민방 25일쯤 선정

    경인 지역 새 민영방송 사업자 선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재작년 말 방송위원회가 iTV에 재허가 추천을 내주지 않으면서 진행되어온 새 사업자 선정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방송위가 설 연휴(28∼30일) 전에 모든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원칙을 내놓은 점을 감안하면 중순쯤 15명 정도의 심사위원회 구성에 이어, 사업자 신청을 낸 5개 컨소시엄으로부터의 의견청취,4박5일간의 합숙 심사를 거치게 된다.25일을 전후해 심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업자 선정인 만큼 내달로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공정심사, 방송철학 검증 철저히 컨소시엄 당사자들이 잔뜩 긴장해 있는 가운데 각계로부터 다양한 목소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방송위도 지난해 12월21일부터 1월3일까지 의견을 접수했다.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공정심사, 그리고 방송철학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주요 내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언론단체들은 대부분 외형적 자금력보다는 주주의 투자 의지, 경영 투명성, 권력의 부당한 간섭 배제, 지역성 구현 등을 중요한 요소로 지적한다. 한국프로듀서연합회는 iTV 정파(停波) 사태의 원인을 지역성 구현 실패, 경영 투명성 부재, 정치권력의 부당한 간섭 등으로 꼽고 이같은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컨소시엄이 뽑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인천연대’도 새 방송이 추구해야 할 3대 정신으로 지역성과 공익성, 시민 참여 활성화, 소유와 경영 분리, 경영 투명성 등을 꼽았다. 최근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경인지역 새 방송 올바른 선정 방향은 무엇인가’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반현 인천대 교수도 “지역성 구현이 가장 중요한 선정 이유가 되어야 한다.”며 “iTV의 재허가 추천 거부의 외형적 이유는 재정능력 악화였지만, 근본적으로는 지역 시청자를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새 방송 사업자 누가 될까 새 방송사업자 심사 대상은 태경산업 등이 대주주로 참여한 Good TV,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중기협)가 최대주주인 경인열린방송(KTB), 영안모자가 최대주주인 KIBS, 국내 대표적 벤처기업인 휴맥스가 최대주주인 TVK, 한국단자공업이 최대주주인 나라방송(NBC) 등 5개 컨소시엄이다. 자본금 규모로는 KTB가 1500억원으로 가장 유리하고, 그 뒤를 TVK,Good TV,KIBS,NBC가 따르고 있다. 하지만 당시 iTV의 대주주였던 동양제철화학과 대한제당이 투자여력이 있음에도 추가 증자 의향을 밝히지 않아 정파사태를 불렀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단순 외형적 자본규모보다는 주주의 경영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소유구조 문제와 지역성 구현 측면에선 Good TV가 유리할 전망. 태경산업과 황금에스티, 기전산업 등이 각 15% 지분으로 공동 참여하고, 시민주가 10%에 이르는 등 민영방송의 고질적 문제점인 소유구조 집중 문제에서 가장 자유롭다.iTV 정파 이후 기존의 노동조합원을 중심으로 새 방송 준비를 해왔던 ‘새방송 창사 준비위원회’(창준위)도 이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NBC 컨소시엄은 iTV 시설과 장비를 인수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 조속한 방송 재개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설립자본금(575억원)이 지나치게 적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TVK 컨소시엄은 탄탄한 자금력과 대주주인 휴맥스의 셋톱박스 사업을 통해 SO(유선방송사업자)를 통한 역외 재전송에 유리하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방송사업 경험 부족이 약점이다. ●정치적 로비설 등 변수 이런 와중에 컨소시엄 참여업체들의 도덕성 문제, 일부 정치권 로비설 등이 제기돼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TVK 컨소시엄의 최대주주인 휴맥스는SO인 남인천방송의 2대주주인 채널선과의 지분 관계 논란에 휩싸여 있다. 방송법상 지상파방송사업자와 SO는 서로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 방송위는 이런 문제를 의식해 지난달 29일 5개 컨소시엄에 SO 등 방송사업자 출자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자료제출을 요청했다. 일부 컨소시엄은 정치권 로비설에 시달리고 있다. 청와대 지지설, 사전 내정설 등을 유포하고 다니다가 경고를 받거나,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2007년 ‘부산 정보고속도’ 100배 빨라진다

    부산시와 일선 구·군·동과 시 산하 282개 행정기관을 광케이블로 연결하는 ‘부산정보고속도로’가 구축된다. 부산시는 22일 부산정보고속도로 구축 사업을 민간투자사업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민간투자시설 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오는 2007년 완공목표로 총 127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부산정보고속도로사업이 완공되면 회선 속도가 기존보다 100배 이상 빨라진다. 이에 따라 시 산하 행정기관간 데이터와 음성은 물론, 멀티미디어 정보를 자유자재로 공유함으로써 급변하는 정보통신 환경변화에 대처하고 시민들에게 보다 편리하고 향상된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CC-TV를 이용한 방범, 재해· 환경, 감시 등도 가능하게 된다. 부산정보고속도로 구축 민간투자사업은 광케이블 포설 572㎞, 전송장비설치 274식, 망관리시스템 1식, 망운영센터 시설 구축 등이다. 사업신청 자격은 법인 또는 설립예정법인으로서 총 민간투자비의 10%이상을 자기자금으로 조달하고 지역업체 시공참여 비율을 49%이상으로 해야 한다. 부산시는 29일 사업설명회를 가진 뒤 내년 1월19일까지 사전적격 심사서류 접수를 거쳐 3월22일까지 사업신청 서류를 접수 받는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대검 칼날’ 중수부 초라한 성적

    ‘대검 칼날’ 중수부 초라한 성적

    대검 중수부(부장 박영수)가 올해 들어 시작한 수사에 이렇다할 성과가 없어 ‘최고의 사정기관’이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됐다. 법무부 국감자료 등에 따르면 대검 중수부는 올해 말까지 인지수사결과 30여명을 입건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31명,2003년 104명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내용면에서도 부실하다는 비판이 있다. 검찰은 검찰조서 증거능력이 약화되고 뇌물사건 수사 등에서 관련자들의 진술보다 확실한 물증을 요구하는 사법부의 변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중수부는 21일 공사 수주와 관련해 4000만원의 현금과 7000만원어치의 향응을 받았다며 청렴위가 고발한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지적에 대해 중수부 관계자는 검찰이 현 중수부 체제로 들어서면서 이전 중수부와 부패방지위원회, 감사원 등에서 남겨놓은 일들을 뒤치다꺼리만 했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수사를 시작한 지 오래되다 보니 증거·진술은 희미해지고 피의자들의 방어도 탄탄해졌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은 해외로 도피한 지 5년8개월만에 돌아와 이미 대법원에서 확정된 혐의만 인정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건강상태 등 악재 탓으로 출국배경 등 의혹들을 들추지 못했다. 로또 비리도 감사원으로부터 넘겨받았지만 정·관계 로비설은 손도 못댔다. 중수부 관계자는 “변호인의 수사과정 입회 등 피의자의 인권이 강조되는 만큼 유죄협상제도나 참고인 강제구인제도 등 보완이 없다면 앞으로 인지수사는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중수부의 한 검사는 “올 초부터 형사소송법 개정, 수사지휘권 파문, 검·경수사권 조정 등으로 검찰 안팎이 어수선했던 것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놨다. 검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수사가 치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오포 비리와 관련해 정찬용 전 청와대인사수석의 부적절한 처신을 처벌할 법률을 찾지 못했다. 김 전 회장 수사 당시 핵심참고인이던 전직 계열사 임원들이 김 전 회장의 귀국을 앞두고 출국했거나 수사하는 도중에 출국해 차질을 빚었다. 검찰은 지난 11월 오포 비리와 관련해 10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한현규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구속기소한 뒤 ‘사돈에 팔촌’까지 계좌추적을 벌였지만 혐의 가운데 4억원은 구체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처벌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종결한 삼성채권수사에서도 허점이 있었다. 지난해 5월 대선자금수사를 마친 뒤 증권예탁원에 삼성채권이 입고되면 검찰에 통보토록 하는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아 미흡함을 드러냈고, 지난해 9월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의 채권을 돈으로 바꿔 준 대학후배를 조사하고도 12월이 되어서야 이 의원을 소환조사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사법처리하지 않아 구설수에 올랐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개성공단 직통전화 연내개통 불투명

    연내 개성공단 직통전화 연결이 불투명하게 돌아가고 있다. KT가 북한 개성공단 직통전화 연결을 위해 미 상무부에 요청한 전송장비 반출품목의 관계법 저촉 여부에 대한 심사가 당초 예상과 달리 크게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현재 KT는 지난 7월 미 상무부에 전송장비 7개 품목의 미국 수출통제규정 저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미 상무부에 심사를 요청했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 이르면 8월말까지 회신 결과를 통보해올 것이라던 우리 정부의 당초 전망에서 크게 벗어난 데다 통상 45일 가량 소요되는 상무부의 통상적인 처리기간에 비해서도 크게 지연된 것이어서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KT 관계자는 “전송장비 등 반출품목의 관계법 저촉 여부에 대한 미 상무부의 심사가 당초 예상과 달리 지연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무조건 기다리는 방안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심사결과가 마냥 늦춰질 경우 통일부에 대한 반출승인요청과 북한내 장비설치 등 행정절차에 1개월 가량 소요되는 만큼 연내 직통전화 개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삼성 기아차 인수로비설 수사 착수

    안기부와 국정원 도청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13일 삼성그룹의 기아차 인수로비 의혹을 고발한 민주노총과 기아자동차 노조 관계자 등을 조만간 고발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민주노총 관계자 등을 불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를 고발한 경위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발인 조사 여부 및 일정은 고발인 조사 후 결정하겠다.”고 말해 이 회장과 강씨의 소환도 배제하지 않았다. 또 지난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그룹이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측에 대선자금을 전달한 장소가 서울 강남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부근인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세풍 사건’ 수사기록 등에 따르면 이회창 후보의 동생 회성씨는 97년 9∼11월 4차례에 걸쳐 60억원을 서울 압구정동 모 아파트 앞 주차장에서 전달받았다고 대검 중수부에서 진술했다. 세풍 수사때 삼성그룹의 자금 전달책으로 지목돼 조사를 받은 김인주 당시 삼성 재무팀장은 검찰에서 “97년 9월 초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앞 주차장에서 이회성씨를 만나 자기앞수표 1만장을 직접 건네준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당시 서울 강남구 수서동 모 아파트에 살고 있었고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열린 미림팀장 공운영(58)씨와 박인회(58)씨의 첫 공판에서 담당 재판부는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 임병출 전 안기부 직원을 증인으로 채택했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김우중씨 로비설 끝내 묻히나

    검찰이 회사돈 114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추가 기소하는 선에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했다. 한마디로 변죽만 울리다만, 실망스러운 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김씨가 회사돈 얼마를 개인적으로 유용했느냐가 아니다.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파헤치는 것이 검찰의 소명이었고, 국민들도 이를 기대했던 것이다.41조원에 이르는 대우의 분식회계가 어떻게 가능했고, 이 과정에서 김씨는 어떻게 권력과 결탁했었는지, 대우그룹 해체를 막기 위해 김씨가 어떻게 로비를 했는지,6년전 김씨의 극비출국 경위는 무엇인지 속시원히 밝혀보라는 것이었다. 검찰은 무엇 하나 제대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수사결과가 이렇게 빈약하니 그가 입국하기 전 나돌았던 ‘사면설’만 설득력을 얻는 꼴이 되고 말았다. 검찰은 김씨의 건강과 핵심 관련자들의 출국 등을 들어 수사의 한계를 토로하는 모양이다. 실제로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서 김씨와 국민의 정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조풍언씨 등 관련자 상당수가 이미 해외로 빠져나간 뒤라 수사에 어려움이 따랐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검찰이 위장계열사 처분 혐의로 내사중지한 전 대우건설 대표 장모씨가 김씨 귀국 후 출국한 것으로 밝혀지는 등 수사에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세간에는 검찰의 부실수사를 들어 참여정부와 국민의 정부간 ‘묵계설’ 같은 구구한 억측마저 나돌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김우중 로비 의혹은 훗날 과거사 진상조사의 대상으로 넘길 사안이 아니다. 당장 파헤쳐야 할 오늘의 사건이다. 검찰은 김씨의 로비의혹에 대한 수사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 정관계 로비설·출국의혹 미제로

    검찰은 두달 반 동안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수사했지만 결국 변죽만 울렸다. 검찰은 영국에 수사관을 보내고 DJ정부시절 경제담당 관료들을 조사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정관계 로비설과 석연치 않은 출국 의혹 등을 밝히지 못했다.“모든 것을 밝히겠다.”던 김 전 회장의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열리지 않은 김우중 리스트 김 전 회장이 귀국하기 전인 지난 4월 대법원은 20조원 가량을 분식회계처리한 혐의 등과 관련해 대우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영국금융센터(BFC)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대우그룹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았다. 하지만 전직 임직원들은 김 전 회장에게 책임을 떠넘겼고 김 전 회장은 “기억이 안 난다.”며 입을 닫았다. 검찰은 출국배경과 관련해 당시 채권단이 워크아웃 과정에서 어려움을 표시하자 대우임원들이 출국 권유로 넘겨짚었다고 설명했다.김 전 회장은 검찰에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인 이기호씨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나가야 하느냐.”고 묻는 등 당시 채권단에 의사를 타진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수석 등은 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전 회장이 사면과 관련해 모종의 확답을 받고 귀국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돼왔다.●김 전 회장의 건강 악화, 증거부족 시간이 지날수록 검찰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우선 검찰이 2000년 대우사건 수사 당시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에 집중하느라 비자금이나 정관계 로비설을 파헤칠 관련 자료를 미리 챙겨두지 못했다.또 김 전 회장과 경기고 동문이자 DJ정부의 숨은 실세로 알려진 조풍언(내사중지)씨와 김 전 회장의 마지막 재정담당 비서였던 이모씨 등 주요 참고인들은 이미 해외로 이민가버린 뒤였다. 하지만 검찰이 위장계열사 처분 혐의로 내사중지한 전 대우건설 대표 장모씨는 김 전 회장이 돌아온 뒤 출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증거가 부족한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입만 바라봐야했다. 김 전 회장의 몸이 나빠지자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김 전 회장은 수사 도중 실신하거나 심장에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는 피의자를 추궁도 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마음을 얻어야하는데 수사만 시작되면 아프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결국 지난 달 29일 김 전 회장이 심장질환으로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수술까지 받게 되자 검찰은 수사를 마무리했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김우중씨 횡령죄 적용 검토

    대검 중수부(부장 박영수)는 25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1999년 6월 재미교포 조풍언씨가 대표로 있는 홍콩KMC인터내셔널에 전달한 400여억원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횡령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아울러 김 전 회장이 조씨를 통해 구명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 2001년 11월 예금보험공사는 김 전 회장이 99년 6월 영국금융센터(BFC) 자금 중 281억원을 KMC에 전달해 대우정보통신 주식 258만주(71.59%)를 사들였고 이 가운데 95만주를 처분해 291억원을 홍콩에 반출하는 등 400여억원을 빼돌렸다고 발표했다. 당시 김 전 회장이 돈을 전달한 KMC가 대우의 페이퍼 컴퍼니라는 것과 대표가 조씨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김 전 회장이 계열사 판매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뒤 조씨를 통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전 회장과 조씨는 경기고 동문인데다 조씨는 ‘국민의 정부’의 숨은 실세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조씨에게서 빌린 돈을 갚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김 전 회장이 개인적인 채무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는 만큼 횡령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달 말 김 전 회장의 출국배경과 정·관계 로비설 등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불법도청 파문] DJ 입원 시위 … 도청정국 새국면

    TEXT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입원으로 안기부의 도청 파문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여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DJ의 입원은 도청정국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최근 국정원이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도청이 있어 왔다고 발표한 이후 DJ측은 여권과 첨예한 기싸움을 벌여오고 있는 상황이었다.DJ측은 국정원 발표 이후 도청사건을 국민의 정부에 뒤집어 씌우고 있다며 강력 반발해 왔던 터다.노무현 대통령이 8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나에 대한 모욕”이라고 밝히자 “모독은 국민의 정부가 당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를 뒷받침하듯 한 DJ 측근은 “마음의 병이 몸으로 옮겨진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어 “평생을 인권과 평화를 위해 살아 왔다고 자부하고 있고 이로 인해 노벨평화상까지 탄 김 전 대통령이 도청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전락하는 상황을 견뎌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한 인사는 “도청정국으로 며칠 전부터 식사를 못하신 것으로 안다.”고 말해 DJ가 그동안 노벨상 로비설 등이 일부 언론에 여과없이 거론되면서 마음고생이 극심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그동안 사태를 누그러트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온 여권은 DJ의 입원으로 사태가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본말이 전도된 답답한 현실도 김 전 대통령의 건강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당은 가해자와 뒤바뀐 현실을 바로잡아 김 전 대통령의 건강이 쾌유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희상 의장과 배기선 사무총장은 즉각 대책모임을 가졌으며, 배 총장이 곧바로 DJ가 입원중인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문병을 갔다. 문 의장은 쾌유를 비는 난을 보냈다. 민주당측에서도 신낙균 수석부대표, 이낙연 원내대표, 유종필 대변인 등이 다녀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DJ의 입원으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등 과거 국민의 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문병을 올 것으로 보여 DJ의 진의와는 관계없이 ‘병상 정치’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DJ측은 “김 전 대통령은 이미 현실정치를 떠난 분”이라며 “병상정치는 가당치 않다.”고 일축했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8) 토정 이지함과 ‘토정가장결’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8) 토정 이지함과 ‘토정가장결’

    ‘토정비결’(土亭秘訣)을 굳게 믿는 친구가 있다. 그는 해가 바뀔 때마다 자기 자신의 일년 신수는 물론 가족과 친지들의 새해운수도 일일이 챙겨준다. 실은 그 친구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엔 그런 이들이 참 많다. 토정(土亭) 이지함(李之·1517~1578년)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토정은 매월당 김시습, 북창 정렴과 함께 조선의 3대 기인으로 손꼽힌다. 놀랍게도 ‘정감록’가운데는 토정이 지었다는 ‘토정가장결’이 포함돼 있어 관심을 끈다. 더욱이 이 예언서는 여러 대 동안 비밀리에 전해졌다고 하므로 더욱 호기심이 일어난다. 그런데 ‘토정가장결’에 무슨 사연이 담겨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친숙한 이름이긴 하지만 실상 우리가 잘 모르는 토정 이지함의 비극적인 생애를 알아보자, 이 기회에 그가 후세에 남겼다는 ‘토정비결’과 ‘토정가장결’, 그리고 ‘정감록’의 관계를 정리해보면 좋겠다. ‘토정비결’(土亭秘訣)을 굳게 믿는 친구가 있다. 그는 해가 바뀔 때마다 자기 자신의 일년 신수는 물론 가족과 친지들의 새해운수도 일일이 챙겨준다. 실은 그 친구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엔 그런 이들이 참 많다. 토정(土亭) 이지함(李之·1517~1578년)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토정은 매월당 김시습, 북창 정렴과 함께 조선의 3대 기인으로 손꼽힌다. 놀랍게도 ‘정감록’가운데는 토정이 지었다는 ‘토정가장결’이 포함돼 있어 관심을 끈다. 더욱이 이 예언서는 여러 대 동안 비밀리에 전해졌다고 하므로 더욱 호기심이 일어난다. 그런데 ‘토정가장결’에 무슨 사연이 담겨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친숙한 이름이긴 하지만 실상 우리가 잘 모르는 토정 이지함의 비극적인 생애를 알아보자, 이 기회에 그가 후세에 남겼다는 ‘토정비결’과 ‘토정가장결’, 그리고 ‘정감록’의 관계를 정리해보면 좋겠다. ●토정은 대단한 기인(奇人) ‘조선왕조실록’엔 토정의 풍모를 전해주는 몇 가지 기록이 있다. 세상 사람들은 이지함을 토정이라 불렀다. 이지함이 거처하던 곳이 토정(土亭)이었기 때문이다. 토정은 일찍이 한양의 마포 항구(麻浦港口)에 흙을 쌓아 언덕처럼 만들어 놓고 그 아래 굴을 팠으며 위에는 정자를 지었다. 그런데 큰물이 졌을 때도 토정이 만든 흙 언덕은 언제나 그대로였다(실록, 선조 수정 11년 7월1일 경술). 토정은 여느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어 보이는 큰 키에 건장한 체격이었다. 특히 발이 무척 컸다고 한다. 토정의 얼굴은 둥글고 검은 편이었고 눈빛이 강렬했다. 목소리는 우렁차고 맑아 상쾌한 느낌을 주었다. 토정은 보통 선비들과는 차림새도 확연히 달랐다. 그는 짚신을 신고 죽립(竹笠)을 쓴 채 걸어 다녔다고 한다. 초립(草笠)에 나막신을 신은 구부정한 모습이었다는 진술도 있다. 그 당시 선비들은 당연히 조랑말이라도 타고 다녀야 되는 줄로 알았고, 항시 의관을 정제했다. 고급스러운 말총으로 꾸민 큰 갓을 쓰고 가죽신을 착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토정은 이런 풍습을 도외시했으므로, 그가 길거리에 나타나면 사람들은 손가락질하며 비웃기 마련이었다. 담화를 나눌 때도 토정은 수수께끼나 농담을 즐겼고, 점잖지 못한 모습을 보일 때도 많았다(실록, 선조 수정 6년 5월1일 경진). 한마디로, 토정은 격식을 초월했다. 혼례를 치른 다음 날에도 의외의 행동으로 가족과 친지들을 놀라게 했다. 모처럼 새로 지은 도포를 입고 외출한 토정은 어느 다리 밑을 지나다가 추위에 떨고 있는 세 명의 거지아이를 만났다. 토정은 입고 있던 새 도포를 벗어 세 폭으로 찢어서 그 아이들에게 입혀주었다. 그러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종일 바깥에서 일을 보았다. 토정은 이처럼 호방한 성격이었다. 도인의 면모를 보인 적도 많았다. 그는 열흘 정도는 굶어도 거뜬했다. 무더운 여름철에도 냉수 한 모금 마시는 일이 없었다. 요즘의 건강상식에 크게 어긋난 행동이었다. 토정은 간혹 천리 길을 걸어 어딘가를 바람처럼 다녀오기도 하였다. 배를 타고 방랑하기를 좋아해 제주도를 여러 번 찾았다는데 태풍이 불거나 파도가 거센 날을 용케 피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신기하게 여겼다. 간혹 여행 중에 기생들이 별의별 수단을 다 써 유혹했으나 한 번도 넘어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토정은 정욕마저 완전히 끊어버린 이를테면 속세의 신선이었다는 이야기다. ●임진왜란을 예언했다는 설화도 그래서일까. 토정에겐 앞일을 내다보는 예지 능력이 있었다. 젊은 시절 그는 장인에게 화가 닥칠 것을 미리 알았다 한다. 명종 초년의 일이다. 하루는 토정이 그 부친에게,“아내의 가문에 불길한 기운이 있어 집을 떠나지 않으면 장차 화가 미칠 것입니다.” 라고 아뢴 뒤 식구들을 이끌고 서둘러 한양을 떠났다. 바로 그 다음 날, 토정의 장인은 사화에 연루돼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까지 용했을까 하는 일말의 의문이 없지 않다. 어쨌거나 ‘실록’은 토정의 예언 능력을 무척 칭찬한다. 한 번 사람을 만나보면 그 성품은 물론, 앞날의 길흉까지 환히 알아 맞혔다 한다. 토정은 이미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오래 전에 사태를 예언했다는 구비설화가 남아 있다. 만년에 그는 조선 팔도를 두루 유람했다고 한다. 당연히 천하명산 금강산에도 들렀다. 하루는 날이 기울자 토정은 지친 몸을 이끌고 암벽 위에 서 있는 초라한 암자를 찾아갔다. 워낙 피곤해서 제대로 자리를 펴고 누울 겨를도 없이 방안에 들어가 한 쪽 벽에 기대어 깜빡 잠이 들었다. 조금 있다가 꿈속에 스님 두 분이 나타났다. 그들은 병풍과 자리를 깔며 부산을 떨었다. 토정은 스님들에게 그 까닭을 물었더니, 여러 산의 산신령들이 모여 장차 다가올 난리를 의논할 거라는 답변이었다. 과연 전국 명산의 산신령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회의를 열었다. 여러 주장이 난무했다. 그러자 금강산 산신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왜놈들이 동방예의지국 조선을 침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최선을 다해 놈들을 물리치자고 주장했다. 놀란 토정은 퍼뜩 깨어났다. 조금 전 기대어 잠을 청했던 암자는 오간 데 없었다. 암벽 위엔 한 그루 늙은 소나무만 외롭게 서 있었다. 이런 일을 겪고 나서 토정은 왜란이 일어날 줄을 짐작했다. 이것은 한낱 설화다. 토정을 뛰어난 예언가로 간주하게 된 후대의 민중들이 지어낸 이야기일 수가 있다. 역사 속에서 믿고 따를 만한 인물을 재발견하는 것이 민중들로선 익숙한 일이었다. 그들은 본래 토정이 특이한 선비인 줄 알고 있었으므로, 이런 설화를 덧붙여 민중의 스승으로 이상화했다고 풀이된다. 왜란에 관해선 또 다른 이야기가 토정의 문집에 실려 있다. 일찍이 그는 상중(喪中)에 있던 제자 조헌(趙憲)을 조문하였다. 그날 혜성(彗星)이 밤하늘에 뻗쳐 조헌이 그 조짐을 물었고, 토정은 이 혜성이 천하에 큰 난리가 일어날 조짐이라며 그때에 대비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했다 한다(실록, 영조 30년 11월27일 임인). 스승의 말을 가슴에 새긴 조헌은 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장이 돼 금산에서 북상하던 왜적에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문집의 기록은 사제간의 문답을 확대 해석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토정이란 인물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되기도 한다. 그는 일상적인 일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국가의 장래를 염려했던 것이다. 토정은 다분히 도가적(道家的)이었지만 본질적으론 유가(儒家)의 선비였다. ●사화에 얽혀 불우했던 토정 사실 토정은 국가경영에 관심이 컸다. 평상시 그는 이런 말을 자주 했다.“내가 일백 리 되는 고을을 맡아 다스리게 되면 가난한 백성을 모두 부자로 만들고 야박한 풍속을 돈독하게 바꿀 것이다. 어지러운 정치를 바로잡아 나라의 평안을 지킬 것이다.” 그러나 토정은 벼슬에 나아갈 기회를 얻지 못했다. 명종5년(1549년) 토정이 33세 되던 해에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토정의 장인이 역모사건에 연루돼 사형을 당했고, 연좌법에 걸린 토정은 벼슬길이 막혔다. 설상가상으로 죽마고우(竹馬故友) 안명세(安名世)마저 필화를 입고 죽었다. 사관(史官)으로 이름이 높았던 안명세는 명종 연간 을사사화(1545년)에 관련해 윤원형과 이기 등 소윤(小尹)이 윤임 등 대윤(大尹)을 모함해 몰살했다고 적었다. 윤원형 일파는 몰래 사초를 들여다보았고, 자기들에게 불리한 기사를 쓴 안명세를 제거한 것이다. 이후 토정은 울적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 기인(奇人)으로 처세하게 됐다. 지지난 호에 소개한 정렴은 사화를 일으킨 장본인의 아들이라 스스로 세상을 피했던 데 비해, 토정은 억울하게도 세상에 용납되지 못해 기벽(奇癖)을 갖게 됐다고 해야 맞다. 어찌 보면 세상을 원망하고 자포자기하기가 참 쉬웠을 텐데, 토정은 절망하지 않고 학문에 힘썼다. 성리학뿐만 아니라 천문, 지리 및 의학에도 발군의 실력을 보였고, 조헌과 이산보를 비롯해 여러 제자를 키웠다. 조정이 토정에게 벼슬길을 열어준 것은 한참 지나서였다. 을사사화의 주도세력이 조정에서 물러난 선조 초년이었는데, 그 사이 토정은 이미 늙어버렸다. 그는 60이 가까운 나이에 사실상 초임이나 다름없는 아산군수 자리에서 세상을 떴다. 평생 닦아온 선비의 웅지를 펼칠 겨를도 없었다. 토정이 남긴 글은 뒷날 ‘토정유고’(2권1책)로 정리됐다. 이와는 별도로 민간에서는 ‘토정비결’과 ‘토정가장결’, 주역(周易)에 관한 ‘월영도’, 풍수지리를 다룬 ‘농아집’ 등을 토정의 저술이라 일컫는다. 그런데 실상 ‘토정유고’에는 위에 언급한 어떤 책자도 거론되지 않고 있다. 만일 실증주의의 입장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토정비결’이나 ‘토정가장결’ 등은 토정의 저술이 될 수 없다.‘토정유고’외에는 이지함의 저술로 단정할 만한 결정적인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모두 후대의 위작으로 볼 것인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토정비결의 매력 물론 어느 쪽도 단언하긴 어렵다. 그러나 다른 책은 몰라도 ‘토정비결’만은 토정의 붓끝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토정은 의학과 점에 능통했기 때문에 그를 찾아와 운수를 묻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일반의 그런 요구가 많아지자 토정은 아예 한 권의 책을 지어 일상의 번거로움에서 해방되기를 도모했을 법도 하다. ‘토정비결’은 주역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주역과는 다르다. 주역의 기본 괘는 48개인데 비해 ‘토정비결’은 32개다. 괘를 짓는 방법도 달라 이른바 사주 가운데 시(時)를 뺀 년(年), 월(月), 일(日)을 사용할 뿐이다. 조선시대 민간에는 시계가 없어 시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들의 편의를 도모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토정비결’은 주역을 이용하면서도 조선의 특성을 십분 고려했다. 그러다 보니 점괘의 총수도 주역과는 다르게 됐다. 주역에는 총 424개의 괘가 있으나 ‘토정비결’은 총 144개뿐이다. 훨씬 간편하다고 말할 수 있다. 토정 이지함처럼 기발하고 독창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토정비결’은 열두 달의 운수를 시구(詩句)로 적어 놓았다.“동쪽에서 목성을 가진 귀인이 와서 도와주리라.”,“관재수가 있으니 혀끝을 조심하라.”는 식이다. 간단명료한 글귀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점괘다. 각 항목마다 길흉이 적절한 비율로 배합돼 있어 낙관도 실망도 하기 어렵게 돼 있다. 결과적으로,‘토정비결’은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며, 일마다 조심스럽게 정성을 다해 처리하도록 이끄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토정비결’은 운수를 판별하는 데 중점이 있다기보다 일반 민중들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토정비결’은 단순히 점을 봐주고 금품을 요구하는 직업적인 점쟁이의 저술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 눈엔 그것이 점을 통해 점을 치는 사람들이 점에만 의존하지 않게 유도하는 기능이 숨겨진 반점술서(反占術書)로 보인다. 토정 이지함과 같이 점에 능통하면서도, 본질적으론 유가(儒家)의 철학을 신봉한 큰선비가 남겼을 법한 저술이다. ●그럼 ‘토정가장결’은? 정리하면, 토정은 살아생전에 이미 기인, 도사 그리고 큰선비로 세상에 유명했다. 더욱이 후세에는 ‘토정비결’과 같은 명저의 지은이로 민중에게 더욱 친숙한 이름이 됐다. 그가 만일 무수한 개인의 운명을 점칠 수 있다면, 나라의 운수인들 모를 까닭이 있었겠느냐는 의견이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맴돌았음이 틀림없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토정이 남긴 예언서가 어디선가 발견돼야만 했다. 이것이 조선후기 ‘토정가장결’이 탄생한 문화적 배경이다. 분명한 사실은 ‘토정가장결’에 앞서 ‘정감록’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조선왕조가 망하고 진인 정씨가 새 나라를 세운다는 ‘정감록’의 예언을 참작해 ‘토정가장결’이 쓰였다.“내 비록 재주 없으되 우러러보고 굽어 살피며 수년 간 별의 숫자로 헤아려 보니 한양이 500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토정가장결’은 이런 식으로 조선왕조의 멸망을 점쳤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수년 간 별의 숫자로 헤아려” 본 결과, 조선왕조의 운수를 짐작하게 됐다고 했다. 천문에 중점을 두고 예언을 했다는 점이 ‘토정가장결’의 특징이다.‘감결’을 비롯해 다른 예언서들이 풍수지리에 의존해 국운을 점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참고로, 천문 점의 전문가들은 서북지방에 많았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구려의 천문지식은 중국 사람들도 감탄할 정도였다. ‘토정가장결’에 보이는 두 번째 특징은 압록강 이북의 요동이 중시된다는 점이다. 이 점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 잠시 비결을 인용하겠다.“장류수(계사) 운은 푸른 옷과 흰 옷이 서쪽, 남쪽에서 침략한다. 이때 전읍(奠 , 즉 鄭姓 眞人)이 바다 섬의 군사를 이끌고 방성, 두성의 장수와 함께 갑오년 섣달 즉시 금강을 건너면 다시 천운이 커질 것이다.(중략) 곽 장군이 요동 군사를 이끌고 방씨, 두씨 장수와 함께 왜적 및 서남 오랑캐를 무찌르며, 청나라를 몰아내고 명나라를 돕는다. 정씨를 편들고 이씨를 공격하면 이씨는 제주로 들어갈 것이니 4,5년간의 운수에 지나지 않는다.” 요약하면, 계사년에 외침이 있는데 만일 그 때 요동의 곽 장군이 나서서 정씨를 도우면 동아시아의 정치질서가 재편된다고 했다. 곽 장군은 새로운 국제질서를 확립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인데, 곽 장군은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 사람으로 상정되었다. 늦어도 19세기 후반엔 고구려의 옛 땅이던 만주가 가난에 쫓겨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간 상당수 민중들의 손길로 개발되고 있었다.‘토정가장결’에 등장하는 곽 장군은 아마도 이러한 역사적 상황을 반영하는 인물로 해석된다. 달리 말해, 간도에 진출한 빈농들이 이상적인 지도자로 여겼을 법한 가상인물이다. 셋째,‘토정가장결’은 난세의 피란지로 전혀 새로운 장소를 거론했다.“만약 요동 간방으로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라면 반드시 삼척부 대소궁기를 향하여 부지런히 힘을 기울여 곡식을 쌓을 일이다.” 일반적으로 말해,‘정감록’은 주로 삼남 지방에 십승지 또는 길지를 설정해두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경상도의 풍기, 충청도 공주 및 전라도 운봉이었다.‘토정가장결’은 이를 정면에서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요동과 삼척이란 뜻밖의 장소를 최고의 길지로 내세운다. 확실히 새로운 변화였다. 여기서 나는 ‘토정가장결’이 출현한 시기를 좀더 정확하게 짐작해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간도로의 ‘불법이민’이 본격화된 19세기 후반에 이 예언서가 창작된 것은 아닐까. 참고로, 삼척이 길지로 대두된 이유를 헤아려 보겠다. 토정에 관한 구전설화와 깊은 관계가 있다. 한때 토정은 삼척에 머문 적이 있었다는데 거기서 스님 행색으로 위장한 왜놈 첩자를 붙들었다. 이 일로 임진왜란 때 왜군은 토정이 살던 삼척에는 아예 얼씬도 못했다는 설화가 있다. 신기하게도 구전설화는 예언서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 모양이다. 물론 거꾸로 됐을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토정은 정치적으로 무척 불우한 재사였다. 그래서 그는 기인이자 도사가 되기도 했고,‘토정비결’ 같은 책을 지어 고난 받는 민중의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으려 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토정은 민중의 스승으로 자리매김돼 ‘토정가장결’의 저자로도 둔갑됐다.‘토정가장결’은 ‘정감록’의 논리를 존중하면서도 19세기 후반의 변화된 사회현실을 그대로 투영한다.“알 자는 알리라.” (푸른역사연구소장)
  • 여고동창 4인방 동강 래프팅 체험

    여고동창 4인방 동강 래프팅 체험

    래프팅(Rafting·급류타기) 시즌이 돌아왔다. 거친 급류와 싸우는 래프팅은 여름 레포츠의 백미. 소름돋는 그 시원함이 이제 막 시작됐다. 친구, 연인이 함께 급류를 헤쳐나가며 우정과 사랑을 다질 수 있고, 자연과 호흡하며 심신도 단련할 수 있다. 푸른 물줄기를 따라 내려오며 바라 보는 풍경화같은 주변 경관은 자연속으로 절로 빠져들게 만든다. 젊음이 요동치는 스릴 만점의 래프팅. 주말매거진 WE는 스물 두 살 여고동창생 4인방의 래프팅 도전에 따라 나섰다. 바쁜 직장생활과 대학생활로 자주 만나지 못했던 이지나(강원랜드 딜러)·정연주(코디네이터)·유화정(청주대 신문방송학과 3년)·이진영(경기대 교정학과 3년)씨 등이 의기투합해 충북 단양군 양지골 동강하류(남한강 상류)의 급류 속으로 뛰어 들었다. 스릴 넘치는 래프팅의 시원한 물살 속에 빠져보자. 단양 조현석 한준규기자 hyun68@seoul.co.kr ●가자! 동강으로 가르자! 물살을 “짜·씬(자신) 있습니다!” 지난달 5월31일 오후 2시. 고씨굴 인근 가재골 다리 아래 10인승 러버보트(고무보트)가 내려지면서 여고동창 4인방의 래프팅 도전이 시작됐다. 양지골까지 7.8㎞. 사람들은 이 곳을 동강 하류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동강과 서강, 옥동천이 만나 남한강이 시작되는 남한강 상류다. 양지골에서 규모가 가장 큰 래프팅 업체인 ‘팀 542’의 5년차 가이드 노기호(24)씨의 간단한 몸풀기 체조와 장비착용, 장비설명을 들은 뒤 이들을 실은 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출발한다. 처음 래프팅을 해보는 연주·진영씨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하나, 둘…, 셋, 넷…” 가이드의 ‘하나, 둘‘ 구령에 ‘셋, 넷‘을 외치며 함께 배를 탄 사람들과 열심히 패들링(노젓기)을 한다. 20분쯤 내려가자 첫번째 급류인 ‘가재골 급류’를 만난다.‘그르렁’ 거리는 물소리는 마치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처럼 크다. 잠잠하던 물길을 따라 가던 파란색 보트는 급류 앞에서 잠시 주춤거리는 듯 싶더니 순식간에 ‘우당탕’ 소리와 함께 급류속으로 빨려든다. “하나, 둘…, 으∼악!, 하나, 둘…, 엄∼마야!” 조용하던 강물 위에는 구령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메아리 친다. 보트가 좌우로 심하게 요동치고, 배안으로는 물이 쏟아진다. 그러나 물결에 파묻히는 듯한 전율도 잠깐.10m의 급류를 벗어나자 물결은 거짓말처럼 고요해진다. 코스의 3개 급류 중 첫번째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안도의 숨소리가 들린다. 가이드 노씨는 “이건 맛보기에 불과하다. 조금만 내려가면 엄청난 급류가 기다린다.”며 겁을 준다. 긴장감을 늦추지 말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몇 차례의 여울을 지나 물길이 잠잠한 ‘원추리 계곡’에 도착하자 가이드의 짖궂은 장난이 시작된다. ‘하나, 둘‘하던 패들링 구호가 ‘참새…, 짹짹‘‘오리…, 꽥꽥‘으로 바뀐다. 유치원생 나들이에서나 나올 법한 구호지만 래프팅에서는 자주 애용되는 구호.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짹짹’거린다. 함께 보트를 탄 50대의 한 아저씨가 노래를 시키자 지나씨는 ‘소양강 처녀’와 ‘어머나’를 부르며 흥을 돋군다. 가이드가 준비한 첫번째 게임은 ‘롤링 게임’. 보트 주변에 올라선 채 ‘바이킹’을 하듯 좌우로 보트를 흔들어 서로를 물속으로 떨어뜨리는 게임이다. 모두들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균형을 잡으며 안간힘을 써보지만 너나없이 줄줄이 물속으로 빠진다. 강물이 무서워 보트에 매달려 있던 연주씨 또한 “예외는 없다.”는 가이드의 떠밀려 물속으로 빠진다. 하염없이 물속으로 빨려들어가던 연주씨가 물을 먹고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허우적 거린다.“머리를 계곡의 상류로 하고, 다리를 하류방향으로 하고 누워보라.”는 가이드의 말을 따라하자 구명조끼의 부력으로 몸이 이내 물에 뜬다. 연주씨 등 사람들이 어느덧 물에 적응하자 서로의 어깨를 감싸며 수영을 즐긴다.“이제 그만 보트에 올라타라.”라는 가이드의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강물에 누워 수영을 즐긴다. 가이드의 말을 가장 안듣는(?) 지나씨는 물에서 보트 위로 올려준다는 가이드에 속아 물에서 건져 올렸다가 다시 강물로 밀어넣는 속칭 ‘물빨래’를 당한다. 30도를 육박하는 초여름 더위도 이들에게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듯했다. ●거친 물살, 요동치는 젊음 아직도 2개의 급류를 더 통과해야 하지만 벌써 1시간이 훌쩍 흘렀다.“이렇게 가다보면 3∼4시간은 걸려도 모자란다.”는 가이드의 재촉에 패들링이 빨라진다. 두번째 급류인 ‘충강급류’로 이어지는 길은 한폭의 그림. 기암과 절벽이 어우러진 주변 경관이 래프팅의 맛을 한껏 더해준다. 특히 보트 위에서 본 풍경은 강물밖에서 본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강물에 삐죽 솟아있는 이름모를 바위며 풀, 곤충이 손에 잡힐 듯 정겹다. 갑자기 기기묘묘한 바위산 위의 왼쪽 절벽위로 커다란 손바닥 모양의 특이한 나타난다.“바위 이름이 뭐냐”는 진영씨의 질문에 가이드는 “온달 손바닥”이라고 얼버무린다. 이름없는 바위지만 인근에 온달산성이 있는 탓에 ‘온달바위’로 급조된 것.‘장풍바위’로 부르는 가이드도 있어 이름이 그때그때 다르다. 이름이 다른들 어떠랴! 시원한 강물은 도심속의 갑갑함을 풀어주기 충분하다. 드디어 두번째 급류인 ‘충강 급류’에 도착했다. 이 곳이 충청도와 강원도의 경계지역이어서 이렇게 부른다. 래프팅이 시작된 곳은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 각동마을 고씨굴이고, 래프팅이 끝나는 양지골은 충북 단양군 영춘면 오사리로 보트를 타고 도(道)를 넘게되는 셈이다. 첫번째 급류를 경험한 탓인지 패들링 솜씨가 능숙해졌고, 급류를 벗어나는 솜씨도 크게 늘었다.“으∼악” 소리도 “야호∼” 소리로 바뀌었다. 그것도 잠시.20여분쯤 더 내려가자 동강하류 래프팅의 최대 하일라이트인 ‘용탄급류’가 나타났다. 첫번째 급류를 통과할때 가이드가 겁을 주던 그 급류다. 역시나 물소리가 심상치 않다. 지나씨 얼굴에 긴장감이 감돈다. 보트가 물속으로 들어가자 “좌현, 우현!” 흔들리는 보트의 균형을 잡으려는 다급한 가이드의 목소리도 긴박감을 더한다. 급류 길이만 50∼60m에 이르는 국내 최대 길이의 급류. 물살을 가르고 빠져나오는데 걸린 시간은 5분이 채 안걸렸지만 오금이 저려올 정도로 짜릿한 순간이었다. 패들링을 하느라 팔이 저려왔지만 래프팅이 끝났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한번 더 타요.” 2시간 30분 동안 3개 급류를 무사히 통과한 여고동창 4인방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돌았다. 지나씨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한 멋진 래프팅은 평생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게 웃었다. ■미리알고 가세요 래프팅이 끝나면 ‘양지골관광농원 쉼터’(www.yangjigol.com,043-423-8883)에서 멋진 음식이 기다린다. 마음씨 좋은 쉼터 사장님 박시경(53)씨가 손수 구운 돼지갈비와 안사장 이명순(51)씨가 만든 콩국수가 일품이다. 이씨가 직접 재배한 콩을 갈아만든 콩국수는 구수하고 담백해 지친 심신을 풀어주기에 그만이다. 시원한 맥주를 곁들여 먹으면 래프팅의 피로도 날릴 수 있다. 대표 음식은 여름철 보양식인 송이토종한방백숙. 토종닭에 송이버섯과 읍나무, 가시오가피, 천궁, 당귀, 대추, 밤, 녹각 등 한방재료를 넣어 만든 백숙은 영양만큼이나 담백하고 맛있다. 가격은 4만원으로 어른 4명이 먹기에 충분하다. 양지골에는 숙식을 겸할 수 있는 황토방이 있다. 수용인원은 100여명으로 15명에서 20명이 묶을 수 있는 큰방 3개와 5인실 6개가 있다.7∼8월 성수기에는 미리 예약해야 한다. 오사리의 지명을 따 만든 ‘팀 542’(www.team542.com)는 양지골에 일대에서 가장 많은 35대의 보트를 보유하고 있어 하루 1000명이 래프팅을 즐길 수 있다. 가격은 1인당 3만원이며, 오전 9시, 낮 12시30분, 오후 3시 등 하루에 3번 출발한다.(02-3432-5542,043-423-5542) 양지골에서는 래프팅과 황토박 1박, 식사 2회 등을 묶어 패키지로 3만 9000원에 판매하는데 4인 이상 예약이 가능하다. 가는 길은 중앙고속도로 북단양IC나 제천IC에서 나와 단양읍과 영월읍을 거쳐 갈 수 있다. 북단양IC에서 나오면 59번도로와 522번,595번 도로를 거쳐 고씨굴 방향으로 가다보면 남한강을 굽어보는 절벽위로 양지골을 만난다. 제천IC로 나오면 38번 국도와 88번 지방도로를 따라 고씨굴을 지나서 나온다. 제천IC로 빠지는 것이 시간이 약간 절약되지만 남한강의 경치를 즐기려면 북단양IC로 빠져 나오는 것이 좋다. ■초보자도 걱정붙들어 매GO! 래프팅은 현장에서 가이드의 간단한 장비착용 교육을 받으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장비는 8∼10인승 러버보트가 있는데 대부분 길이 4m20㎝의 420러버보트를 사용한다. 구명조끼는 80∼100㎏의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을 만큼 부력을 지녔으며, 안전모는 바위나 돌에 부딪혔을 때 머리를 보호한다. 기초 교육으로는 패들링(노젓기)과 래프팅 도중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한 안전교육이 기본이다. 패들핑은 어깨 넓이만큼 벌린 상태에서 수면 깊이 넣어 저으며, 좌현(왼쪽에 앉은 사람만 노를 저음), 우현(오른쪽에 앉은 사람만 노를 저음), 양현(좌현과 우현이 함께 노를 저음)을 외치는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저으면 된다. 물에 빠졌을 경우 절대 당황하지 말고 5∼10초간 호흡을 멈추면 구명조끼를 입고 있기 때문에 물위로 뜬다. 이때 머리는 계곡의 상류, 다리는 하류 방향쪽으로 향해야 한다. 앞을 보며 흘러내려가야 바위나 돌을 피해 안전지역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한탄강과 동강, 내린천, 홍천강 등 래프팅 장소가 많은데 한탄강과 내린천은 물살이 빨라 상급자들에게 알맞고, 동강은 물살의 흐름이 완만한 편이어서 초보자들에게 적당하다. 양지골은 다른 곳과 달리 수량이 풍부해 가뭄 때에도 래프팅을 즐길 수 있고, 강에 바위가 많지 않아 안전사고가 거의 없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 ‘클린 IOC’ 압박에 구명운동 끝내 포기

    ‘클린 IOC’ 압박에 구명운동 끝내 포기

    20년 넘게 ‘스포츠대통령’으로 군림해온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 결국 국제스포츠계에서도 영구퇴출당했다. 당초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릴 IOC총회에서 제명하려던 것을 ‘자진사퇴’라는 모양새만 갖췄을뿐 결국 IOC위원자리에서마저 물러났기 때문. 김 부위원장은 능숙한 외국어실력을 바탕으로 지난 86년 IOC위원이 된 뒤 국제스포츠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외교관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2000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유치전 때 아들이 로비설에 휘말리면서 2002년에는 대한체육회장과 대한태권도협회장직을 잇따라 내놓으며 휘청거렸다. 이어 2003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방해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지난해에는 체육단체 공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징역 2년, 추징금 7억 8800만원의 형량이 확정돼 이미 복역을 하고 있다. 그는 이같은 혐의에 대해 그동안 정치적 누명이라며 IOC에 계속 탄원서를 보내는 등 구명활동을 펴왔지만 결국 여의치 않자 국제 스포츠무대에서도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이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IOC위원에서도 결국 물러나면서 우리나라는 IOC 위원이 3명에서 2명(이건희, 박용성 위원)으로 줄어 들어 국제스포츠계에서 목소리도 약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자크 로케 위원장이 IOC위원을 115명으로 줄이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어 한국인 후보들이 김 부위원장의 자리를 승계할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더구나 김운용 부위원장이 지난 20여년간 국제 스포츠무대에서 다양한 인맥을 활용한 왕성한 활동을 벌여왔기 때문에 그의 공백은 클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한국 스포츠는 당분간 국제무대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나머지 위원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면서 스포츠외교 역량을 강화하며 ‘포스트 김운용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北핵실험 준비설 韓·美 시각차 여전

    북한의 핵 실험설을 놓고 한·미 양국 당국자가 전혀 다른 얘기를 하면서 미묘한 시각차를 계속 드러내고 있다. 특히 북한 핵 실험설을 비중있게 제기한 미 당국자의 언급이 남북 당국간 회담이 10개월만에 재개되는 시점에 맞춰 나오자 우리 정부는 발언 배경 파악에도 주력하고 있다. 스티븐 해들리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워싱턴 현지시간) “미국은 북한이 핵 실험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모종의 증거를 봤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미국의 한 방송에 출연해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당신이 갖고 있는 최고의 정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들이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하는 어떤 증거를 봤다.”며 “우리는 그에 대해 동맹국들과 의논했다.”고 말했다. 그 증거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美 “핵실험 준비일지 모를 증거 봤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불거졌던 북한 핵 실험설은 미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익명으로 인용한 것이었다. 미 행정부 인사가 신분을 드러내며 북한 핵 실험설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인 셈이다. 특히 익명에 의한 핵 실험설이 사실상 근거 없는 것으로 정리되어가는 마당에 미 백악관 주요 인사가 불씨를 다시 지피고 나섬에 따라 미측이 별도의 단서를 확보한 게 아니냐는 전망도 없지 않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측이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외교부 “새로운 상황 포착된 것 없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이날 라디오방송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들리 보좌관의 발언은 하나의 극단적인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현 시점에서 그것을 뒷받침할 설득력이 모자란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북한의 핵 실험설이 제기된 이후 한·미간에 긴밀히 정보 교류를 해오고 있으나 새로운 상황이 포착된 것은 없다.”며 “이 시점에서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한편 방한 중인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반기문 외교부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우리는 6자회담을 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있지만, 그것이 다른 옵션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다른 선택’ 가능성을 언급해 눈길을 모았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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