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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 관광객등 1000명 고립

    강원 산간의 집중폭우로 이틀째 고립된 행락객 1000여명이 오도가도 못한 채 악몽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원도 평창, 인제, 설악산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산간지역 곳곳에는 16일에도 500㎜ 안팎의 기습폭우로 외부와 단절되며 ‘육지속 섬’으로 고립됐다. 평창지역에는 진부와 봉평, 도암, 용평면 일대 오대천 지류가 넘치면서 시가지가 침수됐으며, 외곽을 연결하는 도로들도 산사태와 침수로 모두 끊겨 오도가도 못한 채 외부와 고립됐다. 진부면 일대와 용평면 장평 시가지, 대화면 등도 침수돼 이재민들이 가재도구도 챙기지 못하고 인근 속사초교와 마을회관에 임시 거처하는 등 평창지역에서만 13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도로공사와 행정당국은 밤낮으로 도로 응급복구에 나서고 있으나 계속되는 폭우로 다시 끊기는 등 영동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 14개 노선 22곳이 두절돼 횡성과 영월 등 어느 방향에서든 진·출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주민들은 통신은 물론 진부와 봉평 등 일부지역에 정전이 되고 식수마저 끊기는 등 최악의 상황이 이어져 복구 및 지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피해가 가장 큰 인제지역도 북면 한계 2·3리 주민들과 민박촌에 머물던 관광객, 옥녀탕 휴게소 직원 등 200여명이 이틀째 고립됐다. 특히 양양∼인제를 잇는 국도 44호선 한계령 산악길 곳곳이 끊겨 설악산 장수대, 한계령휴게소, 오색지구 등에 1000여명에 이르는 주민과 관광객들이 고립됐다. 이틀째 고립된 사람들은 당장 전기·통신이 끊기고 먹을 것이 부족해 애를 태우고 있으며 특히 장수대 쪽에 고립된 110여명은 도로 위에서 고스란히 구조대의 손길만 기다리고 있다. 인제군 한계리에서 도로가 침수되고 장수대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는 바람에 인제 방면에서 한계령 진입이 차단됐다.또 양양군 서면 오색 1,2리 지역에서도 도로 곳곳이 유실돼 양양 쪽에서 한계령 진입도 차단됐다. 더구나 이들 고립지역은 도로 유실로 전주가 쓰러지며 전기가 끊어진 데다 유·무선 통신마저 두절돼 현지상황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다. 끝없이 쏟아지는 비로 헬기도 뜰 수 없어 구호품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설악산사무소는 산악구조대를 동원, 로프 하나에 의지해 계곡물을 건너 비상식량 공급작전을 펼치는 등 비가 그칠 때까지 고립지역의 어려움은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평창·인제 조한종기자bell21@seoul.co.kr
  • 포스코 본사 공권력 투입 임박

    경북 포항지역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점거농성 중인 포스코 본사에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14일 “포스코 본사가 건설 노조원들에 의해 점거되면서 경영차질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공권력을 투입해 회사기능을 정상화시킬 방침”이라며 금명간 병력 투입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찰은 이날 건설노조 이지경(41) 위원장 등 노조 간부 18명을 집시법과 폭력,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이날 오전 경찰병력 50개 중대 5000여명과 소방차, 구급차 등을 포스코 건물 인근에 배치하는 등 공권력 투입에 대비했다. 포항지역 전문 건설노조원들의 포스코 본사 불법 점거 이틀째인 14일 포스코 직원들의 출근이 저지되면서 본사 업무가 전면 중단됐다. 건설 노조원 1000여명은 이날 새벽부터 경찰 진입에 대비, 포스코 본사 정문을 바리케이드로 가로막고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채 외부 인사들의 출입을 철저히 저지했다. 또 다른 노조원 1500여명은 포스코 본사 외곽 광장과 진입도로를 점거한 채 농성을 벌였다. 이날 오후 11시쯤에는 노조원 50여명이 본사건물 옥상으로 진입해 경찰을 긴장시켰다. 이들의 점거농성을 지원하기 위해 포항으로 향하던 전남 동부건설노조원 1100여명은 이날 오후 10시20분쯤 경남 함안군 산인면 남해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경찰에 저지됐다. 노조원들은 타고 왔던 버스 30여대를 세운 채 고속도로에서 대치해 차량 소통에 큰 불편을 초래했다. 포스코 본사 직원 600여명은 직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인근 포스코 제강공장 등에 모여 사태추이를 지켜봤다. 노조는 경찰 진입시 본사 사옥 임원실 (10∼12층) 점거를 위해 9층 비상계단 쪽 방화벽을 철거했다. 노조는 이와 함께 경찰 진입에 따른 장기전에 대비, 이날 새벽 1주일 분량의 식수와 비상식량도 함께 반입했다. 한편 경찰은 병력 투입시 발생할 수 있는 인명 및 재산피해 등을 우려, 우선 노조측에 자진 철거를 종용했다.포항시 등은 이날 오전·오후 두차례에 걸쳐 토목·기계·전기분야 사용자측과 노조원간의 협상 중재에 나섰으나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측은 “포스코의 공권력 요청과 대체인력 투입에 대한 공개사과와 성의있는 협상태도를 보일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노조측의 장기파업과 조업 중단으로 인한 피해액이 하루 100억원 정도인데다 건물 점거가 장기화될 경우 하루 2만 5000여t에 이르는 제품출고 업무가 중단돼 130억원의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협상 당사자인 전문건설협회와 노조간의 조속한 타협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송성호(54) 포항남부경찰서장이 14일 오전 일신상의 이유로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지난 3월 부임한 송 서장은 13일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건물 점거농성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신데렐라 성공법칙/캐리 브루서드 지음

    여성이 최고경영자, 즉 CEO로 승진하는 데는 여전히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 어떻게 하면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잠에서 깨어나듯 CEO로 성장할 타이밍을 잡을 수 있을까. ‘신데렐라 성공법칙’(캐리 브루서드 지음, 박은주 옮김, 김영사 펴냄)이 제시하는 해법은 자못 흥미롭고 시사적이다.“신데렐라의 중심에는 변화에 대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신데렐라는 하녀에서 왕자비로, 외로운 재투성이 소녀에서 사랑받는 신부로 변신했다. 현대의 신데렐라는 토너 자국에 찌든 말단 사원에서 CEO로 변신한다. 그녀는 왕자에게 기대지 않고, 요정에 해당하는 인생의 멘토를 만나 스스로 CEO의 자리에 오른다.” 요행을 바라지 말고, 믿을 만한 스승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노력해 정상에 이르라는 얘기다. 저자는 미국의 소규모 호텔 브랜드인 ‘윈덤’을 100개의 체인이 넘는 대형 호텔로 키워 일약 수석 여성 부사장 자리에 오른 인물. 그는 우리에게 친숙한 동화 주인공을 현대 직장여성으로 바꿔 ‘21세기판 여성동화’라 할 이 책을 썼다. 요정이라는 멘토를 만난 신데렐라를 비롯, 백설공주, 빨간망토 소녀, 헨젤과 그레텔, 미운 오리 새끼, 엄지공주, 잠자는 숲속의 미녀, 빨간구두, 라푼첼, 미녀와 야수 등 10편의 동화가 동원됐다. 이 책에선 ‘신데렐라’에 나오는 요정이 ‘현실 속의 멘토’로 다시 태어나고,‘백설공주’의 못된 왕비는 지독한 상사로 재해석된다. 또 하나 흥미로운 대목은 이 책의 저자와 역자의 성공 궤적이 닮은꼴이라는 점이다.1989년 32세의 젊은 나이에 편집부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해 화제를 모은 역자는 ‘베스트셀러 제조기’‘기획의 여왕’‘아시아 출판문화 한류의 선두주자’등 화려한 수식어를 거느리고 있는 전문경영인. 그는 “책이야말로 무엇보다 든든한 멘토”라고 말한다.‘나쁜 여자가 되어야 성공한다’‘속물근성을 발휘하라’‘여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되라’는 등 비상식적인 내용의 여성 자기계발서들이 판을 치는 현실에서 긍정의 철학을 일깨워주는 따스한 책.1만 1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무슨 영화 볼까]

    ●짝패 장르/등급 액션/18세 감독/배우 류승완/류승완·정두홍·이범수 줄거리 개발열풍에 휩싸인 지방 소도시. 두 사내의 피만큼 진한 우정. 20자평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 아날로그 액션의 끝장을 보여주마! ●다빈치 코드 장르/등급 미스터리 드라마/15세 감독/배우 론 하워드/톰 행크스·오드리 토투 줄거리 댄 브라운의 동명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 20자평 기자시사회 없이 개봉…원작에 없다는 반전…과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을지. ●미션 임파서블 3 장르/등급 액션/15세 감독/배우 JJ에이브럼스/톰 크루즈·빙 라메스 줄거리 아끼던 후배와 약혼녀를 잇따라 인질로 붙잡힌 톰 크루즈의 맹활약. 20자평 한층 화려하고 강력해진 액션이 긴박감을 더한다. ●포세이돈 장르/등급 액션/12세 감독/배우 볼프강 페터젠/조시 루카스·커트 러셀 줄거리 북대서양 한가운데 파도가 덮친 유람선에서 탈출하기. 20자평 스펙터클에 초점 맞춘 전형적인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 눈요기로는 ‘딱’! ●헷지 장르/등급 애니메이션/전체 감독/배우 팀 존슨·캐리 커크패트릭/황정민·신동엽·보아(목소리) 줄거리 문명사회와 맞닥뜨린 동물들의 고난기. 20자평 눈 깜짝할 새 ‘유쾌·상쾌’하게 지나가버리는 76분. ●모노폴리 장르/등급 범죄스릴러/15세 감독/배우 이항배/양동근·김성수·윤지민 줄거리 컴퓨터 범죄를 소재로 두 남자와 한 여자가 엮는 두뇌게임. 20자평 웬만한 머리로는 아귀 맞추지 못할 어수선한 시나리오. ●구타유발자들 장르/등급 코믹잔혹극/18세 감독/배우 원신연/한석규·이문식·오달수·차예련 줄거리 인적없는 교외의 강가에서 빚어지는 비상식적 인간들의 비상식적 대립과 긴장. 20자평 끝없는 폭력의 고리에 대한 고발. 구토유발할 듯 극단적인 상황전개.
  • 국민방독면 불량 감사 촉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국민방독면 41만개가 불량품으로 밝혀진 데 대해 “감사원이 철저히 감사해 책임관계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9일 “해당 관청의 직무유기뿐만 아니라 국가 사업 시스템 전반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면서 이같이 요구했다. 경실련은 “지난 4년 동안 국정감사 등에서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비상식적인 정부 관계자의 답변과 조사 회피 등은 이 사업에 대한 부적절한 로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도 이날 “국민방독면 사업 전반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소방방재청 국정감사에서 국민방독면의 성능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는 박 의원은 “국회에 허위 자료를 제출하고 거짓답변을 일삼은 관련 공무원을 국회법상 위증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부인 이수자씨

    “남편의 이름이 너무 커 나는 그 뒤에 숨어 가정 살림이나 하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윤이상 선생님에 대한 명예회복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면 나는 언제든지 남한에 갈 수 있어요. 선생의 고향 통영 바다에 가 끝내 고향땅을 밟지 못하고 돌아간 남편의 한을 풀어드리고 싶습니다.” 1967년 이른바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평생 조국을 등지고 살다가 이국땅에서 숨을 거둔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부인 이수자(79)씨가 28일 밤 금강산 온정리 금강산호텔에서 남한 기자들과 처음으로 공식적인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독일 베를린 자택과 북한 정부로부터 받은 평양 근교의 자택을 오가며 살고 있는 이씨는 29일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열린 윤이상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가 지난 1월 윤이상 선생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이 확대됐다고 발표, 윤이상 선생에 대한 명예회복의 첫 단추는 이미 끼워진 상태. 그러나 이씨는 “정부 차원에서 명시적으로 사과를 해야만 명예회복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동백림 사건과 관련, 간첩죄가 적용된 남편 등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과거 정권에서 간첩 수괴로 몰아간 만큼 아직까지도 많은 국민들의 가슴엔 그렇게 각인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또 “명예회복도 시켜주지 않으면서 윤이상 선생의 작품들을 국내에서 또 외국에 들고다니며 연주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처사”라고 말했다. 북받치는 감정을 정리할 수 없어서인 듯, 이씨는 잠시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어내려가기도 했다. 이씨는 회견 내내 조국에 대한 사무친 한과 미련, 그리고 애정을 간간이 드러냈다. “10년전 남편이 베를린에서 서거했다는 소식를 듣고 남쪽 보도진들이 집 앞에 몰려와 이야기를 들으려 했지만 그냥 돌려보냈습니다. 그런데 현관 앞에 누가 갖다놨는지 꽃다발이 하나 놓여 있었어요. 그것은 바로 선생님을 사랑하는 남한 정부의 꽃다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씨는 동백림 사건을 계기로 윤이상 선생의 사고와 사상, 음악 등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동백림 사건 이후 윤이상 선생은 특히 민족의 고뇌가 담긴 곡들을 많이 썼다. 그래서 음악이 무척 무거워졌다.“선생님은 예술말고 더 직접적으로 민족을 위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 그쪽으로 달려가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에게 분단은 견딜 수 없는 것이었고, 통일은 지상 과제였습니다.” 이씨는 “외국에 오래 있다보면 자기 조국도 객관시하게 된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덧붙였다. 윤이상 선생은 예민한 성격으로 하루 7시간씩 작품을 썼다고 소개한 이씨는 “그 분은 참으로 슬프고 외롭고 아픈 삶을 살다가셨다.”는 말로 다시 한번 선생에 대한 명예회복을 촉구했다. 금강산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사설] ‘현직 아닐땐 향응받아도 된다’는 주장

    다방면에 걸친 로비 의혹으로 구속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재록씨와 관련해 새로운 의혹이 추가됐다. 그가 아서앤더슨 사의 한국 지사장으로 있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이 김씨에게서 올림픽 참관 티켓과 항공편을 제공받아 부부동반으로 현지 관광을 하고 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강봉균 의장은 어제 언론 인터뷰에서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 “공직에서 떠난 뒤 이뤄진 일이므로 문제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강 의장의 이같은 주장이 지극히 비상식적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강 의장과 이 전 부총리가 그때 공직을 떠나 있긴 했지만,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그들이 언젠가 국정의 주요 직책에 복귀할 가능성은 삼척동자도 예상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뒤 강 의장은 재선 국회의원에 여당의 정책위의장이 됐으며, 이헌재씨는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그런데도 현직이 아니라고 해서 1인당 최소한 수백만원이 소요될 올림픽 관광을 부부동반으로 다녀온 것이 문제될 수 없다고 주장한단 말인가. 강 의장과 이 전 부총리가 받은 ‘시드니 향응’이 업무와 전혀 상관 없다는 주장을 우리는 믿기 힘들다. 다만 그같은 향응이,2000년 이전 공직 재직시 혜택을 베푼 데 따른 ‘사후 대가성’인지, 아니면 고위직 복귀에 대비한 ‘사전 보험용’인지를 우리가 모를 뿐인 것이다. 이는 검찰이 밝혀야 할 부분이다. 검찰은 이제라도 당시 출입국 기록 등을 확인, 김재록씨와 동반해 시드니 여행을 한 사람들의 명단과 그들의 로비 연루 가능성을 따져 보아야 한다. 아울러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은 비록 공직에서 잠시 물러나 있을 때라도 처신을 어찌해야 할지 이 사건을 계기로 깊이 고민하기를 바란다.
  • ‘서해유전 탐사’ 법정 가나

    서해 2-2 해저광구 석유탐사를 진행중인 지구지질정보는 22일 산업자원부의 탐사권 연장 불허처분에 대해 조만간 행정소송을 내고 산자부 담당공무원, 전문가검토위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구지질정보는 또 행정소송은 시일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청와대와 감사원에 산자부의 ‘위법 처분’을 시정해 달라는 탄원서를 이미 제출했다고 덧붙였다.지구지질정보는 “지난 13일 시추작업 끝에 유징을 발견함에 따라 산자부에 서면보고를 하고 후속조치인 DST(생산성시험검사)를 위해 탐사권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장확인도 않고 이를 불허했다.”면서 “산자부 불허 결정으로 시추작업을 하고 있는 중국의 SODC사가 철수를 준비하고 있고, 시추 지연으로 하루에 4만 8000달러씩 손해금을 배상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산자부는 지난 15일 “지구지질정보측이 4개 구간에서 유징을 포착했다고 통보했으나 객관적으로 유징을 뒷받침할 만한 기초자료도 제출하지 않았고 유징을 판단한 근거서류상에도 비상식적인 수치 등이 포함돼 있어 신빙성이 없다.”고 밝혔었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사설] ‘3·1절 골프’ 수사 한 점 의혹 없어야

    검찰이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와 관련, 오늘부터 전면수사에 착수한다. 단순 골프 모임 성격을 벗어나 사건이 얽히고설켜 특히 검찰수사가 주목된다 하겠다. 지금까지 진행된 추이를 보더라도 그렇다. 이기우 교육부차관을 비롯한 당사자들은 처음부터 거짓 해명으로 일관했다. 의혹이 제기되면 해명했고, 그것은 다시 거짓으로 판명돼 또 다른 의혹을 낳았다. 소위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벌인 거짓말 퍼레이드다. 그럼에도 이 총리는 간단한 사과만 한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이 직접 나서 진상을 규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선 골프를 친 당일 의혹을 철저히 가려야 한다. 참석자들마다 얘기가 달라 종잡을 수가 없다. 한나라당 조사단에 따르면 총리 일행이 ‘황제골프’를 쳤다. 또 총리를 제외한 그린피는 기업인이 카드로 일괄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내기 골프 상금 40만원도 기업인이 냈다고 한다. 누가 보더라도 접대성 골프임이 분명하다. 총리가 공직자 윤리강령을 위반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당사자들은 모두 부인하지만 로비의혹을 철저히 가릴 필요가 있다.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이 총리와 같은 조에 편성돼 의심을 살 만하다. 이번 사건의 경우 뇌물죄 적용도 가능하다는 것이 법학자들의 견해다. 영남제분이 지난해 11월 자사주 195만주를 팔아 67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부분도 석연찮다. 이 때는 교직원공제회가 이 회사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었다. 교직원공제회의 투자를 끌어들여 주가를 띄우고 자사주를 팔아 차익을 챙겼다면 주가조작의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 차관 등이 공제회측에 영남제분 주식을 사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직권남용 혐의를 물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공제회의 영남제분 주식투자 또한 비상식적인 만큼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외압과 무관한 일상적 투자행위였다.”는 공제회측의 해명을 누가 믿겠는가. 검찰이 수사를 하면서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계좌추적도 병행해야 한다. 또다시 특검얘기가 나온다면 검찰로서도 치욕이다.
  • 수행원들에 ‘서바이벌 킷’ 제공

    |아부자 박홍기특파원|나이지리아를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의 수행원인 정부 관계자들과 취재 기자들은 아프리카에서 ‘이색체험’을 했다.9일 (한국시간 10일) 나이지리아에 도착한 뒤 일명 ‘서바이벌 킷’(survival kit)이 제공됐다. 서바이벌 킷은 말라리아나 황열병 등 풍토병을 막기 위해 마련된 비상용품 세트다. 컵 라면 4개, 즉석 햇반 4개, 생수, 통조림 반찬, 모기 퇴치 스프레이, 살충 모기향, 살균형 반창고, 해열 진통제 등이 들어 있다. 전세기 운항사인 대한항공이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마련된 것이다. 순방단이 머무는 행정수도 아부자는 외국인이 안심하고 먹고 마실 수 있는 식당이 별로 없다. 말라리아 모기에 물릴 우려도 있어 체류 기간인 2박3일 동안 호텔에서 먹고 마실 ‘비상식량’이 배분된 셈이다. 앞서 이집트 카이로를 출발한 직후 기내에서는 외교통상부 의전실이 작성한 유인물이 배포됐다.“나이지리아는 기후가 열악하고 말라리아 등 악성 풍토병과 치안이 불안한 특수위험지역이기 때문에 숙소 이외 지역으로의 개별행동 또는 외출을 삼가줄 것으로 당부한다.”는 경고문구가 씌어 있었다.노 대통령은 한국 국가원수로서는 24년 만이자 취임 후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방문했지만 정상회담 일정이 갑자기 바뀌는 등 외교관례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을 경험하고 있다. 이집트를 방문 중이던 지난 7일 나이지리아측이 당초 10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양국 정상회담을 하루 앞당기자고 갑작스럽게 요청해 왔다. 나이지리아측은 ‘국내 사정에 따른 대통령의 일정 변경’을 정상회담 일정 조정의 이유로 들었지만 상세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나이지리아 도착 후 바로 공식환영식에 참석한 데 이어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가졌고, 저녁엔 오바산조 대통령이 주최하는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첫 순방국인 이집트 카이로에서 5시간을 비행한 후 휴식없이 나이지리아 국빈 방문의 주요 일정을 소화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이날 밤 아부자에 도착, 이튿날 국빈 오찬에 참석할 예정이던 일부 경제인들은 불참했다.hkpark@seoul.co.kr
  • 제도개선 ‘뒷짐’ 무관심한 이통사

    제도개선 ‘뒷짐’ 무관심한 이통사

    경기도 양평군에 사는 주부 A(41)씨는 이달 초 휴대전화 요금고지서를 받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평소 4만∼5만원이던 요금이 무려 108만원이나 나왔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열흘 동안 무선인터넷 게임을 한 게 화근이었다. 이동통신사에서는 “이용료에 대해 충분히 안내를 한 만큼 우리 책임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A씨가 소비자보호원에 민원을 내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들어가자 “30만원 정도 깎아 주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무선게임 20분 받았더니 27만원 휴대전화를 이용한 무선인터넷 게임으로 ‘요금폭탄’을 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전북 익산에서 중학교 3학년 강모군이 휴대전화 게임비가 370여만원이 나온 것을 비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송모(35·회사원)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11월10일 휴대전화를 구입해 초등학교 5학년 아들에게 롤플레잉 게임을 내려받아 쓸 수 있게 해줬다. 하지만 게임을 받는 데 20분가량 걸렸다. 다음날 사용내역서를 확인했더니 무려 27만 5000원이 부과돼 있었다. 송씨는 “내역서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한달 뒤 고지서를 보고서야 엄청난 요금이 나왔다는 걸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네트워크 게임, 예고 없는 요금폭탄 무선인터넷 콘텐츠의 이용료를 둘러싸고 소비자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휴대전화 네트워크 게임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무선인터넷 게임 이용료는 ▲데이터 통화료와 ▲정보이용료 등 2가지로 청구된다. 문제는 데이터 통화료다.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네트워크게임은 게임이 진행되면서 이용자들 간에 계속 게임정보가 교환되기 때문에 많게는 몇 초에 몇백원씩 요금이 부과된다. 패킷(512바이트)당 2.5원을 내야 하지만 게임 종류에 따라 순간적으로 초고속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가 개인 휴대전화로 자동 다운로드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연 얼마가 데이터 이용료로 부과될지 알 수가 없다. 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무선인터넷은 철저하게 데이터량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지만 소비자들은 통상 시간 개념으로 생각한다.”면서 “이용시간이 얼마 안돼 요금이 별로 안 나올 것으로 착각했다가 낭패를 보고 통신위에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형식적인 이동통신사들의 이용료 안내 그러나 SK텔레콤과 KTF,LG텔레콤 3대 이동통신사는 성의있는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은 데이터 통화료가 4만원,10만원,13만원을 초과했을 때,KTF는 4만원과 8만원을 초과했을 때 문자로 이를 알려주는 게 전부다. 그나마 LG텔레콤은 비상식적인 요금이 나오면 가입자에게 직접 전화로 알려주고 전화를 안 받으면 자동으로 정지시킨다. 이동통신사들은 “데이터 통화와 콘텐츠별로 각각 정액요금제가 마련돼 있으니 부모들이 청소년들에게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주의를 줘야 한다.”고만 말할 뿐이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는 책임회피라며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정보감시단 김민선 사무국장은 “한 해 수천억씩 벌어들이는 이동통신사가 너무 무책임하다.”면서 “현재 정보이용료와 데이터 통화료로 뭉뚱그려져 있는 요금을 콘텐츠별로 상세하게 고지하고 비상식적인 요금이 나오면 즉각 부모에게 알리는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독자의 소리] 해빙기 산행 준비물 꼭 챙겨야/양한철

    2월 하순부터 4월 초순까지는 해빙기로 산행 때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원인은 대개 해빙기 등산로에 대한 인식이나 준비부족, 자만심, 날씨가 풀리는 데 따른 정신적 해이 등으로 미끄러져 넘어져 다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일반등산로를 택한다. 등산로에 얼음이 얼어 있나 유의하고 미끄러운 곳은 아이젠을 반드시 착용한다. 땀 조절은 쾌적한 산행의 관건이 된다. 우선 자신의 걷는 속도에 맞추고 옷 껴입기 조절도 필수다. 겨울등산복은 너무 두꺼우므로 얇은 모직이나 플리스 제품으로 입고 바람이 강하게 불거나 비바람이 칠 때를 대비해 방수·방풍옷을 준비한다. 얇은 긴팔 티도 한벌 준비한다. 또한 등산로 상태가 안 좋은 만큼 4시 이전에 하산한다. 기온이 낮으면 에너지 손실이 많아지므로 이럴 때에 대비해 사탕·초콜릿·빵·육포·어포 등을 비상식량으로 준비하고, 헤드랜턴도 갖춰 하산에 어려움이 없도록 한다. 양한철 <전북 남원시 고죽동>
  • 500여가구 마을전체가 ‘진흙무덤’

    코코넛 나무가 무성했던 필리핀 기온사우곤 마을의 집 500여채와 학교는 17일 6m이상의 토사에 파묻혔다. 산사태가 발생하기 수분 전에 리히터규모 2.6의 지진이 레이테섬 남부에 발생했다. 게다가 지난 10일 동안 200㎝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다. 평균강수량보다 5배나 많은 양이다. 필리핀 지진청의 르네 솔리듐 대표는 “이 지역은 폭우 때문에 아주 약한 지진에도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불법 벌채도 산사태의 원인중 하나로 꼽혔다. 지난주 산사태를 우려한 주민들이 마을을 떠났었다. 이번주 초에 이미 산사태로 20여명이 사망했었다.하지만 17일에는 비가 멎고 햇빛이 나면서 주민들이 속속 집으로 복귀하던 상황이었다. 마을을 집어삼킨 토사가 젖은 데다 무른 상태여서 중장비를 이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먹구름 때문에 헬리콥터가 움직이기도 힘들고 도로가 사라져 차량 통행도 불가능하다. 주민들은 손으로 토사를 나르며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구조당국은 이날 밤샘작업을 진행하면서 생존자들을 찾았다. 구조요원들은 식수, 비상식량, 담요, 시체를 처리할 도구 등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레이테지역 국회의원인 로저 메르카도는 “기온사우곤 마을의 인구가 4000명으로 3000명 이상이 토사에 파묻혔을 수 있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리처드 고든 필리핀 적십자사 총재는 “마을이 온통 토사로 뒤덮여 진입 자체가 힘들다.”면서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지만, 자연이 무슨 일을 할지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연안경비대와 필리핀 중심 비사얀 지역의 전체 해군 병력을 포함해 육·해·공 병력이 재난에 대처하도록 명령했다.”면서 “전함이 바다 위의 병원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적십자사는 생존자의 냄새를 맡기 위해 탐지견을 급파했다. 미국 해군은 구조 지원을 위해 근처 해역에서 훈련 중이던 해군 함정들을 현장으로 급파했다고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관이 17일 밝혔다.미국과 필리핀 해군은 최근 필리핀 남부 해역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던 중이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선자령·오대산 겨울 끝자락…

    선자령·오대산 겨울 끝자락…

    신(神)들의 정원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눈가루 내려앉은 나뭇가지마다 영롱한 다이아몬드처럼 피어난 설화(雪花).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맞닿아 금방이라도 파란색으로 변할 것만 같은 눈부신 설원(雪原). 단순함과 여백의 미를 한껏 드러낸 한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겨울산을 떠도는 매 한마리는 화룡점정. 계절은 입춘을 지나 봄을 향해 가는데, 선자령(대관령 능선) 등 강원도 산간지역엔 아직도 겨울이 한창이다. 지난 7일 내린 폭설로 다시 절정을 맞고 있는 느낌이다. 회색빛 건물들 속에 갇혀 지내는 도시인들에게 순백의 설산(雪山)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 흰눈에 쌓인 채, 오는 봄을 마다하고 있는 강원 산간지역을 둘러보았다. 글 사진 평창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1 선자령 눈꽃 트레킹 한발짝 내디딜 때마다 뽀드득∼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눈알갱이. 적막한 설산속에 울리는 발자국 소리가 더없이 정겹다.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간간이 내뱉는 소리는 추임새로 손색이 없다. 하늘에서 선녀가 가족까지 데리고 내려와 노닐고 갔다는 선자령. 강원도를 영동과 영서로 가르는 대관령의 능선상에 있는 봉우리다. 겨울철 대표적인 눈꽃 트레킹 코스로 많이 알려져 있다. 등산로가 완만해 초보자나 가족단위 등산객들도 어렵지 않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선자령 정상은 해발 1157m로 무척 높은 편이다. 하지만 등산을 시작하는 대관령휴게소가 해발 840m이기 때문에, 실제 표고차는 317m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도상거리는 약 6㎞가량.4시간 정도면 왕복이 가능하다. 산행코스는 대관령 북부휴게소에서 시작된다. 양떼목장을 지나 대관령 기상관측소 방향으로 30여분 정도 걷다보면 왼쪽에 이정표와 함께 선자령 등산로가 나온다. 여기까지는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오르는 편이 수월하다. 본격적인 산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사성황당을 지나 산불감시탑까지 약 1.5㎞의 오르막코스가 다소 힘겨운 구간. 입에서 헉헉대는 소리와 함께 단내가 풍겨나온다. 머리에선 술·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절규부터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까지 별별 생각들이 떠오른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힘겹게 산불감시탑 능선에 오르니 발아래로 눈덮인 대관령이 펼쳐져 있다. 그야말로 일망무제다. 더 멀리는 강릉시내와 동해의 쪽빛바다. 해무(海霧)가 낀 탓인지 다소 검푸레했지만, 가슴이 탁 트일만큼 시원하고 아름다운 풍광이다. 능선 왼쪽으로는 삼양 대관령목장의 구릉지가 마치 여인의 가슴처럼 옹긋봉긋 솟아있다. 아늑(?)했던 숲길은 여기가 끝. 이곳부터 선자령 정상까지 평지처럼 완만한 등산로가 이어지지만, 바람은 상상을 불허할 만큼 거세다. 관목이 드문드문 서있는 초원지대를 지날 때, 갑자기 광풍이 몰아닥친다. 휘잉∼하는 소리가 마치 내 땅에 왜들어왔느냐는 호통처럼 들린다. 얼마나 차고 세찬지, 살갗이 칼로 베이는 듯한 느낌이다. 고개를 숙인 채 한시간 남짓 걷다보니 어느새 산자령 정상. 살얼음이 언 물로 목을 축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깨를 맞댄 채 끝없이 펼쳐진 백두대간의 험산준령들. 한눈에 담기에 벅차다. 남쪽의 발왕산, 서쪽의 계방산, 서북쪽의 오대산, 그리고 북쪽의 황병산이 눈부신 파란 하늘아래 펼쳐져 있다. 선자령 산행의 백미라 할만하다. 하산길에 즐기는 눈썰매 타기는 산행의 또다른 재미. 강릉 초막골 방향 하산로에는 바람에 몰린 눈이 많이 쌓여 있는데다 경사가 완만해 눈썰매에 적합한 코스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나이도 잊은 채 눈썰매를 타며 즐거워하는 등산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마대자루를 준비한 사람도 있지만 그냥 엉덩이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대부분이다. 준비물 : 아이젠과 스패츠 착용은 필수다. 장갑과 방한모도 마찬가지. 모자의 경우 털로 짠 것보다는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재질로 만들어 진 것이 좋다. 바라클라바(안면가리개)나 목도리, 고글 등도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옷은 가벼운 것을 여러벌 준비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입는 것이 좋다. 스틱은 특히 하산할 때 도움이 된다. 기타 보온병이나 비상약, 그리고 초콜릿 등 비상식량도 지참해야 한다. 찾아가는 길 : 선자령 산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산악회를 따라 관광버스 등을 타고가는 것이 편하다. 서울 상봉터미널(02-435-2122∼8)이나 동서울터미널(02-446-8000)에서 강릉행 버스를 타고 횡계까지 간 다음, 대관령까지는 택시를 이용한다. 횡계에서 대관령까지 택시요금은 3000원정도. 강릉까지 가서 대관령휴게소행 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다. 하루 3차례 운행된다. 승용차로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대관령북부휴게소까지 가면 된다. 자세한 현지상황 문의는 대관령휴게소 매점(033-335-2049). #2 오대산 상원사 - 고즈넉한 겨울 산사 영동고속도로 소사휴게소를 나서면서 펼쳐진 눈부신 은빛 세계는 진부IC에 이를 때까지 계속된다. 거리는 무려 60여㎞. 속사 등의 시골마을을 지날 때는 눈속에 파묻인 농가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기도 한다. 진부읍내를 벗어나 천천히 차를 몰아가기를 10분 남짓. 눈덮인 시골길 너머로 오대산의 준봉들이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형형색색의 화려했던 가을단풍을 벗고 온통 흰색차림이다. 청량산이 오대산의 또다른 이름이라던가. 월정사입구에 들어서자 가슴에 와닿는 청량한 공기가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든다. 매표소 직원의 으르딱딱대는 말투 때문에 상했던 기분은 어느샌가 날아가 버렸다. 일주문에서 월정사 경내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은 겨울엔 눈꽃터널로 유명하다. 비록 며칠째 계속된 바람 때문에 기대했던 만큼 화려한 눈꽃터널을 볼 수는 없었지만 숲이 주는 청량감은 아쉬움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9㎞정도 떨어져 있다.‘부운종일행(浮雲終日行)’-뜬구름이 흘러 가듯 그렇게 산길을 걷는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새끼손가락만한 고드름을 만들어 놓았다. 하나를 따서 먹어 보았다. 오도독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얼음조각들이 제법 갈증을 없애준다. 한시간 정도 걸었을까. 눈속에 파묻힌 고색창연한 사찰이 나온다. 바로 월정사의 말사인 상원사. 국보 제36호 상원사 동종과 국보 제221호 목조문수동자좌상이 보존된 유서깊은 사찰이다. 부처의 정골사리가 봉안된 상원사 적멸보궁은 전국의 5대 적멸보궁 중 하나. 천천히 경내를 둘러본다. 병풍처럼 둘러싼 오대산 자락에 등을 기댄 채, 단아한 모습으로 서 있다. 선원에서 동안거 중인 스님들만 눈에 띌 뿐, 적막하기 이를 데 없다. 이따금 들려오는 풍경소리는 적막감을 더해준다. 주지인 나우(懶牛)스님께 가르침을 청했다.“산은 우리의 마지막 보배지요. 요즘엔 점점 산에 대한 경외감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일부 등산객들이 벌이는 무분별한 환경파괴행위를 꾸짖는 말이다. 산삼동호회나 산나물동호회 등의 회원들이 와서 산을 헤집어 놓고 가면, 복구되는 데 몇년이 걸릴지 모를 만큼 피해가 크단다. “탐내는 감정의 실체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알기 위해 스스로가 조금만 노력하면 그런 마음이 사그라집니다. 많은 생명들이 함께 잘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작설차를 따라주는 나우스님의 표정 어디에서도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없었지만, 목소리에는 다소 아쉬움이 묻어 있는 듯하다. 한때 유행했던 ‘웰빙’선식으로 점심공양을 마친 다음, 천천히 산을 내려온다. 수려한 풍경을 담아 눈이 즐거웠고, 단아한 음식은 입을 즐겁게 했다. 이에 더해 주지스님의 가르침마저 머리에 담았으니 이런 호사로운 산행이 따로 없다. “헛된 생각을 버리면 지혜가 깃들게 됩니다.”주지스님의 가르침이 하산길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찾아가는 길 : 승용차의 경우, 영동고속도로 진부IC~국도 6호선~446번 지방도로 순으로 진행하면 된다. 주차요금 4000원을 내면 상원사앞까지 차를 가지고 갈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진부터미널에서 상원사까지 하루 6회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문의 상원사 (033)332-6666. 평창운수 (033)335-6963. # 가볼 만한 곳 양떼목장-대관령 북부휴게소에서 도보로 5분거리. 넓게 펼쳐진 눈덮인 구릉들이 인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양들에게 건초주기와 추억의 비료포대 눈썰매 타기 등이 주요 놀거리. 입장료에 양들에게 줄 건초꾸러미 요금이 포함돼 있다. 입장료는 성인 2500원, 학생 2000원,5세이하는 무료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의 (033)335-1966. 빙등대축제(etoobee.com)-올해로 3회째인 빙등대축제는 횡계리 대관령 종고 별도부지에서 열리고 있다. 행사기간은 오는 28일까지. 얼음터널 체험, 대형 얼음미로 등 체험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빙등관에는 얼음속에 등을 넣어 제작한 각양각색의 빙등이 전시되어 있다. 화려한 오색 미끄럼틀도 설치돼 있다. 매일 오후 3시와 7시에는 평양예술단이 공연을 펼친다. 입장료는 성인 1만 5000원, 청소년(18세미만)1만 4000원, 어린이(4세∼13세 미만)1만 3000원. 주변식당이나 행사장 입구에 비치된 행사안내 리플렛을 가져가면 50% 할인된다. 삼성, 롯데,BC 등의 신용카드와 KTF,TTL 등 통신회사 카드도 50%할인된다. 운영시간은 오후 12시부터 저녁 8까지다. 어린이 단체의 경우엔 오전 11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문의 (033)336-1187. 승용차는 영동고속도로 횡계IC에서 횡계시내 방향으로 3㎞정도 진행하면 왼쪽편에 행사장이 보인다. 시외버스는 동서울과 상봉터미널에서 강릉행 버스를 타서 횡계에서 내리면 된다. 횡계터미널(033-335-5289)에서 도보로 10분거리.
  • 관광·사업목적 ‘日 90일 체류’ 가능

    일본 정부가 6일 전격 발표한 한국인 단기 비자면제 조치는 활발해진 양국간 교류 현실의 반영이자, 일본측이 한국에 제시하는 일종의 ‘선물’이다. 지난해 2월 독도조례 파문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이후 등을 돌린 한국에 내미는 화해의 손길인 셈이다. 한·일간 외교관계 개선의 단초가 될 비자 항구면제는 이같은 외교적인 의미 말고도 한·일 양국의 문화·경제 교류 발전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일본을 방문하는 연간 한국인 수는 190만명을 웃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주한 일본 대사관의 여권 발급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여권과 비행기 또는 선박 티켓만 들고 일본에 가서 90일까지 체류할 수 있다. 친지 방문, 시장 조사나 업무 연락을 포함한 비즈니스, 그리고 일본을 경유해 다른 나라로 갈 경우가 그 대상이다. 다만 유학이나 취업,90일 이상 장기 체류자는 비자를 받아야 한다. 우리측은 지난 95년부터 일본 국민에게 사실상 단기 비자 면제조치를 취한 이후, 일측과 이 문제를 협의해 왔다. 하지만 일본은 매달 200∼300명씩 발생하는 한국인의 불법체류를 이유로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측 자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정부 관계자는 “한류(韓流)의 효과로 한국 국민의 전반적인 이미지가 제고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욘사마’·‘지우히메’ 열풍도 한몫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3월 아이치 박람회를 계기로 한시적으로 입국비자를 면제한 결과 불법 체류자의 발생률 차이가 거의 없었던 것도 한 요인이다. 양국간 오랜 숙제인 비자면제 조치 해소는 일측에서 보면 외교경색을 풀려는 타개책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소 다로 외상이 최근 “천황이 야스쿠니를 참배해야 한다.”는 식의 비상식적인 발언을 일삼고 있는 상황에서 장관급 회담이나 정상회담 재개 등 외교관계를 복원하는 차원으로 이어지긴 힘들다는 게 우리 정부 기류다. 그러나 유명환 외교부 차관과 야치 쇼타로 일 외무성 차관과의 전략 대화 등 실무적인 차원의 채널재개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일본은 오는 10일 외교적 경색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차관급 전략대화를 갖는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남과여] ‘청순한’ 여자 ‘백마 탄 왕자’ 환상이 깨질때

    [남과여] ‘청순한’ 여자 ‘백마 탄 왕자’ 환상이 깨질때

    남자라면 한번쯤 청순하고 단아한 여인이 자기 곁에 있기를 꿈꿔본다. 약간의 가련미(可憐美)까지 갖추면 금상첨화겠다. 여자들도 마찬가지. 키 크고 잘 생기고 돈 많고 성격·매너 좋은 ‘백마 탄 왕자’를 끊임없이 갈구한다. 재주건 재수건 용케 그런 사람을 만났다 치자. 얼마나 오래 갈까. 내 남자, 내 여자에 대한 환상의 포말이 부서지는 순간은 과연 언제일까. ■ “이 황당함을 어째?” 남자들은 연령대를 불문하고 옷차림이나 외모에서 허점이 발견될 때 여성에 대한 환상이 깨진다고 말했다. #“앗, 겨드랑이 털이 보이는 민소매” 김성국(28·회사원)씨는 현재 외모가 예쁜 여자친구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고 있다. 김씨가 보기에 여자친구는 예쁘면서 착하기도 해 1년 넘게 사귀면서 단 한번도 황당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얼마 전 새로 산 치마를 입고 나타난 여자 친구의 스타킹 사이로 삐져나온 다리털을 보고 말았다.“얘기해 주기도 어렵고, 또 신경쓰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이와 비슷한 경험 때문에 청순한 여자 친구의 이미지가 깨진 20대 남자들이 많았다. 회사원 백민기(29·가명)씨도 겨드랑이 털이 듬성듬성 보이는 민소매 옷을 입은 여자친구를 본 순간 눈에 씌인 ‘콩깍지’가 벗겨지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많은 경우는 아니지만 머리를 감지 않아 냄새가 날 때, 손톱이 지저분할 때 등도 ‘내 여자에 대한 환상이 깨질 때’의 사례로 지목됐다. 결혼 상담업체 ㈜선우의 연애컨설턴트 정미지씨는 “외모를 단정히 하는 것은 남녀관계를 떠나서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면서 “기본을 지켜주지 못할 때 상대방에 대해 황당한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뉴스에도 관심 필요…전혀 모르면 황당해요.” 30∼40대 남성들은 사회·정치·경제 문제 등 기본적인 시사에 전혀 관심없는 애인이나 아내에 대해 ‘황당’하다는 의견을 많이 냈다. 회계법인에 근무하는 회계사 황모(34)씨. 굳이 일 때문이 아니더라도 뉴스에 관심이 많다. 대학생 때부터 신문을 읽어오던 버릇이 몸에 배어 있기도 하거니와 각종 모임에서 시사상식이 없으면 대화에 참여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느날 황씨는 직장에 다니는 아내가 시사문제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아내는 신문도 보지 않을 뿐더러 TV에서 뉴스만 나오면 채널을 돌리는 것이다. 박민수(41·회사원)씨도 TV 드라마에만 열광하는 아내가 도통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게다가 박씨의 아내는 드라마가 아니면 홈쇼핑만 시청한다. 박씨는 홈쇼핑을 보다가 갑자기 주문전화를 거는 아내를 보면 애정지수가 뚝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극성맞고 호들갑 떠는 것도 싫어요.” 여자의 단아한 이미지에 환상을 가진 남성들은 극성맞고 호들갑스러운 자기 여자의 모습을 볼 때 와르르 무너지기도 한다.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웃거나 떠든다든지, 화장을 하는 행동을 보면 환상이 깨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휴대전화 카메라로 자기 모습을 시도 때도 없이 찍어대는 ‘셀카 공주’의 모습도 별로 맘에 안든다는 사람이 있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자기야, 새해에는 제발… “난 지금 그대로의 당신이 좋아. 올해에도 우리 예쁜 사랑 계속 잘 키워나가자∼”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야 이런 ‘닭살’ 돋는 말이 별로 어색하지 않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아무리 잘나고 나에게 잘해준다 해도 어찌 사람이 사람에게 바라는 것이 없을까. 새해를 맞아 으레 스스로에게 하는 ‘작심삼일용’ 소원 못지않게 애인에게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마련. 여성포털사이트 ‘젝시인러브’(www.xyinlove.co.kr)가 최근 미혼 남성 198명, 미혼 여성 236명을 대상으로 ‘새해 내 애인에게 바라는 점’을 설문조사한 결과 남자는 여자친구의 외모를, 여자는 남자친구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길 가장 원했다. 남성 응답자의 70%인 138명은 여자친구에게 새해에는 여성스럽게 꾸미기를 바랐다. 반면 여성의 67%인 158명은 남자친구가 능력을 좀더 개발하길 원했다. 남자에게는 능력, 여자에게는 외모를 바라는 통속적인 잣대가 이미 사랑에 빠진 연인 사이에서도 유효한 셈이다. 두번째 바람으로 남자들은 애인의 금연(11%)을, 여자들은 남자친구의 금주(17%)를 꼽았다. 연애하기 전 혹은 초기에는 눈에 꽁깍지가 씌어 뭐든 예쁘게 보이고 참을 수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술, 담배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남성의 경우 외모에 이어 다른 것을 다 제쳐두고 금연을 꼽았다. 겉으로는 여자도 담배를 피울 수 있다며 ‘쿨’한 남자친구 역할을 했지만 내심 애인이 담배 피우는 것을 싫어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3위는 남녀 똑같이 각각 10%가 ‘운동하기’를 꼽았다. 애인이 요즘 유행하는 몸짱이 되길 원해서인지 건강하게 생활하길 원해서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이밖에 남자들은 애인에게 술 끊기와 자신에게 더 관심 가져주길 원했으며 여자들은 남자친구가 담배를 끊고 관심을 좀더 가져주기를 새해 애인에게 바라는 소원으로 택했다. 여자친구의 능력이 높아지길 바라는 남자는 6%, 남자친구 외모가 깔끔해지길 바라는 여자는 단 3%밖에 없어 일반적인 예상과 차이가 났다. 사랑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것이지만 연애는 엄연한 현실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내 입맛에 맞도록 바꾸는 것은 이기적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습을 바꾸는 것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2006년 새해에는 애인을 위해 작심삼일이 아닌 ‘작심일년’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지.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뻑이 가요 뻑이 가” 여성들은 남성들의 비상식적인 생리현상을 볼 때 ‘백마 탄 왕자’의 환상이 여지없이 산산조각난다고 말했다. #“우렁찬 트림은 화장실에서나 하시죠.” 20대 초반 회사원 박은영(여)씨는 직장의 남자 동료·선후배들이 식사만 하고 나면 왜 그렇게 트림을 우렁차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트림하는 얼굴과 소리만 듣게 되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능력이나 후덕함은 온데간데 없어진다. 그는 “어떤 남자 동료에 대해 이성적인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트림 한 방에 완전히 정이 떨어져 버렸던 적도 있다.”고 했다. 트림뿐 아니라 남자 친구나 남편의 방귀 또한 여성의 환상을 깨는 데 즉효다. 전업주부인 김모(43)씨는 남편이 방귀를 뀌고 손으로 부채를 만들어 자기 쪽으로 휘휘 날려보내는 행동을 할 때 겉으론 웃고 말지만 속으로는 ‘왜 저럴까.’ 싶다. 조금만 움직여 화장실이나 베란다로 나가면 될 것을 항상 이런 식이다. 김씨는 “여자 앞에서 트림을 크게 하는 것이나 소리가 큰 방귀를 뀌는 것이 혹시 자기의 우월함을 증명해 보이려는 유치한 태도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물론 김씨의 남편은 자기 아내의 짐작과 달리 단순히 재미삼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삐져나온 코털 어찌하오리까.” 여성들 역시 깔끔하고 청결하지 못한 남자의 모습에서 환상의 붕괴를 느낀다. 회사원 정모(27)씨는 올 10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를 보면서 가끔 ‘이걸 얘기해야 하나.’라며 망설인다. 깔끔한 성격이라 나름대로 청결을 유지하지만 가끔 염치없이 불쑥 나와있는 코털을 보면 참을 수가 없다. 게다가 어떨 땐 애인이 보는 앞에서 코털을 잡아 뽑기도 한다. 정씨는 코털 깎는 가위는 여성 전유물이 아닌데도 잘 이용하지 않으려는 애인에 대해 황당했다고 한다. 주부 김모(32)씨는 결혼 후 남편에게 속았다는 생각을 했다. 출장을 다녀온 뒤 가방을 정리하는데 넣어준 속옷이 그대로 나왔기 때문이다. 연애시절 그렇게 깔끔하던 남편이 알고 보니 씻기 귀찮아 하고 속옷도 잘 안 갈아 입는 스타일이었던 것. 두루마리 화장지를 쓰고 나서 휴지통에 버리는 대신 두루말이 안쪽 홈에 밀어 넣는 것을 보면 ‘정말 깬다.’는 생각이 든다. #“쪼잔한 모습, 충격 또 충격” 결혼 4년차 이모(여)씨는 과자봉지, 커피봉지에 붙어 있는 포인트적립 쿠폰을 너무 기뻐하면서 오리는 남편을 볼 때 환상이 깨졌다고 했다. 우리 남편이 이렇게 좀스럽다니. 어떨 땐 세살배기 아이 먹으라고 사둔 과자를 자기가 다 먹고 애한테 먹인 척 시치미 뗄 때도 있다. 시댁 가서는 있는 어리광 없는 어리광 다 피우고, 처가집 가서는 어른스러운 척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여자 연예인의 싸이월드나 홈페이지에 몰래 들어갔다 들켰을 때, 유치한 만화를 보며 낄낄거릴 때도 부인이나 애인을 실망시키는 경우로 꼽혔다. 김기용 나길회기자 kiyong@seoul.co.kr
  • [데스크시각] 과학자와 교육자/박현갑 사회부 차장

    황우석 교수가 만들었다는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둘러싼 파동과 사학법 개정 논란은 올 겨울을 유난히 을씨년스럽게 하고 있다.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결과 지상주의’와 직업 윤리의식 부재 등 비상식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 자화상이 아닌가 싶다. 황 교수는 올 초 인간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논문을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은 과학지에 발표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불치병 환자들의 구세주로 부상하면서 ‘신(神)’으로, 그리고 노벨상 수상후보로도 거론될 정도였다. 정부도 지난 6월 그를 ‘제1호 최고 과학자’로 선정하고 해마다 3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후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섀튼 교수가 배아줄기세포 취득과정의 윤리성을 문제삼아 결별을 선언하면서 그는 또 다른 이유로 주목받는다. 논문에 의혹이 있다는 문화방송 보도가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그는 당당했다. 하지만 함께 일했던 김선종 연구원이 황 교수 지시로 줄기세포 사진을 2개에서 11개로 둔갑시키는 ‘요술’을 부렸다고 시인함으로써 상황은 급반전했다. 그런데 이 때 과학자인 그가 택한 것은 병원행이었다. 과학자라면 입원할 게 아니라 제기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해야 하지 않았나? 재검증 요구에도 응했어야 했다. 사이언스에 황 교수와 함께 공동저자로 등재된 강서 미즈메디병원의 노성일 이사장 행태도 마찬가지다. 복제 배아 줄기세포가 있어도 최소 2개이거나 아니면 하나도 없다는 노 이사장의 폭로는 무엇을 말하는가? 그는 이전까지 황 교수와 ‘찰떡궁합’을 과시했었다. 황 교수 연구에 불법 매매된 난자가 이용됐다는 지적에, 황 교수님은 전혀 모르고 자신이 했던 일이라며 황 교수를 옹호했었다. 그러던 그가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었다는듯 하나둘 양파껍질벗기듯 폭로하는 모양새는 그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인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된 한 방송사의 취재윤리 위반도 자성할 일이다. 과정이 어찌됐든 쟁취하고자 하던 결과만 얻으면 된다는 것은 언론인의 기본을 망각한 처사다. 상식을 망각한 행태는 교육계에서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한국사학법인연합회측은 ▲신입생 배정거부 ▲학교폐쇄를 결의했다. 서울의 사립 중·고교 교장들도 마찬가지 결의를 했다. 얼마나 분했으면 그랬을까?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학교부지를 매입하고 육영사업에 일생을 바쳐 왔는데 엉뚱하게 죄인 취급당하는 형국이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교육자들 아닌가? 그렇다면 문제해결도 교육적으로 접근해야 순리일 것이다. 학교폐쇄라니…. 그렇다면 장사꾼이란 말인가? 기자가 보기에 이번 사학법 개정논란의 근간에는 평준화 정책이 깔려 있다. 평준화 이전에는 사립학교 학비가 공립에 비해 더 비쌌다. 하지만 이후 물가억제 방침과 중학교 교육과정이 의무교육 과정으로 변하면서 등록금은 공립학교 수준으로 ‘강제 구조조정’됐다. 그리고 이같은 구조조정에 따른 수입결함은 정부에서 메워주었다. 이른바 재정결함보조금이다. 그렇다면 “이 돈이 법인에 지원되는 것은 맞지만 궁극적 수혜자가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사학들에 지원되는 재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를 빌미삼아 사학을 옥죄려는 것은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며 평준화 시책을 물고 늘어졌어야 한다고 본다. 교육 사업자라면 이렇듯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시대변화에 맞게 학교운영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으로 접근해야 되지 않았나 싶다. 이런 환경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일들은 과학자로서, 교수로서, 그리고 의사로서 자신의 직업윤리에 충실하지 못해서 생기는 비극이다. 기자가 글로써 말한다면 과학자는 논문으로, 의사는 의술로 자기 존재가치를 보이면 된다. 그 이외의 것은 곁가지가 아닌가? 박현갑 사회부 차장 eagleduo@seoul.co.kr
  • 1인당 정부예산 年43만원 그쳐

    1인당 정부예산 年43만원 그쳐

    한센인들의 가슴에 다시 한번 못이 박혔다. 한센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오해로 평생 고통을 받아왔던 고령의 한센인들이 지난 25일 일본 도쿄지방법원의 비상식적인 판결에 울분을 삼켜야 했다. 일본 법원이 일제 식민지 시절 소록도 갱생원에 강제수용됐던 한국인 한센인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한 반면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타이완인들이 제기한 청구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일본측에 법원 판결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한편 식민지 요양소에 수용됐던 한센인들에게도 보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한센인에 대한 인권 문제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지원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한센인 1만 7000여명 국내에 있는 한센병 병력자들은 대략 1만 7000여명에 달한다. 국립소록도병원 등 요양시설에 1600여명, 전국 88개 정착촌에 6000여명이 거주하고 있고, 나머지 9000명이 넘는 병력자들은 자신의 집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국내 한센병 병력자들이 격리수용되지 않고 정착촌이나 자신의 자택에 거주하게 된 것은 지난 1963년 2월 관련법에서 격리수용 조항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때부터 1963년 2월 전까지 한센병 병력자들은 격리수용됐었다. 현 국립소록도병원의 전신인 자혜병원이 바로 한센병 환자들의 격리 장소 가운데 하나였다. 국립소록도병원에는 예전에 격리수용됐던 70세 이상 노인 등 689명이 살고 있다. 한센병 병력자들이 격리수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한센병의 전염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한센병 환자 곁에만 있어도 전염돼 격리해야만 전염을 막을 수 있다고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한센병은 양성인 경우에만 전염된다. 그러나 양성인 경우도 리팜피신이란 치료제를 단 1차례 4알(600㎎)만 복용하면 음성으로 바뀌어 전염력이 99.9% 사라진다. 신체는 물론 성접촉·임신을 통해서도 감염되지 않는다. 특히 95% 사람들은 한센균에 대한 저항력을 갖고 있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한센병 신규 환자가 매년 20명 정도만 발생한다. 한센병은 약물 복용으로 1∼2년이면 완치된다. 예전엔 치료시기를 놓쳐 변형된 손·발로 살아가는 한센인이 많았지만, 최근 발병한 환자들은 피부 반점 정도만 남는다. 치료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몸속 나균은 전염력을 잃는다. ●한센인 지원법 국회 계류 중 한센인에 대한 지원은 극히 미미하다. 내년도 한센인 관련 예산은 한국한센복지협회운영지원을 위한 15억여원과 한센생활시설운영지원을 위한 19억여원 등 74억여원에 불과하다. 이는 전염병예방법에 따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에 따른 예산일 뿐이다. 한센인의 생활안정과 한센인 피해자에 대한 진상규명 등에 대한 예산은 전무한 실정이다. 한센인들은 사회적인 편견 등으로 구직 기회를 얻지 못해 대부분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 정착촌에서 거주하고 있는 6000여명의 한센인 중 4500여명이 기초생활수급대상자다. 국립소록도병원에 거주하고 있는 689명도 모두 국민기초생활수급자다. 그러나 자신의 집 등에서 거주하고 있는 나머지 한센인 9000여명에 대한 실태는 파악조차 안돼 있다. 본인들이 한센인임을 밝히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국회의원들은 한센인 피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이 지난달 16일 여·야 의원 62명의 서명을 받아 ‘한센인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것이다. 법안은 한센인격리사건,84인학살사건 등 피해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과 보상, 한센인에 대한 의료지원금 및 생활지원금 지급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마흔에 떠난 1만4000km 실크로드] 청해호를 지나며

    [마흔에 떠난 1만4000km 실크로드] 청해호를 지나며

    우린 바다위에 떠있다. 갑판에서는 흥겨운 생음악이 연주되고, 우린 둘러앉아 캔맥주를 돌린다. 흑기사:대장정이었습니다. 우리가 살아 돌아온 것을 축하하며! 노익장:건배! 잊지 못할 사막의 밤을 위하여! 김원장:1만 4000㎞, 우리가 해냈습니다 파이팅! 한사장 부부:장렬하게 전사한 우리의 발, 지프의 명복을 빌며! 남대장:계속되는 오버랜드 탐험, 그 끝없는 발자국을 위하여! 날이 밝으면 인천항이 보일까? 어두운 바다 저편에 우리가 지나친 실크로드 1만 4000㎞에서 만난 얼굴들이 스쳐 지나간다. 잊지 못할 아름다운 풍광들도. 나는 바다 저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실크로드는 더 이상, 우리와 관계없는 머나먼 서역의 땅만은 아니었다. 캔맥주는 정말 시원했다. ●청해호를 지나며 나는 물을 가르며 달렸다. 아니, 날았다. 눈앞이, 가슴이, 마침내는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활짝 열린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물, 호수를 가득 채운 물뿐이다. 각기 다른 다섯 종류의 푸른 색깔이 얽히고 비껴가며 출렁이는, 아름다운 물뿐이다. 그 푸른 물위로 햇살이 찬란하다. 그리고 그 햇살 위로는 하늘이 얹혔다. 또 다른 느낌의, 푸르디푸른 하늘이. 어디로 갔을까?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바글대던 사람들은? 사람 수만큼이나 많은 사연과, 그 생김만큼이나 각기 다른 상처로 앓고 있던 사람들은? 역사 속에서, 전설 속에서, 그리고 현실 속에서 만나고 스친 여러 얼굴들이 그 푸른 물에 어른거린다.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던 열일곱의 위구르 소녀. 작년에 결혼을 했다며 수줍게 웃는 그녀의 얼굴 위로 장건의 이름 모를 흉노족 부인 얼굴이 오버랩된다. 정비소에서, 절대로 팁을 받지 않던 한족 청년, 그 청년의 뒷모습은 어쩐지 고선지를 떠올리게 한다. 바람이 분다. 건륭제를 녹일 만큼 대단했다는 향비의 체취는 어떤 종류였을까? 허브? 로즈마리? 아니면 사향? 땀 냄새가 가실 날 없었던 이번 여행, 그 긴 1만 4000㎞를 진두지휘한 오버랜드의 남대장은 어쩌면 전생에 손오공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아니다. 삼장법사였을까? 아, 시원하다! 언제인가, 아니, 내 생애 있기는 있었는가, 현실감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곳에서, 물고기처럼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이렇게 가슴 서늘할 만큼 마음껏 심호흡을 해본 적이! 그들도 아마 한두 번쯤은 이렇게 위로를 받았으리라. 평생 만리장성만 쌓다 돌아간 진시황의 노예도, 양어머니인 양귀비를 죽게 한 안록산도, 사오정도, 그리고 항우와 유방도 이 실크로드를 오다가다 한 번쯤은 톈산 산맥의 천지든, 금사탄의 보스텅 호수든, 이 청해호든 중국의 그 많은 물가 어딘가에 앉아 세상 번뇌를 내려놓고 이렇게 딴 꿈을 꾸었으리라. 잠시라도. 바람이 분다.‘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우리는 마냥 흔들리고 부대끼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설령 이것이 모두 한바탕의 부질없는 꿈이라 해도, 우리는 또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간다.‘넘어지고 깨어지더라도’.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해호의 물빛은 ‘이것이 정말 꿈이지 싶다’. 지나치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현실이라고 믿기에는. ● 무선통신 날아오다 8월22일 10시 란주를 향해서한동안 양 수백 마리가 차창을 가득 채우더니, 이제는 창밖이 온통 야크 떼다. 수백마리는 됨직한 야크들이 길고 검은 털을 가벼운 바람에 날리며 떼를 지어 길을 건넌다. 우리에게 훅, 노린내를 끼얹으며. 우리는 그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속절없이 그 짐승을 바라본다. 그들의 발소리, 낮고 긴 울음소리가 귓속을 가득 채운다. 마치 동물다큐멘터리 텔레비전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 온 듯하다. 8월22일 13시 꿀가게유채꽃이 흐드러졌다. 지금은 8월 22일. 제주의 유채꽃은 이미 진 지 오래겠지? 꿀을 사기 위해 길가 작은 텐트 앞에 차를 세웠다. 꿀벌지기 가족 모두가 갑자기 들이닥친 손님들을 상대한다. 모두들 꿀을 사는데, 나는 꽃가루를 샀다. 열 살 안팎으로 보이는 그 집 아들은 아주 익숙하게 막대 저울을 다뤘다. 저울눈이 조금 넘쳤는지, 아이는 꽃가루 한 주먹을 도로 덜어낸다. 조금치의 덤도 없다. 내가 손을 내저었더니 그냥 씨익 웃고 말았다. 그러나 나도 지지 않는다. 계산을 다하고 돌아서며, 꽃가루 한움큼을 집어 입안에 털어 넣었다. 장군멍군이다. 메롱! 8월22일 17시 속도위반 고도가 낮아지고 있다. 녹지는 어느 틈에 자취를 감추고 황토고원이 슬며시 나타났다.10대 반항아들처럼 음악을 꽝꽝 울리며 매끈한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어디선가 경찰이 나타나 차를 세웠다. 속도위반이란다. 여기까지 와서 속도위반? 하지만 방법이 없다. 선두차가 대표로 벌금 200위안을 물고 풀려났다. 한 번 더 걸리면 한국 돌아가는 데 지장 있다며, 살살 가야한다며, 중국인 가이드는 시속 60㎞를 고집했다. 그게 정말일까? 아무튼 우리는 먼지길이라 씽씽 못 달리고, 과적 차량이 꽉 밀려서 시원스레 못 달리고, 그리고 또 속도위반이라 못 달렸다.‘다시 사막에 가고 싶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미친 듯 속 시원히 달려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냥 생각만 그렇게 했다. 8월23일 14시 은천을 향해 덥다. 수수밭을 지나며 깜빡 졸았는데, 문득 눈을 떠보니 길가 양쪽에 감자가 산처럼 쌓여있다. 옆에도, 앞에도, 그리고 뒤에도, 감자를 가득 실은 트럭이다. 사람들은 모두 감자위에 서있거나 앉아있다.“여기 감자 1t에 얼마인지 아십니까?” 무전기에서 누군가가 물었다. 싸겠지. 그러나 얼마나 쌀까?“1t에 500위안이랍니다.”그러나 그건 정말 믿기지 않았다. 아무리 싸도 그렇지. 아마 중국어를 잘못 알아들은 것이겠지. 동그라미를 하나 덜 붙인 것이 아닐까? 나는 다시 졸기 시작했다. 8월25일 21시 장가구 도착 내몽고지역을 지나쳤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생김이 어딘가 우리와 닮은 사람들. 왠지 정이 간다.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그 짧은 시간을 놓치지 않고 볶은 콩을 바구니에 담은 할아버지가 다가왔다. 몇 봉지 안 되는 그 물건들을 다 팔아드렸더니 할아버지의 입이 벌어졌다. 콩은 아주 고소했다. 오늘 저녁은 한식이다. “와우!” 아리랑식당에서 소주와 함께 삼겹살과 김치전을 먹었다. 얼마나 맛있었는지!(그런데 사실, 한국에서 난 삼겹살을 먹지 않는다.)우리나라는 잘 있는지, 사랑하는 고국의 동포들은 모두 잘 있는지, 한 달 가까이 한국에 관한 아무런 뉴스도 듣지 못한 우리는, 소주잔을 권커니 잣커니 하며, 나라걱정에 밤 깊어가는 줄 몰랐다. 8월26일 9시 운하를 건너서주유소에 도착해 무심코 문을 여는데, 순간적으로 기분이 이상하다. 콰당! 재빨리 문을 닫고 눈을 크게 떴다. 벌떼다. 시커먼 벌떼가 바로 코앞, 주유기 근처에서 윙윙거리고 있다. 수백마릴까?, 수천마릴까? 정말 별 일이 다 있다. 주유소에서 우린 늘 두 가지를 해결하곤 했다. 차에 기름을 넣고, 몸속의 물을 빼고. 그런데 이곳에서는 그중 한 가지를 할 수가 없다. 아주, 아주 유감이다. 왜냐하면 중국의 화장실은 몹시 유명한데, 그나마 주유소의 그것은 조금 낫기 때문이다. 벌떼 때문에, 우리는 한참 후에 등급이 확 떨어지는 다른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휴…. 8월26일 11시40분 만리장성에서 질린다. 처음 보는 게 아닌데도, 만리장성은 여러모로 사람을 질리게 한다. 8월 27일 1시 45분 천진 도착 차 한 대의 시동이 꺼졌다. 끝내 차를 고치지 못해서, 우린 새벽 1시가 넘어 호텔에 도착했다. 식당은 모두 문 닫았고, 밥을 먹을 경황도 없이 달려온 끝이라, 우린 마지막 비상식량을 털었다. 내게도 컵라면 한 개가 돌아왔다. 그러나 ‘무기’가 없었다. 생각 끝에, 나는 재크 나이프를 빼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어렵사리 먹은 라면은 그대로 얹혔다. 방금 먹은 라면을 도로 토해내면서, 나는 빌었다.‘내 생애, 다시는 라면을 나이프로 먹는 일이 없기를!’ 8월27일 13시 천진에서편안하게 누워 발마사지를 받았다. 여독을 모두 풀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깜찍하게 인천항에 진입하고 싶었다. 아아, 내일이면 배를 탄다!
  • [마광수의 섹스토리] 가자,장미호텔로!

    [마광수의 섹스토리] 가자,장미호텔로!

    “당신이 마광수란 사람인가요?”하고 어떤 여인이 내 학교 연구실로 들어서며 말했다. 눈이 번쩍 띄게 희한한 차림의 여자가 서 있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옆구리에 은색 줄무늬가 들어간 보라색 재킷과 엉덩이만 아슬아슬하게 가릴 정도의 짧은 뱀가죽 무늬 미니스커트를 보자 나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다리로 옮아갔다. 그녀의 다리는 엄청나게 길고 매끈했으며, 뱀이 꽃을 휘휘 감고 있는 모양으로 짜여진 검은 망사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이토록 야한 여자의 출현에 나는 그만 머리가 팽 돌아버렸다. 한참만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여자에게 말했다. “맞습니다. 제가 마광수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그러자 여인은 고개를 이쪽 저쪽으로 돌리며 내 연구실 풍경을 스케치했다. 그녀가 고개를 움직이자, 그녀의 왼쪽 귀에 매달린 다섯 줄의 굵은 은빛 쇠사슬이 어깨까지 내려와 드리워진 게 보였다. 오른쪽 귀에는 한 줄의 쇠사슬과 솔방울만한 귀걸이가 무겁게 매달려 있었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매로 나를 쏘아보았다. 그녀와 나의 눈길이 마주치자, 그 눈빛이 너무 야해서 나는 그만 눈길을 피해버렸다. 그녀는 실망한 듯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제일 야하기로 소문난 그 마광수란 사람이 어디 있죠? 당신 얼굴은 영 야하지 않은데요?” 그러면서 그녀는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들어 나를 가리켰다. 길디긴 손톱은 세로로 반을 나누어 황금색과 보라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그러찮아도 나무젖가락처럼 긴 손가락과 어우러져 무시무시하게 길어 보였다. 나는 그녀가 그 긴 손톱(10㎝가 넘어보이는)으로 분명하게 내 눈을 가리키자 이유도 없이 가슴이 쿵쿵 뛰고 겁도 약간 났다. “실망하셨을지 모르지만 내가 바로 그 마광수입니다.” 한참만에 내가 그녀에게 말했다. “아, 당신이 마광수 교수로군요. 너무 수수하고 점잖게 생기셔서 아닌 줄 알았어요. 그럼 잠깐 저랑 이야기 좀 나누실 수 있을까요?” 나는 그녀를 차마 내 연구실에 둘 수 없었다. 너무 화려하고 야해서였다. 나는 남의 이목이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이끌고 내 방을 나왔다. 그리고 그녀를 내 승용차에 태우고 학교에서 떨어진 H대 앞 카페 ‘Tess’로 갔다. 그녀는 나보다 키가 훨씬 컸는데(내 키는 175㎝이다), 자세히 보니 앞굽은 없고 뒷굽만 15㎝가 넘는 펌프스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어림잡아 진짜 키가 180은 돼 보였다. 그녀는 머리를 계속 꼿꼿이 쳐들고 있어 마치 패션모델처럼 보였다. “아, 이 카페 분위기가 좋군요. 여기서 당신을 보니까 역시 야한 구석이 있어요.”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웃음소리와 함께 어깨와 목에 걸린 쇠사슬이 부딪쳐 달그닥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녀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는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내가 그녀의 마음에 영 안들었다면 당장이라도 그 긴 손톱으로 나를 할퀴고 쇠사슬로 나를 패기나 할 것처럼, 나는 그녀에게 겁을 먹고 이상한 긴장감을 가진 채 그녀를 대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첫인상에 압도되어 그녀가 왜 나를 찾아왔는지 물어볼 생각도 못했다. 생전 처음 본 요상한 여자가 나타나 다짜고짜 내게 은근한 추파를 보내고 있는데, 나는 아무 소리도 못하고(내가 그래도 ‘명강의’로 소문난 사람인데!)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었다. “마 교수님, 당신 눈초리를 보니 제가 마음에 드시는가 보죠?”하고 여자가 말했다. “아…예…예….” 나는 어찌 대답할 줄을 몰라 말을 얼버무리며 바보같이 얼굴만 붉히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그녀는 굉장한 미인이었다. 그러나 야하디야한 차림새나 짙은 화장에서 풍기는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본래의 아름다움이 금방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좀 무섭고 그로테스크하고 낯설었다. “마 교수님, 그럼 본론을 이야기할게요.” 여자가 나를 쏘아보며 다시 말했다. 목소리조차 허스키하게 음란하였다. “당신과 함께 진한 섹스를 하고 싶어요. 괜찮으시겠죠?” 내가 금세 대답을 못하자(나는 원래 ‘오럴’ 체질이지 ‘삽입’체질이 아니어서), 그녀가 다시 나를 향해 빠르게 말했다. “우리 어서 가요. 이 근처에 ‘장미호텔’이 있죠? 당신이 시로 쓴 적이 있는….”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기운을 내어 대답했다. 에라 모르겠다 싶었다. 본능이 슬슬 발동해 왔다 “그럼 그리로 가지요.” 우리는 카페를 빠져나와 근처에 있는 장미호텔로 갔다. 다행히 빈 방이 있었다. 룸안에 들어서자 바로 이곳이 천국이구나 싶었다. 남의 이목을 의식할 필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녀가 침대 모서리에 앉을 때 그 짧은 미니스커트가 아슬아슬하게 당겨 올라가는 것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긴 다리는 검은 망사 스타킹에 둘러싸여 더욱 미끈하게 뻗어 있었다. 처음에 왼쪽 다리를 오른쪽 다리 위로 올려 꼬고 앉은 그녀는 잠시 후 다리를 바꾸었다. 이 장면은 마치 영화 ‘원초적 본능’에서의 샤론 스톤을 연상시켰다. 그녀가 다리를 반대편으로 꼴 때 나는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혹시 ‘노 팬티’가 아닐까? 손바닥만한 미니스커트에 팬티까지 입는다는 건 너무나 비상식적이다. “그렇게 어색해하시지 말고 어서 제 옆에 와서 앉아요. 그리고 우리 둘 다 옷을 벗어요.” 여자의 말이었다. 나는 마음 속으로 ‘이 여자한테 질 수는 없다.’고 뇌까리며 옷을 벗었다. 그녀도 옷을 벗었다. 재킷을 벗자 속이 훤히 비치는 얇은 남색 상의가 나타났다. 그 옷은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자줏빛, 보랏빛으로 변했는데 얼마나 훤히 비치는지 커다란 배꼽고리를 매단 젖꼭지와 브래지어의 레이스 모양, 그리고 가슴 곡선을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가슴이 갑자기 몹시 뛰고 시선을 어디 두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그녀는 마치 스트립쇼를 하듯 옷을 천천히 다 벗고 나서 내게 다가오더니 내 등을 감싸고 나를 침대 위에 뉘었다. 나의 벌거벗은 몸뚱어리는 ‘관능적 경탄’에 못이겨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고 있었다. 그녀는 나의 오른손을 잡아 그녀의 치구(恥丘) 위에 올려놓는 것이었다. 그녀는 살짝 다리를 벌렸고 내 손이 가 닿은 것은 그녀의 거웃이었다. 그녀는 내 입술에 자기의 입술을 맞대고 비비며 혓바닥을 내 입속으로 들이밀었다. 한없이 부드러운 혀가 내 입안을 섬세하고 부드럽게 훑었다. 나는 이성을 잃고 있었다. 내 입술은 그녀의 입술과 비비고 쓰다듬고 핥고 빨며 엉겨붙었다. 나는 그녀의 사타구니 안에 갇혀 있는 내 손을 그냥 놔둘 수 없었다. 나는 그녀의 음부를 잡았다. 그녀의 밑을 적시고 있는 축축한 애액을 손가락에 묻혀, 그녀의 아랫도리의 산맥과 골짜기들을 어루만지고 왕복하고 회전하고 질주했다. 나는 드디어 그녀의 사타구니에 내 코를 박았다. 나는 흠흠흠 그녀의 여자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혀로 핥았다. 그녀의 질에서 흘러나오는 애액의 시큼시큼한 맛이 나를 더욱 흥분시켰다. 그녀의 애틋한 신음소리가 내 귀를 애무했다. 그녀는 이윽고 입술을 열어 내 페니스를 물었다. 그녀의 촉촉한 입술이 내 페니스를 샅샅이 애무할 때 나는 자지러지는 듯한 환희를 느꼈다. 그녀는 내 고환을 입에 넣어 부드럽게 굴리고, 페니스의 뿌리까지 혀로 밀어 자극했으며 항문까지 핥아주었다. 그녀는 그 다음엔 내 허벅지와 골반뼈까지 샅샅이 핥아나갔다. 나는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을 쥐고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귀를 깨물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녀의 귀에는 은빛 쇠사슬이, 그리고 목에는 넓게 번쩍이는 이집트식 목걸이가 매달려 있었기 때문에 핥을 수는 있어도 깨물 수는 없었다. 나는 그녀의 귀걸이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조심스럽게 벗겨냈지만 마지막 귀걸이를 벗겨낼 때 그만 그녀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를 듣고 말았다. 그러나 그 소리는 흡사 높은 음의 바이올린 소리처럼 들렸다. 바이올린 소리처럼 섹시한 소리가 또 어디 있을까…. 나는 그녀의 피를 핥고 또 빨았다. ■마광수는 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사랑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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