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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바일투표 시비’ 앙금…문재인-김두관 악수도 않고 외면

    ‘모바일투표 시비’ 앙금…문재인-김두관 악수도 않고 외면

    28일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지역순회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2837표로 45.85%를 차지, 1위에 올랐다. 제주와 울산에서 열린 두 차례 지역순회 경선에 이어 초반 3연승을 달렸다. 강원도를 ‘제2의 고향’이라 부르며 추격을 노렸던 손학규 후보는 2328표(37.63%)로 2위를 차지하며 선전했다. 김두관 후보는 678표(10.96%)를 얻어 3위, 정세균 후보는 344표(5.56%)로 4위에 그쳤다. 투표율은 61.25%로 집계됐다. 이로써 제주와 울산, 강원까지 세 지역 경선 결과를 합산한 누적 득표에서는 문 후보가 1만 9811표(55.34%)를 얻었고, 손 후보(7615표·21.27%), 김 후보(6675표·18.65%), 정 후보(1696표·4.74%) 순으로 나타났다. 1·2위간 지지율 격차는 34.07% 포인트나 벌어졌다. 문 후보는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이겼지만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으로 마음이 답답하다.”면서 “우리 사이에서 누가 1등 하느냐가 다가 아니다. 국민들에게 다가가고 신뢰받는 경선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강원에서 조직세의 우위를 점쳤던 손 후보는 어느 정도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손 후보 측은 “아쉬움이 크지만 선전했다.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내일모레 충북에서 확실한 승리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날 강원 경선은 모바일투표 공정성 논란이 우여곡절 끝에 봉합된 뒤 열린 첫 경선이었다. 울산 경선 파행으로 인한 후유증 탓에 어수선하고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행사 시작 전 문 후보와 김두관 후보가 행사장 안에서 마주쳤으나, 악수도 하지 않고 외면했다. 문·손 후보는 말없이 냉랭하게 악수만 나눴다. 첫 번째 연설자로 나선 문 후보는 파행 후유증을 봉합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이번 민주당 경선은 네 명 가운데 한명을 고르는 게 아니다. 네 명의 힘을 하나로 모아서, 백배 천배 힘을 키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반면 비문(非文) 후보들은 모바일투표 논란이 완전히 봉합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연설에서 “불공정·비상식적인 경선을 바로잡기 위해 경선을 잠시 중단했다.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서 “모바일 선거에서 1만 3000명이 불참한 것으로 됐다. 1·2·3번만 듣고 찍으면 참정권을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손 후보는 경선 불공정성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며 수위를 조절했다. 그는 성경 구절을 인용, “‘악을 행하는 자들에게 불평하지 말며 불의를 행하는 자들을 시기하지 말지어다. 네 일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 네 의를 빛같이 나타내시며 네 공의를 정오의 빛같이 하시리로다’. 제가 드리려는 말을 여러분은 알 것이다.”라고 했다. 정 후보는 문 후보 비판에 대해서는 자제하고 정책 제시에 주력했다. 황비웅·원주 이영준기자 stylist@seoul.co.kr
  • 산부인과 의사, 숨진 여성에 마취제 등 약물 13종 투여

    서울 강남 산부인과 의사의 시신 유기 사건과 관련, 숨진 이모(30·여)씨는 마취제와 수면유도제를 포함한 13종의 약물을 동시에 투여받다가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초경찰서는 산부인과 전문의 김모(45·구속)씨에 대해 시체 유기, 업무상 과실치사, 마약류 관리법 위반, 의료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9일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나로핀 등 금지 약물까지 사용 김씨는 이씨에게 수면유도제 미다졸람 5㎎을 생리식염수 100㎖에 희석한 용액과 수술 시 마취제로 사용되는 나로핀 7.5㎎, 베카론 4㎎, 리도카인 등 10종의 약물을 포도당 수액인 하트만텍스 1ℓ에 희석한 용액을 링거 방식으로 왼쪽 팔 정맥에 동시에 주사했다. 나로핀은 독성이 강해 혈관 투약이 금지돼 있는 약물이며 베카론은 전신마취 수술 시 자발적인 호흡을 정지시키는 약물이다. 수사에 참여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은 “이 약물을 섞어 사용하는 것은 의사로서 비상식적”이라면서 “투여하면 호흡 곤란을 일으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내놨다. 이어 “미다졸람은 성적 흥분제는 아니지만 성적 흥분을 전혀 일으키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숨진 이씨와 내연관계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해 6월부터 이씨의 집에 여섯 차례 드나들며 이씨에게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세 차례 투여하고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확인했다. 또 숨진 이씨의 몸에서 김씨의 DNA를 검출, 사건 당일에도 약물 투여와 함께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김씨는 “내연관계가 아니다.”라며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8시 54분쯤 김씨로부터 ‘언제 우유 주사 맞을까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오늘요’라고 답한 이씨는 그날 오후 11시쯤 김씨의 병원을 찾았다. ‘우유 주사’의 의미에 대해 김씨는 ‘영양제’라고 진술했으나 앞서 이씨에게 흰색 액체인 프로포폴을 놓아 주고 관계를 맺어 온 점 등으로 미뤄 결국 성관계를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찰, 살해 증거는 못 찾아 오후 11시 15분쯤 김씨가 제왕절개수술을 마친 수술실에서 가져온 약물을 꺼내 놓자 이씨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약 35분간 베카론, 미도카인, 박타신 3종의 약물이 무슨 용도인지 검색했다. 31일 0시쯤 함께 병실로 가 약물 투여를 시작했고 성관계를 가졌다. 오전 1시 50분쯤 김씨가 청진기와 펜라이트를 찾아 병실로 다시 들어간 것으로 미뤄 이씨의 사망 시간은 오전 1시에서 1시 50분 사이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김씨는 오전 4시 27분쯤 이씨의 시신을 한강공원 잠원지구 주차장에 승용차와 함께 버리고 도주했다. 이 자리에는 김씨의 부인 서모(41)씨도 동행했다. 서씨는 시체 유기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김씨가 이씨를 살해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그러나 전문의가 인체에 치명적인 약물을 섞어 혈관에 직접 투여했다는 점 때문에 살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서울광장] 5·16과 역사이성/김종면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5·16과 역사이성/김종면 수석논설위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 60여년, 한국 현대사는 한마디로 격동의 역사다. 해방과 분단,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했다. 그러나 한편 억압의 시대는 크나큰 고통을 안겨줬다. 숱한 정치적 사건들이 모자이크돼 있는 현대사를 온전히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학계에서도 현대사는 민감한 분야라는 이유로 기피 대상이 됐겠는가. 현대사는 ‘불신의 역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요즘 정치권의 ‘5·16논쟁’을 보면 회의가 앞선다. 현대사 이해의 키워드인 5·16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정파적 진영논리를 내세우기 일쑤다. ‘그들만의 신념’에 사로잡힌 어설픈 역사몰이꾼들이 넘쳐난다. 비판적인 거리를 두고 역사의 진실을 밝혀내려는 노력이 아쉽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의 5·16 발언이 논란을 낳고 있다. 그는 5·16을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다. 국민의 삶을 챙길 일도 많은데 계속 역사논쟁을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요컨대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는 얘기다. 그 바탕에는 5·16은 쿠데타가 아니라 ‘구국의 혁명’이라는 도덕적 확신이 깔려 있다. 5·16 옹호 혹은 미화로 요약되는 그의 현대사 인식은 과연 온당한 것인가. 국가지도자에게 올바른 역사관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역사의식이 필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참여정부를 출범시키면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한 역사”라고 불렀다. 이 같은 ‘자학사관’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했나. 다양한 역사해석의 문을 닫아버린 채 일면의 진실만을 강조하는 것은 비상식에 속한다. 5·16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주장 또한 상식적인 역사관에 기초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5·16은 불행한 쿠데타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도 박 후보는 요지부동이다. ‘개인사관’의 굴레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그의 5·16관(觀)은 가히 제왕적이라 할 만하다. 최근 박 후보의 5·16 발언과 관련, 캠프 내에서도 국민이 공감할 수 없다면 표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5·16 발언 이후 이틀 만에 지지율이 4.5% 포인트나 떨어졌다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이 한갓 중원의 ‘들토끼’(중도층) 마음을 돌리기 위한 선거공학적 필요에 의한 것이라면 너무 옹색하다. 국가 최고지도자를 꿈꾸는 유력 대권주자라면 현실이 아니라 역사에 살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박 후보는 엊그제 제주 4·3사건을 언급하며 현대사의 상처를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분히 5·16 발언의 역풍을 의식한 말이다. 어쨌든 본인에게는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는 현대사 인식에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면 반가운 일이다. 5·16 문제도 그처럼 좀 더 유연하고 공변된 자세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역사논쟁을 단순히 ‘과거와의 싸움’으로만 보는 건 단견이다.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는 말은 무책임에 가깝다. 역사에 대한 정당한 이해 없이 미래에 대한 구상은 불가능하다. 역사논쟁은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좋다. 우리 현대사에 흉한 생채기를 남긴 5·16에 대한 판단을 언제 열릴지도 모를 ‘역사의 법정’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박 후보는 역사인식에 대한 검증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그의 주위에 진을 친 책상물림 정치이데올로그들의 ‘조언 아닌 조언’에 기댈 일이 아니다. 그들이 아무리 이로정연한 언설을 늘어놓은들 감동할 국민은 없다. 박 후보가 직접 국민 앞에 나서 선은 이렇고 후는 이렇다고 다시 한번 분명히 5·16의 진실을 말해야 한다. 헌정질서가 파괴되고 인권이 유린당한 ‘과정’은 어찌됐든 경제성장의 ‘결과’가 좋으니 혁명이라는 식의 5·16론은 누가 봐도 공소하다. ‘절반의 진실’에 불과한 5·16 발언의 완전 수정판을 보고 싶다. 대선이 코앞이다. 역사를 ‘이해’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역사적 이성을 발휘할 때다. jmkim@seoul.co.kr
  • SBS ‘신사의 품격’ 작가, MBC 맹비난하며

    SBS ‘신사의 품격’ 작가, MBC 맹비난하며

    KBS, MBC, SBS, EBS 등 방송 4사 및 외주제작사 시사교양 작가 778명이 MBC ‘PD수첩’ 집필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30일 이 같은 입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하고 최근 ‘PD수첩’ 작가 6명의 해고를 결정한 MBC에 해고 철회를 요구했다. 이번 보이콧 참여 인원은 국내 방송에 종사하는 시사교양작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규모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작가 전원 해고는 그간 물리적, 정신적 탄압 아래에서도 작가적 양심을 지키고자 했던 ‘PD수첩’ 작가들에 대한 치졸한 보복이며, 이후에 대체돼 들어올 작가들을 향한 사전 경고”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사교양 작가들을 부당한 조치에 의해 거리로 내몰린 동료 작가들의 빈자리에 들어가 사장이나 간부들이 불러주는 대로 쓰는 작가군으로 여겼다면 이는 전체 시사교양 작가들에 대한 모독이며 치욕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사교양 작가들은 또 “작가 6명이 전원 복귀할 때까지 기꺼이 싸움에 함께할 것”이라며 보이콧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인기 드라마 작가들도 앞다퉈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SBS ‘신사의 품격’을 집필 중인 김은숙 작가는 “전원 해고라는 비상식적이고 치졸한 행태에 화가 난다. 양심도 명분도 없는 비겁한 보복”이라며 해고 작가들에게 ‘작가들의 잘못이 아니니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KBS ‘그들이 사는 세상’ ‘거짓말’ 등을 집필한 노희경 작가는 “해고된 작가들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지나간 MBC의 명성이 다시 돌아온다.”고 밝혔다. MBC ‘빛과 그림자’의 최완규 작가는 “여러분의 투쟁이 승리해 잃어버린 공정방송과 무너진 상식이 제자리를 찾기를 기원하며 투쟁을 지지한다.”고 응원했다. SBS ‘뿌리깊은 나무’의 김영현 작가는 “계약도 무시하고, 최소한의 동료의식도 내팽개친 MBC의 이번 행태는 전 방송작가들의 연대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SBS ‘싸인’을 집필한 장항준 작가는 “김재철 사장님, 아무리 생각해봐도 MBC에서 해고돼야 할 사람은 오직 당신뿐입니다.”라고 주장했다. 방송 4사 구성작가협의회는 성명서 발표와 함께 이날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작가 전원 해고 규탄 및 대체 작가 거부 결의대회를 열었다. 한편 MBC 측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적합한 배우나 연예인, 작가를 기용하는 것처럼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담당 책임자가 (작가를) 섭외하고 계약한다. (이번 PD수첩 건도) 해고가 아니라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종전 입장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SBS ‘신사의 품격’ 작가, MBC 맹비난하며

    SBS ‘신사의 품격’ 작가, MBC 맹비난하며

    KBS, MBC, SBS, EBS 등 방송 4사 및 외주제작사 시사교양 작가 778명이 MBC ‘PD수첩’ 집필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30일 이 같은 입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하고 최근 ‘PD수첩’ 작가 6명의 해고를 결정한 MBC에 해고 철회를 요구했다. 이번 보이콧 참여 인원은 국내 방송에 종사하는 시사교양작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규모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작가 전원 해고는 그간 물리적, 정신적 탄압 아래에서도 작가적 양심을 지키고자 했던 ‘PD수첩’ 작가들에 대한 치졸한 보복이며, 이후에 대체돼 들어올 작가들을 향한 사전 경고”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사교양 작가들을 부당한 조치에 의해 거리로 내몰린 동료 작가들의 빈자리에 들어가 사장이나 간부들이 불러주는 대로 쓰는 작가군으로 여겼다면 이는 전체 시사교양 작가들에 대한 모독이며 치욕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사교양 작가들은 또 “작가 6명이 전원 복귀할 때까지 기꺼이 싸움에 함께할 것”이라며 보이콧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인기 드라마 작가들도 앞다퉈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SBS ‘신사의 품격’을 집필 중인 김은숙 작가는 “전원 해고라는 비상식적이고 치졸한 행태에 화가 난다. 양심도 명분도 없는 비겁한 보복”이라며 해고 작가들에게 ‘작가들의 잘못이 아니니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KBS ‘그들이 사는 세상’ ‘거짓말’ 등을 집필한 노희경 작가는 “해고된 작가들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지나간 MBC의 명성이 다시 돌아온다.”고 밝혔다. MBC ‘빛과 그림자’의 최완규 작가는 “여러분의 투쟁이 승리해 잃어버린 공정방송과 무너진 상식이 제자리를 찾기를 기원하며 투쟁을 지지한다.”고 응원했다. SBS ‘뿌리깊은 나무’의 김영현 작가는 “계약도 무시하고, 최소한의 동료의식도 내팽개친 MBC의 이번 행태는 전 방송작가들의 연대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SBS ‘싸인’을 집필한 장항준 작가는 “김재철 사장님, 아무리 생각해봐도 MBC에서 해고돼야 할 사람은 오직 당신뿐입니다.”라고 주장했다. 방송 4사 구성작가협의회는 성명서 발표와 함께 이날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작가 전원 해고 규탄 및 대체 작가 거부 결의대회를 열었다. 한편 MBC 측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적합한 배우나 연예인, 작가를 기용하는 것처럼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담당 책임자가 (작가를) 섭외하고 계약한다. (이번 PD수첩 건도) 해고가 아니라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종전 입장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못배웠으니 이자 더 내라” 7만여명 가산금리

    은행권의 학력차별 대출금리가 도마에 올랐다. ‘가방끈이 짧은’ 대출자는 석·박사 학위자보다 신용평가를 불리하게 받고, 더 많은 대출이자를 물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에 이어, 학력과 돈 갚을 능력이 비례한다고 보는 비상식적인 상술에 고객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이같은 상품이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엉터리 관리감독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시중은행에서는 대출심사를 하면서 결혼여부도 체크, 미혼자에게는 기혼자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감사원의 금융권역별 감독실태 공개문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2008~2011년 개인신용대출을 거절한 4만 4368명 가운데 1만 4138명(31.9%)은 학력이 낮아 돈을 못 빌렸다. 이들이 신청한 대출금은 1241억원이다. 신한은행이 이 기간 취급한 15만 1648명의 개인신용대출 가운데 7만 3796명(48.7%)은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하락해 이자를 17억원 더 냈다. 신한은행은 처음 신용거래를 튼 고객에 한정해 6개월간 학력을 신용평점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매길 때 대출자의 학력 수준에 비례해 차등을 뒀다. 고졸 이하 대출자의 신용평점은 13점으로 석·박사 학위자(54점)의 4분의1에 불과했다. 신용평점은 대출 승인 여부와 대출금리에 영향을 준다. 즉 학력이 낮으면 소득, 직업 등 다른 점수를 충족해도 돈을 빌리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받아 왔다는 뜻이다. 감사원은 “학력은 직업이나 급여 등에 이미 영향을 줘 평점에 반영됐는데, 학력을 따로 보는 건 적절치 못하다.”면서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이 서진원 신한은행장에게 학력을 제외한 신용평가 모델을 다시 만들도록 주문했다. 신한은행은 급히 신용평가 모델을 고쳐 지난 5월부터 학력을 빼고 대출 심사 평가를 하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학력을 포함한 신용평가 모델은 처음 거래하는 고객에 한정해 6개월간만 반영해 왔다.”면서 “6개월 이후에는 은행 거래 실적이 쌓이기 때문에 학력을 대출금리 산정 등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심사 과정에서 결혼 여부를 체크하는 은행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학력차별 신용평가 모델은 2008년 4월 금감원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금감원도 지도·감독의 책임이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 은행이 제출한 신용평가 모델에서 부도확률이 적정한지만 따질 뿐, 학력 등 구체적인 평가 항목까지 들여다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개인신용평가회사들이 단기연체 정보까지 마구잡이로 끌어모은 것도 대출금리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은행들은 코리아크레딧뷰로(KCB)나 나이스신용평가정보 등 개인신평사로 집중되는 연체정보를 활용해 자체 신용등급을 매기고 대출금리를 정한다. 신평사들은 원리금이 5영업일만 늦게 들어와도 연체로 잡는다. 감사원이 분석해보니 이들 단기연체자는 대부분 한 달 안에 돈을 갚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5영업일 이상 단기연체 정보를 신용등급 평가에 고스란히 반영해 대출금리를 높였다. 카드대금 41만 5000원을 불과 일주일 늦게 갚은 A씨가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때 대출금리가 2% 포인트나 올라 이자를 160만원 더 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신한은행 “못배운 사람 이자 더 받아라” 파문

    신한은행 “못배운 사람 이자 더 받아라” 파문

    은행권의 학력차별 대출금리가 도마에 올랐다. ‘가방끈이 짧은’ 대출자는 석·박사 학위자보다 신용평가를 불리하게 받고, 더 많은 대출이자를 물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답합 의혹에 이어, 학력을 돈 갚을 능력과 비례한다고 보는 비상식적인 상술에 고객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이같은 상품이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엉터리 관리감독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시중은행에서는 대출심사를 하면서 결혼여부도 체크, 미혼자에게는 기혼자보다 많은 금리를 부담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감사원의 금융권역별 감독실태 공개문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2008~2011년 개인신용대출을 거절한 4만 4368명 가운데 1만 4138명(31.9%)은 학력이 낮아 돈을 못 빌렸다. 이들이 신청한 대출금은 1241억원이다. 신한은행이 이 기간 취급한 15만 1648명의 개인신용대출 가운데 7만 3796명(48.7%)은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하락해 이자를 17억원 더 냈다. 신한은행은 처음 신용거래를 튼 고객에 한정해 6개월간 학력을 신용평점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매길 때 대출자의 학력 수준에 비례해 차등을 뒀다. 고졸 이하 대출자의 신용평점은 13점으로 석·박사 학위자(54점)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신용평점은 대출 승인 여부와 대출금리에 영향을 준다. 즉 학력이 낮으면 소득, 직업 등 다른 점수가 충족해도 돈을 빌리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받아왔다는 뜻이다. 감사원은 “학력은 직업이나 급여 등에 이미 영향을 줘 평점에 반영됐는데, 학력을 따로 보는 건 적절치 못하다.”면서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이 서진원 신한은행장에게 학력을 제외한 신용평가 모델을 다시 만들도록 주문했다. 신한은행은 급히 신용평가 모델을 고쳐 지난 5월부터 학력을 빼고 대출 심사 평가를 하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학력을 포함한 신용평가 모델은 처음 거래하는 고객에 한정해 6개월간만 반영해왔다.”면서 “6개월 이후에는 은행 거래 실적이 쌓이기 때문에 학력을 대출금리 산정 등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심사 과정에서 결혼 여부를 체크하는 은행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학력차별 신용평가 모델은 2008년 4월 금감원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금감원도 지도·감독의 책임이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에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 은행이 제출한 신용평가 모델에서 부도확률이 적정한지만 따질 뿐, 학력 등 구체적인 평가 항목까지 들여다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개인신용평가회사들이 단기연체 정보까지 마구잡이로 끌어모은 것도 대출금리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은행들은 코리아크레딧뷰로(KCB)나 나이스신용평가정보 등 개인신평사로 집중되는 연체정보를 활용해 자체 신용등급을 매기고 대출금리를 정한다. 신평사들은 원리금이 5영업일만 늦게 들어와도 연체로 잡는다. 감사원이 분석해보니 이들 단기연체자는 대부분 한 달 안에 돈을 갚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5영업일 이상 단기연체 정보를 신용등급 평가에 고스란히 반영해 대출금리를 높였다. 카드대금 41만 5000원을 불과 일주일 늦게 갚은 A씨가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때 대출금리가 2%포인트나 올라 이자를 160만원 더 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대학교수, 밥값 안내려는 판사에 열받아 결국…

    대학교수, 밥값 안내려는 판사에 열받아 결국…

    “모르는 사람에게 법은 건조하다. 아무것도 아니다. 같은 법 밑에 살지만, 같은 혜택을 보는 게 아니다. 아는 사람만을 위한 법, 그게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거침없다. 마구 지른다. 이렇게 패대기쳐도 괜찮을까. 판·검사를 난도질해도 후환은 없을까. 대한민국 사법제도 개혁, 정말 가능하다고 믿는 건지. ●“사법부의 숨겨진 빙산 91.7% 깨부수자” ‘서초동 0.917’(책과함께 펴냄)은 김희균·노명선·오경식·정승환 등 법학전문대학원·법학부 교수 4명이 서초동으로 상징되는 법조계를 겨냥해 쓴 책이다. 부제 ‘빙산을 부수다, 사법개혁’이 의미하듯 최종 목적지는 사법개혁이다. 책을 대표집필한 김희균(46)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의 사법·교육·정치제도 아래에 빙산이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사법에 전관예우의 잘못이 있으면 정치, 교육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50년 이상 개혁을 얘기하고 있는데 안 되는 이유는 그 근저에 잘못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빙산의 아래에 감춰진 0.917을 깨부수자고 책을 기획했습니다.” 심층인터뷰와 세미나를 거쳤다고 한다. 취재도, 토론도 격렬히 한 냄새가 풀풀 풍긴다. 적절한 비유, 콕 집는 사례가 많다. 사법제도를 지탱하는 4개의 기둥인 법원과 검찰, 경찰, 변호사에 대한 고발이자, 훈계이자, 개혁을 위한 제안이다. 이런 식이다. 판사 항목의 2부에 나오는 한 대목. 밥이나 술자리의 자리배열이 엄격한 법조계에서 “판사가 무조건 상석이다. 그다음 검사, 그다음 교수, 그다음 변호사, 그다음 회사원인데(중략) 가끔 방송국PD라든가 시를 쓴다든가 하는 얘들만 분위기 파악 못하고 상석에 앉았다가 나중에 말석으로 슬슬 내려온다”, “그런데 몇몇 상석은 자리를 파할 때 비상식적인 결론을 유도해서 문제다. ‘참 오늘 돈은 누가 내지?’ 자기가 제일 많이 떠들어 놓고, 밥값은 다른 사람이 낼 때 이 점에서부터 무언가 비리가 시작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3부의 검사 항목에서도 가차 없다. “자칫 정치적 파장이 생길 만한 사건이 닥쳐오면 사건 자체를 보기보다 사건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먼저 생각한다. 정치인 사건이 배당되면 1년도 더 남은 총선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고, 기업인 관련 사건이 배당되면 세계 금융위기로 침체된 국내 경제를 걱정한다. 이게 바로 검사들 생각이다. 하지만 국민은 생각이 전혀 다르다. 그냥 ‘법대로 처리하세요!’” ●법원·검·경·변호사 향한 고발 및 훈계 김 교수는 오해는 하지 말라고 한다. 특정 기관을 꼬집을 의도로 쓴 건 아니라고. “사법제도 전반이 잘못 굴러가고 있고 각자가 자기 일을 제대로 못 한다는 차원입니다. 대검이 해서는 안 될 수사를 하고 있으니, 법원행정처가 무소불위가 되고 있으니, 자기 위치에 서서 돌아보면 좋겠다. 바깥에서 이렇게 보고 있으니, 안에 있는 분들이 한번 생각해 보시라는 뜻입니다.” 12월의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출판인 만큼 타깃이 정치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건 아니라고 했다. “가장 읽어 주면 하는 게 갓 법조에 들어간 젊은 판·검사이고 두 번째가 법학도들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일반 시민들이고요. 정치권을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닙니다.” 4명의 원고를 김희균 교수가 전체 톤의 일관성을 고려해 ‘가볍고 재밌게’ 다시 썼다고 한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기 전부터 “고시공부가 싫어 딴짓을 많이 했던” 그는 극단, 출판사 근무에 파리8대학(불문학 학사, 석사, 박사),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로스쿨(법학박사)까지 다양한 경험을 누렸다. 글솜씨도 웬만한 논객 뺨친다.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 경제민주화가 대선의 초점이 될 것 같지만 사법개혁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야 한다.”는 그는 “재량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법으로만 해결하는 법치주의를 실천하겠다는 대선 후보가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인터뷰를 맺었다. 글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서초동 0.917’ 대표집필자 김희균

    [저자와 차 한 잔] ‘서초동 0.917’ 대표집필자 김희균

    “모르는 사람에게 법은 건조하다. 아무것도 아니다. 같은 법 밑에 살지만, 같은 혜택을 보는 게 아니다. 아는 사람만을 위한 법, 그게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거침없다. 마구 지른다. 이렇게 패대기쳐도 괜찮을까. 판·검사를 난도질해도 후환은 없을까. 대한민국 사법제도 개혁, 정말 가능하다고 믿는 건지. ●“사법부의 숨겨진 빙산 91.7% 깨부수자” ‘서초동 0.917’(책과함께 펴냄)은 김희균·노명선·오경식·정승환 등 법학전문대학원·법학부 교수 4명이 서초동으로 상징되는 법조계를 겨냥해 쓴 책이다. 부제 ‘빙산을 부수다, 사법개혁’이 의미하듯 최종 목적지는 사법개혁이다. 책을 대표집필한 김희균(46)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의 사법·교육·정치제도 아래에 빙산이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사법에 전관예우의 잘못이 있으면 정치, 교육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50년 이상 개혁을 얘기하고 있는데 안 되는 이유는 그 근저에 잘못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빙산의 아래에 감춰진 0.917을 깨부수자고 책을 기획했습니다.” 심층인터뷰와 세미나를 거쳤다고 한다. 취재도, 토론도 격렬히 한 냄새가 풀풀 풍긴다. 적절한 비유, 콕 집는 사례가 많다. 사법제도를 지탱하는 4개의 기둥인 법원과 검찰, 경찰, 변호사에 대한 고발이자, 훈계이자, 개혁을 위한 제안이다. 이런 식이다. 판사 항목의 2부에 나오는 한 대목. 밥이나 술자리의 자리배열이 엄격한 법조계에서 “판사가 무조건 상석이다. 그다음 검사, 그다음 교수, 그다음 변호사, 그다음 회사원인데(중략) 가끔 방송국PD라든가 시를 쓴다든가 하는 얘들만 분위기 파악 못하고 상석에 앉았다가 나중에 말석으로 슬슬 내려온다”, “그런데 몇몇 상석은 자리를 파할 때 비상식적인 결론을 유도해서 문제다. ‘참 오늘 돈은 누가 내지?’ 자기가 제일 많이 떠들어 놓고, 밥값은 다른 사람이 낼 때 이 점에서부터 무언가 비리가 시작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3부의 검사 항목에서도 가차 없다. “자칫 정치적 파장이 생길 만한 사건이 닥쳐오면 사건 자체를 보기보다 사건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먼저 생각한다. 정치인 사건이 배당되면 1년도 더 남은 총선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고, 기업인 관련 사건이 배당되면 세계 금융위기로 침체된 국내 경제를 걱정한다. 이게 바로 검사들 생각이다. 하지만 국민은 생각이 전혀 다르다. 그냥 ‘법대로 처리하세요!’” ●법원·검·경·변호사 향한 고발 및 훈계 김 교수는 오해는 하지 말라고 한다. 특정 기관을 꼬집을 의도로 쓴 건 아니라고. “사법제도 전반이 잘못 굴러가고 있고 각자가 자기 일을 제대로 못 한다는 차원입니다. 대검이 해서는 안 될 수사를 하고 있으니, 법원행정처가 무소불위가 되고 있으니, 자기 위치에 서서 돌아보면 좋겠다. 바깥에서 이렇게 보고 있으니, 안에 있는 분들이 한번 생각해 보시라는 뜻입니다.” 12월의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출판인 만큼 타깃이 정치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건 아니라고 했다. “가장 읽어 주면 하는 게 갓 법조에 들어간 젊은 판·검사이고 두 번째가 법학도들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일반 시민들이고요. 정치권을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닙니다.” 4명의 원고를 김희균 교수가 전체 톤의 일관성을 고려해 ‘가볍고 재밌게’ 다시 썼다고 한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기 전부터 “고시공부가 싫어 딴짓을 많이 했던” 그는 극단, 출판사 근무에 파리8대학(불문학 학사, 석사, 박사),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로스쿨(법학박사)까지 다양한 경험을 누렸다. 글솜씨도 웬만한 논객 뺨친다.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 경제민주화가 대선의 초점이 될 것 같지만 사법개혁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야 한다.”는 그는 “재량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법으로만 해결하는 법치주의를 실천하겠다는 대선 후보가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인터뷰를 맺었다. 글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19대 개원 여야 대표에게 듣는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

    [19대 개원 여야 대표에게 듣는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

    19대 국회가 2일 본회의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열리는 이번 국회는 대선 정국의 지형을 가르는 전초전의 의미를 지닌다. 여야 대표로부터 사실상 ‘대선 국회’에 임하는 구상을 듣는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1일 “현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민주당의 중요한 연대 대상”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안 원장을 지지하는 유권자와 민주당 지지층이 80% 이상 겹치는 상황에서 정권교체에 (도움이) 안 되는 방향으로 간다면 안 원장과의 연대 틀을 변화시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영등포 당사 대표실에서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권교체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면 유권자들이 더 이상 안 원장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현재의 지지율이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다.”며 “민주당은 예정대로 ‘대선 로드맵’을 진행하겠지만 정권교체에 불리할 경우 안 원장을 지지하는 유권자를 정권교체의 대업을 위한 직접적인 연대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구상을 설명했다. 야권의 대표적 전략통으로 꼽히는 이 대표의 발언은 범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시점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안 원장과의 지지율 경쟁에 나설 것임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2012년 대선의 의미는. -이번 대선은 한국 사회가 한 단계 질적으로 발전하느냐, 현 수준에서 맴도느냐를 가르는 분기점이다. 1987년 체제 이후 25년 동안 민주화는 제도적으로 어느 정도 정착했다. 대선 이후 2013년 체제는 선진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새로운 역사적 단계이다. 경제 민주화, 보편적 복지, 한반도 평화 등 3대 의제를 통해 ‘보편적 선진국가’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첫 번째 선거다. →대선 승리를 위한 범야권의 연대 구상은. -2010년 6·2 지방선거와 19대 총선 결과를 보면 정권교체를 명확히 원하는 국민들의 표가 확인됐다. 그 표가 야권이 이번 총선에서 얻은 표와 비슷하다(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43.3%, 민주당 37.9%, 통합진보당은 6.0%로 총유효투표로는 야권이 다소 우세했다). 전체적으로 정권교체를 원하는 표에는 민주당 지지층만 있는 게 아니다. 현재는 안 원장이 중요한 연대 대상이고 통합진보당이 내부 수습을 못해 힘든 시기이지만 꼭 통진당이 아니어도 진보 정치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5~10%가 있다. 또 19대 총선에 불참했지만 대선에서 투표 참여 의사를 밝히는 새로운 유권자가 300만명에 이른다. 대선 야권연대의 틀도 특정 후보나 정당을 탈피해 정권교체를 원하는 모든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방식의 ‘유권자 연대’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형태의 연대는 상상이 안 되는데. -그렇긴 하다. 정치부 기자는 후보와 정당 중심의 연대만 생각한다. 그게 매개 고리는 되지만 더 중요한 건 정권교체를 원하는 유권자를 다 담아 낼 수 있는 방식의 연대이다. 2007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가 따로 출마했다. 그때 지지자들이 민주당으로 안 넘어왔다. 이번에는 정권교체라는 중요한 과제가 있고 연대 정신이 있어 다른 상황이다. 야권 단일 후보에게 표가 올 것이다. 4·11 총선의 투표율은 54.3%였다. 대선은 투표율이 65~70%까지 간다. 총선 투표율보다 10% 포인트 이상 늘어난다. 그 숫자가 300만명이고 주로 30, 40세대다. →안 원장과 민주당의 연대는. -분석해 보면 안 원장을 지지하는 유권자와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80% 이상 겹친다. 안 원장을 지지하는 분들은 정권교체가 안 되는 방향으로 가게 되면 안 원장을 계속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안 원장의 현재 지지율이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유권자 연대가 중요하다. 선거를 많이 해 보면 후보나 당도 중요하지만 유권자의 변화가 훨씬 중요하다. 민주당은 대선 로드맵에 따라 추석 전까지 경선을 끝낸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세론이 만만치 않다. -박근혜 후보는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 모습으로 대선을 치르면 승리가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본다. 새누리당을 보면 ‘의중 정치’가 판치고 있다. 그쪽 의원들 얘기를 들어 보면 박 후보의 의중이 뭔지 확인될 때까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아무런 얘기를 안 한다. ‘박 후보의 의중이 도대체 뭐야’ 하고 묻다가 그게 파악되면 그때서야 ‘와’ 하고 움직인다. 국가관 발언의 경우 역풍에 박 후보가 더 이상 언급을 안 하니 쑥 들어간다. 그런 의중 정치가 어디 있나. 내가 새누리당 의원들을 만날 때마다 소신껏 정치하라고 말한다. →박 후보의 약점은. -박 후보가 정책은 그럴듯하게 포장할지 모르겠는데 종합적으로 보면 토론의 체계가 없다. 그런 느낌이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을까 싶다. 소통 능력도 없다. 폐쇄적이다. 소속 의원들하고도 소통 안 하고 국민하고도 소통 안 하고 언론하고도 하지 않고 있지 않나. TV토론 하면 다 드러난다. 박 후보의 발언들을 보면 전체주의적 사고가 강한 듯싶다. 우리 헌법 정신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장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각이 든다. →대선에서 북한 변수 우려가 있다. -정말 진부한 레퍼토리다. 올해 대선에서 북한은 특별한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새누리당의 종북 장사는 선거 전략으로는 하수다. 이석기 의원의 애국가 부정 발언 등 일부의 비상식적인 행태는 문제가 된다. 1992년 이후 북풍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25년 동안 20차례의 선거가 있었다. 국민들이 정치적으로 굉장히 훈련돼 판단을 잘한다. 안동환·송수연기자 ipsofacto@seoul.co.kr
  • 정부 “韓日정보협정 29일 체결” 야권 “국회 비준 동의 거쳐야”

    정부 “韓日정보협정 29일 체결” 야권 “국회 비준 동의 거쳐야”

    정부가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당초 계획대로 29일 체결하기로 했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졸속 추진, 눈치 보기 협정이라며 국회 비준 동의를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그러나 관련법상 국회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고 반박했고, 새누리당도 “정보보호협정과 양국 과거사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어 한·일 양국의 군사 협력을 둘러싼 논란이 대선 정국의 또다른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국방부는 이 협정과 맞물려 논의해 온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논의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군수지원협정은 우리 군과 일본 자위대가 군수품과 각종 관련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정보보호협정과 달리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군사 협력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을 통해 “현재 계획으로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29일 오후 한·일 양국 간 정보보호협정 서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서명은 일본 도쿄에서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과 신각수 주일 대사 간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정보보호협정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사전 재가를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른 정부 당국자는 “정보보호협정은 국무회의 통과에 앞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고 야당에도 내용과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은 이 협정이 ‘군사협정’에 준하는 사실상의 조약인 만큼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사전에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정부는 국무회의 의결을 보류하고 국회에서 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국회 비준 동의를 요구했다. 조 대변인은 그러나 “법제처 심의 등을 거친 결과 이번 협정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독도나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와 별개의 사안으로 제한적이고 한정된 목적에 필요한 군사적 정보교환 협정”이라며 선을 그은 뒤 “독도·위안부 문제 등 비상식적 행위에는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정보보호협정과 달리 상호군수지원협정은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국방부의 임관빈 국방정책실장은 이날 “2010년 북한의 무력 도발과 핵·미사일 위협이 점증함에 따라 지난해부터 약 1년 6개월간 양국이 두 협정에 대해 논의를 해 왔고 지난 5월 실무 차원의 논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양국 관계가 충분히 개선되고 국민 정서가 성숙될 때까지….”라고 언급해 국내외 여건 변화에 맞춰 협정을 재추진할 뜻임을 내비쳤다. 이춘규 선임기자·김미경기자 taein@seoul.co.kr
  • [사설] 北은 대선판 흔들겠다는 생각을 접어라

    북한이 과거 북한을 방문했던 새누리당 대선주자인 박근혜·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를 겨냥해 평양에 와서 한 일과 행적, 발언을 모두 공개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공개 질문장’에서 “청와대와 행정부, 새누리당 안에도 우리와 내적으로 연계를 가진 인물들이 수두룩한데 종북을 떠들 체면이 있는가.”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조평통은 박 전 대표가 2002년 5월 방북 당시 방문한 장소 등을 열거하면서 친북 발언도 적지 않았다고 으름장을 놓은 뒤 “정몽준·김문수 등이 우리에게 한 말을 모두 공개하면 남조선 사람들이 까무러치게 될 것”이라고 위협의 강도를 높였다. 총선 이후 불거진 ‘종북·색깔 논란’을 빌미로 남쪽의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방북 행적과 당시 발언 등을 공개하는 한편 북에 대해 협박만 말고 공개할 것이 있으면 모두 공개하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당대표 선출과정에서 여권의 종북 공세에 ‘신(新)매카시즘’으로 맞섰던 민주통합당조차 북한의 국내 정치 개입에 반대하는 논평을 내놓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우리 측 인사들의 ‘덕담’이나 ‘축배’ 제의까지도 ‘종북’으로 포장해 공세를 펴는 이유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통합진보당의 종북세력 고립, 민주당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 욕설 파문 등으로 북한에 우호적인 세력들이 수세에 몰리자 ‘물 타기’를 통해 논점을 흐려놓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관측된다. 한 마디로 유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1년 전에도 남북한 비밀접촉 사실과 함께 우리 측 대표 명단을 폭로했다. 국제 관례를 깡그리 무시한 처사였다. 이런 북한인 만큼 이번에 비상식적인 협박을 가했다고 해도 그리 놀랄 바는 못 된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권의 과도한 이념논쟁이 북한의 개입을 불러들인 측면은 없는지 뒤돌아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이념 공세가 당장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반드시 역풍을 부른다는 게 우리 정치사가 남긴 교훈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도 이젠 ‘북풍’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건전한 판단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가 먼저 과잉 이념을 경계해야 한다. 그것이 연말 대선판을 흔들어 보겠다는 북한의 헛된 망상을 깨트리는 길이기도 하다.
  • [서울광장] 희망이 보여야 한다/최용규 논설위원

    [서울광장] 희망이 보여야 한다/최용규 논설위원

    ‘섹시한’ 말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안철수의 부산대 강연은 다소 싱거울 수 있다. 안 교수는 이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복지·정의·평화라고 규정했다. 시대정신이라 하지 않고 굳이 시대과제라고 한 점이 눈길을 끈다. 구애하는 쪽이나 비난하는 쪽이나 안 교수는 여전히 유력한 대권 주자다. 좋든 싫든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임팩트는 다소 떨어진 것 같다. 안 교수가 시대과제로 규정한 이 세 가지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임에 틀림없다. 과거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대권에 뜻을 둔 정치인치고 이 말을 입에 올리지 않은 사람은 여태껏 보지 못했다. 박근혜·문재인·손학규가 지금 복지를 말하고 있다면, 전두환은 정의사회 구현를 부르짖었고,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대중은 평화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안철수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안 교수가 정의한 시대과제가 지금 우리 현실에 맞지 않거나 잘못 봤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승만 시절부터 쭉 들어왔던,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만으로는 감동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변화를 말하는 것과 변화를 이끌어낼 힘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건국 후 60여년이 지나도록 난다 긴다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이 간명한 과제를 풀지 못했을까. 안 교수가 됐든 누가 됐든 우리 현대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명확하게 꿰뚫어 보지 못하고, 이를 극복할 구조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한 오늘의 시대과제는 내일의 시대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정치다. 원수 대하듯 하는 동서(東西) 상쟁의 정치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상대가 잘되는 꼴을 죽어도 보지 못하는데 제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비전이라도 어떻게 뿌리를 내리겠는가. 이런 정치구조를 혁파하지 않고서는, 그래서 새로운 정치구조를 창조하지 않고서는 복지니 정의니 평화니 하는 것들은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설사 정권을 잡는다 해도 성공한 정권이 될 확률은 제로(0)에 가깝다. 성한 데가 없는 역대 정권이 이를 증명한다. 이는 정책으로 다투는 진보와 보수가 아니라 사상과 이념으로 무장한 진보와 보수의 갈등만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질곡의 굴레 속에서 안 교수가 믿음을 주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과제를 실현할 수 있는 ‘어떻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안교수가 제시한 시대과제는 집으로 비유하면 설계도와 같다. 어떤 집을 짓겠다는 것은 집에 대한 집 짓는 사람의 철학이다. 지난해 가을 상식과 비상식이란 잣대로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던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정치철학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 집이 자신의 생각대로 될지, 즉 안철수식 정치의 요체가 실현될지 여부는 이제부터 본인 하기 나름이다. “정치는 싸움이고 나는 나이브하지 않다.”는 말이 지금으로서는 어느 것 하나 증명된 바가 없지만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소통의 방식도 이젠 바꿀 때가 됐다. 한때 신선해 보였던 강연정치도 엿가락처럼 늘어지면 실증을 느끼게 되는 법이다. 출마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어떻게 지을지’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평가를 받아야 할 때가 됐다. 뜸도 적당히 들여야 한다. 너무 오래 두면 밥이 탄다는 것은 상식이다. 우리는 불안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젊은이, 은퇴를 앞둔 세대, 노인 또한 미래가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안 교수가 말하는 시대과제도 결국 불안을 제거하고 안정된 사회를 이루는 것일 게다. 안정된 사회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선(善)이며, 이는 희망을 보는 데서 시작된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합의다. 지금의 정치구조로는 사회적 합의는 요원하다. 정계구조의 재편이 필요한 까닭이다. 안 교수의 말대로 안 교수에 대한 지지는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 상식적인 사회에 대한 기대일 것이다. 답이 궁금하다. ykchoi@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11) 허균과 김육

    [선택! 역사를 갈랐다] (11) 허균과 김육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1569~1618)과 대동법의 주창자 김육(1580~1658). 임진왜란 전에 연이어 태어나고 한 세대 이상의 차이로 생을 마감한 두 사람은, 서로 교분은 없었지만 모든 면에서 대조적이다. 명문가의 자제로 태어난 허균은 조숙한 천재로 이름을 날렸으나 이단아, 괴물로 비난받다가 50세에 반역죄로 죽었다. 몰락한 가문 출신인 김육은 45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70세에 정승이 되었고, 조선을 대표하는 명재상의 반열에 들었다. 두 사람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시대가 그만큼 격동하였기 때문이었다. 낡은 질서가 균열하고 새 살이 돋아날 때 지식인은 현실 변화를 모색한다. 그 점에서 그들은 출발점을 공유했다. 그러나 여정과 도달점은 너무나 달랐다. 새로운 질서가 모색되던 시기, 그들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남겼는가. ●시인의 감성 vs 경세가의 의지 허균은 최고의 명문가 출생이었다. 부친 허엽과 맏형 허성은 동인(東人)의 영수로 활약했고, 둘째형 허봉은 관료와 시인으로 유명했다. 누님 허난설헌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시인이다. 화려한 가문의 정수를 허균은 모두 흡수했다. 26세에 문과에 급제했고, 당대를 주름잡던 시인 이달에게 시를 배우고 마침내 뛰어넘었다. 그는 시평에도 탁월하였다. 명나라의 뛰어난 문사 주지번(朱之蕃)과 시를 화답하고 조선의 시를 소개하는 감식안을 두고, 신흠 같은 문장가 또한 “이 자는 사람이 아니라 짐승의 정령이 변한 것이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천재 시인 허균은 분방한 기질 때문에 평생을 비난받았다. 귀양지에서 그는 푸줏간 앞에서 입맛을 다신다는 뜻의 ‘도문대작’을 짓는다. 사대부가 팔도의 진미를 소개하는 일도 드문 일인데, 그는 한 술 더 떠 “식욕과 성욕은 사람의 본성이다.”라고 선언하였다. ‘조관기행’이란 글에서는 기생들과의 만남과 놀았던 일까지 솔직히 고백하였다. 그는 도덕 아래 가려 있던 인간의 감성과 욕망, 그 즐거움을 가식 없이 내보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조선, 전쟁의 참화를 겪고 주자학을 재건 이데올로기로 선택한 조선의 상황은 그의 날개를 꺾어버리는 비정한 현실일 뿐이었다. 김육은 몰락한 가문 출신이었다. 고조부 김식이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자결한 뒤로 가문은 한미해졌다. 부친과 모친마저 임진왜란 전후에 사망하였기에 그는 고모부에게 의지하며 컸다. 26세에 문과 초시에 합격하고 성균관 유생이 되었으나, 광해군이 신임하는 정인홍을 비판한 일 때문에 광해군의 노여움을 사서 관직에 오를 희망을 접어야 했다. 인조반정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영영 재야에 남아 있었을지도 몰랐다. 앞날을 예감할 수는 없었지만, 김육의 내면에는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할 중요한 씨앗이 심어져 있었다. 그는 어릴 적 ‘소학’을 읽다가 사람과 사물을 사랑하고 타인을 구제한다는 ‘애물제인’(愛物濟人)이란 구절을 좌우명으로 삼게 되었다. 훗날 그는 “애물은 인(仁)에 근본하고, 제인은 의(義)에 근본하고, 의혹을 푸는 일은 지(智)에 근본한다.”고 정리하였다. 어짊에 기반한 사랑, 바름에 기반한 헌신, 그리고 앎에 기반한 판단을 사람의 본성으로 보았던 그는 사랑에 기초해서 전개되는 구체적인 개혁과 실천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편력하는 이무기 vs 기다리는 잠룡 허균의 호는 교산(蛟山)이다. 자신이 태어난 강릉 인근에 이무기(蛟)가 출현해서 생긴 지명에서 땄다.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분방한 행동은 당시 기준으로는 비상식적이었기에 그에게는 의례 비방이 따라다녔다. 요망한 자, 천지간의 괴물, 인륜을 어지럽힌 자, 금수 등이었다. 사상의 편력 또한 행실에 못지않았다. 사명당을 비롯한 승려들과 두루 사귀고 도가 수련에도 빠졌으며, 서학과 천주교까지 접하였다. 비판에 대한 허균의 대항 논리는 명쾌하였다. “남녀 간의 정욕은 하늘이 주신 것이요, 인륜은 성인의 가르침이다. 하늘이 성인보다 높으니 차라리 성인의 가르침을 어길지언정 하늘이 내려주신 본성을 어길 수 없다.”고 했다. 자연스러움을 최고 기준으로 내세우는 그의 논리에서, 성인이 내세우는 도덕과 사회 기강은 근본을 거슬러 재규정하는 일에 불과했다. 임진왜란 이후 주자학을 통해 사회를 재구축하던 긴박한 시대에서 그런 논리는 불온하기 짝이 없었다. 이중 삼중으로 비판받는 허균은 명분에 얽매인 이들에게 경고했다. 그대들은 명분을 앞세워 하늘이 내린 재주 있는 자들을 배척하고 있다(‘유재론’). 재주 있는 자가 한 번 호령하면 원망을 품은 백성과 숨죽여 있던 이들까지 동조하여 가장 무서운 세력이 된다(‘호민론’). 하늘 아래 평등한 인민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지녔던 그는 주류에서 이탈한 비주류, 조선에서는 결코 용이 될 수 없는 그야말로 이무기였다. 김육의 호는 잠곡(潛谷)이다. 출사의 길이 막혀버린 34세, 농사지으러 내려간 경기도 가평의 잠곡이 그의 호가 되었다. 처음에는 거처할 곳이 없어 굴을 파고 나무를 대충 얽어 지냈다고 한다. 당시 생활을 보여주는 기록은 거의 없지만, 그가 여기서 농민들과 어울리고 노동의 질고를 체험하였음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소탈한 농사꾼 김육은, 서울에서 간혹 귀한 이가 찾아와도 입던 옷 그대로, 하던 일 그대로 맞이하였다. 가문에는 전설 같은 일화도 전한다. 농한기에는 숯을 구워 서울에 가 팔았는데, 새벽에 동대문을 열면 맨 처음 들어오는 숯장수가 그였다고 한다. 은거한 지 3년째 김육은 회정당(晦靜堂)이란 작은 집을 지었다. 그런데 ‘어둡고 고요하다’(晦靜)는 이름에 담긴 뜻이 의미심장하다. 후배 장유는 그 뜻을 이렇게 풀었다. “군자는 험난한 상황에서 천하를 경륜하기 위해 준비하면서 곤궁한 생활도 달게 여긴다. 소리를 거두고 빛을 갈무리하니 그가 있는지도 모른다. 급기야 기운이 무르익어 움직이면 산악을 흔들고 하늘을 밝히니 그 기세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기회는 오게 마련이다. 회정당에서 세상을 나갈 때를 기다리며 곤궁을 달게 여기는 김육은 때를 기다리는 잠룡이었다. ●홍길동의 꿈 vs 안민(安民)의 현실 허균은 감성에만 빠진 시인이 아니었다. 서얼, 천민과 스스럼없이 사귀었던 그는 그들의 희생에 값하는 지도층의 책임을 누구보다 강조하였다. 특히 정치의 잘잘못에 대한 국왕의 책임을 무섭게 걸고 넘어갔다. 주자학자들이 국왕의 마음가짐을 강조하며 결과에 대한 검증을 모호하게 흐렸던 데 반해, 그는 정치·경제·국방 등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구체적 정책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당시 현실에서 그 책임에 답할 사람을 과연 찾을 수 있었을까. 없다면 남은 길은 두 가지밖에 없었다. 자기가 탈출하거나 아니면 판을 새로 짜는 것이다. 현실에 저항하다 탈출하여 새 질서를 세우는 허균의 염원은 모두 ‘홍길동전’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꿈에 불과했다. 현실의 그에게는 탈출할 율도국이 없었다. 그는 자신을 따르던 7인의 서자(庶子)가 역적으로 몰리자 극적인 변신을 꾀한다. 인목대비를 폐하려는 광해군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국왕의 측근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제자 기준격이 역모를 꾀하고 있다고 고변하여 그는 전격적으로 능치처사되었다. 허균이 왕조의 전복을 정말로 꾀했는지는 미스터리다. 말년의 변신은 꿈을 접고 권력에 아부했던 모습일 수도, 아니면 반역을 위한 극적인 변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반역에 성공했을지라도 그가 꿈 꾼 평등은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것이었다. 신분의 완전 철폐는 그로부터 300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김육의 관운은 인조반정 이후에 순탄하게 풀렸다. 새 정부가 특별 기용하였고 문과에도 급제하였다. 출발은 늦었지만, 그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개혁책을 건의하였고 차근차근 실현하였다. 그가 일생 심혈을 기울인 개혁은 대동법의 확대 시행이었다. 세금 제도를 바꾸어 민생을 도모하는 대동법을 삼남에 확대하는 일은, 그가 우의정이 되어서야 비로소 시행되었다. 김육은 대동법 말고도 여러 방면에서 민생과 복리를 위해 노력하였다. 병자호란 직후에는 ‘구황벽온방’이란 의서를 간행하여 기근과 돌림병을 막고자 하였다. 수차와 수레를 사용하여 생산력을 높이려 했고, 은광을 개발하고 점포를 설치하여 상공업을 진흥하려 했고, 도시에서 화폐를 유통하고 전국으로 확대하여 시장경제의 활성화를 꾀했다. 그 주장들은 후대에 대부분 실현되었다. 시대를 선도할 수 있었던 그의 저력은 민생을 중심에 놓고 이념과 실질을 적절히 운용한 데 있었다. ●이상의 대동, 현실의 대동 유학의 경전 ‘예기’에는 차별 없이 모두가 행복한 대동 사회가 그려져 있다. 이 소박한 이상은 고대, 중세의 개혁·혁명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였고, 현대의 민주주의·사회주의·공산주의와도 결합하여 변화의 불을 댕겼다. 17세기 초 조선의 갈림길을 두고 허균과 김육이 대동 세계를 기획한 것은 같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다른 길을 갔다. 허균은 거침없는 비판으로 위선을 폭로했고, 때론 일탈과 파격을 피하지 않았다. 김육은 현실에 충실했고 구체적인 실천에 주력했다. 허균이 하늘을 보며 세상을 뛰쳐나갈 때, 김육은 땅을 보며 세상 속으로 가라앉았다. “예절과 가르침이 어찌 자유를 구속하리오, 인생의 부침 다만 정(情)에 맡길 뿐. 그대들은 그대들의 법을 쓰시게, 나는 나대로의 삶을 이루겠으니.”(허균, ‘문파관작’) “성인의 법은 백성들에게 은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일 뿐이다. 나는 어리석고 생각이 얕아 학문이 어떠한 것인지 잘 모른다. 오로지 바라는 바는 마음을 바르게 가지고 일처리를 실질적으로 하는 것이니, 절약하여 백성을 아끼고 부역과 세금을 줄이는 것이다. 공허한 것을 추구하며 뜬구름 잡는 글은 숭상하고 싶지 않다.”(김육, ‘호서대동절목서’) 급진적인 평등을 꿈꾸며 자유롭게 인생을 편력한 허균도 매력적이지만, 노동 중에 묵묵히 인생의 도리를 깨친 김육의 통찰 또한 저력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선택을 앞에 둔 우리는 허균을 가슴 속에, 김육을 머릿속에 넣어야 하지 않을까. 이경구(한림대 한림과학원 HK교수)
  • 식량난 北, 軍도 배고프다

    식량난 北, 軍도 배고프다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핵무기를 갖춘 강성대국을 추구하는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으로 일부 군 부대와 당 간부들에 대한 식량 배급마저 제한하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3일 전했다. 이 방송은 북한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인민무력부 산하 보병부대들과 인민보안부 내무군 부대들이 비상식량 공급 체계인 ‘1일 식량공급제’로 전환했다.”고 전하고 “4월 초부터 여단 사령부에서 대대, 중대별로 그날 먹을 식량을 그날 배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른 소식통은 “기술병종으로 대우받는 공군이나 해군 병사들, 그리고 국경경비대도 기존에는 한번에 15일분씩 식량을 공급받았으나 4월부터는 1주일에 한 번씩만 식량을 공급받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1일 공급제로 배급을 받는 군부대들이 식량을 제때 제공받지 못하면서 지휘관들이 주변 협동농장이나 개인들에게 쌀을 빌리러 다니는 일이 빈번하고 쌀이 없어 군인들이 한 끼씩 거르는 때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식량 배급 제한은 지방 당 간부들도 예외가 아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도 인민위원회 간부들에 대한 식량 공급이 완전히 중단됐고, 도당과 도 보안부 간부들은 본인을 제외한 가족들 몫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보기관인 보위부를 제외한 모든 지방 기관들에 대한 식량 공급이 중단돼 병원도 응급환자실만 운영하고 있고 학교도 당장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은 4월부터 6월까지 보릿고개 등으로 식량사정이 여의치 않다.”며 “군 부대의 경우에도 제한된 비축물을 한꺼번에 많이 나눠 줄 수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하루나 일주일 단위로 쪼개 배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올해 4월 김일성 탄생 100주년과 강성대국 진입 자축을 위해 지난 2~3년간 평양시 100만호 주택 건설, 장거리 로켓 발사 등 가시적인 부분에 자원을 집중 투입했다.”며 “이 같은 현상이 경제난을 심화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군의 한 북한 전문가도 “만성적 식량부족을 겪는 북한이 2·29 합의를 파기해 미국의 영양지원을 포기한 만큼 어려움을 자초했다.”며 “올 5~6월은 북한 주민들에게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KDB산업 ‘다이렉트 예금’·기업 ‘中企 초저금리 대출’ 돌풍… 시중銀·국책銀 입씨름

    KDB산업 ‘다이렉트 예금’·기업 ‘中企 초저금리 대출’ 돌풍… 시중銀·국책銀 입씨름

    요즘 금융권의 최고 화제는 KDB산업은행의 KDB다이렉트 예금이다. 파격적인 고금리로 시중자금을 쓸어 담고 있다. 기업은행은 우량 중소기업에 초저금리로 대출해 주며 최근 가장 뜨거운 영역인 ‘기업 고객 쟁탈전’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국책은행이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다. 국책은행들은 “금융의 사회공헌이자 발상의 전환”이라고 맞선다. ●KDB예금 7개월 만에 1조원 흡수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다이렉트 예금은 1일 현재 9800억원(4만 2000계좌)을 유치했다. 출시 7개월 만에 1조원의 시중자금을 빨아들인 것이다. 덕분에 산은 예수금은 올 들어 3월까지 2조 500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증가액(5조 6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의 야심작이기도 한 ‘다이렉트 상품’은 점포 없이 운영된다. 고객이 직접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가입한다. 1년 정기예금 금리가 4.3~4.5%다. 아무 때나 넣고 뺄 수 있는 수시입출식 예금에도 이자를 연 3.5%나 준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3월 중 예금은행의 1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71%다. 최대한 우대금리를 적용해도 4% 초반 수준인 시중은행 상품보다 이자가 높다 보니 뭉칫돈들이 옮겨 가고 있는 것이다. ●기업銀 3% 후반 금리 대출로 ‘우위’ 기업은행도 우량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3% 후반대까지 낮췄다. 강력한 경쟁자인 농협(4.11%), 외환(4% 초중반), 국민(4.8%) 은행의 최저 금리보다 훨씬 낮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산은이나 기은 모두 정상적인 금리 체계가 아니다.”라며 “국책은행들이 시장 질서를 교란하니 시중은행들이 죽을 맛”이라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낚시꾼이 떡밥 던지듯 (국책은행들이) 비상식적인 금리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비상식적 금리로 고객 유인” 시중은행들의 계속되는 공격에 산은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다이렉트 예금이 무점포 상품이다 보니 점포 개설에 드는 비용(1곳당 연간 15억~20억원)을 고객에게 이자로 돌려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노(No)마진이 아니라 저(低)마진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이렇게 조달한 돈은 영세 상인이나 청년창업가 등 금융 약자의 대출 재원으로 쓰인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자산 대비 차입금 비중(56.7%)이 시중은행 평균(22.0%)보다 높고, 유동성 비율(LCR)도 개선해야 해 개인예금 확대가 절실한 산은의 속사정도 있다. ●산은 “무점포 상품”·기은 “정책자금 활용” 산은 관계자는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익) 장사에 안주해 온 시중은행들로서는 아차 싶을 것”이라면서 “앞에서는 공격하고 뒤에서는 따라하기에 나서고 있다.”고 역공했다. 시중은행들은 무점포 뱅킹인 스마트 브랜치 개설을 앞다퉈 준비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여신지원본부 관계자도 “중소기업진흥공단 진흥자금 등 값싼 정책자금 덕분에 3% 후반대의 중기 대출이 가능한 것”이라면서 “시중은행들도 얼마든지 정책자금을 취급할 수 있는데 마진이 박해 외면해 놓고는 이제 와 딴소리”라고 어이없어했다. 이어 “최근에는 시중은행들이 오히려 초저금리로 기업은행의 우량 기업고객을 빼내 가고 있어 우리가 죽을 맛”이라고 반박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선거와 착시, 그리고 언론/나은영 서강대 신방과 교수·사회심리학 박사

    [옴부즈맨 칼럼] 선거와 착시, 그리고 언론/나은영 서강대 신방과 교수·사회심리학 박사

    선거가 끝나면 항상 “그랬었구나” 하고 깨닫는다. 결과를 알기 전에는 민심에 대한 주관적인 지각에 의존하다가, 결과를 알고 난 후에 비로소 진짜 민심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잘못 지각하는 ‘착시’ 현상은 객관적 판단을 흐릴 수 있다. 선거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결론을 얻기 때문에, 그 과정에 사회심리가 작용한다. 투표는 개개인이 하지만, 누구를 선택할지 결정할 때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대한 나의 지각’이 상당한 영향을 준다. 여기에 개입되는 착시 현상 중 하나가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 효과다. 이는 “실제로는 사람들이 자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자기만 다르게 생각한다고 믿는 것”을 말한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프렌티스와 밀러 교수는 학생들에게 ‘본인’이 얼마나 음주를 즐기는지, 그리고 ‘다른 프린스턴 학생들’은 얼마나 음주를 즐긴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실제로는 본인처럼 음주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다른 학생들이 많음에도, 실제보다 더 많은 다른 학생들이 음주를 즐긴다고 생각하는 ‘다원적 무지’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백인들이 1960년대 흑백분리정책에 찬성하는 백인 비율을 실제보다 과대 추정했던 사례도 여기에 해당한다. 대체로 ‘변화’의 방향 쪽에 있는 생각에 다원적 무지가 더 잘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이 여론조사에서 응답을 회피하는 사람들의 심리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번 19대 총선에서 사례를 찾아보면, 마음속으로는 야당 김용민 후보의 비상식적 발언으로 말미암아 지지 의사를 철회했더라도, 다른 사람들 생각이 자기와 다를 것으로 추측하여 의견 표명을 꺼렸을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런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다수였던 것이다. 특히 야당 지지자가 다수를 점하는 서울의 유권자들과 트위터 이용자들은 여당을 지지한다고 당당하게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고, 이것이 서울의 출구조사 당시 숨어 있던 여당의 표가 최종 개표 결과로 드러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승자는 자만하기 쉽고, 자만이 있는 곳에서 특히 착시가 커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새누리는 더 겸손하고 민주는 더 자성하라”라는 서울신문 4월 13일 자 사설은 핵심을 짚었다. 오만하여 판세를 잘못 지각함으로써 패배를 자초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회창-노무현 후보의 2002년 대선 직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과 함께 당선 가능성을 추가로 물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 우위로 나오는데도 그 자체를 당선 가능성의 지표로 삼지 않고 당선 가능성을 추가로 물어 “지지율은 노무현 후보가 앞서지만, 당선 가능성은 이회창 후보가 앞선다.”라고 보도하는 언론들이 많았다. 대통령은 지지율로 결정되는 것이고, 당선 가능성에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대한 나의 지각’이 포함되기 때문에 착시가 섞인 응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 지지율을 믿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은 당선 가능성을 줄기차게 함께 물었다. 최종 결과는 역시 착시가 아닌 현실을 반영한 지지율로 결정되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미루어 짐작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이는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미래를 향한 변화의 열망을 잘 읽어내는 쪽이 대다수 국민의 ‘실제 의견 분포’를 객관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승리에 다가갈 수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 착시를 줄이려면 ‘사람’과 ‘미래’를 보아야 한다. 신문에도 ‘그 사람들’의 솔직한 ‘미래 비전’을 실어 주면 좋겠다. 언론을 통해, 그리고 대화를 통해 타인들의 의견을 지각하기 때문이다. 기존 언론은 물론이려니와,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도 사람들의 의견을 실어 나르는 중요한 언론의 역할을 하는 만큼, 그곳에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왜곡하여 받아들이지 않도록 정화된 글을 쓰는 분위기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 [문화마당] 너머의 세상/주원규 소설가

    [문화마당] 너머의 세상/주원규 소설가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할머니와 함께 같은 방을 사용한 적이 있다. 할머니와 필자가 한 방을 사용하게 된 복잡한 사연까지는 말하지 않더라도 할머니가 홀몸이셨으며, 약간의 치매증상을 앓고 계셨던 것까지는 밝혀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게 약간 불편한 상태의 할머니와 가족 간엔 의사소통이나 감정전달, 어느 것도 수월하지 못했다. 필자는 그런 할머니를 어느 때부터인가 아주 조금은 성가신 존재로 생각했고, 그때의 성가신 감정은 작고하신 후로 오랫동안 부끄럽고 후회 가득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함께 같은 방을 사용한 적잖은 시간 동안 할머니는 온전치 못한 기억의 저편을 떠올리곤 하셨는데, 그때마다 기억의 종착지는 일관되어 있었다. 할머니는 치매증세를 앓는 환자들의 공통된 특성처럼 쉼 없이 어디론가 갈 것을 요구했고, 장소도 꽤 구체적이었다. 할머니는 자신이 가길 원하는 곳인 서울 인근의 동네 이름을 주문처럼 부르고 또 부르곤 했다. 필자는 어머니로부터 할머니가 말하는 동네의 기원을 듣고 난 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할머니가 가고 싶어 하셨던 그곳은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달팠던 지난한 삶의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른 나이에 요절한 할아버지를 대신해 9남매였던 자식들 건사를 위해 온갖 바지런을 떨어야 했던 그곳, 지난한 삶의 애환과 고달픔이 묻어 있던 그 동네를 할머니는 필자의 방 창문가에 앉아 부르고 또 불렀더랬다. 신기한 것은 그 동네 이름을 부를 때 보여준 할머니의 표정이었다. 할머니의 얼굴엔 한가득 미소가 번져 있었다. 기억조차 하기 싫은 서글픈 가난과 씨름했던 그곳이 할머니의 희미한 정신 속에서 가장 찬란했던 추억의 한때로 복원되는 느낌이 담긴 표정을 볼 때, 필자는 치매를 앓는 할머니의 기억 속엔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기쁜 순간이 맞닿아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아마도 희망은 뼈저리게 힘들었던 순간을 복기하고 추억함으로써 저 너머의 희망을 더 강렬히 열망할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건 아니었을까. 필자가 기억하는 할머니의 희망은 그런 의미로 기억 한구석에 또렷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집단으로 치매를 앓는 것도 아닌데, 부러 자발적으로 치매환자가 되길 원하는 중증의 모순을 보여주고 있음이 오늘 한국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한국사회는 망각의 늪 속을 허우적거리고 있다.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사건들, 역사의 과오들은 깡그리 잊어버리고 애써 떠올리고 싶은 것만 기억해 내어 확대 재생산하는 현실이 그렇다. 잊고 싶은 것은 쓰라린 패배요, 기억하고 싶은 것은 욕망과 성공, 이기주의로 점철된 승리뿐이리라. 경쟁의 논리가 우선이 되고 성공이 최상의 미덕으로 칭송되고 인정받고 있다. 더 많이 가지면, 더 높은 지위를 얻으면, 경쟁의 계급에서 우위를 차지하기만 하면, 과거 어떤 일을 벌였든 그 과정에서 저지른 잘못들은 말끔히 잊어버리고 제멋대로 면죄부를 남발하는 사회, 과연 이런 사회를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최소한 정상에 대해 말할 자격은 있는 걸까. 악의적인 집단 무의식의 힘을 빌려 우리들의 아픈 과거에 대한 망각을 변명해선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너머의 세상은 오늘의 비상식과 부조리를 혹독한 실감으로 체화하고 긍정하여 그 실감을 통해 싹을 틔우는 극복의지를 고양시키는 궁극의 희망을 염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사람은 의심의 여지없이 희망의 동물이다. 내일, 저 너머의 희망을 바라보며 오늘보다는 더 나은 삶을 열망하는 것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특권인지도 모른다. 부디 이러한 희망이 왜곡되지 않기를 바란다. 서둘러 잊고자 하는 망각의 아수라장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오늘의 슬픔과 고통이 너머의 세상에선 절대의 희망을 잉태해 내는 산파가 되어주길 갈망한다. 그 희망 하나로 오늘을 견뎌내는 것, 그것이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아가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 대구시 동네우물사업 ‘혈세 먹는 하마’ 되나

    대구시가 거액을 들여 추진한 동네우물사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시가 비상식수 개발을 위해 도심 공원 등에 지하수공 23곳을 뚫었으나 음용이 가능한 지역은 3곳에 불과하다. 대구시는 이 같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 적발돼 관련자 주의 촉구 등 시정요구를 받았다고 23일 밝혔다. 감사원은 황산이온이 검출된 곳을 개발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폐공처리해야 하는데도 식수원으로 개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또 우물로 개발한 상당수 지하수의 오염도가 먹는 물 기준치를 초과해 오염방지시설 등을 추가로 설치하면서 예산낭비를 가져왔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2009년 추진… 43억 투입 이와 함께 경도 등이 기준치를 초과한 10곳은 상당기간 식수로 사용하지 못했고 또 다른 10곳의 지하수는 당초 목적과는 달리 수목관리용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동네우물사업은 43억 7000만원을 들여 지난 2009년부터 추진했다. 그동안 개발된 23곳에 대한 수질검사결과 북구 구암공원, 수성구 수목어린이공원, 달서구 노인복지회관 등 3곳 지하수만 먹는 물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밝혀졌다. ●23곳 중 3곳만 음용 가능 동구 문화체육공원, 북구 함지공원, 달서구 돌산공원 등 나머지 20곳의 지하수는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먹는물 수질 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동구문화회관 등 8곳은 철, 망간, 보론(붕소) 등 중금속이 검출됐으며 달서구 이곡분수공원은 황산이온 성분이 나왔다. 다만 두류공원 야외 음악당, 수성구 화랑공원, 달서구 도란공원 등 10곳은 경도와 황산, 증류 잔류물 등이 기준치를 다소 초과했으나 지난해 말 환경부의 ‘먹는 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의 규칙’이 개정돼 앞으로 식수로 사용이 가능하게 됐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된 점이 다소 있다.”며 “감사원 지시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앞으로 사업추진에 예산낭비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사설] 곽 교육감은 징역형 의미 무겁게 새겨야

    항소심 법원이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후보 매수 혐의로 기소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우리가 이번 판결을 주목하는 것은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한 1심보다 형량이 무거워졌다는 단순 사실보다 1, 2심 모두 곽 교육감의 유죄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법학교수 출신인 곽 교육감은 그간 재판과정을 통해 박명기 전 서울교대 교수에게 준 2억원은 선의(善意)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물론 항소심 재판부는 후보 사퇴의 대가로 판단했다. 선거에서 후보를 매수하는 행위는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 범죄다. 돈을 준 쪽이나 받은 쪽 모두 엄하게 처벌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물론 곽 교육감이 상고하겠다고 밝힌 만큼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이뤄지겠지만, 곽 교육감은 이미 서울시 교육수장으로서의 권위와 힘의 원천을 잃었다고 봐야 한다. 곽 교육감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나 법원 판결을 떠나 그의 주장과 논리는 보통사람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기엔 매우 ‘비상식적’이다. 후보 단일화 이후 박 전 교수에게 건네진 2억원이 후보 사퇴의 대가라는 1, 2심 재판부의 판결에 고개를 갸웃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곽 교육감이 납득하든 못 하든 일반인들은 법원의 판단을 지극히 상식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곽 교육감이 법정구속을 면해 대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교육감직을 유지할 수는 있게 됐지만, 정상적인 직무 수행은 매우 어렵다고 본다. 법률심만을 남겨둬 사실상 ‘시한부 교육감’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판결이 나오자마자 찬·반 진영으로 나뉘어 으르렁거리는 모습은 수도 서울의 교육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이런 불행한 상황을 불러온 장본인은 곽 교육감 자신이다. “죄질이 가볍지 않다.”는 재판부의 지적은 교육자로서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여전히 업무 수행에만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하겠다는 것을 탓할 수는 없겠지만, 교육자적인 양심과 교육의 공익성에 비춰볼 때도 역시 최상의 행보인가를 스스로 냉철히 짚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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