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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韓日정보협정 29일 체결” 야권 “국회 비준 동의 거쳐야”

    정부 “韓日정보협정 29일 체결” 야권 “국회 비준 동의 거쳐야”

    정부가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당초 계획대로 29일 체결하기로 했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졸속 추진, 눈치 보기 협정이라며 국회 비준 동의를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그러나 관련법상 국회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고 반박했고, 새누리당도 “정보보호협정과 양국 과거사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어 한·일 양국의 군사 협력을 둘러싼 논란이 대선 정국의 또다른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국방부는 이 협정과 맞물려 논의해 온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논의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군수지원협정은 우리 군과 일본 자위대가 군수품과 각종 관련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정보보호협정과 달리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군사 협력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을 통해 “현재 계획으로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29일 오후 한·일 양국 간 정보보호협정 서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서명은 일본 도쿄에서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과 신각수 주일 대사 간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정보보호협정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사전 재가를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른 정부 당국자는 “정보보호협정은 국무회의 통과에 앞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고 야당에도 내용과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은 이 협정이 ‘군사협정’에 준하는 사실상의 조약인 만큼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사전에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정부는 국무회의 의결을 보류하고 국회에서 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국회 비준 동의를 요구했다. 조 대변인은 그러나 “법제처 심의 등을 거친 결과 이번 협정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독도나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와 별개의 사안으로 제한적이고 한정된 목적에 필요한 군사적 정보교환 협정”이라며 선을 그은 뒤 “독도·위안부 문제 등 비상식적 행위에는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정보보호협정과 달리 상호군수지원협정은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국방부의 임관빈 국방정책실장은 이날 “2010년 북한의 무력 도발과 핵·미사일 위협이 점증함에 따라 지난해부터 약 1년 6개월간 양국이 두 협정에 대해 논의를 해 왔고 지난 5월 실무 차원의 논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양국 관계가 충분히 개선되고 국민 정서가 성숙될 때까지….”라고 언급해 국내외 여건 변화에 맞춰 협정을 재추진할 뜻임을 내비쳤다. 이춘규 선임기자·김미경기자 taein@seoul.co.kr
  • [사설] 北은 대선판 흔들겠다는 생각을 접어라

    북한이 과거 북한을 방문했던 새누리당 대선주자인 박근혜·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를 겨냥해 평양에 와서 한 일과 행적, 발언을 모두 공개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공개 질문장’에서 “청와대와 행정부, 새누리당 안에도 우리와 내적으로 연계를 가진 인물들이 수두룩한데 종북을 떠들 체면이 있는가.”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조평통은 박 전 대표가 2002년 5월 방북 당시 방문한 장소 등을 열거하면서 친북 발언도 적지 않았다고 으름장을 놓은 뒤 “정몽준·김문수 등이 우리에게 한 말을 모두 공개하면 남조선 사람들이 까무러치게 될 것”이라고 위협의 강도를 높였다. 총선 이후 불거진 ‘종북·색깔 논란’을 빌미로 남쪽의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방북 행적과 당시 발언 등을 공개하는 한편 북에 대해 협박만 말고 공개할 것이 있으면 모두 공개하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당대표 선출과정에서 여권의 종북 공세에 ‘신(新)매카시즘’으로 맞섰던 민주통합당조차 북한의 국내 정치 개입에 반대하는 논평을 내놓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우리 측 인사들의 ‘덕담’이나 ‘축배’ 제의까지도 ‘종북’으로 포장해 공세를 펴는 이유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통합진보당의 종북세력 고립, 민주당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 욕설 파문 등으로 북한에 우호적인 세력들이 수세에 몰리자 ‘물 타기’를 통해 논점을 흐려놓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관측된다. 한 마디로 유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1년 전에도 남북한 비밀접촉 사실과 함께 우리 측 대표 명단을 폭로했다. 국제 관례를 깡그리 무시한 처사였다. 이런 북한인 만큼 이번에 비상식적인 협박을 가했다고 해도 그리 놀랄 바는 못 된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권의 과도한 이념논쟁이 북한의 개입을 불러들인 측면은 없는지 뒤돌아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이념 공세가 당장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반드시 역풍을 부른다는 게 우리 정치사가 남긴 교훈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도 이젠 ‘북풍’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건전한 판단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가 먼저 과잉 이념을 경계해야 한다. 그것이 연말 대선판을 흔들어 보겠다는 북한의 헛된 망상을 깨트리는 길이기도 하다.
  • [선택! 역사를 갈랐다] (11) 허균과 김육

    [선택! 역사를 갈랐다] (11) 허균과 김육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1569~1618)과 대동법의 주창자 김육(1580~1658). 임진왜란 전에 연이어 태어나고 한 세대 이상의 차이로 생을 마감한 두 사람은, 서로 교분은 없었지만 모든 면에서 대조적이다. 명문가의 자제로 태어난 허균은 조숙한 천재로 이름을 날렸으나 이단아, 괴물로 비난받다가 50세에 반역죄로 죽었다. 몰락한 가문 출신인 김육은 45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70세에 정승이 되었고, 조선을 대표하는 명재상의 반열에 들었다. 두 사람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시대가 그만큼 격동하였기 때문이었다. 낡은 질서가 균열하고 새 살이 돋아날 때 지식인은 현실 변화를 모색한다. 그 점에서 그들은 출발점을 공유했다. 그러나 여정과 도달점은 너무나 달랐다. 새로운 질서가 모색되던 시기, 그들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남겼는가. ●시인의 감성 vs 경세가의 의지 허균은 최고의 명문가 출생이었다. 부친 허엽과 맏형 허성은 동인(東人)의 영수로 활약했고, 둘째형 허봉은 관료와 시인으로 유명했다. 누님 허난설헌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시인이다. 화려한 가문의 정수를 허균은 모두 흡수했다. 26세에 문과에 급제했고, 당대를 주름잡던 시인 이달에게 시를 배우고 마침내 뛰어넘었다. 그는 시평에도 탁월하였다. 명나라의 뛰어난 문사 주지번(朱之蕃)과 시를 화답하고 조선의 시를 소개하는 감식안을 두고, 신흠 같은 문장가 또한 “이 자는 사람이 아니라 짐승의 정령이 변한 것이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천재 시인 허균은 분방한 기질 때문에 평생을 비난받았다. 귀양지에서 그는 푸줏간 앞에서 입맛을 다신다는 뜻의 ‘도문대작’을 짓는다. 사대부가 팔도의 진미를 소개하는 일도 드문 일인데, 그는 한 술 더 떠 “식욕과 성욕은 사람의 본성이다.”라고 선언하였다. ‘조관기행’이란 글에서는 기생들과의 만남과 놀았던 일까지 솔직히 고백하였다. 그는 도덕 아래 가려 있던 인간의 감성과 욕망, 그 즐거움을 가식 없이 내보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조선, 전쟁의 참화를 겪고 주자학을 재건 이데올로기로 선택한 조선의 상황은 그의 날개를 꺾어버리는 비정한 현실일 뿐이었다. 김육은 몰락한 가문 출신이었다. 고조부 김식이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자결한 뒤로 가문은 한미해졌다. 부친과 모친마저 임진왜란 전후에 사망하였기에 그는 고모부에게 의지하며 컸다. 26세에 문과 초시에 합격하고 성균관 유생이 되었으나, 광해군이 신임하는 정인홍을 비판한 일 때문에 광해군의 노여움을 사서 관직에 오를 희망을 접어야 했다. 인조반정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영영 재야에 남아 있었을지도 몰랐다. 앞날을 예감할 수는 없었지만, 김육의 내면에는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할 중요한 씨앗이 심어져 있었다. 그는 어릴 적 ‘소학’을 읽다가 사람과 사물을 사랑하고 타인을 구제한다는 ‘애물제인’(愛物濟人)이란 구절을 좌우명으로 삼게 되었다. 훗날 그는 “애물은 인(仁)에 근본하고, 제인은 의(義)에 근본하고, 의혹을 푸는 일은 지(智)에 근본한다.”고 정리하였다. 어짊에 기반한 사랑, 바름에 기반한 헌신, 그리고 앎에 기반한 판단을 사람의 본성으로 보았던 그는 사랑에 기초해서 전개되는 구체적인 개혁과 실천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편력하는 이무기 vs 기다리는 잠룡 허균의 호는 교산(蛟山)이다. 자신이 태어난 강릉 인근에 이무기(蛟)가 출현해서 생긴 지명에서 땄다.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분방한 행동은 당시 기준으로는 비상식적이었기에 그에게는 의례 비방이 따라다녔다. 요망한 자, 천지간의 괴물, 인륜을 어지럽힌 자, 금수 등이었다. 사상의 편력 또한 행실에 못지않았다. 사명당을 비롯한 승려들과 두루 사귀고 도가 수련에도 빠졌으며, 서학과 천주교까지 접하였다. 비판에 대한 허균의 대항 논리는 명쾌하였다. “남녀 간의 정욕은 하늘이 주신 것이요, 인륜은 성인의 가르침이다. 하늘이 성인보다 높으니 차라리 성인의 가르침을 어길지언정 하늘이 내려주신 본성을 어길 수 없다.”고 했다. 자연스러움을 최고 기준으로 내세우는 그의 논리에서, 성인이 내세우는 도덕과 사회 기강은 근본을 거슬러 재규정하는 일에 불과했다. 임진왜란 이후 주자학을 통해 사회를 재구축하던 긴박한 시대에서 그런 논리는 불온하기 짝이 없었다. 이중 삼중으로 비판받는 허균은 명분에 얽매인 이들에게 경고했다. 그대들은 명분을 앞세워 하늘이 내린 재주 있는 자들을 배척하고 있다(‘유재론’). 재주 있는 자가 한 번 호령하면 원망을 품은 백성과 숨죽여 있던 이들까지 동조하여 가장 무서운 세력이 된다(‘호민론’). 하늘 아래 평등한 인민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지녔던 그는 주류에서 이탈한 비주류, 조선에서는 결코 용이 될 수 없는 그야말로 이무기였다. 김육의 호는 잠곡(潛谷)이다. 출사의 길이 막혀버린 34세, 농사지으러 내려간 경기도 가평의 잠곡이 그의 호가 되었다. 처음에는 거처할 곳이 없어 굴을 파고 나무를 대충 얽어 지냈다고 한다. 당시 생활을 보여주는 기록은 거의 없지만, 그가 여기서 농민들과 어울리고 노동의 질고를 체험하였음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소탈한 농사꾼 김육은, 서울에서 간혹 귀한 이가 찾아와도 입던 옷 그대로, 하던 일 그대로 맞이하였다. 가문에는 전설 같은 일화도 전한다. 농한기에는 숯을 구워 서울에 가 팔았는데, 새벽에 동대문을 열면 맨 처음 들어오는 숯장수가 그였다고 한다. 은거한 지 3년째 김육은 회정당(晦靜堂)이란 작은 집을 지었다. 그런데 ‘어둡고 고요하다’(晦靜)는 이름에 담긴 뜻이 의미심장하다. 후배 장유는 그 뜻을 이렇게 풀었다. “군자는 험난한 상황에서 천하를 경륜하기 위해 준비하면서 곤궁한 생활도 달게 여긴다. 소리를 거두고 빛을 갈무리하니 그가 있는지도 모른다. 급기야 기운이 무르익어 움직이면 산악을 흔들고 하늘을 밝히니 그 기세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기회는 오게 마련이다. 회정당에서 세상을 나갈 때를 기다리며 곤궁을 달게 여기는 김육은 때를 기다리는 잠룡이었다. ●홍길동의 꿈 vs 안민(安民)의 현실 허균은 감성에만 빠진 시인이 아니었다. 서얼, 천민과 스스럼없이 사귀었던 그는 그들의 희생에 값하는 지도층의 책임을 누구보다 강조하였다. 특히 정치의 잘잘못에 대한 국왕의 책임을 무섭게 걸고 넘어갔다. 주자학자들이 국왕의 마음가짐을 강조하며 결과에 대한 검증을 모호하게 흐렸던 데 반해, 그는 정치·경제·국방 등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구체적 정책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당시 현실에서 그 책임에 답할 사람을 과연 찾을 수 있었을까. 없다면 남은 길은 두 가지밖에 없었다. 자기가 탈출하거나 아니면 판을 새로 짜는 것이다. 현실에 저항하다 탈출하여 새 질서를 세우는 허균의 염원은 모두 ‘홍길동전’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꿈에 불과했다. 현실의 그에게는 탈출할 율도국이 없었다. 그는 자신을 따르던 7인의 서자(庶子)가 역적으로 몰리자 극적인 변신을 꾀한다. 인목대비를 폐하려는 광해군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국왕의 측근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제자 기준격이 역모를 꾀하고 있다고 고변하여 그는 전격적으로 능치처사되었다. 허균이 왕조의 전복을 정말로 꾀했는지는 미스터리다. 말년의 변신은 꿈을 접고 권력에 아부했던 모습일 수도, 아니면 반역을 위한 극적인 변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반역에 성공했을지라도 그가 꿈 꾼 평등은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것이었다. 신분의 완전 철폐는 그로부터 300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김육의 관운은 인조반정 이후에 순탄하게 풀렸다. 새 정부가 특별 기용하였고 문과에도 급제하였다. 출발은 늦었지만, 그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개혁책을 건의하였고 차근차근 실현하였다. 그가 일생 심혈을 기울인 개혁은 대동법의 확대 시행이었다. 세금 제도를 바꾸어 민생을 도모하는 대동법을 삼남에 확대하는 일은, 그가 우의정이 되어서야 비로소 시행되었다. 김육은 대동법 말고도 여러 방면에서 민생과 복리를 위해 노력하였다. 병자호란 직후에는 ‘구황벽온방’이란 의서를 간행하여 기근과 돌림병을 막고자 하였다. 수차와 수레를 사용하여 생산력을 높이려 했고, 은광을 개발하고 점포를 설치하여 상공업을 진흥하려 했고, 도시에서 화폐를 유통하고 전국으로 확대하여 시장경제의 활성화를 꾀했다. 그 주장들은 후대에 대부분 실현되었다. 시대를 선도할 수 있었던 그의 저력은 민생을 중심에 놓고 이념과 실질을 적절히 운용한 데 있었다. ●이상의 대동, 현실의 대동 유학의 경전 ‘예기’에는 차별 없이 모두가 행복한 대동 사회가 그려져 있다. 이 소박한 이상은 고대, 중세의 개혁·혁명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였고, 현대의 민주주의·사회주의·공산주의와도 결합하여 변화의 불을 댕겼다. 17세기 초 조선의 갈림길을 두고 허균과 김육이 대동 세계를 기획한 것은 같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다른 길을 갔다. 허균은 거침없는 비판으로 위선을 폭로했고, 때론 일탈과 파격을 피하지 않았다. 김육은 현실에 충실했고 구체적인 실천에 주력했다. 허균이 하늘을 보며 세상을 뛰쳐나갈 때, 김육은 땅을 보며 세상 속으로 가라앉았다. “예절과 가르침이 어찌 자유를 구속하리오, 인생의 부침 다만 정(情)에 맡길 뿐. 그대들은 그대들의 법을 쓰시게, 나는 나대로의 삶을 이루겠으니.”(허균, ‘문파관작’) “성인의 법은 백성들에게 은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일 뿐이다. 나는 어리석고 생각이 얕아 학문이 어떠한 것인지 잘 모른다. 오로지 바라는 바는 마음을 바르게 가지고 일처리를 실질적으로 하는 것이니, 절약하여 백성을 아끼고 부역과 세금을 줄이는 것이다. 공허한 것을 추구하며 뜬구름 잡는 글은 숭상하고 싶지 않다.”(김육, ‘호서대동절목서’) 급진적인 평등을 꿈꾸며 자유롭게 인생을 편력한 허균도 매력적이지만, 노동 중에 묵묵히 인생의 도리를 깨친 김육의 통찰 또한 저력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선택을 앞에 둔 우리는 허균을 가슴 속에, 김육을 머릿속에 넣어야 하지 않을까. 이경구(한림대 한림과학원 HK교수)
  • KDB산업 ‘다이렉트 예금’·기업 ‘中企 초저금리 대출’ 돌풍… 시중銀·국책銀 입씨름

    KDB산업 ‘다이렉트 예금’·기업 ‘中企 초저금리 대출’ 돌풍… 시중銀·국책銀 입씨름

    요즘 금융권의 최고 화제는 KDB산업은행의 KDB다이렉트 예금이다. 파격적인 고금리로 시중자금을 쓸어 담고 있다. 기업은행은 우량 중소기업에 초저금리로 대출해 주며 최근 가장 뜨거운 영역인 ‘기업 고객 쟁탈전’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국책은행이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다. 국책은행들은 “금융의 사회공헌이자 발상의 전환”이라고 맞선다. ●KDB예금 7개월 만에 1조원 흡수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다이렉트 예금은 1일 현재 9800억원(4만 2000계좌)을 유치했다. 출시 7개월 만에 1조원의 시중자금을 빨아들인 것이다. 덕분에 산은 예수금은 올 들어 3월까지 2조 500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증가액(5조 6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의 야심작이기도 한 ‘다이렉트 상품’은 점포 없이 운영된다. 고객이 직접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가입한다. 1년 정기예금 금리가 4.3~4.5%다. 아무 때나 넣고 뺄 수 있는 수시입출식 예금에도 이자를 연 3.5%나 준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3월 중 예금은행의 1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71%다. 최대한 우대금리를 적용해도 4% 초반 수준인 시중은행 상품보다 이자가 높다 보니 뭉칫돈들이 옮겨 가고 있는 것이다. ●기업銀 3% 후반 금리 대출로 ‘우위’ 기업은행도 우량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3% 후반대까지 낮췄다. 강력한 경쟁자인 농협(4.11%), 외환(4% 초중반), 국민(4.8%) 은행의 최저 금리보다 훨씬 낮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산은이나 기은 모두 정상적인 금리 체계가 아니다.”라며 “국책은행들이 시장 질서를 교란하니 시중은행들이 죽을 맛”이라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낚시꾼이 떡밥 던지듯 (국책은행들이) 비상식적인 금리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비상식적 금리로 고객 유인” 시중은행들의 계속되는 공격에 산은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다이렉트 예금이 무점포 상품이다 보니 점포 개설에 드는 비용(1곳당 연간 15억~20억원)을 고객에게 이자로 돌려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노(No)마진이 아니라 저(低)마진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이렇게 조달한 돈은 영세 상인이나 청년창업가 등 금융 약자의 대출 재원으로 쓰인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자산 대비 차입금 비중(56.7%)이 시중은행 평균(22.0%)보다 높고, 유동성 비율(LCR)도 개선해야 해 개인예금 확대가 절실한 산은의 속사정도 있다. ●산은 “무점포 상품”·기은 “정책자금 활용” 산은 관계자는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익) 장사에 안주해 온 시중은행들로서는 아차 싶을 것”이라면서 “앞에서는 공격하고 뒤에서는 따라하기에 나서고 있다.”고 역공했다. 시중은행들은 무점포 뱅킹인 스마트 브랜치 개설을 앞다퉈 준비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여신지원본부 관계자도 “중소기업진흥공단 진흥자금 등 값싼 정책자금 덕분에 3% 후반대의 중기 대출이 가능한 것”이라면서 “시중은행들도 얼마든지 정책자금을 취급할 수 있는데 마진이 박해 외면해 놓고는 이제 와 딴소리”라고 어이없어했다. 이어 “최근에는 시중은행들이 오히려 초저금리로 기업은행의 우량 기업고객을 빼내 가고 있어 우리가 죽을 맛”이라고 반박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선거와 착시, 그리고 언론/나은영 서강대 신방과 교수·사회심리학 박사

    [옴부즈맨 칼럼] 선거와 착시, 그리고 언론/나은영 서강대 신방과 교수·사회심리학 박사

    선거가 끝나면 항상 “그랬었구나” 하고 깨닫는다. 결과를 알기 전에는 민심에 대한 주관적인 지각에 의존하다가, 결과를 알고 난 후에 비로소 진짜 민심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잘못 지각하는 ‘착시’ 현상은 객관적 판단을 흐릴 수 있다. 선거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결론을 얻기 때문에, 그 과정에 사회심리가 작용한다. 투표는 개개인이 하지만, 누구를 선택할지 결정할 때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대한 나의 지각’이 상당한 영향을 준다. 여기에 개입되는 착시 현상 중 하나가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 효과다. 이는 “실제로는 사람들이 자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자기만 다르게 생각한다고 믿는 것”을 말한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프렌티스와 밀러 교수는 학생들에게 ‘본인’이 얼마나 음주를 즐기는지, 그리고 ‘다른 프린스턴 학생들’은 얼마나 음주를 즐긴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실제로는 본인처럼 음주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다른 학생들이 많음에도, 실제보다 더 많은 다른 학생들이 음주를 즐긴다고 생각하는 ‘다원적 무지’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백인들이 1960년대 흑백분리정책에 찬성하는 백인 비율을 실제보다 과대 추정했던 사례도 여기에 해당한다. 대체로 ‘변화’의 방향 쪽에 있는 생각에 다원적 무지가 더 잘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이 여론조사에서 응답을 회피하는 사람들의 심리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번 19대 총선에서 사례를 찾아보면, 마음속으로는 야당 김용민 후보의 비상식적 발언으로 말미암아 지지 의사를 철회했더라도, 다른 사람들 생각이 자기와 다를 것으로 추측하여 의견 표명을 꺼렸을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런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다수였던 것이다. 특히 야당 지지자가 다수를 점하는 서울의 유권자들과 트위터 이용자들은 여당을 지지한다고 당당하게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고, 이것이 서울의 출구조사 당시 숨어 있던 여당의 표가 최종 개표 결과로 드러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승자는 자만하기 쉽고, 자만이 있는 곳에서 특히 착시가 커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새누리는 더 겸손하고 민주는 더 자성하라”라는 서울신문 4월 13일 자 사설은 핵심을 짚었다. 오만하여 판세를 잘못 지각함으로써 패배를 자초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회창-노무현 후보의 2002년 대선 직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과 함께 당선 가능성을 추가로 물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 우위로 나오는데도 그 자체를 당선 가능성의 지표로 삼지 않고 당선 가능성을 추가로 물어 “지지율은 노무현 후보가 앞서지만, 당선 가능성은 이회창 후보가 앞선다.”라고 보도하는 언론들이 많았다. 대통령은 지지율로 결정되는 것이고, 당선 가능성에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대한 나의 지각’이 포함되기 때문에 착시가 섞인 응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 지지율을 믿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은 당선 가능성을 줄기차게 함께 물었다. 최종 결과는 역시 착시가 아닌 현실을 반영한 지지율로 결정되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미루어 짐작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이는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미래를 향한 변화의 열망을 잘 읽어내는 쪽이 대다수 국민의 ‘실제 의견 분포’를 객관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승리에 다가갈 수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 착시를 줄이려면 ‘사람’과 ‘미래’를 보아야 한다. 신문에도 ‘그 사람들’의 솔직한 ‘미래 비전’을 실어 주면 좋겠다. 언론을 통해, 그리고 대화를 통해 타인들의 의견을 지각하기 때문이다. 기존 언론은 물론이려니와,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도 사람들의 의견을 실어 나르는 중요한 언론의 역할을 하는 만큼, 그곳에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왜곡하여 받아들이지 않도록 정화된 글을 쓰는 분위기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 [사설] 곽 교육감은 징역형 의미 무겁게 새겨야

    항소심 법원이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후보 매수 혐의로 기소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우리가 이번 판결을 주목하는 것은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한 1심보다 형량이 무거워졌다는 단순 사실보다 1, 2심 모두 곽 교육감의 유죄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법학교수 출신인 곽 교육감은 그간 재판과정을 통해 박명기 전 서울교대 교수에게 준 2억원은 선의(善意)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물론 항소심 재판부는 후보 사퇴의 대가로 판단했다. 선거에서 후보를 매수하는 행위는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 범죄다. 돈을 준 쪽이나 받은 쪽 모두 엄하게 처벌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물론 곽 교육감이 상고하겠다고 밝힌 만큼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이뤄지겠지만, 곽 교육감은 이미 서울시 교육수장으로서의 권위와 힘의 원천을 잃었다고 봐야 한다. 곽 교육감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나 법원 판결을 떠나 그의 주장과 논리는 보통사람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기엔 매우 ‘비상식적’이다. 후보 단일화 이후 박 전 교수에게 건네진 2억원이 후보 사퇴의 대가라는 1, 2심 재판부의 판결에 고개를 갸웃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곽 교육감이 납득하든 못 하든 일반인들은 법원의 판단을 지극히 상식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곽 교육감이 법정구속을 면해 대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교육감직을 유지할 수는 있게 됐지만, 정상적인 직무 수행은 매우 어렵다고 본다. 법률심만을 남겨둬 사실상 ‘시한부 교육감’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판결이 나오자마자 찬·반 진영으로 나뉘어 으르렁거리는 모습은 수도 서울의 교육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이런 불행한 상황을 불러온 장본인은 곽 교육감 자신이다. “죄질이 가볍지 않다.”는 재판부의 지적은 교육자로서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여전히 업무 수행에만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하겠다는 것을 탓할 수는 없겠지만, 교육자적인 양심과 교육의 공익성에 비춰볼 때도 역시 최상의 행보인가를 스스로 냉철히 짚어봐야 할 것이다.
  • “먹튀 론스타내 한국인 투자자 밝혀야”

    론스타 펀드에 투자한 한국인들이 외환은행을 샀다가 되팔아 4조 7000억원을 챙긴 론스타의 ‘먹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인 이대순 변호사는 10일 “지난 2월 론스타 ‘먹튀’에 조력한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등을 업무상 배임죄로 검찰에 고발했으며, 오늘 검찰에서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은 시중가보다 비싼 값으로 외환은행 주식을 사들이고, 주가조작 사건으로 의결권이 박탈된 론스타의 대주주 지위를 인정해 4조여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내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상식적인 외환은행 재매각 과정에서 론스타 펀드에 투자한 검은 머리 외국인, 즉 한국인의 실체를 검찰이 밝혀야 한다.”면서 “권력자의 검은 돈이 끼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론스타 펀드에 투자한 한국인들이 이익을 얻고자 외환은행 재매각과 론스타 먹튀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원가 800원 와플이 5700원… ‘디저트 폭리’

    원가 800원 와플이 5700원… ‘디저트 폭리’

    유명 커피전문점의 커피에 이어 디저트류 가격에도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완제품이나 반제품을 납품받아 약간 가공해서 파는 디저트류에 너무 많은 마진을 붙이고 있는 것이다. ●완제품 팔면서도 마진 높아 취재팀이 유명 커피전문점 7곳의 디저트류 원가(본사나 납품업체의 납품 가격)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정가의 40%에도 못 미쳤다. C사의 손바닥만 한 와플 반죽 하나의 원가는 800원이다. 반죽을 굽고 여기에 생크림 등 약간의 토핑을 첨가하면 판매 가격은 최소 2500원에서 많게는 5700원까지 뛴다. G사 허니브레드의 원가도 2400원 정도지만 토핑을 해서 판매할 때는 6000~6900원의 가격이 매겨진다. 원가의 2.5배가 넘는 폭리다. A사의 조각 케이크 원가는 2500원가량이지만 매장 가격은 4500~5500원이다. 본사나 납품업체를 통해 중간단계 없이 완제품을 받아 그대로 팔면서도 2배 이상 높게 가격을 책정했다. 이들 커피전문점은 직영 공장과 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한 카페형 베이커리 업체의 조각 케이크 원가는 3000~3500원인 실제 판매가의 29.6% 수준이다. 다른 커피전문점과 유사한 과정을 거쳐 팔고 있지만 판매 가격이 많게는 2000원 정도나 차이가 났다. ●소비자 “비상식적 가격… 황당” 커피전문점들은 완제품을 납품받더라도 매장 유지비, 인건비 등이 들어가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커피전문점 F사 관계자는 “원가가 30%에 나머지 70%는 마진인데, 여기에 로열티(브랜드 이용값)와 부대비용이 포함되기 때문에 순이익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커피전문점 G사 관계자는 “물과 원두만 있으면 되는 커피와 달리 베이커리류는 재료가 많이 필요해 원가 자체가 비싸다.”면서 “여기에 매장 관리비, 인건비, 로열티 등을 넣으면 그 정도 가격은 어쩔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커피전문점을 자주 이용한다는 심모(31)씨는 “아메리카노 한 잔의 원가가 750원밖에 안 된다는 사실도 충격인데, 빵값까지 거품 투성이라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김모(24·여)씨는 “개인의 선택이기는 하지만 커피 한 잔에 디저트로 와플 한 조각만 곁들여도 1만원 가까이 하는데, 이걸 상식적인 가격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김진아·최지숙·명희진기자 jin@seoul.co.kr
  • 금융권도 ‘블랙 컨슈머’ 골머리…행태 어떻기에

    #1 A은행 창구에서 10만 9원을 출금해 달라고 요청한 B씨. 창구 여직원은 10만 10원을 B씨에게 건넸다. B씨는 “왜 1원짜리 9개를 주지 않고 10원으로 주느냐. 고객 말이 말 같지 않으냐.”라면서 고성을 지르며 소란을 피웠다. B씨는 지점장을 불러 꾸짖으면서 5만원의 보상금 지급을 요구했다. #2 C은행에서 3건의 대출을 받은 D씨. 그는 은행 측에 자신의 휴대전화로 대출 이율을 알려주는 문자를 매일 보내라고 요구했다. 은행은 개별 고객에게 그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으니 인터넷 홈페이지와 콜센터에 문의를 하면 그때마다 이율을 안내해 준다고 답변했다. D씨는 “조회할 때마다 대출 이율이 달라지니까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문자를 보내 주지 않을 거면 정신적인 피해보상을 해 달라.”고 수차례 은행에 민원을 제기했다. 은행들이 ‘블랙컨슈머’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블랙컨슈머는 보상금을 받으려고 일부러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뜻하는 말이다. 전국의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억지 민원으로 돈을 뜯어낸 ‘백화점 진상녀’, 식품에 이물질을 넣어놓고 신고하겠다고 기업을 협박하는 소비자처럼 블랙컨슈머는 유통 및 식품업계만 있는 게 아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여러 은행의 지점을 돌아다니며 상습적으로 보상금을 뜯어내는 악성민원인이 200~3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279명의 악성민원인 명단을 갖고 있을 정도다. 시중은행 민원 업무 담당자는 “은행에 접수되는 민원의 5% 정도가 악성으로 분류된다.”면서 “수가 많지는 않지만, 같은 은행의 여러 지점과 다른 은행까지 넘나들며 동일한 수법으로 금품을 뜯어내는 ‘상습범’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민원 담당자들에 따르면 블랙컨슈머들의 상당수가 전직 통신사, 은행 콜센터 직원 또는 텔레마케터들이라고 한다. 과거에 악성민원인을 직접 대응해 봤기 때문에 어떤 식의 요구를 하면 보상금이나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은행들은 악명 높은 민원인들의 특징과 활동지역 등을 적은 ‘블랙리스트’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유형의 은행권 블랙컨슈머는 비상식적인 요구를 한 뒤 직원이 받아주지 않으면 말꼬투리를 잡아 어떻게든 실수를 하게 만든다. 이들은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을 피해보상금으로 요구한다. 시중은행의 한 지점장은 “요구 금액이 소액이면 지점 활동비에서 빼주고 돌려보낸다.”면서 “올바른 대응은 아니지만 돈을 안 주면 다른 손님에게 피해가 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콜센터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도 다반사다. 스토커처럼 매일 전화를 걸어 “목소리가 예쁘니 만나자.”며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성 고객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여직원의 사례가 있을 정도다. 악성민원인에 대해 은행은 업무방해죄, 모욕죄 등의 혐의로 고소할 수 있다. 그러나 서비스 업종의 특성상 법적 대응을 하는 은행은 거의 없다. 금융감독원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경영진이 소비자 보호에 더 관심을 가져야 민원 담당 직원들의 업무환경도 좋아질 것”이라면서 간접적인 지도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대한변협 ‘女기자 성추행’ 몰상식 논평

    대한변호사협회가 최근 일어난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의 여기자 2명에 대한 성추행과 관련,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내용의 논평을 내 물의를 빚고 있다. 대한변협은 2일 엄상익 공보이사 명의로 낸 논평에서 “검찰과 언론의 적절치 못한 술자리 모임이 없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왜 검찰이 언론인과 한계를 넘어가는 술자리를 만들고 여기자들 또한 그런 자리에 응해서 수모를 당하는지 의문”이라면서 “부장검사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은 정권 말 무너진 공직기강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며 권력에 유착해 편히 취재하려는 언론의 일탈된 행동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술자리가 서울남부지검에서 공보 업무를 맡고 있는 차장검사가 주재한 출입기자단과의 공식적인 만찬 자리였음에도 불구, 논평은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엉뚱하게도 기자의 처신을 문제 삼은 것이다. ‘여기자가 응해서’, ‘권력에 유착해 편히’ 등의 문구를 동원, 피해자들에게도 책임을 따지는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인 가치관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논평을 내고 “사건의 본질을 심각하게 오도하고 전형적인 ‘피해자 유발론’적 시각을 보여 줬다.”면서 “대한변협의 회원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며, 남성 중심 법조 문화의 단면을 보여 준 심각한 사태”라고 대한변협을 비판했다. 또 “대한변협이 논평 작성자와 함께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협은 논란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섰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의논된 적이 없는 엄 공보이사의 개인적인 의견”이라면서 “변협의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신영무 대한변협 회장도 “엄 이사로부터 ‘양쪽이 서로 조심하자는 취지에서 쓴다’고 듣고 사실관계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일임했다.”고 해명했다. 엄 공보이사는 “평소 소신에 대해 정의와 인권 측면에서 쓴 것”이라면서 “비난이나 욕을 감수하겠으며,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항변했다. 대한변협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출입기자단은 신 회장에게 대한변협의 공식적인 사과와 엄 공보이사의 해임을 정식 요구하기로 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말하는 ‘K팝과 한류의 미래’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말하는 ‘K팝과 한류의 미래’

    국내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본격적인 중국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SM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서울과 베이징에서 각각 대규모 쇼케이스를 열고 신인그룹 엑소-K와 엑소-M을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데뷔시켰다. K와 M은 한국(Korea)과 중화권을 뜻하는 만다린(Mandarin)의 앞글자를 딴 6인조 쌍둥이 그룹이다. 이들은 같은 노래와 안무로 동시간대에 양국에서 활동한다. 국내에선 SM이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 차세대 세계 최대의 음악 시장인 중국을 겨냥한 포석이다.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SM 본사에서 김영민(42) 대표를 만나 K팝과 한류의 미래, SM의 신한류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엑소-K, M의 동시 데뷔로 중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는데 전망은. -같은 그룹을 두 이름으로 나눠서 한·중을 동시 공략하는 전략은 중국의 중요성 때문이다. 중국 시장의 비중은 2010년을 계기로 두드러졌다. 중국이 유선전화 시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휴대전화 시장으로 넘어간 것처럼 음반 시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디지털 음원 시장으로 넘어간다면 최대 시장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중국은 광고 등 출연료 시장에서도 한·중·일 가운데 최고다. CF 출연료가 일본 5억원이라면, 한국은 10억원, 중국은 15억~20억원이다. 디지털로도 중국이 올해 세계 최대 시장으로 도약할 것이다. 전 세계 음반 시장 1위는 미국을 제치고 일본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한국의 콘텐츠, 일본의 자본, 중국의 시장이 결합한다면 음악으론 아시아가 충분히 전 세계 1등 시장이 될 것이며 엑소-K, M이 그 길을 열었으면 하는 게 SM의 꿈이자 목표다. →K팝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고, 지속 가능성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한국 사람들의 DNA가 월등하며, 같은 맥락에서 가수들 각각의 역량과 노력이 뛰어나다. 뉴미디어 적응력이 상당하고, 다양한 뉴미디어 활용이 외국 진출에 상당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은 미국, 일본과 달리 기획과 제작 시스템이 단일화돼 있어 오랜 시간을 갖고 투자하고 키워서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거물급 메이저 레코드 회사는 매출과 이익을 올리기 위해 음반을 내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아메리칸 아이돌’ 등 오디션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이런 점은 중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반면 한국은 장기적 전략하에 연습생을 트레이닝하고 아이돌 구성원의 조합 시너지까지도 계산해 내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 →올해 SM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공연, 영상 사업의 확장에 주력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현재 동방신기가 일본 투어에서 55만명을 동원하는 등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공연 사업은 원소스 멀티 유스의 일환으로 그동안 2차 판권은 DVD밖에 없었지만, 콘서트를 3차원(3D)으로 촬영해 아시아의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SM타운 공연 시즌 2도 선보인다. 보다 업그레이드되고 새로운 형태로 서울에서 꼭 공연할 계획이다. 드라마와 뮤지컬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스타와 음악을 갖고 있는 SM의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학원드라마가 대표적인 예다. 일본 원작의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판권을 3년 전에 매입해서 최종 개발 단계에 들어갔고 곧 캐스팅도 한다. →아이돌이 언제까지나 소녀(소녀시대), 주니어(슈퍼주니어)일 수 없는데, 아이돌 가수들의 수명을 어느 정도로 보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다. 일본에서 스마프가 20년 이상, 아라시도 10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아이돌 가수들이 자신들의 수명을 스스로 제한하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 스스로 잘 관리한다면 장기간 활동할 수 있고, 아이돌의 수명은 얼마든지 길어질 수 있다. →K팝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어떻게 보나. -정부가 상당히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높게 사지만 국가가 지원해 모든 K팝을 다 잘 팔리게 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좋은 것들을 잘 모아주는 지원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어 음식, 패션, 음악, 드라마, 관광 등 모든 부분을 ‘K컬처’라는 카테고리로 융합해 서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 지원이 필요하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사설] 어린이 볼모로 한 어린이집 집단휴업 안 된다

    민간 어린이집들이 보육료 현실화를 요구하며 집단휴업에 들어가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졌다. 전국의 민간 어린이집은 모두 1만 5000여개로 75만여명의 어린이들이 다닌다. 휴업이 장기화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아이를 맡겨야 하는 맞벌이 가정은 비상이 걸렸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는 엊그제 대정부 발표문을 통해 무상보육 확대에 따른 보육료 동결 등으로 어린이집을 정상 운영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필요경비 수납관리규정 철폐 등 과도한 자율권 침해도 시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단호하다. 자신들의 이권을 위한 것으로, 끝내 휴업을 강행하면 어린이집 운영 정지, 나아가 폐원 조치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돌봄과 배움의 요람이어야 할 어린이집이 이 지경에까지 내몰린 것을 어느 일방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고 본다. 정부는 포퓰리즘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새달부터 0∼2세 영·유아 무상보육을 전면 시행하는 등 어느 때보다 보육 문제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무슨 근거로 정작 어린이집 이용이 많은 3∼4세는 건너뛰는 것인지 의아해한다. 자녀 양육 부담을 줄이고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한 고육책이겠지만 졸속행정이란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이번 민간 어린이집 휴업 파동 또한 정책의 형평성 문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새로 도입된 5세 누리과정(통합과정)의 경우 어린이집은 유치원과 달리 1인당 20만원의 기본 비용 외에 별도의 지원이 없다. 유아교육의 양 축을 이루지만 관리·감독부처가 다르고 시스템의 차이가 없지 않은 두 기관에 대한 정부의 상대적인 지원의 차이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물론 무리다. 문제는 민간 어린이집의 보육료 인상 요구가 지속됐음에도 정부는 ‘무책이 상책’이라는 식의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는 점이다. 선심성 무상보육 드라이브를 걸기 전에 벼랑 끝에 몰린 민간 어린이 보육 현장의 애로부터 살폈어야 했다. 그렇다고 어린이집 휴원사태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어떤 명분을 들이대도 어린이를 볼모로 한 행동은 스스로 입지를 옹색하게 하는 ‘해서는 안 될’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사설] 사법부 스스로 판사 자질 따져볼 때 아닌가

    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은 서울북부지방법원 서기호 판사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데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대법원이 대법관회의를 열어 법관인사위원회의 적격심사 결과를 검토하고 “법관 연임이 부적절하다.”고 최종 의견을 모은 사안까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모양새다. 근무평정이 하위 2%에 해당한다는 점이 탈락의 주요 원인임을 부인할 수 없음에도 이는 애써 무시한 채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태도인가. ‘판사 길들이기’니 뭐니 하며 마치 정치보복이라도 받는 양 비쳐지기를 바란다면 착각이다. 진보든 보수든 지금은 더 이상 판사의 정치성향에 따라 불이익을 주는 시대가 아니다. 더구나 단순히 대통령을 조롱했다고 해서 판사의 자리를 뺏을 만큼 우리 사회는 몽매하지도 부박하지도 않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반감은 영화 ‘부러진 화살’이 관객 100만명을 넘기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데서도 어렵잖게 확인할 수 있다. 누가 봐도 무성의하기 짝이 없는 ‘72자 판결문’을 내놓고도 판결문 간소화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강변한다면 누가 진정성을 믿어 주겠는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아무리 개인공간으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 해도 비상식적인 저급한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은 사법부 신뢰에 누를 끼치는행위다. 그런 일탈이 하나 둘씩 쌓이다 보면 판사가, 사법부 전체가 도매금으로 욕을 먹고 권위를 잃게 되는 것이다. 서 판사는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자기반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설득력을 얻기는 어려울 것 같다. 법조계 일각에서 지적하듯 이의절차의 미비 등 법관근무평정제도에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참에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법부 스스로 자신을 진단하고 역량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제주7대경관 선정 흠집내기 개탄”

    “제주7대경관 선정 흠집내기 개탄”

    정운찬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장은 3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 여러분과 세계 시민의 열렬한 지지와 성원, 언론의 적극적인 협조에 힘입어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확정됐다.”면서 “이는 제주도를 세계에 알리고 팔 수 있는 마케팅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일부 언론이) 제주도를 먹여살리기 위한 관광 비즈니스 마케팅에 해괴하고 비상식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세계 7대 자연경관을 활용할 기회마저 좌초시켜 우리가 얻을 이익이 과연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정 위원장은 캠페인 과정에서 1만 7000건 이상의 내외신 뉴스가 제주도를 홍보하는 등 제주도가 얻은 광고 효과는 천문학적이어서 그 액수를 산출하기조차 어렵다며 소중한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과다한 행정 전화비용 문제 논란과 관련, “비즈니스 마케팅의 기본은 투입 대비 산출의 규모와 효과를 따지는 것으로 수익의 규모가 크다면 투자를 결정한다.”며 “만일 제주도가 몇십배 또는 몇백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7대 경관을 주관한 뉴세븐원더스의 공신력 논란에 대해서는 “재단의 버나드 웨버 이사장을 만나서 7대 자연경관 캠페인을 주도한 이유에 대해 들었고,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면서 “버나드 웨버는 진정성 있어 보였고, 저는 신뢰한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사설] 비리직원 위로금까지 준 축구협회 자살골

    대한축구협회가 비리직원을 퇴직시키는 과정에서 거액의 위로금을 줘 문제가 되고 있다. 축구협회 노조에 따르면 회계담당 A씨는 지난해 축구용품을 훔치다 발각됐는데, 조사 과정에서 2500여만원을 횡령한 사실까지 추가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협회는 징계는커녕 권고 사직시키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퇴직금과 별도로 위로금조로 2년치 연봉 1억 5000만원도 얹어주기로 했다고 한다. 이 같은 비상식적인 일은 축구협회 운영의 파행적인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하겠다. 회사 내에서 나쁜 일을 저지른 직원이라면 응당 벌을 받는 것이 조직의 기강을 잡는 기본이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거꾸로 범죄자에게 큰 상을 주는 온정주의를 보였다. 누가 봐도 잘못된 일이다. 이쯤 되면 축구협회도 ‘신의 직장’의 반열에 오를 만하다. 결국 노조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아 오던 김진국 전무이사가 어제 사퇴했다. 김 전무는 비리직원을 비호하고 부당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기에 사실 여부를 떠나 그가 물러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김 전무는 성명서에서 자신의 결백만을 주장했지 정작 논란이 되고 있는 거액의 위로금 지급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이번 사안은 김 전무의 퇴진으로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 법인카드를 관리했던 A씨가 협회의 약점을 잘 알아 협회가 입막음용으로 위로금을 줬다는 의혹을 누구 하나 속시원히 해명하지 못한 상태다. 여전히 협회 임원들이 법인카드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느니, 심지어 속칭 카드깡으로 현금화했다는 루머들도 떠돌고 있다. 축구협회는 월드컵 등을 치르면서 연간 예산이 1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국내외 위상도 높아진 만큼 이에 걸맞게 투명한 축구행정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을 때가 됐다. 새 집행부는 과거 주먹구구식 행정에서 벗어나 썩은 환부를 도려내는 일부터 시작해라.
  • [시론] 하수도 요금문제, 근본대책이 필요하다/윤주환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시론] 하수도 요금문제, 근본대책이 필요하다/윤주환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에 주는 영향 때문에 정부 당국자와 국민에게 큰 관심사다. 최근 하수도 요금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그 속사정은 국민은 물론 요금을 정하는 당국자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 하수도 요금은 상수도 사용량을 기준으로 부과한다. 현행 하수도 요금만 보면 전국 평균을 기준으로 원가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하수도 요금을 올리는 것이 맞는 듯 보이지만 지방자치단체마다 인상률과 시기는 아주 들쑥날쑥하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올해 하수도 요금을 35% 인상하면 t당 385원을 내게 된다. 전주시는 지난해 평균 91%를 올려 가정용은 t당 220원을 받고 있다. 구리시도 지난해 70%를 올려 t당 243원을 내는 반면 같은 경기도의 파주시와 안양시는 하수도 요금을 계속 동결하고 있다. 심지어 전북 순창군 같은 곳은 지난해까지도 주민들이 하수도 요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나라 안에서 이렇게 하수도 요금이 다르고 인상률과 시기가 제각각인 것은 무슨 연유일까? 요금 인상권한을 갖고 있는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와 시설이 달라서 그럴 것 같지만 내막을 보면 다소 황당하다. 우리나라에서 하수도 요금의 통계가 잡힌 것은 20년 남짓하다. 요금은 원가를 고려해서 정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처음 하수도 요금을 정할 때 정부는 상수도 요금의 3분의1 정도로 막연히 정했다. 마실 물 수준의 원수를 처리하는 상수도보다 더러운 물을 맑게 하는 하수처리가 어렵고, 돈이 훨씬 더 많이 드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비상식적으로 하수 요금을 원가보다 아주 낮게 정했으니 항상 적자가 나게 마련이고, 그 적자는 지자체 예산으로 메워왔다. 세금으로 적자를 메우면서 하수 요금을 낮게 유지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만 한계가 있다. 우선 좋은 환경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커지면서 규제가 엄격해져 하수처리 원가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로 도시 침수가 빈발하면서 하수도를 계속 확장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많은 돈이 드는데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재원은 한정돼 있으니 결국 빚을 내 시설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이 돈을 갚으려면 세금을 더 내든지 아니면 하수도 요금을 올려야 한다. 요즘은 복지나 교육 등 돈 들 곳이 많으므로 세금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하수도 서비스의 수혜자인 국민이 요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수도 요금 현실화의 걸림돌은 역설적으로 요금 결정권을 가진 지자체장은 물론 일부 시민단체들이다. 요금 인상 얘기만 나오면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무조건 비판 일색이니 재선을 바라보는 시장과 군수 입장에선 요금을 올리기 거북할 것이다. 공공요금은 경영합리화를 통해 최대한 인상을 억제하는 것이 맞지만 필요할 때 적절한 수준으로 올려야 정작 필요한 곳에 돈을 쓸 수 있다. 마냥 억제하는 것은 시장·군수의 재선을 위한 대중영합주의일 뿐이다. 심지어 중앙정부까지 나서 물가에 영향을 준다는 명분으로 억누르다가 나중에 마지못해 한꺼번에 올리니 누가 봐도 시쳇말로 폭탄 돌리기 같다. 우리 하수도법도 문제이다. 하수도법이 만들어진 지 올해로 46년이 되었건만 법조문 어디에도 ‘하수도 요금’이란 단어는 없다. 더욱이 하수도는 공공서비스로서 수혜당사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경영한다는 비전이나 개념도 부족하다. 그러니 하수도분야는 장기적인 투자예산 마련에 항상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되고 있다. 구리시와 전주시가 하수도 요금을 각각 70%, 90%로 엄청나게 인상한 것 같지만 돈으로 따지면 t당 100원 남짓으로 그간 빚을 내 만든 시설의 이자 갚기도 빠듯하다. 또 요금을 동결한 지자체 주민은 당장은 좋을지 모르지만 나중에 빚잔치 하듯 소동이 벌어질 터인데 도대체 이런 악순환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능력 없는 지자체에 하수도 요금 문제를 맡겨 놓을 일이 아니고 근본적 해결을 위한 새로운 법체계와 요금시스템을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 [기고] 北, 조문비난에 앞서 수신제가부터 하라/신범철 국방연구원 북한실장

    [기고] 北, 조문비난에 앞서 수신제가부터 하라/신범철 국방연구원 북한실장

    지난해 12월 28일 김정일의 영결식을 끝으로 김정일 사망 후 10일간 지속된 장례식이 끝났다. 이 기간에 정부는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회장의 조문과 국내단체들의 조전 발송을 허용하는 유연성을 보였다. 북한 당국은 그 정도로는 성에 안 찼는지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남을 비난하는 데 열 올리기에 앞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국가 차원의 조문은 하지 않고 일부만의 조문을 허락한 정부의 선택은 매우 적절했다.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로 사망한 원혼들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그 책임자에게 조문한다는 것은 국격을 포기하는 일이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미래를 위해 과거 북한의 조문을 받았던 유가족들에게 방북을 허용하면서 화해의 메시지를 던진 선택도 잘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 정부의 성의 표시를 북한은 아주 거만한 자세로 맞받아치고 있다. “남조선 당국이 각 계층의 조의 방문길을 악랄하게 막고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조의 방해 책동이 상상할 수 없는 후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한국 정부의 조문 허용 수위를 본 후 남북관계에 대한 ‘진정성’을 검토하겠다는 허세도 부리고 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라는 기관의 특성상 이 정도 수준의 주장은 으레 하는 말로 치부해 버릴 수 있지만,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선의(善意)에서 아무 대응을 하지 않는 정부를 대신해서 한마디 하겠다. “성의 표시를 한 동족에게 뭐라 하기 전에 수신제가부터 하라!” 공자가 후세에 남긴 대학에 보면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다. 북한 당국은 한국 정부의 제한적 조문 허용을 ‘반인륜적’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그에 앞서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과 심지어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 또는 이복형제들에게 하는 스스로의 행동을 돌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장남이 아버지 시신 앞에 조의를 표하지 못하고, 친형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운 ‘이런 비상식적 행태’야말로 반인륜적이지 않은가? 피를 나눈 형제의 부모 시신 참배도 막으면서, 여론의 반발을 무릅쓰며 성의 표시를 한 한국 정부를 비난하려 드는가. 이명박 정부의 유연한 접근을 나름대로 이용해 보겠다는 속셈은 알겠지만, 소위 ‘진정성’을 입에 담고자 하면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어렵게 겨울을 나고 있을 평양 이외 지역의 소외된 북한 주민들을 위해 김정일 사망으로 말미암아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국내적으로도 김정은 시대에 남북관계가 급진전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교훈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지금 북한 당국이 취하는 태도 하나만을 보아도 앞으로 그들이 취할 열 가지 행태가 눈에 들어온다. 김정은이 젊으니까, 또는 외국물을 먹었으니까 앞으로 북한이 개혁·개방을 택할 것이라는 생각은 한낱 ‘희망적 생각’에 불과하다. 남북관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변화의 기회를 만드는 노력은 한국 정부에 주어진 사명과도 같은 것이다. 따라서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역사적 과업이라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할 말은 하고 지킬 것은 지키면서 서두르지 않고 접근하는 것이 국격과 국익을 지키는 첩경이 아닐까 싶다.
  • “석궁사건의 불편한 진실, 유쾌하게 풀었다”

    “석궁사건의 불편한 진실, 유쾌하게 풀었다”

    5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석궁 테러 사건’.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은 전직 대학교수가 재판장의 집에 찾아가 석궁을 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말한다. 당시 교수는 화살을 쏘지 않았다면서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지만, 결국 살인 미수 혐의로 4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숱한 의문을 남긴 이 사건이 영화를 통해 되살아났다. ‘남부군’ ‘하얀 전쟁’으로 유명한 정지영(65) 감독의 신작 ‘부러진 화살’(1월 19일 개봉) 이야기다. 13년 만에 새 영화를 내놓은 정 감독을 지난 27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배우 문성근에게서 르포소설 ‘부러진 화살’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정 감독은 책을 읽자마자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공판 기록이 무척 흥미로웠단다. “그동안 (재임용에 불만을 품은) 교수가 판사에게 활을 쏴서 4년 실형을 받은 사건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내가 알고 있는 석궁 사건이 아니더라구요. 나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국민들이 많겠다고 생각해 (영화화를) 결심했죠.” 법정에서 죄수복을 입은 교수가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하기 싫죠?”라며 재판장을 공격하는 등 상상 밖의 장면이 펼쳐져 놀랐다는 정 감독. 일부 이야기만 허구를 가미했다는 그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묻자 “원작을 보면 다 안다.”고 말했다. 극 중 캐릭터는 모두 실제 인물이 모델이다. 주인공인 김경호(안성기) 교수는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다. 대학 입시 시험에 출제된 수학 문제 오류를 지적한 뒤 재임용에서 탈락하자 부당함을 집요하게 주장하는 인물이다. 정 감독은 복역 중인 김 전 교수를 만나 캐릭터를 완성해 나갔다. “(김 전 교수가) 올 초 출소했는데 평범한 사람은 아니예요. 4년 복역하고 나왔으면 그동안 고생한 가족들을 먹여 살릴 고민을 할텐데 아직도 복직 투쟁을 하고 있으니…. 영화에서 굉장히 깐깐하게 나오는데 실제 모습도 비슷해요. 독특한 성격이지만 착한 사람인 것 같고. 그리고 굉장히 재미있어요.” 영화는 석궁으로 위협만 했을 뿐, 화살을 쏘지 않았다는 김 교수 측과 피 묻은 옷을 증거로 내밀며 테러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부장판사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긴장감이 고조된다. 정 감독은 김 교수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에 손을 내젓는다. “난 객관적인 사실을 정지영의 시각으로 그리려고 한 것이지, 누구 편을 들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그건 자기도 모르게 영화 속 인물에 감정이입이 된 사람들이 하는 얘기죠. 나는 영화를 통해 부당한 권력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주눅 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용기라도 북돋아 주고 싶었어요.” 김 교수와 함께 사법부에 맞서는 박준(박원상) 변호사도 실제 인물이다. 노동 사건 전문 변호사로 빚에 쫓기다시피 사건을 수임한 박 변호사는 비상식적으로 진행되는 재판을 목격한 뒤 김 교수의 조력자가 된다. “법대로 하자.”는 깐깐한 원칙주의자인 김 교수와 “법은 쓰레기”라는 다혈질의 박 변호사가 티격태격하며 힘을 합치는 모습은 때론 진지하고, 때론 코믹하다. 정 감독은 이 둘의 관계 속에 영화의 화두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사회가 합의한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 보수라면, 판사들이 법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김 교수는 보수입니다. 그에 반해 법을 부정하고 모순투성이라고 주장하는 박 변호사는 진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취재하면서 이렇게 전혀 다른 사람들이 만나 같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즉, 보수와 진보가 만나서 사라져버린 보수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거지요.” 실화의 이면을 다뤘고 거대한 권력에 맞서는 개인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제2의 도가니’ 열풍을 기대할 수도 있는 상황. 정 감독은 “‘도가니’가 어두운 내용의 영화이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흥행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겉으로 표시는 안 해도 불만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차별점은 ‘도가니’는 불편하지만 ‘부러진 화살’은 유쾌하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정 감독은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에도 참여했다. “같이 더불어 사는 사회인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애써 숨길 필요가 뭐가 있나요. 요즘 한국 사회 잣대로 따지면 (내가) 진보적인 성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예술가는 어떤 사물을 옆에서 보고 뒤집어 보기도 하면서 보편적인 이데올로기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영화에도 나왔지만, 난 보수의 가치를 인정합니다. 다만 진정한 보수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나쁜 보수에 눌려 목소리를 잃은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죠.” 원래 낙천적인 성격이라는 정 감독은 사법부가 반발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사법부는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사법부가 다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이번 사건을 자신들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한 인간만 희생하면 된다고 안이하게 판단하다가 스스로 족쇄를 채웠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성기(작은 사진)와의 호흡은 세 번째. 20년 만에 만났는데도 눈빛만 봐도 통했다는 정 감독은 “안성기가 저예산 영화에 출연료도 못 받으면서 출연한 것은 평생 가도 만나기 어려운 캐릭터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성취감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마지막으로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날카로운 시선과 영화적인 감각을 유지하는 비결을 물었다. “마음이 젊으면 다 젊어져요. 난 남보다 철이 20년은 늦게 드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오히려 영화에 힘이 되더라구.”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원전건설까지 넘어야 할 산

    원전건설까지 넘어야 할 산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후보지가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으로 선정됐지만 실제로 이 지역에 원전 시설이 들어서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올해 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따라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는 물론 야권 등 정치권에서도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찬반으로 갈린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여론을 한곳으로 모으는 것도 과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이번 부지 선정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가장 큰 진영은 환경단체. 환경연합과 녹색연합 등 40여개 단체 모임인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신규 핵발전소 후보지 선정은 우리나라를 ‘탈핵 발전’이라는 세계적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만들고 있다.”면서 “한수원이 발표한 신규 핵발전소 후보지는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후보지로 지정된 삼척과 영덕은 그동안 핵 관련 시설로 선정됐다가 백지화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혼란이 큰 지역”이라면서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 문제를 사회쟁점화시키고, 이를 위해 모든 정당과 종교계, 시민사회단체와 손잡고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날 민주통합당 등 야권 대표단 면담과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오는 26일에는 신규 핵발전소 부지 선정에 반대하는 1000인 선언을 취합해 서울 광화문 앞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야권의 반발 움직임도 심상찮다. 원혜영 민주통합당 공동대표는 이날 환경단체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원전을 확대하는 첫 조치인 만큼 단호하고도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해당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 관심이 많은 국민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환(민주당)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도 자료를 통해 “원전 정책은 현 정부에서 결정지을 일이 아니다.”라면서 “내년 대선 과정을 통해 보다 밀도 있는 논의를 거쳐 다음 정권에서 책임지고 끌어나갈 문제”라고 주장했다. 조승수 통합진보당 의원은 “정부가 후쿠시마 사고에도 원전 의존율을 높이며 예정된 위험, 예정된 재앙으로 향해 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내년 선거에서 야권 연대의 핵심은 탈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보지로 선정된 삼척과 영덕지역 주민들도 찬반으로 나뉘어 목소리가 분분하다. 지자체 공무원들과 상당수 주민들은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릴 방안이 없다는 현실론 속에 찬성이 우세하다. 영덕읍 주민 김모(53)씨는 “지역에 신규원전을 유치하면 고용효과 등 지역경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원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전 건설을 확대하는 것은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도지사로서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향후 절차에 주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공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표 삼척핵백지화투쟁위원회 상임대표도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으로 추진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은 반드시 백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두걸·삼척 조한종기자 douzirl@seoul.co.kr
  • 정대협 “日, 평화비 철거 요청 철회하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18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평화비 철거를 요청한 것과 관련, “일본 정부는 평화비 철거 요구를 철회하고 반성과 사죄의 마음을 담아 평화비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정대협은 이날 “노다 총리가 ‘평화비가 건설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철거를 요청한 것은 후안무치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대협 관계자는 “평화비에 대해 부끄러움을 갖기는커녕 오히려 ‘도의에 맞지 않고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맞서는 일본 정부의 행태는 양심을 잃어버린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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