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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천 화재 참사’ 건물주 구속…건물관리인은 영장 기각

    ‘제천 화재 참사’ 건물주 구속…건물관리인은 영장 기각

    부실한 건물 관리로 화재 발생 당시 29명의 사망자와 36명의 부상자를 초래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노블 휘트니스 스타’의 건물 주인이 27일 구속됐다.청주지법 제천지원 김태현 판사는 이날 건물 주인 이모(53)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면서 이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경찰은 이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와 ‘소방시설법’ 위반, 건축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그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 앞에서 “유가족에게 정말 죄송하다”, “이런 사고가 나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울먹였다. 반면 경찰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한 건물관리인 김모(51)씨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김 판사는 “피의자의 지위나 역할, 업무 내용, 권한 범위 등을 고려할 때 피의자에게 주의 의무가 존재했는지 불명확하다”면서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경찰은 이씨와 김씨가 평소 소방시설 관리는 물론 화재 당시 이용객 대피 등의 의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 당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2층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 통로는 철제 선반으로 막혀 있었고, 일부 소방시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여기에 이씨는 지난달 건물 9층을 직원 숙소로 사용하기 위해 50여㎡의 크기의 천장과 벽을 막아 불법 증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현장 옆 불법주차 ‘빽빽’…여전히 소방차 공간 없다

    현장 옆 불법주차 ‘빽빽’…여전히 소방차 공간 없다

    소화전 4개도 다 차량으로 막혀소방차 전용구역도 버젓이 주차 주변 건물 비상구도 물건 꽉 차 “이웃들 참사 보고도 안전 망각”26일 낮 12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사고 현장. 외벽 전체가 시커멓게 그을리고 폭격을 맞은 듯 통유리가 부서진 흉측한 건물 모습은 지난 21일 29명의 목숨을 앗아 간 참혹한 당시 상황을 실감하게 한다. 인근 몇몇 가게들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현수막을 걸고 조용히 영업을 이어 갔고, 일부 노래방과 호프집 등은 슬픔을 함께하기 위해 참사 이후 5일째 문을 닫고 있었다. 하지만 참사 현장 주변의 안전의식은 아직도 부족해 보였다. 스포츠센터 동쪽 이면도로를 가 보니 양쪽으로 불법 주차한 차량 탓에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화재가 나서 소방차가 출동한다면 작은 펌프차가 겨우 지나갈 공간밖에 없었다. 인명 피해가 크게 난 원인의 하나가 불법 주차 차량이었다. 소방 당국은 견인차까지 불러 불법 주차 차량을 치우다 ‘골든타임’을 놓쳤다. ‘교훈’을 벌써 망각한 것 같다. 불법 주차 차량은 화재 발생 시 소방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소화전까지 가로막았다. 화재 현장 근처의 롯데마트 주위를 살펴보니 빨간색 소화전 4개가 모두 차량에 막혀 접근이 쉽지 않아 보였다, ‘소화전 등 소화용수 시설 주변 5m 이내에 불법 주정차할 경우 2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규정을 모르는 걸까. 소화전이 장식품처럼 보였다. 인근에 사는 주민 손모(42)씨는 “이웃들이 대형 화재로 목숨을 잃었는데도 아직도 ‘설마’ 하는 그릇된 인식이 팽배한 것 같다”며 “하소동 중심 상권인 이 일대에 주차할 곳이 없다지만 아무 일 없는 듯 불법 주차하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전 불감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스포츠센터 길 건너편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자 주차장이 텅 비었는데도 노란색으로 그린 소방차 전용구역(가로 5m, 세로 12m)을 물고 세운 차량들이 보였다. 주민들이 귀가하는 밤이 되면 소방차 전용구역은 무용지물이 될 게 뻔해 보였다. 하지만 도로가 아니라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이를 보완하려고 지난해 11월 소방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비상구를 찾지 못해 스포츠센터 사망자가 많았는데도 주변 상가 건물들의 계단과 비상구는 아직도 엉망이었다. 노래방, 커피숍, 당구장 등 10여개 점포가 입주한 한 4층짜리 상가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3, 4층 사이 계단에 벽이 설치돼 더 올라가지 못했다. 불이 나 대피했다면 꼼짝없이 갇혔을 것이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비상구·스프링클러 폐쇄·불법 증축… 죽음 부른 단어 ‘설마’

    비상구·스프링클러 폐쇄·불법 증축… 죽음 부른 단어 ‘설마’

    소방 전문 관리업체 압수수색 ‘4시간 후 통화’ 휴대전화 감식 중 발화지점 작업자 진술 ‘오락가락’ 희생자 4명 마지막 발인식 열려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을 수사 중인 충북경찰청 수사본부는 26일 건물주 이모(53)씨와 관리인 김모(5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소방시설법 위반, 건축법 위반 등 3개 혐의, 김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다. 이씨는 1층 로비의 스프링클러 알람 밸브를 폐쇄해 화재 발생 시 작동하지 못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망자 29명 중 20명이 희생된 2층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 통로를 철제 선반으로 막아 탈출을 불가능하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소방시설법상 폐쇄·차단 등의 행위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 숨지게 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씨는 지난 8월 문제의 스포츠센터를 경매로 인수한 뒤 9층 일부를 직원 숙소로 개조하면서 천장과 벽을 막은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씨는 현재 진술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경찰은 2011년 8월 준공될 때 7층이던 건물이 이후 두 차례 걸쳐 8·9층으로 증축된 점으로 미뤄 불법 증축 및 용도변경에 전 건물주인 박모(58)씨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 조만간 박씨를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또 화재 당일 오전 발화 지점인 1층 천장에서 얼음 제거 작업을 했다고 진술한 김씨에게 관리부실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직원 A(66)씨와 입을 맞췄다는 의혹도 확인하고 있다. 화재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김씨의 얼음 제거 방법 진술이 오락가락, 정확한 화재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가 나오는 다음달에나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불난 지 4시간여 후인 지난 21일 오후 8시 1분부터 20초 동안 희생자인 안모(58)씨와 통화했다’는 유족 주장과 관련, 안씨의 휴대전화가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발견되자 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했다. 이 휴대전화가 복원되면 유족 주장의 사실 여부와 소방 당국의 화재진압 부실대응 논란 등이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전화는 3층 남탕 계단에 있던 안씨의 바지 호주머니에서, 안씨의 시신은 목욕 가운만 입은 채 6∼7층 계단에서 수습됐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스포츠센터 소방점검을 벌인 강원 춘천의 소방 전문 관리업체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소방시설 점검을 제대로 했는지 등 건물 소방관리 부실 원인과 책임을 규명할 방침이다. 전문가 24명으로 구성된 소방합동조사단도 이날 활동에 착수했다. 합동조사단은 조사총괄, 현장대응, 장비운용 등 5개 반으로 나눠 소방 당국의 화재진압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조사한다. 사망자가 가장 많은 2층 사우나 통유리 파쇄 여부를 놓고 유족들은 “서둘러 깨고 구조에 나섰으면 피해가 크게 줄었다”고 주장하고, 소방 당국은 “건물 옆 대형 LPG통 폭발과 백드래프트(역화) 위험 때문에 늦었다”고 맞서고 있다. 이날 남은 희생자 4명의 발인식이 열려 장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유족 대책위는 27일 제천체육관 합동분향소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한다. 유가족 대표 류건덕(59)씨는 “이번 참사는 절대 잊혀서는 안 된다”며 “발화 원인과 구조 작업의 문제점 등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천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단 1명이라도 비상구 알았더라면…

    단 1명이라도 비상구 알았더라면…

    초기 자체진화 실패로 신고 늦어잘못된 정보로 지하 수색하기도“손님 중에 단 1명이라도 2층 비상구 위치만 알았더라면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도 있었는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지난 21일 29명의 목숨을 앗아 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은 건물 소방안전관리 부실과 불법 주차 등 안전 불감증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순간이 있었다고 소방당국은 회상한다. 이번 참사에서 가장 많은 20명의 희생자가 2층 여성사우나에서 발견됐다. 그 이유가 주 출입구인 슬라이딩 도어 미작동과 비상구 폐쇄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당시 손님 중에 2층 비상구를 아는 사람이 없었던 게 더 큰 이유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층 비상구 앞이 목욕용품 등이 진열된 철제 선반 등으로 가로막혀 있었지만 사람 한 명은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는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20명이 침착하게 나온다면 짧은 시간에 모두 탈출할 수 있었다는 게 소방당국의 분석이다. 이들은 구조를 몰랐던 탓에 비상구 쪽 접근은 시도도 못 해 보고 결국 슬라이딩 도어 앞에서 11명, 휴게실과 탈의실에서 9명 등 총 2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 대부분이 옷을 입은 상태로 발견돼 비상구 위치만 알았다면 탈출할 시간적 여유는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2층 내부는 주 출입구 쪽만 불에 탔을 뿐 비교적 깨끗해 안타까움이 컸다. 이에 반해 완전 전소에 가까운 3층 남자 사우나에서는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다. 손님들과 함께 안에 있던 이발사가 비상구 위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상구 위치에 대한 단순 정보가 운명을 가른 셈이다. 주민들의 잘못된 정보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화재 당일 출동명령을 받고 오후 4시 9분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 4명은 먼저 매트리스를 깔고 건물 외벽에 매달려 있던 시민을 구했다. 이어 구조대원들은 지하골프연습장으로 진입했다. 어디선가 “지하에 사람이 있다”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하에 들어가 보니 사람은 없었다. 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지하 수색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화재현장에서는 1분 1초가 중요하다”며 아쉬워했다. 건물 관계자들의 초기 대응도 아쉽다. 소방청에 따르면 참사 당일 1층 천장에 불이 시작된 것을 목격한 건물주와 관리직원들은 소화기 3개와 건물 자체 소화전으로 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실패하자 그제야 화재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화재 목격과 동시에 신고한 뒤 자체 진화에 나섰더라면 소방대원 현장 도착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던 것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대부분 사람들이 자체 진화를 시도한 뒤 안 되면 뒤늦게 신고한다”며 “이는 화재를 키울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경찰, 제천 참사 건물주·관리인 구속영장

    경찰, 제천 참사 건물주·관리인 구속영장

    충북지방청 수사본부는 26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건물주 이모(53)씨와 관리인 김모(5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이들은 건물의 안전을 책임지는 관리자로서 소방시설을 부실하게 관리해 이번 화재로 많은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건물주 이씨에 대해선 소방시설법 위반 혐의와 건축법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경찰은 현장 감식과 생존자 진술 등을 통해 1층 로비에 있는 스프링클러 알람 밸브가 잠겨 화재 당시 일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음을 밝혀냈다. 20명의 희생자를 낸 2층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 통로가 철제 선반으로 막혀 탈출이 불가능했던 점도 확인됐다. 지금까지 조사를 통해 밝혀낸 사실만으로도 건물 소방 안전을 책임지는 이 두 사람의 혐의 입증이 충분하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이씨가 9층을 직원 숙소로 개조하면서 천장과 벽을 막은 사실도 확인했다. 이씨와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28일쯤 열린다. 경찰은 김씨가 또다른 건물 직원(66)과 같은 병실에 있으면서 입을 맞췄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화재 발생 직후 구조된 이들이 제천서울병원 같은 병실에서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공사와 관련된 진술과 관련해 서로 교감을 나눴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튿날인 지난 22일 이들이 같은 병실을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을 확인, 다른 병실로 옮기게 했다. 김씨는 조사가 시작되자 1층 천장 공사를 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가 뒤늦게 경찰이 관련 증거를 제시하자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쯤 이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참사 막을 대책엔 관심 없고 공방만 하는 靑·與·野

    작은 불씨로 시작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어떻게 65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로 이어졌는지를 말해 줄 요인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불씨를 잡을 스프링클러는 꺼져 있었고, 달아날 비상구는 막혀 있었으며 안전점검은 하나 마나였고 소방 당국의 화재 진압은 부실투성이였던 사실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한마디로 시설관리 부실과 안이한 안전의식이 화마(火魔)를 잉태했고 부실한 안전점검과 소방 당국의 허술한 대응이 이를 키운 셈이다. 참사 원인 하나하나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안전 불감증의 사례들이라는 점에서 일어날 사고가 일어났고, 나라 전체가 이를 악물고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이런 참사는 언제든 되풀이될 것임을 절감케 된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 대한민국은 눈물을 삼키며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세월호 참극의 책임을 따지는 데 3년 반을 보내면서도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는 데는 모두가 뒷전이었다. 그러는 사이 최근의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 인천 낚싯배 침몰 사고에 이르기까지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숱한 안전사고가 줄을 이었다. 그런데도 궁극적 책임을 져야 할 정치권은 한심하기 짝이 없게도 제천 참사 앞에서조차 네 탓 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제만 해도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유가족 욕이라도 들어 드리는 게 대통령이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이 제천 빈소 조문 직후 울먹이며 말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대형 참사 앞에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겨우 울먹이는 것이냐”고 치받았다. 그러면서 “이승만 대통령의 방귀에 곁에 있던 내무장관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했다는 사건 이후 사상 최고의 아부”라고 조롱했다. 잇따른 참사를 지켜보며 분노하고 있는 국민의 심정을 눈곱만큼이라도 헤아린다면 있을 수 없는 공방이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의 눈물’ 운운하는 감성적 접근이나 세월호를 들먹이는 야당의 네 탓 공방이 아니다. 더는 이런 대형 참사가 없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라는 것이다. 이번 제천 참사만 해도 정치권이 제 할 일 하지 않은 책임이 크다. 제천소방서 소방차가 신고 접수 7분 뒤 현장에 도착하고도 30분 동안 구조 작업을 벌일 수 없게 만든 불법 주정차 문제만 해도 지난 3월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에 상정됐건만 그 어떤 논의조차 없이 9개월째 방치돼 있다고 한다. 사실상 정부와 국회가 이번 제천 참사의 공범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일이다. 정부가 어제 소방청 주관으로 소방합동조사단을 꾸려 제천 화재 원인 조사에 착수했으나 이것으론 부족하다. 범정부 차원의 재난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20대 국정 전략의 하나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안심사회’를 내세웠다. 약속으로 그치지 말아야 한다.
  • [정찬주의 산중일기] 무소유길

    [정찬주의 산중일기] 무소유길

    지난 금요일에 목포를 다녀왔다. 목포시 주관의 북 콘서트 행사는 오후에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담당 공무원은 아침 일찍 전화를 주었다. 눈이 제법 와 있으니 여유롭게 출발해 달라는 부탁의 전화였다. 내가 사는 산중에서 목포까지는 승용차로 1시간 20여 분의 거리지만 내 산방과 도시의 날씨는 생각보다 달랐다. 내 산방 쪽은 눈송이가 나붓나붓 내리다가 말았는데, 목포는 그 반대였다. 시가지는 온통 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나에게 목포는 네 번이나 갔던 정겨운 도시다. 첫 번째는 8년 전에 ‘소설 무소유’를 집필하려고 목포를 거쳐 법정 스님이 태어나신 우수영까지 내려갔던 적이 있다. 두 번째는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을 앞두고 수군 재건을 위해 목포 고하도에서 106일 동안 머문 역사가 있는데 그 현장을 답사했다. 물론 고하도 이야기는 나의 대하소설 ‘이순신의 7년’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리고 세 번째는 박홍률 목포시장님 초청으로 차담을 나눈 뒤 내 산방으로 돌아왔고, 네 번째는 목포에 사는 지인의 권유로 유달산 등 목포의 명소를 둘러보았던 것이다. 이처럼 네 번이나 방문하는 동안 내 눈에는 가수 이난영의 슬픈 ‘목포의 눈물’ 너머로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목포의 눈부신 역사가 보이기 시작했다.북 콘서트의 주제는 ‘임진왜란과 목포의 고하도’였다. 나는 강연 시간의 대부분을 정유재란 때 조선 수군을 재건했던 고하도의 역사적 사실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고하도의 역사적 사실이라 하면 판옥선 40척을 건조하고 군량미 2만 석과 수군의 숫자를 배 이상으로 확보해 노량해전에서 대승을 거둔 이유 중 하나가 된 것이었고, 내가 생각하는 가치란 고하도만의 임진왜란 역사를 관광자원화한다면 성장 동력으로 목포가 도약하는 데 활로가 되지 않겠느냐는 내 나름의 판단이었다. 북 콘서트 강연 서두에 나는 법정 스님의 목포 인연도 소개했다. 목포를 오가면서 몇 달 전 목포시 공무원에게 ‘무소유길’을 제안해 둔 바 있었으므로 북 콘서트 행사장에 온 공무원과 목포 시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였다. 시민들 중에서 특히 문화재해설사분들이 눈을 반짝거렸다. 법정 스님이 청소년기에 목포에서 살았다는 것을 대부분 모르는 듯했다. “목포는 저와도 좀 인연이 있습니다. 저의 스승이신 법정 스님께서 청소년 시절을 목포에서 보내셨기 때문입니다.” 법정 스님은 해방이 되자 해남 우수영에서 목포로 올라와 정광중학교와 목포상고를 다녔고, 6·25전쟁 후에는 목포에 교정을 두었던 전남대 상대를 입학해 다니시다가 1954년에 출가하셨던 것이다. 그러니 법정 스님의 영혼에는 목포의 모든 것들이 간간하게 배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번은 법정 스님께서 내게 ‘목포의 눈물’을 휘파람으로 멋들어지게 불어주시기도 했다. 깐깐한 성철 스님께서 ‘목포의 눈물’을 좋아하신다는 것을 알고 비로소 친근함을 갖게 되었다고 술회한 적이 있으니 스님의 목포에 대한 추억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담당 공무원에게 몇 번이나 전남대 상대가 있었던 구 제일여고에서 정광중학교 자리였던 오거리문화센터, 그리고 스님이 불심을 키웠던 유달산 정혜원까지의 거리를 ‘무소유길’로 이름 붙여 전 국민에게 감동을 주었던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되새겨 보는 시민운동을 벌이자고 했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 정신을 수행자에게는 ‘나도 없는데 하물며 내 것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일반 국민을 상대로는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군더더기를 없애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내게도 하신 말씀인데 아무리 좋은 만년필이라도 한 개면 족하지 두 개는 군더더기라는 것이었다. 때마침 어제 오후에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목포시 문화유산위원회에서 ‘무소유길’을 목포시 문화유산으로 가결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제는 관련 시민들의 동의 절차만 남았단다. 담당 공무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목포의 ‘무소유길’이 소유의 감옥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비상구가 되지 않을까 싶다.
  • 블랙아웃 경전철에 26분이나 갇혔다

    블랙아웃 경전철에 26분이나 갇혔다

    40여명 피해… 전력선 파손인 듯“비상문 못 열어 대피 지연”안전요원 업무 미숙 의혹도오늘 첫차부터 다시 정상운행지난 9월 2일 개통한 서울 첫 경전철인 우이신설선 운행이 25일 단전 사고로 전면 중단됐다. 개통 115일 만이다. 전차선(전동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선) 파손이 사고 원인으로 보이는데 수리를 마친 뒤 26일 첫차부터 정상 운행한다. 서울시와 운영사인 우이신설경전철㈜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54분쯤 신설동역행 1004열차가 솔샘역과 북한산보국문역 사이를 지나다 멈춰 섰다. 승객 40여명은 정전으로 불빛도 없는 전동차에 26분가량 갇혀 있었다. 승객들은 오전 6시 20분쯤 안전요원의 안내를 따라 대피로를 통해 북한산보국문역으로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안전요원의 업무 미숙으로 대피가 지연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고 발생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과 함께 당시 상황을 전한 한 승객에 따르면 안전요원은 당초 전동차 앞면 비상구를 열려고 시도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자 결국 출입문을 열어 승객들을 내보냈다. 운영사는 이후 모든 전동차 운행을 중단시켰다. 1개 편성당 2량으로 이뤄진 우이신설선은 무인운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개통 초기인 현재는 안전요원이 전동차에 배치돼 있다. 이날 사고는 선로 측면에 설치된 전차선이 파손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운영사 관계자는 “사고 전동차 운행 중 전차선 장치와 부딪치면서 전차선 지지대와 전력 공급라인 일부가 손상된 것 같다”면서 “사고 차량을 차량기지로 보내 사고 원인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6시간 넘게 운행이 중단됐던 우이신설선은 복구 작업과 시설물 정밀점검을 거쳐 오후 2시부터 북한산우이역~솔샘역, 솔샘역~신설동역으로 구간을 끊어 임시운행을 재개했다. 하지만 배차 간격이 30분 가까이 늘어지면서 크리스마스에 외출을 하려던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가오리역에서 10분 넘게 기다리다 역을 나온 고은서(24·여)씨는 “경전철로 매일 출퇴근하는데 일주일에 1~2번은 멈췄다가 가기도 하고 무인 시스템이라 그런지 사고가 잦은 것 같다”면서 “급할 때는 마을버스로 4호선 수유역에 가서 지하철을 탄다”고 말했다. 우이신설선은 강북구 북한산우이역부터 동대문구 신설동역까지 11.4㎞를 잇는 노선으로 운행 소요 시간은 약 23분이다. 지난달 기준 하루 평균 7만 2115명이 이용했다. 고홍석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26일에도 열차 운행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출퇴근 시간대 버스 예비차량을 투입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경찰, 제천 화재 수사에 속도…건물주·관리인 구속영장 방침

    경찰, 제천 화재 수사에 속도…건물주·관리인 구속영장 방침

    경찰이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경찰은 건물주와 관리인에 대한 보완 조사를 거쳐 늦어도 26일 오전에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으로 알려졌다.25일 제천 화재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수사본부는 건물주 이모(53)씨와 관리인 김모(50)씨에 대한 혐의 입증에 주력, 늦어도 다음날 오전까지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소방시설법 위반 혐의를, 김씨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만 적용됐다. 경찰은 1층 천장에서 발화한 불이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지는 동안 곳곳에서 나타난 건물 시설관리 탓에 유례 없는 사상자가 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 감식과 생존자 진술 등을 통해 1층 로비에 있는 스프링클러 알람 밸브가 폐쇄돼 화재 당시 일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또 가장 많은 희생자(20명)를 낸 2층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 통로가 철제 선반으로 막혀 탈출을 막았던 사실도 밝혀냈다. 경찰은 화재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한 조사가 이뤄진 만큼 남은 기간 건물 불법 증축과 용도 변경 등에 대한 혐의 입증에 주력할 계획이다. 2011년 7월 사용 승인이 난 이 건물은 애초 7층이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8층과 9층이 증축됐다. 이 중 9층 53㎡는 불법 증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과정에서 캐노피(햇빛 가림막)가 설치되고 불법으로 용도 변경됐다. 다만 이씨가 지난 8월쯤 경매로 이 건물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이전 소유주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체포 영장이 발부된 뒤 검찰은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경찰은 늦어도 26일 오전 중 검찰에 이들 두 사람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에 대한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10월 이 건물 내 사우나와 헬스장 시설 운영을 재개했는데, 불과 2개월 만에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쯤 이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로 2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인재로 굳어지는 제천 참사, 철저히 원인 규명해야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가 인재(人災)임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건물 관계자들과 인허가 공무원, 소방당국이 법규만 제대로 지키고 잘 대처했어도 참사를 빚지는 않았을 것이다. 졸지에 가족을 잃은 유족으로선 참으로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소방당국의 조사 결과 20명이 숨진 2층 여성 사우나에서 비상구는 무용지물이었다. 문 앞에 철제 선반을 설치해 비상구인지 몰랐다는 진술이 쏟아지고 있다. 비상구 앞 시설 설치와 물건 적치는 모두 소방법 위반이다. 게다가 지난달 해당 건물에 대한 소방안전 점검에서 2층 내부는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불이 나자 비상구로 안내하는 직원도 없었다. 상당수 피해자는 비상구가 아닌 출입구로 달려갔다가 문이 열리지 않자 희생되고 말았다. 5명이 숨진 8~9층이 불법으로 증축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화재에 취약한 아크릴과 천막 재질로 지붕을 덮은 테라스를 설치해 음식점 영업을 해왔다는 것이다. 불길이 워낙 세 여기서 숨진 희생자들은 신원 파악이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원래 7층이던 건물에 2개 층을 불법 증축한 경위, 그리고 무허가 시설에서 어떻게 영업신고를 하고 음식점을 운영해왔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따져 보아야 한다. 왜 화재 초기에 여성 사우나의 유리를 깨고 구조하지 못했는지, 굴절 사다리 사용이 왜 늦어졌는지, 불법 주차 차량 정리가 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는지에 대해 유족들과 소방당국이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만약 소방대원들이 늑장 대응했거나 중요한 판단 실책을 범한 사실이 판명되면 엄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경찰은 전방위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그제 현장 합동감식에서 휴대전화 7개 등을 회수해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피하지 못한 이유와 최후 생존시간 등 화재 당시의 중요한 내부 사정을 규명할 단서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물주와 관리 직원을 조사하고, 제천소방서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지금으로선 책임 추궁보다는 정확한 원인 규명이 우선이라고 본다. 어이없는 참사에 분노가 앞서 책임 추궁에만 집착하면 제대로 원인을 찾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 이번처럼 중요한 사안에 대해 유족과 소방당국의 견해 차이가 클 때는 더욱 그렇다. 원인 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그에 따른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가려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 [특파원 칼럼] 일본에서 본 제천 참사/이석우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일본에서 본 제천 참사/이석우 도쿄 특파원

    “차고 증명제 하나만 제대로 시행했어도 많은 희생자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을 언급하던 재일한국인 지인이 발을 구르며 안타까워했다. ‘소방차를 가로막는 불법 주차, 막혀 있는 비상구’는 대형 화재 참사에서 빠지지 않는 주범으로 지탄받아 왔지만, 피눈물 나는 절통한 사건들은 반복적으로 우리 주변을 강타한다. 한국인의 집단 망각증 때문일까, 제도적 장치의 미비 탓일까. 일본의 차고 증명제는 불법 주차를 근본적으로 막는 제도적 장치다. 주차장이 확보되지 않으면 차를 살 수 없다. 자동차 산업이 일본을 지탱하는 대표 산업이지만 차 소유에 대해서는 적잖은 부담을 지게 했다. 아파트 등 공동 주택이라면 차 소유자는 별도의 주차비를 내야 한다. 한국처럼 아파트를 사거나 세든다고 자동적으로 주차장이 제공되지 않는다. 도쿄라면 3만~5만엔(약 29만~48만원)은 훌쩍 나온다. 회사 건물에 주차하기 위해서도 따로 비용이 든다. 집, 회사, 볼일 보러 다니는 곳 등의 주차비 등을 계산하면 한 달 주차비로만 대략 10만엔 이상을 각오해야 한다. 차고제 증명과 예외 없는 단속 등 엄격한 법 집행은 불법 주차를 막고 도심 혼잡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근간이다. “돈 있는 자만 차를 몰라는 말이냐”는 반론이 나올 법하지만 도시 집중도가 우리보다 심각하고, 지진 등 재난 위협 속에서 긴급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하는 일본에서는 아무도 문제 삼지 않고 이를 받아들인다. “내수 살리기에 역행한다”란 구실로 우리처럼 차고 증명제를 반대하는 정치인도, 관료도 보이지 않는다. 인간 선의에 기대하기보다는 제도적 장치, 시스템을 통한 문제 해결을 더 신뢰한다. 불법 주차는 생활 속 문제라는 점에서 사회 질서와 준법 정신에도 직접적 악영향을 준다. 우리 아이들은 불법 주차를 당연한 것으로 보고 배우며 자란다. 주차 딱지를 떼이고, 시비하고 삿대질하는 사람들…. “내가 뭘 잘못했느냐. 다른 사람들도 늘 그렇게 하는데….” 길거리에서 매일 보는 장면은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원칙을 압도하는 상황 논리의 승리’를 상징한다. 불법 주차가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아무리 위협해도, 선거로 뽑힌 지자체 단체장들은 인기 없는 정책을 쓰지 않으려고 못 본 체한다. 결국 한국은 불법 주차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그런 수준의 나라로 굳어져 간다. ‘깨진 유리창 법칙’의 지적처럼 경미한 범죄의 방치가 큰 범죄를 부르듯, 불법 주차의 용인이 한국 사회의 준법 정신 하락을 부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참사를 막기 위해 일본과 같은 차고 증명제의 도입 같은 결정은 불가능한 걸까. 이런 조치가 공동체를 위해 불편과 부담을 개인들이 나눠 져야 함을 일깨우는 시발점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제천 참사는 지켜져야 할 것이 외면되고 무시되는 우리 사회의 수준이고, 현실이다. 일본인들은 엘리트들이 짜놓은 틀 안에서 안심하고, 순응하면서 그 질서를 목숨처럼 지키면서 산다. 한국의 공동체와 공공질서는 개개인들의 제각각 역주행 속에서 무너져 내린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을 치료하고, 법치 사회의 질적 하락을 더이상 용인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과 같은 미봉책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현장에 답이 있지만, 또 그것을 외면할 것인가. 제도와 시스템 구축을 통해 한 걸음 전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 모두 절치부심해야 한다. jun88@seoul.co.kr
  • 1층 천장 얼음 제거 중 발화 가능성

    1층 천장 얼음 제거 중 발화 가능성

    2층 女 목욕탕 비상구 폐쇄… 늑장구조 의혹 휴대전화 분석 2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는 건물주의 안전 의식 부재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경찰은 스포츠센터의 불법 용도 변경, 스프링클러 미작동, 희생자가 많았던 2층 여성 목욕탕 시설 비상구 폐쇄 등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스포츠센터 화재를 수사 중인 경찰 수사본부(본부장 이문수 충북경찰청 2부장)는 24일 스포츠센터 건물주 이모(53)씨와 관리인 김모(50)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제천경찰서 유치장에 수감했다. 경찰은 이씨에게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소방시설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선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발화지점인 1층 천장에서 얼음 제거 작업을 벌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김씨 역시 이번 화재와 관련, 건물 관리 부실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경찰은 스프링클러 미작동과 가장 많은 사망자(20명)가 발생한 2층 여성 목욕탕 시설 비상구 폐쇄 책임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 건물에 대한 소방 점검을 실시한 소방시설관리업체는 당시 스프링클러 보수, 일부 층 피난유도등 작동 불량을 지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건물주 등이 소방 점검 지적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경찰은 책임 규명을 위해 제천소방서와 소방시설관리업체에 대한 압수수색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2층 여성 목욕탕 비상구 통로가 철제 선반으로 막혀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도 소방법 위반으로 해당 책임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8~9층을 불법 증축하고 캐노피(햇빛 가림막)를 임의로 설치한 것이나 음식점으로 등록된 8층을 원룸으로 사용한 것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한편 경찰은 참사 희생자들의 생존 시간을 둘러싼 논란을 규명하기 위해 희생자 휴대전화 통신기록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 건물 6~7층 계단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안모씨의 여동생은 불이 난 뒤 4시간 뒤인 21일 오후 8시 1분에도 20초 동안 통화한 기록이 남아 있다며 소방당국의 늑장 구조를 비판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희생자들의 통화 기록과 현장에서 수거한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유족의 의구심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제천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경찰 ‘제천 화재 참사’ 건물주·관리인 체포…유치장 수감

    경찰 ‘제천 화재 참사’ 건물주·관리인 체포…유치장 수감

    경찰이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화재 참사의 스포츠센터의 건물주인 이모(53) 씨와 관리인 김모(50) 씨를 24일 체포해 유치장에 수감했다. 건물주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가 적용됐다.경찰 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후 늦게 청주지법 제천지원으로부터 건물주 이씨와 관리인 김씨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이씨는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시설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두 사람을 제천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다 혐의를 포착하고 체포 영장을 신청했고 곧바로 유치장에 수감됐다. 김씨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다. 앞서 경찰은 현장 감식과 생존자 진술 등을 통해 1층 로비에 있는 스프링클러 알람 밸브가 폐쇄돼 화재 당시 일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또 가장 많은 희생자(20명)를 낸 2층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 통로가 철제 선반으로 막혀 탈출을 막았던 사실도 밝혀냈다. 소방시설법에서는 소방시설의 기능과 성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폐쇄(잠금)·차단 등의 행위로 사람을 상해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 사망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이씨는 이 건물의 방화 관리자로 지정돼 있어 안전관리 부실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화재 발생일 오전 발화 지점인 1층 천장에서 얼음 제거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런 진술을 토대로 김씨에게도 이번 화재와 관련 건물 관리 부실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씨와 김씨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게 된다. 건물주 이씨는 이번 화재와 별개로 건축법 위반 혐의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2011년 7월 사용 승인이 난 이 건물은 애초 7층이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8층과 9층이 증축됐다. 이 중 9층 53㎡는 불법 증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과정에서 햇빛 가림막이 설치되고 불법으로 용도 변경됐다. 다만 이씨가 지난 8월쯤 경매로 이 건물을 인수했기 때문에 불법 증축이나 용도 변경이 이전 소유주의 책임인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 이씨는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10월 이 건물 내 사우나와 헬스장 시설 운영을 재개했는데, 불과 2개월 만에 참사가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1층 천장에서 발화한 불이 건물 전체로 번지는 동안 곳곳의 시설관리 부실이 화를 키웠다”며 “건물주 이씨와 관리인 김씨에 대한 범죄 혐의 입증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쯤 이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찰, 제천 참사 원인 전방위 수사…건물주 입건 예정

    경찰, 제천 참사 원인 전방위 수사…건물주 입건 예정

    제천 화재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경찰 수사본부는 24일 건물주 이모(53)씨에 대해 2차 참고인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이씨에게 재출석을 요구했다. 경찰은 전날 이씨가 출석에 불응하자 입원 중인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1차 조사를 했다. 이씨가 건강상의 이유로 전날처럼 출석하지 않으면 다시 병원에 수사관을 보내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불이 난 스포츠센터의 불법 용도 변경이나 개조, 대형 참사를 빚은 화재 발생 책임 책임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스프링클러 미작동, 희생자가 많았던 2층 여성 사우나 시설 비상구 폐쇄 책임 소재도 따지고 있다. 경찰은 스포츠센터 운영과 관련해 이씨가 법을 위반한 혐의가 확인된 만큼 조만간 피의자로 신분을 전환, 입건할 방침이다. 이씨에 대한 입건은 이르면 이날 2차 조사 뒤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소방 점검에서 미비점이 드러났는데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의혹과 관련, 책임 규명을 위해 제천소방서와 소방시설관리업체에 대한 압수수색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와는 별도로 시설 관리자 2명을 잇달아 불러 조사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1층 천장에서 얼음 제거 작업을 벌였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 역시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 입건할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 23일까지 화재 현장 목격자 4명, 탈출자·부상자·유족 34명 등 총 38명을 상대로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확보, 사고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제천 참사 유족 “누구 처벌하자는 것 아냐…안전한 나라 만들어 달라”

    제천 참사 유족 “누구 처벌하자는 것 아냐…안전한 나라 만들어 달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초기 골든타임을 놓친 이유는 소방 장비·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면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뉴스1에 따르면 희생자 유족들은 23일 오후 8시 30분부터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제천체육관에서 ‘현장 합동감식 참관’ 관련 브리핑을 했다. 이날 오후 3시 희생자 유족 대표 5명은 경찰,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천시청 관계자들과 함께 화재 현장을 약 1시간 동안 둘러봤다.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1층 천장 부분을 한참 동안 살펴본 유족들은 계단을 통해 2층 여자 목욕탕을 시작으로 스포츠센터 건물 전체를 살폈다. 참관을 마친 유족들은 고개를 숙인 채 무거운 표정으로 건물을 나왔다. 이후 “건물 내부 상황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면서 “(화재 원인 등) 제대로 조사가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브리핑에서 유족들은 가장 많은 사망자(20명)이 발생한 건물 2층은 불에 탄 흔적이 거의 없는 상태였고, 출구만 제대로 확보됐다면 보다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비상구 출입문은 목욕용품 선반으로 가려져 있었고, 주출입문 쪽에 있는 슬라이딩 도어(반자동문)는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였다고 울분을 토했다. 희생자 29명 중 20명의 시신이 발견된 2층 여성 사우나 시설은 필로티 구조(하중을 견디는 기둥만 설치된 개방형 구조)의 1층 발화 지점과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지난 21일 화재 발생 당시 이 건물 1층에는 차량 15대가 주차돼 있고, 이곳에 여성 사우나 시설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있었다. 이 출입구가 차량이 타면서 발생한 연기와 유독가스의 유입 통로가 됐을 것이라는 것이 충북도소방본부의 설명이다. 유족들은 이렇게 불길이 번지지 않은 2층에 조금만 더 빨리 유리창을 깨고 진입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기존의 주장도 반복했다. 하지만 그보다 재난 대응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유족은 “저희가 누굴 처벌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떠들어도 (희생된 가족들은)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좋은 매뉴얼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소방관들, 경찰들 정말 고생하신 분들 많고 그런 분들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정말 훌륭한 (재난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서 안전하고 사람 사는 대한민국 만들어 달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유족은 “(출동한 구조대원들이) 밖에서 화재 진압이나 건물 밖에 매트(에어매트)를 설치할 동안 2층에 있는 사람들을 구조할 시간을 놓쳤다”면서 “진입할 인력만 더 있었으면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제천 화재 참사 유족대표 “소방당국 초기대응 잘못 인정하라”

    제천 화재 참사 유족대표 “소방당국 초기대응 잘못 인정하라”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의 유족들이 초기대응 잘못을 인정하라고 소방당국에 촉구하고 나섰다.유족 30명으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는 23일 제천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앞에서 제천소방서 관계자를 만나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이 화를 키웠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족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한 직후 2층 유리창을 깨지 않은 것이다. 여성 사우나가 있는 2층은 이번에 가장 많은 20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곳이다. 유족들은 서둘러 2층 유리창을 깼으면 희생자를 크게 줄였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 대표를 맡고 있는 류건덕씨는 서울신문 기자에게 “소방당국이 출동해 한팀은 물을 뿌리고 다른 한팀은 소방차를 들이대서 바로 유리창을 깼어야 한다”며 “그랬다면 2층에 있던 사람들은 다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층에서 발견된 희생자들이 모두 옷을 입은 상태였다”며 “불이 나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죽었다는 얘기인데, 바로 유리창을 깼으면 이들이 뛰어내려 전부 구조됐을 것”이라고 했다.이와 관련, 이일 충북도 소방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건물 인근에 대형 LPG통이 있고 주차장에 15대의 차가 불타고 있었다”며 “접근이 어려워 2층 유리창을 깰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유족들은 소방대원들이 건물 뒤편 비상구로 진입하지 않은 것도 이해할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상구는 큰 불길이 치솟은 건물 반대편에서 있기 때문이다. 류씨는 “아쉬운게 너무 많지만 그래도 소방대원들이 고생했다”며 “처벌보다는 매뉴얼을 잘 만들어 앞으로는 이런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게 유족들의 뜻”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국과수는 이번 화재 원인과 관련, “1층 천장에서 발화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 주안점은 1층 천장에서 시작된 불이 시설 설비 자체의 문제인지, 작업자와 연관돼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제천 화재 현장, 20명 숨진 여성 사우나 출입문 불량…비상계단 창고로 사용

    제천 화재 현장, 20명 숨진 여성 사우나 출입문 불량…비상계단 창고로 사용

    지난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건물 2층 사우나에서만 20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사고 이후 2층 사우나 출입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인근 주민들의 증언이 잇따르면서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민 A씨는 22일 “지난달 10일 이 목욕탕을 사용했을 때 2층 여탕 출입문 버튼이 조작되지 않아서 안내 데스크에서 정장을 입은 남자가 올라와 문을 열어주었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밝혔다. 당시 A씨가 촬영한 영상에는 2층 사우나 출입문의 버튼식 자동문을 수차례 눌렀지만, 문이 열리지 않는 장면이 나온다. 불이 난 스포츠센터에서 장기 근무했던 B씨도 “평소에도 버튼식 자동문은 손톱만 한 크기의 붉은 색을 정확하게 누르지 않으면 열리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화재로 연기가 가득한 상황에서 출입문이 열리는 부분을 정확하게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출입문이 안 열려 대피하지 못해 많은 사망자가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평소 이곳을 이용하던 C씨는 “평소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길목에 철제 선반을 설치해 목욕 바구니 등을 쌓아 놓는 등 창고로 썼다”며 “비상구 구실을 못해 손님들이 대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도 브리핑을 통해 “2층 방화문 안쪽에 유리문으로 슬라이딩 도어가 있는데, (출입문을 열지 못해) 그 안쪽에서 사망자들이 많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에 사망자가 몰려 있었던 것은 1층에서 올라온 연기를 피해 나가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출입문 작동 불량 주장을 뒷받침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항 지진 이후] 운전 중 지진 나면? 교통 매뉴얼도 ‘부실’

    [포항 지진 이후] 운전 중 지진 나면? 교통 매뉴얼도 ‘부실’

    日은 상황별 탈출법 상세 기술 지난해 9·12 경주 지진 이후 우리나라도 지진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재난 대비 국민행동요령’은 여전히 문서에 그치고 있다. 교통 관련 대응 요령은 책자 한 쪽도 다 채우지 못할 정도로 허술하고 학교의 재난 매뉴얼도 구체적이지 않다. 정부 차원의 꼼꼼한 대응 매뉴얼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되는 이유다.19일 행정안전부가 제작한 ‘지진 국민 행동요령’에 차량관련 내용은 “자동차를 타고 있을 때 비상등을 켜고 서서히 속도를 줄여 정차”, “열쇠를 꽂은 채 이동” 등 네 문장이 전부다. 다리나 고가도로 위의 행동, 차 밖으로 대피할 상황 등에 대한 설명은 없다. 전철 안에 있을 땐 “손잡이나 기둥을 잡고 전철이 멈추면 안내에 따라 행동한다”고만 나올 뿐이다. 이 행동요령은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부실 논란이 있던 9쪽 분량의 책자를 올해 초 24쪽짜리로 늘린 것이다. 일본 도쿄도가 2015년 발행한 지진 매뉴얼 ‘도쿄방재’의 경우 지진이 났을 때 다리 끝부분에 있다면 속도를 줄여 건너가고 터널 안이라면 출구가 보이면 빠져나가되 긴 터널에선 비상구로 탈출하라는 식으로 상황별로 비교적 상세히 기술돼 있다. 지하철역 안이라면 “바로 지상으로 나가려 하지 말고 몸을 웅크려 기둥으로 이동해 흔들림이 멈출 때까지 기다린다”는 행동 요령도 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지진으로 인한 외부 충격으로 차량의 문이 열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차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든가 위급 시 창문을 깨고 나오라는 등의 세부 대응 방안을 볼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난 시 지휘·통제를 할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교통 대응 매뉴얼도 있어야 한다. 이번 경북 포항 지진의 경우 규모가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혼란이 적었지만 도로 유실 등이 야기되는 대형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역을 떠나기 위한 이재민들의 차량이 몰려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진 발생 당일인 지난 15일 대구~포항 고속도로 포항톨게이트 하이패스 시스템이 1시간 20분가량 중단돼 포항을 빠져나가려는 차량이 한데 엉켜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도쿄방재’에는 지진 발생 시 교통을 통제하는 구간과 긴급 자동차 전용도로로 사용되는 도로를 일반도로와 고속도로별로 구분해 표시해 놨다. 김유식 한국국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진 시 교통 대응 기관이 경찰, 지방자치단체, 도로공사, 철도공사 등으로 나눠진 것을 지적하며 “재난 발생 시 복잡한 교통체계 창구를 신속하게 일원화할 수 있는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매뉴얼을 보강해야 하는 곳은 교육계도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지난해 ‘학교현장 재난유형별 교육·훈련 매뉴얼’을 개정해 규모 5.0 이상 지진 시 학생들을 귀가시킨다는 지침을 넣었지만, 하교 방법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다. 반면 일본 문부과학성의 ‘학교방재 매뉴얼(지진·쓰나미) 작성 지침서’에는 하교, 학교 대기, 대기 시 식량·숙박 대책, 학교상담사 등을 활용한 학생들의 심리보호 대책 등이 자세히 담겼다. 일단 교육부는 급한 대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일 지진 발생 시 상황별 매뉴얼을 정리해 수능일(23일) 전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유진모의 테마토크] 수지가 선택한 유재하와 김현식의 가치

    [유진모의 테마토크] 수지가 선택한 유재하와 김현식의 가치

    수지가 새 음반의 주력 레퍼토리로 선택한 게 고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와 ‘가리워진 길’이라는 뉴스가 공교롭게도 고인의 기일인 지난 1일 나왔다. 고인은 1987년 그날 25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꼭 3년 뒤 김현식이 간경변증으로 32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유재하는 사망 직전 데뷔앨범을 낸 초보가수였다. 가수 겸 배우로서 가장 상업적인 성공의 길을 걷는 수지가 인기 순위에도 오르지 못한 유재하의 곡을 리메이크한다는 건 의미가 각별하다. 두 고인은 비대중적이었지만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에 끼친 영향력과, 팬들의 정서에 똬리를 튼 감성적 지배력은 엄청나다. 1980년 데뷔앨범을 낸 김현식은 카페나 음악다방의 리퀘스트의 황제였다. 2집의 ‘사랑했어요’ ‘회상’ ‘어둠 그 별빛’, 3집의 ‘빗속의 연가’ ‘비처럼 음악처럼’, 4집의 ‘기다리겠어’ ‘한국사람’ 등은 방황하던 지성들의 고뇌와 갈등이 낳은 니힐리즘을 관통하고 보듬던 대표곡이었다. 당시는 전두환 독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 보헤미안 같은 김현식을 TV에서 받아줄 리 없었고, 그 역시 간섭이 많고 위압적이며 권위적인 방송사 PD들에게 고분고분할 마음이 애초부터 없었다. 그의 값어치는 정부가 스케이프 고트 차원에서 만들고, 운동권 대학생들이 그들의 노래를 바이블로 상징화함으로써 창조된 소위 운동권 가수들과는 좀 다르다. 그는 그냥 음악 자체로 운동권, 비운동권을 총망라한 대학생을 중심으로 10~30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배경은 김현식이라는 캐릭터와 음악적 완성도 혹은 취향에 있었다. 그에게서는 항상 반항과 고독이 물씬 흘러넘쳤다. 비타협의 개성, 자기만의 이데아와 에고이즘에 빠진 니힐리즘이 트레이드마크였다. 음악은 더 심했다. 모든 가사가 젊은 날의 방황과 단절, 사랑의 아픔, 인생의 피곤함을 주제로 했다. 그의 인생과 노래에서 술을 빼면 얘기가 안 됐다. 그는 당시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과 획일화된 전체주의적 군사문화 탓에 억눌리고,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적 구조 때문에 지친 젊은이들의 통한의 배수구였고, 절망의 비상구였다. 1984년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키보디스트로 데뷔해 ‘사랑하기 때문에’를 조용필에게 먼저 줬던 유재하는 ‘가리워진 길’도 1986년 김현식에게 먼저 준 바 있다. 그가 음악적으로 위대하다고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가요와 다른 클래식의 도입에 있다. 이전까지 거의 모든 우리 가요는 ‘1절-2절-코러스-1절’을 기준으로 한 천편일률적인 가요적 구성이거나 팝 음악의 레퍼런스였다. 편곡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유재하는 선법과 화성악에서 과감하게 클래식을 도입했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가요의 장르를 만든 것이다. 그래서 그에겐 록가수나 발라드가수란 칭호를 그 누구도 붙이지 못한다. 그냥 그의 음악은 ‘유재하’다. 적지 않은 후배 가수들이 유재하의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이유는 시대를 앞서간 그의 뛰어난 음악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현식의 유작은 그런 사례가 드물다. 그 이유는 김현식이 가진 독특한 허스키보이스에 담아낸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회한과 외로움과 절망과 허무함의 철학을 절규하듯 토해 내는 그의 유니크한 창법 때문이다. 수지가 ‘가왕’ 조용필, ‘언더그라운드의 반항아’ 김현식, ‘클래식을 가요에 접목한 천재’ 유재하 등이 불렀던 노래들의 값어치를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 궁금할 이유는 충분하다.
  • 이정미 “정의당은 ‘국민의 비상구’…제1야당으로 우뚝 서겠다”

    이정미 “정의당은 ‘국민의 비상구’…제1야당으로 우뚝 서겠다”

    이정미 신임대표를 필두로 한 정의당 4기 지도부가 13일 공식 출범했다.이정미 신임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3·4기 지도부 이취임식에서 정의당의 소중한 자산은 그대로 지키되 세대교체를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 왼쪽에 있는 유일한 야당으로, 반개혁 세력과 맞서고 미흡한 개혁은 비판하는 진짜 야당이 되겠다”면서 “지방선거에서 당을 도약시키고 정의당에 권력을 맡기면 우리 삶이 달라진다는 확신을 드려 2020년 제1야당으로 우뚝 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노동 문제와 소수자 인권을 중요시하는 정의당의 정체성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 당을 ‘국민의 비상구’로 만들고,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호자가 되도록 하겠다”며 “여성주의 정당, 성 소수자와 함께 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신뢰와 존중으로 당내 논의를 이끌어 높은 수준의 당내 민주주의를 구현해 철저한 현장형 당 대표, 진보정당 역사상 가장 신뢰받는 당 대표가 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전 대표는 취임사를 마친 이 대표를 꼭 껴안으며 “당선을 축하하고 차세대 리더로서 당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달라”고 격려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만나 “인사는 인사대로, 추경은 추경대로 다루며 열심히 일하는 국회를 국민에 보여줘야 한다”면서 “정의당이 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정세균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차례로 예방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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