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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고 패러디’ 장난이 아니네

    패러디가 대중문화계에 등장한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마침내 광고계에도 패러디가 상륙했다. 압권은 지난 10일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한 야쿠르트의 용기라면 ‘왕뚜껑’광고.SK텔레텍의 스카이 뮤직폰 광고를 절묘하게 패러디했다는 평가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메리 블리지의 ‘패밀리 어패어’가 배경음악(도입부의 왕,왕 등 가사를 한국어로 바꿨다)으로 흘러나오는 가운데 코믹한 이미지의 남자모델(최성호)이 왕뚜껑을 들고 클럽에 나타난다.아슬아슬하게 몸을 비비며 춤을 추는 무대 중앙의 여자 모델과 ‘클러버’들의 손에는 난데없는 왕뚜껑이 들려 있다. 벽에 기대 선 여자 모델(현영)은 멀리서 보면 원작의 그녀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자세히 보면 입맛을 다시고 있는 등 ‘엽기적인 그녀’에 가깝다.리듬을 타며 여자에게 다가간 남자 모델은 원작의 “같이 들을까?” 대신 “같이 뚜껑 열까?”라며 ‘작업멘트’를 날린다.당연히 카피도 “스카이,It's different!” 에서 “왕뚜껑,It's delicious!”로 바뀌었다. 라면 하나를 놓고 두입이 교차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 모델의 입술을 훔치려고 음흉한 웃음을 짓는 남자 모델의 표정도 놓치기 아까운 포인트.원작의 벽화에 등장한 안경 낀 남자가 면발을 한입 가득 물고 있는 것을 봤다면 더 큰 재미를 느낄 것이다.제작사측은 여자 모델에게 야쿠르트의 캐릭터인 ‘라면보이’가 새겨진 배꼽티를 입히는 치밀함을 보였다. 광고를 제작한 코마코 관계자는 “패러디를 허락해 준 스카이 뮤직폰의 광고주인 SK텔레텍에 감사한다.”면서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스카이 뮤직폰 광고를 제작했던 TBWA 관계자는 “음악이나 영상수준을 원작에 가깝게 구현하면서도 재미를 극대화했다.”고 평가했다. 왕뚜껑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진 못했지만 광고를 패러디한 광고는 지난해 가을 롯데제과의 ‘맛있구마’(대홍기획 제작)가 먼저 시작했다. 89년 선을 보인 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코미디의 단골 소재가 될 정도로 전 국민의 뇌리에 박혀 있는 롯데칠성 델몬트 주스 광고 ‘따봉편’을 패러디한 것이다. “여기는 고구마의 원산지.이곳에선 정말 맛있는 고구마를 보았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맛있구마!”.성우 김종성씨의 맑은 목소리는 14년전 그대로다. “따봉!”을 연발하며 현란한 삼바춤을 선보이던 원작은 밀짚모자에 수건을 둘러 쓴 농부와 아낙의 막춤으로 ‘변질’됐지만 흥겨운 리듬만큼은 변함없다.TV방영은 끝났지만 www.tvcf.co.kr에서 다시 볼 수 있다.이에 앞서 대홍기획측은 화장품 ‘꽃을 든 남자’의 광고를 패러디,“팬티가 장난이 아닌데….”라는 내용의 60초짜리 극장용 속옷 CF를 선보이기도 했다. 광고대행사 관계자들은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를 패러디한 광고는 많았지만 광고를 패러디하는 것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머물기 일쑤였다.”면서 “광고 자체의 인지도가 워낙 높아진 데다 패러디 광고가 뜨면 원작의 인기도 동반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광고를 패러디한 광고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
  • [자문위원 칼럼] ‘유명인마케팅’시대의 언론

    정치권의 신인영입 경쟁이 유명세에 바탕을 두고 진행되고 있다.각 정당은 거의 모든 선거에서 개혁,인재의 등용,물갈이의 구체적인 액세서리로 유명인을 내세워 한 표를 호소해왔다.이런 유명인마케팅은 과거 선거에서 효험이 있었고,이러한 경험 때문에 하나의 선거전략으로 자리를 잡았다. 유명인의 정치참여는 정치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를 가진 유권자의 일부에게 정치에 대해 신선한 느낌을 갖게 하고,자신이 좋아하는 유명인의 당선을 고대하게 만든다.정당의 마케팅도구라는 기능을 충실히 하는 셈이다. 언론도 최근에는 그동안의 정치부패 일변도의 보도에서 벗어나,유명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소개하는 지면이나 방송시간을 확대하는 등 선거에 대한 관심을 재점화하고 있다. 선거가 점차 미디어,특히 텔레비전의 영향력에 좌우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지만 유명세가 정치인의 선정기준이 된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유명세를 누리는 유명인이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사람을 의미한다.무슨 일로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는지보다는 그저 남들이 많이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 바로 유명세이다. 하지만 유명세를 분석해 보면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우리는 고(故) 정주영 회장이나 이건희 회장을 영웅이나 지도자로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하지만 가수 이효리 같은 연예인이나 한선교,박영선 등 방송인을 영웅이나 지도자라고 부르지는 않는다.이들은 단지 대중의 스타,유명인일 뿐이다.즉,같은 유명인이라도 영웅이나 지도자,혹은 스타로 구분된다.전문가들은 사회적 기여를 기준으로 유명인을 생산형 유명인,소비형 유명인으로 구분한다.정주영 회장이나 이건희 회장은 생산형 유명인이지만,연예인이나 방송인은 소비형 유명인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정치권을 지배해 온 사람들은 학생운동,검찰,방송,정부고위관료 출신 등 숱한 소비적 유명인이었다.적어도 정치권에서는 소비형 유명인이 생산형 유명인을 압도해 왔고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사회적 기여와 함께 유명세의 근원도 유명세의 사회적 가치를 결정하는 요인이다.같은 유명인이라 할지라도 방송인이나 연예인이 텔레비전 때문에 유명해 졌다면,정주영이나 이건희 같은 지도자는 텔레비전이 존재와 큰 관련없이 유명한 인물이었다.쉽게 말해 유명인도 텔레비전이 만든 유명인이 있고,사회적인 공헌으로 기억되는 유명인이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 사회가 유명인에 대한 환상을 갖는 것은 미디어정치가 득세하면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유명인이라도 사회적 기여의 정도와 유명세를 누리게 된 원인은 크게 다르다.우리사회가 유명인의 정치참여를 어느 기준으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유명인의 정치참여의 적절성을 판단하기란 어렵다.하지만 사회적 우선순위라는 입체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때 쉬워질 수 있다.국민이 선호하는 시대적 우선순위는 파당적 시시비비가 아니라 연소득 2만달러 돌파와 일자리창출이다.따라서 유권자가 소비형 유명인과 생산형 유명인 가운데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는 어쩌면 간단할 수 있다. 유명인마케팅 시대의 언론 역시 정치권의 의도에 일방적으로 끌려가거나 단순한 전달에 그쳐서는 안 된다.유명인의 행적에 대해 시시비비와 사회적 기여에 대한 가치를 가려 독자들에게 판단기준을 제시해줘야 할 것이다. 허행량 세종대 교수
  • [사설] 尹장관 사퇴로 외교혼선 끝내야

    윤영관 외교부장관이 전격 사퇴했다.장관이 먼저 사의를 표명하고,대통령이 수리하는 형식이었지만 사실상 경질로 여겨진다.이로써 일부 외교관들의 ‘부적절한’ 발언과 정보유출 행위 등이 얼마나 심했었나 짐작되지만,모든 게 이해되는 건 아니다.대체 외교관들이 무슨 발언을 하고,어떤 반발을 했기에 대통령이 연두 회견에서 인사조치를 거론하고,다음날 장관이 물러나야 했는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따라서 국익이나 동맹관계를 현저하게 해칠 내용이 아니라면 사실관계를 소상히 밝히는 게 순리라고 하겠다.그래야 공무원 ‘군기잡기’니 하는 구설을 잠재우고,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문제의 발언들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렵지만,지금까지 드러난 행태는 분명 선을 넘었다고 본다.“때때로 대통령의 정책방향을 바꾸고자 하는 의도가 보이는 사전 정보유출이 있고,때로는 결정된 정책의 세부 정책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 한 것으로 보이는 정보유출이 있었다.”는 지적에 무슨 변명이 통하겠는가.정책 결정과정에서의 이견과 토론은 당연하지만,그 이후의 딴소리는 공직자가 취할 자세가 아니다. 윤 장관의 퇴진은 외교정책의 혼선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특히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외교부간 마찰이 외부로 표출되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참여정부 출범 이후 ‘자주파’니 ‘동맹파’니 하고 불거져온 이분법적 갈등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이와 관련해 “외교부 직원들이 과거의 의존적인 대외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참여정부가 제시하는 ‘자주적’ 외교정책의 기본방향을 충분히 시행하지 못했다.”는 청와대 인사수석의 사표수리 배경 설명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새 외교안보팀은 용산미군기지 이전을 비롯,이라크파병 문제와 북핵 등 대미 현안과 관련해 분명한 자주외교노선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후임 외교부장관은 이런 개혁의 소임을 힘있게 추진할 인사로 임명되기 바란다.
  • 서울시향 - 해촉된 곽승 상임지휘자 相生 필요

    서울시교향악단의 음악감독에서 해촉된 곽승씨가 세종문화회관(사장 김신환)을 상대로 ‘음악감독 및 지휘자 지위보전 등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지휘자와 성악가 출신 사장이 음악을 놓고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최악의 상황으로 접어든 것이다. 그러나 세종문회회관 주변이 아무리 시끄럽다고 해도,음악팬쪽에서 보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서울시향은 ‘대타’를 내세워 지난 8일의 신년음악회를 여느 정기연주회 처럼 무덤덤하게 치렀다.곽씨가 지휘대에 올랐다면 훨씬 열기를 내뿜는 연주회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할 음악팬은 별로 없다. 세종문화회관쪽도 마찬가지다.김 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곽씨의 ‘불성실’에 초점을 맞추고 해촉의 정당성을 부각시키려 애쓴다.법원의 판단에 상당한 작용을 할 계약내용은 실제로 세종문화회관쪽에 유리한 것 처럼 보인다.하지만 관행에 익숙한 음악인들을 완전히 설득하지는 못하고 있다. 곽씨는 오는 16일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신년음악회를 예정대로 지휘한다.그러나 1996년 이후 지켜온 수석지휘자 자리는 최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심기일전한다면 잃어버린 명예는 언제든 회복할 수 있다. 반면 서울시향은 올 한해 객원 지휘자 체제로 운영한다.헝가리의 지외르지 라트를 연습 지휘자로 다시 초빙하고,한국인 부지휘자의 영입도 검토하지만,유능한 상임 지휘자의 초빙은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겠다는 것이다.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곽씨는 매우 실망할 것이다.그렇지만 부산시향을 전보다 더욱 갈고다듬어 서울시향에 버금가는,나아가 뛰어넘는 교향악단으로 만들어 놓는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반려했다고 해서 세종문화회관이 이기는 것도 아니다.곽씨의 뜻을 꺾어 하루이틀은 기분이 좋을지 몰라도,서울시향에는 ‘객원 지휘자를 땜질식으로 투입하는 비상체제’말고는 남는 것이 없다. 세종문화회관은 ‘곽승을 내보내 서울시향의 발전을 앞당기게 됐다.’고 자신할 수 있을 만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된다.이제 ‘서울시향을 발전시키려면 세종문화회관 밖에 새로운 서울시향을 하나 더 만드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시중의 농담 아닌 농담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가 됐다. 서동철기자 dcsuh@
  • 올 공무원보수 3%인상

    올해 공무원 보수는 기본급 3% 및 정액급식비 3만원 인상 등 전년보다 총액 대비 3% 오른다.정부는 그러나 공무원 처우개선을 위해 봉급조정수당 2000억원을 예비비로 확보,오는 11월 지급할 방침이어서 이를 감안한 실질 인상률은 3.9%이다.대통령을 비롯한 정무직 공무원들의 보수 인상률(봉급조정수당 포함)은 5∼9.5%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인사위원회는 2일 이같은 내용의 ‘2004년 공무원의 직종별 연봉 및 봉급표’를 확정,발표했다.직종별 특수업무수당 등 나머지 수당과 여비 규정은 다음주 발표된다. 올해 공무원 보수 인상률 3.9%는 정부가 ‘공무원 보수 현실화 5개년 계획’을 입안,시행에 들어간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공무원 보수는 2000년 9.7%,2001년 7.9%,2002년 7.8%,2003년 6.5% 등 4년 동안 고공행진을 해왔다. 중앙인사위에 따르면 올해 정부 예산 가운데 24조 2000억원(예비비 2000억원 포함)이 공무원 보수 지급을 위해 책정됐다.지난 97년 외환위기 직후 민간 중견기업의 88% 수준까지 떨어졌던 공무원 보수는 ‘2004년 말까지 100인 이상 민간 중견기업의 100% 수준까지 인상한다.’는 정부 계획에 따라 민간임금 접근율이 2000년 91.1%,2001년 95.3%,2002년 96.8%,2003년 97.3% 등 해마다 높아져왔다. 대통령 등 정무직 공무원들의 연봉은 지난해보다 5∼9.5% 인상된다.대통령 연봉은 1억 5203만 8000원으로 지난해 1억 4468만 8000원에 비해 5.1% 오른다.국무총리와 감사원장 및 부총리,장관 및 장관급에 준하는 공무원도 지난해보다 5%가량 인상된다. 법제처장과 국정홍보처장·국가보훈처장·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해보다 7%가량,차관 및 차관급에 준하는 공무원은 9.5%가량 오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성과급 연봉제가 적용되는 공무원의 경우도 1급(상당)은 상한선과 하한선이 각각 8.9%,2급 및 3급은 5.1% 정도 인상된다. 박은호기자 unopark@
  •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호박(琥珀) - 김효동

    월령 29일,그믐이다. 동쪽 하늘에 그믐달이 비껴 떠 있다.망원경 경통에 입을 맞추고 숨을 길게 내쉰다.경통의 옆면을 스치며 부연 입김이 날아간다.파인더에 눈을 들이댄다.그믐달은 파인더의 십자선 중앙에 꼼짝없이 잡혀 있다.접안렌즈로 눈을 옮기고 핀트를 맞추자,달 표면의 크레이터가 또렷이 나타난다.달의 바다인 습기의 바다가 거친 암영을 채워가고 있다.그 주위를 비에타나 티코와 같은 크레이터들이 점점이 두르고 있다.크게 심호흡한다.내뱉은 입김이 옅은 달무리를 만들어내다간 금세 흩어진다.눈을 떼고 고개를 젖뜨린다.금방이라도 화구를 열 듯한 하늘이지만 아직껏 짙은 어둠만 머금고 있을 뿐이다.깊은 바다의 잔잔한 침묵을 그려내는 듯하다.꼭 움켜쥐고 있던 액세서리 호박을 코밑에 가져다 댄다.발트해의 짙푸른 해수가 밀려온다.로스토크 연안 부두,김 선배는 독일에 가고 싶어 했다.오래 머물진 않을 거야.어디까지나 여행이니까…….호박이야.발트해를 상징한대.독일에 사는 이모가 보내줬는데 이젠 필요 없게 됐어.이왕이면 북해까지 돌아볼 생각이야.보트니아만을 거쳐 핀란드만까지…….북두칠성 국자의 머리 부분에 머물러 있던 눈동자가 작은곰자리를 거쳐 북극성으로 옮겨간다.호박을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는다.발트해,김 선배가 그곳에서 곤충이 박힌 호박을 캐고 있다면,나는 이곳에서 놈들을 낚아야 한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부딪친다.간들거리는 고목 가지가 그믐달을 콕콕 찌르기 시작한다.할아버지를 지그시 내려다본다.방한복을 여미는 모습이 어줍다.담배는 안 돼요.할아버지는 담배를 먼저대로 담뱃갑 속에 쑤셔 넣는다.할아버지의 등 뒤로 다가가 방한모를 씌우고 요철(凹凸)형 단추를 채워 드린다. 때각! 할아버지의 어깨가 움찔한다.손전등을 입에 물고 점퍼 속에 손을 넣는다.손바닥만한 관측일지가 차가운 공기를 맞는다.9월15일,강원도 횡성,오리온자리가 희미하게 보이다.맨눈 관측,화성이나 황소자리보다는 밝은 편임…….두 달이 훌쩍 지났구나.펜을 꺼내들고 마음을 가다듬는다.11월18일,경북 문경새재.그믐달에 가까워 맨눈으로 3,4등성도 확인 가능.사자자리 부근을 향해실험 촬영.바람이 불지만 촬영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듯……. 망원경 앞으로 돌아온다.파인더를 단단히 고정하고 조심스레 미동나사를 조절한다.망원경의 방향이 찬찬히 천정(天頂)으로 향한다.하늘은 자정을 기해 이전까지의 침묵을 깨뜨릴 것이다.삼십 년을 넘게 만삭이었던 하늘이 자궁을 연다? 굉장히 매혹적이야.놈들을 사냥하는 일은 얼마나 더하겠어! 근사한 녀석들 많이 담아 와.플레이트로 고개를 돌린다.넉 대의 카메라가 좁은 플레이트 위에 빽빽이 올려져 있다.많이 잡아오면 괜찮은 놈으로 한 마리 주는 거지? 나도 꼭 찍고 싶었는데…….작년에 소백산에 갔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서 한 놈도 찍지 못했잖아.달이 보름달에 가까워서 큰 놈에게 희망을 걸었는데,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서 그것마저도 물 건너갔지 뭐야.편지하면 그 주소로 보내주는 거 잊지 마.바람에 실려 온 검불이 얼굴을 스친다.망원경의 접안부를 두 손으로 꼭 감싼다.밤하늘 이곳저곳에 빛을 게우고 번뜻 사라질 녀석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긴장이 몰려온다.오늘은 기필코 대어를낚아야 한다. 문경새재는 초행이다.소백산이나 함백산에서보다 수월한 등반이 될 것이라는 지도교수의 귀띔이 이곳을 선뜻 결정하게 만들었다.잡광(雜光)이 없고 먼지가 적어 촬영이 용이한 곳이라는 정보는 관련 잡지를 통해 앞서 접한 터였다.산꼬대가 심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괜찮은 촬영지다.나무가 많지 않은 나지막한 산언덕에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 또한 썩 마음에 든다.고개를 들어올린다.밤하늘에 지독한 정적이 연출되고 있다.바람이 차다.귓불을 스치는 산바람은 가랑이까지 으스스하게 만들 정도다.할아버지가 으레 신경이 쓰인다.차에 계시는 편이 낫겠어요.내려가시겠어요? 할아버지의 어깨 위에 가벼이 손을 올려본다. “괜찮아요.다 늙어서 한 번 찾아온 감기가 그 무슨 대수라고.” 할아버지의 몸 상태가 영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손자를 따라나서야겠다는 얄망궂은 고집을 쉬이 꺾을 수가 없었다.두통 때문에 소다를 댓 수저 퍼먹었거든.어째 머리가 다섯 배는 더 지끈거려요.바람을 쐬면 조금 나아지려나…….할아버지를 향한 불안함이 이제는부모님에 대한 섭섭함으로 옮겨간다.온천 관광을 떠나는 부모님이 홀로 집에 계시기 적적하다는 이유로 할아버지와의 동행을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서릿바람에 아이를 업고 밭에 나온 기분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수안보에서 부모님과 헤어지고 내내 말이 없던 할아버지의 입을 트게 한 것이 차가운 기침이었다는 사실을 거슬러 생각하게 된다.화분증 탓에 봄마다 기침으로 고생하는 할아버지이긴 하지만 한 번도 감기에 걸린 적은 없는 분이다.성치 않은 오른다리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가슴은 더욱 답답해져 온다.당장 차로 모셔다드릴게요.얼마 버티기 힘드실 거예요. “나는 아무래도 괜찮다니까…….그나저나,등나무집 할머니 말이다.왜,너도 알잖아,얼마 전에 네 엄마가 소개시켜준…….” 낚시용 승창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청승궂다.이내 지팡이 끝으로 낙엽 더미를 헤적이기 시작한다.땅 위에 글자를 새기고 있는 듯도 하다.낙엽을 헤치는 소리가 듣기에 좋지 않다.선영에게 얘기는 많이 들었네.경영학을 전공한다고? 수치에 매우 민감하겠군.아,자네도 들어서 알겠지만,난…….찻잔을 내려놓는 종업원의 행동이 거치적거린 모양이었다.남자는 말을 멈추고 김 선배의 어깨를 두드렸다.영문학과 선배야.우리 동아리 회장이었고…….이 년 전에 졸업했어.둘 다 초면이겠지? 나는 김 선배의 재킷에 박힌 장식용 버클에 시선을 고정했다.반갑네.남자는 내 시선을 밀쳐내듯 손을 내밀었다.손이 형편없이 못생겼군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말을 꾹 삼켰다.나는 그가 청하는 악수를 건성으로 받아들였다.형편없기 짝이 없는 그 손 언제까지 잡고 있어야 합니까! “성우라고 했지,아마?” 김 선배가 나를 대신해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은 많이 찍어봤나? 사진 속에 별을 담는 것과 정물을 담는 것은 확연히 다르지.쉽사리 덤비지 말아야 할 것이 천체를 담아내는 일이야.한낱 취미 정도로 생각했다간 큰 오산이지.듣자하니 소질이 많다던데…….무엇이든 역량이라는 것이 중요하지.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이 녀석이 찾아왔더라고.달과 금성의 일주 사진이라고 보여주는데 볼품이 없더군.난 처음에 반딧불 사진인 줄 알았다니까.농담 삼아,개똥벌레의 일주 사진이네,감히 반딧불로 별을 대적하다니,그랬지.” 남자는 김 선배를 돌아보며 짐짓 미소를 지었다.김 선배의 얼굴로 미소가 이어졌을 때,그녀의 재킷에 달려 있는 버클을 떼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치밀었다.어째서 별을 찍지? 나는 남자의 점잖은 말투가 듣기에 거북했다.글쎄요,뭐든 좋아지기 시작하면 따라가는 법이죠.남자는 한동안 내 눈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선물을 하나 할까 하는데,어떤가? 남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과장된 걸음으로 카페를 빠져나갔다.그의 뒷모습을 보면서,누군가 카페 바닥에 바나나 껍질을 놓아두었더라면,하고 생각했다.괜찮아,성우야? 불편해 보여.난 너한테 도움이 될까 해서…….나는 김 선배의 시선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이 분야에선 알아주는 베테랑이야.물론 지금은 접은 상태지만…….작년엔 외국의 한 천문대가 주최한 천체 사진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어.나이가 많은데도 열정이 대단해.열정이라는 말로 남자의 나이를 짐짓 감추어보려는 그녀의 말투가 왠지 우스꽝스러웠다.저 사람 곧 인도로 떠날 거야.다른 세상을 접해 보고 싶대.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많이 도와줄 거니까,한국에 머무는 동안 자주 만나봐.남자의 구두 소리가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카페 가득 둔탁한 공명을 일으키며 다가왔다.할머니가 마음에 안 드세요,할아버지? “아니,내 말은 그런 게 아니라…….” 할아버지는 말끝을 흐리는가 싶더니 이내 기침을 토해낸다.기침 소리가 밤하늘에 긴 메아리를 긋는다.할아버지를 내려다본다.할아버지의 안경알에 그믐달이 갇혀 있다.그믐달이 거듭 요람으로 변하는 착각이 든다.할아버지의 심상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다.산록을 오르면서 할아버지는 내내 요람 위에서 쉬고 싶다는 말을 되뇌었다.무릎을 매만지며 번번이 하늘을 올려다보던 할아버지의 눈빛에서 요람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곧장 알아차릴 수 있었다.의족이 할아버지를 지탱하기엔 무리이지 싶었지만 할아버지는 그에 아랑곳없다는 듯 쉬지 않고 내 뒤를 따랐다.점점 뒤처지는 할아버지를 이곳까지 끌어올린 것은 아마도 달의 이미지가 전하는 느긋한 안주(安住)가 아니었을까.회답이라도 하듯 북극성 주위를 오르내리던 낙엽이 요람 위에 사붓 내려앉고 있다. “할망구가 은근히 피하더구나.어쩐지 아니다 싶었어.미련일랑 한푼 남길 것도 없다.네 엄마도 그렇지,그리 줏대 없는 할망구를…….” 할아버지는 의각이 끼인 다리를 쭉 뻗는다.아닐 거예요.할머니가 일부러 피하기야 하시겠어요? 할아버지의 긴 한숨 소리가 귓가로 날아온다. 플레이트 앞으로 다가간다.카메라 한 대를 집어 든다.애지중지하는 펜탁스67 기종이다.노출을 중단하고 필름을 교체한다.노출 시간을 초과한 감이 들지만 유성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일은 없다.다만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필름이 아까울 뿐이다.대학에 다닐 때 처음으로 장만했던 카메라야.니콘FM2지.선배로서 주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받아,자! 그믐달을 할퀴면서 한참을 꼬박거리던 나뭇가지가 툭 부러진다.배낭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모양이다.배낭으로 고개를 돌린다.어서 받아,성우야.내년 가을에 유성을 촬영할 거라면서? 이번에 못 찍었다고 그 난리를 치더니.카메라 한 대 더 있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잘 알면서.어서 받아.나는 김 선배를 바라보다가 남자가 건네는 카메라를 말없이 받아들었다.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별을 너무 많이 본 탓일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상이 끝없이 생기더군.혼자 여행을 선택한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르지.가면 갈수록 새로운 걸 찾게 돼.물론 과거가 바탕이 된 새로움이겠지만.인도에 대해 아는 것 좀 있나? 힌두교? 일처다부혼? 아니면,마하트마? 남자와 김 선배가 자리를 떠나고 나서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동아리 선배로서 소개시켜줬을 뿐이니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해해.아,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이야,마하트마란.김 선배는 다시 돌아와 그렇게 몇 마디 던지고는 급하게 카페를 빠져나갔다.나는 김 선배가 잠시 우주로 여행을 떠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불안감은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는 힘으로 나타났다.그들이 지나간 카페 홀에 문뜩 간디와 마하트마를 외치는 남자가 부딪쳤다가 분산하는 이미지가 그려졌다.커피 리필해 드릴까요? 종업원은 나의 대답을기다리는 투였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그녀가 무안해하길 바라면서 그녀의 코밑을 계속해서 쏘아보았다.리필해 드리겠습니다.위대한 영혼 좋아하시네! 잠시 주춤하던 바람이 한달음에 몰려온다.옹그리고 있던 낙엽 더미가 소르르 흩어진다.달빛을 빌려 주위를 둘러본다.할아버지의 발 앞으로 융단이 말리듯 낙엽 더미가 굴러간다.굴러간 낙엽만큼의 양이 또다시 굴러오는 모습이 거년스럽다.할아버지의 어깨 위에 낙엽 한 장이 사부랑삽작 걸터앉는다.아니,어느새 날아간다.할아버지,녹차 드릴까요? “아니,됐다…….애초에 소개를 받는 게 아니었지,여시 같은 할망구!” 배낭에서 녹차 티백과 보온병을 꺼낸다.배낭 옆에 부러진 나뭇가지가 힘없이 나동그라져 있다.다만 동아리 선배로서 소개시켜줬을 뿐이니까…….웃음이 나온다.플레이트가 놓여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삼각대에 장착한 카메라와 플레이트 위에 올린 넉 대의 카메라가 하늘을 향해 조리개를 가만 열어놓고 있다.적도의 가대에 올린 카메라는 천구의 이동을 따라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가져오지 않은 남자의 카메라가 머릿속에 떠오른다.유성을 담아내기에 카메라가 적은 듯도 하다. 티백을 간닥거리며 망원경의 접안부를 들여다본다.카시오페이아와 페르세우스 사이에 웅그리고 있던 은하단이 어느 틈에 천정(天頂) 부근으로 이동해 있다.별들의 바다를 감상하기에 녹차의 양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없네,부담이 엔간히 드네,민망해서 자식들 볼 면목이 없네,다 늙어서 주책이 아닌가 싶네…….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더니,뭐 그리 둘러댈 것이 많은지.보험 들으랄 때부터 알아봤지,내가! 참말로 사랑은 아무나 하나네 그려.” 녹차를 들이켜다 사레가 들린다.입술을 훔치며 할아버지를 돌아본다.할아버지의 고개가 하늘로 향한다.나의 시선이 어느새 할아버지의 고개를 따라간다.성도(星圖)를 펴놓은 듯한 밤하늘이다.고개가 각각의 별자리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남쪽 하늘에 고래자리가 자오선 위를 조용히 헤엄치고 있다.서쪽 하늘,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가 말없이 지고 있는 모습이다.달을 품은 동쪽하늘,쌍둥이별의 카스트로와 폴룩스가 드높게 떠 있다.가슴속에 새겨진 성도가 보이지 않는 별마저 또렷이 그려내고 있다.아마 잦은 촬영에서 밴 습관일 것이다.멀리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이 외롭게 반짝인다.별을 본다는 건 말이야…….그건 결코 값싼 센티멘털리즘만으로 되지 않는 거야,적어도 우리 같은 사람에겐.김 선배의 손가락이 작은개자리에 머물렀다.끝내 그 모습만을 유지하는 별은 없어.나 역시 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진 않아.프로키온,다른 별들처럼 모여 있지 않고 외롭게 떠 있지.저 별을 보고 있으면…….아니다,값싼 감상은 내가 찾고 있네…….자,봐봐! 김 선배의 손가락이 공중에서 천천히 움직였다.큰개자리의 시리우스와 베텔게우스를 연결하고 프로키온으로,다시 시리우스로 돌아오면…….김 선배의 손가락이 내 눈앞에 머물렀다.김 선배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어색한 마음에 멀리 횡성군(郡)의 정경을 내려다보았다.그러니까,그렇게 그려보면 겨울의 대삼각형이 이루어지는 거야.네 손으로 한번 그려볼래? 지그시 눈을 감아본다.주머니 속의 호박이 얼굴에까지 느껴진다. “생판 모르는 할망구 만나서 뭔 득을 보겠다고.내가 미쳤지!” 할아버지는 두 손을 비비며 몸을 움츠린다.몸 전체가 굼벵이처럼 오그라든다.정말 안 되겠어요,차로 돌아가요.할아버지는 대답이 없다.흰자위가 드러나도록 눈을 치켜뜨고 달 쪽을 올려다볼 뿐이다.억지를 부리는 어린아이 같아 안쓰럽다.달은 달일 뿐,요람은 그저 값싼 감상인 모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지독한 난시 탓에 할아버지에겐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밤하늘이라는 것마저 이곳에 와야 할 명분을 지우는 것 같아 답답하기까지 하다.어느새 할아버지의 발목까지 낙엽 더미가 덮여 있다.의족으로 낙엽을 헤치는 모습이 곰상스럽다.갑자기 할아버지가 지팡이에 의지해 승창에서 일어선다.차로 가시겠어요? 할아버지는 지팡이로 땅을 꾹 찌른다. “칼을 들었으면 두부라도 썰어야지,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산중턱을 엷게 스친다.등나무집 할머니를 두고 하는 말이다.칠순을 넘겨보는 할아버지에게 사랑이 찾아왔다는 사실이 나에겐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기억도 나지 않는 할머니 얼굴을 등나무집 할머니의 얼굴로 대신하겠다는 생각도 없다.다만,물 건너간 사랑을 되돌리지 못할 때 찾아올 슬픔을 고스란히 할아버지 자신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작년 가을에 콤바인 예취날에 바짓부리가 걸려 발목을 잃은 할아버지에게 사랑은 그 후유증마저 낫게 할 수 있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는 생각지 못한 섬으로 가로막힐 때가 있다.경우에 따라선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그래서일까? 할아버지의 사랑이 쉽사리 이루어지리란 기대는 들지 않는다.등나무집 할머니는 둘러대는 것이 아니다,어쩌면.할머니도 일부러 그러시는 건 아닐 거예요. “그럼 만나지 말자는 게 진심이라는 게냐?” 아니,그런 것이 아니라,뭔가 사정이…….갑자기 눈 속에 번뜩하며 섬광이 스민다.고개를 젖히자 곧 하늘이다.드디어 화구를 벌린 모양이다.그대로 하늘에 눈을 처박는다.이중성단을 관통하며 희미하게나마 유성 하나가 떨어진다.할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동시에 따라붙는다.단말마와 같은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를 따라 금세 사라진 녀석이지만 잔상으로나마 눈 속에 남는다.보셨어요? 저기…….손가락을 펴 하늘을 가리키지만 할아버지는 아무 관심도 없는 투다.대인이 또 세상에서 사라지는구나,하고 말하면서 그 사람 이런 말을 꼭 덧붙였어.자신은 타 없어지는 유성이 아니라,우주에 버려진 별이 되고 싶다고 말이야.그 말이 무슨 뜻일까? 나는 선배가 말하는 남자에 대해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더니 결국 혼자가 되어버린 걸까? 그 사람 지금은 인도에 없어.또 다른 낯선 곳을 찾아갔겠지.김 선배는 간헐적으로 딸꾹질을 토해냈다.그러면서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되뇌었다.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낯선 곳에서 혼자가 되어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한 번 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이번엔 네 엄마가 아니라,내가 직접 말해야겠어.만나서 담판을 짓든지…….성우야,두유 좀 가져다 다오.목이 다 탄다.” 배낭으로 다가간다.지퍼를 열고 배낭 속에 손을 넣어 두유를 찾는데 다시 유성이 떨어진다.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올린다.큰곰자리 부근으로도 유성이 떨어지고 있다.큰곰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북극성을 오매불망하는 듯한 눈매가 큰곰으로부터 전해져 온다.거듭 긴장이 몰려온다.오늘을 마지막으로 삼십 년 후에나 찾아올 사자자리 유성우다.모(母)혜성의 궤도 문제로 삼십 년의 주기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들은 바 있다.무엇이든 머문다는 건 좋지 못해.머물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 봐.무슨 일이 있어도 유성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온몸을 감싼다.김 선배가 일러주었듯,아니,그녀가 전하는 어느 화백의 말처럼 하늘은 곧 오랜 세월 품어온 정한(情恨)을 차가운 땅덩이를 향해 쏘아댈 것이다.정한이란 비타민E 다음에 아직 나타나지 않은,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비타민F와 같은 인생의 알 수 없는 영양소일지도 모른다고 천경자 화백이 말했지.그 여자,아니,그 화백이 자신의 그림을 참 재미있게 표현했었어.전시회 작품들이 대부분 오로라와 같은 몽롱한 색채로 표현돼 있었거든.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오로라를 목격했다는데,글쎄,갓 잡은 등 푸른 생선이 파닥이는 것 같더라나? 화가의 표현치고는 좀 어수선하게 느껴지지 않아? 김 선배는 말을 마치자마자 상념에 사로잡힌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김 선배의 시선은 언제부턴가 내 어깨에 머물러 있었다.또 그 사람 생각하는군요? 김 선배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섰다.망원경에 눈을 들이대는 김 선배의 모습이 왠지 어색했다.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어색함을 견디지 못한 표정이었다.그런 식으로 시치미 떼지 말아요! 내뱉지 못한 말이 가슴속에서 빙빙 돌았다.김 선배는 접안렌즈에서 눈을 떼고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그 사람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나에게서도 머물지 않으려는 걸까? 그녀는 자신의 상념을 자르려는 듯 의외의 말을 던졌다.성우야,횡성에 가자.너도 태기산에 간 적 있지? 나는 한참 뒤에나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그렇지 않아도 오리온자리 일주 사진을 찍을 곳을 찾고 있었어요.그래요,가요.김 선배는 바지 주머니 속에서 밀황색 호박을 꺼내 코에 가져다 댔다.그래,가.가보고 싶던 곳이었어.“얘,두유가…….” 느지감치 할아버지 손에 두유를 쥐어드린다.옷깃에 달라붙은 검불을 떼어내고 버름한 방한복을 여며드린다.손목시계를 들여다본다.라이트 버튼을 누르자 액정 화면이 흐릿하게 빛을 발한다.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다.노출 시간을 체크하고 카메라로 다가간다.노출 시간을 또다시 오버한 감이 든다.필름을 새로 갈아끼운다.때마침 희미한 유성 하나가 떨어진다.재빨리 카메라를 들어 연속 촬영을 한다. 다시 한 마리가 떨어진다.제법 모양을 갖춘 놈이다.운이 좋으면 긴 유성흔을 잡은 사진을 현상할 수 있을 듯하다. “땃땃하게 데운 베지밀이 최곤데 말씀이야.그,병에 든 거 말이다.” 카메라의 구도를 바꾸어본다.이번엔 복사점을 중심으로 앵글을 잡지 않고 주변의 별자리를 중심으로 구도를 잡을 생각이다.어디서 떨어질지 모르는 놈들이기 때문에 천구가 모두 피사체다.사진으로 태어난 녀석들이 깨알과 같이 작다 하더라도 사진을 현상하는 동안만큼은 현장에서 느꼈던 흥분이 다시 살아나 그야말로 황홀하다.마지막이라는 말이 얼마나유혹적인지 알아?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놈들을 잡을 수 있는 해는 아마도 네가 두 딸아이의 아빠가 되었거나 손자도 볼 수 있는 시간들을 다 겪고 나서야 올 거야.군침이 돌지 않니? 장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유성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거의가 떨어져서 그다지 훌륭한 사진은 찍을 수 없을 거야.운이지,뭐.노벨이 태어난 해엔 한 시간 동안 무려 만 개 이상이 떨어졌다는데…….성우야? 김 선배가 나직이 내 이름을 불렀다.꼭 갈 건가요? 김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나를 가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성우야?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선배가 다시 내 이름을 불렀다. “나,인도에 갈까?” 그 사람 인도에 없다면서요? 아직 거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김 선배는 다소 신경질적인 내 물음에 뜬금없이,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나는 그녀의 얼굴빛에서 장난스럽게 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나는 내가 말했어야 하는 부분을 모욕적으로 도난당한 느낌이 들었다.널 좋아하는 것 같아.그녀가 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을 땐 수치심마저 치밀었다. “젊었을적엔 참 고왔을 얼굴인데…….에이,모르겄다.늙을수록 애가 돼 간다는데 남사시럽게…….이놈의 나이도 이냥저냥 시들어갈 판인가?” 시계를 들여다본다.12시30분.유성은 카메라를 향해 간헐적인 입김만 뿜을 뿐 탄성을 자아낼 만한 모습은 보여주질 않고 있다.어쨌든 물고 늘어져야 한다.새벽 1시에서 2시 사이가 녀석들이 한꺼번에 태어나는 극대 시각이라는 정보를 굳이 믿으라면 아직 3,40분 정도의 터울이 있는 셈이다.그때에 대비해 아껴두었던 커트필름을 꺼낸다. 갑작스레 휴대전화기가 엉덩이를 간질인다.어머니의 전화다.걱정이 되는 모양이다.할아버지를 잘 모시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이미 내 목소리에서 할아버지의 안전을 확인했을 것이다.할아버지를 내려다본다.할아버지가 나를 따라나선 것에 대한 불만이 가신 것일까.할아버지는 세상을 관조하러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다리를 절단하고 병원에 누워 계실 때,이제는 바라만 보며 살란다,하면서 관조라는 말을 꺼낸 적이 있다.뭐든 간섭하고 살았는데,이젠 좀 앉아서 쉬어야지.늙어서 다리 쓸 일이 뭐가 있겠어.방바닥에 앉아서 창 밖이나 구경하면 됐지.그걸 관조라고 해도 될 거야.할아버지가 관조라는 말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라 말했을 때,사실 너무 우스웠다.세상에는 그저 바라보아야 하는 일보다 시기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은 법이니까.사학년생들끼리 전시회를 열기로 했어.작년 선배들처럼 여러 가지 테마를 가지고 전시하지는 않을 거야.그만큼 작품이 적다는 얘기겠지.그러고 보면 선배들은 참 대단해.별을 잡아온다는 게 어디 쉬워? 카페 창가에 앉아 있던 김 선배는 밖을 바라보며 전면 유리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뽀드득뽀드득 듣기 싫은 소리가 귓전에 머물렀다.선배는 사진 많이 찍으러 다녔잖아요. “주문하시겠어요?” 검은 에이프런을 입은 여자가 테이블 앞에 섰다. “고작해야 일주 사진이 전부야…….커피 두 잔 주세요…….다른 사람들은 은하며 성단이며 그림 같은 작품들을 전시하는데…….” 탁자 밑에서 자꾸만 나의 구두코가 그녀의 발을 차고 있었다.그런데도 김 선배는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내가 말을 걸지 않는다면그녀는 그녀의 생각 속에 머물고 말 듯했다. “가끔은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어차피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말이야.아,계획은 세웠니? 유성우 말이야.할아버지 사고 때문에 작년에 찍지 못했잖아.맞다,할아버지는 괜찮으시지?” 플레이트를 돌아본다.아무래도 좁은 플레이트 위에 넉 대의 카메라는 무리이지 싶다.사진 주변에 수차(收差)가 나올 것을 감안해야 할 듯하다.옆 카메라의 릴리즈가 들어올 것도 예상해야 할 판이다.사진 표면에 검은 줄이 생길 것이 뻔하다.필름을 스캔하고 이미지 처리를 한다고 해도 작품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망원경과 카메라를 부착하는 방법을 시도하기로 한다.카메라 한 대를 들어 망원경 앞으로 가져온다.신발 끈을 끄른다.망원경의 접안부와 카메라의 렌즈를 맞대고 신발 끈을 감는다.왜요,필요한 거 있으세요? 할아버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요 좀 보련다.난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계속해요.” 할아버지는 배낭을 걸어 놓았던 나무로 절뚝절뚝 다가간다.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크다.늦었구나! 지도교수가 내 어깨를 치고 홀을 빠져나갔다.몇 작품 전시하지 않은 전시회 치고는 꽤나 엄숙한 분위기였다.선배들의 사진전은 ‘우주의 신비’라는 제목으로 열렸다.‘끝의 향연’이었던 작년의 제목에 비하면 꽤나 성의가 없어 보이는 제목이긴 했다.사진전은 학교 도서관 입구의 홀에서 개방적으로 열렸다.얼마 안 되는 작품이 전시되었다고는 하지만 안드로메다은하나 플라아데스 성단 사진은 그 몇 안 되는 작품들까지 빛내기에 충분했다. “겸연쩍긴 하지만,그래도 차지 않은 달이 더 정이 간다니까.” 달은 고개를 젖힌 할아버지의 코끝에 붙어 있지만 바람에 끄덕이는 나뭇가지 탓에 자꾸만 명멸한다.‘달과 금성의 일주,강원도 횡성군 태기산,올림푸스 OM-1,45㎜ 광각렌즈…….’ 공책 크기만한 사진 속에 지평선을 향해 사선을 내리긋는 달과 금성의 일주가 힘차게 다가왔다.개똥벌레 일주 사진,감히 반딧불로 별을 대적하다니……. “성우야.” 어느 결에 김 선배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나는 사진 속의 달과 금성을 머릿속에 그려진 반딧불과 견주어 보았다.미친놈!“늦었구나?” 김 선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선배는 자신의 사진을 한번 훑고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횡성에 가본 적이 있군요? 나는 물으려다 말았다.실망했지? 사진을 찍을 때도,인화할 때도 온통 딴생각이었으니…….괜찮아요.개똥벌레 같지 않은데요,뭘.정말 괜찮아요.나는 김 선배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입아귀를 부풀렸다. “괜찮으면,너 가질래? 지금 가져가도 돼.” 김 선배가 조용히 물었지만,나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때부터 김 선배의 입도 열리지 않았다.그녀는 홀 주위를 돌기만 할 뿐이었다.나는 김 선배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김 선배는 ‘개똥벌레의 일주’가 놓인 이젤을 무려 다섯 번이나 거치면서도 내내 입을 열지 않았다.나는 그런 그녀에게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선배 사진을 내가 어떻게 가져요,하고 되뇌기만 했다. “더 이상은 못 봐주겠어!” 김 선배가 자신의 사진을 들고 돌연 도서관을 빠져나갔을 때에도 내 입 속에선,선배 사진을 내가 어떻게 가져요,하는 말만 반복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바다뱀자리와 큰개자리의경계선 부근에 섬광이 스친다.지평선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사라진다.한참 만에 나타난 녀석이지만 그다지 반갑지 않다.기대를 많이 한 탓이다.플레이트 앞에 선다.50㎜ 표준렌즈를 광각렌즈로 교체한다.필름을 빼내면서 웬일인지 작품다운 작품이 나올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46도 화각으로 유성을 잡는다는 것이 무리이지 싶었다.새 필름으로 갈아끼운다.이번엔 초점비에 따라 4분에서 8분씩 노출을 주기로 한다.버름했던 앞섶을 단단히 여미고 망원경으로 다가간다.경통에 키스하고 힘겹게 매달려 있는 카메라로 눈을 가져다댄다.잘 보여? 힘없는 목소리로 김 선배가 물었다.오늘따라 잘 잡히지 않네요.횡성에 도착하기 이전부터 무엇인가가 불안했다.달의 상을 또렷하게 끌어오는 것마저 힘에 부칠 정도로 불안이 온몸을 휘감았다.잘 안 되니? 김 선배는 까치발을 하면서 재킷 주머니에 손을 꼭 찔러 넣었다.천문학도 아닌데 왜 그렇게 쩔쩔매? 천문학이면 괜찮게요? 이건 완전히 막노동이니…….안 되겠어요.카메라 좀 가져다 줄래요? 그냥 찍어야 할 것 같아요. “왜,내가 있어서 그래?” 카메라를 받아들려고 했지만 김 선배는 잠시 악력을 썼다.카메라가 중요해,내가 중요해? 나는 뜬금없는 그녀의 질문에 장난스레 되물었다.선배는 아빠가 좋아요,엄마가 좋아요? 김 선배가 갑자기 카메라를 놓아 버리는 바람에 몸이 뒤로 밀렸다.두 시간 동안 노출할 거니까 지겨워도 참아요.김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망원경 접안부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셔터를 누르자,김 선배가 대뜸 딸꾹질을 토해냈다.나 몰래 뭐 훔쳐 먹었어요? 나는 배낭으로 다가가 보온병과 녹차 티백을 꺼냈다.자,마셔요. “자연현상이라는 게 그 자체로 인간에게 많은 감상을 주는 거 같아.” 김 선배에게 녹차가 담긴 잔을 건넸다.안 좋은 부분이 있다면 때론 인간을 징벌하기도 한다는 점이죠.김 선배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그래,맞아.때론 징벌하기도 하지.그걸 피하는 방법은 뭘까? 나는 김 선배를 돌아보았다.피할 수 없어요.다만,치유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답일 뿐이죠.감상만 쫓아가지 말아요,제발! 그러다간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징벌을 안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뱉어내고 싶은 말이었지만 긴 한숨으로 대신했다.프로키온,외로운 별이야.김 선배는 감상에 빠지고 있었다.그녀는 겨울의 대삼각형을 연거푸 그려댔다. 김 선배의 얼굴에 입술을 가져다 댄 것은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그녀가 대뜸 일어섰다.우리 그만 내려가자.나 너무 피곤해.나도 모르게 김 선배를 쏘아보고 있었다.피곤하다니요? 올라온 지 고작해야 한 시간 지났는데.노출 끝내려면 적어도…….김 선배는 기필코 가야 한다는 표정이었다.그녀의 눈을 다시 한 번 뚫어지게 쏘아보았다.일단 내려가자.김 선배는 무턱대고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선배님,지금! 김 선배가 바닥에 주저앉았다.선배,이건 반칙이에요.여기까지 와서 그냥 내려간다는 건…….저따위 별들이야 언제라도 볼 수 있어! 그녀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왜 그래요? 미안해,그냥 내려가자.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성우야,넌 여기가 어디 같니? 아까부터 유심히 살펴봤는데,아무래도 이상해.”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온 할아버지가 묻는다.주위를 둘러본다.내 눈엔 그저 낮은 산언덕으로만 보인다.무슨 겁을 주시려구요? “모르겠니? 난 아무리 봐도…….” 안 갈 거예요? 김 선배는 ‘횡성여관’ 앞에 섰다.그녀는 간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여관이라는 글자에서 ‘관’자의 네온사인이 끔벅이며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차 있는 곳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돼요.빨리 가요,선배! “나…….나,여기 예약했어.” 예약요? 여관도 예약이 돼요? 응,오래 전에…….할아버지 손끝에서 라이터 불꽃이 번뜩인다.깊은 고랑이 팬 이마 위에 돌연 플라아데스 성단이 나타난다.영묘한 빛을 산란하는 산개성단.할아버지는 담배를 문다.성단이 단박 사라진다.담배! 손전등을 켜고 할아버지를 향해 불빛을 겨눈다.담배요! 나도 모르게 뱉어버린 소리가 맞은편 산허리에 부딪힌다.어이없이 큰 내 목소리에 할아버지의 눈동자가 툭 불거진다.죄송해요,전 다만……. “다시 한 번 비춰보거라…….아무래도 무덤자리 같은데.” 할아버지는 손가락을 펴고 팔을 뻗어 허공에 둥그런 원을 그린다.손전등 불빛이 할아버지의 손끝을 따라간다.어느새 이슬이 맺힌 언덕 주위가 불빛에 번뜩인다. “그래,맞다.무덤자리가 확실해.둔덕이 좀 진 곳이 있잖니? 오래 돼서 다 깎여 내려갔지만 그것이 봉분이고…….” 할아버지는 이번에 두 팔로 허공을 감싸는 시늉을 한다. “양쪽의 활이 엉성하게나마 살아 있잖니.저 봐라,가지가 이리저리 벌어지긴 했지만 묘목도 있잖아.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지.” 다시 주위를 비추어본다.엉성한 이팝나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그루씩 자라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신경을 좀 쓰지,죽어서도 한이겠구먼.” 네,그런 것 같네요.할아버지를 한참동안 내려다보다가 하늘로 고개를 든다.때를 맞추어 북두칠성의 국자 옆으로 상당히 밝은 유성이 떨어진다.준비해 두었던 커트필름으로 모든 카메라의 필름을 교체한다.하늘은 등갓이 손톱에 찢긴 순간처럼 번쩍 발한다.긴 유성의 꼬리가 눈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긴 궤적을 남긴 유성은 할아버지가 등진 산의 허리춤에 박히면서 소리 없이 부서진다. 망원경 접안부에 맞댄 카메라의 필름도 커트필름으로 교체한다.망원경과 카메라가 불안하게 맞대어져 있다.상이 선명하지 않잖아! 자,다시 해보자.김 선배가 내 어깨를 힘껏 내리쳤다.처음엔 다 그런 거야.심호흡하고 다시 해봐! 천천히! 여자 다루어본 적 있을 거 아니야! 그래,천천히 렌즈를 돌리면서…….상을 잡아야 사진이든 뭐든 나올 거 아니야! 다시,다시! 신발 끈을 다시 단단히 매고 상이 선명해지도록 접안렌즈를 천천히 조정한다.무한대를 응시해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피하려면 파인더를 보면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그래,그래야 한다.파인더에 들이댄 눈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아랫입술을 꼭 깨문다.다시 상이 가능한 한 선명할 때까지 망원경 접안렌즈의 초점을 맞춘다.카메라에 눈을 들이댄다.전망이 별로 감동적이지 못하다.다시 망원경의 초점을 정밀하게 맞춘다.들어온다.선명해진다.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하고 최대한의 노출을 유도한다.긴장이 밀려온다.검지에 힘을 주고 셔터를 누른다.순간 내 행동에 대한 반감 섞인 생각이 스친다.우주는 가만히 있어도 가슴에 소지할 수 있다는.그것 봐,하면 되잖아.어,언제 왔어요? 김 선배가 남자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나는 스스로 거역하고 있었다. “가만,그러고 보니,내가 죽은 이 위에 버릇없이 앉아 있었네 그려.” 할아버지는 승창을 들고 망원경 쪽으로 다가와 앉는다.배낭으로 다가가 녹차 티백과 두유를 꺼낸다.할아버지 옆으로 다가간다.꼭 다시 한 번 만나보세요.좋으신 할머니 같던데.할아버지 손에 두유를 쥐어드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차갑지만 폭신한 낙엽방석이다.녹차가 담긴 컵을 가볍게 감싸쥐고 하늘을 올려다본다.영묘하게 빛나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가 동쪽 하늘을 호령하면서 지평선 위에 드높이 떠 있다.궁수자리의 남은 마지막 밝은 별들이 서서히 지고 있다.켄타우루스와 남십자가자리의 별들 그리고 에라다누스강자리의 아케르나르가 남쪽 하늘에 깊이 박혀 있다.할아버지,돌아가는 길에 온천욕이라도 하시겠어요? “아니다.온천은 무슨…….” 들추어진 할아버지의 바짓부리를 정리해드린다.차갑고 딱딱한 의족이 손끝에 느껴진다.할아버지가 내 어깨 위에 천천히 손을 얹는다. “힘들여서 만나봐야 게 잡아 물에 넣는 꼬락서니지.안 그러냐,성우야?” 죄송하지만,삼백이호실로 방 하나 더 주세요.돈을 지불하고 김 선배의 뒤를 따랐다.층계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처럼 벌건 융단을 뒤덮고 지루하게 이어졌다.관측장비가 무거운 탓인지도 몰랐다.삼층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김 선배는 다시 딸꾹질을 토해냈다.미안해,괜찮아질 거야.나에겐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나는 그녀가 괜한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생각했다. 김 선배와 나는 삼백일호와 삼백이호 앞에 나란히 섰다.선배의 옆얼굴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그녀는 문을 향해 다시 한 번 딸꾹질을 토해냈다.괜찮아,정말이야.그녀에게 열쇠를 건네고 문손잡이를 돌렸다.꼭 자고 가야겠어요?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잖아요.더군다나 차도 있는데…….김 선배는 몸을 틀어 나를 바라보았다.잠시 말이 없던 그녀가 목에 걸린 호박을 떼어 내 앞에 들이밀었다.짐짓 어색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깔려 있었다.미안해…….오래 머물 것 같지는 않아.무엇이든 오래 머문다는 건 좋지 못해.기억이든뭐든…….그녀는 내 손바닥 위에 호박을 얹어놓고 꼭 쥐어주었다.호박이야.발트해의 상징이래.독일에 사는 이모가 보내줬는데 이젠 필요 없게 됐어.직접 가서 캐보려구…….이왕이면 북해까지 돌아볼 생각이야.보트니아만을 거쳐 핀란드만까지…….독일 북동부에 있는 발트해 연안 도시라는데.주 이름이…….아주 긴 이름이었는데……. 무척이나 밝은 대화구가 눈에 들어온다.사방이 일순 밝아진다.느낌이 좋다.큰곰자리의 꼬리 부분으로 다시 여러 개의 유성이 빗금을 그으며 떨어진다.곧 큰곰의 머리 부분으로도 유성이 떨어진다.유영하는 연어의 등지느러미처럼 은빛을 산란하며 하늘을 가른다.제법 공격적이다.머리카락이 설 정도로 쾌감이 전해진다.맞아,포어포메른주였어.독일의 북동부,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주! 망원경 앞으로 다가간다.카메라에 눈을 들이대자 동전 크기의 유성이 망원경 안으로 날아온다.몸이 반사적으로 꺾인다.조금만 참으세요,할아버지.이것만 찍으면 다 되니까.잠잠했던 바람이 다시 불어오기 시작한다.카메라에 키스한다.너만 믿으마.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할아버지 등뒤로 다가간다. “그놈의 미련이 문제라지…….성우야,등나무집 할머니가 만나는 주겠지?” 나는 할아버지 등뒤에서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때마침 유성의 꼬리가 할아버지의 긴 하품 소리를 따라 하늘에 은회색 칼날을 하늘에 긋는다.뒤이어 서너 개가 더 떨어진다.지평선 어딘가에 떨어졌을 유성의 잔상이 오래도록 눈 속에 남는다.무덤 주위를 둘러본다.하필 그곳에 가겠다는 이유를 모르겠군요.나는 손바닥 위에 놓인 호박을 내려다보며 말했다.그곳이 한때는 슬라브족의 요새였다는 거야.맞아,슬라브족의 요새.한자동맹이란 것도 그곳에서…….엉터리 수작 말아요! 입이 열릴 뻔했지만 참았다.내 손으로 호박을 채취하고 싶은 게 꿈이야.고대 생물이 들어 있는 호박 말이야.난…….김 선배는 말을 멈추고 문손잡이를 잡았다.잠깐만요! 김 선배는 여관 복도가 울릴 만큼의 내 부름에도 놀라지 않은 듯했다.김 선배는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녀의 눈망울에 작은 프로키온이 나타났다.우는 거예요,지금? 그녀는 다시 딸꾹질을 토해내기 시작했다.이거요,잘 구경했어요.아무리 찾아도 개똥벌레는 없던데요.나는 돌돌 만 ‘달과 금성의 일주 사진’을 점퍼에서 빼내 그녀에게 들이밀었다. “나,잠깐 약국에 좀 다녀올게.기다리지 말고 자.” 김 선배는 사진을 받지 않았다.나는 호박과 돌돌 만 사진을 번갈아 내려다보았다.말해줘요! 아니야,내가 갔다 올게.먼저 자고 있어.그녀는 이미 층계를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나는 슬라브족도 한자동맹도 아닌,김 선배가 그곳에 가겠다는 이유만을 알고 싶었다. 할아버지의 기침이 다시 시작이다.할아버지를 돌아본다.할아버지의 발 앞으로 낙엽 더미가 굴러가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흡사 융단이 말리는 듯하다.굴러간 양만큼의 낙엽이 또다시 굴러오는 모습이 할아버지의 발 아래 펼쳐진다.그믐달로 날아간 낙엽들이 한점 바람에 사방으로 흩어진다.주머니에 손을 넣는다.호박이 느껴진다.호박 속에 갇혀버린 것은 나일지 모른다.손님,삼백일호 손님,안에 있어요? 복도 끝,창유리를 통해 어슷하게 비쳐든 새벽의 푸른 기운이 물 위에 떠가고 있었다.발트해,삼백일호 문 아래로 차가운 해수가 밀려나오고,나는 그 위에 밤새 쥐고 있던 호박을 떨어뜨렸다.점벙! 발끝으로 밀려온 해수를 나는 나도 모르게 피하고 있었다.김 선배는 결국 호박을 캐러 떠났다.손님,손님! 이봐요! 하늘을 올려다본다.동쪽 끝에 겨우 고개를 내민 시리우스에 손가락을 찍는다.천천히 베텔게우스와 연결하고 프로키온으로 옮긴다.다시 시리우스로 손가락이 이동하지만 그만 손가락은 가던 길을 멈추고 만다.나는 겨울의 대삼각형을 그릴 수 없는 모양이다.곧 겨울이 찾아올 테지만 그때에도 삼각형을 그릴 수 없을 것이다.관측일지를 꺼내든다.11월19일,사자자리 감마성 부근을 복사점으로 20여 개의 유성 출현.30년 후에는…….호박을 꺼내 코밑에 가져다 댄다.발트해의 짙푸른 해수가 밀려간다.로스토크,그녀는 결국 그곳에 가고 없다.
  • 가자 아테네로/ 지금 선수촌에선

    ‘아테네올림픽 D-226’을 알리는 표지판에는 성에가 하얗게 끼어 있었다.불암산에서 몰아치는 새벽 바람이 온도계의 눈금을 끌어 내렸다. ‘올림픽의 해’인 2004년을 하루 앞둔 2003년 12월31일 새벽 6시 핸드볼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의 박정구 생활지도위원이 운동장의 불을 환하게 밝히자 태릉선수촌은 잠에서 깨어났다.개선행진곡이 울려 퍼졌고,선수들은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하나둘씩 운동장으로 모여 들었다.밤 10시까지의 고된 ‘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서 ‘운동의 기본은 예의’라는 말이 실감난다.종목별로 빙 둘러서서 에어로빅 체조로 몸을 풀더니 운동장을 뛰기 시작했다. 군대의 새벽 구보처럼 대오를 이뤄 뛸 것이라는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어떤 선수들은 한 바퀴 걷더니 곧바로 어디론가 사라지고,또 어떤 선수들은 무리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뛰었다.몇몇 선수들은 날이 훤하게 밝을 때까지 계속 돌았다.박 지도위원은 “자신의 컨디션과 운동 스케줄에 맞게 몸을 푸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 식사는 7시부터.1식6찬이 뷔페식으로 제공됐다.냉장고에는 우유가 빼곡히 들어찼고,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통에는 한약 봉지가 떠 있었다.펜싱 국가대표 현희(경기체육회)가 “제 약 주세요.”라고 말하자 주방 아주머니는 수험생 딸에게 약을 챙겨주듯 정성스럽게 꺼내 줬다.아주머니들은 숱한 한약 봉지의 주인들을 모두 기억한다고 했다. 몸매가 생명인 체조 선수들은 야채만 먹는다.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4관왕인 양태영(경북체육회)은 “아침보다는 온갖 고기류가 나오는 점심이 문제”라면서 “연습보다 먹고 싶은 음식을 못 먹는 게 더 힘들다.”고 말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장인 ‘월계관’에 들어서자 땀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운동 기구만 750여개.언뜻 보기에는 일반 헬스클럽과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선수 개인과 종목의 특성에 따라 운동할 수 있도록 특수제작된 기구들이다.공압식이나 유압식 기구는 1대에 2000만원이 넘는다. 최근 ‘육성 종목’으로 떠오른 펜싱과 체조는 지난 8월 완공된 ‘개선관’을 꿰찼다.비인기종목에다 메달가능성도 별로 없어 변방에 머물던 이들 종목이 선수촌 한 가운데로 중심이동을 한 것.러시아에서 영입한 옥다이(펜싱 사브르) 코치는 “태릉선수촌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훌륭한 엘리트스포츠의 요람”이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선수촌을 찾는 원로들은 “시설과 음식은 좋았졌는데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예전 같지 않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곤 한다.프로화가 된 일부 종목 선수들은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세상이다. 지난 1966년 개촌과 함께 농구 국가대표 선수로 입촌했던 김인건 선수촌장은 “선수들이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라면서 “세월의 변화에 맞게 선수촌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촌장은 “올림픽이 사라지지 않는 한,국민들이 스포츠가 주는 희열을 간직하는 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대표선수들의 자부심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연금과 일당 등 금전적인 보상외에 선수들을 운동에 몰입시키는 원동력이 바로 자부심이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일단 선수촌에들어오면 외박이 금지됐고,매일 새벽과 밤 점호를 취했다.선수들 사이에서는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현재의 태릉선수촌은 음주와 도박을 제외하고는 자율에 맡긴다.김 촌장은 “조만간 연습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선수촌을 시민들에게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 5시.특별한 훈련법으로 이름난 양궁대표팀을 찾았다.이날의 특별프로그램은 심리상담.서울대 정창희 교수팀이 선수들의 뇌파를 검사한 뒤 개인면담을 했다.윤미진(경희대)은 4∼5점을 앞설 때 의외로 흔들리고,박성현(전북도청)은 첫번째 화살을 쏠 때 가장 불안하다는 등 개인별로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숙소의 불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한 밤 10시에도 농구장에서는 공 튀는 소리가 들렸고,복싱체육관에서는 샌드백 치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골아떨어진 선수들이나 밤을 잊고 ‘나머지 공부’에 열중하는 선수들이나,그들의 가슴에는 아테네의 꿈과 영광이 영글고 있었다. 이창구기자 window2@ ■김인건 선수촌장 “금메달 13개 이상을 획득해 10위권에 재진입하는 게목표입니다.” 프로농구 감독에서 국가대표의 요람인 태릉선수촌의 총 지휘자로 변신한 지 1년이 지난 김인건(사진) 선수촌장은 올림픽 10위권 복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번씩 메달 가능성을 점검한다. 한국은 1984년 LA올림픽(금6·10위)을 시작으로 88서울대회 4위(금12),92바르셀로나대회 7위(금12),96애틀랜타대회 10위(금7) 등 네차례 올림픽에서 줄곧 10위권을 유지하다 지난 2000년 시드니대회(금8)에서 12위로 밀렸다. 김 촌장은 특히 “서울올림픽 이후 이어진 하향세를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반드시 상승세로 돌려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촌장은 10위권 진입의 마지노선을 금메달 13개로 점치고 있다.“태권도 양궁 레슬링 등 효자종목은 물론 상승세를 보이는 배드민턴 펜싱 유도에다 역도 사격 체조 등에서도 깜짝 금메달을 노리고 있어 13∼16개를 점치고 있다.”고 밝혔다. 금메달 4개가 걸린 태권도에서는 이미 남자 68·80㎏급과 여자 57·67㎏급 4명이 모두 출전권을 따내 ‘싹쓸이’를 벼른다.양궁에서는 남녀 개인·단체 등 4개의 금메달 가운데 최소한 3개가 목표다. 지난 두 대회에서 심권호의 금메달 각 1개에 그친 레슬링은 문의재(자유형 84㎏급)를 중심으로 3개의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국제대회 전승 행진중인 ‘꿈의 복식조’ 라경민·김동문이 버티는 배드민턴도 빼놓을 수 없는 유망 종목.혼복과 남녀 복식에서 1∼2개의 금메달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펜싱에서는 여자 에페 단체에 기대를 걸지만 상승세의 남자 개인 플뢰레도 꿈을 부풀리고 있다. 남자 유도에서는 세계선수권 우승자 이원희(73㎏급)와 황희태(90㎏급)가 금을 벼르고,2002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형주(66㎏급)와 여자 유도의 희망 조수희(78㎏이하)도 유망주다.역도에서는 이배영(69㎏급) 송종식(85㎏급)을 선두로 남·여 각 4체급의 선수가 92바르셀로나대회 전병관 이후 12년만의 ‘금사냥’을 노린다. 사격에서는 공기소총의 서선화와 더블트랩의 이상희가 92바르셀로나대회 여갑순 이후 처음으로 ‘금 타깃’을 겨냥하고,체조의 김승일(마루)은 사상 첫 금에 도전한다.오상은·유승민,이은실·김경아의 탁구 남녀 복식조도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을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최병규기자 cbk91065@
  • 韓·칠레 FTA 연내처리 무산 ‘득표용’ 실력저지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했으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농민표’를 의식한 각 당 농촌출신 의원들의 실력저지로 표결을 유보했다.그러나 FTA 통과를 전제로 편성한 새해 예산안은 FTA 관련 예산을 목적예비비로 조정한 뒤 본회의에 상정,처리했다. ▶관련기사 5·9면 박관용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했으나 각 당 농촌출신 의원 20여명이 단상 앞으로 몰려들어 한나라당 조웅규 의원의 통외통위 심사보고를 저지하며 항의하자 “현재 분위기로 봐서 표결은 불가능하다.”며 표결유보를 선언했다.비준안과 연계된 농어업인 부채경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과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안 처리도 연기됐다.이에 따라 한·칠레 FTA 비준안 처리는 일단 내년 초 열릴 본회의로 넘어가게 됐다.박 의장은 “FTA 처리는 1월7,8일 본회의가 예정돼 있는 만큼 그때까지 각당 총무들과 협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촌 출신 의원들이 “세계무역기구(WTO)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타결된 후 처리해도 늦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어 장기간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준안 처리가 무산됨에 따라 국회는 곧바로 예결위를 열어 FTA 비준을 전제로 편성된 118조 30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 가운데 5800억원 규모의 FTA 관련 예산을 목적예비비로 조정한 뒤 본회의에 다시 상정,처리했다. 전광삼기자 hisam@
  • 새해 예산안 통과 안팎/예산안 28년만에 첫 순증액

    국회는 30일 일반회계기준 118조 30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확정했다.새해 예산은 세출기준으로 총삭감 1조 4645억원,총 증액 2조 2666억원으로 전체적으로는 821억원이 순증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순증한 것은 1975년(300억원 순증) 이후 처음이다.FTA 비준에 따른 농어촌 지원예산 6318억원,이라크 추가파병에 따른 비용 2000억원,선거공영제 도입에 따른 예산 1000억원 등 추가예산 소요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게 예결위원들의 설명이다. 증액은 이외에도 산업·중소기업 분야 2358억원,교육·문화 1051억원,선거공영제 1000억원,국채이자 1475억원,사회복지·실업대책 834억원,태풍 매미 피해 지방비 지원 1000억원,일반행정 등 기타 1266억원 등이 반영됐다.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는 전주~광양,대전~당진 등 11개 노선 고속도로건설지원 출자 550억원,의정부시 자금~회천 등 시관내 국도대체 우회도로 4개 노선 50억원,미시령 접속도로 등 국가지원지방도 5개 노선 130억원,울진~포항간 국도건설 50억원 등이 포함됐다. 삭감은 지방교부금 773억원,SOC 2149억원,산업·중소기업 755억원,사회복지 1801억원,농어촌 1441억원,남북협력기금출연 1286억원,국방 868억원,예비비 3000억원,기타 2572억원 등이다.지방교부금의 경우 세법 개정으로 일정 수준 이상 재정자립도를 가질 경우 교부금을 배정하지 않게 됨에 따라 773억원이 줄게됐다. 이지운기자 jj@
  • 국회 청구 KBS등 5개사업·기관 감사 감사원, 막바지 고강도 특감

    감사원은 지난달 국회가 감사를 청구한 KBS 등 5개 사업 특감에 막바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지난 22일 실지감사를 마친 남북도로철도연결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들의 감사시한이 각각 오는 29일과 30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특감은 지난 8일부터 시작됐다. 감사원은 그동안 통일부가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공사 계약 및 대북자재·장비 차관제공용역 계약체결시 조달청에 참여업체를 현대건설 등 4개 업체로 제한한 이유에 대해 집중 감사를 실시했다.또 이들 사업의 계약체결과정에서 현대아산에 특혜를 주었는지 여부도 조사했다. 그러나 현대아산에 특혜를 줬다고 보기 어렵다는 잠정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감사 관계자는 “북한관련 사업과 관련,현대아산이 특혜를 받았을 가능성을 주목했지만 이 회사가 강원도에 사업소를 이미 개설해 놓은 만큼 이 지역 업체들로 수주를 제한한 것은 현대아산만을 위한 특혜라고 보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수신료 4820억·난시청 해소 예산 24억 무려 24명의 감사인력을 파견해 대대적인 감사를벌이고 있는 KBS에 대해서도 쟁점사항을 추린 상태다. KBS는 2001년 국회 결산승인시 예비비에서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지난해 또다시 성과급 30여억원을 복리후생비가 아닌 예비비로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남은 감사기간에 연간 1조 2000억원에 달하는 예산편성·집행중 수신료 4820억원,난시청 해소를 위한 예산 24억원의 적정성 여부도 따지고 있어 상황에 따라 감사기간 연장도 고려하고 있다.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를 초청해 물의를 일으켰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대한 감사도 거의 마무리됐다. ●민주화기념사업회 감사도 거의 마무리 연간 78억원에 이르는 사업회의 보조금 교부 및 집행의 적정성에 대해 집중 조사가 이뤄졌다.사업회는 임대료를 포함한 건물사용료에만 연 18억원을 지출하는 등 방만한 운영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검찰이 이미 수사한 초청사업의 추진경위,초청대상자 선정방법 등도 조사했다. 감사원은 이밖에 지난 92∼96년에 추진된 선갑도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사업과정에서의 의도적인 서류폐기여부와 다목적헬기사업(KMH)에서 ‘비용대비 편익분석조차 하지 않은 채 예산을 계상했다.’는 의혹을 캐고 있다. 감사원 고위관계자는 “국회가 요청한 사업들에 대해 뾰족한 결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 있어 강도높은 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
  • 하프타임/‘베컴 스페인行’ 올해의 뉴스 1위

    잉글랜드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이적이 미국의 AP통신이 선정한 올해의 10대 뉴스 1위에 올랐다.AP통신은 23일 전 세계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베컴이 지난 6월 이적료 2500만파운드(527억여원)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옮긴 뉴스를 1위로 선정했다.1위 15표를 포함해 321점을 받은 이 뉴스는 육상 수영계를 뒤흔든 합성스테로이드(THG) 파문(297점)과 미하엘 슈마허의 자동차 경주(F1) 통산 6회 우승(279점)을 2,3위로 밀어냈다.이밖에 ▲랜스 암스트롱의 프랑스도로일주사이클대회(투르 드 프랑스) 5회 연속 우승(225점) ▲잉글랜드의 럭비월드컵 우승(196점)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첼시 축구클럽 인수(195점) ▲카메룬 축구선수 비비앵 푀 사망(133점) ▲미국프로농구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 강간 혐의 기소(103점) ▲여자테니스 쥐스틴 에냉·킴 클리스터스,윌리엄스 자매 격파(101점) ▲스위스 아메리카컵 요트대회 우승(87점) 등이 포함됐다.
  • ‘기능성+패션’ 과학을 입는다

    “섬유는 단순한 옷감이 아니라 과학입니다.” 의류 신소재 개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기능적인 측면뿐 아니라 젊은 층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까지 고려해 인기다.업계가 추정하고 있는 기능성 소재 시장의 올해 규모는 4500억원 정도.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포츠웨어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고기능성 섬유를 이용한 다양한 스포츠 의류들이 출시되고 있다. 나이키는 패션성과 기능성을 결합한 ‘스피어 라인’을 선보였다.피부와 옷감 사이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해 격렬한 운동 후 발생하는 땀이 신속히 증발하면서 쾌적한 옷 상태를 유지한다. 땀으로 젖은 옷이 몸에 달라붙어 스타일을 망치는 문제도 없고,작은 돌기를 이용한 세련된 미래적 디자인인 엠보싱 패턴을 이용해 패션을 중요시하는 젊은 층 취향에 맞췄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 나이키는 신체와 의복 사이의 공기 유출을 차단한 초경량의 체온유지 기능복 ‘스피어 써마’에 이어 통풍·방수·방풍 기능을 완벽하게 갖춘 ‘스피어 프로’를 잇따라출시했다. 고어코리아의 ‘에어밴티지’는 소재에 튜브가 내장돼 입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보온성있는 재킷으로 사용하고,기온이 올라갈 경우에는 공기를 배출하는 식으로 착용자가 보온 효과를 직접 조절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옷을 많이 껴입지 않아도 온도 변화에 따라 슬림한 몸매 라인을 살릴 수 있다는 게 장점.주로 스키·스노보드 등 겨울 스포츠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평상시에도 가볍게 입을 수 있는 ‘크로스 오버(cross-over)’형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콩,은,쑥,대나무 등 자연소재를 이용한 원단들도 다양하다.비비안은 살균·항균 효과가 뛰어나고 세균증식을 억제하는 쑥을 이용한 타이츠를 내놓았다.멀티스트라이프(줄무늬),꽃무늬,브리티시체크 등 15가지 무늬로 기능은 물론 패션면에서도 손색이 없다.내의업계의 히트상품인 좋은 사람들의 ‘콩의 기적’에 이어,쌍방울은 ‘죽의 신비’를 내놓고 기능성 소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고어코리아 김광수 이사는 “옷의 기능성과 함께 패션성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더욱 강해지고있다.”며 “의류업계는 소재뿐만 아니라 스타일까지 고려한 기능성 의류를 다양하게 선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여경기자 kid@
  • 수사 일정 전망/盧측근비리 특검 새달6일께 출범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이 임명돼 곧 활동에 들어간다.특별검사로 임명된 김진흥 변호사는 최병모·강원일·차정일·송두환 특검에 이어 5번째다.‘김진흥 특검팀’은 20일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1월6일쯤 공식 출범한다. 김 특검은 이날 임명장을 받은 즉시 특검팀 구성에 들어갔다.우선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둘러싼 비리의혹 사건을 맡을 특검보 3명을 물색하고 있다.임명된 특검보 3명은 특별수사관 16명을 각각 선정할 수 있다.또 특검팀은 검사 3명,검찰·경찰공무원 20명을 지원받을 수 있다.수사진만 70명이 넘는 초대형 특검팀이 탄생하는 것이다.수사팀 월급과 사무실 운영 등 필요 경비는 정부의 예비비에서 별도 예산으로 책정,지급된다. 특검팀은 준비기간 동안 검찰 등 관계기관을 통해 수사기록 및 증거자료를 넘겨받아 수사계획도 수립한다.특히 이번 특검은 검찰과 조율해야 할 부분이 많다.원칙적으로 특검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 검찰은 현재 진행중인 수사를 전면중단하고 모든 수사기록을 넘겨야 한다. 그러나 대검 중수부가 대선자금과 관련,이광재씨 등을 수사하고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또 특검 수사를 진행하다 대선자금 관련 부분이 나오면 대검 중수부로 사건을 넘겨야 한다.특검법에 수사 범위를 ‘대통령 측근비리’로 제한했기 때문이다.그러나 대검이 대선자금 수사를 특검수사가 본격화되기 전인 내년 1월 말에 마무리할 계획이어서 큰 마찰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특검은 내년 1월6일 수사에 착수해 1차로 3월5일까지 수사한 뒤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될 경우 30일 동안 수사를 연장할 수 있다.종전에는 수사기간을 연장할 때 대통령 허가가 필요했지만,이번엔 보고만 하면 된다.특검 수사가 3개월간 진행될 경우 내년 4·15총선을 열흘 남짓 앞둔 4월4일 끝난다. 정은주기자 ejung@
  • 나, 오늘밤 파티 간다~/연말 옷차림 한가지 포인트로 공략하기

    연말이 성큼성큼 다가오면서 연말 약속이 많아졌다.파티 형식을 빌린 사교 모임도 늘었다.파티용 의상은 사봤자 몇번 입지도 못할 것 같고,그냥 되는 대로 입는 것은 나의 패션 감각이 용서하질 않고.대체 이런 곳에서는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나 파티 가요∼.”라는, 티 내지 않고 눈에 띄는 패션을 연출하는 방법은 없을까. ●페이즐리 넥타이로 화려하게 격식이 있는 파티에 초대된 남성은 광택감 있는 스트라이프(줄무늬) 정장으로 세련된 연출을 할 수 있다.깔끔하면서도 감각있는 느낌을 강조하고 싶다면 남색,회색 등의 기본 색상 정장과 셔츠에 옵티컬 도트 패턴(다양한 크기의 물방물 무늬) 타이를 매치하면 좋다. 단추를 1∼2개 푼 뒤 실크 스카프를 타이 대신 맨다면 보다 과감하면서도 멋스러운 연출이 가능하다. 로가디스 화이트라벨의 이현정 디자인실장은 “특색을 찾기 어려운 남성 정장에는 컬러감 있는 멀티 스트라이프(다양하게 변화를 준 줄무늬) 타이만으로도 충분히 변화를 줄 수 있다.”며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층이라면 페이즐리,꽃무늬 등의 화려한 셔츠를 안에 받쳐 입어도 멋지게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성스럽고 섹시한 원피스와 숄 원피스는 여성스러움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목 둘레선과 스커트 디자인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에서 섹시함까지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다.검정색 원피스와 진주 목걸이,스카프의 코디는 간단하게 화려한 연말 파티 분위기를 끌어낼 수 있는 연출이다. 여기에 모피 숄이나 망토를 덧입으면 고급스러움이 첨가된다.숄이나 망토는 몸에 달라붙는 디자인의 옷을 입었을 때 몸매의 결점을 커버해 줄 수 있고,세련된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유용한 패션 아이템.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한 자리라면 달라붙는 청바지에 비즈 장식이 달린 탱크톱(민소매)를 입고 모피 숄을 두른 센스 만점의 코디를 시도해보자. ●스타킹 하나로 분위기 변신 겨울이라고 검정스타킹을 신는 것은 화려한 연말모임 옷차림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빨강 보라 등 튀는 색상이나 망사 스타킹으로 색다른 멋에 도전해보자. 짧은 데님 스커트에 스트라이프 무늬나 펄감이 있는 원색 스타킹은 화려함의 극치.가죽 치마에 망사 스타킹은 더할 수 없는 섹시한 분위기를 낸다. 비비안 우연실 디자인실장은 “크고 강렬한 무늬나 튀는 색상의 스타킹만으로도 패션 감각이 느껴진다.”며 “특히 치마 정장과 함께 입으면 의상의 단조로움을 피한 센스있는 옷차림이 된다.”고 말했다. ●멋스러운 코듀로이 재킷 코듀로이는 셔츠,바지,재킷,스포츠 코트,수트 등에 다양하게 적용돼 클래식한 스타일에서부터 첨단 유행을 표방하는 이지 캐주얼까지 소화하면서 올 겨울 가장 유행하는 소재로 떠올랐다.남성의 경우 코듀로이 재킷에 터틀넥 니트를 함께 입으면 캐주얼하면서도 편안해 보인다. 맨스타 이승영 디자인실장은 “광택있는 코듀로이 소재 세미 정장은 낮에는 세련된 오피스 룩으로,밤에는 부드러운 조명빛이 묻어나오는 화려한 파티복이 될 것”이라며 “이너웨어는 핑크,블루톤의 화려한 셔츠와 코디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목도리,가방,커프스… 여성은 심플한 의상에 털 달린 파우치 백,작은 메탈릭(금속 장식이된)백,비즈 백 등으로 변화를 줄 수 있다.머리에 반짝거리는 큐빅핀을 꼽거나 여러 겹으로 두른 비즈 목걸이 등도 작지만 큰 효과를 주는 소품이다. 남성에겐 서스펜더(멜빵),커프스,에나멜 구두 등도 좋은 소품이다.캐주얼한 모임에서는 서스펜더로 활동적인 비즈니스맨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게 좋다.커프스,에나멜 구두는 격식있는 옷차림의 포인트로 적절하다. 다양한 디자인과 길이의 목도리는 남성이나 여성 모두에게 캐주얼한 멋을 내도록 하는 소품. 최여경기자 kid@
  • 日 중무장자위대 첫 파병

    |도쿄 황성기특파원| 일본 정부는 9일 임시각의를 열어 600명 이내의 중무장 육상자위대를 이라크 남동부에 파병하는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관련기사 7면 기본계획은 자위대 파병기간을 이달 15일부터 내년 12월14일까지의 1년간으로,장비는 ▲육상자위대 차량 200대 이내 ▲항공자위대 항공기 8기 이내 ▲해상자위대 수송함·호위함 각 2척으로 규정했다. 파병 지역은 육상자위대가 사마와를 포함한 무산나 주(州)를 중심으로 한 이라크 동남부,항공자위대가 ‘쿠웨이트와 이라크 국내의 비행장 시설,해상자위대가 걸프만을 포함한 인도양으로 명시됐다. 이시바 시게루 방위청장관은 파병의 구체적 내용을 담은 ‘실시요령’ 책정에 착수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각의결정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파병시기에 대해 “방위청의 실시요령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자위대는 이라크의 부흥지원을 위해서 가는 것이지,전쟁하러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력행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돈만 내고인적 공헌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아니며 일본의 평화,안전을 위해 미·일동맹과 국제사회에 협조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자위대 파병의 이유를 설명했다. 자위대의 파병장비로는 C130 수송기,U-4 다용도 지원기,정부 전용기,수송함,호위함 외에 대전차용 무반동포,전차탄,장갑차 등으로 자위대 해외파병 사상 최대의 중무장이다. 비전투병으로 구성된 자위대는 의료,급수,학교 건설 등 이라크인을 위한 인도 재건 지원 활동과 함께 미군 등의 치안유지 활동 후방 지원에 해당하는 안전확보 지원활동이 포함됐다.고이즈미 총리는 “(미군의)무기와 탄약 수송은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 파병 비용으로 300억엔 정도를 예비비에서 지출키로 하고 내주 중 각의에서 지출을 결정한다. marry04@
  • 세종기지 실종3명도 극적 생환/ 초콜릿으로 허기 채우고 눈으로 얼굴 비비며 졸음 쫓아 혹한속 사투 52시간

    악몽의 52시간이었다.남극에서 이틀하고도 4시간을 버틴 강천윤 부대장과 김정한,최남열 대원이 극적으로 구조됐다.초콜릿과 초코파이로 배고픔을 이겨냈고,갈증은 남극의 눈을 먹으며 해소했다. 지난 6일 오후 4시25분쯤 16차 월동대원을 칠레기지에 보내고 세종기지로 귀환하던 세종2호는 이내 험한 파도와 눈보라를 만났다.세종 1호가 무사히 세종기지에 도착한 지 한시간쯤 지났을 때였다.세종 2호 도착을 기다리던 기지측은 강 부대장 등으로부터 “험한 파도와 눈보라 때문에 인근 중국기지로 향한다.”는 무전연락을 받았다.즉각 구조대가 편성됐다.세종 1호에 탔던 김홍귀 대원을 포함한 5명의 구조대는 강 부대장 등을 구하기 위해 칠레기지와 주변기지에 부탁해 무선연락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실패했다.세종기지에서도 설상차를 이용,펭귄 마을 쪽에서 통신을 시도했으나 역시 교신에 실패했다. 급기야 세종기지의 긴급 요청으로 우루과이 및 칠레 해군 함정이 출동,수색작업을 벌였으나 기상악화로 역부족이었다.초당 평균 풍속 13m,최대풍속 20m였다.“대원 3명 모두 안전하다.” 다음날인 7일 오전 8시30분쯤,희망의 소식이 날아왔다.강 부대장의 무전연락이었다.그러나 3명의 위치는 파악되지 않았다.통신상태가 나쁘더니 그것마저 바로 끊겨버렸다. 오전 10시쯤 세종 2호에서 교신신호가 감지됐으나 다시 두절됐다.세종 1호는 마리안만쪽을 수색하려 했으나 기상악화로 아르헨티나의 남극 순찰선인 카스키요호 본선만으로 수색작업을 계속했다.오후 7시쯤에는 세종 1호 김홍귀 대원 등 5명 역시 강 부대장 등을 구조하기 위해 세종기지를 나서 오후 8시50분쯤 알드레 섬 주변에서 기상악화로 보트가 전복되고 말았다. 그 이후의 구조작업은 러시아,중국,우루과이,칠레,아르헨티나 등 이웃 기지의 대원들이 나섰다.이들은 보급선과 고무보트 등을 이용,해상수색에 나섰다.중국기지측은 설상차를 이용,육상 수색 활동을 병행했다. 러시아 구조대는 8일 오후 2시쯤 넬슨섬 주변 해역에서 세종 2호의 것으로 추정되는 잠수공기통을 발견하고 집중적으로 수색했다.오후 6시쯤에는 기상 상태가 호전돼 칠레 공군은 헬기를 동원,넬슨섬 주변을 대상으로 수색작업을 벌였다.급기야 오후 8시20분쯤 칠레 공군 헬기는 2시간여의 수색 끝에 넬슨섬 해변에서 강 부대장 등 3명을 구조했다.독일제 BO-105로 추정되는 칠레 공군 헬기는 저공비행을 했으며,대원들은 헬기소리에 깨어나 극적으로 구조됐다.52시간의 혹한과 사투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한국해양연구원 관계자는 “탈진으로 졸음이 오면 서로 눈을 얼굴에 발라주는 동료애를 발휘,사선에서 벗어났다.”면서 “대원들의 삶에 대한 집착과 외국 기지 대원들의 헌신적인 구조활동으로 귀중한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조난당한 지 14시간만에 구조된 세종 1호 5명의 대원 가운데 생존한 4명은 파도에 밀려 보트에서 바다로 떨어진 뒤 육지로 헤엄쳐 나와 서로 몸을 밀착하며 체온을 유지했다. 일부 대원들이 탈진과 저체온증세를 보일 때 남극경험이 많은 김홍귀 대원은 어깨를 흔들고 눈을 먹이며 의식을 유지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동형기자 yunbin@
  • [대한포럼] 전략적 입당은 뭔가

    ‘쉬운 일은 어려운 듯,어려운 일은 쉬운 듯 하라.’는 말이 있다.어려운 일일수록 가닥을 풀어가며 차분하게,쉬운 일도 아무렇게나 처리해서는 안된다는 충고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노무현 대통령과 정치권이 펼치고 있는 정치는 오히려 쉬운 일은 더 꼬이게 하고,어려운 일은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풀어나가는 것 같다.예를 들면 이라크 파병이나 부안 핵폐기장 문제 같은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이런 현안들에는 외교,국방,경제,과학,환경,문화,지역개발 등 중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하지만 지금껏 정부나 정치권은 한번이라도 종합 대책이나 중장기 전망을 내놓은 적이 없다. 그저 사람마다 부처마다 말이 틀리고 여론이나 저울질하면서 시간만 때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이런 일이 정치권이 격돌하고 투쟁할 어려운 일이다. 쉬운 일을 한번 보자.정치권의 개혁일 것이다.과거 잘못이 있다면 고백하고,책임지고,열심히 일하면서 심판 받으면 된다.남을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라 자기만 추스르면 되는 일이다.그런데 정치권은 이렇게 쉬운 일들을 엄청나게 비비꼬아서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만든다.‘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 공방도 결국 ‘법대로’ 결론이 났다.국민들이 볼 때는 치고 받고,단식하고,국회를 팽개칠 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나,무당적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쉽고,예측가능하고,안정된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노 대통령이 측근의 비리를 알았다면 사과하고 법대로 처리하면 될 일인데 느닷없이 재신임 문제를 들고나와 지금껏 혼란의 불씨가 살아있다.누가 재신임을 묻자고 했나.결국 정치권을 들쑤셔놓아 특검대치 정국과 국회 실종까지 초래하고 말았다. 노 대통령의 무당적 문제도 마찬가지다.노 대통령이 낡은 정치의 기득권 구조를 통째로 와해시키고 싶었다면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의 구조개혁에 힘을 실어주거나 앞장서서 신당의 손을 들어주었으면 그것으로 할 일을 다하는 것이다.그런데 민주당의 구조개혁도,신당인 열린우리당의 창당 과정에서도 노 대통령은 수수방관했다.결국국가의 최고 정치지도자가 ‘차려주는 밥상’만 기다린 꼴이 됐다. 최근 노 대통령이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 입당 문제에 대해 “입당 하나 안 하나 저를 그 당 소속으로 알고 있지 않으냐.”면서 “정치적 공방 가운데 가장 대미지가 적고 전략적으로 입당 효과가 좋은 시점에 입당하겠다.”고 말했다.얼핏 노 대통령의 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를 올릴 수 있는 시점에 입당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뒤집어 생각하면 대선수사 및 특검정국 등 앞으로의 정치 상황에서 대미지가 크고 전략적 효과가 나쁘다면 입당하지 않겠다는 뜻도 될 것이다.대의 민주주의,정당정치가 기본인 현실에서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정당들은 물론 국민들까지 혼란스럽게 한다.소속 정당도 없이 바로 국민들을 상대하겠다는 것인지. 울고 싶은데 빰 때려줄 상대만 기다리고 있는 거대 야당들에 둘러싸인 노 대통령의 고군분투를 이해한다고 하지만 이런 ‘전략적 사고’는 너무 협소해 보인다.국민들이 노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은 전략적인 모습이 아니라 예측가능한 믿음을 주는 정치,좌충우돌하는 정치가 아니라 안정된 정치일 것이다.그러자면 노 대통령은 지금껏 해 온 충격정치나 이벤트정치,오기정치는 포기해야 한다.당장 소수면 어떤가.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도 많다. 김 경 홍 논설위원 honk@
  • 올 겨울 속옷 트랜드/ 화려하고 섹시하게

    겉옷을 겹겹이 껴입는 겨울에 속옷이 더욱 화려해진다? 드러나지도 않을 것이,남들에게 보일 일도 ‘별로’ 없는 것이 대체 왜 화려해지고 있단 말인가.겨울 속옷의 주요 컨셉트는 ‘편안함’이었건만,올 겨울 속옷은 겉옷만큼이나 휘황찬란,변화무쌍,다채다양하다. ●속옷이 화려한 것은 불경기 탓? 최근 발표된 섬유산업연합회 연구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의류소비는 전년에 비해 0.9% 늘어난 6조원.겉옷은 5조 6214억원으로 3.3% 늘었지만 속옷은 4100억원으로 23.6% 줄었다.경기가 나빠지니 속옷 소비부터 줄였다는 말이다. 올 겨울 속옷은 꼭꼭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날 좀 보세요,그리고 날 사세요.”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보내며 더욱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다. 섹시한 표범,우아한 얼룩말,크고 화려한 꽃 등 속옷에 많이 사용하지 않는 무늬가 이용됐는가 하면 재킷이나 블루종에서 활용된 벨벳,화려한 블라우스나 스커트에 사용된 새틴·실크,펑키 패션의 필수 요소인 가죽 등 소재도 다양해졌다. 남성 속옷의 변화는 더욱 눈에 띈다.색상도 옅은 하늘색이나 흰색 일색에서 청보라,카키 등 튀는 색상이 많다.영국풍 패션 경향이 속옷에도 영향을 주어 다양한 체크와 스트라이프(줄무늬)가 사용됐다.또 펑키·글렘룩의 인기가 진·호피·스웨이드 등 소재의 변화를 가져와 섹시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남영L&F의 박종현 차장은 “올 겨울에는 불경기의 영향으로 속옷의 디자인,소재 등이 더욱 다채롭고 화려해졌다.”며 “이너웨어를 얇게 입는 패션경향이나 파티의 확산 등 화려함을 추구하는 문화 역시 이같은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과감하고 대담하게 올 겨울 남녀 속옷은 혼자 봐도 즐겁고 누구에게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여성 속옷은 크고 화려한 꽃무늬에 가죽,진 등을 활용해 여성스러움과 섹시함을 극대화했다.꽃을 모티브로 한 ‘비비안’의 ‘히든와이어브라’는 브래지어 컵 바깥쪽과 날개 부분에 가슴을 감싸는 듯한 꽃줄기를 그려넣고 광택과 컬러에 변화를 주어 고급스럽고 강렬하다. ‘제임스딘’의 속옷은 가죽과 스웨이드 소재를 섞어 섹시함에 고급스러움을 더했고,‘보디가드’는 표범,얼룩말,뱀 등의 문양을 사용해 도발적인 느낌의 속옷을 선보였다. 브래지어뿐만 아니라 슬립,가운 등도 하늘하늘한 시폰,광택이 감도는 새틴,화려한 레이스의 어깨끈·허리 장식 등 화려한 스타일로 변신하고 있다. 남성 속옷에는 하반기 남성 패션의 키워드인 ‘영국 귀족’ 분위기가 가미됐다.속옷에 자주 활용된 체크무늬가 올 겨울에는 폭과 색상을 달리해 세련돼졌다.‘젠토프(GENTOFF)’는 짙은 청색 원단에 회색 체크,베이지색 원단에 커다란 체크를 넣은 트렁크 팬티를 내놓았다.‘임프레션’은 갈색 호피 무늬를 바탕으로 허리 라인에 작은 버클 장식을 두거나,부드러운 스웨이드 느낌의 원단에 전갈무늬를 자수로 새긴 속옷으로 섹시하면서도 부드러운 남성미를 드러냈다.젠토프의 윤영자 디자인팀장은 “올 하반기 속옷은 여성성·남성성을 극대화한 디자인이 많다.”며 “특히 남성의 경우 속옷도 패션의 하나로 인식하게 되면서 기본 스타일과 함께 진,동물 무늬 등으로 섹시하게 표현하는 스타일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세련되고 건강하게 내복은 건강을 지키고 난방비 절약에 좋다.하지만 옷매무새를 망쳐 꺼려진다.‘좋은사람들’의 서미정 디자인실장은 “겨울철 내의는 패션스타일이나 이미지상 기피하는 속옷 아이템이었다.”며 “최근에는 감각있는 20∼40대 취향에 맞춰 다양한 디자인과 컬러,기능으로 포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몸에 편안하게 밀착돼 티가 나지 않고 보온성이 좋은 ‘타이즈’ 형태가 대표적.스판 소재로 몸에 가볍게 붙어 움직임이 자유롭고 살과 밀착도가 높아 보온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이용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또 내의를 오래 입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피부트러블을 예방하고,혈액 순환 등에 좋은 건강 내의도 선보이고 있다.‘좋은사람들’의 ‘콩의 기적’은 대두에서 얻은 천연 단백질로 만든 섬유로 제작됐다.방적과정에 항생물질과 소염제,자외선 흡수제를 첨가하여 항균,자외선 차단,항알레르기 기능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보디가드’의 ‘닥터키토’나 ‘비너스’의 키토산 내의는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어린이나 아토피성 피부의 여성에게 좋다.이밖에 쑥의 항균방취 효과를 함유한 ‘쑥 내의’,피부 보습효과가 뛰어난 ‘머드보습내의’,혈액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쑥 내의’,땀을 열로 변환시키는 ‘흡습발열 내의’ 등 다양한 기능성 내의를 선보이고 있다. 최여경기자 kid@
  • 감사원, 국회 청구 5건 감사 배정

    감사원은 13일 국회가 청구한 5건의 사업 및 기관에 대한 특별감사를 해당 부서에 배정했다. 감사원은 인천 선갑도 핵폐기물처리장 건설사업을 1국에 배정한 것을 비롯,예비비를 임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했다는 논란이 있는 KBS 문제는 2국,남북협력사업과 다목적헬기도입사업(KMH)은 4국이 각각 감사에 착수하도록 했다.또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의 초청과 방만한 예산집행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6국에 배정했다. 이종락기자
  • [녹색공간] 더불어 살아감의 뜻

    사회가 복잡해지고 핵가족제도가 정착됨에 따라 이제는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 가정을 찾기가 쉽지 않다.결혼 전에 분가해 혼자서 살아가는 청년들도 점차 늘고 있다.그러다 보니 사람들 사이의 신체접촉은 줄어드는 대신 사이버 공간을 통한 만남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신체접촉만큼 사람들 사이를 친밀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없다.엄마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뽀뽀를 해주거나 안아주는 행위는 친밀함을 표현하는 최고의 방식이며,성행위는 그러한 신체접촉의 가장 극단적 형태다.문화권에 따라 악수를 나누고 볼을 비비거나 코를 맞대는 등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인사를 나누는 가장 기초적 방식은 역시 신체를 접촉하는 것이다.몸을 직접 맞대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정다운 눈길을 주고받는다든가 함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는 등의 행위를 통해 서로를 알고 느낀다. 이러한 신체접촉이 사람과 같은 고등동물에서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세균들은 한 세대가 불과 몇 시간밖에 되지 않지만,그 동안에도 인접한 개체끼리 접촉해 유전물질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군집을 유지한다.종이 다른 생명체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접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생존을 위해서는 다른 생명체를 희생시켜 양식으로 삼기도 하지만,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공생의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생명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애증의 드라마는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몸속에서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우리의 입과 위장 속에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수의 미생물이 우리와 함께 사이좋게 살아가고 있다.그들은 우리가 먹은 음식의 소화를 도와주는 등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지만,가끔은 심각한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여러 종류의 미생물들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어떤 원인에 의해 그 균형이 깨졌을 때는 한두 종류가 지나치게 증식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이처럼 우리는 일상적으로 다양한 미생물과 접촉하면서 살아간다.김치나 된장,젓갈과 같은 발효음식도 미생물의 도움 없이는 맛볼 수 없다.우리 선조들은 어떤 가정의 장맛을 보고 그 집안의 미래를 예측하기까지 했다고한다.장맛이 변했다는 것은,그 집 주인과 함께 살고 있는 미생물들의 평형상태가 변했다는 뜻이며,이는 바로 그 주인의 건강상태에 이상이 있다는 걸 뜻한다고 생각하면,그런 예측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요컨대 우리 몸속의 미생물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인 셈이며,그 관계 여하에 따라서 건강하기도 하고 병에 걸리기도 하는 것이다.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라 하더라도 오랫동안 함께 살다보면 서로 친해져서 공생의 관계가 되기도 하지만,그 사이가 나쁘면 큰 싸움을 벌이면서 병에 걸리기도 한다.경우에 따라서는 싸움 끝에 타협을 이루어 새로운 공존 관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다소 지저분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지나치게 청결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알레르기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낮다고 한다.어려서부터 미생물들과 친해지고 그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그런데도 우리는 미생물 하면 질병을 떠올리고,물리쳐야 할 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그래서 대단치도 않은 병에 항생제를 남용해 오히려 미생물들의 균형을 깨뜨리고 내성만 키워주는 경우가 많다. 20세기가 이데올로기와 계급과 민족이 다른 사람들을 살육하고,질병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과의 전쟁을 선포한 ‘죽임’의 시대였다면,21세기는 사람이든 미생물이든 더불어 살아감을 모색하는 ‘살림’의 시대가 되면 좋겠다. 강 신 익 인제대 의대 교수 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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