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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 웨인·백인 예수까지 청산 대상…흑인 차별 넘어 ‘백인 우위’ 꼬집다

    존 웨인·백인 예수까지 청산 대상…흑인 차별 넘어 ‘백인 우위’ 꼬집다

    英성공회 수장 “백인 예수, 재검토를” 로레알, 제품 문구서 ‘미백’ 표현 삭제 심슨 가족 “백인 성우, 비백인役 배제” 일부 “나쁜 역사도 남겨야” 지적 속 트럼프, 동상 등 보호 행정명령 서명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인종주의 역사 청산 움직임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흑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 개선을 요구하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을 넘어서 역사와 종교, 산업,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백인 우월주의 요소와 흔적을 걷어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인종차별 시위 국면에서 ‘백인 예수’ 논란이 또 불거졌다. BLM 운동을 주도해 온 시민운동가 숀 킹이 최근 트위터를 통해 “예수를 백인으로 묘사한 동상, 벽화 등은 백인 우월주의 형태여서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이에 영국 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는 26일(현지시간) BBC에 나와 “다른 나라의 성공회 교회에 가보면 ‘백인 예수님’은 없다. 흑인, 중국인, 중동인 등으로 묘사된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며 “예수를 백인으로만 묘사하는 것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호응했다. 그러나 위스콘신주 메디슨 주교 도널드 하잉은 “조각상, 그림 등은 하나님이 사랑과 예수의 부활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표현한 것”이라며 “아우슈비츠가 기념관과 박물관으로 남아 있는 것처럼 (일부 동상에 대해서도) 우리는 역사의 가장 나쁜 측면도 기억하고, 우리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부극의 전설’ 존 웨인도 청산 대상 리스트에 올랐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소속 민주당원들이 그의 동상 철거와 그의 이름을 딴 ‘존 웨인 공항’ 개명 작업에 착수했다. 백인 우월주의를 신봉하는 생전 인터뷰 발언이 문제가 됐다. 웨인은 1971년 한 인터뷰에서 흑인들이 책임감을 가질 때까지 백인 우월주의가 필요하다며 “과거 흑인들이 노예였다는 것에 대해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은퇴 뒤 웨인이 거주했던 오렌지카운티는 그의 업적을 기려 공항 카운티 공항을 그의 이름을 따 교체하고, 1982년에는 공항에 동상도 세웠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백인이 유색인종 역할을 맡는 이른바 ‘화이트워시’(White Wash)는 늘 논란거리였다.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작품 속 인도계 ‘아푸’를 백인 성우가 연기하며 인도 특유의 억양을 구사해 인도계 미국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제작진은 26일 “심슨 가족에서 더는 백인 성우가 비(非)백인 역할의 목소리를 맡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은 제품 설명에서 ‘미백’, ‘하양’, ‘밝은’, ‘환한’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전날 생활용품 업체 유니레버의 인도 지사도 ‘페어 앤드 러블리’(밝고 사랑스러운)가 인종에 대한 편견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다른 이름을 쓰겠다고 밝혔다. 페어 앤드 러블리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주로 판매되는 피부 미백 크림이다. 인종차별 시위대에 의한 동상 훼손 행위가 잇따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념물과 동상 등을 보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법무부는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공원에 설치된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 동상을 훼손하려 한 시위 참가자 4명을 기소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바이든 ‘대선 시그널’… 환상의 짝꿍 누굴까

    바이든 ‘대선 시그널’… 환상의 짝꿍 누굴까

    백인 남성 일색이던 미국 정치 ‘넘버 투’ 자리가 비백인·여성으로 바뀔 수 있을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결정된 가운데 그와 함께 뛸 러닝메이트 후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바이든이 부통령 후보로 여성을 선택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유색인종 출신 후보를 선택하라는 압력이 높아지며 최종 후보를 낙점하기 위한 바이든 캠프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는 부통령 후보 심사 과정을 거쳐 6명의 최종 후보군을 압축했다. 바이든의 약속대로 모두 여성이고, 이 가운데 4명이 흑인인 것으로 전해진다. 흑인은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과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발 데밍스 하원의원, 키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이며 백인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히스패닉계는 미셸 루한 그리셤 뉴멕시코주 주지사가 포함된 것으로 관측된다. 부통령 후보는 무엇보다 대선후보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카드가 가장 최적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 러닝메이트 지명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경선 TV토론에서 바이든이 흑백 인종통합 교육을 위한 스쿨버스 정책에 반대했던 전력을 들추며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던 해리스 상원의원은 최근 흑인인권 운동과 함께 다시 한번 몸값이 뛰는 모습이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버락 오바마 측 인사들과 친분이 깊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만신창이가 된 외교 현안에 강점을 지닌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워런 상원의원은 바이든과 같은 고령이지만, 진보·청년 유권자들에게 여전히 인기가 높다. 민주당 안팎에서 흑인 여성 러닝메이트는 당위의 문제로 여겨져 왔다. 이 같은 목소리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더욱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CNN은 “200명 이상의 흑인 여성 인사들이 러닝메이트로 흑인 여성을 선택하라는 공개서한을 바이든 측에 보냈다”고 이날 보도했다. 서한에는 언론인 수전 테일러, 학자 조네타 콜 등 학계·언론계 저명인사뿐만 아니라 바네사 윌리엄스 같은 할리우드 스타도 포함됐다. 이와 더불어 백인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히스패닉계의 압력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WP는 “당내 히스패닉계의 요구가 또 다른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은 최근 온라인 모금행사에서 늦어도 8월 1일쯤 후보를 지명할 것이라고 언급했을 뿐 러닝메이트와 관련한 말을 아끼고 있다. 자칫 부통령 후보의 전력이 공격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캠프 내 심사위원회는 후보군의 세금신고와 재무기록, 대중연설 자료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 역사상 주요 정당에서 출마한 여성 부통령 후보는 1984년 민주당 후보로 나선 제럴딘 페라로와 2008년 공화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 등 단 두 명뿐으로 모두 큰 표차로 낙선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바이든 ‘대선 시그널’ 환상의 짝꿍 누굴까

    바이든 ‘대선 시그널’ 환상의 짝꿍 누굴까

    바이든 “女 부통령 후보 선택” 천명흑인 4명·백인1명...6명 최종 압축지명 통해 정치적 메시지·약점 보완백인 남성 일색이던 미국 정치 ‘넘버 투’ 자리가 비백인·여성으로 바뀔 수 있을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결정된 가운데 그와 함께 뛸 러닝메이트 후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바이든이 부통령 후보로 여성을 선택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유색인종 출신 후보를 선택하라는 압력이 높아지며 최종 후보를 낙점하기 위한 바이든 캠프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는 부통령 후보 심사 과정을 거쳐 6명의 최종 후보군을 압축했다. 바이든의 약속대로 모두 여성이고, 이 가운데 4명이 흑인인 것으로 전해진다. 흑인은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과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발 데밍스 하원의원, 키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이며 백인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히스패닉계는 미셸 루한 그리셤 뉴멕시코주 주지사가 포함된 것으로 관측된다.부통령 후보는 무엇보다 대선후보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카드가 가장 최적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 러닝메이트 지명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경선 TV토론에서 바이든이 흑백 인종통합 교육을 위한 스쿨버스 정책에 반대했던 전력을 들추며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던 해리스 상원의원은 최근 흑인인권 운동과 함께 다시 한번 몸값이 뛰는 모습이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버락 오바마 측 인사들과 친분이 깊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만신창이가 된 외교 현안에 강점을 지닌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워런 상원의원은 바이든과 같은 고령이지만, 진보·청년 유권자들에게 여전히 인기가 높다. 민주당 안팎에서 흑인 여성 러닝메이트는 당위의 문제로 여겨져 왔다. 이 같은 목소리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더욱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CNN은 “200명 이상의 흑인 여성 인사들이 러닝메이트로 흑인 여성을 선택하라는 공개서한을 바이든 측에 보냈다”고 이날 보도했다. 서한에는 언론인 수전 테일러, 학자 조네타 콜 등 학계·언론계 저명인사뿐만 아니라 바네사 윌리엄스 같은 할리우드 스타도 포함됐다. 이와 더불어 백인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히스패닉계의 압력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WP는 “당내 히스패닉계의 요구가 또 다른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바이든은 최근 온라인 모금행사에서 늦어도 8월 1일쯤 후보를 지명할 것이라고 언급했을 뿐 러닝메이트와 관련한 말을 아끼고 있다. 자칫 부통령 후보의 전력이 공격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캠프 내 심사위원회는 후보군의 세금신고와 재무기록, 대중연설 자료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 역사상 주요 정당에서 출마한 여성 부통령 후보는 1984년 민주당 후보로 나선 제럴딘 페라로와 2008년 공화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 등 단 두 명뿐으로 모두 큰 표차로 낙선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사려 깊지 못한 처신에… NYT·인콰이어러 편집장들 결국 사임

    사려 깊지 못한 처신에… NYT·인콰이어러 편집장들 결국 사임

    “군 투입” 기고 실은 베넷 편집장 퇴진 191년 역사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건물도 중요하다’ 제목에 비판 쏟아져 “언론사 구조적 인종 편견 토론 촉발”흑인 사망 규탄시위 현장에 군대를 투입해야 한다는 공화당 상원의원의 기고문을 게재했다가 거센 반발을 산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사설 담당 편집장이 7일(현지시간) 결국 사임했다. 지역 유력 언론인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역시 이번 시위의 핵심 구호인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M)를 비꼰 제목을 달았다가 수석 편집장이 물러났다. NYT의 아서 설즈버거 발행인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지난주 우리는 편집 과정에 중대 결함이 있음을 알게 됐다. 제임스 베넷 사설 담당 편집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고 NBC 등이 전했다. 제임스 다오 사설 담당 부편집장도 발행인란에서 제명됐다. 앞서 지난 3일 NYT는 공화당 소속 톰 코튼 상원의원의 “군대를 투입하자”는 기고문을 실었다가 사내 반발에 시달렸다. 코튼 의원은 폭동진압법에 의거한 연방군 투입을 촉구하며 “조지 플로이드 죽음과 무관하게 폭도들이 약탈을 자행해 도시들을 무정부 상태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800여명의 직원이 항의 청원에 서명했고, 처음에 기고를 옹호했던 설즈버거 발행인은 “NYT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물러섰다. 경영진의 사죄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베넷 편집장이 물러났다. 코튼 의원은 보수성향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NYT가 태도를 바꾼 것을 ‘잠 깬 어린아이 무리에 굴복했다’는 비유로 강력 비판하며 “좌편향 기사 위주인 신문에 내 칼럼은 (처음부터) 맞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다양한 의견이 표출될 기회마저 억압당했다는 것이다. 191년 역사를 자랑하는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지난 2일 ‘시위로 지역의 유서 깊은 건물들이 훼손됐다’는 내용의 칼럼에 ‘건물도 중요하다’(Buildings Matter, Too)는 제목을 달았다가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스탠 비시노브스키 수석 편집장은 이튿날 공식 사과문을 싣고 “우리는 상당히 모욕적인 제목을 썼다”며 “마치 흑인 사망과 건물의 훼손이 같을 수 있다는 암시를 남겼다.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인정했다. 비백인 기자 40여명이 ‘병가 투쟁’ 선언을 하는 등 반발이 가라앉지 않자 비시노브스키의 사직서도 6일 수리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언론인의 역할에 대한 심층적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CNN은 전했다. NYT의 한 직원은 “기고 사건이 보도국 내 구조적인 인종 편견 및 다양성에 대한 의미 있는 토론을 촉발시켰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美 시위 후폭풍… 민주 여성부통령 후보, 백인 지고 아프리카계 뜬다

    美 시위 후폭풍… 민주 여성부통령 후보, 백인 지고 아프리카계 뜬다

    미국에서 첫 아프리카계 여성 부통령이 나올 수 있을까.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민주당 부통령 후보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미국에서 사망자가 10만명을 넘어섰고, 경기 침체로 인한 고용 사정이 악화하며 뿌리 깊은 인종차별 이슈가 경제적·사회적 불평등과 맞물리면서 미국 사회가 밑동부터 뒤흔들리고 있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아프리카계와 라틴계 유권자, 여성 지도자들은 사실상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조지프 바이든(77) 전 부통령에게 러닝메이트로 비백인 여성, 아프리카계 여성을 지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만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73)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이후 두문불출했던 바이든은 지난 1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아프리카계 교회를 찾아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것으로 대외 활동을 재개했다. 아프리카계 민주당 지지자들의 요구에 확답은 안 했지만 바이든은 이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초반 열세를 면치 못했던 바이든이 전세를 뒤집고 슈퍼화요일에 압승을 거두면서 후보가 된 것은 이들의 전폭적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검사나 주법무장관 경력 오히려 발목 잡아 바이든은 지난 3월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여성을 지명하겠다고 선언했다. 바이든은 자신과 합이 잘 맞고, 유사시 자신을 대신해 즉각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러닝메이트로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민주당의 차세대 여성 지도자를 뽑겠다는 것이다. 4월 말 부통령후보추천위원회가 꾸려졌고, 자천 타천으로 10여명의 여성 후보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거치면서 부통령 후보군의 순위가 바뀌고 있다. 비(非)백인, 특히 아프리카계로부터 지지를 받는 후보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또 공권력을 행사하는 검사와 경찰 등을 지낸 후보들의 과거 이력에 대한 검증이 강화되면서 검사나 주 법무장관 경력이 오히려 부통령 후보 경쟁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카멀라 해리스(55)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왔다가 중도 사퇴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검사로 활동했고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지냈으며 2016년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지난해 민주당 경선을 거치면서 전국적 인지도도 높아졌다. 언론의 검증과 경쟁자들의 공격에 맞서 맷집도 키웠다. 1차 토론회에서 바이든을 집중 공격하며 각을 세웠지만 바이든 아들과 각별한 사이였다. 아프리카계 여성과 리버럴 여성 사이에서 지지도가 높다. 그러나 이번 시위를 거치면서 주 법무장관 당시 경찰 개혁에 미온적이었던 경력은 단점이 되고 있다. 발 데밍스(63) 플로리다주 연방 하원의원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데밍스 하원의원은 가정부와 경비원 부모 아래에서 자라 27년간 경찰로 일하며 올랜도 경찰국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던 하원 탄핵소추위원 7인 중 한 명으로 활동하며 얼굴을 알렸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발생한 뒤 워싱턴포스트에 경찰들의 과잉 진압을 비판하는 칼럼을 기고해 관심을 모았다. 올랜도 경찰국장 재임 시절 강력 범죄는 많이 줄었지만 과잉 대응과 부실 수사로 피해자들에게 수백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한 것은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은 분석했다. ●폭력 시위 막은 보텀스 시장도 관심 다음은 2018년 조지아주지사 선거에서 아깝게 낙선한 스테이시 에이브럼스(46)다. 유권자 운동가이자 조지아주 하원 민주당 대표로 6년간 활동한 에이브럼스는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연설에 대한 민주당의 반박 연설자라는 중책을 맡으며 중앙 정치 무대에 데뷔했다. 부통령 후보군 중에 가장 적극적으로 후보직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진보 성향의 유권자, 젊은 아프리카계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하지만 전국 정치 무대에서 활동한 경험이 없고 현직이 아니라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주유엔 미국대사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국제관계 전문가 수전 라이스(55)도 후보 명단 상위에 올라 있다. 바이든과 8년간 오바마 행정부에서 함께 일하면서 친분이 두텁다. 외교와 국제관계 전문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선출직 경험이 전무하고, 2012년 9월 12일 이슬람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 등 4명이 숨진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외교 참사로 기록된 벵가지 사건 당시 역할이 논란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지난달 29일 흥분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를 향해 질서와 평화시위를 강조하면서 폭력시위로 악화하는 것을 막은 케이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도 후보로 급부상했다. 제일 유력한 부통령 후보로 거론됐던 에이미 클로버샤(60) 미네소타주 연방 상원의원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사실상 후보군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플로이드가 사망한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가 속한 카운티의 검사로 8년간 일했던 클로버샤는 재임 당시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20여명의 비백인 미국인이 숨진 사건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바이든 러닝메이트는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 아프리카계 여성 부통령 후보의 급부상 속에서도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주 연방 상원의원 카드는 아직 유효하다. 민주당 지지자들, 특히 진보 성향의 유권자와 여성 사이에 인기가 높은 워런은 샌더스 지지자 등 진보층을 끌어들이고 정책 측면에서도 바이든을 보완할 수 있는 후보로 거론돼 왔다. 바이든은 민주당 전당대회가 코로나19로 한 달 미뤄지면서 러닝메이트를 늦어도 8월 1일까지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앞당겨질 수도 있어 보인다. 그동안 누가 부통령 후보가 되느냐는 대선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올해는 다르다는 얘기들이 많다. 77세 고령인 바이든은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연임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미 선언한 만큼 그의 러닝메이트는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라는 의미를 갖는다. 5월 말 워싱턴포스트 조사에서 바이든은 트럼프에 10% 포인트 앞서 있다. 두 달 전 2% 포인트 우세에서 격차를 벌렸다. 트럼프는 쏟아지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폭력시위와 약탈을 부각시키며 강경 대응을 강조하면서 보수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60~70대 백인 남성 리더십만으로는 다양성과 불평등 해결, 통합과 치유의 정치력을 요구하는 미국 유권자들을 이끌고 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 1984년 민주당의 제럴딘 페라로와 2008년 공화당의 세라 페일린이 미국의 첫 여성 부통령을 시도했다가 좌절했지만, 2020년 대선에서는 결실을 맺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가 미국 첫 여성 대통령을 향한 중요 전기가 될지 주목해야 한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운동장도 포퓰리즘 극우열풍…인종차별 몸살앓는 유럽축구

    운동장도 포퓰리즘 극우열풍…인종차별 몸살앓는 유럽축구

    “인종차별에 대해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메시지는 경기장에서 스스로 걸어 나오는 것입니다.” 유럽 축구를 관람하는 팬이라면 경기장 안팎에서 ‘인종차별 반대’(No to racism) 메시지를 자주 보게 된다. 흑인을 비하하는 특정 언어, 동양인의 외모를 비하하듯 눈을 찢는 행위 등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아프리카 출신이나 비백인, 이슬람교도 선수들을 향한 팬들의 인종·종교차별적 행태가 어김없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축구 등 스포츠에서의 인종차별이 근절되지 않자 아예 선수가 스스로 퇴장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을 한 인물은 국제축구연맹(FIFA) 역사상 최초의 여성·비백인·비유럽 사무총장인 파트마 사모라였다. 새 시즌이 시작된 유럽 축구에서는 또다시 피치 안팎의 인종차별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세리에A가 최근 인종차별 논란으로 비판의 중심에 섰다. 1970~1980년만 해도 경기장에서 인종차별 구호를 듣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전사회적인 인권의식의 진전으로 1990년대 들어 스포츠계의 풍경도 바뀌었다. 경기장에서의 인종주의적 행동과 언행 등을 범죄로 규정한 ‘축구폭력법’이 1991년 제정됐고, 2006년 독일월드컵을 시작으로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를 알리는 세리머니를 보여 주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유럽 축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이 같은 노력을 무색하게 한다. 영국의 스포츠 인종차별 반대 켐페인 ‘킥 잇 아웃’에 따르면 영국과 웨일스의 축구경기에서 인종차별을 포함한 증오범죄가 일어난 경기가 2017~2018시즌 131개에서 2018~2019시즌 193개로 약 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장 내 각종 증오범죄로 체포된 인원은 지난 시즌 1381명으로, 전 시즌 대비 10% 감소했지만, 발생 횟수는 급증한 것이다. 인종차별 수위와 빈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 왔던 대표적인 리그는 세리에A였다. 특히 벨기에 국가대표 출신 ‘득점기계’ 로멜루 루카쿠가 최근 인종주의의 표적이 되며 세계 스포츠계의 여론을 환기시켰다.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이탈리아 인터밀란으로 이적한 루카쿠는 9월 초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상대팀 칼리아리의 팬들로부터 ‘원숭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여기에 한 이탈리아 축구 해설위원은 방송에서 “루카쿠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나나 10개를 건네는 것”이라고 말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사석에서도 입에 담기 어려운 흑인 비하 발언이 방송을 통해 버젓이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는 점에서 축구계는 충격을 받았다. 결국 해당 매체는 문제의 발언을 한 해설위원의 출연을 정지시켰다. 루카쿠는 SNS에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올리며 “지금은 2019년이다. 나는 선수로서 축구를 즐기는 모두를 위해 이 문제에 대해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인종주의를 막기 위한 내부 전담팀을 구성한 구단이 지난 20일 세리에A에서 처음 나왔다.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온 이반 가지디스 AC밀란 최고경영자(CEO)는 “다양성과 포용, 관용은 팀과 구단, 사회 전체의 힘을 증대시킬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인종차별)를 해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믿는다”고 전담팀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에서 인종·종교 등 차별 문제가 불거질 경우 유럽의 프로구단들은 대체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반면 이탈리아 등 일부 리그는 무관용 원칙보다는 다소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앞서 소개한 루카쿠의 경우 리그 당국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칼리아리 구단을 징계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축구장 내 증오범죄의 근본 원인에 정치사회적 배경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탈리아는 지난 14개월간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 ‘동맹’이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연정을 구성해 왔다. 반(反)난민·반유럽연합(EU)을 기치로 하는 정당이 국가 운영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아프리카 난민 문제에 대한 이탈리아 국민들의 불만이 커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루카쿠에 대한 인종차별 역시 난민 문제에 배타적인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16∼2018년 영국 첼시를 지휘한 뒤 지난 5월 인터밀란 감독을 맡은 안토니오 콘테는 팀내 핵심 선수가 당한 인종차별을 본 뒤 “3년 만에 돌아온 모국에서 엄청난 증오와 원한을 경험했다. 이탈리아의 인종차별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 사태를 겪고 있는 영국 내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럽 전역의 극우 정치지도자들의 출연, 민족주의적이고 포퓰리즘적 의제들, 분열적이고 외국인 혐오적인 발언들이 루카쿠를 비롯한 흑인이나 아시아 선수들이 겪는 인종차별적 학대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이 같은 암울한 모습은 일요일 아침 조기축구부터 국제대회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스포츠에서의 다양성 결여가 경기장 안팎의 각종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 등 세계 축구계를 이끄는 스포츠 권력기구나 각 구단의 감독·수뇌부 등이 여전히 백인·남성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는 문제 제기다. FIFA에서 최초의 여성·비백인 출신 사무총장이 탄생하기까지 110년이 넘게 걸린 셈인 사모라의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실제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 등 영국 프로축구 4개 리그 전체 92개 구단 가운데 감독이 흑인이나 소수 인종인 경우는 6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모습을 두고 전 리버풀 선수인 에밀 헤스키는 “피부색으로 쉽게 감독직을 얻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흑인 감독들은 최하위 리그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이 같은 백인 감독의 사례로 스티븐 제라드, 프랭크 램파드 등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루카쿠의 국가대표 동료인 세계적인 수비수 빈센트 콤파니(RSC 안더레흐트)는 “스포츠계 최고 권력기구 내의 다양성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축구에서 인종주의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진정한 인종차별은 이들 기구에 루카쿠가 겪고 있는 일을 이해할 수 있는 대표들이 없다는 점”이라고 일갈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백인은 입장료 2배” 美 흑인음악 축제 ‘역차별 논란’ 속 정책 철회

    “백인은 입장료 2배” 美 흑인음악 축제 ‘역차별 논란’ 속 정책 철회

    미국에서 한 흑인음악 축제를 주최하는 단체가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CNN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미시간주(州) 디트로이트에서 오는 8월 3일 개최 예정인 흑인음악 축제 ‘아프로퓨처 페스트’(AfroFuture Fest)의 주최 측이 지난 2일 백인 관객의 입장료를 흑인 등 비백인의 두 배로 받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가 논란이 생기자 5일 만에 정책을 철회했다. 당시 주최 측은 축제 참가권 가격을 ‘유색인종’(people of color)은 10달러(약 1만1800원), ‘비유색인종’(non-POC) 즉 ‘백인’(white people)은 20달러(약 2만3600원)이라고 공지했다. 디트로이트는 아프리카계 주민이 다수를 차지한다. 문제의 공지에는 우리의 입장료 체계는 사회적으로 가장 약한 지역사회에 속하는 사람들(유색인종)에게 그들의 지역(흑인이 다수인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할 공평한 기회를 주도록 만들어졌다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이 방침은 백인들뿐만 아니라 일부 흑인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고, 타이니 재그로 알려진 혼혈 디트로이트 출신 랩퍼는 이런 정책 때문에 해당 축제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이에 따라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아프로퓨처 유스’(Afrofuture Youth)는 처음 방침을 철회하고 모든 입장료 가격을 20달러로 변경했다. 주최 측 중 하나인 ‘에이드리언 에어스’(Adrienne Ayers)는 원래 가격은 흑인들의 평등에 관한 형평성을 증진하기 위해 책정됐었다고 해명했다. 아프로퓨처 유스는 7일 SNS를 통해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위협을 받은 우리의 지역사회와 가족, 고령자 그리고 SNS에서 실제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접한 청소년들의 안전을 위해 정책을 변경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주최 측은 이번 축제에 참여할 비유색인종 관객 즉 백인들에게 추가적인 기부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지금까지 게놈 연구가 인종차별이었다?

    지금까지 게놈 연구가 인종차별이었다?

    “대부분 유럽계 백인 중심 유전체 연구 다른 인종·민족 적용 땐 질병 분석 한계” 북미 공동연구팀 ‘인종주의 게놈’ 지적 비백인계서 새 유전적 특징 27개 발견 유럽계 일부, 라틴·아프리카계 특징도 “유전 질환, 인류 전체 분석 대상 삼아야”“인종주의는 현대사회의 모든 분야는 아닐지라도 많은 영역에 다양한 형태로 스미어 있다. 과학 분야에서도 미묘하거나 뚜렷한 편견들이 반영되는 경우가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생물인류학자인 조너선 마크스 교수는 ‘인종주의에 물든 과학’이라는 저서에서 과학연구에서 나타나는 인종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의학, 실험심리학 등 많은 분야에서는 인종을 변수로 삼고 연구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인간 유전체를 분석하는 게놈 연구에서도 이 같은 인종적 구분이 저변에 깔려 있는데 과학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특정 인종이 아닌 인류 전체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미국 스탠퍼드대 바이오메디컬 데이터과학과, 프레드허친슨 암연구센터, 뉴욕 마운트시나이 아이칸의대, 멕시코 국립생물다양성게놈연구소 등 북미 지역 34개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유전 질환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하고 위험성을 파악하는 한편 의료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규모 게놈 연구를 할 때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20일 밝혔다. 연구팀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많은 게놈 연구가 유럽계 백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그 결과를 적용할 때 분명한 한계점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20일자에 실렸다.연구팀은 유전체학과 역학(疫學)적 방법론을 활용해 인구학적 특성을 정리한 ‘페이지’(PAGE) 데이터를 분석했다. 페이지는 미국 내 거주하는 히스패닉, 아프리카계, 아시아계, 하와이 원주민, 인디언 등 4만 9839명의 비유럽인을 대상으로 26가지 의학적 특성 및 행동양식과 DNA시퀀스 간 연관성을 분석한 전장유전체분석(GWAS) 결과다. 여기에는 비만과 체질량지수(BMI), 하루 흡연량, 커피 섭취량, 혈압, 2형당뇨(성인당뇨)를 포함한 대사질환 여부 같은 건강 특성은 물론 생활 습관에서의 건강 위협 요소 등 다양한 의학 데이터가 포함돼 있다. 연구팀은 ‘페이지’ 데이터와 유럽계 백인 중심의 기존 게놈 데이터들을 비교한 결과 비유럽계인들에게서 이전 게놈 분석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전적 특징 27개를 발견했다. 27개의 새로운 유전적 특징은 1444개의 질병 관련 유전자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번 연구에서는 일부 히스패닉들이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비슷한 유전적 특징을 보이고 유럽계 백인들 일부에서도 라틴계나 아프리카계의 유전적 특징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의 유전적 특성은 외모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특징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전자 자체가 조상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왔기 때문에 특정 인종이나 민족 중심의 제한된 유전체 연구는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제로 특정 유전적 변이가 혈당 검사 결과를 왜곡시켜 2형당뇨 합병증의 위험을 발견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크리스토퍼 칼슨 프레드허친슨 암연구센터 박사는 “게놈 분석이 맞춤형 정밀의학의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되면서 다양한 인간 게놈 분석 결과를 얻었지만 인종적 다양성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에이미어 케니 뉴욕 마운트시나이 아이칸의대 교수도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게놈 분석 결과를 임상에 적용할 경우 자칫 환자의 병세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게놈 분석의 다양성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이민자는 침략자’라는 백인 우월주의, SNS 타고 전세계로 번진다

    ‘이민자는 침략자’라는 백인 우월주의, SNS 타고 전세계로 번진다

    지난 15일 오후 평화롭던 뉴질랜드 남섬의 최대 도시 크라이스트처치가 피로 얼룩졌다. 호주 국적의 백인 우월주의자를 자처한 브렌턴 태런트(28)가 이슬람 사원 2곳에서 무방비 상태의 무슬림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17일 현재 50명이 숨지고 34명이 크게 다쳤다. 총격범 태런트는 범행 전 인터넷에 자신의 계획이 담긴 74쪽의 ‘선언문’을 올렸다. 범행 9분 전에는 뉴질랜드 총리와 정치인, 언론기관에 선언문을 보냈다. 태런트는 특히 헬멧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범행장면을 실시간으로 17분 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이민자들로부터 백인의 땅을 지키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범인은 2011년 77명의 생명을 앗아간 노르웨이 테러범 베링 브레이비크의 범행 수법을 모방했다. 백인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극우 극단주의자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이민자와 다른 종교시설에 대한 테러가 늘고 있다. 극우가 급부상한 배경과 특징, 커지는 소셜미디어 책임론, 그리고 대책은 없는지 알아본다.①이민자 혐오가 부른 극우 극단주의 확산 유럽 한 해 이슬람사원 공격만 21건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이민자들에 대한 불안과 분노를 이유로 꼽는다. 중동과 아프리카, 중남미에서 밀려드는 이민자들에게 그렇잖아도 부족한 일자리를 빼앗길까 봐 걱정한다. 종교와 문화, 언어가 다른 이민자들 때문에 백인이 주류를 이루던 사회의 정체성이 위협받을 것을 우려한다. 뉴질랜드 총격테러범은 선언문에서 백인들의 낮은 출산율과 밀려드는 이민 행렬, 이민자들의 높은 출산율에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유럽에서 백인이 소수로 전락할 것이라며, 이민을 막고 비백인을 국외로 추방하며 백인이 아이를 더 많이 낳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자를 침략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내쫓아 유럽(미국)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황당하게 들리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온 백인 중 이 주장에 솔깃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수 있다. 우파 극단주의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자신의 주장을 퍼트리고, 전 세계 극단주의 단체 간 네트워크가 구축된 것도 극단주의가 빠르게 확산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극우단체에 의한 공격은 최근 10년 새 크게 늘었다. 미 메릴랜드대 글로벌 테러리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내 극우 세력에 의한 공격은 1년에 평균 5건 이하였다. 하지만, 2012년 14건으로 늘었고, 2017년에는 31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11명이 숨졌다. 극우가 기승을 부리는 유럽에서는 이슬람사원에 대한 공격이 2015년 한 해에만 21건이나 됐다.②테러 청정국 뉴질랜드 경악시킨 총기 난사 범인 “테러 안전지대는 없다” 주장 테러범 태런트는 공격 대상으로 조국인 호주가 아닌 뉴질랜드를 골랐다. 그는 선언문에서 세계(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조차 대규모 이민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테러로부터 안전지대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 선택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난민과 이민에 우호적인 나라다. 지난해 30년간 유지해온 연간 난민 쿼터를 750명에서 1000명으로 늘렸고, 2020년부터는 15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크라이스트처치에는 시리아 난민 등이 정착해 인구 약 38만 8000명 중 무슬림 인구가 4만명에 이른다. 뉴질랜드에서는 총기 소유가 합법이다. 만 18세 이상이 총기를 소지하려면 범죄 및 정신병력 이력을 조회해 이상이 없으면 안전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된다. 전체 인구가 460만명인데 등록된 총기류가 120만정이나 된다. 태런트도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으로 총기 5정을 사 이번 범행에 사용했다. ③ 극우 극단주의도 IS처럼 SNS 적극 활용 광범위한 지역에서의 공격 서로 독려 언론인이자 작가인 칼레드 디아브는 지난 16일자 워싱턴포스트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은 서로 정반대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세계관을 들여다보면 닮은 데가 많다”면서 “편집증과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고, 온건주의자들에 대한 경멸 등이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극단주의단체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확산시키고 공격을 조율해왔다. 이에 반해 극우 극단주의단체들은 그동안 분열되고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변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의 조너선 스티븐슨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극우 극단주의단체들이 지하드가 인터넷을 활용했던 것처럼 인터넷, 특히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광범위한 지역에서 공격을 독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경의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빠르게 조직화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세스 존스도 극우성향의 단체들과 개인들이 인터넷, 특히 소셜미디어에 자신들의 주장이나 성명을 발표하고 대원을 충원하며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④페북·유튜브 잠식하는 증오 콘텐츠 IS 걸러내듯 SNS 극단 콘텐츠 삭제를 백인 우월주의를 비롯해 극우단체들은 더는 자신의 나라에 머물며 ´외로운 늑대´로 남아 있지 않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극우주의 정보와 범행수법을 공유하고 모방한다. 태런트처럼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기도 한다. 이들은 정보 교류를 통해 전략을 수정하고, 정보당국의 추적을 따돌리는 기법을 공유한다. 글로벌화하는 극우세력에 대응하려면 각국 안보 당국의 전략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뉴질랜드 총격테러범은 자신의 범행을 페이스북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트위터와 이미지 보드 사이트에 ‘반이민 선언문’을 게시했다. 테러 직후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 등은 총격사건을 찍은 동영상을 일제히 삭제했지만, 복사본이 수없이 등장했다. 페이스북은 사건 직후 24시간 동안 150만 개의 동영상을 삭제했다고 밝혔지만, 복사본까지 모두 삭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페이스북은 총격테러를 지지하는 게시글도 삭제했다. 페이스북은 증오 콘텐츠를 걸러내려고 인공지능(AI)을 가동하고 있지만, 이번 총격 영상을 사전 차단하는 데는 실패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대니얼 바이만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이슬람 극단주의단체들의 게시물을 찾아내 차단하는 것처럼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증오·혐오 조장 콘텐츠에도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에서는 소셜미디어 사이트에 올라온 증오 관련 콘텐츠에 대해 삭제를 명령하고 어기면 회사에 과징금을 물리는 법이 시행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소셜미디어 기업들에 테러 지지 관련 콘텐츠를 자체 삭제하도록 하고 있다. ⑤극우 극단주의 국내 문제로 한정 말아야 극단주의자 동향 파악 국제공조 필요 크라이스트처치의 테러범 태런트는 외국인 신분으로 총기를 다수 구입하고 극단적인 내용의 글을 수차례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는 데도 호주와 뉴질랜드 보안 당국의 감시명단에 올라 있지 않았다. 이처럼 각국 정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등 국제적인 테러조직과는 달리 극우 또는 국수주의단체들의 활동은 국내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안보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따라서 정보 공유도, 국제 공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러 나라의 극우단체들은 이미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17일 보도했다. 브루킹스연구소도 안보 관계자들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포함해 극우 극단주의단체들의 공격을 저지하려고 인력과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개인에 대한 정보 공유는 법적 문제가 있어 어렵더라도 곳곳에서 활동하는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특징과 동향 관련 국제 공조는 필요해 보인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김균미의 세계는 지금] “여성들이 미국 선거판을 뒤집었다.”

    [김균미의 세계는 지금] “여성들이 미국 선거판을 뒤집었다.”

    “여성들의 분노를 과소평가하지 마라.” 6일(현지시간) 실시됐던 2018년 미국 중간선거는 ‘여성 돌풍(女風)’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민주당 여성들의 저력은 하원 다수당을 8년 만에 다시 차지한 민주당 ‘블루 웨이브’의 원동력이었다. 미국 의회에 진출한 여성과 성소수자 숫자가 최다라는 기록 못지않게 달라진 선거문화와 선거 결과가 여성과 젊은 층의 정치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거리에서, 이웃집 부엌에서, 시민단체 사무실에서, 지역 정치모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식 미국에 반대했던 여성들의 목소리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지 않고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하원 ‘탈환’을 가능케 함으로써 여성은 앞으로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여성 하원의원 역사상 처음으로 100명 넘을 듯…여성의원 비율 23%로 소폭 증가 2018년 미 중간선거에서 연방 상하원선거에서 당선된 여성은 10일 현재 120명이 넘어 역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미 럿거스대학의 여성정치센터(CAWP) 집계에 따르면 내년 1월 출범하는 제116대 의회에 진출할 여성 의원 수는 최소 123명이다. 이는 상원의원 100명과 하원의원 435명 등 모두 535명 가운데 23%에 해당한다. 현재의 20%보다 소폭 늘어났지만, 북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하원은 여성의원 101명이 당선이 확정돼 사상 처음 100명을 넘었다. 이 가운데 민주당이 88명, 87%로 압도적이다. 공화당은 13명이 당선됐다. 백인이 아닌 여성의원이 40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는데, 역시 대부분이 민주당 소속이다. 100명 중 임기가 끝난 23명만 뽑은 상원은 여성 의원 12명이 당선돼 현재와 마찬가지로 23명이 유지됐다. 민주당 소속이 16명이고, 비백인은 4명이다. 주지사는 전체 50명 가운데 9명이 여성으로 2004년, 2007년과 같다. 민주당 소속이 2명에서 6명으로 늘어난 게 눈에 띈다.‘최초’ ‘최다’ 기록 봇물 연방 상하원 여성 당선자 수가 늘어나면서 최초 기록들이 쏟아졌다. 미 역사상 처음으로 무슬림 여성 하원의원이 2명 당선됐다. 한 명은 팔레스타인계 변호사이고, 다른 한 명은 소말리아 출신이다. 그런가 하면 첫 원주민(아메리칸 인디언) 여성 하원의원도 2명 배출됐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성소수자이다. 아이오와주에서 첫 여성 하원의원이 당선됐고, 매사추세츠주와 코네티컷주에서는 처음으로 흑인 여성 하원의원이 나왔다. 테네시주에서는 여성 상원의원이 처음 당선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유세를 세 번이나 했을 정도로 공을 들인 인물이다. 첫 라틴계 여성주지사가 뉴멕시코주에서 나왔고, 사우스다코타와 메인, 괌에서도 여성주지사가 처음 당선됐다. 그런가 하면 아직 한 명의 여성 당선자를 내지 못한 주들도 많다. 하원은 2년마다 435명을 뽑는데, 알래스카와 미시시피, 노스다코타, 버먼트에서는 아직까지 여성 의원이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여성 상원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주는 이번에 한 곳 줄어 18개 주가 됐고, 20개 주에서는 아직 한 명의 여성주지사도 당선되지 못했다.2018년은 미국 정치사에 남을 ‘여성의 해’ 미국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2018년을 제2의 ‘여성의 해’로 평가한다. 1992년은 선거에서 여성들이 대거 연방 의회에 진출하면서 ‘여성의 해’로 불린다. 선거 직전인 1991년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인 클라렌스 토마스의 상원청문회 때 남성 일색의 상원에서 성희롱 피해자인 아니타 힐이 되레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성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여성 다수를 워싱턴으로 보냈다. 이번 중간선거는 2016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미투운동(나도 피해자다)’, 도를 넘어선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와 분열의 정치에 반대하는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연대했다는 점에서는 1992년과 닮았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밀착된 선거운동과 활성화된 소액 온라인 모금활동, 기성 정치문화와 선거운동코드를 의식하지 않는 여성 후보들의 접근법은 26년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진화했다. 상하원·주지사 선거에 여성 273명 출마…지난 5차례 선거의 평균 171명 웃돌아 중간선거에서 ‘여풍(女風)’은 출사표를 던진 여성후보 수와 여성유권자 수, 선거자금에서도 나타난다. 럿거스대 분석에 따르면 이번 중간선거의 당내 경선에 나온 여성 후보는 590명이다. 민주당이 428명, 공화당이 162명이었다. 하원 예비선거에 476명이 출마했고, 상원 예비선거에 53명, 주지사 예비선거에 61명이 각각 나왔다. 경선을 거쳐 본선 티켓을 거머쥔 여성 후보는 273명으로 줄었다. 이 중 민주당이 209명으로 76%나 됐다. 2008년 이후 10년 동안 5차례의 선거에서 평균 171명의 여성 후보가 본선에 진출한 것과 비교하면 많이 늘었다. 하원은 234명이 출마해 101명이 당선돼 당선율이 약 43%에 이른다. 상원은 23명이 출마해 12명이 승리해 당선율이 50%를 넘는 셈이다.‘여성은 교육과 낙태권에만 관심 있다?’…‘NO’ 여성 후보들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수적으로 늘어났을 뿐 아니라 선거운동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남성중심 정치·선거문화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여성과 소수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선거에 장애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기존의 선배 여성 정치인들이 능력과 전문성을 강조하려고 화려한 경력과 사생활도 없이 일에만 몰두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예를 들어 갓난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을 선거광고에 담았고, 과거 성희롱 경험이나 대출 때문에 겪는 경제적 어려움, 가족의 약물중독 치료 등 숨기고 싶은 개인사를 과감하게 공개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미국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다. 여성 후보들은 여성은 교육과 낙태를 할 수 있는 권리 등 몇몇 이슈에만 관심 있다는 선입견도 깼다. 건강보험제도와 이민, 총기 규제, 최저임금, 기후변화, 환경 등을 강조하며 이슈에서도 우위를 차지했다고 언론들은 분석했다. 여성 유권자들이 여풍(女風)의 진짜 주인공 여성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여풍도 돌풍이 아닌 미풍에 그쳤을 수 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여성들은 소모임을 결성하거나 가입해 활동해왔다. 유권자등록 운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여성후보들의 선거유세를 지원했다. 미투운동과 반(反)트럼프 시위에 적극 참여하며 연대를 과시했다. 액수에 상관없이 정치후원금 모금에도 적극적이었다. 비영리 정치자금 감시단체인 CRP에 따르면 이번 선거 동안 정치후원금을 낸 여성들이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 8월 말 현재 여성들이 모금한 후원금이 300만 달러가 넘었다. 대부분 민주당 후보들에게 집중됐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년 전보다 여성들이 낸 정치후원금이 36% 증가했다. 2018년 ‘여풍’, 스노볼 효과로 이어질지 관심 여풍이 2020년과 그 이후까지 이어질 지가 최대 관심사다. 여성 연방상원의원이나 주지사가 1명 선출되면 다음번 선거에서 출사표를 던지는 여성이 평균 7명으로 늘어난다는 연구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파급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늘어난 여성의원들이 워싱턴 정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김균미 대기자 kmkim@seoul.co.kr
  • 불안한 우위 민주당, 트럼프 지지율 상승세에 긴장

    불안한 우위 민주당, 트럼프 지지율 상승세에 긴장

    WP·ABC 여론조사… 53% “민주당 선택” 40세 미만 유권자 67% “꼭 투표하겠다” 캐버노 대법관 성폭력 스캔들 주요 변수 트럼프 지지도 두 달 새 5% 상승해 41% 공화, 선거 3주 앞두고 막판 뒤집기 기대미국 민주당이 3주 앞으로 다가온 11·6 중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심판하겠다는 젊은층과 여성, 비(非)백인 유권자들의 높은 투표 참여율을 등에 업고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세라는 점에서 공화당의 막판 뒤집기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14일(현지시간) 공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 ‘오늘 선거가 실시된다면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3%가 민주당을, 42%가 공화당을 꼽았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8~11일 유권자 114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번 선거에서 꼭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은 76%로, 2010년과 2014년 중간선거 당시의 응답률 70%, 65%보다 높다. 특히 선거 열기는 상·하원에서 모두 공화당에 밀리고 있는 민주당 진영에서 뜨겁다. 민주당 지지층의 적극 투표 의사는 2014년 10월 조사 당시의 63%보다 18% 포인트 높은 81%로 나타났다. 반면 공화당 지지층의 적극 투표 의사는 75%에서 79%로 4% 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40세 미만 젊은층 유권자 가운데 적극적으로 투표 의사를 밝힌 수치는 2014년 42%에서 67%로 25% 포인트 올랐고 이 연령대의 59%가 민주당을, 35%가 공화당을 택했다. 아울러 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비백인 유권자들의 적극 투표 참여 의사도 48%에서 72%로 24% 포인트나 상승했다고 WP는 전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전체 여성 응답자의 59%는 민주당을, 37%는 공화당을 선택한 반면 남성 응답자들의 경우 공화당이 48%로 민주당(46%)보다 근소하게 앞섰다.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의 성폭력 스캔들로 빚어진 성(性) 대결과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젊은층의 투표 의향이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0년·2014년 중간선거에서 하원과 상원의 주도권을 차례로 내준 민주당은 연방 하원의원 전원(435명)과 상원의원 3분의1(35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하원 탈환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번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41%로 지난 8월 조사 때의 36%보다 올라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해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도 34%에서 41%로 높아져 트럼프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걸 나타내고 있다. CNN방송은 지난 4~7일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6%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고 밝힌 반면 47%는 ‘재선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조사에서 54%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할 것이라고 예견한 것을 감안하면 재선 기대감이 높아진 셈이다. CBS방송과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는 이날 민주당이 하원에서 과반보다 8석 많은 226석을 차지하고 공화당은 209석을 점유할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CBS는 젊은층의 투표율이 예상보다 낮아질 경우 공화당이 218석, 민주당이 217석으로 공화당이 과반을 사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할러데이즈? 미국은 지금 성탄 인사법 논쟁 중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할러데이즈? 미국은 지금 성탄 인사법 논쟁 중

     오는 25일(현지시간) 시작되는 크리스마스와 새해 연휴를 앞두고 미국 사회가 인사법으로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미국 언론이 19일(현지시간) 비영리단체 공공종교연구소(PRRI)의 조사 결과를 인용한 것에 따르면 소매업자들이 다른 종교를 믿는 손님들에게 성탄 및 새해 인사로 어떤 표현을 사용해야 하느냐는 물음에서 전통적인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와 ‘해피 할러데이즈’(Happy Holidays·행복한 연휴)가 비슷하게 갈렸다.  해피 할러데이즈 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Seasons Greetings)를 써야 한다는 응답층은 47%, 메리 크리스마스를 고수하는 응답은 46%로 나타났다.  PRRI는 7∼11일 18세 이상 미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로 설문 조사를 벌였다.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3.6%포인트다.  공화당 지지자의 67%가 ‘메리 크리스마스’로 인사해야 한다고 답한 데 반해 민주당 지지자의 66%가 ‘행복한 휴일 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로 인사해야 한다고 택했다. 백인 기독교 복음주의자의 65%와 가톨릭 신자의 58%가 ‘메리 크리스마스’를 당연한 인사로 여겼지만 비백인 기독교 신자의 56%와 종교를 믿지 않는 미국인 58%는 다른 종교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행복한 휴일’로 인사해야 한다고 답해 종교적으로도 시각차를 보였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인종,성별,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이나 공격적 언행을 극도로 꺼리는 것)을 위선으로 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당선 감사 투어에서 “그간 우리는 메리 크리스마스를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부르지 못했다”면서 성탄 인사로 ‘메리 크리스마스’를 써야 한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  18∼29세 젊은 층의 67%가 ‘행복한 휴일’을, 65세 이상 노년층의 54%가 ‘메리 크리스마스’를 좋아해 연령별 선호도 차이도 뚜렷했다. 한편, 기독교 최대 축일인 성탄절의 종교적 색채는 갈수록 옅어지고 있다.  성탄절을 종교 색채가 강한 날로 생각한다는 미국민은 43%, 다소 종교적인 날로 여긴다는 응답층은 29%, 종교적인 날로 보지 않는다는 답변이 27%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 11년 사이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다는 답변은 완만하게 감소했지만 종교적인 의미가 옅다는 답변은 빠르게 느는 추세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2016 미국의 선택] 지지율 2%P 이내 초접전지 6곳… 최대 승부처는 펜실베이니아

    펜실베이니아 +1곳서 승리 땐 클린턴 선거인단 과반… 당선 트럼프 펜실베이니아서 지면 나머지 5곳 이겨야 백악관행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전날인 7일(현지시간)까지 여론조사와 선거인단 예측에서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합주의 향방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합주의 결과에 따라 후보 간의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이날 선거인단 171명이 걸려 있는 15곳을 경합지역으로 분류했다. 이 중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가 2% 포인트 이내인 초접전 지역은 펜실베이니아·뉴햄프셔·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네바다·메인2구 등 6곳이다. 클린턴이 6곳 중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20명)와 또 다른 한 곳에서 이길 경우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해 당선된다. 반면 트럼프는 6곳 중 펜실베이니아를 제외한 나머지 5곳을 차지하면 백악관의 주인이 된다. 경합주인 뉴햄프셔·플로리다의 투표 마감은 8일 오후 7시(한국시간 9일 오전 9시), 노스캐롤라이나는 오후 7시 30분, 펜실베이니아는 오후 8시며 마감 직후 주별 출구조사가 나올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합주 네 곳의 결과가 발표되면 당선자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CP는 트럼프가 초경합지역인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뉴햄프셔, 네바다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잃을 경우 당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에서 이겨 선거인단 20명을 확보한다면 총 19명이 걸린 노스캐롤라이나, 뉴햄프셔를 잃어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29명이 배정된 플로리다에서 지면 현재 클린턴이 우세한 미시간, 미네소타, 위스콘신 등 러스트 벨트(중서부 지역의 낙후된 공업도시)를 싹쓸이하지 않는 이상 승리하기 어려워진다. 플로리다의 경우 트럼프가 현재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을 0.2% 포인트 차이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클린턴을 지지하는 히스패닉의 인구 비율이 2012년 대선에 비해 3% 포인트 증가하고, 히스패닉 등 비백인 유권자의 조기 투표율이 급상승한 점은 클린턴에게 호재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최근 백인 유권자가 트럼프 쪽으로 결집하면서 트럼프가 1% 포인트 차로 클린턴을 따돌렸다. 뉴햄프셔는 다른 지역에 비해 소수인종 비율이 낮아 트럼프에게 유리하지만 백인 유권자층에서 민주당 지지가 근소하게 높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WSJ는 전했다. CNN은 여론조사 분석 결과, 클린턴이 선거인단 268명, 트럼프가 204명을 확보하고 나머지 66명은 경합지역에 속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 WSJ, ABC, NBC는 클린턴이 선거인단 275~278명을 확보해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바보야, 문제는 ‘고학력 백인 여성’이야

    바보야, 문제는 ‘고학력 백인 여성’이야

    “백인 56%가 트럼프 지지… 비백인 73%는 클린턴 지지… 인종 대결 양상 뚜렷하게 보여” 클린턴·트럼프, 새벽 ‘트윗 전쟁’ 다음달 치러질 미국 대선에서 백인 남성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비(非)백인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흐름이 고착화되면서 고학력 백인 여성이 백악관 주인을 결정할 핵심 유권자층으로 떠올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ABC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백인 유권자의 56%가 트럼프를 지지한 반면, 비백인의 73%는 클린턴을 지지하는 것으로 집계돼 인종 대결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비백인층에서 23%, 클린턴은 백인층에서 39%의 지지를 얻었다. 전체 유권자에게서는 클린턴이 49%로 트럼프(47%)를 근소하게 앞섰다. 이처럼 백인층에서 강세를 보이는 트럼프가 고학력 백인 여성층에서는 오히려 클린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WP와 ABC의 조사에서 대학 학력 이상의 고학력 백인 여성 유권자 중 57%가 클린턴을 지지한 반면 트럼프 지지자는 32%에 그쳤다.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여성층에서는 트럼프가 52%, 클린턴이 40%의 지지율을 얻었으며, 백인 여성 전체에서는 클린턴이 46%를 기록해 트럼프를 2%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학력 백인 여성 유권자는 2200만여명으로 집계됐다. 백인층의 다수는 1980년 이후 모든 대선에서 공화당을 지지했으나, 고학력 백인 여성은 선거 때마다 지지 정당을 달리해 백인층 내에서도 부동층으로 분류돼 왔다. 고학력 백인 여성의 다수는 1980년 대선부터 1988년까지 공화당, 1992년부터 2000년까지 민주당을 지지했으며, 2004년에는 다시 공화당에 표를 던졌다가 2008년에는 민주당으로 바꿨다. 직전 2012년 선거에서는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가 고학력 백인 여성층에서 52%의 지지를 얻어 46%를 기록한 오바마를 앞선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 고학력 백인 여성이 트럼프를 외면하게 된 주된 요인으로는 트럼프의 잇따른 여성 비하 발언이 꼽힌다. 클린턴이 지난달 26일 대선후보 1차 TV 토론에서 트럼프가 1996년 미스 유니버스 알리시아 마샤도를 ‘돼지’, ‘가정부’로 비하했다고 폭로하면서 트럼프의 여성 비하 논란이 불거졌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새벽 5시 14분 트위터에 “사기꾼 힐러리가 내 인생 최악의 미스 유니버스의 끔찍한 과거도 확인하지 않고 그녀를 ‘천사’로 띄웠다”며 “힐러리는 마샤도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마샤도를 향해 “역겹다”는 표현을 쓰면서 “그녀의 섹스 테이프와 과거를 확인해 보라”고 주장했다. 이에 클린턴은 다음날 새벽 3시 30분부터 10분간 ‘국가봉사예비군 프로그램’의 참여를 촉구하는 트윗 5건을 날려 맞받아쳤다. 그러나 클린턴의 트윗에는 섹스 비디오 관련 언급은 없었다. 마샤도는 인스타그램에서 섹스 비디오 논란에 “아무런 근거 없이 타블로이드 신문에 의해 퍼진 것”이라며 “공화당 대선 후보의 공격은 나쁜 의도를 갖고 만들어낸 중상모략이자 값싼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언론들도 ‘마샤도 포르노’라는 제목의 영상에 나오는 여성은 마샤도가 아니라며 트럼프의 주장은 “거의 거짓”이라고 보도했다. 오히려 트럼프가 2000년 성인잡지 플레이보이가 만든 포르노영화에 5초가량 카메오로 출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증폭되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여성 비하 논란 속에서 마샤도와 설전을 계속하면서도 백인 여성, 특히 고학력 백인 여성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다. 비백인층에서 절대적 열세에 놓인 트럼프는 백인층에서 최대한의 지지를 이끌어내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전략인데, 이를 위해서는 부동층인 고학력 백인 여성의 호감을 얻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에 트럼프는 호감도가 높은 장녀 이방카를 광고에 출연시켜 여성들의 마음을 돌린다는 계획이다. 세 자녀의 어머니이자 사업가인 이방카는 지난달 30일 공개된 “모성”이라는 이름의 광고에서 워킹맘에게 자녀 양육과 관련한 세금 공제, 유급 출산 휴가, 집에 있는 부모에게 주는 지원금 등을 공약했다. 이방카는 지난달 트럼프가 공화당의 기존 방침과 배치되는 모든 산모에 대한 6주간의 유급 출산 보장 공약을 발표하도록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도 백인 남성과 청년층의 낮은 지지율을 상쇄하기 위해 백인 여성층에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여성 비하 발언을 상기시키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내 ‘트럼프는 성차별주의자‘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공화당 성향의 백인 여성을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클린턴 지지율 12%P 앞서지만 “문제는 투표율이야”

    클린턴 지지율 12%P 앞서지만 “문제는 투표율이야”

    지지율이냐, 투표율이냐. 미국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최근 실시된 각종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최대 12% 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자들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클린턴 지지자들보다 더 많이 투표장에 갈 것이라고 밝혀, 투표율이 대선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클린턴이 현재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지만 방심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가 지난 20~23일 실시,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은 지지율 51%를 얻어, 39%에 그친 트럼프를 12% 포인트 차로 앞질렀다. WP와 ABC뉴스가 지난해 9월부터 실시해 온 공동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이 두 자릿수 차이로 트럼프를 앞선 것은 처음이다. 이는 또 블룸버그가 지난 10~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12% 포인트 차 이후 10일 만에 다시 가장 큰 격차로 벌어진 것이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지난 18~22일 실시, 2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클린턴은 트럼프를 10% 포인트 차로 눌렀다. 이에 따라 클린턴은 26일 현재 평균 지지율 6.7% 포인트 차로 트럼프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클린턴이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것이 미 언론의 평가다. WP는 이날 여론조사 결과 분석 기사에서 유권자들의 인종, 나이, 성별, 소득, 교육수준 등에 따른 투표 가능성을 고려할 때 클린턴이 절대로 유리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를 주로 지지하는 백인의 70%, 특히 백인 남성의 73%가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반면, 클린턴을 주로 지지하는 비(非)백인의 55%, 특히 히스패닉의 44%만 투표장에 갈 것이라고 답했다. 비백인의 투표 가능성은 2008년 66%, 2012년 60%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것이다. 또 백인 여성은 트럼프보다 클린턴을 지지하지만 투표를 할 것이라고 밝힌 비율은 68%로, 2012년 72%보다 4% 포인트 낮았다. 연령대별 투표 가능성도 클린턴보다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을 주로 지지하는 30~39세와, 30세 미만 젊은층의 투표 가능성이 각각 54%와 50%로 나타나면서, 이들의 투표율이 저조하면 결국 트럼프의 득표율에 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영향으로 트럼프 지지자의 84%가, 클린턴 지지자의 76%가 투표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클린턴이 지지율에서 트럼프를 앞서지만 브렉시트 투표에서 보듯 문제는 투표율”이라며 “트럼프를 더 지지하는 백인이 투표장에 대거 나타나고, 클린턴을 지지하는 히스패닉 등의 투표율이 낮으면 현재 나타나는 지지율 격차는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3大 승부처 초박빙… 美대선 혼전 속으로

    3大 승부처 초박빙… 美대선 혼전 속으로

    미국 공화·민주 양당에서 사실상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와 힐러리 클린턴(왼쪽)이 본선에서 승부를 가를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등 ‘스윙 스테이트’ 3곳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윙 스테이트는 선거 때마다 지지 정당이 바뀌어 승부처로 꼽히는 주를 말한다. 이에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이 트럼프를 평균 6% 포인트로 앞서고 있지만 실제 본선에서는 두 후보가 박빙 승부의 대혼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대선 본선을 6개월가량 앞두고 퀴니피악대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은 펜실베이니아와 플로리다에서 각각 지지율 43%를 기록해 트럼프에 1% 포인트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트럼프는 오하이오에서 43%를 얻어 클린턴을 4% 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전체적으로는 초접전이지만 성별·인종·연령별로는 지지 후보가 극명하게 나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 개 주에서 ▲클린턴은 여성, 비(非)백인, 18~34세 유권자층에서 ▲트럼프는 남성, 백인, 65세 이상 계층에서 우세를 보였다. 특히 백인이 아닌 계층에서 클린턴이 트럼프를 43~60% 포인트 차로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은 이들 3곳의 스윙 스테이트 중 펜실베이니아와 플로리다를 확보해야 본선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미국은 대선 본선 당일 각 주에서 1표라도 많이 얻은 대선 후보에게 주별로 할당된 선거인단을 몰아주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전체 선거인단(538명)의 과반(270명)을 확보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클린턴은 1992년 이후 6번의 대선에서 항상 민주당을 지지했던 19개의 주(선거인단 242명)와 플로리다(29명)에서 이기면 선거인단 271명을 확보해 대권을 차지할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는 민주당 지지 19개 주 중 하나이며, 플로리다는 히스패닉 비율(18.1%)이 전체 평균(11.3%)보다 높아 클린턴에게 다소 유리하다. 트럼프의 경우 3곳의 스윙 스테이트에서 모두 이겨야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한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가 이겼던 24개 주(선거인단 206명)와 함께 이들 세 곳(67명)에서 승리하면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당의 아성이었던 애리조나, 유타 등 남부 주에서 히스패닉 등 비백인 주민이 늘면서 트럼프에게 불리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이에 트럼프가 남부에 의존하는 기존 공화당 전략을 수정해 지금까지 민주당의 보루였던 중서부 지역을 공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전문매체 포천은 “제조업이 몰락한 중서부 지역 유권자들은 자유무역으로 인해 중국 등 신흥국이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고 생각한다”며 “대부분 저소득 노동자 계층인 이들은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이었지만 자유무역에 찬성하는 클린턴보다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트럼프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대한민국 자유’란 무엇인가

    ‘대한민국 자유’란 무엇인가

    자유란 무엇인가/박홍규 지음/문학동네/340쪽/2만원 도대체 자유란 무엇인가. 자유총연맹, 자유청년연합, 자유민주주의 등 한국사회 보수 진영이 전가의 보도처럼 쓰는 이데올로기적 개념인지, 아니면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개인과 공동체의 숭고함 그 자체를 품고 있는 개념인지, 그것도 아니면 마음껏 소유하고 내키는 대로 소비할 수 있는 상태인지 사람마다 내놓는 답은 다를 수 있다.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일찍이 ‘부정변증법’을 통해 왜곡되고 변질된 자유의 개념이 당대 사회에 가져올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아나키스트를 자처하는 박홍규 영남대 교수는 지금 우리의 자유 개념이 왜곡돼 있다는 전제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 나간다. 서양철학에 근거한 자유의 개념은 노예 또는 노예의 속박된 상태와 대립되는 개념이었다. 자유인과 노예, 백인과 비백인, 남성과 여성 등 우월한 존재가 누리는, 타인과 사물 또는 자연의 부자유를 전제로 한 자유였다. 여기에서 서구 제국주의의 침략과 약탈도 정당화될 수 있었다고 비판한다. 우익의 이데올로기로 오용되고 있는 한국적 자유 개념 역시 마찬가지다. 공산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사상적 경향성으로서 자유주의가 한국에 와서 독재를 옹호하고 개혁,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식으로 타락했음을 지적한다. 또한 한국의 자유가 멋대로 사유(私有)하고 욕망하고 소비하는 자유로만 존재하는 듯 변질돼 결국 사회 양극화의 한 배경이 됐음에 대해서도 개탄을 잊지 않는다. 박 교수가 제안하는 진정한 자유의 모습은 ‘상관 자유’다. 상관(相關)하거나 상관 안 하거나는 사람의 행동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다. 타자와의 관계 속에 자유, 즉 다른 사람의 평등과 여러 권리 및 의무와 상관됨을 강조하는 의미다. ‘상관 자유’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평등한 조건하에 저마다의 능력을 발휘하여 창조하는 자유를 뜻하므로 ‘공존 자유’로 부를 수 있으며, 이럴 때 비로소 자유는 개인 차원의 욕망이나 경쟁을 넘어서게 된다. 모든 사람과 자연, 세상은 하나의 그물로 얽혀 있다는 불교의 인드라망 사상과 맥락이 맞닿는다. ‘상관 자유’의 요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세속적 성공이나 대중적 소비, 물질적 과시를 거부하고 최소한의 절제된 소유를 지향하는 것, 그리고 부당한 권위와 불합리한 질서에 대항하며 정신과 지성의 해방을 갈구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자유를 오용, 남용하는 이들로부터 그 본질적 정수를 빼앗아 와야 함을 뜻하기도 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씨줄날줄] ‘Japanese only’/서동철 논설위원

    남아프리카공화국 제1의 도시 요하네스버그에는 2001년 문을 연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이 있다. 전시는 10%의 유럽인이 90%의 아프리카인을 지배한 이 나라의 악명 높은 흑백분리 정책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관람객은 박물관에 들어서면서부터 아파르트헤이트의 실상과 마주하고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입구에는 두 개의 문이 있는데 왼쪽이 백인용(whites), 오른쪽이 비(非)백인용(non whites)이다. 관람객은 순간 어느 문으로 들어가야 할지 당황하게 된다. 관람권에도 백인용, 비백인용을 명기했는데, 물론 매표소에서 무작위로 발급한 것이다. 인권국가를 지향한다는 미국도 제2차 세계대전 직후까지는 심각한 흑백 인권차별 국가였다. 특히 남부의 몇몇 주에서는 버스와 레스토랑은 물론 교회에도 백인석(white only)과 유색인종석(coloured)이 따로 있었다. 지금 미국인들은 과거 ‘백인석’의 존재를 자신들의 가장 부끄러운 과거로 치부한다. 문명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 프로축구 J리그 경기장에서 20세기가 남긴 ‘가장 어두운 역사’의 하나가 재연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8일 사이타마 스타디움 관람석 출입구에 ‘Japanese only’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린 것이다. ‘일본인 이외 출입금지’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현수막 주변 객석에서는 일제전범기(日帝戰犯旗)도 휘날리고 있었다고 한다. 현지에서는 최근 잉글랜드 프로축구 사우샘프턴에서 이날 경기를 벌인 우라와 레즈로 이적한 재일동포 선수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언론도 “경기 도중 차별적 발언이 확인됐다”고 전하고 있으니 개연성은 높은 듯하다. 유럽 프로축구에서도 인종과 국적에 따른 차별 논란은 심심찮게 빚어진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활약하면서 선수 사이의 갈등은 물론 관중과 선수 사이의 갈등까지 표면화하고 있다. 유럽축구연맹은 인종 차별에 선수와 심판은 물론 구단까지 강력 제재한다. J리그도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하자 분명한 인종 차별이라며 구단에 벌금과 무관중 경기의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Japanese only’는 유럽의 차별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본에서는 축구경기장 밖에서도 ‘재특회’의 시위를 비롯해 반한감정을 부추기는 분위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주변국에 고통을 안기며 우경화를 가속하는 아베 정권의 그릇된 역사인식이 일반 국민까지 오염시키기 시작한 증거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앞날이 진심으로 걱정스럽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오바마 집권 2기] 라틴계·흑인 표의 힘… ‘백인 정당’ 美공화 전략수정 불가피

    [오바마 집권 2기] 라틴계·흑인 표의 힘… ‘백인 정당’ 美공화 전략수정 불가피

    지난 6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하면서 공화당의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히스패닉 등 민주당 지지층은 늘어나는 반면 공화당 편인 백인 노년층은 감소하는 등 인구 지형 변화까지 겹쳐 이래저래 공화당으로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롬니 후보 적합성 논란 일 것” 뉴욕타임스는 7일 공화당 후보가 최근 여섯 차례 대선에서 다섯 번이나 전체 득표수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밀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화당 내부에서 자성론이 대두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이 2010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이후 유지했던 대정부 강경 노선을 계속 고수할 것인지와 미국의 인구 구성이 갈수록 공화당에 불리해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수주의 운동가 랠프 리드는 “공화당 내에는 보수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을 후보로 내세웠어야 한다는 인식이 엄존한다.”면서 모르몬 교도인 데다 정체성 시비까지 휘말렸던 롬니를 후보로 내세운 데 대한 당내 인사들의 분노가 표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전문 컨설턴트인 마이크 머피는 “당내에서 일종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표를 중시하는 ‘수학자’와 전통적 가치를 고집하는 ‘성직자’ 간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 공화당 내 ‘티파티’로 불리는 강경 보수세력이 지도부 및 온건 성향 인사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강경파, 지도부·온건파 비난 시작 이번 대선에서 히스패닉 유권자의 69%가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다. 흑인과 히스패닉을 포함한 비(非)백인 유권자 가운데 80%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반면, 롬니 후보를 지지한 비백인 유권자는 17%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와 관련, 퓨리서치 사회·인구조사 담당인 폴 테일러는 “비백인표가 증가하고 있고, 4년마다 유권자들의 구성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정치 지형과 운명을 바꿀 만한 매우 강력한 인구 변화”라고 분석했다. 퓨리서치는 2050년 미국 인구에서 히스패닉과 흑인, 아시아계 등 소수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34%에서 51%로 늘어나는 반면, 다수계인 백인은 현재 63%에서 47%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2050년 소수인종 비중 51%로 늘어 인구 지형의 변화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2014년 중간선거와 2016년 대선을 준비하는 공화당은 큰 고민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공화당 전략 고문 마이크 머피는 “이민법 개혁과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공화당의 입장은 ‘자멸을 위한 레시피’라고 할 수 있다.”며 전략 수정을 주문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쓸쓸한 예감… 그럼에도 온기를 품다

    쓸쓸한 예감… 그럼에도 온기를 품다

    쿠바 출신 난민이다. 동성애자다. 에이즈 환자였다. 남자 애인이 죽고 5년 뒤, 그 역시 에이즈 합병증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다 서른아홉의 나이로 숨졌다. 그럼에도 숱한 후배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쳐 ‘예술가들의 예술가’로 불린다.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1957~1996). 일부러 그랬을 턱은 없지만, 그래서 미안하지만, 불멸의 신화로 되살아나기엔 좋은 조건을 갖췄다. 아웃사이더 중의 아웃사이더였으니까. 이제 작품만 나오면 된다. 작품을 통해 화냈을까, 싸웠을까, 항의했을까. 작가는 극도의 미니멀리즘으로 대답했다. 생존작가들이 나서는 베네치아비엔날레에 2007년 미국관 작가로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안소연 부관장은 “소수자의 정치적 작품이라 해서 변방을 떠돌 것이 아니라 중심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로 치자면 민중미술 대신 미니멀리즘을 표현기법으로 정한 것이 그의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애인과 자신에게 예정된 죽음을 잔잔하게 응시한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9월 28일까지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더블’(Double)이란 제목으로 열린다. 뉴욕 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명 미술관과 개인 소장자로부터 빌린 44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아시아지역 첫 회고전이다. 플라토뿐 아니라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신촌역, 남이섬 등 곳곳에 사탕, 종이, 전구 등을 응용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그의 작품에는 일관되게 사라지고야 말 것이라는 쓸쓸한 예감, 그럼에도 따뜻하게 온기를 나누고 싶다는 작은 열망 같은 것들이 녹아 있다. 분신과도 같은 애인의 죽음과 자신의 예정된 죽음이라는 것이 더블의 의미다. 가령 흑백사진이 즐비한 가운데 유일하게 화려한 꽃 컬러사진이 있다. ‘무제 - 앨리스 토클라스와 거트루트 스타인의 묘지, 파리’다. 거트루트는 헤밍웨이의 스승이자 미술후원자로 피카소가 그의 초상을 그리기도 했던 여류작가. 그런데 레즈비언이었다. 사랑만은 영원하고자 하는 작가의 소망이 들어 있다. ‘무제 - 완벽한 연인들’ 역시 마찬가지. 흔히 볼 수 있는 아날로그 벽시계를 두개 나란히 붙여뒀는데 아무리 시간을 딱 맞춰놔도 기계적 특성 때문에 시간은 다소 엇갈리게 마련이거니와, 언젠가는 멈추기 마련이다. 알록달록한 사탕을 한가득 깔아놓고 관람객들이 집어갈 수 있도록 해둔 설치작품도 마찬가지다. 남이섬 등 야외 현장에 설치되는 침대 사진도 그렇다. 새하얀 시트 위에 베개만 덩그러니 놓인 사진인데, 불과 몇초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 다정하게 누워 있었으리라 추정되는 장면이다. 아니, 지금도 누군가 누워있는데 사람만 말끔히 지워버렸다 해도 상관없는 장면이다. 작가는 그 사진 속에서 죽어버린 애인과 곧 사라질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어둔 듯 보인다. 하나 예외가 있다면 ‘무제 - 고고댄싱 플랫폼’이다. 전시공간 사방에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세운 자연사박물관 사진이 나열되어 있다. 들여다보면 애국가, 작가, 탐험가 같은 단어가 새겨져 있는 단상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는 백열등이 둘러쳐진 무대가 있다. 반짝이 팬티만 입은 무용수가 하루 가운데 딱 5분 그 무대에 올라가 춤을 춘다. 주류 백인 남성 문화에 대한 비주류 비백인 동성애 작가의 묘한 비웃음이다. 3000원. (02)2014-6552.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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