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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겨진 아이들, 그 후]‘시설보다 가정 보호’ 원칙이지만… 베이비박스 유기 아동 70% 시설로

    [남겨진 아이들, 그 후]‘시설보다 가정 보호’ 원칙이지만… 베이비박스 유기 아동 70% 시설로

    “여자아이고요. 키우고 싶어 옷이며 나름 준비했지만 임신 5개월부터 아기 아빠는 연락도 두절되고, 그 부모님을 찾아 뵙기도 했지만 나몰라라 하시고요. 혼자라도 키우려 해 봤지만 당장 아기 병원비도 해결하기 어려워 이런 선택을 하게 됐어요. 아기 좀 잘 부탁드립니다. 부디 저 말고 좋은 부모님 만나서 행복해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영아 임시 보호 공간인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기고 간 여성이 쓴 편지다. 2009년부터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가 운영하고 있는 베이비박스는 이 여성처럼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남긴 위기 아동이 잠시 머무르는 곳이다. 2014년부터 경기 군포시 새가나안교회도 베이비박스를 운영 중이다. 20일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지난 2월까지 서울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이는 총 1956명이다. 지난 한 해만 113명의 생명이 맡겨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아이를 놓고 간 사람의 74.3%가 미혼이고, 11.5%는 기혼(양부모 또는 이혼)이었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베이비박스 유기 아동을 비롯한 보호대상아동은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없을 때에는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해야 한다. 보호대상아동을 보호할 때 아동양육시설(보육원)보다 입양이나 가정 위탁부터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베이비박스 아동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일시 보호소로 옮겨져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머물며 입양 절차를 밟게 되지만 보호 정원이나 보육사 인력, 후견인 지정 문제 등으로 보육원에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2015년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베이비박스 유기 아동 1333명 중 74.6%(995명)가 시설로 보내졌다. 입양된 아이는 10.7%(14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4.6%(195명)는 친부모에게 돌아갔다. 이에 최근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관악구 등은 베이비박스에 남겨져 출생신고도 못한 아이가 시설로 바로 옮겨지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침을 마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베이비박스 아동이 가정형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우선 아동양육시설에서 일시적으로 보호하면서 시설장이 후견인으로서 입양 절차를 빨리 밟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 [남겨진 아이들, 그 후]법원도 ‘우리 사회도 영아유기 함께 책임져야’

    [남겨진 아이들, 그 후]법원도 ‘우리 사회도 영아유기 함께 책임져야’

    A양은 고교생이던 2015년 11월 딸아이를 출산했다. 병원이 아닌 부산의 한 원룸에서였다. 역시 고교생이었던 남자친구 B군이 아이를 받았다. 결손가정에서 성장한 이들 주변엔 도움을 청할 어른이 없었다. 당장 먹고살 것도 막막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아이였지만 그릇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출산 이틀 뒤 부산의 한 아동복지시설 주차장에 이불에 싼 딸아이와 유아용품을 담은 플라스틱 바구니를 놓고 도주했다. “1년 뒤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편지를 남긴 채였다. 20일 서울신문이 대법원 판결문 열람 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17년 2월 말부터 지난 2월 말까지 최근 5년간 형이 확정된 영아유기 관련 사건은 총 50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11건에서 2019년 14건, 2020년 10건이었다가 2021년 4건으로 줄었다. 경찰청에 접수된 영아유기 사건은 2016년 109건에서 2018년 183건으로 증가한 뒤 2020년 107건으로 감소했다. 영아유기 관련 접수 사건과 기소 사건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부모 중 한쪽이 신고하거나 자수하지 않는 한 수사와 기소가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전체 50건 중 무죄가 선고된 사건은 한 건도 없었다. 대신 5분의4 정도인 39건이 징역형의 집행유예형이 선고됐다. 영아유기나 아동복지법 위반 등 유기 행위 자체만으로는 비교적 가벼운 형량이 선고되는 것이다. 항암치료를 받던 도중 아이를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에 유기했다가 자수한 싱글맘에 대해서는 선고유예가 내려지기도 했다. 앞서 사례의 A양과 B군 역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형이 내려졌다. 이는 부모가 제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린 데 대해 우리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사법부의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대전지법 형사6단독(부장 문홍주)은 2018년 4월 영아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씨에게 “성장 과정에 안타까운 점이 있고, (범죄에 대해) 전적으로 피고인만을 탓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며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 [남겨진 아이들, 그 후]엄마가 하루 3번 바뀐다…아이는 매일 흔들린다

    [남겨진 아이들, 그 후]엄마가 하루 3번 바뀐다…아이는 매일 흔들린다

    “내일은 어떤 엄마가 와요? ‘연지 엄마’는 몇 밤 자면 와요?” 만 3세 남자아이인 선우(가명)는 자신을 돌봐주는 보육원 선생님 윤연지(38·가명)씨를 ‘연지 엄마’라고 부른다. 연지 엄마가 불러주는 자장가를 들으며 자고 일어나면 ‘은혜 엄마’가 선우의 곁에 있다. 아침에 은혜 엄마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가면, 오후엔 또 다른 엄마가 선우를 데리러 온다. 이렇게 선우의 엄마는 하루에 3번 바뀐다. 선우는 지난 2018년 베이비박스를 거쳐 서울의 한 보육원에 들어왔다. 선우를 품고 낳아준 엄마가 누구인지는 보육원 선생님들도 선우도 아무도 모른다. “○월 ○일생, 2.8㎏. 죄송합니다. 잘 키워주세요”라는 편지가 생모가 남긴 흔적의 전부다. 신생아 선우는 유독 울음이 많고 분유도 잘 먹지 않았다고 한다. ‘생후 100일까지는 엄마에게 받은 면역으로 아프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선우는 잔병치레가 많았다. 배꼽도 떨어지지 않은 신생아 때부터 선우를 돌본 선생님은 일찌감치 일을 관뒀다. 한번은 어린이집 친구가 선우를 데리러 온 연지 엄마를 보고 “우와, 연지 엄마 왔다!”며 반가워했다. 그러고보니 친구들은 매일 같은 엄마, 같은 이모가 데리러 온다. “나는 왜 엄마가 여러 명이에요?” 선우의 궁금증에 엄마는 “우리집은 식구가 많은 대가족이기 때문이야”라며 토닥여줬다. 선우의 생애 첫 기억은 놀이터에서 연지 엄마와 그네를 타는 장면이다. 다른 엄마들도 잘 놀아주지만 선우는 연지 엄마와 같이 있고 싶다. 뽀로로 책을 같이 읽고 싶어도 엄마가 다른 친구와 있을 땐 괜한 투정을 부리게 된다. 분한 마음에 친구를 때렸더니 엄마가 말을 걸어줬다. 그 뒤로부터는 ‘이렇게 하면 나랑 놀아주겠지’하는 마음으로 장난감을 빼앗거나 일부러 바지에 쉬를 한다. 언제부턴가 연지 엄마가 부쩍 자주 집을 나갔다 오는 것 같아 속상하다. 그래도 선우는 “내일은 연지 엄마와 더 많이 놀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빌면서 잠을 청한다. 주양육자는 아이의 전부다. 특히 영아기(만 0~2세) 주양육자와의 상호 작용은 발달 전반에 영향을 준다. 보통 한 명과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일반 가정과 달리, 보육원에 맡겨진 아동은 그 대상이 여럿이다. ‘연지 엄마’인 윤씨를 통해 접한 선우도 마찬가지다. 윤씨는 “52시간 근무제에 따라 3교대로 근무하고 이직이 잦다보니 주양육자 교체가 반복된다”며 “아이 입장에선 가치관 뿐 아니라 전부가 흔들리는 것”이라고 했다.엄마가 자주 바뀌는 것 뿐 아니라, 한 엄마가 여러 명을 동시에 보는 것 역시 아이들의 혼란을 키운다. 서울신문이 아동복지협회의 도움을 받아 지난 1~17일 전국 아동양육시설(보육원) 242곳(전체의 92.7%)을 전수조사한 결과 영유아(만 0~6세)는 1871명, 이들을 보살피는 보육사는 1794명이다. 지난해부터 아동양육시설에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용돼 대부분 3교대 체제로 운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적으로 보육사 1명이 아동 3.13명을 돌보는 셈이다. 아이에게 최소한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법은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보육원이라면 보육사 한 명이 영아(만 0~2세)를 2명까지만 돌보도록 했다.(아동복지법 54조) 그러나 영아와 유아(만 3~6세)를 함께 돌보는 경우에 대한 기준은 없어 보육사 한 명이 신생아와 만 3~6세를 동시에 맡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육아정책연구소 이정림 연구위원은 “현실에선 영아, 유아 구분 없이 여러 명을 같이 보면서 보육사 한명당 영아 2명을 돌봐야 하는 법정 배치기준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구소가 영유아 보육사 2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보육사 1명이 평균 영아 4.2명을 돌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양육자는 아이에게 일관성있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데, 시설아동은 엄마(선생님)에 따라 양육 방식도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어떤 엄마는 떼를 쓰면 과자를 주며 달래는데, 다른 엄마는 혼을 낸다면 아이 입장에선 혼란을 느낀다. 문제는 영유아기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면 아동기 및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기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격성,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등 문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연구위원은 “보호아동에 특화된 연구와 교육을 통해 영유아 보육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보육원 내 대체 보조 인력을 늘려야 한다”며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라도 국가가 발벗고 보호아동이 겪는 문제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궁궐 정치는 무서워’…내명부 여인의 권리 [클로저]

    ‘궁궐 정치는 무서워’…내명부 여인의 권리 [클로저]

    나라의 왕비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대선 D-3, 소란스러웠던 ‘배우자 문제’우리 조상은 어떻게 관리했을까내명부 수장 왕비, 어떤 것 감내했나“추문·말싸움·모욕으로 얼룩진 역대 최악의 선거” (미국 워싱턴포스트, 2월 8일 보도)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한국 대선을 표현한 말입니다. 한국 대통령 선거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선거”라며 “추문·말다툼·모욕으로 얼룩지고 있다”고 지난달 8일(현지시간) 보도했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3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정치권 평가가 나오는데요. WP는 후보 당사자보다 배우자 스캔들이 한국을 시끄럽게 한다고 조명했습니다. WP는 “논란은 그들의 가족에게도 확장됐다”며 “한 후보의 부인은 (자신을) 비판하는 기자를 감옥에 넣겠다고 협박했다. 또한 성폭행 피해자를 비하했다. 이 부인의 모친은 경제 범죄와 연루됐다”고 했죠. 이는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를 지칭한 겁니다. 매체는 “또다른 후보의 부인은 자신의 남편의 수행원들의 사적으로 유용했다”며 “이들의 아들은 도박 혐의에 연루돼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는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를 가리킨 것이죠. 국내 여론에선 ‘남의 나라 대선에 말 얹기’냐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시원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실제 이번 대선에서는 이 후보, 윤 후보의 부인들이 각각 얽힌 스캔들 탓에 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일각에선 후보 아닌 배우자를 향한 과도한 조명을 지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죠. 다만 대통령의 배우자 역시 당선인을 따라 해외 순방에 나서거나 국내외 행사를 주관하는 등의 역할을 해야 하기에 이들을 향한 검증은 당연한 절차라는 반대 의견도 있었습니다. 또한 당선인의 배우자가 되어 공익을 위해 일할 수 있을지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죠. ● ‘바쁘다 바빠’ 내명부 수장 과거에도 이런 논쟁은 존재했습니다. 대통령과 왕을 동일시할 순 없지만 한 나라의 통수권을 가졌다는 점에서 동일선에 두겠습니다. 과거 내명부의 수장이던 왕비들 역시 사는 동안 검열, 권력투쟁에 익숙해야했습니다. 내명부의 여인이라고 해서 아무 일도 없이 방 안에 앉아있던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궁 안에는 당대의 왕과 직접 연관된 여성들만 살 수 있었습니다. 공주·옹주는 궐 밖으로 나가야 했죠. 왕비는 나라의 노인들을 위한 행사인 양로연, 선왕·선왕후를 모시는 행사 등을 기획, 주관했습니다. 또한 지금의 서울 잠실에서 길쌈을 하는 친잠례도 진행했죠. 안으로는 내명부 최고 어른으로서 문안인사를 드리고 또한 받는 등 기강을 다지는 일을 맡았습니다. 즉, 안팎으로 왕비가 주도해 하는 일이 많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왕비 자신의 힘도 있어야 했고요. 늘어나는 후궁을 보면서 기강을 다잡을 수 있는 리더십도 필요했죠. 사적 감정을 배제하고 오직 조직으로서 내명부를 관리할 수 있는 책임감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왕비의 일이 규칙화된 것은 세종대왕, 성종에 이르러서의 일입니다. 중궁전에 올라가던 ‘진상(進上)’, 그 외의 것을 부르던 ‘공상(供上)’ 역시 세종대에 정한 것입니다. “앞으로는 경외(京外)의 관원이 대전(大殿)과 공비전(恭妃殿)에 바치는 모든 물품은 진상이라 일컫고, 그 나머지 각전(各殿)에는 공상이라 일컫도록 하소서” 하자 “그리 하였다”는 기록은 세종실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죠. 대왕대비·왕대비·왕비·후궁 등 왕실 여성들은 별도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역시 독립된 존재로서 어떠한 형태의 결정권은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죠. 이들은 지방에서 올리던 진상(進上)·공상(供上) 등을 받아 자신의 의식주를 관리했는데요. 이를 위해 궁방 인장이 필요했죠. 궁방은 사유재산을 관리하는 장소입니다. 왕비뿐 아니라 후궁도 이런 인장을 갖고 있었습니다. 각각의 개성을 드러낸 인장 일부는 지금까지도 전해집니다.  이전에는 후궁들에게 봉작을 주지 않아 이들의 신분이 불안정했죠. 또한 고려왕실과 달리 근친혼을 멀리하게 되면서 더 다양한 사대부가의 여식들이 궁 안으로 들어갔을 겁니다. 성종에 이르러 경국대전 내명부 체제를 법제화하면서야 왕비를 정점으로 한 형식이 완성됐습니다. 이로써 왕비는 내명부의 수장으로 역할했습니다. 이 일이 주업무였고요. 물론 때에 따라 수렴청정을 해야 하는 일 등을 권한이라 볼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는 되레 여성이 왕이 될 수 없으니 세자를 잘 보필하라는 의미가 강하므로 주도권 명분의 결이 좀 다릅니다. ● ‘나랏님’ 세자빈 찾는다 소식에 ‘곤란’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왕비를 어떻게 앉혔을까요. 간택을 통해 세자빈을 찾는 경우에 한해 보겠습니다. 그 외의 방법들도 있으나 원칙대로 살피겠습니다. 세자가 대개 10살쯤 되면 전국에 ‘봉단령’을 내려 13~17세 여성의 혼인을 금지하고 이들 중 간택을 거치는데요. 이른바 ‘처녀단자’라고 세간에 알려져 있는 그 단자입니다. 조선건국 초까지만 해도 이와 같은 간택제도는 없었습니다만 태종이 중매혼 제안을 거절당하는 일이 생기자 이에 노해 도입됐죠. 본래 간택의 적용범위는 비빈까지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반 왕자녀(王子女)의 배우자까지도 이 제도를 통했죠. 모집 대상은 이씨가 아닌 사람, 부모가 있는 사람, 세자(또는 왕자녀)보다 2, 3세 연상까지의 여(남) 및 이성친(異性親)의 촌수 제한이 있었죠. 간택은 초간택·재간택·삼간택 등 3차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사실상 정해져 있던 자리였고요. 또한 간택령을 내린다고 해서 단자를 올리지 않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최종 면접에 갔다가 떨어지면 원칙상으로는 새로 혼처를 구하는 것이 금지됐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은 추후 융통성 있게 구제하는 방안들도 마련됐다고는 합니다. 세자빈이 되어도 궁 내의 견제로 집안이 풍비박산날 수 있으니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치장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속칭 ‘들러리’가 되기 위해 돈을 써야 하는 셈이 됐기 때문이죠. 실제 정조대왕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는 ‘한중록’에서 단자를 올리기 위해 빚을 내야했다고 회상하고 있습니다. ● 구중궁궐 암투, 버텨내기 쉽지 않네 이후 세자가 장성해 왕이 되는 것에 따라 자연스레 왕비가 된 경우는 조선시대 총 27명의 왕 중 7명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세자가 왕이 되는 것에 변수가 많았습니다. 7명의 왕비 중에서도 세자빈·왕비·대비를 모두 거친 이는 1명뿐이죠. 세자빈으로 간택받아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이 왕이 되는 것을 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방증입니다. 치열한 권력싸움을 견제하면서 자신을 지키고 내명부를 이끌어야 했으니 가진 스트레스는 엄청났을 겁니다. 실례로 혜경궁 홍씨 역시 임오화변으로 더 이상 궁과 관계없는 신분이 되어 자진해 궁 밖으로 나가기도 했죠. 그는 세자빈이 되어 세자를 낳았지만 대비는 될 수 없었습니다. 그저 혜경궁 홍씨였죠. “생각이 나라를 근심하는 데 있으매, 항상 경계(儆戒)의 도를 올리고, 마음이 조심하는 데 있으매, 일찍이 연안(宴安)의 정(情)이 없었다…(중략)…이에 명하여 왕공비(王恭妃)를 삼고 책(冊)과 보(寶)를 주니, 더욱 상서(祥瑞)를 맞이하여, 길이 큰 경사를 받을 것이다. 화평하게 숨은 교화(敎化)를 펴서, 편안한 모계(謨計)를 만년까지 전하고, 왕후의 덕을 바루어, 큰 경사를 백세에 전파할 것이다.” 자신의 사적 감정을 배제하고 내명부를 완벽히 이끌었다고 후대의 평을 받는 소헌왕후에 관한 기록입니다. 세종실록에 실린 것이죠. 세종대왕의 비입니다. 소헌왕후는 자신이 왕비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현자’를 추대하라는 여론에 태종이 결국 세종을 다음 후계자로 택해 개인의 삶으로선 풍파를 맞았죠. 아버지 심온은 사약을 마셔야 했고 어머니는 노비가 됐습니다. 외척 세력을 없애려던 태종의 뜻에 당시 세종은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은 지키면서 결국 후대에 이름을 높인 소헌왕후. 정치란 무서운 것이지만, 후대에 어질다고 이름을 남긴 건 그네요. 그걸로 갈음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 OTL 방송사들, 톱☆☆☆드라마 OTT 진압 작전

    OTL 방송사들, 톱☆☆☆드라마 OTT 진압 작전

    2월 안방극장에 ‘신상’ TV 드라마들이 쏟아진다. 국내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는 2월 한 달에만 톱스타들을 내세운 새 드라마 5편을 내보낸다. 최근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안방극장 주도권을 내준 국내 방송사들의 반격이 통할지 주목된다. 12일 청춘 로맨스 드라마 두 편이 맞붙는다. 밤 10시 30분 방송하는 JTBC 새 토일드라마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은 기상청 사람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직장 로맨스 드라마다. ‘스위트홈’, ‘알고 있지만’ 등의 드라마를 통해 슈퍼루키로 떠오른 송강이 기상청 특보 담당으로 변신해 총괄 예보관 박민영과 호흡을 맞춘다. 기상청을 소재로 한 국내 첫 드라마로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 오피스 로맨스물에서 강세를 보여 온 박민영과 데뷔 이래 첫 직장인을 연기하는 송강이 사내 연애 연상 연하 커플로 등장한다. 실제 기상청에서 근무하는 부대변인, 예보관, 통보관 등에게 6개월간 자문을 받아 현실감을 높였다.같은 날 한 시간가량 앞서 방송하는 tvN 새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시대에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다. ‘미스터 션샤인’ 이후 3년여 만에 TV 드라마로 컴백하는 김태리는 IMF 사태 여파로 팀이 없어졌지만, 포기를 모르는 고등학교 펜싱 꿈나무 나희도 역을 맡았고, 상대역 남주혁은 IMF 위기로 풍비박산이 난 가정의 장남으로 억척스럽게 살다가 스포츠 기자가 된 백이진을 연기한다. 두 주인공은 1990년대 후반 세기말적 스타일로 변신하는 등 격변하는 청춘의 감성을 표현할 예정이다.‘사랑의 불시착’ 흥행 이후 손예진이 차기작으로 선택한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은 오는 16일 밤 10시 30분에 첫 방송된다. 20년 넘게 끈끈한 우정을 이어 가는 서른아홉 살 세 여자의 사랑과 삶에 관한 이야기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채송화역으로 열연했던 전미도가 출연한다. 드라마 ‘남자친구’를 집필한 유영아 작가의 신작으로 시한부, 입양아 등 무거운 소재들을 가볍지 않게 다루면서도 유쾌하게 풀어 나갈 예정이다.23일 첫 방송하는 tvn 수목드라마 ‘킬힐’은 홈쇼핑에서 벌어지는 세 여자의 끝없는 욕망과 처절한 사투를 그린다. 김하늘이 정상의 쇼호스트 자리를 노리는 욕망을 지닌 우현을 맡았고, 이혜영이 평사원에서 홈쇼핑의 부사장이 된 신화의 주인공이자 미스터리한 인물 모란을 연기한다. 속을 알 수 없는 간판 쇼호스트 옥선 역은 김성령이 맡아 관록 있는 세 배우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이 주목된다. 28일 첫선을 보이는 SBS 새 월화드라마 ‘사내맞선’은 외모, 재력, 능력 등을 갖춘 CEO 강태무와 정체를 속인 맞선녀 직원 신하리의 이야기를 그린 오피스 로맨스물이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와 ‘홍천기’로 입지를 다진 안효섭과 ‘경이로운 소문’으로 연기 외연을 넓힌 김세정의 톡톡 튀는 로맨스 연기가 기대를 모은다.
  • [단독] 코오롱베니트 소기업 기술침해 형사사건에서도 유죄

    [단독] 코오롱베니트 소기업 기술침해 형사사건에서도 유죄

    소기업의 미들웨어 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해 해외 증권시장 감시 시스템 등을 만들어 한국거래소(KRX)에 납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코오롱베니트 법인과 책임자 등에 벌금형이 선고 됐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형사4단독 이용제 판사는 저작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코오롱베니트 법인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 했다고 10일 밝혔다. 담당 책임자 이모씨와 프로그램 복제 등을 수행한 외부 업체 책임자 김모씨에게도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 했다. 재판부는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며 중대한 범죄행위”라면서 “다만, 초범이라 벌금형에 처한다”고 밝혔다. 코오롱베니트 측은 “형사소송 원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로 인하여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서울신문 보도(2017년 7월 31일자 1면, 9면)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돼 재판에 넘겨졌으나, 장기간 보류돼 오던 중 지난 해 10월 민사사건 소송에서 법원이 코오롱베니트의 ‘기술 침해’을 인정해 배상금 2000만원 지급을 명령(10월6일자 9면 보도)하면서 속개됐다. 앞서 고씨는 2016년 11월 “코오롱베니트가 2년 전부터 ‘심포니 넷트’ 베이스 라이브러리(소스 프로그램)를 몰래 사용하고 개발자를 비밀리에 고용해 역공학(복제)하는 방법으로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판정을 근거로 사용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고씨의 미들웨어 프로그램은 은행의 뱅킹 업무 및 철도 승차권 예약과 같이 동시 사용자가 폭주할 경우 업무 처리가 잘되도록 감시·제어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미들웨어 프로그램은 세계적으로 오라클·IBM 등 극소수 기업만이 보유하고 있고, 시장 규모는 연간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원천기술을 갖고도 고씨가 2011~2015년 코오롱베니트에 4년간 고용돼 받은 대가는 라이선스 대금 1억 4000만원을 포함해 모두 2억 36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2011년 코오롱베니트가 KRX와 처음 수출용 시장감시 시스템 납품 계약을 맺고 받은 돈은 18억원, KRX가 베트남 증권거래소로부터 받은 수출 계약금은 350억원대로 알려졌다. 코오롱베니트와 5년 가까운 법정 다툼 과정에서 파산한 고모(65)씨는 “코오롱은 우리 회사 기술을 탈취해 천문학적 수익을 거두고 우리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는데 민사 배상금이 너무 적고, 형사사건 형량도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편, KRX는 “우리는 코오롱베니트의 이용자 일 뿐 본 사건과 관련이 없다”면서 “탈취를 주장하는 부분은 수출한 시스템 중 일부분에 해당한다”고 해명했다.
  • 독립운동가 허위 선생 손녀 유해 할아버지 고향 구미에 뭍힌다

    독립운동가 허위 선생 손녀 유해 할아버지 고향 구미에 뭍힌다

    독립운동가 ‘왕산’ 허위(1854∼1908) 선생의 손녀 허로자 여사의 유해가 할아버지의 고향 경북 구미에 안장된다. 10일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에 따르면 허 여사 유해 봉안식이 오는 12일 오전 11시 구미 공설 납골당인 숭조당에서 열린다. 허 여사는 지난달 26일 서울에서 향년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으나 경제적으로 궁핍해 유해를 모실 곳을 찾지 못했다. 그의 장례식도 구자근(구미갑) 국회의원과 LS전선㈜ 측의 도움을 받아 어렵사리 장례를 마쳤다. 화장한 유해를 모실 곳이 마땅치 않아 서울 사는 5촌 조카가 잠시 모시고 있다가 이번에 구미로 모시게 됐다고 한다. 허 여사의 유해를 구미로 모시는 데는 김재상 구미시의회 의장과 구미시의 도움이 있었다고 민족문제연구소는 덧붙였다. 우즈베키스탄에 살던 허 여사는 2006년 10월 당시 한명숙 국무총리 초청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했으며 이후 최근까지 서울에서 생활했다. 허 여사의 할아버지인 허위 선생은 1907년 13도 연합의창군 1만여명을 이끌고 서울진공작전을 벌이는 등 의병 활동을 하다 체포돼 1908년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했다. 항일운동으로 집안이 풍비박산 나면서 허위 선생 후손들은 한국과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키르기스스탄 등 여러 곳으로 흩어져 살고 있다고 민족문제연구소는 설명했다. 김영덕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장은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평생 고생을 하셨을 텐데 이제는 할아버지가 잠들어 계신 곳에서 영면하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구미 임은동에는 허위 선생 묘소와 사당, 허위 선생을 기념하기 위한 왕산기념관, 생가터에는 기념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 잘나갈 때 내부 권력다툼으로 자멸… ‘고질병’ 또 도진 국민의힘

    잘나갈 때 내부 권력다툼으로 자멸… ‘고질병’ 또 도진 국민의힘

    5년전 김무성 당대표 흔들기에 ‘옥새파동’ MB 땐 친이·친박 갈등에 ‘집단 탈당’ 사태 “설마 지겠어” 앞선 지지율에 취했다 발목 정치 신인 尹, 자기중심 李…상황 악화시켜 당 내부선 벌써 “누가 靑간다더라” 나돌아 “과거 내홍과 달리 중재할 중진도 안 보여”헌정 사상 첫 30대 당대표와 5개월차 정치신인 대선후보를 앞세운 국민의힘이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심각한 자중지란에 빠졌다. 잘나갈 때마다 내부 권력다툼으로 자멸했던 국민의힘의 고질병이 다시 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무를 거부한 채 잠적했다가 부산에 나타난 이준석 대표의 1일 행보는 2016년 4월의 ‘옥새 파동’을 연상시킨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친박(친박근혜)계의 당 대표 흔들기에 반발해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겠다며 당 대표 직인을 들고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부산으로 내려가 버렸다. 그때 새누리당은 친박·비박으로 나뉜 내분 속에서도 ‘설마 선거에서 지겠느냐’는 오만함을 갖고 있었다. 민주당과 맞붙어 연전연승하던 ‘선거의 여왕’ 박근혜 대통령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었지만, 결국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원내 2당으로 전락했고 여권의 권력누수도 본격화됐다. 이명박 정부 집권 2개월차이던 2008년 총선 때 벌어졌던 친이(친이명박)계의 ‘친박계 공천 학살’ 사태도 앞선 대선에서 역대 가장 큰 표 차의 승리를 거둔 데 따른 오만함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친박계 수장인 박근혜 의원이 공개 반발한 데 이어 친박계가 한나라당을 집단 탈당하며 ‘친박연대’가 만들어졌다. 새누리당은 그해 총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100일 만에 20%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최악의 상황에 부딪혔다. 지금 국민의힘의 내홍도 표면적으로는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최근 윤 후보와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면서 절박한 마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사람들이 내심 정권 교체를 기정사실화하고 내년 3월 대선 후 6월 지방선거 공천권 등을 놓고 벌써 당권 투쟁을 벌이는 인상”이라며 “집권하면 청와대에 누구누구가 간다더라는 얘기도 나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정치 신인인 윤 후보의 정치력 부재와 이 대표의 지나친 자기중심적 사고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곁들여진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과거 보수 정당의 내홍 사태 때는 중진 의원이 중심이 돼 갈등을 해결했지만, 윤 후보가 중심인 지금 상황에선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외부인사인 윤 후보와 친분이 있는 중진도 소수이다 보니 갈등을 중재할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비좁고 위험한 ‘노동자 쉼터’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비좁고 위험한 ‘노동자 쉼터’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100m 전력 질주하듯 일하거든요. 조리실무사 1명당 평균 학생과 교직원 80~100명 식사를 담당해요. 일 마치면 달리기 끝나고 숨 몰아쉬는 것처럼 힘들어요. 그렇게 일하려면 쉬는 시간만큼은 제대로 쉬어야 하잖아요. 사고 난 날도 평소처럼 점심 준비와 역할 배분 회의 전에 휴게실에서 동료들 마실 차를 준비하다가 벽 위에 있던 상부장이 갑자기 떨어진 거예요.”(화성시 고등학교 조리실무사 A씨) 지난 6월 7일 오전 경기 화성시의 한 고교 휴게실에서 벽 위쪽에 달린 사물함이 떨어져 바닥에 앉아 있던 조리실무사 네 명이 다쳤다. 그중 B(52)씨는 하반신이 마비될 정도로 크게 다쳤다. B씨 남편은 28일 “사고 이후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며 “일하다가 휴게실에서 하반신 마비가 될 정도로 다칠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사고 당시 떨어진 사물함은 기존에 사물함이 따로 없어 직원들이 설치를 요구했던 것인데 휴게실 면적이 너무 좁아 상부장 형태로 달아 둔 것이었다. A씨는 “조리실무사들은 요리하며 땀을 너무 많이 흘리기도 하고 청결 관리도 중요해서 옷을 수시로 갈아입어야 한다”며 “조리실무사만 10명이 함께 일했는데 직사각형의 휴게실은 170㎝ 정도 되는 사람이 누우면 머리와 발이 딱 맞을 정도의 길이에 동료끼리 어깨 딱 붙여 열 맞춰 누우면 5명 다 누울까 말까 한 크기였다”고 설명했다. 좁은 휴게실이지만 조리실무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다. 업무 전 회의를 하거나 소지품을 보관하고 업무를 마친 후엔 퇴근 전까지 30분 정도 쪽잠도 잘 수 있는 곳이다. A씨는 “밥이나 국, 반찬 등 따로 역할을 나눠 11시 전까지 음식 준비하고 조리실무사 먼저 밥 먹고 학생과 교직원 배식을 마치면 그 이후부터가 진짜 전쟁터”라며 “급식실 청소를 마치고 다음 날 업무를 위해 빨래까지 마쳐야 해서 일이 끝나면 진이 다 빠진다”고 말했다. 경찰은 해당 고교 교장과 가구 설치업체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B씨는 사고 이후 현재까지 6개월 가까이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5평도 안 되는 공간에 사물함 수백 개” 2019년 8월 서울대의 60대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다 숨진 사건 이후 노동자의 열악한 휴게공간 문제가 크게 조명됐다. 당시 고인은 폭염을 피해 휴게실을 찾았지만 그곳은 창문과 에어컨도 없는 1평 남짓한 찜통 공간이었다. 서울대 학생과 교수, 일반 시민 등 1만여명이 한목소리로 대학에 책임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등 휴게시설 관리·운영에 대한 개선책 마련 여론이 거셌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노동자의 휴게시설은 여전히 열악하다.서울의 한 대형병원 청소노동자인 김영재(53·가명)씨는 휴게시설 실태와 운영 규정 등을 말하며 “아직 현실이 그렇다”는 말을 반복했다. 최소 2000평 정도 되는 다층 구조 지하주차장 청소를 담당하는 김씨는 “보통 지하주차장 계단에 쪼그려 앉거나 병원 지상에 있는 벤치에서 쉰다”며 “요즘엔 날씨가 추워서 벤치에서 쉴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나마 탈의실도 있긴 한데 거긴 5평도 안 되는 공간에 사물함이 수백 개라 쉴 만한 공간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아침 7시부터 정식 업무를 시작해 오후 4시 넘어 끝나는 김씨의 업무는 쉴 새 없이 이동하며 움직여 체력 소모가 심하다. 김씨는 “아침에 차가 많이 들어오기 전에 바닥을 닦는 ‘자동마루 세척기’(청소장비)를 한 번 먼저 빠르게 돌려야 차량과 부딪힐 위험도 적고 그나마 5~10분이라도 쉴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이 마련한 ‘휴게실’은 김씨의 담당 구역인 지하주차장에서 오가는 데만 평균 15~20분이 걸린다. 휴게실이라는 공간도 쪼그려 앉아 바람만 피할 수 있는 곳이다. 온전하지 못한 휴게시설이 오히려 노동자의 휴식을 방해하는 셈이다. 김씨는 “병원이 코로나19 방역지침이 엄격한 곳인 건 이해한다”면서도 “몇몇 청소노동자가 일하던 중 목은 마른 데 마땅히 쉴 곳이 없어 사람 없는 구석진 곳에서 잠시 마스크를 벗고 물을 마셨는데 그걸 보고 병원 측에서 시말서를 쓰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병원에 청소노동자가 없으면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를 받고 제대로 치료할 수 없듯이 서로 각자의 일을 하면서 맞물려 돌아가지 않느냐”며 “우리를 필수노동자라고 하던데 우리가 바라는 건 인정이 아니라 그저 인간적인 대우”라고 강조했다. ●휴게실 의무화, 전 사업장 적용이 관건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쉴 수 있다. 법으로 보장한 권리다. 지난 7월 국회는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 근로자의 휴게시설은 산업안전보건법 하위 시행규칙으로 규정하되 강제성이 없었다. 휴식시간은 근로기준법 제54조(4시간 이상 근로 시 30분 이상·8시간 이상 근로 시 1시간 이상 휴식)로 규정하고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벌금 등의 제재가 있는 것과는 다르다. 휴식시간은 의무지만 휴식 공간은 사업장 자율에 맡긴 것이다. 정혜선 가톨릭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휴식시간이 주어져도 공간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쉬는 것이 아니다”라며 “업무 환경과 분리돼 적정한 환기와 온습도 조절 환경을 갖춘 공간에서 몸을 이완하고 긴장감을 풀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내년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휴게시설 세부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전 사업장 적용’이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휴게시설 설치는 전체 사업장을 대상으로 규정하되 이동 노동이나 장소 임대 사업장 등 관리기준 일부에 대해서만 노동 특성을 고려해 예외 조항을 두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휴게실의 적절한 면적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도록 관리 책임을 높이고 사업장의 파견 노동자·하청 노동자도 차별 없이 휴게실을 쓸 수 있도록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교수는 2017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사업장 휴게시설 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에서 휴게시설 우선·의무 설치 업종으로 ▲청소 및 환경미화 업무 ▲병원 및 요양시설 ▲서서 일하는 노동자 등을 꼽으며 공간의 적정 위치(100m 이내 등)와 근로자 인원에 비례한 적정 규모, 관리 규정 마련 등을 갖춰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연구는 휴게공간이 노동자의 업무능률을 높이기 때문에 휴게실 설치 및 보수로 인한 비용 대비 운영에 따른 직간접 순편익 비용이 2조 6587억여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휴식은 기본권… 인간 존엄성과 직결 학교 급식 조리실무사 B씨와 병원 청소노동자 김씨 업무의 공통점은 짧은 시간에 강도 높은 노동을 소화한다는 점이다. 대체로 적정한 휴게시설을 누리지 못하는 현실도 비슷하다. 정 교수는 “조리실무사의 경우 근골격계나 호흡기 질환, 화상 등에 취약하며 병원 청소노동자는 주삿바늘에 의한 상처와 같이 감염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면서 “그러나 학교나 병원은 기능상 학생과 환자를 중심으로 공간이 운영되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을 위한 휴식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노동자를 위한 휴게시설 확보는 안전과 인간의 존엄성과도 직결된다. 방준식 영산대 법학과 교수는 “휴게시간과 공간을 제대로 보장해야 노동자가 일하면서 얻는 긴장감이나 근로 압박을 해소해 과로사와 같은 과로재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휴게권’은 근로자의 기본권리이며 헌법에 규정한 인간 존엄성과도 맥이 닿는다”고 강조했다.
  • [임창용 칼럼] 수사권 확대와 민생치안, 뭣이 중한데?/논설위원

    [임창용 칼럼] 수사권 확대와 민생치안, 뭣이 중한데?/논설위원

    지난 15일 인천의 한 빌라에서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 뉴스에 내 눈을 의심했다. 범인이 흉기를 여성에게 휘두르는데 경찰이 자리를 피했다는 소식이었다. 믿기지가 않았다. 경찰이 범인 앞에 피해자를 놔두고 도망간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으니까. 정보에 일부 오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세한 내용을 전하는 속보를 보면서 그런 기대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층간소음 시비로 출동했던 A순경은 가해 주민이 흉기로 다른 주민의 목을 찌르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자 범인을 제압하기는커녕 자신의 몸부터 피한 것이다. 순경은 테이저건까지 갖추고 있었다. A순경뿐만이 아니다. 함께 출동해 아래층에서 피해자 가족과 대화하던 B경위는 피해자의 비명 소리를 듣고도 뛰어 내려오던 순경과 함께 건물을 벗어났다. 당시 이 경위는 권총까지 갖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피해자의 남편과 딸이 부상까지 입으면서 달려들어 범인을 제압했다. 경찰은 나중에 제압된 범인에게 테이저건을 쏴 체포했을 뿐이다. 두 경찰관은 지원 요청을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고 감찰에 해명했단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벌어진 신변보호 여성 살해 사건도 참담하긴 마찬가지다. 30대 남성이 스토킹을 피해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친을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피해자는 살해되기 전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로 두 차례나 긴급구조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이 엉뚱한 곳에 출동하느라 시간이 지연되면서 참극을 막지 못했다. 피해자는 살해되기 전에도 1년여 동안 5회나 피해 신고를 했다고 한다.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이 결국 신변보호 중이던 여성을 보호하지 못하는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경찰의 황당한 행태가 논란이 될 때마다 생각나는 게 또 있다. 2009년 충북 충주에서 벌어졌던 ‘할리우드 액션’ 사건이다. 음주단속 중이던 경찰이 항의하는 운전자의 남편에게 팔꺾임을 당해 고꾸라진 것처럼 거짓 자세를 취해 남성을 공무집행방해죄로 엮은 사건이다. 그 남편은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받았다. 운전자는 법정에서 남편의 무고함을 주장했다가 위증죄로 징역형을 받아 교육공무원직에서 쫓겨났다. 남편도 아내의 재판에서 위증을 했다고 고발돼 처벌받았다. 경미한 사건 하나로 집안이 풍비박산난 것이다. 하지만 부부의 집요한 추적으로 사건 동영상을 정밀분석한 결과 경찰관의 교묘한 ‘할리우드 액션’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은 재심을 통해 2017년과 2019년 각각 무죄를 받았다. 인천 흉기난동 사건 뒤 김창룡 경찰청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게 경찰의 가장 중요한 소명인데 위험에 처한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경찰 수장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가 경찰의 존재 이유인 것은 잘 아는 모양이다. 흉기난동 사건에선 단순 실책을 넘어 ‘피해자가 죽거나 다쳐도 나만 안전하면 된다’는 고의의 냄새까지 풍긴다. 자기에게 욕설을 했으니 어떻게든 엮어 넣겠다는 복수심으로 거짓 액션까지 취해 한 집안을 망가뜨린 경찰관도 마찬가지다. 위 사건들은 경찰의 존재 이유를 반문케 하는 매우 상징적인 사례들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경찰이 검경 수사권 다툼과 수사권 확대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 온 터라 씁쓸함이 앞선다. 경찰이 권한 확대에 매몰돼 존재의 이유인 민생치안의 소명을 망각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 부서는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 유능한 수사관들의 기피 대상이 됐다는 얘기가 들린다. 올해 터진 ‘여아 살해 아이스박스 유기 사건’, ‘구미 3세 여아 사건’ 등 주요 사건마다 경찰의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초동 대처 실패와 부실수사 논란을 부른 사건들이다. 수사권이 조정되고 권한이 확대됐으면 민생치안이 더 단단해져야 할 텐데 외려 참담한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경찰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힘 빼기’ 수혜를 톡톡히 챙겼다. 검찰의 수사 지휘에서 벗어나 1차 수사 종결권까지 갖게 돼 막강한 권력기관이 됐다. 하지만 아이에게 어른 모자를 씌운 듯 뭔가 헛돌면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허둥대는 모습이다. 국민 개개인은 경찰의 권한이 확대되든 축소되든 큰 관심이 없다. 안전하게 보호받기를 원할 뿐이다. 권한 확대가 민생치안에 도움이 안 된다면 차라리 되돌리라는 국민의 역풍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정말 뭐가 중요한지 경찰 수뇌부는 성찰해야 한다.
  • “73년 만에 명예회복… 여순사건 유족에겐 시간이 없다”

    “73년 만에 명예회복… 여순사건 유족에겐 시간이 없다”

    “죄 없는 민간인이 국가 권력의 폭력 속에 억울하게 잡혀가 스러졌다는 것이 여순사건이 빚은 비극의 본질입니다. 이제라도 나라가 진심 어린 사과로 유족의 한을 풀어 주고 이들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합니다.” 비극의 고통은 깊고 길었다. 1948년 벌어진 여수·순천 10·19사건은 김규찬(72)씨가 평생 짊어져 온 아픔이자 벗어나고픈 굴레의 시작이었다. 철도승무원이었던 아버지 김영기(당시 23세)씨는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을 열차에 태웠다는 이유로 내란죄에 몰려 정부 진압군에 체포됐다. 그는 체포 후 불과 한 달 만에 광주호남계엄지구사령부 고등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최종심에서는 무기징역으로 감형됐지만 결국 마포형무소(지금의 안양교도소)에 수감됐다가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행방불명됐다. 그로부터 73년이 흐른 지난 6월 24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1부(부장 송백현)는 유족 김씨 측의 청구로 열린 재심 재판에서 김영기씨의 내란, 국권문란, 포고령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재심청구인과 유족이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이 고됐을지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며 “사법부를 비롯한 국가는 이 사건을 통해 불법적인 폭력을 방관하거나 자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구 자택에서 만난 김씨는 “평생의 설움과 고통은 그 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이번 판결로 조금이나마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한 것 같아 마음의 짐을 덜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하루아침에 풍비박산 난 집안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순천 지역에서 주둔하고 있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들이 제주 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일으킨 반란을 정부군이 진압하며 벌어진 사건이다. 당시 진압 과정에서 이 지역에 거주하던 민간인까지 무차별적으로 희생되면서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김씨의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북 상주 출신인 김영기씨는 여순사건에 휘말리기 전까지 순천역 열차 차장으로 근무하며 아내, 그리고 네 살배기 딸과 함께 덕암리 철도관사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던 젊은 가장이었다. 아내는 아들 김씨를 임신한 상태였다. 김영기씨가 탄 열차는 전북 익산에서 출발해 순천역에서 정차하던 중 지역 일대를 장악한 14연대의 요구에 객실을 내줬다. 일반 시민도 탄 정기 운행 열차였지만 총부리를 들이미는 군인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튿날 아침 그는 관사로 쳐들어온 진압군에게 ‘반란군과 공모해 부역했다´는 내란죄 혐의로 체포됐다.김씨는 “어릴 적 어머니는 아버지가 군인들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열차 운행만 했을 뿐인데 영장이나 다른 법적 절차 없이 막무가내로 끌려갔다며 밤마다 우시곤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어머니가 돌이 지난 저를 업고 마포형무소로 아버지를 찾아 면회를 갔는데 아버지 다리가 고문으로 죄다 뒤틀려 찢어진 살 사이로 하얀 무릎뼈와 정강이뼈가 드러날 정도로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더라”며 눈물을 지었다. ‘곧 나갈 테니 집안 장롱에 남겨둔 돈을 얼마간 생계비로 하며 기다리라’던 아버지는 그 길로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가장이 사라진 김씨 가족은 철도관사에서 쫓겨났다. 어머니는 매일 경찰서로 끌려가 모진 신문을 받으며 곤욕을 치르다 순천을 떠나 대구에서 멸치 행상을 하며 생활했다. 5살 된 누이는 괴질로 세상을 떴다. 가난에 학교도 제대로 다니기 힘들었던 김씨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어머니의 행상을 도와야 했다. ●철도공사 다니며 아버지에 관한 기록 모아 다행히 친척의 도움으로 고교를 겨우 졸업한 김씨는 전교 1등도 할 만큼 공부를 잘했지만 ‘반란자의 자식´이라는 그림자가 늘 따라다녔다. 공군사관학교를 지원해 1차 적성검사와 2차 신체검사, 3차 필기검사까지 통과했지만 신원조회에서 걸렸다. 좌절한 김씨의 눈에 들어온 것이 철도학교 홍보 전단이었다. 국비로 교재와 옷, 장학금까지 준다는 말에 끌려 그대로 철도학교에 입학했다. 철도공무원이 되려면 연좌제 해결이 먼저였다. 행방불명된 지 20년이 된 아버지의 사망신고를 하고 호적에서 스스로를 파낸 뒤에야 여순사건의 그림자를 일부나마 벗을 수 있었다. 1971년 철도청을 거쳐 1982년 서울도시철도공사 지하철 계획요원으로 옮긴 그는 2008년 도시철도공사 임원으로 퇴직할 때까지 38년을 철도공사에 몸담으면서 틈틈이 아버지의 흔적을 좇았다. 아버지가 탔던 서울~여수 전라선 노선을 탈 때면 아버지를 알던 동료 철도공무원을 찾아 증언을 듣고 기록을 모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기까지는 망설임의 연속이었다. 공직에 있는 동안 재판에 나섰다가 행여나 자식에게까지도 불이익이 미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군사정권과 산업화 시기는 진상 규명은커녕 억울함을 하소연하기도 어려운 때였다. 그는 “운명처럼 아버지를 따라 열차 승무원의 길을 걷게 됐지만 한번 불이익을 겪기 시작하니 언제라도 또 그런 일을 겪을까 노심초사하며 살게 됐다”고 회고했다. ●아버지 옛 동료가 당시 상황 증언 ‘운명이려니´ 하고 잊고 지냈던 아버지의 재심 문제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2001년 여순사건유족연합회가 출범하고 2009년 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여순사건 당시 민간인 438명이 군경에게 집단 사살당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유족연합회에 있으면서 우연히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아버지의 옛 동료는 당시 그가 어떻게 경찰에 끌려갔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군법회의에서 아버지가 무죄를 항변했음에도 확인 절차 없이 판결이 내려졌다는 사실도 증언해 줬다. 아버지의 동료인 철도 기관사 장환봉(당시 29세)씨 유족이 재심을 진행 중인 것도 알게 됐다. 김씨는 “장씨 재판에도 증인으로 나서며 검찰 자료를 통해 진압군에 끌려간 철도원이 66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철도업에 있으면서 알게 된 정보를 토대로 아버지를 비롯한 철도원들의 무죄를 입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21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부장 김정아)가 장씨의 재심에서 내린 무죄 선고는 한 줄기 빛이었다. 그 길로 국가기록원을 두 달간 뒤져 아버지와 관련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순천역 사무소 직원 명부에서 아버지의 이름을 찾고 본적과 철도관사 주소 등을 대조해 퍼즐 조각을 맞췄다. ●유족 나이 들고 이미 돌아가신 분 많아 그렇게 지난해 5월 12일 법원에 청구한 재심은 8개월 만인 지난 1월 29일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았다. 올 5월 첫 공판을 거쳐 마침내 법원은 6월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첫 공판에서 “내란, 국권문란, 포고령 위반 등 범죄사실을 입증할 증거나 자료가 없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김씨는 “판결을 듣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며 “아버지의 불명예를 내가 70여년이 지나 노인이 다 돼서야 죽기 전에 씻고 갈 수 있어 너무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판결 5일 뒤인 지난 6월 29일에는 진상 규명과 희생자 지원을 위한 여순사건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유족 대부분이 나이 들고 이미 돌아가신 분들도 적지 않아요. 너무 늦기 전에 국가가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하고 적극적으로 피해 구제에 나서야 합니다. 유족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북한산 품은 역사문화도시… “세계인 오는 관광 강북 뛴다”

    북한산 품은 역사문화도시… “세계인 오는 관광 강북 뛴다”

    “저는 잘한 것도, 자랑할 것도 없습니다.” 내리 세 번째 임기의 마지막 1년을 남겨둔 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은 지난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임 기간 이룬 것들을 자랑 좀 해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구가 매니페스토 공약이행 평가에서 7년 연속 최고 등급인 ‘SA’를 받은 데 대해서도 그는 “7년 연속 SA등급을 받았다는 건 7년간 구청장은 입으로만 떠들고 직원들이 고생했다는 얘기”라며 “직원 입장에서 (SA등급은) 별로 좋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소 겸손하게 말하긴 했지만 박 구청장은 누구보다 강북구를 사랑하고 잘 아는 구청장이다. 3선을 하는 동안 구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인 북한산과 근현대사 유산을 가꾸고 가다듬었다. 지금 강북구를 역사문화 도시로 부를 수 있기까지는 박 구청장의 오랜 노력이 있었다. 지난 10년간 매일 새벽 북한산에 오를 정도로 산을 사랑하고 아끼다 보니, 자연스레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도 파고들게 됐다. 다른 구보다 한발 앞서 민간 업체가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해 의류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날 박 구청장으로부터 11년간의 구정 얘기를 들어봤다. -박 구청장에게 북한산은 어떤 의미인지. “구정 설계의 영감을 북한산에서 얻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 새벽 북한산 산행길에서 주민들과 만나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구민 목소리를 어떻게, 얼마나 담아내느냐가 구정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허심탄회하게 주민 의견을 듣다 보면, 우리 구가 추진하는 사업의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 보게 된다.” -산이 소통의 한 창구이기도 하다는 얘기인데, 산에서 주민과 소통해서 나오게 된 사업이 있나. “북한산 역사문화 관광벨트 사업이 대표적이다. 강북구엔 천혜의 경관 북한산, 3·1운동 발상지 봉황각, 민주화 성지인 국립 4·19민주묘지, 건국 초석을 다진 순국선열 16위 묘역, 고려 말~조선 초 청자가마터, 서울에서 유일하게 조선 선비의 ‘구곡(九曲)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우이구곡, 조선왕릉 채석장, 왕조 별장인 송계별업 터, 실학자 풍산 서유구 선생의 번계산장 터 등 역사문화 자원이 풍부하다. 지역에 흩어진 역사문화관광 자원을 선과 면으로 잇는 일이 역사문화 관광벨트 조성이다. 이 벨트의 생생한 구상도 북한산을 사랑하는 주민과 만나서 나오게 됐다.” -지난 3월 개장한 우이동 가족캠핑장도 이 벨트의 일부인가. “그렇다. 가족캠핑장은 기타 치며 놀고 마시는 일반 야영장과는 개념이 다르다. 북한산 자락에 흩어져 있는 역사문화 자원을 하나로 잇는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북한산 둘레길 제12구간인 우이령길과 다양한 토속음식을 즐길 수 있는 우이동 숲속 문화마을 입구에 있다. 주변이 역사문화관광 자원의 보고로, 북한산 경치 아래 가족 단위 역사문화 체험과 휴식을 즐기기엔 안성맞춤인 장소다.”-둘러보니 규모가 아직 그리 크지 않더라. 완성된 것인지. “현재 글램핑 등 캠핑사이트 31면, 다목적 잔디광장 등이 조성된 상태다. 자유롭게 텐트를 칠 수 있는 일반 사이트 27면, 침대, 캠핑용품, 취사도구, 에어컨, 냉장고, 전기레인지 등을 갖춘 글램핑 2동이 있다. 바로 옆엔 전통 구들방을 갖춘 목재 주택이 들어섰다. 펜션처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완성된 게 아니다. 내년엔 잔디광장 너머에 원초적 야생을 느낄 수 있는 노지·오지 캠핑장이 들어선다. 텐트 없이 야영하는 비박 체험장도 조성된다. 숲 체험모형 시설을 활용한 공간도 꾸며지고 계곡물에 발을 담글 수 있는 물놀이 공간도 더해진다. 캠핑장 한편엔 청자 가마터 체험장도 설치될 예정이다.” -북한산을 좀더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지. “산악문화허브(산악전시체험관)를 새로 열 계획이다. 핵심은 ‘북한산’, ‘엄홍길’, ‘히말라야’를 주제로 한 체험 요소다. 방문객들은 히말라야와 북한산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 코스가 재현된 입체모형 암벽등반을 통해 시설을 관통하는 가치인 ‘도전정신’을 함께할 수 있다. 인수봉 등산코스 주변에 국제 규모 인공암벽장도 올해 안 개장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도에 인공암벽 훈련을 할 수 있는 커다란 산이 있는 나라가 세계에 몇 곳 없다. 북한산 방문객 20%가 외국인인데, 인공암벽이 들어서면 이들의 반응이 매우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 -외국인도 외국인인데 요즘 젊은층이 산에 많이 오른다. 젊은층이 산에서 내려와 지역 내에서 돈을 쓰게 만들 구상이 있나. “지금 구상은 올해 말까지 우이동 먹자골목에 2차선 도로를 내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우이동을 세계 각국 음식이 모이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아르헨티나, 태국, 네팔, 부탄 등 ‘우이동 가면 100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 알려지면 청년들도 와서 즐겨 먹고, 외국인들도 북한산 와서 ‘한국 음식 먹어 보자’고 할 수 있는 곳이 되지 않을까. 도로 뚫고 나면 ‘코끼리열차’ 같은 셔틀 열차를 운행할 생각이다. 북한산을 걸을 사람은 걷고 그렇지 않으면 열차 타고 올라가서 음식만 먹을 수도 있게 준비하고 있다.” -지역 내 공공재개발 후보지가 있는데, 진짜 되는 건지 주민 관심이 많다. “특히 역세권 주변 주민 찬반이 크게 엇갈린다. 주민 중 연세가 좀 있으시고 집에서 일정 부분 임대 수입이 나오는 경우엔 반대를 많이 한다. 반면 그냥 놔두면 소규모 빌라만 하나씩 생기고 주거 환경은 열악해질 것 같은 저층 주거지에선 공공재개발로 가자는 의사가 강하다. 정부 정책이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주민 마음이 바뀔 것 같다. 옛날엔 공공재개발이라 하면 무조건 빼앗긴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요샌 그게 아니고 정부가 주민에게 이익을 돌려주겠다는 것이니 설명을 잘해야 한다. 우리 입장에선 저층 주거지가 많아, 정부도 그게 맞게 설명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본다.” -3선 후반기에 접어들었는데 뭘 이뤘다고 생각하는지. “세 번 하는 동안 주민이 구정에 신뢰하게 된 게 가장 핵심이다. 처음엔 턱도 없을 것 같던 역사문화관광도시도 이제 주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내세울 수 있게 됐다. 가장 크게 느껴진 변화는 이제 정말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것. 짧은 역사지만 놀라울 만큼 빠르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걸 현장에서 느낀다. 코로나19 대응도 지방자치가 총력을 다해서 해낸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 5월 우리 구 PC방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한 바퀴 쓸고 갔을 때, 갑자기 오후 6시 넘어서 밀접접촉자가 5000명이 넘게 나왔다. 전화 5000통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퇴근 안 한 직원 전부 전화기를 붙들고 오후 11시까지 전화 5000통을 했다. 확산을 막아야 하니까. 책임의식이 지방자치의 가장 큰 구동 원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공무원의 책임의식이 있어서 이 시스템이 돌아가는 것이다. 올해는 주민자치회가 빠른 시일 안에 진정한 주민자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려 한다. 13개 동 각자가 다 특성이 다르다. 주민자치회가 빨리 정착되면 그게 앞으로 지방자치의 방향이 된다는 생각을 한다.”
  • 주진형 “민주당 검찰개혁에 ‘인간사냥꾼’ 윤석열 대통령직 넘봐”

    주진형 “민주당 검찰개혁에 ‘인간사냥꾼’ 윤석열 대통령직 넘봐”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으로 일했던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23일 민주당에 대해 쓴소리를 퍼부었다. 주 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길을 잃은 것 같다”며 부동산 관련 세금 인하 당론이 예수를 부정했던 제자 베드로처럼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덕분에 40%를 겨우 넘는 득표율로 정권을 잡았지만 지금까지 정책적으로 성과를 낸 것도 없다고 봤다. 주 위원은 “정권초기에 내걸었던 소득주도성장은 요즘 아무도 거론하는 사람이 없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꾼다더니 그것도 용두사미”라며 “검찰개혁도 지리멸렬하고, 풍비박산이 난 조국 교수 가족과 ‘인간 사냥꾼’에 가까운 윤석열이 대통령직을 넘보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만 남겼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책적 재앙으로 드러난 부동산 정책의 해법으로 민주당이 자신를 부정하는 재산세와 종부세 감세를 들고 나왔다며 기막혀 했다. 주 의원은 민주당이 부동산 세금 감세 정책을 자기 이름으로 내걸지 못하고 비공개 회의에서 표로 정해 당론 뒤에 숨었다며 비겁하다고 강조했다.그는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정권만 잡으면 온 세상을 다 바꿀 것처럼 기세를 올리다가 정권만 잡으면 손발이 오그라지는 현상은 새롭지 않다”면서 “9년동안 야당으로 지내면서 달라졌을까 싶었는데 작년 총선 이후 행보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탄했다. 주 위원은 국민의힘은 반민주세력의 잔당으로 안에서 사람을 못 키우고 이회창, 이명박, 박근혜 등 당 밖의 상징 자본을 동원해 분칠을 해왔고, 이제는 이준석 당대표란 젊은이를 내세웠다고 분석했다. 정의당은 계급정당을 추구하던 노선을 포기하고 극좌 소수자 정당으로 살기로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 위원은 “국민들은 화가 나 있는데 민주당은 자신을 부정하고 대선 일정을 갖고 다투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도 하고 당대표도 다 한 사람들이 애초에 경선에서 이길 가망도 없는 양승조와 이광재를 내세웠다”고 비난했다. 양승조 충남지사와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대권 행보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코로나19 방역 성공으로 180석을 얻은 민주당은 남은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정책 하나만 바꿔도 국민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종부세 부과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9억원’에서 ‘상위 2%’로 바꾸자는 민주당의 당론과 관련,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조세법률주의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한라산 국립공원내 불법 야영·음주 등 얌체족 무더기 적발

    한라산 국립공원내 불법 야영·음주 등 얌체족 무더기 적발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지난 4월1일부터 5월31일까지 한라산국립공원 내 야영 등 불법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총 34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에 실시한 특별단속에는 한라산 서북벽 정상, 백록샘 주변에서의 비박 행위를 비롯해, 윗세오름, 선작지왓, 서북벽, 남벽 등 고지대 탐방로 주변 샛길 비지정탐방로 이용 등 각종 위법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단속을 벌였다. 단속 결과 흡연 15명, 무단출입 10명, 음주·야영 9명 등 총 34명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한라산국립공원 내에서는 허용된 탐방로를 무단으로 벗어나면 안 되며 허가지역 외 야영 행위는 금지돼 있다. 위반 시 최고 1차 100만원, 2차 150만원, 3차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코로나19 예방접종자에 한해 7월부터 노마스크가 허용됨에 따라 많은 탐방객들이 한라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말까지 특별단속반을 편성해 공원 내 무단입산, 음주, 흡연, 야영, 취사 등 불법행위에 대한 집중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교회 베이비박스에 딸 두고 사라진 20대 부부 집유

    교회 베이비박스에 딸 두고 사라진 20대 부부 집유

    교회 ‘베이비박스’에 생후 2개월 된 딸을 두고 도망친 20대 부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 이연진 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A(26·남)씨와 그의 아내 B(26)씨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고 1일 밝혔다. A씨 부부는 지난 2015년 1월 서울 관악구 한 교회 앞 베이비박스에 태어난 지 2개월 된 딸 C양을 두고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부부 사이가 좋지 않은데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아기를 계속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해 범행을 저질렀다. 베이비박스는 자녀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교회 측이 마련한 상자다. 이 판사는 “피고인들은 딸이자 신생아인 피해 아동을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유기해 죄책이 무거워 징역형을 선고한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아기에 대한 출생신고를 했고 유기 장소가 비교적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며 “잘못을 깊이 반성한 피고인들의 재범을 막고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아동학대 치료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고 덧붙였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전쟁 싫어” 이스라엘 조부모 伊 손녀네 찾았다가 케이블카 참변

    “전쟁 싫어” 이스라엘 조부모 伊 손녀네 찾았다가 케이블카 참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살던 이츠하크 코헨(81)과 바버라 코헨코니스키(71) 부부는 얼마 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이 벌인 전쟁의 참화에 넌더리가 났다. 해서 머리도 식힐 겸 이탈리아 파비아 시에 사는 손녀 네를 보러 갔다. 손녀 탈 펠레그비란(26)과 손녀사위 아밋 비란(30)를 만나 재회의 기쁨을 누린 부부는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두 증손자와 함께 북부 피에몬테주에 있는 유명한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 큰 마조레 호수의 풍광을 즐기는 데 그만이겠다 싶었다. 아밋의 누이 아야는 사돈댁 어르신들이 “이스라엘에서는 로켓들이 떨어졌는데 이탈리아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 선택이 다섯 살 증손자 에이탄만 이 세상에 남겨놓게 될줄은 까마득히 몰랐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케이블카가 도착 지점 100m를 남긴 지점에서 와이어 300m 정도가 끊기는 바람에 20m 아래 바닥으로 떨어진 뒤 두세 바퀴를 돈 다음 소나무 사이에 처박히며 이들 가족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되고 말았다. 모두 15명이 탑승했는데 5명만 케이블카 안에서 발견됐고 나머지 사람들은 밖으로 퉁겨나가고 말았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약학을 전공한 아밋이 에이탄을 꼭 껴안고 숨진 채로 발견됐다면서 어쩌면 아들을 끝까지 구하려는 몸부림이 에이탄을 구했는지 모르겠다고 보도했다.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추측인 셈이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에이탄은 토리노의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의식을 되찾자마자 “엄마는 어디 있어?”라고 물어 의료진을 황망하게 했다. 의료진은 분 단위로 용태를 점검할 정도로 그의 상태가 여전히 위중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에이탄의 고모인 아야가 사고 당일 병원에 달려 왔으며 다음날 다른 가족들이 이스라엘에서 날아와 병원으로 향한다고 전했다. 밀라노의 유대인 공동체 대표인 밀로 하츠바니는 이스라엘 육군 라디오에 “아빠 아밋을 잘 알고 있다. 그와 참사 전날 얘기를 나눈 것이 마지막이 됐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조부모가 오셔서 아이들과 함께 놀러간다고 내게 말했다”고 털어놓았다.이들 일가족 외에도 이탈리아 연구자 세레나 콘센티노와 이란 출신 동료 무함마드레자 샤하이사반디, 비토리오 조를로니와 그의 아내 엘리사베타 페르사니니, 그들의 여섯 살 아들 마티아, 로베르타 피스톨라토와 앙헬로 비토 가스파로 부부가 안타까운 죽음을 당했다. 마침 가스파로는 45회 생일을 자축하던 중이었다. 현지 일간 라 스탐파에 따르면 피스톨라토는 변을 당하기 직전 푸글리아에 있는 누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푸니쿨라를 타고 위로 올라간다. 여긴 천국”이라고 적었다. 이탈리아 당국이 케이블카 추락 원인 규명에 착수한 가운데 산악구조대 관계자는 “와이어 파열과 비상 브레이크 미작동이라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비상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은 원인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반대쪽에서 하강하던 케이블카가 비상 브레이크 작동으로 멈춰선 점을 고려하면 사고 케이블카 기기에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 케이블카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부 규제로 일년 이상 멈춰있다가 최근 운행을 재개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최초 운행은 1970년 8월이며,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대적인 유지·보수 작업이 진행됐는데 400만 유로가 투입됐다. 와이어에 대한 정밀 점검은 지난해 11월이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에서 케이블카 사고는 드물지 않다. AFP 통신에 따르면 2005년 9월 오스트리아 티롤의 한 스키 리조트 상공을 지나던 헬리콥터에서 무게 800㎏의 콘크리트가 떨어져 케이블카를 덮쳤고 이 때문에 독일인 관광객 9명이 숨졌다. 또 1998년 2월에는 저공 비행하던 미군 항공기가 이탈리아 돌로미티 스키 리조트의 케이블을 절단하면서 2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해당 리조트에서는 1976년에도 강철 재질의 보조 와이어 파열로 케이블카가 추락해 42명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앞서 2018년 8월 북서부 리구리아주 제노바를 관통하는 고속도로 구간의 모란디 대교 상판과 교각이 갑자기 무너져 43명이 숨진 일도 있었다. 유지·보수 및 관리 부실이 원인인 것으로 잠정 결론났고, 사고 책임이 있는 업체 관계자는 전원 재판에 넘겨졌다. 현지 소비자보호단체 ‘코다콘스’(Codacons)는 AFP 통신에 이번 사고를 모란디 대교 붕괴와 열차 탈선, 크루즈선 조난 등에 이은 또 하나의 대형 참사로 지칭하며 “우리나라의 교통 안전 관련 시스템이 고장난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2살 입양아 학대 양부 친자녀 3명, 충격 커 사흘째 결석

    2살 입양아 학대 양부 친자녀 3명, 충격 커 사흘째 결석

    경기 화성에서 2살짜리 입양아를 학대한 양부의 친자녀 3명이 사건 충격으로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들 3명은 친척집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9일 새벽 2세 입양아를 학대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A씨(30대)의 자녀 3명이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 친부 사건에 대한 충격이 컸던 것이 결석 사유란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학교 측은 즉각 위기관리위원회를 개최하고 이들 자녀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청도 학교 측의 세부대응 방안이 수립되는 대로 전문 지원 인력을 투입해 이들 자녀들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 교육지원 등을 적극 돕기로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추가 지원이 필요하면,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유관기관과 연계한 지원책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A씨는 지난 4~8일 자신의 집에서 B양(2)을 학대한 혐의로 구속됐다. A씨는 지난해 8월 한 입양기관을 통해 B양을 입양했다. B양은 현재 가천대 길병원 인천권역별외상센터에서 뇌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지만, 아직 의식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한편 양모는 사회복지사 자격 보유자로 과거 경기도 내 한 지자체에서 그룹홈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은 서울 관악구의 베이비박스에서 처음 발견돼 경기도의 한 보육시설로 옮겨졌으며, A씨 부부는 해당 보육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B양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원·초등학생 친자녀 4명을 둔 A씨 부부는 지난해 8월 B양을 입양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B양 안쓰러워 입양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자기 정치하면 당 대표 될 수 없어… 실용 정당 만들겠다”

    “자기 정치하면 당 대표 될 수 없어… 실용 정당 만들겠다”

    다음달 11일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4선 홍문표 의원은 ‘중진이 이끄는 실용적인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홍 의원은 “야당 대표로서 내년 대선을 정권 교체로 이끌어야 하는 중요 과제를 앞두고, 관록 있는 관리형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지난 9일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을 팔아 자기 정치를 하는 정치인은 절대 당 대표가 될 수 없다”면서 “내 이익은 내려놓고 당을 추슬러 정권을 찾아오기 위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관록 있는 관리형 당 대표 역할 할 것”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히는 주호영·나경원 전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두 사람은 당 대표에 출마할 때가 아니라 책임을 져야 하는 시기”라며 견제구를 던졌다. 홍 의원은 “나 전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빠루’(쇠지렛대)를 들던 강경 보수 이미지가 남아 중도층을 포섭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가 많고, 주 전 원내대표는 대여 투쟁에서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내주는 등 야당 대표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고 지적했다. 초선의 당권 도전에는 우려를 표했다. 홍 의원은 “젊음만으로 개혁을 상징한다는 것은 선언일 뿐, 내용이 없다면 (유권자들은) 실망하기 마련”이라면서 “10개월짜리 당 대표를 당내 사정을 잘 모르는 초선이 맡는 것도 우려된다”고 했다. ●“홍준표 복당 찬성… 윤석열, 쇄신 후 입당할 듯” 내년 대선 준비에 대해서는 자강론을 내세웠다. 특히 유력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두고는 “지금 들어오면 우리 당도 풍비박산 날 우려가 있지만 당 조직을 정비하고 정책을 통해 쇄신한 뒤에는 윤 전 총장이 스스로 걸어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복당에는 찬성하며 “설령 감정이 좋지 않더라도 정권을 잡으려면 한 식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일찌감치 청년청 신설을 내세웠다. 그는 “청년청 설치로 예산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청년들의 주거 문제부터 결혼·출산 문제까지 두루 해결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최근 홍 의원은 TBS 라디오 진행자인 김어준씨를 향해 “잘나갈 때 그만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는 “욕설 섞인 문자와 전화를 너무 많이 받아 ‘문재인 정부의 현실이 이렇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해야 할 말이 있다면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신념은 변함이 없고 이제까지 그렇게 정치를 해 왔다”면서 “당 대표가 된다면 행동으로 실천하는 실용적인 정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인터뷰] 홍문표 의원 “당 팔아 자기 정치하면 당 대표 못돼…실용 개혁하겠다”

    [인터뷰] 홍문표 의원 “당 팔아 자기 정치하면 당 대표 못돼…실용 개혁하겠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출마한 4선 홍문표 의원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4선 홍문표 의원은 ‘중진이 이끄는 실용적인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홍 의원은 야당 대표로서 내년 대선을 정권 교체로 이끌어야 하는 중요 과제를 앞두고, 관록 있는 관리형 당 대표로서 역할 하겠다고 강조했다. “내 이익 내려놓고 정권 교체 힘 쓰겠다” 홍 의원은 지난 9일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을 팔아 자기 정치를 하는 정치인은 절대 당 대표가 될 수 없다”면서 “내 이익은 내려놓고 당을 추슬러 정권을 찾아오기 위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히는 주호영·나경원 전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두 사람은 당 대표에 출마할 때가 아니라 책임을 져야 하는 시기”라며 견제구를 던졌다. 홍 의원은 “나 전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빠루’(쇠지렛대)를 들던 강경 보수 이미지가 남아 중도층을 포섭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가 크고, 주 전 원내대표는 대여 투쟁에서 국회 상임 위원장직을 내주는 등 야당 대표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고 지적했다. 초선의 당권 도전에는 우려를 표했다. 홍 의원은 “젊음만으로 개혁을 상징한다는 것은 선언일 뿐, 내용이 없다면 (유권자들은) 실망하기 마련”이라면서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10개월짜리 당 대표를 당내 사정을 잘 모르는 초선이 맡는 것도 우려 된다”고 했다. “당부터 쇄신해야 윤석열도 들어온다···홍준표 복당엔 찬성” 내년 대선 준비에 대해서는 자강론을 내세웠다. 특히 유력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두고는 “지금 들어오면 우리 당도 풍비박산 날 우려가 있는 데다가 윤 전 총장도 공부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당 조직을 정비하고 정책을 통해 쇄신한 뒤에는 윤 전 총장이 스스로 걸어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복당에는 찬성하며 “설령 감정이 좋지 않더라도 정권을 잡으려면 한 식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층 유권자를 사로잡을 개혁과 변화가 젊은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홍 의원은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일찌감치 청년청 신설을 내세웠다. 그는 “청년 정책이 각 부처에서 ‘보여주기식’으로 중복 시행되고 있어 비효율적”이라면서 “청년청 설치로 예산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청년들의 주거 문제부터 결혼·출산 문제까지 두루 해결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최근 홍 의원은 TBS 라디오 진행자인 김어준씨를 향해 “여론과 많은 데이터가 공정성을 잃었다고 하는 게 지배적”이라면서 “잘 나갈 때 그만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는 “(친문 지지층 등에게) 욕설 섞인 문자와 전화를 너무 많이 받아 ‘문재인 정부의 현실이 이렇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해야 할 말이 있다면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신념은 변함이 없고 이제까지 그렇게 정치를 해 왔다”면서 “당 대표가 된다면 행동으로 실천하는 실용적인 정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아래는 홍 의원과의 일문일답. - 초선 대 중진의 구도로 당권 경쟁이 시작됐다. 중진의원으로서 어떤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나. “중진은 실용주의 개혁을 해야 한다. 초선은 젊음 하나로 개혁이라는 표현을 하는 점은 좀 아쉽다. 선언적인 개혁은 몇 번 하다 보면 내용이 없어 실망하기 마련이다. 산적한 문제들을 당 상황을 모르는 초선들이 맡는 것 역시 우려스럽다.” -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히는 주호영·나경원 전 원내대표에 대한 평가는. “문재인 정부의 파트너인 제1야당으로서 개혁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 부분을 자성하고 책임지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여러모로 이번에 출마하지 않으면 당이 오합지졸이 돼 큰일이 나겠다는 생각에 결심한 부분도 있다.” -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복당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받아야 한다. 받지 않으면 내 자리가 위험하고 위태로워 진다는 생각에 반대하는 의원들도 있을 텐데, 그런 ‘좁쌀 정치’ 하면 안된다. 감정이 있어도 정권을 잡으려면 한 식구가 돼야 한다.” - 당 대표가 된다면, 국민의당과의 합당은 어떻게 할 계획인지. “전임 지도부 체제 때 선언이라도 한 뒤에 (실무적인) 퍼즐을 맞췄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고 그 시기를 놓쳤다는 점이 아쉽다. 당 대표가 되면 제일 먼저 안철수 대표를 만나고 통합 정신을 알리면서 당원들을 안심시키려 한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갑자기 사라진 아내… 거짓말이 불러온 비극과 복수

    갑자기 사라진 아내… 거짓말이 불러온 비극과 복수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에 적게는 3번, 많게는 200번의 거짓말을 하며 살아간다. 무심코 내뱉은 거짓말이 걷잡을 수 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여러 사람의 인생을 파멸로 이끈다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까. 이정명 작가의 신작 스릴러 소설 ‘부서진 여름’은 26년 전 살인사건의 비밀과 이를 둘러싼 거짓말 때문에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뀐 유명 화가의 이야기를 통해 이런 질문의 답을 구하고자 했다. 성공한 화가로 이름난 한조가 마흔네 살을 맞이한 날, 언제나 그 자리에 있던 아내 수진이 사라졌다. 아내의 행방을 찾다가 자신과 아내의 과거를 각색한 소설 원고를 발견하고는 26년 전 자신의 가족을 풍비박산 냈던 18세 여고생 지수의 죽음을 떠올렸다. 한조의 아버지는 살인범으로 몰려 교도소에서 사망했고, 어머니는 알코올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 ‘살인자의 아들’이란 멍에를 쓰게 된 한조와 그의 형 수인은 당시 경찰에 한 가지 거짓말을 했던 찜찜한 과거가 있다. 한조의 아내 수진이 죽은 지수의 동생 해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독자는 이들 삶의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재미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소설은 하나의 사건에 대해 다른 기억을 간직한 두 사람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반전을 거듭하고 또 다른 거짓말이 불거지면서 지수 죽음의 진상은 윤곽을 드러낸다. 작가는 진실을 오해하고 드러난 사실을 거짓으로 착각해 벌이게 되는 징벌과 복수를 통해 운명처럼 파괴된 시간은 쉽게 돌이킬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보여 주고자 했다. 소설의 묘미는 등장인물들의 탁월한 심리 묘사와 치밀한 서사, 극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전개에 있다.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진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367쪽)라는 한조의 독백은 삶을 지탱하는 착각과 오해가 때로는 사랑이나 증오로 발현돼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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